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10 세컨드 임팩트의 진상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문서를 확보한 지금은 얘기가 다릅니다. 문서에 그치지 않고 관련 기밀 영상들을 찾아본다면, 당시 상황이 어떠하였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굳이 찾아볼 것도 없이, 이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있는 부장에게 캐물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어디까지 진실을 말할 것인지는...글쎄요, 누가 장담할수 있을까요?
"......유즈키 박사님은......제 아버지세요. "
남극 조사대 대장 유즈키 소이치로弓月奏壱郎. 비록 과학계와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온 나루미에게 있어선 처음 듣는 인물이겠지만 과학계에서는 영구기관 이론을 주장하고 연구해와 나름대로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남극 조사대에 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남극 조사대 파견이 영구기관 연구와 관련되 있을 가능성이 높단 것을 의미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확인하셨나요? "
유즈키 사오리는 캔을 내려놓고 나루미를 향해 물으려 하였습니다. 어조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술이 완전히 깬 듯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붉었고 또 검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였을 것이다, 였었을거다 같은 게 아닌 단언하는 듯한 어투를 쓰고 있는것이 뭔가 꼭 현장에 있었단 것처럼 이야기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술이 깨기 전에 그녀는 괴물들이라 얘기하였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남극에서 그 사도를 본 것일까요?
"그리고 그 검은 하늘 아래에 사도가 있었죠. 새하얗고 머리 위에 헤일로가 달린, ...첫 번째 사도. "
생수병을 반쯤 비우고, 사오리는 다시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것을 아담이라고 불렀어요. 그것이 아니라 그것들인지는 잘 못 봤지만. "
아담이라면 성서에 나오는 그 아담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도시를 침공하는 괴물들 중 하나의 이름이라기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여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다시 평소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래, 평소의 생활이다. 다시 제3신도쿄시로 돌아와 또 평소처럼 학교에 가고, 본부에 들리고, 그런 생활이겠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의외로 너무 빠른 거 아니야?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리는 사이렌과 대피소를 찾아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진짜 너무 빠르다고. 일상에 다시 맞출 시간 정도는 달란 말이야! 그런 불평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본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사도 때문에 울리는 사이렌이라면, 멈춰있을 새가 없으니까.
>>63 조용히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내려가던 여느 때와 달리, 나루미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허겁지겁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려 하였습니다... 빠른 속도로 뛰어서 내려가는 나루미를 향해 몇몇 정복을 입은 직원들이 눈길을 주었습니다만 그 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꽤 많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시위에 나가기 전 조언해주었던 선배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카스가오카를 포함하여 꽤 많은 선배 직원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오늘의 업무를 수행중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림잡아 서른명 남짓 되어보이는 수입니다. 왜 수행중이 아니라 수행중이었다는 과거형으로 적혀있냐면, 방금 전부터 나루미의 머리 위에서부터 익숙한 사이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삐이 - 삐이 -
나루미의 선배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 둘씩 의자를 책상 밑에 집어넣고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도가 오는 경우가 아니면 어지간해선 울리지 않는 사이렌 소리입니다. 슬프게도 나루미는 출근하자마자 바로 중앙지령실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64 주변을 둘러보자 타카기는 모두들 하나 둘씩 가방을 챙겨 이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두번도 아닌 세 번째 대피인 만큼, 모두 예전보다 한층 더 질서 있게 대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다들 지나치게 질서를 지키며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만, 그건 타카기가 상관할 부분은 아닐 겁니다.
>>73 간단히 짐을 챙기고 타카기는 네르프 본부로 향하였습니다.... 본부로 가는 길 역시 예전보다는 한결 질서있는 모습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본부 내부로 들어선다면 예와 다를바없이 정처없이 뛰어다니는 직원들로 인해 아수라장인 것을 볼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상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하였다는 듯 조용히 대피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꼭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이란 것처럼 말입니다.
[ 3번 게이트로 와 주렴 ! ] [ 오자마자 바로 탑승을 준비해야 할 것 같구나 ] [ 상황이 좋지 않아 ] [ 정말로 ] [ - 사오리 ]
핸드폰을 꺼내본다면 타카기의 핸드폰에도 역시, 나츠키가 받았던 내용과 비슷한 문자가 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전처럼 중앙지령실에 들를 것까지도 없습니다. 바로 게이트로 이동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75 데스크에서 간단히 수첩과 헤드폰을 챙긴 채로, 나루미는 중앙지령실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앙지령실에 들어서자마자 중앙 모니터에 보이는 모습은, 조금 많이 나루미가 눈을 의심하게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정말로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말로 형태부터 다른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저것이 우리가 알던 사도의 모습이 맞습니까?
왼쪽을 보아도 삼각형 단면, 오른쪽을 보아도 삼각형 단면. 팔 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몸통이 있는 것도 아니요, 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명체라기엔 구조물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투명하게 안이 비칠 것 같았지만 완전히 그렇진 않았으며, 햇빛을 받아 그것은 푸른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보석과도 같은 외양을 한 사도였습니다. 푸른 빛을 띄는 그것은 상공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저 상공 몇천미터에서부터 아래로, 서서히... 아래로.
- 저건.....또 뭐야......? - F***!!!!!! 대체 저걸 어떻게 상대하란 말입니까?!! 아무 틈도 안 보이는데요?! - 유즈키 부장님! 저게 진짜 사도가 맞습니까?!! 그냥 구조물인거 아닙니까?!!
"조용히 해봐! 나도 당황스러워서 미치겠으니까!!!!!!! "
중앙 모니터링 좌석에서는 전술작전부 오퍼레이터들의 원성과 유즈키 대령의 악에 찬 소리가 한참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중앙 화면 바로 아래로 시선을 돌린다면, 모니터를 보며 뒷목을 잡고 있는 전술작전부 부장과 당황에 빠진 오퍼레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들 구조 파악에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보신 것들은 이제 모두 잊으셔야 합니다. "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술부 오퍼레이터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유즈키 이오리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 언니와 달리 굉장히 침착한 얼굴로 그녀는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일체의 흔들림이 없는 눈빛이었습니다.
>>76 저저번 탑승 때는 급박하였지만 어느정도 여유롭게 출격하였고, 저번 탑승 때에도 중앙지령실에 올라갈 여유정도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오늘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오자마자 바로 환복하고 탑승을 준비하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조금 불길한 느낌으로 들려오기도 하는 문구였습니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오자마자 바로 탑승 준비를 하라는 문자가 오지 않습니다.
3번 게이트에 도착한다면, 나츠키는 평소보다 굉장히 급박히 움직이고 있는 기술부 직원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사도가 침입하였다고 하지만 예전보다 더 여유가 없어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체 저 밖 지상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과 같이 하얀 건물에서 환복하고 나오시면, 바로 탑승 과정을 밟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평소보다, 저번보다도 더 급박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었다. 대체 밖에 뭐가 오고 있길래... 그야 사도가 오고 있겠지만, 어쩐지 불길하다. ...안 좋은 예감밖에 안 드는데... 하지만 미적거릴 시간은 없다. 바로 하얀 건물로 들어가 빠르게 플러그슈트로 갈아입고 나왔다.
"준비 끝났어요. 바로 탈 수 있어요.“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직원을 향해 말하고, 작게 숨을 내뱉었다. ...왜이렇게 초조한거지. 긴급상황이라서? ...아마 그런거겠지. 쉬다 왔더니 바로 이런 상황이라 더 그럴지도 몰라.
말을 건네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탑승 준비가 시작됐다. 에바에 탈때마다 늘 그렇듯이 많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엔트리 플러그에 탑승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차오르는 비린내나는 액체에 또 다시 반사적으로 숨을 참았다가 내뱉는다. 언제 겪어도 이상한 경험이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81 3번 게이트에 도착한 타카기는, 역시 굉장히 여유 없는 얼굴을 하고 뛰어가고 있는 기술부 직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이정도면 의문이 듭니다. 대체 어떤 유형의 사도가 오고 있기에 다들 반쯤 정신을 놓고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과연 어떤 형태의 사도가 오고 있는지는, 일단 탑승하고 지상으로 출격해야만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편에 보이는 또다른 하얀 건물에서 환복을 하고 나오시면, 바로 영호기 탑승 과정을 밟으실 수 있습니다.
여느때와 같은 녹색 철벽 아래에 서 있는 에반게리온 영호기, 그리고 초호기였습니다만... 오늘은 불안합니다, 뭔가가 불안하였습니다. 꼭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스크린은 사도가 아니라 무슨 정팔면체 구조물을 보여준다. 아니 정정. 저게 사도다. 뭐? 너무 놀라서 내 눈은 짝눈이 되어버렸다. 입에 주먹을 대고 다시 스크린을 보았다. 다시 보아도 정팔면체다.
'침착해 나루미. 저건 엘타닌 안테나야. 구조물처럼 생긴 생명체.'
64년, 엘타닌 호는 해저 4천미터 가량에서 안테나 모양의 구조물을 포착했다. 당시에는 초고도문명, 외계인 등 말이 많았는데, 71년에 그냥 심해 해면이라는 게 밝혀졌다. 패닉에 빠진 전술작전부는 64년이고, 침착한 기술부는 71년이로군. 두 사람 자매라던데 생판 다르네.
/소나 데이터 띄워. LOFAR/DEMON 형식.
가까이 내려와서 음향을 따면 기계든 구조물이든 생명체든 결과가 나오겠지.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환복을 마친 나츠키와 타카기는, 각각 서로 다른 하얀 건물을 나와 탑승 과정을 밟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는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이 주홍빛 액체가, 익숙해질 것만 같으면서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폐와 기도를 채우고 천장까지 차오르는, 기분 나쁠정도로 피비린내가 나는 이것에 누가 익숙해질 수 있겠습니까?
[ 100 % ]
인터페이스 연결이 끝나고, 조종석 화면에 보이는 글자는 예와 같은 싱크로율 결과였습니다. 싱크로율 100%. 언뜻 보기엔 매우 좋은 숫자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싱크로율은, 저번에도 그랬듯이, 공격을 받을 때에 있어 마냥 좋게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 Five, Four, Three......
레버를 잡고 조종석에 기대 기다리고 있는다면,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사출구로 이동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출격할 것이란 예고도 없이 바로 출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정말로 예전만큼 여유란 걸 가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 One. - 에반게리온 0호기 / 초호기, 발진.
일순간이지만, 두 기체 발진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쾅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조종석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출구를 통해 에반게리온들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호기와 초호기 모두 녹색 철벽이 아닌 푸르른 하늘과 시멘트 바닥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정말로 여느 때와 같은 모두가 대피한 도시의 풍경이었습니다만, 오늘은 뭔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왼쪽을 돌아보아도, 오른쪽을 돌아보아도, 뒤쪽을 돌아보아도 확실히 뭔가가 다른 것을 눈치 챌 수가 있었습니다.
지상에, 사도가 없습니다.
저번까지는 그래도 지상에 사도가 어느 방향에서건 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도는 다릅니다. 정말로 이번 사도는 뭔가가 다릅니다. 어딜 돌아보아도 사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사도는 어디서 오고 있다는 것입니까?
바로 옆을 돌아본다면 예와 같은 무기고에 각종 무기가 구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시는 무기를 집어주세요. 무기를 들고 움직이는 대로 바로 전투가 시작될 것입니다.
확실히 저번과 다르다. 출격한다는 예고 없이 바로 사출구로 이동되었다. 그만큼 급한가? 바로 코앞까지 쳐들어온걸지도 모른다. 나가자마자 마주쳐도 당황하지 않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어도, 상상을 해보고 싶어도 지금 상대할 사도에 대한 브리핑을 아무것도 못 받았는데. 한숨을 쉬기가 무섭게 초호기는 지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충격이 가시고나서 둘러보면 대피가 끝난 텅 빈 도시가 보인다. ...사도는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뭐지? 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전후좌우,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그저 도시뿐이다. 사도는... 사도로 보이는 것은 없다. 뭐야? 아까까지 급박한 분위기를 팍팍내던 사오리 씨의 문자도, 기술부 직원들도... 설마 합심해서 몰래카메라라던가...는 있을 수 없겠지만? 하지만 지금 이거 대체 뭔데?
"뭐, 뭐에요?? 아무것도 없는데...? 사도는 어디에...“
아마 통신이 되고 있겠지 하고 짐작하고, 오퍼레이터 혹은 사오리 씨나 이오리 씨에게 묻듯이 말했다. ...그리고 일단 바로 옆의 무기고에서 나이프와... 라이플을 집어들었다. 아직 모습이 안 보인다는건 아직 도시까진 안 왔다는 뜻일수도 있으니, 원거리에서 저격할 수 있는 적이라면 이걸로 먼저 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소나를 연결하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루미의 모니터에는 심상치 않은 반응이 포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프는 정말로 일반적인 형태의 파형이 아닌, 굉장히 비정상적인 형태의 파형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헤르츠, 헤르츠 쪽이 이상하였습니다. 유난히 이상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 그래프였습니다. 이 도무지 생명체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몇천Hz의 고주파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 키이이이이이이이 - !!!!!!!!!!!!!!
나루미가 그래프를 확인하려 하기 무섭게, 정팔면체의 사도는 모래시계의 형태로 변하려 하였습니다. 일순간이었으나 화면이 새하얀 빛으로 가득차려 하였고, 곧, 나루미는 헤드셋을 통해 귀청이 터질세라 굉음이 울려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귀가 아픈 굉음이었습니다만, 단순히 날카롭게 귀를 가르기만 하는 찢어지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꼭, 무언가 안에서부터 공명해 오는 듯한...... 여러 소리가 합쳐져 화음을 이루고 있는, 비명보다는 노랫소리에 가까운 소리였습니다. 비명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기이하게 느껴지는 소리였습니다. 대체 이 괴이한 소리를 내고 있는 저 사도는 대관절 어떠한 존재란 말입니까?
화면에 시선을 다시 집중한다면, 저 하늘에서 전투기의 형태를 하고 있었던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재가 되어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화면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면, 이제 막 라이플을 챙기고 있던 초호기의 왼쪽 어깨 위와 구속구가 빔을 맞아 거의 녹아내리듯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카메라는 어찌저찌 빔을 맞는 것을 피하였는지, 잠시 후 지상의 모습을 잡음없이 온전한 화면으로 송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초호기의 주변에 있던 휘황찬란한 형태의 고층빌딩들은, 고층건물인 적이 있었냐는 듯 반쯤 형태가 사라진 채로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정팔면체의 사도는 언제 몇 천미터 상공에 있었냐는 듯 유유히 지상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지상 위 몇십~몇백미터 상공에 떠 있는 채로, 지상을 향해 무언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도의 아랫쪽 동체를 살펴본다면, 아까와는 달리, 아래쪽에 드릴로 보이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지상을 향해 뜷을세라 내려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파일럿들은 제5사도 [ 라미엘 ] 과 조우합니다!
지상에서 막 무기고에서 나이프와 라이플을 챙기던 나츠키와 나츠키의 초호기는, 상공에서부터 내려오는 빔을 피하는 데에 그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복부나 흉부에 빔을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왼쪽 어깨 위를 정면으로 관통당하였기 때문에... 초호기는 팔을 움직이기 이제 무척 힘들게 되었습니다. 한 쪽 어깨가 타오르고 있는 것마냥 녹아내리고 있는 고통, 고통, 이 끝없는 고통! 고통은 그대로 조종석의 파일럿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인 나츠키로써는, 정말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찔리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화상의 경우엔 정말로 견디기가 힘듭니다. 그도 그럴게, 어깨 위가 이글거리다 못해 부위 주변을 지지다시피 하고 있는데 누가 비명을 지르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 2 : 30 ] [ 4 : 30 ]
라이플을 챙기고 있던 타카기의 영호기는, 초호기 쪽으로 빔이 갔기 때문에 간신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심해선 안됩니다.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언제 영호기 쪽으로 저 광선이 날아들을지 모릅니다!
정말로 문서 이야기로 인해 술이 다 깨버린 것인지, 유즈키 사오리의 두 눈에는 이제 예와 다르게 총기가 돌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말하는 거로 보건대 유즈키 이오리 기술부장 역시 남극 조사대와 동행하였단 걸로 보입니다. 그 말은, 자매 모두가 세컨드 임팩트의 참상을 눈앞에서 목격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밤이었어요.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하늘이 굉장히 밝게 빛나고 있었고, 유난히 붉었었어요. 주변 하늘에 온통 무지갯빛 고리가 드리워져있고, 끝없이 깊은 공허한 하늘이 검게 그 안을 채우고 있었어요. 오래 볼 것도 없이 우리 둘은 하늘이 열렸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하늘 위로 하얀 빛이 계속해서 올라가 사라지고 있었거든요. “
하늘 위로 하얀 빛이 올라가는 게 보였다니, 이건 또 무슨 생소한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요?
“그리고 우리들은, 그 아래 날개를 펼치고 있는 거대한 사도를 보았었어요. “ “제1사도 아담은, 환히 열린 문 아래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어요. “
그러나 이어지는 유즈키 사오리의 말은, 나루미에게 있어선 더욱 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투성이였습니다.
“기지 밖으로 나와보면 아버지의 동료들이 있으셨어요. 아버지의 동료였던 흔적이 있었어요. 한 때는 아버지의 동료의 모습이었던 그들은 모두 붉은 물웅덩이와 옷가지만을 남기고 녹아내리고 있으셨어요, 저 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물이 되어 사라지고 있는 박사님이 보였어요. 모두가 녹아내리고 있었어요. 모두가.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
붉은 물웅덩이를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말, 어딘가 익숙하게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분명, 제3사도와 제4사도의 코어가 파괴되어 사라질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라졌지 않았던가요?
“정신없어하는 우리들을 붙잡고 아버지는 다급히 기지 내 어딘가로 향하셨어요. 비상캡슐을 찾으러 가신 것이었어요. 우리 자매들을 하나씩 태우고, 문을 닫기 전에,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이런 당부를 저희에게 하셨었어요. “
누구에 의한 재앙인지 기억해라. 우리의 적은 인간이 아닌 저들이다.
“참……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 않나요……? 어린 우리들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문이 닫혀가고, 아버지가 녹아내리는 걸 보고서야, 우리 자매는 무슨 일이 닥쳤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지요. 무척이나 처참하였답니다. 무척이나…….처참한 기분이었답니다. “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페트병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사오리는 간신히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방금 전까진 그나마 생수병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페트병은, 이제 그냥 평면이 되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로만 들어서는 도통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네요. 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나요? 보신 걸 말로 온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진 않으시죠?"
옛적 중국 여행을 갔었을 때, 천문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탔었다. 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던 풍경을 나는 온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부장도 그와 같은 심정이라고 짚어보았다. 나는 부장이 그곳에서 느꼈던 슬프고 처참한 감정은 뇌리에서 배제한 채, 정보의 유의미한 가공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나, 하늘 위로 올라가는 하얀 빛
"십자가 모양이었나요? 우리가 신동경에서 본 것처럼?"
둘, 붉은 물로 녹아버린 사람.
"3, 4사도가 죽을 때도 붉은 물이 나왔었죠. 바다도 그렇게 변해버렸고.."
셋, 유즈키 박사
"세컨드 임팩트 이전부터 누군가는 사도를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부친께서도 그 중 하나였을테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고 계셨던 게 아닐까요? 부친께서는 사고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계셨습니다. 두 분을 지체없이 캡슐에 넣으셨죠."
"아담이 사람을 녹이는 원리를 알 수는 없지만, 평범한 캡슐로 그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네요. 그 시점에서 이미 사도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연구 진척이 이뤄진건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차라리 히틀러가 달에 숨어있다고 해라 이게 무슨. 파고 파고 까도 까도 밑에서 뭐가 계속 튀어나온다. 도대체 사도가 언제부터 인간의 탐지망에 걸린 거냐. 그리고 그 탐지망을 운영하던 놈들은 또 누구야.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에이리어 51 직원들????
"완전히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네요. 우리가 아킬레스라면 칼을 뽑아 내려쳤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아.."
>>133 때로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대개 그런 일들의 경우 말도 안되는 말로만 이루어져 있는 이야기여서, 듣기만 하여선 과연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일들이었습니다. 유즈키 사오리가 말하는 세컨드 임팩트 당시 상황이 딱 그에 부합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녕 이것이 인간에 의해 일어난 인재가 맞단 것입니까?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 투성이인데, 제 말을 듣고도 믿기기 어려우신 건 당연해요. “
조금은 슬퍼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사오리는, 이어지는 신동경에서의 상황과 비슷하였냐는 나루미의 물음에도, 역시 주저않고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습니다.
“완전히 형태를 잃고 나서 그렇게 되었어요. 사도들이 그렇게 된 것처럼……”
사도들의 소멸과 유즈키 조사대의 소멸방식은 소름끼칠 정도로 일치해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사도와 인간의 뿌리는 결국 한 곳에 있다? 설마요, 그런 가설이 정설일리가 없습니다. 말도안되는 가설은 저리 밀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쎄 저희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운 좋게 피해간 것이라 생각하고 싶어요. “
당시 현장에 있었던 유즈키 사오리 역시, 자신들이 겪은 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이건 사오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단 것이고, 또다른 당사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진 그녀만이 알 일일 것입니다.
