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념 각성자야 지한이 의념 각성자니 서로 만난다. 라는 것을 충족한다면 꽤 볼 수는 있지만, 노인의 경우처럼 도구를 들고 대결형 게이트를 뚜까패는 종류의 사람을 본 적은 매우 드물겠지요. 아마 지금이 처음일지도 모릅니다. 지한은 줄 게 없다는 그의 말을 듣자 그런...가요?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가르침은.. 받을 수 있으면 좋습니다만.. 주목적이라 하기엔 옅네요." 찾아온 목적이라고 하면 가벼운 이야기도 좋지 않을까 싶은 지한입니다. 그걸 말로 내뱉느냐라는 건 다른 것이긴 하지만.
"어르신의 경험담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기도 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들려주세요 하고 조르는 애같은 말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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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반인 어르신께서 왜 오셨냐고 물으시면 저는 왔길래 왔다는 게 생각이 나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매...(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듯)(?)
>>80 세상이란 수많은 색들로 뒤섞여 어지러운 공간 중 하나이다. 세 개의 색이 수많은 비율로 뒤섞여 색을 만들어내고, 또 그 색들이 섞여 색의 바다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나는 맹인이다. 태어나서부터 내 세계는 촉감과 파장의 세계였으니. 남들이 말하는 색의 세계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어느 어린 시절에 활자로 하여 색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색의 환상을 가졌다.
표현되고 있는 세계. 볼 수 없는 세계의 모양은 참으로 넓다. 내 손이 닿는 공간은 지독히 한정적이며 내게 닿는 모든 것들에 의지가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무덤덤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이 열리고.. 나는 눈을 떴다. 이 세상은 수많은 색들이 주는 정보의 파도나 다름 없었다.
무너져버린 건물의 벽체에 대고 커다란 물감을 흩뿌리며 즐거운 미소를 짓는 것. 그의 얼굴은 너무나도 행복한 감정으로 보입니다.
" 뭘 그려볼까. 새? 아냐. 새는 너무 평범해. 흐음.. "
그는 고개를 휙 돌려 태식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 이봐. 이봐. 너는 여행자인가? 여행자라면 혹시. 보고 싶은 그림 같은 게 있어? 이 벽에. 오늘은 무언갈 그리고 싶거든. "
빈센트는 눈을 뜨고, 베로니카를 바라본다. 변함없이 아름답고, 변함없이 불타는 저 눈동자란. 빈센트는 몸을 일으키고 머리를 긁적이는 것을 기상 이후 첫 행동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베로니카에게 고개를 돌리고, 그 고개를 가볍게 저어 베로니카의 물음을 부정했다. 하지만, 부정 뒤에 따라오는 말은, 부정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색한 면이 있었다.
"쉴 시간이 필요하긴 했어. 그런데... 내가 무리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이렇게 쉬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뿐이지."
빈센트의 손은, 쪽배를 제 몸 위로 밀어내주는 강가의 물결을 스쳤다. 빈센트는 강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베로니카에게 해야 할 말을 이었다.
"오랜만이잖아? 그냥, 경계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이, 이런 곳에서, 편안한 사람들끼리 편안하게 쉬는 거." # 라고 말해본다.
>>101 ... (중략) 그러니 그 곳에는 수많은 생명들로 가득한 것이다. 그것이 무너졌을 때, 백두대간의 끝이 끊어졌고 산의 생명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지리산, 그 넓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산맥을 보라. 누구라도 그 품에서 온기를 느낄 만한 풍경으로 하여. 우리들을 끌어안는 것이 여기에 있다.
웅장함. 지리산을 상징하기에 그만큼 어울리는 말이 없습니다.
" 커허억... 큼, 큼, 전, 전기? "
강산은 자신의 뒤에 서서 구세대의 산물 중 하나인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인물을 바라봅니다. 얼굴에 수염은 덥수룩하고, 전신은 잘 짜인 근육들로 가득한 순수한 인간 흉기.
" 이 산에 전기가 으딨어~ 저 아래 가면 모를까. 그래서.. 그, 뭐 컵라면이라던가는 좀 없나? "
크흠, 하는 기침소리를 뱉으며 그는 뻘쭘한 듯 머릴 긁습니다.
" 그.. 뭐신가. 산에 오는 등산객들이 가끔 라면도 챙겨 오고 하던데. 총각은 뭐. 그런 게 없나 보이? "
>>100 " 하하. 뭐.. 제 경험담이래봐야. 요즘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은 이야기 뿐이죠. "
그는 허리를 쭉 펴며 으그극, 하고 기지개를 폅니다. 수 개의 뼈가 맞춰지는 듯한 우드득 소리가 들립니다.
