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잠깐만 나 방금 정주행하다가 굉장한 걸 하나 놓친 것 같거든(머리박) 날짜 생각 안하고 계절로만 따지다보니 혜성이 생일을 놓친 것 같은 그런 느낌? 헤성이 생일 7월 5일인데 내가 학교를 다닌지 오래되어서 방학 이후던가 이전이던가....(머리깸) 여름인데 7월이면... 초여름쯤 아닌가...
썸이 더 이어질지 아니면 조금 더 진전이 될지는 역시 이후 상황을 봐야 알 것 같으니 아직은 뭐라고 할 순 없네! 아니.. 그 와중에..ㅋㅋㅋㅋㅋ 아람이 괴롭히면 어떡해!! 사실 혜성이는 혜성이대로 내적 갈등으 안 할 수 없으니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싶네. 아무튼 사실 이번 일상에서 아람이의 저 고백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원래 상황극이라는 것이 다 그런거지! 생각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그에 따라서 재미가 생기고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근데 솔직히 나도 여기서 자수하자면 끌어안는 그거는 아람이 흔들려고 한 것도 있으니까 우리 둘 다 똑같네요. 선생님..
사실 시골집 일상은 여름에서 할법한 것들이 어지간하면 다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불꽃놀이 축제는 또 따로였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설날이 점점 다가오네. 이 주는 아마 내가 시골에 내려가야해서 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코로나 괜찮을지 모르겠어.
넣고 싶다면 얼마든지! 딱히 넣지 말란 법이 없기도 하고 아람이 서사가 풀리는건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혜성이라면 아마 당연히 찾아가고 그럴테니 말이야!
원래 내적갈등이 제일 재미있는 거야... 후후 나도 저 상황에서 아람이가 대뜸 고백 멘트를 날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조금이 아니라 굉장히 놀라버렸어...(쓰러짐)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ㅋㅋㅋㅋㅋㅋ 혜성주의 자수 잘 받았엌ㅋㅋㅋㅋㅋ 우리 둘 다 똑같은 오너였네 ㅋㅋㅋㅋ
맞아 여름이었다, 하는 일상은 다 나올 것 같아. 그건 천천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진행이 될 것 같으니 걱정은 없지만. 나도 이번 설은 조금 바쁠 것 같아서 답을 제대로 못이을 가능성이 크니까. 코로나...(흐릿)
오케이 서사 고마워! 그럼 그런 느낌으로 선레 부탁하겠습니다ㅏㅏ 큰 소리보다는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보면 될 것 같아 아람이 목소리와 어떤 성인 남자의 목소리로.
그나저나 아람이었다면 생일을 챙겨줬을 것 같아. 뭔가 대단하게 챙긴다기보다는 아람이는 아침에 일찍 학교에 오니까 간단한 선물과 작은 카드를 책상 서랍이나 사물함에 몰래 넣어놨을 것 같고. 어떤 선물을 넣을지는 조금 더 생각해볼게... 끙...
아니.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걸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구! 입맞춤이야 아무리 그래도 혜성이가 절대 안 할 것 같고 그 상태에서 혜성이가 할법한 수많은 행동 중에서는 역시 끌어안는 그런 것밖엔 없었단 말이야. 아람이를 흔들 수 있는 그런 거로는! 물론 그 이후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둘 다 같으니까 이렇게 잘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걸!
좋아! 그러면 선레는 내가 천천히 써볼게!! 언제나처럼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것 같아. 일단 아람이 목소리와 성인 남자 목소리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벌써부터 조마조마하면서도 두근두근하네!!
아무튼 이렇게 생일을 챙겨주는 아람이는 역시 자상한 것이 분명해. 진짜 너무 착해!! 책상 서랍이건 사물함이건 넣어두면 일단 혜성이가 확인은 할테니까 아예 놀리는 느낌이 아니라면 가만히 보다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괜히 투덜투덜거리다가 쉬는 시간에 매점에 가서 빵 같은 거 하나 사 온 후에 아람이에게 가서 전해주면서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괜히 고개를 홱 돌리는 그런 느낌을 보일 것 같아!