“뭔가 의문만 늘어나게 해 드린 거 같아….제가 죄송해지는 것 같네요. “
한숨을 쉬는 나루미를 보고는 사오리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품 안에서 웬 메모지를 꺼내 적어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메모지가 다 차면 바로 나루미 쪽으로 건네고, 다시 쓰다가 다 차면 뜯어 나루미 쪽으로 건네기를 반복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저희 아버지처럼 딸아이를 데리고 온 조사대원이 있었어요.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에 검은 머리를 올리고 있는 아저씨였었어요. 사건 당일까지 저희들과 같이 기지에 있었는데, 어느순간 사라져 버렸어요. 같이 왔었던 그 단발머리를 한 아이가 어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웃기게도 제가 이 직장에 오게 되었을 때, 그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지 뭐에요? ]
전대미문 미증유의 적과 싸우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보이는 것만 믿는 바보들은 사도 타도가 일생의 목표일지 몰라도 정말 현명한 사람들은 안다. 믿을 수 없는 윗선이 보여주는대로 예예 하며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따라가면 물에 빠져 죽는다는 걸. 유즈키 박사는 우리의 적은 인간이 아니라 사도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의 적은 인간과 사도이다.
네르프, 이 조직이 언제까지 존속할까. 믿을 수 있는 부하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위험한 일을 맡기는 거랑 나몰라라 위험한 곳으로 던져버리는 건 다른 거거든. 당장은 사도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뭉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부하들을 계속 버림패로 쓰다간 당신이 소각로 안으로 던져질텐데...
"누군가의 지성을 알고 싶으면 그가 어떤 질문을 하는가 보라고 했죠. 적어도 제가 무엇에 의문이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 만족합니다."
나는 여기 휴가를 받아 온 게 아니었나. 그런데 왜 작전부장이랑 회의를 하고있지? 허허허허허....
사오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웃더니 말하려 하였습니다. 맥아리 없이 눈은 웃지 않은채로 흘리는, 어딘가 허탈해보이는 웃음이었습니다.
"참 술마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그래요. 본부에는 쥐들이 있을테니까. "
굳이 그 뒤로 덧붙인 설명은 없었습니다만, 맥락을 보아 대충 눈치챌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유즈키 사오리는 본부 안에 스파이들이나 도청 장치를 통해 이야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간에 알려지지 못한 세컨드 임팩트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그녀는 이야기하는데 있어 굉장히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일급 기밀에 부쳐진 이야기를 누가 엿들을 수 있을 곳에서 말하겠습니가?
"술이나 정리해야지... 오늘 같이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했어요. 내용은 썩 즐거운 얘기는 아니었지만. "
라미엘을 구판으로 봤다가 신판 라미엘을 보고 아름다움과 간지에 허우적대는 나루미주입니다... 파일럿들은 죽네사네하는데 나루미 혼자 지령실에 앉아서 와 근데 진짜 볼수록 예쁘게 생겼다고 헛소리하고 라미엘 울음소리 편집 후 MP3로 따서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SAN치 도트딜 먹을 예정인 나루미입니다....
어? 뭔가가 번쩍 빛났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런 섬광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왼손으로 집어들고 있던 라이플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래에 있던 도로에 금이 가서 깨지고, 라이플이 옆으로 천천히 쓰러진다. 이상하게도 굉장히 느릿하게,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지는 그것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점점... 더워지는 느낌이다. 어째서...?
"――?!“
뜨겁다. 열기가 느껴진다. 주변의 온도가 확 올라간 느낌이 든다. 엔트리 플러그에 가득한 이 액체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마치 욕조 속이라도 된 것같은, 여행지에서 들어갔던 온천마냥 뜨뜻해지는 느낌이 들고―― 그보다도 더 뜨거운 느낌이 왼팔에 작렬했다. 어깨가, 팔이, 뜨겁다. 불에 타는 듯한, 아니, 불에 타고 있어, 어째서, 뭐야, 왜, 무슨 일이, 갑자기 어깨가, 어깨에―――
"――아아아아아악!!!!!“
작열통. 화상성통증.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의 고통. 이제 고작 14살인 아이가 이겨내기에는 버거운 통증. 그 통증을 겪고 있는 나츠키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은 어떻게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줄 존재를 찾아 처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뿐이었다. 그 대상이 정말로 나츠키를 보호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울부짖으며, 더는 견딜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못이겨 자해라도 하듯이 나츠키는 조종석 헤드에 머리를 박는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래도 어깨의 통증이 사라질리는 없어서, 또 다시 이리저리 몸부림을 친다. 어깨에 붙은 실체없는 불을 어떻게든 꺼보려는 듯이. 이제는 비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쇳소리만이 나츠키의 입으로 새어나오고 있을 뿐이다. 이 통증은 도저히 나츠키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계를 넘어선 통증 끝에 나츠키의 중추신경은 결국 차단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던 나츠키의 몸이 돌연 축 늘어진다. 엔트리 플러그 내부를 채우던 비명이 뚝 끊기고 오렌지색 기포가 한 방울, 맥없이 열린 나츠키의 입에서 나와 위쪽으로 올라간다. 몸부림을 치던 중에 어디에 부딪힌건지 아니면 혈압의 상승으로 인한 출혈인지, 코에서는 붉은색 액체가 흘러나와 오렌지색 사이로 퍼져간다. 미약하게 오르내리는 흉곽의 움직임만이 유일하게 나츠키의 생존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보았다. 푸른 수정같은 구조물이 시시각각 유동하며 모습을 바꾼다. 그 모습이 마치 유클리드를 천상의 학당으로 인도하기 위해 내려온 섭리의 사자같았다. 그래, 솔직히 인정하겠다.
'아름답다....'
직접 올려다보고 싶고, 손으로 그의 몸을 만지고 싶다. 사도를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다니, 배덕적이다. 심지어 울음소리도 그렇다. 다른 사도들이 지르던 괴수같이 천박한 울음소리가 아니다. 판테온의 천정구멍에서 내려오는 태양빛을 받으면서, 넉넉한 토가를 두르고 찬미가를 부른다면 꼭 저럴지. 어째서 저토록 아름다운 존재가 '적'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안타까움에 몸서리쳤다.
나는 붉은 비가 죽죽 내리는 고주파 그래프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라미엘의 울음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서 헤드셋 음량을 조금 낮추고 주파수를 돌리는게 다였다. 카시와자키 양의 비명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환상 속을 헤메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빠!!! 엄마!!! 아아아아아악!!! 엄마!!! 엄마!!! 살려줘!!! 아파아!!!!
아차.
초호기 수신 뮤트.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 때가 되어서야 내 이목을 끌기 위해 춤추는 그래프를 볼 수 있었다. 그래프의 시간을 되돌리자 사도가 공격을 할 때 냈던 소리가 그대로 기록되어있었다. 나는 명령어를 작성한다.
/[시간 지정]에서부터 [시간 지정]까지의 파형을 학습하라. /시간 지정]에서부터 [시간 지정]까지의 파형과 같은 파형의 발생이 예측될 시, 파일럿들에게 즉시 경고하라.
키이이이이! 하는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 경고하면 늦는다. ㅋ만 듣고 공격이 오리라고 예측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 일을 능히 할 수 있지만, 먼저 이 파형을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파형의 전조까지도 말이다. 그것은 기계의 빈틈이고, 인간이 메워야 할 구멍이다. 나는 사도의 고주파 파형을 잘라서 화면 한구석에 붙여놓았다. 내 머리뚜껑을 따서 기계에 넣으면 그건 세계 최정상의 음향분석 인공지능이 되리라고 나는 자부한다. 다시 음량을 높인다. 파일럿들에게 말한다.
"아까 비명소리같은 거 들었죠. 공격의 전조입니다. 전조를 포착하면 즉시 신호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중앙지령실의 사람들에게 말한다. 초호기는 벌써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파일럿이 기절했다. 저건...빨리 다시 내려와야겠는데.
"적이 지반을 천공합니다! 이곳으로 침입하려는 것입니다!"
내려와도 안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라미엘 날 가져요.... 마기가 파형을 학습해서 공격 예보를 보내도록 합니다. 파형 학습이 완료될 때까지는 나루미가 직접 예측합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sf 오퍼레이터풍 바람잡기를 합니다(?)
그날은 유난히 출근하기 싫었다. 광장에서의 그 참극을 보고도 또 출근해야 하는 게 싫었다. 그게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내가 계속 해야 하는 일이라는게 싫었다. 미어터지는 출근길 지하철은 사람이 많아서 너무 무서웠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단테의 지옥문 같았다. 나는 이 연옥에서 영영 헤메는 것인가. 죽음의 부패가 찾아오는 그날까지.
"아..니미..."
선배가 몇 명이나 돌아왔는지는 상관없다. 갈 사람은 가고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 오늘은 자리에 앉아서 있는듯 없는듯, 공기처럼 키보드나 두드려야지. 그렇게 나 자신의 정신을 다잡고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삶의 레모네이드 스프링클러는 365일 동안 멈추는 일이 없었다. 사이렌이 울렸다. 속상하다. 마음이 몸까지 침식해서 정말로 가슴이 싸하고 찡했다. 옷깃을 손으로 쓰다듬으니 부적처럼 들고다니는 챌린지 코인의 윤곽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꺼내어 양 손으로 들고 소중히 보았다.
만인이여, 용기있게 인내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인내하라 별이 빛나는 하늘 저편에, 위대하신 하느님이 보답하리라
신이시여. 저는 언제까지 인내해야 합니까. 더 나은 세상과 당신의 보답은 언제 찾아오십니까. 당신이 눈을 깜박이는 시간조차 저의 평생인데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코인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다시 꺼내보고, 다시 읽고. 코인은 손에 닳아 한참 전에 반질거리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코인이 빛나는 만큼 인내하였다. 그러나 응답은 없었다. 전쟁이 끝나는 것이 응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평화란 전쟁과 전쟁 사이의 준비 기간일 뿐이었다... 코인을 손에 꼭 쥐고 중앙 지령실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또 무슨 사도래?"
"사도가 아닐지도 몰라. 생명체가 아니라 무슨 구조물이라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그게!"
"낸들 어떻게 알아. UFO라도 떨어지고 있는 건지.."
승강기 안에서 다른 직원들이 수근거린다. 나는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는 대가로 네모 선장처럼 평생 뭍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야속하게 승강기는 목적지로 도달하고 나는 사람의 물결에 떠밀려 내쫒겼다.
'아....?'
그리고 거기에 빛나는 별이 있었다. 높은 하늘 위의 빛나는 별이.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또 무슨 시꺼멓고 괴물같은 놈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요,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는 일은 예고없이 도둑처럼 닥쳐올 것이므로 늘 맑은 정신으로 깨어 그를 기다리라고 하였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 일이 닥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눈대중으로 정확한 길이를 재는 재주는 내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저것은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완벽한 정팔면체이다. 완벽이라는 실체없는 개념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정팔면체가 무슨 원소였더라.... 그래, 공기. 공기였다. 만물을 숨쉬게 하는 공기. 전철에 탈 때부터 벅차던 숨이 찰나에 가라앉았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보아라. 저 하늘을 빚어 만든 푸른 수정의 몸을. 그는 유클리드를 천상의 학당으로 인도하기 위해 내려온 섭리의 사자이며, 끝없는 연옥에 맑은 숨을 불어넣는 자비의 사자라. 그가 우리를 숨쉴 곳으로 이끌 것이다. 불타오르는 진실로부터 그는 학자에게 미소지으며, 미덕의 가파른 언덕을 향해 포기하지 않은 자의 길을 안내하노라.
별들의 무리가 칭찬하고 세라핌의 찬가가 찬양하는 그런 선한 정신에게 이 잔을 별이 빛나는 하늘 저편에 계신 분께
아아... 들린다. 내게 들려온다. 내 평생 소리를 배우고 연구한 것은 오직 이 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판테온의 만신이 부르짖는 이 환희의 송가를! 들으라! 만인이여 들으라! 나는 기쁨에 젖어 눈물흘리며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영원과도 같았던 인고의 시간 끝에 신께서 오시니라.
독재의 사슬로부터는 구원을, 악인에게도 관용을, 임종의 참상에도 희망을, 교수대에도 은총을! 죽은 자들도 살아나게 하자! 형제여, 마시고 함께 노래하자! 모든 죄인들은 용서받아야 하고, 지옥은 없어져야 하노라.
현장에 광경을 본 유즈키 이오리는, 동요한 듯한 얼굴로 화면을 보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앙 모니터를 본 다른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화면을 보고 저게 대체 뭐냐는듯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전의를 상실한듯 하얗게 질려있었고, 누군가는 머리를 쥐어 뜯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안절부절 못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초호기 파일럿의 비명소리는 곧바로 중앙지령실 내부에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나츠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온 천장에 울려퍼졌고,
“백업 파일럿 대기시키도록. “ - 네. 사령관님.
곧, 저 위에서부터 스피커를 통해 총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초호기 파일럿이 전투불능에 빠졌기 때문에 신속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듯 싶어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른 대처 속도가 아닌가요?
“특수장갑판 준비시켜!! 초호기와 파일럿은 무조건 사수해야한다, 무조건!!!! “
다급하게 외치는 유즈키 사오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곧바로 거대한 장갑판이 사출구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푸른 빛으로 코팅되어 있는, 150m는 되어보이는 크기의 철판이었습니다. 거울처럼 바로 앞의 모습이 비치는 것으로 보아, 추측컨대 저 장갑판을 이용해 빔을 반사시키려는 의도인 듯 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신호가 오는 걸 기다리기엔 늦을지도 모릅니다. “
간신히 정신을 잡은 유즈키 이오리가, 중앙지령실 내부를 향해 소리치는 나루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습니다. 기다리기엔 늦을 지도 모른다니요. 불안한 말로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설마 MAGI 프로그램이 예측하는 속도보다 저 사도의 반응속도가 더 빠를 것이란 건 아니겠지요?
삐이 - 삐이 -
다시 그래프에서 헤르츠 쪽이 기이하게 높은, 비정상적인 파형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어느덧 학습을 끝마친 MAGI 프로그램에게서부터 경고문이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은 중앙지령실의 모니터에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파일럿들 역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조종간 화면에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ATTACK CAUTION : PATTERN BLUE ]
방금 전 모래시계의 형태를 취했었던 사도는 예와 같은 화음 소리를 내며 일순간 입방체의 형태를 띄었다가, 두꺼운 십자가와 같은 형태로 변하더니, 곧 앞뒤로 정팔면체가 달려있는 기이한 열십자의 형태를 취하려 하였습니다. 공격을 하려고 할 때마다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보아, 사도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공격의 전조인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시각, 바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파일럿이 기절하여 행동을 멈춘 초호기를 타카기가 탄 영호기가 잡고 방금 전에 영호기와 초호기가 올라왔었던 사출구를 향해 움직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타카기의 벗어나라는 외침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부축하고 움직이려 하는 내내 나츠키의 초호기는 미동이 없었고, 통신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였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나츠키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움직여야 하였습니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살아나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타카기는, 사과를 하지 못하였으니까요. 그렇지요?
[ 요리미치 군, 바로 벗어나는 건 피하십시오! 사출구 쪽으로 오면 안됩니다!!!! ]
한창 사출구를 향해 움직이려 하고 있는 영호기 조종석 내부로, 기술부장 유즈키 이오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만약에 소리를 듣고 타카기가 뒤를 돌아보았다면, 예와 같은 새하얀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증발시키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백색 섬광을.
- 키이이이이이이이 - !!!!!!!!!!!!!!
굉음소리가 다시금 헤드셋에, 지령실에, 도심가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고, 이내 섬광은 영호기의 오른쪽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가려 하였습니다…… 뭔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섬광은 영호기의 오른쪽 어깨 위 장갑을 녹이고 장갑판에 의해 반사되어 튕겨나가려 하였습니다. 이내 섬광은 반사되어 다시 정팔면체의 형태를 취하려는 사도를 향해 날아가려 하였으나, 정육각형의 파동이 일으려 하며 섬광은 사도 바로 앞에서 막혔고, 섬광은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나가 건물 블록 하나를 통째로 증발시키려 하였습니다. 에바의 AT필드까지 뜷고 피해를 입히는 공격이, 정작 제5사도 본인에게는 닿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사도의 AT필드는, 여타 사도에 비해 매우 강력한 듯한 모양입니다.
[ 1 : 58 ] [ 3 : 58 ]
건물 위건 바닥이건 온통 이글거리고 있는 열기 속에서, 타카기는 이것만은 확실히 알수 있었을 것입니다. 영호기와 초호기는, 더이상 사출구를 통해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오리, 엔트리 플러그 사출……” “안됩니다. 사출되는 즉시 파일럿이 사망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고 저걸 그대로 보고 있으라고?!!?!?!! “ “도심 바닥까지 녹아내리고 있는 판국인데 사출되면 진짜로 죽습니다. 모르시지 않으시잖습니까. “ “…. …. …… “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부들거리던 유즈키 사오리가, 이내 모니터링 좌석에 놓인 마이크를 들고 파일럿 쪽을 향해 소리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타카기! 잘 들어!!! 남동쪽 방향으로 400미터 쪽 빌딩 블럭 하나가 곧 내려갈거야!!!! 내려가는 즉시 그 쪽으로 이동하거나 해야해, 최대한 사도에게서 멀어져야 해!!!!!! 산으로든 어디로든!!!!!! 절대로 사도에게 먼저 공격하지 마!!!!!! “
그리고 그 말이 들리기 무섭게, 저 멀리서 정팔면체의 사도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5사도 라미엘의 공격은, AT필드를 완전히 녹여 뜷고 지나갈 만큼 치명적입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레이저를 맞게 된다면, 정말로 파일럿의 생명이 위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도로부터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십시오!
영호기에서 오는 벗어나라는 통신도, 중앙지령실에서 오는 지시도 엔트리 플러그 내를 허무하게 맴돌 뿐, 정작 그것을 들어야 하는 나츠키에게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은 나츠키의 고개가 툭 아래로 꺾이고, 영호기의 부축에 맞춰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오렌지색에 섞여드는 탁한 붉은빛은 여전히 그대로. 바깥의 급박한 사정에 맞춰 흔들리는 속도도, 탁해지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진다. 애석하게도, 기절한 본인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이 얼마나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235 가까스로 본부로 도착한 미츠루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참 밑 지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부터 키기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천장에서부터 들리는 걸까요? 아닙니다. 본부 건물의 천장이 아닙니다. 천장에서부터 들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 키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
소리는, 저 지상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이한 소리가 들리고 있는 그 시간, 핸드폰 쪽에서 알림 소리가 울려왔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려 하였다면, 미츠루는 다음과 같은 문자가 3번 게이트로 오라는 문자 바로 다음에 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순간만큼은 관음증 환자다. 초호기 파일럿의 비명, 녹아내리고 무너지는 에바와 도시. 필요없다. 사도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사도의 소리가 아니면 듣지 않겠다. 헤드셋에서는 오로지 라미엘의 소리만 출력된다. 나는 그래프를 보는 것을 멈추며 눈을 감았다. 검은 세상 속에서, 나의 심상 속에서 파형이 떨어진다.
"....지금"
귓가에 뭔가가 스쳤다. 뭐라고 정확히 설명은 못 한다. 그저 직감이었다. 눈을 뜨고 그래프를 보자 역시 고주파음이 시작된다. 헤드셋도 덩달아 운다. 그런데 마기는 아직도 경고를 송출하지 않았다. 뭐야, 왜? 오류가 난 줄 알고 잠시 당황하던 때. 마기는 한 발 늦게 신호를 보냈다. 사도가 영호의 어깨를 녹였다. 아마추어스럽긴. 슈퍼컴이 이렇게 늦어?
/파형 학습을 계속하되, 경고 송출을 중단하라
아마추어같으니, 내가 직접 한다 깡통. 잘 보고 배워라. 다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한다. 심상의 파형을 그린다. 열로 끓는 지상과 고성으로 끓는 지하에 나는 없다. 오직 라미엘과 나만..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경고 송출 중단 명령을 띄운 뒤 바로, 나루미는 마이크를 붙들고 조종석에 있을 파일럿들을 향해 소리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확실히 그랬습니다. 사람보다 늦게 경고하는 슈퍼컴퓨터를 기다리느니, 직접 외치는 게 나았을 것입니다.
소리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사도는 계속해서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팔면체의 형태가 서서히 잘록해지더니, 다시금 예전과 같은 모래시계와 같은 모습으로 회귀하려 하였습니다. 이 형태를 꼭 기억해 두는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도가 변하려는 형태가 무엇인지 기억해둔다면, 최소한이라도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격이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오는지 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일단 이 상황부터 어떻게 수습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여전히 축 늘어져있는 초호기를 붙들고, 타카기의 영호기는 빠른 속도로 멀어져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남동쪽 방향으로, 뒤편으로…. 최대한 저 사도에게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비록 처음에는 갑작스레 날아든 공격이었기에 피하지 못하였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피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언제 피해야 하는지 알수 있으니까요.
