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는 법이라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별개의 일. 하지만 어린 인간이 당신에 대해 알지 못하니 섭섭해하는 것은 당연할 법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 어린 인간 네 칭찬 민망한지 몸 배배 꼬는 모습이 제법 흥미롭단 생각이 들던 것입니다. 인간 아이들은 아직 자신이 얼마나 값진 존재인지 모르고, 받아들이기 어색하기에 종종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그 작고 작은 행동이 어찌나 보기 즐거운지.
"좋아한다에 가깝다라."
하기야, 일과에 포함되면 무엇이 즐겁겠습니까. 흥미도 일이 되면 작게나마 고통이 되는 법입니다. 흥미를 가져 게임을 시작하면 무엇합니까, 레벨을 올리며 경쟁해야 하는 행위로 돌입하기 시작하면 숙제가 되고, 숙제를 하다 보면 지쳐 떨어지기 마련이거늘. 그런 것과도 같은 일임에도 싫다고 하지 않는 점이 가상하다 해야 할지. 어린 벗에게 할 말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달걀의 뒤는 육수. 그 뒤는 고기, 그 뒤는 부재료. 일련의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며 한두 번 해본 솜씨 아닌 것이 보였기에, 그간의 연륜 확실히 보여줍니다. 예, 턱을 괴던 인두겁 위로 잔잔한 미소 떠오르니 겉보기에 말벗 즐거우며 요리 과정을 동경하듯 바라보는 듯싶으나 속으로는 어린 인간은 역시 즐겁고도 신기하구나 하는 겁니다.
"2학년이 원래 그렇지요. 중학생 때도 1학년은 새롭고, 2학년은 그저 그렇고, 3학년은 뭘 했다고 벌써 졸업인지 늘어지잖아요. 사실 나도 3학년이 되면 달라질까 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와 다를 바가 없더군요."
입시를 빼면. 인간에게는 중3 때도 입시 있었다고들 하나 고3보단 그 압박이 덜하더랍니다. 네 딱히 생각이 없으니 압박을 느끼지 않지만 확실히 학년이 하나 올랐다고 허무해진 학생 수없이 보았지 않습니까.
"혹시 모르지요, 잘 대해주면 후배가 은혜를 갚을지. 가령 직접 끓인 라멘을 대접한다거나?"
은근한 장난. 지금처럼 식사를 대접받는 일을 돌려 언급하며 네 장난스러운 미소 입가에 걸쳐봅니다. 아무렴 이리 장난을 치나 이 어린 인간에게 좋은 연이 많이 생긴다면 너야 안심될 일이지요. 인간의 행운 많은 벗에서 나온다는 말 있고 공허함 덜할 테니, 좋은 연 쌓이다 보면 재액이요 공허 쌓일 일 없이 평범하고도 즐거운 삶 살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네 꽤 오랜 시간 이 아이를 봐왔으니, 어쩌면 자식 키우는 입장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616 슈슈슉 가볍게 가져오겠어~~~~ 사실 학기초라 모르지 않을까 싶기도...? :3 사실 얼굴은 안다~로 가도 크게 상관 없을 상황이 올 것 같긴 해 ㅋㅋㅋㅋㅋ 흐으음 아무튼 만약 축제라면 스즈는 뭐할 것 같아? 최대한 맞춰보고 싶어서 :3 물고기 못잡아서 으으으 거리고 있는 미즈미 도와준다거나... :3 그도 아니면 넘어진 미즈미때문에 우당탕 아앗 옷에 아이스크림 묻었잖아~! 상황도 좋고 ㅋㅋㅋㅋㅋ
>>624 축제라면.. 음..! 음! 사진 마구마구 찍으면서 돌아다니구 맛있는건 전부 다 먹어봐야 하고.. 또또 축제에서만 할 수 있는것들! 미즈미주 말처럼 금붕어 잡기나 아니면 또 뭐가 있을까.. 아무튼 그런건 최대한 다 해보려고 하지! 스즈즈라면 얼굴 정도는 알고 아마 이름도 알고 있을거야. 여기저기 아는 사람이 문어발처럼 퍼져있어서 인적사항은 대충 알고 있으니까~
인간의 축제는 실로 처음이었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화려하게 꾸민 인간들이 소란이다. 나는 솜사탕 하나를 들고 가만히 거리를 지켜보았다. 장신구를 이리저리 대며 거울을 바라보는 여자들도 그렇고 모빌처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장난감을 보고 탄성을 내지르는 아이도 그렇고 보기에 흡족한 관경이었다. 나는 솜사탕을 한 입 베어물려다 만다. 몽실몽실 구름 같은 것이 예뻐서 샀는데 속이 느글정도로 단 터라 풍선 든 것처럼 들고 있었을 뿐이다.
