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만들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 생물이므로, 창작이라는 저주는 분명 곁에서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됐다, 라고 까지도 나는 생각한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간지러운 말 탓인지, 아니면 목소리 탓인지, 제롬의 몸이 약간이지만 떨려왔다. 여인에게 역시 그 떨림이 전해졌을까. 여인이 그를 놀리자 그는 투덜거리듯 입을 살짝 내밀며 여인을 내려보았다. 5년 전에야 여인의 품에 안길 정도로 작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여인을 그의 품에 파묻을 수 있었음에도 여전히 아가라 부르는 것은, 필시 자신을 놀리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여인이 아직도 자신을 남자로 보지 않는 것일까 싶어, 조금 심술이 났다. 하지만 아직은 장난을 칠 때가 아니기도 하여 참기로 했을까. 조금만 더, 나중에.
긴 긴 시간동안 이어진 입맞춤은 달콤하고도 어지러웠다. 그는 어둠 속에서 몽롱해진 여인의 얼굴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있다, 방심하는 사이 한번 더 입술에서 느껴진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뒤로 살짝 물러서며 입술을 매만졌다.
"사실, 가면을 쓴 모습을 봤을 때 오늘도 못 보는 건가 싶었는데... 보고 싶은 얼굴을 가면 속에 숨겨두다니, 못됐어."
후훗. 하는 웃음소리에 그는 가볍게 툴툴대고는 여인이 고개를 제 어깨에 기대자 조용히 받쳐주었다. 모자란 숨을 고르는 그 모습이, 제게 온전히 기댄 채로 힘을 빼고있는 그 모습이 어쩐지 야릇하게 느껴져 그는 제 이성을 붙잡아야만 했다. 어둠 속이라 그 곤란한 듯한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점차 빨라지는 그 심장박동은, 맞닿아있는 둘의 몸을 통해, 얇은 천 너머로 느껴졌을까.
"...그렇게 말하면, 나, 진짜로 조절하기 어려운데."
귓가에 속삭이는 간드러진 목소리. 제롬은 여인이 제 귀를 혀로 간질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제 품에 안겨있는 여인의 온기와 굴곡이 옷 너머로 전해지는 탓에 안 그래도 약해진 자제력에, 그녀는 오히려 불을 붙였다. 짧은 소리와 함께 달콤한 숨이 여인의 입에서 나와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자 그는 더이상 참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살짝 떨구고 여인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간다.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알겠지?"
안으로 데려가달라는 말에 충실하게 그는 여인을 들어올렸다. 등을 받친 채로 다리 밑에 손을 넣어 안아올리는 자세로. 자제력을 잃은 그의 행동이 격했던 탓에 여인의 옷이 불안했지만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을까. 제롬은 여인을 안아든 채로 제 방을 향해 걸어가고는 여인을 침대 위로 눕혔다. 혼자서 넓은 침대를 쓰는지 꽤 큰 사이즈의 침대 위로 여인이 눕혀지고, 이내 그의 몸 역시 여인의 위로 허물어졌다.
"사랑해, 벨라."
방은 어둠으로 가득 차있었다. 빛줄기 하나 안 들어오는, 마치 영원히 지속되는 한밤중과 같은 방 안에서, 여인에게 으르렁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는 살짝 제 얼굴을 움직여 여인의 입에 다시 한번 진하게 키스했다.
기왕 구원받지 못할 삶이라면, 적어도 행복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마음껏 탐하고, 마음껏 탐욕의 대상이 되어도 좋다. 당신을 탐욕할... 그리고 당신에게 탐욕당해 줄 누군가가 이제는 있지 않은가. 이미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우리의 삶에 도래했기에, 살아가는 동안에 즐기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마음껏 방탕하게 즐기기엔 그녀가 아직 누구도 발을 딛지 않은 뽀얀 눈밭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나, 생각해보면 이 비탄의 도시에서 이렇게 순수히 남아있는 마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을 당신 마음대로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손은 무수한 이들의 피로 절었더라도 가슴팍에 흔적을 남기는 것은 당신뿐이다.
