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493108>970 완식했다구~~~!!! 앗 진짜??? 맛있었다고 해줘서 고마워... 후미카도 재료가 싫었다기보다는 맛의 조화가 안 맞아서 싫었던 거니까 미즈미픽도 잘 먹었을 거야... ㅋ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들켰다 사실 후보에 해파리.... 넣을까 했지만 후미카는 응... 그래도 상식인이니까.... 안 하기로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
시니카의 반박에 질세라 미즈미는 박박 우겼다. 수상할정도로 평범한 인간이 되기를 고집하는 미즈미는 제 취향도 평범, 제 안목도 평범한 온나노코의 그것이라 믿고 있었다. 제가 본 각종 드라마, 영화, 소설에 근거한 데이터였다.
"평범한데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활짝 웃는 얼굴에는 흠결이 없다. 오늘 뭐 먹었어라는 질문에 메론빵이라 대답하는 친구만큼이나 태연자약하고 당찬 대답이었다. 아무튼 미즈미가 느끼기에 시니카는 평범했다. 눈도 두 개 달렸고 팔도 두개, 귀도 두개, 다리도 두개...(중략)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인간의 모습과 흡사했다. 스카잔에 대한 인상도 나쁘지 않았다. 뭐, 굳이 평을 남기자면 '뒤에 그려진 용이 예쁘네요- 혹시 뱀도 좋아하시나요?'정도의 감상 아닐까 싶다. 미즈미가 보기에 인간들은 전부 비슷비슷했다. 인간이 뱀 보기를 똑같이 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었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서비스도 좋대요!"
당연하다. 거기는 메이드 카페다. 음식 맛이 아니라 서비스와 뽕맛으로 승부보는 곳이란 소리다. 자신만만하게 답한 미즈미가 제 허리에 손을 올렸다. 이어지는 시니카의 물음에는 고민 없이 답했다.
"왜냐하면 마침 그쪽이 눈에 보였거든요. 저도 혼자, 그쪽도 혼자인데 좀 같이 놀 수 있는 거 잖아요. 그죠?"
어이없을정도로 이유가 빈약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쪽이 인간인지라 좀 질척거릴 생각입니다.'라고 곧이곧대로 말하겠냔 말이다. 미즈미도 그정도의 상식은 있다. 그도 잠시, '아!' 탄식하며 미즈미가 묻는다.
"혹시 남자친구가 있으신가요-? 그러면 저는 또 혼자 남겠네요. 별 일은 아니고 오늘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남자친구랑 데이트해야한다면서 홀라당 떠나버렸거든요."
미즈미는 흑흑 우는 시늉을 했다. 이 영악한 뱀은 인간 사회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세치 혀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 "뭐,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돼요. 저는 외롭고 쓸쓸하고 괴롭게 혼자 밥 먹고 혼자 버블티 마시고 혼자 마츠리 돌아다니다가 혼자 기숙사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니까요." ...노골적인 감성팔이가 이어진다.
>>9 시니카: (배트를 하늘 높이 번쩍 치켜듬) 시니카: 잠깐이면 끝나니까 눈 꼭 감아. 시니카: (마히루가 눈 감으면 배트 내려놓고 다가와서 마히루 턱 잡더니) 시니카: (코앞에서) 다음 사쿠라마츠리 때도 그런 실수를 하면 진짜로 혼낼 줄 알아. 시니카: 나는 꾹 참고 먹었지만, 못 먹고 버린 사람도 많아. 떡을 만드느라 고생하신 분들께 실례잖아. (라즈베리 냄새..) 시니카: 그보다 홍삼을 넣은 사람은 또 누구려나.
천막 안에서 가만히 기다렸고, 나베를 열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어차피 오랜 삶 살며 이것저것 다 먹고 자란 입장에서 이정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전쟁 시절에는 흙을 끓여먹어본 적도 있기에. 나눠준 나베를 봐도 재료는 제법 많았기에 보는 눈도 풍족합니다.
네 한 수저 떴을 때, 입에 넣고 우물거렸던 것은 말차 가루를 넣어 은은한 빛을 발하는 두부입니다. 네 가져온 이 두부는 물두부로 먹으면 차분한 맛이겠으나, 홍삼과 향신료, 라면스프 때문에 어지러운 맛이 납니다. 다만 꿋꿋하게 먹는 것은, 어찌 보면 보양식이기 때문이렵니다.
경단도, 버섯도, 게도, 개구리도.. 전부 먹었지만. 선뜻 먹지 않던 것은 선지입니다. 천천히 고민하다 국물과 함께 모조리 먹어치우기로 결심합니다. 다만 삼켰을 때, 네 표정이 구겨집니다. 보기 드문 표정이렵니다.
"..내겐 독인 걸 알면서도.."
..아무렴 상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어린 신이 오늘도 한 건 해냈구나 싶으나 네 가만히 있습니다. 화를 낼 성정도 아니거니와, 네 상성이라 해서 불만은 없으니까요. 되레 이리 피까지 내어주는 정성이 갸륵하여 먹기로 한 겁니다.
너는 깨끗하게 빈 그릇을 내려놓고 자리를 뜨기로 합니다. 이 상성이 요동치기라도 하면 게워낼 테니, 그 이전에.
미즈미가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을 흉내내고 있는 존재라는 것도 몰랐기에, 미즈미의 스트라이크 존이 태평양 사이즈라는 것도 모르고 시니카는 그렇게 대답했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서비스도 좋다는 말을 시니카는 여상스레 넘겼다. 평소라면 음식 맛은 어떠냐며 지적을 해왔을 테지만, 이야기를 수다스레 많이 늘어놓는 것이 미즈미의 전술이었던 것이라면 미즈미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야기의 홍수 속에 정작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깜빡했으니까. 무엇보다 그 다음에 따라나온 이야기가 시니카의 신경에 아주 거슬리는 이야기이던 것도 한 몫 했고.
"없어, 그딴 거."
미즈미의 곱게 꾸민 얼굴과 친구 이야기, 그리고 정신없는 말투로 감성팔이를 시전하는 태도. ......내 흉터가 더 커, 하고 자랑하는 바보짓 따위는 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다만 미즈미가 어떤 느낌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아서, 시니카는 미즈미의 말이 끝나자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가식 안 떨어도 돼."
시니카는 다시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깊이 들이키곤 후, 하고 내쉬었다. 바람에 실려 우연찮게도 미즈미의 손등으로 흘러와 닿은 라즈베리향의 숨결이 선득하니 차가웠다.
"말 놔도 좋아. 같은 학년이니까."
그리고 그걸 주머니에 끼워넣고, 시니카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저 흥성거리는 소리가 안 들리는 곳에서 평온하게 휴식을 갖는 것은 영 글러먹은 계획인 것 같다.
사쿠라마츠리가 열린 가미즈미는 꽤나 활발했다. 맑은 하늘 아래, 모두가 가족 혹은 친구, 연인과 손을 잡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런 사이좋은 무리들 사이에서 쇼는 홀로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왜냐면 친구가 없었으니까. 거기에 딱히 유감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원래 혼자인 쪽이 편하다.
쇼는 노점에서 산 벚꽃 초콜릿을 입에 한 조각 털어넣고, 벚나무 아래 벤치에 풀썩 주저앉았다. 바람이 불자 벚꽃잎이 우수수 흩날린다. 쇼의 머리 위에 꽃잎이 몇 개인가 떨어진다.
축제라면 당연히 친구들과 함께다. 당연히 아끼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게 당연하다. 사람이 둘이면 추억도 두 배. 사람이 셋이면 추억도 세 배. 그렇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렇게 한 참을 친구들과 함께 이리가고 저리가고 하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스즈는 그 쯤에서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먼저들 가 있으라고 말한 스즈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즈는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잠깐 뒤떨어져서 쉬었다가려고 했다.
" 벚꽃 예쁘네~ "
떨어지는 벚꽃잎이 보기에 좋았다. 지쳤던 것도 잠시 잊고 스즈는 어린아이라도 된 듯이 폴짝폴짝 점프하며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아챘다. 손을 펼쳐보자 들어있는 벚꽃잎을 보곤 또 으헤헤, 하고 웃으면서 좋아했다. 축제라고 하기에 스즈는 온 몸에 힘을 잔뜩 주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고 옷 입는 것과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스즈는 그 비싸다는 후리소데도 세 벌이나 가지고 있었다. 연하디 연한 하늘색에 연분홍색 벚꽃이 수놓아져있는, 그야말로 백화요란이었다. 스즈는 벚꽃을 이리저리 채가다가 슬슬 다리가 아픈지 주변을 둘러보다 익숙한 얼굴을 찾아냈다.
" 요 - "
그리곤 스스럼없이 다가가 어깨를 톡 치곤 무표정과 웃는 낯 그 중간 어딘가의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이라던가 '뭐해?' 라던가 같은 인사가 아닌 요- 하는 한 마디로. 스즈는 혹시라도 자기를 모를까 싶어 '미나미 스즈야' 하고 한 마디를 더 건네곤 '오토하 쇼, 맞지?' 하고 한 마디를 더 건넸다. 그리곤 스스럼없이 옆자리로 가선 앉아도 되겠느냐는 허락따위는 구하지도 않은채 털썩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머리 위에 손이 올라왔다. 사자랍시고 표정을 이리저리 찡그렸는데, 눈이 이렇게 뜨여서야 놀란 토끼 눈과 다를게 없어졌다. 사자라고 말한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노랗게 물드는 붉은 눈이 동그랗다. 누가 사자 머리에 손을 올려! 의 도발에 눈만 깜빡거리며 놀란 티가 난다. 하지만 손에 머리 위에 올라온 것보다 그 말 때문이었다. 잠 자고 있는 걸 깨웠다고 잡아 먹어버리면 그건 혼낸다고 하기에는 과한 처사로 보인다. 애초에 코로리는 혼낼 생각이 있기는 했었나 싶을 만큼 그럴 생각이 없었다! 토끼신님이라고 생각하고는 당근 꿈, 겨울잠쥐신님이라면 치즈꿈을 꾸게 해주겠노라고 하고 있는데 어딜 봐서 혼낸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계에서 같은 신을 우연찮게 만난게 반가워서, 어떤 신인지 맞추는게 즐거워서 그새 잊어먹었던 이야기다. 코로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혹 사자한테 먹히기를 원하는 걸까봐서 고민하듯 몇번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그런 꿈은 꾸게 해줄 수 있어!"
겨울잠쥐신님은 겨울잠을 많ー이 자서 치즈꿈은 이미 많이 꿨는지도 몰라.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는 웃음이 당찼다. 겨울잠쥐신님 맞나봐! 맞췄다! 심지어 어떤 신인지도 맞췄다! 짓는 웃음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배부른 고양이의 미소같았다.
"나 당근 먹는 사자 아냐."
당근을 먹는 사자도 있겠지만, 우선 코로리는 아니었다. 인간계의 음식은 신계의 것보다 훨씬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크 푸드를 좋아한다. 바삭하고 노릇하게 튀긴 감자튀김을 샛노란 치즈소스에 찍어먹는 걸 즐기는 코로리에게 당근이라니! 과하게 건강하고 싱싱한 음식이다. 일부러 골라내고 빼먹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골라서 찾아먹지도 않는다. 잘 생글이던 얼굴에 옅게나마 불만감이 드러난다. 눈썹이 내려오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러다 매트에만 끌리고 있을 머리카락에서 다른 움직임이 느껴져 그곳으로 기운다. 머리카락이 손가락 끝에서 배배 꼬여 감기고 있다. 겨울잠쥐신님이 닿으면 얼어버릴까? 코로리의 원래 머리카락 색, 신의 모습으로서 갖고 있는 머리카락 색은 흰색 위에서 유리조각에 비친 햇살처럼 반짝이며 다른 여러 색을 담아냈다. 한창 피구하느라 바쁠 학생들이든, 아직도 둘이나 사라진 학생을 찾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창고에 들이닥쳐도 문제없을 만큼만 머리카락을 얼려버린다. 체육창고에 별로 들지도 않는 햇빛을 받았는지, 손가락에 감긴 부분 조금이 하얗게 부신다.
"얼어버렸다ー"
머리카락이 풀려나면 다시 새카만 흑색으로 물들여버리고, 이 작은 장난에 웃음을 품었다. 당근은 안 먹는다면서ー 하고 물어보는 목소리 다음은 다시 한 번 풀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옷깃이 잡아당겨지고, 매트를 두들기는게 무슨 뜻인지는 어젯밤 악몽에 깨었길래 단잠을 선물했던 아이도 눈치챌 수 있겠다. 겨울잠쥐신님, 졸린가봐! 어떤 꿈을 선물해주는게 좋을까 계속 고민했지만 코로리는 꿈 없는 잠이 제일 단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잘 자아."
목소리 크기를 조용히 낮추고 소곤소곤 전한다. 이번에는 코로리의 손이 푸르고 짙은, 꼭 아까 전에 세고 있던 고래가 유유자적 노닐던 어두운 바닷빛 머리카락 위로 손을 올리려 한다. 한 번의 쓰다듬, 허락해준다면 체육시간 동안의 쪽잠은 정말로 단잠이 될 것이다!
>>96 :ㅇ 들켰다 원래 칸사이벤 쓰는 거 맞읍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지내는 중이다보니까 안 쓰는 거구... 메타적인 이유로 과거회상에서도 표준어를 쓸 예정이지만 이건 그냥 고풍스러운 어투에 사투리 섞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런 것입니다... 암튼 가끔 사투리 나오는 거 맞음
>>97 앗 마츠리는 이미 시작했어! 그치만 막레 쓴 다음에 해야 한다면 내일도 오케이야~ 어차피 내일도 주말이니까 시간은 넉넉하구!
>>99 보수파 시민.....? 뭔가.... 어울려.... 그럼 이제 근대 지식 같은 옷을 입은 테츠야 주세요
>>117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아키라는 말 그대로 학교 측에서의 이벤트를 시행할 수 있기 위한 그런 자리의 캐릭터가 필요해서 만든 아이에요. 아무래도 학교 행사나 그런 것은 학생회가 주도하는 편이고 그 대표가 학생회장이니까요. 사실 무엇보다 학생회장 같은 자리를 누가 시트를 넣었다가 빼기라도 하면 어라 좀 위험하지 않나? 싶어서 그냥 학생회장으로 만들었고 그러다보니까 뭔가 나름 이름 있는 명가 설정도 놓고 싶어졌고 가미즈미에서 힘이 있는 산업은 뭘까? 하다가 온천과 스파가 떠오르고 자연히 그쪽으로 힘이 있는 가문을 만들게 되었고 역시 물이 성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싶어서 시미즈가 되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스레의 가장 중요한 컨텐츠 중 하나인 혼인 의식. 이 의식을 치루는 신사도 아무래도 그냥 방치해서 낡게 두면 애매하기도 하니까 그냥 시미즈 가문이 관리하게 되었다..라는 느낌으로 이런저런 설정이 붙었답니다. 아키라는 정중한 느낌과 차분함이 있는 도련님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도련님이 아닌 의외의 모습도 엿보이는 그런 학생회장님이 컨셉이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는 있긴 하네요!
미즈미는 고상하다는 시니카의 비꼼에 쑥쓰러운 듯 웃었다. '에이, 뭘요. 칭찬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저 빤딱빤딱한 얼굴을 봐라...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봐라... 오래 산 만큼이나 낯짝이 두꺼웠다. 그러니 인간의 탈을 쓰고 저렇게 헤헤 웃고 있는 거겠지.
"앗, 다행이네요!"
미즈미는 순간 얼굴이 밝아졌다. 저거는 분명 진심, 사심 가득 담은 미소였다. 여즉 아래를 향하던 속눈썹이 미약하게나마 위아래로 팔랑거린다. 자신의 구내만큼이나 시커먼 속을 숨기며 미즈미가 한발자국 다가간다. 얼른 가자는 듯 턱을 한번 주억거렸다. 모든 게 평탄했다. 이대로 가서 이 인간이랑 기깔나는 식사를 즐기고 라인 연락처도 겸사겸사 얻고 운 좋으면 결혼까지... 이 미친 뱀은 초면에도 이딴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보통 이렇게 음침하게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은 연애 못한다.
자신의 궤변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알지만, 장막 들쳐내며 가식 떨지 말라 콕집어 말하니 미즈미로서는 곤란했다. 애초에 가식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곤란함에 한 몫 했다. 미즈미는 모르겠다는 듯 능청떨며 고개를 으쓱였다. 라즈베리 향이 예민한 후각을 자극했지만 미즈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 비린내보다야 낫다. 미즈미는 뭐든 괜찮은 사람이었다.
"음- 좋아! 그렇지만 가끔 내가 존댓말 해도 이해해줘."
존댓말이 입에 붙은 것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존댓말하고 누구에게는 반말을 해야하는지 뒤죽박죽 섞여버릴 때가 있다. 그게 복잡해서 그냥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는 거긴 하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신경써야하는 부분이었다.
야호-! 겨우 허락을 얻어낸 미즈미가 기분 좋게 외쳤다. 금방 시니카에게 따라붙는다. 너무 달라붙지 않고,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란히 걷던 둘 중 먼저 말을 건 것은 미즈미였다
"근데, 아까 가식 떨지 말라는 건 무슨 의미?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 다들 거짓말 하잖아. 초면에 부끄러운 걸 숨기는 게 뭐가 나빠?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
아예 가식 하지 않으면 제가 신인 것까지 끄집어내야하고 조금만 가식하자면 제 비인간성을 보여야하니 어느 쪽이건 곤란한 건 매한가지였다. 인간들은 무표정한 사람보다 생기있고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으니 아모쪼록 밝게 있을 요량이다.
중간에 유카타 얘기가 보이길래 살짝 풀자면 사쿠라마츠리의 요조라는 가족과 다같이 맞춘 유카타를 입고 있어! 부모님이랑 오빠 마히루는 앞치마도 둘렀지만 요조라는 안 둘렀지~ 올해는 짙은 남색 바탕에 벚꽃잎이 흩날리는 문양인데 이건 요조라가 그린 매점 천막 그림에 맞춰서 정한 문양이라나~ 덧붙여서 가족들은 게타를 신었지만 요조라만 굽 없는 샌들이야 :3 게타끈 끊어지면 백퍼 넘어질테니까 ㅋㅋㅋ
깨진 초콜릿 조각을 입 안에서 대충 굴리다 삼켜버린다. 단 맛이 그리 크게 와닿진 않는다. 한동안 거리를 바라보던 쇼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내린다.
