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만들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 생물이므로, 창작이라는 저주는 분명 곁에서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됐다, 라고 까지도 나는 생각한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여인의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을 그는 가만히 눈에 담아두었다. 어둠속에서 눈이 익은지는 오래라, 여인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선명히 보였다. 평소와는 달리 여유 없는 모습. 과거 여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오직 자신을 만날 때만 보이는, 사랑스러운 모습. 그런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여인을 놀리고 싶었다.
가만히 두기에는 여인뿐만 아니라 제롬 역시 몸이 꽤나 달아있었기에.
"귀여운 목소리야... 벨라..."
가늘게 떠는게 숨소리에서 느껴진다. 필시 방금 자신이 주었던 자극 때문일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정복감 비슷한 감정에 입술이 굼실굼실 올라가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제 밑에 깔린 여인을 아는 사람들은 여인의 이런 야릇한 소리를 들어본 적 없겠지. 그런 생각이 들수록, 여인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만 볼 수 있는 모습, 그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여인은 지금, 그의 것이었다.
"...벨라가..."
야해서. 그는 불안해하는 여인의 모습을 즐기는지 잠시 뜸을 들이다 여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여인이 했던 것처럼 귓가에 숨결을 한번 더 불어넣는다. 여인 탓일까, 달은 몸 때문에 뜨거워진 숨결이 여인의 귀를 간질인다. 둥글게 풀어진 눈매를 손을 뻗어 살살 쓰다듬으며 여인의 목소리를 기다리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희미하게 웃는다.
여인의 질문에 당연하지. 라는 대답이 들려오자 여인은 행동했다. 저를 향해 품을 열어주듯 두 팔을 쭉 뻗은 모습이었다. 남성은 피어오르는 미소를 꾹 참으며 여인을 향해 몸을 숙인다.
"잘했어 벨라. 착하지."
그의 몸이 여인의 위로 허물어지고, 그의 두 팔은 여인의 목 뒤로 집어넣으며 여인의 머리를 그의 넓은 품 안에 파묻듯 끌어안는다. 둘 사이에 체격 차이가 꽤 난다는 것을 실감하며, 남성은 뒷머리 쪽으로 손을 가져가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넓고, 의외로 투박한 손이 여인의 머리를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쓰다듬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소리가 조용히 방 안을 울린다.
차분히 여인을 쓰다듬으며 안고 있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벨라의 머리를 제 품에 파묻은 채, 여인을 살짝 내려다본다.
"그런데,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의 적막을 깬다. 두 사람의 가쁜 숨소리와 심장박동만 들리던 방 안은, 다시금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여인의 귓가를 간질인다.
"내가 언제까지 참아야 해?"
여인의 뒤를 받치고 있던 손은 어느샌가 움직인다. 목덜미에서 시작한 손길은 목선을 따라 척추가 튀어나온 부분을 현을 튕기듯 짓누르거나,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인이 시선을 올려 남성의 눈을 바라보면, 내려다보는 익숙한 눈빛이 한순간 미약한 보랏빛으로 반짝였을지도 모른다.
>>898 현생 일이면 더더욱 미안해할 필요 없지. 어쩔 수 없이 우선해야 되는 일이니까. 항상 하는 일이지만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써와줘. 난 답레 텀이 길어지는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으니까. 현생 관련이면 더더욱. (토닥토닥)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일도 좋지 않은 기분도 빠르게 지나가길 바래.
분명 그런 시절도 있었다. 여인이 조금만 옆에 가까이 가도 제롬의 얼굴이 빨개지고 숨쉬듯 하는 스킨쉽에 경계를 올리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지금 여인을 내려다보는 제롬을 보면 그 시절이 거짓말 같이 느껴졌다. 그랬던 제롬이 맞나 싶을 만큼.
명백히 우위를 점한 이의 태세였다. 지금의 제롬은. 평소라면 조금만 목소리를 떨어도 손을 떼거나 안색을 살폈을 텐데. 지금은 여인의 그런 반응 하나 하나를 즐기고 있음이 피부로 와닿았다. 그런 제롬의 공간 깊숙히 갇힌 여인은 그 손 위에서 놀아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 마저도 놀아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 여인이었으니까.
제롬이 일부러 귓가에 대고 속삭일 때마다 여인의 가는 몸이 떨렸다. 살짝 문 입술 사이로 소리가 가늘게 새어나오는 것을 제롬은 들을 수 있었을 터였다. 여인의 목소리나 움직임은 제롬의 정복감을 더욱 키워주기에 적절했다. 아주 가는 솜털로 자극하듯이. 살살 건드려가며 더 깊게 끌어들였다.
"하아. 제제.."
