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가 끝날때까지 마무리를 못 지은 일상은 이벤트 기간이 지나도 돌릴 수 있어요! 다만 이벤트 기간이 끝난 후에 사쿠라마츠리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꼭 알아주세요! 그리고 화력 때문에 금방 지나간 것 같은데 에니시주가 일상과 선관을 구하고 있으니 생각있으신 분들은 찔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뭔가 방금 남학생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스쳐지나간 거 같은데. 당연히 예상 밖의 일이겠지. 쇼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이어진 반응은 꽤나 침착했다. 역시나 긴 지문을 들으며 쇼는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니까… 범인이 신이라고? 턱을 괴고 집중해서 듣던 쇼가 한 마디 말한다.
"…끝?"
약간의 허무함마저 느껴진다.
"그럼 다음 장면은?"
자칭 선물이라는 간식거리를 받아들고 뻔뻔하게 물어본다. 방금 장면을 스스로 끝내놓은 주제에…
지금 앓이함이랑 선물은 전적으로 오너 시점에서 주는 거지? 그게 아니라 캐릭터가 캐릭터에게 주는 거라면 어떨까 뭐 쉽게 말하자면 마니또려나 신경쓰였던 그 아이의 신발장에 편지나 선물을 넣어주기 그런 이벤트는 어때? 누가 보냈는지 맞추는 것도 컨텐츠가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야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끼리 매칭해서 주는 것도 좋겠구 말이야
뭐가 생긴건 아니고, 고인물 기술이 엄청 늘었네. 마지막으로 쿠키 능력 쓰려고 발악하듯 점프하는게 발악점프.. 능력이 일찍 끝나고 후에 그 시간만큼 충전기간이 필요한 캐릭터들은 차라리 빠르게 젤리 먹는게 편하니까 빠르게 컨트롤 해서 능력 조기종료를 시키는 건 캔슬.. 어렵네, 어려워..😔
근데 사실 운동회는 조금 구상을 해봐야 할 것 같은 것이 아무래도 저 계주라던가, 단체 줄넘기라던가 이런 것은 글로서 하기에는 조금 힘든 구석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게임으로 플레이하는 거라면 바로바로 즉각적으로 가능하지만 달리기 같은 것은 실시간으로 누가 역전을 했는지, 누가 뒤에서 달리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역전을 했는지. 이런 것이 구분이 힘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평성에 어긋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만약 운동회를 한다면 아무래도 일상 이벤트로서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네요.
토미나가 후미카: 351 현재 그와 가까운 사람/측근이 그와 가깝게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ㅔ,,,, 그러게..... 후미카 친구들아(0명) 얘랑 왜 놀아주고 있니???
345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면 - 아얏 아들이 있었다고만 할 것 같네. 개인사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풀어놓지도 않을 것 같구... 옛날부터 아는 친한 신이 물어본다면 조금 말해주긴 할 것 같아. 애상을 알려주었다고.
045 사탕을 한 입만 먹었는데 땅에 떨어진다면 -후미카는 음식으로 장난치거나 음식 버리는 짓은 용납 못하는 신이다!!!! >:3 그치만 신으로서의 위엄이... 아니 그래도 아까운데... 하고 고민하다가 벌레들한테 주자는 결론이 나. 이건 아깝게 버리는 것도 아니면서 권위도 챙길 수 있다!! 지나가다가 보이는 개미집 앞에 놓아줌...
전학생이니 같은 학교에서 공유한 시간을 기반삼은 위계를 적용하기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딱히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듯 호칭에 반응했다. / "그렇게 부르시는 쪽이 편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씨'보단 '군'으로 불리고 싶은걸요."
"앗, 놀래켜 버렸나요? 죄송합니다─! 벚꽃무덤에 있던 이유 말이죠? 그게, 사실 이런 사정이." "실은 어떤 사정으로 일찍 축제를 즐기러 오지 못해서 지금에서야 사쿠라마츠리를 즐기러 왔는데, 벚꽃비가 내리는 동안 쭉 진행되는 사쿠라마츠리 기념 아마추어 사진 콘테스트가 있다는 걸 들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어쩐지 찍고 보니 모두 어딘가 밋밋하고 멋이 없는 사진뿐! 좀 더 벚꽃의 매력을 살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사람을 잘 찍으려면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듯이 벚꽃을 잘 찍으려면 벚꽃의 마음을 알아야겠다 싶어서, 벚꽃인 척 하려고 벚꽃잎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구요.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것치고는 떨어진 벚꽃잎들도 밟힌 자국 없이 깨끗해서 덮고 있으면 찝찝하지 않고 깨끗해요. 토와 선배님도 벚꽃 덮어보실래요─?" / 소년은 그리 말하고 수영장에서 물을 손에 모아 뿌리는 것처럼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벚꽃 몇 장을 손에 담아 머리 위로 올려 흩뿌리려고 한다. 피하지 않는다면 머리 위에도 몇 장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정확성은 형편없다.
"아하, '도'라면 사쿠라마츠리를 즐기면서 다른 일도 하고? 사진이라면 혹시 선배님도 콘테스트 참여자인가요? 사진 궁금해요~"
소년은 그제야 벚꽃잎이 묻은 카메라 렌즈를 확인했는지 손가락을 뻗으며 전전긍긍한다. 떼어도 되는 걸까? 실수로 꽃잎을 떼려다가 렌즈에 지문을 묻혀버리는 건 아닐까? 촬영기구는 귀한 것이 많은데. 방해할 것이 없었다면 아마 고개를 숙여 후 불어 떼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아아?! 크다는 이유로 기각이라니 너무해요! 링고아메도 분명 사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분명 맛있을 거 같고. ...요, 정말로요."
양손을 모으고 보지도 못한 링고아메의 변호를 하려다가, 문득 직접 먹어본 적도 없다는 데 생각이 닿은 소년은 멋쩍게 손을 비볐다. 그렇지만 사탕 겉면에 반들반들한 사탕 코팅, 한 개씩 들고 축제 구경이라니 재밌을 텐데. 즐겁겠다, 선배님도 좋지 않을까, 소년의 생각은 좀 엇나간 방향으로 뻗어간다.
"들고 다니면 손도 끈적끈적해지고, 사과 한 개를 다 써서 조금 부담스러운 사이즈기도 하고, 그런 이유라면 제가 들어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링고아메 하나로 보답 다 한 취급은 안 할 거에요. 손해는 없어요! 어때요?"
시니카: 060 방과 책상은 지저분한지, 깔끔한지 "나름대로, 깔끔하게 유지해놓는 편이야." "어지럽히는 것도, 귀찮아." 229 캐릭터의 명대사 (현 시점에서 아직 없음 >:3) 238 캐릭터의 신발을 묘사해주세요 (색상, 디자인, 닳은 정도 등) (짤) 신고 다닌 지 꽤 돼서 밑창도 좀 닳고 빛도 바랬지만 나름 얼룩없이 깔끔하게 신고 있다고 한다 >:3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히키: 260 캐릭터가 겪은 좌절은 외부영향과 본인문제 중 어느경우가 더 많을까요? : 아야. 진단이 이제 나도 때리네. 외부영향과 본인문제가 적절히 어우러져있지. 할배는 재앙신이고, 재앙신을 만나는 사람들에겐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148 주변인이 울 때의 반응. 반응은 주변인과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지나요? : 달래주지 않고 실컷 울 때까지 지켜봐. 후련하게 울었다 싶으면 친밀도에 따라 손수건을 건네주거나, 초콜릿을 건네거나 하는 정도네. 물론 친밀도에 따라서도 안 달라질 때가 있는데, 공허나 허무감 때문에 우는 경우엔 지켜보기만 해. 그게 히키가 하는 일이니까.
084 글을 쓸 때의 버릇 : 😶.. 방금 급조한 설정이지만, 이제는 안 쓰이는 한자를 가끔 쓸 때가 있다고 보면 되겠네. 한국어로 치면 -읍니다, -하여졌다와 같은 근대 문법을 쓴다 해야할까. 가끔 극단적으로 고어도 쓰셔.😶
오는사람 말리지 않고 가는사람 말리지 않는다. 와서 어떤 행동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trpg를 하고싶다고 말을 한 이상은 그걸 막을 이유가 그에겐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제대로 하고싶다고 한다면 다른곳에서 하는게 좋을텐데 하는 생각은 그냥 접어두는게 좋을 듯 싶었다. 그 '제대로' 라는건 사람마다 다를테고 해보고 마음에 안 든다면 그걸로 끝이겠지.
"그래요... 야사이 군." 그래도 군이라고 부르는 건 받아들여주네요. 요비스테를 하기엔.. 애매해서 그런 걸까요?
많은 말이 갑자기 밀려들지만 그리 어렵잖게 말을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요지는.. 아마추어 사진대회 그러나 찍기 어려워서 시점을 바꿔보자! 아닌가요. 렌즈에 달라붙은 꽃잎을 후 불면 가볍게 팔랑팔랑 떨어지는 벚꽃잎입니다.
"참가라.. 했을까요 하지 않았을까요?" 선문답은 아닌데도. 그냥 말하는 게 영 애매해.(*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다는 듯 보여주네요. 초점이 잘 맞은 사진은 딱 풍경 사진입니다. 그리.. 대단한 사진 기법같은 건 없네요. 아니 여기서 사진까지 엄청 잘 찍으면 그냥.. 밸붕캐잖아.
"알프스-오토메 같은 미니사과라면 괜찮겠지만 핥쟉거리는 후지 사과 하나분은 부담스러우니까요." 야사이 군이 두 개를 다 먹겠다면.. 상관은 없지만요? 그리고 야사이군이 들고 있는데 제가 핥으면 묘한 그림이 된다고요?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합니다.
"사쿠라마츠리에 금붕어 뜨기나 거북이 뜨기가 있을지..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요." 여러가지 해볼 건 해봐야죠. 라는 말을 하는 토와네요. 이렇게 마츠리 즐길 거 다 즐기고도 성적이 그정도라니. 기만도 작작해.
호시즈키 요조라: 179 엄살의 정도는? 엄살 없다~ 엄살 부릴 정도의 표현력이 있었으면 이렇게 친구가 없진 않았을 것~ 대신 아픈티도 잘 안 내서 몸살과 열로 쓰러진 적 몇번 있대~
136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방법은? 오지 않아도 먼저 찾아가거나? 먼저 연락을 취하거나? 그 정도? 만남에 적극적이 된다는 점이 아마 표현법일듯~
291 캐릭터 방의 전경 요거요거 좀 자세히 풀고 싶었지 >:3
혼자 쓰기에는 약간 큰 방 하나를 쓰는데, 문을 열면 잉크와 물감, 각종 종이 냄새가 훅 끼쳐와. 청소는 자주 하니까 먼지냄새 같은 건 없고 평소 쓰는 향주머니의 향이 조금 섞여있을까. 가구는 크게 침대, 서랍장, 책장, 책상과 의자, 좌식 테이블 하나가 있어. 침대는 아담한 1인용이고 책장은 대부분 그림집과 사진집 등등이 꽂혀있지. 아래 2칸은 물감과 붓 등을 놓는 공간으로 쓰고. 책상과 테이블엔 크고 작은 스케치북과 연습장이 있고 그림용 필기구도 항상 같이 있어. 작은 연필꽂이에 각각 꽂혀서 말야. 그리고 벽과 천장엔 직접 그린 그림이나 오래되어 파본이 되어버린 그림집, 사진집의 페이지를 떼어 붙이거나 걸어놨어. 주로 풍경 관련이고 면마다 다르게 꾸며뒀으니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눈이 심심하진 않지. 계절이나 시기마다 한번씩 바꿔붙인대. 직접 그린 그림은 갖고싶어하면 주지만 아직까진 가족 외에 줘본 사람이 없지. 옷이나 그런 건 별도의 서랍장과 벽장에 넣어뒀어. 아, 책상의 서랍장은 간식칸이라 칸마다 다 다르게 들어가있어. 이것도 빌 때마다 다르게 채우니까 언제 뭐가 있을지는 랜덤~
1. 『알겠어』 당신이 말을 하는 동안 시니카의 보랏빛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당신의 말하는 모양을 주시하고 있었다. 말이 끝맺어지자, 시니카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인다. 2. 『한 번 더 말해줘』 시니카는 눈을 깜빡이고는, 입을 열었다. "─못 들었어. 다시?" 3. 『괜찮아』 시니카의 손이 뻗어온다. 뭘 하려는 걸까. 뭔가 위해를 가하기에는 움직임이 느리다. 피할까 했으나, 시니카의 손이 어깨를 톡톡 두드려왔다.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당신만의 개성을 듬뿍 담아서 표현해주세요! #shindanmaker #당신의_대사 https://kr.shindanmaker.com/893740
시니카,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이을 대사는...
1. 『내가 먼저 말하려 했는데』 "─우연이네." 일순간 시니카의 눈가에 눈웃음이 스친 것도 같다만, 역시 잘못 본 것 같다. 시니카는 평소의 냉막한 무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2. 『너에게만큼은 죽어도 싫어』 "───" 시니카는 입을 벌린 채로 굳었다. 뭔가 어떤 감정에 충격받은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시니카라는 사람의 몸에 정지/재생 버튼이 있어서 정지 버튼을 꾹 눌러버린 것 같았다. 한 삼에서 사 초를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시니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휭하니 가 버렸다. 3. 『사랑해』 (친밀도 불충분 시의 대사만을 보여주겠다) 시니카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의 무표정이다. 얼굴 근육에는 아무 미동도 없는데, 시선만이 살짝 내리깔린다. 이윽고 그녀의 눈꺼풀이 감긴다. ...왜인지, 그녀의 입에서 나올 대답을 알 것만 같다. 그리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정말, 딱한 바보 같으니라고." 그녀의 미간이 결국 조금 찌푸려지더니, 한숨을 내뱉고 만다. 이 세 가지 입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shindanmaker #당신의_대사 https://kr.shindanmaker.com/893746
마츠리는 신을 향한 제며, 감사와 경외의 뜻을 신 앞으로 바치며 바라옵건대 거칠어지지 않도록 빌고 모시는 것이다. 떠들썩한 시장- 신의 허락 하에 놓인 하레ハレ의 장은 공기가 들떴고, 아득히 오래 전으로부터 뭇 신사神事를 지켜봐온 무신巫神은 뜨거운 듯한 홍백의 옷을 갈무리할 생각조차 없이 폴싹 하고 바닥에 앉았다. 손에 든 것은 일회용 그릇, 짭쪼롬한 야키소바가 가득히 담겨서 무신- 아니, 인명 에니시는 일회용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아- 하고 큼직한 덩어리를 입에 가져갔다.
그 누가 신이리라 여길까, 무녀 코스프레라도 한 이상한 여자아이라면 몰라도. 합, 하고 듬뿍 머금고 우물우물, 날카롭고 권태로운 낯에 일말의 만족을 띄우는, 땅바닥에 아무렇게 양반다리로 앉아버린- TRPG 체험 부스에 등 보이며 자리한- 홍백 차림의 여자아이.
에니시는 들뜨기보다 담담하다. 마츠리 역시 어엿한 신사神事, 녹아들기보다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하는 편이 본성에 맞다. 더 나아간대도 탈 아무쪼록 없도록 보살피는 것이 맡은 바 직분이다. 즐기는 경우가 아주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다르지.
칼처럼 날카로운 눈이 따분히 감겼다 뜨인다. 고개 슬며시 기울이면 짤랑, 하고 맑은 방울 소리 울린다. TRPG 부스는 가까우니, 분명 닿았겠지.
몇시간을 구상한 시나리오를 한번에 박살내버린 손님을 보내고 이제는 손님이 보이지 않겠다 싶어 부스를 정리하고 이제야 끝이구나 싶어 안심하며 알맞게 배합한 녹차사이다(?) 를 마시던 때, 볼을 부풀려 아키소바를 먹는, 길거리의 야생무녀를 발견했다. 평소라면 당연히
3. 도망친다.
를 선택했을테지만 아직 전부 철거하지 못한 부스를 방치하고 도망칠 수도 없었으니 그저 우악스럽게 야키소바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무녀는 양반다리로 앉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건만, 너무 자연스럽게 앉은 그녀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다 그 야생무녀를 향해 의자를 건냈다.
"옷이 더러워질거야."
날카로운 눈과 짤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영락없이 방울을 단 고양이라 생각하며 네 몸이 불편한건 상관없지만 길거리에는 사람이 앉으면 안될 뿐 더러 옷이 더러워지는건 볼 수 없다는 듯 냉랭한 어투로 야생무녀를 향해 말을 걸었다.
321 가지고있는 신발의 종류와 개수는? 마사히로 : 의외로 검소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마사히로 : 다섯켤레정도랍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카미야 마사히로,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표현할 대사는...
1. 『안돼!』 "안돼요." 평소와 다른 단호한 목소리였다. 손에 닿은 감각은 이렇게나 다를 것이 없었는데, 무엇도 느낄 수 없던 그 눈동자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처럼. 그래 아주 조금만 있으면─ "─그야, 당신이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지 않나요?" 그래, 그녀는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었다. 마치 죽은 개구리와 같이─ 아름답고도, 독하게.
2. 『고독해』 "그야, 괴로워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신관장아주머니 역시 이런 일은 처음이었던 것인지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서 커진 눈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런 말을 하려고 하지는 못했다. "제 입으로 말하는건─ 솔직히 자랑스럽기 때문에 괜찮지만, 저는 아름다운 존재. 때로는 고독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네? 뭔가요? 어떻게 된건가요 그 표정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서."
3. 『널 축복할게』 "앞으로는 괴로운 길이겠네요. 네, 분명. 전부 버리지도 않았을테니─"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나의 머리에 닿았다. "당신의 앞날이 화사했으면 하네요. 소란도 평온도 모두 한때의 연, 살아서 겪는 모든 일을 겪고나면─" "그때는 제가 당신을 찾아가도록 할까요."
1. 『좋아』 "네, 저도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분명 이 좋아한다는 말은─ 제가 찾던 그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겠네요"
2.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아하하하하!!! 재미있는 말을 하시네요~ 그야 있어도 의미는 없지 않나요? 의외로 가까이에 그것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있을지도 모른다구요?"
3.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신의 존재는 믿으면서 자신의 계획엔 확신이 없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오른 손을 들어 들고 있던 벚꽃 가지를 나에게 들이 밀었다. "─시련을 넘었기에 단련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답니다. 필요가 없는 고통은, 단 하나도 없어요. 적어도 제가 보는 이들에 한해서." 어째서일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그녀는 "신은 넘어 설 수 있는 시련만을 준비했으니까요─" 기분나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입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shindanmaker #당신의_대사 https://kr.shindanmaker.com/893746
"이 땅에는 지와 천의 기운이 모이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생명이 싹틀 자리가 없구나." "그렇다면 내 이 땅에 자비를 베풀어 생명의 근원을 줄 지어니." "너희는 내가 준 이 근원을 영원히 지키고 스스로 너희들의 내일을 만들도록 하라." "그것이 내가 이 땅에 자비를 베푸는 조건이고 너희와의 맹세일지니..." "그 맹세가 깨지지 않는 한, 이 땅에서 생명이 끊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166 하나비마츠리 배경이면 괜찮아 >:3 다믄 이제 선택기가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하나비마츠리의 시끄러운 소리 좀 피하려 일부러 외할아버지께 심부름을 받아서 외할아버지 친구분 댁에 갔다가 산길로 올라온 시니카가 길을 잃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미나베 이벤트 직후 시점으로 사람의 모습을 한 히키와 마주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미나베 이벤트 직후 시점으로 남은 술을 가지고 집에 가려던 시니카가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소릴 피하고자 산길로 올랐다가 본모습을 드러낸 히키를 마주치는 것이고 이렇게인데 어느 것이 좋은지..! 다만 시니카주가 어제 불의의 밤샘을 한 바람에 기력 잔량이 얼마 안 남은고로.. 1핑퐁쯤 뒤에 리타이어 및 킵이 예상되는 바인데 괜찮을까 <:3
>>168 세월이 쌓이면서 같이 퇴적된 다면적 면모가... 보이는 것 같아 :3
>>169 그림은 안 받아도 되니 요조라가 그림 그리는 광경도 보고 싶다 :3
>>170 이... 이게 이사장님? 옆자리에 앉으면 그냥 동급생인 줄 알 것 같은데 시니카는 >:3?! 진짜 옆자리의 신님인데!?
우물우물 꿀꺽. 한번에 들어간 야키소바가 만화적인 연출처럼 꿀꺽, 그렇게 넘어가버린다. 역시 만화 연출처럼 꾹 감았다가 넘김과 동시에 뜬 눈은 덤이다.
다시 젓가락을 휘휘 돌리는데 옷이 더러워질 거야, 하며 건네지는 의자. 신이 가진 틈새의 눈으로 온 축제를 관망하듯 현실과 동떨어졌던 낯이 현실로 돌아온 듯이 새까만 눈을 깜박, 한번 감았다 뜬다. 옷이 바닥에 닿아 더러워지거나 하는 일은 에니시에게 중요하지 않다. 정확하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쪽이니 동작이 우아함 한 점 없이 거침 없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소녀에게 의자를 내민 자는 동반의 구면.
젓가락 끝이 입가에 톡 얹어졌고, 에니시는 눈을 치떴다. 그러나 관심에 반가운 것도, 참견에 떨떠름한 것도 아닌 완벽한 무감각의 형태다. 사람의 얼굴에서 감정을 싹 지워가 껍데기만 남기면 분명 이와 같을 테지. 그저 만성에 가까운 권태만이 엷게 그려져 있다.
"...알았어."
담담히 일어서고 의자를 받아 질질 끌어 여전히 다소곳함 찾아볼 수 없이 털썩 앉아버렸다. 짤랑 소리. 백옥으로 깎은 듯한 소녀가 그런 식이니 대체 무엇이 이보다 괴이할까. 자연스럽게도 부스 내로 들어와 테츠야와 마주보는 식으로 앉은 에니시는 야키소바를 마저 돌돌 말다가 물었는데, 이 역시도 정서는 담기지 않은 성했다.
잘 모르는 사이에서 너무 편하게 대하는 것도 상대한텐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소년은 군 호칭에 만족했다. 그리고 벚꽃잎이 떨어지는 걸 시선과 검지손가락으로 쫓으며 / "떨어지네요~." / 라고, 사소한 걸 보고하기도 한다.
"음, 안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남들 앞에 내보일 만한 작품으로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소년은 애매한 말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어쩌면 그리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어서 보여주는 풍경 사진을 오오오오, 힘 싣지 않은 느긋한 감탄사를 흘리며 지켜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보고 싶을 뿐이었던 것 같다."
"양이 문제였던 건가요~ 음, 링고아메는 나눠 먹기 좋은 것도 아니고, 키도 제가 작아서 그냥 들고 있으면 토와 선배님이 고개를 숙여야 하니, 그건 확실히 보기 안 좋겠네요."
확실히 납득하지만 바람이 안 통했다는 것에 실망했는지 검지손가락의 두 끝을 맞대며 축 늘어뜨리는 소년이다. 하지만 기분전환은 또 얼마나 빠른지, 좋아하는 화제가 나오자마자 표정도 몸짓도 빠르게 변화한다. 느린 박자에서 빠른 박자로 변화하면 춤의 형식도 바뀌는 것과 같다. 얘기하고 있을 땐 가만히 서 있더니, 지금은 꽃잎더미 위에서 통통 뛰기를 반복한다. 신발 위로 올라온 꽃잎을 떨구기 위해 뛰고, 착지한 충격으로 날아오른 꽃잎이 다시 신발 위에 내려앉는 반복.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결과는 매번 다르다.
"있을 거에요! 분명 있을 거에요.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에든 가면 축제는 원하는 즐거움을 보여줄 거에요. 가끔은 아닐 수도 있지만 오늘은 확실해요. 오면서 금붕어 뜨기 노점은 봤었던 것 같거든요. 일정 갯수를 넘기면 금붕어 열쇠고리를 준다고 하는데 아무도 안 가져가서 쌓여 있더라고요." "예쁜데, 왜 그랬을까요." / 라고 센스가 부족한 소년이 말하다시피, 그 열쇠고리는 매우 기묘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눈 마주치면 묘하게 기분 나빠지는, 30% 정도 불쾌한 골짜기와 유사한 금붕어 열쇠고리...?