오늘은 이전 시골에 같이 가기로 한 바로 그 날이었다. 허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람은 오지 않았고 그녀의 친구 쪽에서 아람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고 보다 못한 혜성이 어디냐고 톡을 날려보기도 했으나 그에 대해서도 답은 조금도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누구 한 명은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혜성이 그녀의 집 근처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먼 곳은 아니기에 잠깐 갔다오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왜 하필 자신이냐는 투덜거림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물론 그럼에도 그는 반발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이전 그녀의 집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는지 혜성은 답이 없는 톡 화면만을 바라보며 빠르게 도착하지 않나 싶어 괜히 창 밖 풍경을 바라봤다.
이내 머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하자 혜성은 빠르게 카드를 찍고 버스 밖으로 내렸다. 설마 아직 집에서 자고 있는 것은 아니겠거니 생각을 하나 역시 집 근처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혜성은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편의점을 지나 골목을 꺾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머릿속으로 그렇게 집 위치를 떠올리며 걸어가는 와중 근처 골목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
말다툼하는 목소리 속의 주인공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쪽은 아람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은? 남성의 목소리임은 분명했으나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엔 존재하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말싸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야! 문아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혜성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에 비치는 모습이 무엇일진 모르겠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참고로 트리거 쪽은 괜찮아! 그 정도야 얼마든지 괜찮아! 그걸 옹호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야! 사실..그런 쪽이 아닐까 생각하긴 했지만..정말인 모양이로구나. 8ㅁ8
오늘은 분명 좋은 날이었다.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꽤나 기대하기도 했고 준비도 열심히 했고, 오늘 입은 흰색에 사진이 프린트 된 반팔티와 짧은 하이웨스트 연청반바지도 고민고민하면서 골라 입었었다.
하지만, 하필 오늘 이렇게 기분 잡칠 일이 생길 것이라곤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거 놔!”
아람은 자신의 손목을 잡고 골목으로 끌고온 그 손을 뿌리치며 남자를 노려봤다. 얼마나 꽉 잡았는지 계속해서 힘을 줘도 빠지지 않던 것이 이제는 놔줘도 된다고 생각해서 놓은 것인지 지금에서야 풀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손목을 다른 손으로 붙잡으며 아람은 주변을 둘러봤다. 뒤는 막힌 골목이었고 밖으로 나가는 길은 남자가 막고 있었다. 핸드폰과 짐이 들어있는 가방은 끌려오면서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온전한 맨몸이었다.
아람은 앞의 남자를 노려봤다. 평소의 아람이라면 보이지 않는 사나운 얼굴로.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남자는, 아람과 굉장히 유사한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회색빛이 섞인 연갈색의 머리카락도, 언두색 눈동자도, 선하고 미소가 어울리는 예쁜 이목구비도. 다만 남자는 나이가 들었고, 그 외모는 피곤과는 다른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빛이 바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조금 불쾌하고 푸석한 느낌이 드는 남자.
“오랜만인데 왜 그래, 섭섭하게.”
남자가 비뚜름한 미소로 뱉은 말에 아람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내가 지난 번에 말했지. 찾아오지 말라고. 돈은 어머니한테서 꼬박꼬박 받으면서 왜 나한테 돈을 달라고 그래!”
아람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두려움에 손이 떨렸기 때문이었다.
“그거야…. 아니, 이번에는 그걸로 찾아온 게 아니니까. 그냥, 문아야. 너한테 안부를 물으러 찾아온 거지. 우리가 이렇게 냉대할 사이는 아니잖아.”
“뭐?”
아람은 남자가 자신을 ‘문아’라고 부르는 것에 조금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조금 뒷걸음질 쳤다.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걸까. 혹시…. 아람은 이전에 혹시나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양심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쓰레기인 인간이었던 모양이었다.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며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문아, 요즘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더라. 솔직히 예전부터 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요즘 올라오는 사진이 조금 다르던데.”
“…”
“사진은 누가 찍어주는 거니?”
그 말에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아람이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하려고 하지 않자 남자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다시 모델 일을 하고 싶은 거면 아빠한테-”
“-누가 아빠라는 거야! 미쳤어?”
아람이 빽 소리를 지르며 말을 끊었다. 그러자 남자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이야기를 하지 그랬니. 그런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 작가로 붙여줄텐데 말이야. 공부만 한다기에 다시는 이쪽 일을 할 생각이 없는 줄 알았지.”
“없어. 전혀 그런 생각 없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보니까 꽤 잘 컸잖아. 예쁘게.”
