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친해지지 않은 새학기의 교실은 조금 숨이 막혔다. 물론 아는 얼굴들도 있었지만, 다들 아직까지는 숨을 죽이고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양새였다. 인간관계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친구와 함께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점심시간, 평소같으면 친구들과 같이 장난을 치며 먹어야 정상이었지만.. 괜시리 선생님의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죄로, 교무실로 선생님의 노트북이 담긴 가방을 옮겨 주는 심부름을 하고 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늦게 밥을 먹게 되었다. 아직 점심시간은 느긋하게 남아 있었지만, 이미 아이들이 치열하게 밥을 다 먹은듯 했다.
매점에서 간단하게 컵누들을 사온 뒤, 먹을만한 장소를 찾다, 반가운 뒤통수를 발견한다. 길고, 머릿결이 그닥 좋진 않은 금색의 머리. 작년 같은 반이었던, 경음악부의 오토하 쇼였다. 엄청 친해~ 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말을 하고 있는 사이.
때는 점심시간. 학생들이 가장 활기를 되찾는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수업 내내 책상에 퍼질러서 자는 쇼도 이때만큼은 정신을 차린다. 배고프면 움직일 힘도 없다. 그러므로 밥은 제때제때 먹어줘야 한다.
학생들이 바글바글 몰린 매점을 뚫고, 도시락 하나를 겨우 건져서 나온 쇼. 교내 식당으로 가 한 구석 남은 빈 자리를 차지한다. 식당은 한참 시끌벅적한 때라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오늘의 식사는 새우튀김과 돈가스, 기타 반찬들이 올라간 매점 도시락. 밥을 한 술 크게 뜨고, 자른 돈가스를 콕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특별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먹을 만은 하다.
도시락 판을 반쯤 비웠을 때, 옆에서 어떤 인기척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샐러드 반찬을 뒤적거리던 쇼가 고개를 돌린다. 낯익은 학생이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아오키 츠무기였나? 그렇게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름 정도는 기억할 줄 안다.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 시이가 날카롭게 던져오는 책망에도 불구하고 류카의 대답은 나긋나긋했다. 소녀의 손은 물러나는 일 없이 자신보다 조금 더 키가 큰 소녀의 뺨과 눈가에 남은 흔적을 슥슥 닦아내어 주었다. 머리 위로 기울인 투명한 비닐우산 너머로 먹구름이 가실 기색이 없는 야속한 담천이 펼쳐진다.
"그러나 그대를 놀리는 이는 없으니 안심하여라."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 소녀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지금 온 얼굴에 번진 화장을 두고 짤을 찍거나 움짤을 따거나 하는 막돼먹은 시청자는 없다. 하굣길에는 우산을 푹 눌러쓰고 자기 발 딛는 곳을 바라보며 빗길을 가기 바쁜 아이들이 띄엄띄엄 있을 뿐이었으며, 그 중 시이에게 눈을 두고 있는 것은 지금 시이의 앞에 다가와서는 얼굴에 번진 화장을 닦아주는, 키 작은 2학년생 하나뿐이다. 새하얀 수건에 화장품 얼룩이 묻어났지만 이 이름 모를 2학년생은 딱히 개의치 않는 듯했다. 왼쪽 가슴팍을 보면 아메미야雨宮라는 성씨가 새겨져있는 명찰이 달려 있다... 지금 시이를 이 꼬락서니로 만든 게 비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 야속한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구나 최악의 날을 맞이할 수 있는 게지. 화내도 슬퍼해도 좋으니라. 이 또한 지나갈 테니."
그래도 이 이름모를 신이 대충 어떤 부류인지는 알 것 같다. 한껏 느긋하고 태평하기 그지없는, 산 같거나 구름 같거나 하여튼 얄미울 정도로 평온한 이런 태도는 시이가 흔히 틀딱 신들이라고 부르는 족속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눈가에 번진 얼룩들이 다 닦이자, 하얀 머리카락을 후드 사이로 늘어뜨린 신은 손수건을 주머니에 폭 집어넣었다. 그러나 시이의 머리 위에 기울어진 우산은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살짝 앙탈을 부리는듯한 말투로 농담을 했다. 어쨌든 같이 밥을 먹을 녀석을 구해서 참 다행이다. 무심한 말투지만, 원래도 무덤덤한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했으므로 내 동석이 달갑지 못한 눈치는 아닐 것이다.
" 그럼 사양않고 앉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앉아있긴 하지만. 사실, 같이 먹을 녀석을 구하기 어려워서 진땀뺐어. "
나는 미리 뜨거운 물을 넣어둔 컵누들의 뚜껑 비닐을 벗겼다. 돈에 비하여 가성비 있기로 유명한 컵누들이었다. 무엇보다 면이 많고, 나루토 어묵도 간간히 들어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간은 조금 내 입맛에 비하여 밍밍했지만, 소스를 넣어 먹으면 괜찮았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소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 오. 오토하의 도시락, 꽤나 알찬데? 부지런하게 매점에 다녀왔나 봐. "
돈까스, 새우튀김, 샐러드. 다음 점심 시간에 저걸 먹어야겠다고 미리 마음속으로 찜을 해두었다. 많이 먹어야겠지~ 자라나는 고등학교 2학년의 검도부원과 보컬이라면.
츠무기의 말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번 점심시간은 좀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항상 혼자인 식사 시간에 누군가가 끼어들었으니. 그래도 꺼려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좋은 건 아니지만.
"네 친구는 다 어디 갔길래."
츠무기의 말에 쇼가 의문을 표한다. 아오키처럼 교우관계가 원만한 학생이라면, 원래 밥 같이 먹을 친구 정도는 있겠지. 근데 지금은 어쩌다 따로 떨어져선…
하나 남은 새우튀김을 마저 입으로 가져가 꼬리는 떼고, 오물오물 씹는다. 그와 동시에 츠무기의 컵누들 뚜껑이 열리며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풍겨나온다. 쇼는 슬그머니 고개를 그쪽으로 돌린다. 여전히 무심해보이는 눈빛을 하고서. 맑은 국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걸 보니… 갑자기 뜨끈하고 기름진 국물이 마시고 싶다. 저녁에 라멘집을 들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도시락으로 시선을 옮기는 쇼다.
"굶으면 안 되니까."
먹던 새우튀김을 삼키며 쇼가 대꾸한다. 굶거나 평소보다 적게 먹으면 속이 허하다. 그러면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여러모로 불편하니까. 그래서 점심시간엔 꼭 빠지지 않고 밥을 챙긴다.
그거야 둘이 같은 반이니까 모를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반이니까 자연히 얼굴은 볼 수밖에 없을테고 아. 같은 반 아이다. 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을테니까요! 음. 그리고 세제거품범람이야 아마 아키라도 학생회장으로서 들은 것은 있겠지만 딱히 그것으로 말을 꺼내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렇다면 상황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토와가 학생회실에 오진 않을 것 같고 전학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키라가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확인겸 말을 거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 같긴 한데 말이에요.
새학기가 시작되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슬슬 학생들도 적응할 때가 되었고, 새롭게 선출된 학생회 멤버들 역시 일에 적응할 때가 되었다. 순리적으로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아키라는 학생회 일정이 적혀있는 공책을 덮은 후에 책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딱히 남들에게 보이면 안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많은 이들에게 보일 필요는 없었다. 수학여행지라던가, 축제 계획이라던가, 컨셉이라던가 기타 등등. 참 많은 것들이 기록되어있고 회의 내용도 가볍게 적혀있기도 했으니까. 이를테면 방학 중에 한 번은 갈 연수회라던가. 물론 어디까지나 학생회 멤버들 한정이었지만. 아무튼 대략적으로 정리를 마치며 그는 시계를 바라봤다. 점심시간이 아직 조금 남았고 가볍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럴 때 자신의 반으로 전학을 온 아이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지금 이 시기에 전학을 오는 3학년은 어딜 가도 보기 힘들었고, 상당히 민감한 시기인만큼 적응이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이 누군가. 학생회장이 아닌가. 그렇기에 지금 이것을 체크하고 신경쓰는 이는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이어 그는 엔이 있는 자리로 향한 후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점심이에요. 토와 씨. 전학오고 며칠이 지난 것 같은데 학교에는 잘 적응하고 계시나요? 아. 시미즈 아키라에요. 혹시나 이름을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같은 반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다 아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요전에 깨달은만큼 그는 가볍게 자신의 소개를 먼저 했다.
'평화로운가...' 토와는 새학기가 시작된 이후로... 평상시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생활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가미즈미라는 조금 큰 도시에 온 덕인지. 여러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가게나 그런 쪽이 매우 가까이 있어서 편해졌지요. 점심시간에 도시락 가게에서 샀던 도시락을 다 먹어갈 즈음에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을 바라봅니다.
"음.. 시미즈 씨도 좋은 점심 되셨나요" "학교의 적응은 괜찮아요" 좋은 점심이라는 인사를 건넨 뒤 적응에 관해 괜찮다고 말하려 합니다.
"기숙사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말은 하지만 침묵이 조금 있었던 것은.. 아마도 세제거품범람 사건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지금은 나아졌습니다.
"오늘은 급식이 꽤 맛있었거든요. 매일 오늘처럼 나오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테고... 조금 아쉽네요. 아. 저, 학생회장 일을 맡고 있거든요. 아무튼 학생회장이 되면 뭔가 이것저것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급식에 대한 불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학생회장이 된 이후 관련으로 알아봤지만 그건 일개 학생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그 부분은 좀 더 위, 그러니까 성인들이 담당할 문제였기에 그 부분으로서는 역시 조금 아쉬움을 느끼며 그는 고개를 괜히 도리도리 저었다. 허나 그럼 뭐하겠는가. 올해도 급식 바꿔달라는 말은 분명히 들어오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년 학생회장에게 그 고생을 맡기기로 하며 그는 곧 생각을 정리하고 마쳤다.
아무튼 학교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적어도 적응을 못해서 끙끙대는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이니까. 허나 기숙사 생활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침묵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 어느 쪽이건 자신은 기숙사생이 아니고 사감도 아니니 별로 신경 쓸 것은 없지 않나 싶어 그는 굳이 그 부분을 캐묻진 않았다.
"다행이네요. 토와 씨는 3학년이고 지금 막 전학 왔잖아요? 입시로 바쁠텐데 새로운 곳에 오면 아무래도 적응이 안되고 민감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생회장으로서도, 그리고 같은 반 멤버로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형식적일지도 모르는 말이었으나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형식적인 말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아직 그가 도시락을 먹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식사 중이었나요? 죄송해요. 다 먹고 쉬는 중인 줄 알았거든요. 마저 드세요. 어서."
"...그런 곳보다는 여기가 훨씬 나을 거라고요. 확실히 훨씬 더 큰 곳이고 백화점도 더 크고 놀이동산도 있고, 번화가도 엄청 넓고, 가게도 엄청 많고... 어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세다보니 뭔가 어느 한 부분도 이기는 것이 없지 않나 싶어 아키라는 순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깜빡이며 두 손을 파르르 떨면서 아키라는 뭐가 없나 생각을 하며 정말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분명히 하나쯤은... 이라고 생각을 하나 정작 도쿄에 뭐가 있고 뭐가 없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그야 여기서 도쿄는 거리가 있었고, 그곳으로 가본 적은 그다지 없었으니까. 살면서 두 번 간 것이 고작이었기에 자세히 아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가, 가미즈미 온천과 가미즈미 스파는 여기밖에 없어요."
결국 자신의 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 두 가지를 대면서 그는 괜히 오른손을 자신의 허리춤에 올리면서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가미즈미 마을의 주요 산업인 온천과 스파는 바로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일단 전승으로는 성스러운 샘에서 흘러나온 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도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명소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아키라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적어도 도쿄와도 지지 않을 거예요. 크기도 크고, 있을 건 다 있으니까. 워터파크도 유명하고. 여기."
무상영령無狀影靈은 달이 뜨지 않는 날이 되면 모습을 드러내는 신으로, 신神이라고는 하나 보통의 신처럼 인간에게 우호적이라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그 모습 보는 즉시 눈이 멀어버리거나 미쳐버린다 하는 등 부정적인 재앙신에 가깝다. 과거, 사람들은 공허함 속에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기 때문에 어둠 속에도 존재한다 믿었고, 이 때문에 그 하루는 일찍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무상영령의 모습에 대해서 전해지는 민담은 많은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어두운 공간 자체가 되어 수백 개의 눈을 뜬 모습, 테노메, 혹은 단안單眼의 인간 형상, 그리고 얼굴이 소리코蘇利古에 쓰이는 가면을 본땄으나 입이 존재하지 않으며, 뿔에 수십 개의 눈이 달린 거대한 사슴의 형상이나 후자는 역사학자 사이에서도 실존하는지 의문인 '사쿠라 히메'의 주장이기에 의견이 분분하다. ……(중략) 전승상 사쿠라 히메는 귀족 집안의 독녀로, 아름답기로는 으뜸이라 많은 사람에게 구애받았으니, 얌전한 성품과 더불어 예술에도 많은 재능을 보여 뭇사람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사쿠라 히메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무상영령의 전설을 믿고 달 뜨지 않는 날 밤을 새웠으며, 무상영령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방 한편을 일렁이던 호롱 불이 꺼질 듯 바람이 불고 나타났고, 사쿠라 히메는 무상영령에게 손을 뻗었다.
훗날 '무상영령이 달 뜨지 않는 날 나타나는 이유는 보기보다 수줍음이 많기 때문이다'라며 웃곤 하였다 전해지나, 사쿠라 히메의 집안이 몰락했고 홀로 남았기에 드디어 미쳐버린 것이라는 멸시만 남고 쓸쓸히 죽었다는 전승과, 무상영령의 신체神體에 손을 댄 대가로 부정한 기운을 받아들여 요괴가 되었고, 이를 무상영령의 탓이라며 날뛰다 죽임 당했다는 전승이 내려져 온다.
엔의 말에 아키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첫번째였고 마치 자신이 온 것이 정말로 영광이라는 것인양 말하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사실상 이 학교에서 그를 오라고 한 적은 없지 않던가. 아니. 오라고 했었나? 그 부분은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 부분은 자신이 아니라 더 윗선들 이야기에서 나올 말들이었으니까. 허나 조금 떨떠름하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약간 장난스러운 것 같긴 하지만.
"왜 가미즈미인가요? 도쿄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열 명 중에 아홉명은 그런 기회가 있으면 도쿄로 갈 것이라고 그 역시 생각했다. 가미즈미 마을을 좋아하는 자신으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도쿄가 여기보다 훨씬 좋은 환경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편차치라던가 그런 것은 자신이 관여 할 바가 아니었다. 교사나 이사장들이 신경쓰고 관여할 바였지.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 그 부분은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다.
"여기에 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아. 아뇨. 꼭 알아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편차치가 높다면, 도쿄에서는 자기 학교로 오라고 난리였을텐데."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아키라도 솔직히 알 방도가 없었다. 허나 굳이 여기로 온 것에 대해서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혹시 온천이나 스파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감을 반쯤 가지며 아키라는 엔의 눈동자를 똑바로 주시했다.
도쿄에는 가지 못할 이유. 그것이 뭔진 모르겠으나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면 아키라도 굳이 캐물을 이유는 없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나 달리 말하자면 장난스럽게 넘기고 싶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인만큼 굳이 깊게 캐물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정도로 끊다가 이내 들려오는 말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토와 씨. 혹시 주변에서 허당끼..있다고 말 듣지 않아요?"
직구로 던지면서 아키라는 엔의 모습을 가만히 살폈다. 자신이 말해놓고 바로 저렇게 부끄러워하다니. 생각보다 딱딱하진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조금 신기하게 그를 바라봤다. 자신이 들은 이야기는 뭔가 되게 어려운 문제집을 푼다 정도였으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그래도 마냥 딱딱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다 살짝 기대감 가득 찬 눈빛을 엔에게 그대로 비쳤다.
"그렇죠? 그렇죠? 여기의 '물'과 관련된 산업은 절대로 도쿄에게 뒤쳐지지 않아요. 누가 뭐라고 해도 여긴 신의 샘이 있는 곳인 가미즈미니까요. 도쿄나 다른 곳에서는 물의 질부터가 다를 거라구요. 여름이 되면 워터파크도 제대로 열리는데 전국에서 사람도 꽤 오고..."
불길이 불온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 정신은 이미 현세를 벗어나 저 신의 나라로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육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양팔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기에 꿈결과 같던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거 봐, 내 말대로 됐잖아. 모든 것이 당신이 말 한대로 되었어. 그래, 그렇지만……. 그만두자. 말로 내뱉는 것은 의미를 가진다. 아직도 선명하기 나의 기억이 읊조리는 이름을 따라서 조금씩 숨이 멎는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그 뒤를 따르고-
웃지않는 내가 그곳에 있었다. 높은 하늘에서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입학식이 가까워 졌던 봄의 오후였다. 세상을 얼렸던 한겨울의 냉기가 가시고 조금씩 꽃망울이 틔워지는 시기 아직은 완만하게 땅에 내리쬐는 빛은 늘어지듯 그림자를 늘렸다. 그림자는 바람을 타고 달려 태양이 지쳐 쓰러지는 것과 함께 풀밭을 파도치게 만들었고, 그 속을 한 명의 여인이 함께 거닐고 있었다. 노부를 대동하고 길을 가는 여인은 한 손에는 새하얀 프릴이 달린 양산을 든 채로 아직 채 냉기가 가시지 않은 개울가에 발을 담근 채로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저 멀리 땅 위에 펼쳐진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여인은 맨 다리를 휘둘러 물을 살짝 차고는 가벼운 움직임으로 몸을 돌려 노부에게 다가갔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여인은 노부와 눈을 맞추고는 슬며시 웃어 보였다.
“거기도 그렇지만- 여기도 상당히 많이 변했네요. 아카땅.” “으음, 와본 적도 없으면서 그러는 건 변하지도 않았구먼. 하나땅.”
두 사람은 그리 말하고는 가장 커다란 바위에 앉은 채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에노발의 야행열차 내린 순간부터- 아오모리 역은 눈이 날리고” “북쪽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도 말없이 거센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네”
노래를 한 뒤 여인은 자랑스러운 듯 흥에 겨워 콧노래를 이어갔고, 노부는 저 멀리 마을을 바라보았다. 산, 그녀와 노부 역시 그러했지만 많은 신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제 몸을 숨길 생각이 없는 것 같은 동물의 신부터 그녀나 자신과 같은 식물의 신들까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햇빛을 받으며 인간의 모습을 취한채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본 여인은 문득 이렇게 중얼거렸다.