"아, 선배님. 저 좋은 생각이 났어요! 혹시 저랑 같이 다녀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진 찍고 난 다음에요. 같이 노점상을 들르거나 금붕어나 거북이를 뜨거나 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아, 혹시 같이 다니기로 한 분이 있거나 혼자 다니시는 쪽이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가능하다면... 이란 걸로요. 왠지 엄청 마음에 드는 사진이 찍힐 것 같다는 예감이 들거든요."
라고 끝까지 말을 꺼내고 보니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에서 이것은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소년은 뒤로 묶은 푹신한 머리카락을 어깨 위로 앞으로 넘겨 목을 감싸고 만지작거린다. 베개로도 쓸 수 있을 듯한 풍성한 머리카락은 꽃잎에서 뒹구는 사이 붙은 모양인지 결 사이사이에 꽃잎이 박혀 있다.
멍하니 걷는것 같아도 사람들에 부딪히지 않고 잘 걷는 그녀를 보며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작은 한숨과 함께 나무와 꽃을 구경하고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나와서 굳이 꽃과 나무를 구경할 이유가 무엇일까 했지만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구경을 하고 있다는 말에 나는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깝게 붙으며 말했다.
"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인가봐요. "
조금은 귀찮아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그런걸로 물러날 내가 아니다. 눈치를 계속 살피곤 있었지만 귀찮아는 해도 엄청 싫어하는것 같지는 않았기에. 하지만 나무랑 꽃을 보던 요조라는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나무를 살필 생각인건지 쌓여있는 꽃잎 위를 걸어가는 그녀의 어깨와 머리에는 이곳저곳에 떨어진 꽃잎들이 장식마냥 달라붙어 있었다.
" 음, 잠깐 실례할께요? "
웃는 모습으로 다가간 나는 조심스럽게 어깨와 머리에 붙어있는 꽃잎을 털어내주려고 했다. 쌓여있는 꽃잎이 썩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쌓인 눈을 털어주는 것처럼. 최대한 터치하는 느낌은 나지 않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꽃잎을 털어낸 나는 기왕 가까이 붙은거 바로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 밤하늘도 그려본적이 있나요? "
밤산책에서 만난 요조라라면 왠지 그랬을 것만 같았다. 개인적으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도 좋아하는 나는 밤하늘을 그린 그림을 유독 좋아했다.
면을 먹는건지 아니면 뭉쳐놓은 탄수화물을 먹는건지 모를 엄청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녹차사이다를 오른손으로 집어들다가 그 탄수화물덩어리를 기어이 문제없이 넘기는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오른손의 힘을 풀다가 곧바로 쥐어 자신이 그 녹차사이다를 마셨다. 내가 왜 이런 성가신 걱정을 해야하는거냐고 짜증을 내며 벌컥벌컥 마시다가 오히려 자신이 사레들리고 곧이어 기침을 했다.
"켁! 켁! 케에에엑!!"
다이스의 신이 음료를 마시는 과정에서 주사위라도 굴린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겨우내 기침을 멈추었다. 알았다고 반응하고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면 말은 잘 듣는 고양이었다.
"말 했잖아?"
옷이 더러워진다고 말 했으니 옷을 걱정했다고 받아들이는게 당연한게 아니냐는듯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는 당신을 걱정했다고 말을 할 만큼 낯부끄러운 행동을 할 사람도 아니었다. 상대방이 질문을 한 이상 대답을 하는게 인지상정. 나 로사. 아니.
잘 만들어진 하트를 하루나에게 한번 보여주고 난 뒤, 몸을 돌려 코로리에게도 한번 보여주었다. 할아버지에게 보낼 하트를 이미 두명에게 먼저 보내버린 모양이 되었지만 말이다.
" 처음 봤을 때도 내가 컸던걸로 기억하거든! "
지금의 나와도 키 차이가 나는 코로리 누나였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3년 전에는... 어느 정도였더라? 처음 만났을 때 살짝 낯을 가려 아, 안녕하세요..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던 것 빼고 다른 것들은 안개가 낀 것처럼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 때는 내가 한 살차이였지만 어려서부터 알바를 해주고, 하루나와도 잘 놀아주는 코로리 누나가 제법 성숙한 학생처럼 느껴졌으니 상대방도 내가 작게 느껴질만 하다고는 생각했다.
" 의욕만땅이네. 서점에 두고오지 않아서 다행인걸? "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말했다. 하루나도 나 혼자랑만 놀러오지 않고 잘 맞는 여자 지인과 오니 더더욱 신나보였고. 나는 누나의 농담에 서점 직원 3년하더니, 이젠 아예 시인이 되었네.. 라고 중얼거렸다.
마츠리 특유의, 기분좋은 열기가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불꽃놀이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먼저 코로리 누나와 하루나가 하고 싶어하던 풍선 다트 노점을 찾기로 했다. 호기롭게 먼저 할 것을 자처했다. 물론 자신은 없었지만. 주머니 속 동전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고, 다트들을 받았다. 괜히 긴장이 되어 소매를 걷어 올렸다.
" 간다! "
.dice 1 100. = 64
0~30 작은 사탕 한 줌 31~60 커다란 막대사탕 3개 61~80 작은 봉제인형 81~100 커다란 봉제인형
아. 맞아. 아까전에 소원권으로 발동된 마니또 이벤트 말입니다만. 일단 이번에는 찌르기를 받지 않을게요. 아직 다들 알아가는 과정이고, 딱히 찌르기라던가 그런 것을 할 정도의 무언가는 아직 없을 것 같거든요. 물론 또 하게 될 때는 그땐 찌르기를 받긴 할거지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니또에 성적 지향이 적용되진 않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성적지향에 맞춰서 마니또가 정해지진 않으니 그 점 꼭 참고해주시고! 음. 일단 기본적인 기준점을 줄건데 그것에 미달하지 못한 이들은 약간의 패널티.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이의 마니또가 되지 못했다고 선물을 안 주거나 진짜 엄청 무성의하게 (EX:다 쓴 지우개, 쓰다 만 볼펜, 10엔 하나) 그냥 수행안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시트를 강제로 내려버릴거니 그 점은 부디 꼭 알아주셨으면 하고!
요조라는 어떤 대화를 할 때, 정해진 흐름이라는게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어지는 흐름. 요조라에게는 그게 지금이었다. 그림 그릴 거라고 하면 잘 그리나봐요- 하는 대꾸가 돌아오는 것. 솔직히 실례이지 않나 싶지만, 말로 꺼내진 않는다. 요조라는 늘 하는 적당한 말로 대답을 흘렸다.
"취미, 수준이에요..."
그저 취미라기엔 수상 기록이 적잖았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요조라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가보다 하자.
다시 걷기 시작한 요조라의 뒤로 따라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 했을 리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또 따라오나, 정도였는데 대뜸 갑자기 다가오니 요조라의 안에서 황색 신호등이 켜졌다. 겉으로는 곁눈질로 힐끔거릴 뿐이다. 꽃잎을 털어내는 손길도 시선으로만 따라가다가 손이 멀어지자 슬그머니 옆으로 한걸음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며 걷고 있었지만, 아직 황색불은 꺼지지 않은 채 깜빡대는 중이었다.
"그거라면... 최근에, 그렸네요..."
밤하늘이라면 최근에, 그것도 아주 최근에 그렸기 때문에 별로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못 본 걸까 싶어서 짤막히 덧붙이는 말도 있었다.
"아까, 노점의, 천막... 그거에요..."
그렇다. 요조라가 최근 그린 밤하늘은 호시즈키당 노점에 둘러진 장식용 천막의 그림이었다. 보통은 가게 이름을 걸어놓는 위쪽에 세뼘 정도 되는 폭의 긴 천막을 노점에 빙 둘러 걸어놓았는데, 그 천막의 그림이 밤하늘과 벛꽃이었다. 별이 한가득 뜬 밤하늘 하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가로로 길게 그려 긴 풍경화 한점을 만들었더란다. 천막을 고정시키기 위해 세운 기둥엔 나무껍질 무늬를 그려넣고 가판도 나름의 무늬와 꽃잎들을 그려서 나름 사쿠라마츠리 느낌이 물씬 나게 해놓았지. 워낙 주변이 시끌벅적 화려해서 눈에 잘 띄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잘... 안 보이긴, 하지..."
하긴, 이런 북새통에 누가 위를 올려다볼까, 그런 생각에 작게 중얼거린 요조라. 곧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기침을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무던하게 야키소바를 합 물어버리는 에니시의 모습,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 겨우 기침을 그치는 테츠야의 모습의 조화는 B급의 성긴 코미디라도 보는 듯했다.........
이것 봐, 어차피 멈추잖아. 보아하니 생명에 지장이 가거나 건강의 탈인 일조차 아니니 걱정하는 데 에너지 쏟을 이유는 하등 없는 것이다- 하고 당당하게 생각하며 에니시는 반눈 뜬 얼굴로 면을 우물우물.
꿀꺽 삼키고, 소스 묻은 젓가락 끝을 들어 척 하고 테츠야를 가리켰다. 갑자기?
"조금 더..."
무언가 가늠하듯 짝눈을 뜨며 젓가락을 기울였다.
"...상냥하고, 사근사근 상대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본성이 다들 섬겨지며 모심 받는 데 몹시 젖은 자들이라 말이지. 그 상태로는 누구와도 혼약할 수 없어."
제딴에는 신을 말하는 것이지만, 대뜸 그렇게 말해봤자 맥락 하나도 알 수 없다. 차라리 연애의 앞길을 저주하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우직하게도, 중매 스위치 켜진 에니시는 우직하게도, 밑도 끝도 없는 설교를 계속해 나간다. 정말이지 우직하게도. 무엇이든 밑바닥부터. 절차는 어느 것에든 있으며, 중매라고 다를 것은 없으리라는 신념이었다...!
"아니면 츤- 데레...? 그래, 네 성향을 보니 츤데레니 차라리 츤데레 취향을 건드는 거야. 그렇게 하면 혼약 분명 할 수 있어. 분명! 아까 말, 기깔나는 츤데레 대사로 바꿀 수 있지?"
코로리에게는 도장이 없다! 내일까지 마련할 수 있는 도장이라고는 지우개를 칼로 조금씩 파내서 모양을 새기는 방법 정도가 떠올랐다. 간단히 문방구에서 이런 저런 모양과 잉크까지 있는 스탬프를 사는 방법이 있겠지만, 재미있는 것만 하는 모순적인 게으름뱅이여서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을 주고 스탬프를 산다면 게으름뱅이에게는 최적이지만 재미는 없어 보인다. 지우개 도장을 직접 판다면 재미는 있겠지만, 게으름뱅이에게 단 하루를 줘놓고서 뚝딱 만들어내라 하기에는 너무 귀찮았다. 칭찬은 꽃이니까ー 츠쨩이 좋아하는 불꽃놀이 꽃이랑, 츠쨩 눈에 있는 벚꽃 둘 중 하나가 좋겠지ー. 도장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츠무기의 손등에 도장 모양 낙서룰 해주려고 벌써부터 모양 고민을 한다!
"아냐아, 콩 츠쨩이었어."
지금은 콩나무 츠쨩이지만! 진실은 중요치 않았다. 요만했던게 벌써 다 컸다고 말하는 심보와 비슷하다.
"책방에 장맛비가 내렸을거야."
창문 밖으로는 만개한 벚꽃잎이 떨어지면서 꽃비가 내리고, 코로리는 그 풍경을 보면서 훌쩍훌쩍 눈물흘려 책방의 책들이 눅눅히 젖어버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서운해했을 거란 뜻이니까! 하지만 코로리는 지금 늘어진 벚나무들 앞으로 자리잡은 여러 노점들과 그를 즐기는 여러 사람들 속에 있다. 서운이란 단어는 떠오를 새도 없이 풍선 다트 노점에서 신중하게 다트를 던지는 것이 목표다!
"벚나무 신님이 들었나 봐!"
츠무기가 올해는 괜찮은 보상을 받고 싶다고, 하루나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작은 봉제인형을 정말로 얻어냈다! 츠무기의 활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놀라다가도, 봄의 산타클로스니 뭐니 했는데 질 수는 없었다. 벚나무 신님, 같은 신 바람도 들어주라아! 메고 있던 가방도 바닥에 툭 내려놓고, 벚나무들을 흔드는 바람에 신중을 기한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맞출 기세로 집중, 또 집중! 왼쪽 눈을 꼭 감은 채로 겨냥하는 것만 보면 프로 선수의 1위 결정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dice 1 100. = 84
0~30 작은 사탕 한 줌 31~60 커다란 막대사탕 3개 61~80 작은 봉제인형 81~100 커다란 봉제인형
잠깐이나마 고민을 했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손사래를 쳤다. 뭐랄까, 내가 아는 코로리 누나라면 정말 문방구에서 하나 사와서 콩!하고 찍어줄거 같달까. 이참에 하나 장만해서 서점에 쿠폰제를 도입해보는건 어떻냐는 우스개소리를 던졌다. 정말 도입된다면, 손님의 대부분이 단골이거나 혹은 한 번 온 뒤로 절대 오지 않는 이 서점에 제법 극단적인 마케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콩? 그 땐 그랬을진 몰라도 이젠 나한테 코로리 누나하고 하루나가 언니 까망콩, 동생 까망콩으로 보여. "
둘 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와 동글동글한 뒤통수 덕에 뒤에서 보면 정말로 자매 콩 같아 보일때가 가끔씩 있었다. 특히 머리를 짧게 두 갈래로 질끈 동여맨 하루나는 더더욱.
" 그래, 책이 다 젖어버리면 막대한 손해라구. 할아버지가 현명하셨네. "
화려한 축제를 보며 정말 신난 코로리 누나, 하루나, 그리고 나 스스로를 보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점상의 밝은 조명 때문만일까, 모두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말았다.
손목의 각도를 조금 더 꺾을걸 그랬나? 괜히 아쉬움에 손목을 한 바퀴 돌렸다. 그래도 2번째로 좋은 경품을 땄기 때문에 꽤나 만족할 수 있었다. 상품을 고르기 전에, 누나가 던지는 것을 구경했다.
" 와... 대단해. 내가 벚나무 신님이 들어준거였다면, 누나는 어쩌면 벚나무 신 그 자체? "
짝짝짝, 하고 박수를 쳤다. 옆에서 하루나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깔끔하게 터져나간 풍선들 덕에 아까보다 다트 노점이 휑해보였다. 물론 주인이 곧 새 풍선으로 갈겠지만.
인형을 고르고 싶어하는 하루나를 읏챠, 하는 소리를 내며 들어올려 높은 선반 위의 인형들 하나하나 잘 보이게 해주었다. 누나는 무엇을 고를까, 나중에 생일 선물 같은 걸 줄 때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눈여겨 보았다.
본디 공허와 쾌락은 한 끗 차이나 그 이념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필히 상반되기 마련입니다. 비슷하다 한들 의미는 물론이요, 가지고 있는 힘도 상성이니, 네 공물을 바친다는 의미로 나베를 끓인 결과물에서 쾌락의 피를 발견하던 순간 여간 곤란하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
본디 먹지 아니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무녀가 죄 먹으라 한 것과, 네 달관하여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라 한들, 쾌락신이 그 신념을 무시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이라는 점과, 공물로 자신을 바칠 정도의 정성이 갸륵한 점까지 셈해보니 그 이유 제법 합당하기에 그릇을 노려보길 그만두고 먹었더랍니다.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아니하다 할 수 있는즉, 초반에는 괜찮았더랍니다. 다만 상성이요 독인 것 먹었으니 맛보다 더 중한 것이 체질 아닌지요. 네 오랜 세월 버티었듯 버텼으나 성수로 구마 당한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제대로 체험하였더랍니다. 공허였기에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것은 제 속에 있는 신체의 부속품인데, 그 부속품이 어디에 있으며 지금 어디가 타오르고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얼마나 빠른지 확실히 체감하고 마는 것입니다.
버티려야 버틸 수가 없으니, 너는 결국 그릇을 내려놓고 은은한 미소 지어내며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사람 한적할 숲길 근처로 걷습니다. 이 와중에도 뛰거나 하는 모습 없는 것은 채신머리없는 모습을 보였다가 그르칠 것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어찌 되었느냐 묻는다면 현재 이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 죽겠다고 답하겠습니다. 본모습으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발버둥 치면 좋겠다 생각했거늘 그마저도 하지 못하고 인간 모습 그대로, 근처 나무 붙잡고 몸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듯 벌벌 떠는 겁니다. 이래서 젊은 것들에게 혈기가 왕성하다 하는구나, 젊은 것들이란 무섭기 그지없다! 이후로는 시야마저 희뿌얘져 짐승마냥 제대로 된 사고 하지 못하고 헛구역질 하며 토해내야겠단 생각만 들었을 뿐입니다.
아무렴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구역질 하며 숨 헐떡이는 것은 창조된 이래 신으로 살며 유례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구내를 축축히 적시는 냄새는 과연 어디서 나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침으로 질척거리는 입점막을 대충 갈무리한다. 앙-소리가 나도록 입을 양껏 벌려 오므라이스를 입에 집어넣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인간의 몸으로는 저작운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나는 숫자를 센다. 입에 있는 음식물을 넘기지 않고 나는 빙그레 웃었다. 아직 이 쌀알과 계란, 각종 재료들이 충분히 작지 않아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답을 해야 했다. 끄덕이는 몸짓이 씹는 것만큼이나 느렸다.
그래. 시간을 들인다면 저 목소리에 깃든 감정이 무엇인지, 저 얼굴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날이 올테였다. 나는 쇠숟가락으로 그릇의 빝바닥까지 싹싹 긁었다. 플라스틱 그릇인지라 거슬리는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나는 묘기라도 부리듯 숟가락을 들어 구강에 전부 털어놓았다. 흩어져있던 밥알들이 전부 내장속으로 떨어지는게 느껴지는가? 그러나 너의 물음은 교묘하고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지라 나는 또 모르는 척 한다. 너를 바라보며 예쁘게 웃으면 네 표정이 한결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말에는 힘이 깃들어있대잖아. 우리가 신에게 빌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배를 쓰다듬었다. 배가 불렀다. 나는 웃으려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오고 포만감이 드는지라 실제로 기분도 좋았다. 어찌되었건 너의 분위기도 아까보다 나아진 걸 봐서는 상황이 잘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나, 의외로 인간이랑 잘 지내고 있는 것 아닐까? 없던 자신감도 샘솟아 올랐다. 처음에 사랑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 걱정이 들었다. 말라 죽어 새까만 고목을 바라보는 심정이었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지금 심정으로는 사랑이고 우정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맥없는 확신으로 차오른다. 내가 오만하게 굴고 있는건지, 아니면 낙관적으로 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나는 고민 대신 행동으로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배도 불렀겠다 몸이 굼떠졌으니 오수나 즐기고픈 마음뿐이다. 연애 사업도 의식주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쑥쑥 성장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갑을 꺼내 계산을 마치며 시니카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그럼 집가서 푹 쉬어, 시니카. 내일 학교에서 보자! 복도에서 보면 인사해주고."
//시간도 늦었구 내가 너무 질질 끈 것 같아서 막레각 잡아왔어~~~~ 미즈미 철딱서니 없는 애랑 놀아줘서 넘 고마웠어~~~~
"야호! 정답! 으음, 그건 아직은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이네요. 그래도 누군가 받을 사람이 있는 사진을 찍으려 하는 거죠? 그렇다면 그거 좋은 선물이에요. 사쿠라마츠리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한 장면을 골라 담는다면 언제이든 받는 사람이 누구라도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받는 사람이 좋아할 거란 말을 입에 담으면서 그걸 상상하는 자신이 더 즐거운 양 소년은 미소짓는다. 보내고 태운다는 건 남겨두지 않는다는 말일까, 사진에 마음이 담긴다면 그것은 보내버린 마음을 지워버리는 일이 아닐까, 말장난 같은 걸 조금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큰일로 여기지 않는다.
"너무 빠르지 않아요? 이 사쿠라마츠리의 벚꽃잎들은 눈 내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공중에 머물러 느긋하게 떨어지는 편이니까 상승기류는 크게 받고 있는 것 같고, 초속 1미터보다는 조금 느리지 않을까요... 앗, 안경에 묻은 것도 떨어져요!"
초속 5cm보단 빠를 듯한 느릿한 속도로 다른 꽃잎더미 위에 내려앉는 안경에 붙었던 꽃잎을 가리키며 소년은 키득거린다. 그래도 떨어지는 건 같아서 금방 눈으로 쫓기도 힘들어지고 다른 꽃잎 사이에 묻히고 만다.
"사줘... 아니, 사드리고 싶은 건 제 쪽인걸요. 그렇지만 곤란하다면 어쩔 수 없죠. 링고아메는 제가 대신 먹을게요~."
일단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이지만 기왕이면 베풀고 싶은 것이 소년의 마음이다. 그러나 상대가 바라지 않는 일에 베품이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고, 나눠 먹는다 쳐도 좋을 것 같진 않다. 옛 이야기에도 신에게 바칠 공물에 손을 댔다 저주받은 이야기가 있는데, 자신은 그런 걸 바라지 않지만 '받는다'와 '종족차'의 개념 같은 것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은가? 소년은 싫어, 하고 생각했다. 대신 약속한 건 혼자서라도 링고아메를 먹겠다는 것. 소년은 아직 모른다. 링고아메는 그저 단단한 설탕 안에 사과가 들어 있을 뿐이란 걸... 계란후라이는 계란을 깨트려서 구운 것이라는 수준의 설명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라는 것을...
"정말로요? 해냈다─아!"
아까 전까지 주절주절 길게 말한 것과 대조되게도 끄덕임에 대한 이번 리액션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정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고, 벚꽃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던 얼굴의 홍조가 앞으로의 즐거움을 기대하기에 그런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소년은 한 손에 머리카락 뭉치의 끝부분을 꾹 쥐고 다른 손을 파이팅! 하듯 들어올리는 어정쩡한 해냈다 포즈를 해보았다.
"좋겠다아~ 다 다니기엔 오늘 해가 지고도 남겠어요. 과분한 행복이 넘쳐흐르네요... 으응, 안 가본 척 해야 하는 건가요? 일일이 그런 걸 신경쓰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텐데요. 그치만 이 마츠리엔 너랑만 제일 먼저 놀러온 거야─라는 건 뭔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러고보니 저는 이번에 토와 선배님과 올해의 마츠리를 제일 먼저 즐기는 거네요─."
또 들떠서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려다 벚꽃잎이 툭툭 떨어내지는 것에 소년은 말을 끊는다.
"앗, 감사합니다. 저도..." / 그러며 토와의 머리카락에 묻은 꽃잎을 이쪽도 떼주려고 하다가, 멈칫하고 손을 돌려놓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는다. 머리카락에 묻은 건 타인이 아니면 안 보이니까, 이대로 떼지 않은 채로 남겨두는 게 더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한 것일까. 금방 자신이 받은 쪽에 의식이 간다. 생각보다 섬세한 손으로 벚꽃잎을 털어내는 것은 왠지 덤불에서 꽃을 따는 손길 같다. 마음 속으로 한 비유가 마음에 들어 소년은 겉으로 또 웃음을 드러냈다.
"토와 선배님은 따는 거 잘 할 것 같고, 사격을 해봐도 좋을지도..."
