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내려가고 있었다. 뒤쪽으로 난 창에 비치는 풍경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간이었다. 끝도 없이 넓은 녹색의 철벽. 대체 네르프 본부는 뭐하는 곳이길래 이렇게 어마어마한 공간이 계속 끝도 없이 나오는 걸까. 아무튼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내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런 괴상한 공간에서, 기이한 선문답을 주고받는 시간이 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니. 이상한 느낌.
"...진짜냐고... 대체 뭘 노리고 오는거야 그럼...“
진짜냐. 어떻게든 때려맞춘 모양이다. 불완전한 정답이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노리고 온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있기에 사도들이 몰려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노리고, 무엇을 원해서 이곳으로 오는가. 그 대답이 이제 바로 앞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아버지를 따라 걸어간다. 또 보안장치가 달린 문이다. 그냥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아무것도 모른채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듯... 아버지는 다시금 물어본다. 정말로 확인하고 싶냐고. 엄마가 죽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된 것, ...아마도 미야미즈 박사를 포함한 개발진들이 함께 연구하던 것, 사도들이 노리고 찾아오는 목적을.
"......확인하고 싶어.“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그 망할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경고처럼 말해주는 것은, 아마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적어도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깨버리는 무언가라는 것이겠지. 이렇게 깊은 심층에 가둬놓은 것을 정말로 들여다 볼 거냐고 물어보는 물음에, 나는 주먹을 꾹 쥐고 대답했다.
"아니. 확인해야 해. 나는... 파일럿이니까.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이니까. 내가 상대하는 적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보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할거야.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감추지 말고 전부 보여달라고, 망할 아버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싸우는 건 싫어, 아무것도 모른 채로 타라고 해서 타는 건 이제 싫어.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직접 판단하고, 내가 직접 생각해서 결정할거야. 그러니까... 이제 더는 숨기지도, 감추지도 말라고...!
>>411 나오키는 나츠키의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더니, 한숨을 내쉬곤 어쩔수 없다는 듯 보안 장치에 카드를 찍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좋다. "
[ SECURITY LEVEL : BLACK ] [ PERSONAL CODE : ************* ] [ SECURITY : OK ] [ NAME : NAOKI KASHIWAZAKI ]
그리고 보안장치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뜨기 시작하더니...
[ CENTRAL DOGMA ] [ FINAL GATE ] [ UNLOCKED ]
치이익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천천히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이 열림과 함께 안개인지 증기인지 모를 것들이 같이 빠져나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처음엔 앞을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증기가 밖으로 빠져나왔을 무렵엔, 나츠키는 그제서야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는 긴 통로가 있었습니다. 철골이 얽히고 얽혀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긴 붉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저 끝까지 붉은 빛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는데, 그 끝에는 무언가가 서 있는 듯한 형상이 보였습니다. 안개가 아직 남아있는 영향이 있어서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형상이여서 자세히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완전히 문이 열리자마자, 나오키는 앞장서서 통로 안으로 들어서려 하고는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나츠키에게 따라오라는 듯 무심히 손짓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와라. 후회하는 일 없기를 바라지. "
고민할 필요도 없이, 따라가도 좋을 겁니다. 이 길의 끝에는, 나츠키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도들은 모두 이 곳에 있는 어떠한 존재를 찾아서 이곳 제3신도쿄시로 오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 존재와 접촉하기를 원하며, 하나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에 이 존재와 사도가 접촉하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되겠지.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모두 무로 돌아가게 될 거다. 멸망하게 될 거란 것이다. "
통로를 걸어가는 내내 나오키는 적당히 속도를 맞춰주면서, 나츠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대체 저 안에 있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나츠키에겐 정말이지 영문 모를 소리로 들릴 지도 모릅니다. 순 이해하기 어려운 말 투성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해주지도 않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아버지는 이 정보들을 알고 있단 말입니까? 이 붉은 철골의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만약에 나츠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였다면 나츠키는 웬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밖의 붉은 바다와 동일한, 아니 그보다는 옅은 색의... 너무나도 익숙한 주홍빛 물결을 말입니다.
"말이 길었다. 나츠키, ...앞을 보도록. "
이윽고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나오키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저 밖에 있는 것을 바라보려 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커다란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직경으로 수십 수백 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붉은 십자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역시 거대한 형체가 십자가에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에 기이한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새하얀 형체는 가슴께에 무언가 붉은 창으로 보이는 것이 박혀있었으며, 양 손이 못으로 박혀 구속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형체는 다리가 없었는데, 단순히 다리만 없는 게 아니라 허리 아래로 있어야 할 부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꼭 어떻게 무언가로 잘리기라도 한 거마냥, 형체는 허리 아래로 선명히 베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하얀 형체의 가슴께에 사선으로 개복한 듯한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호흡하고 있는지도 모를 그 형체는, 허리 아래로 계속 무언가 액체로 보이는 것을 흘려내고 있었습니다. 나츠키는 이와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에 탈 때마다 보았고 또 이것에 잠기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 밑으로 흐르고 있는 주홍빛 그것은, 틀림없이 그게 맞았습니다.