쿠구궁 하고 무언가가 내려앉는 소리와 함께, 타카기 눈앞으로 빌딩이 있던 블록 밑에 거대한 구멍이 드러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방금 전까지 빌딩이 있었던 자리엔 더이상 무엇도 없이 끝 없는 검은 통로만이 보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렇게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사시 건물만이라도 지키기 위함인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였습니다. 이 길로 내려간다면, 적어도 광선을 맞지는 않을 수 있을 겁니다.
- 키이이이이이이이 - !!!!!!!!!!!!!!!!!!
통로를 확인하는 것도 잠시, 곧 뒤편으로부터 귀가 날아갈것 같은 굉음과 함께 저 뒤에 사도로부터 백색 섬광이 날아들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말 운 좋게도 타카기는 빔을 맞지 않을수 있었습니다. 고통을 참아내며 초호기를 붙들고 최대한 조심스레 움직인 덕분이었습니다.
타카기와 나츠키는 빔을 피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1 : 18 ] [ 3 : 18 ]
지금 막 공격이 날아들었기 때문에, 사도로부터 공격이 다시 날아오려 할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공격을 위해 모래시계의 형태를 취하였던 사도는, 다시 원래의 정팔면체의 형태로 변해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사도로부터 다시금 공격이 날아오기 전에 도망치십시오!
“어쩌면 이오리랑 말이 잘 통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조용한 걸 좋아하는 건 걔도 똑같은지라. “
이오리라면 유즈키 이오리 기술부장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만, 갑자기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가는 걸까 싶습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서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요?
“쉴 때는 조용히 남 신경 쓰지않고 쉬는 게 최고니까요. 아무튼……이정도면 될 것같네요! “
굉장히 무거워진 봉투를 내려놓으며 유즈키 사오리는 잠시 한숨을 돌리고 말하려 하였습니다. 그녀는 아까 일어나고서부터 맥주캔을 싸그리 모아 봉투에 집어넣고 있었는데, 꽤 많이 들어갈 수 있는 봉투였음에도 지금은 어느새 꽉 차다 못해 넘치기 직전으로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많이 마시면 이렇게 되는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 봉투였습니다만, 아무튼 어떻게 정리가 다 된듯 해 보였습니다.
“저는 일단 이걸 좀 버리러 가 보려구요. 모처럼 휴가이기도 하니 후카미즈 씨께서 편히 쉬실 수 있길 바랄게요. “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오늘 감사했어요! “ 라 덧붙이곤, 꾸벅 고개를 숙여보이고 봉투를 들고 현관문으로 걸어가려 하였습니다…
어찌저찌 술판은 끝났습니다. 더 이상 술을 먹을 걱정은 없습니다. 머리아픈 일은 끝났으니 이제 나루미도 돌아가보아도 괜찮을 겁니다.
// 다음 레스로 막레하여도 좋고 이 레스로 막레를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텀이 많이 길었는데 나루미주 정말로 수고많으셨습니다!
>>338 나츠키주 어서오세요. 좋지는 않은 개쓰레기요일 오후입니다. 🤦♀️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Postimage 등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일단 캔드민 쪽으로 민원은 보내놓으려고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기원하고자 합니다.
아무튼간에 개쓰레기요일인 월요일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날씨가 정말 시시각각 다르고 급속도로 추워지는 날씨인 것 같습니다. 시기가 시기 아니랄까봐(...) 정말 조만간 오리털옷을 꺼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듯 합니다. 모쪼록 다들 월요일 잘 보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좋지 않은 말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하지만 오늘 진행은 잠시 앞당겨 일상의 날로 대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유는 저번과 동일한데 레캡의 일이 12시쯤 끝나게 됨에 따른 진행 시간 확보 불가입니다(...) 그대신 일상의 날인 만큼 NMPC 일상을 열어두고자 하니 레캡과의 일상을 원하시는 분께선 얼마든지 일상을 찔러주셔도 괜찮습니다.
다음 진행은 1차 전투 종료와 함께 바로 작전타임이 시작되는 진행이 될 예정입니다. 전투 종료에 앞서 파일럿 캐릭터들의 현재 정신 수치를 업데이트 해놓을 예정이오니 업뎃되는대로 확인 부탁드립니다. 🤦♀️
6시가 되었는데 퇴근을 못해서 슬픈나머지 들고와버린 카피페입니다... 캐릭터 붕괴 불가피... 적폐캐해...쪼금 있음... 아니 좀 많음... 상당히 많음 주의... 유난히 많이 등장해서 많이 붕괴당하신 유즈키 자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튼 카피페는 카피페일뿐! 재미로만 봐주세욤 :3
미츠루「잠깐 마스크 좀 사올게」 타카기「왜?」 미츠루「너 감기 걸린 것 같으니까」 타카기「아, 그래? 고맙다」 - 미츠루「기다리게 했네」 타카기「미츠루?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미츠루「아까 말했잖아. 너 감기 같다고」 타카기「 」 나츠키「사오리 씨한테서 '오는 길에 실수로 도로 위 신호등을 뽑아버렸지 뭐니~'라는 연락이 왔는데, 신호등이라는게 실수로 뽑힐만한 물건인가... 어떻게 운전을 하신거지...」 타카기「나츠키는 단 걸 정말 싫어하나? 내가 어제 입에 쿠키를 넣어주니까, 또 이런 짓하면 진짜로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더라」 미츠루「그냥 네가 먹여주는 게 싫었던 것 같은데」 아유미「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타카기「음... 천국?」 미츠루「그야 지옥이겠지」 나츠키「관짝」 사오리「저희 야자타임이라도 해볼까요? 어때요?」 나루미「여긴 본부 안입니다. 여기서 유즈키 대령님과 그걸 어떻게 합니까」 나루미「진짜 못합니다. 무리라구요...」 사오리「에이 사양하지말고! 편하게 생각해 편하게! 응?」 나루미「...진짜 편한가보네 ××」 나루미「존대 안 쓰냐?」 사오리「저기 잠깐」 나루미「안 쓰냐고」 사오리「잠깐만요」 사오리「그래서... 이오리, 듣고있니?」 이오리「듣고있습니다」 사오리「그럼 방금 내가 뭐하고 했게?」 이오리「먼저 퇴근할게 수고해라고 하셨습니다」 사오리「...어제 저녁부터 쭉 안 들었니?」 <만원버스에서 내리는 방법> 이오리「이번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비켜주시겠습니까.」 (무반응) 나루미「이번에 내립니다! 조금만 비켜주세요~!」 (무반응) 사오리「죄송합니다! 숙취가! 토할 것 같아요! 우욱!」 (모세의 기적) 나츠키「타치바나, 뭐 하고 있어?」 아유미「잡초랑 대화하는 중.」 나츠키「(귀여워...)그래? 잡초가 뭐라고 하는데?」 아유미「무슨 소리니 나츠키. 잡초는 말을 할 줄 몰라. 혹시, 열이라도 있니?」 나츠키「 」 사오리「쿠키를 만들어보려고 책을 사서 만들었는데 왜 안 될까. 밀가루 중에 중력분을 넣으라고 되어 있었지만 뭔지 몰라서 강력분을 넣고 설탕을 넣어야 하는데 소금을 넣어서 그걸 수습하려고 설탕 한 통을 더 부은 것 뿐인데... 뭐가 잘못된거지?」 나츠키「그걸 정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오리 씨가 잘못된게 아닐까요...」 이오리「언니, 어디야?」 사오리「아~ 택시타고 집가는중!! 왜?!」 이오리「언니 주량 넘겼잖아 어디 가」 사오리「취했으니까 택시 불렀지~ 멀쩡했으면 집까지 걸어갔어!」 이오리「오늘 언니 집에서 마셨는데?」 사오리「...뭐야 나 어디 가는거야??」 타카기「나츠키, 대체 몇 번이나 사과해야 화를 풀 생각이야?」 나츠키「뭐?! 너 한 번도 제대로 사과한 적 없잖아!」 타카기「그렇지, 하지만 0도 숫자잖아.」 사오리「나츠키가 "이번에야말로 죽여버리겠어..."라면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주방에 들어가길래 설마 싶어서 몰래 따라가봤더니 바퀴벌레용 살충제를 챙기고 있었어... 나왔구나 그거...」 타카기「지금 나랑 한 번 해 보자는 거야?」 나츠키「그래 한 번 해 봐!! 해 보자고!! 누가 못할 줄 알아? 어?」
(창문 드르륵)
타카기「구름 때문에 안 보이네」 나츠키「어쩔 수 없지. 다음에 봐야겠어.」
미츠루「(쟤넨 진짜 왜 저러지)」 사오리「그러고 보니 화장실에서 벌레를 봤는데, 예전에 그 벌레가 익충이라고 하는 걸 봤던 기억이 났단다. 그래서 강하게 크라고 응원하고 나왔어.」 나츠키「사오리 씨, 다음부터는 벌레를 봤으면 그냥 잡아주세요 제발....」 <세컨드 임팩트 이전에 있었을법한> 사오리「어? 그 옷 내 거 아냐?」 이오리「맞아.」 사오리「뭐야, 엄청 뻔뻔한데? 어디 가는 건데?」 이오리「치킨 사러」 사오리「편안히 다녀오십시오. 아, 문 열어 드릴까요?」 나츠키「사오리 씨, 술에 취한다는건 어떤 느낌인가요?」 사오리「그러니까... 저기 컵 두 개가 있지? 그게 네 개로 보이면 취한 거란다.」 나츠키「저긴 컵 하나 밖에 없는데요.」
후지와라, 그리고 이오리 씨와의 대화로 알게 된 사실. 엄마가 사실은 에반게리온의 개발 총책임자였다,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 두 사람에게서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그 두 사람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았으니. 첩보부 소속인 오퍼레이터, 후카미즈 씨는 아버지에게 물어보라는 조언(?)을 해줬었다. 만날 수 있다면, 엄마에 대한 것을 물어보기엔 정말로 더 없이 좋은 상대긴 하지만... 만나주기는 하려나. 설마.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흘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딸을 향해 인사는커녕 생판 남이었던 사람에게 떠넘겨버린 망할 아버지가, 본부로 찾아간다고 만나줄리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총사령관실에 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로, 망할 아버지 대신 엄마에 대한 걸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지 본부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었다. 그래, 그랬었다. 그런데...
"......여기 어디...“
문제가 있었다. 이 빌어먹을 네르프 본부가 너무 넓었다. 맨날 게이트랑 중앙지령실만 오가서 그런가, 완전히 모르는, 새로운 길로 빠져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보니 내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어디로 나가야하는지,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대부분의 구역이 내 아이디 카드로 통과할 수 있었다는 점인가. 일단 아직까지는 한번도 막히지 않았다. ...아니, 막히는 쪽이 좋을까...? 막혀서 계속 카드찍다보면 부정침입이라고 보고 올라가서 누가 잡으러(구하러) 올지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좀 막막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 진짜.. 왜 이렇게 넓고 복잡한거야... 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이제 다리 아파! 더 못 걸어! 끝없이 뻗은 것처럼 보이는 복도대신, 그 옆으로 빠져있는 출입문 보안장치에 아이디 카드를 가져다 댔다. 내 카드로 열리는 방이면 들어가보고, 열리지 않는 방이라도... 계속해서 갖다 대는 걸로 구조신호(...)를 대신해 볼 생각이었다. 열리든 말든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돼라!
어, 뭐야. 문 옆에 뭐가 떴다. ...내 이름이랑... 시큐리티 레벨... 블랙? 까만색 카드라서? 그 아래에는 센트럴 도그마라는 단어가 있었다. 센트럴 도그마? 그건 또 뭐지? 여긴 대체 어디인거야? 나 대체 어디에 온 거지? 생각이 전부 다 떠오르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그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
어째서 여기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 당연하지. 만날 걸 일찌감치 단념하고 헤매고 헤매다 이쪽으로 온 건데.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망할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입에서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는, 망할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 않았다. 그야, 너무 당황해버렸는걸. 다짜고짜 쏟아지는 길을 잃은 건지, 부장의 안내 하에 온 건지라는 말에 살짝 움찔했다. 여, 여기 누구랑 같이 안 오면 못들어오는 곳인가...?
"아, 그건...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서, 그래서... 혼자 왔는데, 아니... 그보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여기 사령실도 아닌데 왜 여기 있는거야. 여긴 뭐하는 곳이야 대체...“
사령실은 이런 어둡고 으스스한 곳에 있던가? 전혀 아니잖아? 저번에 한번 갔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쭉 올라갔는데, 여기는 어느 쪽인가 하면 아래쪽이잖아? 전혀 다른 곳이잖아?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망할 아버지!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사령실에 있었다면 날 아예 만나주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여기서 마주친건, 어쩌면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망할 아버지만큼 나도 다짜고짜 붙잡듯이 궁금했던 것을 쏟아냈다. 누군가가 본다면 부녀가 참 많이 닮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상상해보면 소소하게 열받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마침 잘됐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엄마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 그쪽이라면 엄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나한테도 알려줘.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에바 개발의 총책임자였다니, 대체 정확히 뭘 했던거야? 엄마는... ...왜... 돌아가신거야...?"
>>400 어째서 이곳에 있느냐, 이곳은 뭐 하는 곳이냐,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느냐, 무슨 일을 하시던 분이셨느냐.... 아버지를 만나자마자 나츠키는 묻고 싶은 걸 다 쏟아내려 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정말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과연 모두 다 전해질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대령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한 구역이다. 그래서 네가 부장의 안내에 따라 온 건가 물어본 것이다. "
대령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하다니 대체 이곳은 뭐 하는 곳인 걸까요? 나오키의 뒤로 보이는 풍경은 나츠키가 지나온 곳보다 더욱 어두컴컴한, 형광등이 아닌 붉은 빛이 내리쬐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특별히 어딘가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벽에 웬 엘리베이터 입구로 보이는 공간이 있는 것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분명, 카드를 찍었을 때 [ FIRST GATE ] 라는 문구가 나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추측컨대 이곳은 입구이며, 이 뒤로 또다른 공간들이 줄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돌려보내긴 어렵겠군. "
나츠키의 물음을 듣고는 나오키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더니,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곤 뒤돌아서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와라, 나츠키. 네가 듣고 싶은 걸 말해주지. "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나츠키가 듣고 싶은 것을 조금은 들을 수는 있을겁니다. 아마 들을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령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한 구역? ...아니, 그치만... 난 혼자서 왔는데? 왜 통과된거야 나... 길을 잃어서 얼렁뚱땅 들어왔다고? 보안 너무 허술한 거 아니야? 그리고 카드 찍었을때도, 그냥 열렸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것보다도 망할 아버지의 뒤쪽으로 조금씩 보이는 풍경이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지나왔던 복도보다, 지금 서 있는 복도보다도 어둡고, 형광등이 아닌 듯한 붉은 빛이 비치는 곳. ...엘리베이터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올라가는 쪽일지, 내려가는 쪽일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 문 하나만 열렸다고 다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윽... 어? 에? 정말로?“
그냥 돌려보내기 어렵다니, 그 대사... 영화에선 그 대사가 나오면 몸에 총알 박아주고 그러던데. 아니 설마. 아무리 망할 아버지라도 딸을 그렇게 하진 않겠지... 긴장한채로 올려다보다가 의외로 시원스럽게 말해준다는 답에 또 한번 놀랐다. ...나야 좋지만, 어째 시원시원하게 풀리는게 조금 불안한데... 그래도, 따라오라며 뒤돌아서는 망할 아버지의 마음이 바뀔까, 바짝 붙어서 뒤따라갔다. ...어두컴컴한 쪽으로 가는 건가. 대체 안에 뭐가 있길래, 저 안에서 말해준다는거지...
"...여기는...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뭔가... 있는거야 여기?“
어두운 공간, 붉은 빛의 조명은 어째서인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까 대령급 이상이라는 말도 그렇고, 어쩐지 들어서면 안될 곳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앞서가는 아버지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어깨로, 팔로, 손으로 시선이 내려간다.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아버지의 소매라도 잡아보려고 하다가... 닿기 전에 손을 움츠리고 다시 내렸다. ...내쳐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이 어둡고 붉은 공간보다도 훨씬 더.
>>403 대령급 이상이 아닌데도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냐면, 그건 나츠키가 받은 [ 블랙 카드 ] 덕분일 것입니다. [ 블랙 카드 ] 를 가지고 있는 한 나츠키는, 이 본부 어디로든 제약을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으며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출입 카드로는 찍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도 나츠키는 들어설 수 있습니다. 다만 총사령관의 자녀인 만큼 시선이 확 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수상해보이는 시설에 접근할 경우 부장급 이상이나 다른 오퍼레이터 직원들이 반드시 동행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제일 깊은 곳에 숨겨놔야 하는 법이지. 이곳은 수시로 내가 중요 시설에 관해서 점검차 들르는 곳이다. 나만 이곳에 오는 게 아니라 부사령관이나 기술부장도 종종 방문하곤 하는 곳이고, 그들 외에 다른 이들이 이곳에 오는 일은 거의 없다. "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선 나오키는 잠시 나츠키를 향해 시선을 내리려 하다, 곧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려 하였습니다. 바로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내부로 나오키는 들어서더니, 지하 가장 밑층을 누르고는 바로 열리는 버튼을 계속 누른 채로 나츠키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려 하였습니다.
"네 물음에 대해 답해주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
만약 나츠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려 하였다면, 곧바로 닫히는 버튼을 누르려 하며 다음과 같이 물어보려 하였을 것입니다.
"나츠키, 적이 왜 이 곳으로 몰려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글쎄요.....? 사도들이 왜 제3신도쿄시로 몰려오냐니요? 그러고보니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도시로 가도 되었을텐데 왜 굳이 이곳 제3신도쿄시에만 계속해서 사도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미국이든, 유럽이든, 어느 나라로든 사도는 침입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이곳 제3신도쿄시에만 몰려드는 것일까요. 다른 도시에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들은 일본 국토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에 뭔가가 있지 않는 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적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오는지부터 얘기해야 나머지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군. 마음껏 생각해 보도록. "
기술부장이라면 유즈키 이오리 씨...겠지? 부사령관은 그때 봤던 사람좋은 웃음이 특징이던 아저씨(...)일거고. 엘리베이터는 아버지가 버튼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먼저 들어서는 아버지를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또 다시 문은 바로 닫힌다. 눌린 버튼은 지하의 가장 깊은 곳. 그리고 먼저 물어볼 것이 있다는 말에 조심스레 시선을 올려 아버지를 봤다.
"어...? 적이 왜 여기로 몰려오냐니...“
그러고보니, 한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째서 이쪽으로 오는 걸까. 사도는 왜 이 제3신도쿄시로 오는 걸까. 우연히?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이나 우연이 겹치는건 너무나도 낮은 확률이다. 다른 나라도 있는데 어째서 일본에만, 그것도 신도쿄시 중에서도 꼭 이곳, 네르프 본부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랬어. 어째서? 왜 굳이 여기로...
"....에반게리온이 여기에 있으니까, 사도랑 싸울 수 있는 건 에반게리온이니까... 사도에게 대응할 수단이 있는 이쪽으로 유인하고 있다던가?“
사도와 싸우기 위해 개발한 인조병기, 에반게리온. 사도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가 있는 곳이 제3신도쿄시의 네르프 본부. ...그,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사도가 다른 곳에 나타나면 이 병기를 그쪽으로 파견하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겠지. 애초에 등장하자마자 다 부수고 다니는 녀석들인데, 이미 운송하던 도중에 도시 몇 십개는 쉽게 박살낼게 뻔하고. 그러니까... 일부러 이쪽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구역으로 유인해서 잡는다...던가? 나방을 끌어들이는 포충기의 UV등처럼, 사도에게 유효한 무언가를 써서?
"...아니야, 적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오는지를 얘기한다고 했지. 그럼 사도 쪽에서 뭔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데, 대체 뭘 노리고... 에반게리온을 노리고 오는 건가? 자기들에게 대항할 수단을 파괴하기 위해서? ...그런 지성이 있다면 에바 개체를 노리는 게 아니라 좀 더 효율적으로 네르프를 노렸을 것 같은데...“
어째서 이곳으로 오는 거지, 사도의 목적은 뭐지? 그리고... 목적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듯이 말하고 있는 거야, 아버지? 대체 당신은 뭘 알고 있는거야?
"...잘 모르겠지만, 적에게 목적이 있다고 확신할 정도의 정보가 그쪽에게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 망할 아버지..."
