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온 대답은 의외였다. 무슨 뜻이냐니.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래도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스즈는 말에 속어가 많이 섞여있고 줄임말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법도 하다. 자신의 친구들은 다 이해하고 쓰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 쯤에서야 스즈는 미즈미를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게 되었다. 자신보다 키가 컸고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윤기나는 머리카락에 2대8로 나뉘어진 고운 가르마까지.
" 에, 야베- "
순간 자기도 모르게 홀릴 뻔 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청순한 사람은 자기 주변엔 없다. 전부 번화가가 어울리고, 골목길이 어울리고, 몰려다니는 것이 어울리며 꺅-꺅- 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어울리는 친구들이었고 그 무리의 중심엔 항상 스즈가 있었다. 그러니 조금은 신선했을지도.
" 그러니까.. '만'나서 '반'가워 '잘'부'탁해! 줄여서 만반잘부! 사이카와양. "
스즈는 '사이카와 미즈미. 사이카와 미즈미.' 하고 이름을 두 번 중얼거렸다. 사이카와양이라니,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 아무튼.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미-쨩! "
그리곤 얍! 이라는 소리와 함께 그물이 들어가고 얇은 그물이 뻥 뚫리는 것을 보았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스즈는 어린아이처럼 꺄르륵 하고 웃었다. 원래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진행되는 놀이다. 사람이란 간사한 것이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간 자신이 못했던 것은 까맣게 잊는다. 이번엔 진짜 잘 할 수 있다는 말에 스즈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점포에 건네고 쭈그려 앉았다.
" 비켜봐. 내가 보여줄게. "
그리곤 기세좋게 그물 하나를 더 해먹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를 더 해먹었다.
" 하아? "
악에 받치지만 뭐라고 말은 할 수 없고 따질 수도 없다. 원래 그런 게임이고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스즈는 이리저리 헤엄치는 금붕어 중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그 녀석과 말이라도 통하듯 '조금만 기다려. 금방 데려갈거니까' 하고 말하며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여기서 돈을 더 쓸까 말까- 하고 고민하는 것이었다. 스즈는 고개를 돌려 미즈미를 바라보았다. 축제란 즐겁다. 항상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생기니까. 미즈미와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스즈는 벌써 내적 친밀감을 형성했고 만난지 오랜 사이라도 된다는 듯 조금 더 가까이 달라붙어 미즈미를 올려다보았다.
" 있지, 미-쨩. 누가 먼저 뽑나 내기할래? 이이쟝~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게 더 재밌고! 사람이 둘이면 추억도 두 배, 재미도 두 배 잖아! "
시니카: 232 히어로or빌런 일반인, 혹은 다크히어로려나? 윈터솔저마냥 빌런이었다 턴힐하는 타입 >:3 286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 세 가지 전자담배, 술, 드럼. 답변 중에 두 개가 학생이 하면 안되는 거쟝 <83 착한 학생은 이러면 안됩니다 293 자주 짓는 표정 무표정~ 무표정은 표정이 아니라는 지적을 감안하여 덧붙이자면, 무표정을 빼면 미간 찌푸리는 표정.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너를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큰일이다. 첫눈에 반한 거면 어쩌지. 역시 '결혼' 할 수 밖에 없을까나. 나는 하루에 세 번 정도 하는 생각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만반잘부라니, 요즘 젊은이들의 속어 같아서 마음에 든다. 자주자주 써야지.
"아~ 그런 뜻이군요! 만반잘부! 마음에 들어요. 만반잘부요, 스즈!"
그러면 만반잘부의 높임말은 만반잘부요가 맞겠지? 호기롭게 너의 이름을 외쳤지만 이어지는 말은 내 애칭과도 같아서... 어라? 애칭을 지어준다? 사랑을... 한다? 나 참, 요즘 애들 참 빠르다. 나는 폭우 속 맹렬한 물의 흐름에 빠진 것처럼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특히 스즈같이 잘 꾸미고 활기찬 여자아이들은 만난지 하루만에 곧잘 손도 잡고 일주일이 지나면 볼에 뽀뽀도 하고는 했다. 참고로 그 아이도 결혼 유력 후보 중 하나다. ...남친이 있다는 게 조금 에러사항이긴 하지만 그정도는 괜찮다. 나는 첩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멋진 신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좋은거라니까 여러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나도 '스-쨩-'이라고 부를게요!"
