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보았다. 푸른 수정같은 구조물이 시시각각 유동하며 모습을 바꾼다. 그 모습이 마치 유클리드를 천상의 학당으로 인도하기 위해 내려온 섭리의 사자같았다. 그래, 솔직히 인정하겠다.
'아름답다....'
직접 올려다보고 싶고, 손으로 그의 몸을 만지고 싶다. 사도를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다니, 배덕적이다. 심지어 울음소리도 그렇다. 다른 사도들이 지르던 괴수같이 천박한 울음소리가 아니다. 판테온의 천정구멍에서 내려오는 태양빛을 받으면서, 넉넉한 토가를 두르고 찬미가를 부른다면 꼭 저럴지. 어째서 저토록 아름다운 존재가 '적'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안타까움에 몸서리쳤다.
나는 붉은 비가 죽죽 내리는 고주파 그래프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라미엘의 울음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서 헤드셋 음량을 조금 낮추고 주파수를 돌리는게 다였다. 카시와자키 양의 비명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환상 속을 헤메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빠!!! 엄마!!! 아아아아아악!!! 엄마!!! 엄마!!! 살려줘!!! 아파아!!!!
아차.
초호기 수신 뮤트.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 때가 되어서야 내 이목을 끌기 위해 춤추는 그래프를 볼 수 있었다. 그래프의 시간을 되돌리자 사도가 공격을 할 때 냈던 소리가 그대로 기록되어있었다. 나는 명령어를 작성한다.
/[시간 지정]에서부터 [시간 지정]까지의 파형을 학습하라. /시간 지정]에서부터 [시간 지정]까지의 파형과 같은 파형의 발생이 예측될 시, 파일럿들에게 즉시 경고하라.
키이이이이! 하는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 경고하면 늦는다. ㅋ만 듣고 공격이 오리라고 예측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 일을 능히 할 수 있지만, 먼저 이 파형을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파형의 전조까지도 말이다. 그것은 기계의 빈틈이고, 인간이 메워야 할 구멍이다. 나는 사도의 고주파 파형을 잘라서 화면 한구석에 붙여놓았다. 내 머리뚜껑을 따서 기계에 넣으면 그건 세계 최정상의 음향분석 인공지능이 되리라고 나는 자부한다. 다시 음량을 높인다. 파일럿들에게 말한다.
"아까 비명소리같은 거 들었죠. 공격의 전조입니다. 전조를 포착하면 즉시 신호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중앙지령실의 사람들에게 말한다. 초호기는 벌써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파일럿이 기절했다. 저건...빨리 다시 내려와야겠는데.
"적이 지반을 천공합니다! 이곳으로 침입하려는 것입니다!"
내려와도 안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라미엘 날 가져요.... 마기가 파형을 학습해서 공격 예보를 보내도록 합니다. 파형 학습이 완료될 때까지는 나루미가 직접 예측합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sf 오퍼레이터풍 바람잡기를 합니다(?)
그날은 유난히 출근하기 싫었다. 광장에서의 그 참극을 보고도 또 출근해야 하는 게 싫었다. 그게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내가 계속 해야 하는 일이라는게 싫었다. 미어터지는 출근길 지하철은 사람이 많아서 너무 무서웠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단테의 지옥문 같았다. 나는 이 연옥에서 영영 헤메는 것인가. 죽음의 부패가 찾아오는 그날까지.
"아..니미..."
선배가 몇 명이나 돌아왔는지는 상관없다. 갈 사람은 가고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 오늘은 자리에 앉아서 있는듯 없는듯, 공기처럼 키보드나 두드려야지. 그렇게 나 자신의 정신을 다잡고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삶의 레모네이드 스프링클러는 365일 동안 멈추는 일이 없었다. 사이렌이 울렸다. 속상하다. 마음이 몸까지 침식해서 정말로 가슴이 싸하고 찡했다. 옷깃을 손으로 쓰다듬으니 부적처럼 들고다니는 챌린지 코인의 윤곽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꺼내어 양 손으로 들고 소중히 보았다.
만인이여, 용기있게 인내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인내하라 별이 빛나는 하늘 저편에, 위대하신 하느님이 보답하리라
신이시여. 저는 언제까지 인내해야 합니까. 더 나은 세상과 당신의 보답은 언제 찾아오십니까. 당신이 눈을 깜박이는 시간조차 저의 평생인데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코인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다시 꺼내보고, 다시 읽고. 코인은 손에 닳아 한참 전에 반질거리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코인이 빛나는 만큼 인내하였다. 그러나 응답은 없었다. 전쟁이 끝나는 것이 응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평화란 전쟁과 전쟁 사이의 준비 기간일 뿐이었다... 코인을 손에 꼭 쥐고 중앙 지령실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또 무슨 사도래?"
"사도가 아닐지도 몰라. 생명체가 아니라 무슨 구조물이라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그게!"
"낸들 어떻게 알아. UFO라도 떨어지고 있는 건지.."
