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네 살며 바다는 처음이다. 늘 문헌에서만, 가끔 기루에서 듣는 소리로만 알았던 것이다. 어릴적 기녀 너른 치마폭에 앉아 여지 얌전히 받아먹으며 처음 들었던 바다 이야기는 뭇 설레 잠 청하지 못할 것이었다. 바다는 호수처럼 파랗고, 물은 짜며, 아주 넓다는 기녀의 말에 네 눈 동그래지던 날. 그 넓음도 네게 있어 어느정도인지 도통 가늠이 안 되어 이 기루만큼 커요? 하고 묻자 기녀 웃으며 교국보다 훨 넓을 것이라 하였음에 꼭 가보고 싶다 하였던 날.
그리고 지금 너는 꿈에도 그리던 바다를 보았다.
짧게 주어진 휴가, 정처없이 떠돌다 마주한 바다는 일정한 간격 없이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가득하다. 자갈 쓸려가는 소리, 처음 밟아보는 백사장의 모래와 비린 물의 짠내, 갈매기 우는 소리와 불어오는 세찬 바닷바람. 모두 처음 듣고 처음 겪는 것이기에 네 눈 오갈곳 잃고 뺨 그리도 발그랗다. 발치에 채인 조개 껍질 하나 주워 이리저리 살펴보곤 소중히 손에 쥔다. 또 한걸음, 말라 비틀어진 불가사리도 하나 주워 품에 담는다. 또 한걸음..어느덧 품안 가득히 조개 껍질과 불가사리를 내려다 보고 수줍게 웃는다.
이윽고 얕은 파도 때문에 밀려났다 앞으로 오길 반복하는 물가 근처로 가 옹송그려 앉는다. 조개 껍질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참을 곤란해 한다. 바닷물을 만져보고 싶은데 팔을 풀면 모아둔 조개 껍질이 쏟아지리. 눈 동그랗게 뜨며 어쩔까 고민하던 너는 장삼 폭에 가득 품어내고 모래 묻은 손 톡톡 털어낸 뒤,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바닷물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 먹어보려 한 것이다. 정말 바닷물은 짤까 싶은 의문이 있기에.
더 이상 바다는 연초를 태우며 넋 놓고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무릇 동경이라 함은 쉬이 다다를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달에 갈 수 없기에 달을 동경하고, 바닷길 또한 깊고도 변화무쌍하기에 오직 가장 용력이 있는 인간만이 그곳으로 나아가며, 그 중 태반은 돌아오지 못하니.
이제 그녀가 바다를 보며 느끼는 감상은 새로 이사온 집, 새로 이사온 동네나 다름없었다. 호기심이 없진 않다. 허나 집 안에 비밀 다락이 있나 둘러보고. 동네에 숨겨진 당목이나 있을까 돌아보면 금세 사라질 감정들이었다. 어릴 적 산동 바닷가를 걸어다닐 때의 기분은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조금 허망해졌다.
하지만 저 소년 -소녀인가?- 은 아직 동심이라는 봄꽃이 마음 속에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누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패갑과 죽은 해성을 끌어안고 저리도 기쁘게 미소짓는 것이 바로 그 징표다. 그녀는 연초 찌꺼기들을 바람에 실어 날려버렸다.
"너, 바다는 처음이니? 분명 그렇겠지."
사박. 사박. 모래를 밟고 걷는다. 불균일한 발자국이 그 위에 놓였디. 그녀는 슬그머니 뒤에서 말을 걸었다. 소년은 근처 어촌 사람이 아닌, 이방인이었다. 복건 산세 안에만 틀어박혔다 갓 나온 사람이 아니다. 그가 신발창 밑에 묻히고 온 건 복건의 흙이 아니다. 어디의 흙인지는 몰라도 그건 확실했다.
"어디서 왔니?"