>>407 나츠키가 부르는 호칭에도 개의치 않는 것인지, 나오키는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나츠키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엘리베이터의 뒷면은 창이 나있는 것인지 밖이 다 보이고 있어서, 나츠키는 내려가는 내내 바깥의 풍경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긴 원통형 공간으로 보이는 곳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단면만 보자면 에반게리온이 족히 한두 기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이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나츠키가 처음 에바를 타러 갔을 때 본 풍경과 비슷한, 익숙한 녹색 철벽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따금씩 내려가느라 나는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츠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외엔 조용하였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노리고 온다는 것은 맞췄군. "
나츠키의 말이 다 끝나고 나서야, 나오키는 나츠키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어떻게 정답을 맞췄으니 말해주자면, 이곳에 사도가 노리는 것이 있다. 에반게리온이 있는 건 아니다. "
사도가 노리는 것이 있지만 에반게리온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로 보아, 사도는 에반게리온을 오는 것이 아닌 걸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사도는 뭘 노리고 들어오는 것일까요? 생각할 틈도 없이 요란하게 덜커덩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곧, 문이 열리려 하였고, 나츠키는 바로 앞에 아까 들어왔을때와 똑같은 보안장치가 달린 문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리나는 여기서 죽기 전까지 이것을 연구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에반게리온을 설계하고 개발하였다. 물론 네 엄마 혼자서만 연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함께였었고, 지금보다 비교적 소수의 인원들만이 연구 및 개발에 참여했었다. "
추측컨대 그 소수의 인원들 중에 후지와라의 어머니와 미야미즈란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오키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뚜벅뚜벅 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보안 장치에 손을 대려 하기 전에 나츠키를 향해 내려다보고 물으려 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내려가고 있었다. 뒤쪽으로 난 창에 비치는 풍경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간이었다. 끝도 없이 넓은 녹색의 철벽. 대체 네르프 본부는 뭐하는 곳이길래 이렇게 어마어마한 공간이 계속 끝도 없이 나오는 걸까. 아무튼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내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런 괴상한 공간에서, 기이한 선문답을 주고받는 시간이 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니. 이상한 느낌.
"...진짜냐고... 대체 뭘 노리고 오는거야 그럼...“
진짜냐. 어떻게든 때려맞춘 모양이다. 불완전한 정답이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노리고 온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있기에 사도들이 몰려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노리고, 무엇을 원해서 이곳으로 오는가. 그 대답이 이제 바로 앞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아버지를 따라 걸어간다. 또 보안장치가 달린 문이다. 그냥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아무것도 모른채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듯... 아버지는 다시금 물어본다. 정말로 확인하고 싶냐고. 엄마가 죽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된 것, ...아마도 미야미즈 박사를 포함한 개발진들이 함께 연구하던 것, 사도들이 노리고 찾아오는 목적을.
"......확인하고 싶어.“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그 망할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경고처럼 말해주는 것은, 아마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적어도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깨버리는 무언가라는 것이겠지. 이렇게 깊은 심층에 가둬놓은 것을 정말로 들여다 볼 거냐고 물어보는 물음에, 나는 주먹을 꾹 쥐고 대답했다.
"아니. 확인해야 해. 나는... 파일럿이니까.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이니까. 내가 상대하는 적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보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할거야.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감추지 말고 전부 보여달라고, 망할 아버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싸우는 건 싫어, 아무것도 모른 채로 타라고 해서 타는 건 이제 싫어.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직접 판단하고, 내가 직접 생각해서 결정할거야. 그러니까... 이제 더는 숨기지도, 감추지도 말라고...!
>>411 나오키는 나츠키의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더니, 한숨을 내쉬곤 어쩔수 없다는 듯 보안 장치에 카드를 찍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좋다. "
[ SECURITY LEVEL : BLACK ] [ PERSONAL CODE : ************* ] [ SECURITY : OK ] [ NAME : NAOKI KASHIWAZAKI ]
그리고 보안장치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뜨기 시작하더니...
[ CENTRAL DOGMA ] [ FINAL GATE ] [ UNLOCKED ]
치이익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천천히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이 열림과 함께 안개인지 증기인지 모를 것들이 같이 빠져나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처음엔 앞을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증기가 밖으로 빠져나왔을 무렵엔, 나츠키는 그제서야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는 긴 통로가 있었습니다. 철골이 얽히고 얽혀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긴 붉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저 끝까지 붉은 빛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는데, 그 끝에는 무언가가 서 있는 듯한 형상이 보였습니다. 안개가 아직 남아있는 영향이 있어서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형상이여서 자세히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완전히 문이 열리자마자, 나오키는 앞장서서 통로 안으로 들어서려 하고는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나츠키에게 따라오라는 듯 무심히 손짓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와라. 후회하는 일 없기를 바라지. "
고민할 필요도 없이, 따라가도 좋을 겁니다. 이 길의 끝에는, 나츠키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도들은 모두 이 곳에 있는 어떠한 존재를 찾아서 이곳 제3신도쿄시로 오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 존재와 접촉하기를 원하며, 하나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에 이 존재와 사도가 접촉하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되겠지.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모두 무로 돌아가게 될 거다. 멸망하게 될 거란 것이다. "
통로를 걸어가는 내내 나오키는 적당히 속도를 맞춰주면서, 나츠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대체 저 안에 있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나츠키에겐 정말이지 영문 모를 소리로 들릴 지도 모릅니다. 순 이해하기 어려운 말 투성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해주지도 않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아버지는 이 정보들을 알고 있단 말입니까? 이 붉은 철골의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만약에 나츠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였다면 나츠키는 웬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밖의 붉은 바다와 동일한, 아니 그보다는 옅은 색의... 너무나도 익숙한 주홍빛 물결을 말입니다.
"말이 길었다. 나츠키, ...앞을 보도록. "
이윽고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나오키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저 밖에 있는 것을 바라보려 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커다란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직경으로 수십 수백 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붉은 십자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역시 거대한 형체가 십자가에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에 기이한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새하얀 형체는 가슴께에 무언가 붉은 창으로 보이는 것이 박혀있었으며, 양 손이 못으로 박혀 구속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형체는 다리가 없었는데, 단순히 다리만 없는 게 아니라 허리 아래로 있어야 할 부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꼭 어떻게 무언가로 잘리기라도 한 거마냥, 형체는 허리 아래로 선명히 베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하얀 형체의 가슴께에 사선으로 개복한 듯한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호흡하고 있는지도 모를 그 형체는, 허리 아래로 계속 무언가 액체로 보이는 것을 흘려내고 있었습니다. 나츠키는 이와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에 탈 때마다 보았고 또 이것에 잠기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 밑으로 흐르고 있는 주홍빛 그것은, 틀림없이 그게 맞았습니다.
이것, 이 액체, LCL 용액이 아닙니까?
"...소개하지. "
한참을 뜸을 들이고 있던 나오키가, 조용히 형체를 올려다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제2사도 릴리스Lilith. 이 지오프론트 심층부에 숨겨놓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존재이다. "
문이 열리며 나오는 증기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앞이 안 보여... 증기가 가신 다음에야 그 앞을 볼 수 있었다. 또 통로다. 길고 긴 통로. 얽히고 설킨 철골이 만든 육각형의 붉은 통로. 그리고 저 멀리 끝에는 무언가가... ...앞장서서 들어간 아버지의 손짓을 따라, 나는 내딛었다.
"...그런... 그런 거 처음 듣는데...“
사도가 이곳에 있는 것과 접촉하면, 모두 죽는다고?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 모두 무로 돌아간다니, 그건 즉... 인류라는 종의 멸종? 제정신이야 이 아저씨?라고 하기엔 주변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네르프의 지하, 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 기이하고 불길한 공간은 아버지의 비현실적인 말이 현실이라고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패기좋게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한 것은,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몇 초, 몇 분 전의 나를 향해 되물어보지만 대답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스쳐지나간 과거따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
"...바다?“
통로를 지나가며 주변을 둘러보자, 일렁이는 주황색 물결이 보인다. 붉은빛의 바다같은, 지상의 바다를 닮은 주황색 물결. 아니, 바다 그 자체잖아. 어째서 여기에? 지하 아니었던가 여기? 잠시 의문이 떠오르지만 곧 들린, 앞을 보라는 아버지의 말에 한순간 머뭇거리다 고개를 치켜든다. 그 앞에는 정말로, 정말로 기이한 것이 있었다.
거대한 십자가, 그리고 그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것. 가면을 쓴 새하얗고 거대한 형체. 붉은 창이 박혀 있고 사선으로 개복한 흔적이 남은 가슴, 그리고 하반신은 잘려나가 없었다. 허리 아래의 단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액체는 밑으로 흘러,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 바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생물이었다. 거대한 생물, 기이한 생물체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하반신, 절단면, 흐르는 액체,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 바다. ...비릿한... 냄새... 익숙한 냄새... 이 냄새와 함께 연결된 기억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엔트리 플러그... ....설마...
"아냐... 이거 바다가 아니야... 피... 아니, 설마 이거 LCL?!“
에바에 탈 때마다 호흡기를 가득 메우는, 폐포 끝까지 들어차는 액체. 비린내가 나는 오렌지색 액체. 그 액체가, 이거라고...? ...이 생물체의... 혈액...?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전신을 내달린다. 나는 그동안 피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던거야? 이 정체모를 생물체의 혈액 속에서... 그 충격이 전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한층 더 큰 충격이 귀를 때린다. 형체를 올려다보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단어가.
"...사도라니, 이게... 하지만... 그럼... 아니...“
사도들이 여기에 찾아오는 이유라고? 이 존재와 접촉해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고? 그리고 그러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그런데 그 것의 정체가 다름아닌 사도? ...사도끼리 하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사도를 여기에 가두고, 찾아오는 사도를 섬멸하는 거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향해 무어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머리가 새하얗게 된 것 같아. 삐걱이는 시선을 돌려 릴리스라고 불린 그 것을, 제2사도를 올려다본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것은 여전히 눈 앞에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명백한 현실. 기이하고 압도적인 진실. 심층에 숨겨져있던... ...진정한 목적.
엄마가 죽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된 것, 미야미즈 박사를 포함한 개발진들이 함께 연구하던 것. 그것의 정체는 제2사도 릴리스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에반게리온 역시 사도? 아니, 그치만 에반게리온은 로봇인게 아니었나? 어라? 그러면 뭐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혼란스럽다. 대체 이게 뭐야. 이런 건... 이런 건... 이런 게 현실이라고? 이런 게 진실이라고?!
"이게... 내가 지켜야 하는 것...?“
부정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차마 부정조차 하지 못할만큼, 그것은 뚜렷하게 눈에, 귀에, 뇌리에 새겨진다. 나는 그저, 아버지와 똑같이, 그 형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간에 화요일도 슬슬 해가 중천에 떠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오후 보내고 계시신가요?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는 거 아니랄까봐 좀 많이 버티기 힘든 날씨이긴한데(...) 어찌저찌 핫팩으로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 모두들 부디 따뜻한 곳에서 안온한 시간 보내실 수 있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쪼록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419 세컨드 임팩트 발발이 2000년, 사도가 침입하기 시작한 게 2015년. 15년의 시간만에 개발한 것이라기엔 에반게리온의 성능은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울 힘이었으며, 저 사도만을 연구해서 만들었다기엔 너무나도 빠른 개발속도였습니다. 정말로 네르프는 이것만을 가지고 연구하였을까요?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군. "
혼란스러워 하는 나츠키를 바라보며 나오키는 덤덤히 머리를 쓸어올리곤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음을 던지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내가 왜 이걸 너에게 보여주는 지 아나? "
글쎄요, 왜 이걸 보여주는지를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질문까지 다 생각하기엔, 지금 눈앞의 상황을 소화해내기도 힘든 것을요. 그래도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란 말을 했던 것으로 보아, 나츠키가 중얼거린 물음들에 대해 긍정하였던 게 아닌가 싶어보입니다. 저 눈앞에 걸려있는 저것이 에반게리온의 토대라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물론 모든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저것은 아닐 겁니다. 고작 하반신만 잘려 있는 저것이 영호기를 포함한 모든 에바들의 기원이 되진 않았을 겁니다. 다른 기원이 분명 있습니다. 물론 특정 기체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겁니다.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누구로부터 막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걸 할수 있는 자는 나츠키, 너를 포함한 적격자들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
저 위에 하얀 거체를 향해 잠시 시선을 두다, 나오키는 좀 뜸을 들이다 말을 계속하려 하였습니다.
>>444 사오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선레를 올려주시면 바로 답레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 채팅형 일상은 말 그대로 상L식처럼 [ 채팅 ] [ 채팅 ] 이렇게만 올려주셔도 무방합니다. 이전에 사오리가 일상이벤때 여러번 연락을 돌렸었으니 타카기쪽에 번호가 있을 겁니다. 번호 문제는 고민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ㅋㅋ)
[처음에는 그저 우연히 마주쳤으니 탁구를 치자고 제안했어요] [나츠키도 자기한테 두 번 다시 간섭하지말라는 조건으로 저와 탁구내기를 하기로 했고 저는 그 대신 제가 이기면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터놓자고 했죠.] [그렇게 어떻게든 이기고 나츠키의 본심을 알았고 저때문에 답답한게 풀렸나 싶어서 속이 시원하냐고 말했죠] [그 다음은 미안하다고 사과할려고 했고요.] [하지만 나츠키는 그러한 제 태도에 엄청 화를 내고 저또한 말을 다 듣지 않고 판단한 나츠키에게 화내서 서로 싸우고 말았어요] [좀 가볍게 갈려고 했는데...결말이 최악이었지 뭐에요]
[제가...자기한테 너무 다가온다고 하더라고요.] [너가 뭔데 자신한테 간섭하냐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파일럿 끼리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니는거지 그 이상 친해질 생각은 없다고 하고요] [함부로 자신의 머리에 손 댄 것도 싫어하고] [여러모로 타인을 거절하는 느낌이었어요]
왜 보여주는지 아느냐고? 그야... 내가 물어봤으니까..?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뭐가 있는지... 엄마가 연구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으니까? 아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대충 둘러대거나, 적당히 설명하거나... 혹은 그냥 정리된 자료를 보여주는 걸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 공간을, 이 하얀 거체를, 십자가에 못박힌 이것을 보여주고, 오는 길에 계속해서 던진 질문과 설명의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버지...? 나는... 모르겠어... 눈 앞에 던져진, 갑작스럽게 걷힌 심층의 커튼 안에 도사리고 있던 이 진실을 간신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누구로부터 막고 있는지... ...적격자들만이 가능한 일...”
처음에는 그저, 세계의 멸망을 막는다고 해도, 사도가 세계를 때려부수며 멸망시킨다는 줄만 알았지, 이런 것이 감추어져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입이 바짝 마른다. 이미 나는 봐버렸다. 더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에바에 탈 수 없게 되었다.
적격자들만이 가능한 일. 우리만이 가능한 일. 나만이 가능한 일. 세계의 멸망을 막는 일. 제2사도가 다른 사도들과 융합하는 것을 막는 일. 인류의 존속을 위한 일. 인류문명의 존속을 위한 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 하얀 거체만큼 거대한 중압감이 어깨를 내리누른다. 이제야 고작 14살인 나에게, 파일럿들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닌가 싶다. 아니, 확실히 무겁다. 보다 확실한 정보는 보다 확실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내야 한다. 그러기를 기대하고 나에게 말해준거지? 망할 아버지.
“......알았어. ...어차피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되는 거잖아. 사도가 오면 맞서 싸운다. 여기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내면 되는 거니까.”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된다. 달라진 것은 그것이 실패했을 때 일어날 일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그 정보로 인한 중압감 뿐이었다. 그것들이 더해졌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바짝 마른 입으로 마른침을 삼킨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잘 해왔는걸.
>>454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 일단 이렇게 보니 너희 둘다 많이 쌓인 게 많아보이는데... ] [ 내생각에는 머리에 손 댄 부분에서 나츠키가 화가 난게 아닐까 싶구나 ] [ 여자애들은 허락 없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 [ 그래서 적당히 선을 지켜주는 게 좋단다 !! ] [ 굳이 여자애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선을 잘 지켜줘야 트러블이 생길 일이 없단다 ] [ 이건 내 생각이지만, 혹시 나츠키는 사과를 먼저 해주지 않아서 더 화가 난 게 아닐까? 싶구나... ]
>>455 "물론 너희들만이 맞서 싸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희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군인들이, 네르프 직원들이 힘을 모아 맞서 싸우고있다. 할 수 있는 총력을 다 모아 맞서고 있지. 이렇게 너희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건 너희들임을 명심하도록. "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뜸을 들이다, 나츠키를 향해 시선을 맞추려 하고는 말하였습니다. "...네 엄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나츠키. "
한순간이었지만, 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시선은 싸늘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담긴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네가 탄 초호기와 다른 기체인 영호기를 만들고 가동시키기 위해 유리나를 포함한 수많은 직원들이 얼마나 노고를 들여왔는지, 그리고 뒤에서 너희들에게 화력을 지원하고 있는 군인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그걸 똑똑히 기억하도록. "
싸늘한 시선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 또 뭔가 잘못한걸까. 아버지에게서 조금이라도 상냥한 시선을, 눈길을 기대했던게 잘못일까? 도저히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싸늘한 시선. 그래도, 제대로 나를 봐주는구나, 아버지... 싸늘한 시선은 불안하고 슬프지만, 나를 봐주는 것은 너무나도 기뻐서... 꽉 쥔 손이 땀으로 조금씩 축축해지고 있었다.
누구의 희생 아래 서 있는지 기억해라. 그 말에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래. 에바에 타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에반게리온의 개발을 위해 많은 노고를 들인 엄마와 개발진들, 에바가 출격하기 전까지 사도를 상대하는 군인들, 사도를 분석해 정보를 주는 오퍼레이터, 탑승을 도와주는 기술부 사람들, 그 밖의 네르프 직원들, 그리고... 사도와 싸울 때마다 이리저리 부서지고 박살나는 거리와 그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많은 희생이 있기에, 에바에 탈 수 있다.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사도를 막을 수 있다. ...무겁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응.”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버지는 발걸음을 돌렸다. 한 발 늦게 따라서 걸어가며, 문득 떠오른 의문을 살며시 꺼내놓았다.
“...엄마는... 이것 때문에 돌아가신거야?”
엄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어째서 그 말이 지금 여기에서. 에반게리온을 타기 위한 희생에 엄마가 포함된다면, 에반게리온 개발 총책임자였던 엄마의 죽음이 그 희생에 포함된다면... ...에반게리온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걸까. 대체 어째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엄마...
>>460 [ 지금은 나츠키가 정말로 화가 단단히 난 상태일 테니까 ] [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제대로 사과를 해 보는 건 어떻겠니? ] [ 나츠키도 그땐 감정적으로 나가게 된걸수도 있으니까 ] [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그 아이도 받아주지 않을까 싶구나 ] [ 물론 어른의 시선에서 생각한 거라 안 될수도 있지만 ] [ 어떻게 이걸로 타카기 네 고민이 해결될 수 있기를 빈단다....🥺 ]
[진심어린 사과 말인가요..] [하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행동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이대로 가만히 있는 채 서로 완전히 척지고 싶지 않고요.] [왜냐하면 동급생에다가 같은 파일럿이고...거기다..] [오늘 여러모로 상담해줘서 감사합니다 사오리 씨!]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나루미가 명령문을 입력하기 무섭게, MAGI 프로그램은 즉시 명령에 따라 작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곧, MAGI가 지금까지 찍힌 영상을 기반으로, 나루미의 컴퓨터에 이미지파일과 음향파일이 담긴 폴더를 생성하려 하였습니다.
[ 5th_ANGEL_IMAGE_FILE ] [ 5th_ANGEL_SOUND_FILE ]
폴더 안에는 정말로 사도가 지금까지 취해온 각종 형태의 모습들과 사도에게서 나온 소리들을 MAGI가 분석해 모아 놓은 파일들이 담겨 있었는데, 어떻게 분석한 것인지 그중엔 사도를 투시한 것으로 보이는 단면 이미지 역시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파일, 뭔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이것, 이 형태, 4차원 입방체가 아닌가요?
정말로, 4차원 입방체를 그대로 3차원에 끌어다 놓은 것처럼, MAGI가 수집해온 사도의 단면은 단순 정팔면체의 형태로만 띄고 있지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겉표면이 정팔면체의 형체일 뿐이었고, 안쪽으로는 정육면체, 정사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등…. 사도는 정말로 다양한 기하학적인 형태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바로 포착하기 힘들만큼 매우 빠른 속도로 말입니다. 이 폴더에서 나루미는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었는데, 사도가 겉표면의 형태를 변형하려 할 때, 작지만 중심부에 붉은 코어의 형태가 드러나려 하는 것이 포착된 이미지 파일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중앙지령실에서 나루미가 한창 파일을 분석하는 동안, 타카기는 고통을 참아가며 블록이 빠진 자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열네살의 어린 아이가 견디기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통증이었습니다만, 타카기는 본인의 정신력으로 최대한 이겨내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탄 영호기만이 아니라 초호기를 같이 이끌고 있는 채로 말입니다. 부들거리면서도 어찌저찌 한 걸음, 두 걸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강인한 정신력이라 할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저 뒤에 서있는 사도에게선 형태가 바뀌려 하는 조짐도, 온도가 높아지려는 조짐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도로부터 전혀 공격하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드드드거리며 계속 저 밑바닥을 뜷으려 하고 있던 사도의 드릴 역시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어쩌면 영호기와 초호기가 저 밑으로, 지하로 내려가려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도는 보기와는 다르게 공격범위나 사정거리가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닌가? 위나 옆, 앞뒤로만 공격할 수 있고, 아래쪽으로는 땅 밖에 못 뜷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을 겁니다. 타카기는 애써 걸음을 옮기고 옮기며… 블록이 내려간 빈 자리를 향해 내려가려 하였습니다. 저 깊고 어두운 곳으로…. 지오프론트 아래로 말입니다. 내려가고 내려갈수록 점점 밝아지려 하였고, 얼마 되지 않아 영호기와 초호기는 인공적인 푸른 하늘과 풀밭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영호기와 초호기가 지오프론트 아래 풀숲으로 떨어지기 무섭게, 타카기와 나츠키가 탄 엔트리 플러그가 기체 밖으로 사출되려 하였습니다. 파일럿의 의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중앙지령실에서 손을 쓴 것이었습니다. 물이 모두 빠지고, 플러그의 문이 열리면, 파일럿 여러분들은 저 멀리서 구조팀과 기술부 직원들이 장비를 들고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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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파일럿 여러분께서는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오퍼레이터 캐릭터의 경우 잠시후 있을 작전 회의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꿈을 꾼 것 같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의식이 명확해진 순간 꿈의 기억은 마치 물에 새까만 물감을 푼 것처럼, 새까맣게 물들어 더 이상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꿈을 꿨던 것 같다는 추측만이 몽롱한 뇌리에 눌어붙어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온 몸이 아프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여기저기가 얼얼한 느낌이 든다. 서서히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결벽적으로 하얀 천장.