한참 인터넷 구경에 열중하고 있는데, 어깨를 스치는 낯선 손길에 쇼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다가온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활기찬 그 목소리의 주인은 같은 반 동급생이었다. 얘가 이름이 뭐였더라, 고민하다 상대가 소개한 이름에 그랬던가, 생각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이 학생은 머뭇거리는 기색도 없다. 막상 누가 다가오니 피곤하단 감상이 먼저 들었다.
"맞아."
자기 이름을 묻는 질문엔 가벼운 긍정으로 응수한다.
"혼자."
옆에 누가 앉던 말던,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스즈는 항상 다른 무리와 어울려다니던 학생이었다.
>>15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죽을게........내가 요즘 갸루 너무 좋아하거든.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스즈는...바이크. 탈 줄 알아? 미즈미 : 네? 매일 아침 메론빵을 사달라는 건 .. 아무래도 청혼 아닌가요? (*된장국을 끓여줘의 현대 버전정도로 생각중)
혼자왔다는 말에 스즈는 그렇구나- 하는 짧은 답으로 응수했다. 확실히 앉고나니까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오래 걸어서 아팠던게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픈 느낌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제법 마음에 든다. 스즈는 휴~ 하고 한 번 숨을 골랐다. 그리곤 친구랑 왔냐는 말에 고개를 한 차례 갸웃했다. 쇼와 함께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이야기 해 본 적이 있던가. 스즈는 뭐가 우스운지 에헤헤- 하고 한 차례 웃어보였다.
" 응. 친구들이랑 같이왔어~ "
축제를 혼자 즐기는 것도 나름 운치있는 일이다. 개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시간이 흐르는 모습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모습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 운치있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스즈는 자신이 그런 타입은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한 걸음 떨어져서 이 순간과 풍경을 즐기기 보다는 그 안에 들어가서 직접 작용하고 추억을 만드는 타입.
" 둘이서 오면 추억이 두 배. 셋이서 오면 즐거운 일이 세 배잖아~ "
스즈는 그렇게 말하며 몇 차례인가 진동이 울린 스마트폰을 꺼냈다. 단톡방에 울린 몇 개의 알람을 본 스즈는 자신의 친구들이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을 보고는 푸흡. 하고 작게 웃었다. 그리곤 빠른 속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 그게 뭐야 」 「 진심 구려ㅋㅋ 」
다시 작은 파우치 안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스즈는 슬쩍 눈을 돌려 쇼를 바라보았다. 혼자 앉아있던 모습은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딱히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풍경을 눈에 담는 모습은 아니었지. 스즈는 한 차례 고개를 갸웃했다. 이왕 밖에 나왔으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해보고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스즈였으니까. 스즈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벚꽃이 떨어지는 풍경을 한 장 찍고 앵글을 돌려 화면 안에 자신의 모습을 담고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다.
미즈미가 꺼낸 말에 기반해서 생각해보자면 이 아직 이름도 모르는 동급생은 확실히 자기 말마따나 별종인 게 분명했다.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 내숭 떨고, 부끄러운 걸 숨기고 싶어하고, 생기있고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니 모두 생기있고 밝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눈 앞의 이 속눈썹 긴 여학생은 그런 통념에 아랑곳없이 이름도 모르는 상대에게 반말을 하고, 내숭을 떠는 상대에게 내숭 떨 필요 없다고 하는 둥. 거기다가 자신이 음험한 인간이라는 것을 감출 생각도 없는지, 철이 지난 스카잔을 스케반처럼 입고 전자담배를 양키처럼 피워댔다. 차라리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시니카에게 다가온 사람들은 모두 시니카에게 상처만을 안겨주고 떠나갔다. 새로운 상처는 사절이다.
시니카는 전혀 모를 사실이지만, 결혼마저도 그렇게 가볍고 간단하게 생각해버리는 재앙신은 시니카에게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나 마찬가지겠지.
>>174 (나무위키는 모든 것을 알아요) 갸루: 일본 패션 스타일의 하나. 눈화장이 진하고, 태닝을 하거나, 헤어스타일이 화려하고, 패션이 화려하다면 주로 이것이라고 떠올리면 된다. 갸루 패션이라고 하면 염색 머리에 새까만 피부의 일본 여자 양아치들이 해당 패션을 한 채 담배 물고 다니는 이미지가 있다. 스케반: 일본에서 1970년~1980년대에 여자 깡패들의 리더를 부르던 단어이며, "여자"라는 뜻의 "스케"와 깡패 두목을 의미하는 "반쵸(番長)"의 합성어이다. 양키: 양아치, 일진, 미국인을 일컫는 일본의 속어. 반미 감정이 자라나자 서구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양키라고 비하한 것이 시초이다.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거나 하는 것만으로 양키라고 불렸고, 그런 것이 불량배들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점차 불량배들을 양키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 앞에 양키나 도큔을 붙이면 것멑부리거나 센척하는 무언가 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요약) 여자애들끼리 화장 진하게 하고 몰려다니면서 꺅꺅대면 갸루 여자애들 남자애들 섞여서 치마 발목까지 내려오는 거 입고 불량하게 가쿠란 어깨에 걸치고 고전적 폭주족처럼 다니면 스케반 블루종이나 스카쟌 같은 거 입고 껌 짝짝 씹으면서 서너 명이서 불량하게 몰려다니면 양키 (주관적 지식과 시선에 의해 해석 및 요약하였으므로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쇼가 다시 고개를 돌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그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티는 내지 않아도.
"그런가…"
다음으로 이어진 스즈의 말은 무심한 듯 넘겨버린다. 사실 최근엔 친구가 있어본 적도 없고, 친구와 함께 뭔가를 즐겨본 적도 없다. 그래서 그런 말은 잘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질렸는지 쇼는 고개를 들고, 거리를 바라본다. 오붓하게 서로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행인들. 그곳에 혼자인 사람은 없었다.
"멍 때리고 있었는데."
실은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축제를 즐기러 나온 건데, 어쩌다 여기 앉아서 멍이나 때리는 신세가 된 건지는 모른다.
"미나미 씨는 친구들한테 안 가봐도 돼?"
입 밖으로 꺼낸 말은 조금 순화되었지만. 사실은 이런 아웃사이더 따위한테 말 걸면서 시간 낭비해도 괜찮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스즈는 짧게 대답했다. 멍때리고 있었다는 말에 스즈는 들었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별다른 영혼도 의미도 없이 이어진 '그런가-' 하는 대답. 친구들이라, 좋겠네. 라는 말. 스즈는 그 말을 한 번 더 곱씹었다. 그러고보면 학교에서 누군가와 특별하게 붙어있다는 느낌은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친구들이 많았던 스즈로써는 한 두 다리만 건너면 학교의 거의 전부가 아는 사이라고 자신하고 있었기에 누군가와 떨어져서 혼자서 지낸다는 것은 생각해보기 어려웠다.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쉬는 것은 오히려 환영하는 것이었지만.
" 그래도 이왕 온 축제니까 다같이 놀면 좋을텐데~ "
여기까지 오던 길을 떠올렸다. 스즈는 오늘 세 벌 밖에 없는 후리소데 중 무엇을 입을까 몇 번이나 고민했다. 옷을 고르고 나선 화장에도 신경을 썼고 어떤 향수를 뿌릴까마저 엄청나게 고민했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친구를 만났다. 약속장소에서 두 명을 만나고, 두 번째 약속 장소에서 한 명을 더 만났다. 그렇게 네 명이 모였고 여기까지 오는 내내 계속 떠들고 계속 웃고 계속 장난을 쳤다. 축제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즐거운 일의 연속이었다. 사람이 넷이니 추억도 네 배, 즐거움도 네 배. 스즈는 조금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미나미씨? 야베- 그거 되게 오랜만에 들어본다 "
스즈는 아하하! 하고 조금은 크게 웃었다. 미나미씨라. 친구들은 전부 자신을 스즈라거나 스짱이라거나 하는 애칭으로 부른다. 적어도 동급생 중에 자신을 '미나미씨' 하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신선하면서도 동급생, 그것도 같은 반의 친구가 자신을 '미나미씨' 라고 부르니 이상한 기분까지 들었다.
" 편하게 스즈라고 불러도 괜찮아~ 다들 그렇게 불러주니까. 게다가 같은반이고. 그렇지? 오토하씨~? "
그리곤 또 한차례 아하하! 하고 웃었다. 스즈는 안 가봐도 되냐는 말에 손사래를 치곤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 먼저 가있으라고 했어. 나는 다리가 아파서 좀 쉬고가려고~ 계속 돌아다녔거든. 그랬더니 슬슬 다리가 아프네. "
에- 곤란한데. 미즈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당차고 씩씩한데다가 밝은 히로인 계열 컨셉은 아무래도 무리인가. 미즈미는 무언가 말하려 손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아무래도 어떤 타입이 좋냐고 물어보는 건 너무 갔지? 그래, 너무 갔다.
"음- 그러면 난 계속 거짓말 할래. 괜히 헷갈리는 건 싫어."
미즈미가 뻔뻔히 답한다. 애초에 근본부터가 틀려먹었다. 인간으로서의 삶은 거짓으로 점칠 되어있었다. 모든 신들이 이렇다 할 순 없겠지만 대부분 그랬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오면 어떤 형태로든 그건 사랑이라고, 미즈미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미즈미는 슬쩍 눈을 굴려 시니카를 훑었다. 제가 아는 인간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부류였다.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지 않은 자들,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위치한 자들이라고 해야할까. 과거 이런 자들을 몇 보았다. 어느 곳에서는 영웅이고 어느 곳에서는 시장 잡배가 되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 잘 정돈된 인세보다 무성한 수풀에서 더 편한 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필연적으로 외롭고 약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데 너는.... 음, 이름이 뭐야? 나는 사이카와 미즈미. 가미즈미의 미즈미 같은 느낌이지."
무언가 툭 재앙처럼 내뱉으려던 미즈미가 주제를 튼다. 물줄기는 원래 갈래갈래 나뉘어졌으니 지금 이러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미즈미는 자신의 이름이 퍽 잘 지어진 것 같다 생각했다. 일단 동네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한 번에 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편했다. 그래서인가 그 균열 없던 얼굴에 뿌듯함이 돈 것 같기도...
"금방 도착해. 짠 저 앞에 보여?"
이것은 진실이었다. 미즈미는 박자를 타듯 장난스레 걸으며 대답했다. 실제로 사쿠라마츠리까지는 금방이었다. 벚꽃향이 짙어질수록 인파도 늘었다. 미즈미는 이미 길을 안다는 듯 동요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저를 따라오는 표식을 남기듯 콧노래도 흥얼거렸다. 잠깐... 향하는 곳이 심상치 않다. 촌스러울 정도로 핑크핑크한 분위기에 급조한 탁자와 의자가 줄지어 있었다. 와중에 예쁘게 꾸미겠다고 레이스도 잔뜩, 프릴도 잔뜩, 데코도 잔뜩이다. 인파를 헤치고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미즈미와 시니카에게 인사하는 메이드 무리들이었다.
>>114 빠르게 훑어보고 있다가 정말 놀라서 바보같은 소리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 고마워 (*´ω`*) 시이랑 만날 날이 생기면 노란 고무줄이라도 써서 양갈래로 땋고 있어야겠다~! 쪽지에 웃어버려서 그린 거였는데 선물 당사자가 볼 수 있었어서 다행이다! 나야말로 기뻐 ( ´∀`)
쌍둥이처럼 한날 한시에 태어난 신이다. 그냥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게 아니라 진짜 쌍둥이처럼 얼굴도 비슷하고 풍기는 분위기마저 비슷하다.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머리카락의 색깔 정도? 노을이 일렁이는듯한 붉은 눈동자도 정말 똑같은듯 닮았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은 이들은 하나 같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 흐음.. 그것도 맞는 말이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보다. "
겸사겸사 지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오롯이 나만의 생각이고 상대방은 싫을수도 있는거니까. 오랜 세월을 살아 풍화된듯한 감정은 웬만한 일에는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 외롭구나. 마치 외톨이처럼. "
토라진듯한 표정과 우울한듯한 말투에 마음이 약해진다. 언제나 떠있는 별은 외롭지 않게 밤에도 앞길을 비추어주지만 그 미약한 빛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별의 신은 그래서 이런 이들에겐 한없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무슨 일이던 대부분 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 괜찮아. 외롭다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면 되니까. 별들이 항상 너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
손을 천천히 들어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느릿느릿한 손놀림이지만 정말 소중하다는듯이.
161 자캐는_길치인가_아닌가 자주 다니는 길은 잘 외우고 처음 가는 곳은 좀 헤매는... 그냥 보통 정도?라 길치는 아니네~ 가끔 걸으면서 딴생각하다가 이상한 곳으로 가곤 하지만 그건 헤매는게 아니니까~ 전철에서 깜빡 졸아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반대편 종점까지 찍고 돌아오는 걸 반복하는 건 헤매는게 아니니까?!
207 자캐는_떨어지는_꽃잎을_잡으면_사랑이_이루어진다는_말을_믿는가 믿는다! 다만 미신적인 의미로 믿진 않고 떨어지는 꽃잎을 잡을만큼의 의지/집념이 있으면 원하는 사랑을 이루는 것 정도는 가능할거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어라 요조라 주제에 합리적이야?! 건방져?!
374 자캐가_착용하고_있는_장신구는_무엇이_있는가 졸다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서 장신구 잘 안해~ 아주 가~끔 꾸미거나 할 때 목걸이 정도는 해! 가족들이 생일마다 선물해줘서 목걸이 가짓수도 많아~ 평소에 하는 건 굳이 고르자면 머리끈일까? 슈슈랑 밴드류 한통에 가득 넣어두고 매일 다른걸로 머리 묶으니까~
112 자캐의_이상형 명탐정은 그렇게 쉽게 단서를 내주지 않습니다...... 라고는 해도 이자식 자기 이상형 고민해본적 없을것임...
23 들어주기_곤란한_부탁을_받았을_때_자캐는 보통은 곤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거절합니다. 다만 곤란한 부탁을 해온 상대를 응징(?) 하기 위해 이유를 최대흔 풀어서 이야기해요. 예를 들자면 샤라쿠 : 내가 그 부탁을 들어주기는 곤란하겠는걸. 그래도 그냥 거절하면 마음아플테니까 내가 거절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줄게. 일단 내 유치원생때 이야기부터 말해야겠는데..... (투머치 토킹)
191 자캐의_유연성을_0부터_10까지로_나타낸다면 음... 대충 한 3~4 정도 되지 않을까요? 손끝이 땅바닥에 닿긴 한데 숨참고 흡흡 하면서 내려야 겨우 닿음...
사쿠라마츠리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었으나 아키라는 마을이 아니라 마을 북쪽에 위치한 낡은 신사에 도착했다. 토리부터 시작해서 건물의 기둥, 건물의 문. 그리고 세전함까지. 모두 상당히 낡은 것이 찾아오는 손님도, 평소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신사의 입구엔 '아오노미즈류카미'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푸른 청룡신. 그것은 가미즈미 마을에서도 잊혀져가는, 정말로 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이들이나 나이가 많은 이들이나 겨우 알고 있는 잊혀진 신의 이름이었다. 물론 아키라는 어느 쪽도 아니었으나 시미즈 가문의 피를 잇고 거기서 태어난 자제였기에 알고 있는 신이었다.
척박한 죽음의 땅. 인간들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그 땅에 나타나 성스러운 기운이 녹아있는 물을 내려 죽음의 땅이 아니라 축복의 땅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그 전승에 대해선 어릴 적부터 아키라는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다. 너는 시미즈 가문의 자제이다. 전통을 모두 따르라고는 하지 않겠으나 우리 가문이 대대로 지켜야 하는 것 두 개만큼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이 땅에 생명을 부여한 아오노미즈류카미의 신사. 그리고 이 땅에 생명을 부여한 성스러운 샘. 그 모두가 바로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신사를 나와 조금만 오른쪽으로 가면 정말로 넓게 물이 고여있는 동굴이 있었다. 평소에는 시미즈의 이름을 가진 이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도록 자물쇠가 걸려있는 문을 달아뒀기에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그 동굴이 있는 방향을 아키라는 가만히 바라봤다.
'저 물이 있기에 사쿠라마츠리도 가능한거겠지. ...라고 늘 배워왔지만.'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도저히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리로 가득찬 물을 아키라는 당연히 직접 눈으로 목도한 적이 있었다. 대체 어디서 물이 솟구치고 있고, 온천과 스파는 물론이며 워터파크에 그 외 기타 생활용수로 쓰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마르지 않는 기적같은 그 샘을 떠올려보면 정말로 아오노미즈류카미는 존재했고 저 물은 정말로 신이 내린 물이 아닐까하고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예는 갖추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었기에 그는 미리 가지고 온, 아오노미즈류카미가 가장 좋아한다고 전해지는 생선회를 올렸고 고개를 살짝 내려 예를 갖췄다.
'시미즈(清水).'
지금은 아버지가 관리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저 옆에서 일을 돕는 정도겠으나 언젠가 자신이 시미즈 가문의 당주로 오르게 되면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 집도, 사업도, 그리고 시미즈가 본격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도. 푸른 물. 맑고 깨끗함이 담겨있는 물. 시미즈 가문은 그야말로 가미즈미의 시작인 그곳을 지키는 가문이었다. 그 이름에 따라 자신은 이곳을 지키는 맑은 물이 되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이며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계율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시미즈 가문으로서 반드시 우뚝 서야만 했다. 단 한 번도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신을 꼭 믿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신을 아예 믿지 않고 불신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 이 마을을 나가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은 생각도 한 적이 없으며, 자신의 자식도, 그리고 그 자식의 자식도 필시 자신에게 주어질 것을 받아들이고 지키게 될 터다. 물론 불만이 있는 세대가 나올지도 모르나 적어도 자신은 아니었다. 그 모든 생각을 정리하니 절로 쓴 웃음이 터졌고 그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며시 가리고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아키라 군. 아키라 군은 말이지. 나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시미즈 가문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미안해.' '미안해.'
"...알고 있어. 그렇기에 받아들이고 원망하지 않는거야."
모든 것을 순응한 혼잣말이 숲 속에 조용히 울렸다. 아무런 불만도 없었고,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가졌기에, 시미즈는 찾아오는 이 없는, 주인이 없는 집을 지켰다. 자신들은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신의 모습을 본 적도 없으나 그것이 오래전부터 전해진 계명이었기에.
스즈즈가 무대나가서 노래한다면 이런 느낌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 :3! 노래부를때 스즈즈 목소리는 이런 느낌이라고 해둘래. 후드 살짝 뒤집어쓰고 적당히 그루브타면서 무대 돌아다니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데....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게.... 너무 한이야... 갑자기 눈물이 막 나... 나 울었어....... 히이이이이잉................
