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나마 있던 1점도 날아가버렸다. 휑하니 날아가버린 점수를 허망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새삼스럽게 교훈을 얻었다. 도박은 예로부터 성행했으니 말할 것 없고, 요즘 인간들이 즐겨 한다는 주식을 잘못 하면 이런 꼴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열심히 돈 벌 필요 없고 신앙까지 번성한 풍어신은 그렇게 기만적인 생각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수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곳저곳에 숨겨 놓아 그런지 별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걷던 도중에 코드가 하나둘 발에 휙휙 잘도 걸린다. 후미카는 막 밟아버린 코드를 주워 털어냈다. 신발자국이 찍히긴 했지만 인식에는 문제 없겠지.
>>556 음. 병원에 입원할 정도였다면 본인을 먼저 챙겨야지. 아픈 걸 우리가 먼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본인도 모르다가 픽 쓰러지는게 병인데, 그걸 가지고 미안하다고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어장을 챙길 겨를도 없었을 텐데, 무사해서 다행이다. 푹 쉬다 왔길 바라. 이 다음엔 입원할 일도, 쓰러질 일도 없길 기도할게.
사실 일상의 경우에는 시니카주에게 맡기고 싶어. 나는 어떻게 되어도 괜찮지만, 시니카주가 아쉽다면 이 일상에서 페이드아웃 하고 마츠리 기간 끝났다..로 넘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약기운이 깼다고 바로 답레를 줄게 아니라, 몸을 챙겨줬으면 좋겠어. 약기운 깼다고 무리하면 더 안 좋아질 테니까..
행사 탓에 온 교내가 술렁인다. 미친듯이 QR코드를 찾아다니는 학생, 이건 학생회의 음모라며 길길이 날뛰는 학생, 포인트나 경품을 돈 주고 판다며 장사하는 학생… 쇼는 그 중 아무 부류도 아니었다. 그저 관심없는 척 있다가, QR코드가 보이면 찍고.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오후, 여가 시간의 학교 앞마당은 적당히 붐비고 있었다. QR코드를 찾으러 나온 학생들과. 그냥 산책 겸(겸사겸사 QR코드도 찾고) 활보하는 쇼. 자세히 둘러보니 화단 앞 주차장에도 몇 개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쪽으로 살살 걸어나가는데, 누군가가 제 앞으로 끼어든다. 작은 체구의 3학년 선배였다. 대뜸 와선 물어볼 게 있다고 한다.
"음… 네. 뭔가요."
쇼는 잠깐의 고민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꺼리는 기색은 전혀 없다. 그러고선 잠자코 상대가 말하기를 기다린다.
건성으로 대꾸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근성은 알아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도중에 흘낏 보는 요조라의 시선은 코세이가 과연 자신보다 1살 연상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담겨 있다. 아무리 봐도 오빠와 동년배쯤 되거나 혹은 나이가 지긋한 느낌이 슬며시 들어서다. 지금까지의 또래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그 다름에 조금은 관심이 생길락말락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모를 일이다.
요조라가 행동은 느릿해도 잠은 다 깨어있었기 때문에 복도의 수근거림, 속닥거림은 얼추 귀에 들렸다. 제대로 된 내용까지 들린 건 아니었지만, 하얀머리라던가 3학년이라던가 하는 말은 분명 요조라를 따라온 코세이를 가리키는 말이 틀림 없었다. 뭔지 몰라도 제법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정도로 흘려넘긴 요조라는 그저 자기 갈 길만 갔다. 그 뒤로 약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돌아보진 않았다.
"...주신다니까, 뭐..."
복도를 걸어가는데 그새 따라온 코세이가 옆에서 사탕을 내밀었다. 사탕이라면 요조라의 가방에도 한묶음 있지만, 코세이가 내민 것과는 다른거다. 오빠가 만든 거니까. 그러니 됐다고 거절하려다가 문득 저 사탕이 무슨 잘못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 그렇고말고, 사탕은 잘못이 없지. 그래서 요조라는 고개를 꾸벅 하며 사탕을 받았다. 양손에 든게 있어서 받는 건 쉬워도 먹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요조라는 능숙하게 잇새로 사탕 포장지를 물고 뜯어 사탕을 입에 넣는다. 빈 포장지는 교복 치마 주머니에 밀어넣고 조금 전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간다. 그새 혀에 퍼지는 맛은 잠 깨우기에 확실한 레몬맛이었다.