“인간에게 있어서 신은 독이 될 뿐인데도 이리 모여버리는 거네요.” 여인은 계속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카땅, 집은 정했나요? 한번 들어보세요. 저, 이 나이에 엄마가 생겼거든요! 인세에서 제법 부를 쌓은 대단히 노력가인 아이랍니다. 덕분에 이번에는 제법 커다란 집에서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인의 말을 끊고서 바람이 움직였다. 그렇지, 그런 신도 있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보이는 이는 걸음을 멈춘채로 개울가에서 여인과 노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인은 소년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냈지만 이내 소년은 다시 사라질 뿐이었다.
“…이곳은 저런 이들이 오는 거라네. 원래라면 내 자네에게 무어라 할만한 처지는 아니기는 하다만 그것도 백년 전까지의 일이지. 이미 아내도 있지. 하나땅, 자네도 상당히 나이 값을 못하게 되었구먼.”
그나저나 자네는- 노부는 그렇게 말하며 여성이 찾아온 산 너머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여러 산을 넘어선 곳. 아직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여러 신들의 소음.
“멀쩡한 집이 있으면 거기에서 배필을 구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구태여 이 멀리 가미즈미까지 올 필요가 있는겐가?” “그야 있지요. 이유를 나열하면 수 만가지 정도가 있지만- 구태여 한가지를 정하자면, 올해에는 제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아이가 나올까 해서 일까요? 오사카, 도쿄. 홋카이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더 많은 종류의 인간이 있지만 그쪽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판단 보류라고 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쩐지 한숨이 섞인 듯한 여인의 목소리에 노부는 그건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신이 누구인가. 이전에는 분명 달랐으나 지금은 어쩐지 많이 모자란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신- 즉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신이든 인간이든 시간은 유한하지. 우리가 살아있다 하여 끝나지 않는 세계가 아니니. 끝나는 순간에 그대처럼 아름다운 신이 혼자였다면, 필히 웃기는 이야기일테지.”
그렇겠네요- 여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그렇다면 아카땅은 역시 저를? 안된다구요 불륜은. 저도 역시 천벌을 내릴거랍니다.” “…하나땅 자네는 참으로 멍청하구먼. 네가 머무는 그 집이 내 것인데. 애초에 네게 생긴 그 [어머니]의 배필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 그녀도 역시 현인신이거늘.” “그러고보니 없었네요. 어머, 혹시 알고 있는건가요? 신계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나다만.” “응?”
"허당기.. 없습니다." 세제를 한 통을 다 넣어서 세제거품범람을 일으키거나. 청소를 하겠다고 다다미 바닥에 물을 촥촥 뿌려버리거나. 컵라면 물을 넘치게 담아서 스미다강*도쿄의 강 이냐!라고 하거나 전자레인지를 녹여버린 사태는 있었지만요. ....응 이거만 봐도 허당 맞는데? 그런 말을 한 걸 깨닫자. 얼굴이 더 붉어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맙니다...
"물과 관련된 산업이 뒤처지지 않는다면.." 여름에는 좀 살만하겠네요. 라고 고개를 숙인 채 말하는데. 좋은 것을 들었다는 듯한 목소리군요.
"좋다면 좋은 거죠." 체험할 기회가 있다면 바로 알 정도일까.. 라고 생각하며 좀 진정된 얼굴을 듭니다.
>>104 시미즈 가는 딱히 신을 모시는 집안은 아니고 단지 신의 기운을 품었다고 전해지는 물이 흐르는 동굴 근처에 세워진 신사를 관리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이 물 덕분에 우리 가미즈미가 올해도 잘 지냅니다. 이런 느낌으로요!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도 그렇고 아키라도 신의 존재는 모른답니다. 그리고 그 선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걸요? 그렇게 설정하셔도 괜찮아요!
>>105 뭔가 잘 읽다가 마지막에 응? 하는 표정을 지어버린 제가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마사히로는 마사히로대로 베필을 찾는 것에 대해서 꽤 진심으로 나갈 모양이로군요!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아무튼 뭔가 장난스러움과 당당함이 잘 섞여있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온 반응은 적대감과 비슷한 느낌. 너무나도 예상외의 반응에 이제는 오른팔로 몸을 막는듯한 동작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에게 '걸려온 싸움은 피하지않는다' 라고 말 할 기개정도는 있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나 그러기에는 그녀의 기세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게대가 '네녀석' 이라니 이번학기에서 들은 적도 없는 엄청난 말이었다. 그러고보니 눈이 좀 빨간색이 아니었나?
"옙."
기분이 별로 안 좋다는듯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성을 부르는 그녀의 말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빨간색 눈과 흰색 머리카락이라면 추론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 그녀가 알비노라는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사실이 중요해보이지는 않았다. 지금의 말에 대해서 소홀히 대하면 뭔가 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미래가 보인다고 할까. 혹은 그런 선택지가 보였다고 해야할까.
"잔심...인가요..?"
그녀의 말을 풀어서 해석하면 이 잔심이라도 재현하지 못했다면 그녀가 휘두른 죽도에 의해 머리를 가격당했을거라 이건가? 이 학교의 검도부는 의외로 스파르타 방식인가보다. 도망칠 타이밍을 계산해두자.
"이것이 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진지한척 말하며 땅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건 요즘 유행하는 이세계전생판타지애니메이션에서 나올법한 대사 '아아, 이것은 ㅁㅁ 라고 하는것이다.. 일본에서는 흔하지.' 였다. 그리고 그는 바닥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없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런 평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기 멋대로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허당끼가 있다고 해서 나쁠 것은 또 뭐겠는가. 오히려 인간미가 있어서 자신은 그런 쪽을 선호했다. 무조건 완벽한 것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인간미가 있는 것. 그런 이를 대하기 쉬웠고, 그런 이와 대화하는 것이 좋았다. 애초에 자신 역시 그런 타입과 다를바 없는 부족한 타입이었으니까.
"그래요. 그래요. 성스러운 샘은 절대로 마르지 않고 계속해서 이 가미즈미에 물을 제공해주니까요. 온천과 스파의 물도 전부 그 물을 이용하는거고."
말을 꺼내다보니 어째서 물이 마르지 않는건지 그는 순간적으로 의문이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부터 단 한 번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하긴 한건가? 무슨 원리인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굳이 자신이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곧 의문을 저버렸다.
"말해두는데 물에 이상한 짓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시미즈 가의 이가 아니면 접근 금지에요. 거긴. ...뭐, 근처에 있는 신사까지라면 구경해도 상관은 없지만요. 호타루마츠리 때는 다 개방되기도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되려나. 그에 대해선 아키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작년에는 폭우가 너무 쏟아지는 바람에 취소가 된만큼 올해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 날씨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마츠리이기에 올해는 별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기왕이면 올해 새로 이곳에 온 그에게도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물론 자신이 같이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
뭐지? 공부 중독인가? 문제집을 꺼내는 모습에 그는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편차치가 높다더니 그냥 심심하면 공부만 하는건가?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럼 지금부터는 공부에 집중하실 생각인가요? 토와 씨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은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공부를 하겠다는데 옆에서 계속 말을 거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이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간섭할 이유는 없었다. 적어도 주변에 벽을 쌓고 공부만 하는 이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으니까. 허당끼가 있다는 것도 아무래도 확실해보이고. 그것을 안 것만으로도 지금 이 대화는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어쨌든 적응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다음 교시를 준비. 그러는 게 좋겠네요. 간식을 사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애매하고, 점심도 먹었으니 다음 시간에나 생각해봐야겠어요."
사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간식을 사러 갈 생각은 없었다. 아직 호시즈키당에서 산 간식이 조금, 자신의 학생회장 전용 책상에 남아있었으니까. 허나 같이 마실 차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오늘은 방과후가 되면 카페에 먼저 가서 홍차를 하나 사서 가져와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역시 홍차를 먹으면서 그런 화과자를 먹는 것이 정말 제일이었으니까.
"그럼 공부 열심히 하시고, 혹시 학교 생활을 하다가 불편하거나 힘든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찾아와요. 학생회장 권한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와줄테니까요."
그 정도 당부를 하며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꽤 귀여운 면이 있는 전학생이라고 생각하며.
/ㅋㅋㅋㅋㅋㅋ 당황한 토와 귀여워요! 내가 허당끼를 보았다!! (이거 아님) 아무튼 이렇게 막레를 드릴게요! 일상 수고했어요!
작고 어린 손이 날아갈 듯이 가볍게 허공을 훑고 지나간다. 그곳은 틀림없는 허공인데, 마치 무언가 있는 것처럼 손끝으로 쓰다듬는 손길은 되레 당연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 쇼헤이는, 아직까지 엄마- 엄마- 하고 찾기 일쑤라서. 다른 사람만 보면 엄마 다리 뒤에 쏙 숨는 건 분명 귀엽지만, 슬슬 독립심을 키워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소학교 1학년이고."
무언가를 건드리듯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 미아레 씨는 그것을 보다가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토메소데 자락이 살랑인다.
"..저는, 아이가 아이답게 있는 것도 몹시나 중요한 일이라 보아서요. 물론 집안마다 교육 방침은 다르고, 함부로 가타부타 말 얹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 아이를 보면 꼭 그런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더 아이다웠으면 어땠을까. 엄마 손을 잡으며 나란히 걸은 것도 이제는 꽤 옛날의 일이니까요...."
아이가 쪼그려 땅을 짚고 무언가 헤아리듯 손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이라 하기엔 알 수 없는 직선과 곡선의 연속이지만, 미아레 씨는 그것이 가문에 전해져 오는 술법의 일종임을 안다. 아무렇게나 휘갈긴 듯한 곡선도 사실은 능숙하게 흘겨쓴 초서草書다. 미아레 씨조차 처음에는 가까스로 알아챘다.
"그렇게까지 혼자 다녔어요? 그건 내가 몰랐네. 음... 집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걸까요? 역사도 독보적이고, 굉장한 명문이니까."
엄숙하게 교육을 받은 탓이거나, 유전적인 영향이어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흙 묻은 손을 탁탁 털고 눈앞에서 딱, 딱, 딱, 세 차례 손가락을 튕긴다. 저것은 어떠한 의미가 담긴 동작인 건지. 미아레 씨는 간혹 제 아들임에도 아이가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저도 처음에는 내력 탓인가, 자연스러운가 했는데 가문 사람 말을 들으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에요."
기재라고 말했다. 메이지 유신 이래로 없던 기재라고 그들은 칭송했다. 첫째조차 듣지 못했던 소리다. 또래 아이들이 기운차게 웃으며 뛰노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이야말로 유기乳氣로, 일반이다. 당연한 일인데 자신에게는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쇼헤이 군은 무엇을 하고 노나요?" "우리 아이는..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친구들과 한참 뛰고 땀범벅이 돼서 돌아오기도 하고, 그런데 뭔가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 엄마 대신 부엌을 차지하기도 하네요. 정말, 친구한테 만든 과자 그냥 나눠줘도 좋은데 엄마 허락을 자꾸 구해서 가끔은 골치가 아파요." "그래도 좋은 취미가 아닌가요. 저희 아이에게도 조금 더 또래다운 취미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미아레 씨는 가끔 무서웠다. 자신에게만 멀게 느껴질 뿐이 아니라, 어느 날 아이마저도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되어... 모든 것을 멀게만 느끼고야 마는 것은 아닐지. 그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 훌쩍 건너가고 마는 것은 아닐지, 실로, 실로 무서웠습니다.
생각하면 그이도 가문에 의해 자라다가 기어이 가문에 의해 떠나간 것이었으므로.
".........마츠루, 이만 돌아가도록 해요."
붙임성 좋던 또래 엄마를 보내고 이제 미아레 씨도 아이를 불렀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는다. 듣지도 않는다. 아이는 단지 손을 멀리 뻗었다.
"마츠루."
날아가는 한 마리 새조차 없는 창창한 하늘. 손을 거두며 돌아보는 아이는 새삼 지나치게 낯선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푸른 홍채는 술에 취한 듯 기이하며 가운데 박힌 점은 적빛보다도 붉어 사뭇 아찔하기까지 하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양 눈을 휘어 웃었다. 미아레 씨는 하릴없이 눈을 감고야 말았다.
“ 그게 말야, 심부름 잠깐 다녀왔더니 다들 이미 점심을 먹었더라고. “ 아쉽게 됐지만.. 오토하군이랑 먹는 것도 좋잖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젓가락을 뽀갰다. 이런.. 한쪽이 다른쪽보다 훨씬 더 비대한, 이상적이지 못한 모양으로 쪼개졌다. 사실 젓가락이 못생기게 쪼개졌다고 먹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기분이. 그래, 액땜인거로 쳐야지. 다시 컵누들을 휘휘 섞기 시작했다.
“ 오토하군은 혼자 먹는 편? “
그러고보니, 오토하군은 친구들과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혼자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이른바 선택형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속으로 그런 성격과 밴드의 보컬이라는 점이 잘 어우러져 멋진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 혹시나 한 젓가락 하고 싶으면 말해! “
잠깐 오토하군의 시선이 나의 컵누들에 머문 것을 캐치하고는 말했다. 이 컵누들, 면이 얇은 대신 양은 많은 편이니까, 한 젓가락 정도 나누어줄 수 있었다. 그 정도는 점심시간 외로운 영혼이었던 나와 같이 밥을 먹어준 보상으로 당연히 줄 수 있었으니까.
"평생의 목표를 처참하게 실패했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돼?" 야사이 카즈네: 큰일이네. 정말 평생을 건 목표였다고 한다면 죽어야 하는 거 아닐까. ...아, 내 얘기? 적어도 실패를 만회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해.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 뭐든 나 혼자 죽고 끝나는 일은 이제 없으니까.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199 무서운 이야기가 실화라면 조금 무섭지 않은가요? 말투는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202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라는 느낌인데요?! 뭔가 쿨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왠지 쿨가이 관우 짤이 떠오르는 거에요. 그래도 뭔가 영역 안에 있는 사람은 잘 챙겨줄 듯한 느낌?
>>203 음음, 계시다면 시시콜콜한 잡담이라도 해요 아미카주!
>>208 위엄이 없는 이유는 아직 비밀이에요! 진단이 담백한 이유는 야사이가 신날 질문이 없는 탓에...
>>211 사실 개인적으론 신 캐릭터들이 다들 해줬으면 한답니다! 핫도그 먹을 때 매번 케찹을 흘리면서 신의 위엄을 발휘할 수 있을 갭모에 캐릭터가 있을 것 같단 말이죠. 그걸 위한 표니까요. 청룡열차(물리)라니 무섭지 않나요! 안 죽어요! 단지 질문이 무거워서 답변도 무거워졌을 뿐이니까요!
"고백을 거절하는 방식은?" 류카: 확실히 말하느니라. 여의 사랑은 억겁만큼 무거워서, 쉬이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노라고.
"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가족은?" 류카: 고쿄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구나. 류카: 다시 한 번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 문안인사를 드릴 수만 있다면...
"어느날 일어나 보니 너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져 있어. 그럼 어떨 것 같아?" 류카: 여가 사라져본 적은 있다마는. 류카: 참으로 고약한 질문이구나. 류카: 여는 날씨의 신, 천하의 이들을 살피기 위해 태어난 신. 그런데 삶의 의미를 하룻밤 자고 일어났다는 것만으로 잃는다는 것은... 류카: 어렵지만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될 문제겠지. 생각해 보겠다.
음. 그리고 이전부터 아키라와 선관을 짜고 싶어하는 분들이 보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일상을 돌리지 않고 있으니 혹시나 이야기라도 나눠보고 싶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물론 꼭 억지로 접점을 만들어야한다거나 그런 것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관계로... 안 짜도 되는 거니까 굳이 손들고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신을 살피듯 이어지는 조금은 가라앉은 듯한 한 마디 말 없는 눈빛에 스즈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곤 덩달아 고개를 내려 자신의 채비를 살폈다. 빨간 치마에 하얀 상의. 흔히들 '무녀복'이라고 부르는 그것. 별 다른 이상없이 정갈하게 차려입고 신을 만나러 왔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스즈는 '저기' 하고 운을 떼려다가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하다는 말에 아하하- 하고 조금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 괜찮아 괜찮아! 예쁜 마음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미나미 신사는 항상 열려있으니까. 예쁜 마음을 가지고 왔다면 신 님께서도 분명 좋게 봐주실거야. "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나쁜 마음이 아니고 3월 벚꽃처럼 예쁜 마음을 지니고 왔다면 신 께서 그 마음을 살펴보지 않으실리가 없을테니까. 스즈는 항상 그렇게 배워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이 늦은 시간에도 일을 하냐는 말에 스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 음.. 그래. 어떻게 보면 일일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일단 나한테는 일이 아니야! 여기서 사는건 아니지만 거의 여기서 살다시피 하니까.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여기서 지내는 시간만큼 신 님이 나를 보살펴주실테니까. "
한 번도 신에게 화답을 들은 적도, 그 모습을 본 적도 없으나 스즈는 진실하게 그것을 믿고 있었다.
" 조난? "
농담따먹기라도 하자는 걸까. 스즈는 그래..? 하고 조금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은 조금 당황한 것이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었으니까. 이런 식의 농담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른다. 뒤이어 농담이라고 생각해달라는 말에 '그러지 뭐~' 하고 사람 좋다는 미소를 지어보인 것은 덤이었다.
" 아무튼! 다시 한 번, 미나미 신사에 어서와. 나는 미나미 스즈. 여기서 지내는 무녀야. "
무녀. 스즈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아직 신과 독대한 적도 없고 행사 따위의 것을 직접 주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여러 잡일이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스즈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주워 가지런히 정리하곤 다시 뒤를 돌아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 있지, 내일은 배가 나가는 날이야. 그래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 그 분들이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바다에서 풍어신께서 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허락해 주시기를. 분명 전해졌을거야~ 그렇지? "
테츠야가 마지막에 잔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죽도가 머리를 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완전히 장담은 할 수 없지만서도...
다만 그랬다고 한다면 테츠야는 지금 병원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 분명하며 시로하도 정학내지는 모종의 징계를 피하지 못했을 터다. 가미즈미 고교의 룰은 신에게조차 통용되는 엄격하고도 무서운 것이다. 그러므로 마찬가지로 테츠야가 검도에 대해서 실제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해코지를 당하는 일은 없다. 미처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고 죽는 일은 없다.