>>263 사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꼭 지켜야 할 것들은 몇가지 있긴 한데 그 중 하나가 아오노미즈류카미의 신사를 관리하는 것. 그리고 물이 있는 곳을 관리하는 것. 그런 느낌이 되겠네요! 그 물로 먹고 살고 있으니 그 물을 관리하는 것은 자신들이 해야하는 의무라는 느낌으로? 사실 더 위로 올라가면 아오노미즈류카미와의 뒷이야기도 있지만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266 저는 내일 제대로 일상을 구할 생각이기에!
>>269 여자애라도 당주가 되면 얄짤없이! 넵! 일단 신사를 관리하고 물을 관리해야하는데 멀리서 살면 곤란하니까요.
>>284 와! 히키주의 진단감상! 요조라가 겉으로는 허술하고 아무생각 없어보여도 속으로 생각 많이 하고 사는 아이니까~ 의지가 있으면 이룰 수 있다, 라는게 요조라의 신념 비슷한거기도 하구~ 생일선물은 사실 목걸이는 2순위고 1순위는 그 해 새로나온 미술용품이래 아니면 여분의 물감 등등!
>>287 요조라 특 : 한번 보고 일정시간 지나면 까먹는다. 코세이 만난지 좀 됐으니 충분히...(끄덕) 그런데 사실 기억하면서 못하는척 하는걸지도 몰라?
"맞아. 엄-청 욕심부렸다구. 바보, 말미잘, 케-밥. 누구나가 형제 있는 것두 아니구, 가질 수 있는 것두 아니란 말야. 코-쨩은 바보야."
실제로는, 코세이에게만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절반 정도 본인에 대한 원망이다. 형제가 있다 한들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본인의 신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걸 코세이에게 푸는 건 좋지 못한 일이지만, 코세이는 받아주니까. 그래서 주먹으로 투닥투닥, 가볍게 치면서 찡얼거린다.
그럼에도 코세이는 다정하다. 별이 그렇듯이. 북극성이 언제나 길잡이별로서 밤하늘에 자리매김해 있듯, 본인이 그렇게 말하듯, 살살 쓰다듬어주는 것이다.
시이의 허술한 원한은 그렇게 녹는다.
"흥, 딱히 외로운 건 아냐. 그래도 이거로 용서, 인 거야."
끊어 말하며 정수리로 코세이를 툭 치고는, 아까보다는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이다. 하지만 어쩐지 멋쩍어보였달까.
"나 갈래. 가서 케이크 먹을 거야. 다 먹을 거야."
하며, 먼저 가방을 챙겨들고 휴게실을 나서다가 잠시 뒤돌아봤다.
"뭐어- 일단. 홍보는 해줄 거니깐. 그, 고... 마워하라구." - 슬슬 막레 주면 될 거 같지 사춘기 똥강아지 시이를 보듬어줘서 고마워 코세이는 역시 정말 엄마구나아
본인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지만, 본인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예절바른 사람이다. 그러나 거기에 냉막함이 덧입혀져, 무심한 사람이 된다. 외롭고 나약하되, 그것을 받아들이고 납득한 것이 아니라 체념하고 포기해버린 사람. 거짓을 말할 힘마저 거의 잃어버린 사람. 그건 사람이 아니라 껍데기다. 사람 모양 인형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코우사카 시니카."
이름에 뭐라 감상을 남길 법도 하건만, 이 동년생, 시니카라는 이름을 가진 짧은 곱슬머리의 동년생은 그마저도 할 의욕이 없는 듯하다. 저벅저벅, 스니커즈를 신은 발로 미즈미를 따라 걷는다. 사쿠라마츠리가 열리는 신사는 정말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어째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골이 징징 울릴 정도로 시끄럽더라니 이 정도로 가까이 있었나- 하고 시니카는 생각했다. 하늘을 잔뜩 수놓은 예쁜 깃발들과 벚꽃들, 연등들, 그 아래에서 링고아메를 사먹고, 물고기를 건지고, 불꽃놀이를 하고, 소원을 빈다. 전형적인 봄의 축제날. 저마다 한껏 빼입고 둘이서 혹은 삼삼오오 축제의 인파를 가득 메운 것이 벌써부터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았다. 그러나 토악질을 해봐도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휴, 하고 한숨을 팩 쉬고, 시니카는 미즈미를 따라서 걸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미즈미를 따라 인파 사이를 헤치며 나아간 끝에, 미즈미의 발걸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다. 시니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저기? 아니야, 다른 데로 꺾을 가능성도 있어, 미즈미의 눈을 바라보면 어딜 향해가는지... 아, 틀렸다. 전적으로 저 쪽을 보고 있구나. 시니카는 오늘 휘말리게 된 축제에서의 저녁이 생각보다 훨씬 해괴한 것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촌스럽기 그지없는 분홍색 일색에, 낯간지러운 데코레이션들, 과테말라 원두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카페의 차림새, 그리고 코스프레용으로 급조한 티가 나는 메이드복을 차려입은 여자들... 시니카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어서오세요 여주인님 하는 합창이 아까부터 슬슬 치밀어올라오기 시작했던 두통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았다.
새벽이라서 그냥 적는 쓸모없는 가미즈미saga정보! 플레이어들은 결국은 전부 인간이고 신이나 하수인들을 상대하기는 버겁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캐릭터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하죠!
1. 신과 계약을 해 신에게서 힘을 받는다.(토지에서의 신의 영향력을 높이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힘도 증가) 2. 평범하게 인간으로써의 능력을 올린다. 즉, 수련.(다른 방법에비해 완전 비효율적이며 어떻게 성장해도 결국 무력한 인간) 3. 신의 대리자나 하수인들을 죽이고 나온 힘의 파편을 흡수한다.(가장 능력을 올리기 쉬운 선택)
캐릭터가 능력을 성장시킨 방법에 따라 스토리상의 엔딩이나 상대하게되는 이름있는 적, 스토리도 다르게된답니다!
이미 늦었다는 말에 렌은 꿍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풀었다. 그러다 기대한다는 그 말에 조금 툴툴거리는 느낌으로 답한다.
“장난 치지 마세요.”
그래도 히키의 웃는 모습에 툴툴거리는 것도 금새 풀어져 입가에 미소를 걸치게 되었지만.
외진 길을 걷다보면 점점 나무가 많아지고, 나뭇가지들에 새 잎들이 올라오며 봄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다. 저녁 즈음이나 아직 어둡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여름도 좋아하지만 봄이 금방 가버리는 것은 조금 아쉬울지도요. 선배는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렌은 가벼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벚나무에 소원을 빌 생각이냐는 질문에 가볍게 대답한다.
“네. 매년 소원을 빌긴 하지만요. 음, 하지만 딱히 특별한 소원을 비는 건 아니고요. 올 한해도 건강하고, 다치지 않고…. 개인 기록이 향상이나…. 그런 것들? 너무 뻔한 느낌이려나요. 히키 선배는요?”
개인 기록 향상이라는 것은 렌이 수영부였기 때문에 하는 말일 터였다. 렌은 궁금한 듯 히키에게도 질문을 되돌려 묻는다. 어느새 한적한 오솔길을 지나 너른 마당이 있는-딱히 울타리조차 쳐져 있지 않은- 작은 목조 주택이 드러난다. 아무도 있지 않은 듯 주변은 고요하다. 렌은 익숙하게 문을 연다.
“편히 들어오세요.”
전체적으로 보자면 가옥은 오래된 느낌이 들었으나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으나, 하루종일 비어있었다는 듯 휑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는 일반적인 가정집과 다를 바 없는 집이었다.
가미즈미에는 사쿠라마츠리라는 봄 축제가 열린다. 렌도 초등학생 때부터 가미즈미에서 살았던 만큼 이 축제가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기도 하고 자주 놀러가기도 했었다.
오늘은 벚꽃을 즐기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공기는 덥지 않게 적당히 따스하고, 햇볕은 부드럽고.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것이 벚꽃잎을 살며시 떨어뜨려 분홍색 눈이 내리는 것을 감상하기에도 적당했다.
렌은 가볍게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산책을 나왔다. 이런 날에 집에만 있으면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으니까. 북적거리는 벚나무 거리를 걸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활기찬 거리의 분위기를 느끼다 이내 벤치에 앉아 좋은 날씨와 떨어지는 벚꽃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빈 자리가 나 앉은 벤치 맞은편에도 벤치가 있었는데, 그곳에 한 여자애가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렌은 자신이 신경쓸 필요 없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맞은 편 벤치라 계속해서 시야에 잡히는 데에다가 길거리에서 저렇게 무방비하게 잠들어있다가 어떤 나쁜 일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신경이 쓰이는 상태였다. 예를 들어 지갑을 훔쳐간다거나 추행을 한다거나, 벤치 팔걸이에 머리를 부딪힌다거…나…?
렌은 딱! 소리가 크게 나게 머리를 부딪히는 여자애의 모습에 놀라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지랖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쪽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며 물었다.
“괜찮아? 방금, 머리 엄청 세게 부딪힌 것 같던데…”
말이 편하게 나온 것은 그 여자애가 중학생 정도의 나이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었다. 벚꽃 아래에 오래 앉아있었기 때문일까, 렌의 머리카락에는 벚꽃잎 몇 장이 곱슬한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걸려 있었다.
얹은 손에 놀란 기색이 역력한 토끼눈. 히로는 그 모습을 잠깐 감상하다 이내 헝클이듯 손을 떼었다. 잠자는 사자 어쩌고, 그런 흉내를 내는 줄 알고 적당히 어울려주었더니 그게 또 아니라 한다. 그녀의 도리질에 그의 고개가 삐딱해진다. 조금전부터 꿈이나 잠 따위의 단어를 사용하는 걸 보니 그녀의 실루엣도 어느정도 선명해지는 것 같다. 꿈꾸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탁한 빛은 몽상가와 거리가 멀다. 결국 깨어나면 모두 녹고마는 게 싫다. 그녀의 나른한 웃음에도 히로는 별달리 입을 열지 않는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의미로 낮게 내리깔린 눈꺼풀을 두어 번 정도 깜박인다. 뭐가 그리 좋을까. 히로는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넌 토끼잖아.'
간신히 목구멍으로 집어 넣었다. 생김새나 하는 짓이나 영락없는 까만 토끼면서. 히로는 잠깐 생각하는 얼굴을 하더니 "사자는 뭐든 잘 먹어야 돼." 하고 상냥한 어조로 뱉었다. 마치 그래도 괜찮냐는 듯이. 이렇게보면 히로도 참 유치하지 않냐고, 그깟 동물 덩어리들이 뭐라고 당근을 들먹이고 사자를 포기하게 만드는지. 히로는 자신의 유치함에 눈이 가늘어졌다.
히로가 잠들고 말 것이라는 신호는 충분히 주었으니 서로에게 부담을 덜고자 히로의 몸이 다시 그녀가 아닌 바깥쪽 방향으로 향한다. 애도 아니고. 마주보고 잘 순 없는 노릇이다. 돌아누운 채로 팔을 접어 머리를 베었다. 그녀의 기척이 느껴졌으나 귀찮은 건 질색이었다. 취향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손을 뿌리 칠 만큼 매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아내었다. 포근한 단내와 아이들의 소란, 그녀의 사근한 목소리가 울렁인다. 느려지는 숨소리를 따라 의식은 아득해져 가고. 그러고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네. 잠이 든 히로의 웅얼거림이 조그맣다.
*
잠들었던 자세 그대로 요지부동이었던 히로의 졸린 눈이 희미하게 뜨였다 다시 스르륵 감긴다. 얼마나 지난거지? 체감 상 3교시 정도는 거뜬히 건너 뛴 것 같다. 잔소리 들으려나. 너무 깊이 잠들었다. 아마 그 잠토끼 탓이겠다. 고맙게 여겨야 할 지. 먼저 가고 텅 비어있을 옆자리로 몸을 돌렸다. 그럼 뜻 밖의 새근새근 잠든 그녀가 눈 안에 가득하다. 히로는 잠깐 눈을 부볐다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긁적였다. 왜 아직도 곁에 있는 건지.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얼굴로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이 지나치게 가깝다. 그녀의 가느다란 속눈썹이라던가 분홍 빛의 뺨을 물끄러미 감상하다 점점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방과후 활동인가? 벌써? 그럴 리 없다. 그럼 아직 체육 시간이 덜 끝났을 가능성은?
그 순간 창고문이 갑작스레 벌컥 열리고, 히로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힘껏 굴려 매트아래로 쿵 떨어졌다. 머리부터 제일 먼저 떨어져 박았더니 이마가 쓰라리지만 히로는 어엿한 신이므로 고개만 고꾸라질 뿐 아무런 입을 꽉 다물었다. 이 아이와 이상한 소문에 휘말리기엔 서로 타격이 크다. 빨리 숨어야... ....라기엔 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밝은 불빛이 창고 안을 가득 메우고, 바닥에 멍청하게 얼굴을 박고 누워있는 히로의 모습과 매트리스 위에 있는 여자아이란. 평소라면 수업이 끝나기 전에 창고 안에 올 리가 없었을 텐데. 히로는 꼬여가는 일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368 벚꽃, 봄을 상징하는 꽃. 아미카에게 벚꽃 축제란 무엇일까? 당연히 즐기는 것이다. 자면서 말이다. 오늘 아미카는 벚꽃을 즐기며 벤치에 걸터 앉아 자고 있었다.
"...위민스 챔피언십 매치입니다! 아, 이때 말씀드리는 순간 아미카 드롭킥!"
꿈속에서 아미카는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답게 전력을 다하던 아미카는 상대 선수에게 드롭킥을 날려 링 코너로 몰고 단숨에 크로스라인을 날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때, 선수는 앨보우로 반격..!
"딱!"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미카는 벤치 팔걸이에 머리를 부딪힌 뒤였다. 가끔 밖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다 어디 부딪히는 일이 생기곤 했는데, 오늘 또 이럴줄이야. 바깥에서 이랬다는 부끄러움도 없진 않았지만, 그것보단 아픈게 좀 더 심했다. 이때, 앞에서 보던 여자가 다가오더니 괜찮냐고 물었다. 아미카는 막 일어나 힘없는 목소리로 아픈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여자애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혹시 자고 있었던 것도 몸이 안 좋아서 졸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렌은 조금 더 걱정이 된 표정으로 바뀌었다. 물론 아미카는 원래 잠을 자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처음보는 렌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잠깐만.”
렌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이마를 살짝 덮고 있는 앞머리를 걷어 확인하려고 했을 것이었다. 만약 밀어내지 않는다면 혹시 열이 있는 것은 아닐지 손등을 이마에 대어 체크하려 했을 것이었고.
“다행히 피는 안 나는데, 약간 혹이 난 것 같기도 하고.”
렌은 담백하게 손을 거두며 목덜미를 긁적였다.
“음, 왜 졸고 있었던 거야? 혼자 왔어? 어디 아프다거나 하면 도와줄까?”
말을 뱉고 나니 괜한 물음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조금 멋쩍었지만 그래도 그냥 두고 가면 두고두고 신경이 쓰일 것 같기도 했다.
/여자라고 적은 것은 아미카가 착각한 것이려나? 전에 시이주에게서 렌이 여고의 왕자님 이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있어서, 혹시 시트에 여성이라고 잘못 썼나 확인하고 왔어 ㅋㅋㅋㅋ
괜찮은 것 같다는 말에 아미카는 잠시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찢어지거나 하는 꽤 큰 부상이었으면 괜히 부모님만 걱정시키고 본인도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까. 물론 겨우 자다가 부딪힌 것 가지고 그렇게 큰 부상이 생기는게 더 이상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호들갑 떠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다행이네요.. 크게 다친거면 어쩌나 했어요..워낙 잠이 많은 성격이라아.."
아미카는 상대의 질문에 여전히 아픈 듯 머리에 난 혹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중간에 잠을 깨서 그런지, 여전히 평소보다도 피곤한 상태로 말이다.
"혼자 와서 자고 있었어요.. 아까 말했듯 잠이 많아서 어디서든 잘 자니까요.. 오늘은 벚꽃 축제를 느끼려고 혼자 와봤는데.."
아미카는 질문하려고 했지만 왠지 아닌 것 같아 말 끝을 흐렸다. 혼자 왔는데 잠들었고 위험할 수도 있다라.. 분실도 있고 추행도 있을 수 있고, 그런거엔 염두를 두지 않았던 아미카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물론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뻔뻔하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가요? 전 나름대로 신경쓰이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에..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네요.."
아미카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느끼고 고개를 잠시 숙였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적한 곳을 알려주냐는 제안에 아미카는 잠시 고민했다. 그냥 이렇게 따라가는 것도 괜찮을까? 그래도 아까 그런말까지 했는데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이 가장 강했기에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은 그에게 각별한 계절이지만, 언제까지나 애상에 잠겨 드리워 오는 볕뉘를 모르는 척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날씨는 맑고 따스하게 드는 햇살이 온화했다. 만사에 별다른 감흥 없는 풍어신조차도 밖을 나돌게끔 하는 여일(麗日)이니 다른 이들에게는 오죽할까. 흥성이는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면면은 모두 즐거움에 차있다. 하지만 신의 힘으로 만발한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마저도 누군가의 만성적이고 변덕적인 우울을 물리쳐주진 못하는 모양이다. 봄볕을 맞으며 거리를 걷던 후미카는, 어느 벤치 앞에 다다라 걸음을 멈추었다.
"왜 울고 있니?"
담담한 목소리가 우는 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고개를 든다면 묵묵한 태도로 물어오는, 저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보일 테다. 그에게는 길거리에서 눈물짓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일 선의는 있지만, 부드러운 낯으로부터 마음 깊이 우러나는 염려의 기색은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행동으로부터 가식적인 욕망은 묻어나지 않았다. 신은 그저 차분하고 평온한 눈으로 울먹이는 여자아이를 바라볼 뿐이다. 그 시선이 잠시 위를 향하더니, 후미카는 천천히 손을 뻗어 손바닥을 위로 펼쳐보였다. 흐린 날 비가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늠하는 사람처럼 예사로운 행동이었다.
"날이 좋은데 말이야."
펼친 손바닥 안에는 떨어진 꽃잎 두어 장이 잡혀 있었다. 봄볕을 받아 따스한 생기와 온기 담긴 손이 우는 아이에게로 내밀어졌다.