승강기 안에서 다른 직원들이 수근거린다. 나는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는 대가로 네모 선장처럼 평생 뭍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야속하게 승강기는 목적지로 도달하고 나는 사람의 물결에 떠밀려 내쫒겼다.
'아....?'
그리고 거기에 빛나는 별이 있었다. 높은 하늘 위의 빛나는 별이.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또 무슨 시꺼멓고 괴물같은 놈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요,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는 일은 예고없이 도둑처럼 닥쳐올 것이므로 늘 맑은 정신으로 깨어 그를 기다리라고 하였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 일이 닥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눈대중으로 정확한 길이를 재는 재주는 내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저것은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완벽한 정팔면체이다. 완벽이라는 실체없는 개념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정팔면체가 무슨 원소였더라.... 그래, 공기. 공기였다. 만물을 숨쉬게 하는 공기. 전철에 탈 때부터 벅차던 숨이 찰나에 가라앉았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보아라. 저 하늘을 빚어 만든 푸른 수정의 몸을. 그는 유클리드를 천상의 학당으로 인도하기 위해 내려온 섭리의 사자이며, 끝없는 연옥에 맑은 숨을 불어넣는 자비의 사자라. 그가 우리를 숨쉴 곳으로 이끌 것이다. 불타오르는 진실로부터 그는 학자에게 미소지으며, 미덕의 가파른 언덕을 향해 포기하지 않은 자의 길을 안내하노라.
별들의 무리가 칭찬하고 세라핌의 찬가가 찬양하는 그런 선한 정신에게 이 잔을 별이 빛나는 하늘 저편에 계신 분께
아아... 들린다. 내게 들려온다. 내 평생 소리를 배우고 연구한 것은 오직 이 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판테온의 만신이 부르짖는 이 환희의 송가를! 들으라! 만인이여 들으라! 나는 기쁨에 젖어 눈물흘리며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영원과도 같았던 인고의 시간 끝에 신께서 오시니라.
독재의 사슬로부터는 구원을, 악인에게도 관용을, 임종의 참상에도 희망을, 교수대에도 은총을! 죽은 자들도 살아나게 하자! 형제여, 마시고 함께 노래하자! 모든 죄인들은 용서받아야 하고, 지옥은 없어져야 하노라.
현장에 광경을 본 유즈키 이오리는, 동요한 듯한 얼굴로 화면을 보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앙 모니터를 본 다른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화면을 보고 저게 대체 뭐냐는듯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전의를 상실한듯 하얗게 질려있었고, 누군가는 머리를 쥐어 뜯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안절부절 못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초호기 파일럿의 비명소리는 곧바로 중앙지령실 내부에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나츠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온 천장에 울려퍼졌고,
“백업 파일럿 대기시키도록. “ - 네. 사령관님.
곧, 저 위에서부터 스피커를 통해 총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초호기 파일럿이 전투불능에 빠졌기 때문에 신속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듯 싶어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른 대처 속도가 아닌가요?
“특수장갑판 준비시켜!! 초호기와 파일럿은 무조건 사수해야한다, 무조건!!!! “
다급하게 외치는 유즈키 사오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곧바로 거대한 장갑판이 사출구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푸른 빛으로 코팅되어 있는, 150m는 되어보이는 크기의 철판이었습니다. 거울처럼 바로 앞의 모습이 비치는 것으로 보아, 추측컨대 저 장갑판을 이용해 빔을 반사시키려는 의도인 듯 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신호가 오는 걸 기다리기엔 늦을지도 모릅니다. “
간신히 정신을 잡은 유즈키 이오리가, 중앙지령실 내부를 향해 소리치는 나루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습니다. 기다리기엔 늦을 지도 모른다니요. 불안한 말로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설마 MAGI 프로그램이 예측하는 속도보다 저 사도의 반응속도가 더 빠를 것이란 건 아니겠지요?
삐이 - 삐이 -
다시 그래프에서 헤르츠 쪽이 기이하게 높은, 비정상적인 파형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어느덧 학습을 끝마친 MAGI 프로그램에게서부터 경고문이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은 중앙지령실의 모니터에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파일럿들 역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조종간 화면에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ATTACK CAUTION : PATTERN BLUE ]
방금 전 모래시계의 형태를 취했었던 사도는 예와 같은 화음 소리를 내며 일순간 입방체의 형태를 띄었다가, 두꺼운 십자가와 같은 형태로 변하더니, 곧 앞뒤로 정팔면체가 달려있는 기이한 열십자의 형태를 취하려 하였습니다. 공격을 하려고 할 때마다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보아, 사도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공격의 전조인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시각, 바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파일럿이 기절하여 행동을 멈춘 초호기를 타카기가 탄 영호기가 잡고 방금 전에 영호기와 초호기가 올라왔었던 사출구를 향해 움직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타카기의 벗어나라는 외침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부축하고 움직이려 하는 내내 나츠키의 초호기는 미동이 없었고, 통신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였습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나츠키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움직여야 하였습니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살아나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타카기는, 사과를 하지 못하였으니까요. 그렇지요?