"...또 낯선 천장...이네...“
마지막 기억은 끔찍한 고통, 어깨가, 왼팔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 가서는 제대로 된 언어라고 하기 힘들 소리를 내뱉은 것 까지도. 그 후는... 바로 여기서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사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지상, 그리고 섬광과 함께 보였던 슬로우 모션과 어깨의 끔찍한 고통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사도... 맞아, 사도는?! 벌떡 상체를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본다. 뒤늦게 따라오는 현기증에 표정이 저절로 구겨진다.
"사도!! 사도는...!! ...윽... 우엑...“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에 구토감이 솟아오른다. 입가를 손으로 눌러 간신히 참아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상황을 설명해줄 사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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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플러그 뽑은 스마트폰 충전기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었다. 인쇄기에서는 뿌뿌뿌거리며 이미지가 인쇄되고 모니터의 녹색 진행 바는 천천히 차오른다.
"하, 겉만 아니라 속까지도 이렇다고? 말도 안돼."
단언하는데 수포자 고등학생에게 라미엘을 보여주면 다음 기하학 시험에 만점을 받을 것이다. 순수수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음에도 내 마음 속에서 유클리드 원론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꼬물거렸다. 그래, 나는 이 급박한 상황 중에 딴생각 중이다... 일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만. 그래도 할 일은 모두 하고 있어. 봐봐, 여기 모양을 바꿀 때마다 슬쩍슬쩍 드러내는 급소도 찾았는걸.
저번과 정말로 똑같은 풍경이다. 결벽적으로 하얀 병실, 침대, 팔에 이어진 링거, 바이탈 신호... 책을 편 채로 이쪽을 보고 있는 타치바나까지. 다른 것이 있다면 내 팔과 다리에 뭔가 치료를 한 흔적이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구토감을 참느라 입가까지 올렸던 손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 그제서야 눈치챘다. 이게... 대체...
"...뭐,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도는? 사도는 어떻게 됐어?“
이건 뭐지? 치료를 한 흔적이... 한 두 개도 아니고 잔뜩 있어. 이게 뭐야... 엄청 아팠던 건 왼쪽 어깨였는데. 물론 거기는 무사하겠지만. 옆구리를 뚫렸을 때랑 비슷한 거겠지. 아니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저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사도를 처리한 기억이 없다. 처리고 자시고 발견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설마. 등골이 서늘해진다. 설마, 아니야. 아니겠지? 아니지?!
"사도는... 처리한 거야? 아니면... 설마...“
아니...겠지? 아직, 아직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이 병실이 그 증거였다. 인류가, 인간이 사라졌다면 이런 장소에 옮겨지는 일도, 이런 처치도 받지 못했겠지? 그렇지? 한줄기의 희망을 품고 나는 타치바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515 타카기는 구급차 내부에 누워 구조팀에 의한 치료를 기다리려 하였습니다... 조금은 눈을 감고 쉬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적어도 본부에 도착할 무렵에는, 웬만한 응급 처치는 다 이루어진 상태였을 테니까요. 그러니 조금 편하게 있자는 생각으로, 타카기는 서서히 눈을 감으려 하였습니다.
... ..... ........
눈을 뜨게 된다면, 타카기 역시 조금은 낯선 천장을 마주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정말로 응급처치만을 한 것이 맞는 것인지, 타카기가 입은 옷 역시 병원복으로 갈아입혀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바이탈 신호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 링겔 줄이 대롱대롱 매달려 서 있는 병실 안에서 한 남자가 타카기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깨어났나? "
하얗게 샌 회색 머리에,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 부사령관, 사이온지 소우타입니다.
"사도는 처리되지 않았어. 여전히 지상에 멈춰있는 상태이고, 조금도 움직이고 있지 않아. 공군은 제1연대와 제2연대 모두 전멸 직전까지 갔고, 육군은 간신히 병력을 지켰지만 이쪽도 피해는 만만치 않아. 아직도 지상이 열기로 지글거리고 있으니 함부로 도심가로 나서기 어렵겠지. "
제5사도의 공격은 현장에 있는 전투기 부대에 정말로 큰 타격을 입힌 모양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아유미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하였습니다...
"2차 출격을 위해, 상부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는 지상에서 에반게리온에 타야 할지도 몰라. "
지상에서 에반게리온을 타게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출격되는 일 없이 처음부터 지상에서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일까요?
처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지상에 멈춰있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지하까지는 내려오지 않은 거겠지. 그럼... 아직은 시간이 있는 거겠지. 그렇게 안도하고 싶었지만 이어서 들려온, 또 다시 나온 희생자들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좀 더 제대로 했다면...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어깨가 또 다시 무거워진다.
"2차 출격... ...지상에서? 설비는 다 지하에 있던 게 아니었어? 지상에서도 할 수 있는 거야 그거...?“
에반게리온에 타는 건 보통 지하에서 타고, 지상으로 출격하는 거였는데... 지상에서 타야 한다고? 탑승에 필요한 설비는 지하에 있는 것이 아니었나? ...아니, 어쩌면 나만 아직 모르고 있는 거고 지상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설비가 다 되어있는 걸지도. 아무튼 아직 이 네르프에는 내가 모르는 게 많으니까.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이번에도, 아버지가 시킨 거야? 여기에 온 거. ...이번엔 뭐라고 했어. 저번처럼 수고했다는 말은 아닐거고... 쓸모없다던가. 아니, 뭐라 말이라도 하긴 했을까...“
어쩌면 따로 아무런 말도 안 했을 수도 있겠지. 아니면... 이번엔 내가 생각해도, 정말로 아무것도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쓸모없는 녀석이라는 일갈이라도 전했을까. 고개를 숙인 채로, 치료한 흔적이 가득한 팔을 내려다보며 침대 시트를 손 가득히 쥐었다. 은은한 통증이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전해진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꿈에서의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하지만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확실히 있었다. 차가운 시선과, 멀어져가는 등. 떠올리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
>>519 회의실에 도착한 나루미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굉장히 심각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카야마 부장대리를 포함해서 각 부서 부장과 오퍼레이터 한두명, 그리고 작전1과 직원들이 모여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심각한 얼굴로 기다란 테이블에 모여앉아 노트북과 가져온 서류를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중앙에는 홀로그램 지도와 종이 지도가 동시에 펼쳐져 있었는데,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제3신도쿄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타카야마 부장은 소리가 들리자마자 조용히 나루미를 향해 인사하며,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중앙 바로 옆 자리가 비어있었는데, 추측컨대 나루미를 위해 비워놓은 듯한 자리로 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나루미의 자리 바로 맞은편이 기술부 부장을 마주하는 자리였는데 만약에 나루미가 왼쪽 테이블쪽을 돌아보려 하였다면, 기술부 부장 유즈키 이오리가 부하 직원과 함께 미간을 찌푸리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 모이셨나요? "
테이블 끝 맨 중앙에 앉아있는 유즈키 사오리가, 잠시 일어서서 모두를 둘러보아 확인하더니 다시 앉으며 머리를 쓸어올리고는 말하려 하였습니다.
"...좋아요, 회의를 시작하죠. 피해 상황부터 먼저 전달해 주세요. "
사오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전1부 직원의 보고가 이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전략자위대 공군 제1연대와 제2연대 현재 괴멸 직전으로, 탑승하지 않은 극소수 대원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전투기가 파괴되었습니다. 현장에 남아있는 병기 역시 사도의 섬광에 의해 55%가량 파괴되었고, 육군 측의 피해도 막심합니다. 도심 보안 시스템 역시 상당 부분 파손되었으며, 아예 증발해버린 부분 역시 존재합니다. "
보고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안, 모두들 심각한 낯빛으로 직원이 하는 말을 집중하며 듣고 있었습니다... 다만 타카야마 차장만은 미간을 잡고 질끈 눈을 감았다 뜨더니 나루미를 향해 이렇게 물으려 하였을 것입니다.
"분석 데이터 자료 모두 챙겨오셨습니까? "
아마, 나루미가 가져온 사도의 음성 및 구조 관련 데이터에 대해 말하는 듯 싶어보였습니다.
>>524 눈물을 흘리는 나츠키를 바라보던 아유미는, 책을 덮고는 나츠키가 있는 침대로 다가가 말하려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따로 말은 없으셨고, 그냥 네가 깨어나면 연락을 주라고 하셨어. "
아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나츠키의 시트를 쥐고있는 손을 향해 손을 올리려다가, 주저하고는 말을 계속하려 하였습니다. 아마 그녀 나름대로 나츠키를 위로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가 이전에 병실에서 타카기와 있었던 일을 보았단 것을 가지고 추측해보면, 나츠키의 손을 잡으려 하였다가 이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주저하였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 많이 아팠지. "
여전히 무미건조한 어투로 나츠키를 위로하려 하는 말을 건네는 타치바나 아유미는, 그녀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는 듯한 표정을 하며 지긋이 나츠키를 바라보다 물으려 하였습니다.
>>463 통로를 도로 걸어’가는 내내, 나오키는 줄곧 말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적어도 나츠키가 말을 걸기 전까지의 그는, 예와 다를바 없는 무표정한, 무감정한 얼굴이었을 것입니다.
“… 그래. 유리나는, 네 엄마는 초호기 개발 과정 도중에 목숨을 잃었다. “
‘아버지’는 제 자녀에게 던지는 시선이라기엔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나츠키를 보고 있었습니다. 원망하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보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그렇다 해도 대체 무엇에 의해 원망하고 있단 말입니까?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대체 어느 부모가 자기 자녀를 원망하는 감정을 품는단 말입니까?
“초창기부터 모든 개발 과정에 참여해 총책임자의 위치에 있었던 네 엄마였기에, 네 엄마가 죽고 나선 이전만큼 빠른 속도로 제작이 진행되지 못했다. 그래서 십여년이 넘게 걸렸지… 네가 탄 초호기의 개발은, 정말로 더디게 진행되었다.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 없어짐으로 인해. “
다시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오자마자, 나오키는 문 옆의 버튼을 누르려 하였습니다. 곧, 게이트가 열리고, 엘리베이터 문으로 향하다 말고 나오키는 나츠키를 바라보곤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오늘 본 것은 일반인들에게 절대로 말하지 말도록. “
일반인들이라면 나츠키의 같은 반 학생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일까요? 말하는 투가 어째 네르프 직원들에게는 말해도 괜찮단 것으로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자칫하다간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알기만 하고 있는 게 좋을 것이다. 비밀을 엄수할 수 있겠나. “
또다, 또 다시 차가운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책망? 분노? 원망? 아무튼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는 시선이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야, 아버지... 엄마의 죽음에 대해 물어봐서? 아니야, 그 전부터 그랬다. 아버지는, 망할 아버지가 나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 적은 없었어. 아예 무시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봐주길 바랐다. 나는 당신의 딸인데. 당신의 하나뿐인 딸인데. 주눅이 들어 자연스럽게 어깨가 처졌다. 그저 조용히, 아버지의 뒤를 따라간다.
"...네르프 직원들한테는 괜찮은 거야?“
엘리베이터로 향하다 말고 건네진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일반인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 것. 그건 이해하지만, 어째 뉘앙스가... 여기 직원에겐 상관없는 건가? 차라리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라'라면 오히려 알기 쉬운데. 혹시 모르니 한번 더 물어보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거고, 말하지 말라는 것, 즉 비밀을 엄수하라는 것 자체에는 이견은 없었다.
"아무튼, 응. 알았어. ...말해도 믿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비밀은 지킬게.“
뭘 말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리해서 말할지도 막막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진실인데. 그걸 어떻게 떠벌리고 다니겠는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려고 알고 싶다고 한 게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올라가는 도중 몇 번인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귀로 흘리며, 뒤쪽으로 난 창으로 바깥을 보며, 아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금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도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기뻤어. ...아버지랑 이렇게 이야기한거...“
대화라고 할까, 일방적으로 전달받았다는 느낌이긴 하다. 내용도 유쾌하기는커녕 기이하고, 무거운 것들이었다. 정상적인 부녀간의 대화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였다. 나를 보는 아버지의 눈빛은 차갑고 무서웠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하나로도 나는... 기뻤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렇다면 막레 전에 꼭 넣고 싶었던 것을 넣고 말겠다...!(? 나루미주 안녕히 주무세요 :> 푹 쉬세요!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는, 열리는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나츠키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나츠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려 하였다면, 완전히 들어오고 나서야 문이 닫히는 버튼을 누르려 하였을 것입니다.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딸아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려주는 걸 보니 아주 매정하게 가려 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덜커덩,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시금 엘리베이터는 녹빛 통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고... 한참을 그렇게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나츠키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오키는 조용히 딸아이를 내려다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
다짜고짜 이런 얘기를 왜 꺼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눅들어 보이는 나츠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적어도 내 앞에선, 떨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너는 내 딸이니, 날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 "
수 년동안 나츠키를 내버려둔데다 이 도시에 와서도 나츠키를 보호자에게 맡긴 마당에 이제와서 아버지 노릇이라도 하겠단 것도 아닐테고, 대체 무슨 이유인지 영문을 알 수 없는 태도였습니다. 설마, 이 인간에게 정이란 게 남아있기라도 한 것일까요? 하하, 설마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만약에 그렇다 쳐도 그랬다면 진작에 나츠키를 직접 거둬 본인이 키웠을 겁니다.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난 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나츠키 부녀는 처음 들어왔던 층으로 돌아왔습니다... 들어왔던 첫 입구의 문을 열려고 하며, 나가려 하기 앞서 나오키는 나츠키를 향해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 거겠지. "
사오리 씨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혹시 나츠키가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것인지 우려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설마, 아닐 겁니다. 그저 의례적인 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가 나츠키를 염려하고 있을리가요.
"영양상태가 좋아야 비교적 무리가 없이 탑승할 수 있다. 세 끼 꼬박꼬박 챙기고 잘 지내도록 해라. "
정말로 의례적인 말을 건네며 나오키는 완전히 센트럴 도그마를 나온 뒤, 나츠키를 향해 잠시 시선을 두고는 뜸을 들이다 이렇게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 조심히 돌아가도록. "
평소의 아버지답지 않은 말을 남기고는, 카시와자키 나오키는 자리를 떠나려 하였습니다....
// 이걸로 막레를 해도 좋고 다음 레스를 막레로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텀이 정말로 많이 늦었는데 나츠키주 늦은 시간까지 일상 돌리시느라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ㅠㅠ)
좋을 대로 하라는 건, 직원에겐 얘기해도 좋다는 뜻으로 알아도 되는 거겠지. ...딱히 얘기할 상대는 지금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오리 씨, 이오리 씨와 후카미즈 씨...를 제외하면 아는 직원들도 그닥 없었고... 아무튼 멍하니, 엘리베이터 밖의 경치를 조금 내려다보고 있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깜짝 놀랐다. 귀를 의심했다. 너무 조용한 나머지 내가 환청이라도 들은 건 아닐까. 하지만 아니었다. 틀림없이 아버지가 말하고 있었다. 나를 향해서.
"엣... 어... 으응...“
처음이었다. 정말로 처음이었다. 아버지에게서 저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냉랭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보는 아버지가, 저런 말을 나에게 해줄 거라고는... 도저히... 당황스럽다, 이건 이거대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기뻐. 무엇보다도 기뻐. 오늘 대화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더. 창 밖을 보던 고개를 돌려서 아버지를 봤지만, 금새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다만 고개는, 아까보다 위로 올려서.
"...아, 응. 잘 먹고있어. 내가 만들기도 하고... 아, 응. 그렇지... 잘 챙길게...“
아버지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살짝 벽에 기대 서서 눈을 감았다. 무리없이 탑승할 수 있다... 내가 에바에 타야하니까... 한 말이겠지. 그래. 그렇겠지. 에바에 타지 않으면, 저 말도 해주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래도 기뻐. 그러니까... 슬쩍 눈을 떠서 아까 전에 나온, 센트럴 도그마라는 곳의 입구를 본다.
"...그러니까 나는... 에바에 타야 해.“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초호기를 만들다 돌아가신 엄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희생했고, 앞으로도 희생할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에바에 타면, 아버지가 나를 봐주니까. 나를... 챙겨주니까.
주먹을 꾹 쥐고 벽에서 떨어졌다. 어쨌든 원하던 것은 거의 모두 받아냈다. 이제 돌아가야지. 그 장소에서 점점 멀리 걸어간다. ...길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걷다보면 또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이걸로 막레...하겠습니다 중간에 어색한 부분은 그냥 슬쩍 넘어가주시구... 아무튼 길게 돌려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캡틴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진짜 아버지 무슨 생각이신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나츠키랑 캐오일체 해서 ????하게 되어버린거십니다...
한 주도 거의 중간까지 왔는데 수요일 아침 다들 잘 보내시고 계시실까요? 11월에 첫눈이 오는 말도 안되는 날씨가 되었는데(...) 여기도 아침에 비록 눈은 아니지만 진눈깨비가 왔습니다. 많이 추운 날씨인데 다들 부디 따뜻한 하루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따로 말은 없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서웠다.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으면서도 불안하게 만드는 꿈의 기억이 질척거리며 달라붙는다. 차가운 시선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멀어지는 등이 떠올라 나를 몰아넣는다.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내 손이 아닌 다른 손이 보이지만, 접촉하는 일은 없었다. 함부로 다가오는 대신, 허락을 구하는 말이 들려왔다. 많이 아팠지, 손 잡아도 될까, 두 말의 대답을 한번에 대신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팠어, 무서웠어... ...너무 무섭고, 아픈, 데....“
목소리에 섞인 울음은 말을 꺼낼 때마다 점점 커져갔다. 말보다는 그저 오열에 가까워져간다. 들썩이는 어깨 사이로 격한 감정이 조금씩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이번에도...! 에바에 타면 너무 아파, 무서워, 이런 거 싫어...! 이제 싫어, 타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그치만 타야 해.. 타지 않으면 안 돼... 타지 않으면 나는... 에바에 타지 않는 나같은 건...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까...“
...그래. 타야한다. 아무리 아프고 두려워도 타야한다. 사도를 처리하지 않으면, 막지 않으면,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아픈 건 무섭고 두려워. 특히 오늘 겪었던 고통은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날뛸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두려운 것이 있으니까.
>>584 "글쎄,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임해준 우리 파일럿을 격려하기 위해라고 하면 되겠나? "
부사령관은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더니, 앞머리를 매만지며 타카기의 물음에 답하였습니다.
"처치가 끝났으니 지금쯤 병실에서 일어나 있을 게야. 카시와자키 군의 부상도 심각하였지만, 자네의 부상 역시 심하였으니 지금은 좀 쉬게나. "
대체 어떻게 감쪽같이 치료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사령관의 말로 미루어 보아 정말로 둘 모두 상처가 심각하였던 모양이 아니었나 싶어보입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엔트리 플러그의 온도가 아주 급속도로 올라갔었으니까요. 아주 지져지다시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당시 상황은 심각하였습니다. 멀쩡하게 나온 것만으로도 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사도는... 아직도 저 위에 있네. 다행스럽게도 활동을 멈춘 상태라, 더 이상 우리 대원들을 잡아먹고 있지 않아. "
>>586 나루미의 부연 설명을 차근차근 들어가면서 타카야마는 천천히 서류를 한 장 한장 넘겨보려 하였습니다. 꽤나 심각한 눈으로 서류에 적힌 내용들을 열심히 살펴보던 타카야마는, 사도가 형태를 변하려 하고 있는 사진 부분에서 미간을 찌푸리고는 사진을 가리키며 나루미에게 말하려 하였습니다.
"...지금, 코어가 드러나고 있다고 하셨습니까? "
지금, 핵을 코어라 말하고 있는 건가요? 나루미와는 전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술부 측에서 무언가 전달받은 정보가 있는 듯 해보였습니다.
