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은 자리에 앉아 헌팅 네트워크를 켰다. 그리고, 자신이 해 둔 메모의 내용대로 네트워크에 업로드된, 강의 영상 하나를 연다.
그리고 또 인벤토리에서, 노트 하나를 꺼낸다. 표지에 네임펜으로 대강 '전투학, 주강산'이라고 휘갈겨진 노트를 책상에 두고 펼친다.
워리어 - 전사. 랜스 - 장창, 딜러. 서포터 - 보조자.
"그 중에서, 나는."
서포터라고. 다시 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길 앞에 서서, 드디어 미뤄왔던 결정을 내린다. 완벽히 잘 할 자신이 있나면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그 날을 떠올리자면... 그 날 수많은 적들을 앞에 두고, 그가 어떤 식으로 희망을 표현하였는지를 떠올리자면. ...이 길이 그의 운명인 것만 같았다.
#포지션을 서포터로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투학의 복습이 필요하다면, 망념 70을 쌓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다소 상식적인 관점으로 볼 때 맨주먹, 맨몸은 약하다. 현대 의념 시대에 들어서는 개인의 단련에 따라 맨주먹으로 쉬이 사람이든 뭐든 깨부술 수 있다곤 하나, 일반인 둘을 두고 한 사람은 격투를, 다른 한 사람은 총을 쥐어준다면 총을 쥔 쪽이 이길 것이다. 꼭 총까지 가지 않더라도, 칼을 든 사람을 일반인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거리도 차이가 난다. 무기로 사람을 죽이는 게 주먹으로 패 죽이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과거 격투술이 호신의 영역에 머물렀던 것은 이런 이유가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단순하게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총과 칼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고 간단하고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신'의 영역에 들어가있던 것은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되었든 몸을 지키는 데에 사용되었다는 건 그에 걸맞는 장점이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한 것을 고민해보자면, 휴대성, 아니, 애초에 휴대할 것이 없으니 편리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몸을 쓰는 격투술을 행사할 때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은 '없다'. 인류 최초의 무기인 손은, 신체는 대부분의 사람이 몸에 달고 있다. 검과 총은 여러 이유로 지참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특히 과거에 총과 같은 무기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제한적으로만 허가 되었다고 들었지만 손과 발은 아니다.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다는 편리성은 훌륭한 장점이다. 경험을 예로 들자면, 헌터가 되기 전 평상복 차림으로 길을 거닐던 적이 있다. 그 날은 운이 나빠 스토커를 만났고, 나는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으나 명치를 후드려 까서 제압했던 적이 있다. 어라, 나 그 때부터 격투가가 될 운명이었나? 또한 흉기에 비해 살상력 모자라다는 점은 비교적 온건한 제압이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물론, 사용법에 따라 온건이 아닌 폭력적이 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다. 이렇게 격투술은 의념이 없던 과거 시대 호신술로써 이용되었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 현대로 왔을 때, 그러니까 대 의념의 시대가 되었을 때의 격투에 찾아온 변화를 생각해보자. 먼저, 위에서 말한 격투술의 무기로써의 단점. 그러니까, 병기에 비교해 비교적 약한 위력과 살상에 대한 비효율성, 사거리 등의 문제는, 의념의 존재로 인해 대부분 해결된다. 주먹으로 바위를 부수고 발차기로 사람의 머리통을 날려보낸다. 날아오는 탄환을 피하거나 막아내거나 잡고, 아예 그럴 시간도 없이 접근하여 묵사발을 만들어 낸다. 이런 일이 아주 쉬워진 것이다. 의념 속성에 따른 변화무쌍한 활용도는 단점의 희석을 더욱 쉽게 해준다. 본래의 장점인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다는 점 역시 없어지지 않았다. 격투가를 위한 여러 장비가 존재하며 그것을 사용하면 분명 더 좋기는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못한 상황에서 남들보다 조금은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다.
추가적인 의견을 더하여 결론을 정리하자면, 격투술이 과거 호신의 영역의 있었던 것은 살상력과 효율성이 다른 무기에 부족하지만, 그런 무기와 다르게 누구에게나 허락된 것이었고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현대에 와서 피살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 것은 의념의 존재로 인해 격투술의 단점이 보완되어 살상력과 효율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879 차디찬 바람. 추위를 느껴본 적이 언제였지? 하고 떠올려보더라도, 웨이는 그닥 추위란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음을 떠올려봅니다. 상허천원권을 배울 당시. 온 몸에 냉기를 새기는 듯한 감각을 느낀 적은 있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추위라는 감각을 느낀 적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경계하듯 벌린 팔 틈새 사이를 간지르고 도망가는 것은 명백한 추위의 감각이었습니다. 마치 이런 추위를 견딜 수 없다면 오지 마라.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 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본능적으로 웨이는 느낍니다. 아직 아닙니다.
적어도 상허천원권이 B랭크에 도달하고, 레벨이 35를 넘은 뒤. 동료들의 도움이 없다면 이곳을 돌파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위치가 어디인지 알았다는 것. 그리고 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 정도가 이번의 소득이 될 것입니다.
>>880 경험. 기술에 있어 말하는 경험은 의념을 각성한 직후. 즉 의념 각성자로써 쌓아온 경험들에 대해 말합니다. 그 경험들에 빗대어 우리들은 깨달음의 벽에 도전하는 것이지 경험이 주가 되지 않는, 이론의 영역으로 도전하기에 벽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닙니다.
여전히, 벽은 꿈쩍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두 번의 진행이 지나기 전까지 깨달음의 벽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진행을 참고하여 깨달음의 벽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아쉽다는 생각은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험이 대단한 편도 아니니, 조금 천천히 고민하면서 걸어가 볼까.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 언젠가 만개할 날은 분명 다가올 테니까, 그 때를 위해 봉오리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양분(경험)을 쌓아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