하... 결혼 날짜는 언제로 잡는 게 좋을까. 인간들은 봄에 결혼 하는 걸 선호하니 재빨리 하지 않으면...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평온을 가장했다. 비록 막 다리가 꼬이는 것 같고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상급신이 되어서 천하를 호령하는 내 모습이 자꾸자꾸 머리에 맴돌기는 했지만, 아무튼 문제 없다. 봐라, 앞도 멀쩡히 잘 보인다.
박력넘치게 돈을 내밀고 사냥을 나가는 너는 분명 멋지고 늠름했지만, 인생은 참 잔인하다. 뻥 뚫린 그물을 보니 이번에는 내가 웃음이 나온다. 하하,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터뜨려버렸다. 이크, 미움받고픈 마음은 없는데. 뒤늦게 입을 첩첩거리며 눈치를 본다. 다행히 너는 성격이 시원시원하여 이런 일로 삐지는 일 없어보인다.
"아! 좋죠! 그럼 내기 진 사람이 밥 한 번 사주는 걸로?"
원래 이렇게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을 잡는거다. 난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져서 어깨가 쫙 펴졌다. 전에는 네가 돈을 냈으니 이번에는 내가 낼련다. 나는 값을 치루고 막대를 잡아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신의 힘을 써버릴까 살짝 고민되었지만... 나는 뚝심 있는 신인지라 쓰지 않기로 한다.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물고기를 노려본다.
'움직이면 죽을거야.'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고, 이렇게 방치된다면 분명 일찍 죽을게 틀림없다. 그런 마음을 담아 속삭이는데 왜 저 물고기는 겁에 질린 듯 더 분주히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멍청이가 따로 없다. 나는 투덜거리며 물고기를 낚아채려 애쓴다.
.dice 1 100. = 10
1~40 : 완전히 실패~! 40~80: : 아슬아슬하게 실패... 80~90 : 와! 성공! 90~100 : 성공하기는 했는데 물고기가 너무 높이 뛴 나머지 얼굴에 맞아버렸다!
후미카는 촬영된 사진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창백한 청색광의 빛으로 보이는 사진은 우스운 포즈로 찍었다 해도 햇살 좋은 봄날의 정경이 여실하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 순간의 풍경보다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이름의 보정이 씌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수단을 통하여 어떤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했다. 과거에는 그 풍경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정성스레 골라낸 미문(美文)과 그림을 남겼다면 현대에는 다채로운 사진이 그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기로는 신조차도 사람과 같기에, 후나가츠히메 역시 다른 것의 이름을 빌려 어떤 기억을 오래도록 추념한 바 있더란다. 문장에는 재주 없고 낭만을 모르는 신이었기에 변치 않는 계절의 한 자락에 기억을 담아, 그리하여 冬이라고. 이 마음은 풍어신이 이해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심정이다.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시이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후미카는 참 당연하게도 평온한 얼굴로, 그러는 한편 또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치로 가만히 시이의 품에서 부비적을 당했다. 반항하지도 않고 싫은 티도 없으니 이러고 있기엔 딱 좋은 상대다.
"다른 사진은 더 필요 없니?"
소원이라 할 정도면 한 장만으로 되겠나 싶다. 다른 사람들 하는 걸 봐선 십몇 장이나 몇십 장 쯤은 찍어야 본전이라 하던데.
