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 다른 것은 제치더라도 열반- 과 그 반대. 라는 개념이 포함되고 이름에 무상 들어가는 시점에서, 으응. 물론 내 지식도 오타쿠적 야매지마안, 신불습합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해서. 으응 자려고 생각해서 이 이상은 다음에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할까. 히키 또한 눈目의 신이라면 신이라 내적 친밀감도 사실 있어. 이야기하고픈 것 많아아
흔하지 않은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 수업이 시작할 무렵, 요조라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찹쌀떡도 초콜릿도 깨끗이 정리해서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 있었다.
다시 나타난 건 종례가 끝나고 반 아이들 대부분이 귀가하거나 부활동을 하러 간 후였다.
느릿느릿 교실로 들어온 요조라는 가방만 챙겨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분명, 점심 때까지만 해도 없던 뭔가가 자리에 있었다. 편지와 포장된 키링. 포장 속 검은 고양이가 요조라의 새까만 눈에 비친다. 손에 들고서 주변을 두리번 거려봤자 교실에 있는 건 요조라 뿐이다. 다시 두고 갈까, 챙길까, 고민하다가 가방에 쑥 찔러넣고 느릿느릿 교실을 빠져나갔다.
평소라면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해 느긋하게 귀가했겠지만 오늘은 가는 길 중에서도 가장 빠른 길을 택한다. 그래봤자 요조라의 걸음이 빨라지진 않으니 귀가하는 시간에 큰 차이는 없다. 결과적으로 평소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요조라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원복을 입은 오빠 마히루와 엄마 유우히가 맞이해온다.
"어서 오렴. 요루. 오늘은 일찍 왔네?" "그러게. 천하의 게으름뱅이가 왠일이래."
포근한 인사를 해주는 엄마에겐 다가가서 포옹을, 얄밉게 깐족대는 오빠에겐 손톱 세운 꼬집기를 시전하려다 만다. 안 했는데 호들갑 떠는 마히루를 희게 째려본 요조라는 흥, 하며 카운터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곧 저녁 차릴테니 쉬고 있으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가족들만 드나드는 통로를 지나 가정집으로 들어가면 다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간다. 2층에서도 가장 볕이 잘 들며 하늘이 잘 보이는 방. 그 방이 요조라의 방이다.
"으엥..."
오롯히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건 가방을 팽개치고 침대에 다이빙이다. 낮에 엄마가 말려놓았을 이불에서 희미한 볕냄새가 나며 푹신하게 눌리는 감각이란. 엎어진 채로 꾸물꾸물 돌아다니다가 발라당 몸을 뒤집으면 열린 문가에 선 마히루의 모습이 보인ㄷ...
"뭐야..." "저 저 다 큰 꼬맹이가 하는 짓 봐. 옷도 안 갈아입고 대뜸 드러눕긴." "...히루, 변태야...?" "아니 왜 그렇게 되는데?!"
벌컥 화를 내는 마히루를 보고 요조라는 한방 먹였다는 생각에 키득키득 웃는다. 그 모습을 보고 마히루는 어이 없어하며 혀를 찬다. 쯧쯧, 소리를 내며 마히루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요조라가 그 손을 보고 뭐냐는 시선을 보낸다.
흐아아암. 대답하다 말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요조라를 보고 마히루는 이제 없어질 어이도 없었다. 으이구 이것아, 라는 어머니나 할 법한 소리를 하며 편지와 키링을 요조라의 배에 던져줄 뿐.
"보낸 사람 성의가 있는데 좀 재깍재깍 읽어라. 어? 저래가지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고 인간관계는" "아... 히루, 시어머니 같아... 잔소리 싫어..." "저걸 확 그냥. 어후. 내 속만 터지지. 저녁 먹기 전에 읽기나 해. 또 깜빡하지 말고." "내 마음이야... 히루, 바보..."
한바탕 소란을 떨고 나가려던 마히루는 뒤늦게 물으려던 것을 물었다.