"아니, 틀렸다."
그리하여 대신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단호한 부정으로,
"태어나서 삶의 반평생, 일야몽중으로 검을 붙든다 하여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를 일문자도 제대로 긋지 못하는 고교생이 어찌 구전만으로 깨우친다는 것이냐. 아니면, 그대는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전생장수라도 된다는 말이냐?"
라며, 오히려 담담한 기색으로 말해보이는 것이다. 준비된 자조차 쉬이 깨달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르침과 공부라는 것의 속성이 본디 그런 것인데, 검의 길이라고 달리 피해갈 수 있겠는가. 특히나 칼이란 적당히 주방에서 굴러다니기만 하면 만사형통인 현세에 있어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쇠퇴한 도의 자세를 비웃는다 하여, 가벼이 배움에 임한다 하여, 누가 감히 탓 할 수 있을까. 정세의 흐름이 그런 것을. 그 또한 도검의 신이라는 위치에 있는 자가 마주해야 할 필연이었다.
"―하여 체험은 여기서 끝인게야. 진땀빼며 따라온다고 고생이 많았구나."
하가네가와 시로하는 이 자리를 마무리하려는듯 질문있느냐, 라고 물으며 테츠야를 닫힌 눈으로 쳐다보았다.
굳이 손까지 이마에 대어주며 어필했는데 죽은자의 온기라니. 더이상 얘기하는 것은 입만 아플것 같아서 그저 어깨만 한번 으쓱해보일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갔을텐데 오늘은 무슨 생각이 들어서 참견까지하는지.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긴 했지만 내가 먼저 말을 걸고 가버리는 것도 이상해보이니까.
" 그쪽이 말이 적은건 아닐까 싶네요. "
내가 말이 많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 그래도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거니까 상대방이 느끼기엔 많아 보일지도 모른다. 미끄럼틀에 등을 기대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자 크고 작은 별들이 수놓아져있다. 누군가가 매일 똑같은 밤하늘을 보는데 질리지 않느냐고 물어왔고 나는 그저 고개만 저어보였다. 답할 가치조차 없는 질문.
" 먹는거 ... ? "
보는건 그렇다치고 먹는거라니. 별을 먹어봤다는걸까. 나도 못먹어본 별을 먹어본 이 소녀를 잠깐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아까부터 대화의 핀트가 살짝 어긋나있다는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 뜻대로 흘러가는 삶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
" 레몬맛 사탕이에요? "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소녀쪽을 바라보니 사탕을 까서 입에 넣고 있었다. 밤이었지만 샛노란 사탕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그 빛깔은 분명 레몬맛 같았다. 사실 노란색인게 레몬맛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평소 레몬맛 사탕을 신봉하고 있으니까. 신이 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닌가? 나 자신도 어이가 없어서 모르게 실소만 살짝 터뜨린 나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입에 물었다. 항상 먹는 레몬맛 사탕이다.
그냥 가르쳐 준 사람에 대한 성의로 알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녀에겐 그런 성의는 필요가 없었나보다. 사실 가르쳐준다고 해도 끊임없이 기계처럼 죽도를 휘두르게 될 것이라 예상한 것과 다르게 무언가를 깨우치게 했던 것 같았으니. 문제는 가르침의 대상인 그에게서 적당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적어도 대충 검을 휘둘러 맞추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는걸 알게되었다면 '알았다' 라는 말은 할 수 있는걸요."
그러니 틀렸다기보단 다르다는 말을 듣고싶었다만.. 그녀에게는 궤변으로 들릴 것 같으니 그만두는게 좋을 듯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체험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되었다. trpg의 묘사에는 영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뭔가, 설명못할 무언가를 얻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 학교에 엄청나게 외소해보이는데 엄청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좋고.
"질문.. 질문말이죠."
여기서 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거죠? 눈은 왜 그렇게 빨갛고요! 그리고 그 패기는 어떻게 습득하셨나요! 다른 부원도 이런걸 하는건가요? 하고 질문공세를 하는건 재미없는 행동이었다. 눈 앞의 여성의 말 처럼 표현하자면 '풍류가 없다' 라고 하는게 적절하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적절한 행동은 단 한번의 질문을 하는 것.
"하지만 그러는 당신도 한 명의 고교생이잖아요. 고교생이 경지를 일문자도 제대로 긋지 못하는 자 라면 그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깨우침을 재단할 수 있는거죠? 그러는 선배님이야말로, 시대를 앞선 전생장수이신가요?"
>>289 마루주 안녕! 사진 크게 만드는 과정에서 조금 애를 먹었어...。゚(゚´Д`゚)゚。 컴맹 리코주... (아무말) 아앗 아쉽다...! 다음에 꼭 만나는걸로! (약속콩) 아앗 그리고 신화/이야기 익숙한 설정 난 괜찮아! 리코는 딱히 존재감이 없는 신(...) 느낌이긴 하지만.......! (눈물쓱)
>>290 쇼주도 안녕! 으이익 아쉽다! 쇼도 나중에 꼭 만나보는 걸로.......! (๑>◡<๑)
>>309 그에 대한 설정은 일단 여기서는 크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쓰진 않았으나 시미즈 일가가 관리하고 있는 그 낡은 신사가 바로 그 청룡신님의 신사에요. 청룡신의 이름은 아오노미즈류카미. 말 그대로 오래전부터 가미즈미의 물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 고위신이에요. 그래서 성스러운 샘이 있는 동굴은 신사를 관리하는 시미즈 일가만 들어갈 수 있고요! 전승에 따르면 원래는 물이 없던 척박한 땅이었으나 아오노미즈류카미가 등장하고 인간들을 위해서 물을 제공해주었고 그 물이 척박한 땅을 기름진 땅으로 바꿔줬고 지금도 가미즈미를 지켜준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있답니다.
>>309 음~ 신사를 맡게 되고 미나미라고 이름 붙인건 3대째니까 대충 8~90년 정도 됐으려나? 신사에 미나미라는 이름을 붙인건 그 정도 됐고 그보다 더 이전부터 신사로써 기능하고 있다가 발걸음이 끊기고 나서 여길 다시 재건해서 '미나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쓰게 된 거라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 실제 역사는 더더더더 오래됐다 :3!
"왼쪽, 오른쪽? 둘 중에 어디?" 시미즈 아키라: 왼쪽이요. 별 다른 이유는 없고 저는 밥을 왼손으로 먹거든요. 그래서 왼쪽으로.
"사람들이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시미즈 아키라: 가미즈미 온천과 가미즈미 스파시설을 이용해주시는 여러분. 시미즈 아키라: 타올과 수건은 증정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발 가져가지 말고 다 쓰셨으면 반납해주세요. (진지)
"미래로 갈 수 있다면 미래의 너를 만나고 싶어?" 시미즈 아키라: ....... 시미즈 아키라: ...그냥 얼굴 정도는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미래에는 어떻게 생겼을지는 궁금해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아직은 요조라가 이름 모를 사람의 선택은 탁월했다. 맞지 않는 대화를 억지로 맞추려 한다거나, 되묻지 않은 거.
타인과 거리를 둔 시간이 나이의 절반쯤 되는 요조라는 대화하는 재주가 꽤나 바닥이었다. 묻는 말에 대답은 잘 하지만 번번히 아귀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 대화의 맥이 끊기게 한달까.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겠지만, 그 재주 덕에 얘기하기 어렵다며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 한 적도 숱하다. 그래도 요조라는 상관없었다. 서로 맞추는 힘듬 같은 건 별로 원하지 않았다. 그게 상대를 위한 일이라고도 생각했으니까.
"말은... 적을수록... 좋댔어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말을 중얼거린 요조라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을 때, 자칭 귀신이 아니라는 사람이 물었다. 레몬맛 사탕이에요? 어, 모르는데. 요조라는 색만 봤지 맛은 생각하지 않았어서, 잠시 입 안에 든 사탕을 우물거려 맛을 확인해야 했다. 먹었으니 알지 않겠냐 싶겠지만, 가끔 그럴 때 있지 않나.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들을 의식해서 깨닫는 거. 요조라에게는 지금이 그런 때였다. 표면이 살짝 녹은 사탕을 입 안에서 굴려, 샛노란 색에 담긴 맛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레몬... 민트, 네요..."
호시즈키당은 적지만 수제 사탕도 몇 종류 있었는데, 요조라가 먹은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레몬과 민트의 자극을 줄이고 맛을 살린 사탕은 요조라의 주 간식이기도 했다. 혼자 사탕을 우물거리고 있으니 옆에서도 뭔가 꺼내는지 먹는지 싶은 기척이 들린다. 요조라는 후드집업 주머니에 넣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옆을 힐끔 봤다. 잠깐 보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칭 귀신 씨는 말했다. 밤하늘은 밤을 새어가는 사람들의 이불이라고. 요조라가 듣기에 조금 기분이 미묘해지는 표현이었다. 요조라는 어느 누구에게도 먼 사람이었으니까. 잘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밤하늘... 덮고 자면... 감기, 걸릴 걸요..."
그러니 이불은 아니라는, 역시나 이해가 불친절한 말을 느릿느릿 내놓고서 요조라가 몸을 움직였다. 차가운 미끄럼틀이 체온으로 따뜻해질 동안 누워있어놓고 기껏 데워진 자리를 벗어나 놀이터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읏차,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비뚜름히 선 요조라는 느릿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아까 탔던 그네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빈 그네 하나에 앉아 발로 바닥을 슬슬 밀면서 혼자 흔들흔들, 그네를 움직였다. 그네 줄에 머리를 기대고서 하늘을 보기도 했다.
>>312 소생한(아님) 미나미 신사는 90년 역사지만 실질 기원은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는 거군여 오호오호 그렇다면 본래 신사에도 이미 미아레네 분령(신)이 모셔져 있었는데 재건하는 과정에서 신에 관한 제와 여러 가지를 미아레 가문이 돕고 좀 그랬다.. 이런 설정 괜찮으신가여(조심 이러면 뒷세대 마루마루도 그랬던 적이 있대~ 로 알 거 같은데
>>322 그.. 그건 몰루겠어..! 아마 그런게 있었..겠지..? 식은 땀이 막 나는 스즈즈.... 재건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건 미나미가 알아서 슥슥삭삭 했다고 하고싶어!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세습무라면 이 정도는 알아서 척척 할 수 있는 레벨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3..
>>324 혹시.... 삼가 삼가 부탁드릴 수 잇을가여... 이게 제가 집착하는 이유가여... 미아레 가는 찐x100 고리타분이기 때문에 그런 마이너 신앙조차 섭렵하고 있다는 설정이며.. 마루마루는 심지어 뭇 신과 요괴에게서 직접 들은 신화(...)도 많아서... 괜찮을까여? 물론 정 아니라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328 앗 물론 오케이에유 그냥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떠올린 설정일 뿐이라서유 미나미가 멋져 :3 그럼 옛날부터 분령은 모셔져 있었구 그걸 미나미 가가 미나미 신사로 스스로 재건했구 스즈랑 마루는 각 신직 집안의 후손이다~~ 쯤으로 정리될 거 같은데 혹시 더 정할 거나 추가할 거 잇을가여?
세상 누구보다 칼에 진심이라니. 게다가 검도가 아니라 칼을 관철한다는것도 뭔가 미심쩍은 말이었다. 그래도 이 검도부에 일부러 전통복을 입고있을 정도니 과언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진실성을 의심하는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검도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등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도 충분했다. 앞서 한 말은 멈추는게 좋을 듯 하다.
"그 누구보다 칼을 관철하는 자라면.. 죽도도 제대로 못 만져 본 사람의 이해정도야 간파할 수 있겠죠."
여기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는것으로 결정했다. 이쯤되면 그녀가 대련하는 모습을 한번쯤은 봐두고싶으니 시간이 날때 찾아 가 봐야겠다. 그녀도 부원이니 대련쯤은 하겠지. 그리고 그건 아마 나 같은 초짜가 죽도를 들고 얼타는 것 보다 trpg의 검술 묘사에 몇백배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가 그녀의 주장에 걸맞는 실력을 가지고있을지는 그때까지는 알지 못하겠지.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앞서 말했던 말에 대해서 그녀에게 사과를 하다가 앗, 하고 다시 이어서 말했다.
"오늘 가르쳐줘서 감사합니다. 어, 혹시 검도부원이 아니면 원래 오면 안된다거나 하는 규칙같은게 있을까요?"
>>346 앗 감읍할 필요는 없다구~~ 스즈즈~~ 응! 스즈즈도 그렇게 알고 있을거야! 자기가 지내고 있는 신사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거고 이 신사의 무녀로서 또 언제가는(아마도?) 물려받게 될 세습무로서 신사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3!
>>332 1. 호토오리마츠리(신)의 활동범위가 적음: 대략 한 지방에 한정해서 알려지고 모셔진 신이기에 널리 알려지지 않음+축제라는 개념 자체를 총괄하는 신이 아님+다른 신들과도 거의 교류하지 않고 폐쇄적인 신간관계(?) —여기까지는 그래도 마이너 신 수집가라면 알 만함—
2. 호토오리마츠리(신)가 자신만의 이름이 없음: <-저거가 이름인데 뭔소리냐 하면... 저게 이름인 동시에 얘를 모시는 축제 이름이에요. (심지어 닭보다 달걀이 먼저 나온 것처럼 축제 이름에서 따서 본인 이름을 지은 느낌?) 나O토의 주인공이 O루토라서 O루토만 찾으려고 검색을 하는데 만화 나O토 얘기가 싹 걸리는 상황처럼 호토오리마츠리(신)라는 신의 존재 이전에 호토오리마츠리(축제)의 존재가 더 부각되는 것... 이라 이후 떠도는 소문으로도 자료 찾기가 극악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인간들 사이에 이름조차 안 알려져 있고 '설화 속의 신' 정도로 인식되는 상황이기도 해요. 호토오리마츠리(축제)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알려진 호토오리마츠리(신)의 신화를 알 수 있긴 하지만 내용도 빈약하고 대충 사람들 사이에 퍼진 찌라시라고 해야 할지, 살이 붙은 바리에이션이 많은 편이에요. 그 신 이름이 호토오리마츠리라는데~ -> 그거 근거 없는데 와전된 소문인듯... 같은 일도 있었을 법하고요.
3. 다른 신에 의해서 알려질 구석도 없음: 앞서 말했듯 신간관계가 없어서 다른 신과 얽히거나 구전된 이야기도 없고 신사 같은 곳에 같이 모셔지는 일도 없고, 결정적으로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설정이지만 옛날과 현재를 비교해 많이 변했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정보도 확실성이 떨어져요.
어라? 이런 복잡한 설정이었던가? 야사이는 그냥 별 거 없는 평범한 신이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라는 기분이 되어가네요. 야사이에 얽힌 주변 신앙의 형태가 조금 꼬였기도 해서, 야사이 요놈은 일찍 태어났는데 신으로서 인식된 건 그 한참 후고 신사 같은 정식 형태를 갖춰서 모셔진 건 거의 현대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말 그대로 붕 뜬 신. 다 써놓고 보니까 미아레 가라면 알고 있을 거 같긴 한데 하나로 구체화되어 있진 않을 것 같아요.
말이 너무 많으면 사람이 가벼워보이고 너무 적으면 무언가 꿍꿍이를 숨긴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언제나 말을 할때와 안할때를 구분하며 하더라도 적당하게 얘기하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다, 라고 생각이 이어졌지만 이런 생각을 하니까 진짜 늙어보인다. 아니 살아온 세월이야 꽤 되는 편이지만 ... 외형은 일단 고등학생이니까.
" 민트가 아쉽네요. 맛있기는 하지만요. "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레몬맛이 가득한 사탕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언가 섞여들어가는건 썩 취향이 아니었다. 차라리 민트맛 사탕을 먹으면 먹지. 그래도 레몬맛이 없을때는 아쉽게나마 고르는 맛이기는 했다. 기존에 먹는 맛과 가장 흡사한 맛이 나니까. 그렇게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으니 뒤에서 일어나는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 확실히 감기는 걸리겠지만요. "
아직 밤바람이 차가우니까 지금 같은 날에는 감기에 걸릴 것이다. 길거리에 뻗어서 잘수 있는건 열대야의 밤일뿐일터. 허나 열대야에는 반대로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니까..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미끄럼틀에서 일어나 그네로 향하는 소녀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굳이 쫓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 그래서 이름이 뭐에요? "
문득 소녀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이런 오밤중에 만난 엉뚱한 소녀,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닐텐데. 사실 비슷한 또래처럼 보여서 어쩌면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56 상세한 설여 지극히 감사합니다 참고 삼는다 생각하고 꼼꼼히 읽어봣어요 호토오리마츠리라는 축제가 있고 좀 더 파고들면 그 주인공 되는 신이 있는데, 설화가 드문드문 근본 없는 것처럼 퍼져 있는 바람에 그게 사실인지도, 동일한 신을 가리키는지도 아리까리하여 루머처럼 남은 신이라 이해했는네 곡해가 없을까요? :3 이 정도면 미아레 가가 알고 있을 거 같기는 해여 야사이주만 괜찮으시다면 마루가 아는 걸로 설정하려고 생각함니다
" 아, 혹시 미래 진로 계획에 가수는 없나? 미안. 그렇지만 오토하 군의 노래 실력을 썩히는 건 그거대로 손해라구? "
언젠가 들었던 오토하군의 노래를 떠올린다. 친구 따라 연습하는 밴드부실에 기웃거렸을 때였나, 아니면 축제 때였나.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교실에서의 오토하군과 노래를 부를 때의 오토하군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놀리는 것처럼 들렸을까. 물론 상대를 치켜세우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거짓은 아니었는데.
" 혼자가 편하다..라, 확실히 그런 타입의 인간도 있지. "
그렇다면, 오토하군은 요새 유행하는 mbti에서, 앞자리가 i겠지. 사실은 다른건 모르고 i가 내향적이고 e가 외향적이라는 사실밖에 모르지만.
>>365 자기가 해야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일단 자기 신사에 찾아온 손님이니까 아마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지 않았을까 싶네 :3! 어른들이 어른들끼리 이야기 하고 있는 동안에 슬쩍 다가가서 '저기~' 하고 어깨 톡톡 치고 '나는 미나미 스즈야. 이름에서 알다시피 미나미 신사의 무녀이고 언젠간 여기를 물려받을지도 몰라~ 만나서 반가워!' 하고 인사했을 것 같다!