남자의 시선이 얼굴부터 목 어깨 가슴 허리 그리고 발끝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왔다. 그 시선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과 함께 수치심을 느끼며 빽, 소리질렀다.
“시끄러워! …꺼져. 이번에는 진짜 신고할거야, 당신. 어머니한테도 이야기할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래서 그걸 누가 믿어준다니?”
남자가 말한 그 한 마디에 아람의 표정에 두려움이 씌어졌다. 남자가 한 발짝씩 아람에게 다가가자 아람은 얼어붙었다.
“좋은 말로 할 때, 같이 가자. 문아야.”
“…싫어.”
“이게!”
남자가 아람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아채자 아람이 크게 휘청거렸다. 남자의 다른 쪽 손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진짜 맞으려나 생각했다. 지난 번에는 멱살 잡이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그런 와중에 누가 저를 불렀던가. 그 목소리가 혜성이었던가.
/800레스 동안 감춰두었던 비설을 이제야… 풉니다만…(흐릿) 남자 한정 캐조종 허용합니다(구해줘88)
눈앞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목소리가 조금 더 확고하게 들려오긴 했으나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들은 것은 아니었으나 같이 가자는 말과 싫다는 분명한 말.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 그리고 손 한 쪽을 사내 쪽에서 올리는 것이 혜성의 눈에 포착되었다. 무슨 상황인진 알 길이 없었으나 분명한 것은 아람이 위험하다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혜성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고 이내 그는 빠르게 달려들어 사내를 몸으로 밀치려고 했다. 밀쳐졌다면 적어도 뒤로 몇 걸음 물러서게 했을지도 모르고 설사 밀쳐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끼이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야. 문아람. 괜찮아? 뭐야. 저 아저씨?"
가까운 곳에서 보니 그 사내는 아람과 유사한 외모를 지닌 이였다. 가족? 나이를 생각해보면 아버지 쪽에 가까운 것일까? 허나 명확하게 확신을 하진 못하며 혜성은 아람을 감싸듯 앞에 섰다. 일단 자신이 판단한 것만으로 생각하며 혜성은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면서 이야기했다.
"아저씨가 뭔진 모르겠는데 무슨 좋은 말로 할 때 같이 가자예요? 삼류 영화도 아니고. ...아람이가 싫다잖아요. 그럼 그걸로 끝내면 되지."
필시 좋은 느낌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혜성은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며 아람을 감싸듯 그녀의 앞에 다시 제대로 선 상태에서 사내를 뚫어져라 계속해서 노려봤다. 적어도 지금 그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었다.
"...무슨 일인데? 설명해봐. 괜찮으니까."
그렇게 아람에게 조용히 말을 전하며 혜성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뭔가 위험한 일에 끼인 것은 아닌지. 안 좋은 일에 끼여버린 것은 아닌지. 그런 불안함이 조금 들긴 했으나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으며 혜성은 현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자기 딸을 대체 무슨 시선으로 보는거야. (동공지진) 그보다 딸에게 돈을..아니. 아저씨. 뭐하는 인간 쓰레기세요. (흐릿)
와. 생각 이상의 분이로구나. (흐릿) 아무튼 24시간 근무 힘내길 바라고.. 답레는 얼마든지 편할 때 올려도 되니까 얼마든지!! 아. 근데 지금 이 상황이면... 어쩌면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일단 되어봐야 아는 거니! 아무튼 아람주도 남은 시간 즐거운 시간 되길 바라겠어!!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었는지 갑자기 어깨에서 떨어진 손에 아람은 눈을 떴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제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등이었다. 이어지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아람은 조금 정신을 차렸다. 혜성이었다.
“으응. 괜찮아….”
차마 저 아저씨가 누구냐는 말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혜성의 어깨 너머로 보니 남자는 조금 뒤로 밀려나있었고,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이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다른 한 편으로는 불안감이 일었다. 남자에게 말을 쏘아붙이는 혜성의 옷깃을 아람이 떨리는 손으로 붙잡았다.
“아, 내가 누구냐면 말이지ㅡ” “ㅡ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사이잖아.”