320 자캐가_소중했던_것들을_기억하는_방식 -살아가는 시간동안 그 대상을 추억하고, 그를 이해하고자 노력해. 별것 아닌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후미카에겐 그게 자기만의 성심이야. 게다가 신이라는 특성상 영원에 가까운 시간동안 기억하는 거니까, 그렇게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
363 자캐가_사용하는_욕설의_수위 - 현대 기준으로는 그렇게 세지 않다... 욕의 의미만 따지자면 세긴 한데, 요즘 세상에는 문어적 말투로 취급되는 욕만 쓰다보니... 젠장, 제기랄, 천하잡놈, 호랑말코 같은 거. 옛날에는 이 정도면 심한 욕이었으니 그 시절에는 꽤 욕 세게 하는 편이었지만🤔 물론 이건 비교적 어렸을 적 이야기고 요즘은 이런 욕도 웬만해선 안 써. 애초에 그렇게 쉽게 화가 나는 성격도 아니니까.
120 자캐_손의_온도_감촉_크기 -차가움과 따뜻함 중에서 이분하자면 따뜻한 쪽. 그렇지만 훈훈한 정도는 아니고, 미지근한 것보다 아주 조금 따뜻한 정도? 크기는 키에 맞는 평균인데 키가 작으니까 손도 작은 편이긴 해. 감촉은 부드럽고 말랑말랑~ 이지만 손에 말랑살이 많은 건 아니야. 모양만 놓고 보면 호리호리한 어른스러운 손에 가까워 :3
날씨가 좋고, 축제 천막이 섰으며, 남녀노소 누군가의 손을 잡고 나와 나들이를 나왔다. 그러나 시이는 손 잡을 사람이 없다. 말하자면 압도적으로 혼자라고 할 수 있겠지.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오면 단편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좋은 날에는 다들 눈 앞의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할 뿐.
그래서 시이에게는 어떤 유의미한 관심도 없었다. 그게 서러워서 울었다. 하지만 이런 심경을 알아듣기 쉽게 서술할 솜씨가 시이에게는 없어서, 시이는 내밀어진 손바닥을 보고는 북받쳐 올라 또 훌쩍, 눈물을 괴고 만다.
"킁, 나, 축제에서 놀구 싶은데엫... 칭구가 없어서. 그, 근데 다들 친구 한아씩 갖고 있어서... 그, 그래서 울었어."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음….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져 본 경험은 있어. 응….”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있었다고 말을 지어내기도 좀 그랬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경험은 한 번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이긴 했지만. 말을 내뱉고 보니 굳이 이야기했어야 했나 하는 민망함에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왠지 자신이 한 말에 고개를 숙이는 것에 괜히 렌은 안절부절한 기분이었다. 굳이 이야기를 했어야 했나 싶고. 하지만 또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러다 한적한 곳을 알려주겠다는 말에 긍정의 뜻을 보이자 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앞장을 섰다.
그러면서도 생각이 드는 것이, 과연 한적한 곳에서 자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 훨씬 더 위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적한 곳을 알려준다며 여자애를 데리고 가는 것도 말을 내뱉고 보니까 굉장히 나쁜 짓을 할 것 같지 않은가. 이 여자애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따라가면 위험하다고 말을 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렌은 으음, 생각을 하다가 결국 말을 붙였다.
“역시, 그래도 한적한 곳이라도 혼자 자고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아, 안 알려준다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같이 있을 때 잠을 자는 게 어떨까 하고…. 음, 그나저나 중학생이야?”
친구들이랑 오라고 말을 하다보니 궁금증에 중학생인지 물음을 던졌다. 제 눈에는 중학생으로 보였는데 설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는 아니겠지?
걸음을 옮겨 벚꽃 신사 근처로 돌아 들어가니 벚나무길이 끊겼다가 벚나무들이 몇 그루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간이 나왔다. 주변이 다 벚꽃으로 뒤덮여 있지는 않았지만 벚나무도 있고 나무 벤치도 하나 있고.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은 공간이기도 했다.
미즈미가 아니라 미스... 아무래도 미즈미는 조금만 돌려 말해도 못 알아듣는 멍청한 습성이 있다. 저 멍청하게 헤헤 웃는 꼴만 봐도 그랬다. 약간의 변명을 첨가해보자면 미즈미는 정규 교육 과정도 거치지 못한 비문명화된 신이었기 때문에 다소 멍청한 면모를 자주 보였다...
몇 명이 왔냐는 질문에 미즈미는 멋대로 두명이라 답하고 시니카를 끌어들였다. 과연 강에서 왔다더니 물귀신이 따로 없다. 본인은 그러고 있다는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메이드 한 명이 둘을 이끌고 자리를 내어주었다. 옅은 핑크색 체크무늬 테이블보에 메뉴판이 올려진다. 미즈미는 그저 즐겁다는 듯 메뉴판을 들고는 조잘거린다.
"여기에 오무라이스랑 파르페가 가장 유명하다고 들었어. 아, 그리고 마법의 주문도 서비스로 해준다는데 기대된다~ 난 오무라이스 시킬건데 시니카는 뭐 시킬래?"
미즈미가 들고 있는 메뉴판을 돌려 시니카에게 보여주었다. 하트모양 접시 위에 올려진 오무라이스와 딸기 파르페가 시그니처 메뉴인듯 하다. 그전에 메뉴판 촌스럽지 않아? 메이드복 입은 여자들이 한껏 포즈를 취하며 윙크를 날리고 있는 사진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 하트모양 캐찹도 올려준대. 귀엽- 어레? 시니카 어디 불편해?"
뒤늦게 미즈미의 안색을 확인한 미즈미가 물었다. 메이드 카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미즈미는 이 곳이 의미하는 바도 잘 몰랐다. 그저 요즘엔 신분제도 폐지했다는데 추앙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여전하구나- 따위의 핀트 엇나간 추리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미즈미는 슬쩍 눈치를 본다. 아닌데, 여기 손님도 많고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은데.
뒷북이긴 한데 uvb 램프 받은 미즈미 if 로 그려봤어 완전 대충 그린거라 좀 부끄럽긴 한데 ㅋㅋㅋㅋ 그렸으니 일단 올린다 개념으로... :3 그리고 여담인데 미즈미 앞머리 없다는 설정이었는데 내가 앞머리 러버라서 여차저차 넣어버렸네... 뭐 머리카락은 자주 바뀌는 거니까... 웅웅 (억지)
물론 아미카가 침대에서 떨어진 적은 거의 없긴 하지만 힘들게 답을 짜내는 느낌이라 아미카는 역시 괜한 말을 한 건가, 걱정되었다. 어쨌든 한적한 곳을 알려주겠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미카도 따라 일어나 가보기로 했다. 이상한 지하실이나 너무 깊고 깊은 산속 같은 곳이 아닐까 하고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못믿을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혼자 자는 건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하자 아미카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오 이렇게 사람이랑 같이 있는데 함부로 아무 데서나 자진 않을거에요~.. 한 번쯤 그런 곳을 알아도 그렇게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아서어..”
중학생이냐는 질문에 아미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역시 아직 중학생티를 다 못 벗어서 그런가, 아직 중학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구나. 아마 키랑 외모 때문이겠지만 아미카는 그 두 가지 때문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자신에게 있는 중학생의 기운? 그런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미카는 나름대로 기운차게 말했다.
당신은 먼 거리에서 번개가 치는듯한 굉음과 동시에 날아온 무언가에 맞아 왼팔을 관통당했습니다. 엄청난 통증과 같이 마치 몸이 지진에 의해 흔들리는듯한 파괴력이 당신에게 가해집니다.
신체 -6.
이후 양손을 사용한 무기공격 및 왼팔을 사용한 모든 행동에 제약이 걸립니다.
투척. 물품, 뭉쳐놓은 진흙.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대성공.
당신은 이전에 휴게소에서 공짜로 받은 뭉쳐놓은 진흙을 멀리에서 당신을 공격 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던졌고, 그 진흙덩어리는 상대방의 얼굴에 맞아 상대방의 시야를 방해합니다. 당신이 던진 진흙은 평범한 진흙과 다른 것 인지 혹은 운이 좋은건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진흙을 털어내는데 조금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동.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성공.
상대방의 시야가 차단된 것을 확인한 당신은 빠르게 당신의 부패한 검집에 깃든 카타나를 오른손으로 집어들고 상대방에게 이동합니다. 그 사이에 진흙을 털어낸 상대방은 마치 지팡이처럼 긴 막대기를 당신을 향해 겨누었고, 그 지팡이에서 다시 번개가 치는듯한 굉음이 터져나옵니다.
회피.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실패.
그 지팡이에서 나온 작은 물체는 당신의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했습니다. 그 파괴력으로 당신의 빠른 이동이 제지됩니다. 이후 이동에 관련된 행동에 제약이 걸립니다.
신체 -8.
공격. 아직까지 카타나가 상대방의 몸을 절단할 수 있을 위치에 있지 못한 당신은 최대한의 힘으로 발을 디뎌 허공으로 뛰었습니다. 그 후, 뽑아든 당신은 상대방의 왼쪽 어깨를 향해 카타나를 휘두릅니다.
공격.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성공.
당신의 카타나는 천옷밖에 입지 않은 상대방의 어깨에서 베어 상대방의 가슴부위까지 깊게 파고드는데에 성공했으며, 칼에 깃든 부패한 기운이 상대방의 심장에 스며들어 상대방은 절명합니다.
상대방이 절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하늘에서 귀족같이 정돈된 긴 머리카락을 한 어린 여성처럼 보이는 푸른색의 환영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훌륭한 일격이었다, 무사여. 본인의 대리인을 일격에 죽이는 순간은 구경하면서도 볼 거리가 되더구나. 게다가 미리 뭉쳐놓은 진흙을 던지다니, 그야말로 로닌의 행색이나 순간 번뜩인 재치로 하기에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무사여, 혹여 그대가 저 시체의 대신이 될 생각은 없느냐? 저 시체는 영 보기에 재미가 없었느니라. 하지만 그대는 많은걸 나에게 보일 수 있을 것 같구나. 어쩌면 그대가 나의 진명을 들을 수 있지 않겠느냐?"
평온한 어조로 후미카가 물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우는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영 괘씸하다. 친구가 없어서 울고 있다니. 원체 친구가 없다시피 한 자발적 아싸에 가까운 성향의 풍어신으로서는 그 외롭고 쓸쓸한 심경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는 자신이 남의 마음 헤아릴 줄 알아서 이렇게 말 걸었겠나, 후미카는 물끄러미 아이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무언가를 해주기에는 이미 스스로 눈물을 닦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뿐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눈물을 훔쳐 주기엔 그는 그토록 섬세하게 다정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가라는 말까지 하니 순순하게 떠날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후미카는 에둘러 표한 호소를 이해하기엔 복잡한 십대 소녀의 심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렇게 서글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지 말라는 솔직한 말이 곧장 따라붙지 않았더라면 '그래, 그럼 난 가보도록 할게.'라며 망설임 없이 휙 몸을 돌렸으리라. 저보다도 큰 키의 아이가 달려들자 후미카의 몸이 약하게 흔들렸다. 손에 모은 꽃잎이 떨어져 팔랑팔랑, 주변으로 흩어져 내린다.
"나도 혼자 나온 참이니 친구는 해줄 수 있겠구나. 알겠으니 울지 말렴."
이 갑작스러운 동행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에게 처음 보는 신과 꽃놀이를 함께 즐겨주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거절해야 할 까닭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후자에 기울었다. 어느 시간의 경험 이후로,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어린아이에게는 되도록 상냥하게 대해 주고 싶었다.
후미카는 어떻게 할 줄 모르고 가만히 서 있다, 이내 제 허리께에 매달린 매달린 아이의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정수리에 소복하게 앉은 꽃잎들을 털어주기 위함이다. 닥지닥지 내려앉은 꽃잎을 털어내자 말끔한 색의 머리칼이 제대로 드러났다. 그러고보면 이 애 머리색도 꽃잎과 비슷한 색을 하고 있다. 이맘때 활짝 핀 꽃잎과는 조금 다른 색감을 가졌지만, 화사한 빛깔이 이 시기의 정경을 연상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후미카는 파묻은 얼굴에 틀림없이 달라붙어 있을 머리카락을 조금씩 정리해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네 툴툴대며 답한대도 금세 풀어지는 것 보았기에, 인자한 미소를 얼굴에 그려낼 뿐입니다. 어린 인간에게 장난을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럴지도 모르지요.
걷는 길목마다 봄이 가득합니다. 나무 사이로 연두색 생명이 움트고, 개중엔 참지 못하고 꽃망울 품은 것도 여럿 보입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거리는 수백 년 전에도 같은 양상이었으나, 이젠 걷는 사람도, 이 바닥을 이루는 재료도, 풍광도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한치 후회는 없습니다. 본디 삶이란 피고, 지며, 얻고, 잃고, 그러한 법이니. 과거보다는 미래, 미래보다는 현재를 살면 되는 일입니다.
"어느 계절이냐 물으신다면, 글쎄요.. 가을이지 않을까 싶군요."
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는 봄과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삶의 시작이 봄이라면 삶의 황혼은 가을입니다. 느릿하게 져가며 낙엽이 떨어지고, 곧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듯 변화하는 모습이 순리대로의 삶을 빼닮았기 때문입니다. 삶의 시작은 봄이요, 전성기는 여름이며, 황혼은 가을이요, 안식은 겨울. 한때 봄을 좋아했던 만큼이나 마음에 닿는 연유는 이젠 피는 것보다 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존재가 되었기도 함도 있으나, 안식을 기다리기 때문도 있으렵니다.
"천고마비, 라고들 하지요. 맛있는 것이 그만큼 많은 계절이니."
다만 어린 인간에게는 그 이치를 알리지 아니하며 둘러댈 뿐.
"뻔할 리가요. 개인 기록 향상은 그만큼의 기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걸요. 나는 렌 군의 소원이 특별하다 생각해요. …음, 나의 소원이라."
어린 인간이 신을 믿기는 하여 네 속으로 뿌듯함을 느낍니다. 적어도 신은 죽었다는 주장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아직 신이 살만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네 잠시 고민합니다.
"나 또한,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해달라 소원을 비니 말입니다."
기실 신에게 안부를 묻곤 하였습니다만, 그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새 목조 주택이 보입니다. 울타리도 없고, 고요한 곳. 네 문을 열자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뒤따라 들어갑니다.
역시 아이는 없구나. 동굴에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래되었다 한들 깨끗하며, 온기 없이 비어있었기에. 네 아무도 없냐 묻지 않는 것은 예의가 있기 때문이요, 알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생글생글하고 미소를 띈 스즈는 그렇게 말했다.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스즈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에게서 거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병적으로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하려했고 병적으로 자신은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하려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야, 왜냐하면, 그도 그럴 것이, 스즈는.
" 재미있는 거? 그렇다면.. 아! 요~ 하룻치~ " " 요~ 스즈~ 다른 애들은? " " 잠깐 다리아파서 쉬었다가려고. 먼저 가 있는다 그랬어. " " 스즈는? 같이 안가? " " 쉬었다가려고~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잡을게 " " 에... 뭐.. 그래 그럼. 이따 보자~ "
스즈는 말하다 말고 후리소데를 곱게 차려입은 친구가 지나가자 금새 그 쪽으로 시선이 팔려 '하룻치-' 하고 애칭을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또 한번, 지나가는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리고 또 한 번 인사를 건넸다. 잠깐 다른 세계에 빠졌다 온 사람처럼 다시 이 쪽의 세계에 돌아왔다는 듯 스즈는 '무슨 말 하고 있었지?'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 아 맞아맞아. 재밌는거 얘기했었지. 그럼 나랑 놀래? 사람이 둘이면 추억도 두 배고 재밌는 일도 두 배잖아! "
스쳐지나간 생각이라면 자기 친구들에게 말해서 무리를 늘려 다 같이 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기 친구들의 생각도 모르고 이 동급생 친구의 생각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구잡이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민폐일지도 모르지. 스즈는 다리를 톡톡 두드렸다. 아픈 다리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듯 싶자 자리에서 슬쩍 일어선 스즈는 잠깐 무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손가락을 열심히 놀리다가 고개를 들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친구 없는 건 괜찮아. 하지만 나만 친구 없는 건 싫어. 봐봐, 저 사람들 다 친구 있잖아..."
봐봐, 하며 개울 건너편을 가리킨다. 저 너머에는 화기애애해보이는 젊은 커플이나, 마실을 나온 노부부, 뛰어다니는 형제들이 있다. 그 풍경과 시이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나만'이라는 말이 가진 것처럼, 대다수가 속한 세상 바깥에 떨어져 나온 기분이 싫은 것이다.
말하자면 소외감. 시이 나잇대 무렵의 여자아이가 제일 싫어할 감정이다. 시이는 그래서인지 친구를 해주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미카를 더 꼬옥 끌어안았다.
"친구 없어도 축제는 즐길 수 있어. 하지만 솜사탕 나눠먹지두 못하구, 야키소바가 질려도 전부 다 먹어야 하구, 옷 예쁘게 입고 나와도 보여줄 사람이 없잖아. 그럴 때마다 우울해져... 그런 건 싫어. 그러니까 네가 봐줘. 나도 야키소바 먹어줄 테니깐은."
머리를 살살 정리해주면 기분이 살짝 풀렸는지, 고개를 들어 멋대로 부탁해온다. 울음은 어느 새 잦아들었고, 시이는 포옹을 풀기 아쉽다는 듯이 후미카에게 이마를 몇 번 부비고, 대신이라는 것처럼 손을 잡았다. 후미카를 놓으면 도망이라도 갈 것 같다는 것처럼 다소 다급해보였으나, 체온이 느껴지자 금세 기분이 좋아져 보였다.
"그럼, 이제 뭐할까? 나는 으음, 구슬 아이스크림 먹구 싶어. 그리구 벚꽃 보러 가고 싶어. 저 개울에 꽃잎이 많이 떠있다나봐. 옛날엔 강에 배를 띄워서 놀았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좀 무리겠지-"
아, 국민의 세금을 끌어다가 꽃잎처럼 흩뿌리던 꽃놀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재잘거리는 목소리들 틈에 끼어서 놀이를 하고, 얼굴에 쏟아지는 꽃잎을 맞으면 정말 행복했었다. 이번 꽃놀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며 시이는 남몰래 기대를 좀 걸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니 더 서러웠던 거겠지.