새콤달콤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1층으로 내려가 현관을 나간다. 여름이 다가오는 만큼 길어진 해 덕분에 아직 밖은 쨍쨍하다. 그래도 덥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요조라는 운동장을 우회해서 교문으로 걸어갔다. 육상부인지 어딘지 모를 학생들이 운동장에 있었으니, 방해가 되지 않게 말이다.
그렇게 가는 동안에도 요조라의 걸음은 일정하게 느렸다. 세월아 네월아 걸음수를 세듯이 걷다가 교문을 나서자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누가 있나 보는건지, 누굴 찾는건지, 어느쪽인진 몰라도 뭔가 없는 건 확실해보인다. 둘러보던 요조라가 휴, 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하지만 곧 코세이의 존재를 깨달은 듯 코세이를 보고 다른 의미가 담긴 듯한 한숨을 짧게 내쉰다. 그리고 말없이 시내로 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586 >>사람이 물 위를 걷고 있어요<<라고 신고할 수 없어서 신고하지 못했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 멋지다니 고마워~ 막상 뛰어들어서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멍… 뭐에 홀렸나? 하고는 추적추적 뭍으로 나왔는데, 뭍에 다른 여성이 있길래 혹시 봤냐고 묻는 장면이 떠오른다~ 후미카는 과연 어떻게 대답을 할지~ 오해이지만 자기때문에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렌을 모른채 하진 않겠지…?(후미카 빠안히)
>>588 스즈즈 진단!! 바다를 더 선호할 것 같아. 워터파크도 좋아하지만 마음껏 수영하기는 어렵기도 하고, 렌에게 일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물론 손님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그래도 바다를 더 선호
수영복은…. 렌은 경기용 수영복은 5부 수영복 딱 붙는 것으로 입고, 안전요원으로 있을 때는 사각 수영복에 그 위에 안전요원 반바지나 티 입을 것 같고. 놀러간다면 비치웨어 바지에 레쉬가드 입지 않을까? 레쉬가드는 자크 올렸다 내렸다해서 벗을 수 있는 걸로. 색깔은 검정에 남색 포인트 들어간 걸 선호함~ 화려한 것들은 민망하대.
>>598 히키주 상냥해... <83 이제 와서 염치없지만, 일상은 가능한 한 될 수 있는 데까지 이어가보고 싶다.. <:3 텀은 장담 못하니까 멀티를 돌리고 싶다면 언제든지 다른 일상을 돌려도 괜찮구... 지금은 몸이 좀 괜찮아서, 손 닿는 데까지 답레 써보려구. 곧 가져올게...!
코로리는 겨우 고개를 움직였는데, 꿈 속에서는 다치지 않는다며 보여준 손바닥을 보고서 한 번 더 굳었다. 다쳤으면 치료를 해야하는데 보건선생님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와, 꿈이라고 하는 거짓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두가지 고민이 박차를 가했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눈 밖에 없었다! 눈꺼풀만 열심히 감겼다 뜨이는게 새로운 거짓말을 생각해내는 것조차 못 하고 있단게 보인다. 코로리가 조금 더 잠이 깼어야 했다.
"히끅."
이런! 신이라는 단어를 들을 줄은 몰랐다. 코로리는 몸을 떨 정도로 놀라더니 딸꾹질을 시작했다! 세이오빠, 보고싶어ー! 인간들이 엄마를 찾는 심정으로, 쌍둥이 오빠를 속으로나마 애타게 불러봤지만 닿을리가 없다. 애초에 불러서는 안 됐다. 신이라는 사실을 들킬 지도 모르는 마당에 아니, 거의 다 들킨 마당에 쌍둥이 오빠가 있단 걸 밝혔다가는 연달아 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게 될텐데! 코로리는 후링씨, 이거 꿈이니까! 의 상처난 손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상처난 손바닥에 닿지는 못 하게, 손가락 하나 끝에 닿도록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정말로 잠깐, 10분, 혹은 5분 정도만 잠깐 잠에 빠트리면 신비한 꿈을 꾸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리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미ㅇ, 히끅."