아람이 남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혜성의 옷깃을 잡은 손이 꾹 쥐어졌다. 자신의 말 속의 뜻, 그러니까 서로의 관계를 말하지 말아달라는 그 뜻을 알아챘는지 남자는 이미 여유를 되찾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앞의 혜성이 그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알아챈 듯 했다. 그리고 혜성과 자신과의 관계가 어떤 사이인지 재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람은 괜찮으니 설명해보라는 혜성의 말에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무어라고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남자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두려워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혜성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아람은 그저 혜성의 어깨 뒤에서 최대한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애를 썼다. 아마 혜성은 처음 듣는 목소리일 터였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당신 마음대로 휘둘릴만큼 어린 나이는 지났으니까.” “아쉬워. 어릴 때의 문아는 지금보다 더 귀여웠지. 말도 잘 들었고.”
문아라는 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아람이었다. 문아람. 문아가 아니라. 아람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방해꾼도 있으니. 다음에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네. 아빠 사무실 알지? 찾아오면 맛있는 것도 사줄테니까. 다음에 보자, 문아야.”
결국 제 입으로 정체를 드러내는 남자의 말에 아람은 입술만 꾹 깨물었다. 여전히 자신을 어린애 취급 하는 것이 역겨웠다.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남자를 끝까지 노려보던 아람은, 남자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손을 풀자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혜성의 옷깃에 주름이 잔뜩 가 있었다.
“아, 미안…. 옷에 주름 졌네. 그나저나 음, 시간이…. 내가 지각이라 걱정돼서 찾으러 온 거야?”
아람은 가까스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음을 지어냈다. 제발 더이상 물어보지 말라는 그런 얼굴로, 툭 치면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뭐지? 이 아저씨 변태인가? 순수하게 혜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뭔데 갑자기 지금보다 귀엽니 뭐니래? 이러면 안되는 분위기인 것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그의 눈이 정말로 멍한 표정으로 바뀔 것 같았기에 그는 일부로 눈에 힘을 꽉 줬다. 나름대로 강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뒤이어 방해꾼이니 뭐니 하는 말. 그리고 '아빠'라는 말에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아빠라고 칭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사이라는 이야기. 적어도 정말로 아버지라고 가정해도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님은 분명해보였다. 아니. 애초에 정말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인지도 애매할 지경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단순히 사이가 나쁘다는 것만으로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말할 리는 없을테니까.
방금 전까지 상당히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다르게 남자가 사라지자마자 목소리 톤이 바뀌는 것을 들으며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정확히 무슨 상황인진 알 길이 없었으나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다음에 보자는 그 남성의 말을 떠올리며 혜성은 괜히 한숨을 약하게 내쉬며 아람의 말에 대답했다.
"딱히 상관없어. 주름이 지건 말건. 어차피 다리미질 하면 그만이니까. ...뭐, 연락도 안되고 소식도 없으니까 가보라고 해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더 빨리 올 걸 그랬나. 이상한 아저씨에게 붙잡혀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표정을 살피며 혜성은 여기서 더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했다. 물어보지 말라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아무런 것도 묻지 않고 가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잠시 고민을 하던 혜성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괜찮아. ...방금 상황 캐는거 원하지 않으면 안 캘 거니까. 너도 말하기 싫은 거 한 두개 정도는 있을테고 솔직히... 무책임하게 힘이 되어줄게. 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는 어른이 아니라 고등학생일 뿐이기에 모든 것에 다 힘이 되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것을 적어도 무책임하게 발설하고 싶진 않았기에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심하게 그냥 넘기고 싶지는 않다는 듯, 혜성은 다시 말을 나름대로 신중하게 이었다.
"하지만... 힘든건 맞는거지? 아까 그 아저씨 때문에. 아빠? 잘은 모르겠지만...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닌 것 같았고 지금 네 얼굴을 보면 진짜 힘든 것이 느껴질 정도거든. 그러니까... 뭐냐. 그러니까..."
말을 가만히 고민하던 혜성은 이내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돌리면서 그녀의 얼굴을 시야에서 치웠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그렇게 고민을 하던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힘들면 등 정도는 빌려줄테니까... 그러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당장 출발 안해도 되니까 조금만 쉬어도 괜찮고... 많이 힘들면 내가 연락할테니까 가지 않는 것도 괜찮아. ...탓할거면 탓하라지. 그럼 나도 탓하고 따질거니까. ...그런데 그런 애들 아닌 건 알잖아. 너도. 그러니까 뭐, 그런거야. 지금 당장 출발하지 않아도 되니까 잠깐만 이렇게 있자. 그리고 조금 진정되면 그때 생각해보자. 그 정도 시간은 내가 변호 못할 것도 없으니 말이야. 아니면... 먼저 가라고 하고 너 데리고 가면 되는거고. 주소만 알면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길 다 가르쳐주잖아."
