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리의 밤벚꽃의 눈보라를 찍은 필름이 까만 채로 카메라와 함께 가방에 넣어지고, 편지의 첫 문장을 어떻게 적을지 고민하던 토와였습니다.
'합의점을 찾기까지 지난했습니다...는 너무 과거에 얽매인 것 같고요..' 아니면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같은 간단한 말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노점에 놓인 패물들을 봅니다. 드림캐쳐도 예쁜 편이고. 세공된 물품들이 보이는 것에 구경하던 때에 옆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것을 집어들려 하자 손을 놓았습니다. ...아마 나비의 날개를 형상화한 듯한 장신구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것?
신을 믿느냐는 물음을 굳이 아키라에게 한 건 이전에 시미즈 가문에 대해 들은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키라가 호시즈키당에 찾아왔던 날이었던가. 그 날 저녁에 부모님에게 들었다. 시미즈 가문은 대대로 이 마을에 머무르며 신의 힘이 깃든 곳을 지키고 관리한다, 였었을 것이다. 그런 가문에서 자란 사람은 신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했었다가, 오늘 마침 묻게 된 거였다.
아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대답을 요조라는 조용히 들었다. 짧은 물음에 비해 매우 친절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되물었다. 요조라는 믿는지,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찾아오는 전승을 믿고 있는지.
"글쎄요..."
요조라의 대답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민하는 모습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아키라가 꽃잎을 잡았다 날려보내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날아가는 꽃잎을 보는 눈은 무슨 생각을 담고 있었을까. 몇 개의 꽃잎을 눈으로 쫓던 요조라가 느릿하게 대답을 꺼냈다.
"믿냐, 아니냐... 있냐, 없냐로 따지자면... 중간이겠죠... 저도, 본 적은 없고, 들은 것만... 많으니까요..."
어려서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두 분은 어린 마히루와 어린 요조라를 무릎에 앉혀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주로 이 마을과 신에 관한 내용이었다. 요조라의 부모님이 가게를 잇게 된 후에도, 남매는 종종 부모님에게 신과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너희는 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들이란다. 그 기질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란다. 그 말도 늘 듣던 말이었다.
"만나고, 싶은... 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있을지도, 라는... 기대감이 더... 좋은 거, 같기도, 해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던 요조라의 걸음이 문득 멈췄다. 길가의 한 노점으로 시선이 꽂힌 채였다. 노점은 간단한 사격으로 경품을 따가는 곳이었다. 그 중 하나가 눈에 띄었는지, 빤히 경품대를 보던 요조라가 아키라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거... 한번만, 하고 가도... 괜찮을까요...?"
일단은 일행이었으니까, 게다가 요조라가 신세를 지고 있기도 했고, 그러니 아키라가 시간이 없다던가 하면 요조라는 그냥 포기하고 지나갈 생각이었다.
"호시즈키 씨는 그런가요? 그렇다면 저도 그렇고, 호시즈키 씨도 있다고 믿어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전승에 따르면 이 마을은 신의 축복이 있었고, 그 축복으로 생명이 싹튼 곳에 세워진 마을이라고 하니까요."
아오노미즈류카미 전승에 대해서는 정말로 아는 이가 적었다. 아마 그녀도 아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그는 추측하며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상 자신들 나이에 신의 전승에 관심이 갈만한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굳이 이야기를 할 것은 없었기에 아키라는 그 정도에서 말을 마치며 그녀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만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길을 가다 보이는 사격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요조라의 모습에 아키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 역시 자연히 발걸음을 멈췄다. 굳이 이것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경품대를 보고 싶어하는 것도 그렇고. 한 번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아니 여러번 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이 마츠리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던가.
"얼마든지요. 가지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경품대에는 꽤 여러 상품이 꽂혀있는 것 같았다. 저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그와 동시에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도 한 번 정도는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몸을 살짝 풀며 살짝 내려온 안경을 위로 슬며시 올렸다.
보통 이런 장신구에는 관심이 없으니 눈이 잘 안 가는 것이지만. 좌판 위 푸른 날개를 펼치고 있는 나비 브로치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걸까. 그 날개의 맥줄 하나하나 표현한 것을 보면 만든 이가 주의 깊게 세공한 것이 역력히 보이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제가 착용할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선물할 것도 아닌데. 한 번 눈에 들어온 것이 그냥 떠나기에는 그 빛깔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라.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드문 소유욕에 손을 뻗던 중, 너와 손이 닿을 뻔 했을까. 후유키 역시 제 손을 떼어내며 고갤 돌려 너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