무엇에 그렇게 놀랐는지 코로리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행인 점은 눈물도 쏙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렌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부드럽게 풀리는 얼굴에 마주 좀 더 짙은 미소를 입가에 매단다.
엄청 착하고 예쁜 후링이라. 렌은 그 말에 작은 웃음을 흘린다. 예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의 입장에서는 인간이란 그저 후링같은 대상물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리는 렌의 손가락을 놓고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의 증표를 만들었다. 코로리가 웃음을 짓자 렌도 마음이 이젠 놓였다. 울다 웃는 것이었지만 역시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저는 후링이고, 피노키오고, 웬디인 거네요.”
뭔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만 잔뜩 수식어로 달렸다. 자신은 좀 칙칙하다고 해야하나, 검정이니까 후링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피노키오도 그렇고 웬디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에 신님께서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런 거겠지.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이름을 가진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이 렌이에요. 성이 세이이고 이름이 렌이요.”
렌은 손가락을 건 손을 몇 번 흔들며 말했다. 그러다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꿈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는가봐요.”
깨어지며 렌은 눈을 감았다 떴다. 감은 눈을 뜨니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학교의 천장이다. 아무래도 보건실에서 잠든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상체를 반쯤 일으키니 의자에 앉아 침대에 엎드려있는 까만 머리카락이 보였다. 손 끝이 닿아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꿈 속에 찾아온 걸까?
“코로리 씨, 코로리 씨는 잠의 신이에요? ねんねんころりよ おころりよ(넨넨 코로리요 오코로리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에요?”
렌은 말장난을 하며 코로리에게 말을 걸었다. 잠에 들게 하고 꿈 속에 나타나고 하니까, 그래서 묻는 말이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드는 이물감에 손바닥을 내려다보니 손바닥이 다 치료되어 있었다.
갑자기 크게 뛴 점수를 보고 요조라는 이거 점수폭이 꽤 다양하구나, 싶었다. 몇이 최대이고 최저일까, 마이너스는? 같은 궁금증이 들었지만, 이내 흐릿해지는 시야에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걸어가는 복도엔 코드 찾는 학생이 더러 있었다. 평소 사람 없던 곳까지 있는 걸 보니, 아마 온 교내에 있는 듯 하다. 아, 양호실만 침범하지 않으면 좋겠다. 요조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벽에 기대 걸었다. 눈은 바닥을 보고 있었지만 다리는 익숙하게 복도를 지나 요조라를 양호실 앞에 데려다놓는다.
나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양호실에서 요조라는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딱 타이밍 좋게 쏟아지는 잠으로 눈이 천천히 감겨가는데, 이불을 쥔 손에 이상한 이물감이 잡힌다. 바스락 바스락, 그게 종이란 걸 깨닫자 천근만근한 손을 움직여 폰을 든다. 어떻게든, 이란 느낌으로 코드를 찍자마자 요조라는 기절했다.
Hit and Boom! 이벤트라, 사실 호기심이 꽤 있는 아미카에겐 그리 나쁜 이벤트는 아니었다. 그래서 간간히 한가한 시간에 찾아보려고 했지만.. 의외로 엄청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미술실의 책장 옆에 붙어있는 QR코드를 본 아미카는 급히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찍었다.
QR코드가 담긴 쪽지를 돈 주고도 판다나 뭐라나. 네 그 상술에 넘어가지 아니하려 했습니다. 행운은 네 편이기 때문이지요. ..행운이 맞습니다. 신통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도 행운 아니덥니까. 양심이 아프지도 않냐는 항의를 받는다면, 글쎄요.. 재앙신에게 양심이 있을리가. 손에 쥐여진 쪽지를 찍어봅니다.
다, 다행이다아. 코로리의 정체에 관해서 어찌저찌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이었지만, 편하게 웃었잖아, 그치? 후링씨 방금 여름바람에 반짝 하고 흔들거렸어. 의 웃음을 보아서였다. 아까 보았던 웃음도 웃음이었지만, 난처하다거나 곤란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묻어나서 마냥 안심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미소가 좀 더 또렷하고 밝아지고 웃음 소리가 들리면, 코로리에게 뿐만 아니라 둘 다 좋게 해결됐다는 것만 같아서 긴장의 끈을 놓았다. 탁 하고 맥이 빠지듯 풀렸다. 신이라고 무서워할 수도 있구, 이런 일에 휩쓸려서 싫고 나쁘다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ー. 꿈 속 워터파크의 배경이 이제서야 느껴진다. 여름의 햇빛이 쨍하고 눈부시지만 더위는 느껴지지 않고, 색색의 수영복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지만 시선을 거두면 흐려지는 소란은 익숙하지만 낯설었다. 꿈이라는 것은 익숙하지만, 정체를 들킨 꿈의 주인과 함께하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응, 셋 다 렌 씨야."
