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소모품 내지 도구로 보았던 신. 제 바람에 따라 누군가를 도구 삼았다는 점에서는 그도 시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오직 그가 누군가를 죽이거나 액운을 퍼지게 하는 신이 아니었다는 점 뿐이다. 어차피 불혹을 겨우 넘겨도 오래 살았다 여겨지는 짧은 인간의 일생, 그 속에 뛰어들 적에도 사십 년 정도면 버릴 이름이라며 가벼이 생각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가약이라 이름 붙인 행위는 애당초 인간들에게 있어서도 거창한 미사(美辭)에 불과했다. 번식기에 접어든 짐승들이 저들 보기에 훌륭한 기준으로 짝지을 상대를 정하듯,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재산, 가문, 권세, 능력, 인간끼리 제 이익을 좇아 짝짓는 일에 저 역시 빈 마음으로 임하는 데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하지만 연이란 것이 제 짐작보다 질기리란 걸 누가 알았겠나. 가짜 이름을 달고 짧은 생을 논하려 했던 젊은 신은, 결국 이 자리에서 평생을 입에 올리며 또다른 이름을 쓰게 되었다.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따로 없다.
"그래, 난 이상하단다. 아무렴 사실이지."
후미카는 시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쩐지 토라진 듯 말투가 조금 뾰족뾰족하니 삐친 듯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이러니저러니 변천했다 읊어대어도 그는 여전히 미숙했다. 지금만 해도 시이의 감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삐치게 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럴 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후미카는 몸을 일으켜 시이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고선, 팔을 들어 시이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 애는 내 아들이었단다. 백 년도 못 산 시간이라 덧없다 넘기기엔 각별한 걸 어쩌겠니."
시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사랑받는 듯한 감각, 그런 계산에서 나온 행동인 것만은 아니었다. 눈꺼풀이 천천히 내리 닫히고 오른다. 눈을 감았다 뜨는 짧은 순간, 지금껏 그저 묵적하기만 하던 눈빛에 미미한 온정이 서리는 듯했다. 그렇게 잠시 있었다. 후미카는 계속 따스하게 대해줄 것만 같았다. 돌연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진.
"날더러 바보라 했으니 위로는 못 해주겠구나. 너도 바보 하렴."
줄곧 보듬어줄 것처럼 굴더니 딱 하고 딱밤을 때리는 것 아닌가. 동작이 급하지 않고 여유로웠음에도 피하기는 어려웠다. 전직 어머니의 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맞으면 꽤 아플 거다. 이유가 어떻더라도 괘씸한 건 괘씸한 거다.
아, 중도작성.. 미안. 저것만 딱 올라오니 내 갱신이 너무 딱딱했을까.. 걱정이네.😶 다름이 아니고 시니카주가 있거나, 시니카주가 오면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해서.
캡틴이 미리 공지했듯 마츠리 일상은 최대 일요일 이내로는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아. 어장은 4개월으로 알고 있고, 조금만 있으면 여름 이벤트인 호타루마츠리인 걸로 알고 있어. 혹시 시니카주가 현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지금 일상을 짧게나마 마무리짓고, 그 이후 시점에 유도후 먹으러 왔다로 넘기지 않겠느냐 제안하고 싶어서.
렌은 자연스럽게 보건실로 들어갔다. 원래 보건실이란 모든 아픈 학생을 위해 열려있는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들어간 곳에 보건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다. 대신,
“…양치기?”
계세요, 라고 물었는데 양치기가 있다고 한다면 대답을 한 사람은 양치기라는 것일까? 보건 선생님은 아닌 여자애의 목소리가 침대들이 있는 곳에서 들리더니 그곳에서 누군가가 눈을 부비적거리며 렌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렌은 눈을 깜빡거리며 그 여학생을 바라봤다. 조금 놀란 얼굴이다. 단순히 그저 여학생이었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눈 앞에 보인 여학생의 머리카락이….
“후링, 이요?”
순간 파란 하늘 아래 반짝이는 후링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도쿄의 아파트에 살 적에도 커다란 통창 유리 앞에 후링을 걸어놨었다. 고층 아파트의 파란 하늘 햇볕 아래 투명한 유리 후링은 알록달록한 그림자를 만들어 냈었다.
아, 마치 후링 같았다. 앞의 소녀의 머리카락이.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눈 앞에 똑똑히 보이는 것을 어떡하는가. 희고 투명한 머리카락에서 다양한 색깔이 아른거렸다.
‘렌. 듣고 있니?’ ‘으응?’ ‘사실 비밀인데, 엄마는 신이란다.’
순간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장난이었겠거니, 착각이었겠거니 하고 지나버린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게 된 것은. 그 때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눈동자가 지금 앞의 소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희고 다채로운 색깔이었기 때문이었다.
“저어,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렌은 비이성적인 광경에, 비이성적인 옛 기억에, 조금은 저항하며 실날같은 이성을 잡아 물었다. 그러니까, 인간 같지 않은 모습에 혹시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이 앞의 소녀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니면 신인지 묻는 물음이 저 평상시같은 물음에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손바닥의 따끔거림은 이미 저 편으로 날아가버린 뒤였다.
