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품 안쪽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랐다. 남이 떠먹여주는 것을 삼켰고, 남이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았고, 남이 느끼는 것을 느꼈다. 커다란 저택에서 루힐은 몇 년간 그렇게 컸다. 그리하여 완성된 은빛 머리에 황금을 품은 듯한 두 눈. 루힐의 외양은 마치 부호가 소장하고 있을 것 같은 인형 같아서, 성질이 못돼먹은 몇몇 종들은 지 부모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은을 발라주고 눈에 넣을 수 있는 귀한 금덩이를 구해다 준 거라며 조롱했다. ……그럴 때마다 루힐은 자기 연민으로 빈속을 유장히 채워나갔다.
모종의 이유로 루힐은 비복 다섯과 함께 공기 좋고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적응도 덜 된 채 어영부영 흘러버린 하루, 이틀. 아직 곳곳을 다 둘러보지도 못한 루힐은 우렁잇속 같은 마음에 켕기는 것이 하나 있었다.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을 때, 귓가에서 들린 목소리. 혹시 도련님은 양을 좋아하세요?
“그 애, 분명히 동생이 있을걸.” 하는 주변의 추측은 잘만 들어맞았다. 릴리벳에겐 동생이 둘이나 있었으니까. —지금도 어리지만—더 어렸을 때에는 남들 예상에 딱 들어맞는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언짢기도 했지만, 지금의 릴리벳은··· 글쎄. 특별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동생들이 제 방 문을 벌컥벌컥 열어젖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은근하게 세심한 구석이 있다. 머리 위로 조용히 떨어진 낙엽을 떼어주거나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손에 묻은 흙을 호호 불어주는 일을 쉽게도 했다. 그대로 조용히 한 번 씨익 웃어주었다면 제법 신비한 구석이 있는 여자애로 기억이 될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릴리벳은 참지 못하고 꼭 한 마디씩을 덧붙였다. 잔소리로 여겨 질린 얼굴을 하는 걸 보고서도 말은 목구멍 뒤로 넘어가질 않았다. 딱히 각 잡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도 은연 중에 제 말 받아치곤 까르르 웃어주는 애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살던 곳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이사온 지 겨우 한 달. 생일이 지나기도 전에 낯선 곳에 떨어진 탓에 미묘하게 심기가 불편하다. 가끔은 이번 생일은 외톨이로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이 아프니 입을 꾹 다물어보기로 했다. 불안할 때에는 눈물도 나지 않으면서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또 넘어진 우는 아이에게 손을 뻗고, 칠칠치 못하게 물건 흘린 아이 불러다 가방까지 잠가주고 나면, 또 제가 던진 한 마디에 웃어주는 한 명쯤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53cm, 그닥 크지 않은 체구와 아직 앳되어보이는 얼굴 탓에 한두 살 어리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은 단정하게 땋아내린 고동색 머리카락과 선명한 호박색 눈. 짙고 선명한 눈매 덕에 똘똘하게 생겼다는 말도 꽤 많이 듣곤 한다.
거대양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니까 인상이 나쁘지는 않겠죠 🤔... 근데 릴리벳 성격에 사춘기까지 겹치다보니 거대양 종교 자체에는 관심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냥 좀 특이하네 싶은 정도? 거기 소속된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꺼리진 않아도 어울리기 위해서 발 담가보려는 시도는 안 할 것 같습니다!
깜찍하게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여자아이가 기차에서 소리쳤다. 통통한 손가락으로 삿대질까지 해가며 소리쳤다. 루힐은 조금 놀란 탓에 몸을 움츠렸다가, 시선을 최대한 바닥으로 내리깔고 자리에 앉았다.
“아 귀여워. 도련님, 저 여자애가 도련님 가방이 마음에 드나 봐요! 저번에 마님이 주신 거 맞죠?”
말 많은 여종의 귓속말. 기차가 출발하려는 소리. 그 여자애가 뒤뚱뒤뚱 걸어오는 소리. 너무 시끄러웠던 루힐은 양쪽 귀를 다 막으려다가, 여종이 자신의 오른쪽 귀에 대고 얘기하고 있어서 왼쪽 귀만 막았다. 왼쪽 귀가 금방 울긋불긋해졌다.
“······응.”
루힐은 여자애가 지나가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서 여종에게 대답했다. 하지만 루힐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건지 애초에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건지 여종은 창밖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으니 루힐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루힐은 방금 여자아이가 지나가면서 중얼거린 말이 더 신경 쓰였다. “좋겠다.” 최대한 그 여자애가 하는 말은 안 들으려고 했는데 들어버리고 말았다. 뭐가 좋다는 건지.
덜컹대는 기차 안. 수마가 몰려온 루힐은 저항 없이 눈을 감았다. 여기서 얼마나 가야 된다고? 두 시간. 아, 드-럽게 오래 걸리네. 음흠흠- 야! 넌 노래 좀 그만 불러! 아직 깊게 자고 있지는 않았으니, 루힐의 귀로 온갖 잡음이 들어갔다.
“안 자시죠?”
루힐의 바로 옆에서 또 누군가 속삭였다.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혹시 도련님은 양을 좋아하세요?”
루힐이 눈을 떴을 때는 하늘의 색이 주홍색이었다. 잠시 멍해진 루힐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아까의 엄청 시끄럽던 분위기와 딴 판으로 다들 축 늘어져 자고 있었다. 루힐은 차분히 감긴 눈 10개를 번갈아보면서 잠결에 들었던 목소리를 상기시켜보았다. 두통만 얻고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루힐과 5명이 기차역에서 내려 마을까지 걸었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웬 사람 한 명이 무척이나 반가운 듯 팔을 휘적이고 있었다. 루힐은 조금 떨떠름했지만 그 사람과 인사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집의 열쇠를 받는 것은 다 자신의 몫이 아니었기에 늘 그랬듯 조용히 있었다. 루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올려 그 사람을 보았다. 파리한 낯에 더러운 몰골. 움직일 때마다 나는 쉰내에 루힐은 그만 눈썹을 찌푸리고 말았다. 티 내면 예의가 아닌데. 루힐이 그 사람의 눈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당혹과 함께 황망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내리면서, 그 사람의 넝마 같은 옷에 그려진 양을 보았다.
릴리벳은 눈앞에서 불쑥 다가오는 손에 무심코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손의 주인을 확인한 뒤에도 쉽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쭈뼛대며 서 있던 릴리벳이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쿠키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온순한 양의 얼굴을 한 쿠키. 양만큼이나 둥글고 온화한 듯한 사람. 릴리벳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 탓에 더 사근사근하게 굴지 못하는 자신이 조금 민망하고, 아주 약간은 미웠다. 하지만 가끔은 행동의 이유를 본인이 알 수 없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불쑥 다가온 손에 릴리벳은 놀랐다. 상냥한 얼굴을 보고선 뒷걸음질쳤다. 한 톨의 적의도 없는, 아주 새하얗고 매끈한 얼굴을 보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릴리벳이 한 거라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하곤 멀뚱히 서서 받은 쿠키만 만지작거린 게 전부일 것이다. 누군가 말을 걸지 않았다면.
있으면 더 가져가도 돼. 신도가 쭈뼛대는 아이 앞으로 더 서슴없이 쿠키 바구니를 들이밀었다. 상대가 놀란 것 같이 보이면 멋쩍은 반응을 내비치기라도 할 텐데 그런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눈이 보이기는 한 건지. 둥글게 접혀서는 펴질 줄 모르는 눈이 귀신같다. 신도라는 이름과 맞지 않게.
“저쪽에 성전이 있으니까 편하게 놀러 오렴. 알았지?”
신도가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성전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처럼 뒤편을 슬쩍 보았다. 솔직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마을에서 눈에 확 띄는 건물을 말해보라 하면 누구나 그곳이라고 얘기하매.
천천히 주세요~ 다음 주 정도까지는 저도 바쁠 것 같아요 🥲... 그 다음은 또 연말연초라 이벤트가 또 있네요... 헉 루힐주 불쾌한 말 들으셨나요? ㅠㅠ 저는 그런 때에는 좋아하는 간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화분에 물도 주고요, 이것저것 좋아하는 일 하면서 시간 보내는 편이에요. 또 샤워하면서 물에 많은 것들 쓸려보내기도 하구요. 부디 마음 많이 상하지 않으셨다면 좋겠어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기분도 더 나아질 거예요.
종이 입혀주는 대로 옷을 입은 루힐이 문 앞에 섰다. 그렇지만 루힐은 직접 손잡이를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금색 손잡이가 명쾌한 소리를 내면서 다른 이의 손에 열렸다. 충분히 공간이 생기자 루힐은 여린 발걸음을 내디뎠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살짝살짝 빛나는 금색 눈동자는 오늘따라 그림자가 많이 드리워져 있었다. 잠자리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을 설친 것일까. 그렇다기엔 누구나 한 번 보면 뒤로 자빠질 고급 침구가 무색했다. 설마 어머니와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루힐의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낏 인형을 쳐다봤다.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에 사람이 들어왔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은 자신의 길을 똑바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결연한 눈빛으로 앞을 봐야한다. 루힐은 이 간단한 것을 못 했다. 땅만 보며 걸으면 넘어지기 일쑤인데, 원래의 집에서도 땅 보고 걷지 말라고 수십 번은 들었는데, 루힐이 넘어졌다. 뺨과 땅이 쓸릴 때 나는 따가운 소리가 꽤 짙게 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단순히 넘어진 것이라면 생채기 정도만 나있어도 되는데 누군가 제대로 아로새긴 것처럼 긴 상처가 생겨있었다. 어디 낙원에서 단물만 먹고 살아온 마름꽃 같은 얼굴에 생생한 피가 흘렀다.
후아 저 드디어 큰 고비 몇 개 넘겼어요...... 다음 주쯤 되면 정말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 답레는 주말 지나고 가져올게요! 루힐주 이번에도 고생 많으셨구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다음 주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 준비도 잘 하시구요 🎅🏻🎄... 그러고보니까 클리프랑 벨리타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겠네요 ㅋㅋㅋㅋㅋ
릴리벳은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는 릴리벳의 걸음이 나이에 비해 무거운 데가 있다고 했다. 릴리벳은 내심 제 몸에 보기 싫게 살이 붙은 걸까 고민했지만, 삼 일 정도 지나고 나니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아무리 거울에 비친 모습을 봐도 릴리벳 허니포드는··· 그냥 릴리벳 허니포드였다.
손에 쿠키를 쥔 릴리벳은 계속 걸었다. 집에 가면 분명히 바쁠 것이다. 쿠키를 향해 달려드는 동생들에게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말을 삼백 번째 해야 할 것이고, 어쩌면 식사준비를 도와야 할 수도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숙제를 해야 했다. 정말 지겨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지극히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지내며 공부하는 일상은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그런 일을 간절히 바랄 수도 있겠지만, 릴리벳은 이제 겨우 열다섯이었다. 가끔은 제가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를 바라곤 하는. 그러나 릴리벳은 안다. 저는 주인공이 되기엔 지나치게 평범했다. 주인공을 꿈꾸려면 적어도 제 앞에 보이는 머리색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반짝이는 은빛······.
“···얘!”
릴리벳이 앞으로 달려갔다. 제가 생각한 주인공이 갑자기 기울어지더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닥을 보고 걸으니까 넘어지지.”
릴리벳이 동생 다그치듯 말하며 빈 손을 내밀었다. 잡고 일어나라는 의미였다. 주인공의 얼굴을 보던 릴리벳은 짧게 눈을 크게 떴다가, 대놓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 메리 연말연초라고 인사할 때네요! 루힐주도 올해 고생 많으셨구요, 행복한 새해 맞이하셨으면 좋겠어요 🥰 또...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ㅎㅎ 올해의 벨리타는 클리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겉옷을 선물하지 않았을까 싶구 🤔 아무래도 다분히 충동적인 여행이니까 좋은 옷 하나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따뜻하고 멋진 새 코트를 선물했을 것 같아요!
피! 붉고 뜨거운, 하지만 루힐에게는 생소하고 차갑기만 한 그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루힐은 본능대로 손등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쓰라렸다.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쓰라렸다. 어쩌면 좋지. 내가 손수건을 가지고 나왔던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흘러나오는 피가 멈추지 않는 것만 같아 꽁꽁 얼어있던 루힐은 내밀어진 손에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만년빙에 금이 갔다. 자신의 앞에 있는 환한 손. 헛것이 아닌 틀림없는 사람의 손. 호박에 금빛이 스며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을 잘도 뚫어져라 쳐다보던 루힐은 이내 손을 잡았다. 확신이 없어 미미한 악력을 가진 손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사람이라고, 손 하나 잡고 나니 느즈러졌다.
“어?”
되물을 것도 없는데 멍청한 음성이 나왔다. 어찌 됐든 릴리벳의 도움을 빌려 두 다리 딛고 일어섰다. 고맙다는 인사를 언제쯤 해야 하는 건지, 손은 지금 놓으면 되는 건지 고민하는 루힐. 안절부절못한 꼴이 감춰지지도 않고 다 드러났다.
과한 스케줄과 음주에 시달리다 인사가 늦었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루힐주 🎉🎉🎊🎊🎉🎊💥💥 올해에도 각자 페이스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예쁘고 즐겁게 우리 스레 꾸며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ㅎㅎ 워낙 옷걸이가 좋으니 벨리타에겐 이것저것 입혀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클리프 선물 받곤 기분 좀 묘했겠어요... 이런 장신구 줬던 건 보통 앨런이니까... 작은 함에 담아서 보관하고 가끔 밤에 열어보는 시간 가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ㅋㅋㅋㅋㅋ
손을 뻗은 채 기다리던 릴리벳은 이 애가 다소 굼뜨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그 다음으로 손이 닿았을 때에는 상상 이상으로 유약함에 놀랐다. 제 막내동생과 겨뤄도 쉽게 질 것 같은 힘이었다. 뜬금없이 되물어오는 물음까지. 릴리벳은 이 애가 분명히, 저보다 최소한 두 살은 어릴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다면 그럴 수 있었다. 제 동생들을 보며 다져온 생각이다. 아직 미숙하니까, 그보다는 나은 내가 이해할 필요가 있어. 아직도 미숙한 릴리벳이 생각했다.
"너 상처에서 피가 난다구."