아람은 혜성이 잠시 말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자신이라도 그랬을 거였다. 얕게 내쉬는 한숨에 아람은 조금 불안한 얼굴로 혜성을 올려다봤다가 이내 이어지는 평상시와 같은 말들에 조금 안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냥한 말에 아람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힘들다? 힘든 건가? 아냐, 힘들지 않다. 지금은 행복에 가까운 순간들이었다. 그러다 오늘 갑자기 저 사람이 나타나니 그저 기분이 가라앉은 것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어지는 혜성의 말은 다정했고 자신을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하는 그 모습에 아람은 이번에는 꾸며낸 웃음이 아닌 진짜로 작게 웃을 수 있었다.
“그럼…. 나 손 좀 잡아 줄래? 잠시면 되니까.”
아람은 혜성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이전에 창고에 갇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람이 혜성에게 바라는 것은 크지 않았다. 아니, 큰 것을 바랄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많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들은 주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엔 그것보다 더 아끼는 걸 버려야만 했거나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것 봐 오늘도….
그랬기에 정말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는 건 늘 무섭고, 정말 원하는 건 늘 꽁꽁 감췄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네가 손을 잡아주는 건, 내가 바라는 것들 중 가장 작은 것이고 또 바라도 괜찮은 것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손을 잡아주었다면 나는 작게 웃으며 그 손을 꼭 맞잡을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눈을 내려깔고 숨을 고르다가, 조금은 뜬금 없이 아무런 반주도 없이 너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고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노래했을지도 몰랐다.
** 나 말이야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겨우 지켜내 왔던 많은 시간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막아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나는 괜찮아 지나갈거라 여기며 덮어둔 지난 날들 쌓여가다보니 익숙해져 버린 쉽게 돌이킬 수 없는 날
그 시작을 잊은 채로 자꾸 멀어지다보니 말 할 수 없게 됐나봐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지나가
짧은, 노래라고 하기에는 허밍에 가까운, 하지만 가사가 입혀진 그 순간이 지나고, 언제부터였는지 아래를 보던 눈동자는 혜성의 눈을 마주보고 있었을 것이었다. 어느새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힌 아람은 비가 갠 하늘처럼 배시시 웃었다.
“고마워.”
아람은 이제 괜찮다는 듯 잡았던 손을 놓았다. 음, 소리를 내면서 눈동자를 옆으로 데구르르 굴렸다가 이내 민망함에 작게 웃었을 것이었다.
“갈까? 나 아마 길에 가방 떨어뜨린 것 같은데, 그것도 찾아야 해.”
라고 여상한 말투로 말을 돌리면서.
* 가을방학, 가을방학 ** 정승환, 보통의 하루
/ 아람이가 힘들 때 이겨내는 법, 자기에게 위로의 노래 불러주기. 일 힘내고 돌아왔어~ 혜성주도 오늘 일 힘내!
손을 잡아달라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가만히 바라보다 자신에게 뻗은 그 손을 잡았다. 문뜩 이전에 꾼 꿈이 살짝 떠오르긴 했으나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며 혜성은 그저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손만 꼬옥 잡아주며 그 자리를 지켰다. 애초에 그건 꿈일 뿐이라고 그저 조용히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곧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그는 절로 귀을 기울였다.
이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 아니면 그저 조용히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별 생각없이 부르는 것일까?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하고 괜찮다고 말을 하는 그 가사 내용을 곱씹으며 혜성은 그저 조용히 침묵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지금 이 순간, 괜히 아는 척 입을 열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저 지금은 이렇게, 그녀가 원하는대로 손을 잡아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뭔가 깊게 들어가는 순간, 거절당할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으나 그것을 넘어서서 그녀의 가슴 속 뭔가를 심하게 건드려버릴 것만 같았기에. 어떻게 보면 상당히 겁쟁이스러운 발상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그 자세를 고수했다.
"...딱히. 손 잡는 거...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말이지. 굳이 말하면 더 한 것도 있었으니까. ...그, 그러니까 뭐... 이 정도야."