소리 없이 건네진 질문과 나직이 되돌아온 대답. 페로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터 위에 잔을 놓아주고, 페로사는 잔을 집어드는 당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초콜릿을 꺼냈다. 저 눈웃음. 페로사는 초승달처럼 가늘게 눈웃음치는 당신을 마주보며 생각했다. 정말이지 너는 나를 미치게 만들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네 얼굴에 가면을 다시 씌워준 순간부터 나는 미쳐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페로사는 생각했다.
유혹하듯이 나직이 속삭이는 소리에, 그녀는 확언을 건네어주었다. "여기서 네 것 아닌 게 있었니?" 그 잔도, 이 초콜릿도,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도. 페로사는 그 하얀 트러플을 자신의 입술 사이에 끼우듯 물렸다. 그리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당신에게로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좋을 대로 탐하라는 듯이.
깨물어보면, 쉽게 깨어지는 얄팍한 화이트 초콜릿의 껍질 너머로 그 뒤에 숨어있던 다크 초콜릿과 리큐르 퓨레가 당신의 입 안으로 엉망진창으로 쏟아진다. 달게 깔리는 화이트 초콜릿의 맛도 잠깐, 진의 향과 드라이 베르무트의 향이 다크 초콜릿의 강렬한 단맛과 한가득 얽혀서 당신과 그녀 사이를 잔뜩 질척하게 메워온다.
>>829 에만이 마카롱은 좋아하려나. 에만을 만나고 난 이후로부터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늘었어, 페로사는. 옷차림도 그렇고, 웨딩잡지도 그렇고, 요즘은 퇴근길에 평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던 양과자점 같은 데에 종종 한 번씩 들러본다네. 얼어죽어도 오토바이였고, 픽업트럭은 그냥 사놓고 내버려두다가 필요할 때 타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픽업트럭을 OD모터스에 튜닝해달라고 맡겼다나...?
>>835 낭만은 오토바이지만, 이제 페로사가 슬슬 안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거지.. 차 소음을 줄이고 방탄유리를 장착하는 등 멋보다는 실용성(정숙성과 내구도) 위주의 개조려나. 머랭쿠키랑 폰던트 쥐구나. (메모) 그나저나 그러면 페로사가 에만한테 새 이름 줄 때쯤이면 앤빌의 바텐더가 정분이 났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났겠는데 🤔🙄
보이지 않는다는 건 단순하게 시야가 제한된다는 디메리트 같지만. 인간의 오감이란 제법 용한 구석이 있어서. 하나가 제기능을 못 하면 다른 것들로 부족한 기능을 메꾸려 했다. 보이지 않는 만큼 감각을 예민하게 해 짧은 스침마저 느껴지게 하고. 들리지 않던 소리를 들리게 했다. 거기에 점차 어둠에 익은 눈이 어렴풋이 보여주는 윤곽이 더해지면. 어쩐지 평소보다 기분이 쉬이 들뜨게 되었다.
분명, 어둠은 그런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누군가와... 제롬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간의 의미는 뒤집혔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이 차이는 같은데 무얼. 후후... 음. 결국 봐놓고는. 그래도 받지 않고 거절했으면 정말 못 볼 뻔 하긴 했지?"
제롬의 목소리에 답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 잔잔히 울렸다. 이렇게 맞닿아 있지 않았다면 필시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었겠지. 가늘게 떨리는 몸이나 점점 빨라지는 심박 같은 것들이 이토록 생생히 느껴지지 않았다면. 허공에 던진 물음에 대답이 온다 한들 너무나 외로운 기분이 들었을 테다.
기타줄을 튕기듯 이성을 건드리는 여인의 말이 제롬 안의 무언가에 불을 붙였으리란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개 숙여 가까이 온 속삭임에 숨 반 소리 반 흘려버린 건 방심한 탓이었을까.