제 뺨을 톡톡 두드린 릴리벳이 주머니를 뒤적였다. 특별할 것 없는 낡은 손수건이었다. 한쪽 귀퉁이에 해바라기 자수가 놓인 것만 빼면. 저 인형 같은 애가 이런 물건을 쓸까? 목소리도 제대로 안 들려주는데, 괜히 까탈스럽게 굴면 어쩌지? 다친 아이를 돕고 싶은 선의와 괜한 피해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했다. 릴리벳이 금색 눈을 마주쳤다. 아마 그때, 그렇게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면 릴리벳은 그냥 손수건만 쥐여준 채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릴리벳이 한 걸음 다가가 쥐고 있던 손수건을 아이의 뺨에 가만히 댔다. 아프지 않게 살살 주변을 닦아낸 릴리벳은 다시 한 걸음 물러서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다, 쥐고 있던 손수건을 내밀었다.
"빨리 가서 치료 받아. 혹시 피가 흐르면 이걸로 조심조심 닦고. 그리고 이건··· 울지 말라고."
손수건 위로 양 쿠키를 올려두었다. 개수가 하나 모자라게 되었지만, 제가 먹지 않으면 되니까 상관없었다. 이 정도 양보쯤이야.
해바라기가 흔들렸다. 루힐도 흔들렸다. 태어난 이래 타인의 손길이 제 몸에 닿았던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진짜 ‘타인’이 저와 이어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루힐은 해바라기의 꽃잎이 뱃속을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에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무척 이상했다. 그렇다고 거북하거나 난편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기분은 도대체 무엇일까. 저택으로 돌아가서 고민해야 할 것이 생겼다.
시선을 아래로 두어서 그런지 해바라기가 시야의 윗쪽에 걸쳐졌다. 고개를 살짝 들어 릴리벳이 내밀고 있는 게 무엇인지만 확인하고 다시 숙였다. 이대로 얌전히 있었다면 릴리벳이든 누구든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겠지만 다행히 루힐은 손만 움직여서 손수건과 양 쿠키를 잡아 품으로 가져갔다. 고마워············ 약한 바람도 쉽게 묻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음성이 나왔다. 루힐은 상처가 크게 나면 목소리도 작아지고 얼굴이 죄다 뜨거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수건은······.”
누군가의 손수건을 처음 받아본, 그래서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 애초에 받아도 되는 건 맞는지 수백 개의 물음표가 생긴 루힐의 웅얼거림.
남자애에 대한 릴리벳의 인상은 굼뜨다에서 유약(연약?)하다를 거쳐 아주아주 수줍음이 많다로 끝이 났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물건만 쏙 빼가는 모습이 얄미울 법도 한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운 좋게도 바람이 멈춘 순간이라, 릴리벳은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던 덕이다. 오히려 릴리벳은 이 애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구도 저와 비슷한 데다, 천방지축인 남동생들보다야 훨씬 나아보였으니까!
“다시 피가 난다고 문질러 닦으면 안 돼. 아까 내가 해준 것처럼 살살. 알겠지?”
동생 가르치듯 얘기한 릴리벳이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가져도 되는데. 우리집에 그런 거 많거든.”
어머니는 어린 남매들이 싸우기라도 할까—보통 손수건으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같은 자수를 놓은 손수건 따위를 꼭 세 개씩 준비해주셨다. 그러니 이 손수건 하나 없다고 해서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이미 해바라기 손수건은 두 개나 있으니까.
“그래도 돌려주고 싶으면 저쪽 마당 있는 빨간 지붕 집으로 와도 되고, 다른 애들한테 릴리벳 어딨냐고 물어봐서 돌려줘도 돼.”
잠깐 고민하던 릴리벳이 말문을 열었다. 그치만 또 언제 마음이 바뀌어 꼭 이 손수건을 되찾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넌 이름이 뭐야? 어디에 살아? 처음 보는 것 같아. 물론 나도 여기 온 진 얼마 안 됐지만.”
루힐에게 순종은 들숨이고 날숨이었다. 사람은 남의 말에 계속 끄덕이다 보면 되려 역으로 반발심 같은 게 오를 수 있다고 아무개가 그랬지만 루힐은 역시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분류된 것인지, 아직 제대로 된 저항 의지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단순 호불호에서 나오는 거부 정도야 ‘때때로’ 보였다. “빨간 지붕, 알겠어.” 지금 상황에서 루힐에게 다가오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은 (본인은 모르겠지만) 호. 태양을 쫓는 꽃과, 찰나에 보았던··· 정말 태양 같던 눈. 루힐은 무엇에 촉진되었는지 이제서야 대화하기 쉽게 고개를 뻣뻣이 들어 올렸다. 눈을 마주치려고 충분히 노력해준 릴리벳의 결실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루힐 빌르레튼······!”
일 년 치 분량의 용기를 계획도 없이 다 짜낸 걸까. 주먹까지 꽉 쥔 루힐은 봉오리가 터지듯이 말을 했다. 제 이름을 다 발음하고 난 뒤에는 이상한 애처럼 보였을 것 같아 다시 얼굴이 홧홧해졌다. 상냥하고 상냥한 내 앞의 여자애가 이런 것으로 문제 삼지는 않을 거라는 걸 은연중에 이미 알고야 있었다만, 뺨이 붉어지는 생리는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 그곳에만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보였다.
루힐은 손가락을 펴서 자신이 방금 나온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고민이 뒤따랐다. 나이까지 얘기해줄지 말지. 상대의 나이가 궁금했던 루힐은 몇 초 후에 자신의 나이를 알려주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릴리벳은 해바라기 손수건을 되찾을 의지를 잃어버렸다. 해바라기는 호박보단 화사한 금빛과 더 잘 어울렸다. 오늘 장미가 수놓인 손수건—유감스럽게도 이런 손수건은 가진 바 없지만—을 들고 있었다고 해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테지만. 릴리벳은 루힐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읊어보았다. 태어나 처음 펼쳐보는 책에 적힌 낯선 단어를 읽는 것처럼. 아마 금색 잉크로 쓰인 글씨일 것이다.
“난 릴리벳 허니포드야.”
릴리벳은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웃었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생각이었으므로 보는 입장에선 어땠을지 모른다. 아무튼, 릴리벳은 호의적인 태도였다. 이름 하나 말했다고 얼굴 붉히는 수줍은 소년을 미워할 이유라곤 티끌 만큼도 없었으니까.
“···세상에.”
빠르게 두 번 눈을 깜빡인 릴리벳이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었다. 뱉고 난 직후에는 본인조차 그런 말을 한 줄 몰랐을 정도였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 나는 네가··· 조금 더 어릴 줄 알았거든.”
릴리벳이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체구가 저와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내 또래 남자애들은 너보다 까맣고, ···무엇보다 엄청 왁왁대거든.”
생각만 해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소리지르는 게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아마 평생 이해 못 할 테고 딱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루힐은 새로이 알게 된 이름을 몇 번 중얼거렸다. 나중에 만나 인사할 때 이름 하나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참사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릴리벳의 이름이 낯선 발음으로 남아있지 않게, 확실히 외울 수 있게 루힐은 애썼다. 혀가 구를 때마다 어디선가 꿀 향이 나는 것도 같고, 환한 빛깔이 시야에서 나부끼는 것도 같고.
여타 다른 또래 남자애들의 모습이 루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상대의 생각이 무리는 아니었다. 확실히 그네들의 평균과 루힐은 동떨어져 있었으므로. 루힐이 릴리벳의 사과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응······.”
릴리벳이 웃었던 것처럼 루힐도 최종적으로 웃음을 보여주었다. 이국의 상인이 무엇을 준대도 바꾸지 않을 귀중한 보물이 된 손수건과 쿠키는 루힐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릴리벳, 허니포드. 마당 있는 빨간 지붕. 루힐은 중요한 것들을 기억의 앞섶에 바르게 새겼다. 그리고 릴리벳의 잔소리가 세워낸 검지를 살짝 건드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역시나 이번에도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 릴리벳, 하면서.
난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닌데 먼가 빡빡하게 느껴지네.. 릴리벳주 바쁘겠지만 자주자주 숨 돌려주고💪💪 행복해야대!!
고런 감성 좋당ㅎㅎ 그럼 그런 느낌으로 가구! 그렇게 진행하다가 애들 좀 보내고 릴리벳이랑 루힐 둘만 남긴 다음에, 둘이서 거대양 보는 그런 장면 돌려보까? 방금 생각 하나가 떠올랐는데 루힐 집에서 일하는 애들 중에 하나가 루힐을 제물(사이비집단에서 좋아하고 집착하는 고런 느낌의 존재 잇잫아) 그런 느낌으로 하려고 한다 해도 갠찮을 것 같구.. 릴리벳은 거대양 같이 봐도 좋고, 루힐만 보고 릴리벳이 정신차료! 같은 느낌 해도 좋을 것 같구 🤟❤️🔥
헉 좋아요,,! 루힐에게는 좀 잔인한 생각인데 왠지 진짜 귀하고 예쁜 제물(...)이라고 생각할 것 같고 그래요 🥲 ㅋㅋㅋㅋㅋㅋ 앗 거대양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가요? 존재는 하는데 그냥 존재하는 건데 사람들이 혼자 믿고 따르는 걸까요...! 일단 처음에는 루힐만 보는 게 좀 더 끌리네요 ㅎㅎ 또 평범하게 놀고 있는 애들이 양모양 손가락 인형이나 가면이나 솜인형 같은 거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구... 은은하게 양에게 지배된 마을 🔥
ㅋㅋㅋㅋㅋㅋ맞지맞지 귀하고 예쁜 제물 ㅎㅎ.. 🌸 거대양이 찐일지 아닐지는 아직 고민이당.. 일단 사람들이 제멋대로 믿는 느낌이기는 할 것 같어 🧐 오 그런거 아주 조아!!!! 은은하게 양에게 지배된 마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축제 기간에는 거대양의 눈물 같은 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한테 바가지 씌워서팔겠는데..^^ 클리프 신기하다고 사지 말고 벨리타가 잘 컷해주겠지.. 😋
흑흑 먼가 제대로 된 설정이 부족한 느낌인 것 같아서 얘기를 좀 더 하고 역극을 들어갈까 하는 맘 반.. 짜피 설정은 돌리면서 나오는 거니까 갠찮다는 맘 반.. 벳주 어떡할래..?😈😇
거대양의 눈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원 이루어주고 건강하게 해준다고 하면서 파는 걸까요 아님 면죄부 느낌...? 🤔 벨리타는 조용히 안 된다고 하다가 좀 떨어져서 저런 말 믿지 말라고 하겠죠... 구원 같은 건 타인으로부터 구하거나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벨리타 본인도 모르면서...! 🙄
음 저는 거대양 실존여부나 종교단체 관해서 설정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어요! 릴리벳이랑 루힐네 가족은 다 외지인이고, 돌리는 시점이 얼마 안 됐어도 말 돌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것 같아서 가족들이나 아이들 자체에 대한 평판? 소문? 같은 게 있다면 몇 개 짚고 가도 좋을 것 같고요 ㅎㅎ
면죄부나 건강이나 좋은 말들은 일단 다 붙이고 볼 것 같네 ㅋㅋㅋ 일단 소문 먼저 말해보자면 루힐은 부잣집 아들이라는 게 엄청 큰 이미지.. 마을에서 제일로 큰 저택인데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도대체 누구 집인 걸까? 싶었는뎅 어느 순간부터 작은 애 하나랑 성인 남녀 몇몇의 모습이 보인다! (이거 쓰면서 생각났는데 저택 분위기가 되게 꾸릉꾸릉??ㅋㅋㅋㅋㅋㅋ할 것 같아서 먼가 설정 나중에 붙여보께!) 마을 사람들 중에서 심보 고약한 사람은 아니꼽게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대체로는 엄청난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어.. 활발한 마을사람들은 과일 같은 거 들고 기웃거리다가, 저택에서 사람 나오면 짤막한 대화 나눠보고.. 뭔가 벽을 치는 것 같다는 찜찜함에 갸우뚱하면서 다시 돌아가고.. 루힐은ㅜ 머 또래 남자에 비해 왜소하니까 ㅠ.. 짓궂은 장난 많이 당하고 그러는 거지 머 ㅎㅎ.....
거대양 실존 여부....!.! 일단 찐으로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기는 한데 좀 더 설정을 붙여서 가져와보께 릴리벳주도 자잘한 정보나 의견 남겨조 ❤️🔥❤️📸 벌써 2022년의 이 개월은 지나가네..
꾸릉꾸릉한 분위기...! 뭔가 다가가기 쉬운 느낌은 아닌가봐요 🤔...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비밀스러운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와중에 루힐은 🥲...!! 릴리벳네는 별소문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 남동생들 활달하고.. 한 애는 가끔 지나치게 활달해서 사고를 치더라... 큰애가 골치아프겠더라처럼 시답잖은 얘기들일 것 갘아요 ㅋㅋㅋ 이사온 이유도 별거 아닌 걸로 서너 개 돌아다니는데 그중에 맞는 거 하나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평범하게 섞여들기 시작한 게 오히려 특이한 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거대양은 그럼 있는 걸로! 진짜 신이라도 인간사에 무심해서 개입 안 하거나... 아니면 진짜 단순히 큰 양을 인간들이 멋대로 섬기기 시작한 것도 좋겠네요... 이건 같이 생각해봐요!
이제 3월이에요 🥲.....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새해..... 파이팅해요 우리🤸🏻♀️🔥🔥🔥
리벳주 새해복많이받고 잇엇으면 좋겟당 👍 역시 릴리벳은 먼가 가족이란 단어를 들엇을 때 느껴지는 그 뽀송함이.... 조타.. ㅋㅋㅋㅋㅋㅋㅋ 소문 맞는 게 업는 것도왤케웃기지.. 음 내가 한 생각의 흐름을 한 번 여기 적어보께. 거대양 실존 -> '동산으로' 전개가 극에 달았을때 누군가 양을 죽이고 잇는 장면이 생각남! ->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으려면 신이 아닌 단순히 큰 양이라는 설정이 좋겠군! -> 근데 진짜 신인 걸로 하고, 신이지만 쉽게 죽을 수 있다는 것도 괜찮.. 🤔 암튼 내 생각은 마지막 화살표에 쓰인 걸로 결정이 났어!
3월인데 날씨가 무지 따뜻하네요 😮...! 루힐주도 행복한 3월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당 ㅎㅎ 벨리타랑 다르게(🙄..) 좀 화사한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루힐주가 뽀송하게 느끼셨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이네요! 헉 신이지만 쉽게 죽을 수 있는 것도 재밌겠는데요 🤔... 원령공주에 나오는 신들도 생각나고... 창조주 같은 느낌보다는 인간 너머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신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그 거대양은 신전에 모셔진 형태일까요, 본인이 원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게 능력의 일부일까요!