>>500 하지만 스즈즈는 나쁜 짓은 하지않아! 억울하거나 약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정의감 넘치는 스즈즈라구 (:D)~ 평소 행실을 보면 영락없는 그 쪽 사람이지만.. 속을 다르다! 속은! 스즈즈 친구들한테 시이를 데려간다 치면.. 시이는 적응할 수 있을까~ 어떤 분위기가 될지 궁금하긴 하네 :D
팔랑팔랑 떨어지는 분홍색 벚꽃잎이 참으로 예쁘게 그의 눈에 비쳤다. 물이 맑고 깨끗해서 그런지, 그 물을 먹고 자란 벚꽃나무들은 일제히 올해도 어김없이 예쁜 벚꽃잎을 떨어뜨렸다. 하늘에서 분홍색 눈이 떨어진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그 예쁜 분위기를 즐기며 아키라는 일단 가볍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순간적으로 어제의 나베를 떠올리며 아키라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야미나베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긴 하지만 대체 어제의 조합은 무엇인지.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우선 가볍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맛있는 것이 있으면 사먹는 것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우선 가볍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보이는 것은 호시즈키당 노점. 그러고 보니 호시즈키당도 노점을 만든다고 했었지. 저기서 일단 가볍게 간식을 먹고 주변을 둘러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곳으로 향했다. 누가 가게를 보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추천상품부터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만히 한가해보이는 노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지금 영업하고 계시나요?"
당연히 노점에서 영업을 안 할리는 없겠으나 브레이크타임도 있을 수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아키라는 우선 영업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부터 확인하려고 했다.
스즈는 불편하다는 말에 또 고개를 돌려 화답했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빠른 속도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동안에 스즈는 여기 말고 또 다른 어떤 세계에 들어가 있는듯 그 것에 몰두했다. 잠깐 만난 친구를 보내고 조금은 차가운 무표정이던 스즈는 고개를 돌려 '응?' 하고 자기가 제대로 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 그을쎄~ 그건 놀아봐야 아는거지! 나도 내 친구들이랑 놀아보기 전에는 재밌는 친구들이라고 알지 못했었으니까. "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먼저 다가가지 않고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남들이 자신에게 대해줬으면 하는 방식대로 남을 대한다. 무언가가 벌어지길 바란다면 먼저 행동을 취해 빌미를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원래 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 변하고 난다면 그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
" 그럼 뭐 결정된거네. 잠깐만~ "
스즈는 걸음을 옮겨 쇼의 앞에 서선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요- 응. 응. 방금 하룻치랑 만났어. 그 쪽으로 간다던데? 응. 아하하! 그게 뭐야! 진짜 구려~ 난 진심 싫으니까 됐어~ 응. 아 맞아맞아. 이 말 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나 지금부터 잠깐 어디좀 다녀올게. 같은 반 친구 만나서 같이 좀 놀다 가려고. 응. 응. 우웅~ 그랬구나~ 그럼 나중에 잔-뜩 사랑해주렴? 아하하! 뭐야! 진짜 징그러워! 아하하하! "
앳되어 보이는 발랄한 목소리로 짧은 시간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스즈는 눈 앞에 상대가 있기라도 하다는 듯 손사새를 치거나 미소를 띄며 웃었다. 그렇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곤 웃어서 생긴 눈물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훔치곤 스마트폰을 거울삼아 자신의 화장 상태라던가, 얼굴 상태등을 점검했다.
아키라의 염려가 무색하게도 호시즈키당의 노점엔 사람이 있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자 한분이 다소곳히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아키라가 다가오자 유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어머, 어서오세요. 물론이죠. 도련님. 노점을 열어놓고 자리를 비우면 되겠나요? 호호."
그녀는 아키라도 익히 알고 있을 사람이다. 호시즈키당의 안주인이었으니까. 어릴 적부터 호시즈키당에 오갔던 아키라에게는 매우 익숙한 사람이었을테지. 연분홍 벚꽃잎 무늬의 남색 유카타를 입고 그 위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그녀는 잔잔히 웃으며 아키라에게 말을 걸어온다.
"올해도 덕분에 즐거운 축제를 보낼 수 있을 듯 하네요. 애쓰셨어요. 도련님."
작게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표하는 감사는 필시 시미즈 가를 향해서였겠지만, 그 속에서 같이 고생했을 아키라를 향한 것도 있었다. 그녀도 대를 이을 자식을 가진 어미였으니.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그녀는 한 손으로 노점의 가판 위를 가리켰다.
"별건 없지만 골라보시겠어요? 모처럼이니 스태프분들 것까지 대접해드릴게요."
돈은 받지 않을테니 부담 갖지 말고 고르라고 말한 그녀는 가판 위를 간단히 설명했다. 주문 즉시 구운 뒤 꿀을 뿌리고 그 위에 콩가루나 견과류 가루를 뿌려주는 구운 경단, 한입 크기로 빚어 먹기도 가격도 부담이 덜한 화과자, 기본 사이즈보다 조금 큼지막해서 식사 대용으로 좋을 듯한 도라야끼, 볒꽃이나 가지 모양으로 굽고 색색의 아이싱으로 장식한 쿠키와 벚꽃 모양 초콜릿 등등. 가판은 작았지만 이것저것 많이 있었다.
"도련님은 무슨 도련님이에요. 그런 호칭이라고 불릴 정도의 사람도 아닌데. 그리고 축제 스태프는 저하고는 상관없어요."
뭔가 자신을 상당히 띄워주는 것은 분명했으나 아키라는 그러지 말아달라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시미즈 가문이 마츠리를 여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마츠리에 나름대로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감사를 표한다면 자신도 할 말은 없긴 했으나 확실한 건 자신의 몫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튼 낯이 간지러운지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왼손으로 노점 주인을 향해 그는 손을 휘저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는 일종의 표시였으나 그럼에도 장난스럽게 도련님이니 뭐니 그렇게 부르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으니 그도 필사적이진 않았다. 그냥 나름대로의 요청이었으나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또 별개였으니까.
"그건 안되죠.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하셨는데 돈도 안 받겠다는 것은. 돈은 확실하게 지불할게요. 애초에 이 마츠리가 시미즈 가문에서 모든 것을 다 기획하고 추진한 것도 아니니... 마을의 촌장님이나 축제 위원회가 오면 그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말을 마치며 그는 가만히 상품을 바라봤다. 뭔가 참 이것저것 많이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벚꽃 모양의 쿠키와 초콜릿이었다. 사쿠라마츠리니까 역시 저것을 주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벚꽃 모양의 쿠키와 벚꽃 모양 초콜릿을 손으로 가리켰다.
"각각 두 개씩 주시겠어요? 둘러보면서 먹을까 해서요. ...그건 그렇고 꽤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네요. 올해도 돈 많이 버실 것 같나요?"
/시미즈 가문은 유력가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츠리를 개최한다거나 막 준비한다거나 그런 가문은 아니랍니다! 물론 지원금은 많이 주긴 하지만요! 다른 분들도 참고해주세요! 촌장님이라던가 다 따로 있어요!
어려운 이야기다. 태어나기부터 그는 인간과 달랐고, 인간의 기질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다른 신들과도 엇갈리는 지점이 많아 한동안 다난한 생을 살았더란다. 태생적으로 타자와 동떨어진 기질을 가진 그로서는 그런 성질을 그저 받아들여야 할 정명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어찌할 수 없는 문제, 따라야 할 규격 따위의. 하지만 그렇다 해서 눈앞의 신을 나약하다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 홀로도 슬프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그런 신이기 때문인 것처럼, 누구에게나 그렇게 될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기 때문이다. 후미카는 잡힌 손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을 떼었다. 별다른 내색은 없었지만 이렇게 살갑게 다가오는 반응에는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게 된다. 아주 오랜 옛적, 제 아이를 돌보았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신에게 이유 없이 무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둘이니 괜찮을 거란다. 우선 일어나자꾸나, 몸을 움직여야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단다."
후미카는 손을 당겨 아이를 일으켜주었다. 눈물은 그쳤어도 외로움의 흔적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니 우선은 걸어보자는 것이다. 후미카가 조금만 더 다정했더라면 우느라 엉망이 된 얼굴을 수습했겠지만,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나룻배 같은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단다. 허가를 받았는지 사람들이 의심하지만 않는다면야, 운이 좋다면 뱃놀이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게 안 된다면 저편에 오리배가 있다 하더구나. 여기만큼 경치가 좋진 않더라도 둘이 하는 놀이라면 그것도 좋지 않겠니."
선박과 항해, 강과 호수에 뜨는 배에까지 관여하는 신이니 뱃놀이 쯤이야 쉬운 일이다.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이래도 되냐 따지는 정도일까. 이야기를 하며 걷자니 저 멀리에 아이스크림 노점이 보였다. 아이가 직접 먹고 싶다 말하기도 했고, 신 역시도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후미카는 간판을 가리키고는 지갑을 찾았다. 어째서인지, 아주 당연스럽게 제 돈을 꺼낼 생각인 모양이다.
그녀도 여느 장난스러운 사람들과 다를게 없는지, 아키라의 요청에도 꿋꿋이 도련님이라 부를 생각인 듯 했다. 유카타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유순한 웃음을 흘린 그녀는 이어진 말에 알았다는 의미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겸손하시기도 해라. 그럼 후에 오실 분들에게 나눠드리는 걸로 해야겠네요."
이번에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아키라가 느긋히 고를 수 있게 기다렸다. 가판에 나온 것들은 모두 사쿠라마츠리를 위한 것들이었으니 따로 추천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기다림 끝에 아키라가 쿠키와 초콜릿을 고르자 그녀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방 담아드릴게요."
조그마한 종이봉투를 꺼내 쿠키와 초콜릿을 담으며 그녀가 아키라의 말에 대답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저희가 평소에도 이름이 제법 알려져 있다보니 매상은 꽤 좋은 편이랍니다. 지금도 남편과 아들이 가게로 가서 추가할 것을 만들고 있, 어머." "엄마아..."
대화 사이를 끼어들며 그녀에게 안겨드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유카타를 입었지만 앞치마는 하지 않았고, 오늘도 여전히 낮게 묶은 머리에 다크서클 진한 얼굴을 한 요조라였다. 한손에 작은 스케치북을 쥐고서 그녀에게 치대던 요조라는 뒤늦게 아키라를 발견하고 그녀의 뒤로 숨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그녀의 딸을 달랬다.
"얘가 왜 이럴까. 저번에 봤었잖니. 시미즈 가의 아키라 도련님이란다." "시미즈... 도련님...?" "그래. 인사해야지?"
어머니인 그녀의 말에도 요조라는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요조라의 눈만이 아키라를 빤히 보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면목없다며 웃는 얼굴로 아키라에게 쿠키와 초콜릿이 담긴 봉투를 건네주다가, 혹시, 라며 말을 꺼냈다.
"도련님, 괜찮다면 우리 요루 좀 데리고 여기 한바퀴 돌아주지 않겠어요? 실은 아까부터 꽃 보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보다시피 사람이 없어서 애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도련님도 둘러보겠다고 했으니 그 김에, 라는 느낌으로 구경 좀 부탁할까 싶은데, 어려울까요?"
자신이 뭐라고 한들, 도련님이라고 꿋꿋하게 부를 생각인 것일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쩌겠는가. 나이 많은 어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일단 그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몫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내키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시미즈 가문에서 태어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무튼 계산을 하기 위해서 지갑을 꺼내려는 찰나, 갑자기 낯익은 여성의 목소리와 모습이 보였다. 다크서클 진한 얼굴이 여전히 그때 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두 눈을 조용히 깜빡였다. 딸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확실히 여기에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물론 뒤로 숨어버리는 모습에는 아키라도 난처한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지만.
"안녕하세요. 호시즈키 씨. 딱히 도련님이라고 부르진 않아도 괜찮고요."
이전에 봤으니 그래도 안면은 있었던만큼, 사실 없어도 별 차이는 없었겠지만 가벼운 인사를 받으며 아키라는 일단 봉투를 받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체크카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것으로 계산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허나 자신에게 들려오는 물음에 아키라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상관은 없지만, 호시즈키 씨가 같이 가고 싶지 않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지금만 해도 상당히 낯을 가리고 경계하는 것 같고."
물론 경계가 아닐지도 모르나 확실한건 바로 뒤에 숨어버렸다는 사실 아니겠는가. 저런 상황에서 같이 가자고 해도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자신의 뒷목을 매만지다가 다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렌은 질문에 조금 뜸을 들이며 고민했다. 지옥에 대한 생각이야 나름 가지고 있지만 이 질문의 본질이 그냥 이런 주제가 나와서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인지 아미카의 반응을 조금 살폈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사실 지옥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왜냐하면, 잘못한 사람의 영혼이 가게되는 곳이 지옥이라면 제일 처음 인간이 있었을 때부터 지옥이 있다는 것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영혼을 수용할만한 공간이 있느냐가 첫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런 얘기 재미없으려나?”
렌이 말을 하려다 끊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기엔 재미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궁금해하면 이어서 이야기하겠지만.
“맞아. 여름은 덥지만 에어컨 아래에 있으면 시원하니까. 겨울에도 코타츠 안에 들어가 있으면 따뜻하지. 눈이 내리면 예쁘고.”
시이의 근간은 인간이다. 먼 옛날, 쇼군에게 이름을 하사받은 여걸의 망념이 핵이 되어, 방울소리 울리는 복도의 폭풍을 맞으며 만들어진 유령이다. 유령은 괴담을 먹고 자라 신이 되었다.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그 머리카락 한 올 한 올마다 소문이고 풍문이다.
그러므로 시이는 과하게 인간답다. 평생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의지해버리고, 배신당하면 깊게 원한을 품는. 인간된 신이다.
그러므로 반쯤 인간인 자손을 둔 후미카가 시이를 자식처럼 대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머니처럼 대해주는 후미카를 시이가 졸졸 따라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고.
"에헤, 에헤헤... 뱃놀이 할 수 있는 거야? 시이는 오리배보다 나룻배가 더 좋아. 오리배는 지붕이 있어서 하늘이 안 보이잖아. 꽃놀이에는 하늘이 있어야 하는걸..."
교토 풍의 화려한 꽃놀이는 정말로 보기 즐거웠었다. 시이는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바보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재잘대다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번민했다.
후미카가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몇 초간, 타임세일에서 나물을 앞에 두고 집어가느냐 마느냐의 고민처럼, 시이는 고민했다. 그리고 본인의 카드를 꺼낼까 말까 하는 속물의 싸움에서 졌다.
꺼내지 않았다.
그래, 돈 없단 말이야!
나, 나는 과일도 타임세일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구-
신인데도 궁상맞은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이 사람도 아닌 녀석들아!
아무도 질타하지 않았는데 속으로 변명을 바락바락 외치며, 시이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아... 아, 나는 트로피칼후르츠 맛이야. 괜찮다면 나눠먹지 않을래? 나, 초코도 말차도 전부 좋아하니까. 싫으면은 어쩔 수 없지만-"
흥미롭다는 말에 렌은 뺨을 긁적였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듣고 싶다는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나쁜 짓을 하여 지옥에 가는 사람을 세상이 없어질 때까지 수용해둔다면 말이지. 가장 첫번째로 지옥으로 들어간 사람이 가장 불리하고 제일 마지막에 태어난 영혼이 가장 유리한 구조이잖아. 그렇다면 그건 불공평한 처우가 아닐까... 지옥에 갈 정도를 정하는 것도 애매하다고 생각되고.”
렌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다가 뺨을 긁적였다.
“뭐,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니까. 지옥보다는 윤회 쪽이 취향이기도 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렌은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질문에 작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여름. 여름이 좋아. 덥고 습하고 해도… 바다도 가고 계곡도 가고, 차갑고 시원한 것도 많이 먹고. 아, 나 그리고 수영부거든. 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렌은 아미카가 승낙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기자 그새 또 몸 위에 올라앉아있던 벚꽃잎이 툭툭 떨어졌다.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죠. 처음 지옥에 간 사람만큼 억울한 사람이 없겠네요. 그리고 지옥에 갈 기준이 애매한 것도 맞고요.."
그저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마지막 인류가 나올때까지 고통받아야 한다니, 지옥을 말하는 사람은 영원히라는 개념으로 이를 무마하려 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불공정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죄의 기준은 늘 바뀌는데 과거엔 죄였던게 지금은 죄가 아니라면 그 죄로 지옥에 간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저언... 죽으면 그저 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마치 컴퓨터처럼 완전히 끝나는거죠. 물론 사람과 컴퓨터를 비교하는건 아니지마안.."
어쩌다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아미카에게 죽음은 그저 끝, 영원한 깊은 잠 같은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서 아미카가 죽음을 숭상하는 건 아니었다.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잠은 지금밖에 못 잘태니 오히려 더 자두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수영부라, 확실히 여름을 좋아할만 하네요..! 전 물이랑 엄청 친한 편은 아니라 딱 빠져 죽지만 않을 수준인데에.. 멋지네요!"
렌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미카도 자리에서 일어나 렌 선배와 같이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벚꽃을 지나며 아미카는 나중에 또 벚꽃을 보러 올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누구랑 보러 올까..? 그건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아키라의 인사에도 요조라는 숨은 그대로 눈만 깜빡였다. 그런 모습은 그냥 보면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빛은 오히려 관찰하는 기색이었다. 강아지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낯은 가리지만 그래도 관심은 보이는 그런 종류랄까. 어머니인 그녀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아키라의 말에 난처해하지 않고 그저 작게 웃을 뿐이었다.
"낯을 가리는 건 맞지만 경계하는건 아닐거랍니다. 무심한 면이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지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아키라에게서 체크카드를 받아 계산을 마쳤다. 요조라는 시선을 비스듬히 돌렸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거둔 건 아니라서, 그가 뒷목을 매만지다 손을 내리는 모습도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키라에게 카드를 돌려주는 것도 보고 있다가 이름에 대한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대답은 그녀가 했지만.
"네. 애칭이에요. 요조라(밤하늘)이니까 요루(밤), 이 애의 오빠는 마히루(한낮)이라서 히루(낮)이라고 부르고 있죠. 아, 그 쿠키와 초콜릿은 히루의 작품이에요. 그 애는 쇼콜라티에와 파티시에를 겸하고 있어서 올해부터 종종 가게에 나올 예정이랍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전날 매장에 있던 과자와 초콜릿 진열장도 히루의 작품이라고 한다. 호시즈키당을 이을 때까진 독자적인 상품들을 내놓거나 가게를 확장해 따로 코너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여느 어머니들이 그렇듯 잔수다를 떨던 그녀는 요조라가 소매를 꾹 잡자 어머, 하고 수다를 멈췄다.
"내 정신 좀 봐. 미안해요, 도련님. 애들 얘기만 하면 말이 많아져서, 실례했네요. 호호..."