고맙다는 그 말에 괜히 툴툴거리며 그 역시 손을 떼어냈다. 방금 전과는 다르게 배시시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고 생각하며 그는 말 없이 그 표정을 바라보다 슬쩍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살며시 뒤돌아 선 후에 괜히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쯤에서 떨어뜨린 것 같은데? 오래되지 않았다면 아마 그 자리에 그대로 떨어져있을테고 꽤 시간이 오래 지났으면 파출소 같은 곳에 가는게 나을 것 같은데."
일단 떨어뜨렸을지도 모르는 후보지역부터 가는 것이 맞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가 잠시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던 그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시골 가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푹 쉬어. 뭐, 그럴려고 가는 곳이니 말이야. 네 친구가 잘 놀아줄 것 같기도 하고... ...뭐, 내키면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는 거 따라오던지. 별로 볼 것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저 노래는 혜성이에게도 나름대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걸! 아람이의 현 심정이 어떤지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괜히 안타까워. 8ㅁ8 아버님. 당신은 정말...(이 갈기) 아무튼 나도 이제 일을 마치고 돌아왔어! 이제 푹 쉬어야겠어!!
아람은 혜성의 위로에 방금보다는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느꼈다. 손이 떨어지고 아람은 혜성이 하는 말에 쿡쿡 웃으며 기지개를 피는 뒷모습을 보다가 손을 뒤로 보내 뒷짐지듯 숨겼다. 혜성과 잡지 않은 손의 손목에 빨간 손자국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자신을 골목으로 끌고 올 때 자신도 힘껏 손을 빼려고 했기도 했고, 그럼에도 빠지지 않게끔 남자가 제 손목을 억세게 잡았던 이유도 있었으리라.
“음, 일단 골목 밖으로 가서 집 가는 쪽까지 걸어가보면 알 것 같은데. 그런데도 없으면 그 때 파출소로 가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아람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로해주려 하는 그 말에 웃었다. 사실 혜성이 이 자리에 왔을 때,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그럼에도 혜성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혜성의 이런 면모 때문이 아닐까. 혜성이 자신의 상황을 캐묻고 다그쳤다면 아마 아람은 자신의 밑바닥을 보인 것 같은 수치스러움에 울어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람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일단 가방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찾다가 휴대폰이 가방에 있었지, 하면서 혜성에게 말했다.
“휴대폰 좀 빌려줄래? 지나한테 먼저 가있으라고 전화 해야겠다.”
아람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혜성에게 부탁했다. 혜성이 휴대폰을 건네준다면 지나의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고 전화통화를 할 것이었다. 휴대폰을 건네 받을 때에는 멀쩡한 오른손으로 받겠지만, 전화번호를 누를 때에는 깜빡하고 두손으로 잡고 눌러 발간 손자국이 보였을 수도 있을 터였다.
/혜성이 휴대폰 배경화면 뭐일지 궁금해! 아람이 배경화면은 흰 바탕에 중앙에 자그마하게 고양이 캐릭터가 하이! 하면서 손을 들고있는 심플한 느낌의 배경화면이고 바탕에는 기본 앱들만 아주 조금 있고 나머지는 다 메뉴앱에 폴더별로 수납해서 넣어둘 것 같다!
아람이는 웬만한 친구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혜성이 전화번호도 기억하고 있을 듯.
"집 가는 쪽? 알았어. 확실히 찾아보고 없을 때 파출소로 가도 늦지 않을테니까. ...뭐, 요즘은 인터넷으로 폰을 찾는 것도 있다는 모양이고 말이지."
자신은 써본 적이 없었으나 인터넷에서 우연히 그런 글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어디서 확인이 가능했는지를 가만히 떠올렸다. 허나 당장 떠오르는 사이트나 서비스는 없었기에 정 못 찾으면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람의 옆을 따라 걸었다. 이전에도 온 거리이긴 했으나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듯,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앞으로 걸었다.
"각자 개인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은 아예 없는거야? ...아니. 뭐. 방해만 안한다면야 따라오던지 말던지 별 상관은 없긴 하니까. ...정 심심하면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어. 방금 전에도 내키면 따라와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방해만 안한다면야."