마을에는 동산이 하나 있었다. 끝까지 오르려면 꽤 숨이 차지만 그 위에 있는 나무 한 그루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슬프게도 그 나무를 좋아하는 게 릴리벳 하나만 아니라, 날씨 좋은 날이면 늘 그 아래가 북적였다. 심지어 몇몇은 그 나무를 타고 올라가 거꾸로 매달리기까지 했다! 릴리벳은 주로 남동생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역할이었다. 읽으려 마음 먹었으나 그곳에선 읽지 못 할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선 채로······. 종종 숨이 찰 정도로 달리는 막내를 진정시킬 때는 그 책마저 풀밭 어디에 내려두어야만 했다.
오늘이라고 릴리벳에게 크게 다른 날은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화창한 날씨였고, 동생 둘을 데리고 나온 릴리벳은 어젯밤 읽다가 만 책을 들고 있었다. 동생들은 서로의 그림자 끄트머리를 밟으며 깔깔대다가 아이들 무리로 섞여들었다. 그늘 아래에선 여자아이 둘이 손에 양 인형을 들고 인형놀이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극히 평범한 날이다.
해바라기가 가냘픈 손에 꼭 붙들려 있었다. 루힐은 손수건을 돌려주려고 전에 똑바로 기억한 ‘마당 있는 빨간 지붕 집’에 찾아가 보았지만 릴리벳 본인이 없는 것 같아 파란 지붕이나 마당이 없는 집 두어 개 정도를 더 순회했다. 그냥 대애충 집 아무 데나 걸어놓아도 됐을 문제인데 예의라도 차리는 건지 병약한 애답지 않게 고생을 사서 했다. 사실 루힐은 이 과정이 재밌었다. 릴리벳에게서 나오는 건강하고 화사한 에너지가 지금 이 찾아가는 과정 중에서도 느껴지는 걸까!
하지만 좀처럼 릴리벳이 보이지 않자 세상만사가 힘겨운 루힐은 좌절했다. 그러다가 저 멀리 거대한 나무 한 그루와 함께 솟은 동산으로 시선이 끌렸다. 평소 같았으면 저렇게 아이들이 북적대는 곳 따위 관심도 보이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기에 릴리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달콤한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이는 것도 같아서 발걸음이 확고해졌다. 추측과 환각에 의지한 발걸음치고 다부진 면이 있었다.
동산, 그러니까 언덕. 결국 작은 산. 홧홧하게 열감이 오른 발바닥을 애써 무시한 루힐의 목빗근에 투명한 땀방울이 흘렀다. 어디 그뿐일까, 뽀얗던 뺨과 팔다리에는 화가가 주홍칠이라도 한 것 같았다.
맨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일단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대며 웃는 소리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그 소리들이 죄다 제각각이었던 탓에, 릴리벳은 그 뒤섞인 소리 중 제게 익숙한 것을 골라 들었겠거니 생각했다. 몸을 돌려 확인한 건 일종의 버릇 같은 거였다. 생각과는 별개로 뒤에 아무도 없다는 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종종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으므로. 동생들이 노는 걸 힐끔대며 몇 번 살핀 릴리벳이 루힐에게로 다가갔다. 올라오는 과정이 꽤 힘들었을 거라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걱정스럽게 얼굴을 찌푸린 릴리벳이 물었다.
“너 얼굴이 엄청 빨간데 괜찮아?”
숨을 헐떡이다 이대로 쓰러져버리진 않을까. 몸이 약한 애들은 가끔 이유도 없어 쓰러져버리곤 하던데. 불안불안한 눈으로 루힐의 상태를 가늠해보려 살피던 릴리벳의 시선이, 마침내 그가 쥔 해바라기에 닿았다.
“설마 이거 돌려주려고 온 거야?”
어느 정도는 확신에 찬 질문이었다. 릴리벳이 보기에 루힐은 지나치게 여려보였다. 누군가 제게 사실 루힐은 공들여 만든 유리인형이라고 해도 믿을 것—약간의 과장이 섞인 말이긴 하다. 릴리벳은 그런 식의 믿음은 쉽게 가지지 않았다.— 같았다. 릴리벳은 짧게 고민한다.
“일단 땀부터 닦는 편이 좋겠어. 이 손수건은 선물로 줄게. 굳이 오늘처럼 힘들게 와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야.”
“…………그렇지만 소중한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 빨리 돌려주는 게…………” 벌레보다 작은 목소리.
릴리벳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유리인형은 삐걱거렸지만, 자신의 것이 된? 손수건을 꽉 쥐는 행동으로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뜨거운 얼굴로 소리 없이 웃던 루힐이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릴리벳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여전히 돌려줄 준비는 하는 모습.
앳된 아우성과 동산을 달구는 햇빛. 커다란 나무에서 들려오는 계절의 소리와 간간이 마을에서 들려오는 일상의 소리. 섬세하게 숨을 고르던 루힐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신기한 동산이다, 하면서 속으로 짤막한 감상을 남겼다. 루힐의 별난 감상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동산의 녹색에 있다가 릴리벳과 아이들에게로 넘어가는 시선. 이런 신기한 동산에 있는 릴리벳과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특색있는 정신성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신기하다." 마을에서 좀 더 오래 머물다 보면 이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또 작게 중얼대는 루힐. 아차. 릴리벳에게 제대로 된 말을 해야지. 이상하게 뛰어와서 중얼거리기만 하는 애를 피해주지 않길 바라며... 루힐은 황급히 떨어진 말의 조각들을 찾는다. 표정만 보면 할 말을 찾고 있는 게 아니라 꼭 사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웃고 소리지르고 서로의 이름을 외치는 사이로 아주 가냘픈 소리가 끼어들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놓쳐버렸겠지만, 릴리벳은 작은 낌새를 기민하게 알아채는 데에 타고난 재주가 있었다.
“괜찮아, 너 가져.”
릴리벳이 가벼운 목소리로 대꾸하곤 씩 웃었다. 릴리벳은 루힐이 꽤 마음에 들었다. 괜히 시비를 걸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또래 남자애들을 생각하면 루힐은 천사 같았다. 목소리가 조금 작게 느껴지긴 했지만 뭐, 그 정도는 흠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제가 귀 기울여 들으면 되는 문제니까. 주변을 살피는 듯한 기색에 릴리벳도 시선을 돌려보다, 곧 물끄러미 루힐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생경한 것을 보는 듯 빛이 나는 눈동자에 릴리벳은 조금 의아해졌다. 릴리벳에게 이곳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마을이었다. 이전에 살던 곳보다 조금 더 녹색이고, 조금 덜 붐비는 게 다인, 딱히 새로울 것도 그래서 놀라울 것도 없는 곳. 아주 대도시에서 살았던 걸까? 그렇다면 이렇게 신기하다는 감상을 뱉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나랑 친구하고 싶구나?”
루힐을 보며 말한 릴리벳은 조금 장난스럽게 웃었다. 잠깐은 제게 친구가 없어 보이는지 묻는 농담을 던질까도 했지만··· 그랬다간 루힐이 당황할 것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릴리벳에게 남—심지어 그게 지켜줘야 할 것만 같은 상대라면 더더욱—을 곤란하게 하는 취미는 없었기에.
“나는 너랑 친구하고 싶어. 사실 나 친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 근데 너랑은 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릴리벳이 기대하는 눈치로 루힐을 바라본다. 그러나 대답을 조르지는 않고, 깜빡깜빡 바라보기만 하며 루힐이 입을 떼기까지 기다렸다.
릴리벳주도 조은 주말 보냇겟지! 6월달 잘 마무리해보자!! 🫠🫠🎊 그리고 나중에 먼가 마을에서 조사 같은 걸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조사하는 그런 것도 재밋을것같당 우리 둘중에 하나는 시스템 같은 고런 역할을 해야하나 ㅋ ㅋ ㅋ 암튼 점점 시험 기간 끝자락이니가 좀만 더 기다려조~~ 양송무겁게 답레들고오께!
루힐이 생각하기에 릴리벳은 천사 같았다. 저 같은 아이에게도 한없이 넓은 아량을 베풀어 손수건까지 주고,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조그만 말소리도 정성스레 들어주고. 친구가 있냐는 엉뚱한 질문에도 루힐이 예상했던 부정적인 반응 중 어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대화의 일부겠지만 루힐은 창자가 꼬일 정도로 무량한 긴장을 왁왁 먹고 있다가 릴리벳의 한마디에 긴장을 쏟아냈다. 자칫하면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릴리벳은 쓰러질 만큼 착한 것 같다.’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으나 한 사람 한 사람을 크게 느껴 말도 안 되는 표현을 떠올리는 것은 천지가 좁은 루힐의 타성이었다. … … 새파란 새싹들이 뛰노는 언덕에 어울리는 바람이 따뜻한 루힐의 뺨을 문지르다가 갔다. 명랑하게 자기 의사를 확고히 내세우는 여자애 앞에서 부끄러하는 남자애란 바람도 귀여워할 만한 것이었다. 루힐속에서는 이미 ‘응’과 ‘좋아’가 수천 번도 넘게 메아리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친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발언한 귀여운 릴리벳. 친구들의 이름과 나이 등을 정리한 표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정확한 파악은 어렵겠다. 무튼 이제 여기서 루힐이 올바른 행동만 보이면 친구, 그것도 좋은 예감이 드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릴리벳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두 번 깜빡였다. 세 번 깜빡였다…… 루힐은 평소 써먹을 일이 희박했던 교우 관계의 지식을 최대한 끄집어내 실전에 옮겼다. 보통 애들이 써먹나? 싶은, 상대방의 손등에 서털구털 입을 맞추는 것으로. 입술이 살결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루힐이 새물거리면서
릴리벳은 답지 않게 긴장하고 말았다. 돌아올 답이 긍정일 거라 예측하고 있는데도 그 잠깐의 정적—멀지 않은 데서 아이들의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정적은 아니었지만—에 불규칙적으로 심장이 뛰었다. 손등 위로 아주 가벼운 입맞춤이 지나가고 루힐의 입술이 움직이는 동안 릴리벳은 정확히 세 번 눈을 깜빡였다. 그 짧은 사이에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당황과 호기심과 흥미를 비롯한 기타 등등의 감정이 스쳐가고······ 그 끝에 터져나온 건 명랑한 웃음소리였다.
“너··· 혹시 친구하고 싶은 애들한테 다 이렇게 했니?”
릴리벳이 고개를 기울이며 루힐의 눈을 보고 묻는다. “신사적인 행동이긴 했어.” 중얼거리던 때에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듯 눈동자를 굴렸지만. 릴리벳이 루힐을 향해 손을 내밀고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빈 손을 —아픈 동생을 대할 때보다 더—조심스레 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악수만 해도 돼. 이제 우린 친구가 된 거야.”
릴리벳이 환하게 웃었다. 루힐이 제 손등에 입 맞췄을 때, 순간 들고 있던 꽉 쥐었다는 건 영영 알지 못한 채로.
과일 같은 웃음이 영글었다. 빛깔 좋고 탄탄하게 열린 과일을 마침내 수확할 때 흐르는 농부의 땀을, 루힐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방금의 순간과 찰나가 얼마나 위대한 루힐의 역사가 되었는지, 릴리벳은 알까. 제 3자의 개입 없이 루힐 스스로가 처음으로 관계의 시작을 끊었다는 것을 릴리벳은 알까. ...
ㅎㅋㅎㅋㅎㅋㅎㅋㅎ🥹🥹🕺💃🕺 이번에 마을로 같이 온 다섯 명 중에 하나가 가정교사 일을 담당하고잇을듯하다.. 먼가 가정교사가 잇는데도 학교 다니나? 하는 의문이 들엇는데 루힐 성격에 학교 다닐 생각하니 갑자기 내가 다 기가 빨리네 ㅋ ㅋ ㅋ ㅋ ㅋ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보통 학생이랑은 다르게 뜨문뜨문 등교하는걸루ㅎ,, 가끔씩 나타낫다 사라지기를 잘하는 학생 루힐.. 리벳이는 학교 잘다니징? 먼가 공부도 꼼꼼하게할듯한,, 일단 학교로 썰 핑퐁햐보자구!
네엥 💃🕺💃🕺 루힐 가끔 학교 나오나요?? ㅋㅋㅋㅋㅋㅋㅋ 릴리벳은 루힐이랑 친구하기로 했으니까 가끔 만나거나 학교에서 전달사항 있을 때 자기가 전하겠다고 할 것 같아요 🤔... 어린 맘에 다른 애들은 잘 모르는 루힐이랑 혼자만 친하다는 생각으로 은근 뿌듯해하기도 할 것 같고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학교에서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할 거예요! 근데 루힐 워낙 예쁘고.. 또 가만히 있어도 애들이 궁금해해서 금방 인기 많아질 것 같구 그래요..... 릴리벳 발표 열심히 하고 수업시간에도 집중 잘하는 편인데 집에서는 공부 안 해서 막상 성적은 걍 그런 학생 아닐까요.. 집에 가면 교과서 절대 안 펴보는 타입 😇 루힐은 어떤 학생인가요? 가정교사샘이랑 학교에서 둘 다 어떤지 궁금합니다 🤓
역시 리벳.......🥹🥹🥹 언제나 봐도 애들 잘챙겨주는 반장감 아이... 🥹🥹🥹 참잘했어요 스티커가 다른 애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은 아이🥹🥹🥹❤️ 여기 마을 애들이 릴리벳의 반의반만이라도 착하면 루힐 가끔 나가는 학교생활 잘 보낼수잇을듯... 학교에서는 릴리벳이 챙겨주는 대로 있고~ 조용히 앉아있고~ 조용히 얘기하고~ 조용히 움직이고~ ㅋㅋㅋㅋㅋㅋ... 아마 학교애들이 루힐에 대해서 궁금한 게 생기면 루힐한테 직접 물어보는 방법보다는, 루힐이랑 친해보이는 릴리벳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더 쉬울듯... 음 그리구 병약캐 하면 가장많이 떠오르는 ㅋㅋㅋㅋ 체육시간 같은 거에 혼자 앉아잇고 그런.... ㅎㅎ.. 그리고 릴리벳이 루힐 데리고 보건실도 많이 가주고 할 것 같은.. 고런 장면들...! 학교에서는 그나마 밝은 표정이엇다면 가정교사랑 방에서 단둘이 잇을때는... 상당히 어두운 표정ㅠㅠ.. 뭐 가정교사는 딱히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아니지만, 교사의 수업과 대화에서 루힐을 숨막히게 하는 뭔가가 잇을 것 같다...