그러나 마음 속에서 한 생각에 연상까지 거듭해 설명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놓는 건 어지간히 들뜬 탓이 아닐까 싶고. / "링고아메는 어디일까요─." / 하고, 소년은 당신을 자연스럽게 음식 노점 같은 것들이 있었던 곳으로 이끌어가려 한다. 당신이 어디든 먼저 가려 하거나 더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그에 따르려 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통 저렇게 취미 수준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잘 그리던데. 무언가를 엄청 잘하는 사람치고 으스대는 사람을 못보았기에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그렇구나, 하는 짧은 대답만 내놓았다. 꽃잎을 털어내자 무언가 역장이라도 있는듯이 한걸음 멀어지는 그녀를 보고선 작게 웃음을 터뜨린 나는 이어진 그녀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 아, 그걸 직접 그린거에요? "
노점에 들어가기 전에 천막에 그려진 그림을 살짝 엿보았다. 밤하늘을 그려놓은 것이 참 수려하게 아름다워서 어디서 구한 것일지 궁금했는데 그걸 직접 그린거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취미 수준이라고 했으면서 정작 그렇게 잘 그리다니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 개인적으로 밤하늘을 참 좋아하는데, 그림이 예뻐서 좋았네요. "
솔직히, 조금 감동적이었어요. 눈웃음을 지으며 소녀쪽을 바라보았다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나무를 바라보았다. 벚나무의 꽃잎들은 작은 봉오리에 매달려 자태를 뽐내다 하나씩 바람에 흩날려가고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뿐이 아닌 이곳의 모든 벚나무들은 그렇게 수백, 수천장의 꽃잎들을 다함께 흩날리고 있다.
" 아 맞다. 이제 봤죠? 나는 귀신이 아니라는거. "
저번의 만남에서 귀신으로 오해 받았던게 이제야 생각났다. 분명 이마에 손까지 대줬는데도 귀신이라고 오해했단 말이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일부러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러다 그녀의 이마에 날아든 꽃잎을 보고선 나는 다시 한번 손을 가져가 이마의 꽃잎을 쓸어주며 말했다.
" 까먹은 것 같아서 다시 소개할께요. 내 이름은 이자요이 코세이, 혹시 ... 별 보는거 좋아해요? "
아침이나 낮이었으면 절대 나오지 않을 텐션인데. 괜시리 신나서는 상대방 눈치도 안보고 이것저것 얘기하고 있다.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이런건 어쩔 수 없나보다.
씁쓸한 들큰함 때문에 골이 아팠다. 나베를 담아준 그릇을 내팽개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사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최악은 아니었다. 건더기는 두부가 좀 많은 것을 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국물 맛도 좋았다... 아니 좋았을 터였다, 원래라면. 감미료 듬뿍 들어간 감칠맛에, 맛술과 향신료로 균형을 잡은 국물맛이 나와야 했는데, 그 씁쓸하고 들큰한 맛이 좀 많이 거슬렸다. 아니 국물뿐이라면 야미나베치고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감수하고 참아넘기고 먹을 만했다. 그러나 그 풍부한 건더기들의 마지막 숟가락에, 두부와 버섯 사이에 숨어있던 복병이, 채 다 녹지 못하고 열에 엉겨붙은 홍삼정 덩어리가 이빨 사이에 제대로 씹혀버린 것이다. 국물 맛을 감수하고 앞서 먹었던 식재료들의 향이며 촉감이 입안을 가득 메우는 씁쓸한 들큰함 때문에 죄다 지워졌다.
그걸 씹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돼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시니카는 식기를 황급히 반납하고 천막 밖으로 나와 수풀 사이에 자신이 씹은 것을 퉤 하고 뱉었다. 그리고 주변의 가장 가까운 노점을 찾아 달려들다시피 해서 동전닢을 제대로 세지도 못하고 500엔짜리 두 닢을 건네어주고서는 얼음을 탄 버진 상그리아 한 잔을 받아들 수 있었다. 노점상 아저씨는 갑자기 흉살맞은 노기가 등등한 얼굴을 하고 달려든 눈빛 매서운 여고생에게 놀란 가슴을 누르며 거스름돈을 내밀었으나, 일단 거스름돈을 받기보다 이게 먼저였다. 빨대를 통해 시큼털터름하고 새콤한 포도향과 시트러스향을 균형있게 머금은 차갑고 달콤한 액체를 입 안에 한가득 쏟아넣고서야, 시니카는 그 액체의 힘을 빌어 입안에 남은 끔찍한 맛을 간신히 씻어낼 수 있었다.
"야미나베가 좀 이상했나 봐요?" 노점상 아저씨의 조심스러운 질문이 들려온다. "지뢰를 밟았어요." 아직 채 다 펴지지 않은 표정으로 시니카는 대답했다. "놀래켜드려서 죄송합니다."
후우...
시니카는 심호흡을 했다.
토할 뻔했다.
역시, 사쿠라마츠리는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야. 하고 시니카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아마 그 씁쓸한 걸 넣은 사람이 누군지 알면 진심으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쁜 생각은 빨리 머릿속에서 지우자. 하고 시니카는 시선을 들었다.
입안을 씻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문득 우연히 들어올린 시선 가운데에 걸린 것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보다 눈높이가 조금 더 낮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보였다. 시니카는 아마 자신과 같은 것을 씹었겠거니 짐작했다. 신기에 일절 관련 없던 삶이었기에 관련된 내막이라곤 전혀 알 리 없으니, 그 이름모를 이가 겪는 고초가 인간이 겪을 것보다 더 독한 것도 모를 테다.
'모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가엾게 됐네.' 시니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리고 히키의 등을 툭툭, 아프지 않게 그러나 힘있게 두들겨주는 것이 있었다. 히키가 안에 남은 것들을 게워내기 쉽게 도와주는 것이다. 움직임은 호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나 닿아오는 손길은 옷 위로도 냉랭하다. 몇 차례, 토기가 잦아들 때까지 그 손은 히키의 속에서 메슥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있을 때마다 등을 두드리며 히키의 속에서 거슬리는 것들을 게워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히키가 정신을 차리고 등을 두들겨준 이가 누군지를 돌아보면, 히키보다 조금 키가 더 큰 소녀가 거기 있었다. 머리는 짧고 눈빛은 차가웠지만 이목구비가 곱고 치마를 입고 있으니 소녀겠지. 가미아리 학원의 2학년 교복을 입고, 그 위에 육각 패턴이 군데군데 수놓인 자색의 스카잔을 걸치고 있는 소녀가 히키에게 빨간 액체가 반쯤 채워진 잔을 내밀고 있었다. 비린 기색 없고 상큼한 포도와 과일 기색만 있으며 무엇보다 잔 안에 채워진 얼음들과 과일들이 투명히 비쳐보이니 피는 분명히 아니겠다.
"좀 가라앉으셨으면..." 초점만 맞춰진 채로, 텅 비어있는 듯한 보라색 눈동자가 히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얼음이라도 하나 드세요."
땡땡이를 쳐 사라진 아이들을 잡아오라는 체육 선생의 지시에 따라 흩어진 아이들 중 한두 명이 체육 창고의 불을 밝혔다. 매트리스 위에 덩그러니 있는 검붉은 소녀와, 그 옆의..... 쭈굴쭈굴한....? 순간 우당탕 소리와 함께 탁구공들이 와르르 쏟아졌고 시선은 무지비하게 흩어진다. 무지한 아이들은 어, 어? 쥐? 소리를 내며 구르는 탁구공들을 피하기 바쁘다. 히로는 많고 작은 탁구공들이 순식간에 몸 위로 테구르르 떨어지는 것에 저 바보, 하려다 오히려 칭찬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거다. 히로는 튀어오르 듯 빠르게 몸을 굴려 열린 체육창고 문 뒤로 기어가듯 사각지대에 숨어든다. 아무래도 이성끼리 어두운 체육 창고에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 소문은 삽시간에 퍼질 테다. 그래서 히로는 가만 숨을 죽여보지만 탁구공을 줍느라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을 보니 일이 쉽게 흘러가진 않을 것 같다.
"야, 들키기 전에 빨리 주워"
선생이 알았다간 잔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판단을 마친 행동력 빠른 아이가 서둘러 탁구공을 마구잡이로 줍기 시작했고 바닥에서 줄어가는 탁구공들을 보며 히로는 아이들이 눈을 돌렸을 때 빠르게 빠져 나가려 했다, 만. 어느새 히로의 발치까지 굴러 온 탁구공을 쭈그려 앉아 줄줄 따라 줍던 남학생과 눈이 충돌한다. 소스라치게 놀라 자연스레 입이 벌어지고 동시에 비명을 지르려는 제스처에 히로는 빠르게 몸을 굽혀 남학생의 입을 재빨리 틀어막았지만 히로의 힘과 무게를 견디지 못한 학생은 몸이 뒤로 고꾸라져 결국 균형이 무너진 히로와 좁은 구석에서 데굴 엉킨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아이가 주웠던 탁구공들은 도로 바닥에 흩뿌려지고. 서로 바닥에 부딪혀 둘은 신음한다.
"너 뭐야 언제부터.."
마주친 적 없는 얼굴에 같은 학년은 아니라 판단한 3학년 남학생이 인상을 구기며 히로를 노려보자 히로는 건조한 눈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손을 건네어 그를 일으켰다. 잘못한 건 맞지 뭐.
"나도 방금 왔어."
탁구공이 어지럽길래. 체육창고 밖까지 흘러나간 탁구공을 가리키며 히로는 손에서 탁구공을 슥 내보이곤 어깨를 으쓱한다. 그들을 잡으러 왔던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고, 히로는 아무렇지 않게 탁구공을 품에 쓸어담아 제자리에 넣었다. 쏟아지는 아이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일을 묵묵히 하곤 있었으나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게 꽤나 애를 쓰고 있었다. 그 근처에 있었을 코로리와 눈이 마주쳤다면 한순간 눈이 녹아내리듯 휘어진 눈썹으로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안절부절한 강아지처럼. '이제 어떡하냐.' 라는 말을 전하는 것 마냥. 그리고 시선이 서로 떨어지면 다시 무심한 얼굴로 구석까지 굴러 들어간 공이나 주우러 휙 가버리는 것이다. 반박할 여지가 그다지 없었으니 상황은 어영부영 넘어가게 되고 아이들의 빠른 행동력 덕에 탁구공은 얼추 모두 주워 담았으나, 이제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문제겠다.
"어쨌든 이자요이. 선생님께 가 봐."
쏟은 탁구공 파티에 대해선 나중에 청구하겠다는 듯 선량한 학생 두 명은 멀리 서 있는 선생 쪽으로 눈짓을 하고, 멀거니 서있는 히로에겐 긴가민가한 의심의 눈총을 보낸다. 이자요이라는 이름을 대충 새기고 있던 히로는 눈총에 못이겨 구석자리로 어떻게 설렁설렁 열에 맞춰 있는 아이들 틈으로 끼어들어 보지만 과연 조용히 넘어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히로의 땡땡이를 눈치 챈 몇몇의 아이들이 조그만 소리로 수근거린다. 그는 무성의하게 반쯤 뜬 눈으로 귀나 후비적 거릴 뿐이다.
//히로도 같이 걸렸다~라는 전개도 완전 환영이야 >:3 다른 내용이 떠오르면 그렇게 이어도 되고. 시간이 꽤 흘러서 흐름이 좀 흐릿해진 거 같지만 ㅠωㅠ 잘 부탁해!! 고마워
그걸 직접, 이라고 하는 걸 보니 봤나보다. 별일이다. 보통 위쪽은 안 보고 지나칠텐데. 딱히 보라고 걸은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못 봤어도 요조라는 상관없었다. 요조라에게 그림은 그저 그려내는 것, 단지 그 뿐이었다. 그러니 그걸 보고 예뻐서 좋았다느니 감동적이었다느니 말해도, 와닿지 않는다.
"그러신가요..."
요조라는 이번에도 통상적으로 하는 대꾸를 하며 반응을 흐린다. 시선도 줄곧 떨어지는 꽃잎이나 나무를 보기만 한다. 어차피 자신이 질리면 떠날 사람이다. 요조라는 필요 이상으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앞서 꽃잎을 털어주는 것까진 갑작스러웠으니까 허용했지만, 이번에 이마로 손이 오는 건 요조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손이 미처 머리카락이나 이마에 닿기 전에 고개를 뒤로 기울여 피하고 그 움직임으로 꽃잎을 떨군다. 그리고 다시 한걸음 떨어져서, 그 무심하고도 퀭한 검은 눈으로 코세이를 힐끔거렸다.
코세이가 새삼 자기소개를 할 것도 없이, 요조라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였다. 알면서 모른 척 굴은 건. 그러면 대부분은 더이상 간섭해오지 않고 떠났고, 요조라에게는 그게 편했다.
"별... 자주, 보긴... 하죠... 밤엔, 늘, 깨어... 있어서..."
별은 요조라의 체질이 시작된 이후로 줄곧 함께 있어준 세상의 일부였다. 검푸른 밤하늘과 우윳빛 달, 온 하늘을 수놓은 별은 한낮의 해보다 더 친숙했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에도 별과 달이 있으니 싫어할 리가 없었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대답해줄 의리는 없었다. 때문에 요조라는 심드렁한 대답을 하고 그 나무 앞을 떠나 다시 걸음을 옮겼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보내거나 태워야죠. 마음이 멀어진 상대와 몸도 멀어졌지만 인연을 완전히 끊고 싶지는 않다- 정도네요. 아 그러니까 사진을 보내는 게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 정도의 안부인사 정도라는 건가요?
"상승기류 없이도 벚꽃이 느릿하게 떨어지는 방법은..." 신의 권능 정도는 될까요? 라고 말하며 가미즈미 마을이니까.. 마츠리마다 신이 돌아다닐지도 모르는걸요? 라는 말을 하는 토와입니다. 얼굴만 봐선 신 그런 건 없어. 라고 할 법한데도. 밤에도 빛을 낼 것 같은 선명한 에메랄드 색 눈이 야사이를 바라보다 빙긋 웃으며 접힙니다.
"장신구를 파는 노점상은 잠깐 구경한 적 있지만.. 본격적으로 즐기는 건 야사이 군이 처음이네요" "의외로 게임은 많이 해본 적 없어서요" 잘 못할 걸요? 라는 말을 합니다. 제가 아무리 공부는 잘해도 한번도 안해본 걸 바로 잘하진 못해요? 라네요. 어디 국경없는 의사회에라도 들어가면 호신용 사격이라도 배울지도 모른다지만(?)(국경없는 의사회에 무슨 망언이야)
"다만 게임적 사고는 잘 할 수 있지만요?" 그러니까.. 한정된 hp를 유지시키며 빠르게 처치를 끝낸다는 개념의 이해라던가요? 라는 말을 손가락으로 본인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합니다. 금붕어 뜨기에서는 종이가 찢어지기 전에? 라는 생각을 하며 링고아메를 파는 곳.. 그러니까 음식 노점 쪽으로 향합니다.
링고아메.. 토와주는 작은 사과를 탕후루같이 하는걸 생각했으나. 찐 사과라는 걸 알고.. 놀랐었나?
온몸이 비명을 지릅니다.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고통에 인간의 껍질을 당장이라도 벗어버리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더니, 한 번 속이 크게 불타자 그 생각마저 새하얗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성적인 사고마저 잃어버리니 세상이 빙글 돕니다. 불현듯 신관장의 딸과 함께 보던 영화가 떠오릅니다. 얼굴 없이 가면만 쓰던 검은 요괴가 욕심에 잠식되어 온천의 직원이고 음식이고 전부 먹어치우다, 주인공이 건넨 쓴 경단을 먹고 토해내며 주인공을 쫓던 그 장면. 그 경단이 얼마나 썼는지는 몰라도 요괴의 구토는 물론이요 몸이 녹아내리던 장면을 그 당시에는 감흥 없이 봤건만, 막상 비슷한 처지가 되니 몸이 녹아내리던 장면이 과장이 절대 아니었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생리적인 현상으로 발생한 눈물인지, 아니면 몸이 녹아내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뚝뚝 무언가 흐르는 것이 느껴지는 흐린 시야 속에서 누군가 냉랭한 호의로 등을 두들겨줬을 때, 보통이면 재액이 옮는다며 거절했을 텐데도 얌전히 받아들입니다. 네 모시는 신관의 피가 흐르니 힘 닿지 아니하는 하나비겠거니 생각한 겁니다.
등 두드려주니 다행스럽게도 일말의 이성이 유지되어 몸이 녹지 않았음을 체감할 수 있었으며, 게워내는 일은 한결 쉬웠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속 가라앉는 것은 아니요, 인간의 위에 응당 있어야 할 쓴 물까지 토해내고 몇 번을 더 헛구역질을 하고 나서야 그나마 속에 담겨있기에 느껴지는 통증 가라앉더랍니다. 그간 숨 제대로 못 쉬어 힉힉대는 소리 내며 몸 허물어질까 겨우 나무 붙잡고 고개 겨우 돌립니다. "하나비..?" 하며 보니, 감긴 눈이나 상대 확실히 볼 수 있으니, 어라. 하나비는 아닌데..
"아, 그, 그게..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인 줄 알고 그만.."
그런 네 바라보기에 시선 맞지 아니하고 조금 더 큰 소녀 있으니,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것은 교복 보고 알 수 있으며 그 위에 육각 무늬 자색의 스카잔 덧입은 것으로 제 나름 꾸미었더랍니다. 손에 들린 것은 붉은 액체 반쯤 채워진 잔이니 인간 육신 덧썼다 한들 본체 짐승 모습이기에 예민한 코는 어느새 소다수와 과즙 느끼었습니다. 저마저도 피였다면 심약하지는 않으나 필히 이 육신은 버티지 못하여 기절하였을 텁니다.
"가, 감사합니다.."
남모를 고통 견디어도 이리도 차분한 것은 이미 몸에 흡수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버티다 보면 괜찮아짐을 알기 때문이요, 버틴다고 이 몸 사라지는 것도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깨달음 얻지 못하고 제 발로 피안 들어가지 않는 한 사라지는 몸도 아니고 말입니다. 손 뻗으며 잔 받았을 적 본 것은 텅 비어버린 듯 공허한 눈동자요, 네 경황이 없어 속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고개 돌리어 잔 조금 허공에 떼어 기울이더랍니다. 구순 닿지 않고 약간의 음료와 작은 얼음 데굴 굴러 입안으로 떨어지며, 단맛이요 상큼한 맛이며 온갖 싱그러운 과일 향과 차가움이 가득합니다. 다만 이대로 삼키기 애매하여 잠시 머금고 있다 천천히 고개 돌려 뱉어내니, 입 헹군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그제야 네 할 말을 할 수 있던 게지요.
"어찌 답례를 해야할지.."
나직한 목소리는 아마 소년일 것이요, 이 상황에서도 기력은 없으나 차분하여 제법 몽롱하니, 꿈결 거니듯 합니다. 네 속 비웠다 한들 하오리니 유카타 운 좋게도 흔적 없이 깔끔하며, 그만치나 깔끔한 자세 유지하더랍니다. 조금 창백하지만 토한 사람.. 아니, 신 치고는 멀끔합니다. 고로, 작은 인간에게 받았으니 베푸는 것은 의무 아니겠습니까. 이행할 시간이지요.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반응이 영 시원찮기는 했지만 신경은 별로 쓰이지 않았다. 그냥 그녀를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그녀도 하고싶은 얘기를 할 뿐이니까. 남이 보면 대화의 핀트가 이상하다고 느껴진다고해도 그건 3자의 시선일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차분한듯, 들뜬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 뭐야, 기억하고 있었네요. "
손가락이 다가가니 고개가 뒤로 빠진다. 아, 하고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다시금 작게 웃고서는 내 머리 위에 떨어진 꽃잎을 털어냈다. 눈이 쌓이듯이 소복하게 쌓이는 벚꽃잎들은 역시나 장관이었다. 학우들이 본다면 항상 피곤해하고 매사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낮과 아예 다른 모습에 놀라겠지만.
" 물론 정말 시간을 멈출줄 아는건 아니지만 ... "
시간의 신도 아마 시간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있겠지만 그걸 사용하기는 엄청 힘들겠지. 근데 일개 별의 신인 내가 그럴 능력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별의 신이기에 할 수 있는 것중에 하나는 ...
" 이 근처에 별이 정말 잘 보이는 곳이 있는데. 혹시 관심 있으면 같이 가지 않을래요? "
별의 운행을 살피다가 지루해질때마다 산책을 나왔고 한창 같은 루트로 다니기 지겨워서 다른 길로 갔을때 발견한 곳이었다. 물론 거기도 다른 곳보다 엄청 잘보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도심에서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들도 어렴풋이 보이는 수준이니까 좀 더 나을 것이다.
"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니까요. "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며 하늘을 가리킨다.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이벤트를 열어줄 계획이었다.
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주로_먹는_아침_식사_메뉴는 -🤔 글쎄... 무난하게 정갈한 가정식?
작년에_산_옷이_맞지_않다면_자캐반응 - 신이라는 특성상 설정해늫은 외모에서 키가 커졌다거나 체중이 변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세탁 문제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옷 입을 때만 옷에 몸을 맞춰서 입거나(찐) 중고품 가게에 내놓거나 할듯!
자캐의_애교방식은 - 팔이나 소매 같은 걸 붙잡고 가만히 올려다 봐. 가마아아안히...... 이건 기선제압용이 아니라서 기가 죽진 않겠지만 이렇게 보면 부담스럽긴 하겠다... 그래도 안 되면 "안 되겠니?" "부탁이야." 같은 말 하고…… 애교라기보단 요구성 행동에 더 가깝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시큼하지만 흠잡을 정도는 아닌 산미는 우유거품 속으로 사라지고, 짙은 커피향이 조연의 선을 넘지 않는 헤이즐넛 향과 함께 코로 올라온다. 편두통이 한결 줄어드는 듯한 기분이다. 억지로 얼굴에 빳빳하게 걸어놓았던 무표정이 한결 느슨해지며 편안한 것이 되었다. 완성하지는 못했으나 찢어지는 것만큼은 면했다. 시니카는 조금 긴장이 풀어진 얼굴로 문득 미즈미를 흘끔 바라보았다. 씹는 것도 여유롭다. 아니 여유롭다기보다는.. 여유롭게, 무언가를 흉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시니카가 그것에 대해 더 꼬치꼬치 파고드는 일도 없다. 오물거리는 미즈미의 입에 머물러있던 시선도, 미즈미가 활짝 웃을 때면 다시 카푸치노로 내리깔린다.
그러다, 신에게 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대답하는 미즈미의 말에 문득 시니카의 입가에 힘없는 미소가 걸린다. 힘없는 미소를 건 채로 미즈미를 바라보면, 어느샌가 거의 다 비워진 접시를 두고 활짝 웃고 있는 미즈미의 얼굴. '씹는 것을 흉내내고 있는 것 같은' 미세한 위화감 따위는 잊게 만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행복해보이는 미소다. 오므라이스 한 그릇으로 저렇게나 행복해보이는 얼굴이라니- 나도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적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문득 카푸치노가 유독 쓴 것 같았다.
시니카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니, 쓸 리가 있나. 컵은 이미 다 비워진 채다. 저런 웃음이라니. 이제 와서는 필요없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시니컬한 시니카 양은 평온하게 살고 싶습니다.
시니카는 식기를 그릇 위에 올려둔 미즈미를 따라 일어섰다. 예의상, 인사치레를 했다. 오히려 흉내라면 이 쪽이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요조라에게 뻗었던 손이 이후 어디로 갔는지 무얼 했는지는 관심없었다. 그것을 포함하여, 요조라는 늘 일정하게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타인이란 그저 멋대로 와서 멋대로 가는, 계절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앞서 가버리는 사람들보다 그 뒤에 남는 풍경만이 요조라의 눈에 비쳤다. 그저 보기만 하던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내기 시작한 건 하늘이 몹시도 맑은 어느 날이었더랬지.
"네에, 그러시겠죠..."
코세이가 정말로 시간을 멈출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날 밤 했던 말이 빈말이라 해도 요조라에겐 그저 그럴 뿐이었다. 그러니 못 한다고 해도 적당히 대꾸하며 요조라는 제 갈 길만 갔다. 느릿느릿, 자박자박, 행여라도 보이지 않는 나무 뿌리에 걸리지 않게 조심히 걷는다. 걸으면서 했던 대답에 재차 대답이, 아니지, 이번엔 동행 요청일까. 같이 가지 않겠냐는 말에 힐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는 말에 가리킨 하늘을 힐끔, 본 요조라가 입을 열었다.
