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만들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 생물이므로, 창작이라는 저주는 분명 곁에서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됐다, 라고 까지도 나는 생각한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벨 아스타로테 확정 뽑기권💮 [SR] 눈사람의 마음- 벨 아스타로테 [R] 나팔꽃- 벨 아스타로테 [SR] 귀를 기울이며- 벨 아스타로테 [SR] 푸른 장미와 공주님- 벨 아스타로테 [SR] 그 아이는 이제 없어- 벨 아스타로테 [SSR] 가장 아름답게 지는 제비꽃- 벨 아스타로테 [SR] 여우비- 벨 아스타로테 [SSR] 건네준 보라색 장미- 벨 아스타로테 [SR] 쏟아지는 화살- 벨 아스타로테 [SR] 뭉게구름- 벨 아스타로테 #shindanmaker #10연을_돌려보자 https://kr.shindanmaker.com/902165
무언가를 많이 겪고 성장하고 익숙해지는 게 어른이라면 그녀는 뉴 베르셰바에서 어른이라 할 만했다. 다른 사람의 선의어린 제스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선을 긋고 어디까지 행동해야 하며 어느 선에서 행동을 멈추고 어느 선에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죄책감을 어떻게 외면할 것인지에 대해 그녀는 잘 알고 익숙했다. 어떻게 날리는 편치가 효과적이고 관절을 어떻게 비틀면 상대에게 최대의 고통 혹은 장애를 남겨줄 수 있으며 어디를 쏘면 상대를 효과적으로 즉사시킬 수 있는지도 잘 알았다.
그러나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녀는 아직 풋풋한 소녀였다. 조금 키가 크고, 조금 험상궂으며, 조금 근육질일 뿐, 당신이라는 사람 앞에서 그녀는 여인이 아니라 수줍은 소녀에 더 가까웠다. 표현은 어른의 것이었지만 재질은 아직 순진무구하고, 애정표현을 주저하지는 않지만 아직 어떻게, 어디까지 해야 할지 조금 낯설어하고 있는. 당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주고 부추기기까지 하기에 종종 마음껏 날것 그대로의 애정을 고스란히 쏟아내곤 하는.
"글쎄, 어떨 것 같아?" 하면서 당신의 턱을 거머쥐다가도, 뜬금없이 당신이 던진 귀여워- 하는 말에 눈웃음을 잃어버리고 눈이 땡그래지는 감정에 솔직한 순진한 얼굴이 셰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하다. "요 녀석이." 하고는 그녀는 당신에게 입막음 키스를 한 번 했다.
"거취에 대한 네 결정이 어떻건 널 존중해. 다만 네가 안전했으면 해." 그리고 페로사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푸르른 눈이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나한테 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는 다시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녀는 이미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많은 부분을 당신으로 채웠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신용을 사기 위해 목숨을 그 사람의 손아귀에 쥐어주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분기탱천했던가? 안토니 디트리히는 아직도 퇴원하지 못했다던가.
탕아. 고향에서 쫓겨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갖은 발버둥을 친 탕아는 결국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초라한 피난처에 굴러떨어졌다. 그대로 두면 다시 어디론가 굴러떨어져 버렸을 그녀. 이젠 당신에게 굴러떨어졌다. 한 줌의 모험담을 안고서 말이다.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아보고, 누군가를 향해 감정을 건네어주고,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보고. 누군가가 따르는 술잔을 받아보고 하는 그런 모험들.
올리브 몇 알을 셰이커에 던져넣어 머들러로 빻고, 보드카- 별을 올려다보는 사자가 그려져 있는 보드카와 드라이 베르무트를 조금 부어넣고, 얼음 몇 개를 넣은 다음에 셰이커를 찰칵찰칵 흔든다. 마티니 글라스에 올려뒀던 얼음은 버리고, 스트레이너로 두 번 걸러서 따라낸 액체에 올리브 세 알을 꽂은 칵테일 픽을 담가준다. 먼지처럼 올리브 파편의 걸러지고 남은 자잘한 조각들이 뿌연 액체 속을 유영하고 있는, 당신이 그녀의 바에서 흔히 마시던 그 맛이다. 선명하나 쏘지 않는 알코올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성질을 부리는 듯한 베르무트의 향기, 그러나 그것을 정결하고 고고한 것이 아니라 추잡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눅진한 기름기와 감칠맛까지.
첫 모금을 마시고 보면, 어느 샌가 페로사가 바에 팔꿈치로 턱을 괴고 앉아 웃음을 띄고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자신이 만들어준 칵테일이 맛있는지 어떤지 살피는 눈빛이 아니라, 조금은 놀리는 듯한, 조금은 기대하는 듯한, 장난스러우면서도 야살스러운 눈빛. 그녀는 화이트 초콜릿으로 껍데기를 입힌 봉봉을 손가락에 집어든 채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뭐라고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 다음 번째의 모험이다. 오늘의 모험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제롬이 고민하는 사이. 바니걸 여성은 어느 새 작게 흥얼거리기까지 하며 위로 쭉 뻗은 귀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고 있었다. 대답만 들으면 바로 행동할 것처럼 한시도 쉬지 않고 이리 저리 움직여대는 모습 또한 여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인은 언제나 필요한 행동을 필요한 만큼 하곤 했으니. 이 여성의 행동과 말은 여인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보일 수 밖에 없었다.