"알려주신 정보대로라면 코어가 드러나려 할 때, 그러니까 사도가 빔을 쏘려 하는 시점을 노려 공격하려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은 파일럿중 한명이 공격을 막고 있지 않으면 시도하기 힘들겁니다. 사도가 빔을 쏘는 타입인 만큼, 근거리에서 공격하기보단 최대한 먼 거리에서 공격해야 할테니 어떤 무기로 공격하느냐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겁니다. "
타카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가 아픈 것인지 잠시 이마를 짚으려 하였습니다.... 방금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도의 공격이 닿지 않는 아주 먼 거리에서 초장거리 공격을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우선은......AT필드를 어떻게 하는게 관건이겠군요. 저번에 임무 때 찾으신 정보, 기억하십니까? "
저번에 임무 건이라면, 이전에 나루미가 한 국방연구소 해킹 건을 말하는 걸겁니다. 타카야마는 지금 그 때 나루미가 유용한 정보를 찾았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있습니다...
>>587 나츠키가 울분을 토하고 있는 내내 타치바나 아유미는 조금도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고, 그저 나츠키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고 쓸어주려 하고만 있었습니다... 아마 아유미도 알고 있는 걸겁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뭔가 말을 꺼내보았자, 나츠키의 마음을 진정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비단 아유미가 아니라 다른 어른이 이 자리에 있다 하여도 진정시켜주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입에 발린 말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누구도 나츠키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파일럿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였으니까요. 정말로 어른들의 위로는 나츠키에게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을 겁니다. 도대체 어떤 어른이 엔트리 플러그에서 생명을 잃을 뻔한 경험을 하였단 말입니까?
"... ... 타고 싶지 않지만, 타지 않으면 안된다.... "
한참을 그렇게 듣고만 있던 아유미는 조용히 입엣말로 이런 말을 중얼이려 하더니, 나츠키의 말이 끝나고 나서 조금 뒤에 조용히 입을 열어 물어보려 하였습니다.
"적의 AT를 뚫을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은 에바의 AT를 단매에 짓부셨습니다. 같은 AT가 아닌 순수한 힘으로. 적의 AT는 그 수준의 공격을 무리없이 막아내는 수준입니다."
저건 전함이나 다름없다. 사람 키만한 높이에 무게는 훨씬 무거운 포탄을 한 번에 여러 발씩, 초음속으로 날리는 전함이란 말이다. 그리고 전함은 자신의 주포를 방어할 수 있는 무식한 장갑을 두르고 있다. 전함을 부수는 건 전함보다 작은 배 여러 척이 아니다. 오직 전함만이 전함을 부술 수 있다.
까득, 나는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다. 전함의 시대는 저물었다. 함재기는 포탄보다 멀리 날아가고, 함재기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미사일은 성형작약 탄두를 품었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위대가 포지트론 라이플이라는 병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의 AT를 뚫을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개발자 명단에 유즈키 기술부장의 이름이 있었으니 이야기를 나눠보시는게 좋겠습니다."
>>594 무기가 준비되었냐는 타카기의 물음에 부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이어지는 말은, 조금 회의적으로 들리는 듯한 이야기였습니다.
"무기? 무기라면 징발해 올수 있네. 문제는 그 무기를 어디서 쏘느냐이네. 이미 경험해 보지 않았나. "
첫 전투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자면, 초호기는 물론이요 영호기 역시 공격할 틈조차 없이 당하였었습니다. 상공에서든 근거리에서든 사도에게 섣불리 공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보였습니다. 수많은 공격을 퍼붓는게 아니라 차라리 단 한번의 공격으로 끝내는 게 나아보일만큼, 제5사도 라미엘의 위력은 막강하였습니다.
"자네 말대로 사도는 아주 멀리서 초장거리로 요격하는 것 외엔 지금으로 봐선 정말로 답이 없네. 공군 부대 상당수가 근거리로 접근하려다가 모두 쓸려나갔으니 그냥 거리를 두고 공격하는 게 아닌 아주 멀리서 공격해야겠지. "
이 말은, 좋든 싫든 파일럿중 한 명은 총을 잡아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걸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문제에 대해선 지금 위에서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건 아닐게야. 염려는 말게나. "
껄껄 웃으며 사이온지 부사령관은 타카기의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려 하였습니다.
"임시로 어떻게 고치고 갈 것이지만 완벽히 고치는 건 어려울게야. 당장 내일 작전에 나가게 될 테니, 말 그대로 땜빵 정도가 될것이네. "
나루미가 타카야마에게 기술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하고 있을 무렵, 기술부장과 전술작전부 부장간엔 지금 한창 언쟁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나루미가 건너편 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려 하였다면, 주변 직원들이 하나같이 여러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양측 부장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정말로!!!!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차라리 본부를 포함해서 도시 모두가 날아갈 것을 감수하고, 군대가 가진 N2폭탄을 모두 사도를 향해 투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기술부 쪽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응? 어떠신가요, 유즈키 부장님! " "... ...유즈키 대령님,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 "응? 이오리, 왜? " "미치셨습니까? "
그 말을 하고 있는 유즈키 이오리의 눈빛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이었습니다.
"본부까지 피해가 내려올 경우 가장 큰 전력인 에반게리온 관련 시설들이 모조리 파괴되게 됩니다. 현재 보수중인 초호기 및 영호기에게까지 피해가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걸 감안하시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 "응. 감안하고 한 얘기인데. "
유즈키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해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 표정을 보니 더는 안되겠다는 듯,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며 유즈키 이오리가 벌떡 일어나 목청을 높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유즈키 대령님, 이건 진짜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파일럿들의 안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작전입니다, 진심으로 내시는 작전이십니까?!!!! " "하지만 이오리, 봤잖아. 그냥 무기로 쟤가 죽어? "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오리를 본 듯 만듯하며, 사오리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그녀 역시 감정이 끓고 있는 것인지, 만만치 않게 점점 목청을 높여나가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공군 애들 싹 다 갈려나간 거 안 봤어? 에반게리온까지 나섰는데도 그냥 손쓸 틈도 없이 당한 거 못 봤어? 그새끼 잡으려면 보통 무기로는 어림도 없어. 그 파란수정 깨부수려면 N2 쓰는 거 외엔 답이 없다고!!!!! 알잖아!?!! " "유즈키 대령님, 제발 제 말을 좀....... " "무조건 잡아야 해. 이번에 못 잡으면 정말로 끝이야. 우리가 삐끗하면 어떻게 된다? "
유즈키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다 죽는다. "
우리 네르프 직원들은, 정말로 전 인류의 목숨이 걸린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도를 방어하고 있는 가장 최전선에 서 있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삐끗하게 된다면, 그녀의 말대로 인류 문명은 그 날로 끝을 맺게 될 겁니다.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것은 나루미만이 아니어서, 타카야마는 꽤나 심각한 얼굴로 건너편을 보더니 나루미를 향해 이야기하려 하였습니다.
".......지금으로썬 저쪽에서 얘기를 들을 지 모르겠군요. 같이 얘기를 꺼내보려 하는 게 좋겠습니다. 유즈키 부장! "
타카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서류를 든 손을 올리려 하더니 기술부장 측을 향해 소리치려 하였습니다. 한창 언쟁을 나누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던 기술부장은, 타카야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루미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였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 "첩보부 차원에서 알아낸 정보가 몇가지 있는데, 일단 그것부터 우선 간략히 말을 꺼내봐도 되겠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후카미즈 중위가 설명할 것입니다. "
본인이 이야기하면 될 텐데 왜 굳이 나루미에게 말하게 시키려고 하는 것일까요? 신입의 성과를 챙겨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타카야마의 말을 들은 유즈키 이오리는, 잠시 숨을 들이셨다 내쉬려 하고는 나루미 쪽을 바라보며 물으려 하였을 것입니다.
"말씀하십시오. "
상황이 상황이기 때문인지, 방금 언쟁을 하느라 목청을 높인 탓인지 나루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엔 지친 기가 있어보였습니다.
>>605 잘은 모르겠지만 심각한 상황일 거 같단 생각을 하며, 미츠루는 중앙지령실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는 길마다 보이는 직원들에게서 심하게 침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보였습니다.
중앙지령실에 도착하여,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서려 한다면,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고 없는 것인지 최소 인원을 제외하곤 모두 자리를 비운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중앙 모니터에는 여전히 정지해있는 제5사도 라미엘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습니다... 지독하리만큼 푸르른 정팔면체의 사도가, 완전히 반파된 건물들 사이에 고고히 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카시마 미츠루 군 맞으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이제 막 중앙지령실에 도착한 미츠루에게로, 기술부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가 말을 걸려 하였습니다.
"다른 파일럿들의 상태가 정말로 심각한 상황인지라, 급히 카시마군을 찾고 있었습니다. 차후 작전에 대해 고지드릴 부분이 있는데, 회의실로 같이 가주실 수 있으신가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심각한 상황이라니요, 다른 파일럿들이 심하게 다치기하도 하였단 소리일까요?
>>608 나츠키의 말은 틀린 부분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마주하게 된 것도, 새로운 보호자가 생기게 된 것도, 모두 나츠키가 적격자로 선정되고 제3신도쿄시로 옴으로써 일어난 일이었으니까요. 이 도시에 오게 되지 않았다면, 나츠키는 예전과 다를바 없는 일상을 보내었을 것입니다. 아버지에게서 아주 가끔 드문드문 연락이 올 뿐인, 정말로 쓸쓸한 일상을 말입니다.
"... ...나츠키는, 사라지는 게 무서운 거구나. "
타치바나 아유미는 그렇게 말하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금 손을 꼭 쥐려 하며 나츠키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려 하였습니다.
"사라지지 않도록, 도와줄게. "
무엇을 도와준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는 소리였습니다. 에바에 계속 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일까요? 하지만 어떻게?
"하지만 지금은 쉬어야 해. 지금은 쉬기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나츠키는 충격이 컸어서 정말로 푹 쉬어줘야 한다고 선생님들이 그러셨어. "
손을 다시 꼭 쥐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타치바나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 말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는 말은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를 도와주겠다는 말은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도와준다니. 어떻게? 에바에 계속 탈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걸까? ...잘 모르겠다. 굳이 상상해보자면, 이번에 성과를 못 낸 나를 질책하는 아버지 옆에서 내 편을 들어준다던가? ...음, 잘 상상은 안 된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래도 도와준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그, 그치만... 많이 쉬었어. 이제 괜찮아. 봐봐, 이제 일어나서 말도 하고, 완전 멀쩡해졌― 아야...“
쉬어야 한다고? 안돼. 쉬다가, 사도가 다시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지하에 있는 그것과 접촉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다.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내가 쉬는 사이, 다른 파일럿이 사도를 처치하면... 그리고 그걸로 나에 대한 아버지의 평가가 내려간다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고, 굳이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면. 타치바나가 도와준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 절박함을 담아 멀쩡하다는 어필을 하기 위해, 눈물을 닦아냈던 손을, 팔을 들어 주먹을 쥐려고 했지만 팔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이미 통증이 느껴졌다. 멀쩡하다고 주장하려던 입에서는 통증을 표현하는 말이 툭 떨어져버렸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설득력은 그다지 없다. 그래도, 그래도!
유즈키 이오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려 하였습니다. 양전자포, 포지트론 라이플의 다른 호칭이며, 세간에선 레일건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포지트론 라이플은 개발이 어디까지 진척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꽤 지났기도 하니, 지금 당장 끌어와 쓸 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어도 적의 AT필드를 뜷어버릴 정도의 화력은 충분히 될 겁니다. “
다만, 이란 말을 덧붙이며, 유즈키 이오리는 신중하게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포지트론 라이플을 가동시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지,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포지트론 라이플은 반물질을 탄환으로 쓰고 있는 만큼, 한 발을 충전시키는 데에만 수백 기가와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막대한 전기를 어디서 충당해 오느냐가 중요할겁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포지트론 라이플로 AT필드를 뜷으려면 전 일본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할겁니다. “
요컨대, 전 일본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비롯한 각종 변전기와 냉각기 등을 징발해 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628 기술부 직원은 미츠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곤 이동하려 하였습니다… 급박하게 가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츠루의 속도에 맞춰 직원은 너무 속도를 높이지도 줄이지도 않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사도에 맞서기도 전에 가장 중요한 전력인 에반게리온 초호기와 영호기가 사도에 의해 손상을 입었고, 해당 기체에 탑승한 파일럿들 역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전력 손실이 정말로 막심한 상황인지라, 지금 상황에서 바로 원거리 공격으로 나설 수 있는 파일럿 학생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
회의실로 향해 내려가는 동안, 기술부 직원이 간단히 미츠루에게 설명을 해주려 하였습니다. 요컨대, 이번 사도의 힘이 너무 막강하여 파일럿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단 이야기인듯 하였습니다.
“ーー뭘 고민할 거야 있어? 그냥 까짓 거 모아오면 되는 거 아니야! “
회의실에 도착하게 된다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미츠루는 유즈키 사오리가 해맑게 다음과 같은 말을 외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국방연구소 그거, 가지고 오라고 해! 포지트론 라이플 그까이꺼 바로 징발해 오라고 해! 전력이야 일본 전역의 발전소에서 끌어모아면 될 일이니 까짓 거 한번 써보자고. 응? 변전기? 냉각기? 까짓 거 준비해 오면 될 일 아니야. 싹 다 공문 돌리고 오면 될 일이야. 그까짓거 못할 일도 아니야. 내가 그거를 못 할까봐! “
회의실 내부에서는, 한창 미츠루로써도 이해하기 힘든 말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한창 서로 언성을 높이느라 시끌시끌한 회의실 안에서, 유즈키 이오리는 조용히 지금 막 들어왔을 미츠루를 향해 손을 흔들어 꾸벅 인사하려 하였습니다. [ 어서오십시오 ] 하고 미츠루를 향해 말을 꺼내려 하였던 유즈키 이오리는, 더 말하려다 말고 본론부터 바로 꺼내려 하였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초장거리 사격, 괜찮으십니까? “
그냥 원거리 사격도 아닌 초장거리 사격이라는 걸로 보아, 추측컨대 이번 작전은 저 멀리 산동네에서 진행이 될 듯 싶어보입니다.
>>631 과연 타치바나가 어떠한 방식으로 나츠키를 도와주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 진전을 도와준다는 것인지, 뭘 도와준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츠키는 모르고 있겠지만, 나츠키가 사도의 섬광에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당시, '아버지'는 백업 파일럿인 아유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비명에도 무반응이던 아버지인데 대체 타치바나 아유미는 어떻게 도움을 주려는 것일까요?
"...이번 작전은, 정말로 나츠키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작전이야. 이미 다친 파일럿들의 경우 안정이 우선이라 작전 시작부터 바로 투입되지 않을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아마 처음은, 내가 나츠키보다 먼저 나가게 될지도 몰라. "
파일럿이 위험해 질 수 있는 작전이라니, 양동 작전이라도 펼치려는 셈인 것일까요?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파일럿 중 한명에게 사도의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을 작전인게 아닌가 싶어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령관님께, 내가 말씀을 드려볼게. 이번에는 나츠키를 믿어보시라고. 나츠키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
어째서 아유미가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츠키가 추측한 대로 정말로, 아유미가 사령관 앞에서 나츠키의 편을 들어주는 일을 하려고 생각중인 건 맞아 보입니다.
Q 왜 정신수치를 80까지 올려야 하나요??? 그보다 많이 올릴 필요는 없음??? A 회피 다이스를 최대치(.dice 1 100. = 69 20상 회피 성공)로 돌리려면 정신수치가 80은 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ㅠㅠ) 영호기 자체 디버프도 있고 하니 80까지는 어떻게 올려둬야 미츠루가 괜찮을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주가 슬슬 끝나가고 있는 목요일 아침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이제는 전기장판을 꺼내지 않으면 안될 계절이 된 듯 합니다. 두껍게 입고 잤는데도 오들오들 떨리는걸 보니 확실히 진짜 겨울이 되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나가실때 따뜻히 입고 나가시고 아무쪼록 안온한 하루 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675 아무튼 아무튼 빼빼로를 받은 나츠키쟝의 반응... 음음... 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버지 → 나츠키도 일단은 망할 아버지한테 빼빼로 주려고 준비하긴 했지만 정작 저쪽에서 줄 거라고는 그렇게 많이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으면 일단 놀랄 것 같습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녹진 않을까 걱정하며 소중히 들고 방에 가서 편지랑 같이 소중하게 보관할 것 같네요. 아까워서 못 먹다가 아슬아슬하게 상하기 직전에나 야금야금 먹을 것 같은... 사오링 → 감사히 받습니다. 그리고 나츠키도 준비해둔 빼빼로 줄 것 같네요. 아니면 저녁밥이 좀 더 풍성해진다...(? 아유미 → 서로 빼빼로 교환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나눠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사심(?
------↑여기까지 나츠키가 좀 비싼 빼빼로 준비한 사람들 목록--------
나루미, 미츠루 → 이쪽도 상호교환. 다른 점이 있다면 같이 먹으려고는 안 한다던가, 전달만 하고 끝이라던가?
타카기 → 냉전...이라고 할지 동료 파일럿으로서 필수적인 교류가 아닌 이상 안 하려고 할 것 같아서... 받을 생각도 줄 생각도 안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에바 타는데 빼빼로가 굳이 필요한가?<<<<정도일듯...
전혀 그럴 일 없겠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상상해보는 IF
이오리 → 예상못한 전개에 어버버하다가 일단 받고... 혼자 감동... 그래도 아직 그렇게 안 친해서 쭈뼛대다 '그냥 다음에 에바 타면 덜 깨먹는 걸로 보답하자(?)'가 될 거 같네요(?? 타카야마 → '뭐야 이 사람 누구' 같이 보다가... 일단 연장자가 주는 거라 받긴 받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안 먹어서 그냥... 방 어딘가에 굴러다니게 둘지도... 상하면 그냥 버리고...(? 부사령관 → '뭐야 이 사람이 왜 나한테;'같이 부담스럽게 느끼다가... 역시 연장자가 주는 물건이라 받긴 받는데 먹진 않고 방구석엔딩...
위험해질 수도 있는 작전? 대체 어떤 작전이길래? ...하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도니까. 나도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바로 당해버렸으니까. 이 사도를 상대한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위험하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위험하다고 명시하는 작전은 여태까진 없었다. 처음은 자신이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타치바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위험한 작전이라는 건... 상세한 건 모르지만 일단 납득했다. 안정이 우선이라는 건 별로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치기라고 해도 좋을 감정에 휩쓸린 거긴 하지만, 아무튼... 타치바나가 먼저 나가게 된다는 것 자체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들린 말은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정말로?
"...정말로? 아니, 하지만... 그건...“
진짜로 아버지 앞에서 내 편을 들어주려는 생각이었던거야? 제대로 상상조차 되지 않는 그걸, 정말로 하려고 한다고? 아니,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한가?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아버지가... 망할 아버지가 그걸 들어줄까? 타치바나는 어째서 저렇게 단언할 수 있는 거지? 타치바나가 무슨 생각인지, 어떻게 할 작정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왜...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해주는거야? 타치바나...“
설명을 해주는 것까진, 작전에 대해 말해주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망할 아버지에게 가서 내 편을 들어준다니, 그렇게까지 해주다니... 대체... 어째서? 나같은 거한테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타치바나를 보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대체 왜?
>>712 일본 전역에서 전력을 공수해와야 하는 만큼, 이 작전은 함부로 다시 쓰기 힘든 작전일 것입니다. 바꿔 생각해보자면 상대가 고에너지로 이루어진 광선을 쏘는 제5사도 라미엘이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작전인 것입니다.
나루미가 한창 흥분해 말하고 있는 와중에, 전술작전부 부장의 뒤로부터 요란한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꽤 많은 종이가 인쇄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작전부 직원이 복합기에서 종이무더기를 모아 들고 왔고, 그 종이를 받아 유즈키 사오리는 파일에 모아 딱 집어 정리하더니 도장 몇개를 쾅쾅쾅 찍어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좋아요, 그럼 바로 연락 돌리러 가는 걸로. 저는 이거 결재부터 받아오겠습니다! “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파일을 치켜들어, 모두가 볼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파일에 적힌 내용을 맨 위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 후타고야마 작전 개요 ] [ : 고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시켜 쏘아내 AT필드를 강행돌파하기 위한 대경구 양전자포를 사용한 초장거리 직접사격 계획 ] [ - NERV 본부 전술작전부 ]
극비니 뭐니 하는 도장이 온통 찍혀 있어서 자세히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맨 첫 페이지 제일 밑을 살펴본다면, 나루미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작성자 : 유즈키 사오리 ] [ 최초 제안자 : 후카미즈 나루미 ]
“타카야마 차장님, 첩보부 쪽은 발전소 쪽 연락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 “가능합니다. 저희 측에서 맡겠습니다. “ “자위대 쪽 연락은 제가 직접 할테니 괜찮고! NEC 책임자 쪽으로 연락 돌려주세요. “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손뼉을 두번 치며 외치려 하였습니다.
“좋아요. 작전은 이걸로 갑니다. 해산! 회의는 이걸로 끝이에요, 다들 준비하러 갑시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복을 입은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기술부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습니다. 모두가 바삐 나가려 하는 사이 그녀만은 유독 어두운 얼굴로 사오리가 든 서류파일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사오리를 향해 물으려 하였습니다.