[ 요리미치 군, 바로 벗어나는 건 피하십시오! 사출구 쪽으로 오면 안됩니다!!!! ]
한창 사출구를 향해 움직이려 하고 있는 영호기 조종석 내부로, 기술부장 유즈키 이오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만약에 소리를 듣고 타카기가 뒤를 돌아보았다면, 예와 같은 새하얀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증발시키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백색 섬광을.
- 키이이이이이이이 - !!!!!!!!!!!!!!
굉음소리가 다시금 헤드셋에, 지령실에, 도심가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고, 이내 섬광은 영호기의 오른쪽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가려 하였습니다…… 뭔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섬광은 영호기의 오른쪽 어깨 위 장갑을 녹이고 장갑판에 의해 반사되어 튕겨나가려 하였습니다. 이내 섬광은 반사되어 다시 정팔면체의 형태를 취하려는 사도를 향해 날아가려 하였으나, 정육각형의 파동이 일으려 하며 섬광은 사도 바로 앞에서 막혔고, 섬광은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나가 건물 블록 하나를 통째로 증발시키려 하였습니다. 에바의 AT필드까지 뜷고 피해를 입히는 공격이, 정작 제5사도 본인에게는 닿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사도의 AT필드는, 여타 사도에 비해 매우 강력한 듯한 모양입니다.
[ 1 : 58 ] [ 3 : 58 ]
건물 위건 바닥이건 온통 이글거리고 있는 열기 속에서, 타카기는 이것만은 확실히 알수 있었을 것입니다. 영호기와 초호기는, 더이상 사출구를 통해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오리, 엔트리 플러그 사출……” “안됩니다. 사출되는 즉시 파일럿이 사망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고 저걸 그대로 보고 있으라고?!!?!?!! “ “도심 바닥까지 녹아내리고 있는 판국인데 사출되면 진짜로 죽습니다. 모르시지 않으시잖습니까. “ “…. …. …… “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부들거리던 유즈키 사오리가, 이내 모니터링 좌석에 놓인 마이크를 들고 파일럿 쪽을 향해 소리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타카기! 잘 들어!!! 남동쪽 방향으로 400미터 쪽 빌딩 블럭 하나가 곧 내려갈거야!!!! 내려가는 즉시 그 쪽으로 이동하거나 해야해, 최대한 사도에게서 멀어져야 해!!!!!! 산으로든 어디로든!!!!!! 절대로 사도에게 먼저 공격하지 마!!!!!! “
그리고 그 말이 들리기 무섭게, 저 멀리서 정팔면체의 사도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5사도 라미엘의 공격은, AT필드를 완전히 녹여 뜷고 지나갈 만큼 치명적입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레이저를 맞게 된다면, 정말로 파일럿의 생명이 위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도로부터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십시오!
영호기에서 오는 벗어나라는 통신도, 중앙지령실에서 오는 지시도 엔트리 플러그 내를 허무하게 맴돌 뿐, 정작 그것을 들어야 하는 나츠키에게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은 나츠키의 고개가 툭 아래로 꺾이고, 영호기의 부축에 맞춰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오렌지색에 섞여드는 탁한 붉은빛은 여전히 그대로. 바깥의 급박한 사정에 맞춰 흔들리는 속도도, 탁해지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진다. 애석하게도, 기절한 본인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이 얼마나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235 가까스로 본부로 도착한 미츠루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참 밑 지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부터 키기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천장에서부터 들리는 걸까요? 아닙니다. 본부 건물의 천장이 아닙니다. 천장에서부터 들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 키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
소리는, 저 지상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이한 소리가 들리고 있는 그 시간, 핸드폰 쪽에서 알림 소리가 울려왔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려 하였다면, 미츠루는 다음과 같은 문자가 3번 게이트로 오라는 문자 바로 다음에 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순간만큼은 관음증 환자다. 초호기 파일럿의 비명, 녹아내리고 무너지는 에바와 도시. 필요없다. 사도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사도의 소리가 아니면 듣지 않겠다. 헤드셋에서는 오로지 라미엘의 소리만 출력된다. 나는 그래프를 보는 것을 멈추며 눈을 감았다. 검은 세상 속에서, 나의 심상 속에서 파형이 떨어진다.
"....지금"
귓가에 뭔가가 스쳤다. 뭐라고 정확히 설명은 못 한다. 그저 직감이었다. 눈을 뜨고 그래프를 보자 역시 고주파음이 시작된다. 헤드셋도 덩달아 운다. 그런데 마기는 아직도 경고를 송출하지 않았다. 뭐야, 왜? 오류가 난 줄 알고 잠시 당황하던 때. 마기는 한 발 늦게 신호를 보냈다. 사도가 영호의 어깨를 녹였다. 아마추어스럽긴. 슈퍼컴이 이렇게 늦어?
/파형 학습을 계속하되, 경고 송출을 중단하라
아마추어같으니, 내가 직접 한다 깡통. 잘 보고 배워라. 다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한다. 심상의 파형을 그린다. 열로 끓는 지상과 고성으로 끓는 지하에 나는 없다. 오직 라미엘과 나만..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