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학교가 시끌시끌하다 싶더니 그 이유를 이제 알아버렸다. 마니또 이벤트가 열린다나 뭐라나. 맨날 학교에서 잠만 자는 나였기에 딱히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누군가의 꼬드김으로 인해서 결국 참여하고 말았다. 내가 주는 사람도 있고, 나에게 주는 사람도 있을텐데 ... 내가 주는건 그렇다치고 항상 학교에서 잠만 자고 있는 나에게 뭐라도 줄껀가 싶었지만.
" CDP? "
어느날 마니또 선물이라고 온 것은 약간 연식이 있어보이는 CDP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CDP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고, 애초에 이 CDP에서 음악을 나오게해줄 CD가 나에게는 없었기에 마음만 주는 선물인가 싶어서 가방에 잘 넣어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날의 선물을 받고서야 왜 CDP를 선물해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 이걸 들어보라고 준거였구나. "
CD를 앞뒤로 뒤집어가며 확인했지만 어딘가 앨범에 들어있을법한 CD는 아니었다. 그냥 비어있는 CD에 따로 음악을 넣어둔 모양새라 무슨 노래가 들어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자고 나중에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가방에 넣어두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어서 다른 CD가 선물로 온 것을 확인해서야 어제 받은 CD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와서 방에 들어간다. 언제나처럼 천구가 떠있는 방에서 침대에 몸을 던진다. 오늘은 유난히 손님이 많아 힘들었고 너무 말을 많이해서 그런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리는 해둬야하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켜 구석에 던져둔 가방을 가지런히 두려고 했다.
' 투두둑 '
하지만 가방 지퍼가 열려있던걸 못봐서 그런가 내용물이 쏟아졌고, 그 중엔 선물로 받았던 CDP와 CD 두장도 있었다. 아, 이거 받았었지. 기왕 받은거 들어나보자는 생각에 방에 있던 스피커에 CDP를 연결하고 CD를 넣어본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고 쪼그려 앉아서 음악을 들어보던 나는 살짝 웃으면서 생각했다.
' 나쁘지는 않네. '
오늘은 이대로 잠들까했지만 음악을 들으니 좀 힘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혼자 들으라고 했으니 방에서 작게 틀어두기로 했다. 방을 지나가던 리리가 들어와서 같이 듣는다면 그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잔잔한 음악소리와 함께 나는 의자에 앉아서 천구를 바라본다. 동쪽의 백조자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슬슬 여름이 오나보다.
아직 전해지지 않는 세번째 안녕, 협회장님! 나는 요즘 협회장님이 내 주변에 있지 않을까ー 의심하고 있어. 딸기 편지도 블루베리 편지도 누구한테 보여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과일 친구 선물을 피해간 거냐구. 편지를 적고 있을 때 옆에 있었던 거 아닐까?! 협회장님이랑 같은 반인 건 아닐까?! 달콤상콤협회장님으로 만들 기회였는데 고양이가 돼 버렸잖아. 정체가 궁금해지는 고양이가 된 거라구! 그런 고양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기는 한데. 협회장님은 체셔야?
오늘의 편지지는 검은 고양이가 그려져있는 거로 골랐어. 고양이가 그려진 편지지는 종류가 다양해서 어떤 고양이로 할까 고민했는데, 나는 검은색을 좋아하니까 검은 고양이야. 협회장님은 무슨 색 고양이야? 협회장님이 누군지 알게되면 맞출 수 있을텐데!
나는 협회장님을 보지도 듣지도 못 하지만, 그래도 협회장님이 전해주고 있는 물건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구. 아직 봄인데도 겨울나기는 벌써 끝났어! 그러니까 보인다라고는 자신 못해도 닿는다고 자신해도 돼. 나, 책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니까 책은 엄청 많이 보지만 정작 읽지는 않아. 자고 싶으니까! 하지만 협회장님이 준 책은 읽고 있다구. 물론 몇 장 안 읽었어! 근데 벌써 고양이랑 나랑 같은 점을 찾은 거 있지. 같은 점이 뭔지 만나면 알려줄 수 있을까? 알려주고 싶은데 못 알려주는 이상한 일이 있어. 협회장님이 정말 체셔라서, 약속 하나 해주면 알려줘도 괜찮겠지만!
책이랑 친해져서, 협회장님을 만날 때까지 책을 뒤짚어 덮는게 목표야. 그럼 목표 달성해서 만날 때까지 나 힘내! 협회장님은 체셔가 될 수 있게 노력하면 재밌지 않을까? 무표정한 얼굴 말고 웃는 얼굴 고양이 하는 거야. 협회장님도 힘내서 만나자!
분명히 자신은 이번 마니또에 참여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야 참여를 하고 싶었으나 어쩌겠는가. 학생회 멤버들은, 특히 자신은 마니또를 짝지어준 이였는데. 물론 어디까지나 공평하게 사다리타기로 결정했다고는 하나 자신이 참여를 하게 되는 시점에서 자신은 자신의 마니또가 누구인지 알 수밖에 없었으니 마니또의 의미가 없었다. 듣자하니 마니또는 어디까지나 비밀 친구인 모양이었으니까. 학생들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만큼 좀 더 교류를 하고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최한 이벤트에 자기 자신이 바로 끼이는 것도 참 이상한 노릇 아니겠는가.
허나 그런데 이건 뭐란 물인가. 페로로로쉐. 씹는 맛이 있는 그 고급 초콜릿이 아니던가. 이걸 자신에게 선물한 것이 누구인진 모르겠으나 아키라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마니또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울 것 같아서 보냈다라. 물론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자신에게 이런 것을 올 것을 바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름조차도 쓰여있지 않고 기본적인 데이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 찾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달콤한 것을 버려야 할 이유는 없었다.
천천히 씹으니 아삭아삭한 맛과 더불어 안에 녹아있는 초콜릿이 입 안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아 상당히 달았다. 편의점에서 판 것이 아니라 제법 고급진 곳에서 산 것인지. 아니면 편의점 산인데 우연히 고급산이 들어온건진 모르겠으나 달콤한 것이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달콤한 것은 먹기 힘들었으나 이 정도면 초콜릿으로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선물해주는 이도 있으니 좀 더 노력해야겠네. 고마워요. 누군지 모를 분."
아무도 듣지 못할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며 아키라는 페로로로쉐를 하나 더 입에 집어넣었다. 이건 다른 학생회 멤버들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자신에게 온 마니또 선물이었으니 오로지 자신의 것이었기에.
/그냥 짧게 독백을 한 편 올리면서 갱신할게요!! 이제 하루만 더!! 금요일! 주말엔 놀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