역시 옛날 이야기를 꺼내서 기분이 좋지 않은가. 기술부장의 자위대 복무는 명예로운 기억이 아니었을지도. 최초 제안자 자리에 내 이름이 올라갔지만 내 표정도 썩 밝지 않았다. 지금 우리를 만나러 땅을 파는 아름다운 놈이 나를 죽일 수 있다는게 피부로 점차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예 하고 답하며 차장의 뒤를 따랐다. 전 일본의 전기에너지를 모조리 끌어온다는 것도 어지간히 등신 머저리같은 발상이긴 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의 에너지와 비교하면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모아놓은 전기가 터지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을 거야.
"헬기 수송기 차량 철도.... 수송에서도 자위대에게 손을 벌려야겠습니다. 더 필요하다면 민간에서도 징발하고..."
뭔가를 말하려다가 잠시 뜸을 들인 후, 타치바나는 느릿하게 말했다. 아버지와 나의 사이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것뿐이라고. 잠시 말없이 눈만 깜빡였다. ...어째서 타치바나가 나와 아버지의 사이를 신경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그걸 실행으로 옮기겠다 말하는 사람도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렇구나. 고마워.“
그래도 고마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불편한 거리까지 불쑥 들어오지 않고, 먼저 물어봐준다던가. 사정을 들은 다음 도와주겠다고 한다던가... ...정말로 상냥한 사람이구나, 타치바나...
"...응, 알았어. ...타치바나, 저기... 조심해.“
쓸어주던 손이 떠나는 것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타치바나도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을 순 없겠지. ...나도 그렇고. 푹 쉬라는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타치바나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건넸다. 그 녀석 무진장 무서우니까... 아프니까.
"나, 최대한 빨리 나갈 수 있게 힘낼테니까... 타치바나도 힘내. ...처음에 제대로 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제대로 했더라면, 타치바나가 나갈 일은 없었을텐데. ...타치바나도 위험한 작전에 참가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 또 누워있을 일은 없었을텐데. 아쉬운 일이다. 스스로가 한심할 정도로. 좀 더 제대로 했어야했는데.
급히 간다고는 갔으나, 여태 여기까지 뛰어오느라 지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상황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사도가 일부러 시간을 내 주고 있다는 식으로 판단되었다. 실로 압도적인 전력 차. 자신이 먼저 왔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에바는 두 대 뿐이고, 자신이 먼저 나섰으면 먼저 당했을 것이다. 그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회의실에 들어서자 기술부장은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져 온다. 지금 노닥거릴 시간은 없다는 듯. 전시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초장거리라고 하셨습니까?"
그 질문을 받고 나서 바로 되물었다. 여지껏 실행해본 적 없는 기묘한 작전 때문이 아니라, 작전을 위한 준비가 지금 어느 정도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부수적인' 문제만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지 미츠루 자신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생각 따위 하지 않았으므로.
>>737 "아마 민간 운송 회사에도 연락을 돌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저것 가져오려면 군대만의 힘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타카야마는 다음과 같이 단언하였습니다.
"이번 일은 네르프 혼자만이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전 일본이 움직이는 일이니까요. "
하나의 사도를 쓰러트리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합니다. 화력을 지원할 병력이 필요하고, 기체를 가동시키기 위해 엔지니어를 포함한 기술자들이 필요하며, 민간과 기관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협력과 양해를 구해야만 하였습니다. 인류 전체의 목숨을 위협하는 적을 상대하는 만큼 한명의 힘만으론 결코 사도를 쓰러트릴 수 없었습니다. 영웅 혼자만이 나서서 적을 무찌르고 쓰러트리는 드라마같은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결국 파일럿들이 타는 에반게리온도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 만들었고, 인류가 가진 모든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들어낸 것인데, 기술도 무엇도 없이 어떻게 순수 인간 혼자만의 힘으로 저 거대한 적을 처리해낼 수 있단 말입니까? 반드시 혼자가 아닌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사도를 무찌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대사도전이요,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작전이었습니다.
긴 회의 시간이 끝나고, 나루미는 사무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카드를 찍고 안으로 돌아가보면, 전화벨 소리 등으로 인해 첩보부 사무실 안은 평소보다 한층 더 시끄러운 모습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민간으로, 기관에게로, 정부 부서에게로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돌리고 있는 선배들의 목소리로 사무실 내부는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이제 막 들어온 막내 직원인 나루미에게 정부 기관에 연락을 돌리라고 하는 머리 아픈 일을 시키진 않을 겁니다. 나루미가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합시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하여도 좋습니다.
>>738 "글쎄, 공격도 중요하지만 기체를 보호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걸세. 에반게리온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 중요한 기체가 부서져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
대신 막는게 더 좋지 않냐는 말에 부사령관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초호기 역시 중요한 기체이지만, 영호기 역시 중요한 기체입니다. 모두가 공격에만 나서면 저번 전투처럼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네르프는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잘해준 자네들 영호기 파일럿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된 선택이라고 해두겠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을 걸세, 너무 자네 혼자만이 짊어지려 할 필요는 없다네. "
껄껄 웃으며 부사령관은 가볍게 타카기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네르프 상부는, 공격을 잘 해낼 수 있을거라 믿고 있는 듯 싶었습니다...
"요리미치 군. 전투는 혼자만이 나서는 것이 아니야. 다른 이들이 나서는 걸 믿어보게. 자네 혼자만 힘들 필요는 없어. "
타인이 고통받는 걸 보기 힘든 타카기이지만, 결국 전투는 혼자만 나설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혼자만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부사령관의 말을, 과연 타카기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재할 것이 있어 이만 나는 가보도록 하겠네. 새벽녘에 나서야 하니 좀 자두는 것이 좋을 게야. 푹 쉬게나. "
>>739 고개를 끄덕이며 타치바나 아유미는 나츠키를 내려다 보려 하였습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아무 표정도 보이지 않는 아유미이지만... 어째서인지 내려다보는 눈빛은, 예전만큼 공허해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다녀올게. "
아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문으로 걸어가 나가려 하였습니다... 끼이익 하고 작은 소리가 들렸다가, 곧 문이 닫히려 하였습니다.
나츠키는 편히 휴식을 취해도 좋을 겁니다. 작전은 새벽 다섯시쯤 시작될 것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은, 힘을 비축하고 쉬어두는 게 좋습니다.
>>740 "그렇습니다. 도심가에서 한참 벗어난 외곽에 있는 요새에서 사격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
초장거리냐는 미츠루의 물음에 기술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려 하였습니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시설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듯 싶어보였습니다. 작전에 뒷받침될 요소들은, 미츠루가 모르는 새 이미 준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기도, 무기를 가동시키기 위한 시설도, 시선을 끌어줄 병력도... 모든 것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세부적인 분석은 G형 장비가 도와줄 것이니, 나머지 부분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
G형 장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계의 도움이 있을 것이란 소리로 보이니 일단 걱정은 한 시름 덜어도 괜찮을겁니다.
"혹여 공격이 날아오는 것 역시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타치바나 양이 카시마 군을 엄호할 것입니다. "
대충 현재까지 누적 판정레스를 세어봤는데 정말로 무지개토가 나오는 숫자이지 싶습니다(...) 한 진행당 판정레스 평균치가 계산해보니 대략 공백포 6267자 공미포 4746자 정도로 나왔는데 정말 진행때 제가 하얗게 불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새벽입니다. 이러니......진행레스 쓸 때 이모양이지.....🤦♀️
시간이 시간인지라 저도 이제 자러 가보고자 합니다. 주무시러 가신 분들 모두 좋은 밤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침에 언제나처럼 새 아침 어쩌구 레스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한 주의 마지막 요일인 불타는 금요일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드디어 지옥같던 평일도 끝나고 이제 주말만이 남았습니다. 비록 오늘 하루도 현생으로 힘든 하루이지만 내일은 드디어 쉬는 날인만큼 다들 힘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오늘 진행 역시 밤 10시 30분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제가 외부 일정으로 인해 조금 여유 아닌 여유(ㅋㅋ) 가 생길거같아 오후에 시간이 비면 일상을 구해보고자 합니다. 비록 일상의 날이 아니기때문에 아유미밖에 꺼내오지 못하긴 하지만(...) 레캡과의 일상을 원하시는 분은 오후나 저녁쯤에 저를 찔러주시면 아무튼 제가 튀어나오도록 하겠습니다.
>>767 평소보다 어두운 타카기라니 뭔가 시리어스 일상이 되는건가 싶습니다 (ㅋㅋ) 아무튼간에 선레는 다이스로 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배경은 학교가 좋으신가요, 본부가 좋으신가요? 타카기주께서 특별히 원하시는 장소가 있으시다면 원하시는 방향대로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제일중학교의 점심시간은 평소와 다름없이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습니다. 도시락을 들고 온 아이들은 각자에 자리에 모여앉아 제각기 다른 도시락을 열어보이고 있었습니다. 누구는 오니기리, 누구는 오므라이스... 한창 얘기하며 점심을 먹느라 다들 바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여기, 푸른 머리의 아이는 달랐습니다. 밥 대신 약을 대충 목 뒤로 넘긴 타치바나 아유미는, 텀블러를 비워낸뒤 책상에 올려진 간식을 스윽 보다, 이내 다른 자리로 시선을 돌리려 하였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어두운 분위기인 타카기가, 그곳에 앉아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간식을 건네줬던 것은 여느때와 같았습니다만, 오늘의 타카기는 뭔가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인 것이 느껴지는 듯 하였습니다.
"...여기서 먹어도 돼? "
타치바나 아유미는 타카기가 준 과자를 들고 슬그머니 일어나, 타카기가 앉아있는 자리를 향해 가 물으려 하였습니다. 보통은 그냥 제 자리에서 먹었을 테지만 왜 굳이 타카기가 있는 자리까지 왔는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와 다른 타카기의 분위기를 신경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겁니다.
아유미는 타카기의 허락에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앞의 빈 자리 의자에 앉으려 하였습니다. 당연하지만, 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타카기를 마주해서 보는 자세로 앉으려 하였습니다. 타카기가 준 달고나를 조용히 먹는둥 마는둥 야금야금 먹고 있던 아유미는, 잠시 달고나를 입에서 놓고는 타카기를 올려다보며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너, 고민하고 있니. "
분명,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타카기의 안색이 좋지 않아보여 이런 말을 건네보인 것이 맞을 것입니다. 평소의 타치바나 아유미는 이런 식으로 먼저 말을 걸려 하는 아이가 아니니까요. 그렇지요?
>>792 나루미가 명령문을 작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MAGI가 몇 장의 사진 파일을 생성하려 하였습니다. 인공위성이 보내온 듯 정밀해보이는 사진에는 지난 전투에서 사도가 섬광을 쏘았을 당시의 모습이 포착되어 있었는데, 멀리서 찍은 덕에 다행히도 섬광으로 인해 화면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는 일은 피한 듯 보였습니다. 도심가의 빌딩을 향해 발사하였을 때, 초호기를 향해 발사하였을 때, 영호기를 향해 발사하였을 때, 여기까지만 보면 사도는 의외로 비교적 근거리에서만 쏠 수 있는 듯 보일지도 몰랐습니다. 사도의 섬광이 도심가 쪽에만 발사되었으며, 그 이상 넘어가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상이 아니라 상공, 전투기들을 향해 쏘아대려 하였을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나루미가 사진들을 계속 살펴보려 시도한다면, 도심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부터 날아오는 전투기가 있는 상공에까지 빔을 쏘아내려 하는 사진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도의 사정거리가 생각보다 넓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되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저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발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족히 수km은 되어보이지 않나 추측되는 거리였습니다.
다행히도 제3신도쿄시의 한참 외곽, 다른 도시들 쪽에까지는 사도의 빔이 닿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호수를 두고 도시의 반대편에 있는 후타고 산과 그 근처에 있는 아사히 폭포는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전명이 후타고야마라고 하였지요. 예상컨대 분명 작전은 이곳 후타고 산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사도가 요격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사격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요?
나루미가 한창 분석을 진행중이던 와중, 사내 메신저를 통해 어떤 메시지가 올라오려 하였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고, 중앙지령실로 올라왔던 오퍼레이터 직원의 경우 모두 후타고 산 쪽의 임시 진지로 이동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준비가 되는 대로 이동하여도 좋을 겁니다. 자료를 챙기고 가도 좋습니다.
>>793 부사령관은 미소지으며 조용히 병실을 나가려 하였습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타카기의 병실에 정적이 찾아오려 하였습니다. 아직은 창밖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지금이 아직은 오후 시간대였기에 그러하였습니다. 작전이 시작되고 작전을 위해 출발할 때즈음엔, 해가 완전히 지고 검은 하늘이 타카기를 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쉬어도 좋을 겁니다. 걱정거리는 잠시 접어두고, 잠시나마 편히 쉬어두도록 합시다. 작전은 한밤중에 진행되는 만큼 수면을 취해두는 것이 좋을겁니다.
눈을 뜨고, 타카기의 시야에 보인 풍경은, 이제는 해가 질 시간이 되어 검게 변한 하늘과, 조명이 꺼져 어둠이 드리워 있는 병실의 내부였습니다. 아니, 완전히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틈 바깥으로 계속해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늦어 이제 자정을 넘기고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실 밖 복도에는 불이 꺼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 시간대에는 대부분 병실은 물론이고 병실 밖 복도 역시 불이 꺼져야 정상인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작전으로 인해 비상이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네르프 본부 전원인 모양이었습니다. 아직은 불이 켜져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작전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 똑똑,
정신을 차릴 틈도 잠시, 타카기가 있는 병실 밖 문쪽에서 가볍게 두 번, 노크소리가 들려오려 하였습니다.
"실례합니다, 요리미치 타카기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두들긴 듯한 그 소리 뒤로, 낮은 성인 남성의 소리로 보이는 말소리가 이어지려 하였습니다...
"유즈키 사오리 부장님께서 작전 개시를 위해 이동하실 시간이 되었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준비가 되셨다면 병실 밖 복도로 나와주십시오. "
전혀 들어보지 못한 초면인 목소리인 것으로 보아, 타카기를 불러오기 위해 직원을 보낸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아무래도, 직접 전하러 오지 못 할 정도로 전술작전부 부장님께선 매우 바쁘신 모양인 듯 싶어보입니다.
직각삼각형을 그린다. 지면을 밑변으로, 작전고도 6km는 높이다. 사도가 전투기를 향해 쏘는 빔이 직각삼각형의 대각선이 된다. 고도를 이미 알고 있으니 높이를 무시한 사도와 전투기와의 거리를 안다면 간단한 피타고라스 공식으로 대각선, 사도의 공격이 어느정도까지 날아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도의 축척을 토대로 계산하였다. 적의 공격반경은 XXkm로 산정된다. 최소 XXkm.
"신도쿄에서 후타고야마까지 거리는?"
대략 7km 내외다. 사도의 공격반경 안이다. 두 번 보아도 후타고야마는 킬 존이다. 그러나....
"사이에 장애물이 있어."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 퍽 지형이 높은 곳이다. 이렇게라면 승산이 있다. 포탄은 탄도를 그리지만 광선은 곧 죽어도 직진이다. 다시말해, 우리가 쏘는 포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고지를 넘어갈 수 있으나 사도의 광선이 후타고야마까지 다다르려면 어거지로 국립공원에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말이다. 광선의 위력을 보았을 때 정말 터널공사를 해버리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벌겠지. 나는 내 생각들을 열심히 수첩에 끄적거렸다.
"좋아, 해보자고."
새로운 명령: 후타고야마 임시 진지로. 나는 수첩을 안주머니에 넣고 용수철처럼 튀어나간다.
>>808 복도로 나온 타카기는 눈썹을 덮은 검은 머리의 남성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얀 가운을 입지 않은 것과 유즈키 부장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눈앞에 있는 남성은 전술작전부 소속 직원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타카기와 비슷하거나 더 커보이는 그는, 가볍게 목례하여 인사하고는 손목에 찬 아날로그 시계를 흘긋 보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려 하였습니다.
"정전 시간이 임박하였기 때문에 서둘러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쪽입니다. "
자신에 대한 소개도 하지 않은채, 남성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향하려 하였습니다.... 바로 이 직원을 따라간다면, 머지않아 타카기는 후타고야마 방향의 제4요새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809 나루미는 후타고야마로 출발하였습니다... 본부를 나와 지상으로, 사도를 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요새로 향하였습니다.
... ...... ..........
사도의 움직임이 멈춘 뒤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행히도 지상에는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까맣게 변해 버린 하늘 아래에서 이따금씩 탱크와 군용 트럭이 지나가고 있는 것과 별개로, 외곽 지역을 향해 계속해서 거대한 트럭들이 냉각기로 보이는 것들을 한가득 태우고 움직이고 있었는데, 번호판 바로 위 쪽에 [ KUROSHIO ] 라는 글자와 네르프 로고가 박혀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커다란 트럭들은 모두 국립공원을 지나 한 산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방향을 트는 일 없이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짐작컨대 이 많은 냉각기들이 단 하나의 무기에만 쓰일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전략자위대가 대체 어떤 무기를 개발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인 경우엔 절대로 실전에 도입되지 못할 무기를 개발한 것은 틀림없어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방향을 틀어 틀어 한참을 틀고서야 나루미는 제4요새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에 요새에 도착하였다면, 주변에 주차되어있는 수많은 군사용 차량들 틈에, [ NERV CONTROL 1 ] 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는, 위에 수신기가 장착된 커다란 차량이 보이는 걸 확인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독 저 커다란 수신기가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작전 관련 지휘 및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싶습니다.
설마 시코쿠의 쿠로시오초?! 시코쿠에서 여기까지 온 것인가. 아니, 시코쿠가 다 뭐냐. 컵라면 하나를 까먹고 있으면 오키나와발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날아갈지도 모른다. 전 일본이 단 하나의 사도를 바라보고 있는 이 상황이 진정 내게 체감되었다. 일본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사람들이 오래도록 쌓아온 기반과 지식들. 문자 그대로 그 모든 것이 맞물리면서 하나의 거대한 안티키테라 기계가 되었다. 지구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 나는 나 자신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턱을 치켜들어도 된다. 인간은 그럴 자격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인간을 만나면 선택지는 두 가지 말고는 없지. 선택해라. 애완동물이 되던지 박제가 되던지."
국립공원의 고도를 넘어 신도쿄의 불빛이 아스라이 보인다. 사도는 지금 그곳에 있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빛의 실루엣을 쓴 고도 능선을 바라보다가, 지휘차량의 출입구에 노크하였다.
>>814 병실을 나와 군사용 차량으로 보이는 것을 타고, 타카기는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 ...... ..........
가다가 졸아도 이상치 않을 시간이 지나고, 타카기는 제4요새에 도착하였습니다. 호수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는 제3신도쿄시 방향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사도 라미엘을 수많은 푸른 조명들이 비추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정전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좀더 살펴보려 한다면 아직 남아있는 건물로 보이는 것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에 타카기가 창 밖을 바라보려 하였다면, 절반이 깎이고 그 위가 콘크리트로 덮인 후타고야마 위로, 에반게리온으로 보이는 거대한 형체가 올라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짐작컨대 파일럿들의 탑승은 저 산에서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르프는 대체 언제 저 거대한 산을 깎아놓은 건지 싶습니다. 처음부터 이 도시를 만들 무렵부터 미리 만들어둔 것일까요? 갑자기 급조되었다기엔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정말로 그러하였습니다.
한참을 달리고 달린 끝에.... 차랑은 한 철조망 앞에 멈추려 하였습니다. 차량을 나와본다면, 바로 앞에 파일럿들이 탑승을 기다리는 익숙한 하얀 건물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좋을 겁니다. 단, 작전 문제 등으로 인해 갑작스레 정전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 주의해 주십시오.
>>816 미츠루 역시 유즈키 기술부장을 따라, 목적지인 제4요새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 ........
덜커덩거리는 차량 소리는 계속해서 귀를 시끄럽게 하여,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게 하였습니다. 사방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차량 움직이는 소리, 위이잉 하는 소리, 탈탈탈 하고 움직이는 소리가, 미츠루들이 탄 차량만이 아니라 수많은 차량들이 이곳 제4요새로 향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건지는, 굳이 짐작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미츠루의 초장거리 사격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비와 설비를 준비해오고 있었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나가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왔니. "
한참을 걸려 군용 차량을 타고 제4요새에 도착한 미츠루는, 역시 타카기와 같은 한 철조망 아래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차량에서 내리게 된다면 미츠루는 익숙한 하얀 건물과 함께, 이미 초호기 파일럿의 플러그슈츠를 착용하고 있는, 타치바나 아유미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준비가 되면 바로 올라와. ...오늘은 평소처럼 그냥 탑승하진 않을거야. "
복장을 보아하니 그녀는 이미 한참 전에 요새에 도착해 작전을 안내받고 준비중이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말입니다.
작전이 곧 시작될 예정인 만큼, 서둘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러그 슈츠로 환복하여 에반게리온 영호기로의 탑승을 준비해주십시오. 준비가 끝나면, 곧 엔트리 플러그 탑승이 시작될 것입니다.