딸꾹질이 방해된다! 코로리는 후링씨는, 예쁜 후링이니까 이러고 싶지 않은데에! 에게 뻗은 손이 아닌, 남은 다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딸꾹질 소리는 손에 틀어막혀서 조금 줄어들었으나, 딸꾹일 때마다 흔들리는 몸은 숨길 수 없었다. 숨을 고른 코로리는 신이라기에는 좀 하찮았고, 인간이라기에는 신으로는 안 보인다는 점이 괴로웠다. 나 신 맞는데! 위엄있고 존경스러운 신인데! 딸꾹질이 뭐야아!
"미안해, 후링씨."
답을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코로리의 손 끝이 닿아있더라면 아마 잠에 빠지게 될 것이다. 코로리는 급했다.
/ 늦어서 미안해~! 。゚(゚´ω`゚)゚。 능력 쓰는 부분을 어떻게 해야 좋을런지 고민이 많아서 。゚(゚´ω`゚)゚。
흠칫. 날아든 깡통이 가장 전열에 있던 녀석의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 그것은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난입한 여자애의 당찬 모습에 무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느낌으로 놀라고만다. 그러나 놀란 것은 스즈 뒤의 여자아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당장에라도 그 천 안에 봉하고 있던 검을 빼어들 기세를 하고 있던, 도검의 신 말이다.
허나 그런 상황도 잠시, 깡통을 맞은 녀석이 먼저 열을 내며 이번엔 그 장본인인 스즈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어대는 것이다. 그것은 좋은 말 할 때 꺼지라는 전형적인 협박 멘트와, 친구끼리 잘 놀고 있다는 식의 편협한 조롱이다. 무엇이나 그렇듯 한 놈이 물꼬를 틀면 그 뒤는 쉽다. 숨 죽이고 있던 무리 하나하나가 맞장구를 친다.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린다. 흐르는 물을 타듯이 둘을 '바보로 만들 심산'의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장해간다. 어쩌면, 그저 이 부조리를 멈추고 싶었을 뿐인 스즈에게도 손찌검이 향하려 했을지 모르는 일.
"―그대."
그리고 그 공기를 도려내듯 가볍게 내어진 맑은 목소리. 단지 그것 뿐으로, 별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으나 방금 잠깐이나마 시대착오적인 검객의 편린을 느낀 불한당 무리들은 지레 겁을 먹고 움찔인다. 이 좁은 곳에 사람은 많이도 몰려들었으나 '네녀석'들 가운데에 '그대'라고 칭할만한 인격의 소유자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목소리를 낸 그녀는 잠시 작게 입을 벌려 숨을 들이쉬고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친구인게냐?"
순백무구의 어조. 아니, 평온하다 못해 조금의 수줍음까지 묻어있는 듯한 그 얼굴. 즉 이 상황극에서 '곤경에 처한 여자아이'를 하고있는 그녀는, 갑자기 난입하여 사이를 막아선 갸루계 여학생에게 진심으로 그렇게 물으며, 이 상황에서 긴장감도 없이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문득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요조라쪽을 바라보니 무언가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내가 너무 귀찮게해서 화가 났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고 ... 뭐라도 할말이라고 있었던걸까. 그래도 아무 말 안하는 것을 보면 나쁜건 아니었나보다, 하고 자체적으로 납득해버린다. 좋은거던 나쁜거던 원래 얘기를 안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내 좋을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겠단 뜻이다.
요조라가 반 밖으로 나오자 나도 그녀의 뒤를 다시 따른다. 그 와중에도 속닥거리는 말들이 들려왔고 그 얘기를 들어보면 ... 그렇게 영양가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수근거림이 들려오는 쪽을 가볍게 바라보자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만족한 나는 그녀에게 레몬 사탕을 건네주었다.