"야, 이거 맛있든?" "어어... 맛있대..." "뭐?" "맛있다고..." "대답을 영 이상하게 해. 하여튼. 알았다. 부르면 저녁 먹게 곧장 내려와."
그 말을 남기고 내려가는 마히루의 뒤로 요조라는 혀를 빼꼼 내민다. 들킬새라 얼른 다시 넣고, 마히루가 꺼내 준 편지를 조심조심 펼쳤다.
"흠..."
천천히 편지의 내용을 읽고, 키링을 보고, 다시 편지를 본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이상한... 사람이네..."
자신이 어딜 봐서 검은 고양이를 닮았다는 걸까. 검은 고양이는 불길함의 상징인데, 혹시 그런 의미? 빙돌아 비꼬는 의미?
"어렵네... 그래도..."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책장에 장식해두기로 한다. 키링이니 가방에 달고 다녀야겠지만, 그랬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질 가능성이 더 높았으니까. 요조라는 다시 꾸물대며 일어나 키링을 장식할 책장으로 다가가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어 키링을 들고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너무 얕지도, 높지도 않은 천장은 최근에 새로 건 그림과 잘라낸 사진집들이 붙어있었다. 너른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마히루와 티격대면서 저녁을 먹고, 이후엔 가족들과 시간을 좀더 보내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부모님이 잠자리에 드시고 마히루는 마히루의 방에 들어가고나면 이제 정말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그 시간에 요조라는 이젤을 펴고 빈 캔버스를 건다. 희고 깨끗한 화폭 위를 손으로 한번 쓸어내며 무엇을 그릴지 천천히 연상시키고 나면, 그 다음은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다.
해가 저물어 어둑한 하늘에 떠오른 달이 기울어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달과 자리를 바꾸어 나타난 해가 동쪽 하늘에서부터 세상을 희게 밝아올 무렵, 빈 캔버스는 더이상 빈 것이 아니게 된다. 밤하늘 가득 떨어지는 유성우를 언덕 위에 홀로 앉아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가 있는 그림으로 가득 채워졌을 테니까.
코로리는 링고아메를 와삭 와사삭 깨문다. 이번에는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며 깨물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과자가 들으면 안 된다느니 손가락을 입술 위에 갖다대며 쉬잇 조용히 시키던게 모순적이다. 하지만 양귀비 꽃밭이 사라질 날이 언제 오겠느냐구! 매일매일 벚꽃만큼 못난 양귀비가 피었다구, 오늘은 마츠리니까 봐준다아! 입안 가득 링고아메를 와삭거린다. 꿈은 사랑스럽지만 꿈 때문에 안 자는 건 안 사랑스럽다구. 내가 물레를 만들 수도 없는데!
"그럼 산타클로스 물려줘야지ー"
꽃꽂이에 집중한 눈과 손, 이를 막으려고 코세이의 손이 들리면 귀신같이 알아채서 흘겨본다. 집 갈 때까지는 절대 터치 금지! 봄의 산타클로스씨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선물이라기에는 장난치고 즐거워하는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뿌듯하게 만족스러워하는 입꼬리가 생글생글인다.
"세이는 이제 벚나무야. 여름 올 때까지 지면 안 돼!"
휴대폰을 꺼내들어 카메라를 키고 코세이에게 가까이 들더니, 브이! 코로리도 브이 모양으로 손을 들면서, 코세이가 따라 브이를 그리는 걸 유도한다. 예쁘게 벚꽃 머리띠를 만들어준 쌍둥이를 사진으로 남기려는 것 같은데 아뿔싸! 코로리의 카메라는 셀카모드였다. 코세이가 브이를 해줘도 안 해줘도 찰칵 셔터음과 함께 사진은 찍힐테지만, 완전 공주님처럼 잘 나왔다! 하면서 보여주는 사진 속에는 코로리의 셀카만 있을 예정이다.
"그럼 악몽 선물할ー 청룡신님도 레고 밟는 꿈은 싫어하겠지?"