그 말을 하며 신은 제 삶 전반을 짧게 회상해 보았다. 스쳐가는 장면들은 나름대로 다사하여 잠연한 정취가 있었다. 다시 돌이켜 보아도, 그간의 경험상 아름답지 못한 마음이간 미움이라면 몰라도 배척받는 것만은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혹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이리 물어보았자 어차피 후나가츠히메는 신이니 사람의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무방했지만 말이다. 그 증거로 아주 오래 전, 그가 신으로서 뭇사람의 기망을 통하여 뭍에 첫 발을 디뎠을 때로부터 지금껏 여러 마음을 모르는 채로도 멀쩡하게 살아오고 있는 것 아니겠나. 다만 신도 인간도 아름다움을 추앙하고 추한 것은 미워하는 습성만은 한결같다. 그러니 마음의 어여쁨에 주의가 기운다면 반대로 추한 심성에는 미움이 따르는지 풍어신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은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일은 이해하여도 추한 것을 미워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무녀, 라며 자신을 소개한 소녀의 말은 과연 틀린 데 없다. 이곳에 발 들인 순간부터 신의 손 닿은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 그를 반기고 있었다. 어쩌면 혹자는 역력한 애정을 담아 보살피고 있을지도 모를 만큼이나 선명하게. 무엇이 아이를 이토록 사랑하게끔 만드는 걸까? "신을 만나본 적 있니?" 신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토미나가 후미카야, 라는 짧은 답으로 통성명은 끝이 났다. 그는 속으로 용건을 더 캐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고민했으나 스즈가 그럴 기색이 없어 보이자 마음을 놓았다. 아무튼간에 소원을 빌러 왔냐는 질문을 무사히 넘겼으니 된 것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사리에 맞지 않는 말로 넘긴다……. 잡념이 차오른 생각의 어느 한편, 풍어신의 화법 연구서에 한 줄이 추가되었다.
무녀가 다시금 예를 갖추니 신은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함께 기도하는 동작이라도 취해준다면, 하다 못해 가지런히 손 모으는 중에는 신단을 바로 향해주기라도 한다면 좋겠지만 그는 선 자세도 바꾸지 않고 우두커니 스즈를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그 행동에 관심 두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곧 느릿한 고갯짓을 하며 답했다. 마치 자신이 기도 받은 신이라도 된다는 양.
"확답은 하기 어렵겠구나. 그렇지만 언제나와 같이 변고 없이 무탈히 돌아올 수 있을 테야. 내일은 순풍이 불 예정이란다."
"그야 5척도 되어보이지 않는 소계집이 검에 대해 감히 왈가왈부 하는데 의심 품지 않을 자가 몇이나 있겠느냐. 그대가 정상이니라 후지모리. 오히려 중간에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대는 이미 범인 이상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 되는구나. 게다가, 의구심과 번뇌를 하나하나 떨쳐내는 것도 검도의 시작이지."
의외라고 해야할지, 생각보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야 흔하지는 않겠지만 검도를 체험하겠다면서 검도부에 나타나는 이들 중 테츠야가 최초는 아닐 것이다. 그럴때마다 분명 그녀는 비슷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테지. 테츠야가 오늘 겪은 이 엄한 체험을 달가워하는 이가 아주 없진 않겠다만, 대부분은 즐거운 기대를 가지고 왔을테니 쓴 약을 통째로 들이킨 것처럼 반응할 것이다. 그 중엔 '하가네가와 시로하'라는 이름만 들으면 학을 때고마는 이도 분명... 있을 터이다.
"모처럼 더 이상 칼과 다툼에 몸바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았느냐. 그대들은 그저 날붙이들이 남긴 사랑스러운 유산들을 누리기만 하면 되는게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허황된 칼을 전해 줄 수는 없다. 그것이 도검의 신이 품은 욕심이자 생각이었다. 찰나의 칼의 휘둘러지는 단 한 합에는 그렇게나 많은 고뇌와 세월들이 녹아들어 있다고, 진정의 검도를 체험시켜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미약하나마 그것을 전부 받아들인 소년의 그릇을 꼴사납다고 그 누가 쉬이 말할 수 있을텐가.
"으음, 그런 말은 전해들은적 없구나. 그리고 이곳으로 발을 들이는 외부인을 관리 하는 것이 여기서의 내 할 일이기도 해서 말이다."
그러고보니 테츠야가 처음 입장했을때 검도부장이 그에게로 향하다가 시로하가 움직이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거기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러다 문득 시로하는 살풋 웃음지으며 살짝 장난궂은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제 캐릭터 이름에 조금 게슈탈트 붕괴가 올 거 같긴 하지만... 야사이한텐 뭔가 찝찝한 과거나 뒤틀린 면은 없어요! 아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약간의 뒷설정 말고는 시트에 나와있는 게 거의 그대로인 뒷면 없는 밝고 투명한 녀석입니다. HL>BL로 표기하긴 했지만 가미즈미고에서 청춘 보내자- 란 느낌으로 만든 캐라서 마음편히 놀 수 있게 하려고 했는데... 살 좀 붙이려다가 이런 일이. 역시 실제로 굴릴 땐 설정이 안 복잡한 편이 좋은 거 같아요.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냥 야사이가 친구 적은 축제의 신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다분히 가벼운 이유로 정했을 뿐!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잠깐 고개를 숙였다. 감았던 눈을 뜨고 빙그르르 뒤를 돌자 치맛자락이 잠깐 넓게 퍼졌다. 스즈는 자기 마음이 예쁘지 않으니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푸흐흐 하고 작게 웃어보였다.
" 괜찮아! 어떻게 모든 사람의 마음이 다 예쁘겠어? 신 님은 이해하실거야. 너와 나의 마음이 예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마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실거야. 왜냐면.. 음... 신이니까! "
스즈는 아하하, 하고 조금은 어색하게 웃었다. 스즈 자신조차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왜' 그런 것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빗댄 말들이었는데 적어도 스즈는 자신이 신사에 있는 동안 그러니까 신과 가까이 있는 시간 동안 편안해지는 것과 어딘가 포근해지는 것 까지 느낄 수 있었기에 신이 자신을 예뻐해주고 있고, 그렇기에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해주시기를 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이 자신을 예뻐한다면, 그 청도 들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 응. 그럼 후미카라고 부를게!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지? 편하게 스즈라고 불러줘~ "
신을 만나본 적이 있냐는 말에 스즈는 또 미소를 지어보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 아니, 없어. 하지만 있다는 건 알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니까. 난 그렇게 믿고있어! "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변고 없이 돌아올 것이며, 순풍이 불 예정이라는 말에 스즈는 그래?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스즈는 눈 앞의 이 소녀가 바다에 관심이 많거나, 아니면 그 쪽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그 쪽에 종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스즈는 그런가~ 하고 빙글빙글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려 신단을 향했다.
" 신 님. 기도드려요. 지금 막 우연을 가장해 생긴 이 귀한 인연에 감사드려요. 방금 전의 말처럼 내일 모두가 변고 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그리고 순풍이 불게 해주시고, 그 사람들이 빈 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도록 바다의 많은 것들을 부디 허락해주세요. "
스즈는 기도를 마쳤다는 듯 다시 몸을 돌려 이히히- 하고 웃었다. 스즈는 시종일관 웃는 낯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신을 대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는 얼굴이나, 짜증이 잔뜩 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이 몇 배 더 보기 좋을테고 사람이던 신이던 그 편을 더 좋아할테니까. 그리고 그 쯤에서 스즈는 방금 이 후미카라는 소녀가 한 말이 마치 자신이 했던 기도에 대한 신의 답변처럼 들려서 순간 멈칫하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혹시-' 라는 생각이 들고, '혹시-' 하고 말하려던 차에 스즈는 꼬르륵- 울리는 소리에 금새 또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 저녁을 일찍 먹었더니 벌써 배가 고픈가봐. 이럴때 먹으려고 주먹밥을 싸왔지! 음.. 그래. 혼자 먹는 것보다 둘이 먹는 게 더 맛있는데, 같이 먹을래? 조난 당했으면 잘 먹는게 중요해~ "
그렇게 말하며 스즈는 발걸음을 옮겨 마루에 앉아 포장해둔 도시락 통을 열었다. 간식으로 먹기에는 누가 봐도 많은 양이었는데 그것이 조금 부끄러웠는지 스즈는 눈치를 보는 듯 하며 에헤헤.. 하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풍어신 전설은 대략~ 바다도 땅도 모두 메말라 죽어가던 어느 흉년, 해안 촌락의 사람들이 마지막의 힘을 끌어모아 배를 건조하고 그나마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먼 바다로 태워 보내. 육지의 것들은 이미 말라붙어 소진되기 직전이니 정말로 모두가 굶주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전에 시도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보기로 마음 먹은 거지. 먼 바다로 나가게 된다면 무엇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바랐기 때문이야. 하지만 떠나간 날이 보름이었는데도 어부들은 달이 사라질 때가 가깝기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촌락의 사람들은 간절한 기도를 올려 어느덧 그믐날 밤이 되어.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고자 하기만 한 것뿐만 아니라 죽음을 무릅쓰고 떠난 이들의 안전을 간절히 바랐어. 하지만 소망을 받아줄 신은 그 지역에 아직 없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무수한 기원과 바람이 그곳의 영수에게 닿아 비로소 신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흉년을 넘기고 선원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야.
tmi가 하나더 있지만 모바일이라서 일단 잠깐 쉬고 마저 올리겟음......(tmi 살인마)
[초기에는 풍어의 기원보다는 선원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수호하는 신에 더욱 가까웠다. 후나가츠히메가 짐승이었을 적 물에서 사람을 구했고, 어부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기원에서 신성이 비롯되었기 때문에 수호의 성향을 지닌 신이 된 것. 풍어의 성격이 덧붙은 것은 신격이 확대되고 신앙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을 무렵의 일. 후나가츠히메(船永津姫)라는 이름은 초기 신앙의 흔적이다. ] 이게 에버노트 원문이구~~ 이야기는 풍어신이 영수 타이틀을 얻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가. 전설이 있기 전으로부터 더 엣날... 그냥 거북이었던 풍어신이 어느날 우연히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준 적이 있거든! 바다거북은 예로부터 신성시되던 동물인 데다 사람을 구하기까지 했으니 자연스럽게 영험한 짐승으로 믿어져 그 지역의 영수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 신앙에 신을 찾는 간절한 기원이 겹쳐져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3
船永津라는 이름의 한자도 배와 영원, 나루와 항구라는 뜻이므로 대충 '언제까지나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어~ 여담으로 津는 고어로 '~의' 정도의 뜻인데 후나가츠히메의 경우는 한자 그대로 항구나 나루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이중적인 의미...라는 설정이며 船는 보통 후네라고 읽지만 후나라는 독음도 있기는 하거든... 그래서 후나-와 永(나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언어유희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이상 티엠아이 오타쿠 발표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말하지 않았더냐. 당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일컫는 시로하의 어조는 여전히 짖궂음 일색이었다. 과연 검도 문외한인 테츠야가 놀아나는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그녀는 왜인지 즐거워보였다. 마지막에 와서 미소가 옅게나마 흐뭇한 기색이 묻어났던 것은 단순히 착각일까. 이내 시로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서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모처럼 진중한 모습이 마음에 드니 몇 마디 더 첨언해주도록 하겠느니라. 후지모리, 그대의 휘두름은 그림으로 그린듯 완벽한 초심자의 모습이었으나 죽도를 쥐고 휘둘렀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대는 어차피 체험을 하러 온 것이 아니더냐. 얼마나 잘 휘둘렀느냐만이 결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는게 아니다. 그 순간의 고양감과 손 안에 남은 바람의 잔재를 놓치지 않도록 하거라."
칼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직선을 그리는지, 곡선을 그리는지,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다른 길로 새어버리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조금 전 시로하가 했던 말들이며 테츠야가 몸으로써 행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름의 답이라도 떨어지지 않겠느냐."
그 순간에 소년은 자신을 무사로 만들며 무엇을 어떻게 베려 하였을까. 그것은 신조차 모르는, 그만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에 품은 검일 것이다.
나도 이런 슈르한 괴담을 좋아하는 편이거든. 찾아보기는 무섭지만 알고리즘에 뜨면 보는 정도야.😔 유튜브 괴담 채널에서 이제..
이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116년 전, 일본 도쿄의 어느 거리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멈춘 화면에 붉은 원으로 사람 하나 강조표시) 그리고 시간이 흘러 8년 전, 일본 시부야에서도 같은 사람이 포착되었습니다. (또 강조표시, 저조한 편집실력으로 두 사진 붙여놓음)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붉은 자막)
>>419 이거 좀 적폐인데여 코세이와 코로리는 마땅한 이름도 없다는 점에서 신토라는 개념이 형성되는 순간보다도, 고대보다도 훨씬 앞서간.. 뭐지 좀 원시의 신 같은 느낌이 있어여 찐옛날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구체적인 형태로 인간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이 가는 느낌이구여
>>423 저번에 코로리주랑 얘기한 결과로는 엄청 오래 살았는데 고위신도 안된 니트족 쌍둥이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으니 ... 달리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라요! 신사도 신물도 없으며 자신을 믿는 신도 또한 존재하지 않지만 ... 결국 하늘의 별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인류가 있기에 코세이가 신격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로 따졌을땐 결국 모든 인류가 신도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1. 할배는 인간과는 괴리가 느껴지지만 그 점에서 인간다움을 느끼게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서 그런지, 초월적인 모습에서 인간미가 있는 편이야. 공허는 아무것도 없고 비어있는 존재인 반면에 식욕도 공허하다든지, 그래서 잘 먹고 먹을 것에도 잘 넘어가고(?) 그런 거.
2. 인간에 대해.. 사실 관심이 없는 편이야. 이대로 살다 소멸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인간을 '각설탕을 눈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탕을 내려달라 비는 개미'와 비슷한 관점으로 보는... 소위 막되먹은 녀석이지만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어쩌면 링고아메 다섯 개에 넘어갔을지도..
3. 인간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손바닥을 찌르먼 눈이 시큰거리는.. 그런 게 있어.. 테노메의 모습일 때 자주 찔렸다나봐.
4. 본모습은 인간 외의 모습이라(원령공주의 시시가미를 생각하면 돼)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사슴의 모습인 건 확실해. 사실 이건 내가 '인간이 사냥하던 한낱 미물이 번뇌에 빠진 인간을 지켜본다'는 기괴함을 노렸던 거지만.. 잘 되지는 않네. 물론 초반이니 그렇겠지만.
>>434 지금은 라멘가게의 종말을 고하는 KAMISAMA니까.😇 힉기의 테노메는 실제 눈의 기능을 하기도 해. 징그럽지만 손바닥의 눈을 감았다가 얼굴의 눈을 뜨면 눈알이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거야. 그거 말고.. 음.. 야하바(귀x의 칼날 드립) 같은 기능이 있을까 고민했지만 손바닥에 박힌 눈알이 사람의 허무한 심정이나 그 깊이를 꿰뚫지 않을까..? 아무래도 사람의 허무함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니까.
>>447 일개 적폐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는... 맞는 말이야! 코로리는 잠이라는 개념에서 태어났으니까, 최초의 인간.....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잤을 때 태어나지 않았을까 ( ◠‿◠ ) 완전 늙다리신~! 그래도 이제 위에 쌍둥이오빠 세이가 있으니까 저쪽이 더 늙었다고 주장이 가능한 (*´ω`*)
>>467 기회가 될때 천천히 돌려보면 되는거니까요! 평범하게 말하는 시로하를 기대중 .. >>469 코세이는 검은색 ... 머리카락 색이 곧 퍼스널 컬러에요! >>470 뭐랄까 리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들어주거나하면서도 세이가 가끔 절대 안돼, 하면서 단호하게 나올때 ... 그럴때 한번씩 이길 수 있지 않을까싶고!
말이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되는 거나, 사탕이 레몬민트라 아쉬운 거나, 어느 것도 요조라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다. 귀담아 들었다면 본인이 했던 말에 그런 뒷말이 있다는 걸 알 법도 하고 저 이름 모를 귀신 씨는 레몬맛만 있는 사탕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조라는 요조라였다. 언제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하든, 무얼 하든지.
"흐응..."
요조라가 자리를 옮겼지만 귀신 씨는 미끄럼틀 옆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도 목소리는 들렸다. 확실히 감기는 걸릴 거라던가. 이름이 뭐냐던가. 그리고 요조라는 귀신 씨를 더이상 귀신 씨라고 지칭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요조라의 이름을 묻고서 그의 이름도 말해주었으니까. 조용한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목소리와 그 소리가 자아낸 말, 이름을 요조라는 똑똑히 들었다. 듣고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뒤늦게 중얼거렸다.
"이자요이..."
이자요이...? 하고 요조라는 재차 중얼거리며 고개를 기우뚱 했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걸까? 요조라의 행동은 기억을 더듬어 뭐였더라,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길 한 1분, 아니 2분? 발로는 그네를 끼익끼익 밀면서 고개를 기운 채 가만히 있다가, 아, 하고 고개를 바로세웠다. 그런 다음 한 말은 또다시 뜬금없는 소리였다.
"이자요이 씨... 시간, 멈출 줄... 알아요...?"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한다는 소리가 참... 어이가 없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멀뚱멀뚱 보고 있는 그 표정이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 탓에 후드가 내려가 부스스한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이 거의 드러나 있었다. 특유의 맹한, 생각을 알 수 없는 허여멀건한 얼굴이 코세이를 응시한다. 시선이 마주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요조라는 또 한동안 가만히 그러고 있다가 또 뒤늦게서야 코세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요조라, 에요... 이름... 호시즈키, 요조라..."
잘 부탁한다던가, 만나서 반갑다던가, 그런 말은 따라붙지 않았다. 요조라는 그냥 제 이름만 달랑 읊어놓고 시선을 하늘로 올렸다. 그네를 흔들거리며 별을 보았다.
