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을 먹는건지 아니면 뭉쳐놓은 탄수화물을 먹는건지 모를 엄청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녹차사이다를 오른손으로 집어들다가 그 탄수화물덩어리를 기어이 문제없이 넘기는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오른손의 힘을 풀다가 곧바로 쥐어 자신이 그 녹차사이다를 마셨다. 내가 왜 이런 성가신 걱정을 해야하는거냐고 짜증을 내며 벌컥벌컥 마시다가 오히려 자신이 사레들리고 곧이어 기침을 했다.
"켁! 켁! 케에에엑!!"
다이스의 신이 음료를 마시는 과정에서 주사위라도 굴린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겨우내 기침을 멈추었다. 알았다고 반응하고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면 말은 잘 듣는 고양이었다.
"말 했잖아?"
옷이 더러워진다고 말 했으니 옷을 걱정했다고 받아들이는게 당연한게 아니냐는듯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는 당신을 걱정했다고 말을 할 만큼 낯부끄러운 행동을 할 사람도 아니었다. 상대방이 질문을 한 이상 대답을 하는게 인지상정. 나 로사. 아니.
잘 만들어진 하트를 하루나에게 한번 보여주고 난 뒤, 몸을 돌려 코로리에게도 한번 보여주었다. 할아버지에게 보낼 하트를 이미 두명에게 먼저 보내버린 모양이 되었지만 말이다.
" 처음 봤을 때도 내가 컸던걸로 기억하거든! "
지금의 나와도 키 차이가 나는 코로리 누나였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3년 전에는... 어느 정도였더라? 처음 만났을 때 살짝 낯을 가려 아, 안녕하세요..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던 것 빼고 다른 것들은 안개가 낀 것처럼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 때는 내가 한 살차이였지만 어려서부터 알바를 해주고, 하루나와도 잘 놀아주는 코로리 누나가 제법 성숙한 학생처럼 느껴졌으니 상대방도 내가 작게 느껴질만 하다고는 생각했다.
" 의욕만땅이네. 서점에 두고오지 않아서 다행인걸? "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말했다. 하루나도 나 혼자랑만 놀러오지 않고 잘 맞는 여자 지인과 오니 더더욱 신나보였고. 나는 누나의 농담에 서점 직원 3년하더니, 이젠 아예 시인이 되었네.. 라고 중얼거렸다.
마츠리 특유의, 기분좋은 열기가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불꽃놀이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먼저 코로리 누나와 하루나가 하고 싶어하던 풍선 다트 노점을 찾기로 했다. 호기롭게 먼저 할 것을 자처했다. 물론 자신은 없었지만. 주머니 속 동전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고, 다트들을 받았다. 괜히 긴장이 되어 소매를 걷어 올렸다.
" 간다! "
.dice 1 100. = 64
0~30 작은 사탕 한 줌 31~60 커다란 막대사탕 3개 61~80 작은 봉제인형 81~100 커다란 봉제인형
아. 맞아. 아까전에 소원권으로 발동된 마니또 이벤트 말입니다만. 일단 이번에는 찌르기를 받지 않을게요. 아직 다들 알아가는 과정이고, 딱히 찌르기라던가 그런 것을 할 정도의 무언가는 아직 없을 것 같거든요. 물론 또 하게 될 때는 그땐 찌르기를 받긴 할거지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니또에 성적 지향이 적용되진 않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성적지향에 맞춰서 마니또가 정해지진 않으니 그 점 꼭 참고해주시고! 음. 일단 기본적인 기준점을 줄건데 그것에 미달하지 못한 이들은 약간의 패널티.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이의 마니또가 되지 못했다고 선물을 안 주거나 진짜 엄청 무성의하게 (EX:다 쓴 지우개, 쓰다 만 볼펜, 10엔 하나) 그냥 수행안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시트를 강제로 내려버릴거니 그 점은 부디 꼭 알아주셨으면 하고!
요조라는 어떤 대화를 할 때, 정해진 흐름이라는게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어지는 흐름. 요조라에게는 그게 지금이었다. 그림 그릴 거라고 하면 잘 그리나봐요- 하는 대꾸가 돌아오는 것. 솔직히 실례이지 않나 싶지만, 말로 꺼내진 않는다. 요조라는 늘 하는 적당한 말로 대답을 흘렸다.
"취미, 수준이에요..."
그저 취미라기엔 수상 기록이 적잖았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요조라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가보다 하자.
다시 걷기 시작한 요조라의 뒤로 따라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 했을 리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또 따라오나, 정도였는데 대뜸 갑자기 다가오니 요조라의 안에서 황색 신호등이 켜졌다. 겉으로는 곁눈질로 힐끔거릴 뿐이다. 꽃잎을 털어내는 손길도 시선으로만 따라가다가 손이 멀어지자 슬그머니 옆으로 한걸음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며 걷고 있었지만, 아직 황색불은 꺼지지 않은 채 깜빡대는 중이었다.
"그거라면... 최근에, 그렸네요..."
밤하늘이라면 최근에, 그것도 아주 최근에 그렸기 때문에 별로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못 본 걸까 싶어서 짤막히 덧붙이는 말도 있었다.
"아까, 노점의, 천막... 그거에요..."
그렇다. 요조라가 최근 그린 밤하늘은 호시즈키당 노점에 둘러진 장식용 천막의 그림이었다. 보통은 가게 이름을 걸어놓는 위쪽에 세뼘 정도 되는 폭의 긴 천막을 노점에 빙 둘러 걸어놓았는데, 그 천막의 그림이 밤하늘과 벛꽃이었다. 별이 한가득 뜬 밤하늘 하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가로로 길게 그려 긴 풍경화 한점을 만들었더란다. 천막을 고정시키기 위해 세운 기둥엔 나무껍질 무늬를 그려넣고 가판도 나름의 무늬와 꽃잎들을 그려서 나름 사쿠라마츠리 느낌이 물씬 나게 해놓았지. 워낙 주변이 시끌벅적 화려해서 눈에 잘 띄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잘... 안 보이긴, 하지..."
하긴, 이런 북새통에 누가 위를 올려다볼까, 그런 생각에 작게 중얼거린 요조라. 곧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