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사전에 참여불가기간을 말해주시지 않고 14일 이상 진행 참여가 없거나 미접속시 해당 시트가 정리될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피디가 외친다. 카메라 캠코더의 눈 뒤에서 숨죽이던 스태프들이 웅성거린다. 장치를 조작하거나, 모니터를 쳐다보며 제각기 바쁘게 움직인다. 책상 위 컵에 담긴 물은 이미 미지근해진지 오래. 사실 정말 마시는 물컵이 아닌 인터뷰 장식용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을 쳇바퀴처럼 반복한 내게는 단물과도 같았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령님. 노고에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인터뷰 진행자는 말쑥한 양복에 머리를 포마드로 정리한 차림새. 9시 뉴스 앵커처럼 말쑥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감독의 수많은 재촬영 요구에 희생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하얀 앞니를 보이며 내게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에 응했다.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펴가십시오."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온갖 전자장비와 조명, 카메라에 잡히는 곳만 빼고 북적이는 사람들 덕분에 그곳 공기는 용광로처럼 달아있었다. 땀이 얼마나 났으면 흰색 예복 안이 비칠 지경이다. 문을 열자 역시. 바깥의 냉기가 뱀처럼 기어들어가는게 발목으로 느껴졌다. 나는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들어가 문을 닫았다.
"어? 옷 갈아입었네?"
손에 가방을 쥐고 방송국을 나서자 윌리엄 중령이 놀란 체를 한다. 여기서 그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구축함을 타던 초짜 소위 시절에 만난 사람이었다.
"밖에서 예복을 어떻게 입고 다닙니까? 행사도 아니고 불편하게스리."
"점심 비싼데 예약했다고. 니가 가슴에 명예훈장 달고 있어야지. 그래야 식당 주인이 공짜로 밥을 줄 거 아냐?"
"할 말이 없어서 그런 천박한 말을 하십니까?"
나는 곧 떠난다. 그와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울지 않았고, 애써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 떠남이나 헤어짐이 죽음을 의미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에. 단지 그는 여기에 남고 나는 신도쿄로 갈 뿐. 그래서 평소처럼 시답잖은 이야기나 하며 시내를 걸어갔다. 왜 도쿄 본부로 발령이 났는지 모르겠다. 어디의 누구는 곧 진급한다더라. 첩보업무라고 해서 전부 007처럼 일하는건 아니라더라. 해양산업이 반토막 당해서 업계가 난리라더라.
건물 전광판에선 극우정당 정치인의 망언이 연신 보도된다. 가끔씩 목발을 짚거나 한 쪽 팔소매가 나풀거리는 사람이 보인다. 난민 차별을 멈춰달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은 가판대를 깔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전단지를 나눠준다. 대충 한 장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건 꼭 까먹고 있다가 세탁기에 같이 돌려버리더라. 모습이 바뀔지언정 우리가 사는 일상은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인터뷰에서 뭐라고 물어보디?"
"뻔한 것들. 자기소개 시키고, 어쩌다 미국까지 왔냐, 힘들진 않았냐."
시덥잖은 프로파간다. 전쟁에 묻혀있던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솟아오르자, 일본계 난민 소녀가 입대해서 싸웠다는 소재는 정치인들 보기에 기막힌 선전거리였나보다. 그 망할... 사세보에서 했었던 '미국에 보답하겠다' 발언까지 파내서 써먹고 있으니. 할 수만 있으면 그 놈들 면상에 소금을 쳐 버리고 싶었다.
"조국이 부르면 다시 응하겠냐.... 그런 별볼일없는 이야기들?"
"진짜 응해?"
불시에 비수처럼 날아오는 질문. 나는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뭐라고요?
"다시 전쟁 나면 또 싸우러 나갈 거냐고. 그게 그 말이잖아."
뭐냐. 사상검증인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그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주변의 일상적인 소음에 파묻혀 기계적으로 앞을 향해 걸었다. 나는 눈을 깜빡거리며 기억을 더듬는다.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
.....
.....