>>484 유리창보다 벽이 더 아프잖아~! 。゚(゚´ω`゚)゚。 요조라한테 헬멧 사줘버릴거야 。゚(゚´ω`゚)゚。
>>485 하얗다가 붉게 물든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흰장미를 붉게 칠하는게 생각나. 시로하랑 장미.... 화보다 (*´ω`*) 코로리는 신의 모습일 때 머리카락 색으로, 흰색홀로그램(?)이야. 하얀 홀로그램 보고 있으면 이로이로 다른 색 보이는 그 느낌 ( ´∀`)
>>493 이제 슬슬 해 저물고 저녁놀 짙어지기 시작하는데, 방에 뻗대고 누워서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고 파업.... (*´ω`*) 아냐, 상관없어?! 한여름 북반구는 은하수가 잘 보이니까, 쌍둥이들 생일날 밤에 서로 케이크 촛불 나란히 후 불었을 거 생각하면 귀엽기만 하다구~!
>>501 아무리 자라고 해도 안 자는데 억울한 코로리였습니다.... 거기다 낮에는 인간계를 즐기다, 밤되면 일하려니 더 역체감이지 않았을까 ( ◠‿◠ ) 어르고 달랠 때는 대자로 누워있다가 폭격모드 되면 얌전히 일어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일선물 자랑 귀여워~! (*´ω`*) 생일선물 직접 전해주질 못한 사정이 있는 모브가 "이자요이 씨한테 전해줘!" 라고 한 물건이 세이 몫이었는데 리리한테 오는 식으로 뒤바뀌는 것도 보고 싶다 ( ´∀`)
>>503 선관에서의 모습은 신의 모습이었을거야! 전쟁이 발발했을 때면 신계에 있을 때고, 코로리는 인간계에 내려온지 이제 3년차니까.
>>505 부엉이들의 모임.... 오늘 셔터가 내려가기는 하려나 궁금해. 이러다 오전에 오는 참치들이랑 선수교체만 하는 거 아닐런지 ( ´∀`)
>>510 ㅋㅋㅋㅋㅋ 억울한건 알지만 근태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세이세이라구요 ... 얌전히 일어나면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뭐 먹고싶냐고 물어볼 것 같고! 그리고 이자요이씨한테 전해주라고하면 받은 당사자는 에? 에? 하다가 먼저 본 이자요이씨에게 전해주는게 아닐지 ㅋㅋㅋㅋㅋ 저는 개인적으로 서로 머리 기대고 자는 코코남매가 보고싶네요! 둘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자니까 ...
>>513 맛있는거 다 필요없다고 누워있다가 잔소리 폭격 당하는 거 보고 싶다 (*´ω`*) 그리고나서 얌전히 일하고... 사주냐고 물어보지는 않고 (얌전모드) 세이 쫓아다니기 ( ◠‿◠ ) 먼저 본 이자요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착순 생일선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서로 머리 맞대 잠든 쌍둥이 귀여워~! 정말로 코코넨네다~!
>>515 츠무기주 안녕, 좋은 새벽이야~! 잠깐이라도 자는게 좋다구! (*´ω`*)
그리고 코로리주는, 8핀을 C타입에 꽂으면서 왜 충전 안 돼.....? 하고 왔어. 뇌는 이미 자고 있는 거 같으니 몸도 자러갈게~! ( ´∀`) 다들 그래도 셔터는 내려~! 자러가~! 코로리가 지켜보고 있다~! (・∀・)
"돗, 도도, 도인체조라니! 내가 하는 일이 그렇게 보였다는 거야? 이건 말이죠, 엔-제루 체조라고 해서, 하고 나면 엔-제루 같은 기분이 되는 체조라구!"
태연하게 호호 웃다가 속터지는 소리를 선뜻 해버리는 무구함, 그리고 저 묘한 평온함. 조울증인데다가 언제나 사춘기 MAX인 시이에게는 닿을 수 없는 영역. 적어도 천 년은 족히 묵어야 나올까 말까 싶은 초연함이다. 그럼에도 쾌락이라는 개념상 시이는 평생 어린애인 그대로일테지만. 그걸 신으로서 알고 있기에 묘하게 더 열이 받는다. 호호 웃는 도인 앞에서 혼자 다리를 흔들어가며 떼를 쓰는 기분이랄까. 시이는 입을 앙다물고 볼을 부풀리며, 복어마냥 불만을 표시한다.
"차함나, 그럼 잘 보라구. 하고 나면 너도 분명 신 관두고 싶어질 테니까! 천사가 되고 싶을 테니까 말이죠오-!"
늙은 신들은 싫다. 유치하지만, 다들 해탈해가지곤 호호, 세상에 불행한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않느냐- 하면서, 조금만 불행하면 죽죽 울어버리는 시이를 본의아니게 바보 취급해서다. 우울의 좋은 친구, 피해망상이 수준급인 시이는 그러면 곧이곧대로 "네놈 날 바보취급하는 거지 인마!" 하며 날뛰고, 정말로 바보같은 포지션이 된다.
단순히 나이의 문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곤란한 이유는 시이가 본질적으로 쾌락신이기 때문이다. 시이는 천년을 묵는다 해도 절대 해탈할 수 없다.
400년 내내 기뻐하고 슬퍼했다가 금세 사랑하고 실연당하는 아타마오카시이.
평생 철들지 못하는 신, 아메이로누시.
시이는 아메미야라는 명찰을 흘겨보고는 입을 앙다문다. 그래도 눈물은 제대로 잦아들었고, 훌쩍거리는 소리도 줄었다. 도리어 손수건 터치를 받아들이는 듯이 손에 볼을 기대다 손이 떨어져나가자 침울하게 눈을 내리깐다.
기왕이면 쓰다듬어주기까지 하면 좋았을텐데, 하며 애정결핍적인 사고가 스치고, 이런 게 신이라니, 하면서 메타적으로 다시 우울해진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선할 수는 없으나 신은 그것을 헤아리실 테니 괜찮을 것이라고. 풍어신의 경우 희망자의 마음 씀씀이에 상관하지 않는 쪽이지만, 스즈의 말은 틀린 소리가 아니니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타인의 양심을 저울질하기엔 그 자신부터가 본질적인 선악을 가리기 힘든 존재이므로.
"나는 아무래도 괜찮지만, 정말 이름을 불러도 되겠니?"
풍어신이야 지금만 해도 누구에게도 존대를 하고 있지 않은 데다, 친소관계의 거리감 같은 것에 워낙 둔하니 상관 없다지만 일반적으로 초면에 이름을 부르는 일은 드물다. 그는 천진한 웃음의 소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말갛게 휘어지는 미소가 꼭 어린아이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는 지금껏 참 자주 웃고 있다. 신들의 잔정이 이곳에 남은 까닭은, 많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구김 없는 모습이 그들에게 어여쁘게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라도 신으로 된 이상 자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에는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고, 과거에 어느 신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더란다……. 스즈의 믿음은 단순한 신앙이라고 하기엔 공고한 지점이 있어 보였다. 자신의 믿음만으로 쌓은 의뢰심과는 다른 종류의 무언가가.
"신기한 믿음이구나. 보이지 않고 물질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데도? 더군다나 이런 믿음은 너희 세대에 가서는 더욱 흐려지기 마련이잖니."
외경의 대상이 되던 자연은 인간에 의해 정복당해 쇠하여 가고, 미지하여 우러르던 세상의 많은 이치가 일개 자연현상이나 헛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세상은 바야흐로 토속적인 믿음과 종교에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시대에 있다. 신은 말을 마친 뒤에 조금 더 생각을 하더니,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리 덧붙였다. "네 마음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아니란다. 그저 지금 같은 세태에 어떻게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할 뿐이야."
기도가 끝난다면 스즈에게 어떠한 직감이 스쳤을 것이다. 신이 그 말을 들어주었다는 확신이. 첫 소원을 빌었을 때의 확신이 저 아득한 어느 곳의 대답이었다면, 지금의 것은 귓가에 속삭이는 바람처럼 보다 가까웠으리라. 하지만 신은 시치미를 뚝 떼고선 스즈를 따라가 마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같이 앉지 않고 그는 스즈의 야식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시선을 들 뿐이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스즈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으니 너 둘 먹어도 된단다. 배가 고프지 않니?"
도시락 양이 많으니 조금 부끄럽다는 건 별달리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고, 둘이 먹어도 되겠단 생각은 아직 하지 못했다. 본인은 저걸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으니 스즈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무튼 다들 좋은 오후에요! 오래 있진 못하고 또 1시부터 일 들어가봐야해서 그리 오래 보지는 못하고 아무튼 다들 점심 맛있게 드시고 컨디션 안 좋으신 분들은 빠른 회복 기원할게요!
그리고 미즈키주는 전에 선관을 이야기하셨는데 혹시라도 생각하고 있는게 있으시다면 임시스레에 써주시면 감사해요! 사실 토박이끼리니까 그냥 서로 존재는 안다 정도로 처리해도 무방해요! 사실 미즈키 정도면 아무래도 아키라도 소문이나 일단 학생회장이니까 존재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테고. 아무튼 그럴 것 같네요.
>>552 그치? 나도 쓰자마자 어 이거 뭐가 좋은데 싶었어 🤔 건강의 신은 안 생기려나...(? >>553 몸 상태가 그 정도로 안 좋으면 쉬는 편이 좋지 않을까...? 😭 >>554 후미카주 안녕~~~~ 엣 뭐야 부러워 ;3 >>556 캡-하~~ 아 뭐 거창한 걸 생각했다기 보다는 미즈키가 오만 동아리에 불쑥 불쑥 찾아가곤 하니까 혹시 학생회에도 그래도 괜찮으려나~~ 하고 가볍게 확인 받고 싶은 느낌이긴 했지만 🤔 길진 않을 것 같지만 아무튼 임시스레에 남겨놓을테니까 나중에 시간 될 때 천천히 확인 부탁해~~ :3
남은 샐러드를 싹싹 긁어모아 먹는데. 훅 들어오는 츠무기의 말에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려버렸다. 콜록콜록, 안쓰럽게도 기침을 연신 하는 쇼.
"노, 놀리는 거냐…"
당황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보인다. 놀릴 의도는 아닌 것 같지만, 미래의 대가수 같은 말을 들으면 부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쇼는 간신히 기침을 멈추고 기운 빠진 얼굴을 해보인다.
"그거야 있긴 한데…"
노래 실력을 썩히면 손해라는 말도 어쩐지 부끄럽다. 그만큼 남이 보기에도 쇼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거니까. 많이 들어온 칭찬이지만 여전히 낯간지러운 것이다. 한편으론 타인의 관심이 마냥 좋기도 했지만.
"그리고 썩힐 생각도 없어."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음식을 씹어넘기기를 반복하니, 도시락은 이제 거의 비워진 상태였다. 소스나 밥풀, 부스러기 정도만 남아있고. 옆에 누가 있어서 식사에 집중을 못할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먹어치웠다. 옆에서 맛깔나게 면치기 하는 소리를 들으니 역시 저녁에는 라멘을 먹어야겠다.
팔을 들어 온 몸을 하늘로 향하던 것이 도인체조인가 했는데. 엔-젤 체조라. 처음 듣는 체조였지만. 그 역시 양생(養生)의 하나겠다 싶다. 기특하기도 하지. 이젠 제 몸도 신경 쓰고 말야. 후유키는 흐뭇하다는 눈으로 시이를 바라본다. 복어 마냥 볼을 부풀리는 시이의 모습은 위협적이기보다는 귀엽게 보이는 것이라, 또다시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열받은 걸 모르는지, 알면서 저러는 것인지. 저 태연한 모습으로 아이 다루듯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앞뒤로 꽉 막힌 것 같은 나이 많은 신이다.
"그래."
고개를 끄덕인 후유키는 시연을 가만 지켜본다. 체조를 끝내며 의기양양한 시이를 보고서 장하다는 듯 작게 손뼉를 쳤을까. 이어진 말에 후유키는 제 어깨를 돌리며 가벼히 몸을 푼다.
ㅋ ㅋ ㅋ ㅋㅋㅋㅋㅋㅋ으아악 그치만 다른 어르신들이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해~~ 고전의 낭만으로 승부하는 힉기,,, 오호호 손녀 보듯 하는 후유키....😊
다들 안녕안녕~~~~~ 오늘의 티엠아이... 후미카 말투는 야사시이~하지만 원래 말투는 약간 딱딱해. 물론 어느 정도 예의 있게 말할 때는 하오체나 하게체도 쓰지만~ 위엄 최대로 차릴 때에는 -니라, -ㄹ지라 같은 말투도 쓰는데 보통 인간한테 KAMI간지.를 보여줄 때 말곤 딱히...?🤔
>>578 힉기 할배.. 달이 아름답네요를 들으면 어떻게 저런 노골적인 말을! 남사스러워라!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한 200년 전에는 .oO(개나소나 다 달이 예쁘다 하는구먼. 뜨지도 않았구만.(무상영령은 달 뜨지 않는 밤에 나타남..)) 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질린다거나 고리타분하다..기..보단 남사스럽다 생각할 거야.😶 뜻하지 않은 유교맨 설정 추가네..😔
입에 물고.. 별건 아니더라도 타인이 보기엔 충분히 놀랄 법 하네.🤔
>>579 (의문의 1승) 따뜻해.. 봄이구나.. 빠지기 딱 좋아(?)
맞아, 류카주의 캐입은 존경스럽지. 나는 옛 단어도 몰라서 사전부터 찾고 비슷한 낱말! 최대한 옛날 거! 하면서 보는데.. 다들 뚝딱뚝딱 뱉어내는 게 멋있어.
>>577 사실 화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고 ... 저렇게까지 말할 상황도 상당히 드물것 같은 느낌! >>579 하지만 실제론 귀찮다는듯이 손만 휘휘 저어버리는 코세이를 보실 수 있슴다 ... >>580 밤말은 코세이가 듣는다고 하늘에다 원망하는 소리 + 서마터폰으로 얻은 지식...
코세이가 공포영화 주인공이 된다면 그게 일어날리 없다고~ 하면서 안믿다가 죽는 엑스트라가 분명할거라구요!
>>582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찮아하면 어떡..... 어... 인간한테는 좋은 일이네요 까불지 않겠습니다 신님(?) ㅋㅋㅋㅋㅋㅋ아 그러게... 너무너무 일이 안 풀리면 하늘에 대고 아아악!!!! 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 필사의 쌍욕이라는 거 이해가 됨🤔
>>583 앗 그건 맞아 시이 귀엽지~ :3 후유키는 좀 더 친근한 의미의 할머니(?) 같아서 좋아. 어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한데😨 여유로운 연륜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대화는 서로 할말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걸 서로 개의치 않아하는 것 또한 특이했다. 그네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소녀는 내 말에는 영 반응이 없었지만 이름을 물어보며 내 이름을 말해주었을때는 조금은 유의미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자요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소녀는 무언가 아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다가,
" 시간이라 ... 멈출줄은 알지만, 당신도 같이 멈추니까 느끼지 못할꺼에요. "
시간을 멈출줄 아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져왔다. 당연히 나는 시간을 멈추지 못하지만 괜히 장난이 치고싶은 마음에 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고위신이 된다면 시간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고위신도 아니고 애초에 별의 신이니까. 그런 능력이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 소녀의 눈과 마주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맹한 표정. 그런 모습에 그저 작은 미소만 지어주었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 호시즈키 요조라 ... 잘 기억해둘께요. "
잘부탁한다느니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대화로 볼때 그런 얘기가 나왔으면 더욱 놀랐을 것이다. 이름도 들었겠다, 잘 기대고 있던 미끄럼틀을 짚고 일어난 나는 호시즈키 요조라라는 소녀를 향해 말했다.
" 이제 밤이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요. 아직 밤바람은 차가워서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
엉덩이를 가볍게 털어내고 놀이터의 입구로 향하며 얘기했다. 소녀가 계속해서 남아있을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늘 밤에는 별들이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별 헤는 밤에 신을 만나는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전부 네가 망쳤잖아! 어떻게 할 거야!" 하가네가와 시로하: 흥. 실력의 진위에 대해 불신을 품는 것 같아 그 삐뚤어진 눈들을 교정시켜줄 겸 요원대로 해줬거늘 이제와서 막상 실체를 확인하게 되니 두려워지더냐?
"같이 있어 줄래?" 하가네가와 시로하: 이몸 말이냐? ...사, 상관은 없지만? 요상한 기대는 품지 않도록 해라.
"네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껴?" 하가네가와 시로하: 수렵으로 시작해 천하통일을 노리고 오니의 목을 친다. 그 모든 뜻을 관철하고, 굽어살피는 자. 즉, 위대한 날붙이의 도검의 신인게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하가네가와 시로하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하면_당사자가_맞냐고_의심_받을_법한_행동은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든가 신제품 오리엔테이션 참관을 한다든가 그런거네요
아타니 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너_진짜_열받는다_라는_말을_들은_자캐의_반응 "미안...그럴 생각은 없었는데에..." 라며 시무룩해한다. 자캐에게_미니언이_찾아온다면 이전에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허리를 꺾고 흔들면 야광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자캐가_옷을_벗는_순서 이불-상의-하의?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네가 극도로 놀랄 때 하는 행동은?" 아미카: 기..절까진 아니구우 그냥 잠들기?
"잘 가." 아미카: 너도 잘 지내야해에!
"내가 널 연기하려면 뭘 따라하는 게 제일 중요할까?" 아미카: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자는거어.. 아마 너는 1시간만 자보면 충분히 할 수 있을거야아..!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전부터 보고 있었어! 첫눈에 반했어! 사귀어 줄래?" 카나가시마 렌코: (전부터 나한테 보이고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무슨?) 카나가시마 렌코: (첫눈에 반하다니, 그럼 두 눈째에는 어떤 감상이 들었다는 거야?) 카나가시마 렌코: (애초에 사귄다는 게 뭐지? 손 잡고 입 맞추면 사귀는 사이인가?) 렌코는 묻는 말에는 대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생각에 빠진 채로 집까지 걸어 돌아갔다.
