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만들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 생물이므로, 창작이라는 저주는 분명 곁에서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됐다, 라고 까지도 나는 생각한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정말이지 난 이런 말 할 때면 마음이 급해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 된다니까.. 에만주의 글, 항상 예뻐서 좋아해. 매번 답레 써주고 어울려줘서 고마워. 페로사도 에만주에게 좋은 앤캐가 됐으면 좋겠는데 에만주가 답레 쓰기 좋은 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프다.. 88 내가 좀 더 노력해볼게.
아냐, 아냐. 페로사주 잘못 아니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돼. 나야말로 늘 고맙고 페로사랑 이렇게 서사 쌓을 수 있어서 행복해. 내가 글 못쓰겠다 한 건 현생 사정 때문에 그래. 개인적인 일이 오늘 점심에 너무 크게 치고갔는데.. 그걸 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 거니까. 페로사주는 충분히 잘 써주고 매끄럽게 잇도록 도와주니까 미안해하거나 그럴 필요 없어. 다들 많이 좋아해. 내 맘 알지. 힘낼게.
"헤, 형편 좋은 소리 하고 있기는. 이 도시에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얼마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죄다 사람 이하거나 이상인 녀석들 뿐이야."
비탄의 도시, 라는 것도 충분히 허울좋은 이명일테지. 살기 좋게 꾸려진 시궁창이 바로 현재의 뉴 베르셰바였다. 그리고 그런 곳으로 스스로 흘러들어오는 로미와 같은 군상도,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 놓여있다고는 할 수 없을테다. 단지 그곳에 힘의 파편들이 묻혀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예를들면 눈 앞의, 잿빛색의 사람보다도 사람같은 기계인형처럼.
"~뭐어어. 난 그런거 조금도 신경 안쓰는 주의지만. 아무튼 방심하고 다니지 말라구우. 모처럼 직원으로 고용까지 해줬는데 나도 재미 좀 봐야하지 않겠어? 아, 그치만 산책은 됐어. 내가 무슨 개냐!"
로미가 키들거리면서 손에 들고있던 만화책을 거꾸로 엎어놓았다. 가게의 꼴부터가 어느정도 반증하고 있지만 물건을 퍽 함부로 다루는 여자다. 이 가게에서 주로 취급하는 품목. 무기라는 것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목표를 제거하기 위한, 말하자면 사용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물건. 어떻게 이런 사람의 손에서 그런 '무기'가 탄생하는 것인지 전혀 모를 일이다. 뉴 베르셰바에서 어쩌면 그런 이해관계 따위는 하등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렇게 된 거 사장 분위기 좀 내볼까나~ 니히히- 그렇지그렇지, 마침 유니폼도 준비해 뒀는데 그거 한 번 입어볼래~?"
난데모 메카니컬 상점의 사장이 손을 마주치며 방글 웃었다. 쥬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눈매가 휘었다.
>>963 페로사: 너보다 중요한 게 어딨다고. 페로사: (마주 꼬옥) (... 탄탄하면서도, 근육의 굴곡 하나까지 어떻게 자리잡으면 편안하게 안아줄 수 있는지 아는 것처럼 당신에게 익숙해져 있어 당신의 몸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주는 품이다. 따뜻하다. 옅은 시트러스 냄새와 데킬라 냄새. 그 사이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살냄새가, 당신이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한다.) 페로사: 화이트 씨가 눈감아주겠다니 다행이네. (킥킥) 푹 쉬어. ■■■.
"꿈꾸긴 했지만, 바라지는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누군가 내 나날들을 망쳐줄 사람도. 그렇지만 난 그걸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외로움에는 색깔이 없다고 했던가. 붉은 빛으로 점철된 르메인 배틀리언에서의 생활을 박차고 나온 이후, 페로사가 도달한 호숫가는 색이 없었다. 모든 비바람과 폭풍이 지나가고, 모든 살이 있는 것이 떠나가고, 맑은 물만이 남아 그 어느 것도 살아있지 않은 채로 고요히 말라가던 침묵의 호수. 그 언저리에 가만히 앉은 채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던 야수의 옆에, 언제부턴가 가면을 쓴 여우가 놀러오기 시작했다. 아무 색 없는 하얀 눈동자인 줄 알았는데, 하얀 만큼이나 파란 겨울의 빛깔을 그 눈에 띄고서.
"그게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인 게, 기뻐."