" 사탕을 좋아하는것 같아서요. "
사탕 싫어하는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분명 처음 만날때 사탕을 꺼내먹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니까 이 사탕은 주면 먹을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처음으로 긍정적인 방향의 소통을 했기에 나름 기분이 좋아서 입가의 미소가 한층 밝아진다. 학교가 끝나서 부활동을 하고 있는 육상부가 보이는 운동장을 빙글 돌아가는 소녀를 그저 맞춰서 따라가본다.
" 슬슬 더워지겠네요. 하복을 꺼낼때가 됐나. "
여름이 부쩍 다가왔는지 해도 길고 기온도 높다. 교복의 기장이 아직까지 길어서 그런가 금방 더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교복 외투를 벗어서 손에 들며 교문을 나섰다. 무언가를 확인하는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요조라의 시선에 맞춰서 주변을 둘러본다. 딱히 특이한 사람은 없어보여서 다시 요조라쪽을 돌아보니 안도의 한숨 같은게 나온다. 그러다 나를 보고선 짧은 한숨이 또 나오는데, 이건 안도의 한숨은 아닌 것 같다.
" 시내엔 왜 가는거에요? 역시 뭔갈 사러가는걸까요~ "
교복 외투를 벗으니까 좀 낫네. 다음부턴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다녀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나는 장보러 가는거라지만 이 소녀는 어디로 가는걸까. 이번 질문에도 대답해줄 것 같진 않아서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끝까지 따라가진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렌은 여전히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채로, 바싹 굳어 눈만 깜빡이고 있는 이 존재가 이번에는 딸꾹질을 하는 것에 조금 맥이 풀렸다. 뭔가 자신이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뭐랄까…. 어린 애를 앞에 두고 겁을 주는 모습이 아닌가. 신이라기에는 너무 위엄없는 모습에, 신이 아니라 요정 같은 게 아닐까 하고 판단을 수정해야하나 고민이 들 지경이었다.
“저….”
렌은 말을 걸어 앞의 존재를 진정시키고자 했으나 그 전에 제 손 끝에 코로리의 손끝이 닿았다. 그러니까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으나 방심하고 있던 렌은 그 손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 미안해, 후링씨
그 말과 함께 렌은 몸이 훅,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무언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정신이 아득해지고, 육체에 힘이 빠진다. 그러니까 잠에 빠져들었다. 영혼이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자 육체는 배터리가 방전된 로봇처럼 훅, 앞으로 고꾸라질 것이었다.
그 앞으로 고꾸라진 육체를 코로리가 받아챘을지, 아니면 코로리가 피해 바닥으로 넘어졌을지는, 일단은 렌에게 닿지 않았다. 렌은, 그러니까 렌의 정신은 이미….
풍덩, 하고 어딘가에 빠졌다. 아니 렌의 의식이 빠졌다. 물 속, 깊고 깊은 물 속에 렌은 가라앉고 있었다. 렌의 시야에는 푸른 물들과 일렁이는 물결, 그 물결 아래로 내려쬐는 햇빛이 투과하는 모습.
렌은 눈을 깜빡 깜빡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뭐지? 꿈일까? 꿈이다. 꿈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꿈…. 어디부터 꿈이지?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을 때부터? 아니면 보건실에 갔을 때부터? 아니면, 신 혹은 요정일지도 모를 존재를 만났을 때부터?
물 속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졌다. 꿈이니까. 그리고 물 속은 긴장되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그랬다. 자신이 현실에서도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릴 적 들었던 말이 마음속에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렌, 너는 물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어.’ ‘응? 왜? 왜요?’ ‘왜냐하면, 너는 물의 사랑을 받는 아이니까. 물이 너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란다.’
어머니는 내 이마를 쓸어넘기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서일까, 렌은 늘 물이 좋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은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이성적인 확신 같은 것.
가라앉고, 가라앉았지만 물 속은 편안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도록 렌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