제롬이 여인을 안아들자 도와주듯 여인도 팔에 힘을 주어 제롬에게 안겼다. 허공에 뜬 발에서 구두가 달랑거리던 것도 잠시. 방으로 걸어가는 사이 벗겨져 어둠 속 어딘가로 굴러갔다. 여인은 모르는 어둠 속을 익숙하게 가로질러 간 제롬이 그 몸을 내려놓자 닿는 건 푹신한 침구였다. 제롬의 집에서 제롬의 침대 위에 눕혀졌다는 사실이 여인 안에도 불씨를 하나 탁 틔웠으나. 여인은 그 불을 다스릴 줄 알았다.
"제제..."
여인은 제롬의 말에 그저 그를 부르기만 하며 입술을 내주었다. 현관에서 그리 앙큼하게 굴 때는 언제이고. 침대에 뉘이니 순한 양이 따로 없었다. 두 팔로 제롬을 안기는 했으나 얌전히 안고만 있었으며. 키스도 리드하는 쪽보다 당하는 쪽에 가까웠다. 조금 전만 해도 숨을 빼았을 듯 탐했으면서. 지금은 몸이 약간 스치기만 해도 부끄러운 듯이 움찔거리며 꼬옥 붙드는 걸로 제롬의 행동이 더 나아가지 못 하게 했다. 진한 키스에 다시 숨이 차오를 쯤. 제롬의 아랫입술을 약하게 물어 자연스레 한 호흡 끊었다. 가늘게 숨을 몰아쉬며 말하는 목소리마저 약간 물기가 베어든 것이 아까 귓가에 속삭이던 그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오랜만이니까.. 이대로 있고 싶어. 제제한테 안겨있을래. 응..?"
어둠 속에서 여인의 손이 제롬의 옷을 가벼이 쥐고. 떨어진 입술 대신 맞닿은 볼이 살살 부비는 행동들이 제롬의 불씨를 조금은 진정시켜 주었을까. 애초에 여인이 틔운 불씨였긴 했지만.
이 미친 도시에서 확언을 듣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면, 적어도 목숨이나 다름없는 총을 타인에게 건네주는 순간까지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죽음을 목전에 두거나, 죽이기 전이나, 그에 비한 절박한 상황일 텐데. 그런 것도 아닌 온기로 이루어진 확언은 천운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탐욕하게 되었다. 욕망하고 간원한다.
"음, 셰프 소유의 신선한 토마토?" 실없는 농담을 건네고 기울인 고개로 다가간다. 가끔 페로사라는 사람은 미카엘을 미치게 만들었다. 아무리 기운도, 체력도 없어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새하얀 듯 새파란 겨울 색 눈동자에 드물지만 모닥불처럼 무언가 일렁이게끔 했다. 지금도 그랬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그 생각을 또 해버릴 정도였다.
처음 접문했을 때는 화이트 초콜릿의 단맛이 났다. 그 뒤로 너무나도 쉽게 깨졌다. 자제심도, 초콜릿도 산산이 부서진다. 한 손으로는 목을 끌어안았다. 다른 손으로는 바 위를 더듬어 잔을 찾고 한구석에 밀어 치웠다. 한 방울 정도 손가락 위로 찰랑여 흘렀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엉망진창으로 쏟아지는 퓨레와 눅진한 초콜릿 향이 가득했다. 그리고 직감했다. 마티니구나. 얽히는 숨 뒤로 쌉싸름함이 가득했다. 둔탁하고 질척한 소리가 귀를 채우고 먹먹하게 다가왔다. 불꽃놀이를 가까이에서 듣듯, 천둥 치는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어버린 듯 귀가 먹먹하더니 이내 둘만 이 세상에 남은 것 같았다.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입 맞췄을 때, 달뜬 숨소리가 여리게 떨렸다. 가르릉 목에서 울리듯 막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목덜미에서 뺨으로 천천히 손가락이 그림을 그리듯 쓸린다. 엄지로 눈가를 쓸어주며 입술을 떼었을 때, 깨물리고 짧게 물려 짐짓 도톰해진 입술이 간절하게 속삭였다.
