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있는 것이다. 앞에서는 차마 부딪히지 못해 뒤에서 칼을 숨기고 있는 자들이. 스스로의 말씨에 있어 상냥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알고있다. 태도가 완고해 사사건건 참견 하는 것도 알고있다.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있다. 등지에서의 험담이라면 종종 들려온다고 하지만, 증오를 품은 무리를 모아 이렇게 면전에 찾아 오는 것을 탓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용기가 가상하다며 칭찬해야 하는 걸까. 신으로서의 시로하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그러지 못한다. 앙금이 있다고 가는 길을 틀어막고 억지를 부리는 것 또한 용납해주어야 하는가? 옳고 그름은 따짐 없이 듣기 좋은 말보다 듣기 싫은 말을 하고 있다. 아니, 사실은 이런 류의 집단 보복을 하기에 지당한 이유일 것이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순한 편이지 않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타메시기리라는 이름으로 스러진 인간의 넋이 얼마나 많았던가. 칼이라는 물건, 본디 뽑지 않을 때에 가장 의미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
'가끔씩은 처지를 깨닫게 해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구나...'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휘두름이 나았던 때가, 종종은 그리워지는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래도 서당개가 삼 년 정도면 풍월은 읊는 줄 안다고. 인간들의 통념으로는 여기서는 거드름을 피우는 것보다 적당히 듣는 척을 하는게 상황 호전에 좋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신의 특유의 '영험함과 자애로움'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생각했을터인, 도검의 신의 심기를 마침 건드리는 말.
썩을 꼬맹이가.
지금, 시로하의 눈썹이 유감없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꿈틀거렸다. 숨을 깊게 들이내쉼에 품 속에 있던 천에 싸인 물건이 달싹거리며 움직인다.
"전부 지껄였느냐."
지리멸렬히 쏟아지는 어거지들을 뚫고 운을 트는 것은 그런 첫 마디였다.
"그럼 적당히 비키거라. 이런 곳에서 쓰잘데기 없는 소란 피우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품 안에 들고있던 막대를 손으로 옮겨 쥐어 편안하리만치 축 늘어진 그녀의 양 어깨. 누가 보아도 퍽 무해한 자세.
"죽고 싶은게냐?"
거기서 이어진 직설적인 말에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잠시 형성된 그 공간 속에서 그들은 놀랍게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왜소하기 그지없는 맹인 소녀에게 순간이지만 기세로 압도 된 것이다. 죽음을 입 밖으로 드러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더 살갗으로 와닿는 것. 어엿한 검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감인 검의 '간격'이라는 것을, 칼이라곤 식칼 정도가 고작일터인 현대 일본의 청소년이 잠시나마 느낀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은 자각하지 못 할 것이다. 무엇이 자신들을 덮쳤으며, 당초 무엇에 작아지고 말았는가? 이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상정 외의 사고는 대비할 수 없고 실질적인 위협이란 필시 그런 것이다. 그들은 잠깐이지만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발끈하여 외려 목소리를 높히며 다가온다. 한 발짝, 두 발짝, 바로 코 앞까지. 키의 절반쯤 될락말락하는 여학생을 상대로 집단지어 큰 소리를, 손을 높히려 한다. 일촉즉발이란 것은 그런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이었다.
>>736 잠깐 생각해봤는데 지금 이상이라면 아마 경멸의 수준이 아닐까... 싶어서 역시 관두는 걸로~ 청춘일상물에 이런 하드한 건 맞지 않지 그럼그럼 :3 난 디폴트값 유지만으로도 벅차서 만약의 상황은 사실 생각하기가 어려워~ 흐름상 요조라가 그렇게 변해간다면 생각도 자연스럽게 바뀌겠지만 아닌 상태에서 상상하려면 에...난닷테(멍청)해진다구~ 그래서 진단도 가능한 지금으로 대답 가능한 것들만 하는 편이구~
>>738 말거는 것만으로도 경멸 가능할거같ㅇ아니아니아니 이건 그만 생각해야해~~ 잘못하면 영향받는다구~~ XD 어렵지만 시작부터 이미지를 확실하게 잡았으니까 괜찮은거 같기도 해~ 일상 때마다 살짝 불안할 때도 있지만 뭐 아직 캐붕은 안 했으니까~ 요조라가 바뀌는 모습? 어~ 진행하다보면 될거 같기도 하고, 엔딩때나 나올거 같기도 하고? 근데 뭐 이제 겨우 봄 다 지나가는 시점이니 뭐라 말하긴 섣부르지~ 확실한건 어떤식으로든 변화를 받게 만들었다는거~
아이구 벌써 세시반이야; 잠은 안오지만 일단 누워는 봐야겠다... 코세이주도 얼른 자~ 자고일어나서 봐~
세이, 벚나무잖아. 벚은 봄꽃이잖아! 봄꽃이 피면 봄이잖아! 여름이 늦었으면 좋겠다면, 계속 벚꽃 머리띠를 하고 있으라는 소리다. 가만 열심히 꽃꽂이 해둔 밪꽃송이들을 바라보건 코로리는 다시 코세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민다. 이번에는 정말 코세이를 화면에 담고 있었고, 아까 전 실패해버린 장난을 칠 때의 코세이를 따라했다. 브이를 그리긴 그리는데 쭉 내밀어서 카메라에 담기도록 한다. 세이브이! 하고 고개를 기울이니, 방긋 웃는 얼굴이 휴대폰 너머로 나타난다. 코세이가 브이를 그리면 바로 찰칵! 이어서 라인으로 보내줄 것이다.
"나는 세이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 거 뿐인데에."
역시 이럴때만 오빠다! 시무룩하니 눈을 내리깔고서 눈꺼풀 깜빡이는 것만 보여준다. 분명 편의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단순하다고 해야할지, 오히려 종잡을 수가 없다고 해야할지 과자를 한아름 안고서 신나있다.
"착한 동생이니까 과자로 신데렐라 만들지."
내 마법은 열두시에도 안 풀리지만! 하늘에 어두움이 찾아오면 잠에 들 시간이 다가온다. 하루의 끝이자 시작 열두시에는 한창 자고 있어야하는 시간! 양귀비를 위한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세이 부탁인데! 세이니까 별이 좋을지도 몰라ー. 양귀비를 잠의 마법에 걸린 신데렐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고, 그 댓가로 과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반마아안?"
말끝이 녹아내린 치즈처럼 주욱 늘어난다. 전부 다 사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이 전해진다. 코로리는 과자 코너의 진열대로 돌아간다. 어느 과자를 포기할 것이냐! 품 안의 과자와 진열되어 있는 과자들을 이글이글 번갈아 노려본다. 진열대에 놓이고, 새로운 과자와 품 속의 과자를 바꾸고, 과자를 진열대에 놓으려다 머뭇거리고, 과자 걸러내기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품안에 한아름 안고 있다기에는 부족한 양의 과자들을 안고 있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가버렸어! 이정도면 괜찮은지 허락받는 듯 코세이의 옆으로 돌아와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