.....
.....
.....
.....
.....
"못하지요. 그딴 일."
"그치? 나라도 그럴거야."
하하하! 그제서야 우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 짓을, 그 짓을 또 하라고? 한 번 출항하면 창문도 없는 잠수함 안에서 반 년을 보내는 생활을? 그 반 년동안 적에게 들키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생활을? 못돼먹은 간수 놈들이 소총으로 가슴을 꾹꾹 찌르는 포로수용소 생활을? 돌았냐? 그럴바엔 허리에 납덩이를 차고 대서양 한복판에 다이빙을 하겠다.
"그 땐 무식하니까 용감하던 시절이라서 그랬죠. 지금은 못하겠어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 죽겠다니까."
"뭐어.. 대외적으론 팬티도 성조기 그림으로 입는 애국전사 노릇을 하곤 있지만.."
지금에 와서 과거를 돌아보면 모든 일이 아득하게만 보인다. 운석 충돌에 대한 뉴스를 보는 것, 미국행 배를 타고 미국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일들. 술로 만든 안개처럼 몽롱하다. 모두 한바탕 꿈을 꾸고 일어난걸까. 설령 그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내가 겪은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때의 나는 내가 아니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전해들은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해냈던 걸까. 나라면 못했을거야. 듣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걸. 남들은 내 속도 모르고 박수를 보내지만 말이야..
"고향이 요코하마랬지? 도쿄 바로 옆이라면서. 고향 가는 거네 그럼. 좋겠다 좋겠어."
"그건 구 도쿄고. 제가 가는 곳은 신도쿄라니까요. 구도쿄랑 요코하마는 이제 아틀란티스에요!"
"요코하마든 아틀란티스든. 거기 가선 대충 살라고. 데스크에서 컴퓨터나 만지면서 말야. 어차피 돈 때문에 가는 건 아니잖아."
"당연히 그럴 거에요. 남은 생은 요양이나 해야지."
100년같은 10년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일주일 후에 신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핑- 피잉-'
북극해를 누비는 노보로시스크 호. 함교 외벽 모퉁이 너머 계속 총알이 날아온다. 나는 권총만 모퉁이 밖으로 빼서 조준도 않고 마구 방아쇠를 당겼다. 누군가 우왓 하는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피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Не пока?!"
"Почти закончил~♬"
전투기라는 물건은 자동차처럼 열쇠 꽂고 돌린다고 시동이 걸리는게 아니었다. 부장이 콕핏을 열고 들어가 복잡한 계기판을 만지는 동안 나는 눈치를 채고 다가오는 적들을 막아야 했다. 사마엘이 풀려나고 극도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전투기에 왜 시동이 걸리고 있는지 신경쓸만한 강심장들이 있었나보다. 러시아에 망조가 들었다고 슬퍼하던 내 걱정 돌려내라 개자식들아..
"Хорошо, входите!"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한 탄창을 분무기처럼 뿌려버리고 전투기를 향해 달렸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계속 총을 겨누고 침착하게 물러났어야 했는데.
'탕-'
"아악!"
놈들이 기어코 내 등에 총알을 박는다. 방탄복 위를 슬렛지해머로 내려찍는 기분이었다.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거꾸러졌다. 하지만 적이 모퉁이 밖으로 나오며 부장의 사격각에 노출되었고, 조종석 위에서 총성 몇 발이 들리더니 등 뒤에서 지껄이는 소리들이 조용해졌다.
"Эй! ты не sao?"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를 악물고 일어선다. 전투기 날개를 잡고 아득바득 기어 올라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거의 구르듯 뒷좌석으로 들어가자 부장이 콕핏을 닫았다. 더 이상 쫓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새삼스럽게 윌리엄 중령과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남은 생은 요양이나 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망할 전쟁. 망할 인간. 망할 내 빌어먹을 팔자야.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언젠가 내 힘이 다해 쓰러지기 전까지 안식이란 없는 것인가?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큰일날 뻔 했군 сестра♬. 어디에 맞았지?"
