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뜩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빠르게 몸을 뒤로 돌리자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리본의 색으로 보아 1학년. 현 학교의 분위기를 물어보기엔 딱 좋은 대상이었으나 그녀가 물어온 질문이 너무나 당황스러웠기에 그의 사고는 미처 그곳까지 닿지 못했다.
"꽃을 꺾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이요? ...이 꽃이요?"
지금 이곳에서 꽃이 있다고 할만한 곳은 화단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곳에도 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저 꽃을 꺾을거냐는 물음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여긴 원예부가 관리하고 있는 화단이니만큼 멋대로 꽃을 꺾을 순 없죠. 애초에 선물을 할 거면 꽃을 꺾는게 아니라 꽃집에 가서 꽃을 사는 것이 낫다고요. ...애초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예정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한 물음인만큼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1학년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는 학생회장인 시미즈 아키라. 학교의 분위기를 둘러볼겸 해서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그러는 당신은 원예부 학생인가요?"
밤에는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낮에는 학교에 가서 얼굴만 비추고 내내 잠을 잔다. 이것이 요조라의 최근이자 고교생활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하고도 변변한 대화나 교류 같은 없었지만, 요조라는 별 생각이 없었다. 대화는 하교 후에 가족들이랑 해도 충분했다.
"다녀와... 어요..." "아, 요루 왔어?" "응, 오빠..."
보통은 하교해서 가게로 하면 엄마가 있곤 했는데, 오늘은 오빠 마히루가 있었다. 마히루는 진열장에 방금 나온 듯한 화과자들을 채우다가 돌아보고 요조라를 반겼다. 요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가 진열장으로 다가갔다. 아직 진열된 봄 시즌 메뉴와 방금 넣고 있던 화과자들이 그 안에서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다.
"오자마자 간식 찾는거야? 그러다 살쪄도 모른다? 네거 따로 빼서 카운터에 두긴 했지만." "그런 건... 바로 바로 얘기해..."
졸린 눈으로 보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요조라를 보고 마히루가 짧게 놀리면서도 카운터에 요조라 몫의 간식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요조라는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대면서도 카운터로 걸어갔다. 든 것도 없는 가방은 대충 카운터 밑에 밀어놓은 요조라가 자리에 앉아 예쁘게 담긴 간식 접시를 앞으로 당기고 있으니, 마히루가 빈 쟁반을 들고 요조라를 지나쳐가며 말했다.
"나 안에서 아버지랑 얘기 좀 하고 온다. 먹고 있어." "응..."
아마 그렇게 길지 않을테니 금방 올 거라 생각했다. 그 사이 설마 손님이 오겠어, 라고 생각한 요조라였지만, 언제나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었다. 입에 문 과자 하나를 다 먹기도 전에 열리는 문을 보고 요조라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카운터에 기대 앉은 채로 방금 들어온 손님을 향해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호시즈키당 안은 매우 심플했다. 당고와 경단, 도라야끼, 그 외의 화과자들이 즐비한 커다란 냉장 진열장이 하나, 수제 초콜릿과 과자, 사탕 등등이 보이는 작은 진열장 하나가 내부의 전부였다. 단골에게는 익숙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낯선 그런 구조일지도. 요조라는 한켠의 카운터석에 앉아 턱을 괴고서 손님을 응시하고 있었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가 인상적인, 남학생에게 시선을 지그시 꽂으면서 말이다.
그녀의 말의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아키라는 이 꽃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고개를 힘껏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내밀어진 벚꽃 가지를 그는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이건 또 어디서 가져온거람? 확실히 벚꽃이 필 시기이긴 했는데 이 근처 나무에서 꺾어온 것일까? 일단 이 부분은 주의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벼운 주의를 주듯 이야기했다.
"예쁘긴 한데 하지만 함부로 꺾거나 하면 안된다고요. 다음부터는 주의해주세요. 일단 이건 고마워요. 이미 꺾인 거니까 죽지 않게 최대한 보관해야겠네요.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지만."