이것, 이 액체, LCL 용액이 아닙니까?
"...소개하지. "
한참을 뜸을 들이고 있던 나오키가, 조용히 형체를 올려다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제2사도 릴리스Lilith. 이 지오프론트 심층부에 숨겨놓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존재이다. "
문이 열리며 나오는 증기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앞이 안 보여... 증기가 가신 다음에야 그 앞을 볼 수 있었다. 또 통로다. 길고 긴 통로. 얽히고 설킨 철골이 만든 육각형의 붉은 통로. 그리고 저 멀리 끝에는 무언가가... ...앞장서서 들어간 아버지의 손짓을 따라, 나는 내딛었다.
"...그런... 그런 거 처음 듣는데...“
사도가 이곳에 있는 것과 접촉하면, 모두 죽는다고?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 모두 무로 돌아간다니, 그건 즉... 인류라는 종의 멸종? 제정신이야 이 아저씨?라고 하기엔 주변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네르프의 지하, 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 기이하고 불길한 공간은 아버지의 비현실적인 말이 현실이라고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패기좋게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한 것은,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몇 초, 몇 분 전의 나를 향해 되물어보지만 대답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스쳐지나간 과거따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
"...바다?“
통로를 지나가며 주변을 둘러보자, 일렁이는 주황색 물결이 보인다. 붉은빛의 바다같은, 지상의 바다를 닮은 주황색 물결. 아니, 바다 그 자체잖아. 어째서 여기에? 지하 아니었던가 여기? 잠시 의문이 떠오르지만 곧 들린, 앞을 보라는 아버지의 말에 한순간 머뭇거리다 고개를 치켜든다. 그 앞에는 정말로, 정말로 기이한 것이 있었다.
거대한 십자가, 그리고 그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것. 가면을 쓴 새하얗고 거대한 형체. 붉은 창이 박혀 있고 사선으로 개복한 흔적이 남은 가슴, 그리고 하반신은 잘려나가 없었다. 허리 아래의 단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액체는 밑으로 흘러,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 바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생물이었다. 거대한 생물, 기이한 생물체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하반신, 절단면, 흐르는 액체,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 바다. ...비릿한... 냄새... 익숙한 냄새... 이 냄새와 함께 연결된 기억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엔트리 플러그... ....설마...
"아냐... 이거 바다가 아니야... 피... 아니, 설마 이거 LCL?!“
에바에 탈 때마다 호흡기를 가득 메우는, 폐포 끝까지 들어차는 액체. 비린내가 나는 오렌지색 액체. 그 액체가, 이거라고...? ...이 생물체의... 혈액...?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전신을 내달린다. 나는 그동안 피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던거야? 이 정체모를 생물체의 혈액 속에서... 그 충격이 전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한층 더 큰 충격이 귀를 때린다. 형체를 올려다보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단어가.
"...사도라니, 이게... 하지만... 그럼... 아니...“
사도들이 여기에 찾아오는 이유라고? 이 존재와 접촉해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고? 그리고 그러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그런데 그 것의 정체가 다름아닌 사도? ...사도끼리 하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사도를 여기에 가두고, 찾아오는 사도를 섬멸하는 거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향해 무어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머리가 새하얗게 된 것 같아. 삐걱이는 시선을 돌려 릴리스라고 불린 그 것을, 제2사도를 올려다본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것은 여전히 눈 앞에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명백한 현실. 기이하고 압도적인 진실. 심층에 숨겨져있던... ...진정한 목적.
엄마가 죽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된 것, 미야미즈 박사를 포함한 개발진들이 함께 연구하던 것. 그것의 정체는 제2사도 릴리스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에반게리온 역시 사도? 아니, 그치만 에반게리온은 로봇인게 아니었나? 어라? 그러면 뭐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혼란스럽다. 대체 이게 뭐야. 이런 건... 이런 건... 이런 게 현실이라고? 이런 게 진실이라고?!
"이게... 내가 지켜야 하는 것...?“
부정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차마 부정조차 하지 못할만큼, 그것은 뚜렷하게 눈에, 귀에, 뇌리에 새겨진다. 나는 그저, 아버지와 똑같이, 그 형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간에 화요일도 슬슬 해가 중천에 떠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오후 보내고 계시신가요?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는 거 아니랄까봐 좀 많이 버티기 힘든 날씨이긴한데(...) 어찌저찌 핫팩으로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 모두들 부디 따뜻한 곳에서 안온한 시간 보내실 수 있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쪼록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419 세컨드 임팩트 발발이 2000년, 사도가 침입하기 시작한 게 2015년. 15년의 시간만에 개발한 것이라기엔 에반게리온의 성능은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울 힘이었으며, 저 사도만을 연구해서 만들었다기엔 너무나도 빠른 개발속도였습니다. 정말로 네르프는 이것만을 가지고 연구하였을까요?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군. "
혼란스러워 하는 나츠키를 바라보며 나오키는 덤덤히 머리를 쓸어올리곤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음을 던지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내가 왜 이걸 너에게 보여주는 지 아나? "
글쎄요, 왜 이걸 보여주는지를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질문까지 다 생각하기엔, 지금 눈앞의 상황을 소화해내기도 힘든 것을요. 그래도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란 말을 했던 것으로 보아, 나츠키가 중얼거린 물음들에 대해 긍정하였던 게 아닌가 싶어보입니다. 저 눈앞에 걸려있는 저것이 에반게리온의 토대라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물론 모든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저것은 아닐 겁니다. 고작 하반신만 잘려 있는 저것이 영호기를 포함한 모든 에바들의 기원이 되진 않았을 겁니다. 다른 기원이 분명 있습니다. 물론 특정 기체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겁니다.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누구로부터 막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걸 할수 있는 자는 나츠키, 너를 포함한 적격자들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
저 위에 하얀 거체를 향해 잠시 시선을 두다, 나오키는 좀 뜸을 들이다 말을 계속하려 하였습니다.