"방탄복에 막혔습니다. 어서 출발이나 하시죠.."
전투기의 꽁무니가 바닥을 향하고 서서히 떠오른다. 고도에 다다라 수평 비행을 시작하자 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날 짓누르는 세상의 무게가 느껴진다. 내가 다시 한번 버텨낼 수 있을까. 버텨낸 다음엔 쉴 수 있을까.
만인이여 용기있게 인내하라. 더 시X 나은 세상을 위하여 인내하라. 별이 빛나는 하늘 저편에 위대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보답하시리니.
열심히 붙들고 살아온 문장도, 어쩐지 공허하게 들려온다.
"주께서 심판하실겁니다. 우리가 우리를 심판하듯."
“우리는 심판받을 거야. 밤하늘의 별들 너머로부터.“
이 모든 고초들은 더 높은 곳에 올라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한 대가임을 나는 안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것도. 하지만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한낱 인간인가. 번뇌가 휘몰아친다. 이렇게 발버둥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얼룩진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 내게 알려주었으면.
더 이상 나아가기가 무서워.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리기만 해. 사방이 온통 도산지옥이야. 보답도 심판도 보이지 않아. 나는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메라기는 "저기 앉아서 얘기해볼까, " 하고 말을 건네려 하고는 재빨리 벽쪽 자리로 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내려놓으려 하였습니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아이는 샌드위치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한 입도 먹고 있지 않고 있었습니다. 카페모카는 계속해서 홀짝이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당장 먹지 않으려는 걸까요? 다시 스트로를 꺾어 가볍게 한모금 들이키려는 그 때, 나츠키의 질문을 듣고 스메라기는 컵을 내려놓고 말하려 하였습니다.
"파리는 잠시 거쳐가는 곳이었고, 나는 모스크바에서 왔어. 유로 네르프 모스크바 지부가 내가 원래 있던 곳이야. " 이렇게 대답하라고 리린들이 그랬어. 이 말 역시 정말로 모스크바 지부에 있었는지, 유로 네르프 소속인 것이 맞는지 확인할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스메라기는 밝게 웃으며 본인이 모스크바 지부에서 왔음을 단언해보이려 하였습니다.
"파리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힘들었어. 모스크바에서는 그래도 일본어가 어느정도 통했는데 거의 한마디도 안 통해서...미즈노미야 부장님이 날 여기까지 데려다 주셨어. 후카미즈 대위님? 도 같이 오셨고. "
슈가놈 재현도 400%를 달성한 >>260 독백을 보고 저는 그만 무릎을 탁 치며 오게 되었습니다. (@@) 초반에 인터뷰 장면과 중령의 질문에 못하겠다고 대답하던 부분도 인상깊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나루미가 평소와 같이 외치던 만인이여 용기있게 인내하라가 부분부분 바뀌어 있는 부분이 정말 특히나 인상깊은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역하고 새 직장에 취직하고서도 군대에 있을때와 다를바 없이 갈리고 있는 나루미에게 진심으로 joy를 표하고자 합니다....(ㅠㅠ)
Q 오늘 진행 잘하면 불발각 서게 생기셨다는데 사실인가요?? A 제 현생 일이 생각보다 대차게 갈리고 있는터라 예정드린 것처럼 밤 10시 30분 정시진행이 가능하리라 장담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기를 쓰고 10시까진 돌아와 토요일에 진행할수 있도록 노력해서 오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일상이벤트 기간 부디 즐거이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벽쪽 자리로 이동해서 들은 얘기는 조금 충격이었다. 에, 파리가 아니라 모스크바? 러시아 쪽이네? 2호기가 파리에서 왔다고 들어서 분명 그쪽에서 왔겠거니 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래도 모스크바도 똑같이 외국이니 어떤 곳일지 궁금하긴 한데. 아니, 근데 지금 뭐라고?