여인이 안아달라는 부탁을 하고서야 아이 달래듯이 안아주는 제롬이었다. 푹 하고 감싸오는 품에 여인은 가는 숨을 흘리며 파고들었다. 의도했든 어쨌든 다시 안기니 긴장이 풀리는 건 당연했다. 가볍게 팔을 둘러 안고만 있던 여인과 달리 제롬은 느릿하게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롬의 손은 거칠어도 손길은 부드러워서. 어둠 속의 편안함에 눈만 감으면 그대로 잠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여인은 그럴 생각이 없었고. 제롬도 없는 듯 했으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방 안에 문득 제롬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제롬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눈에 익은 캄캄함 속에서 제롬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들려온 그 질문이란 건 그렇게 놀랄 것도 아닌 것이었으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제롬의 손 때문에 반응은 제법 민감하게 나왔다.
흣. 하고 숨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손이 제롬의 옷을 쥐었다. 여인의 옷은 등이 훤히 파인 옷이었기에 제롬의 손은 맨살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야가 어렴풋한 이 상황에 감각은 평소의 배로 민감했고. 그저 간지러움으로 지나갔을 손길조차도 마치 전신을 훑는 듯이 느껴지게 했다. 느끼는 만큼 나오는 소리와 행동이 제롬에겐 만족스러웠을까. 잠시 숨을 고른 여인은 자세를 추스르고 몸을 옆으로 빼는 척 하며 말했다.
"무얼 참는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대로 있는게 좋지 않아? 나는 이대로도 좋아."
참는다는게 무얼 뜻하는 건지 여인이 정녕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 했다. 순진하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굴며 제롬의 품을 벗어나 움직이려 했다. 이미 엉망이 된 옷을 괜히 한 손으로 끌어올려 시선이 가게 하면서. 몸을 일으키는 척 다리를 움직여 제롬에게 스치게 하면서.
"장난 그만 치고. 느긋하게 있자. 느긋하게..."
말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듯이 하면서도. 연이은 행동들은 아닌 듯 굴어대니. 마치 제롬의 자제력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흔들리는 숨결 뒤로 탄원한다. 탁하게 읊조린들, 숨이 꺼져가듯 작든, 혹은 무엇보다 농밀하든 천사는 들을 것이다. 듣고 답할 것이다. "여기 있어." 참 이상하다. 들을 때마다 고통스럽던 이름인데 당신이 한 글자씩 말할 때마다 그 상처가 녹게 된다. 밀랍이 녹아버리듯 어딘가에 굳겠지만 상처 있을 곳이 아닌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탐욕스럽게 입을 맞추자 눈을 감았다. 목덜미의 온기가 떨린다. 입술을 떼자 이젠 머리까지 헝클어져 엉망이다.
"언제라도 의지해 줘. 이 도시에서 의지할 건 우리 둘뿐이잖아."
가는 숨 뒤로 온기를 느끼듯 손바닥에 고개를 맡긴다. 천천히 뺨을 비비고, 엄지로 입술을 만질 적 작게 벌어진 입술은 열감에 붉고 매끈하다. 자각하지 못하는 야릇함 묻어 나온다.
"로로, 페로사."
안타까운 내 사람. 어딜 가려고, 셰바에서 나고 자랐으면, 셰바에 발 들였으면 함께 해야지. 네 붉은 화장을 지운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널 몰라볼 줄 아니?* 네가 품은 푸른 하늘을 나도 꿈꾸나 우리는 그 꿈을 품고만 살아야 함을 알면서, 죽어가는 삶 말고 여기서 살아야지. 죄다 뺏고 손에 쥐어 푸른색 되찾을 순간까지. 그 소소한 행복 사이로.. 망쳐버렸다는 말이 나오자 환히 웃었다. 엄지가 매만졌던 입술이 판판하게 펴지며 기이한 호선을 그었다.
"원망이 아니라 구원이길 바라."
감정 어린 눈동자를 마주했다. 천천히 손을 들어 뺨 위에 손을 얹으려 했다. 양 뺨을 소중히 덮고 눈가를 쓸어주고 그 긴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얽힐 적에 눈마저 휜다.
"여기는 무섭고 추운 곳이지.. 푸른 하늘이 그리울 거야. 해변은 아름다운 곳이고, 가족의 웃음소리는 귀를 맴돌겠지.. 그렇지만 이미 우린 셰바 사람이고, 희망을 가지자 말해도 망해버렸다 한들 이곳의 다른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지.."
망가뜨리기엔 우리는 너무 망가져있고, 손안에 쥐기엔 이미 바스러졌으나, 그 바스러진 잔해가 폐부를 얼리고 혈관을 타며 돌아다녀 끝끝내 올라서겠지.
"나랑 같이 있자. 새로 살아갈 기회를 가져보자. 셰바에서, 같이. 오로지 나와 너, 오롯이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