세이 렌, 바다에서 보이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세이렌! 후링씨, 물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예쁜 이름이네ー. 이름을 꼭꼭 외운다. 해코지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이 신의 존재를 알게 된 것 만큼이나 신이 인간에게 정체를 들켜버린 것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꿈이 무너지면 코로리는 이제 다른 고민으로 돌아왔다. 세이한테… 말해야겠지이. 렌이 비밀을 지켜주지 않겠다고, 피노키오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인 것 같았다.
"쉬잇ー?!"
렌은 말장난으로 말한 것 같았지만, 코로리에게는 어떤 신인지도 들통나고 인간으로서 지낼 때 지을 이름을 따온 문장까지 밝혀진 것이었기 때문에 마냥 장난스레 받을 수가 없었다! 워터파크에서 보건실로 돌아왔을 때, 다시 한 번 보건실에서 부스스하게 일어난 코로리는 잠이 확 달아난다. 잠의 신이 잠과 멀어진다! 놀란 눈으로 렌의 입을 손으로 막으려고 들었다! 다른 손 하나는 입술 위로 가져와서 검지 하나만 곧게 핀다. 으레 조용히 하라고 할 때 만드는 손모양이다. 만약 입을 막았더라도 계속 막고 있을 수는 없으니 금방 손을 내렸을 것이다.
"이름 잘못 지었어ー."
들킬 생각 안 하고 지었단 말야! 모두 잠 잘 자면 좋겠다고, 나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서, 그래서 코로리라고 한건데에. 나 귀한 줄도 모르고! 후회해도 늦었다! 속으로 투덜거려봤자다! 그래도 잠을 잘 자는 아이와 마주하고 있으니 계속 투덜거리지도 못 했다.
"응, 선생님 안 계셔서ー 아."
아! 렌을 스르륵 재워버리기 전을 떠올려보던 코로리는, 지금이 점심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리야 식사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렌은 다를텐데! 코로리는 이번에도 렌의 손가락을 붙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손을 잡지 않는 이유는 다친 쪽 손이어서였고, 손가락을 잡는 이유는 어서 일어나서 점심 먹으러 가야한다는 재촉이었다.
가미즈미, 신들이 모이는 도시. 이곳에 온다면 조금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러한 특징적인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고 그녀 역시 재미있는 사람은 있으나 그렇다고 아직은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일 생각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여전히 취미 활동에 힘쓰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 더 정확히는 사랑스러운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인간은 모두 사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에는 활동적인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 전 얻은 그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적당한 사진을 찍는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만한 일은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평안했고 이 학교 안에는 여러 학생들의 혈기로 인해 조금은 달랐지만 역시 아직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본격적으로 그녀가 원하는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보는 일은 없었다.
"어라? 이건..."
그녀는 앞을 보았다. 본질적인 문제로 화원이나 숲에는 동질감이 느껴져 최근에는 원예부의 화단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으니 이 근처의 구조에 대해서는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자재 창고의 벽, 오래된 슬레이트가 붙어있는 곳에 못보던 그림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사람이 잘 오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을 붙여두고 가는건가요."
종이에는 사각형의 범위 안에 뭔가 일그러진듯한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형태였지만, 제대로 떠올리는 것은 어려웠다. 들고 있는 채로 고민하기를 10여분, 식사를 마친 부원들이 돌아와 종이를 든 채로 가만히 서있는 그녀를 보고 교내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라는 것을 알리자, 그녀는 이내 무엇이 그리 재미있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860 노력해서 세계 최강이 되도록 노력할게 응응 언젠가 아미카 입에서 좋아하는 선수 목록에 내가 들어갈 수 있기를
>>862 후... 나도 드디어 테츠야를 괴롭힐 수 있게 되는거야?(아님) 저번에 이야기했던 부실 처들어가서 잠시 넷플X스 시청좀 하라게요~ 상황 괜찮을까? 아니면 테츠야가 부실 갔는데 이미 미즈미가 거기서 과자먹으면서 하고 있다거나 ㅋㅋㅋㅋ (사유 : 와이파이 잘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