"이, 근처, 라면... 언젠가... 산책, 중에... 찾을 수도, 있겠네요... 저 혼자... 서도..."
근처에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만 알아도, 언젠가 찾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 곳이라면 굳이 지금 갈 필요는 없다. 지금은 다음 그림을 위한 꽃과 나무 관찰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싶은 요조라였다.
이만하면 확실한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일행인 사람도 아니었고 제안이 그렇게 솔깃한 것도 아니다. 이쯤 하면 슬슬 가겠지. 그럼 다시 혼자 느긋하게 꽃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런 생각들을 내딛는 걸음마다 흘리다가 가까이에 빈 벤치가 보이자 요조라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벤치에도 쌓인 꽃잎을 유카타 소매로 대강 쓸어 자신의 자리만 만들곤, 그 자리에 앉아 주변과 반대편에 보이는 풍경을 천천히 감상했다.
츠무기의 손사래에 코로리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먼저 찍어달라고 한 건 츠무기였는데다가, 코로리는 이미 어느 모양으로 하는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갯짓이 꽤나 서운해보인다. 해를 못 봐서 시드는 꽃 줄기 같기도 하고, 쿠폰제를 도입해보는 건 어떻냐는 말은 들은체도 안한다! 츠쨩, 피노키오야? 결국 짧게나마 코를 찡긋거리면서 토라진 듯이 씰룩이는 표정을 짓고 만다! 무슨 꽃, 어느 색으로 그릴지 고민하고 있었던 딱 그만큼만 시무룩해하기로 했다. 코로리는 하루나를 바라보면서 서로 꼭 잡고 있는 손을 흔들거린다.
"하쨩, 언니 동생할까ー"
정말로 하루나의 언니가 되고 싶어서 그런다기보다는, 유치하지만 도장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지는 시무룩함이 이유였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코로리가 1등 경품을 타내면서 다 잊어먹는다. 다트를 던질 때마다 풍선들이 하나씩 팡팡 터져나갔다. 마지막 다트를 던질 때는 이번에도 풍선이 터지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손에서 다트가 떠나자마자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박수를 치고 있는 아오키 남매에게 뿌듯하게 브이를 그린다. 뺨이 상기되어 얼마나 신났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읽을 수 있다.
"아냐아, 나는 벚나무 신이 아니라,"
자장자장 잠의 신이야ー 라고 말할 뻔 했어!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스스로 신이라고 말했을 때 믿어주는 사람보다 장난으로 받아들이거나,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혹시 모른다! 게다가 코로리가 신이라는게 탄로나면 쌍둥이 오빠까지 정체가 들통날 위험이 있었다. 말을 잇는게 어색하게 느껴지기 전에, 가방을 다시 메느라 그런 척 발치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들어올린다. 어깨에 걸쳐메면서 자연스러운 척, 그렇지만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풍선 다트의 신이야!"
심장이 회전컵에 타버렸어ー! 잘 둘러댔다고 믿으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까봐 조마조마한다. 태연하게 경품을 수령하는데, 제일 따기 어려운 1등 경품이니 만큼 가짓수가 적었다. 코로리는 커다란 봉제인형들을 둘러보다가 하나에 팍 눈이 꽂혔다. 커다랗고 새하얀 곰인형인데 귀 한쪽에 벚꽃 장식이 달린 리본을 묶고 있었다. 풍선 다트 노점의 주인에게서 인형을 건네 받아 안아들어보니까, 코로리가 보이지 않게 됐다.
"츠쨩, 츠쨩 가져!"
봄날의 산타클로스, 하루나에게는 츠무기가 인형을 선물했으니까 코로리가 딴 인형은 츠무기에게로 간다. 츠무기에게 커다란 곰인형을 보여주면서 말을 걸지만 신난 목소리만 들리고, 어쩐지 곰인형이 말을 거는 것 같다!
다 자장자장해버릴 수도 없잖아! 지금만 생각한다면, 제일 편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방과후까지만 다 재워버리고 도망가버리면 당장 체육 선생님에게 혼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아마도 쥐구멍을 찾느라 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던 겨울잠쥐신에게도 희소식일테고, 조금만 더 잠에 취해있었으면 저질러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 노릇 3년차, 그랬다가는 후폭풍을 절대 감당할 수 없으리란 것쯤이야 잘 알고 있다. 코로리는 울상을 짓고서 자신을 부른 학생을 울먹울먹 쳐다보았다. 앞뒤 맥락을 끊고서 이 장면만 잘라내어 본다면, 누가 보아도 코로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이나 억울해했다. 눈가가 전혀 촉촉하지 않다는 점이 딱 하나 미스였다.
"탁구공도 산책하고 싶대ー"
탁구공을 줍는 여러 손들 중 제일 꿈지럭거리고 있는 손을 쫓아가 얼굴을 보면, 코로리였다! 고의로 엎었던 탁구공을 빠르게 주워담을 이유가 없다. 겨울잠쥐신님, 겨울잠쥐로 변해서 도망갔겠지?! 쥐구멍 찾았어야 하는데. 앨리스가 쫓던 시계토끼가 토끼굴로 쏙 빠졌던 것마냥, 겨울잠쥐도 쥐구멍으로 쏙 빠졌을 거라 믿는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끌어보겠다고 행동이 굼떴는데,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느릿느릿 하나씩 줍고 있던 탁구공 하나가 다시 코로리의 손에서 바닥으로 톡 빠져나간다. 쥐구멍 못 찾았나봐!
"꾸깃꾸깃하면 종이학으로 접어버린다아."
자세한 상황은 보지 못했고 둘이 넘어져 아파하는 것부터 보았다. 같은 반 남학생이 인상을 구기는 것을 보았으니, 험악하게 그러지 말라는 듯 코로리는 한 마디 외쳐버렸다. 장난스럽기도 하고 어르는 듯도 했는데, 마냥 장난으로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처럼 같은 반 친구를 눈을 가늘게 뜨고서 바라보았다. 후배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실상은 집 가는 길 잃어버려서 슬플 거란 말야. 그랬다. 그래서 문득 눈이 마주쳤을 때 본 애처로운 표정을 제대로 오해하고 말았다. 코로리는 정말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찍찍이니까, 햄스터라고 하면 세이오빠가 속아줄까아. 아냐, 오빠도 겨울잠쥐신님인 거 알아챌텐데. 매번 세이라고 부르던 쌍둥이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며 고민할 만큼이나 깊은 오해는 계속 자라고 있다. 고민하느라 바쁜 코로리가 아무리 굼뜨게 움직인대도 손이 몇개인데, 탁구공은 금방 다시 상자에 담겼다. 코로리는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체육 선생님에게로 향했다. 모른 척 반 아이들 사이에 섞이려고 해도, 체육 창고에서 나오는 순간 매섭게 바라보고 있는 체육선생님의 눈을 보아서 더 도망칠 궁리가 어려웠다.
"아, 아파ー"
이마에 딱밤을 맞았다! 혼잣말이었던 아프다는 소리에 트집을 잡혀서, 체육 선생님의 잔소리에 어디서 반말이느냐는 말도 추가됐다. 코로리는 이마를 두 손으로 감싸고서 최대한 둥글게 뜬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본다. 불쌍하게 보여야 덜 혼난다는 건 인간도 신도 다름없는 처지였다. 신의 존엄따위 찾아볼 수 없다. 오늘 체육쌤 꿈은 새끼 발가락 찧는 꿈으로 할거야! 수업 시간에 땡땡이 치고 자는 건 혼날 짓이 맞다.
"아마노가와, 넌 어디서 땡땡이 치다 왔냐!"
같은 반인 3학년 아이들 말고도, 합반 수업이었던 후배들인 2학년 앞에서도 혼나고 있던 중에 불린 이름. 코로리는 직감했다. 분명 겨울잠쥐신님의 이름일 것이라고! 그리고 체육 선생님이 이어하는 말에 확신한다. 체육선생님이 누군가에게 이리 오라고 까딱까딱 손짓하는 방향을 따라 쫓아가면 역시나 겨울잠쥐신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체육창고에서 땡땡이친 것은 코로리 뿐이라고만 아는 듯 하다. 코로리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입에 지퍼를 꼭 채우기로 했고,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반성문 쓰기랑 벌청소만 안 하게 해주세요!
/ 그래서 히로도 같이 걸리게 했다~! 히로도 딱밤 한대 맞고 둘이 방과후에 남아서 반성문/벌청소 하는 정도밖에 생각 안 나서 그 정도 상황 염두에 두고 썼는데, 히로주야말로 생각나는대로 편하게 이어줘! 필요하다면 방과후로 아예 시간 넘겨도 괜찮아 ( ´∀`)
이타니 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대학을_다닌다면_전공은 음..간호학과 아니면 영문학과? 잘 생각나지 않네요.. 수면학과 이런게 있진 않으니까.. 자캐이름_이렇게_지었다 랜덤으로 이름 생성해서 섞었어요 자캐가_커뮤를_뛴다면_장르는 가벼운 연애 상L일 것 같네요!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에, 미카쨩 초절귀여운아이인데 그걸 나만 보라니 야박해 야박해- 아깝다구. 좀 더 자기자신에게 당당해져도 좋다구 생각해. 반짝! 하고 웃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 거라구. 그 사진 분명 귀여울... 알았어. 시이만 볼게. 힝."
후미카가 옆에 붙어 서자 시이는 후미카의 얼굴을 유심히, 빤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들여다봤다. 관상을 해체하여 낱낱이 캐릭터성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의 눈은, 결국 어떠한 포즈를 결론으로 냈다.
아, 저 무표정한 눈-죽진 않았다-, 나보다 작은 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엽고 예쁜 얼굴- 그 옆의 나. 이건 그거지.
그걸 해야지. 그게 도리지.
"미카쨩, 그러면 내가 해달라는 포즈 해줄 수 있어? 예쁜 짓 안 해두 돼. 그냥 이렇게만 해줘, 응, 엄지만 들고 있으면 돼. 간단하지?"
그리고 그 옆에서 시이는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하트 반쪽을 그려보였다. 어떤 아이돌 같이 생긴 여자와 오타쿠처럼 생긴 남자의 사진이었는데, 오타쿠가 하트 반쪽을 내밀자 응해주지 않고 최고! 사인으로 대응한 유명한 사진.
오타쿠 문화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감성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시이는 꼭 이런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두 사람의 손으로 완성되는 사랑이라니 그것도 멋지지만, 역시 이런 건 친구같아서 또 두근거려버리는 거야. 인화해서 펜으로 마구 낙서해버려야지, 스티커 사진처럼.
도태. 그 말에 시이는 슬쩍 웃었다. 그 말이야말로 시이의 최후에 가장 근접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주삿바늘을 꽂고 아사한 인간. 금단증상으로 몸을 던진 사람. 여색과 도박으로 돈을 허비한 사람. 매독에 걸려 머리가 이상해진 채 죽은 사람. 쾌락은 언제나 느긋한 자살로 향하는 한 발짝이었고,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쾌락을 선택한다. 쾌락 이후의 끔찍한 후유증이 싫으니까. 직면하고 싶지 않으니까. 연약한 자신을 마주 볼 용기가 없으니까. 견딜 마음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 인간상이 바로 나라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웃음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이는 스즈에게 유난히 다정하게 대해주게 된다. 단순히 스즈에게서 사랑을 앗아가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조금은 돌봐주고 싶다는 정도로.
그건 어쩌면, 시이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성이었다.
얼굴을 부벼오는 스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선뜻 수락했다.
"좋아, 라인도 번호도 마구마구 교환해버리자구. 그치만 말야, 절대 읽씹하면 안 돼? 나 그런 건 싫어. 기껏 전화번호 줬는걸~ 새벽 3시에도 저녁 7시에도 남친과 있을 때도 답해줘야 돼? 응?"
물론, 그러는 인간은 그러는 대로 싫다.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응."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 징그러운 말을 하고,
"농-담♪"
하며, 아닌 체 하는 것이다.
시이는 키링이 잔뜩 달린 빨간색 아이폰을 내밀었다. 검은 액정 위로 비치는 건 마찬가지로 새빨간 일몰이다.
"그치만 역시, 답장이 없으면 슬플 거야. 늦은 답장이라도 괜찮으니까, 나-"
잠금이 걸려 있지 않은 휴대폰은 기이하리만치 깔끔했다. 공장초기화한 것에 최소한의 SNS만 깔아둔 것처럼.
전화를 걸면 벨이 울린다. 환청처럼 들리던 방울소리가 또 짤그랑, 하며 휴대폰에서 들렸다.
소원이 공개되면 부끄러워질 것 같아요. 갱신합니다.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많이 피곤하네요. 좋은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피로와 어제, 아까 뭘 잘못 먹은 여파 비슷한 게 쌓여서 그만... 여러분은 절대 용량 용법을 지키지 않고 뭘 함부로 드시면 안 돼요! °□°
"열렬한 부정은 열렬한 긍정이랬어. 그야 로맨스 만화에서 다 그렇게 말했는걸. 싫다 싫다 해도 좋아하는 속内이라고도 했고... 이거, 츤데레의 대표 속성이던데- 정말로, 아니야-?"
에니시는 끈질기게도 달라붙어 온다. 젓가락을 그릇 위에 똑바로 세우고 권태로운 낯에 삐진 가면을 씌우듯이 폭- 볼을 부풀리기까지 하는데 통할지는 글쎄.
"그리고 네 나이면 이미 성인이고도 남ㄴ...! 아니, 아니, 아직 어려도 혼약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포기하긴 아직 일러. 츤데레 대사 진짜로 못해? 나, 난 옷을 걱정했지- 따, 딱히 널 걱정한 건 아니니까! 이런 대사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 음, 그러니까 관상이 그래."
에니시는 흘금 테츠야의 눈매를 보았다. 저런 냉랭한 눈 또한 츤데레의 대표 속성, 에니시의 눈에 테츠야는 훌륭한 츤데레거나 적어도 츤데레의 자질이 있었다! 직업도 없고 정기적인 수입도 없고 제 명의로 된 거주지도 없다, 아무 상관도 없다, 신과 의식을 치르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신통력처럼 해결된다. 너는 나중에 신이 될 것이며, 공물 봉납 받을 것이며, 한갓 지상의 집 따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크나큰 신의 곁에 머물러 영원토록 살 것이란다.
심지어 그 로맨스 만화의 내용도 거의 10년이나 20년은 더 된 옛날 내용일거라 추측했다. 요즘시대에 츤데레같은건 속성 축에도 끼워넣어주지 않는데. 도대체 언제적 로맨스 만화를 읽은건지. 게다가 관상이라고 했겠다. 그런 비과학적인 것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다니 이제는 폭거라고 해도 무방했다. 게다가 뭐냐, '나, 난 옷을 걱정했지- 따, 딱히 널 걱정한 건 아니니까!' 는. 너무나도 상투적이지 않은가! 만약 한다면..
"하아? 네가 다치든 말든 나랑은 전혀 상관도 없고, 성가시기만 하거든? 너보단 네가 입고있는 옷이 더 소중한걸? 아아, 옷 꼴이 그게 뭐야!"
이게 바로 요즘 트렌드에 맞춘 츤데레지! 사전조사도 부족해서야 남에게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나 있으련지. 쯧쯧...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생각해보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연락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고, 지금과 같은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힘들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땅히 지금 염려할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지금의 일상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렌은 히키의 대견하다는 말에 조금 민망해졌다. 양 손을 다 쓰고 있었기에 어깨로 볼을 문지르듯이 닦았다. 물론 민망함을 감추기 위한 무의식적 행동이었다.
히키도 종종 요리를 해 먹는다는 말에 렌은 내적 친밀감이 조금 더 올라갔다. 렌에게 있어서 누군가를 적대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사람을 만나 호의를 쌓아가는 것은 늘 기꺼운 일이었다. 언젠가 히키가 만든 음식을 먹을 일이 있을까? 속으로 생각했으나 말로 뱉기에는 무례하다 생각되었기에 이내 묻지는 않았다.
“저요? 좋아한다고 해야 할지…. 음, 좋아한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요리를 하는 것이나 가사일이라는 것이 해야만 하는 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그래도 음식을 한다는 행위 자체는 좋아한다에 가까운 것 같기도 했다.
삶은 달걀을 꺼내 찬물에 식히고 새로 냄비를 꺼내 이번에는 육수를 만들려는 모양이었다. 뭔가 비장의 재료는 없고, 일반 마트에서 파는 사골육수를 여러 봉지 뜯어 넣고 다진 마늘을 넣고 불에 올린다. 그것이 끓는 동안 고기가 다 삶아졌는지 간장 베이스로 조려진 고기를 꺼내 도마에 얹어 식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냄비를 꺼내 물을 올린다. 이번엔 면을 삶을 모양이다.
물이 끓기 전에 또 숙주나물을 꺼내 씻고, 쪽파를 잘게 썰고 하는 모습이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다. 렌은 식은 계란을 까고 열이 내린 고기를 썬다.
“뭔가 작년에는 1학년이어서 그런가 뭔가 새로운 느낌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2학년이라 그렇게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네요. 그래도 3학년은 조금 다르겠죠? 으음, 저도 히키 선배한테 받은 게 많으니 올해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까지 친한 후배는 없지만, 수영부나 아니면 다른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테츠야는 압도적인 대사에 마찬가지인 씹덕력으로 츳코미를 넣어주는 편이지 "안녕하세요 테츠야스오충씨." 하면 "누가 야스오충이라는 거냐! 참고로 나는 야스오가 아니라 랭겜에서 티모를 픽하고 트롤하는 타입이지만, 그보다 내 이름을 그런 멸칭으로 부르지 말라고!" 하는... 실례, 깨물었어요.
별로 관심 없어보이는 태도에 나도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이고선 그녀보다 살짝 뒤에 서서 주변을 지켜본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이곳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소녀를 그저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보다 까마득한 옛날에도 나는 그저 길을 가는 나그네인척하며 여러 사람들을 따라다니곤 했다. 원래 별이란 그 어떤 누가 보더라도 같은 자리에서 빛이 나고 있고, 별도 그 어떤 누구든 바라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 뭐, 혼자서도 찾을수는 있겠지만 말이에요. "
사실 별이 잘 보이는 스팟은 별다른건 없고 지대가 좀 높고 주변의 광원이 별로 많지 않은 곳이면 충분했다. 인공위성들이 내는 불빛들도 같이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사실 빛을 내고 있는 인공위성들은 별로 없고 거기서 보이는 대부분이 별이다. 그러니까 내가 가려는 곳도 그렇게까지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 오늘은 유성우가 쏟아진다고 했거든요. 그것도 꽤나 큰 규모의 유성우가요. "
사실 계획에 있던 일은 아니었다. 이 근처를 지나가는 천체도 없어서 대기권에 진입시킬 무언가도 찾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런건 별의 신으로써 면밀히 생각해야하는 문제는 아니다. 그저 오늘이 축제이고 모두가 즐겁게 즐기고 있으니까 나도 그에 맞는 선물을 주고 싶었을뿐. 신으로써 내가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몇 안되는 은총과도 비슷한 것이다.
" 그래도 그럴 기분이 아니라면, 먼저 가봐야겠네요. 사실 시간이 좀 촉박하니까요. "
벤치를 쓸어내고 앉는 그녀를 보면서 얘기한 나는 소매를 걷어 손목시계를 보고선 말했다. 한창 축제가 절정에 올랐을때 유성우가 내리는게 좋으니까 나도 나름 타이밍이라는 것을 신경 써야하는 것이다.
"맞아. 옷은 소중하지, 특히 무녀에겐 말이야. 옷을 입는다는 것은 곧 테두리를 두르며 경계를 긋는 일과 다름 한 점 없기 때문에..."
에니시는 나른하게 눈을 깜박이며 다시 야키소바를 돌돌 말아내기 시작했다. 대화의 핀트가 한참 엇나갔고, 들은 것이 츤데레에 가까운 대사라는 사실조차 못 알아차린 것 같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정말이지 이 신은 상투적인 모에 속성밖에 배워먹지 못한 모양이다. 중매자를 하겠답시고, 역사 깊은 로맨스 책 벼락치기라도 한 것이겠지. 역사가 깊다, 라... 낡아 빠졌다는 말과 다름 한 점 없다.
"무시무시하지."
아- 하고 야키소바를 들고, 합- 하고 물었다. 어째서 훔- 이 아닌지는 제쳐두고. 이 권태로운 낯으로 어쩌면 '고기'도 한입에 휙 집어삼켜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애서 내 칭즈아 조어, 바아드이 거아 마 거아. (그래서 내 친절한 조언,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
아니 거기선 나의 깊은조예에 대해 감복해야하는 타이밍이 아닌가? 기껏 성심성의껏 대답해줬는데 그에대한 반응이 전혀 없다는것은 정말로 슬픈 일이었다. 그걸 설명한다고 하면 그건 너무나도 비참한 일이고 이 목 깊은곳에서부터 터져나오는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그렇게 보여."
그래서 마음속에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말에 대충 동의했다. 야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무녀인가보다. 세상에 이런 무녀가 있다니.. 세기말은 지난지 수십년이 지났을텐데.
"영 아니꼬운 기분이지만 받아들일것을 고려하는걸 생각해보는것도 괜찮을거라 봐."
눈 앞에서 야키소바가 '면 이었던 것' 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상대방이 눈치못채도록 뭔가 받아들일 것 같으면서도 결국 나중에는 의견이 변할것이라는 암시가 보이는 어투로 말했다. 거절하면 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도 같아 대놓고 거절하지는 못했다.
"......너, 은근히 회피하네? 뭐어, 그것도 좋나. 고려하는 걸- 생각해보는 걸- 괜찮다고 보다니, 응, 이 정도면 장족의 진보네."
면(이었던 것)은 고기라도 삼키듯 꿀꺽 넘어가 사라져버리고, 에니시는 이제 바닥이 깨끗이 보이는 그릇을 젓가락 끝으로 슬슬 매만지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테츠야는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겠지만, 이 신은 고대- 적게 잡아도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가 암굴에 숨어버리기 이전 어느 시점부터 줄곧 존재한 지나치게 오래되고 낡은 신인 것이다. 하물며 계시하는 눈마저 지닌 타에마누시妙目主이니... 그다지 통찰력이 있는데도 츤데레 대사는 도저히 못 알아들었지만.
언제나 우습지 않으니 웃지 않는 것이지만, 제 막역한 친구―강의 뱀신 말이다.―처럼 거짓웃음조차 짓지 않는 덴 이유가 있다. 풍어신은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편이니 이 말은 분명히 사실일 테다. 말을 마치곤 후미카는 잠시 무엇을 생각하듯 조용히 있다, 또 한 차례 시이의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아쉬워하면서도 순순히 따라준 데에 대한 칭찬이자 위로의 의미다.
몇 번의 조작과 함께 카메라가 설정되었다. 풍어신 역시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만 사진 찍는 취미는 없는지라, 제 쪽으로 비쳐지는 화면을 새삼스레 낯설다 생각했다. 후미카는 우선 엄지를 들어보인 뒤 시이에게 슬쩍 눈짓했다. '정말 이거면 되니?'라는 의미였지만 요구사항은 정말로 이 뿐인 듯했다. 한창 유행을 배우는 중인 후나가츠히메에게도 시이가 한 손동작이 반쪽짜리 하트라는 사실을 알아볼 정도의 관찰력은 있었다. 그러니까…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는 건데, 어째서 굳이 이러는 거지? 그는 키모오타라든지 그쪽 세계의 유머 같은 것에는 무지했으나 궁금증은 일단 밀어두었다. 그렇게 결국, 후미카는 사진이 찍힌 뒤에 기어이 한 마디 소감을 남기게 된 것이다.