>>444 사오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선레를 올려주시면 바로 답레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 채팅형 일상은 말 그대로 상L식처럼 [ 채팅 ] [ 채팅 ] 이렇게만 올려주셔도 무방합니다. 이전에 사오리가 일상이벤때 여러번 연락을 돌렸었으니 타카기쪽에 번호가 있을 겁니다. 번호 문제는 고민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ㅋㅋ)
[처음에는 그저 우연히 마주쳤으니 탁구를 치자고 제안했어요] [나츠키도 자기한테 두 번 다시 간섭하지말라는 조건으로 저와 탁구내기를 하기로 했고 저는 그 대신 제가 이기면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터놓자고 했죠.] [그렇게 어떻게든 이기고 나츠키의 본심을 알았고 저때문에 답답한게 풀렸나 싶어서 속이 시원하냐고 말했죠] [그 다음은 미안하다고 사과할려고 했고요.] [하지만 나츠키는 그러한 제 태도에 엄청 화를 내고 저또한 말을 다 듣지 않고 판단한 나츠키에게 화내서 서로 싸우고 말았어요] [좀 가볍게 갈려고 했는데...결말이 최악이었지 뭐에요]
[제가...자기한테 너무 다가온다고 하더라고요.] [너가 뭔데 자신한테 간섭하냐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파일럿 끼리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니는거지 그 이상 친해질 생각은 없다고 하고요] [함부로 자신의 머리에 손 댄 것도 싫어하고] [여러모로 타인을 거절하는 느낌이었어요]
왜 보여주는지 아느냐고? 그야... 내가 물어봤으니까..?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뭐가 있는지... 엄마가 연구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으니까? 아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대충 둘러대거나, 적당히 설명하거나... 혹은 그냥 정리된 자료를 보여주는 걸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 공간을, 이 하얀 거체를, 십자가에 못박힌 이것을 보여주고, 오는 길에 계속해서 던진 질문과 설명의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버지...? 나는... 모르겠어... 눈 앞에 던져진, 갑작스럽게 걷힌 심층의 커튼 안에 도사리고 있던 이 진실을 간신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누구로부터 막고 있는지... ...적격자들만이 가능한 일...”
처음에는 그저, 세계의 멸망을 막는다고 해도, 사도가 세계를 때려부수며 멸망시킨다는 줄만 알았지, 이런 것이 감추어져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입이 바짝 마른다. 이미 나는 봐버렸다. 더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에바에 탈 수 없게 되었다.
적격자들만이 가능한 일. 우리만이 가능한 일. 나만이 가능한 일. 세계의 멸망을 막는 일. 제2사도가 다른 사도들과 융합하는 것을 막는 일. 인류의 존속을 위한 일. 인류문명의 존속을 위한 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 하얀 거체만큼 거대한 중압감이 어깨를 내리누른다. 이제야 고작 14살인 나에게, 파일럿들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닌가 싶다. 아니, 확실히 무겁다. 보다 확실한 정보는 보다 확실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내야 한다. 그러기를 기대하고 나에게 말해준거지? 망할 아버지.
“......알았어. ...어차피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되는 거잖아. 사도가 오면 맞서 싸운다. 여기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내면 되는 거니까.”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된다. 달라진 것은 그것이 실패했을 때 일어날 일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그 정보로 인한 중압감 뿐이었다. 그것들이 더해졌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바짝 마른 입으로 마른침을 삼킨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잘 해왔는걸.
>>454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 일단 이렇게 보니 너희 둘다 많이 쌓인 게 많아보이는데... ] [ 내생각에는 머리에 손 댄 부분에서 나츠키가 화가 난게 아닐까 싶구나 ] [ 여자애들은 허락 없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 [ 그래서 적당히 선을 지켜주는 게 좋단다 !! ] [ 굳이 여자애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선을 잘 지켜줘야 트러블이 생길 일이 없단다 ] [ 이건 내 생각이지만, 혹시 나츠키는 사과를 먼저 해주지 않아서 더 화가 난 게 아닐까? 싶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