루힐은 얌전하지.. 자기 말도 잘 들어주고 먼저 친구하자고 말해준데다 예쁘고 조용하니까 어느날은 루힐한테 릴리벳이 "내 동생들이 너 반만 닮아도 소원이 없겠다" 하면서 애늙은이 한숨 푹푹 내쉴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툴툴대면서도 동생들 챙기듯이 루힐도 이렇게 저렇게 잘 챙겨주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캐묻듯이 질문하는 애들한테는 그거 실례야 바보야! 하면서 쫓아주고 보건실 당연히 같이 가주고,, 약간 조폭마누라 느낌 아닌가요 😛😛 이때쯤 되면 사실 일찍 큰 애들은 180 넘는 경우도 있으니까 괜히 덩치 큰 애들이 허세 부린다고 루힐 못 건드리게 눈에 불을 켜고 다닐 것 같아요 🔥🔥🔥 가정교사랑 더 많은 시간 보낼 텐데 ㅠㅠㅠㅠㅠㅠㅠ 루힐 살려 ㅠㅠㅠㅠㅠ 근데 스레 분위기랑 잘 어울리긴 하네요,, 겉으로는 문제없이 멀끔한 모양인데 뭔가 이상한,,,,
애늙은이 조폭마누라 리벳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참 사랑스럽다.. 생각해보니가 나랑 릴리벳주가 하는 이야기들은 뭔가 꿍꿍한 분위기가 진하네 ㅋㅋㅋㅋㅋㅋㅋ 고런 분위기 넘 조아 예전에는 무조건 뭔가 그런 분위기가 멋잇으니가~ 하는 생각이엇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바꼇어. (물론 지금은 안 멋잇다는 건 아님) 겉으로 보이는 게 단순해보일수록 그 속에서 더 많은걸 풀어낼수잇다.. 그런느낌 ㅋ ㅋ ㅋ
애들 쪼금 더 나이먹게 해서.. 루힐 가정교사 나왓으니가 가정교사 관련해서 상황극 돌리는 것도 갠찬을 것 같다!
벌써 8월인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 제 성향이 현재 어떤 상황일지 생각하는 걸 편하게 느끼는 편이라 그런 것 같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이거대로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단순해보이는데 많은 걸 풀어낼 수도 있고.. 가이드라인만 두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다보니까 예상치 못하게 재밌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나이는 대충 열일곱 정도.. 가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시간 흐른 사이에 둘이 어떻게 변했을지 살짝 정하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ㅎㅎ 가정교사가 한 사람으로 쭉 유지되었다면 릴리벳도 대충 듣거나 오며가며 마주친 적이 있을까요? 릴리벳은 친한 친구니까 당연히 루힐을 집에 데려갔을 것 같은데(루힐 집에서 허락한다면요!) 루힐은 어떨까요? 🔍
열일곱.. 조으다 청춘청춘한 느낌이나네! 루힐은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느껴야 할 여러 감정들을 릴리벳과 만나면서 난생 처음!으로 느꼈을 거야!! ㅋㅋㅋ 인간의 감정을 알아가면서 따땃해지는 로보트같네ㅎ.. 암튼 루힐은 이렇고.. 둘 사이에 먼가 간질간질한 기류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 릴리벳주의 말을 듣고 생각이 떠올랐는데, 같이 마을로 온 다섯 명 중에 한 명의 가정교사(>>94 루힐을 숨막히게 하는 무언가가 있음, 무뚝뚝)가 어느 순간 사라져서 가정교사가 새로 오는 거지! 새로 온 가정교사는 이전 가정교사와는 완전완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구 있어. (항상 웃고잇고 루힐이 느끼기에 별로 무섭지도 않고 긴장되지도 않고...) 루힐은 릴리벳이랑 많은 시간 보내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으니까.. 이전 가정교사의 안 좋은 기억들은 빨리 잊어보자! 하는 맘으로, 반 정도는 들뜬 맘으로 새로운 가정교사와 관계를 쌓아가는 거지. 여기서 ㅋㅋㅋ 새로운 가정교사가 자꾸 수업 끄트머리에 거대양과 관련된 책을 필사하게 시킨다거나 거대양을 그리게 한다거나 해야겠어!!
허거걱 난생 처음! 🫢 릴리벳은 그런 교류가 처음은 아니겠지만 ㅋㅋㅋㅋㅋ 자각하고 있든 모르든 자기가 이렇게까지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은 루힐이 처음이 아닐까해요.. 처음의 그 엄청나게 수줍어하던 모습에서 조금씩 다른 친구도 생기고 늘 긴장상태로 임하던 가정교사와의 수업에서도 교사 바뀌면서 약간 다른 태도를 보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릴리벳은 뿌듯함.. 그래 내가 업어 키웠다 내 작품이다...(ㅋㅋㅋㅋㅋㅋ) 하는 마음을 느끼면서도 가끔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약간의 질투나 서운함을 느끼기도 할 것 같아요! 릴리벳이 느끼는 묘한 기류는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마냥 콩닥콩닥 첫사랑 느낌보다는 살짝 딥하긴 하네요 ㅋㅋㅋㅋ 근데 아직은 연애감정보다는 다른 사람이 루힐 짱친자리 가져갈까봐 느끼는 불안에 가까울 것도 같고요 🧐
새로운 가정교사는 조금 더 양에 가까워졌네요! 재밌어지겠는걸요 🥸... >>99-100에서 얘기해주신 것도 좋아요,,!!! 릴리벳 가족들은 루힐을 좋아했을 것 같아요.. 가정교사가 가르치는 것중에는 식사 예절 같은 것도 있겠죠? 무언가 같이 먹을 일 생기면 릴리벳 동생들은.. 루힐이랑 비교 당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앟ㅋㅎㅋㅎㅋㅎㅋㅎㅋ 진짜 읽는데 웃음만 나온다...*^_^* 그래그래 릴리벳은 진짜 루힐의 사람완성에 엄청나게 이바지했으니까.. 지분율이 있으니까 ㅋㅋㅋㅋㅋㅋ 맘껏 자랑스러워하도록! 릴리벳처럼 선샤인..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면 루힐은 기껏 공기 좋은 마을로 와서도 요절햇을거야.. ㅠ 🫠 악 간질간질한 거 넘 조타!!!!!!!!!!!!!!!!! (뭔가 캐릭터들한테서 벨리타랑 클리프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닼ㅋㅋㅋㅋㅋㅋㅋ) 루힐의 상태는 뭐... 아~ 릴리벳이랑 있으면 넘 조아~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어~ 릴리벳 관찰만 해도 시간이 후딱 가~ 요런 느낌 ㅋㅋㅋ 절대 짱친 자리는 바뀔 일이 없으니 릴리벳에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십지만.......🥺 한편으론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고픈.... 그런 이중적인 마음...🥹🤤😈
ㅋㅋㅋㅋㅋㅋ고런 식사 장면 넘무넘무넘무 기엽다!!! 루힐도 기여운 애들 보고 따라해보기도 할 것 같어 ㅋㅋㅋ 빵을 한 입에 우걱우걱 넣는다거나 뭐 그런,, 그래도 루힐 돈은 많으니까!! 둘이서 마을 축제 돌아다니려고 만났을 때 정말 뜬금없이 릴리벳에게 고가의 선물 꺼내는 클리셰적인.. 그런 장면도 보구십네 띠용하는 릴리벳이 벌써 눈앞에 선하다...
흐릿하게 보이는 벨리타와 클리프 🙄.....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변형해서 계속 좋아한다는 말을 본 것 같은데 진짜일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자체로 증거가 되어버린 🫠🫠 넘 재밌어~ 조아~~ 관찰만 해도 시간이 후딱 가~~ 이거 넘 귀여운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갱얼지 같고 아주 귀엽네요.. 둘 다 무자각기간이 짧을 것 같진 않아서 ^^,, 본격적인 간질간질 콩닥콩닥 구간에 접어들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원래 오래 묵힌 김치가 진짜 맛있는 거 아시죠 존맛 묵은지를 위해 견딥니다 🤤..
아 루힐 따라하는 거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릴리벳 옆에서 충격받은 눈으로 쳐다볼 듯.. 니가 왜...?? < 딱 이런 표정 아닐까요 ㅋㅋㅋㅋ 클리셰 짱이죠 고전은 언제나 옳습니다 🥹.,, 릴리벳 생각 많아지겠는걸요 아니얘가돈이어디서나서 물론돈이많은것같긴하지만 근데이걸나한테왜내가받긴좀과한것같은데 아니설마다른애들한테도막이런거사줬나얘착하니까그럴수있는데 아~~~진짜미치겠네~~~ 하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갈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받아야돼 말아야돼...... 는 얼굴에 써있을 것 같네요 허허
삼남매의 장녀, 꽤 피곤한 타이틀이다. 두 살을 더 먹고도 여즉 철이 안 든 릴리벳의 동생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굴었지만, 적어도 방문을 멋대로 열어젖히는 일은 없어졌으니 적당히 만족해도 되는 것 아닐까 싶다. 그새 나이를 먹었다고 가끔은 동생들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보다는 자주 귀찮았다. 릴리벳은 여전히 세심하다. 옷에 묻은 작은 먼지를 떼어주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눈물 맺힌 눈가를 소매 끝으로 닦아주는 일은 이제 릴리벳에게 무척이나 쉬운 일처럼 보였다. 여전히 다정한 행동 뒤로 한 마디씩이 따라붙긴 했지만, 보통은 괜찮은지를 확인하는 물음에 그쳤다. 저보다 작고 어린아이에게는 더 나긋하고 관대하게 구는 모습에도, 도무지 성인(聖人)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 릴리벳이 여전히 어리기 때문이겠지.
금방 떠나게 될 거라 생각했던 곳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낯설 것만 같다. 몰래 훌쩍이며 불안과 외로움을 견디던 릴리벳은 더는 울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과 노을이 가장 예쁘게 지는 시간, 아무도 모르는 구석에 피어난 연보라색 꽃이 핀 자리를 알아낸 덕에. 그리고 아마, 친구가 생긴 덕에.
155cm, 애석하게도 키는 많이 자라지 않았다. 고목의 껍질처럼 짙은 고동색 머리카락은 이제 양갈래로 내려 땋기보단 하나로 질끈 묶은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종종 하나로 땋거나 풀어헤친 채 마을을 쏘다니기도 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이제 릴리벳은 더이상 양갈래로 머리를 묶지 않았다.
0 루힐 빌르레튼 1 무사히 십칠 2 균형 잡힌 골격과 청미해진 말소리 2-1 운동도 꾸준히 하는 중 십 분 정도… 2-2 신장은 릴리벳보다 조금 크다 3 예전에도 그랬지만 릴리벳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맑고 즐겁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말랑하고 나비처럼 달고 향기로워 때때로는 눈부시다 4 이 마을은 참 양을 좋아해 4-1 같이 기거하는 종들도 바뀐 선생님도 전부 5 양이 나오는 꿈? 5-1 누가 양은 좋은 동물이랬다 5-2 잘 모르겠어 양을 볼 때마다 느낌이 너무 이상해 딱히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야 굳이 비유하자면 내장이 다 보이는 심해어가 되는 것 같아 6 사춘기와 타고난 기질을 교반하니 잔병치레가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인형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장없는 나날들이 있었다. 분명 뱃속에 간단한 동력 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복잡하게 얼키설키 얽힌 장기 대신으로. 인간의 부품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동력 장치를 사용해 스스로 팔다리를 들 수 있는 인형이라니 인간보다 비싸겠지- 금값 정도는 우스워, 라고 생각했다. 항시 연민. 그러나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지장 있는 날들이다. 주변에 있는 것들 중에서는 내가 시작한 것이 많고 내가 벌여놓은 판인 것이 많다. 남들은 너무 사소해 시작으로 안 치는 것을 난 시작으로 치고 남들이 보기엔 너무 소규모라 판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난 판이라 명명한다. ex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물어보기. 바깥 공기가 마시고 싶으니까- 산책하러 나가기. 배고프니까- 먹고 싶은 것을 말하기. 귀여우니까- 강아지와 사진 찍기. 귀찮으니까- 간단한 옷을 입기. 쓰고 싶으니까- 편지지를 사기. 책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니까- 물어보기. 험악한 사람이 있어 무서우니까- 도망가기. 보기만 하면 웃음이 나오니까- 소리 내 웃기.
7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아이를 보고 지나쳤던 경험 7-1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명료하지 않다 지금 기억나는 것들은 어색함 빨리 지나치고 싶은 마음 아마도 저 아이는 나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릴리벳이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7-2 사람이 피를 철철 흘리고 있어도 그냥 지나칠까? 7-3 그래도 무능력한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루힐은 그때 마주쳤던 아이 같은 이들이 자신의 눈보다는 릴리벳이나 다른 좋은 사람의 눈에 띄길 바라본다
눈 떠보니 9월이 코앞인데 이거 실환가요 🫠🫠ㅎㅎ... 양갈래 안 하는 이유는 말해주신 그게 맞습니다!! 근데 축제나 뭐.. 기분낼 일 있을 때는 가아끔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일상 소재는 세 개 다 좋네요! 열일곱 시절은 일단 저렇게 세 개 돌리면 될 것 같아요 ㅎㅎ 관건은 순서인 것 같은데 생각해두신 흐름이 있나요? 아님 다이스 굴려볼까용 💩
순서 좋네요! 💯💯 집 놀러가기는 가벼운 느낌일 것 같은데 양 축제부터 몬가 요상한 낌새가 있을 것 같죠.. 같이 점도 보러 가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집은 루힐이 릴리벳 집에 놀러오는 게 쉬울까요? 🤔 릴리벳 엄마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무언가를... 하면 너무 한국 같은가요 ㅎㅎ...(하지만뒷사람이한국인인데)
같이 점보는 것도 넘 조탁~~~~~ 악악악 엉 루힐이 먼저 리벳이네 놀러가고 나중에 리벳이가 루힐네 오는 게 나을듯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맛잇겟다 릴리벳 집밥.. 선레는 내가 써오께!!! 아마도 추석 연휴 때 올릴 것 갘어 힌남노 조심해.... 태풍에 밀접한 지역일수록더더욱.. 🌀🌀
추석이 다가오니 바빠지는군요.. 추석이라고 쉬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 점이 축제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ㅎㅎ 어딘가 돌팔이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에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수상한 점술가🔮... 는 넘 환상 속의 점술가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넵 선레는 연휴에 푹 쉬시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신 다음에 주세요! 태풍 피해는 없이 지나갔는데 요즘은 일교차가 크네요 🥲 알러지 보유인에게 가혹한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꽃다발을 든 루힐이 주황색 지붕 앞에 멈추었다. 저택에서 나올 때 꽃을 파는 상인이 있어서 풍성한 꽃다발을 품에 안게 되었다. 양털을 연상케 하는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중심이 되는 낮달맞이꽃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모양. 급조한 격식치고는 꽤 괜찮았다. 루힐이 기침을 부러 뱉으며 문을 두드렸다.