요조라의 그간 경험상 이제 갈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따라붙은 사람 치고는 오래 버틴 셈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잘 가시란 인사나 마지막으로 해줄 요량이었다. 저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아무런 고민 없이 그냥 보냈을텐데.
"...그런, 얘기... 처음, 듣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뜬금없는 얘기다. 오늘 유성우가 내릴 거였으면 뉴스에 나오거나 오빠가 호들갑을 떨어대며 잘 보일 자리를 찾아 난리를 쳤을텐데, 얌전히 노점만 돕고 있을 인간이 아니었는데 그러질 않는다. 요조라 본인도 들은 소식이 없다. 그런게 있으면 부모님이 알려주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아무도 모르는 일을 저 사람, 코세이 혼자만 알고 있다? 요조라의 안에서 깜빡이던 황색 신호등이 띵- 하고 완전히 켜졌다.
"하필, 오늘..."
의심은 둘째 치고 만약 저 말이 진실이라면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까웠다. 요조라의 체질상 멀리 나가기도 힘든데, 살면서 한번 볼까 말까 한 유성우가 내린다니, 어쩌면 정말이라서 제대로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두고 두고 한이 맺힐게 분명하다. 그러면 어쩔까. 가야지.
요조라는 기껏 앉았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에휴, 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 코세이를 힐끔 보며 말했다.
"갈, 테니까... 앞장, 서세요..."
갔다가 올 체력이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오빠를 부르면 된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별 구경이나 하고 오면 될 테니 시간낭비도 아니게 될 거라고, 요조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어서 가라는 듯이.
1. 제 소원은.. 한번쯤 잠옷 파티 같은걸 해보고 싶어요. 프로레슬링 관련 소원들을 생각해봤지만, 프로레슬링은 너무 뭐랄까 저랑 관련이 있으면서도 없으니 좀 더 직접적이고 와닿는 소원이 좋을 것 같아서요. 어쨌든, 한번 생각해주세요. -이타니 아미카
2.4DX 영화관이 가미즈미 마을에 들어오게 해주세요!!
3.새 그림이 무사히 완성되게 해주세요.
4.온누리에 평화를,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행복은 되도록 찾아오지 않기를. 카나가시마 렌코
5.올 해, 저와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이번 시합에서 좋은 기록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6.방이 더러워지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으면 좋겠어요.
7.만인에게 지복을.
8.벚꽃을 좋아하는 만큼의 꽃잎 하나씩 학교에 자장자장 타임이 생기게 해줘!
9.천지사방 봄꽃이 작년보다 더 화사하게 피었으면.
10.안녕하세요, 벚꽃나무의 신님! 가미즈미 고등학교 2학년 B반의 야사이 카즈네라고 합니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어도 좋지만, 학교의 모두들에게 놀랍거나, 재밌거나, 아무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면 좋겠네요. 꼭 모두 즐거울 만한 일이라면 좋고요. 스릴이 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많으면 아니어도 돼요!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사쿠라마츠리 때 신님도 즐거우셨길 바라요.
" 난 읽씹같은거 안해~ 일단 봤다면 답장하려고 노력하고 전화도 진~~~짜 바쁜거 아닌 이상에야 받으려고 노력하니까 걱정할 거 없다! "
농담이라는 말에도 스즈는 '남친 없으니까 안심해~' 하고 말하며 응수했다. 실제로도 스즈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되었던 가능한한 빠르게 연락하고 답장하려 했다. 그게 누구라도 자신이 애써 보낸 연락이 무시당했다면 슬플테니까. 그게 자기 자신이어도 슬플 테니까. 응. 슬플테니까. 늦었다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게 아니라면, 빠르게 답하려고 노력했다.
" 키링 귀여워~ "
스즈는 스마트폰을 받아들곤 키링을 톡톡 건드려보았다.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스마트폰은 SNS가 간신히 깔려있었다. 이런 물건은 주인의 취향과 성격을 잔뜩 닮는다는데 혹시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즈는 자신의 번호를 찍고 통화를 눌렀다. 좋아하는 노래를 벨소리로 지정해두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번호를 저장하려던 스즈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 했다.
" 음.. 흐으으음.. 뭐라고 저장할까.. 음... 그래! 시-쨩으로! "
싱글싱글 웃으며 저장을 마친 스즈는 미소를 지어서인지 살짝 따끔한 입술에 읏, 하고 살짝 인상을 구겼다. 이렇게 또 연락처에 한 명이 늘었다. 친구가 한 명 늘었다. 스즈는 무엇이 그리 뿌듯한지 잠시간 스마트폰 액정을 바라보다가 등을 젖혀 소파에 기대곤 고개를 살짝 돌려 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나도 아무때나 연락 받아줄테니까 시-쨩도 약속해. 나 잊어버리지 않기로 "
빨갛게 물들어가는 석양빛과 집. 연한 분홍색의 색조화장과 염색해서 밝게 빛나는 머리. 그와 반대로 착 가라앉았지만 적당히 포인트가 있어보이는 검은색 후드티와 방울이 달린 초커. 귀걸이와 이어진 체인. 마지막으로 이히히- 하고 옅게 웃고있는 살짝 터진 입술과 살짝 말라붙은 피. 그 모습 그대로 스즈는 자신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진처럼 네 마음속에 남기라는 듯 가만히 바라보다가 금세 화제를 전환했다.
" 으음- 슬슬 배고프네~ 힘을 잔뜩 써서 그런가봐. 나중에 디저트 카페라도 같이 갈래? 내가 좋은 데 많이 알고있어~ 파르페 좋아하니? 소르베는 좋아해? 버블티! 버블티는 좋아해? 난 버블티 진~짜 좋아하거든~ "
"흐흥, 이 포즈의 의미는 말이야~ 기분 나쁜 오타쿠가 춘리 코스프레를 한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퇴짜맞는 사진의 패러디인데- 그냥 유명해서 해보구 싶었어. 미카쨩같이 뭐랄까, 덤덤한 사람 말고는 너무 상냥해서 금방 하트를 만들어주지 뭐야. 난 그런 거 하고 싶은 게 아닌데-"
사진을 보면, 약간 의구심이 남아있지만 하라니까 일단 하는, 덤덤한 얼굴의 후미카와 진심 하트중인 시이가 보인다. 이 갭이 더욱 반쪽짜리 하트를 절망스럽게 만들어서, 시이는 도리어 기분이 좋아졌다. 계획적으로 찍은 사진은 이게 처음이야, 하고.
시이는 벅차오르는 얼굴로 한껏 웃으면서 후미카를 꼬옥 껴안았다. 마구 볼을 부벼대는 모습은 둘이 만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어색해보일 정도다.
"역시 미카쨩 제일 좋아- 내 소원을 들어줬잖아, 역시 미카쨩은 천사인거네. 날개는 없지만-"
꼬오옥, 한 번 세게 끌어안고 나서야 시이는 두르고 있던 팔을 풀었다. 마음같아서는 이렇게 자그맣고 품에 쏙 들어오는 아이를 계속 껴안고 있고 싶지만...
>>606 하... 좋다........... 나 사실 스즈 친구 위해서 싸우고 아무튼 그러는 거 보고 짱설렜잖아 하...... 내 마음속 이치고.. .등장... (이딴말) 아무튼 혹시 원하는 상황 있을까~? 축제 즐기는 것도 좋고 벚꽃 구경한다고 도시락 까먹는 것도 좋아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는 법이라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별개의 일. 하지만 어린 인간이 당신에 대해 알지 못하니 섭섭해하는 것은 당연할 법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 어린 인간 네 칭찬 민망한지 몸 배배 꼬는 모습이 제법 흥미롭단 생각이 들던 것입니다. 인간 아이들은 아직 자신이 얼마나 값진 존재인지 모르고, 받아들이기 어색하기에 종종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그 작고 작은 행동이 어찌나 보기 즐거운지.
"좋아한다에 가깝다라."
하기야, 일과에 포함되면 무엇이 즐겁겠습니까. 흥미도 일이 되면 작게나마 고통이 되는 법입니다. 흥미를 가져 게임을 시작하면 무엇합니까, 레벨을 올리며 경쟁해야 하는 행위로 돌입하기 시작하면 숙제가 되고, 숙제를 하다 보면 지쳐 떨어지기 마련이거늘. 그런 것과도 같은 일임에도 싫다고 하지 않는 점이 가상하다 해야 할지. 어린 벗에게 할 말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달걀의 뒤는 육수. 그 뒤는 고기, 그 뒤는 부재료. 일련의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며 한두 번 해본 솜씨 아닌 것이 보였기에, 그간의 연륜 확실히 보여줍니다. 예, 턱을 괴던 인두겁 위로 잔잔한 미소 떠오르니 겉보기에 말벗 즐거우며 요리 과정을 동경하듯 바라보는 듯싶으나 속으로는 어린 인간은 역시 즐겁고도 신기하구나 하는 겁니다.
"2학년이 원래 그렇지요. 중학생 때도 1학년은 새롭고, 2학년은 그저 그렇고, 3학년은 뭘 했다고 벌써 졸업인지 늘어지잖아요. 사실 나도 3학년이 되면 달라질까 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와 다를 바가 없더군요."
입시를 빼면. 인간에게는 중3 때도 입시 있었다고들 하나 고3보단 그 압박이 덜하더랍니다. 네 딱히 생각이 없으니 압박을 느끼지 않지만 확실히 학년이 하나 올랐다고 허무해진 학생 수없이 보았지 않습니까.
"혹시 모르지요, 잘 대해주면 후배가 은혜를 갚을지. 가령 직접 끓인 라멘을 대접한다거나?"
은근한 장난. 지금처럼 식사를 대접받는 일을 돌려 언급하며 네 장난스러운 미소 입가에 걸쳐봅니다. 아무렴 이리 장난을 치나 이 어린 인간에게 좋은 연이 많이 생긴다면 너야 안심될 일이지요. 인간의 행운 많은 벗에서 나온다는 말 있고 공허함 덜할 테니, 좋은 연 쌓이다 보면 재액이요 공허 쌓일 일 없이 평범하고도 즐거운 삶 살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네 꽤 오랜 시간 이 아이를 봐왔으니, 어쩌면 자식 키우는 입장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616 슈슈슉 가볍게 가져오겠어~~~~ 사실 학기초라 모르지 않을까 싶기도...? :3 사실 얼굴은 안다~로 가도 크게 상관 없을 상황이 올 것 같긴 해 ㅋㅋㅋㅋㅋ 흐으음 아무튼 만약 축제라면 스즈는 뭐할 것 같아? 최대한 맞춰보고 싶어서 :3 물고기 못잡아서 으으으 거리고 있는 미즈미 도와준다거나... :3 그도 아니면 넘어진 미즈미때문에 우당탕 아앗 옷에 아이스크림 묻었잖아~! 상황도 좋고 ㅋㅋㅋㅋㅋ
>>624 축제라면.. 음..! 음! 사진 마구마구 찍으면서 돌아다니구 맛있는건 전부 다 먹어봐야 하고.. 또또 축제에서만 할 수 있는것들! 미즈미주 말처럼 금붕어 잡기나 아니면 또 뭐가 있을까.. 아무튼 그런건 최대한 다 해보려고 하지! 스즈즈라면 얼굴 정도는 알고 아마 이름도 알고 있을거야. 여기저기 아는 사람이 문어발처럼 퍼져있어서 인적사항은 대충 알고 있으니까~
인간의 축제는 실로 처음이었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화려하게 꾸민 인간들이 소란이다. 나는 솜사탕 하나를 들고 가만히 거리를 지켜보았다. 장신구를 이리저리 대며 거울을 바라보는 여자들도 그렇고 모빌처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장난감을 보고 탄성을 내지르는 아이도 그렇고 보기에 흡족한 관경이었다. 나는 솜사탕을 한 입 베어물려다 만다. 몽실몽실 구름 같은 것이 예뻐서 샀는데 속이 느글정도로 단 터라 풍선 든 것처럼 들고 있었을 뿐이다.
그때, 첨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안 그래도 물을 다루는 신인지라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나는 물뱀처럼 목을 쭉 빼고 소리의 근원지를 살핀다. 그곳에서는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몸을 굽히고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저기 작은 물그릇에서 팔리기 위해 전시된 금붕어보다 더 예뻤다. 아무튼 시달리고 있는 금붕어도 불쌍하고 난색 표하는 여자도 보기 뭣해 나는 쑥 몸을 들이밀고 보았다. 얇은 그물이 펑 터져나가면서 금붕어가 맥 없이 떨어졌다. 펄떡거리는 모습이 영 시원찮은게 시름시름 앓고 있는 녀석이 틀림없다.
"와- 뭐하는 거예요? 금붕어 잡기?"
나는 혼수를 둘 생각 없지만 약간의 도움을 주고자 했다. 원래 상대가 짜증나면 혼수고 고마워하면 조언이니 잘 조절하면 문제 없을터였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인간이 만든 매체로 틈틈히 인간 공부도 했고 옛 성현들의 말씀도 마음속에 세겨놓았으니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당연히 처음 듣는 얘기겠지. 지금 여기에서 하늘에 유성우가 내린다면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좋아하겠지만 천문학자 양반들은 패닉에 빠져서 우주에 떠있는 수많은 인공위성들의 데이터를 확인해본다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우연의 연속이니까, 우연스럽게 인공위성들 사이에 사각이 생겼고, 우연히도 그 자리로 유성우의 원인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이다.
" 믿을만한 정보니까, 나 한번만 믿어봐요. "
아까처럼 왼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한 나는 벤치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는 소녀를 보고선 축제의 외곽으로 길을 안내했다. 지금 사쿠라마츠리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공원이 있고, 그 어귀에는 가로등이 고장나서 주변이 아주 어두운 장소가 있다. 물론 이런 밤에 움직이기엔 위험한 곳이지만 지금만큼은 위험하지 않을테니까.
" 너무 빨리 움직이면 다칠수도 있으니까 ...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 걸어볼까요? "
다시 한번 손목시계를 바라보면서 요조라에게 말했다. 평소엔 느릿한 발걸음이니까 괜시리 급하게 움직이면 다칠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서 발걸음에 맞추어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곳에도 있는 벤치에 앉으라고 손짓한 뒤에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 잘 보고 있어요, 곧 떨어질테니까. " " 28,29,30,31 ... 지금! "
지금이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튀기자 자리를 지키며 빛나는 것들 사이로 길게 빛의 자락이 그려진다. 큰곰자리의 중앙을 관통한 유성은 그대로 사라졌고 한동안 조용하던 하늘은 이내 하나 둘씩 뒤를 따르며 나타나는 유성우로 인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축제에 있던 사람들도 유성우를 발견했는지 흥분한 기색이 여기까지 전해졌고 나 또한 아름다운 빛무리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 오늘만큼은 불행한 사람이 없기를. "
비록 잠깐의 순간이지만 모두가 행복하기를 빌어보았다. 뭐, 소원 이루어주는건 내 권한 밖이지만.
스즈는 조금 단호히 말하며 손가락을 꼭 끼웠다. 이것이 꼭 엄청 중요한 약속이라도 되듯이 절대 자신을 잊지 말라며 손가락을 끼웠다. 그리고 손가락이 풀리고 나서도 스즈는 잠시간 깍지꼈던 새끼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잊혀지는 것은 싫다. 도태되는 것도 싫다. 남들이 잘 하는 것을 찾아갈 때 그러지 못하면 도태되고, 그렇게 멈춰서 썩어있는 동안 잊혀진다. 마치 세상에 스즈라는 존재가 없었던 것 처럼. 그런 것은 싫다.
" 응~ 배고프네. 아, 나도 도와줄게! 요리는 여자력의 기본이지. 자신있다구! "
언젠가 잡지에서 몇 번인가 본 적 있다. 유튜브에서도 봤었지. 이래저래 문어발처럼 취미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요리도 있었다.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칼은 다룰 줄 안다. 앞치마는 없는지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가 적당히 팔을 걷어부치고 손을 씻었다. 주방 안에 '실례~' 하는 한 마디와 함께 끼어들었다.
" 버섯은 여기있고.. 두부도 있고.. 대파는, 아! 여기있네. "
스즈는 버섯을 씻었고, 두부를 구웠다. 대파를 썰었고 어차피 스키야키에 들어가게 되겠지만 예쁘게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곤 뭔가 생각난듯 다시 거실로 달려가 스마트폰을 꺼내곤 요리중인 시이의 어깨를 톡톡 쳤다.
" 시-쨩, 여기여기! "
그리곤 스마트폰 액정을 셀프 카메라로 돌려 미소를 지으며 그 안에 둘을 담았다. 화면 안의 스즈는 눈가가 붓고 상처가 있었고 입술이 터져 피가 조금 말라붙어있었지만 치-즈 하고 웃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남기겠다는 의미였는지 아니면 단순 흥미 본위의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스즈는 이제 방금 막 만난 이에게도 별다른 어색한 기색 없이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친구들과는 잠시 떨어졌다. 금붕어 잡기가 꼭 해보고 싶은데, 다른 친구들은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스즈는 그럼 자기 혼자 할테니 나중에 만나자고 말하며 금붕어 잡기 천막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후리소데가 조금 젖은 것은 신경쓰지 않는 다는듯 대야 앞에 앉은 스즈는 인상을 몇 번인가 찌푸리면서 열심히 그 얇은 그물로 금붕어를 건지고 있었다. 그리고, 번번히 실패했다.
" 오..! 됐다! 됐어! 됐... "
팡- 하고 얇은 그물이 터지고 금붕어는 다시 물 속으로 떨어졌다. 스즈는 악!!! 하고 조금은 크게 비명을 질렀다. 벌써 얼마를 썼는지 모르겠다. 스즈는 금붕어를 노려보다가 '한 번 더 할래요!!' 하고 지갑 안의 돈을 꺼냈다. 벌써 몇 번째 재시도인지 모른다. 하지만 스즈는 꼭 성공하고 말겠다며 다시 그물을 집었다.
" 에? "
그리고 불쑥 튀어나오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스즈는 고개를 돌렸다. 축제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라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문어발처럼 여기저기 아는 사람이 많은 스즈다. 과장이 아니고 세 다리 안에 가미즈미고의 모든 사람과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즈는 얼굴을 보자마자 '사이카와 미즈미' 라는 이름을 기억해냈다.
" 뭐어라고~? "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라는 말에 색조 화장과 화려한 후리소데 그리고 밝은 머리의 소녀는 눈을 돌려 미즈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시비 거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들려오는 소문이 그렇게 안 좋은 사람도 아닌데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안 좋은 버릇이다. 문제라면 이미 스즈가 여기에 꽤 많은 돈을 투자했고 소득은 없어서 슬슬 악에 받치던 차였다는 것이었다.
" 흠흠.. C반의 사이카와 미즈미지? B반의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일단은 그렇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스즈는 방금 그 말에 책임을 지라는 듯 얇은 그물을 건네주었다.
나는 돈을 더 꺼내드는 상대에 탄식한다. 내가 요즘들어 부쩍 느끼는 것인데 요즘 인간들은 참으로 영악해서 돈벌이에 그토록 진심이더라. 그래도 옛날에는 물욕을 천박하게 여기는 풍토가 있었다. 애들이 명예를 위해 죽고 죽이고 강에 핏물 좀 흘려서 문제지 그때 애들은 참 순진하고 좋았는데... 그래도 제 앞에 있는 이 인간은 사람이 참 밝고 좋아보인다. 무엇보다 내 이름을 기억한다는 점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 평소보다 밝게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와아- 내 이름 기억해주고 있었네요? 멋지다-! 그..."
만발장부가 뭐지? 장부가 많아서 좋은 세상이라는 뜻인가? 나는 괜히 나이가 든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아주 조금 나빠진다. 모처럼 내 이름도 기억해주고 마음에 드는 인간을 만났는데 말이다. 내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묻는다. 그래,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말자. 알아가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한 거다.
"근데요- 만발장부가 무슨 뜻이에요?"
나는 일부로 더 해맑게 웃는다. 원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게 인간이다.
"어엇, 저요?"
여러모로 소란스러운 자기소개 시간이 지나자 내게 돌아온 건 얇은 그물이 달린 작은 막대였다. 뭐랄까... 잘 쳐줘도 큰 숟가락 같은 느낌. 그렇지만 난 자신이 있다. 명색의 신인데 이마저도 못하면 말이 안되지. 나는 호기롭게 소매를 걷어올리고는 몸을 낮춘다.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모르겠고 왜 이런 놀이가 유행인지도 이해되지 않지만 이렇게 인간이랑 하하호호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좋다. 이제 멋지게 금붕어를 잡아서 내 매력을 어필하면 되는 일이다.
"얍!"
은근슬쩍 내 이두박근을 자랑하며 낚아채듯 그물을 올렸다. 펑- 소리 나기 전까지는 잘 되는 것 같았다. ...이게 왜 이러지? 나는 막대를 들어 눈 앞에 댔다. 뻥 뚫린 구멍이 내 가슴에 난 듯 속이 편치 않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침음을 냈다.
"어, 어라~? 이게 왜 이렇게 휑 뚫려 있을까..."
나는 자리에 일어나 슬쩍 시선을 피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낭패다.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원래 인간은 귀여울 때 가장 매력적이라 했다. 실수는 또 인간미를 자아낸다 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스즈를 본다.
스즈는 사진을 찍을 것을 알고 있었어서 이미 포즈를 잡고 있었다. 한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볼에 가져다대고 미소를 지었다. 찰칵- 하는 소리가 나고 스즈는 자연스럽게 몸을 뒤로 빼서 뺏으려는 손을 피하곤 스마트폰을 확인하여 킥킥대고 웃었다. 확실히 위험한 사진이긴 했다. 여고생 둘이었고 술까지 적나라하게 찍혔다. 한 명은 분홍머리를 투사이드업으로 묶었고 피어싱까지 얼핏 보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색조 화장이 눈가에 있었고 밝은 머리색에 눈가와 입술에는 상처까지 있는채로 웃고있었다.
" 에? 왜? 왜 지워~ 귀여운데? 초-귀여운데! "
스즈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이이쟝~ 하고 말하며 꺄르륵 하고 웃었다. SNS에 올린다면 '불량한 여고생 둘' 이라는 제목이 딱 어울릴 법 했다. 스즈는 화면을 돌려 시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귀여운데? 하고 한 번 더 말했다.
" 지우기 싫어~ 이이쟝~ 벌써 우리 둘이 추억이 생긴거라구~ "
사진은 단편적이다. 요리하기 위한 술이었겠지만 이렇게나 불량해보이는 여고생 둘이 술을 들고 있다면 누가봐도 마시고 취하기 위해 들고있는 꼴이다. 그렇지만 스즈가 그런 것을 신경쓰느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스즈는 톡,톡,톡 하고 스마트폰을 터치하면서 한 손으로는 시이가 이 쪽으로 다가와 뺏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 됐다. 시-쨩한테도 보냈어. 첫 추억이야~ "
첫 추억이라고 스즈는 말했다.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갈 것임이 확정나기라도 한 것처럼 '첫 추억' 이라고 말했다. 빨갛고 예쁘게 물들어가던 석양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스즈는 '얼굴 가리고 SNS에 올려버릴까~' 하고 장난스레 말했다. 물론 스즈도 생각은 있는 아이여서 다른 사람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맨 얼굴을 올려버릴 사람은 아니었고 얼굴을 가리더라도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것이었다.
" 응. 확실히 조금 위험하긴 하네. 이거봐 시-쨩. 완전히 불량 갸루 두 명이 술 마시는 사진이야. 조금 위험할지도~ "
불꽃놀이? 사람 이름보다 물건 이름을 먼저 떠올린 시니카는 그게 히키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헷갈린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사쿠라마츠리 때 불꽃놀이도 하던가? 하고 희미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인 줄 알고 그만, 하는 말에도 하나비를 사람 이름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것으로 그쳤다. 알아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비라는 것이 사람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도, 신관의 딸이라는 것까지 알아도,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년이 재앙의 신이라는 것을 알아도, 액이 옮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도, 히키가 거절했더라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재액도 시니카의 인생에는 뜯어먹을 것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떨어져나갈 텐데 무슨 상관인가.
