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관리자 공지 : 여러분 전에도 말했지만 진행시간 공지, 이벤트 공지, 캡틴 현생 공지사항 같은 거 제발 좀 챙겨주세요. 말했다시피 현생이 있어서 제가 다 못 챙깁니다! 이런 거 왜 챙겨야 하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스레 화력 많을 때 확 치솟기 때문에 누가 안 챙기면 금방 묻힙니다! 그래서 본스레를 자주 정주행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렇게 공지사항을 정산 스레로 옮기는 겁니당!
오늘도 별이 보이지 않는 언덕에 서서 묻는다. 우리들은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우리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 같은 답 없는 질문들을 희뿌연 하늘에 대고 물어갔다. 누구도 답을 알려주지 않고, 알려주는 것도 없다지만 나는 오늘도 하늘을 향해 실컷 소리를 질렀다. 지금의 내 질문들에 머리는 어지럽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누구도 답을 주지 않으니까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으로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고 생각을 이어갔다. 그것이 내게 어울리는 답이라는 것처럼. 하늘을 뚫고 있는 천공의 탑은 처음 본 순간과 같이 웅장한 자태 그대로, 내게 말한다. 네가 바라는 모든 답이 여기에 있다고. 내가 그 답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발 저는 노인과, 눈 먼 여인, 건장한 어린 아이는 어디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습니까? 발 저는 노인의 체력이 떨어지고 나면, 눈 먼 여인의 눈이 잠들 때가 되면 건장한 어린 아이는 어디까지 혼자 걸어갈 수 있을까요? 그러나 저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이 셋이 같이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발 저는 노인은 이런 세상에 흔히 있습니다. 눈 먼 여인의 일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건장한 어린 아이를 찾는단 말입니까?
내 어린 시절을 표현하자면 '이런 시대이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밖에 쓸 수 없었다. 간단히 생각해보더라도 15살의 아이가 2미터의 키를 넘고, 몸무게는 100Kg을 훌쩍 넘어가며 그 몸이 모두 근육으로 차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보고 괴물이라고 말하지 평범하다고 하진 않았을 거다. 그러나 게이트가 열리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시대에 있어서는 큰 키와 몸무게 같은 것은 조금 특이한 특징밖에 되지 않았다. 그 덕에 어린 시절 차별을 받은 기억은 없었다.
"명진아."
그러나 보통의 어린 아이들에겐 자신과 다르단 것만으로 차별의 대상이 된다. 거기에 더해 이런 시대이기에 더더욱, 몬스터란 이름을 쓰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이런 시대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조금만 힘을 쓰더라도 물건들은 가벼우리만치 박살이 났고 친구들과의 놀이에선 아이들의 놀이에 어른이 끼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지혜롭거나 똑똑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우악스럽게 몸이 튼튼하고 강한, 아이에 어울리지 않는 건장한 아이가 나였다.
"명진아?" "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풀이 죽었니?"
국화를 닮은 듯 보이는 사서 선생님은 그런 내게 아무런 차별 없이 다가오는 분이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기보단 놀기를 좋아했고, 게임을 더 좋아했지 책을 좋아하진 않았으니까. 타인과 접근하는 것에 꺼려했던 내가 도망치기에는 도서관만한 공간이 없었던 것 같다.
"왜 저는 이런 몸을 가지고 태어났을까요?" "네 몸이 어때서? 선생님이 보기에는 아아주 건강하고, 튼튼한 몸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그렇잖아요. 제가 가볍게 치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은 다치고, 부러지고, 친구들관 다르게 큰 키나 몸집도 그렇고.." "그랬구나."
아이의 투덜거림을 듣기에는 바쁠 시간임에도 사서 선생님은 내 말에 자주 귀를 기울이셨다. 아이들을 혼내주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행동은 없으셨지만 단지 내 말을 듣고 내 모습에 부정하지 않으신다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의 내겐 충분한 도움이었다.
"하지만 명진아. 너 과학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아니?" "네. 이종족이시라고 들었어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어떻게 놀리는지도 알고?" "키 작은 땅딸보 맥주병.."
그 말을 들은 사서 선생님은 즐거운 듯 미소를 만개하셨다.