“몇 시쯤 올까?” 거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릴리벳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무심코 뱉은 말인 줄 알았는데, 소파에 매달린 벤자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여태 굳게 다물려 있던 릴리벳의 입에서는 딱 한 마디 나왔다. “벤, 매달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소파에 누워있던 앤소니와 옆에 앉으려는 벤자민이 투닥대는 사이, 릴리벳은 무릎 위에 올려둔 책과 문을 번갈아봤다. 누가 봐도 기다리는 게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몇 분이 지나도 책장은 넘어가지 않고 초침 움직이는 소리만이 톡, 톡.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커튼이 팔락이는 소리, 투닥임이 잦아든 동생들의 소곤대는 소리, 그리고······, 인기척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벤자민이었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태세였다. 벤자민을 유심히 지켜보며 고개를 한 번 저은 릴리벳은(똑), 의자에서 일어나 책을 올려두고(똑), 가볍게 치맛자락을 털었다(똑).
“잠깐만!”
서두르는 걸음—사실은 가벼운 뜀박질—으로 문 앞에 선 릴리벳이 활짝 웃으며 문을 열었다. 눈 앞의 화사한 꽃다발에 잠깐 동그래진 눈은 곧 조금 더 환한 웃음으로 돌아왔다. 와아···, 답지않게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작은 감탄사는 덤. 조심스럽게 꽃다발을 받아든 릴리벳이 고개를 낮춰 향기를 맡았다.
“고마워. 엄청 예쁘다.”
“책상 앞에 둬야겠어. 찾아보면 화병 하나쯤은 더 있을 테니까.” 루힐이 묻지도 않은 계획을 줄줄이 늘어놓던 릴리벳은 문득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소파 앞에 나란히 선 벤자민과 앤소니가 릴리벳과 루힐을 번갈아 쳐다본다.
“저 둘이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면 도망가고 싶어질걸.”
장난스럽게 웃은 릴리벳이 눈짓하자 두 사람이 루힐에게 다가온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더니, 막상 가까이 오니 쭈뼛대며 손만 흔들고 마는 것에 릴리벳은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릴리벳의 웃음 한 번에 긴장을 머금고 있던 모든 것들은 이완했다. 떨고 있던 꽃잎들도 자신감을 되찾고 색을 뽐내는 모습. 어색하게 흔들리는 두 아이의 손까지. 루힐은 이 모든 걸 시각적으로 경험한다.
“초대해줘서 고마워.”
릴리벳과 비슷한 것들로, 신이 소중하게 빚어냈을 아이들. 조금 수그려 가까이하니 따뜻한 내음이 느껴졌다.
“지금 남은 건 젤리뿐이네…”
루힐이 이런저런 과일 맛이 나는 젤리를 아이들에게 건넸다. 그리고 릴리벳을 쳐다보며 (몇 년째 같은, 루힐 고유의 투명하고 여린) 웃음을 낸다.
“언제나 봐도 너와 닮아 귀여운 아이들이야.”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 지척에 있으면 루힐은 종종 껍데기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고는 했는데, 허니포드 남매는 그 느낌이 컸다. 적당히 따뜻한 태양을 만져보는 기분이라 할까. 어떤 이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긍정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저절로 일어나는 감정의 전이, 동감 같은 것에 그칠지 몰라도 루힐에게는 순간순간이 귀했다. 냉한 체질이니까 귀하지 않을 수 없다. 몸을 점령하고 있는 냉한 기운은 언제쯤 뿌리 뽑을 수 있는 건지. 차도 없이 얼음장 같은 손으로 벤자민과 앤소니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자신의 시야에 걸쳐 있는 머리에도 시선이야 가기는 간다.
루힐이 건네는 젤리를 받은 둘에게 릴리벳이 눈짓했다. 높낮이도, 속도도 다른 목소리들이 뱉는 감사인사에 릴리벳은 조금 웃고 말았다. 불협화음 같은 소리였지만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저 둘이랑 내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루힐을 보며 묻는다. 릴리벳이 놀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 앤소니와 벤자민이 저와 닮았다고 말한—비슷한 건 갈색인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뿐이다. 그마저도 제 머리카락이 나무껍질 같은 색이라면 저 둘은 그보다는 밝은, 마른 풀에 가까운 색인데!— 루힐. 둘, 귀엽다는 표현. 릴리벳은 짧게 고민한다. 귀엽다는 말은 조금 더 작고 여리고 곱고 보드라운 것들에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던가. 예를 들면······ 처음 만났던 날의 루힐? 비슷한 눈높이나 영 단단해보이지 않는—내면이 아니라 외면에 대한 말이다. 은빛 머리카락이나 새하얀 피부 같은 것은 종종 달빛에 닿으면 흩어질 것처럼 보이곤 했다.— 모습은 처음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첫날의 루힐은 유독 귀여운 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 앤소니와 벤자민이 젤리를 입에 넣는 것을 스쳐지나간 릴리벳의 시선이 루힐의 얼굴에 닿았다. 지금도 귀여운지는 몰라도 여전히 작고 여리고 곱고 보드라울 것 같다.
“그냥··· 책 보고 있었어. 아, 차 마실래?”
의자에 엎어놓은 책에 시선을 던진 릴리벳이 질문과 동시에 부엌과 이어진 대단히 짧은 복도를 향해 걷는다. 아주아주 짧은 복도였기 때문에, 네 걸음 정도 걸었을 뿐인데 이미 부엌이다.
“쿠키도 있어. 네가 온다고 했더니 엄마가 잔뜩 구워놓고 가셨거든.”
찬장문을 연 릴리벳이 까치발을 들어 찻잎이 담긴 통을 몇 개 더듬거렸다. 손끝에 닿는 것을 조심조심 꺼내 내려놓는다. 홍차와 페퍼민트. 두 가지를 앞에 놓은 릴리벳이 고심한다.
톡톡 튀는 과일 향이 흐릿하게 퍼지고… 얼굴로 닿아오는 시선에 고개에 미동을 넣는다. 잠이 안 오거나 무언가 그립거나 심심할 때 해보는 공상 중, 이 삼남매와 자신이 비슷하게 생겼으면 어떨까— 라는 내용이 있다. 삼 남매. 사 남매. 우애가 좋아 보이는 가족을 보면 그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루힐도 한다.
엎드려있는 책의 제목을 살피려다 부엌으로 가는 그녀를 따른다. 네 걸음.
“쿠키? 맛있겠다.”
잔뜩 만들어져 있을 쿠키 산을 생각하니 감사함이 퍼진다. 부엌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노릇노릇한 향… 체격과 어울리게 짧은 입이었지만 마음 같아서는 쿠키 100개를 삼키고도 남았다.
“홍차…면 좋을 것 같아.”
뭔들 어떨까 릴리벳이 직접 우려내주는 것이라면 구정물이라도 향 정도는 맡아볼 루힐. 몸을 돌리며 아이들이 있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낸다. “너네도 와서 먹자.”
릴리벳이 테이블 위, 소복하게 쌓인 것을 덮고 있는 천을 걷어냈다. 당연히 접시 위에 담긴 쿠키였다. 맛은 비슷비슷하지만 모양만큼은 제각각이었다. 별, 하트, 나무, 진저브레드맨, 그리고······ 양. 릴리벳의 기억에 양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누가 주고 갔는지도 모른다. 이 동네는 이상하리만치 양을 좋아하니까. 인형부터 열쇠고리, 엽서, 책갈피, 동화책 등등 양처럼 생기거나 양과 관련된 물건이라면, 이곳에서는 반드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쿠키가 양 모양이든 염소 모양이든—릴리벳에게는 지금 루힐에게 맛있는 차를 대접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릴리벳이 차에 집중하는 사이, 루힐의 목소리를 들은 두 아이가 신이 나서 달려왔다. 어쩜 그리 발소리가 맞지 않는지. 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발소리였다. “집 안에서는 뛰어다니면 안 된다고 했지.” 뒤돌아 본 릴리벳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얘기하곤 다시 제 일에 집중했다. 릴리벳은 홍차가 담긴 찻잔 두 개와 우유를 따른 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미 쿠키 하나씩을 해치운 듯한 앤소니와 벤자민을 본 릴리벳이 작은 한숨을 쉬곤 루힐을 바라본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양 어깨를 으쓱였지만, 표정엔 엷은 애정이 묻어났다.
“차가 떫지 않아야 할 텐데.”
짧게 말한 릴리벳이 먼저 입술을 적셨다. 맛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못 마실 만큼은 아니었으나 향기롭지도 않았으므로.
······무언가가 물씬 몰려온다. 쿠키 냄새인가. 이렇게 강력하고 어지럽기까지 한 기묘한 냄새의 원인을 단순하게 눈앞의 쿠키로 단정 짓는 게 가능하다면······ 집 안에서는······ 뛰어다니······고 했지! 앳되고 단호했던 목소리가 머리통 안에서 이리저리 부산스러운 움직임으로 제 성격을 잃는다. 얼마 전부터 새롭게 얼굴을 비추게 된 과외 선생의 말이 뜬금없이 지나간다. 곧 있으면 축제 기간이잖아요! 지금 이 공간 안에 있는 시간과 소리, 모든 것이 사라진 까마득한 상태에서 그가 귓전에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선명하다. 선생은 지금 이곳에 없다. 어차피 모든 것은 착각, 환상, 허깨비 같은 것일 테니 정신과 사고가 매몰될 필요는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루힐은 눈부신 초록의 동산 위 양을 마주하고 있다. 실재가 아니다. 부엌에서 릴리벳,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양만 집어 들고서 눈도 깜빡이지 않던 루힐이 가장 먼저 끌어낸 말. 「데 이 트 신 청」이라는, 그 또래 특유의 로맨스가 깊게 우러나오는 단어로 포장하기엔 핏발이 선 눈과 떨리는 손가락이 부조화를 이룬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빛깔로 릴리벳을 올려본다. 상황도 상황이 아니고 릴리벳도 잘못한 게 없는데 꼭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거동이다. 이런 모습으로 여자아이에게 「그런 권유」를 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다.
“······아.”
알에서 깨어난 싱거운 음성. 루힐은 다향이 좋다고 표현하려 했으나 유독 진하게 느껴지는 다향에 의문을 느껴 시선을 굴려보니 테이블 위에서 나뒹구는 찻잔과 자유를 만끽 중인 홍차가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손에서 미끄러진 듯했다. 정말 이상하다. 번쩍하고 빛처럼 지나간다는 설명밖에 되지 않는, 지금 같은 현상들이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었다. 당황한 표정의 릴리벳과 앤소니, 벤자민을 볼 용기가 차츰 스며들어 없어지고 있다.
릴리벳은 본능적으로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알아챈다. 원래 이런 식의 변화는 잘 알아차리는 편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꼼지락대다 사고를 치는 벤자민이나 앤소니에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지 말라고 얘기하던 일들 때문이었나? 아픈 아이를 보며 느끼는 침울한 감정을 애써 감추는 얼굴, 끼니를 굶거나 입을 옷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정의 형편 따위를 스스로 알아채온 날들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과거의 어떤 사소하고 커다란 일들이 릴리벳을 키워냈든, 지금 중요한 건 루힐이 어딘가 ‘이상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눈이 마주친 것은 같은데 도무지 자신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릴리벳은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제 뒤에는 익숙한 부엌 풍경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젠 제 몫의 쿠키에 정신이 팔려 릴리벳과 루힐을 살피지 못했던 두 아이마저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기묘한 정적이었다. 조율하지 않은 현악기 소리 같은 정적. 적막. 침묵.
“······.”
릴리벳은 루힐의 물음에 차마 대답하지 못한다. 보통의 여자아이였다면 얼굴을 붉혔을 얘기일 테지만, 루힐이 ‘이런’ 표정과 말투가 아니었다면 저 역시 조금 멋쩍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루힐은 무서워하고 있나? 그렇다면 무엇을? 릴리벳이 미간을 좁혔다. 루힐은 여전히 이상했다. 꼭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러니까 찻잔이 테이블 위를 뒹굴기 전까지는, 루힐은 정말 이상했다. 릴리벳이 자리에 일어나 쏟아진 것을 타월로 훔쳐내며 말했다.
“괜찮아, 루힐. 괜찮아.”
어쩐지 이 말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 같이 가자. 그러니까 그··· 축제 때말이야.”
질문에 대한 답은 가장 늦게 나왔다. 릴리벳은 대답을 함과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무언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예감했다. 그러나 그 일은 릴리벳의 내면, 그중에서도 아주 깊숙한 곳에서 작게 일어났기 때문에 릴리벳 그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추측은 들어맞고야 만다. 무겁게 짓눌러오는 공간에 루힐의 어깨는 갓 태어난 새처럼 떨렸다. 당황하고 있겠지, 당황하고 있을 거야. 눈썹이 두어 번 떨리다가 굳혀졌을 테고, 입술은 미동도 없이 고요하겠지. 아이들은 눈물을 보일 수도 있을 거야. 루힐은 셋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 그렇지만 쉬이 확인할 수 없다. 사람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양의 머리가 원래부터 그러하듯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양의 기묘한 눈이 루힐을 가두려는 것처럼 쳐다본다. 여린 손끝이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로운 감각이 들러붙는다. 시간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적막을 깨는 릴리벳의 목소리가 초침이 되어 날아온다. 이 순간부터 루힐의 시야에 있었던 기괴한 것들은 증발하고 없어진다.
데이트 신청에 있어 금과도 같은 대답을 들었건만 소년의 눈에서 바스러진 쿠키 가루처럼 떨어진 것은 눈물이었다.
"...........응, 고마워."
타월에 스며드는 분홍빛을 보며 두통을 가라앉혔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이 머리 안에서 출렁이는 기분. 말도 안 되는 부담감에 루힐은 아무런 말이라도 릴리벳에게 하지 않고서는 몸을 유지할 수 없었다.