다시금 면목없다는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한 그녀는 원래 했던 부탁이 떠올라 맞다, 라며 말을 이었다.
"참, 요루의 축제 구경을 부탁하는 얘기를 했었죠. 으음. 요루, 안 갈 거니? 아빠랑 히루는 언제 올지 모른단다. 엄마는 자리 못 비우고." "아빠, 더 늦는대... 문자 왔어..." "어머 그렇니?" "그러니까... 갔다올래..."
가겠다고 말한 요조라는 어머니의 뒤에서 나와 들고 있던 작은 스케치북을 맡겼다. 그녀는 스케치북을 받고 한 손으로 딸아이의 머리와 옷깃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용돈이 든 작은 주머니가방을 손에 쥐어주고서 노점 너머로 내보내주었다. 유카타에 샌들 차림을 한 요조라가 아키라가 있는 쪽으로 나와서 아키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샌가 활짝 핀 아이의 낯을 보자, 문득 이 모든 것이 지금에 와선 부질없는 일이란 사실이 새삼스레 상기되었다. 울고 있는 어린 신에게 부드럽게 대해 주고 싶어서 달래주어야겠다는 생각, 이런 마음을 먹어봤자 후나가츠히메의 아들은 이미 천수를 다해 세상을 뜬지 오래다. 생전의 본인에게도 제대로 베풀지 못한 선의를 그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타인에게 주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한순간 자조가 스쳤으나 번민은 없다. 올바른 사리에 맞고 맞지 않기를 논하기에는, 이 모든 일의 첫머리부터 지독하리만치 단단한 합리에서 비롯된 행각이 아닌가. 들려온 말에 후미카는 고개 들어 어린 신을 올려다보았다. 반쯤 걸친 모정이니 무엇이니 해도 결국은 겉으로 보아 제 쪽이 한 뼘은 넘게 더 작으니 그 꼴은 조금은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시이니?"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서로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이야기가 어찌저찌 흐르다 보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와버린 것이다. 후미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뱃놀이 이야기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나는 후나가츠히메라고 불린단다. 이름의 첫 글자는 船자를 쓰지. 이름대로 배와 어업에 관한 일을 맡고 있단다. 이곳에서는 토미나가 성의 후미카라 하고 말이야."
그러며 후미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지갑을 꺼내 계산을 마쳐버렸다. 시이 내면의 속물적 번민에 흔들릴 시간은 주지 않겠다는 듯 신속한 행동이었다. 풍어신은 신앙이 풍족했으니 지갑 사정도 넉넉하다. 현대에 와서도 수산업의 위상은 시들지 않았으며, 외려 산업의 규모만을 따지면 과거보다 다방면으로 증진되었다. 그에 대한 안전까지 덤으로 맡는 데다, 평상시에 사적으로 돈 쓰는 일이 드문 그로서는 계산할 상황이 생기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꽃구경은 우선 먹고 난 뒤에 갈 생각이니?"
라고 말하며 제 몫의 아이스크림에 숟가락을 꽂아 넣는다. 후미카가 고른 맛은 마침 시이가 언급한 말차맛이다. 그는 멀뚱히 제게로 다가오는 숟가락을 바라보다, 머리카락을 흐르지 않도록 넘기고선 한 입 받아먹는다. 알알이 언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녹아가며 뒤섞였다. 트로피칼 후르츠라면서 사실은 과일맛보다는 감미료의 맛이 난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자."
후미카도 아직 먹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퍼서 시이에게로 내밀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이라는 듯, 별다른 말도 없이 건네주는 태도가 영 심심하다.
애초에 한 번 봤는데 이렇게 낯을 가리는 것을 보면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때 본 것은 정말로 짧은 순간이었으니 기억에 안 남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신도 만났던 모든 이들을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사실 그녀의 존재도 호시즈미당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기에 기억이 가능한거였고. 어떻게 보면 그녀의 입장에선 자신은 기억 속에서 애매한 존재. 딱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아키라는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카드를 돌려받으며 그는 카드를 다시 지갑 속에 쏙 집어넣었다. 요조라니까 요루. 마히루니까 히루. 참으로 직설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외우기는 쉽겠다고 생각하던 아키라는 자신이 받은 봉투를 바라봤다. 이 안에 들어있는 것이 호시즈미당의 차기 사장이 되는 것일까.
"그렇군요. 그럼 맛있게 먹도록 할게요. 다음에 가게에 들렸을 때 계시면 한번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학생회에서 먹을 간식을 사기 위해서 자주 갈 것 같거든요. 늘 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 그리고 아니에요. 저희 아버지나 어머니도 제 이야기를 할 땐 대충 그런 느낌이어서. 충분히 이해해요."
결국 부모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식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물론 모든 부모가 그러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호시즈미당의 사장에게 있어서 자식들은 매우 소중한 보물임에는 분명해보였다. 사랑받으면서 자라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다 모녀의 대화 끝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말이 들려오자 아키라의 시선은 자연히 요조라에게 향했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그 역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뭔가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데리고 둘러보라고 해도 말이지. 그래도 일단 부탁받은 거니 어쩔 수 없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소개를 했다.
"일단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호시즈미 씨. 시미즈 아키라에요. 음. 일단 둘러보고 싶은 곳이 있을까요? 저는 그냥 일단 전체적으로 둘러보면서 꽃이나 구경할까 하거든요. 벚꽃이 이렇게 떨어지고 있으니 안 보면 손해기도 하고요."
자신의 원래 플랜을 이야기하며 아키라는 요조라에게 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어쨌든 데리고 다니기로 했으니 하루는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다.
>>666 사후세계라고 해야할지. 인간들이 죽고 나면 기본적으로 영혼인 상태에서 신계로 옮겨져요. 그리고 이제 신계에 위치한 '저승'이라는 곳에서 처분을 기다리게 되지요. 어떤 저승인지는 이제 각 지역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불교식 지옥도 있고 윤회도 있고 그런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믿는 신, 해당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저승, 뭐 기타 등등의 요건에 따라서 죽어서 가는 곳이 다 달라진답니다.
"으응, 머리가 이상한 아타마오카 시이라구 해. 편한 대로 불러줘. 하지만 역시 시이쨩이라고 해주면 기쁠지두. 앗, 혹시 C반의 토미나가? 아아- 들어본 적 있어 있어! 같은 학교였구나아-"
"앗참, 나느은- 음, 조금 부끄럽지만 아메이로누시. 일단은 그렇게 자칭하구 있어. 사탕의 아메여도 좋고, 비의 아메여도 좋아. 이 이름이 훨씬 귀여운걸. 하는 일은 딱히 없구, 아마도 쾌락신이겠지. 어업이라니 역시 미카쨩도 완숙해보이는 일 하고 있구나- 계보 엄청 길어보여. 젠장, 부럽다-! 분명 신당도 새전함도 좋은 나무 써서 좋은 냄새 나는 번쩍번쩍한 녀석이겠지, 으우..."
반갑다는 듯이 꺅, 소리를 내고서는 쉴 새 없이 조잘조잘댄다. 아무래도 평소에 대화할 사람이 시청자 외에는 많이 없는 모양이다. 당연하지, 여자아이들은 튀는 인간을 싫어하니까. 그들의 생리는 둘째치고 무리에 끼워놓으면 불협화음이 생기는 타입인 것이다.
무작정 기대고, 껴안고,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자며 벽없이 구는 시이는 어쩌면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시이는 본인의 들이댐을 잘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쁜 듯이, 말차맛 아이스를 받아먹었다.
"으-음, 맛있어. 유신 이후로 좋은 게 있다면 역시 양이 녀석들의 디저트야. 나 옛날부터 카스테라가 정말 좋았단 말이지. 설탕이랑 젖, 밀가루를 듬뿍 넣어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미카쨩은 그런 거 좋아해? 아님 역시 담백하게 생선좋아합니다, 하는 파려나-"
언제든 방과후에 마주칠 수 있도록 가게에 내보내두겠다고, 그리 얘기한 그녀는 부모님들은 다 같은 법이라며 다시금 유순하게 웃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귀하지 않겠는가. 호시즈키 집안이 조금 유별나긴 했지만, 그건 별개의 얘기일까.
요조라를 노점 밖으로 보내준 뒤 그녀는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마침 다가오는 다른 손님의 접객으로 돌아갔다. 요조라는 노점 쪽을 흘끗 보고 옆으로 조금 비켜났다. 자신이 노점 앞에 있으면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될 테니까. 비켜 서서 아키라를 보다가, 두번째 받는 자기소개에 시선을 옆으로 굴렸다. 아주 잠깐 피했다가 아키라에게 시선을 되돌린 요조라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시미즈 씨... 인사, 저번에, 했으니까..."
요조라의 말은 딱 그 의미였다. 알면서 모르는 척, 낯선 척 했다는 것. 아는 사이라고 얽히는게 싫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저 검은 눈만 봐서는 의도도 이유도 알기 어렵다. 요조라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꽃을, 많이, 볼 수 있으면... 그러면, 좋아요..."
애당초 요조라가 데려가 줄 가족을 기다렸던 이유도 수월하게 꽃구경을 하고 싶어서였다. 체질이랄까 움직임 때문에 혼자서는 사람들 사이를 다니기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매년 이 시기엔 집 지키기만 했지만, 올해는 모처럼 나왔으니까. 동행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지만.
"그리고..."
조곤조곤 하고 싶은 걸 늘어놓던 요조라가 잠깐 머뭇거렸다. 이걸 아키라에게 말해도 되나, 싶은 그런 눈치를 보면서. 이번에도 고민은 길지 않았고 조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 에서... 제일 큰... 벚나무를, 보러 가려고... 했어요... 알아요? 그런 나무가, 있는지..."
알고 있으면 데려가 달라던가, 그런 부탁조의 말은 없어도 이미 머뭇거림이나 조심스러운 말투가 다 드러내고 있었다. 어지간히 보고 싶은가보다, 같은 느낌도 같이.
꽃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고, 더 나아가 가장 큰 벚나무라. 제일 큰 벚나무가 어디일까. 잠시 고민을 하면서 그는 가만히 자신이 아는 가미즈미의 정보를 떠올렸다. 이 나무는 아니고, 여기 이 나무도 아니고. 그렇게 가만히 생각을 하다 어느 한 나무를 떠올리며 아키라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오래된 벚나무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사실,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고 하니 안내할게요. 여기서 그렇게 안 멀어요."
아마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이면 자연히 벚나무들을 많이 보게 될테니 꽃들도 많이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아키라의 생각은 그랬다. 호시즈키 당에서 방금 산 초콜릿 하나를 입에 넣으며 그는 그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조용히 만끽했다. 이어 그는 따라오라는 말을 하며 앞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녀의 걸음 속도가 어느정도인진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평소보다 조금 더 느리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녀가 느리게 걷더라도 따라올 수 있도록.
가는 길목, 길목마다 분홍색 눈은 근처 벚나무에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내일은 저기 저 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이라도 까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방금 받은 봉투 안에서 초콜릿을 하나 꺼낸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하나 드실래요? 전에 보니까 오빠 분이 만든 과자나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혼자서 남은 하나를 먹어도 상관없겠으나 어차피 같이 걸어간다면 나눠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선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을까. 어쩌겠는가. 자신이 주고 싶어서 준 것인데.
머리가이 상해…?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이상한 데까지 있는 이름을 듣자니 후미카도 미미하게 눈을 키우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뭐 어떠리. 그러는 여는 겨울열매향기라는 이름이다……. 본인이 그렇게 지은 거라면 이상할 것도 없지. 풍어신은 납득이 빨랐다.
"A반이란다. 1학년이었니?"
학년이 안 나오고 바로 반을 언급한 걸 봐서는 그럴 것 같다. 아타마오카라고 하면 상당히 특이한 성인데도 들어보지는 못한 것 같다. 이유는 여럿일 테다. 우선 후미카는 주변에 그리 큰 관심이 없고, 교우관계도 나쁘지는 않지만 규모가 협소했다. 빠르게 이어지는 시이의 말에 그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묵묵하게 아이스크림을 한 번 퍼먹었다. 천성이 말수 적고 조용하며, 사회생활의 깊은 곳을 파고들려면 시간이 드는 풍어신으로서는 신이 난 쾌락신의 박자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미카쨩이라 불리게 된 거리감을 따진다든지―이 부분은 아무래도 괜찮긴 했다―, 신당이 번쩍번쩍하지 않겠냐는 말에 맞다고 하면 어쩐지 시무룩해질 것 같다. 어느 말에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어느 부분에서 동의를 표해야 하는지, 혹은 어느 말이 그저 꺼낼 뿐인 빈말인지를 구분하려니 이미 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잠시 의도치 않게 침묵만 하다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기분은 이제 괜찮니?"
복스럽게 먹는 시이에 비해 그가 먹는 속도는 느긋할 뿐이다. 하지만 한 번 휘적거린 아이스크림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녹는 속도가 느리다. 틀림없이 이런 사사로운 일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일 테다.
"담백한 쪽을 선호하지만 옛 방식의 과자라면 싫어하지 않는단다. 단맛을 싫어하지는 않거든. 하지만 요즘 음식들은 갈수록 설탕이 더 늘어나니 너무 달기에 자주 찾지는 않게 되는구나."
요컨대 어르신 입맛이라는 소리다. 아이스크림으로 말차맛을 고른 것도 그래서고. 하지만 싫지는 않다는 말이 사실인 듯 말을 마치곤 또 한 숟가락을 퍼올렸다.
요조라가 말한 제일 큰 벚나무에 대해 짚이는게 있는지 아키라가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요조라의 눈이 아주 잠깐 반짝, 했다. 원하는 대답을 들어서 그럴까? 잠깐의 반짝임은 곧 실바람에 흔들리는 앞머리 사이로 가려진다. 안내한다는 아키라의 말에 요조라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리고 느릿느릿 걸음을 떼어 아키라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키라가 산 초콜릿은 연분홍 벚꽃 모양에 세심하게 결이 그려져 있었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으며 깨물면 잘 말린 산딸기 조각이 살짝씩 씹힌다. 꽃잎은 상큼한 산딸기맛, 잎사귀는 진한 녹차맛으로 손바닥만한 포장지 안에 제법 큼지막하게 들어있었다.
앞에서 아키라가 초콜릿을 음미하는 사이, 요조라는 뒤를 따라가며 길가의 풍경을 감상했다.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보이는 만개한 벚꽃들과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잎들. 그 아래를 걷고 있으면 꽃잎들이 요조라의 머리와 어깨에 얹어졌다. 딱히 털어내지 않았다보니, 아키라가 초콜릿을 내밀었을 땐 이미 서너개의 꽃잎이 장식마냥 머리 위에 얹어져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예상했듯 그 권유는 요조라에게 조금 뜬금없었다. 자신의 가게 노점에서 산 걸 자신에게 권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요조라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며 초콜릿과 아키라를 번갈아 보았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듯이. 결국 유혹을 못 이겼는지 손을 뻗어서 초콜릿을 받아갔다.
"고마워요..."
그렇게 받은 초콜릿을 꺼내 입에 넣자 달콤상큼한 맛이 혀 위로 사르르 번진다. 만들 때 이미 맛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먹으니 새롭게 느껴졌다. 주변 풍경 덕분이었을까. 요조라는 드물게도 먼저 질문을 꺼냈다.
"시미즈 씨는... 신을, 믿어요...?"
상황만 아니었다면 무슨 도를 아십니까로 오해받기 딱 좋은 질문이지 않았을까. 정작 질문한 요조라의 얼굴은 아무 기색도 없이 평온했으니 보면 그냥 묻는건가보다 하고 알 수 있겠지만.
>>743 이거 혹시 그 느낌인가...?? 방울이 울리고 긴 복도의 문이 열리며 일제히 절하는 그거....!!! 하렘 안의 궁중암투...!!! <<이래서 설레발 쳐봤는데 맞았나보네~~!!! 내가 본 일본 역사물이란 오오쿠밖에 없어서(그마저두 요시나가 후미 작만) 일알못이지만 사실 전부터 은근하게 언급되는 시이 성장 배경 보면서 설렜다구😚
벚꽃 모양이라서 그런지 맛 또한 벚꽃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하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이건 딸기 같기도 하고, 또 이건 녹차인가? 조합과 배합이 정말로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절로 감탄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묻어있는 벚꽃잎을 가볍게 털어내니 열 개 이상이 우수수 떨어졌다. 길거리에 떨어진 꽃잎들을 바라보니 한동안 청소하는 이들이 힘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나 지금은 그저 이 풍경을 예쁘게 즐기기로 하며 아키라는 바로 앞에서 불어오는 벚꽃을 약하게 후- 불어 앞으로 날려보냈다.
신을 믿냐는 물음에 아키라는 가만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다시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속도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아주 가벼운 어투로 대답했다.
"굳이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부정하지도 않아요.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하기엔, 이 가미즈미에 흐르는 물은 너무나 특별하니까요. 절대로 마르지 않는 샘을 신의 기적 이외에 설명할 방법은 없잖아요?"
그야말로 무제한에 가까운 물. 어떻게 이게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이건 그야말로 신의 기적이라고밖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굴의 그 샘을 떠올리며 아키라는 고개를 다시 한 번 조용히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있다, 없다. 둘 중 하나를 굳이 꼽아야 한다고 한다면... 있다에 한 표를 던질게요. 그러는 호시즈키 씨는 어떤가요? 당신은 이 가미즈미 마을에 신이 있다고 믿나요? 정확히는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는 전승을 믿나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이외에는 그다지 믿지 않는 전승을 입에 담으며 아키라는 그렇게 질문했다. 그리고 눈을 감은 후 벚꽃잎을 손으로 잡다가 살며시 날려보내며 이야기했다.
"만약 신이 정말로 인간의 모습으로 여기에 와 있다면, 한번은 만나보고 싶네요."
/그리고 그가 소속된 3학년 시트는 아키라와 토와 말고는 다 신이었다고 하더라. (시선회피) 3학년 C반에 신이 3명이나 있다고 하더라.
>>749 ??????????????? 아니 정사 시리즈가 아니라 ts 버전이 모티브였다구....? 이걸 이렇게 맞힐 줄이야ㅋㅋㅋㅋ 사실 나도 그래... 요시나가씨 작품을 먼저 봐서 다른 건 인정하지 못해 에도의 쇼군은 대대로 여자였다....!!!!!! (주: 요시나가 후미의 오오쿠는 남성들만이 걸리는 원인불명의 전염병으로 남성인구가 전멸하다시피 줄어, 여성이 사회 주류가 된 세상에 대해 다루는 일본의 대체역사물 시리즈입니다... 이상 오타쿠 안경 스윽)
>>750 신 캐릭터 앞에서 이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54 오케이~~~~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까 괜찮다구~~!!! 느긋하게 가져와도 된다!! :3
마츠리의 밤벚꽃의 눈보라를 찍은 필름이 까만 채로 카메라와 함께 가방에 넣어지고, 편지의 첫 문장을 어떻게 적을지 고민하던 토와였습니다.
