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십만대산의 신강.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마교도임을 발뺌하자니 신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다. 천마님을 부정하는 상황이 어찌 있어야 하겠는가. 눈을 살짝 내리깔고 머뭇거리다 한번만 고개를 끄덕한다.
느릿한 움직임 보인 고개 뒤로 시선이 갈곳 잃는다. 바닥을 한번 쳐다보고, 발치 한번 보고, 눈앞의 여인 한번 보다 조개로 다시 시선 옮긴다. 장삼 자락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잡힌 옷자락에 다시금 자글자글하게 주름진다. 말을 하려다 잠깐 입을 다문다. 휴가를 받아 떠돌았다 해야할까? 그렇지만 귀영대는 극비에 부쳐진다 하였다. 주군께 누가 될 수 없기에 한참 입 오물거리다 실토한다.
"…ㅂ, 바다가 보고 싶어서요. 밖에 나갈 수 있다 허락 받아 떠돌다 보니.."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말이다. 고작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떠돌아 이곳까지 왔다 하여도 어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그럼에도 거짓 한치 없다. 정말 떠돌아 왔기 때문에. 당혹감 때문에 뺨 발그레 물든 그 와중에 옹알인다.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하는것이 꼭 그 뒤의 말이 뭔지 바로잡는 것이니 필히 마교도가 맞다. 이후 짓궂은 의도로 호통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 눈 동그랗게 뜨이더니 몸 크게 움찔한다. "그, 그게. 아니어요." 하고는 고개 픽 숙인다.
참, 그랬었지. 중원에서 마교의 포교는 천강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정마대전을 끝내며 그렇게 협상을 했었댔지. 이 소년은 꼭 천강단처럼 보이지 않았다. 절정고수 몇 명이서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고, 등에 천강이라 쓰인 옷도 입고 있지 않다. 설령 그가 천강단이라 하여도 지금은 개인으로서 이 곳에 온 것이리라.
"천강단이라니 흐흐, 옛날 생각 나네."
그 때. 호남에서 천강단과 마주하였을 때가 다시 떠올랐다. 그녀와 자경단을 납치하려던 천강단원들을 제지하였던 간부. 그 또한 눈앞의 소년처럼 중성적인 미인이었다. 아마 신강으로 돌아갔겠지. 그 뒤로는 볼 수가 없었다.
"다음부터 누가 출신을 묻거든 곧대로 대답하지 마. 천하에 미친 사람들이 조금 많아야지."
천하에는 사람도 많고, 魔자에 경기하는 사람도 많고, 뒷일 생각 않고 쓱싹질을 하는 사람도 많고. 그녀는 더 할말이 있는지 몇 발 가까이 다가가 누가 들을까 속닥거렸다. 달면서도 매운 묘한 향이 났다.
"게다가 지금 이 바다에 용왕이 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과거에 용을 잡던 대문파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다는 말이야."
그녀가 그리 말하자 파도가 엇박으로 치며 소년의 발목을 악 물었다. 어차피 천마 본인이 그녀를 봤다. 마교도 소년 한 명에게 용왕에 대해 말하는 건 바다에 소금 뿌리기나 진배없었다.
"구태여 긁어 부스럼을 낼 필요 없잖아."
적어도 그녀는 명확하고 체계적인 신앙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 혼자만의 기복적인 신앙이었다. 필요에 따라 신앙을 부정하고 긍정하여도 아무런 칭찬과 꾸중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반드시 신앙을 부정하거나 긍정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없었다. 그녀가 큰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하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것은 한낱 말일 뿐이다.
옛 생각이란 말에 고개 갸우뚱 기울인다. 아마 천강단과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눈치지만 마교인이 아닌 사람이 천강단과 만났다면 필히 마찰이 있었을 터다. 혹여 자신의 말이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상기 시켰는지, 아니면 천강단을 싹 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목도 이제 저 바다로 던져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괜히 온 몸이 긴장한다. 곧대로 대답하지 말라는 조언에 네 눈동자 잠시 물끄러미 여인 쳐다본다.
그간 경황 없어 신이한 외형 외에는 잘 보지 못하였으나 눈앞의 여인은 여러 사람 돌아보며 가슴에 품었으리. 일렁이는 불길 사람으로 빚어 만들면 저럴 것이다. 겨울날 홀로 굳세게 피어있는 동백 보듯 붉은 머릿결과 홍옥 박아놓은 마냥 빛나는 붉은 두 눈, 그럼에도 주눅들지 않은 고결한 인상이며 그 안의 어두움 또한 자신을 지킬 방패일 터니 참으로 부럽다. 재하 색 다른 눈동자가 크게 깜빡인다.
"……네에."
한참 눈 깜빡이며 생각에 빠졌다. 미친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미쳤을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대충 기루에서 왔다고 얼버무려야 할지, 그 기루는 또 어디라고 해야할지.. 이리저리 고민하다 다가오는 모습에 겨우내 정신차려 답한다. 네에, 하고 난 뒤에 달면서도 매운 묘한 향취 느껴져 참으로 기이하다 생각한다. 누가 들을까 벙긋이는 입술 뒤로 들려온 소식이 어찌나 놀랍던 지.
"요, 용왕이요? 으악!"
발목을 악 무는 파도에 용왕 강림한 양 소스라치게 놀란듯 몸 크게 움찔한다. 자못 높은 비명 뒤로 화들짝 놀라 품 안에 고이 있던 조개 껍질 몇개 바닥에 쏟아지고 뒤를 휙 돌아보니, 파도 언제 그랬냐는 양 슬금슬금 물러난다. 쏟아진 조개 껍질 모두 낼름 삼켜가며! 그게 여간 얄미운 것이라 괜히 파도 한 번 노려다보고 다시 시선을 옮긴다. 긁어 부스럼 낼 필요 없단 말에 신앙과 목숨 사이에서 아주 잠깐 고민한다. 거짓말으로 천마님을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신강이라고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겨우내 생각해낸 것은 일단 기루에서 왔다고 하자꾸나 싶은 것이고, 기루가 어디냐 하면 뭇 다른 기녀들 그러하였듯 알고 싶다면 거짓이름 한번 대고 수소문 해보시어요 하는 수밖에 없으리. 자기 키우던 창기 과거 청산하고 예기로 둔갑할 적 그리 하였으니 말이다.
"귀한 가르침 감사하여요."
네 눈 사르르 미소 짓는다. 수심 젖었으나 더없이 수줍다. 아이처럼 헤죽 웃고는 우물우물 하다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