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습지 않으니 웃지 않는 것이지만, 제 막역한 친구―강의 뱀신 말이다.―처럼 거짓웃음조차 짓지 않는 덴 이유가 있다. 풍어신은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편이니 이 말은 분명히 사실일 테다. 말을 마치곤 후미카는 잠시 무엇을 생각하듯 조용히 있다, 또 한 차례 시이의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아쉬워하면서도 순순히 따라준 데에 대한 칭찬이자 위로의 의미다.
몇 번의 조작과 함께 카메라가 설정되었다. 풍어신 역시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만 사진 찍는 취미는 없는지라, 제 쪽으로 비쳐지는 화면을 새삼스레 낯설다 생각했다. 후미카는 우선 엄지를 들어보인 뒤 시이에게 슬쩍 눈짓했다. '정말 이거면 되니?'라는 의미였지만 요구사항은 정말로 이 뿐인 듯했다. 한창 유행을 배우는 중인 후나가츠히메에게도 시이가 한 손동작이 반쪽짜리 하트라는 사실을 알아볼 정도의 관찰력은 있었다. 그러니까…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는 건데, 어째서 굳이 이러는 거지? 그는 키모오타라든지 그쪽 세계의 유머 같은 것에는 무지했으나 궁금증은 일단 밀어두었다. 그렇게 결국, 후미카는 사진이 찍힌 뒤에 기어이 한 마디 소감을 남기게 된 것이다.
요조라의 그간 경험상 이제 갈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따라붙은 사람 치고는 오래 버틴 셈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잘 가시란 인사나 마지막으로 해줄 요량이었다. 저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아무런 고민 없이 그냥 보냈을텐데.
"...그런, 얘기... 처음, 듣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뜬금없는 얘기다. 오늘 유성우가 내릴 거였으면 뉴스에 나오거나 오빠가 호들갑을 떨어대며 잘 보일 자리를 찾아 난리를 쳤을텐데, 얌전히 노점만 돕고 있을 인간이 아니었는데 그러질 않는다. 요조라 본인도 들은 소식이 없다. 그런게 있으면 부모님이 알려주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아무도 모르는 일을 저 사람, 코세이 혼자만 알고 있다? 요조라의 안에서 깜빡이던 황색 신호등이 띵- 하고 완전히 켜졌다.
"하필, 오늘..."
의심은 둘째 치고 만약 저 말이 진실이라면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까웠다. 요조라의 체질상 멀리 나가기도 힘든데, 살면서 한번 볼까 말까 한 유성우가 내린다니, 어쩌면 정말이라서 제대로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두고 두고 한이 맺힐게 분명하다. 그러면 어쩔까. 가야지.
요조라는 기껏 앉았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에휴, 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 코세이를 힐끔 보며 말했다.
"갈, 테니까... 앞장, 서세요..."
갔다가 올 체력이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오빠를 부르면 된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별 구경이나 하고 오면 될 테니 시간낭비도 아니게 될 거라고, 요조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어서 가라는 듯이.
1. 제 소원은.. 한번쯤 잠옷 파티 같은걸 해보고 싶어요. 프로레슬링 관련 소원들을 생각해봤지만, 프로레슬링은 너무 뭐랄까 저랑 관련이 있으면서도 없으니 좀 더 직접적이고 와닿는 소원이 좋을 것 같아서요. 어쨌든, 한번 생각해주세요. -이타니 아미카
2.4DX 영화관이 가미즈미 마을에 들어오게 해주세요!!
3.새 그림이 무사히 완성되게 해주세요.
4.온누리에 평화를,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행복은 되도록 찾아오지 않기를. 카나가시마 렌코
5.올 해, 저와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이번 시합에서 좋은 기록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6.방이 더러워지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으면 좋겠어요.
7.만인에게 지복을.
8.벚꽃을 좋아하는 만큼의 꽃잎 하나씩 학교에 자장자장 타임이 생기게 해줘!
9.천지사방 봄꽃이 작년보다 더 화사하게 피었으면.
10.안녕하세요, 벚꽃나무의 신님! 가미즈미 고등학교 2학년 B반의 야사이 카즈네라고 합니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어도 좋지만, 학교의 모두들에게 놀랍거나, 재밌거나, 아무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면 좋겠네요. 꼭 모두 즐거울 만한 일이라면 좋고요. 스릴이 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많으면 아니어도 돼요!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사쿠라마츠리 때 신님도 즐거우셨길 바라요.
" 난 읽씹같은거 안해~ 일단 봤다면 답장하려고 노력하고 전화도 진~~~짜 바쁜거 아닌 이상에야 받으려고 노력하니까 걱정할 거 없다! "
농담이라는 말에도 스즈는 '남친 없으니까 안심해~' 하고 말하며 응수했다. 실제로도 스즈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되었던 가능한한 빠르게 연락하고 답장하려 했다. 그게 누구라도 자신이 애써 보낸 연락이 무시당했다면 슬플테니까. 그게 자기 자신이어도 슬플 테니까. 응. 슬플테니까. 늦었다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게 아니라면, 빠르게 답하려고 노력했다.
" 키링 귀여워~ "
스즈는 스마트폰을 받아들곤 키링을 톡톡 건드려보았다.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스마트폰은 SNS가 간신히 깔려있었다. 이런 물건은 주인의 취향과 성격을 잔뜩 닮는다는데 혹시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즈는 자신의 번호를 찍고 통화를 눌렀다. 좋아하는 노래를 벨소리로 지정해두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번호를 저장하려던 스즈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 했다.
" 음.. 흐으으음.. 뭐라고 저장할까.. 음... 그래! 시-쨩으로! "
싱글싱글 웃으며 저장을 마친 스즈는 미소를 지어서인지 살짝 따끔한 입술에 읏, 하고 살짝 인상을 구겼다. 이렇게 또 연락처에 한 명이 늘었다. 친구가 한 명 늘었다. 스즈는 무엇이 그리 뿌듯한지 잠시간 스마트폰 액정을 바라보다가 등을 젖혀 소파에 기대곤 고개를 살짝 돌려 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나도 아무때나 연락 받아줄테니까 시-쨩도 약속해. 나 잊어버리지 않기로 "
빨갛게 물들어가는 석양빛과 집. 연한 분홍색의 색조화장과 염색해서 밝게 빛나는 머리. 그와 반대로 착 가라앉았지만 적당히 포인트가 있어보이는 검은색 후드티와 방울이 달린 초커. 귀걸이와 이어진 체인. 마지막으로 이히히- 하고 옅게 웃고있는 살짝 터진 입술과 살짝 말라붙은 피. 그 모습 그대로 스즈는 자신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진처럼 네 마음속에 남기라는 듯 가만히 바라보다가 금세 화제를 전환했다.
" 으음- 슬슬 배고프네~ 힘을 잔뜩 써서 그런가봐. 나중에 디저트 카페라도 같이 갈래? 내가 좋은 데 많이 알고있어~ 파르페 좋아하니? 소르베는 좋아해? 버블티! 버블티는 좋아해? 난 버블티 진~짜 좋아하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