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습니다. 매점 옆 거대한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하자 그 근처 벤치에는 사람이 늘 앉아있어 자리가 없네요. 이미 돗자리를 펼친 학생들도 보이는군요.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이곳에서 고백을 한다면 공개 고백이 되어버리겠어요. 음음. 귀신 들린 나무라는 소리는 역시 헛소문이겠죠?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체육 창고 안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은우였다. 축제 준비를 하는 도중, 정말 그대로만 가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 바로 그 시초였다. 은우는 그야말로 즐거움을 추구하고 즐거움에 살고, 즐거움에 죽는 이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그대로 끝낼 순 없다고 생각하며 더욱 즐겁게 만들려면 뭘 하면 좋을까. 나름대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카페인만큼 마스코트가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정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안 쓰는 너구리 인형옷과 인형탈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은우는 지금 그 너구리 인형옷과 인형탈을 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크게 띄지 않기 위해서 창고 안으로 들어왔고 그곳에서 움직여보며 제 몸에 잘 맞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주 조금 끼는 것은 있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면 중간에 확 벗겨지진 않겠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와중, 누군가가 이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누구지? 하는 생각에 은우는 일단 숨어야하나 생각을 했으나 인형옷을 입고 있는 시점에서 움직임이 그렇게 빨라질 순 없었다. 아무래도 옷의 무게는 가벼운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반의 반장인 신우를 바라보며 은우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
딴딴~ 딴딴딴~ 딴딴딴딴딴딴~
한번쯤은 인터넷에서 볼법한 너구리 게임의 음을 입으로 내면서 은우는 오른팔을 위로 올렸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했다. 나름대로 축제 때 쓰는 기계인양 흉내를 내는 모양이었다.
나름 속여보려고 했지만 그 노력도 무색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은우는 어째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정체를 밝히고 탈을 벗어야할지, 아니면 끝까지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해야할지. 그 와중에도 어느 쪽이 더 재밌을지를 생각하며 은우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허나 여기서 들키면 당일날에 이걸 못 쓰게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은우는 아무런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딴딴딴딴딴딴딴~ 또로록~"
해당 게임에서 나오는 걸어갈 때의 소리와 점프할 때의 소리를 입으로 내며 은우는 아주 가볍게 옷을 입은 채로 점프했다. 이어 또 딴딴딴딴딴딴~ 또로록~ 소리를 내며 앞으로 걸어가며 살짝 점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출구 쪽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연출할 생각이었으나 당연히 그게 자연스러울린 없었다.
하지만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그냥 못 본 척 넘어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계속 걸어가는 것과 점프를 일시적으로 하며, 그리고 소리도 제대로 내면서 출구가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갔다.
은우의 작전은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하필 신우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거의 다 와서 붙잡히는 바람에 이젠 정말로 정체를 밝혀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조금 아쉽지만 여기까지인가 생각을 하며 은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역시...
"알았어. 알았어. 밝히면 되잖아! 짜잔! 정은우입니다!"
이어 은우는 너구리 탈을 벗은 후에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드러냈다. 안이 덥긴 했는지 그의 이마엔 살짝 땀이 맺혀있었다. 손을 빼내서 이마를 닦아낼 순 없었기에 그는 일단 바깥 공기를 쐬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며 약하게 숨을 조절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눈동자는 아주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정체를 알아내다니. 역시 우리 반 반장에다가 전교 부회장이야! 하하하! 대단해. 대단해."
인형옷 속에 넣은 팔을 가볍게 흔들면서 나름대로 손가락을 접어서 으뜸 표시를 하려고 한 후에 그는 정말로 태연하게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럼 수고해! 반장!! 축제 준비 서로 열심히 하자!"
정말로 태연하게, 정체를 밝혔으니 이제 가보겠습니다 전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통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계획에 따르면 아주 자연스럽게 퇴장해서 혼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신우가 혼내지 않는 것 같아 은우는 속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혼만 내는 게 아니라면 딱히 자신에게 문제는 없었으니까. 잘 보니 굳이 막을 것 같지도 않았기에 은우는 정말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외부인이나 괴인이라는 말에 그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설마 해랑고를 점령하러 온 의문의 괴인! 너굴맨! 이런 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지? 아. 하지만 내 개인적ㅇ로는 그쪽이 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그 이후에 파워레인저 같은 이들이 나타나서 싸우고 평화를 구해주는거야! 어때?"
웹툰을 그려서 그런 것일까. 그런 감성을 좋아하는 것인지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선 후에 자신을 따라오는 그를 제대로 마주했다. 이어지는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숨길 필요는 없었으니까. 안 들켰다면 모를까. 이미 들킨 이상...
"집까지 가져가겠어? 좀 더 이렇게 착용감을 느끼다가 저기에 넣어둘거야. 그리고 축제때 짜잔 입고 등장하는거지! 어때? 카운터를 보는 너구리! 재밌잖아! 엄청 관심 끌걸? 앞과 뒤에 전단지 붙여놓고 돌아다니면 홍보도 되고! 나는 재밌으니까 좋고 반에서는 홍보가 되고 화제가 되니 좋고! 윈윈 전법이라고. 윈윈 전법. 그러니까 이건 내가 멋대로 하겠다 이 말이지."
분명히 반에 건의를 하면 필시 무슨 짓거리냐고 반대하는 이가 있을테니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듯, 은우는 정말로 태연하게 이야기하면서 슬쩍 신우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물론 진지하게 따지기보단 정말로 장난스럽게 반박하는 것에 가까웠다. 괴인 너굴맨이건, 파워레인저건 실제로 나타나면 그건 절대로 작게 끝날 일이 아니었으니까. 촬영이라면 모를까. 그 모든 것이 실제가 된다면 그건 은우가 추구하는 재미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일이었다. 당장 내일을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끔찍한 지옥이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라고 해도 그런 것은 피하고 싶었다.