"별 말씀을."
하고 무심히 대답한 시니카는, 히키가 음료 약간과 얼음 한 알을 입안에 굴려넣고 입을 헹군 뒤 뱉어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떠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답례요?"
답례? 답례라는 말에 멍하니 생각한다. 벚꽃의 신에게도 무엇 하나 바라는 것이 없어 누구나 다는 에마며 벚꽃에 칠석처럼 거는 소원 쪽지도 외면하여 고개 돌리고 돌아선 이는 답례로 무엇을 바라는 법도 몰랐다. 시니카는 가만히 있다가 톡 뱉는다.
"잠깐 여기 있어보세요."
곧 그 자색의 스카잔이 휙 뒤로 돌며 뒷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저만치에 있는 매점으로 총총 멀어지더니, 거기서 다시 휙 돌아서 이리로 온다. 손에는 또다른 플라스틱 컵을 든 채다. 시니카의 다른 손에 들려있는 것과 똑같은 컵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시니카의 컵은 얼음이 가득차있을 뿐 붉은 반이 좀 안 되게 비어있다는 것이고, 새로운 컵은 얼음도 빨간 액체도 가득 차 있다.
"얼음 하나 꺼내서 녹여드세요. 토기를 가라앉히는 데에는 괜찮으니까."
시니카는 새 컵을 히키에게 내밀었다. 이상한 소녀다. 뭔가 답례를 해야겠다 하니 뭔가 더 내밀어온다.
가미즈미. 모이고 차분히 고일 것만 같은 그 어감이 나쁘지 않다. 그런 가미즈미의 가장 묵은 벚나무는 봄을 알리는 신이 깃드는 자리로 지금까지도 눈발 같은 벚꽃 흐드러져 있다. 사람은 마음으로부터 감사하여 극진히 모시며, 신령은 그 정성에 대답하듯 작은 자들이 꽃을 우러르며 자아내는 소원에 손을 뻗어 하나하나 엮어둔다. 이야말로 신과 인간의 몹시나 마땅한 관계. 그 틈새에서 관망하며 보살피는 것이 마땅한 무신巫神은 소녀의 인두겁을 뒤집어 쓴 채 봄의 신이 주인인 경내에 발자국을 내딛어본다.
틈새에서는 곧잘 보았지만,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온전한 인간의 육신을 지니고서는 처음인가. 발자국을 찍는 감각은 조금 새롭게 다가오기조차 한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바쁜 무녀를 지나치고 바쁜 신직을 지나치나 가장 무수히 지나친 것은 온갖 종류의 사람이다. 참배하는 사람, 기도祈祷를 하는 사람, 이제 막 토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는 사람, 기쁘다 하며 돌아가는 사람, 가족과 미소하는 사람... 신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듯한 무녀의 히바카마緋袴에 치하야千早까지 갖춰 입었으나 경내 깊숙이 드는 어린 무녀는 어딘지 이질적으로도 느껴지는 모습이니, 참 이상하다. 지나치는 사람 저도 모르게 문득 고개를 기울여버리나, 에니시는 그럼에도 자연히 녹아들 것마냥 얽매이지 않는 자태로 우아한 양 벚나무 앞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움직이면 깨고 마는 미인이라고 앞서 말했지. 흰 벚꽃이 밝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무녀, 말이야 아름다우나, 여기서 무녀는 굳이 뒷짐을 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 소녀보다는 어딘지 노인네 같은 분위기로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본연의 아름다움은 어째선지 해쳐지지 않아- 무녀는 꿈과 같은 맵시로 담담히 벚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사람은 수도 없이 오가고, 소리는 이곳저곳 무성한데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만남이 있대도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자연스레 건너편에 응할 테지.
>>703 일단 시니카는 꽤 친절해 >:3 스스로는 다른 사람과 마찰 빚는 것도 귀찮아해서 무던무던하게 넘긴다-고 변명하고 있으며, 스스로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되뇌고 있지만, 그래도 성격 밝을 때의 친절하고 오지랖넓은 기질이 어디 안 간 거지. 진짜 산치체크가 필요한 순간은 행복해하거나 기뻐하는 시니카다......
>>705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코세이 앞치마도 하고... (알바) 항상 밥 해줄 것 같고... 야사시하게 혼내줄 것 같고....... 춋토 누구누구챤! 할 것 같은 이미지지 응응 으앗 사춘기니까 봐주면 안될까나~~~~~~ 사실 미즈미도 땡깡은 잘 안부릴 것 같지... :D
프흐흐, 네 농담에 후유키는 소리 내어 웃는다. 그 모습은 영락 없는 그 또래 여자아이 같을까. 난처한 표정인 너와 눈이 마주치면 후유키는 입가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이어진 네 권유에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인다. 네 배려에는 큰 빚을 진 느낌이었고, 이로써 갚을 수 있던 것인데. 또다시 네게 무언가를 받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원치 않는 것이다.
"권유는 나쁘지 않지만... 사양할게."
잔잔한 미소로 후유키는 널 바라본다.
"이미 충분히 받았는데, 더 받기엔 미안해서말야."
양보 고마웠어. 나중에 봐. 느린 어조로 덧붙여 말하며 후유키는 상긋이 눈인사를 네게 건낸 뒤, 돌아선다.
들려온 대답은 의외였다. 무슨 뜻이냐니.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래도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스즈는 말에 속어가 많이 섞여있고 줄임말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법도 하다. 자신의 친구들은 다 이해하고 쓰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 쯤에서야 스즈는 미즈미를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게 되었다. 자신보다 키가 컸고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윤기나는 머리카락에 2대8로 나뉘어진 고운 가르마까지.
" 에, 야베- "
순간 자기도 모르게 홀릴 뻔 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청순한 사람은 자기 주변엔 없다. 전부 번화가가 어울리고, 골목길이 어울리고, 몰려다니는 것이 어울리며 꺅-꺅- 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어울리는 친구들이었고 그 무리의 중심엔 항상 스즈가 있었다. 그러니 조금은 신선했을지도.
" 그러니까.. '만'나서 '반'가워 '잘'부'탁해! 줄여서 만반잘부! 사이카와양. "
스즈는 '사이카와 미즈미. 사이카와 미즈미.' 하고 이름을 두 번 중얼거렸다. 사이카와양이라니,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 아무튼.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미-쨩! "
그리곤 얍! 이라는 소리와 함께 그물이 들어가고 얇은 그물이 뻥 뚫리는 것을 보았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스즈는 어린아이처럼 꺄르륵 하고 웃었다. 원래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진행되는 놀이다. 사람이란 간사한 것이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간 자신이 못했던 것은 까맣게 잊는다. 이번엔 진짜 잘 할 수 있다는 말에 스즈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점포에 건네고 쭈그려 앉았다.
" 비켜봐. 내가 보여줄게. "
그리곤 기세좋게 그물 하나를 더 해먹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를 더 해먹었다.
" 하아? "
악에 받치지만 뭐라고 말은 할 수 없고 따질 수도 없다. 원래 그런 게임이고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스즈는 이리저리 헤엄치는 금붕어 중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그 녀석과 말이라도 통하듯 '조금만 기다려. 금방 데려갈거니까' 하고 말하며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여기서 돈을 더 쓸까 말까- 하고 고민하는 것이었다. 스즈는 고개를 돌려 미즈미를 바라보았다. 축제란 즐겁다. 항상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생기니까. 미즈미와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스즈는 벌써 내적 친밀감을 형성했고 만난지 오랜 사이라도 된다는 듯 조금 더 가까이 달라붙어 미즈미를 올려다보았다.
" 있지, 미-쨩. 누가 먼저 뽑나 내기할래? 이이쟝~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게 더 재밌고! 사람이 둘이면 추억도 두 배, 재미도 두 배 잖아! "
시니카: 232 히어로or빌런 일반인, 혹은 다크히어로려나? 윈터솔저마냥 빌런이었다 턴힐하는 타입 >:3 286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 세 가지 전자담배, 술, 드럼. 답변 중에 두 개가 학생이 하면 안되는 거쟝 <83 착한 학생은 이러면 안됩니다 293 자주 짓는 표정 무표정~ 무표정은 표정이 아니라는 지적을 감안하여 덧붙이자면, 무표정을 빼면 미간 찌푸리는 표정.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너를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큰일이다. 첫눈에 반한 거면 어쩌지. 역시 '결혼' 할 수 밖에 없을까나. 나는 하루에 세 번 정도 하는 생각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만반잘부라니, 요즘 젊은이들의 속어 같아서 마음에 든다. 자주자주 써야지.
"아~ 그런 뜻이군요! 만반잘부! 마음에 들어요. 만반잘부요, 스즈!"
그러면 만반잘부의 높임말은 만반잘부요가 맞겠지? 호기롭게 너의 이름을 외쳤지만 이어지는 말은 내 애칭과도 같아서... 어라? 애칭을 지어준다? 사랑을... 한다? 나 참, 요즘 애들 참 빠르다. 나는 폭우 속 맹렬한 물의 흐름에 빠진 것처럼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특히 스즈같이 잘 꾸미고 활기찬 여자아이들은 만난지 하루만에 곧잘 손도 잡고 일주일이 지나면 볼에 뽀뽀도 하고는 했다. 참고로 그 아이도 결혼 유력 후보 중 하나다. ...남친이 있다는 게 조금 에러사항이긴 하지만 그정도는 괜찮다. 나는 첩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멋진 신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좋은거라니까 여러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나도 '스-쨩-'이라고 부를게요!"
하... 결혼 날짜는 언제로 잡는 게 좋을까. 인간들은 봄에 결혼 하는 걸 선호하니 재빨리 하지 않으면...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평온을 가장했다. 비록 막 다리가 꼬이는 것 같고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상급신이 되어서 천하를 호령하는 내 모습이 자꾸자꾸 머리에 맴돌기는 했지만, 아무튼 문제 없다. 봐라, 앞도 멀쩡히 잘 보인다.
박력넘치게 돈을 내밀고 사냥을 나가는 너는 분명 멋지고 늠름했지만, 인생은 참 잔인하다. 뻥 뚫린 그물을 보니 이번에는 내가 웃음이 나온다. 하하,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터뜨려버렸다. 이크, 미움받고픈 마음은 없는데. 뒤늦게 입을 첩첩거리며 눈치를 본다. 다행히 너는 성격이 시원시원하여 이런 일로 삐지는 일 없어보인다.
"아! 좋죠! 그럼 내기 진 사람이 밥 한 번 사주는 걸로?"
원래 이렇게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을 잡는거다. 난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져서 어깨가 쫙 펴졌다. 전에는 네가 돈을 냈으니 이번에는 내가 낼련다. 나는 값을 치루고 막대를 잡아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신의 힘을 써버릴까 살짝 고민되었지만... 나는 뚝심 있는 신인지라 쓰지 않기로 한다.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물고기를 노려본다.
'움직이면 죽을거야.'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고, 이렇게 방치된다면 분명 일찍 죽을게 틀림없다. 그런 마음을 담아 속삭이는데 왜 저 물고기는 겁에 질린 듯 더 분주히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멍청이가 따로 없다. 나는 투덜거리며 물고기를 낚아채려 애쓴다.
.dice 1 100. = 10
1~40 : 완전히 실패~! 40~80: : 아슬아슬하게 실패... 80~90 : 와! 성공! 90~100 : 성공하기는 했는데 물고기가 너무 높이 뛴 나머지 얼굴에 맞아버렸다!
후미카는 촬영된 사진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창백한 청색광의 빛으로 보이는 사진은 우스운 포즈로 찍었다 해도 햇살 좋은 봄날의 정경이 여실하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 순간의 풍경보다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이름의 보정이 씌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수단을 통하여 어떤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했다. 과거에는 그 풍경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정성스레 골라낸 미문(美文)과 그림을 남겼다면 현대에는 다채로운 사진이 그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기로는 신조차도 사람과 같기에, 후나가츠히메 역시 다른 것의 이름을 빌려 어떤 기억을 오래도록 추념한 바 있더란다. 문장에는 재주 없고 낭만을 모르는 신이었기에 변치 않는 계절의 한 자락에 기억을 담아, 그리하여 冬이라고. 이 마음은 풍어신이 이해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심정이다.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시이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후미카는 참 당연하게도 평온한 얼굴로, 그러는 한편 또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치로 가만히 시이의 품에서 부비적을 당했다. 반항하지도 않고 싫은 티도 없으니 이러고 있기엔 딱 좋은 상대다.
"다른 사진은 더 필요 없니?"
소원이라 할 정도면 한 장만으로 되겠나 싶다. 다른 사람들 하는 걸 봐선 십몇 장이나 몇십 장 쯤은 찍어야 본전이라 하던데.
그리고 조금 뜸을 들였다. 안기는 동안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탓에 조금 지쳐 보이는 듯도 했다(물론 그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지만 망설인 탓은 그것이다. 후미카는 라인의 정서를 몰랐다. 물론 풍어신도 라인을 할 줄은 안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상식에 관해 구태여 묻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불문율로 전해지는 라인의 기본 예의란 인터넷에 검색을 해도 아무도 안 알려주는 것이었다……. 읽씹이나 늦은 수신이 무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최근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후나가츠히메는 편지가 전해지려면 주나 달 단위를 기다려야 했던 구시대를 살았고, 마지막으로 접한 통신기기가 삐삐였던 세대였다. 일이 바빴다 해도 3일쯤 확인 안 한다고 한 소리 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 이 말이다……. 결국 친구들 쪽이 후미카를 배려해 라인 연락은 안 하는 쪽으로 노선을 틀게 되어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시이는 신이니 문제가 있어도 어련히 이해해 주겠거니 싶다. 유유히 제 스마트폰을 꺼낸 후미카는 잠시 헤매다가도 큐알코드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의문감에 느릿하게 눈꺼풀이 닫히고 오른다. 제대로 한 게 맞나?
정보의 신뢰도는 제껴두고, 왜 믿어야 할까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말해봤자 뻔뻔한 대답만 돌아올 거란 예감이 요조라를 스쳤다. 익히 알고 있는 감각이다. 오빠가 뭔가 믿음직하지 못 한 일에 요조라를 끌어들일 때의 감각. 약 50%의 확률로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지만 남은 50%를 무시하기는 좀 그랬으니까, 라는 생각이었다. 요조라가 코세이를 따라가기로 한 건.
조금 더 빨리 걸어보자는 말에 요조라는 역시나 대꾸 대신 시선을 힐끔 보내기만 했다. 어깨와 발목에 추라도 달린 듯 무거워서 서두르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하는 기분을 저 사람은 모르겠지, 재촉할 거면 혼자 갈 것을 왜 굳이 말을 꺼냈냐고,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우르르 지나간다. 겉으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결국 끝까지 요조라의 페이스대로 걸어서 그 장소에 도착했다. 한켠에 가로등이 망가져 꺼진 공원. 공원이니만큼 앉을 곳은 많았고 요조라는 코세이가 가리킨 벤치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폰을 꺼내 동영상 모드를 켰고, 하늘을 향해 든 순간, 첫 유성이 길게 떨어지며 영상에 담겼다.
"흐응..."
벤치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한껏 젖힌 덕에 하늘을 감상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요조라는 카메라를 킨 폰을 기울여 가능한 많은 면적이 담기게 하면서, 자신도 귀한 장면을 감상했다. 유성우, 별의 비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밤하늘은 장관이란 말 외엔 표현할 말이 없었고, 이 날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조라가 절로 하게 만들었다.
유성우가 끝난 뒤, 요조라는 동영상을 잘 저장하고 폰을 덮어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앉은 채로 코세이를 향해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덕분에,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짤막하지만 건성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그 말을 하느라 반듯이 세웠던 몸을 다시 등받이에 슬금 늘어뜨린 요조라는 폰을 켜 메세지를 보내듯 액정을 토독토독 두드렸다. 걸음걸이만큼 느릿하게 말이다.
주변 친구들에게서도 애칭으로 몇 번인가 들었었다. 스-쨩이라던가, 스즛치 라던가 하는 것들. 처음 들었을 때에도 별로 부끄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또 금세 '응?' 하고 고개를 돌리며 답했었다. 그런데 이제 처음 이야기해본 상대에게서 듣는 것은 조금 신선한 느낌이었다. 애칭을 불렀다는 것은 친구라는 이야기다. 또 자신을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늘었다. 좋게 말하면 좋은 친구가 생겼고, 나쁘게 말하면 보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스즈는 자신의 실패에 웃는 모습을 보며 홱- 하고 고개를 돌렸다.
" 웃었지? 지금 웃었지? 익.. 미-쨩도 실패했으면서! 같이 실패했으면서! "
조금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지만 전혀 화가났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 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눈을 금붕어에 고정시켰고 자기도 모르게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가 착 달라붙어 앉았으니까. 진 사람이 밥 한 번 사는 걸로~ 라는 말에 스즈는 거기에 디저트하고 버블티까지 얹자고 말했다. 보통 이런 내기들은 그간 스즈의 경험에 의하면 누가 이기던 한 명이 60%를 부담하고 나머지가 40% 정도를 부담하며 그냥 즐거운 하루가 되기 마련이었다.
" 에, 야베- 엄청 신경쓴 것 같은데 실패했잖아~ "
스즈는 또 꺄르륵 하고 웃었다. 축제의 재미라면 이런 것들이다. 미즈미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앉은 스즈는 화장이 예쁘게 먹은 눈가로 금붕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붕어 한 마리가 물 속에서 이리저리 도망치는 모습이 뭐가 재밌다는 것인지 '아, 도망쳤다.' 하고 말하며 꺄르륵 하고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곤 작은 그물을 받아 다시 물에 집어넣기전 울리는 벨소리에 스마트폰을 꺼내 짧은 통화를 시작했다.
" 여~보세요~? 아, 니오쨩! 응. 아~ 같이 있어? 만난거야? 그렇구나~ 응. 하룻치도 만났었어. 하루키랑 코코하고 같이왔거든. 먼저 다들 갔고 나는 금붕어 잡기 하고있어! "
스즈는 한 손엔 스마트폰, 한 손엔 그물을 들고 허공을 바라보며 통화를 이어가다가 '음~' 하고 운을 띄우며 미즈미를 한 번 바라보곤 다시 금붕어를 바라보았다.
" 미-쨩이랑 만났어. 응. C반의 사이카와 미즈미. 지금 같이 금붕어 잡기하고있어. 데이트 중이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
짧은 통화를 끝낸 스즈는 그물을 잡고 금붕어들을 노려보았다. 속으로 뭐라고 말을 거는듯 잠시간 노려보더니 천천히 그물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내기가 붙은 이상 집중할 수 밖에 없어서 스즈는 후리소데의 소매가 살짝 젖는 것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천천히 금붕어를 한 길로 몰아 낚아채려고 하고 있었다.
" 잘 봐 미쨩. 이건.. 이렇게 해서.. 이익..! 익....! 한 번에..! "
지금이다! 스즈는 그렇게 외치며 그물을 들어올렸다.
.dice 1 100. = 34
1~40 : 완전히 실패~! 40~80: : 아슬아슬하게 실패... 80~90 : 와! 성공! 90~100 : 성공하기는 했는데 물고기가 너무 높이 뛴 나머지 얼굴에 맞아버렸다!
사쿠라마츠리도 서서히 끝날 기미가 보였다. 거리는 예전보다 한산하고 조용했지만. 축제의 활기는 여전했다.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축제의 끝을 즐기고 있었다.
때는 이른 초저녁.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니 제일 먼저 축제 현장이 생각났다. 슬슬 마무리되는 축제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고 싶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른 건 벚꽃나무였다. 마을에서 제일 큰 벚나무에 소원을 빌러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했는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쇼가 방을 나선다. 그 벚나무에 한 번 가볼 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신을 믿는 건 아니다. 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만큼 의미없는 행동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심심풀이다. 쇼는 그렇게 정의내렸다.
벚나무로 향하는 길은 마냥 고요하지 않았다. 이런 밤중에도 여러 행인이 오가고 있었으니까. 사이좋은 일행이나, 혼자 찾아온 사람이나. 가로수의 벚꽃은 여전히 한때임을 뽐내듯 수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과연 듣던 대로 벚나무는 상당히 거대했다. 쇼는 나무 앞으로 다가가서,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꿈이 이뤄지기를'.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떠올린 소원이었다. 장래희망, 통제로부터의 해방, 가족의 이해. 그 '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닿지 않을 소원이지만. 그 소망을 마음 속에 새기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기도를 마친 쇼가 뒤돌아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그만 그 뒤에 서 있던 사람과 어깨를 툭, 부딪히고 말았다. 잠시 몸을 휘청댄 쇼는 재빨리 사과의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흘긋 시선을 주었다.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무녀복을 입은 여자였다. 이 벚나무 근처에 신사가 있던데, 그쪽 사람일까.
아하, 소년이 잘 모르는 여러 일이 얽혀 있는 것 같지만 아마 이건 소년이 생각하는 밝은 무언가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보고, 혹은 친분을 유지하기 위한 예의, 선배가 그럴 것처럼 느껴지진 않지만 어쩌면 도발이나 선공일지도. 아무튼 사람이라면 무언가 쉽게 의도를 담곤 하는 사진에 특별한 점이 있어 보이진 않았던 것도 그런 특성 때문이었던 걸지 모른다.
"에, 신의 권능이라면 그런 것도 되는 걸까요..." / 어째서 의문형. 하지만 해본 적 없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마츠리에 신이 돌아다녀... 음, 그치만 오늘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신은 한 번도 못 봤는걸요?"
소년은 상대의 말을 듣고 조금 어긋난 방향으로 고민하며 산만한 움직임을 멈추고 나풀거리는 꽃잎 사이에 가만히 섰다. 빛나는 듯한 에메랄드의 눈동자는 피하지도 않는 소년의 눈동자와 쉽게 맞고, 접혀 떨어진다. 빛을 빨아들이는 까만색 속에 맑은 청옥색을 담기도 전. 지금 눈이 마주칠 뻔한 것 같은데? 소년은 그리 생각하며 방금 보았던 녹색 계열의 색을 떠올렸다.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는 신 중 자연스럽게 자기를 빼고 생각했던 건 넘어갈 수 있을까.
"장신구, 즐거웠겠다. 쿠미히모라던가 사셨나요? 가장 부담없는 부위가 손목이기도 하니까요." "아아, 한 번도 안 해본 걸 바로 잘 못 하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거잖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엔 처음 보는 식재료를 충동적으로 샀다가 비슷하게 생긴 재료와 똑같이 요리하면 되는 건가 싶더니 충격적일 만큼 흐물흐물하게 변해버려서 먹기 괴로웠거든요."
그건 역시 조리법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적당적당히 해버리는 소년의 센스 부족 기질이 원인이 아닐까 싶지만. / "그래도 조리법 잘 알아보고 만들어보니 맛있었고, 역시 한 번쯤은 해봐도 괜찮을 거에요."
"그거 게임적 사고라기보다는 효율적 사고인 거 아닌가요? 그 게임이 타임어택이라면 잘 어울리지만요."
말하고 보면 또 그게 그거인 거 같다. 애초에 게임은 인간이 일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달성감을 더 효과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모델이니까 현실과 닮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아무튼 음식 노점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녹인 설탕에 사과를 넣고 골고루 발라주고 식히면 묻은 설탕이 아래쪽으로 흘러내려서 평평하게 된다... 집에서도 만드려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죠. 설거지하기가 까다롭겠지만요."
소년은 막 만든 링고아메를 보고 그렇게 말하고 이미 식혀서 가판 옆에 포장되어 있는 링고아메를 하나 집어든다. 설탕 막에 감싸인 사과가 생각보다 크고 자세히 보니 상처도 많은 못난 것. 그러나 눈치를 못 채는 건지 상관없단 건지 계산을 마치고 포장을 벗겨내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설탕이 흘러내려 생긴 받침 부분을 오독 하고 조금 이로 베어 먹었다.