"흐흥, 흥. 앗. 네에."
그러고 있다 보니 제롬의 대답에 행동이 한 박자 늦는 건 당연했다.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고 흠칫한 여성은 서둘러 캐리어를 챙겨들고서 제롬이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배달이라면서 여성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냥 물건만 전해주고 가면 되는데? 그나마 빛이 들었던 현관에 문이 닫히는 순간, 제롬은 보지 못 할 웃음이 가면 속에서 피어올랐다.
"꺅."
들어와서 문이 닫히고 벽으로 밀쳐지기 까지 거의 순간이었지 않을까. 가볍게 밀었다고는 하나 여성의 가는 몸은 크게 흔들리며 벽에 등을 부딪혔다. 작은 비명도 나왔으나. 저항이나 반항은 없었다. 제롬이 틈을 주지 않아서 였을지. 아니면. 벗겨진 가면 너머에서 반짝인 보라색 눈동자는 이걸 모두 예상했을지.
가면이 벗겨지며 가장 크게 드러난 건 머리카락이었다. 황금빛 머리카락이 가면과 함께 벗겨지더니 그 아래로 어둠 속에서도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머리칼이 쏟아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가 이런, 이라고 중얼거렸다. 제롬이 그 목소리에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이 제롬의 입술을 덮었다. 잡히지 않은 팔이 제롬의 목을 감싸고 바니걸 차림의 몸이 제롬의 몸과 밀착했다.
어둠 속, 옷과 옷 스치는 소리 사이로 농밀한 소리가 섞여들었다. 언제 빼냈는지 모를 나머지 손과 팔로 제롬을 완전히 붙든 여성, 아니, 여인이 입술을 완전히 떼지 않은 채로 속삭였다.
"그렇게 경계한 것 치곤, 꽤 쉽게 당해버리는 걸. 제제. 내가 아니었으면 큰 일 났을 거야?"
키득키득. 익숙한 여인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 잘게 울렸다. 여전히 숨결이, 몸이, 닿아있는 채로.
역시 여인과는 한참 다른 사람이었다. 외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행동거지가 그렇다. 여인은 언제나 우아한 행동만을 보였으니까. 자신이 여인의 모든 모습을 알지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허나 연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으니... 결국 확인해야만 했다. 여인에게 문을 열어준 것 또한 그렇다. 누가 되었든 간에 문을 열어준다면 반사적으로 들어오는게 보통이었으니까. 일단 안에 가둘 수 있다면, 나가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었으니.
"그럼, 얼굴 좀 볼까...?"
여인을 밑에 두고 천천히 가면을 벗긴 그는 흘러내린 금발의 가발에 잠시 당황한 눈치였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머리카락과 함께 색이 다른 보랏빛 눈빛이 자신을 응시하자, 당황했는지 말꼬리가 살짝 올라가져며 고개를 갸웃거렸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이런, 하며 어둠 속에서 자신을 끌어안았다. 상황을 판단할 것도 없이, 제롬은 여인이 목을 감싸자마자 가면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여인의 허릿춤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과 더불어 바니걸로 드러나는 여인의 몸이, 그대로 느껴져, 그의 숨이 살짝 거칠어졌다.
옷과 옷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살덩이가 얽히는 소리. 적막한 방 안에서 야릇한 소리만이 조용히 울렸고, 그런 적막을 깬 것은 여인의 속삭임이었다.
"가녀린 사람이었으니까. 힘으로 제압할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당했다는 듯, 난처한 웃음을 뱉었다. 여인의 웃음과 섞여 숨결을 교환했다. 몸이 닿아있던 탓에 열기가 전달되어 그렇게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실내는 더웠다. 아니, 내가 당황해서 더운 건가? 그럼에도 그는 여인의 허릿춤에 갔던 손을 뒷머리 쪽으로 가져가 여인의 얼굴을 끌어당긴다. 입술이 살짝 닿아있던 상태였지만 그가 행동함으로써 살짝이 아니게 되었을까. 그는 여인의 뒷머리를 놔주지 않고 진득한 키스를 이어갔다. 둘의 숨이 부족해져 어질해질 때까지, 키스는 계속되었다.
"푸하... 오랜만이야, 벨라."
불이 있었다면 볼 수 있었을까. 긴 시간동안 호흡을 참는 것 때문인지 밀착한 여인의 몸 때문인지 불그스름해진 얼굴과, 방금까지만 해도 격했던 입맞춤의 증거로 남아있는 여인과 남자의 입술 사이를 잇는 늘어진 실 등을. 어둠 속이라 잘 보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