"바로 그거지!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는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너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필 거기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오. 찬성해주는거야? 좋았어!! 그럼 당일을 기대해줘! 그때까지 너구리 댄스도 익혀올테니까!"
너구리 댄스가 무엇인지는 가르쳐주지 않았으나 적어도 절대 가벼운 뭔가가 아닌 것은 분명해보였다. 괜히 엉덩이를 씰룩이면서 그는 너구리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것이 너구리 댄스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그에 대해서는 일단 비밀로 하려고 하며 은우는 체육창고 쪽을 바라보면서 그의 까닥질에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착용감은 조금 끼긴 하는데 나쁘진 않아. 사실 그것보단 당일날 덥지 않을까 걱정이네. 이거 생각보다 안이 꽤 덥거든. 와. 카페 일 보다가 슬쩍 뒤로 빠져서 물이라도 안 마시면 큰일날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그만두진 않을 거지만 말이야. 재밌거든. 이런 거."
괜히 소리를 내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는 체육창고가 있는 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와중 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그는 신우를 바라보며 다시 되물었다.
정면으로 파워레인저를 부정하는 듯한 신우의 말에 맞춰 은우는 괜히 상처를 받은 것마냥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외쳤다. 허나 그 또한 당연히 진심이 아니었다. 지금 이런 분위기 자체가 꽤 재밌다고 생각하며 그는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냈다. 지금 이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 역시 그답다고 해야할지. 자신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불편하거나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은우의 입장에선 이런 타입이 꽤 재밌는 편이었으니까.
물을 챙겨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신우의 말에 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물론 그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알아서 이것저것 연구를 할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탈 안에 물병을 꽂아둘 곳을 미리 만들어둔 후에 빨대를 꽂아서 미리 자신의 입에 살짝 집어넣고 있다던가. 그럼 쪽 빨기만 하면 시원한 물을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허나 과연 탈 안에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는 또 의문이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어? 심부름 중이었어? 괜히 미안한걸? 나 때문에 일정이 많이 늦어진거 아니야? 아. 그 긴 로프로 날 묶어서 잡아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주 살짝, 로프라는 말에 살짝 경계심을 보이며 그는 신우에게서 장난스럽게 슬금슬금 물러섰다. 이어 그는 얄궂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태연하게 받아치는 신우의 말에 은우는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두 팔로 X를 그렸다. 말 그대로 자신을 잡아가지는 말라는 의미였다. 물론 실제로 잡아갈 것 같진 않았지만 그렇게 분위기를 타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로 은우였으니까. 같은 반인 이들은 지금쯤이면 꽤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은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너구리 인형옷을 벗기 시작했다. 매트 위에 앉아 끙끙 거리면서 하나하나 벗으니 갑갑했던 몸이 이제야 시원한지 그는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두 팔을 뻗어 쭉 기지개를 켜고 두 다리를 가볍게 흔들면서 스트래칭을 하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로프를 찾고 있는 신우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약속은 약속이야. 이거 비밀로 하기 없기고 당일에 막기 없기다!"
확실하게 약속을 받아내려는 듯, 그는 신우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당일에 막는다고 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한다면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그는 신우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을 은우가 납득했을지는 또 별개의 문제였다. 목소리에 진정성이 없는 것을 보면 그냥 말로만 알았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뭔가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그는 조금도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이내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 슬쩍 신우의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아. 걱정하지 마. 적어도 하늘 위로 빵 쏘는 폭죽을 가지고 오진 않을테니까. 폭죽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그러다가 아주 약간의 힌트를 주면서 그는 뭔가 흥미로운 것을 떠올리는 듯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 관련으로 신우가 혹시나 묻는다고 해도 은우가 대답할 일은 없었다. 서프라이즈가 있어야 재미가 성립하는 법이니까.
"내가 터트려야 의미가 있는거야. 그런 것은. 역시 반장은 잘 모르는구나. 아. 물론 개개인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불을 내는 일은 없을테니까 안심해! 이건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할 수 있어."
자신도 무모한 장난을 칠 생각은 없다는 듯, 그는 태연하게 두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물론 그것을 믿고 말고는 신우의 몫이었다.
불안한 눈빛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야말로 즐기는 표정 그 자체였다. 뭔가 꾸미는 것 같지만 그게 뭔지는 쉽사리 알려주지 않는 모습. 그것이 바로 은우가 주로 행하는 페턴이었다. 물론 그를 아는 이는 선을 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남에게 피해를 심하게 주는 장난은 즐겁지 않아서 하지 않긴 하지만 그를 잘 모르는 이는 불안해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위험한 일은 안해.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뭔가는 있을지도?"
그렇기에 은우는 끝까지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일부러 쿡쿡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위험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약속을 하던 그는 새끼손가락을 살짝 내밀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일단 자신이 뭔가 대책없는 사고를 치면 반장인 그에게도 피해가 갈테니 그 부분은 확실하게 조절할 생각이었다.
"그럼 나는 여기서 조금 더 정리하다가 가볼게. 잘 가! 반장!"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은우는 안에 있는 물건들을 관찰하듯이 가만히 바라봤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대로 계속 머금으며.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할게! 미안하다! 신우야!! 하지만 심한 장난은 아닐거야! 위험하지도 않을거야! 아..아마도..(시선회피) 아무튼 갱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