'합의점을 찾기까지 지난했습니다...는 너무 과거에 얽매인 것 같고요..' 아니면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같은 간단한 말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노점에 놓인 패물들을 봅니다. 드림캐쳐도 예쁜 편이고. 세공된 물품들이 보이는 것에 구경하던 때에 옆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것을 집어들려 하자 손을 놓았습니다. ...아마 나비의 날개를 형상화한 듯한 장신구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것?
신을 믿느냐는 물음을 굳이 아키라에게 한 건 이전에 시미즈 가문에 대해 들은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키라가 호시즈키당에 찾아왔던 날이었던가. 그 날 저녁에 부모님에게 들었다. 시미즈 가문은 대대로 이 마을에 머무르며 신의 힘이 깃든 곳을 지키고 관리한다, 였었을 것이다. 그런 가문에서 자란 사람은 신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했었다가, 오늘 마침 묻게 된 거였다.
아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대답을 요조라는 조용히 들었다. 짧은 물음에 비해 매우 친절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되물었다. 요조라는 믿는지,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찾아오는 전승을 믿고 있는지.
"글쎄요..."
요조라의 대답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민하는 모습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아키라가 꽃잎을 잡았다 날려보내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날아가는 꽃잎을 보는 눈은 무슨 생각을 담고 있었을까. 몇 개의 꽃잎을 눈으로 쫓던 요조라가 느릿하게 대답을 꺼냈다.
"믿냐, 아니냐... 있냐, 없냐로 따지자면... 중간이겠죠... 저도, 본 적은 없고, 들은 것만... 많으니까요..."
어려서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두 분은 어린 마히루와 어린 요조라를 무릎에 앉혀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주로 이 마을과 신에 관한 내용이었다. 요조라의 부모님이 가게를 잇게 된 후에도, 남매는 종종 부모님에게 신과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너희는 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들이란다. 그 기질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란다. 그 말도 늘 듣던 말이었다.
"만나고, 싶은... 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있을지도, 라는... 기대감이 더... 좋은 거, 같기도, 해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던 요조라의 걸음이 문득 멈췄다. 길가의 한 노점으로 시선이 꽂힌 채였다. 노점은 간단한 사격으로 경품을 따가는 곳이었다. 그 중 하나가 눈에 띄었는지, 빤히 경품대를 보던 요조라가 아키라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거... 한번만, 하고 가도... 괜찮을까요...?"
일단은 일행이었으니까, 게다가 요조라가 신세를 지고 있기도 했고, 그러니 아키라가 시간이 없다던가 하면 요조라는 그냥 포기하고 지나갈 생각이었다.
"호시즈키 씨는 그런가요? 그렇다면 저도 그렇고, 호시즈키 씨도 있다고 믿어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전승에 따르면 이 마을은 신의 축복이 있었고, 그 축복으로 생명이 싹튼 곳에 세워진 마을이라고 하니까요."
아오노미즈류카미 전승에 대해서는 정말로 아는 이가 적었다. 아마 그녀도 아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그는 추측하며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상 자신들 나이에 신의 전승에 관심이 갈만한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굳이 이야기를 할 것은 없었기에 아키라는 그 정도에서 말을 마치며 그녀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만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길을 가다 보이는 사격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요조라의 모습에 아키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 역시 자연히 발걸음을 멈췄다. 굳이 이것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경품대를 보고 싶어하는 것도 그렇고. 한 번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아니 여러번 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이 마츠리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던가.
"얼마든지요. 가지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경품대에는 꽤 여러 상품이 꽂혀있는 것 같았다. 저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그와 동시에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도 한 번 정도는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몸을 살짝 풀며 살짝 내려온 안경을 위로 슬며시 올렸다.
보통 이런 장신구에는 관심이 없으니 눈이 잘 안 가는 것이지만. 좌판 위 푸른 날개를 펼치고 있는 나비 브로치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걸까. 그 날개의 맥줄 하나하나 표현한 것을 보면 만든 이가 주의 깊게 세공한 것이 역력히 보이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제가 착용할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선물할 것도 아닌데. 한 번 눈에 들어온 것이 그냥 떠나기에는 그 빛깔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라.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드문 소유욕에 손을 뻗던 중, 너와 손이 닿을 뻔 했을까. 후유키 역시 제 손을 떼어내며 고갤 돌려 너를 본다.
추측대로 요조라도 그리 깊게 들은 건 없었다. 조부모님은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지만 남매에게 얘기한 적은 없으셨으니. 다만 축복으로 시작된 마을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역시 딱 조부모가 그것만 얘기해주신 때문이었다.
"믿어서, 손해는... 아닐테니... 조금은, 믿는 쪽으로... 해볼까요..."
요조라도 아키라의 말에 그 정도 대답을 내놓으며 속으로 그래볼까ㅡ 생각하는 것에 그쳤다. 나중에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며.
걸음을 멈춘 요조라가 사격 게임을 가리키며 한번 해도 되겠냐고 묻자 아키라는 얼마든지, 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조금 눈에 띄게 파아앗 하고 요조라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 역시 잠깐이었지만. 일행인 아키라가 동의했으니 요조라는 걸음을 돌려 사격 게임의 노점으로 걸어갔다. 어서옵셔 하는 노점상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요조라가 경품대의 한켠을 가리켰다.
"저거요..."
요조라가 가리킨 건 화구통이었다. 길쭉하게 생긴 통에 붓과 도화지 몇장 정도는 넣을 수 있는 그것 말이다. 통상은 검은색이지만 경품대에 있는 건 겉에 봄꽃들이 다양하게 그려져서 화려하고 고운 외관이었다. 달려있는 끈도 분홍색이라 더 예뻤다. 요조라는 저 화구통이 목표라 말하곤 손목에 걸고 있던 주머니가방에서 동전을 꺼내 노점상에게 건넸다. 긴 공기총과 코르크 탄을 다섯개 받아들고는 아키라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럼... 먼저,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요조라는 코르크 탄을 총구 끝에 꾹 눌러넣었다. 그리고 들어서 화구통을 조준하다가... 방아쇠를 당기자 팡 소리와 함께 탄이 날아갔다. 탄은 과연 목표를 맞췄을까?
150 어린_시절_자캐는_또래_사이에서_키가_큰_편이었다_vs_작은_편이었다 -어... 그러니까 아가거북이었을 때는 동년배 꼬부기들보다 덩치가 큰 편이었지...? 신이 된 후로도 젊었을 적에는 큰 키였어. 지금 모습이랑 비슷한 키였는데 그 시절에는 152cm 정도면 평균 이상이었으니까~ 그래서 미인이라는 느낌은 아니었지~(※그 시절에는 키가 작은 여성을 아름답게 여겼습니다)
360 자캐는_로또를_주기적으로_사는가 -이게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뇨 안 삽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지만 로또의 확률 자체가 가망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본인은 태어날 때부터 극한의 생존경쟁을 뚫고 신까지 됐으니까 말이지.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 :3
319 자캐는_외유내강_vs_외강내유_vs_외유내유_vs_외강내강 -외유내강을 넘어선 외유내기존쎄... •̀ᴗ•̀ 단순히 후미카가 감정에 무디기 때문만은 아니야.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흔들렸을 때도 중심을 잃지 않거든.
그러고 보니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던가.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화구통. 스케치북과 화구통을 묶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진 아키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림 쪽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와 동시에 꽤 예쁜 화구통이라고 생각하며 확실히 저런 물건이라면 가지고 싶을만 하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마음 속으로 공감했다.
"그럼 저도 하나 부탁드릴게요."
그녀가 그런 것처럼 아키라 역시 돈을 꺼낸 후에 주인에게 내밀었다. 마찬가지로 코르크 탄을 다섯 개 받았고 그는 그녀가 먼저 쏘는 것을 기다렸다.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우선 그녀가 쏘는 것을 아키라는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이런 게임이 다 그렇듯이 난이도가 꽤 어려운지 그녀가 쏜 것은 목표를 맞추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모양이네요. 그러면 저도 한 발."
이어 아키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탄을 하나 집어든 후에 마찬가지로 화구통이 있는 곳을 겨냥했다. 딱히 경쟁할 생각은 없었고 뒤로 넘어간다면 그녀에게 기념으로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다른 것들을 노려보면 될 일이었다. 물론 애초에 이 탄알이 저곳에 맞는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신중하게 겨냥해서 쏘긴 했으나 조준이 잘못된 것일까. 탄알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작게 칫. 소리를 내며 아키라는 표정을 살짝 찌푸렸다. 꼭 가져야 하는 물건은 아니었으나 살짝 빗나간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짜증이나 화를 내기보단 아쉬움의 혀를 차면서 아키라는 안경을 살며시 정리했다.
218 자캐는_미신을_믿는가 "믿는다 믿지 않는다, 라기보단 그냥 신경쓰지 않아. 그래서 둘 중에 고르라면 후자겠네." 53 자캐가_학생이라면_교실에서_주로_앉는_자리 "뒤쪽 그늘진 자리. 햇볕은 눈 따가워서 싫어." 347 소중한_사람에게_네가_싫어_라는_말을_들은_자캐는 "그러니. -그 동안 실례 많았어."
묻더니, 쉽게 포기하는 네 모습을 보고서 의문스럽다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연신 깜빡댄다. 네가 포기한다면야 지금으로썬 좋다만.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듯 바라봤을까. 보통 때였으면 같은 반 아이를 위해 양보했을 터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아 이 얼마나 미안한지. 그러니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것이라. 네 장난스런 말에 후유키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선 다시 예의 그 생글생글한 웃음을 띤다.
누가 그래ー 여기 뭐든 잘 안 먹는 사자가 있는데. 아마도 이게 대화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꿈 없는 단잠도 선물하였고, 자기 위해 자세를 잡은 것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데 잠을 방해하는 잠의 신은 없다. 심지어 겨울잠쥐신님이잖아! 봄이니까 봄잠도 자는 거라구! 그러니 잘 자라는 인사 후에는 코로리도 고래 100마리를 세러 떠났다. 손에 겨울향이 묻어나는 것만 같았고, 그래서 고래를 세던 바다가 겨울 바다가 되었다. 눈 내리는 바다에 고래가 한 마리가 수면을 가르며 튀어올랐다가 첨벙 다시 바닷속으로 숨는다. 잘게 부서지며 튄 물방울은 얼음송이가 되었고 고래의 파도에 휩쓸려 녹아 사라진다. 그렇게 반의 반 정도 세었을 때 점멸하던 의식은 꺼트려졌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가늠치 못할 정도로 깊은 잠이었고, 눈 깜박했다고 착각하기 쉬웠다.
"여름이야?"
안 그래도 어디선가 계속 소란스러운 소리가 일어서 잠이 깰락말락하고 있었는데, 어둡기만 하던 체육창고 안에 밝은 불빛이 켜졌다. 밝은 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나 잠에 취해 읊조린 첫마디였다. 봄잠을 깨운다면 여름이 되었으니 그럴테고, 갑자기 비추는 불빛은 여름날 쨍쨍한 햇볕과 같았기 때문이다. 한 팔로는 매트를 짚고서 몸을 지탱해 상체를 일으켰고, 남은 다른 한 쪽으로는 눈을 부빈다. 가물가물하던 시야가 또렷해지면 체육창고의 스위치가 있을 곳을 먼저 바라보았다. 눈 깜박한 만큼 짧은 잠을 잤다고 믿는 코로리에게 이 체육창고의 불을 밝힌 건 겨울잠쥐신님이 아냐?! 이여야만 했다. 예상하던 얼굴이 아니라 다른 얼굴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누군인지 계산하지도 못할 만큼 당황한다. 잠이 들기 전 마지막 기억대로 옆자리를 살펴보면, 매트 아래에 얼굴을 바닥에 박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결 속에서 마저 헤엄칠 새도 없이 들어오는 정보들에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버겁다. 숨고 싶은거야? 쥐구멍 찾는 중인거야?!
"...찍찍이가!"
겨울잠쥐신님이라고 부를 뻔 했다ー! 찍찍이라고 불러냈어! 쥐가 있어서 놀란 척을 하는게 막 깨어 굼뜬 머리로 생각해낸 최선이었다. 놀란 척 일어나다가 온갖 것을 넘어뜨려서 이쪽에는 관심도 없고 아예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게 작전이었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던 탁구공들이 제일 먼저 와르르 쏟아졌다. 두 상자에 나눠 담겨져 있었는데 쥐를 보고 놀라 화들짝 일어난 코로리의 팔과 부딪쳐 한 상자가 밀렸고, 두번째 상자도 밀려서 도미노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수많은 탁구공들이 이리저리 굴러가고 어떤 것은 바닥에 튕겨 날라가며 정신사납다. 이 탁구공 파도로 체육창고에 들이닥친 제 3자의 관심이 돌려지면 좋을텐데! 쥐구멍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 근데 누구지?! 코로리는 직접 쏟은 탁구공을 잘못 밟고 미끄러져 넘어질 뻔도 한다.
/ 불편한 부분 없고 이런 상황도 재밌다고 생각하니까~! ( ´∀`) / 늦게 확인해서 답레 늦은거 미안해 。゚(゚´ω`゚)゚。
"으음.. 아는 분이랑 말투..인가? 분위기 같은 게 조금 비슷하시네요." 학기를 지내면서 많이 변하긴 하셨지만요? 라는 말을 하고는 나비 장신구를 살짝 들어올려 살펴봅니다. 투명한 듯 투명하지 않은 나비의 맥 사이사이에 토와의 눈과 나비장식의 색이 묘하게 섞인 듯한 느낌도 날지도 모릅니다.
"날아다니게 한다면 비현실적인 광경이겠네요" cg라면 가능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장신구를 부드럽게 천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그 옆에 있는 팔찌 종류에도 관신을 가진 듯 눈길이 가네요.
찡얼대는 목소리 치고 악의는 없어보여서 그냥 미소와 함께 받아주기만 한다. 어차피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세월을 살아가는 신들 사이에서 어리고 늙은게 무슨 소용이냐만은 이런걸 보면 조금 체감이 되는듯도 하다. 나도 이럴때가 있었으니까.
" 다행이네. 그럼 나도 일하러 가볼까? "
가방을 챙겨들고 나가는 시이를 보다가 주변 정리를 좀 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빗자루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전히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여준다. 원래 나는 그렇게 말이 많은 신님이 아니니까. 가볍게 뒷정리를 끝마치고서 휴게실을 나오자 다른 알바생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 별거 아니었어. "
별거 아니라해도 집요하게 물어보는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저냥 둘러대면서 다음 손님을 받는다. 아, 근데 오늘은 왜이리 일이 더 힘든것 같은지 ...
시니카는 미스가 아니라 미즈미인데? 하고 천연덕스레 되물어오는 미즈미를 잠깐 어리벙벙하게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마른세수를 했다. ...그래도,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돼서, 시니카는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미스. 영어단어야. 엠-아이-에스-에스. 우리도 누군가를 가리킬 때 무슨무슨 씨 무슨무슨 양 이렇게 부르잖아. 영어에도 그런 표현이 있는데 miss는 미혼 여성을 부를 때 쓰는 말이야. 요즘 와서는 격식있는 자리에서 쓰는 교양있는 표현이 됐지만.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가리킬 때도,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자리에 없는 세 번째의 누군가를 3인칭으로 가리킬 때도 써. 미스 사이카와, 같은 느낌으로."
이런 거 설명하는 거 싫어하는데. 문득 주머니 속의 전자담배를 꺼내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랐으나, 아마도 여기는 금연구역일 테고, 금연구역이 아니라도 이 천막 안에서 낯선 냄새를 피우는 것은 당연히도 실례일 테니 시니카는 욕구를 가볍게 눌러참기로 했다. 익숙하지 않아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오늘 하루는 최대한 이 영문모를 녀석에게 맞추어주는 방향으로 보내야 할 듯하다. 예상치 못하게 맞이한 해괴한 저녁에 대해 시니카가 내린 해법은 그러했다.
"딱히 식사를 할 생각은 없는-표정?"
시니카는 턱관절에 들어간 힘을 뺐다. 스스로 턱관절에 힘이 들어간 것을 자각했을 때에는 대부분 일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때가 많았다. -시니카는 자신을 떠나보내는 부모님의 표정을 떠올렸다. 마치 썩던 이를 뽑은 것 같은 후련한 표정. 시니카는 턱에서 힘을 빼고, 입꼬리만을 끌어올려 비죽 웃었다. ...나쁜 의도는 없었으나, 이게 시니카가 일반적인 경우 지을 수 있는 미소의 최선이었다. 시니카는 노 가드 전법을 계속 고수하기로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퍽 개방적이고 솔직한 태도다.
"이런 가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뭐 괜찮아, 같이 가주기로 약속한 건 나고, 이제 와서 약속 바꿀 생각은 없으니까."
인간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미즈미는 모를 수도 있겠다. 이런 곳을 좋아하는 손님들만이 이런 곳을 찾기에 다들 즐거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 같은 것을. 그러나 시니카 역시도 모르는 것은 있었다. 예컨대 눈앞에 있는 이 동년생의 정체라던가. 미즈미를 그저 자신의 같은 학년의 소녀 정도로만 알고 있기에 그런 사실까지는 헤아리지 못한다.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작은 균열이 점점 그 몸집을 불려간다.
"주문은, 뭔가 마실 것으로 할까. 커피... 카푸치노가 있네. 이것으로 할게. 샷 추가로."
# 시니카주의 제안 (잡담스레에서 시니카에게 해당이 많이 되는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미즈미주가 시니카를 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 어떤 화제를 꺼내면 좋을지 추가해두어 :3 어디까지나 팁이니까 참고로만 삼고, 아래의 팁과는 무관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어) 1. 유식해 보인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려나? (이후 공부를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파생할 수 있습니다) 2. 커피를 좋아하는 걸까? (취향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신화에서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과 비슷하다. 감정을 느끼고, 엉뚱한 생각을 하고, 실수를 하고, 속아 넘어간다. 신화에서 종종 나오는 이 부분은 절대적인 신도 인간과 다를 바 없으며, 이로 하여금 인간이 절대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친숙함을 느끼는 장치로 존재한다. 간혹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는 범주의 행동을 보일 때가 있어도 최소한의 인간성 때문에 인간은 공포를 떨칠 수 있다.