릴리벳, 요전에, 학교에서는 고마웠어. 너가 없었다면 나 혼자서 반나절 동안 담임 선생님을 찾느라 헤맸을 거야. 뭐랄까, 릴리벳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항상 노련한 모험가처럼 느껴져. 큰 어려움 없이 뭐든 해내는 것 같고, 그래. 나와 똑같은 시간을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야. 만일 우리가 똑같은 벽에서 자랐다고 가정해보면, 난 사람의 발치에서 그늘지게 생장하는 느낌이고, 넌 벽을 타고 자라 세상을 훤히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동경해. 태양과 항상 가깝게 지내는 듯한 널 보고, 난생처음으로 무언가를 소망하게 되었어. 항상 너한테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도움도 많이 받고… 고맙다는 말만 전하려다가 부끄럽게도 글이 길어졌네. 나중에 봐.
만우절~🤩🤩 어김없이 온 봄 탓에 지나다니다가 벚꽃을 많이 보게 되는데, 기후 위기나 환경 문제... 그런 걸 최근 들어 많이 봐서 그런지 활짝 핀 꽃을 보고있는데도 생명력이 안 느껴지더라구 ㅠㅠ,,, 꽃구경하는장소들 보면서도 맘이 참 싱숭생숭하네... 사춘기인갑다 ㅋㅋ😊 위에 레스는 예전에 루힐이 썼을 법한 쪽지 상상하면서 올려봣어~ 릴리벳주의 4월이 평온하길!!🍀🍀🍀🍀🌼🌼🌼🌼
가끔 너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할 때가 있어. 반대로 너는 과소평가하고말이야. 나는 너보다 학교에 자주 가고, 또 종종 더 오래 있곤 하잖아. 내가 너보다 학교의 무언가를 빨리, 쉽게 찾는 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냐. 만약 너와 내가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네가 헤매는 날 도와주었을 거라 생각해.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도 있어. 루힐, 언덕의 나무 알지? 최근에 마이클이 거기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팔이 부러졌잖아. 그 나무도 처음부터 그렇게 크진 않았을 거야. 모든 건 다 씨앗부터 시작하는걸. 그 나무도 여린 새싹이었던 시기가 있었을 거야. 물론 난 그 아래의 잔디나 들풀들도 좋아해. 아마 그 애들 덕분에 마이클이 팔만 부러지는 데 그쳤을걸. 아무튼, 네가 어떤 건지는 아무도 몰라. 벌써부터 네가 무언지 규정할 필욘 없어. 그렇다고 남들이 널 멋대로 정하게 두지도 마. 너는 조금 더 당당하고 뻔뻔해질 필요가 있어.
사랑을 보내며, 네 친구 릴리벳이.
추신. 발치에서 피는 꽃이라 하니 민들레가 떠오르네. 민들레는 귀엽고 홀씨는 그 어디보다 멀리갈 수 있어. 그냥,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꽃이 피니까 보기에는 좋은데 계절이나 순서 상관없이 섞여피는 꽃이나 벌들이 없는 거 보면 저도 좀 걱정되더라고요 🥲🥲 빨리 펴서 그런가 꽃도 평소보다 훨씬 빨리 떨어지구.. 3월에는 덥다가 다시 기온 떨어진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원래 알던 날씨랑 달라서 심란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 4월도 어느새 중순을 향해가고 있는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좋은 일이 많은! 그리고 건강한! 4월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사람들은 당황하면 보통 피하거나 울거나 화를 냈다. 릴리벳도 그 셋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릴리벳은 그중 어느 것도 고르지 않고 루힐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이기로 했다. 사람들은 당황하면 보통 피하거나 울거나 화를 낸다. 루힐도 당황한 것이다. 릴리벳이 알 수 없는 어떠한 이유로.
“···괜찮아, 루힐. 걱정하지 마.”
이런 위로가 적당할까? 릴리벳은 방금 루힐이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아마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루힐이 이야기를 해준다고 해도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리벳은 루힐이 더 불안하지 않았으면 했다. 동생이 둘이나 있다고 해도, 결국 릴리벳도 아직 아이였다. 알고 있는 남을 안심시키는 방법은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괜찮다는 말 한 마디가 고작이었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후에 이 말을 한 걸 후회하게 될까? 그러나 지금의 릴리벳이 할 수 있는 건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안전을 약속하고, 루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뿐이었다. 허니포드의 아이들이 루힐을 둘러싼 채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비난도 불만도 어리지 않은 호박색 눈으로.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면 벤자민은 조심스럽게 루힐을 끌어안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품은 작고 따뜻했을 것이다. 눈송이 하나를 녹이기엔 충분할 만큼.
허니포드 사람들의 향유 같은 품에 녹고야 만다. 무거웠던 한 겹이 벗겨진 루힐은 벤자민의 조심스러움에 끝도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단히 막힐 대로 막힌 수챗구멍. 덜미의 뻐근함을 이겨내고 릴리벳을 쳐다보니 전등에서 나온 불빛인지 뭔지가 시끄럽게 번쩍인다. 눈 주위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다시 한번 그녀를 조명하니 그제서야 멀쩡히 돌아온 시야. 영광스럽게도, 릴리벳은 루힐에게 가장 필요한 말만 골라서 무한대로 주었다. 지금까지, 항시 그래왔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너무 부드러워서 찢어질 것 같은 말. 하지만 릴리벳이 하는 그런 말들은 강철이 되어 루힐의 속에서 단단해졌다. 상황이 다 끝나고 나서야 조여졌던 숨줄이 느슨해진다. 바깥으로 보이는 창밖 날씨가 눈에 들어온다. 폭풍 속에서, 깨짓 찻잔 속에서 힘겹게 약속한 축제의 날짜는 아마도 사흘 후. 릴리벳은 정말 아까 말했던 것처럼 약속에 응해줄까? 어떠한 이유로 약속 시간이 되어도 나오지 않는다면 오가는 사람들의 수를 세며 기다릴 것이다. 수를 다 세어도 오지 않는다면 흘러가는 해의 발자취를 좇으며 기다릴 것이다. 어두워지도록 오지 않는다면 눈을 감고 기다릴 것이다. 끝내 오지 않는다면 약속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하고, 평범하게 돌아가리라.
벌써 6월이라니...🫢 즐거운 6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ㅎㅎ 좋아요 딱 축제 분위기네요 ㅋㅋㅋㅋㅋ 근데 이제 양을 곁들인 🐏.. 헉 흥미진진한데요 좋습니다... 선레는 릴리벳이 루힐 찾아가는 상황으로 제가 써올까요? 왕바쁜 날들이 한 차례 휩쓸고 이젠 지나가서.. 이번 주 안쪽으로 써보려고 합니당 🫡🫡
며칠 전부터 마을 전체의 공기가 다르다고 느껴졌다. 거리 곳곳은 꽃으로 장식되어있었고, 종종 못 보던 사람들이 마을을 오가면 없던 설치물—보통은 양이었다—이 설치되어있기도 했다. 잔뜩 들떠 축제 당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여자애들의 속닥거림을 들으며, 릴리벳은 문득 홍차를 쏟았던 루힐을 떠올렸다. 무엇을 입을 건지 묻는 말엔 그냥 어깨를 으쓱이며 글쎄, 하며 웃고 말았다. 정말로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다. 즐거운 소리를 내며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역시 어린애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릴리벳이었지만, 그 역시 어렸기에 주변의 풍경에 금방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 그런 순간에는 이전에 하던 생각은 잊고, 그저 눈앞에 펼쳐진 것들에 매료된 채 잠시 걸음을 멈춰서게 됐다.
축제 당일, 릴리벳은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었다.
최근 몇 년 간의 축제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축제가 될 거라고 했던 게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길가에는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 지어있고 옆에서는 커다란 비눗방울을 부는 사람부터 삐에로 분장을 한 사람, 공연의 포스터를 뿌리는 사람······ 분수를 향해 걸어가던 릴리벳은 바닥에 떨어진 포스터를 줍는다. 어김없이 양이 있다. 별다른 글씨도 없는 포스터를, 릴리벳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던 걸 떠올린 사람처럼 걸음을 서두른다. 보폭을 넓힌다. 더욱 빨리 걷는다. 결국에는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익숙한 인영이 시야에 들어오면 내내 무표정하던 얼굴에 마침내 웃음이 어린다. 크게 손을 흔든다.
시간이 흘러 열일곱이 되었으니 몇 년 전에 넉넉하게 입었던 옷은 몸과 더욱 맞닿았다. 깨끗한 순백의 프릴이 가슴께에서 흔들렸다. 살을 간질이는 천이 루힐의 심장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루힐은 릴리벳이 나오지 않고, 약속했던 시간은 멀어져만 가며, 종장엔 분수의 물이 흘러넘쳐 자신을 집어삼키는 상상을 했다. "나오지 않는다면······." 온몸이 경직되고 혈액의 순환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 시야에 릴리벳의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들어왔다. 머리칼, 눈, 손짓, 웃음. 매력을 덮지도, 깎지도 않는 매력적인 베이지색 원피스까지. 누군가가 분 비눗방울이 열중한 루힐의 눈앞을 동그랗게 지나간다. 오로라가 서려 있는 투명한 막을 통해 루힐은 잠시 환상을 엿보았다.
“릴리벳!”
부정적인 생각들은 이미 힘차게 자라난 새순에 꿰뚫리고 없었다. 루힐의 온몸은 이제 원활하고 말랑말랑하게 잘 움직였다. 혈액 또한 막힘없이 쾌속으로 흘렀다. 그 탓에 루힐의 뺨이 발그랗게 되었다.
“난 괜찮아 릴리벳. 나와줘서······ 고마워.” 상대에게 마음을 온전히 전한 루힐은 평소처럼 다정하게 웃었다.
“너만 괜찮다면 가볍게 먹으면서, 좀 걷고 싶은데······.” 따뜻한 웃음은 여전히 그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따라 내려간 루힐의 시선은 포스터에 닿았다. 어김없이 양이 있다. 어김없이 양이 있다.
“······너의 선호에 따르고 싶어.”
루힐이 3시 방향의 구운 과일가게를 가리켰다. 다음으로는 6시 방향의 와플 가게. 마지막으로는 11시 방향의 꼬치 구이 가게.
“아까 보니까, 거리에서 마술도 하고, 아. 삐에로도 봤어. 꽃으로 엄청 잘 꾸며놓은 곳도 있고. 공을 바구니에 던져서 넣으면 상품을 주는 곳도 있었어. 상품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목소리를 가지고 길게 말하는 모습이 이례적이었다. 릴리벳의 눈을 바라보았다가, 이곳저곳을 보기 바쁜 루힐의 눈. 무의식적으로 포스터는 시야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포스터에는 어김없이 양이 있었다.
내용에는 안 들어갓지만 루힐이 예전에 입엇던 셔츠를 입은 이유는... 릴리벳이랑 만날 때 머 입고가지 고민하면서... 시종들이 대주는 옷 다 고민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더 하면 늦어질 것 같아서 제일 무난하고 깔끔한 옷 입어서 그렇게 됏어 ^.^😋😋 예전에는 펑퍼짐하게 입엇는데 지금은 딱 핏하게 입은 고런 느낌이야~ 루힐 생각에는 너무 아무거나 입고왓나 싶을 수도 있겟지만... 넝마랑은 한참 거리가 먼 고급 셔츠라는 점~...
릴리벳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가, 그 뒤로 이어지는 말엔 눈가가 조금 샐그러질 정도로 웃으며 고갤 저었다.
“나와줘서 고맙다니. 내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는 건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서운하게.”
평소와 달리 약간은 짓궂게 말한 릴리벳이 “농담이야.” 하고 짧게 덧붙였다. 뱉고 나니 자연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으나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저 역시 어떤 면에선 대단히 둔감할 테지만 적어도 생각나는 모든 것을 말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릴리벳은 솔직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 너무 멀리까지 가버렸다. 돌아온 릴리벳은 오후 세 시쯤의 햇볕 같은 온도로 웃는다.
드물게 원하는 바를 말하는 루힐의 입술에 릴리벳은 조금 들뜨고 만다. 소란이나 음식냄새, 꽃향기가 뒤섞여 부산스러운 주변보다 루힐의 말 한 마디에 축제가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루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릴리벳의 눈동자가 먼저, 그 다음으로는 발과 어깨가 움직인다. 가볍게 돌며 퍼지던 치맛자락이 곧 제자리를 찾았다.
“우리 먹고 싶은 걸 각자 하나씩 사서 걷자. 공 던지는 건 못 본 것 같은데··· 걷다가 거길 먼저 갈까? 상품이 이상하게 생긴 인형만 아니라면 한 번 던져봐야겠어.”
명쾌하게 내린 대답 뒤로 긴 말이 따라왔다. 원래도 말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오늘은 은근하게 신이 난 기색까지 더 해져 평소와 달리 약간은 산만하게까지 보였다.
“나 구운 과일이랑 와플 중에 고민이야. 꼬치구이도 맛있을 것 같은데······. 루힐 너는? 먹고 싶은 거 골랐어?”
손에 쥐고 있는 포스터는 어느새 잊혀진 뒤였다. 버릴 곳만 보였다면 일찌감치 거기에 넣었을지 모를 만큼, 릴리벳의 머리에서 양은 완전히 지워진 뒤였다.
릴리벳이 던진 농담에 파도가 치듯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 분명 여태껏 루힐에게 장난을 걸어왔던 모든 이들은 '이 맛'에 중독되어 짓궂은 말과 행동을 보였을 테다. 그럴 때마다 루힐은 딱히 저항이나 반격을 보이지 않았지만(할 생각도 없다), 특별한 예외인 릴리벳에게는 장난을 쳐서 놀라게 해 주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품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드디어 실현의 때가 도래했다. 루힐이 릴리벳의 눈앞으로 숨기고 있던 구운 과일과 꼬치구이, 와플을 들이밀었다. 한 명이 들긴 버거워보였다.
"...짠!" 설렘이 가득 느껴지는 조그만 효과음.
"난 구운 과일. 릴리벳이 먹고 싶다면 양보하겠지만."
릴리벳이 웃을 때마다 따라 웃는 것으로 루힐의 얼굴에는 그날과는 다르게 웃음이 풍만했다. 소년은 공을 던지는 노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공 던지는 걸 좀 해보고... 연극!"
평소 연극에 관심이 있었던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딘가 빈 듯한 얼굴로 거리를 배회하는 게 일상이던 애가 17살이 되어서는 이런 얼굴을 보이다니. 시간의 영향인지. 주변 사람의 영향인지. 마을의 영향인지.
루힐이 어느 정도의 반응을 기대하며 이 일을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기대치가 아주아주 높지 않았다면 꽤 만족스러운 반응이었을 것이다. 릴리벳은 정말 놀랐기 때문이다. 동그랗게 뜬 눈부터 입가를 가린 양손까지, 놀란 사람의 전형 같은 모습이었다. 루힐이 들고 있는 게 거대한 꽃다발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세상에, 이걸 다 언제 준비한 거야? 일단 와플은 내가 들게. 네가 전부 혼자 들기엔 힘들어보여.”