"널 믿지 않아." 카나가시마 렌코: "미안한데, 네가 믿어야 되는 건 내가 아니라 '사실'이야. 그리고, 사실이 그래..." 카나가시마 렌코: "...나, 신뢰도가 좀 낮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제일 큰 애정 표현은?" 카나가시마 렌코: "그런 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이 정하는 거... 라고 생각해." 카나가시마 렌코: "아, 내가 정하라고 한다면..." 긁적긁적 "뭐가 있지? 등에 기대게 해 주는 거 정도... 웃지 마. 웃지 마."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시이의 속에 만 송이 꽃이 피었다가 만 되의 우박이 쏟아졌다가 만 길 파도가 쳐오고 만 길 벼락이 치고 있는데, 이 애늙은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이를 그 평온한 미소가 살짝 얹어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 위에 우산 그늘을 드리워준 채로. 신이라는 작자들이 다 그렇듯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사고의 궤도에 있는 그녀의 행동은 종잡을 수 없었다. 시이에게는 더 어려울 것이다. 시이 역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사고의 궤도를 갖고 있으되, 그 궤도는 이 아메미야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신과는 겹치지도 접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녀는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구름과 날씨의 신이기에, 구름이 떠가는 높이에 떠서 천하를 굽어살피고 구름과 비를 부리는 소임을 맡은 소녀는 아무리 그 발을 땅에 딛고 있어도 남들과 같은 눈높이를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 궤도를 떠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시이의 궤도에 발을 맞추어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애껏 건넨 위로의 말은 헛돈다. 헛돌다 못해 오히려 시이가 화를 냈으면 냈을까. 자상함은 동정이 되고 안심시키는 말은 조롱이 된다. 그대를 놀리는 이 없노라고 발언의 목표를 확실히 해둔 것이 그나마 시이가 화를 덜 내도록 만들어준 것일까.
그러나 그래도 이 정도라면, 손을 내뻗어 눈물을 닦고 우산을 씌워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일도.
"빗속에서 퍽 쓸쓸했겠구나."
주머니에 손수건을 쏙 집어넣은 류카는 시이의 친구 없다는 말에 아무것도 없는 빈 손을 뻗어왔다. 뭔가 달라고 내미는 손이라기에는 뻗어오는 궤적이 좀 높았다. 하얀 고사리같은 손이 시이의 비 맞은 머리를 살며시 퐁퐁 두드리곤 쓰다듬어준다. 이제 괜찮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머리에서 떨어져내려온 손은, 물러가지 않고 이번에는 확실히 시이에게 내밀어져왔다.
"하면, 여도 쓸쓸하던 참인데, 같이 가주겠느냐? 그대 집까지 데려다주겠느니라."
신이 신에게 건네는 정중한 요청이었다. 투명한 비닐우산은 아직도 시이의 머리 꼭대기 위에 드리워, 물방울을 머금고 주변의 풍경을 깨어진 보석함처럼 비추고 있다. 이 손을 잡으면, 익숙했던 귀갓길은 잠깐이지만 낯선 궤도 위에 걸리게 된다.
>>663 선관은 무리하게 짤 필요는 없죠! 도시락파라면 어느 날 교실이 아니라 다른 데서 밥을 먹어보자 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같은 건 바로 전 일상도 식사중이었으니 좀 힘드려나요? 토와가 기숙사생이니까 야사이가 다른 선배한테 볼 일이 있어 방과후에 3학년 기숙사 쪽으로 와서 만난다, 같은 게 떠오르는데 어떤가요?
>>674 일단 용건이 끝난 후에도 개인적으로 말을 걸 생각이지만 대화가 더 이어질 만한 게 없으면 끝내는 식이 될 것 같아요. 그랬을 때는 서로 안면을 익혔다 정도의 느낌? 무언가 해프닝을 벌려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괜찮다면 제가 선레를 써도 괜찮을까요?
낮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저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6시쯤, 2학년의 파란 넥타이를 한 소년이 기숙사 복도를 떠돌고 있다. 기숙사가 익숙치 않은 듯 떠도는 모습은 둥실둥실, 또는 안절부절이라는 효과음을 떠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팔 안에 안고 있는 것은 종이 몇 장이 대충 끼워져 있는 차트와 너덜한 책 몇 권이라, 적어도 목적 없이 온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곤란하네, 곤란하네..."
확실히 말하는 만큼 곤란해 보이는 모습이고, 곤란하다. 어딘가에 길을 잘 잃는 학생을 위한 지도가 붙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를 만큼 이곳을 모르니까. 결국 소년이 선택한 건 적당히 길 가는 사람을 잡아서 물어보는 거였다.
"그쪽 분, 혹시 3학년들이 있는 기숙사는 어느 쪽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토와가 교복을 입고 있었다면 3학년의 빨간 넥타이를 보고, 그쪽 분이라는 불확실한 호칭 대신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썼을 것이다. 조금 헤매서 현재 위치는 대략 걸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목적지에서 많이 멀어진 정도일 테지만.
으음. 카지야히메가 어느 정도로 알려지고 전승되고 있는지... 사실 그 조상신은 이름조차 안 정했고... 많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합네다 그래도 나름 어떤 시골 촌구석에서는 꾸준히 전승되고 있고? 잘 안 먹히지만 관광상품으로 쓰고는 있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달까요 (´-灬-‘)
>>735 이렇게 대거 카미카무시 사건이 예고되다니! 그러면 돌려보도록 하죠! 선관은 딱히 접점은 없을 것 같으니 초면으로 돌리면 될 것 같긴 한데 마사히로는 보통 학교에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아무래도 학년이 다르고 그렇다보니 아키라가 방과 후에 학교를 둘러보다가 마주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긴 한데.
>>744 보통은 학교 화단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부활동 견학일까요? 아직 학기 초라면 지금은 문화계 부활동을 위주로 돌고 있을 거고 조금 지났다면 이제 슬슬 운동부도 보고 있곘네요! 단순하게 말하면 사람을 보는 것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 근처에서 스윽 나타나기도 합니다!!1
봄의 시간이 무르익고 꽃들이 하나둘씩 피어나는 시기가 되었다. 딱히 학생회장의 업무는 아니긴 했으나 학교 내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아키라는 일단 자신이 당장 해야 할 서류를 마친 후에 학교를 둘러보겠다고 이야기한 후 학생회실을 나왔다. 김에 바람도 쐬면 좋을테니까. 딱히 정해진 루트는 없었다. 보통 순찰을 도는 것은 선도부 멤버들이 하는 것이고 자신은 그저 분위기나 살펴볼겸 해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물론 비행행위가 목격이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원칙대로 처리하겠지만.
동아리 부원을 모으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은근히 치열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1학년이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지금이야말로 적기라면 적기일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조만간에 예산 신청란이 엄청 몰려올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중에 돌아가면 그 부분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인수인계 자료를 확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와중 원예부가 관리하고 있는 화단 쪽에 그는 도착했다. 지금은 활동을 하는 이는 없어보이긴 하나 적어도 방치된 것은 아닌 것 같은 화단을 바라보며 그는 작게 미소지었다.
"올해는 뭘 심었을지 모르겠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조만간에 볼 수 있으려나."
물론 바로 자라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푸른 싹은 볼 수 있을테고 그것 이외에도 이미 예전부터 기른 꽃들은 색색의 아름다움을 뽑내고 있었다. 나중에 원예부 부장과 이야기해서 학교 홍보 사진으로 찍어볼 수 없는지 이야기 정도는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잠시 그곳에 멈춰서서 꽃들을 바라봤다.
희미하게 웃는 모습에서 유추하건데 그런 사실은 이미 알고있을 것 같다. 결국 평가는 다른이에의해 그 가치가 증명되는 법. 자기평가에 의미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이번건은 좀 억울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평가를 바꾸기위한 노력을 할 생각은 없었다. 특히나 이 여러의미로 시뻘건 이 사람에게서 좋은 평가를 얻는건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
"기억해둘게요."
'진중한 모습을 좋아하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들에 그에게 고양감이 있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기억해두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긴 오래있기에는 너무 더우니까요."
말을 마치고 부실에서 나가는 문으로 몸을 느릿느릿움직였다. 몸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너무 써버렸다는걸 주장하고 싶은건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뒹굴다 보면 슬쩍 배가 고파올 때가 있다. 그렇다고 밥을 챙겨먹자니 아직 저녁 시간도 아니어서, 애매하고. 이럴 때는 간식을 챙기는 게 제일이다. 쇼는 평소에도 자주는 아니지만 군것질을 가끔씩 한다. 부활동 시간에 목을 쓰다 보면 허기질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기숙사 냉장고에 주전부리를 적당히 비축해두는 게 쇼의 습관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막 냉장고를 열어보니 군것질거리가 있어야할 칸이 텅 비어있었다. 저저번 주에 매점에서 먹을 걸 잔뜩 사왔었는데, 그새 다 먹어치웠나? 쇼가 냉장고 문을 닫으며 힘없이 하품한다.
느긋하게 사복을 챙겨입고 기숙사를 나온 쇼는 평소대로 매점에 방문하려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매점 음식이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 좀 질린달까… 그래서 쇼는 조금 귀찮지만 학교 부지를 벗어나보기로 했다. 이전에도 학교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여러 번 있어서 길을 헤맬 일은 없다. 그렇게 조용한 가미즈미의 거리를 지나는데, 길 한 편에 '호시즈키당'이라 쓰인 간판이 자리잡은 것이 보였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라 잘 생각해보니, 학교 아이들이 맛있는 화과자점이라고 자주 떠들곤 했었던 게 기억났다. 쇼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었지만… 문득 호기심이 동했다. 여기선 상당히 유명한 모양인데, 그럼 또 지나칠 수 없다. 조금 색다른 게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많은 신들이 바빠지는 계절이 언제일까. 신들 역시 맡은 바 업무가 다른 만큼 인간들의 성수기처럼 어떤 한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바쁜 시기는 단언컨대 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식물의 생명력은 그거야말로 실로 굉장한 것이라,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인간들의 사견을 빼고 보더라도 가장 많은 종류의 꽃이 싹을 피우는 것은 봄이니- 당연히 꽃의 신인 그녀가 어느정도 힘을 들이고 있는 것 역시 필연적인 일이다.
최근 그녀의 일과 중 하나는 꽃을 보러 다니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녀가 간섭하지 않아도 꽃은 피어난다. 생명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신의 힘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녀가 신경 쓸 정도로 의미가 있느냐고 한다면 그녀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생명은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종 다양한 것들을 언제나 보고싶다는 욕망에 비할만한 것은 되지 않았으니까.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에는 이미 꽃을 피웠다. 물론 조금은 위화감이 없는 한도 내에서 벌인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래 심어진 것 보다 풍성해보이는 것은 틀림이 없음이라, 어쩔까. 그게 꽃의 신이 하는 일인데.
그렇지만 저건 이상하다. 이물이라고 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은 극히 한정되어있다. 그야 그렇지 요즘 어린 아이들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서야 제 몸에 벌레는 고사하고 흙을 묻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이런? 어라? 무슨 일인가요? 꽃을 꺾어서 혹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이라도 할 건가요?”
그러니 그녀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아이의 등 뒤에 슬쩍 나타났다. 화단을 관리하던 아이들은 깜짝 놀라던 것 같았지만- 이내 익숙해졌었지-
"그런가..." "3학년은 입시 때문에 바지사장이기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토와가 만일 가미즈미 토박이였다면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잊시를 준비했겠지. 이런 불공평함 같으니라고.
"으음.. 그렇군요. 저는 토와라고 해요" 어라. 토와가 보통은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는 걸 생각하면 처음부터 요비스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야사이 카즈네라는 2학년 후배군의 이름을 듣고는 와타시라는 것은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갑니다. 토와는 와타시~보쿠를 쓰지 않을까? 사실 사투리를 쓸 법도 한데.. 안 쓰는 건... 토와주가 오글거려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1년 차이가 생각보다 큰 경우도 많거든요." 특히 상급 학교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말이지요? 라 말하다가 전학생이라는 표현에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감탄하는 토와입니다.
문뜩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빠르게 몸을 뒤로 돌리자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리본의 색으로 보아 1학년. 현 학교의 분위기를 물어보기엔 딱 좋은 대상이었으나 그녀가 물어온 질문이 너무나 당황스러웠기에 그의 사고는 미처 그곳까지 닿지 못했다.
"꽃을 꺾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이요? ...이 꽃이요?"
지금 이곳에서 꽃이 있다고 할만한 곳은 화단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곳에도 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저 꽃을 꺾을거냐는 물음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여긴 원예부가 관리하고 있는 화단이니만큼 멋대로 꽃을 꺾을 순 없죠. 애초에 선물을 할 거면 꽃을 꺾는게 아니라 꽃집에 가서 꽃을 사는 것이 낫다고요. ...애초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예정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한 물음인만큼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1학년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는 학생회장인 시미즈 아키라. 학교의 분위기를 둘러볼겸 해서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그러는 당신은 원예부 학생인가요?"
밤에는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낮에는 학교에 가서 얼굴만 비추고 내내 잠을 잔다. 이것이 요조라의 최근이자 고교생활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하고도 변변한 대화나 교류 같은 없었지만, 요조라는 별 생각이 없었다. 대화는 하교 후에 가족들이랑 해도 충분했다.
"다녀와... 어요..." "아, 요루 왔어?" "응, 오빠..."
보통은 하교해서 가게로 하면 엄마가 있곤 했는데, 오늘은 오빠 마히루가 있었다. 마히루는 진열장에 방금 나온 듯한 화과자들을 채우다가 돌아보고 요조라를 반겼다. 요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가 진열장으로 다가갔다. 아직 진열된 봄 시즌 메뉴와 방금 넣고 있던 화과자들이 그 안에서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다.
"오자마자 간식 찾는거야? 그러다 살쪄도 모른다? 네거 따로 빼서 카운터에 두긴 했지만." "그런 건... 바로 바로 얘기해..."
졸린 눈으로 보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요조라를 보고 마히루가 짧게 놀리면서도 카운터에 요조라 몫의 간식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요조라는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대면서도 카운터로 걸어갔다. 든 것도 없는 가방은 대충 카운터 밑에 밀어놓은 요조라가 자리에 앉아 예쁘게 담긴 간식 접시를 앞으로 당기고 있으니, 마히루가 빈 쟁반을 들고 요조라를 지나쳐가며 말했다.
"나 안에서 아버지랑 얘기 좀 하고 온다. 먹고 있어." "응..."
아마 그렇게 길지 않을테니 금방 올 거라 생각했다. 그 사이 설마 손님이 오겠어, 라고 생각한 요조라였지만, 언제나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었다. 입에 문 과자 하나를 다 먹기도 전에 열리는 문을 보고 요조라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카운터에 기대 앉은 채로 방금 들어온 손님을 향해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호시즈키당 안은 매우 심플했다. 당고와 경단, 도라야끼, 그 외의 화과자들이 즐비한 커다란 냉장 진열장이 하나, 수제 초콜릿과 과자, 사탕 등등이 보이는 작은 진열장 하나가 내부의 전부였다. 단골에게는 익숙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낯선 그런 구조일지도. 요조라는 한켠의 카운터석에 앉아 턱을 괴고서 손님을 응시하고 있었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가 인상적인, 남학생에게 시선을 지그시 꽂으면서 말이다.
그녀의 말의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아키라는 이 꽃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고개를 힘껏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내밀어진 벚꽃 가지를 그는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이건 또 어디서 가져온거람? 확실히 벚꽃이 필 시기이긴 했는데 이 근처 나무에서 꺾어온 것일까? 일단 이 부분은 주의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벼운 주의를 주듯 이야기했다.
"예쁘긴 한데 하지만 함부로 꺾거나 하면 안된다고요. 다음부터는 주의해주세요. 일단 이건 고마워요. 이미 꺾인 거니까 죽지 않게 최대한 보관해야겠네요.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지만."
화분에 물을 넣고 꽂아두면 되나? 아니면 화분을 하나 사서 둬야하나? 나중에 원예부 학생들과 만나서 조언을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정성스럽게 그 가지를 꼬옥 잡았다. 아무튼 그녀가 자신의 소개를 하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리본 색에서 알 수 있었으나 역시나 1학년인 모양이었다. 카미야 마사히로. 그럼 카미야 씨라고 부르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럼 카미야 씨로 부를게요. 그보다 키라키라는 뭔가요? 확실히 한자로 쓰면 빛과 관련된 한자이긴 하지만...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1학년은 잘 모르죠. 그래도 이렇게 봤으니 기억은 할 것 같지만요. 이런 것도 받았으니."
선물인지, 아니면 그냥 주은 것을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꽤 인상에 남는 사람이 아닐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자신의 안경을 살짝 손으로 올리면서 정리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말에 그는 살며시 도끼눈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째서 선물을 안 한다는 것만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것이 되는건데요? ...혹시 1학년들 사이에 사랑이야기가 퍼지고 있나요? 어.. 이 근처에 사랑과 관련된 신사가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연애 관련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사랑에 관심이 많은 것이냐고. 한 번이라면 모를까. 두 번이나 관련으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더욱.
화과자점 내부는… 뭔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과자 올린 진열장들이 매장을 꽉 채우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모양이지. 달랑 두 개 밖에 없는 진열장을 가득 채운 화과자들을 보면.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카운터에 앉아있는 점원이다. 다크서클이 깊게 낀 눈에 피곤한 얼굴을 한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쇼의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였다. 뭐, 부모님 대신 가게를 보고 있기라도 한 거겠지. 쇼는 인사를 건네오는 점원을 보고 살짝 목인사를 해보인다. 그리고 입구에 놓인 쟁반과 집게를 들고, 진열장으로 향한다.
당고, 경단, 도라야끼 같은 전통 과자들부터 초콜릿, 사탕, 과자까지… 없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정도. 살짝 배가 또 주려온다. 얼른 사들고 기숙사로 돌아가야지.
진열대 앞에서 쇼는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닌 시간동안 머무른다. 이윽고 진열대를 벗어난 쇼의 쟁반에는 여러 과자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저러다 떨어트리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카운터까지 걸어온 쇼가 약간 힘겨운 몸짓으로 쟁반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 계산해주세요."
혹시 이 맹해보이는 점원이 계산하는 걸 까먹을세라 덧붙이는 말. 그새 쇼는 외투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낸다.
토미나가 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스스로_포기한_것은 -흠... 생각해봐도 딱히 없음!
자캐의_글씨체를_서술해보자 -샤프나 볼펜같은 현대 필기구로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석적인 글씨? 초등학교 입학 때 궁서체 따라 썼던 것처럼... 정말 딱 폰트처럼 정석적인 필기체야. 붓글씨도 옛날 기준으로는 정석적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우와 고풍스럽다~😲 정도는 돼.