있었는지조차 쉽사리 눈치채지 못했던 그 색에서부터 모든 색이 번져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빛은 다양한 색을 머금을수록 하얀색에 가까워지는 법인데.
"너로 충분해."
희망.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말갛고 정순하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것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때로는 음울하고 때로는 질척이며 때로는 구차하고 때로는 잔인하겠지. 이 비탄의 도시에 가장 어울리도록.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이 밀도높고 질척한 감정이야말로 당신과 그녀 사이의 감정의 벽을 허물어버리고, 서로를 이렇게까지 끈적한 상호예속의 사슬로 묶어버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나로 충분한 것처럼."
그녀가 그렇게 확언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심어주었다. 그녀의 안에 당신은 그만큼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녀의 가슴 가장 깊은 곳, 강철 늑골 안에 마련되어 있던 그 뽀얀 처녀지에는, 처녀지였던 곳에는 오로지 당신만이 담겨있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네가 내게 준 거잖아. 이 살아있다는 느낌."
어쩌면 저 밖으로- 당신과는 인연이 없을 땅으로 영영 떠나가 버렸을지도 모를 이 여인을, 당신은 당신에게 붙들어매어 놓는 데에 성공했다. 페로사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초콜릿 향과 마티니 향, 알코올향이 담긴 한숨을.
"더 원해...?"
페로사는 한숨을 나직이 쉬었다. 야릇한 윤기를 머금고 일렁이는 여우의 발간 입술을 바라보는 그녀의 푸르른 눈에 어린 빛에서, 탐욕이 도드라졌다.
음~ 오히려 저한텐 그쪽이 더 솔깃한 말인걸요~? 인간 이하만 있을줄 알았던 세상에 이상의 존재도 있다구요?"
비탄의 도시, 그저 잘 꾸몄을뿐인 시궁창, 사람 살 구실만 만들어낸 연옥, 신에게 버려진 지상낙원 등등... 뉴 베르셰바를 일컫는 수식어는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물론 그런 개차반의 도시라고 해도 인간 이상의 존재가 있으니 그나마 도시와 사회의 체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무법도시가 그런 이명을 달고 있는 것은 결코 괜한 소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의문이 드는 것이다. 로미 카나운트... 딱 봐도 수상쩍어 보이는 여인, 난데모 메카니컬의 오너이자 마스터 엔지니어, 일단 표식상으론 건샵, 즉 무기(총포)상이었으나 외부의 압력을 대하는 태도는 안중에도 없다는 수준의 반응,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로미 스스로의 발언으로 보아선 당신을 쉽게 건드리지 못할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것이 쥐치의 가시지느러미일지, 오리너구리의 독침발톱일지, 라텔의 악취샘일지는 현재의 그녀로서는 알수 없었지만... 저 마냥 곱상하게 보이는 분홍색 산호빛 동공 밑바닥엔 확실한 광기가 저며져있었다.
"글쎄요~ 반려견도 고개를 가로저을만큼 난장판인 건샵은 또 어떨까 싶네요~"
그녀가 로봇이라 할수 없는 제 1요소, 타인을 미묘하게 비꼬는 언행이 빙글거리는 얼굴표정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보통의 로봇이라면 비꼬는 것을 상대의 의견에 대한 애매한 승낙이라 간주했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마음 한켠에 묻었지만... 처음 이곳을 왔을때는 폭격이라도 떨어진줄 알았다. 그렇기에 청소업체조차 고개를 가로저었던 걸까? 그도 그럴것이... 이곳에 널브러진건 무기이거나 그런 기능을 할수 있는 부속품들이었으니까, 그것에 대해 모른다면 조금만 건드려도 큰일날 것들이다. 생명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유니폼... 이요...?"
아, 그러고보니 분명 저번에 만났을때 로미로부터 사장과 사원의 분위기 정도는 가질수 있도록 유니폼을 준비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녀였다. 가게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낡은 옷은 잠시 개켜두고, 유니폼을 입으라 하니 일단은 입겠다만...
"사이즈는... 맞는건가요? 아니, 맞으면 더 의심스러운 거지만..."
와중에도 그걸 묻는건 또 조심스러웠다. 어쩌랴, 그녀는 한번도 누군가 앞에서 살을 드러낼만한 복장을 입어본적이 없었으며, 그렇기에 제 신체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질의 비율이 사람의 기본수치를 아득히 넘어선다는 것에 누구보다 예민한 케이스였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이 도시에 파파라치가 존재해 제 신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거나 그런걸 전해듣지 않은 이상은 로미가 알 턱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