루힐이 내민 것 중 일단 와플만은 제가 가져왔다. 구운 과일이나 꼬치구이는 그래도 양 손에 하나씩 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과일구이가 탐나는 척 장난칠 생각도 못했네! 나 엄청나게 놀랐거든.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얘기하고도 우스워서 루힐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즐겁고 환한 웃음이었다.
와플을 크게 베어물며, 릴리벳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힐의 계획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공 던지는 건 어떨지 확실히 궁금했고, 연극은 불꽃놀이 다음으로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같았으니까. 입 안에 있던 걸 꼭꼭 씹어 다 삼킨 릴리벳이 걸음을 서둘러 루힐을 조금 앞서간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돌려 그와 마주보며 웃는 것이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루힐을 마주보고 있던 릴리벳이 툭, 내뱉었다.
저도 한참 이래저래 시달린 9월이었네요 🥲... 10월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텐데...... 흑흑 그래도 일단은 연휴니까 생각 안 하려고요 ㅋ큐ㅠㅠㅠㅠㅠ... 쉬는 동안 제가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어서 답레는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 루힐주도 즐거운 연휴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으악 이렇게 오래 못 온 거 실화인가요 🥲...... 진짜 너무 정신이 없어서 10월 어떻게 보낸지도 모르겠네요 ㅠㅠㅠㅠㅠㅠㅠ 저는 그 사이에 코로나 재감염과 이것저것... 일이 있었는데 루힐주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어요 ㅋㅋ큐ㅠㅠㅠ 루힐주는 평안한 10월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답레는 이번 주 안에 올려둘게요 🥹🥹 갑자기 날씨가 엄청 추워졌네요.. 독감이랑 코로나 다 유행이라 하던데 건강 조심하시구 저는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루힐의 말을 듣고 릴리벳은 제 소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지금 루힐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역시 ‘우리가 오래오래 친구였으면 좋겠다’ 따위의 재미없는 것뿐이다. 사실 이런 건 소원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루힐은 조금의 난감한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줄 것이다. 소원권이라는 게 꼭 상대를 당혹스럽게 하기 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쓰는 보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둘 다 바라고 있기에 그렇게 될 미래로 소원을 낭비하는 건 아까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까. 릴리벳이 다시 고민을 시작하려던 찰나, 제 앞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루힐이 건넨 과일이었다.
“고마워.”
릴리벳이 웃으며 끄트머리에 있는 과일을 입 안에 쏙 넣었다. 멜론이었다.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지는 걸 느끼며, 릴리벳이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루힐도 먹어볼래? 이쪽.”
제가 입을 댔던 곳을 돌려 깨끗한 와플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근처에 늘어선 줄을 보고서 말했다.
낫기는 다 나아서 지금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재감염이 더 아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냥 몸살감기 정도로만 느껴지더라고요.. 엄청 졸리기만 하고.... 저를 정신없게 만들던 일들도 어느 정도 포기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 🤣🤣 요즘은 여유로운 시간 즐기고 계시는군요...! 좋네요 ☺️ 루힐주 건강하시고 즐거운 주말 마저 보내시길 바랍니다 ㅎㅎ
상대방이 입을 댔던 부분을 가만히 응시했다. 너저분해진 크림과 조각난 부스러기에 정신을 뺏겼다가 깨끗한 부분이 제 쪽으로 돌아오면 그제야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입술 약하게 벌려… 냠. “달다. 맛있어.” 평소에 먹지 못했던 길거리 음식 와플은 무척 달아서 씹으면 씹을수록 웃음이 스며 나왔다. 혀에서 구르던 달콤한 것들이 전부 녹아 사라진 후에도 단 웃음은 여전히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내기에서 이겨 소원권이 생긴다면 먹여주는 걸 얘기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애 같은 생각이 부상했다. 예전에 봤던 ‘동생들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릴리벳’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상상하던 루힐의 뺨에 선홍색이 도드라졌다.
루힐과 릴리벳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공 던지기 노점! 규칙은 간단했다. 상자 안으로 공을 던져서 최대한 많이 들어가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기회는 총 10번.
루힐과 릴리벳의 앞사람이 1번 넣고 사탕을 받아 울상이 되어 자리를 떴다.
(제대로할줄아는게 앉아서남의말경청하기 들꽃보면서웃어주기같은거밖에없는병약한)도련님이 심호흡을 하고서 열이 오른 손끝으로 릴리벳의 옷자락을 잡았다.
루힐의 따끈한 손이 제 옷자락을 잡았을 때, 릴리벳은 루힐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 다음, 루힐이 뱉은 말을 들은 순간 릴리벳의 소원도 정해졌다!
릴리벳은 루힐이 던진 공이 들어갈 때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감탄했고, 다른 곳을 맞아 튕겨 나갈 때엔 아쉬운 표정을 했다. 꼭 내기의 존재는 잊은 사람 같았다. 루힐의 순서가 끝나고 제 순서가 돌아왔을 때, 릴리벳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공 하나를 손에 꼭 쥔 릴리벳이 루힐을 보며 웃었다.
++아아 그리고 스토리 방향도 쪼끔 생각해봣는데 그냥 둘이 마을 탈출햇으면 좋겟다는 생각 ㅎㅎ... 아 글구 너므 쓰레기같긴한데 동생들도실종대서 릴리벳슬퍼하는게보구싶다... 🥹 점점 사라지는 마을사람들?… 느낌도 갠찮은듯 어케 전개를 해야할까... 🤔🤔 벌인 건 많은데 수습을못하겟다 ㅋ ㅋ ㅋ
솔직히 탈출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지 아닐까요 ㅠㅋㅋㅋㅋㅋㅋ 캐릭터 탈출 전문가들처럼 되겠지만(..)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미스테리한 거대양 사이비 마을.... 흥미로운데요 👀👀 동생들 사라지는 거 ㅎㅎ 좋아할 수밖에 없는 소재..... 쓰레기통에서 작성된 내용입니다 🥲
이런 신적인 존재에 미치면.... 광적으로 영생이나 내세에 대한 믿음... 뭔가 은은하게 다 비틀린 사고관이 전염된 상태일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할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뭔가 떠오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큐ㅠㅠㅠㅠ 그래도 저희 이미 엔딩 1회 보유중이니까요!!! 벨리타와 클리프도 특별출연 가능이니까요!!!!!
문 너머로 사람들이 모여있음이 느껴졌다. 루힐이 문손잡이를 잡아서 열려고 하다가 돌연 행동을 멈췄다. 루힐은 맡을 수 있었다. 느낄 수 있었다. 그날보다 좀 더 비릿해진 홍차 냄새. 문손잡이를 더 꽉 쥐고서 사위를 느리게 둘러보았다.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그때 봤던 양의 머리를 찾았다. 몇 초를 그렇게 허비하니 손 틈으로 문손잡이가 뜨뜻하게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결국 문은 열렸다. 끼익… 당당한 기운이 없는 약한 웃음이 릴리벳을 향했다. 촉촉한 금빛 눈이 근원을 알 수 없는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면서 섬광을 잘게 부수었다. 연극은 조잡했다. 조그만 마을에서 소규모의 인원이 만들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냥저냥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먼지에 숨 막혀하는 탁한 조명. 몇 년 동안 쓴 건지 모를 소품들. 전문가의 지도 없이 탄생한 어색한 연기. 작년에도 보고 그 작년에도 본 똑같은 내용. 분명 큰 흥미를 품기 어려운 내용이었는데 사람들은 무서울 정도의 침묵으로 관람에 충실했다. 인간이 거대양에게 비는 장면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도 기생하기 시작했다.
-제발 동산으로 가게 해주세요………… 흑흑!
인간 역할을 맡은 배우가 양 모형 앞에서 싹싹 비는 꼴이 우습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배우가 건조한 소리를 내면서 손 비비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무대 아래로 돌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시선이 정확히 릴리벳을 향했다. 루힐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아니 벨리타랑 클리프도 ㅋㅋㅋ 둘이서 마을에 어쩌다 들린 장면생각해보니까 좀 웃기넹... >벨리타 이 마을진짜 넘이상하지않아용?ㅠ;; 어그래 클리프 이상하긴하당.....< 라고 이상한 날들 보낸 이상한 사람들이 얘기햇다 ^_^... >>53 이거 보니까 더 생각난다 거대양눈물같은 이상한 거 사지 말라고~ 벨리타가 그렇게그렇게 얘기햇는데 클리프 꾸역꾸역 사와서는 벨리타한테 함 보여주고... 제가 벨리타한테 구원을 선물로 드리겟슴다! 하면서 꿀걱 원샷쇼 ^^.. 벨리타가 그거 보고 얼탱이없어하면 클리프 겁나게웃을것같음 ㅋ ㅠ
하 이번주 일정 실화??인??? 🫠🫠.... 하면서 살아가고 있네요... 답레는 주말이나 늦으면 다음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흑 루힐 빨리 찾고 싶은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 아홉개 넣은 릴리벳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요.. 루힐이 옆에서 아름다운 눈을 빛내주면 함께 밖으로 나가야 해!!!! 하고 힘쓰지 않을까 합니다.... 별안간 핀으로 자물쇠 따기의 달인이 된 릴리벳.. 열쇠공으로 취업하면 되겠네요 ^^!!!
이 마을이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전남친 무덤파서 시체꺼낸 여자와 전남친 일부+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진 남자가 조금 더.... 특이하네요... 얘기해주신 거 보니까 그 사이에 둘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아 보기 좋네요 ㅋㅋㅋㅋㅋㅋ .oO(선물로 준다면서 왜 자기가 먹지....) 하며 짜게 식은 눈으로 클리프를 보는 벨리타... 나중에 배 안 아프냐고 물어보겟네요ㅠ
오늘 아침에 분명히 덥다고 생각했는데 밤에 둘리가 될 뻔 했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루힐주!!! 🤧
안녕하세요,, 일정이 늘어져 불행한 릴리벳주입니다 🥲.... 루힐 찾으러 가야하는데 현생이 저를 놓아주지 않네요..... 답레는 아마 다음주 주말에 가져오게 될 것 같아요 흑흑 ㅠ... 이 거지같은 현생에 두번씩이나 버려지다니이이 현생에 치이며 릴리벳을 어디로 보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보내야 루힐이 있을 것인가....!! 이렇게 조용히 순식간에 사라지다니 전우치의 후예인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허허
릴리벳도 루힐을 만난 게 행운이 아닐까요! 짧은 인생이지만(ㅋㅋ) 은연중에 루힐만큼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고 있을지도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이들과 이상한 어른들의 마주침.. 또는 스침이 기대가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순간순간 이 애들도 마냥 평범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아서()() 더 기대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날씨가 여전히.. 춥네요... 루힐주의 손발은 강녕하신지요... 부디 담주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더 일찍 올 수 있으면 빨리 올게요!!! 하 루힐ㅠ구하러가고싶ㄴ어....ㅠ 좋은밤되세요 🥹,,
‘부모가 머리카락에 은을 직접 발라주고 눈에 넣을 수 있는 금덩이를 구해줬겠죠. 아하하…’ 부유한 집안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나 과분한 사랑을 받은 루힐에게 오는 시선은 한결같아서 묵직하고 날카로웠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수중에서 불쾌하게 끓는 감정들. 어린 루힐은 지옥처럼 넓은 저택에서 그런 감정들이 실린 시선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루힐은 사람의 눈알이 없는 곳이 필요했다. 병으로 앓아누우면 침실에서 적요하게 있을 수 있었다.
꾀병으로 누워있던 여름의 어느 날 창밖에서 죽어라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루힐의 귀를 계속 파고들었다. 루힐은 소음과 무료함을 떨치려고 복잡한 문양이 있는 천장을 응시했다. 꼬여있는 곡선과 빽빽한 직선. 규칙을 갖춘 꽃과… 양?
온도가 높은 방에서 눈을 피로하게 하고 있으니 이마에 열이 스며들었다. 이날부터 루힐의 잔병치레가 시작되었다. 또한 루힐의 부모가 그들끼리 은밀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루힐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루힐은 성장이 멈추기를 소망했다. 사춘기에 흔히들 하는 소망일까? 루힐은 사춘기가 아니다. 사춘기도 어느 정도 건강한 환경이 뒷받침해 줘야 제때 찾아오는데 이 도련님은 시기를 놓쳤다. 필요한 과정을 건너뛴 성장은 비뚜름해질 수밖에 없었다. 성장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유약해 보이는 루힐이 강건하게 품고 있는 그 소망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라 성장 그 자체였다. 남들이 이해 못 할 소망과 자라나는 소년이라니, 징그럽다.
릴리벳은 그런 소년을 파고들어 제 자리를 만들었다. 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크게 넘어진 탓에 피가 흘렀던 날. 소녀는 징그럽다는 듯한 표정도 짓지 않고 깨끗하게 다가와서는 본인과 닮은 해바라기가 있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로 언어를 주었다. 그날부터 루힐의 마음속에서는 주기적으로 진동이 시작됐다. 릴리벳이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루힐 안에서 장성스럽게 기록되었고 그 기록은 루힐이 배우고 깨우치는 데에 일조했다.
다정한 릴리벳은 맑은 비로 먹구름을 물리는 광경을 루힐에게 매순간 보여줬다. 초능력은 아니었다. 릴리벳도 루힐을 처음 보고 주인공 같다고 생각한 평범한 아이였다. 그저 루힐이 초능력을 쓰지 못하는 이에게서 멋대로 초능력을 본 것이었다.
…… ……
눈물이 찔끔.
…… ……
루힐이 오래도록 감았던 눈을 뜨고 깜깜한 사위를 둘러봤다. 릴리벳도 연극도 사람들도 없었다.
릴리벳은 생각했다. 다소 신비스럽게까지 보였던 포스터는 사실 일손과 돈이 부족해 나온 결과물이었던 걸까? 규모가 큰 마을도 아닌데다 그 마을의 모든 인력이 전부 연극에 투입된 것도 아니니, 이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수준이었다.
그치만 이건 좀 이상했다. 딱 축제의 작은 이벤트 중 하나 정도 같던 연극은 무대 위로 양 모형이 올라오며 갑작스레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내 서투른 솜씨로 대사를 뱉던 사람들마저 뭐에 홀린 듯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있었을 만큼 조용했던 릴리벳이 동요하는 관객석을 둘러본다. 흐느낌이 들렸다. 순간 드는 섬칫한 느낌에 양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던 순간.