"우리들은 과거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어. 과학 선생님의 외모가 다른 것으로 차별할 수 없는 시대란다. 외모는 누군가의 개성일 뿐. 외견은 누군가의 특징일 뿐. 그 모든 게 너를 결정하지는 않아." "하지만 저는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어요." "학교라는 공간은 작은 사회라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작다는 부분에선 이해할 수 있지만 사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 학교는 그저 작은 울타리 같은 것일 뿐이야. 너희들을 둘러싸고 보호하고, 바깥에 대해 알려주는 울타리란다. 꼭 이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네 친구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풀 죽은 어린 내 등을 쓰다듬으며, 선생님은 짠 하고 등 뒤에서 사탕을 꺼내곤 하셨다. 그것을 받아 입 안에 굴리면서 사탕이 주는 단 맛에 기분을 풀어내면 선생님은 웃으며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곤 하셨다.
"선생님." "왜 그러니?" "그럼...이 학교 바깥에는 저와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 많을까요?" "물론."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요?"
그 물음에 선생님은 천천히, 입을 떼며 얘기했다.
"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
눈을 꿰뚫는 것만 같은 섬광이 나를 찔렀다. 그 빛의 너머에 있는 윤곽을 볼 수는 없었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공간을 마치 거대한 빛이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하듯 빛을 내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빛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온 몸에 스며들어 내 숨을 가쁘게 만들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만한 행복감이 온 몸을 채웠다. 큰 웃음을 터트리며 나는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숨이 차지 않았다. 계속, 계속, 달리면서 그 끝을 향해 뛰어갔다.
- 고마워. 역시 너야! - 너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 - 뭐래. 너 없으면 안 됐을 거야.
수많은 인정과 축하, 친밀한 표현들과 함께 나는 한참을 앞으로 내달렸다. 점점 숨은 가빠져왔고, 이제 앞에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기만 했다. 누군가에게 내게 감사를 표현하고, 누군가와 친교를 나누고 있다. 그 감각이 주는 만족감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미친듯이 내달렸다.
"의념 각성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랜 시간 각성자를 다뤄왔다는 의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그래프들을 보며 말했다.
"아드님은...훌륭한 각성자가 되실 것 같습니다. 보통의 의념 각성자는 각성 직후 건강으로 대표되는 능력의 판도가 D에서 B의 사이에 결정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능력치가 평균 이상으로 그래프가 형성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의사로써는..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습니다만."
의사는 나를 바라보곤, 신기한 듯 말을 이었다.
" 기적의 세대로 대표되는 3세대 주축 각성자. 그 중 악식惡食 최경호가 아드님과 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히 예측하자면.. 아드님은 워리어로 대표되는 가디언으로써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이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그 말은 들은 부모님은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어쩌면 저희 병원에선 미래의 영웅을 본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 말씀은..?" "아마 곧 스카우터의 방문을 염두에 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내 팔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셨다. 누구보다 아들의 다름을 걱정했던 어머니였으니까. 아들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곤 하셨으니까. 그런 아들이 인류 최고의 방패인 가디언의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 어느 부모가 안도하지 않을까. 그리고 의사의 예상은 빠르게 적중했다.
"Здравствуйте(안녕하세요). 태명진 씨. 맞으십니까? 저는 러시아 이바노 아카데미의 스카우트 책임자 이바노프 이사예프입니다. 피차 제가 무슨 말을 할 지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감에 찬 표현으로 내게 말했다.
"이바노 아카데미로 오십시오. 최고의 가디언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의 붉은 곰, 예카르 비토보르비츠의 모든 노하우와 기술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저희 이바노 아카데미는 감히 말하건데 당신과 같은 뛰어난 워리어의 자질을 가진 이들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한 장의 명함을 내게 내밀며 그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부터 저희만 의견을 표현한다면 비교하실 수도 없겠죠. 아마 곧 다른 스카우터들 역시 명진 씨를 찾을겁니다. 그 날이 오고 나면 오늘의 저를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저. 이바노프 이사예프는 누구보다 먼저 당신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다른 어느 아카데미와 비교하더라도 당신을 최고의 가디언으로 키워낼 수 있단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이었다. 선생님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날 인정하고, 나에게 자질이 있다고 한 것은. 명함을 품에 넣은 채로 나는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며 고민했다. 나는, 훌륭한 가디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환호받는 가디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운명은 순탄한 길을 바라지 않는다. 불과 물 속에서 더 나에게 단단해지라는 듯. 시련은 나도 예상치 못할 타이밍에 숨 아래까지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