"어? 후카미즈 씨?? 후카미즈 씨가 그쪽에 가셨던거야?“
후카미즈 씨가 거기서 왜???나와??? 아, 아니지. 생각해보니 요코스카항에서 사도를 상대할 때, 이상하게 후카미즈 씨가 아니라 기술부 소속 오퍼레이터가 있었어. 그래서 그랬던건가?? 그랬구나... 그 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했다. 그러고 나서야 어째서 스메라기의 말투에서 그 이상한 아저씨의 느낌이 나는지도 이해했다. 으음... 그거구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뭐... 그런 거.
"아무튼 뭐... 그냥 외국 지부니까 궁금해서. 외국은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니까, 어떤 곳일까 하고. 모스크바는 어땠어? 파리는 잠깐 거쳤던 곳이었으면 별로 구경 못했다던가? ...아, 하긴... 파리는 구경하기엔 좀 그랬으려나.“
궁금한 걸 이것저것 말하다가 파리 이야기에서 잠시 멈췄다. 샌드위치도 한 입 먹고, 초코 라떼도 한 입 마셔서 입을 좀 축인 다음... 별로 즐거운 주제가 아닌 만큼, 아까보다 좀 풀죽은 소리가 나와버렸다.
"놀러 다닐 분위기가 아니었을 것 같긴 해. 뉴스에서 봤거든. 파리에서 시위하는 거. ...네르프 직원들도 같이..."
>>269 모스크바는 그래도 일본어가 좀 통했는데 파리 지부는 그렇지 않았다는 히카루의 말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모스크바 지부에는 본부에서 파견되었거나 일본인 직원인 이들이 어느정도 있지만 파리 지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생각될 수 있습니다. 유로 네르프 측에서 그렇게 뽑았을 수도 있겠지만 생판 타지인 모스크바에 있던 일본계 파일럿이라니 다소 의아하기만 한 조합이었습니다. 모스크바 지부에는 무슨 연유로 본부 직원들이 상당수 가있는 것일까요?
“응. 잘은 모르겠지만 부장님이랑 같이 오셨더라. 출장 차원에서 오신게 아닐까? “
후카미즈 대위에 대해 묻는 나츠키의 질문에 대해 스메라기는 그렇다고 긍정하고는, 모스크바에 물은 것에 대해 “아하…♪ 모스크바 지부가 궁금하다고? “ 라 말하며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모스크바는……♪ 눈이 내리고, 거의 항상 춥고, 영감들이 많고 그래. 거기는 아주 오랫동안 일한 연구직 직원들밖에 없고, 신입 직원들이 오지 않아. 아주 낡은 곳이야. “
고참 직원들밖에 일하지 않고, 그것도 연구직들만 대부분인 지부라는 설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모스크바 지부는 유럽 지부 중에서 특히나 연구 및 파일럿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과연 그곳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곳에서도 사도를 격퇴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겠지요. 모스크바 지부는 게히른이 창립될 적부터 있어왔던 곳이니까요. 그곳은 유럽 지부 중에서 가장 위원회의 영향력이 깊게 닿아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느 지부건간에 시설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거의 없지만, 파리 지부는 특히나 심했어. 직원들이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니까? 그나마 시위 건으로 느슨해져서 종종 나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지, 아주 철통같았어. 구경도 거의 못하고 그랬단다……♪ “
…파일럿을 방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니, 일반 파일럿에게 그 정도로 통제를 가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스스로를 백업 파일럿이라 칭한 스메라기가 이 정도라면 다른 파일럿 역시 통제를 받고 있어야겠지만 나츠키를 비롯한 본부 파일럿들에게 그런 제약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자면 그랬습니다. 파일럿들은 도시 내에서 정말 자유롭게 움직였었으니까요. 물론 이건 정규 파일럿인 나츠키나 타카기의 경우가 그러하였다는 이야기이고, 백업파일럿의 경우는 어떨지 정보가 없어 나츠키로썬 파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외국 지부 같은데에 가보고 싶니, 나츠키? “