그리고 조금 뜸을 들였다. 안기는 동안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탓에 조금 지쳐 보이는 듯도 했다(물론 그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지만 망설인 탓은 그것이다. 후미카는 라인의 정서를 몰랐다. 물론 풍어신도 라인을 할 줄은 안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상식에 관해 구태여 묻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불문율로 전해지는 라인의 기본 예의란 인터넷에 검색을 해도 아무도 안 알려주는 것이었다……. 읽씹이나 늦은 수신이 무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최근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후나가츠히메는 편지가 전해지려면 주나 달 단위를 기다려야 했던 구시대를 살았고, 마지막으로 접한 통신기기가 삐삐였던 세대였다. 일이 바빴다 해도 3일쯤 확인 안 한다고 한 소리 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 이 말이다……. 결국 친구들 쪽이 후미카를 배려해 라인 연락은 안 하는 쪽으로 노선을 틀게 되어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시이는 신이니 문제가 있어도 어련히 이해해 주겠거니 싶다. 유유히 제 스마트폰을 꺼낸 후미카는 잠시 헤매다가도 큐알코드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의문감에 느릿하게 눈꺼풀이 닫히고 오른다. 제대로 한 게 맞나?
정보의 신뢰도는 제껴두고, 왜 믿어야 할까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말해봤자 뻔뻔한 대답만 돌아올 거란 예감이 요조라를 스쳤다. 익히 알고 있는 감각이다. 오빠가 뭔가 믿음직하지 못 한 일에 요조라를 끌어들일 때의 감각. 약 50%의 확률로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지만 남은 50%를 무시하기는 좀 그랬으니까, 라는 생각이었다. 요조라가 코세이를 따라가기로 한 건.
조금 더 빨리 걸어보자는 말에 요조라는 역시나 대꾸 대신 시선을 힐끔 보내기만 했다. 어깨와 발목에 추라도 달린 듯 무거워서 서두르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하는 기분을 저 사람은 모르겠지, 재촉할 거면 혼자 갈 것을 왜 굳이 말을 꺼냈냐고,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우르르 지나간다. 겉으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결국 끝까지 요조라의 페이스대로 걸어서 그 장소에 도착했다. 한켠에 가로등이 망가져 꺼진 공원. 공원이니만큼 앉을 곳은 많았고 요조라는 코세이가 가리킨 벤치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폰을 꺼내 동영상 모드를 켰고, 하늘을 향해 든 순간, 첫 유성이 길게 떨어지며 영상에 담겼다.
"흐응..."
벤치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한껏 젖힌 덕에 하늘을 감상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요조라는 카메라를 킨 폰을 기울여 가능한 많은 면적이 담기게 하면서, 자신도 귀한 장면을 감상했다. 유성우, 별의 비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밤하늘은 장관이란 말 외엔 표현할 말이 없었고, 이 날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조라가 절로 하게 만들었다.
유성우가 끝난 뒤, 요조라는 동영상을 잘 저장하고 폰을 덮어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앉은 채로 코세이를 향해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덕분에,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짤막하지만 건성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그 말을 하느라 반듯이 세웠던 몸을 다시 등받이에 슬금 늘어뜨린 요조라는 폰을 켜 메세지를 보내듯 액정을 토독토독 두드렸다. 걸음걸이만큼 느릿하게 말이다.
주변 친구들에게서도 애칭으로 몇 번인가 들었었다. 스-쨩이라던가, 스즛치 라던가 하는 것들. 처음 들었을 때에도 별로 부끄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또 금세 '응?' 하고 고개를 돌리며 답했었다. 그런데 이제 처음 이야기해본 상대에게서 듣는 것은 조금 신선한 느낌이었다. 애칭을 불렀다는 것은 친구라는 이야기다. 또 자신을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늘었다. 좋게 말하면 좋은 친구가 생겼고, 나쁘게 말하면 보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스즈는 자신의 실패에 웃는 모습을 보며 홱- 하고 고개를 돌렸다.
" 웃었지? 지금 웃었지? 익.. 미-쨩도 실패했으면서! 같이 실패했으면서! "
조금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지만 전혀 화가났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 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눈을 금붕어에 고정시켰고 자기도 모르게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가 착 달라붙어 앉았으니까. 진 사람이 밥 한 번 사는 걸로~ 라는 말에 스즈는 거기에 디저트하고 버블티까지 얹자고 말했다. 보통 이런 내기들은 그간 스즈의 경험에 의하면 누가 이기던 한 명이 60%를 부담하고 나머지가 40% 정도를 부담하며 그냥 즐거운 하루가 되기 마련이었다.