자캐가_웬만해선_안_보여주는_표정 -애초에 표정변화가 없다……😐 그나마 쉽게 볼 수 있는 표정은 눈썹 들어올려서 의문 표하기, 그리고 미미하게 인상 찌푸리는 얼굴 정도? 웃는 얼굴은 본 사람이... 아니 신이라도 1500년 동안 세 손가락 안으로만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어🤔
"으음. 그런 거에 첨언해서 의도를 훼손시키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학생회 산하라서 의무라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라고 말하면서 상당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야.. 토와가 있던 고교는 학생수가 적었으니까... 당연히 동아리활동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성이 토와에요." 가볍게 말하며 그러면 이번엔 이름을 물으신다면 엔이랍니다. 라고 하면 '엔'인지. '엔이'인지 헷갈릴지도 모르잖아.. 3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는 말에 야사이를 애매한 표정으로 잠깐 바라보다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니까요" 저는 입학 후에 2년동안은 엄청 긴 시간이라고 느꼈거든요. 라고 가볍게 말하다가 과감함이라는 말을 듣자.. 입을 가리며 쿡쿡 웃나요?
"아. 그거는 자의 반 타의 반이었거든요." 안타깝게도 시골의 분교라.. 학생이.. 별로 없어서 결국 폐교되는 것도 반이었고요. 라고 말하며 자의는 역시 도쿄같은 큰 도시의 고교로 가는 게 아니라 여기에 온 것도 있겠네요. 라는 말을 하는 토와입니다.
>>843 새학기를 맞아 마루가 이런 동아리 저런 동아리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 다니는데 생소한 TRPG에 이끌려 TRPG부 동아리실을 똑똑 두드리고, 부장인 테츠야한테서 TRPG 소개.. 괜찮다면 가벼운 실습(?)까지 받는 거가 일단 떠올랏어유 :3 테츠야주는 원하는 상황이 따로 계실가여? 부담없이 말씀주세여
“이름은 중요하니까요. 누군가에게 쉽게 불러지는 것 보다는 이렇게 귀여운 별명이 있는 편이 좋지 않나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 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니까-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슬며시 그녀의 눈은 반달처럼 휘었다. 언제나처럼 환한 웃는 얼굴로 그녀는 기꺼이 질문에 답했다.
“아하하~ 무서운 얼굴이네요~ 자자 웃는 사람이 행복하답니다? 건강에도 좋아요- 그야 본격적으로 누군가를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느낌이 나니까요? 키라키라땅은 생각해본 적 없나요? 사랑은 맹목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무엇이든 하고싶어 지는 거랍니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조금씩 소년에게 다가가다가 다시 화단을 보며 쪼그리고 앉아서는 주위를 훑어보았다. 많은 사람의 손이 오간 덕인지 여러 꽃들은 서로의 자태를 뽐내듯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래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키라키라땅은 여기에는 분위기를 보러왔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사람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키라키라땅은 학생회장이기도 하고- 어떤지는 알지도 모르니까 몰래 꽃을 가져가서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하기에는 딱이 아닐까-해서? ”
정확히는 그녀가 오기 시작할때에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했을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귀찮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말하면 대응하기가 귀찮으니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는것이다.
"그것도 있지만- 몇가지 부활동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딱 하고 오는 것은 없더라구요- 이정도의 원예는 애초에 만족할 수준도 아니기도 하고? 아, 맞다! 키라키라땅이 추천해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회장이니까 무언가 잘 알지 않나요?"
Q.시이는 데코라 패션을 자주 하나요 A.일단은 응. 하지만 그건 단순히 요즈음 유행인 지뢰계 멘헤라 패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야(오너 취향 포함이지) 펑크에 데코라를 선택적으로 곁들이는 편이라고 생각해... 로리타도 별로 입지 않구 이 이야기를 언젠가 꼭 해야지 싶었어 물어봐줘서 고마워 마루주 쪽
이 1학년의 붙임성 보통이 아니네. 순수하게 아키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자신은 거리감을 주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자신은 3학년이고 학생회장이었다. 그런데 초면인 1학년이 키라키라땅으로 부른다니. 생각도 못한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하면서 아키라는 애써 헛기침 소리만 낼 뿐이었다.
"아, 아무래도 좋잖아요?! 사랑을 해봤건 해보지 않았건. 이, 이래보여도 중학생 땐 사귄 사람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는거고! ...뭐, 상상에 맡기겠지만."
그에 대한 진실 여부는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며 아키라는 슬며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보다 자신은 왜 이 1학년에게 사랑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역시 요즘 1학년들에게는 사랑이야기가 퍼지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 학생회실로 돌아가면 1학년들에게 넌지시 물어봐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허나 음. 그러고 보니 요즘 사랑이야기가 퍼지는 것 같던데 다들 사랑에 관심있니? 그렇게 묻는 자신을 떠올리며 두 머리를 쥐어잡고 고개를 강하게 도리도리 젓는 것은 1분도 안되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신이 있지 않나요. 지금 제 눈앞에. ...그리고 안해요. 사랑고백. 그런 것은 말이죠. 갑작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서로를 알아가고 조금 더 친밀해지고 그러다가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러다보면..어흠. 쿨럭. 쿨럭. 아무튼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넘어가고, 1학년생으로서 이 학교는 괜찮으신가요?"
물어볼 이가 없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1학년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페이즈에 넘어갈 것 같았으나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며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추천..이라고 해도 어떤 것을 좋아하는데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혹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혹은 익사이팅한 것을 좋아한다. 그런 것은 없나요? 제 개인적으로는 학생회에는 일손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와서 나쁠 것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즐길게 많은 1학년들에게 바로 학생회에 들어오라고 권유는 못할 것 같네요. 빈말로도 재밌는 활동은 아니기 때문에."
요조라가 보기에도 아마 또래로 보이는 손님은 요조라의 인사에 고개만 꾸벅 숙인다. 그 반응에 요조라는 별 생각이 없었다. 이게 보통이니까. 하교 후 시간대에 오는 손님은 이 근처에 살거나 단골인 경우가 많아서, 어쩌다 요조라가 카운터에 있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있기만 해도 손님 응대는 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러겠거니, 하며 요조라는 카운터에 기대서 조용히 과자를 먹었다. 뭘로 할지 묻지 않는 이상, 손님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게 호시즈키당이라서, 요조라는 손님 혼자 쟁반에 이것저것 담는 걸 카운터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요조라라서 그냥 둔 거지 아니었으면 이미 나가서 설명도 해주고 고르는데 도움을 주었을테지만. 그 탓, 그 덕에 이것저것 한가득 담긴 쟁반이 카운터로 왔을 때는 요조라가 힐끔 하는 눈짓으로 손님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기... 이거, 이것들... 유통기한, 짧은데... 다 먹을 수... 있어요...?"
원래라면 유통기한이 며칠이고 보관을 어떻게 하고 다 설명해야 하지만 요조라는 그러기 귀찮았다. 일일이 설명이라니. 이 손님이 요조라의 참아줄지도 모르는데 괜한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달까.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은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구구절절한 설명은 생략하고 필요한 말만 꺼냈다.
"냉장보관, 으로... 사흘에서 일주일이라... 금방, 먹을 거, 아니면... 남을 거에요... 버려야 할 지도..."
그래도 사갈 건지, 아니면 오래 보관 가능한 것만 사갈 건지, 요조라의 말은 그런 속뜻을 담고 있었지만 지금 상태로 저 손님이 이해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금 더 설명을 하면 될 텐데. 요조라는 말 할 시간을 끌기 싫어 설명 대신 손님이 적당히 이해하고 대답해주길 기다렸다. 어차피 다 사갈 손님이라면 다 사가겠지, 라는게 요조라의 생각이었다.
게임은 언제나 생소한 것이다. 게임센터에 발을 들이고, 조이스틱을 현란히 조작하는 행위에 취미 붙이는 기회를 맞은 것은 굉장한 예외였다. 모바게는 조작하는 재미가 없고, PC 게임은 입문에 변변한 도움을 준 사람이 없다. TRPG 또한 애초에 접할 기회가 없었으며... 그러므로, 바퀴를 돌리던 손이 TRPG부 곁에서 멈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TRPG 하고 머리로 발음하는 어감이 생경하다.
호기심은 사람을 움직인다.
"실례할게.. 있을까."
반쯤 열려 안쪽을 보이는 문을 손마디로 똑똑 두드렸다. 울리는 소리는 절제되고, 내부를 둘러보고 테츠야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소년은 외양이고 읊조리는 말씨고 고요하다.
분명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던가- 그녀는 그런 생각을 거듭하다가 시선을 피하는 그를 보고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래된 친구들도 만났고 또한 이 학교라는 곳에 온 이후에도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젊은이들 사이에 있으면 그녀 취향의 사랑이야기가 흘러 들어오니까.
“어머나- 키라키라땅이 말하는 것처럼 저에게 사랑고백을 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처음 만난 사이니까요?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저는 모두의 마사히로이기에- 아쉽지만 받아드릴 수는 없답니다… 아쉽네요~ 응? 이 학교말인가요?”
그러고보니 학교의 조사를 하고 있던 것이었죠- 그렇다면 그것에 답하는 것 역시 일단은 학생으로 있는 이상 자신의 역할이 되는 것이다. 조금 떨어진 운동장에서는 부활동에 매진중인 학생들의 소리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교사 안에서도 들려오는 많은 학생들의 괴롭고도 즐거운 청춘의 한때- 그녀는 그것에 집중하듯이 눈을 감고서 이내 전과 같이 웃어보였다.
“대단히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네요? 학업도 우수하고, 부활동도 충실. 교사진도 대단히 후로훼쇼나루? 하고, 이렇게나 학생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머리에 있다면- 분명 좋은 학생들이 모이겠지요? 의외로 학생도 교사도 학생의 장도 모두모두 서로 닮는 법이랍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그를 따라하듯이 헛기침을 하고는 이내 다시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대단히 어렵답니다- 미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거울을 보면 충족이 되는 것이라- 학생회라는 것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그는 동아리실에서 데이터베이스용 컴퓨터의 전원을 키고 trpg를 즐길 사람을 기다리는게 방과후의 일상이었다. trpg는 꾸준히 해야만 그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장르였기에 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은 수는 아니었기에 만약 한번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된다면 게임마스터인 그는 많이 바빠지게된다. 진행하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플레이어들의 돌발적인 선택에도 대응을 해야하는 입장인 그는 플레이어들의 이름같은 신상정보는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얼굴만큼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안 받.."
그렇기에 전혀 처음보는 그 얼굴이 한 말에 자동적으로 대답하려다가 잠시 고민했다.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는데 노타임으로 거절하는것도 불쌍하니 너무 바빠서 안되겠다는 듯 아쉽게 거절할까.
...아니.
"... 들어와."
만나자마자 반말하는 사람에게 존대말을 할 필요는 없을거라 생각하며 자신의 근처에 있는 허름한 의자를 그 곳에 앉으라는 듯 가리키고 밍기적거리며 패트병에 있는 미적지근한 녹차를 종이컵에 쪼르륵 따라다가 그의 앞쪽에 놓는다.
"난 커피는 안 마시거든."
그에게 직접 trpg를 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한 사람이 trpg를 하려면 여러가지 캐릭터설정과 그에 맞는 시나리오조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 귀찮은 작업을 상대방도 좋아하지는 않을 것 이다.
0고백 1차임이라는 것이 이런 상황인 것일까. 자신이 보는 만화책에서 이런 전개를 본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되게 어이가 없는 상황이구나 싶어 아키라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아니. 그보다 마치 자신은 안 젊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 참으로 특이한 1학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1학년이니까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리지 않던가. 것보다 엄청나게 사랑을 좋아하는구나 싶어 그는 그냥 그런 아이라고 납득하기로 마음 먹었다.
"후로훼쇼나루? 아. 프로페셔널. 발음 어렵긴 하죠. 영어. 아무튼 막 입학한 1학년생들이 봤을 때 그렇게 나쁘지 않다면 다행이네요. 그 생각이 바뀌지 않도록 학생회에서 조금 더 노력을 해야겠네요. 열심히."
2, 3학년들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가장 확실한건 막 들어온 1학년들의 생각이었다. 정말 아무런 편견도 없이 순수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겠는가. 반대로 말하자면 자신이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는 각오를 다지기로 하며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뭐, 일반적으로는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하는 일이 많죠. 수학여행지를 선택하거나, 학교 행사를 미리 조율하고 계획해서 성공적으로 치루거나, 학교 동아리 예산 점검, 그 외 활동 예산 관리, 행사에 대한 감독책임 등등. 솔직히 관리직들이에요. 서기, 회계 같은 임원이 있지만 아무래도 많은 이들은 그 임원 아래에 소속되어서 일을 보조하거나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요."
적어도 그녀가 바라는 심적이나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가만히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그녀가 그런 것을 좋아한다면 뭐가 좋을까. 나름대로 고민하며 그는 그녀에게 나름 이야기했다.
"아무튼 동아리는 예술 쪽과 관련된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연극부라던가, 밴드부라던가, 혹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새롭게 만들어도 좋을테고요. 통과시킬만한 것이라면 제 쪽에서 검토 후에 통과시킬 수도 있겠고... 아. 그러고 보니 댄스부가 있었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일단 당장 생각할 수 있는 예술과 관련된 동아리 몇 개를 소개하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 중에 그녀의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진 알 수 없었지만.
손에 지갑을 들고 카운터를 빤히 내려다보는 쇼. 그러다 점원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오자 시선을 슬그머니 위로 올린다.
"…그래요?"
쇼는 여전히 무심한 눈으로 쟁반을 한 번, 점원을 한 번 바라본다. 그러더니 "글쎄요…" 하고 말 끝을 흐린다. 사실 화과자를 고르면서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지? 오랫동안 먹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하지만 살면서 화과자를 직접 사먹어본 적은 거의 없었고, 그러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게 말한 쇼는 쟁반에 산처럼 쌓아둔 화과자들을 몇 개씩 조십스럽게 옆으로 옮긴다. 쇼의 목적은 쌓아두고 가끔씩 꺼내먹는 것. 그러니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냥 다 사도 되는데, 버리는 건 아깝잖아!
"이것들만 계산해주세요."
화과자들을 하나 둘씩 치우다 보니 쟁반에 남은 것들은 꼴랑 몇 개 뿐이었다. 일주일 안에 다 먹어치울 수 있는 양으로 정한 건데, 수북하던 처음과 달리 조금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 초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보통 가게 점원이 이런 배려까지도 해주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3.모두의 책상에 잡지 조각이 있습니다. 인간은 별자리, 신은 (인간)이름에 들어가는 한자로 보는 연애운세를 선물 대상자에게 해당하는 부분만 찢어져 놓아둔 것 같네요. 올해에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 거라든지, 노리는 분을 쟁취하게 될 거라든지, 깜짝 놀랄 만큼 예상치 못한 사랑을 얻게 될 거라든지, 사실 어떤 별자리/한자이든 좋은 말밖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성향에 SL이 들어가는 분은 종이를 뒤집으면 우정운이 나오지만, 역시 나쁜 말은 없어요.
소년은 고정관념으로 인한 오류를 재빨리 수정하고 이름을 업데이트했다. 다행히 누군가 우려한 조사의 오류는 범하지 않았다. 한자로 써도 순식간에 쓸 수 있을 것 같은 짧은 이름이다, 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경제적이라고 해야 할까? 잊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가요? 어쩌면 저도 1년 동안 길게 느끼면서 다녔다가 지금 잊어버리고 짧다고 말하고 있는 걸지도."
그게 사람이라면 당연한 심리일지도 모른다.
"아하, 그런 건 아니구나." / 소년은 쿡쿡 웃는 토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과장스러울 만큼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곤 대답했다.
"그건 의외네요. 도시의 좋은 학교에 다닐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는데. 이것도 다른 의미로 결단력? 아니면 이유가 있어서?" / 자의란 이야기에 대답하고 혼자 생각을 이어나가더니, /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 학교도 충분히 좋거든요. 편안하면서도 활기차고, 딱 좋은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같다고 느껴져서."
25% 정도는 의례적인 덕담이고 75% 정도는 경험에 따른 진실이라고 할 말을 소년은 중얼거렸다.
"막 전학, 그러면, 도서관에는 아직 와 본 적 없어요?" / 라는 말에 바로 덧붙여, / "없으면 한 번쯤은 찾아주세요. 오셨을 때 제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막 신학기가 시작한 분위기라서 도서관 이용수칙도 새로 개정해서 붙어 있고 하니 이용에 불편함은 없을 거에요. 자료 조사용 컴퓨터와 프린터기도..."
있나, 아마도 있었던 거겠지. 하고, / "있으니까요." / 또 덧붙이고. 그러다보면 걷던 시간이 길었으니 원래 목적지이던 3학년 기숙사에도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심코 손끝을 마주 모으다가, 고치어 종이컵을 쥐고 작게 한 모금 넘겼다. 초면인데 반말하는 이유는 그쪽이 친근하다고 하니까. 존댓말은 좋거나 싫거나 거리감이 있다. 때로 멀며, 때로 적당한데 오히려 보다 선이 뚜렷한.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던 때가 있었더란다. 그나저나 한산한 부실이다. 종이컵을 내리며 두 손을 모았다.
"으응, 아니.. 나 실은 TRPG가 낯설거든. 괜찮다면 소개해준다면 무척 좋겠는데."
아, 하고 무표정인 얼굴에 손을 얹었다.
"나 미아레 마츠루라 해. 1학년. 그쪽은.. 선-배님이네. 부를 이름을 물어보도록 할까."
한자로 쓰는 것은 바로 쓸 수 있을까..? 아무리 읽는 게 짧다고 해도 토와(일반적으로 이름으로 쓰는 한자는 藤和로 쓴다.)랑 야마모토(山本)를 비교하면 후자가 압도적 승리 아닐까? 싶지만.. 말로 내뱉은 게 아니므로 참견에 불과할 것이다.
"그거 무슨 원리로 따로 있던 것 같은데요.. 짧게 느끼고 길게 느끼고.. 그런 건 말이에요." 시간과 새로운 것을 익히는 그런 것으로... 라는 말을 하다가 잊어버렸나..? 라고 고개를 기울이는 토와입니다.
