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었다는 말마저 추상적인 표현이지. 누구나 그런 경험이 한 번은 있으니 말야. 떨어진 단추를 잃어버리거나, 천원짜리 지폐를 떨어트린 경험.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 내 경우에는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 내가 두 눈을 감고 있고, 정신없이 땅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온 몸이 벌거벗겨졌단 착각을 했었지. 맹인에게 있어서 타인이 내 눈을 보려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끄러운 것이 되기도 하거든. "
그는 이마에 걸쳐둔 선글라스를 툭툭 두드리며 말합니다.
" 정정해도 괜찮겠지? 잃은 게 아니야. 잊혀지는 거지. 나는 그래서 촉감과 파장으로 이뤄진 것들을 싫어했지. 눈으로 볼 수 없다면 나는 그것의 촉감과 소리. 그런 것들로 하여금 그것을 기억해야 했으니 말야. 너도 비슷해. 잊혀지고 있으니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 "
그는 긴 하품을 뱉습니다.
" 이보다 훌륭한 그림이 왜 없겠어? 세상에 얼마나 훌륭한 그림이 많은데. 단지.. 지금의 네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표현을 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이것이 훌륭하게 보일 뿐이야. 사실은. 훌륭한 게 아니라 너라서 맘에 와닿을 뿐이지. "
>>131 " 그럼. 너밖에 없단다. "
명진의 혼잣말에 마녀는 말을 잇듯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마 진행이었다면 애매하게 실수할 때마다 캡틴이 '정말로 진행합니까?' 라고 경고를 줄 지도 모르는 상황이군요! 그렇다고 미니진행도 다르진 않지만 말입니다!
>>134 쪽배의 양 끝에는 노가 있긴 합니다! 다만 아주 섬세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의념 각성자의 힘이 겻들여진다면 쪽배를 박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빈센트는 정말이냐고 두 번이나 되물었다. 빈센트는 수많은 강을 보아 왔다. 미국의 강이란 강들은 전부 보았고, 더러운 강부터 깨끗한 강까지 모든 것을 다 보았다. 허드슨 강, 유콘 강, 앨라배마 강... 호수까지 포함한다면 셀 수도 없었다. 강과 한번도 떨어진 삶을 살아본 적이 없던 빈센트에게는,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옛날에 들은 베로니카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에, 빈센트는 그녀를 보고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빈센트는 빠르게 납득했다.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 있다. 빈센트는 누군가는 흔하게 봤을 사막에 가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 흔하게 봤을 빙하를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강도 비슷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베로니카가 강을 눈에 담도록 두고 물었다.
"강에서 할 수 있는게 참 많아. 낚시도 있고, 그냥 강변을 따라 걷는 것도 있고. 아니면 상류에서 하류로, 하류에서 상류로 쭉 가볼 수도 있고."
>>158 " 어잉? 저 밑에 머선 도시가 생겨. 저 아래에 그 뭐신가. 커다란 지렁이가 판개치던 시절에 내가 여짝 올라와서 살고 있었는데. "
강산의 말에 남자는 머릴 긁으며 기억을 회상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가 내어준 잔에 담긴 녹차를 단숨에 마시며 얘기를 잇습니다.
" 산에 주인이 누가 있어서 산을 지키겠어. 산을 부수겠다 하는 놈들이 있으니 산에게 집을 빌린 만큼, 나도 산을 도왔을 뿐이지. 그래도 요즈음엔 큰 놈들은 잘 없어서 다행이지 뭔가. 요 며칠에는 조막만한 금속 덩어리가 나무들을 못살게 굴길래. 실켯 두드려다 냄비로 써먹고 있지. "
쾌활히 웃는 그 말에 강산의 기억 일부가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지금.. 물체를 금속으로 변환시키는 대형 게이트의 보스를 패다가.. 냄비로 만들어 쓰고 있단 거죠?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보며, 의념 각성자들이 겪을 수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빈센트는 다행히도 적기에 사회의 관심을 받고, (부실했어도)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에 붙들려서 어떻게든 스물한살까지 자라났지만, 베로니카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간 길을, 빈센트도 조건만 맞다면 충분히 걸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를 비난할 생각은 일전에 사라진 바였다. 빈센트는 무덤덤한 얼굴에 쓴맛을 더하며 베로니카를 바라보다가, 강이 나오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물론 중간에..."
빈센트는 노를 천천히 저으면서, 하류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 "보나 댐이 없다면, 이 배를 타고 쭉 갈 수도 있지. 정 안 된다면, 그냥 강변을 따라서 걷는 방법도 있어."
>>155 "..." 내가 끓였지만 솔직히 심했다. 싶습니까? 지한주가 한탄합니다. 아니 차 향 맡아보고 물이 단물인지 쓴물인지 알아본 뒤 끓는물을 찻잎을 넣은 다구에 붓고 적절한 시간동안 우려내는 걸 못해서 그러니. 차라리 망념 50쯤 써서 영성을 강화해서 해보지 그랬니. 같은 괴전파를 지한은 슬쩍 무시하고는 자신의 몫이 될 차(당연히 얘도 그닥이다)를 마시며 으 쓰다라고 생각해보지만 표정으로 다 드러납니다.
"잘 끓이게 되면 다시 대접해 드려도 될까요.." 쪼금 풀죽은 목소리입니다. 아니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서놓고는.. #
"와...그 녀석 대형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라던데... 대단하십니다. 가디언 하셔도 되겠는데요?"
강산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박수를 친다.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라면 이 사람 준영웅 급은 되지 않을까.
"도시라면 제가 오는 길에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무심코 칩을 조작하려다 멈칫, 한다. 만약 헌팅 네트워크로 뭔가 보여주려 한다면, 상대에게 칩이 없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그 대신 들고 온 스마트폰을 조작해 내밀었다. 인근의 지도였다. 인터넷 접속이 끊길 경우를 대비해 캡쳐해서 저장해두었는데 그러길 잘 했다 싶었다.
베로니카에게 둘만이 함께, 사회에서 떨어져 사는 삶... 아무래도 이게 베로니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인생이 아닌가 싶네요. 베로니카가 저지른 일이 일이라서... 인간사회에 살려면 참작사유를 아무리 갖다붙여도 잘해봐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나 종신 가택연금이 기다리고 있을 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 보면 사람 여럿 죽을 테니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사는 게 베로니카에게나 사회에게나 가장 좋겠죠.
빈센트도 후일담이라면 베로니카랑 어디 숲 같은 데 들어가서 사는걸 생각했는데, 인구밀도가 극단적으로 적은 곳에다가 집 하나 짓고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