/잠시만, 코로리 신폼 머리카락 흰색이었지 참…. 예정에 없던 과거사 튀어나와서 미안;;; 나도 당황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언제 그녀가 가게에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가게에 있는 시간을 알아내서 가겠다! 이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집착할 일도 없고 해본적도 없다. 그냥 어느날 길을 지나가다가 가게에 들렀는데, 그녀가 있다면 부탁하겠단 뜻이다. 상당한 우연이 있어야겠지만 어째서인지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점성술을 주관하는 별의 신의 직감이랄까.
" 잘됐네요! 혼자서 집에 가기 심심했거든요. "
표정 하나 안바꾸고 그저 웃는 표정으로 기쁜듯이 답했다. 리리가 알바가 끝날때까진 집에 혼자 있어야하니 심심하기도 했으니까. 모바일 게임도 하루에 몇시간씩 붙잡고 있을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번엔 정말 순수하게 기쁜 마음이라 그녀의 살짝 뒤에 서서 천천히 따라간다.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거기, 진짜 별 잘보이거든요. "
내가 특별히 별이 반짝반짝 잘 보이게 해놨는데 안가보다니. 이건 좀 시무룩한 일이다. 그래도 미소는 그대로 유지한채 얘기한 나는 그녀가 B반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의 반에 들어가는 것은 실례니까 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난다.
" 뭐야, 3학년이야? 3학년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 " 근데 저 하얀머리, 꽤 유명한 사람 아니야? 맨날 학교에서 잠만 잔다는 사람인데. "
하얗게 새어있지만 윤기를 잃지는 않은 머리가 꽤나 인상이 깊었는지 나는 학교에서 하얀머리 선배로 불리우곤 했다. 뭐, 문제아라면 문제아니까 누군가에겐 알려져있을테고 누군가는 새카맣게 모르겠지. 하루이틀 듣는 소리는 아니기에 그저 시선을 한번 주고서 다시 그녀가 나오길 기다린다. 물론 내 시선과 마주친 두사람은 금세 도망가버렸지만.
" 사탕, 먹을래요? "
반을 나와서 걸어가는 소녀의 옆에 서서 주머니에 있던 사탕 하나를 꺼내서 건네본다. 내 주머니에 항상 들어가있는 썬X스트 레몬 사탕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 중에 하나다. 아무나 안주는건데, 특별히 주는거다.
양치기를 만나서 놀라는 건, 늑대?! 하지만 인간인데ー 의 놀란 표정을 마주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옆으로 느적히 기운 고개를 따라 긴 머리카락도 흘러내리고, 움직임이 있을수록 머리카락은 옅은 분홍이 옅은 하늘이 되고, 보라가 머물던 곳에 노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부서진 유리조각이 반짝이는 것도 같았고, 오팔이라는 보석같기도 하고. 노랗게 타는 붉은 노을빛 눈은 느린 깜빡임과 함께 의아함을 품었다. 양치기라고 해서 놀랄 이유는 없을텐데 생각했다면, 코로리는 다른 부분에서 놀랐을만한 이유를 찾아야했다! 머리카락 색을 신경써야만 했다!
"응, 치링ー 하고 살랑살랑."
후링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따라하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잠, 꼬박꼬박 자고 있나 봐! 다시 한 번 코 끝에 집중해봤지만, 역시 꽃단내는 맡아지지 않았다.
"이자요이 코로리……?"
코로리는 이름을 알려줄 때 꼭 명찰을 보여주었다. 머리카락이 하도 길어서, 앞으로 흘러내려 명찰을 가리고 있는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이름을 보여주고는 했다. 늘 그랬듯이 머리카락을 넘기려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던 코로리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머리카락, 반짝반짝해…? 잠시 멈췄다.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당황한 표정도 짓지 못하고 시간이 뚝 멈춘 것처럼 잠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꿈, 꿈이지?! 꿈인거지?! 꿈이라고 착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실이라는 것이 와닿았다. 잠의 신이, 잠의 부산물과 현실을 구분짓지 못할리가 없다. 뒤늦게서야 코로리는 놀라서 벙찐 얼굴로 후링씨는, 꿈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를 바라보았다.
>>550 힌트를 군데군데 주긴 했지만 역시 맞히기엔 너무 애매모호한 힌트였지 >:3 코세이가 잘 들었으려나
>>551 매 끼니마다 약이 한 종지씩이긴 한데 최소한 목숨은 붙어있는 듯해 <83...
그리고 히키주에게 제일 죄송합니다... <83 갱신도 없이 그렇게 며칠을 사라져버렸으니..
병원에 입원해도 요즘 병원은 핸드폰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느냐, 하고 말씀하실 수 있고 저도 동의합니다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1. 급성 고혈압으로 쓰러진다. 2.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다. 3. 어머니한테 폰을 갖다달라고 한다. 4. 어머니가 네가 쓰러져있는 동안 직장과 연락을 나눴으므로, 핸드폰 몸에 해로우니 푹 쉬라고 한다. 5. 중요한 일이 있으니 가져다달라 한다. 6. 기계전자파만악론자인 어머니에게 의심가득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되물음받는다. 7. 상판이라고 어떻게 말해요. (적당히 둘러대는 것도 안통함) 8. 침묵 속으로 침몰하고 얌전히 책이나 읽게 됨.
이렇게... 됐습니다... 위에서 찾으셨던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집에 돌아왔고 약기운이 방금 깨서 정신을 차렸으니 최대한 빨리 답레를 써볼 생각이지만 히키와 시니카의 일상은 히키주의 뜻대로 해주길 바라. 너무 늦어져서 내가 뭐라 할 말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