화분에 물을 넣고 꽂아두면 되나? 아니면 화분을 하나 사서 둬야하나? 나중에 원예부 학생들과 만나서 조언을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정성스럽게 그 가지를 꼬옥 잡았다. 아무튼 그녀가 자신의 소개를 하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리본 색에서 알 수 있었으나 역시나 1학년인 모양이었다. 카미야 마사히로. 그럼 카미야 씨라고 부르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럼 카미야 씨로 부를게요. 그보다 키라키라는 뭔가요? 확실히 한자로 쓰면 빛과 관련된 한자이긴 하지만...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1학년은 잘 모르죠. 그래도 이렇게 봤으니 기억은 할 것 같지만요. 이런 것도 받았으니."
선물인지, 아니면 그냥 주은 것을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꽤 인상에 남는 사람이 아닐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신의 안경을 살짝 손으로 올리면서 정리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말에 그는 살며시 도끼눈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째서 선물을 안 한다는 것만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것이 되는건데요? ...혹시 1학년들 사이에 사랑이야기가 퍼지고 있나요? 어.. 이 근처에 사랑과 관련된 신사가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연애 관련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사랑에 관심이 많은 것이냐고. 한 번이라면 모를까. 두 번이나 관련으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더욱.
화과자점 내부는… 뭔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과자 올린 진열장들이 매장을 꽉 채우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모양이지. 달랑 두 개 밖에 없는 진열장을 가득 채운 화과자들을 보면.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카운터에 앉아있는 점원이다. 다크서클이 깊게 낀 눈에 피곤한 얼굴을 한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쇼의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였다. 뭐, 부모님 대신 가게를 보고 있기라도 한 거겠지. 쇼는 인사를 건네오는 점원을 보고 살짝 목인사를 해보인다. 그리고 입구에 놓인 쟁반과 집게를 들고, 진열장으로 향한다.
당고, 경단, 도라야끼 같은 전통 과자들부터 초콜릿, 사탕, 과자까지… 없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정도. 살짝 배가 또 주려온다. 얼른 사들고 기숙사로 돌아가야지.
진열대 앞에서 쇼는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닌 시간동안 머무른다. 이윽고 진열대를 벗어난 쇼의 쟁반에는 여러 과자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저러다 떨어트리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카운터까지 걸어온 쇼가 약간 힘겨운 몸짓으로 쟁반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 계산해주세요."
혹시 이 맹해보이는 점원이 계산하는 걸 까먹을세라 덧붙이는 말. 그새 쇼는 외투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낸다.
토미나가 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스스로_포기한_것은 -흠... 생각해봐도 딱히 없음!
자캐의_글씨체를_서술해보자 -샤프나 볼펜같은 현대 필기구로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석적인 글씨? 초등학교 입학 때 궁서체 따라 썼던 것처럼... 정말 딱 폰트처럼 정석적인 필기체야. 붓글씨도 옛날 기준으로는 정석적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우와 고풍스럽다~😲 정도는 돼.
자캐가_웬만해선_안_보여주는_표정 -애초에 표정변화가 없다……😐 그나마 쉽게 볼 수 있는 표정은 눈썹 들어올려서 의문 표하기, 그리고 미미하게 인상 찌푸리는 얼굴 정도? 웃는 얼굴은 본 사람이... 아니 신이라도 1500년 동안 세 손가락 안으로만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어🤔
"으음. 그런 거에 첨언해서 의도를 훼손시키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학생회 산하라서 의무라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라고 말하면서 상당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야.. 토와가 있던 고교는 학생수가 적었으니까... 당연히 동아리활동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성이 토와에요." 가볍게 말하며 그러면 이번엔 이름을 물으신다면 엔이랍니다. 라고 하면 '엔'인지. '엔이'인지 헷갈릴지도 모르잖아.. 3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는 말에 야사이를 애매한 표정으로 잠깐 바라보다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니까요" 저는 입학 후에 2년동안은 엄청 긴 시간이라고 느꼈거든요. 라고 가볍게 말하다가 과감함이라는 말을 듣자.. 입을 가리며 쿡쿡 웃나요?
"아. 그거는 자의 반 타의 반이었거든요." 안타깝게도 시골의 분교라.. 학생이.. 별로 없어서 결국 폐교되는 것도 반이었고요. 라고 말하며 자의는 역시 도쿄같은 큰 도시의 고교로 가는 게 아니라 여기에 온 것도 있겠네요. 라는 말을 하는 토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