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가만 보니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나는 실로 상관이 없어서, 이곳에 세명 낑겨 타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림이 조금 이상하긴 하겠다만야 원래 그렇게 서로 붙어서 출렁거리고 있으면 없던 사랑의 감정도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들어는 보았나. 흔들... 오리 효과.
"와-! 내려와 주셨네요!"
나는 그게 기뻐서 마구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한 명이 불연듯 이상한 말을 하며 떠나는 것이 아닌가. 그 인간이 남긴 말이 기묘한지라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기억 속에 세겨두기로 했다. 연애 사업 잘하라니. 정황상 나에게 한 말은 아닌데 참으로 오묘하다. 나에게는 덕담과도 같은 말이였다. 좋아. 느낌이 좋다. 이렇게 친구도 소개받고 나중에는 부모님에게도...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건 아니고요. 마침 발견했는데 같이 탈 사람 없나 살펴보고 있었어요."
나는 입으로 짜잔 소리를 내며 오리배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마츠리 기간에 운영하다 두고 갔나봐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수하기 귀찮았나보죠." 나는 나의 추측을 그에게 늘여놓았다. 일단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고 버려진지 얼마 되지 않아 더럽지도 않았다. 나는 내 앞 인간의 교복 자락을 꽉 쥐고 붙들었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실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래서 그런데 같이 타주실래요? 저 혼자 발길질하기에는 너무 버거워서요."
나는 내 힘 없는 다리를 강조하기 위해 다리를 올렸다. 과하게 마른 편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길다란 대신 얇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나는 다리를 사용하는 것에 미숙한 편이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미 희미할대로 희미한 양심이었지만, 아무튼 거짓으로 죄책감 생길 일은 없단 소리였다. 나는 햇볕이 내리쬐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한껏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싫으시면 뭐, 괜찮아요. 저 혼자 오리배타고 저 혼자 밥을 먹고 저 혼자 영화를 보고 저 혼자 노래하다가 루저 외톨이되는 것 말고 큰 일 있나요."
그리 말하며 나는 교복을 잡은 손을 꽉 쥐었다. 지금 보니 맹금류의 발가락처럼 억세보이기도 한다.
실컷 장난이나 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되니 이죽거리는 표정이 된다. 살아온 기간이 손가락 하나에 100년으로 잡아도 못 샐 정도인데 쉽사리 당해줄 내가 아니다. 물론 당해줄때도 있고 나도 예상못한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 그저 귀여운 여동생이 하는 일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길뿐이다. 어차피 이 표정도 내가 머리 몇번 쓰다듬어주자 풀어지는 것을 보면 결국이 장난이 치고 싶었던거다.
" 확실히 낮엔 덥다고 느낄만큼 여름이 다가오긴 했네. 이번 여름엔 거실에서 에어컨 틀고 자야겠다. "
주로 자는 시간이 낮인 우리 쌍둥이는 덕분에 태양의 은총을 한껏 받으며 잘때가 많다. 그래서 은총에 못이겨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런 불상사는 방지하기 위해서 에어컨이 설치 되어있는 거실에서 주로 지낼 생각이었다. 에어컨 틀어두고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잠들면 ... 배탈나겠지?
" 착한 동생인데 오빠를 자연스럽게 범죄에 끌어들이는거야? "
라인 프로필을 바꿨다고 자랑하면서도 나도 공범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는게 참 내 동생답다. 하지만 어째선지 밉지는 않아서 웃고 있던 표정 그대로 고개를 끄덕인다.
"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흘려들어도 괜찮아. "
잠의 신이니만큼 자칫하면 영원히 잠에 빠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조심스럽게 부탁한 것이고, 리리가 무리라고 한다면 그걸로 수긍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쪽에 대해서는 나보다 내 동생이 더 잘 알고 있으니까. 편의점 얘기가 나오자마자 와다다 달려간 리리는 내가 사라는 말과 함께 쪼르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 그거의 반만 사자. 너무 많아. "
먹고싶은걸 사라고 하면 꼭 저렇게 한아름 안아들고 있더라. 신선식품이 있는 쪽으로 가서 우유 한병을 집어들며 말했다. 나름 저렇게 들고 있는게 귀여워서 다 사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한달 생활비에는 제한이 있으니까 ... 먹는 것에 아끼지 않는다고 해도 쓸 수 있는 생활비 안쪽에서 낭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