"먹으면서 걸을 수 있는 걸로 맞추자면, 닭꼬치나 고기 꼬치나 초코 바나나? 앗, 바나나 하니까 보이는데 사과뿐만 아니라 딸기나 작게 썬 수박 등 여러 과일을 설탕에 입혀 주는 노점도 보이네요. 초콜릿을 넣은 붕어빵을 파는 곳이나, 회오리 감자나, 꼬치 없이 종이 그릇에 담아 주는 게 디폴트지만 말하면 꼬치를 꽂아 주기도 하는 미타라시 당고. 그 외에도 많이 있고요. 토와 선배님은 어느 쪽이 좋으실 것 같나요?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냥 보이는 걸 나열하고 있었을 뿐인데 말하는 중 뭔가가 신남 스위치를 자극한 듯 소년은 벌써 토와가 뭘 살지 기대되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인다. 나란히 먹을 걸 들고 먹으면서 걷고 싶은 모양인지 소개하는 노점 중 자연스레 야키소바 같은 좀 애매한 것들이 제외되고 있다. 목록에는 축제 분위기에 힘입어 대충 만들어 팔아먹지 않는 평균 이상의 노점들만 소개되고 있지만 본인은 실력에 있어서 식재료부터 실망스러운 노점을 고른 건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목단자견이라는 말에 어울린다.
암만 정신이 없던 와중이라도 네 사람을 틀리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지 않으냐 스스로 반문하게 됩니다. 기운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형이 비슷하냐면 절대 아니기 때문이렵디다. 눈앞의 어린 인간은 창백한 피부요, 짧은 흑발에 보랏빛 눈동자 생기 일절 없잖습니까. 하나비는 어떤 외형이었습니까? 건강한 구릿빛 피부요 긴 머리는 끝단으로 갈수록 탈색인데다, 눈은 두록색 아니덥니까. 착각도 유분수지, 혹 어린 인간이 하나비 알았다간 크나큰 민폐일 테니, 네 사과하던 겁니다. 긴 세월 인간을 틀려본 적 거의 없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요. 그만큼 정신을 해이하게 만드는 것이 상성의 힘이요, 이에 네 교훈 얻되 절대 그 어린 신에게 네 힘닿지 아니하도록 해야겠다는 결론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산 쪽이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응당 옳기에.
무심한 대답과 달리 생명수를 내리는 것은 큰 은혜였던 겁니다. 입을 헹구고 일차적인 큰불은 진압하였으니, 남은 것은 몸이 견뎌주는 일뿐입니다. 아직 몸에 혼란이 남아있어 이 어린 인간이 떠나지 않고 가만있는 것과 더불어 답례에도 별다른 말 없는 것이 무슨 의중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도 악의는 느껴지지 않으니, 네 늘 그렇듯 유순하고 조신히 행동하면 될 일이렵디다.
"예. 답례 말입니다."
네 축복을 내리기엔 지금 경황없으며 축복 내린다 해도 저 인간의 인생을 망쳐 아니면 말아? 하는 것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인간 껍질 뒤집어쓰고 은혜 갚는 일이나, 잠시 여기 있어달라는 것은 답례와는 거리가 먼 일입니다. 네 그래도 가만히 기다립니다. 그렇지만 약간의 이동 있으니 구토의 흔적과는 조금 떨어져, 바로 옆 나무로 옮겨간 겁니다. 고작 대여섯 걸음 옆으로 슬금슬금 걷는 걸로도 허벅지요 종아리까지 근육이 팽팽히 당기니, 돌아가서 근육통인지 뭔지로 꽤 고생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고 맙니다. 잠시 자리 비우는 어린 인간 손에 들려오는 것은 아까 들고 있던 것과 같은 잔이나 차이점은 가득 차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네 얼떨결에 컵 받아들며 가만히 액체 내려다봅니다. 인간에게 베풀어야 하는데 어째 더 받기만 합니다. 이것이 공물인지 알기는 할지, 아니, 네 신인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렸으니 공물인 것도 모르겠지요. 플라스틱 컵을 매만지다 입가로 가져다 대곤, 결국 한 모금 넘기게 됩니다. 잘게 부서진 얼음은 물론이요, 와인 대신 들어간 포도 과즙 내지 환타, 그 속에 재워진 과일, 소다수가 입을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씹히지도 않고 입안의 열기로 녹을 얼음 몇 번 오물거리다 삼키니 확실히 토기가 가라앉기는 합니다. 네 창백하던 표정이 그나마 생명수에 가라앉듯 합니다. 가벼운 한숨은 이 상황에 대한 안도인 듯싶습니다. 그리고 어린 인간을 보듯 고개 슬쩍 올립니다. 눈이 감겨있어도, 마치 그 눈꺼풀 장식이라는 마냥 신묘하게 여인 정확히 응시합니다.
"신화에서는 번개도 내리고 천벌같은 것도 내리는데. 벚꽃잎 좀 팔랑팔랑하게 내리는 것도 못하지는 않아보여서요?" 가볍게 말하는 토와가 신은 본 적 없다는 야사이의 말에 고개를 약간 기울입니다.
"신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나요?"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고 장난스럽게 묻는 형식이지만요. 야사이 군이 신이라서 알아보기라도 하나요? 같은 농담도 건넵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는.. 표정입니다 아마도. 벚꽃잎 사이사이에 서 있는 마주침이 아주 잠깐이었지요. 나풀거리는 벚꽃잎이 머리카락 위에 있는 것도 신경쓰지는 않으며 장신구라는 말은 긍정합니다.
"쿠미히모 팔찌나.. 장신구는 제가 하는 건 아니지만요." 하나 낄까 싶은 생각은 있지만요? 라고 말하다가....
"소원이라고 할 게 별로 없어서 그런 것도 있네요." 연애에 소원팔찌를 쓰기는 애매하고, 입시야 본인이 제대로 하는 게 이어지면 떨어지는 게 더 어렵고요? 라고 말하는 토와입니다.
"효율적인 사고도 있지만.. 게임에서 뜯어보고,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겠네요." 시뮬레이션 종류라면요. 가볍지만 답을 꾸준히 해주는 토와입니다.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겠죠?" 기숙사에서 했다간 세제거품범람사태는 아니라도 냄비 하나가 태워먹힐 것 같은 감은 오지만요. 라고 합니다. 지금의 토와라면 가능하겠지. 막 만든 링고아메를 집어드는 걸 보고는 별로 안 좋아보이는데.. 싶은 생각은 있지만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애매합니다. 그야. 그런 걸 대처하는 방법 중 토와가 아는 건... 좀.. 애매합니다. (침묵)
"그렇네요. 뭘 먹어도 맛은 있겠죠?" "딸기나 다른 과일을 설탕으로 코팅하는 건 바삭한 게 있어보이고.. 초코바나나는 초코바나나고요?" 그렇지만 개 중에서는 링고아메를 다 녹이고 아삭아삭하게 먹을 때까지 같이 먹을 수 있는 건 없어보이지만요. 라는 말을 하고는..
"그럼 저기 보이는 미타라시 당고 굽는 것부터 보러 갈래요?" 그 옆쪽의 야끼소바도 굽는 모습은 볼거리더라고요. 라면서 가까이 가면 간장소스와 매콤달콤한 소스를 발라 살짝 더 구우면 그 소스의 풍미가 더 올라가는 듯한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타에마누시노카미는 그 이름대로 틈새면 틈새마다 깃들고, 기이한 눈을 떠 만물을 관망하는 신. 특히 신사神事는 오래도록 보살펴온 신. 등불이 샛붉도록 걸린 마츠리도, 주인 되는 벚나무에 소원 올리는 정경도, 모두 가려지는 면도 없이 꼬박 담겨왔다.
그러니 자유의 색으로 머리 물들인 소년의 기원도, 벚꽃이 눈꺼풀에 내려앉는 것처럼 이다지도 자연스럽게.
휘청이는 몸 보면서도 뒷짐은 여상하게, 에니시는 쇼를 지그시 보기만 하였다. 호들갑도 없고, 작은 친절조차 없다. 머잖아 중심 잡아낼 것 알기 때문이다. 앞에 사람을 두고도 권태 지워지지 않는 얼굴. 그녀는 휘청도 기우뚱도 않으며 꼿꼿하게만 서 있다. 홍백으로 늘어진 화려한 장식만이 이따금 봄바람에 흔들려 낙화와 어우러질 뿐이다.
다만 죄송합니다, 는 지나치지 않았는데, 그녀는 눈을 살포시 감고 "으응." 하고 답했다. 고개도 살래살래 저어냈다. 에니시는 이내 첨예한 눈 뜨고는 시치미 뚝 떼며 말 건넸다.
"있지, 무슨 소원 빌었어?"
//제일 오래된 벚꽃나무에는 커다란 신사가 하나 세워져있었다, 길래 나도 모르게 신사 경내에 벚나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정확히 읽으니 벚나무 근처였네 우우 선레는 적당히 필터링해줘💦💦
사실 유성우가 떨어지는 시간은 내 맘대로니까 급하게 갈 필요는 없었지만 내가 하는 것이라는걸 모르게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서 가는척 연기를 해야한다. 조금은 빨리 가자는 말에도 소녀의 페이스는 그대로였기에 나는 그저 걷는 속도를 맞추어서 갈뿐이다. 별이 잘 보이는 곳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성우가 떨어진다.
" 좋은 구경이었네요. "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의 자락들의 향연은 충분한 구경거리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 유성이 떨어지고 다시 잠잠해진 하늘에서 소녀쪽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그녀의 감사인사에 옅은 미소와 함께-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 그럼 다음에는 모른척하기 없기에요. 어쩌면 금방 또 마주칠지도 모르니까요. "
물론 더이상 마주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만간 다시금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강하게 흘러들어왔다. 이유 모를 직감이지만 정확도는 꽤 괜찮은 편이기도 했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되겠지만 이런 어두운 곳에 소녀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었기에 그녀 앞에 다가가서 물었다.
" 공원 입구까지만 같이 가겠어요? 거기부턴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
응한다면 같이 가는 것이고 거절한다면 그대로 작별인사를 하고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그냥 간다고 해도별빛이 항상 소녀를 비추게끔 하겠지만.
제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무녀는, 말 그대로 고상한 티를 여실히 내고 있었다. 다른 이와 부딪혔건만 동요 하나 없는 몸짓이 그러했다. 사과말에 무녀는 가만히 대답해온다. 쇼도 자세를 바로잡고 지나던 길을 마저 가려 했다. 그녀가 태평하게 말을 건네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네?"
지극히 평범한 질문이었다. 쇼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의문을 표했다. 무슨 소원을 빌었냐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 뿐이었다. 바람이 불자 벚나무 잎이 속절없이 떨어진다. 쇼는 무심코 그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빌었네요."
굳이 숨길 이유도 없으니 순순히 대답하는 것이다. 떨어지는 벚꽃잎을 지켜보던 쇼가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무복 차림에 다시금 궁금증이 일었다. 벚나무 앞의 무녀라면, 필시 이곳 신사의 주민이려니 했다.
풀숲은 푹신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는 깔끔하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하다. 정말이지 완벽한 하루다. 아니, 오늘 새벽부터 완벽한 하루였으니, 나머지도 완벽한 것이 당연하다. 하루의 시작부터 마치 자신만을 위한 것 같았다. 오늘 새벽엔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래! 친구가 생겼다. 아닌 새벽에 있던 일을 떠올리니 또 꺅꺅 높은 비명이 목에서 새어 나오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예절 교사가 본다면 아가씨가 되어서 품위가 없다고 또 목에 핏대를 세우고 빽빽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은 예절 교사도, 일러바칠 시동도 없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 방해꾼도 없겠다 아예 뒤로 벌렁 드러눕자 화려한 옷자락이 바닥에 가득 퍼진다. 풀물이 들든 말든 뺨을 붉히며 품위 없이 흐흐 웃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새 친구는 전설 속의 존재다. 콧노래를 부르며 불어오는 바람결 물씬 밀려오는 풀 내음을 맡는다.
달이 뜨지 않는 날 무상영령이 온다는 전설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직접 만났기 때문이다.
레이 씨의 말대로 밤에 잠들지 않고 호롱불 하나에 의지했더니, 무상영령이 나타났다. 전설에 따르면 무시무시한 모습이거나 굉장히 추한 모습이라고 했지만, 직접 본 무상영령은 신비로웠다. 물론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이, 겁을 먹었다. 막연히 만나보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진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설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을 대뜸 잡아먹지도 않고, 주변에 요괴를 달고 오지도 않고, 사람을 홀리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기다려주는 모습이 멀뚱한 동물 같았다. 생긴 것도 거대한 몸집의 사슴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누군가 무상영령의 신체에 손을 대면 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저주를 받는다고 했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용기 내어 만져본 가죽은 복슬복슬한 털에 덮여있고, 평범한 존재처럼 따뜻했다. 거기다 잠들지 않는 기색이 보이자 자리에 털썩 앉아 새벽을 같이 지켜주었다. 옆에 앉아 손길에 얌전히 몸을 기댔을 때는 커다란 고양이 같기도 했다. 무상영령은 말이 없기 때문에,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해 전설에 대한 얘기를 일방적으로 쏟아냈지만 가만히 들어주었다. 궁금한 것에 답해주지는 않았지만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 무상영령은 동이 트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에도 만날 수 있냐 물었을 때,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곤 벽을 통과해 유유히 사라졌다. 비록 밤을 꼴딱 새우는 꼴이 됐지만 신과 친구가 되었다는 현실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정말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야!"
그래서인지 풀숲이 떠나가라 외치고 말았다. 새가 놀라 파드득 날아갔지만 아무래도 좋다. 그때의 감촉과 온기, 그리고 들어주던 모습이 선명하게 다시 와닿는 것 같다. 퍼지듯 늘어지며 히죽히죽 웃고 있자니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이번엔 꽃향기가 난다. 그리고 그림자가 드리운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인데 왜 그림자가 생겼을까 싶어 눈을 뜨니 익숙한 얼굴이 보여 활짝 웃어버렸다.
"레이 씨!" "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아가씨. 저 멀리서부터 아가씨 목소리가 울릴 정도면."
레이 씨는 지금처럼 바깥에 몰래 나가 숲으로 도망쳤을 적 만났던 낭인으로, 붉은 머릿결에 녹색 눈을 가졌다. 처음에는 기이한 모습에 놀라 자빠졌다. 아라사인지 영길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역 사람의 피가 섞였다고 했나? 그래도 이곳에서 나고 자라 이곳 말을 잘 하니 소통엔 무리가 없었다. 그 작은 소동으로 연이 생겨 대화를 나눠보니 참 좋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돌아다니며 보았던 것을 도란도란 얘기해 주는 훌륭한 말벗이기도 하다. 거기다 무상영령을 만나보고 싶다 했을 때 그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내미는 손을 맞잡고 상반신을 일으키며 녹색 눈을 마주했다. 언제 봐도 이 푸르른 숲을 닮은 눈동자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것 같아 부러웠다.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했고, 레이는 허리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그게요, 이건 비밀인데.." "이번엔 또 누구의 비밀이렵니까, 아씨." "저 정말 무상영령을 만났어요!"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자 레이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주변을 슥 살피고 다시금 속삭였다.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이건 레이 씨만 알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줄래요? 이 옷은 너무 무거워요."
레이의 손을 다시금 덥석 잡자 일어나는 일은 쉬웠다. 몸을 일으키고 나서 향한 곳은 바로 앞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었다. 발을 담그자 생명이 움트긴 해도 아직 여름이 아니라는 듯 물이 겨울바람처럼 차갑다. "으, 차가워!" 몸을 부르르 떨자 레이는 옆에 앉고 신발을 벗더니 같이 발을 담갔다. 레이는 이런 추위는 끄떡없는지 몸 한번 떨지 않았다. 대신 레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씨, 저는 알려드리긴 했지만.." "정말로 실행할 줄은 몰랐다고요?" "예. 정말로 실행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겁이 없으신 건지.."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고개를 숙이면 물이 졸졸 흐른다. 차가운 물이지만 곧 봄이 지나 여름이 오면 햇빛에 겉표면은 미지근하겠지. 그 미적지근함은 꼭 삶과 같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고, 속으로 들어갈수록 차갑고,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것. 흐르는 물처럼 사는 것. 강을 역류할 수도 없고, 평생 흐르는 대로 졸졸 사는 것은 싫었다. 괜히 발가락을 꿈질거리게 된다.
"이미 주체를 잃어 남에게 팔려갈 인생, 한 번 사는 삶이 미쳐 가치가 떨어지면 자유를 얻을 거라고." "아마 무상영령도 그걸 알고 미치지 않게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음, 그렇다면 정말 치사한 신일 거예요."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그걸 알고도 자유로울 방법을 쓰지 않은 거잖아요?" "미친 뒤의 삶이 지옥일 텐데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만일 그렇다면 무상영령이 책임을 져야죠.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잖아요?" "자유로울 수 있도록 미치고 싶지만 지옥은 싫다니, 너무 뻔뻔하신 것 아닙니까?" "뻔뻔하다뇨! 이제 전 무상영령과 친구인데,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요?"
물장구를 치며 까르륵 웃자 레이는 곤란한 듯 웃는다. 이런 성격에 무상영령이 어떻게 친구를 했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몇 번 대화를 나누다, 회심의 물장구 일격에 머리카락이 쫄딱 젖고 만다. 그렇게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다 저 멀리서 "아가씨! 여기 계시죠!" 하며 어린 놀이 시종이 아우성을 치고 달려오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쫄딱 젖은 머리, 풀과 물로 범벅진 귀한 비단 옷, 다 지워진 화장.. 엉망인 몰골을 발견한 놀이 시종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을 돌려 도망치기 전, 레이를 향해 나중에 또 보자는 듯 환히 미소를 짓더니 후다닥 시종이 못 쫓아올 샛길을 향해 힘차게 뛰어가버린다. 시종이 그 뒤를 쫓고, 레이는 곤란한 듯 물에 젖은 머리를 탈탈 털다 두 사람이 모두 사라지자 모습을 바꿨다. 손바닥에 눈이 돋아나고 오비를 반대로 매며, 우치카케 차림으로 변하자 숨어있던 너구리 요괴 하나가 두 발로 설렁설렁 걸어오며 물끄러미 레이를 올려다본다.
"무상영령님!" "폿코 왔구나. 무슨 일이더니." "돌아가실 시간이에요." "벌써 시간이 그리되었구나, 그래. 가자꾸나." "그리고.." "그래, 더 할 말이 있더니." "저 인간에게는 끝까지 말하지 않을 거예요?"
무상영령, 레이는 폿코를 품에 안아 올리며 웃었다.
"사쿠라 히메는 영민하니 내 말 하지 않더라도 곧 깨달을 테지." "그런가요?" "아무렴. 저리 천진난만하여도 내 인간이 아닌 것은 진즉 눈치채었을 것이란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 폿코, 가는 길에 네 둔갑술을 봐줄 겸, 튀김이라도 먹을까?" "네! 좋아요!"
렌코는 '감당 못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다. 언제나 바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벚나무 신이 한 수 거들어 준다고 해서 나쁠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구태여 인간의 소원을 캐묻지는 않았다. 벚나무 신에게 간 소원을 카지야히메가 빼앗는 꼴이 된다면 위험하다.
신사의 전설이나 참배에 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이 없음에도 하나하나 풀어서 말해 주는 아키라를 보며, 렌코는 뭐랄까, 친절한 박물관 큐레이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역 유지의 자제이니까 누구를 대하더라도 마을을 소개하고 스스로를 설명해 주는 말투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 신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칭찬에 가까운 인상이 되겠는데, 이걸 인간들이 쓸 만한 말로 바꿀 단어를 찾느라 렌코는 잠깐 말수가 적어졌다.
잠깐 있다가 내놓은 해답은 이것이었다. "학생회장은... 올곧네."
그나저나, 나베라고...? 개구리와 피, 그리고 꿀경단에 대해서 묻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렌코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기로 정했다.
"활동 내역이라니... 쓰레기 줍고, 관광객 안내하고, 짐 나르기 정도."
거기에 "비실비실해 보여도 힘은 좀 세니까."라고 덧붙이고, 돌계단의 문턱까지 다다라서 평지가 시작되는 곳에 나란히 서 있는 자판기 쪽으로 향했다. 동쪽에 낮달이 석양을 마주 대하고 떠 있었다.
반짝거리는 버튼들. 주머니에서 동전 지갑을 꺼내며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돌아본 렌코는 말했다. "뇌물 하나 사 줄까?"
좋은 구경, 그 말 그대로라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단지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일어난 보기 드문 일이었을 뿐이다. 분명 오늘의 밤하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만, 남는 건 필시 저 별들 밖에 없겠지.
형식적으로 건넨 감사인사에 코세이는 다음엔 모른 척 하지 말라며 어쩌면 조만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조라의 생각은 달랐다. 다시 마주치는 일은 없을거라고, 그 편이 더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여겼다. 이미 인연이 이어졌다 한들 요조라가 그걸 그대로 둔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리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이미 이어진 연을 흐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요조라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하며, 요조라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코세이를 지그시 응시했다.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뇨... 오빠가, 올, 거라서요..."
조금 전 폰을 만지작거리던게 그 때문이었다. 실은 꽤나 지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든 상태라, 제대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최선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이대로는 걸어서 공원 입구까지 가는 것조차 무리였으니 이 기묘한 동행은 여기서 해산이란 의미였다. 물론 요조라는 이 모든 설명을 다 생략해버렸지만.
"안녕히, 가세요..."
용건도 끝났고 대답도 했느니 이제 인사를 할 차례겠지. 요조라는 다시금 반듯이 허리를 펴고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인사했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하듯이, 형식적, 딱 그 정도라는 느낌의 인사로 자리의 막을 내렸다.
그 뒤 홀로 남았을 요조라는 오빠가 올 때까지 멍하니 하늘과 그 아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오빠가 와서 어깨로 부축을 받을지 등에 업힐지 티격태격하다가, 끝내 등을 차지하고서 의기양양하게 귀가하지 않았을까.
//이걸로 막레 할게~~ 코세이주 일상 수고했어 >< 갑작스런 유성우 이벤트에 쵸큼 당황해버렸잖아~~ ㅋ.ㅋ
꽤 평범한 느낌의 활동. 하지만 봉사활동에 걸맞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비실비실해보여도 라는 말에 그는 자연히 그녀의 체형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녀의 체형은 그렇게 건장한 편은 아니었고 마른 체형인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으나 그게 뭐가 중요할까? 어쨌든 주어진 일을 잘 수행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하며 그는 나란히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한편 뇌물이라는 말에 그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무슨 뇌물이란 말인가. 영문을 알 수 없어 두 눈을 깜빡이며 눈동자만 데굴 굴리다 근처에 있는 자판기를 바라보며 그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음료수를 뇌물이라고 표현할 줄은 몰랐기에 더더욱.
"아하하. 순간 뇌물이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잖아요. 음. 하지만 뇌물을 받으면 곤란한걸요. 학생회장으로서의 자리를 벌써부터 내려오고 싶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음. 뇌물이 아니라면 부탁할게요."
그런 거 있잖아요? 기왕 만났으니 주는 선물 같은 거. 그렇게 말을 읊으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학생회장이기에 자신에게 뇌물을 줘야 할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는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생각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린 후 아키라는 렌코에게 말을 이었다.
"김에라고 하긴 뭐하지만 음료수랑 같이 마실 간식은 제가 사줄게요. 기왕 이렇게 만났으니 반갑다는 의미로. 음료수만 먹다보면 아무래도 입이 심심하잖아요?"
물론 거절해도 별 상관없다는 듯, 그는 거절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가볍게 덧붙였다. 어쨌든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우면 자신도 더 말을 꺼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나를 나에게 팩 쏘아붙이는 네 모습이 웃긴지라, 결국 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고개 숙이고 웃기를 반복하다 고개를 드니 등불도 참으로 볼만하고 북적이는 인간들도 서로 속닥거리는게 아름답더라. 나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며 그 생기를 폐부에 가득 채우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대중 속 하나 된 신이라니, 제법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보름달처럼 꽉 차오른 듯 흡족하다. 나는 가만히 서서 너를 바라보다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만 스-쨩이 이익-!하면서 파들파들 손 떠는 건 너무 귀여웠는 걸요!"