레고 밟는 꿈, 새끼발가락 찧는 꿈, 지퍼 고장나는 꿈, 유선 이어폰 엉키는 꿈, 화장실 갔다 나올려고 보니 휴지 없는 꿈, 냉장고에 넣어뒀던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으려고 봤더니 딸기만 사라진 꿈, 새 신발 신고 나왔는데 비 오는 꿈, 기타 등등이 코로리의 악몽 리스트에 있었다. 다행히 청룡신님이 악몽 꿀 일은 없겠다! 졸업하면 당장 신계로 돌아가나 싶었는데, 코세이가 데려갈 생각은 없다고 같이 있자고 해주었기 때문이다. 무슨 악몽을 꾸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더니 금새 방글방글 웃는다. 링고아메가 더 달아진 거 같아ー.
"양귀비 만났어?"
양귀비를 재우는게 원래 코로리의 업! 거기에 코세이의 부탁이라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멋드러진 오마모리는 만들 줄을 몰라서 고민이 깊어진다. 갖고 다니든 침대 맡에 두든 해야 효과가 있을테니!
안녕, 협회장님! 협회장님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이 편지는 전해질 일 없겠지만 미리 쓸 거야. 전해주겠다는 다짐이야! 언젠가 망망대해를 건너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예쁜 유리병에 담아서 바다에 보내면 받을 수 있을까?
아무튼! 나는 협회장님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편지 쓰는 이유는! 선물을 받았으니까 답례를 하고 싶은데, 누군지 몰라서 답례 못 하잖아. 그래서 감사 편지 적어야지ー 해서 예쁜 편지지 샀어. 협회장님 딸기 좋아해? 립밤에서 딸기향이 나서 딸기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편지지도 딸기 무늬야. 귀엽게 생긴 딸기한테 상처낼까봐 엄청 집중해서 편지 적고 있어. 한 장 밖에 안 샀단 말야! 아니면 내가 딸기를 좋아할 거 같았을까. 무슨 과일을 제일 좋아하는지는 협회장님이랑 만나게 되면 알려줄래!
근데 협회장님,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쉽지만 다음기회를' 이라고 했지. 선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협회장님한테 계속 선물 받을 수 있어? 나 그러면 선물 마음에 안 든다고 백번도 말할 수 있어. 백번 정도 선물 받으면 협회장님의 정체, 탄로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하지만 백번이나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협회장님 마음이 산산조각나겠지! 깨진 유리에 다치면 아프니까 안 그럴게.
그러니까 나는 요즘 협회장님 덕분에 매일매일 딸기 먹는 기분이야! 고맙다고 말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협회장님 정체 알아내볼게, 협회장님도 정체 들킬 수 있게 힘내!
🍓코로리로부터!
/ 독백이라고 해도 되나?! 싶은 마니또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하면 전할 수 없는 편지 (´∀`) 코로리의 가방 구성분에 딸기향 립밤이 추가 됐대~!
"네에, 만나서 반갑습니다... 밤의 머나먼 길잡이. 중개의 일 맡은 타에마누시라 하지만요, 인명으로 말하면 우스아카리 에니시. 부를 호칭 이제 생겼지?"
살갑지 않은 모습을 보면 역시나 길잡이는 밤에 잠드는 일조차 마음껏 못하는 모양이었다. 주행성의 학생과 어울려 지내려면 그것도 참으로 고생이다. 그나저나 신사도 그렇다 할 신도도 지니지 않은 신이라, 이것 참 신직의 신으로서 난감하다면 난감하다. 그나마 기록으로 조금이나마 흔적 남은 데에, 세상에 별 우러르지 않는 인간 없음으로 어깨 펴볼 수 있는 것이다. 타에마누시를 슬며시 미간 좁히게 하는 신, 이것 귀하다. 아, 지금은 조금 다른 이유로 좁힌 것 같지마는.