그때, 첨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안 그래도 물을 다루는 신인지라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나는 물뱀처럼 목을 쭉 빼고 소리의 근원지를 살핀다. 그곳에서는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몸을 굽히고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저기 작은 물그릇에서 팔리기 위해 전시된 금붕어보다 더 예뻤다. 아무튼 시달리고 있는 금붕어도 불쌍하고 난색 표하는 여자도 보기 뭣해 나는 쑥 몸을 들이밀고 보았다. 얇은 그물이 펑 터져나가면서 금붕어가 맥 없이 떨어졌다. 펄떡거리는 모습이 영 시원찮은게 시름시름 앓고 있는 녀석이 틀림없다.
"와- 뭐하는 거예요? 금붕어 잡기?"
나는 혼수를 둘 생각 없지만 약간의 도움을 주고자 했다. 원래 상대가 짜증나면 혼수고 고마워하면 조언이니 잘 조절하면 문제 없을터였다. 나는 그동안 많은 인간이 만든 매체로 틈틈히 인간 공부도 했고 옛 성현들의 말씀도 마음속에 세겨놓았으니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당연히 처음 듣는 얘기겠지. 지금 여기에서 하늘에 유성우가 내린다면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좋아하겠지만 천문학자 양반들은 패닉에 빠져서 우주에 떠있는 수많은 인공위성들의 데이터를 확인해본다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우연의 연속이니까, 우연스럽게 인공위성들 사이에 사각이 생겼고, 우연히도 그 자리로 유성우의 원인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이다.
" 믿을만한 정보니까, 나 한번만 믿어봐요. "
아까처럼 왼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한 나는 벤치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는 소녀를 보고선 축제의 외곽으로 길을 안내했다. 지금 사쿠라마츠리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공원이 있고, 그 어귀에는 가로등이 고장나서 주변이 아주 어두운 장소가 있다. 물론 이런 밤에 움직이기엔 위험한 곳이지만 지금만큼은 위험하지 않을테니까.
" 너무 빨리 움직이면 다칠수도 있으니까 ...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 걸어볼까요? "
다시 한번 손목시계를 바라보면서 요조라에게 말했다. 평소엔 느릿한 발걸음이니까 괜시리 급하게 움직이면 다칠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서 발걸음에 맞추어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곳에도 있는 벤치에 앉으라고 손짓한 뒤에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 잘 보고 있어요, 곧 떨어질테니까. " " 28,29,30,31 ... 지금! "
지금이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튀기자 자리를 지키며 빛나는 것들 사이로 길게 빛의 자락이 그려진다. 큰곰자리의 중앙을 관통한 유성은 그대로 사라졌고 한동안 조용하던 하늘은 이내 하나 둘씩 뒤를 따르며 나타나는 유성우로 인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축제에 있던 사람들도 유성우를 발견했는지 흥분한 기색이 여기까지 전해졌고 나 또한 아름다운 빛무리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 오늘만큼은 불행한 사람이 없기를. "
비록 잠깐의 순간이지만 모두가 행복하기를 빌어보았다. 뭐, 소원 이루어주는건 내 권한 밖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