괜히 그렇게 약한 툴툴거림을 보이면서 혜성은 앞으로 걸어가며 땅바닥 위주로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그러다 그녀에게서 핸드폰을 빌려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혜성은 알았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어디서 찍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색색의 꽃들이 모여 만들어진 꽃밭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띄워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페이지를 돌리면 계곡 사진, 또 돌리면 진한 붉은빛을 보이는 단풍 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돌려보면 새하얀 설산이 담긴 사진까지. 사계절을 담은 사진이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설정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내 그의 눈에 그녀의 손목에 남아있는 붉은 손자국이 들어왔다.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그는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허나 기억은 해두겠다는 듯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위아래로 두 번 끄덕였다. 고등학생인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설사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상대가 눈 하나 깜짝할지도 의문이었으나 그래도 역시 그냥 완전 모르는 척 잊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일단 머릿속으로 기억만 하기로 그는 마음 먹었다.
잠시 왼손으로 뺨을 긁적이던 그는 그녀의 통화가 끝났을 무렵에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뭐, 어차피 우리 쪽이 늦게 출발하는 거라면 핸드폰 찾고 잠깐 마트 같은 곳에 들리자. ...여름용 팔토시나 하나 살까 해서. 그..있잖아. 통풍 잘 되고 자외선 차단하는 그거. 생각해보니 사진을 찍으려면 밖에 오래 있어야하니까 그런 거라도 있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김에 네 것도 하나 사던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다시 왼쪽 뺨을 손으로 긁적였다. 물론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녀의 자유였다.
/그래도 이번 묘사에선 배경화면도 담아봤지! 혜성이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직접 찍은 사계를 담은 사진들이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배경화면이 달라지는 방식이야! 흰 바탕 중앙에 고양이 캐릭터가 손을 들고 있다니. 완전 귀여운 배경화면이라서 내 핸드폰에 담아보고 싶다. 완전 귀여워! 고양이 캐릭터! 그리고 아람이는 뭔가 깔끔하게 앱을 정리하는 스타일이구나. 혜성이는 딱히 정리는 하지 않고 그냥 기본 화면에는 자주 쓰는 앱들을 올려두고 전체 앱이 다 뜨는 화면으로 들어가면 거기는 정리를 안하고 그냥 냅두는 스타일이야. 아람이의 정성. 대단하다... 하지만 혜성이는 못 외우고 있으니...반성해라. (눈물)
아람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람은 휴대폰을 빌려주는 혜성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휴대폰을 받아서 보았다. 배경화면은 직접 찍은 듯한 사계절의 사진들이라 속으로 조금 감탄했다. 실례일수도 있으니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외우고 있는 지나의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주 내용은 늦어서 미안하다는 내용과, 사건에 휘말려서 정신이 없었다는 약간의 거짓말과, 지금 만나서 가는 것보다 각자 출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해결책이 주 내용이었다. 지나는 의심스러워하였으나 지금은 더 캐묻지 않겠다는 태도에 아람은 고마워하였다.
“아, 그럴까? 아무래도 여름이라 햇빛이 뜨겁겠다.”
아람은 혜성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그러면서 아람은 혜성의 그 말이 제 손목의 자국 때문이려나, 생각했다. 만약 필요했으면 미리 준비할 것 같은 인상이었기에 그랬을까. 이미 들켰다는 생각에 미약하게나마 숨기려는 시도를 그만둬버렸다. 아무래도 민망한 느낌은 계속 있었지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람은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짐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서에는 안 가도 되어서 다행이다.” 웃으면서 휴대폰을 확인하니 다들 걱정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주변에 마트가 있었기에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버스 경로를 찾으며 마트 내에서 아람은 흰색에 손등까지 가리고 엄지손가락이 빠져나오는 구멍이 있는 걸로 골랐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과자랑 주스 같은 군것질거리도 잔뜩 샀고. 아마도 계산이 끝나면 팔토시를 착용한 채 짠, 하고 보여주었을지도 모른다.
/혜성이 선물 생각해봤는데! 역시 카메라 스트랩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 목에 걸 수 있는 걸로 혜성이의 붉은색 모자와 같은 색깔의 붉은색 까만색 붉은색 세로줄무늬가 길게 되어있는걸로. 그걸 돌돌말아서 작은 상자에 넣어서 작은 카드와 함께 책상 서랍 안쪽에 넣어두었을 것 같아! 생일 축하 썰 너무 늦게 줘서 면목이 없다… 큽… 혜성이가 잘 사용해주었으면 좋겠네!