" 그래도 궁금하다고 하면 들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 산에 있으면 좀 적적하긴 하거든요. 제자들 도움을 받아다 농사는 되게 만들었는데 제자들은 제가 일반인인걸 모르는지. 산을 이만큼 깎아놨으니. "
기계나, 무언가의 도움이 없다면.. 솔직히 이 땅 모두 농사를 지을 수는 없긴 할겁니다. 뭐.. 노인이 갑자기 뛰어올라 당가 비기! 만천화우! 씨뿌리기! 같은 거를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105 " 불? "
스캐쳐는 웃으며 태식을 바라봅니다.
" 불도 재밌긴 하겠지! 좋아. 불을 그려볼까? "
손을 들어올립니다. 오색의 색채들이 떠올라 그의 주위를 둘러쌉니다.
" 불꽃이란 가장 추상적인 표현이지. 왜 그냥 불길이나, 불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불꽃이라는 표현을 줄까? "
글쌔요. 태식은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고갤 젓습니다. 스캐쳐는 빠르게 색을 덧대기 시작합니다. 붉은 색을 거의 빼낸 채. 수많은 색들이 덧대여집니다.
" 맘에 안 들더라도 참아주길 바라. 난 주제를 물어봤을 뿐이지. 네가 바라는 그림을 그려준다곤 하지 않았잖아? 원래 길거리란 게 다 그런 법이기도 하고 말야. 이런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잖아? "
곧, 그림이 완성되어갑니다. 커다란 대검을 들고, 두 눈에는 방울만한 눈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검을 휘두르는 손에는 자비 없이 무엇이라도 베어버리려는 듯 보이면서도 등 뒤로는 알 수 없는 백색의 빛들이 자릴 지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태식을 그린 그림입니다.
" 당신의 색채에는 이상하게 무채색으로 가득한 것 같아서 말야. 세상을 불태울 것 같이. 흐트러진 검은 색채. 하지만 그 뒤로는 수많은 빛으로 가득한. 돌아갈 곳의 색. 이런 시대에 있어 이만큼 불꽃에 어울리는 표현은 없지. 안 그래? "
인우는 미소로 하여금, 태식을 바라봅니다.
" 너.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색을 가지고 있거든. 그런 녀석들은 자주 그런 것에 영감을 받아. 강력한 채색. 단색으로 칠해진 풍경들 속에 영감을 얻곤 하지. 그런데 나는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는 거는 못 해서. 당신이란 사람을 생각하며 그려봤지. "
>>128 "정서에 안 좋은 거에 영향받을 시기는... 지났...던가요" 아주 조금 고민하지만 그거 들어서 정서에 안 좋으면 게이트에서 굴러다닌다거나 하는 것도 무리지 않을까.. 우드득.. 나무를 얻으면 우드득.. 아니 이건 뒷사람의 쓸데없는 그거인 건데.
"음.. 확실히 매우 넓어보이기는 합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펼쳐진 곳을 봅니다. 어쩐지 웨이가 나타나서 하루만에 밭을 다 갈아드렸다! 하고 상쾌하게 엄지손가락을 든 것을 상상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치만 지한이 아는 중국계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은 웨이 뿐이라고요?
"차라던가 있었으면 제가 한 잔 끓여 올려드리는 건데. 이거는 아쉽네요." 들을 준비는 다 되었다는 듯 미묘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유운을 바라보려 합니다.
빈센트는, 편안하게 쉬실 수 있길, 이라는 말에, 베로니카의 마음을 어렴풋이 추측했다. 빈센트는 누군가의 감정을 잘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그런 그도 살다 보니 눈치란 게 생겼고, 적어도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진담으로 듣는지, 농담으로 듣는지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작은 호의더라도, 작은 호의를 농담이 아닌 호의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베로니카가 살면서 죽여온 (가디언 후보생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아닌, 빈센트 자신에게는 말이다.
"만약, 내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르겠는 거라면, 이 말은 진담으로 받아들여도 좋아."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배에 노가 없는지 찾아보면서 말을 잇는다.
"좋게 생각하라고. 만약 네가 정말로 불편한 존재였다면... 뭔 핑계를 대서라도 여기 나 혼자 떠 있었을 거고, 그 전에 내가 굳이 표를 두 장이나 샀을 리도 없을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