그녀가 조금 편집적이어도, 또 그가 이방인이더라도. 보는 사람마다 경계하고 가시를 세우지는 않았다. 어차피 세상 인연의 십중팔구는 한 번 보고 바다안개처럼 사라질 인연. 이해관계고 뭐고 없는 짧지만 순수한 인연이다. 하여 그녀는 친근하게 물었다. 그가 귀엽게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닷물은 짰다. 기녀가 해주었던 말은 적어도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덕분에 표정이 저도 모르게 오그라든다. 미간에 주름 곱게 패이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뱉지 않았다. 뒤이어 바다 비린 맛이 입안에 물씬 찬다. 그 향이 또 불쾌하지는 않다. 새로운 맛이 신기했기에 바닷물 찍어보았던 검지손 가만히 바라본다. 그렇지만 손으로 담아 마셔보기엔 겁이 나는 맛이었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다시 고운 손 소맷단에 넣어버린다.
들려오는 소리. 한아름 안은 조개 끌어안은 모습 그대로 목 돌려 뒤 돌아본다. 온통 새파란 곳에 있는 새빨간 사람이다. 저만큼이나 신이하고 어디에서나 쉬이 섞일 수 없는 외형이다. 색 다른 눈 한번 크게 깜빡한다. 그리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처음이에요."
조개 껍질을 소중하게 안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파도 얕게 치며 장삼자락 돌려 쥔 손 사이로 마른 불가사리 하나 굴러 떨어졌다.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파도가 날름 삼켜간다. 뭇 아쉬운듯한 시선이 옅어진다. 바다 안으로 돌아갔다 생각하듯.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꼭 자신의 출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 부끄러운 양 입을 오물거리다 장삼 자락 쥔 손을 꼼질거린다. 절그럭대는 조개 껍질 굴러가는 소리 뒤로 머뭇거림을 마치었는지 입술을 조그맣게 벌려 소리 낸다.
"교구...아니..신강……."
말 채 끝마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아 괜히 품안의 죽은 생명을 바라본다. 유년시절 기녀들이 늘 해주었던 이야기 때문이다. 교국 밖의 사람들은 교국 출신임을 아주아주 싫어한다고. 아무리 절세가인이라 할지라도 죽을 지도 모른다고. 참으로 잔인한 사람만 있다고. 하여 제 몸 지키고자 무공 익히었으나 유약한 성정으로 이 조개 껍질 내려놓고 부채 꺼낼 것 뭇 아쉬웠기에 그럴 수가 없어보인다. 더군다나 눈앞의 여인이 강자임은 본능이 알려주어 익히 알기에.
확실히 신강은 바다가 없는 곳이다. 그나마 비슷한 곳이 청해호 정도. 청해호가 중원의 호수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한들 바다보다 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 또한 마교와 얽힌 기억이 좋은 축에는 들지 못했다. 천강단에게 강제 전도당해 끌려가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하였고, 피로 피를 씻는 사생결단은 아니었으나 엄연히 대적하고 또 몰아내야 하는 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얌전히 주눅든 이유는 단지 그녀가 더 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힘의 균형이 뒤집히면 곧장 이를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 신강 사는 소년이 머나먼 바다까지는 어찌 행차하셨을까."
하지만 그녀가 먼저 칼자루를 쥐는 일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겉보기에 약해 보인다 하여 함부로 하였다가 도리어 역풍을 맞는 일이 허다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경계심을 가지되, 성급하게 드러내서 분위기를 그르치지 않는 게 핵심이었다. 그녀는 매캐하게 웃으면서 뒷짐을 지었다. 소년을 올려다본다.
"......"
좀 더 자세히 보았다. 발골하듯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볼수록 기묘한 소년이다. 상아색 머리카락에 두 눈의 색이 달랐다. 목덜미에 푸른 혈관이 언뜻 비치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고운 점토를 빚고 구워서 만들어낸 인형처럼 느껴졌다. 날것의 미가 아니라 우리고 또 우려서 뽑아낸 인공미가 느껴진다 할지. 기루에 가면 누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할게 틀림없다. 서역 사람의 피가 어떻게 이리 섞였나?
그녀는 잠깐 끊겼던 말을 이어붙였다.
"전도...하러 오셨나? 뭐였지 그,지유본교 뭐시기?"
"이놈이 사람을 꾀어서 신강으로 졸졸 데리고 가려고! 어?!"
다른 곳에서 왔다고 넘겨도 되는 것을 굳이 신강에서 왔노라 우물쭈물대니 재미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저도 모르게 짖궂은 소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