"아,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랑한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이 도시에서 가장 소중하단 말도 진부해졌다. 그로스만도 내팽개칠 수 있을 정도로, 복수도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이 너무 커졌다. 벅차오르듯 가쁜 숨을 바르르 내쉬다 짐짓 풀린 눈으로 부스스 웃었다.
어쩌면 여인에게도 해당될지 모르는 말이지만, 집 안의 어둠은 제롬에게 있어 퍽 친숙한 것이다. 시야가 크게 제한되지 않은 것은 그 덕이었다. 하나 분위기 탓인지 아니면 어두워진 시야 탓인지, 오감이 예민해지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었을까. 어두워진 시야만큼 여인의 촉감이나, 향기, 소리가 평소보다도 더 선명하게 느껴져서, 여인과 마찬가지로 그는 평소보다 더 들뜨고 말았다.
"몸은 달라. 지금은 벨라를 내려다볼 정도로. 사실 거절할까 했는데, 토끼가 뭔가 수상해서 확인했더니... 정답이었네."
잔잔한 목소리에 답하며 여인의 머리에 달린 토끼귀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린다. 아까는 정말 토끼귀처럼 움직였는데, 지금도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사실 지금은 그것보단 다른게 더 문제였지만. 예를 들자면, 아까는 시각적으로만 자극적이었던 여인의 복장이, 현재 다른 감각마저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던가.
결국 그 복장에서 이어진 불씨는 여인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기름을 부은 듯, 제롬의 이성을 잡아먹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침대 위로 여인을 눕힌 제롬은 여인이 마지막으로 뱉었던 숨소리를 기억했다. 당황했구나. 마음 속에서 짓궂음이 피어올라 키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벨라, 혀 내밀어."
여인은 침대 위에선 순한 양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여인에게, 그는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얌전히 자신을 안고 있는 여인의 숨을 탐했다. 두 살덩이가 섞이며 야릇한 소리를 자아내었다. 여인은 조금 전과는 달리 순해졌으나, 그는 조금 더 탐욕적으로 여인의 입술을 탐했다. 간간히 입술과 하얀 이를 건드리며 자극적인 입맞춤은 오랫동안 이어졌고, 여인이 제롬의 몸을 꼬옥 붙들면 그만큼 그 시간은 길어졌을 것이다. 숨결의 열기 탓에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몽롱한 기분이 들 때 즈음, 그녀는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어 잠시 그를 멈추었다.
물기어린 목소리로 가늘게 속삭이는 그 모습이 자신이 아는 여인이 맞나 싶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앙큼하게 사람을 유혹하는 여우 같은 사람. 하지만 제 밑에서 가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여인은 남성의 불씨를 진정시켜주진 못 했다. 오히려, 가학심을 불러일으켰으면 모를까.
"잠깐, 벨라. 여기는 내 집이잖아. 그치? 원하는게 있으면 부탁을 해야지."
살살 볼을 부비는 여인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며, 그는 어둠 속에서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평소 저가 하고싶은 것을 하지 못 하도록 막은 여인에 대한 소소한 복수였다. 저에게 안기려던 여인을 침대에 다시 눕힌 채로, 그는 여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안기고 싶다면 내게 부탁해봐 벨라. 어서." 그는 여인의 어깨를 잡고 얼굴만을 귓가에 가까이 하더니 낮게 속삭이며, 동시에 여인의 귓바퀴를 이빨로 살짝 깨물었다.
여인이 주도권을 놓은 만큼. 제롬이 남은 주도권을 모두 휘어잡은 듯 했다. 그나마 상냥하던 조금 전과 달리 침대 위에서의 제롬은 여인을 몰아붙이듯 굴었다. 이끌리면 이끌리는 대로 끌어가며 깊숙히까지 파고들 기세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여인이 입술을 물어 멈추지 않았다면 가쁜 숨 소리 다음엔 여유를 잃은 교성 밖에 없었겠지.
그것도 싫지는 않지만. 모처럼이니까. 라고 여인은 생각했다.