>>827 나루미가 노크하기 무섭게, 곧 지휘차량의 문이 열리려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루미는 차량 내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넓은 차량 내부에는 어두운 조명 아래 수많은 모니터들이 좌측과 우측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한 쪽에는 거대한 지도를 보여주고 있는 모니터가 있었습니다. 그 아래 오퍼레이터들이 앉아 화면을 체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지령실에서 모니터링을 맡았던 직원들은 대부분 이곳에 도착하였는데, 기술부장은 어딜 간 것인지 아직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작전부장은 이미 여기 도착해있는지 오래인데 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전술작전부 부장 유즈키 사오리는 모니터를 확인하며 제 부하직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는데, [ 정전 ] 이란 단어가 오가는 것으로 보아 곧 작전이 시작될 듯 싶어보입니다.
나루미의 자리는 오른편 중앙 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루미는 중앙지령실에서 했던 업무를 똑같이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831 타카기의 뒤로 역시 차에서 내린 정복을 입은 남성은, 타카기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습니다.
"당연히, 보란듯이 이겨주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여러분 파일럿들만을 믿고 있으니까요. 잘 해내주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
이기지 않는단 선택지란 것은 없습니다. 여기서 승산을 보지 못하면 곧바로 모든 인류는 멸망을 기다리게 될 테니까요. 단순히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제 한계까지 내몰리게 되었으며, 이 후타고야마 작전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 작전이 실패하게 되면, 우리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요리미치 타카기군. "
격려하는 듯한 말을 남기고, 남성은 곧 자리를 나서려 하였습니다...
하얀 건물의 풍경은 본부의 게이트에 있는 그 건물의 내부 모습과 다를 데가 없었습니다. 환복을 마치고 나면 건물 내 설치되어있는 모니터를 통해 밖에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탑승하는 것이 아니니, 타카기는 정말로 느긋하게 준비해도 괜찮을겁니다.
아무튼간에 작게는 차후 작전때 엄호 사격용으로 쓸 미사일부터 크게는 포지트론 라이플까지 정말로 털릴 건 털릴 대로 다 털려버린 전략자위대에게 X키를 눌러 joy를 표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탱크 역시 UN군이 아니라 전략자위대 쪽에서 들고 나온 탱크의 수가 더 많습니다. 아무튼 전략자위대를 갈아 넣어 돌아갈 예정인 후타고야마 작전 진행입니다.
즐거운 토요일 저녁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슬슬 저녁 시간인데 다들 맛저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다들 맛저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록 제 아침은 날아갔지만 어찌저찌 타이레놀의 힘으로 회복하고 돌아와서(...) 오늘 진행도 무리 없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진행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 앞으로는 혹여 오늘 상태가 정말로 안되겠다 싶을 경우 미리 공지를 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전투 진행이 정말 매턴마다 초장문이 튀어나올 진행인데(...) 확실히 지금 이 상태로는... 길게 가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다음 진행 두 번동안 문제 없이 판정레스 쏘아올리는 레캡이 되겠습니다. 진행 시간 당일에 면목이 없게 하여 두분께 정말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
>>779 타인에게 자신이 어떠한 지 묻는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말 그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묻는 게 대부분일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인 경우가 많겠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타카기의 질문은 괜찮았습니다. 만약에 타카기가 한 가지 실수를 하였다면, 그것은 아유미는 말주변이 그닥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였다는 것일 겁니다.
“솜씨가 좋은 영호기 파일럿. “
안타깝게도, 타치바나 아유미는 타카기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
아유미는 잠시 느리게 눈을 끔뻑이더니, 달고나를 한입 베어물고는 타카기에게 물어보려 하였습니다… 말하는 어투를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자 하려는 것 같습니다.
>>879 세컨드 임팩트 이후 세계질서는 UN의 주도하에 돌아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제1세계 세력에 의해 국제 정세가 돌아가고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 어찌저찌 내전과 분쟁은 종식되었습니다만 여전히 국가간 대립은 남아있으며, 유럽연합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페이즈2에서 좀 더 자세히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에반게리온 기체 보유수를 가지고 국가간에 물밑으로 알력 다툼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종식되었지만 그건 국제연합에 의해 표면상으로 종식된 것이라 겨우 십여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선 평화(인척하는 무언가) 입니다. 당장 수도에 N2폭탄을 맞은 국가도 있는 만큼 기존에 왕정이 있었던 국가가 여전히 왕정이 계속되고 있으리라 장담하긴 어려울 겁니다.....
>>872 경험을 통해서건, 심경의 변화를 통해서건 사람은 무엇을 통해서건 변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사람은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만 있지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던, 뒤로 물러나건간에 어떠한 방향으로던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일에 반성하고자 하는 타카기의 마음을 아유미는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을 겁니다. 타카기와 나츠키 둘 간에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모르고 있습니다. 아유미의 눈으로 본 것은 병실에서 본 모습 그 뿐이니까요.
"그렇구나. "
타치바나 아유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다시 달고나를 얌 하고 물고는 말하려 하였습니다... 이어지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유난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눈빛으로 타카기를 보고 있었을 겁니다.
"바뀌어야 한다는 게 왜 바뀌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해. "
아무래도 아유미는, 바뀌어야 하는 데에 대한 고민을 왜 하고 있는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양이었습니다.
>>879 인류가 만든 최종병기인만큼 에반게리온은 건조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 및 기술력(...)은 둘째치고라도 충분히 많은 국가들이 탐낼만한 매력적인 병기일겁니다. 아무튼간에 이 에반게리온으로 인한 국가간 분쟁을 막고 또 에반게리온이 국가 분쟁 등에 이용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생겨난 단체가 IPEA입니다. 세컨드 임팩트로 한번 거하게 세계가 N2폭탄 등으로 뒤집어진만큼, 국제연합은 또다시 국가간 분쟁이 일어나려는 걸 피하고자 합니다.
>>880 기후 변화로 인해 정말로 많은 인구가 쓸려나갔겠지만 그래도 중국은 중국인지라(...) 아무튼간에 세컨드 임팩트 이후에도 중국은 여전히 건재한 상태입니다. 다만 대만이 멀쩡히 있을지는 네르프 중국 지부가 나와봐야 알겁니다.
>>884 타카기의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내내, 아유미는 말을 자르는 일 없이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특별히 표정 변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유미는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이런 말을 해보이려 하였습니다.
"너는, 네 행동이 무의미해 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니? "
특별히 의미를 담아 한 말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타카기의 말을 들어보고 나서 아유미 나름대로 들은 의문일 것입니다. 사과던 해왔던 행동이건 무의미해 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타카기에게서 계속 나왔기 때문에, 어쩌면 아유미는 이런 생각을 하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생각해. 세상에 무의미한 일이란 건 없으니까. "
그렇기에, 아유미는 타카기에게 이런 말을 건넨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의미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에 너무 신경쓰는 듯 보이는 타카기입니다만, 앞서 있을 일을 염려하는 건 사도가 오는 걸 걱정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자신이 한 일은 결국엔 의미 있는 결과가 오기 마련이니, 너무 염려할 것이야 없을 겁니다.
대만은 망했으리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중국의 병합 1순위지만 미국 뒷배로 버티고 있었는데, 세컨트 임팩트 이후에 미국도 제 코가 석자고 절반 죽어도 7억인 중국이 몰려들면.... 대만은 최후의 물귀신 작전으로 삼협댐 파괴를 계획하기 시작하고.....[더보기][?]
>>905 지금이야 외교적으로는 하하호호하고 있고 비록 사이는 안좋지만 네르프 지부간 교류도 있긴 하다지만 세컨드 임팩트 당시 전란기땐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 해군 및 공군들과 유럽 해군 및 공군들의 충돌이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만이 충돌했던 게 아닙니다. 🤦♀️
>>904 한참을 듣고 있던 아유미는, 이제는 조금 남은 달고나를 내려놓으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역시, 터놓고 얘기를 해봐야 할거같아. "
대화로 인해 쌓인 앙금은 결국 대화로 풀어야만 하였습니다. 아무리 화해하려 시도하려 해봤자 서로가 뭐가 문제였는지 알고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의미가 없었습니다. 문제를 직시한다 하여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걸 무의미하게 여긴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변화는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이느냐를 알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순간, 그 때부터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 무의미한 것이란 없습니다. 작은 일일지라도 언젠가 큰 의미로 돌아올 것입니다.
한 주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아침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날씨가 참 쌀쌀한데 그래도 두껍게 입고 나오니 버틸만한 날씨인거 같습니다. 저는 아침부터 갈리고 있지만(...) 모쪼록 여러분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오늘은 미뤄지는 일 없이 밤 열시 30분부터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제 계속 타이레놀 챙기는 등 상태가 좀 불안했었는데(...) 아마 오늘 진행은 디버프 받은 상태에서 진행할 것 같습니다. 빠른 진행 처리를 위해 오늘은 미리 예상지문 여러개 챙겨놓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진행은 제가 계속 원기옥을 쏠겁니다. (@@)
>>920 아유미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마 무슨 과자를 말해야 할지 모르는 걸까요? 저번에 과자 파티 건을 생각해본다면 정말로 모를 수도 있을 겁니다. 마지막 남은 달고나 조각을 베어물고는, 잠시 맛을 음미하고 나서 아유미는 조용히 이런 말을 하려 하였습니다.
"원하는 건 없어. 그냥... 나중에 배워보고 싶어. 만드는 법을. "
어라, 이건...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인듯 합니다. 타카기에게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나는, 평소대로 듣기만 한 것 뿐이니까... 그런 말은 됐어. "
타치바나 아유미는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려 하였습니다. 슬슬 수업이 시작될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자리의 주인이 오고 있기 때문에 좋든 싫든 아유미는 자리를 비워줘야만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볼게. 그럼. 본부에서 보자. "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을 끝으로, 아유미는 제 자리로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여느 때와 똑같은, 텅 비어있는 제 창가자리를 향해 말입니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기어를 하나하나 보며 변속하는 게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이 손만 뻗어도 정확히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헤드셋 꽂고, 창 띄우고, 소나 연결.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되짚어보자.
/후타고야마 작전의 과정
포지트론 라이플의 무식한 힘으로 뚫는다는 큰 모양을 제시했을 뿐이지, 작전의 세세한 부분까지 내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세세한 부분들을 모두 알아야 한다. 이상한 곳에서 헛발을 디디면 모두 죽는 거다. 라미엘이 짜장면파인지 짬뽕파인지도 상관없다. 모두 알아야 한다...
타치바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어찌됐든 사도에게 당했던 것도 있고, 울고 난 다음의 피곤함도 있어서 다시 누워 눈을 붙였었다. 조금 쉬어두라고 했으니 괜찮겠지. 시작하기 전엔 누군가 깨우러 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몸은 무거워지고 의식은 점점 가라앉았었다.
얼마나 잤을지, 문득 부상하는 의식에 다시 눈을 뜨자 결벽적으로 하얀 배경이 보인다. 하지만... 병실은 아니었다. 아니... 왜...? 어째서?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상태로 벌떡 일어났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 여기...“
옷 갈아입는 곳이다. 아니 어째서. 뭐지. 무슨 상황?! 자고 일어나니 장소가 통째로 바뀐 이 상황에 적잖게 당황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내 발로 걸어왔을린 없겠고, 아마 누가 옮겼다는 이야기인데... 그 상황에서도 용케 깨지도 않고 숙면을 했구나-라는 점에서 오는 소소한... 부끄러움 같은 거? 그런 느낌? 아직 시큰거리는 팔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세상에나.
MAGI 프로그램에 명령문을 작성하기 무섭게, MAGI는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창을 띄우려 하였습니다. MAGI 프로그램에 의해 띄워진 후타고야마 작전의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전기 공급을 위해 작전시간부터 작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 전역 전기 공급 차단. 두번째, 전략자위대를 필두로 한 UN군의 사도를 향한 엄호사격 개시 세번째, 포지트론 라이플을 통한 에반게리온 영호기의 사격 개시, 만일 한번 더 사격해야 할 경우 1분간 대기 후 재사격 네번째, 만일의 경우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방패로 사도의 공격 방어 시도
생각보다 간단한 과정인 것 같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코어가 드러나는 즉시 사격해야 하는 만큼, 정말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할 겁니다. 만약에 빗나갈 경우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포지트론 라이플마저 파괴된다면, 더 이상 인류에게 승산은 없을 겁니다. 코어 위치가 파악되는 대로 바로 파일럿에게 위치를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나루미가 확인하고 있는 와중에, 반대쪽 화면에서는 이런저런 무전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소형 N2 미사일들의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무전이 들려오고 있었는데, 추측컨대 이번 작전에서 N2 폭탄이 사용될 것이란 것 같습니다. 원래 크기의 N2 폭탄을 왜 쓰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엄호차원에서 하는 공격이기 때문에, 코어가 드러나게 하기만 하면 충분한 것인가 싶어보입니다. 어차피 코어를 향해선 에바 파일럿들이 쏠 것이니까요. 그렇지요?
"확인 완료. 10분 뒤 작전 개시합니다. "
저 뒤쪽에서 무전에 응답하는 유즈키 사오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습니다...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후타고야마 작전이 시작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951 타카기는 플러그 슈츠로 갈아입고 에바를 타러 올라가려 하였습니다... 항상 지하에서 에반게리온에 탑승하였던 타카기입니다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지상에서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푸르른 달빛을 받고 서 있는 에반게리온 영호기는, 다행히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보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빔을 맞았던 어깨 부분 장갑이 복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격을 하는 데에 지장은 없을 듯 합니다.
엔트리 플러그는 평소와 같이 열려 있었습니다. 비록 지상에서 탑승하게 된다고 하지만, 탑승 과정에 있어 이전과 다른 부분은 전혀 없을 겁니다. 다만 만약에 오늘 타카기가 탑승하게 된다면, 평소와 달리 헬멧을 착용한 채로 쏘게 될 것입니다...
게이트 내에 있던 건물과 내부 구조에 있어 다른 부분은 없었습니다. 캐비닛이 있고, 갈아입을 슈츠가 걸려있고, 밖에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이 있는 건 똑같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와 달리 플러그 슈츠가 걸린 옷걸이가 두 개나 있었으며, 그 중 하나는 누가 입고 나간 것인지 비어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추측할 필요도 없이 나츠키는 누가 입고 나간 것인지 알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백업 파일럿, 타치바나 아유미입니다.
밖에서는 한창 준비가 한창인 것인지 이런저런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만일 작전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이쪽에 불이 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세요. 작전이 시작되면 이곳 건물은 예비 전력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캐비닛과 갈아입을 슈츠, 밖이 보이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평소와 같은 하얀 건물 안. 하지만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 플러그 슈츠를 걸어두는 옷걸이가 두 개인데, 하나는 이미 비어있었다. ...타치바나가 먼저 나간다고 했었지. 그럼 남은 하나는 내 것. 잠시 플러그 슈츠를 보다가, 일단 갈아입기로 했다.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르니 대비를 해두는 편이 좋겠지. 무엇보다 타치바나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를 위해서. ...기대를 져버리는 건 안 돼. 특히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미츠루는 타치바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체할 시간이 있다면 이미 다 낭비했을 터였다. 예의 그 하얀 건물로 들어가 환복을 거친다. 슈츠를 만지는 이 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자기 손에 달려 있단 걸 깨닫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러나 사명감을 가지고 달려왔다면 진작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플러그 슈츠로 환복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미츠루는 엔트리 플러그로의 탑승 절차를 밟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탑승 순서였습니다만, 평소와 달리 웬 [ TYPE G ] 란 글씨가 적혀있는 헬멧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익숙한 주홍빛 액체에 잠기고, 온 시야가 주홍빛으로 물들 무렵, 익숙한 부팅 문구가 올라옴과 동시에, 싱크로율 체크 역시 진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dice 56 100. = 95
이런저런 인터페이스 연결이 끝나고, 곧 미츠루는 새까맣게 변한 밤하늘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 정전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바의 시야로 본 땅 아래 모습은 대부분 건물의 불이 꺼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다면, 콘크리트 벽 사이로 배치되어있는 거대한 한 라이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타카기가 올라온 상태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면 거대한 크기의 스나이퍼 라이플이 대포처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치대 위에 올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저격용 총이라기에는 거대하고 또 길쭉하여 대포에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구경만 해도 460mm, 아니 그 이상은 되어보이는 크기였습니다. 라이플에는 전선 등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선이든 무엇이든 걸려 있지가 않았습니다. 에너지를 보낼 전선이 없다면 대체 이 라이플은 어떻게 전력을 받아온다는 것일까요?
영호기에 탄 미츠루 역시 똑같은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타카기와 달리 올려다 볼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이따금씩 별들이 보이는 하늘 아래에서, 미츠루는 콘크리트 벽 뒤로 보이는 몇몇 건물만이 불이 켜져있는 제3신도쿄시의 모습과, 군용 조명에 의해 일제히 한 곳이 비춰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명히 빛나는 푸른 정팔면체의 형태를 띈 사도. 제5사도 라미엘 입니다. 아직도 활동을 멈추고 있는 상태인 제5사도 라미엘은, 일체의 미동도 없이 그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페이스 연결이 완전히 끝나기 무섭게, 미츠루는 조종석 내부로 지휘차량에서부터 송출되고 있는 나루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Five, Four, Three…..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사오리가 카운트다운을 세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평소와 달리 오늘은 전술작전부 부장이, 직접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었습니다. 지휘차량 한쪽에서 나루미가 파일럿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는동안, 다른 한쪽에선 유즈키 사오리가 마이크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다른 오퍼레이터에게 시켜도 되었을텐데 굳이 이러고 있는 이유는, 작전 책임자로써 책임을 다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 One.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슬슬 끝나감과 동시에......
- 작전코드 840, 개시.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도시 외곽에서 도심가 쪽으로. 서서히 불이 꺼지고, 일본 전역의 전기가 내려감과 동시에, 땅에서부터, 그리고 상공에서부터, 일제히 사격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심가가 아닌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리고 하늘 위에 전투기로부터, 북쪽에서든, 서쪽에서든, 어느 방향에서든 요란한 발포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포탄은 사방에서 날아들고 있었습니다. 작아 보이는 크기이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그것들은, 일제히 사도를 향해 날아들으려 하였고, 사도의 AT필드로 인해 가로막혀 사도가 아닌 사도의 주변에서 터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듣고 있다간 꿈에서 나올것만 같은, 쾅 하는 폭발소리가 계속해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는 동안, 제5사도 라미엘의 형태는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예와 같은 모래시계의 형태가 아닌, 굉장히 불길한 별 모양의 형태로 말입니다.
>>967 플러그 슈츠로 갈아입은 나츠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들리는 무언가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화면 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면, 건물 벽 위 쪽에 걸린 디스플레이에서 일순간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곧 건물 내 모든 전등이 꺼지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래 지나지 않아 전등은 다시 원래대로 켜지려 하였습니다. 예전만큼 밝은 빛이 아니라, 최소한의 전등만 켜져있는 상태였지만 말입니다.
[ 안내드립니다. 외부 전력 문제로 인하여 본 건물은 비상 전력으로 전환됩니다.... ]
전등이 원래대로 돌아옴과 동시에 다음과 같은 기계음이 건물 내부로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바깥쪽에서 전기 관련해서 뭔가가 일어난 것은 확실한 듯 싶어보입니다...
나루미가 명령문을 띄우기 무섭게, 곧 MAGI에 의해 파일럿이 보고 있는 초점과 동일한 화면이 전송되기 시작하였습니다.... [ EVA-00 : Operating with TYPE G Ordnance ] 란 문구가, 제일 오른쪽에 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삼각형의 초점이 계속해서 돌아가고 스탠바이 문구가 뜨고 있는 것을 보아, 발포 제어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하여도 파일럿이 조준하지 못하면 다 부질없는 일일 것입니다. 뭐가 어떻게 되던간에 파일럿이 완벽하게 조준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 이런.....! "
나루미의 보고를 들은 유즈키 사오리는 다음과 같은 소리를 내며 동요하였고, 그 옆에서 유즈키 이오리는 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중앙의 붉은 코어를 선명히 드러내며, 완벽한 정오각형 별모양의 형태로 변한 사도는, 기이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 키이이이 ........
곧 ,전 방향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동체를 돌리며 빔을 쏘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방으로 쏘아지는 빔에 의해 날아오던 미사일은 사도에 의해 하나 둘씩 격추되고, 그 자리에서 터져나가려 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미츠루는 물론이고 지휘차량에 탄 직원들 역시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도를 둘러싸고 거대한 타원형의 빛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타원형이 아니라, 수백개의 N2폭탄이 상공에서 터져나간 것으로 인하여 생겨난 타원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사도는 에반게리온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섬광은 미사일들을 향해서만 발사되어, 영호기와 그 파일럿이 섬광은 맞는 일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미츠루는 포지트론 라이플을 집어들고 사격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굉장히 거대해지고 일반적인 탄환 대신 이상한 반물질 광선이 나올 라이플입니다만, 쓰는 방법은 이전에 잡은 저격총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장전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이, 이미 라이플은 장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츠루가 초점이 맞춰지는 대로 방아쇠를 당긴다면, 바로 반물질로 된 광선이 날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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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바나 아유미가 탄 초호기는 그 옆에서 방패를 들고 언제든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츠루가 방아쇠를 당기는 즉시, 사도가 움직이는 대로 방어에 돌입하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