이것은 참으로 진실인지라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술술 말이 나왔다. 나는 한발자국 네게 다가가 대신 다음 몫을 계산했다. 요즘 들어 지출이 늘었다는 건 걱정해야할 지표지만, 그동안 너무 안 써오지 않았던가. 내 수면 아래에 침잠하듯 죽어있는 재화들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리하여 유복한 자처럼 순진하게 알겠어요~ 답하게 되었다. 내가 느낀건데 인간은 선물을 많이 가져다 주면 호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 했다. 매일 내가 메론빵을 선물해주자 매일 땍땍거리던 놈도 요즘은 또 잠잠하지 않던가.
내가 한창 물고기에 열중일 때, 너 역시 나름 할 일이 많은 것인지 친구사업에 한창이다. ...친구가 아니면 어쩌지? 나는 불쑥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들려오는 소리에 나열하자면 벌써 니오, 하룻치, 하루키, 코코............. 이 아이는 사람도 좋고 꾸밀 줄 아는데다가 매력도 있는 터라 이렇게 인기가 많나 보다. 속 쓰리는 상황이지만 신의 짝이라면 모름지기 모두의 사랑을 받아야하는 법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나아진다.
"데이트-?!"
너무 놀라서 그런가 나는 물고기를 잡던것도 잊고 빽 소리지르고 말았다. 풍덩- 바구니로 떨어지는 물고기 너의 모습은 애처롭다. 나는 뻐끔뻐끔 입을 벌렸다.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고서도 시기와 충돌이 없게 잘 보다듬는 모습을 보아하니, 스즈는 장부가 틀림없다. 나는 잠시 이마의 땀을 훔쳤다. 땀이 나지 않는데도 그랬다. 나는 나를 옆에 두고 스즈가 물고기를 잡는데 한창일때도 마음이 심란하고 땀이 줄줄 흐르는 듯 했다. 이제는 네가 실패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고 즐겁지 못했다.
나... 어장당하나?
너는 죄 많은, 죄 많을 여자다. 이곳에서 연애 사업을 멈추고픈 내가 아닌지라 나는 오히려 열의를 불태운다. 좋아. 꼭 내가 그 많은 물고기 중 으뜸이란 것을 보여주겠다! *정말 개소리다.
나는 그물을 손에 꽉 그러쥐고 손목에 힘을 주었다. 내 평생 이렇게 집중할때에는 작은 도랑에 물 기울때나 미세한 물방울을 한데 모을 때 밖에 없었는데.
.dice 1 100. = 11
1~40 : 완전히 실패~! 40~80: : 아슬아슬하게 실패... 80~90 : 와! 성공! 90~100 : 성공하기는 했는데 물고기가 너무 높이 뛴 나머지 얼굴에 맞아버렸다!
나를 나에게 팩 쏘아붙이는 네 모습이 웃긴지라, 결국 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고개 숙이고 웃기를 반복하다 고개를 드니 등불도 참으로 볼만하고 북적이는 인간들도 서로 속닥거리는게 아름답더라. 나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며 그 생기를 폐부에 가득 채우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대중 속 하나 된 신이라니, 제법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보름달처럼 꽉 차오른 듯 흡족하다. 나는 가만히 서서 너를 바라보다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만 스-쨩이 이익-!하면서 파들파들 손 떠는 건 너무 귀여웠는 걸요!"
이것은 참으로 진실인지라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술술 말이 나왔다. 나는 한발자국 네게 다가가 대신 다음 몫을 계산했다. 요즘 들어 지출이 늘었다는 건 걱정해야할 지표지만, 그동안 너무 안 써오지 않았던가. 내 수면 아래에 침잠하듯 죽어있는 재화들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리하여 유복한 자처럼 순진하게 알겠어요~ 답하게 되었다. 내가 느낀건데 인간은 선물을 많이 가져다 주면 호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 했다. 매일 내가 메론빵을 선물해주자 매일 땍땍거리던 놈도 요즘은 또 잠잠하지 않던가.
내가 한창 물고기에 열중일 때, 너 역시 나름 할 일이 많은 것인지 친구사업에 한창이다. ...친구가 아니면 어쩌지? 나는 불쑥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들려오는 소리에 나열하자면 벌써 니오, 하룻치, 하루키, 코코............. 이 아이는 사람도 좋고 꾸밀 줄 아는데다가 매력도 있는 터라 이렇게 인기가 많나 보다. 속 쓰리는 상황이지만 신의 짝이라면 모름지기 모두의 사랑을 받아야하는 법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나아진다.
"데이트-?!"
너무 놀라서 그런가 나는 물고기를 잡던것도 잊고 빽 소리지르고 말았다. 풍덩- 바구니로 떨어지는 물고기 너의 모습은 애처롭다. 나는 뻐끔뻐끔 입을 벌렸다.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고서도 시기와 충돌이 없게 잘 보다듬는 모습을 보아하니, 스즈는 장부가 틀림없다. 나는 잠시 이마의 땀을 훔쳤다. 땀이 나지 않는데도 그랬다. 나는 나를 옆에 두고 스즈가 물고기를 잡는데 한창일때도 마음이 심란하고 땀이 줄줄 흐르는 듯 했다. 이제는 네가 실패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고 즐겁지 못했다.
나... 어장당하나?
"스쨩은 친구가 많나봐요. 벌써 친구 이름이 줄줄 나오던데...................... 우리도 친구죠?"
질척이게 굴 생각은 없는데 날 이렇게 만드는 너는 죄 많은, 죄 많을 여자다. 이곳에서 연애 사업을 멈추고픈 내가 아닌지라 나는 오히려 열의를 불태운다. 좋아. 꼭 내가 그 많은 물고기 중 으뜸이란 것을 보여주겠다! *정말 개소리다.
나는 그물을 손에 꽉 그러쥐고 손목에 힘을 주었다. 내 평생 이렇게 집중할때에는 작은 도랑에 물 기울때나 미세한 물방울을 한데 모을 때 밖에 없었는데.
#아이고 지금 보니까 대사 지문이 하나도 없네???? 급하게 수정했어... 이걸로 다시 봐주면 될 것 같아 미안해~~!!
관망하므로 머물지만, 제신祭神으로는 있지 않다. 신직으로 속하여 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뜻에서 말했지만 언뜻 난해한 말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은 에니시도 잘 알았다. 신경쓰지 않았다. 인간이 그보다 중시해야 하는 것은 조금만 눈 돌려도 이 현세에 많지 않을까.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건, 네게는 아주 중요한 소원이지?"
다른 신에게 가는 소원을 엿보며 망가뜨리는 일은 없이 손대는 것. 그것이 허락되는 것. 그야말로 중개자仲取持인 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아하니 그다지 신앙심은 담기지 않은 듯하지만.
에니시는 벚꽃에 시선을 두다 무감하게도 들리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음번에는 더 자세하고 선명하게 기원하는 게 어때. 네게도 나은 일이야."
빌어 올린 '꿈'엔 여러 뜻이 이미 담겼지만, 으레 기원은 그보다도 확실하여 흐림이 없어야 한다. 기원을 바쳐 올리지 않대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도 마음은 분명한 편이 기껍다. 쇼의 입장에서는 신사 소속도 아닌 외부인이라는 무녀... 무녀? 가 대뜸 '아 소원 그렇게 비는 거 아닌데;' 하며 훈수를 둔 것처럼 보일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세상에, 이 고지식한 무녀, 따분한 낯으로도 세상 순수한 것마냥 쇼를 보며 눈만 깜박여보일 뿐이다.
야생무녀는 우와, 하듯 표정을 살짝 구겼다. 구겼다 함은 좋은 쪽의 우와, 가 아니라 비교적 나쁜 쪽의 우와 라는 뜻. 뒤치다꺼리라 했지만 이것을 요구한 건 아닌데... 그렇지만 야키소바는 좋고... 하지만 이걸 요구한 게 아닌데... 싱숭생숭했지만 결국 시원히 받아들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쓰레기 치워달라는 뜻이었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딱히'?
"너 정말로 훌륭한 호ㄱ 아니 츤데레구나. 앞으로도 그 자세 잃지 마."
오늘 받은 야키소바는 츤데레의 정석을 가르친 스승으로서 호ㄱㅜ 아니 제자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받은 선물이다. 에니시는 미련 한 줌 없이 시선을 돌려 축제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덕담도 남겼겠다, 발을 떼어도 좋겠다 싶은 것이다.
다들 고민이구나~! 맞아... 이미 사쿠라마츠리 하나 돌리고 있는 중이고, 이벤트 아닌 일상도 하나 돌리는 중이니까..... 삼멀티?! 가능한가?! 싶고.... 하지만 사쿠라마츠리는 한 번 더 해보고 싶고.... 하지만 아직 못 돌릴 참치도 있을텐데?! 하면서 고민의 굴레에 빠져가는 거야.... (⌒▽⌒)
그냥 주말인데 일상을 하나 돌리는 것으로! 사쿠라마츠리도 좋고, 아닌 것도 좋고! 그냥 평범한 일상 다른 일상 다 환영하는 느낌으로 그냥 살짝 일상 가능으로만 돌려놓을게요. 허나 이미 사쿠라마츠리는 여러 번 돌렸으니 꼭 돌려야한다. 그런 것은 아니기도 한만큼 스루하셔도 괜찮아요!
스카잔 안에 받쳐입은 것은 분명히 가미즈미 학원의 지정교복이고, 목에 맨 것도 2학년용의 푸른 리본이긴 하나, 명찰은 스카잔에 가려져서 알 수 없다. 가미즈미 고교에서의 2학년을 히키가 얼마나 활동적으로 보냈는지에 따라 신빙성이 달라지겠지만, 히키의 뇌리에는 작년에 이 여학생을 마주친 기억이 없다. 이 여학생, 시니카가 올해 2월 말경쯤에 이사를 와서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일찍이 전학수속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미즈미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에 친절히 대해보는 것은, 어쩌면 이방인의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시니카에게서 자신의 사정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히키가 그 일을 알 수는 없겠지만.
"별말씀을."
지금으로서는 이 낯선 후배가 노점에서 사온 상그리아 두 잔으로, 구역에 시달리는 선배를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이 건넨 이 잔이 단순한 도움일 뿐만 아니라 신에게 올리는 공양이나 마찬가지라는 것도 모를 테고, 그러긴커녕 히키가 자신의 선배라는 것도 모를 것이다. 다만 방금의 앳되어도 소녀의 것은 아닌 나직하고 고요한 목소리로 소녀는 아니라는 사실만을 겨우 알아챘을까. 그러니 히키가 축복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어찌 알 것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어찌 알까. 굳이 그런 축복 없이도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손으로 충분히 망가졌는데.
"없어요."
그러니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시니카는 히키의 행색을 한번 살펴볼 뿐이다. 혹시 아까 쏟아낸 게 튀지는 않았는가, 안색은 괜찮은가. 그러다 히키가 입에서 꺼낸 은혜라는 표현에 시니카는 히키를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옆으로 피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들리네요." 하며 귀밑머리를 한번 꼬다가, 시니카는 다시 말을 꺼냈다. "정 그러시면, 이 근처에 있는 맛집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오늘 점심을 걸렀는데 야미나베가 생각보다 별로라."
......'인상이 좋으셔서요' 같은 말로 대답해야만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탓일까. '영혼이 맑으세요' 라든가. 사이비인지는 몰라도, 고사기에조차 적히지 않은 작은 신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노이와토 전설과 그다지 깊은 연관으로 묶였는데도 줄곧 다른 기록에나 실렸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지닌 바 신위에는 한 점 부끄럼 없다.
"글쎄, 무릇 꿈이란 추상적이잖아? 만져지지 않으니 닿고 싶고, 그리 좇는 일을 각별하다고 사람은 이르고..."
뒷짐 그대로 쇼에게 몸을 기울였다.
"관망하노라면, 알게 되는 것은 별일도 아니야. 그리고 너, 간단하지 않은 얼굴 하고 있었거든."
이것 봐, 지금도- 하며 손을 앞으로 뻗더니 손마디로 살짝 뺨을 건드려 보려 했다. 사심이니 뭐니 따질 것도 없이, 감정도 뭣도 담기지 않은 깨끗한 손길이다. 뒤집어서 손바닥은 바깥, 손등이 뺨으로 향한 모양이었는데, 건드리는 데 탈이 없었다면 자개 같은 손톱이 뺨에 닿을락 말락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녀는 깨끗하게 손을 거두며 몸을 바로 했다. 오래 안 사이처럼 가까이 말하는데, 그럼에도 본성처럼 낯에 깔린 권태는 짙기 그지없어 보기에 기이하기마저 하다.
"오히려 사람 물건 빼앗고 다 죽이고 재앙을 일으키는 것만 하다 보면 벚꽃잎을 팔랑팔랑 내리는 게 힘들지 않을까요?"
안 해봐서 모르는 주제에 무책임한 소년의 말이다.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러 온 사람들 앞에서 벚꽃잎 팔랑팔랑 내리기를 시도하다가 힘조절 실패해서 벚꽃잎 대폭발을 날리는 것보다는 시도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마츠리의 사람들 중에 섞여든 신 중에 하나쯤은 그런 식으로 신력을 살짝 남용한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으음─ 아마 보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신은 신의 천의 기운을 알아볼 수 있으니 아마 그러하겠지만, 모르는 입장에서 듣기엔 애매한 말이다. 소년은 토와의 가벼운 표정을 바라보다 머리 위의 벚꽃잎에 시선을 빼앗기다가 한 마디 한다. / "신 보고 싶었어요?"
"소원이라고 거창한 걸 바랄 필요는 없잖아요?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기면 좋겠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빌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팔찌 덕이려니, 나쁜 일이 생기면 다음엔 팔찌의 힘으로 즐거운 일을 겪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실망할 일도 없고요!"
살면서 어떻게 좋거나 나쁜 일만 겪을까. 대부분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일어나지만 나쁜 일을 더 길게 기억할 뿐. 그렇다면 좋은 일을 더 오래 기억할 수단을 쓰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이지만, 소년은 팔찌를 차고 불행만 겪게 된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많은 현실과 다르게 현실을 100% 구현할 수 없는 게임은 게임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정해진 목표를 빠르게 찾는 게 중요한 거겠죠."
별 중요하지 않은 잠깐의 화제로 시작된 이야기를 받아주는 토와의 말을 들으며 소년은 그런 것이 선배의 삶에도 적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게임과 시험은 형태가 비슷하니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찾는다던가.
"세제거품? 으음... 맞아요. 냄비를 태워버릴 수도 있죠. 역시 이런 건 사먹는 게 편해요─." / 라고 남이 만들어준 요리를 먹는 쪽을 더 좋아하는 소년은 별 생각 없이 중얼거린다. 침묵하는 시선은 잘 모르는 듯 지나친다.
"아, 같이 들고 먹는 걸 먹어도 먹는 시간이 안 맞는 거군요..."
소년은 실망과 아쉬움에 의식을 빼앗겨 잠깐 발끝을 쳐다보다, 미타라시 당고와 야키소바 굽는 모습을 구경 가자는 말에 아직 시무룩해하면 좋은지 이제 즐거워해도 좋은지 헤매면서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앞서갔다가 멈췄다가 뒤쳐지면 또 빠른 걸음으로 앞서고, 반복해서 노점을 향하려 한다.
"이 냄새는 언제 맡아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는 뭐하지만 끓이는 듯 태우는 듯 소스가 졸아들면서 조금 더 맛있는 냄새로 바뀌고... 정말, 링고아메 들고 있는데도 또 먹을 걸 사고 싶어져요! 그리고 넓은 철판 위에 뒤집개 두 개로 파도처럼 야키소바를 굽는 퍼포먼스도 대단해! 포장해서라도 사갈까요?"
기분전환이 빨라 가라앉을 틈이 없는 소년은 말소리를 들었는지 야키소바를 철판 한쪽에 몰았다 넓게 펼치면서 그 위로 흩뿌리듯 소스를 뿌리는 팬서비스를 보고 와─ 하는 관중의 환호성에 섞여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말한다. 괜히 비밀이라도 얘기하는 듯 간신히 들릴 음량으로. / "누구는 축제에 오면 거기의 노점 야키소바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선배도 야키소바는 필수라고 생각하시는 파인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완전히 아는 게 아니니 그냥 적절히 동의합니다. 소원 팔찌는 하는 것도 좋고 안 하는 것도 좋고... 사먹는 게 편하다는 말을 하자...
"사실 요리나 청소나 세탁은 가정부나 사용인이 하는 걸로 알았는걸요. 해주는 걸 먹는 게 가장 좋죠?" "그나마 해본 건 방을 쓸고, 물건 정리 정도네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토와주도 신경쓰지 않지만. 토와는 고향 집이나 도쿄에 있었을 때에는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는 도련님이었다..
"어디에는 야끼만쥬도 판다고 하더라고요" 된장과 설탕을 살짝 섞은 감칠맛 나는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굽는다던가- 하네요. 맞나?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 그 냄새.. 대충 마이야르 비슷한 반응 아닐까요?" 사람들이 그런 냄새나 그런 걸 선호한다고 하니까..
"야끼소바라.. 글쎄요? 제대로 큰 축제에 참여하는 건 거의 처음이라서요" 그정도의 경험은 없으니 말하기는 곤란해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야끼소바를 먹을 기회가 있는데 차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포장해서 사먹자는 말에 은근슬쩍 동의합니다.
"잘하잖아 미카쨩- 응응, 그거야 그거. 있지, 사진만 보내주고 끝내긴 싫은데- 나중에 계속 말 걸어도 돼? 그치만 싫으면 미리 말해줘. 싫은 거 숨기고 읽씹하거나 안 읽씹하거나 무시하면 정말 슬플테니까... 그럴 거라면 미리 거절 당하는 게 나아."
통신에서의 관계라고 하면 시이와 후미카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매일매일 빼곡히 안부를 묻는 애정결핍과 문물에 익숙지 못한 느긋한 인간상이라면, 불만은 누적되다 폭발하게 된다. 그건 전적으로 시이의 책임이 된다. 그래서 시이는 거절해달라고 말한다. 가슴이 잠시 서늘해지더라도 그건 잠깐이니까.
귀와 눈을 막고 다시 누군가의 온정에 기대면 금방 잊혀질 것이다. 기대다가 켜켜이 쌓이는 실망 쪽이 더욱 괴롭다.
"......."
잠시간의 정적.
"이런 침울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봐, 벌써 해가 져가고 있는걸. 곧 일몰이 될 거야- 그보다 축제를 즐기고 싶어. 밤벚꽃도 물론 예쁘지만, 언제까지고 이곳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걸. 긴교스쿠이하러 갈까, 미카쨩? 물고기에 관련된 신이라면 역시 긴교스쿠이가 특기일 테니까-"
또 즐거운 일로 회피하러 가는 거야. 그게 즐거우니까. 이상한 머리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힘없는 대꾸를 보면서도 변함 없는 낯으로 에니시는 대답한다. 몹시나 구원하고 낡은 특기라 볼 수 있음으로, 만성에 가까운 권태는 이로부터 비롯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틈새에서 신묘한 눈을 가져 만물을 관망하기로 된 신은, 변덕과도 같이 하계에 내려와 지금까지도 사람 사이에 있다......
"그래서 내비춰지는 것, 싫어?"
살며시 동풍이 끼치자 흔들리는 꽃잎의 비가 나릿나릿 내린다. 에니시는 다시 뒷짐을 져버린 채로 절경을 올려다보았다. 벚나무에 깃든 신 앞에서 이런저런 모습 다 보이고 마는구나. 좀 봐주었으면 한다, 그야 중개자이자, 작지만 지극히 오래된 신인걸. 그러니까 한 묵은 노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입을 가리며 크게 하품했다. 언뜻 고양이를 닮은 행동이다.
"으응... 아니. 몸소 관망하려고 왔지. 소원 비는 것은 나의 할 일이 아니야."
따분한 낯으로도, 대답에는 무엇인지 모를 중심이 똑바로 서 있다. 기둥이 떡하니 버티는 분위기. 그저 올곧게, 굽이치는 일 없이.
41 사람_많은_곳에서_넘어졌을_때_자캐의_반응 정말로 태연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난 후에 옷을 가볍게 탁탁 털 거예요. 그 이후에 숨을 약하게 내쉰 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것 같지만 그 속도는 아마 평소의 속보다 약 2.5배 정도 더 빠를테고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고 있을거고, 다른 곳은 안 보고 그저 전방만 보고 있을 거고 누가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고 부르면 부를수록 더욱 발속도가 빨라져요. 물론 다음 날이 되면 싱긋 웃으면서 잘못 본 거 아니냐고 우기는 아키라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요!
107 자캐가_가장_후회하는_것 조금 더 자신이 그때 그 순간, 확실하게 잡아두지 못했다는 것. 역시 그것이 될 것 같네요. 시리어스 한 것을 제외하면 보고 싶었던 영화를 4DX로 보려고 했지만 뭔가 큰 시내까지 나가기 조금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그만 내려가버린 적이 있었는데 역시 그것이 아닐까 하고!
393 자캐는_익숙한걸좋아하는편_vs_새로운걸좋아하는편 아무래도 익숙한 것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물론 새로운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것에 조금 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껴요.
시미즈 아키라,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시기는 아직 봄이지만 꽃샘추위라도 되는건지 날이 제법 추웠다. 그럼에도 부실의 문을 열어놓는것은 환기를 위함. 사람이 얼마 사용하지 않는 이 장소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환기는 꾸준히 해 줘야했다. 그만큼 먼지가 쌓이기도 쉽고 공기도 정체되기 마련. 손님없이 조용한 부실에서 혼자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하품을 하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볼 거리가 있는것은 부실 앞에 있는 벚꽃나무. 꽃은 지면 그대로 쓰레기가 되지만 그 쓰레기는 밖에서나 쌓이지 부실 안으로 침범하지 않기에 그걸 치울 이유는 없다.
"크크크. 쓰레기가 지상에서 썩어가는구나."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20세기 말에서나 나올법한 악역의 대사를 하며 하늘에서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을 그저 맹하니 바라보았다.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일종의 꽃놀이가 아닐까? 비록 혼자에, 먹을 음식이라곤 대량 구매해 놓은 맛없는 인기없는 과자들과 플라스틱 병에 들어있는 녹차 뿐이라지만.
"하지만 네놈이 날뛰는것도 앞으로 수 일.. 하늘에 신의 위광이 드높아질때가 기대되는구나."
햇빛이 아파지는 여름이되면 이 아름다움 쓰레기를 보지 못하는것도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하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만약 이것이 하나의 이야기라면 분명 권태감에 찌들은 한 등장인물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위한 프롤로그가 아닐까. 하지만 아쉬워라, 세상은 그렇게 잘 분별된 이야기처럼 진행되지는 않는 법이다.
507 자캐의_학창시절_생활기록부_종합의견란에는_어떤_말이_적혀_있을까 (1학년 기준) (전략)타고난 성격은 선량한 듯하며 웃사람에게 예의바르나, 자기 주관이 지나치게 확고하여 타협하지 않는다. 대인관계에 소극적이며, 수업 시간에 산만한 모습을 보임. 교우관계가 바람직하지 못하며, 자신의 주관을 위해 학생이 지켜야 할 풍기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까지 불사하므로 관리 감독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후략) (대충 생기부 조졌다는 말) 314 어찌할_수_없는_이별을_앞둔_자캐는_결국엔_받아들인다_vs_끝까지_부정한다 자꾸 시니카 뼈 때리는 질문이 나오는데.. 시니카는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납득하는 것에 익숙하니까 당연히 전자. 겉보기로는 그래. 276 자캐는_뜨개질을_할_줄_아는가 전혀 하지 못해. 뜨개질 같은 섬세한 일은 특기가 아니라서 말이지 <:3 시니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