한참 설명을 이어가다 멈추고, 스메라기는 가볍게 호선을 그리며 나츠키에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별 뜻은 없을 것이고 타 지부에 관심이 있냐는 듯 물어보는 것일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Q 어제 심하게 현생 일로 갈리셨는데 오늘은 미니진행 가능하신가요?? A 제 현생이 어제만큼 심하게 갈릴것 같지가 않아서 오늘 미니진행은 무사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어제 현생(+a)으로 못한 본부탐방 미니진행 오늘은 부디 무사히 빠른 진행으로 해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거의 항상 춥고, 눈이 내리는 지역. 항상 덥고 끽해야 비가 전부인 일본과는 다른 곳이다. 확실히 다르다. 외국이란 느낌이네! 그래도 일본어가 통했다는 걸 보면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꽤 있었다는 걸까. 아, 그럼 따뜻한 음료를 마시겠다고 한 건 거기서 생활했던 기억 때문일까? 확실히 항상 추운 곳이라면 여기와는 반대로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게 일반적이겠지. 그쪽에서 차가운 걸 마신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추위라는 건 2시간 정도 찬물에 몸을 담그거나 에어컨을 최대 온도로 해놓고 깜빡하고 덮을 것 없이 잠들었을 때의 으스스한 한기뿐이라. 거긴 이것보다 더 춥겠지? 어떤 느낌일까.
"여기랑은 반대라는 느낌이네. 날씨라던가, 직원도 그렇고. 여긴 신입 직원이 꽤 많이 들어오나 봐. 얼마 전에 요코스카항에서도 신입 오퍼레이터가 후카미즈 씨 대신― 아, 하긴. 후카미즈 씨도 나랑 같은 날 오셨으니 그렇게 오래 일하신 건 아니지만.“
그나저나 연구직이 대부분이고, '영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 있다니 그건 의외네. 연구직이 대부분이라는건 본부 기술부 같은 느낌이란 걸까? 지부 전체가 기술부라던가... 흠... 모르겠네. 그보다 모스크바에서도 파리에서도 시설 밖으로 나가본 적이 거의 없다니...
"의외로 시위 덕분에 나갈 수 있었다니 아이러니하네... 으음, 그렇게 빡빡한 거야? 해외 지부는? 그래도 본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랑 요리미치는 그렇게 통제당하진 않거든. 아유미는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랑 비슷하지 않을까.“
아, 아유미는 초호기 백업 파일럿이야. 서로 통성명을 했었을 때 아유미는 없었으니 간략하게 소개를 곁들이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파일럿을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었다니. 본부 지하부터 제3신도쿄시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나랑 너무 다른데... 블랙 카드가 없는 요리미치도 본부 지하 시설은 무리더라도 도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 지부랑 본부의 방침이 다른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잘 모르겠네. 아, 깜빡하고 있었는데 모스크바면 그 이상한 아저씨(...)가 출장 갔다가 피 철철 흘리면서 돌아왔다던 거기잖아. 그 정도로 위험한 곳이면 못 나가게 한 것도 당연한 일이겠군.
>>287 사도가 주로 침입해오기 때문에 전투원 및 비전투원인 직원을 모두 골고루 뽑고 있는 본부와는 달리, 유럽 지부는 각 지부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전투원의 비중이 모두 높은 편이었습니다. 모스크바가 가장 높은 편이었으며, 베를린과 파리가 그 뒤를 이었지요. 그렇게 빡빡한 편이냐는 나츠키의 물음에 스메라기는 그렇다는 듯 곧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만, 아유미 역시 비슷할 거라는 말에는 아닐 거라는 듯 넌지시 운을 떼었습니다.
"아유미...라고 했지? 너희들처럼 통제하지 않고 풀어놓고 있을 뿐이지, [ 관리 ] 는 나와 똑같이 받고 있을걸? 백업파일럿에 대한 처우는 본부든 지부든 다를 바가 없을거야. 단지 어느 정도로 통제하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
이쯤되면 궁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스메라기와 똑같이 받고 있다는 [ 관리 ] 는 정확히 어떠한 종류인 것일까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카페모카를 마저 비우곤, 스메라기가 이렇게 단언하려 하였습니다.