" 에, 야베- 엄청 신경쓴 것 같은데 실패했잖아~ "
스즈는 또 꺄르륵 하고 웃었다. 축제의 재미라면 이런 것들이다. 미즈미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앉은 스즈는 화장이 예쁘게 먹은 눈가로 금붕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붕어 한 마리가 물 속에서 이리저리 도망치는 모습이 뭐가 재밌다는 것인지 '아, 도망쳤다.' 하고 말하며 꺄르륵 하고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곤 작은 그물을 받아 다시 물에 집어넣기전 울리는 벨소리에 스마트폰을 꺼내 짧은 통화를 시작했다.
" 여~보세요~? 아, 니오쨩! 응. 아~ 같이 있어? 만난거야? 그렇구나~ 응. 하룻치도 만났었어. 하루키랑 코코하고 같이왔거든. 먼저 다들 갔고 나는 금붕어 잡기 하고있어! "
스즈는 한 손엔 스마트폰, 한 손엔 그물을 들고 허공을 바라보며 통화를 이어가다가 '음~' 하고 운을 띄우며 미즈미를 한 번 바라보곤 다시 금붕어를 바라보았다.
" 미-쨩이랑 만났어. 응. C반의 사이카와 미즈미. 지금 같이 금붕어 잡기하고있어. 데이트 중이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
짧은 통화를 끝낸 스즈는 그물을 잡고 금붕어들을 노려보았다. 속으로 뭐라고 말을 거는듯 잠시간 노려보더니 천천히 그물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내기가 붙은 이상 집중할 수 밖에 없어서 스즈는 후리소데의 소매가 살짝 젖는 것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천천히 금붕어를 한 길로 몰아 낚아채려고 하고 있었다.
" 잘 봐 미쨩. 이건.. 이렇게 해서.. 이익..! 익....! 한 번에..! "
지금이다! 스즈는 그렇게 외치며 그물을 들어올렸다.
.dice 1 100. = 34
1~40 : 완전히 실패~! 40~80: : 아슬아슬하게 실패... 80~90 : 와! 성공! 90~100 : 성공하기는 했는데 물고기가 너무 높이 뛴 나머지 얼굴에 맞아버렸다!
사쿠라마츠리도 서서히 끝날 기미가 보였다. 거리는 예전보다 한산하고 조용했지만. 축제의 활기는 여전했다.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축제의 끝을 즐기고 있었다.
때는 이른 초저녁.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니 제일 먼저 축제 현장이 생각났다. 슬슬 마무리되는 축제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고 싶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른 건 벚꽃나무였다. 마을에서 제일 큰 벚나무에 소원을 빌러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했는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쇼가 방을 나선다. 그 벚나무에 한 번 가볼 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신을 믿는 건 아니다. 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만큼 의미없는 행동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심심풀이다. 쇼는 그렇게 정의내렸다.
벚나무로 향하는 길은 마냥 고요하지 않았다. 이런 밤중에도 여러 행인이 오가고 있었으니까. 사이좋은 일행이나, 혼자 찾아온 사람이나. 가로수의 벚꽃은 여전히 한때임을 뽐내듯 수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과연 듣던 대로 벚나무는 상당히 거대했다. 쇼는 나무 앞으로 다가가서,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꿈이 이뤄지기를'.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떠올린 소원이었다. 장래희망, 통제로부터의 해방, 가족의 이해. 그 '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닿지 않을 소원이지만. 그 소망을 마음 속에 새기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기도를 마친 쇼가 뒤돌아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그만 그 뒤에 서 있던 사람과 어깨를 툭, 부딪히고 말았다. 잠시 몸을 휘청댄 쇼는 재빨리 사과의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흘긋 시선을 주었다.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무녀복을 입은 여자였다. 이 벚나무 근처에 신사가 있던데, 그쪽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