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는 작아지고 눈물 웅덩이에 빠질 만큼 조그마해져서 빠진 거니까! 코로리는 더 이상 꺼낼게 없어진 가방 지퍼를 지익 닫아올리고 다시 제대로 돌려 멘다. 선물, 전국방콕협회장님이니까 좋아해주겠지! 더위에 대비해서 시원한 색의 파란 손 선풍기가 블루베리가 되었고, 방안 포근한 향을 더해줄 분홍색 꽃가지 모양 디퓨저가 벚꽃이 되었다. 딸기와 초콜릿은 쿠키세트가 되었고, 고양이는 인형이 되었다! 인형은 뜨개 인형으로, 잠의 신답게 가만 방에 두기만 하면 쾌적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의 크기는 코로리의 주먹 두개만한 크기였다.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방콕을 하면서 쾌적하게 있을만한 선물을 골라보았는데 마음에 들면 좋겠다고 바란다.
"응, 새콤달콤!"
과일 이야기를 하니까 기억난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만나면 알려준다고 했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오렌지야."
다음 선물은 오렌지로 부탁한다는 건지, 딸기와 블루베리는 실패했다는 건지, 어느쪽으로든 오해하기 쉬웠다! 코로리는 그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알 수 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응당 그 반대도 있는 법이다. 요조라가 그랬다. 뭇 사람들 관심 가질 일에 눈길 주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흥미에 관심을 쏟는다. 누군가 그런 요조라를 보고 같은 걸 한다며 다가와도 요조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같아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보이는 것, 표면적인 것이다. 요조라는 다름의 차이를 시리게 알고 있었다.
"오시면, 해주시겠죠... 엄마나 아빠가..."
코세이가 언제 올 지도 모르는데 그 때에 맞춰 요조라가 가게에 나가 있을 지도 모르니, 앞날 모르는 일에 기약은 하지 않는다. 설령 안다 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조라가 그래줄 이유가 없으니까. 정말, 정말 기적 같은 우연이 겹쳐서 마주치게 되면 역시나 형식적인 추천은 해주겠지만.
"네에..."
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요조라가 나름 머리를 굴린 대답에 잠깐의 고민도 없이 그도 장 보러 가야한다며 가던 중에 찢어지면 되겠다던가 했다. 그래놓고 같이 하교하자던가 말한건가? 저것도 지금 지어낸 핑계 아닐까, 싶었지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 요조라는 머릿속에서 상념을 치웠다. 생각하지 말자. 따라오던가, 말던가, 요조라는 요조라대로 움직이면 된다.
"아뇨... 바빠서요..."
그 장소는 잘 이용하냐는 물음에 바쁘다고 한 건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밤마다 그림을 그리느라 바빠서 산책을 못 나갔다. 게다가 그곳은 가볍게 가기엔 좀 멀다. 아마 산책을 나갔어도 갔을지는 미지수다. 분명 안 갔겠지, 같은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요조라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미 대다수의 학생들이 빠져서 적막한 복도를 지나 B반으로 들어간다. 왼쪽 창가의 제일 뒷자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에서 요조라는 가방을 들고 나오며 폰을 꺼내 연락을 확인한다.
"...칫."
얄미운 오빠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작게 혀를 찬다. 그 문자에 느릿느릿 답을 보내고 한 손에 가방을, 다른 손에 폰을 든 채로 요조라는 교실을 나가 이제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었다.
역시나 편지만큼이나 엄청난 선물들이 준비되어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건지 그로써는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말 한마디의 감사로는 부족했던걸까. 선풍기와 디퓨저, 쿠키들과 인형.. 가방안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것 같았다. 인형은 집에 1개 부실에 1개 두는게 좋으려나.
"오렌지였나."
역시 다른 사람이 좋아할만한 걸 고르자고 한 선택은 영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설마 인형은 직접만드신건 아니죠?"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이라면 그것도 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다. 수상할정도로 작은게 어떻게봐도 수제물품같은걸.