"좋은 고교에 간다- 같은 것만 생각했다면 나다*나 카이세이* 쪽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요..." *나다, 카이세이 고교-일본 최고의 명문 고교로 손꼽히는 학교. 그 말을 하고는 거대한 곳에 간다는 것을 꺼리는 듯한 생각을 한 뒤. 토와는 도서관에 와달라는 것에 가본 적은 없지만.. 여러 책을 빌릴 생각이니까.. 역시 도서부랑은 조금 친해지는 게 좋겠지요? 라고 말하면서 가봐야겠다는 말을 하니.. 기숙사가 코앞입니다.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멘헤라는 사르르 녹아버리고 만다. 휘발될 위로라는 걸 알면서도 금방 기대다 못해 자신보다 작은, 그러나 오래 묵은 신의 허리를 꼬옥 껴안고는 품에 얼굴을 묻는 것이다. 허락도 안해줬지만 그렇게 건방진 응석을 부려대는 것도 쾌락신의 면모일까. 얼굴을 푹 묻고서 줄줄 울어대는 주제에
"안 쓸쓸했어. 친구같은 거 필요 없거든. 세상은 전부 쓰레기라구우우우... 아니야 사실 내가 바보천치야..."
하면서 아집을 부려대는 것도 신이 할 법한 행동일까. 글쎄, 둘의 몸이 바뀌었대도 믿을 법한 역전이었다. 몇 분 정도 류카를 멋대로 껴안고는 훌쩍거리던 시이는 살짝 눈을 들어 류카에게 틱틱댔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하나도 안 쓸쓸했으니까 말야. 친구 없으면 쓸쓸하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주시죠? 친구는 선택일 뿐이라고요. 인간들은 수준도 안 맞구, 다 헤롱헤롱하는 멍청이들이구, 신들은 늙다리들 뿐이니까... 아무튼, 안 쓸쓸했다구."
볼을 부비적대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말야, 딱히 내가 쓸쓸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지, 네가 쓸쓸하다고 하니까. 늙은 신 주제에 쓸쓸해하기나 하고 바보처럼 그렇게 구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가는 거야. 난 슈-르하니까. 슈르한 쾌락신이니까!"
그리곤 벌떡 일어나서 흠뻑 젖은 백팩을 앞으로 끌어안고 우산 그늘에 숙여서 들어갔다.
"콘포토 아파트...야."
학교에서 걸어서 20분 내외인, 지은 지 좀 된 아파트. 가정이 살기에는 방세가 싸지만, 여고생 모습의 신 한 명이 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만한 곳. 편안한 아파트라는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쾌적하지만은 않다.
“으음, 영어라는 것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학생회가 이 곳의 보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저는 그 영어? 라는 것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 보도록 할까요.”
신관장이 이 학교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했기에 나름 괜찮은 발음이 아닌가 하였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탓일까 그녀는 티가 나도록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그렇다하여 언제까지고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까 이내 방금과 같이 웃을 뿐이었다.
“어느 세상에서나 관리는 관리 나름의 고충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 생각하면 지금의 일도 이해가 되네요. 관리인이 노동자의 상태를 보러 오다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그러면 한가지. 당신은 그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계신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시키기에 하는 것은 아닌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이곳에서 꽃을 가꾸던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해서 하는 일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관리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원하지 않은 감투를 쓰게 되는 일 따위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기도 하지 않던가. 감투를 쓰고는 있지 않으나 자신은 신이었다. 그것에 충실감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며 아름다움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신. 어디를 가도 이것이 달라질 일은 없다. 그러니 아름답지 않은 일들은 두고보아서는 안된다.
“그것이- 연극도 주악도 그다지 흥미가 없답니다. 분명 듣는 것은 즐겁고 직접 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아직은 보는 쪽이 더욱 즐겁다고 느낄 수 있기에-“
춤에 이르러서는 그녀는 언제나 봉납을 받는 쪽이었고 직접 춤을 추기도 하지만 그것은 직접 흥에 겨워 하는 것- 집단에 소속되며 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이 저겠지요- 하지만 이 이상 두고 있을 수도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내려온 이유가 일종의 여흥이었기에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주객전도. 어이없을 정도로 혐오해 마지않는 아름답지 않은 행위 그 자체인것이다.
“어쩐지 미안하네요 키라키라땅. 이렇게나 열심히 추천을 하시는데 맞지 않다니. 여러 부활동을 돌아다니고 있기에 언젠가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러고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학생회라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에... 고마워 이것저것 받아버렸네 시이는 오늘 방송에서 천사날개를 달고 울면서 콜라를 마셨다고 해 사쿠라모찌가 그나마의 위안이었달까 애정점 내용은 '이름에 <이>자가 들어가는 당신, 그래요, 당신 말이에요! 지나가다가 게임센터에 들릴 생각은 없어요? 운명의 그대가 인형뽑는 데에 무진 애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였다네
그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냐는 물음에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침묵의 시간이 그렇게 길진 않았다. 그래봐야 5초 정도였을까. 그러다 그의 입가에서 나온 것은 작은 웃음소리였다. 이어 그녀를 오른손을 가볍게 휘저으면서 그녀에게 바로 사과를 전달했다.
"후후. 미안해요. 비웃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은 학생회장이 되고 난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서. 즐거움이야 느끼고 있죠. 제가 계획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와 협의해서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고, 올 한해는 제가 생각한 방향과 계획대로 이끌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한 것들로 누군가가 재밌게 즐기는 것을 기대하면서 작년 학생회장 선거에 나왔고 지금은 이렇게 학생회의 총 책임자인 학생회장이 되었으니까요. 정말로 순수하게 말하자면, 학생들을 위해서인 것도 있지만... 제 개인 만족이 절반은 될지도 모르겠네요."
신선한 질문을 해줬으니 자신 역시 이렇게 답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입술에 갖다대며 작게 쉿 소리를 냈다. 적어도 지금 한 말은 학생회장으로서는 그렇게 바람직한 대답은 아니었기에 널리 알려져서 좋을 것도 없었다. 적어도 학생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일하는 이들이 바로 학생회장이 아니겠는가. 허나 순수하게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지원할 정도로 아키라는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이는 절대로 아니었다.
아무튼 동아리는 어느 쪽도 흥미가 없어보였기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들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부턴 순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미안해할 것 없다는 듯, 아키라는 고개를 양 옆으로 가볍게 저었다.
"끌리지 않는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길 바랄게요. 학생회는... 만약 온다면 환영해줄게요. 물론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니까 어느 정도 각오는 하셔야겠지만요."
물론 쉬운 일이 아닐 뿐이지, 보람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는 것. 그렇기에 더 코맨트를 하지 않으며 그는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아니면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서 사랑부 같은 것을 만들어도 환영해줄게요. 어디까지나 납득할만한 활동 목적이 있어야겠지만요. 저라면, 사랑을 도와준다..같은 것을 내세우겠지만요. 영화나 만화같은 곳에서도 나오잖아요? 몰래 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거나 혹은 무대를 만들어주거나 식으로? 물론 만화속 이야기지만, 그런 곳이 하나 정도는 있어도 재밌지 않을까 싶거든요. 학생회장으로서도, 제 개인으로서도."
trpg 소개라니. 최초의 trpg부터 장르의 세분화 그리고 세분화의 역사까지 설명을 해줘야하는걸까? 아니,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기보다 하고싶지 않았다. 애초에 상대방도 그런걸 원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설명하는게 적절할까. 지금 다른사람이 플레이중인 '가미즈미saga' 를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는것도 너무 오랜시간과 내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후지모리 테츠야. 후지모리라고 불러."
다른사람의 이름을 알려고하는 아주 성의있는 후배님이었다. 그럼 그 성의를 보아서라도 적당히 힘내도록 하자.
"너는 결국 나한테 trpg에 대해서 설명받으려고 여기에 온 거잖아? 설명하는게 너무나도 귀찮고 나른한 '후지모리 테츠야' 라는 놈한테서 설명을 받으려면 설득을 해야할거야."
뭐, 현실은 설득같은건 없이 원 패스였지만 말이야.
"그런데 네 말투가 건방지다거나 설득을 하기위한 논리가 부족하다면 설득을 못해. 그럼 많이 아쉽겠지? 흠, 많이는 아니려나. 어쨌든 말을 잘 못하면 설명을 못들어. 그럼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겠지. 몰래 들어가서 다른사람한테 설명하는걸 엿듣는다거나 안 알려주면 때리겠다고 협박을 한다거나 말이야. 뭐, 이쪽은 실패하면 설득하다가 실패했을 때 보다 호된 꼴을 당하겠지."
말을 너무 많이해서 살짝 목이 말라져 녹차가 얼마 안 남은 패트병을 그대로 병나발째로 꿀꺽꿀꺽 하고 다 마시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이런식으로 이야기에서 목적을 위한 행동을 정하고 그에대한 결과나 과정을 즐기는거야. 사람마다 능력도 생각도 틀리니까 여러가지 반응을 볼 수 있을테고."
“후후ㅡ 그건 다행이네요. 책임감으로 버티기만 하는 사람은 그만큼 쉽게 부러지더라구요. 진정으로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적지않은 욕망이 있는 사람이 어울린다- 저희 가족은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여기에서 있던 이야기는 묻어버리죠- 그녀 역시 그렇게 말하고는 그를 따라하듯이 가벼운 손짓으로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무조건적인 봉사보다는 다소의 욕망으로 채워져 있는 편이 아름답다. 이전의 그녀였으면 반대였겠지만 이것 또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생각한 대로 될 때도 있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각오라니, 그렇게까지 필요할까요? 저는 키라키라땅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데- 제가 들어가면 열심히 해주시겠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아직은 초조하지도 않았고,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봄은 이미 왔고 이 시간이 가기 전까지는 그것보다도 먼저 할 일이 있으니 본격적으로 부활동을 정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연애를 도와주는 건가요? 그거라면 좋지만- 아쉽게 되었네요 그건 이루어질 수 없어요. 누군가의 사랑을 도와주는 것은- 제 능력의 범주 밖이라.”
마치 시간을 맞춘 것처럼 바람이 불었다. 그것이 그리도 즐거운지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쩐지 초연한 듯한 웃음으로 답하는 것을 대신하였다. 그래 마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버틸 수 없다는 듯이.
“그런 걸 만들어버리면 누군가가 긴장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어버려요. 저의 가치관하고는 정반대.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키라키라땅-“
"그 정도로 힘든 일도 많다는 의미에요. 그래서 말했잖아요? 그렇게 권장하는 곳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그보다 키라키라땅이라는 말은 대체 언제까지 쓰나 싶어서 아키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1학년이 잘 알지도 못하는 학생회장을 이렇게 부르는 일은 여기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는 괜히 두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까지 저 호칭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필시 호칭을 바꿔주는 것은 어림도 없겠지 싶어 그는 결국 마음 속으로 납득하고 포기하기로 했다. 꽤 재밌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 것 같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알기는 힘들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사람. 지금까지 대화를 하며 느낀 감상은 딱 그러했다.
사랑에 대한 동아리 역시 부정적 입장인만큼 그는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에 해당하는 동아리는 사실상 찾기 힘들었다. 동아리는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활동을 해야만 하는 곳이었으니까. 허나 그러다가도 좋은 곳을 찾을 수도 있으니 그 이상 자신이 뭔가를 말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하며 그는 그녀의 말에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겠네요.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더 보기도 좋고 아름다우니까요. 그렇다면 저도 여기서 더 의견을 내진 않을게요. 그쪽이 카미야 씨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이 나오기 좋을테니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말하는 후배가 과연 무엇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뒤이어 그는 쭉 기지개를 켠 후에 고개를 돌려 꽃들을 바라보다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바라봤다. 분홍빛 꽃잎이 아직 떨어지진 않았으나 머지 않아 떨어지게 될테고 필시 아름다운 풍경이 발현하리라 생각하며 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면 저는 다른 곳도 둘러보면서 남아있는 이들이 있으면 의견을 좀 더 들어봐야겠네요. 동아리 찾기. 힘내요. 그리고 김에... 머지 않아 만개하게 될 벚꽃도 기대해주면 감사하고요. 여긴 흐르는 물이 좋아서 그런지 벚꽃도 상당히 예쁘거든요."
또 볼 수 있으면 보자라는 말을 하면서 그는 그녀에게 살며시 손을 흔들었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슬슬 가볼 생각인 듯 보였다.
"절대적 시간인가... 상대적 시간인가.. 같은 이야기지만요." 어릴 때 시간이 빨리 간다 같은 건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차서 그렇다- 같은 거였던가. 그러니까 정신적 시간은 어릴 때가 빨리 가고 육체적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빨리 나아간다.. 였나.
"으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고.. 라고 생각하며 토와는 가볍게 넘깁니다.
"너무 친숙해지면 곤란할지도 몰라요?" 뭐.. 3학년인 이상 그렇게까지 곤란해지지는 않겠지만?
"그렇겠죠.. 그럼 잘 찾길 바란다고 미리 말하는 게 좋겠지요." 못 찾으면 헛걸음하게 된 거니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찾을 수 있겠지..? 오늘 갑자기 도서부 부장님이 본가로 내려갔다거나! 사건에 휘말려서 경찰서행이라던가! 같은 게 아니라면야
"그런 일을 보답이라고 하는 건가요..?" "음 그래도 반찬가게에서 같은 거 집었을 때 양보받는 건 좋을지도요?" 고개를 갸웃할만한 일이 아니던가..? 라는 반응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토와는 정말로 도달하면 저녁을 먹으러 다이닝 공간으로 향할 거고.. 야사이는 도서부 부장을 찾으러 갈까?
" 물론 괜찮고말고~ 오늘보고 못 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된 건 엄청난 인연이니까! 그렇지? "
스즈는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까. 이 나라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며 이 작은 마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까. 그 희박하디 희박한 확률을 뚫고 오늘 이 순간에 만나게 된 건 분명 우연이 아니리라. 누군가와 만나던 간에 엄청난 확률을 뚫고 만나게 된 것은 감사할만한 일이고 또 그렇기에 매 순간과 모든 만남과 모든 인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즈는 '그럼 스즈라고 불러줘~' 하고 말했다.
" 음.. 그렇.,지? 눈으로도 안보이고 물질적으로도 설명되지 않지만 말야, 그 외에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많이 일어나고 있잖아! 뭐라고 설명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그래! 그리고 또 나는 그렇게 배우기도 했고. "
'분명히 신 님은 계셔.' 하고 당찬 목소리로 말한 스즈는 또 미소를 지어보였다. 궁금할 법도 하겠지만 스즈는 그것이 왜 궁금한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3대째 이어지는 세습무로서 또 미나미 신사에서 지내는 무녀로서 신이라는 것은 스즈의 삶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것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마저 끼쳐준다면 굳이 그것을 마다할 이유조차 없지 않은가.
" 어.. "
스즈는 순간 말을 멈추고 가만히 두 눈동자에 소녀를 담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지만 공기가 살짝 가라앉고 어딘가 신비한 느낌이 드는 바람이 볼을 스치는 감각.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지고 안심이 되는 기분. 그러고 보니 새로 만난 후미카라는 소녀가 말하는 것은 처음부터 뭔가 신비롭다는 기분이 들었다. 신이 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제 기도에 응답해준 풍어신이 이 자리에 온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스즈는 그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또 미소를 지어보였다.
" 뭔가 신기했어. 뭐라고 설명하긴 힘들지만 뭔가 신비한 기분이었어! 되게 신 님처럼 말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 기분나빴다면 미안해. 그냥 조금 신비한 기분이 들어서~ "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전한 스즈는 엇차- 하고 적당히 마루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 통을 열었다. 두 개의 주먹밥이 들어있었고 스즈는 '정말 안 먹어도돼?' 하고 한 차례 더 물어보았다. 조금 부끄럽다고 느낀 것은 다른 것 보다 주먹밥의 사이즈였다.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나서 점심때에나 먹을 법한 사이즈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주먹밥 두 개. 스즈는 에헤헤.. 하고 멋쩍게 웃으면서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한 입 가득 물고 우물거리던 스즈는 '우우웅!' 하고 웅얼거리며 말하며 후미카를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더 우물거리다 삼키고, 또 크게 한 입을 물고 우물거리다 삼키고.
" 맛있다! 이거 진짜 맛있어! "
친구들도, 어른들도 그렇게 말했다. 너는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예쁘니 신들도 그 모습을 좋아하실 것이라고. 그 때마다 스즈는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런다고 해서 자신이 먹는 모양 따위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주먹밥 하나에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은 스즈는 또 한 입을 물고 한 참을 우물거리다가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올려 후미카를 바라보았다.
손사래를 치며 이 이야기는 넘어가자는 사인을 보낸다. 이야기를 하고싶은 마음도, 해줄 필요성도 못느꼈기에 그냥 어물쩡 넘어가려는 것이다. 집요하게 물어본다면야 끝내 이야기를 해주긴 할테지만, 별로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 마약 안해요. 저도 그게 나쁘다는건 안다구요. "
그런데 마약 이야기는 어쩨서 나온거지? 아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대답해준다. 허무맹랑한 마법 이야기라고는 해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데 매몰차게 나올 수는 없었다. 별로 신뢰가 가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것이다. 잠이 잘 오는 향초라도 준다면야 기쁜 일이겠지.
" 우리 이야기는 언제부터 삼천포로 빠진건가요... "
캐모마일이야 파이프 덕에 항상 주변에 퍼져있다지만, 양귀비는 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따져봤자 코로리와의 대화에서 얻을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양귀비의 여부보다는 대화의 방향성을 먼저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마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기 힘든건 매한가지겠지.
이미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투덜거리고 있자니, 머리 위로 코로리의 손이 올라온다. 딱히 위협이나 폭력을 목적으로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아 가만히 있었는데 쓰다듬어지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쓰다듬 이후에 들려오는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지어진다.
" ....에? 세밤이나요? 뭐야 제 파이프 돌려줘요. "
세밤 동안이나 파이프를 못피운다니! 항상 집중력을 중요시해왔건만 오랜만에 집중력이 떨어지게 생겼다. 파이프를 다시 뺏어오려고 해도 이미 코로리의 등 뒤로 넘어가버린 파이프를 뺏어올 자신은 없었다. 괜히 몸싸움을 벌이다가 누군가 다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고,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켰다간 다음날 '선배를 폭행한 후배!' 정도로 학교 신문 일면을 장식해버릴테다. 여분의 파이프는 없는데... 하지만 갈아끼우는 필터는 집에 넘쳐나니 그걸로라도 어떻게든 연명해야겠다.
>>891 코로리의 자리에 코로로 젤리! 8가지 맛을 모두 주다니 코로리 품에 젤리 한가득 (´∀`) 거기에 사쿠라모찌랑 운세 잡지까지! 정말로 받은게 아니라니 상상만 해보면, 한입에 젤리 와르륵 채우고서 잡지 조각 읽고 있을거 같다 (*´∀`*) 선물 받아서 기쁘고 정말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