"궁금하면 나중에 너희 담당 직원분께 지부에 놀러가보고 싶다고 요청해봐. 웬만한 다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들어주실거야. "
스메라기가 말하는 담당 직원이란 유즈키 사오리와 같은 파일럿들의 처우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을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업파일럿에 대한 처우는 그냥 파일럿과 다른 건가? 아유미도 스메라기랑 같은 관리를 받고 있다고? ...기술부에서 말한 훈련 프로그램이나 뭐 그런 걸 말하는 것 같진 않다. 관리라는게 대체 뭐지? 백업파일럿은 왜 그냥 파일럿하고 다르게 관리를 받는 거지? ...잘 모르겠다.
"의외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나... 뭐어, 나중에 말해볼게.“
지부에 그렇게 막 놀러가도 되는 건가? 심심하면 여기저기 부서별로 가보고 지하도 가보고 하는 내가 할 말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그.. 부서랑 지부는 느낌부터가 다르니까. 그냥 가보고 싶다고 말하면 갈 수 있는 곳...?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가 붙겠지만 그건 아마 그냥 여행도 똑같고. 나중에 한 번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디로 할까. 파리는 역시 좀 그러니까 모스크바? 그래, 추위도 눈도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직접 보러 가는 것도 좋겠다.
"아무튼 여긴 모스크바처럼 빡빡하진 않을걸? 아예 나갈 수 없게 막진 않을 테니까... 학교도 가야하고. 참, 모스크바나 파리에서는 학교는 어떻게 한 거야?“
아유미도 학교는 오니까 말이지. 아마 이 새로 온 백업 파일럿도 학교 정도는 보내주지 않을까? 물론 아유미는 의외로 자주 빠지긴 하지만... 아무튼 뭐, 의무교육이라던가... 이것저것 있잖아. 그나저나 해외 지부에 있었을 땐 그럼 학교는 어떻게 한 거지? 내보내주지도 않았다면 기지 내에 학교라도 만들어준건가? 학교에 대해 물어보며 잔을 들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틈틈이 마시던 초코 라떼가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 어느새.
나츠키의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 말하였단 걸 깨달은 것인지, 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멋쩍게 웃으며 제 입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고는, "다른 파일럿이나 직원분들에게는 비밀이야? " 라는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정말로 쉽게 갈 수 있을거야. 물론 허락을 받아야 겠지만... "
마냥 쉽게 갈 순 없다는 건제 스메라기는 말끝을 흐리더니, 차근차근 설명해나가기 시작하였답니다.
"사도가 언제 침입할지 몰라서 파일럿들 대부분은 웬만해선 지부나 본부가 있는 도시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 경호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 이 조직은 정규 파일럿으로 선정된 아이를 혼자 내보내주지 않는단다. 아무튼 담당 직원분께 나중에 물어봐. "
...이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온천 여행을 갔을 때도 그렇고, 바다 여행을 갔을 때도 그렇고 여러분 파일럿들은 도시 밖으로 잘만 아무렇지도 않게 나갔으니까요. 기껏해야 유즈키 사오리가 같이 동행했을 뿐, 그밖에 인원들이 따라붙은 적은 없었지 않았던가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몰라도 좋을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적당히 흘려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 얘기를 꺼내는 나츠키의 물음에 다시금 "그것들은 비밀로 해두도록 할까♪ " 라고 답하며 입에 검지를 올리려 하고는, 스메라기가 다시금 입을 열었습니다.
"나중에 다 얘기할 수 있을테니 지금은 말하지 않도록 할게. 아무튼간에 본부는 잘 풀어주는 편이라니 다행인거 같구나. " "참, 나츠키, 이거 다 마시고 나서 혹시 시간 되니? "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에 대답할 틈도 없이, 아이는 다음과 같이 제안해보이려 하였습니다...
"한가하면 본부 구경이라도 같이 하지 않겠냐 해보려 했는데, 시간이 없다면 거절해도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