일단은 살살 달래는 것으로 조금은 진정되길 바랐으나. 여인의 말과 행동은 오히려 제롬의 내면의 무언가를 깨운 듯 했다. 이런 걸 스위치가 눌렸다고 하던가. 꾹 밀어져 안은 팔마저 풀린 여인은 손을 입가로 모으고 안절부절하는 듯 굴었다. 실제로 몸이 달아 그런 것도 있긴 했으니.
"제제... ㅎ-"
제롬이 귓가에 속삭였을 땐 작게 숨을 들이켰다가, 귀를 무는 짜릿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다. 참을 생각은 없었지만 어둠 속이라 감각이 예민해진 탓에 더 야릇한 소리가 난 건 의도가 아니었다. 여인은 당황 반 이성 반으로 몸을 가늘게 떨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심히 손을 움직여 제롬의 어깨에 올리면서 말했다.
"왜 그러는 거야.. 아까 놀려서 그래? 가면 쓰고 나 아닌 척 해서...?"
떨림이 섞인 목소리는 소리만 듣자면 여러 감정이 느껴지게 했다. 불안. 무서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당황 혹은 당혹스러움. 흐윽. 하고 짧게 들이키는 숨소리가 말 속의 감정을 고조시켰다.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여인의 얼굴엔 평소 쉬이 볼 수 없는 불안해하는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 계속 물고 빨아 부은 입술을 잘근거리며. 눈썹은 끝을 내리고 눈매는 둥글게 풀어진 채로.
"못 됐어. 정말... 부탁하면, 안아주는 거지? 제제가 그렇게 말 했어. 응? 그러니까."
중얼거리던 여인이 손을 움직였다. 제롬의 어깨에 그저 얹기만 했던 손을 들어 제롬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었다. 팔을 뻗어 품을 열었지만 다리는 오므려 완전히 허락한 건 아니라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서. 살짝 달라진 음색으로 부탁을 했다.
"지금은 잠시도 떨어져 있기 싫으니까. 안아줘요. 안아주세요... 네?"
익숙한 어둠 속에서 익숙한 여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였다. 깜빡이며 제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네가 나처럼 엉망진창인 사람에게 욕망을 갖게 된 걸까. 종종은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했다. 종종은... 당신의 마음에 반응하는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에 바빠서 물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별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금 자신에게 너는 왜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봐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니까- 하고 대답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저 자신이 엉망진창인 부분과 당신이 엉망진창인 부분이 아주 우연히도 서로에게 들어맞는 모양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볼 뿐이다.
아니, 그 짐작마저도 필요없다.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당신과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지금까지 알던 것들, 다른 신경쓸 것들, 이 순간과 상관없는 것들은 모두 내다버리고. 서로의 호흡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당신의 입술, 숨결, 뺨으로 미끄러져오는 손끝 하나까지 모두가 페로사라는 사람 위에 새겨져간다.
"미카엘." 채 고르지 못해 흔들리는 숨결로 간절하게 탄원하듯이, 그녀는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미카엘......"
한 번의 입맞춤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어서, 페로사는 다시금 한 번 더 탐욕스럽게 당신에게 입을 맞췄다. 떨리는 손끝이 당신의 목덜미를 애틋하게 쥐어온다. 한 번의 접문이 더 끝나고서 페로사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나는 내일도 너한테 의지하게 될 거야." 그리곤 당신의 뺨을 한 번 쓸어보았다. 당신의 뺨을 쓸던 손은 턱에서 멈췄고, 그녀는 당신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살며시 매만져보았다.
"입으로는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면서, 사실 머리로는 모든 게 끝장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수입에서 가능한 한 많은 몫을 떼서 달러화로 저금해두면서도 이게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나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천천히 죽어가게 될 거라고 각오했는데... 미카엘. 네가 그걸 다 망쳤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알코올 냄새와 초콜릿 향기가, 당신과 이 여인만이 그 안을 볼 수 있는 고해소 안을 천천히 메워나갔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단순히 정욕이나 애정, 사랑, 애착, 호의, 탐욕 같은 한 마디 말로는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놓은 것만 같은 무언가가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