"그리고 JK는 감자칩까지도 사실 사치에 불과해. 먹지 않아도 좋다고. 오곡조차 없이 바람을 들이쉬고 이슬을 마시는 자야말로 이 시대의 리얼 JK. 알겠어? 알겠으면 대답."
장자의 소요유逍遥遊를 인용한 시점에서 이미 구시대의 JK마저 되기 틀렸지만 열렬한 자칭 JK는 자각도 없는 것 같았다... 하얀 손이 받은 도시락 뚜껑의 위에는 우메보시 쏙 들어간 솜씨 좋은 오니기리. 소용이 없게 된 감자칩은 한입에 넣고 우적거린 에니시는 뚱한 얼굴은 지운 채, 권태만이 남은 얼굴로 쌓은 과자 더미를 뒤적거리다가- 종이 상자를 집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거니 이것이라도 받도록 해."
볼 부풀렸다. 억지 부리는 JK답게! 무엇이라 하거나 밀어붙여 코세이 다리에 올리려 한 키노코노야마きのこの山. 노란 포장의 위에는 금세 또 다른 것이 얹혔다. 이번엔 타케노코노사토たけのこの里다...!
날이 좋다. 햇볕도 과하지 않은데다가 바람도 선선한 것이 일광욕 하기 딱 좋은 날씨라 할 수 있겠다. 마츠리는 끝이 났고 이제 벚꽃도 끝물에 가깝다. 그래도 벚꽃잎이 눈처럼 나부끼는 것은 나름 보기 좋은 광경이었으므로 나는 불만이 없다. 떨어져내린 꽃잎 대부분은 땅바닥에 도착해 이리저리 나뒹구는 한편 강가에 떨어진 꽃잎들은 융단처럼 수면을 덮엇다. 나는 온통 분홍색인 강가에 괜히 서서 얼쩡거린다. 몸을 쭈그리고 손을 뻗어 첨벙첨벙 물장난도 해본다. 사랑받는 물이란 게 여실하다. 그러니 이 땅에 뿌리 잡은 식물들도 죄다 탐스럽게 폈겠지.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다. 버려진 오리배 하나. 나는 다시 몸을 들어올려 저 다리 밑에 걸려 방치된 오리배를 바라본다. 마츠리때 한창 오리배를 운영하더니 무리에서 떨어져 이곳에 덩그라니 남아버린 모양이다. ...잘하면 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슬쩍 물결을 틀어 오리배를 내개 오게 하였다. 이 모든 일은 교묘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내 손을 닻삼아 배를 단단히 붙잡았다. 이제 같이 탈 사람만 고르면 되는데... 오, 저기 마침 다리 지나가는 고교생이 보인다. 교복으로 보아 내 또래인 것처럼 보이는데다가 인간이기 까지 하다. 오리배를 탈겸 겸사겸사 연애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괜찮아보인다.
"저기요-! 여기, 여기!"
나는 펄쩍펄쩍 뛰며 손을 흔들었다. 소리의 근원을 찾은 인간의 모습을 가만 본다. 사납게 생긴 것이 그 인간들의 말로는 '양아치'인가 싶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각종 인간들의 서적-로맨스 소설, 만화 등등-으로 공부해본 바, 나쁜 남자가 또 사랑을 잘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양아치 속성이 붙은 남자들은 여자한테 관심이 없다면서 평범하다는 여주인공이랑 일주일 같이 지나면 사랑에 빠지더라.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지만 세상사 요지경이라고 요즘 인간들은 다 이런가 싶다.
"잠시 내려와주실래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덧붙인다. 함께 오리배를 타자 했을 때 좋아할 것 같은 인상은 아닌지라 일단 내려오게 한 다음에 붙는 게 좋을 듯 하다.
"진짜 별 일 아닌데!"
#토오루주가 처음 왔으니까 괜히 부연설명을 줄줄할게... 원래 인간한정으로 청혼드립 치고 다니는 애라... 너무 진지하게 생각 안해도 괜찮다~~~ 그냥 결혼에 집착하는데 다 헛짚고 망하는 게 개그 설정이라 응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