다만 무상영령 설화는 인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상영령의 모습은 이유도 없고, 감정도 없어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신의 감정과 생각 자체가 서술되지 않고 인간의 시점에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무상영령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미지의 것이자 초월적인 공포로 인간을 미치게 하는 재앙신으로 알려졌으나, 잊혀진 설화 속에서 서술되지 않은 것이 있다.
무상영령이, 처음부터 재앙신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인간들이 그 사실을 고의적으로 빼놓은 것인지, 차마 본인들이 저지른 추한 행실을 기술할 수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880 아앗 사실 관전만 하고 있었는데 이거는 꼭 전해줄까해서 잠시 들렸어 사실 지금 누웠고 곧 자러 갈까해 인사는 스루해도 괜찮다~!
일단 제안해줘서 고마워 ㅋㅋㅋㅋ 둘 다 좋아보여! 내일 답레쓰면서 차차 고민해볼게 그리고.... 사실..... 잡담스레에서 보고 나도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시니카주는 너무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일단은 상황 자체도 미즈미가 끌고가는 상황이고 응응 전혀 어렵지 않았으니까!
혹시 시니카주도 이거 무슨 의도냐, 아니면 일상에서 이 부분 스루된 것 같다 싶으면 편하게 말해줘 내가 주로 밤에 답레를 쓰기도 하고 문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답이 뒤죽박죽할때가 많거든......
>>>내가 주로 밤에 답레를 쓰기도 하고 문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답이 뒤죽박죽할때가 많<<< 미즈미주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시니카주의 뼈가 산산조각이 났는가 자기 전에 시간내줘가면서까지 따뜻한 말 남겨줘서 고마워 :3 나도 그런 부분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물어볼 테니 미즈미주도 답레 잇기 어렵다 생각되면 주저없이 말해주기야.
그렇지만 역시 시니카가 제일 많이 고민해야 할 이야기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구.. :3
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아무말 중인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잠에서 막 깬 상태인 것일까, 혹은 이 손님의 나른한 페이스에 지독하게 말려버린 것일까. 아무래도 둘 다라고 생각되었다.
" 아, 영어를 잘 모르시구나. 그러니까, 사랑 편지. 그런 뜻이에요. 우리 말로 번역하니 영어보다 훨씬 더 로맨틱하네요. "
외관만 봐서는 나와 비슷한 나잇대 같은데 러브나 레터 같은 간단한 단어를 모를 수 있나? 하는 의문이 가슴 속에서 잠깐 피어올랐지만, 나도 영어는 잘 못하니까~ 라는 식으로 얼버무려 넘어갔다. 분명히 이상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이미 손님의 페이스에 휘말려들었으므로.
" 어떤 내용이냐고요? 슬픈 첫사랑, 그런 느낌? 책은 읽지 못하고 그것을 각색한 영화로 봤는데, 눈물 참느라 진땀을 뺐어요. "
진짜로 울진 않았어요! 라고 급히 뒷말을 덧붙였다. 친구들이랑 영화관에서 재개봉한 것을 보러 갔는데, 그 전에 '이런거로 울지 않는다'고 말해버린 탓에,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무진장 깨물었던 기억이 생생히 났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그 때 미처 울지 못해버려 책을 읽으면 엉엉 울어버릴까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고.
자신 있게 쏜 것과는 별개로 코르크 탄은 목표의 근처에도 못 갔다. 본디 이런 건 첫발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법이라지. 사실 요조라는 이런 게임에 약했다. 요조라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맞추지 못 해서 아쉬운 건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더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네에..."
아키라가 쏘겠다고 하자 요조라는 살짝 옆으로 비켜서 자리를 만들었다. 그도 하겠다고 했을 땐 그냥 갖고 싶은게 있나보다 싶었다. 과녁이 될 만한 상품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아키라가 겨누는 자리가 화구통인 걸 보고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조라가 분명 저걸 노린다고 했는데, 아키라도 같은 걸 노린다? 보통이라면 대신 따서 주려나 보다 하겠지만 요조라는 오빠가 있었다. 그것도 매우 짖궂은 오빠가.
간식 먹을 때 일부러 남겨놓은 딸기를 홀랑 먹어버린다거나, 갖고 싶은 물건이 한정판이면 먼저 사버려서 재고를 없앤다던가, 매번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지 좋을 때 교문 앞에 와서 상주하고 있다던가 등등. 오빠로부터 당한(?) 일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경계심부터 들었다.
아, 생각해보니 아키라도 연상이다. 분명 3학년의 학생회장이었나 그랬는데. 일순 설마 학생회장이 그러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한번 켜진 경계심의 스위치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 탓에 요조라는 빗나간 아키라의 탄을 보고 속으로 안심했다.
"그... 러게요... 아, 에, 네..."
요조라는 안심한게 뜨끔해서 말을 더듬거리며 다시 자리를 잡았다. 침착하자. 침착. 속으로 자신을 진정시킨 요조라가 코르크 탄을 총에 끼우고 화구통을 조준했다. 내가 먼저 발견한 거니까 내가 가질거야. 드물게 소유욕이 발동되고 있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통에 요조라만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어색한 대답이 돌아오긴 했지만 아키라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말투는 처음 만날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던 것 같으니까. 아무튼 아키라는 요조라가 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하지만 2번째 탄도 아무래도 실패로 끝난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맞추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며 아키라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이대로 쏘기만 하면 그냥 다 실패로 끝날 것 같은데. 총에 살짝 조작이 되어있거나, 혹은 총탄이 잘 못 날아가게 뭔가 설정이 되어있다던가. 이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하니 그냥 순순히 상품을 따게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던 아키라는 일단 총알이 어디로 발사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주 살짝 옆으로 겨냥했다. 화구통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인형 쪽으로 이렇게 하면 총알이 다른 방향으로 휘는지, 아니면 정면으로 제대로 발사되는지 알 수 있었을테니까. 그렇게 잠시 날카롭게 앞을 겨냥하던 아키라는 총알을 발사했다.
뿅. 작은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던 총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빗나갔다. 인형마저도 빗나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면으로 바로 날아가게 제작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거 골치 좀 아프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무래도 총알이 정면으로 바로 발사되는 구조는 아닌 모양이네요. 약간 엇나가게 세팅이 된 것 같은데. 그걸 감안해서 쏘면 좋을지도 몰라요."
나름대로 요조라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아키라는 그녀가 다음 것을 발사할 수 있도록 살며시 옆으로 비켰다. 허나 시선은 화구통 쪽으로 쭉 향했다. 다음번에는 일단 맞춰나보자. 라는 심리를 살며시 품으며.
/생각보다 맞추기 힘든 다이스! 하지만 이러니 재밌지요! 아무튼 답레를 살짝 남겨놓을게요!
그런 말은 흔하게 들었다. 인간이든 신이든, 자신은 무엇을 하든 반응이 미미하니 대부분은 다가왔다가도 난감해하며 멀어지기 마련이다. 풍어신은 자신이 객관적으로 유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까지 아이스크림을 사준 것밖에 없는데도 기분이 좋아졌다니, 그러고자 한 일이라지만 이것으로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귀엽다는 말은 더더욱 들어본 적 없고. 후미카는 공연스레 숟가락질을 하며 남은 아이스크림을 모두 처리했다.
시이의 외침에 그는 하릴없이 손을 흔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말릴 만한 사안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목적이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후미카는 시이가 가져온 그것들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서둘러 가져온 만큼 표면이 마를 새도 없이 훈기 도는 당고다. 싫어하지 않는다 말했으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틀린 말은 아니니 기특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의기양양한 얼굴을 마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게도 무감각하다. 틀림없이 웃어준다면 시이는 기뻐할 테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다. 즐겁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이는 단지─ 마음에 든 이가 좋아하는 듯한 것을 곧장 가져다주려는 그 행동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유기(乳氣)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정 얻고 싶고, 사랑받고자 하는 순수한 욕망. 그렇기에 웃을 수 없다. 이런 때에 해묵은 후회가 겹쳐진다.
"그래, 고맙구나. 앞으로는 더 좋아하도록 마음먹어 보마."
그러니 한 치의 변화 없는 무표정한 낯으로, 후미카는 발끝을 들었다. 손을 높이 들어 시이의 뒷머리를 쓰다듬듯 가지런히 쓸어주었다. 무감하지만 매정하지는 않고픈 마음이 전해졌길 바란다. 별달리 말 없는 공치사가 한동안 이어졌다. 발끝이 저려올 정도는 충분히 되는 시간동안 그렇게 있은 후에야 후미카는 제 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세 접시로 나온 당고 중 하나를 집어 시이에게 쥐여주려 했다.
"너는 좋아하니? 양이 많으니 느긋하게 먹어야겠구나. 계속 서 있기도 무엇하니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어떻겠니?"
이왕이면 꽃구경할 자리를 찾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말이야. 한 마디를 덧붙이며 그도 당고 꼬치 하나를 집어들었다. 시이에게 주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조용히 물러날텐데, 그렇지 않은 상대를 만난건 오랜만이다. 사실 이 유치한 기싸움은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실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입부원서를 남발하고 다녔을때, 달랑 낡은 컴퓨터 한 대뿐인 부실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결과는 당연히 입부 거부. 그때 날 내쳤던 게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관심 밖에 있는 일은 금방 까먹고 마니까.
어쨌든 신경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선배에게서 과자나 뺏는 녀석이 되고 싶진 않았으니까. 겉모습만 닮은 반쪽짜리 양키일뿐이지. 그렇게 조용히 끝날까 싶었지만 점원 앞에 팔락이는 지폐 틈으로 과자봉투가 쑥 들어온다. 빵빵한 봉투 위로 동전 몇닢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이젠 대놓고 내가 더 빨랐다는 둥 내리까는 눈빛을 흘기며 새치기를 해버렸다.
“하? 졸린 눈이 먼저 손을 뻗었지만 이캬멘이 조금 더 빨랐던 모양이네요. 유감~”
계산이 끝난 과자를 집어들고 티알피지 마스터를 흉내내듯 능청스레 한마디를 흘린다. 악의 없는 장난이라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기분 나쁠수도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재수없게 흘려대는 눈빛에 이미 답이 보였다.
줄줄줄 제 앞의 어린 인간이 내뱉는 말에 나는 머리가 멍해진다. 그러니까 엠-아이- 아, 영어를 말하나보군.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향연은 폭력에 가까웠다. 나는 세심히 정보의 가닥을 잡아 꼬이지 않게 잘 정리해두기로 했다. 이런 점에서 인간사는 항상 어렵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하다 시니카에게 제안한다.
"어려워- 시니카 엄청 똑똑하구나? 인터넷에 나올법한 설명을 잘도 하네. 혹시 영어 잘해? 나는 영어 하나도 못하거든. 헉, 시간 되면 나 가르쳐도 되겠다! 와-!"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였음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너랑 함께 있고 싶다다-'를 티 내어줘야 성공하는 게 연애라고 했다. 나는 모르는 척 밝게 웃으며 박수를 마구 쳤다. 다만, 방금의 억지는 단순 연애사업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은 큰 걸림돌이었다. 코가 높고 눈과 머리색이 밝은 인간들은 우리와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다. 웃기는 점은 우리가 그놈들의 언어를 익혀야한다는데에 있다. 햄버거고 핸드폰이고 죄다 그놈들 언어라니 따를 수 밖에 없는 것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석연치 않은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괜히 비 맞은 중처럼 속으로 궁실거렸다. 어디 괜찮은 인간이 날 도와주면 참 좋을텐데 마침 그 괜찮은 사람이 바로 시니카처럼 보인다. 일단 이 인간은 제게 설명도 잘해주고 화도 안내고 성정도 착한 것 같다. 갑자기 주먹을 날리거나 짜증내지 않은 점에서 그랬다.
"아앗- 이상한 표정. 그거 웃은거야? 그래도 나 시니카 그렇게 입꼬리 올린 거 처음 봐! 좀 더 자주자주 웃어보는 게 어때? 웃음에 익숙해지면 좋잖아."
어째서 저린 표정을 짓지? 나는 또 알 수 없어 고개를 기울인다. 제 나름대로 인간의 표정을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입꼬리가 올라가면 웃는 것이니 기분이 좋은 것이고, 입꼬리가 내려가면 기분이 나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인의 표정을 헤아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입꼬리를 올려놨으니 웃은 것이라 판단하고 후에 차차 고민해볼까. 나는 물음표로 적힌 상자에 기억을 집어넣고 시니카를 따라 웃었다. 인간들은 감정을 교류한다 들었으니 상대가 기쁘면 나도 기쁜거다. 나는 시니카와 달리 자주자주 웃어서 웃음이 어렵지 않다. 역시 연습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말이 참말이었다.
이런 가게가 흔치 않으니 익숙하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내가 이해해야지. 일단 같이 먹어주겠다니 더는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나는 가볍게 생각했다.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은 제 몫이 아니었다.
"좋아- 그러면 주문할게!"
나는 여전히 저희 옆에 서있는 인간 여자에게 오무라이스와 샷 추가한 카푸치노를 시키겠노라고 전했다. "네- 주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생글생글 말하며 웃는 종업원의 모습이 참 곱다. 이내 등을 돌려 떠나는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요상스러운 옷의 형태였다. 요즘 옷 답지 않게 치렁치렁 무언가가 많이 붙어있는데다가 쓸모없는 천의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나이 많은 내가 이해해주기로 했다. 나는 오픈 마인드 뱀이니까. 응응. 천막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 나는 잠시 그쪽에 시선을 두었다. 벚나무 아래에서 서로 즐거운 사람들끼리 연신 애정을 속삭인다. 그 애정은 가정의 형태를 띨 때도 있고 친구의 형태를, 또 어느때에는 애인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문득 나는 우리의 관계가 다소 삭막하지 않나 생각한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시니카를 보았다
"그래서 시니카- 모처럼 사쿠라 마츠리인데 설레지 않아? 아니면 뭐 보고 싶은게 있다거나."
모르는 인간들의 놀음에 괜히 조급해진 것일까, 나는 탁자의 몸을 숙이고는 시니카에게 실없는 말을 툭 내뱉는다. 인간 속을 어떻게 판단하겠냐마는 제가 감히 판단하건데, 시니카는 썩 봄꽃을 즐기는 것 같지 않았다. 과연 신이 공들여 만든 달과 별을 보아도 아름답다 생각할지 의문이다.
#요즘 여러모로 문체가 고민이라 아예 1인칭으로 바꿔보는데... 미즈미가 오만하고 잘 모른다는 느낌이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혹시 아 얘 재수없다 싶으면 미안해 내가 잘 표현 못한거야,,, 그리고 자꾸자꾸 길어지는데 그냥... 잘 처내고 짧게 보내줘도 좋아 분량조절 잘 못해하는 편이라 너무 신경 안 썼으면 좋겠어 ㅋㅋㅋㅋ
다들 옷쓰~ 날이 좋네 후미카주 답레는 확인했어 아아... 할머니 까치발 귀여워 퇴근하고서나 답레 줄 수 있을 것 같네 이제 주중이니까 텀이 엄청 길어질거야 멀티를 구해보는 것도 지루함을 처리할 방법으로 추천해둘게 후후... 사쿠라마츠리를 이런 귀여운 할머니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기뻐 방긋
>>9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있는 신 캐릭터중에 원숙한 친구들이 많기도 하고 말이지~ 오호 그렇구나... 그럼 혹시 레몬사탕 브랜드 같은 것도 따져? 맨날 먹는 데서 나온 것만 먹는다든지...
음~ 누가 화나게 한 상황이라면 제대로 사과하면 금방 가라앉아. 포인트는 >제대로<겠네. 도게자까지 바라는 건 아니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확실하게 사과하기만 하면 되는데, 상황을 무마하려고 대충대충 하면 큰일 나는 거지~ 인간관계 때문이 아니라면 좀 가라앉을 때까지 떨어져있는 게 나아. 열 받을 때 누가 옆에 있으면 괜히 예민해지는 터입이라서~
>>949 오타루는 자기가 가미즈미의 러블리 엔젤보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왜곡) 궁금한 게 있는데 오타루 거울 보면서 오늘도 멋진 나!✌🏻←이러고 있을 때 갑자기 화장실 불쑥 들어온 어른들한테 들키면 어떻게 해?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은?" 사이카와 미즈미: 일상 중 발추 "아~ 고멘고멘~ 나 남친이랑 데이트 있어" 에- 나랑 썸... 타는 거 아니었나? 아무래도 이건 좀 당황스럽단 말이지. 아니면 인간은 원래 남자친구 하나 여자친구 하나 이렇게 둬도 괜찮은 거야? 나 이해 안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제일 큰 애정 표현은?" 사이카와 미즈미: 이것저것 선물주려하지 않을까요? 음... (고민) 역시 모르겠다. 그 사람이 나한테 해주는 걸 따라하면서 결정해볼까요-
>>967 왜 미즈미 썸 많이 타고 있어 일단 후보군으로 보자면 1. 자신에게 주기적으로 문자보내주는 스팸원 2. 자신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전화 상담원(사기꾼) 3. 일단 여자친구 자리는 비었다니 어찌되든 괜찮지 않을까 불꽃헤녀 4. 매일매일 자신이 사준 메론빵을 먹고 싶다는 양키 친구 (미즈미가 듣고 감동 받음) 정도이려나
ㅋㅋㅋㅋㅋ 에- 무리무리 청춘 봄꽃 누가봐도 사랑 안하면 안될 것 같은 가미즈미 고교에서도 못했으면 대학가면 교수님이랑 데이트할지도
>>968 ㅋㅋㅋㅋㅋ 좋아 노력해보겠어~ 꼰대 미즈미 가랏~! 그렇지만 일본 헤녀도 만만찮지 않게 불꽃이잖아 둘이 키스하고 볼뽀보하고 이마에 뽀뽀하고 다른 놈들 찾아서 떠나버리잖아 나 마음 아프다고 우와- 얼떨결에? 직장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사내 연애를 노릴 수 밖에 없으려나~
>>966 어재 올렸던 시이 목떡 노래 부르는 상상 했어 왠지 무대는 킹받는 포즈 댄스 할 것 같아
킹 받 아 !
>>969 이 험한 세상에 이렇게까지 후보군이 많으면 어떡해? ㅋ ㅋㅋㅋㅋㅋㅋ 맞아... 뽀뽀하고 나중에 평생 같이 살자 하지만 그것도 찐우정에 불과함... 이건 인간들도 헷갈릴 만하다 ㅋ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미즈미 이러다가 인간나이로 할머니 될 때까지 인생체험 하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