릴리벳이 알아차린 건 두 가지였다. 1. 무대 위 배우의 눈가가 젖어있다. 2. ······루힐이 없다.
생각을 문장으로 완성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몇 개의 시선이 더 따라붙는 것에도 아랑곳않은 릴리벳은 거칠게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곤 동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인형을 아주 꼭 안은 채로.
릴리벳이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바로바로~~~(🥁🥁) 동산이었습니다! 이 뒤로는 짧게 던져주시면 저도 시간날 때마다 와서 간단하게 탐색레스 쓰는 걸로 하겠습니다 ㅎㅎ
예전에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전 사실... 이 둘을 볼 때마다 눈의 여왕을 생각하곤 합니다 ㅋㅋㅋㅋㅋ 초반에 구상할 때 말씀 드렸는지 아닌지는 가물가물하네요... 루힐이 지켜주겠다거나 자길 믿으라고 하거나 믿고 있다는 말을 하면 당연히 감동하겠지만..... 사실 릴리벳은 이미 어느 정도 상호간의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둘 사이에 큰 변화지점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 같네요 🤔... 하지만 루힐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개인의 성장일 수는 있을까요? 그렇다면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뒤쪽에서 은은하게 투명도 80의 상태로... 할 수 있어 루힐....! ㅋㅋㅋㅋㅋㅋ
요즘은 날씨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따뜻하더라고요; 환경쪽 연구하시는 분들은 걱정에 밤잠 못 이루신다는데... 이젠 진짜 대부분이 실감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 근데 또 조만간 엄청나게 추워진다고 하더라고요? 기온이 롤러코스터를 탄다....ㅠ 루힐주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새로운 주도 응원하겠습니다 ㅎㅎ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날지 궁금해집니다..... 이상한 어른들을 탄생시킨 저희의 손에서 나온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될까요 🤣🤣
날씨가 너무 추워요 ㅋㅋ큐ㅠㅠㅠㅠ 지난주 날씨가 생각 안 날 정도로 춥네요.... 이게..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계속 춥다고 해요 🥲,, 이번 주 풀로 추운 거군요,,, 크리스마스 준비는 즐겁게 하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수많은 예약케이크들을 보다가...... 급격하게 피로해져서 주문을 포기했답니다 허허허 감기 조심하시구 새로운 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ㅎㅎ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 11-12월에 정신없었던 탓인지 저는 내내 잠만 잤네요 ^^.... 수면시간으로만 따지면 키가 5cm 더 커도 별로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저 책은 조예은 작가의 <만조를 기다리며>를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아직 읽기 전이라 추천하긴 쫌 애매한데 이 분 <칵테일, 러브, 좀비>를 재밌게 봤고, 만조는 오컬트(?) 사이비(?) 같은 내용이 있다고 해서 함 보려고요... 재밌고 요상한 이야기 귀하죠 🤤.... 영화는 아리애스터 감독 영화들 어쩌다보니 많이 봤고 ㅋㅋㅋㅋ <에브리타임 에브리씽 올앳원스>랑 <좀비랜드> 좋아해요,, 그레타 거윅의 <작은아씨들>도 좋아하고,,, 최근 봤던 이게 뭐지.. 영화는 <비바리움>이었네요... 🤔 <슬픔의 삼각형>도 이게 뭐냐.. 하면서 봤었던 기억이 있습니댜,,, 다소 중구난방 추천인데 이중 취향에 맞는 게 하나라도 있음 기쁠 것 같네요 희희
추천 너무 다 조아보이고 풍족해서 감동햇다... 칵러좀 작가님 신작이 나온줄은몰랐네!! 나도 읽어봐야겟다 칵러좀 넘 좋앗어 ㅎ.ㅎ 난 그 습지?? 가 좋더랑 에브리타임도 극장에서 봣엇다!!!!!!! ㅋㅋㅋㅋㅋㅋ 이것도 넘 좋앗어......... 보는 내내 머리에서 반짝반짝한 느낌이 들엇는데 돌멩이장면 진짜 조앗다....
저희 취향이 많이 겹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그런 것 같긴 하죠....... 이방인과 동산으로를 보며....
헉 둘 다 재밌겠네요ㅋㅋㅋㅋ 둘이 같은 꿈꾸고 일어난 날은 축제날이고 모든 일이 똑같이 일어나지만 루힐이 없어지는 일만은 일어나지 않는 하루... 과거로 가서 마을의 비밀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전개가 되겠습니다 🤔,, 거대양의 수입경로 알아내기,,,,
새해가 된지도 벌써 꽤 흘렀네요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연초부터 감기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 어우 요즘 감기 독하다더니 진짜 온몸이 다 아프더라구요ㅋㅋㅋㅋ 덩달아 약도 독해져서 하루종일 비몽사몽 자다깨길 반복하고 있어요,, 루힐주는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시구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답레는 이번 주 중으로 가져오려고 해요~~~💃💃
릴리벳은 혼란스럽다. 성전은 아주 오래 되어 낡아보였는데, 루힐이 누운 단상만이 방금 만들어진 것처럼 온전하고 깨끗하다. 실은 이곳 자체가 이상했다. 이정도면 꽤 오래 전부터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릴리벳은 이곳의 존재를 오늘에서야 인식했다. 뿌옇게 흐려져 잘 안 보이던 게 겨우 선명해진 것처럼.
— 제 두 눈은 멀쩡하고 저만이 유독 멍청한 것도 아닌데, 왜?
릴리벳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사이, 낮은 데서 그림자가 가까워진다. 제게 묻는 여린 목소리에 허공을 배회하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응.”
릴리벳은 괜찮았다. 오히려 괜찮지 않아보이는 건 루힐이었다. ···내가 이 애를 업을 수 있을까? 짧은 고민이 스친다. 도전을 포기한 릴리벳이 조심조심 루힐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천둥번개가 요란하던 언젠가, 이불을 뒤집어 쓴 벤자민을 달랬던 날처럼.
“잠깐 비가 왔어. 지금은 그쳤을 거야.”
다시 마주보고 선 릴리벳이 루힐의 손을 꼭 잡는다.
“걸을 수 있겠어?”
일단 나가야 해. 여긴 너무 이상하고 누워있는 루힐은 제물처럼 보여서, 누군가 그 멍청이가 말한 말도 안 되는 짓—죽이기 프로젝트—을 저지를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가야 돼. 릴리벳이 차가운 손으로 루힐을 끌어당겼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루힐은 릴리벳에게 끌어당겨졌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차가운 힘. 그 차가운 힘은 몸 곳곳으로 스며들어 뼈 안에 무언가를 틔워낸다............ 루힐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릴리벳이 저 문을 열고 자신을 찾으러 와줄 것임을. “응. 크게 다친 건 아니야.” 몸이 가까이 닿자 그제야 자신의 막연한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이 릴리벳은 ‘진짜’ 릴리벳이다. 이전까지 문을 열고 들어왔던 환각들보다 훨씬 든든하고 상냥한 ‘진짜’ 릴리벳. 루힐은 안도한다. 그리고 젖은 옷을 본다. 신경이 쓰인다. 자신은 누워있는 내내 빗소리를 듣지 못했다.
듣지 못했을 리가. 정신이 약해 귀가 어두워졌던 것이겠지. 루힐은 말미에 남은 불안감을 떨쳐내고 옆에 있는 릴리벳에게 마음을 다붙인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릴리벳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샘솟는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저기 릴리벳...... 좀 이상한 말이긴 한데.”
...
“우리집에 가는 게,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릴리벳 너의 집은 좀...... 그.“
두서도 이유도 맥락도 없는 말이 필사적으로 쏟아진다. 지금 네 집은 가면 안 될 것 같으니, 나의 집으로 오라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 루힐은 애썼다. 노력은 가상하나 받아들일지 말지는 릴리벳 마음.
이후로는 릴리벳 동생들 실종으로 이어지는 거 어떨까 생각즁... 🤔🤔 이후로는 썰로 주셔도 되고 역극으로 계속 이어주셔도 됩니당 역극 오래 한 것 같아서 끊어서 가두 갠찬을듯~~ 이제 계속 이상한 장면 나와도 갠차늘 것 같당 둘이서 꿈속에서 양 만나서 대화하기, 루힐 죽이는 릴리벳(상상?꿈?현실?), 조각난 루힐 등드등등등 뜬금없는 얘기긴 한뎅 클리프랑 벨리타가 마을 왔을 때 클리프한테만 루힐릴리벳 보이는 것도 꽤... 🤭
아니 왜 벌써 4월인가요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루힐주 잘 지내고 계세요..? 저는 그 사이 직장인이 되었답니다... 9-6으로 일하기 쉽지 않네요 세상의 모든 근로자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됩니다...... 제가 운 나쁘게 들어오자마자 바쁜 시즌에 걸려서 털리다가 이제야 레스 하나라도 남길 정신이 생겼어요 🥲🥲 썰이나 역극... 이번 주중으로 결정해서 이어올게요!!! 일교차 왕 큰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나날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뒷얘기를 생각해보다 정리를 하고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듯해 먼저 썰을 좀 풀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릴리벳이 일단 집에는 가야될 것 같다고 말한 담에 가면... 동생들이 없어진 상황일까요....!! 릴리벳 초멘붕이겠네요... 이것도 다소 갑자기인데 릴리벳이 얻은 대왕양인형을 단상 위에 올려놓고 제물 바치듯이 찌르는 장면도 스쳐갔습니다....
릴리벳은 과연 비틀린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는 다소 컨트롤프릭의 요소가 추가될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 모든 상황이 짧은 개꿈들처럼 짤막하게 이어지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죽이는/살해당하는 순간 다른 장소로 와서 양과 마주친다던가... 🤔🤔
클리프한테만 보인다니 흥미롭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둘한테 클리프가 약간씩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ㅎㅎ,, 감기 저도 결국 걸려버리고 말았네요 🥲,,, 저희 둘 다 후딱 낫기를 바라며,,,
++릴리벳주도 😢 감기 걸렷다고 해서 생각난 건데 릴리벳이랑 루힐 만난지 얼마 안됏을때, 정말 어렷을때는 루힐 안에서 릴리벳이 차지하는 공간이 정말 커서 (뭐 지금도 크겟지만 그땐 정신적으로 더 어리니까...) 릴리벳이 감기 걸려서 아프다고 하면 루힐도 따라서 아팟을 것 같은 ㅋㅋㅋㅋ 그런 이상한 현상...
루힐을 죽이라니 무슨 개소리람 그럴바엔 차라리 양인지 뭔지를 없애는게 낫겠어 첨부터 이상했어 그게 다 양때문이야 그것 때문에 다 미친거야! 의 마인드로 양인형 찔렀는데 찌르고 보니 루힐인.... 그런 상황도 재밌을 것 같구..... 위는 꿈이었지만 실제로도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다 얼결에 마을의 평화를 지켜낸 채로 혼자 남는 릴리벳도 제법 흥미롭네요... 영화에서 여러 씬들이 어지럽게 휙휙 지나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허허 까지 생각하다 저희 분명히 첨 시작할 때는 연애요소를 넣자! 라구 했던 걸 생각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웃었네요... 사람의 취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군요,, 루힐주도 그러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실제로 진짜 이상하고 요싱한 것들을 좋아하긴 합니다 🤭🤭
혈 풀어주신 내용 좋네요 막상 릴리벳은 워낙 루힐이 작고 약하니까 자기가 옮겼다고 생각해서 미안해할 것 같네요.. 아픈 동안에 맨날 꽃 같은 거 하나씩 들고 병문안 오고 작은 손으로 물수건 꼭 짜서(축축..) 루힐 이마에 올려주고 ㅋㅋㅋㅋㅋ
릴리벳 동생들 없어졌는데 갑자기 며칠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동산쪽에서 발견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화창한 날 동산 나무 아래에서 서로 기대서 잠든 채로 발견된 동생들,, 왜인지 동생들은 기억이 없고,, 사라졌었다는 자각도 없다는 것 같고,,, 부모님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돌아온 애들 살피느라 정신없음인 와중에 릴리벳만 묘하게 이상해진 분위기를 캐치하고...... 다들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 하는데 묘한 이질감이 든다던가,,
ㅎ,, 5월의 꽃말은 행사의 달이라더니 진짜네요,,,, 일이 끝낫더니 다음 일이 와서 ㅠ 하 회사 터뜨리고 싶군요 증말루,,, 빠르면 이번 주 주말, 늦으면 담주 중간쯤 오게 될 것 같아요 🥲 쉬는 날에 늘 쓰러져 잠들어있게 되네요........ 아직은 일교차가 크지요,, 건강 조심하시구 조만간 뵈어요!!!! 살아돌아오겠습니다!!! 🥹🥹
그쵸 사실 꼭 로맨스 아녀두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하고 지켜주려는 맘이 쌍방이라면 이게 사랑이 아니고 뭔가요! 확실히 클벨의 어쩌구와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ㅋㅋㅋㅋㅋㅋ 헉 그 병문안 애니메이션 영상처럼 그려지네요 천사처럼 누워있는 루힐..... 배경은 하울의 방... 근데 이제 잡동사니 대신 꽃이 있는... 요런 느낌일까요 옙부다 🥹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하게 되는 거,, 요상한 이야기에 잘 어울리죠 ㅋㅋㅋㅋㅋ 부모님부터 학교 친구들까지 어느날 하루씩 안 보이던 사람들이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서 똑같이 행동하는데 느껴지는 이상함,,, 같은 이러면 나중ㅇㅔ는 루힐도 의심하게 될가요....... 의심보단 루힐이 빠질 때마다 꼬박꼬박 찾아갈 것 같네요 찾을 수 있다면 진짜가 맞아! 하는 느낌으로 ㅋㅋㅋㅋ 파워 st 같네요..... mbti....
저도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원령공주 엔딩도 그려지면서 둘이 손을 잡고 있든 끌어안고 있든 쿵쿵 부서지는 주변 사이로 딱 둘만 멀쩡한 거,,, 낭만적이고 슬프고 동시에 좀 희망찬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떠난 거대양은 어디로 갈 것인가...... 양이 사라진 뒤로 마을 근처 숲이나 동굴처럼 외진 곳곳에서 쓰러져 있다가 발견되는 사람들도 생각나요 ㅋㅋㅋㅋㅋ 왜인지 몇년의 기억이 없어서 다 자란 둘을 보면 좀 놀라지 않을까 싶고.. 진짜 아무말이네요
일이 계속 불어나는 바람에 예정보다 답이 더 늦었네요 ㅠ 급후덥지근해진 날씨지만,, 부디 잘 지내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