>>415 머리카락이 홀로그램으로 빛나는 것만 봐도 사람이 아닌건가? 할 것 같기는 해~ 그런데 그 정도는 네가 잘못 본 거야, 라고 하면 아, 그런가? 할 정도? 확실히 잘못 본 게 아니라고 한다면 몸 전체가 반투명한 느낌에 공중에 떠 잇는 정도면 그렇지 않을까? 아니면, 그런 상태의 코로리를 보고 렌이 ???? 하면서 괜찮은 거냐고 몸을 건들였는데 코로리의 능력 혹은 꿈으로 빨려들어가는 사고가 생긴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서야 오해하기 좋다는 걸 눈치챘다! 다시 허둥지둥, 협회장님 다시 울면 안 되는데! 와 눈을 맞추려고 한다. 눈가가 촉촉해졌나, 울상을 짓고 있나 얼굴을 살피려는 것이었다. 오렌지를 제일 좋아하기는 했지만, 코로리는 제일 좋아한다고 그것만 먹는 것은 아니었고 코로리는 그 변덕이 유달리 심했다. 딸기향 립밤도 잘 쓰고 있고, 블루베리 잼도 열심히 먹고 있는 코로리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시무룩한 표정이 된다.
"저주 인형 아냐?!"
뜨개질이 취미인 코로리에게 인형 하나 뜨는 건 별 일이 아니었다. 몇 년이나 즐기고 있는 취미니까 자수도 놓을 줄 알고 바느질도 꽤나 하니 코로리 기준으로는 가벼운 선물이었다! 그래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고, 저주 인형이라는 오해를 받을 줄로만 알고 화들짝 놀랐다.
"협회장님 좋은 꿈 꿀거야."
협회장님, 고양이니까 고양이 친구 생긴 거라구! 코로리는 이제 자리를 뜨려는 듯이 방글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 막레로 받아줘도 될 것 같고, 더 이어도 될 것 같아 ( ´∀`) 그리고 인형은 하나니까!
>>432 대형사고치기 ( ◠‿◠ ) 코로리, 걸핏하면 그냥 다 재워버릴, 아냐 그러면 안돼! 하니까 엄청 당황하면 놀란탓에 스륵 재워버릴 가능성이 없진 않지! 응, 잠을 잘 잘수록 코로리의 힘이 잘 듣지. 코로리는 잠에서 태어난 신이니까! 꿈내용은 렌이 평소에 꾸는 꿈이어도 되고~!
아소비코쇼들은 총 75명이었다. 시이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비공식적인 기술이 그렇게 되어있다. 그들은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간 시이의 동무가 되어주었으며 액을 받아내어 오오쿠를 지켰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가, 시이의 본질과 맞닿았기 때문에 선택당했다.
시이는 그들이 자신을 알아보기까지 몇 번이고 불렀다. 오오쿠의 복도를 버선도 신지 않고 쿵쿵거리며 교양없이 나다녔고, 때론 금붕어 어항을 일부러 깨트렸으며, 누군가에게 열병을 내리기도 했다.
날 봐달라고.
그러니 시이의 의사소통은 언제나 으르렁거리는 것 뿐이었다. 거기엔 어떤 이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해한다 생각했지만, 그렇게 멋대로 여길 뿐이었다. 시이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짐승의 결심을 듣고, 아리송한 얼굴로 거북이의 눈을 응시하는 것은 그래서다.
시동을 옷 갈아입듯 바꿔대던,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던 것이 얼마나 사려깊겠는가.
"미카쨩은 이상한 사람..."
이내, 시이는 웃음을 짓는다. 배 안에 켜켜이 쌓여가는 꽃잎을 괜시리 만지며, 시선을 돌린다. 막연하게 부러웠다. 후미카도, 후미카의 지아비도, 축제를 만끽하는 사람들도. 나는 왜 그럴 수 없을까?
"모르겠는 말 투성이야. 고작 인간이잖아. 걔넨 어차피 불혹 쯤 살고 나면 알아서 명따라 죽을 것들이야. 일생이라 그래도, 눈 깜박 하면 죽어있다구. 인간 따위가 일생을 바쳐봤자 인간 정도지. 거기에 미카쨩의 평생은 과분해. 미카쨩은 바보야. 이상한 사람두 아냐. 그냥 바-보."
투정을 부리는 듯이, 다소 토라진 억양이다. 시이는 못된 녀석이다. 탐이 나지만 탐난다 인정하면 지는 기분이 들어서, 인간 따위의 일생이 얼마나 무겁겠느냐 말한다. 사랑따윈 필요 없는 것처럼. 그러나 후미카의 질문은 그런 행세를 제대로 꿰뚫었다.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야. 그게 전부야."
그러나 시이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을 하고 지금 이 곳에 있다. 사랑받고 싶어서. 자존심으로 억누르기엔 너무 거대한 욕심의 결정체라서. 결국 입밖에 내고 만다. 사랑받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