그나저나 나중에 배경화면 아람이 사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거냐구~~~!! 넘 설래자너~~! 오늘도 힘차고 새로운 아침!
핸드폰을 무사히 찾은 것에 혜성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짐가방이 떨어진지 어느 정도 되었다면 누군가가 짐을 뒤져서 가져갈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더더욱. 보아하니 없어진 물건도 없어보였기에 그는 짧게 다행이라는 말을 전하며 그녀를 따라 마트 쪽으로 향했다. 사실상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며 그녀의 자국 정도는 감추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쓸데없는 참견이었나 싶기도 하고 들킨 것은 아닌가 싶어 괜히 그녀의 눈치를 살짝 살피던 혜성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어차피 여름 팔토시는 필요하긴 했었기에.
여러 모델을 바라보던 혜성은 자신이 쓰고 있는 붉은색 빵모자와 비슷한 색의 붉은색 여름 팔토시를 구입했다. 그 외에 뭔가를 더 살까 했지만 굳이 더 사진 않으며 계산을 하고 팔에 낀 혜성은 그녀가 계산을 끝내는 것을 기다렸다. 이내 그녀의 계산이 끝나고 착용하고 있는 흰색 팔토시를 보여주자 혜성은 그 디자인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뭐, 잘 어울리네. 참고로 나는 이거."
짧고 담백하게 평을 이야기하며 혜성은 자신이 끼고 있는 붉은색 팔토시를 보여줬다. 그렇게 잠시 보란듯이 팔을 올리던 혜성은 이내 팔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뒤돌아서 마트 밖으로 걸어가려고 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일단 늦게 출발하니 지금이라도 버스가 몇 시에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보다 너, 그 시골 위치 알고 있어? 모르면 연락을 해서 위치는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거리가 있으면 조금 길게 타야 할지도 모르고...."
생각해보니 이거 둘만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니 혜성은 아주 살짝 얼굴을 붉혔다. 물론 단 둘이 버스를 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긴 했으나 그리 먼 곳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는 또 처음이 아니던가. 자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려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괜히 뺨을 오른손으로 긁던 그는 손을 아래로 내리며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 깊게 결심하며 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그때의 꿈이 문뜩 떠오른 탓이었다. 대체 자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내심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인지. 괜히 속으로 투덜거리며 혜성은 그 상태에서 손만 뒤로 살짝 내밀었다.
"무거우면 짐 이쪽으로 줘. 들어줄테니까. ...그... 짐도 안 들어주는 박정한 이 취급되고 싶진 않기도 하고."
/카메라 스트랩이라니. 완전 혜성이 맞춤형 선물이잖아! 책상 서랍 안쪽에 뭔가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게 뭔가 싶어서 확인했다가 카드를 확인하고 그 내용품도 확인한 혜성이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모습이 벌써부터 보이는걸? 물론 바로 찾아가서 괜히 말하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매점에서 산 후에 전해주면서 짧게 고맙다는 말은 전할 것 같아. 그리고 그 이후로 사진 찍을 때마다 항상 달아두고 있는 스트랩! 물론 이번 여행에서도 가지고 왔지!
아무튼 아람이와 특별한 관계가 된다면 자연히 바뀌지 않을까 싶어. 원래 여자친구 생기면 여자친구 사진으로 바탕화면이 바뀌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아닐지도 모르지만 혜성이는 그럴거야! 물론 그때부터는 이제 핸드폰 잘 안 빌려주고 화면 안 보여주려고 하겠지만 말이야! 혹시나 아람이가 그래도 보여달라고 하면 뭘 그리 보려고 하냐고 투덜거리다가 살짝 전해주고 나서 그 이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아아. 안 들린다. 안 들려. 모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
붉은색 모자 때문일까? 하긴 자신도 그 모자와 어울리는 색으로 생일선물을 주었으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했다. 그러고보면 그 모자는 다른 누군가가 선물을 해준 것일까? 보통 아끼는 물건들이나 추억이 있는 물건들은 선물받은 것이 많으니까. 집에 물건을 잘 들이지 않는 자신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한 다른 사람이 준 선물은 버리지 못하는 것이 조금 있었다.
“응, 휴대폰 찾았을 때 휴대폰도 찾았고 장소도 알려달라고 카톡 보냈었지~ 음, 우리 위치에서 가깝게 가려면…. 기차타는 게 빠르네. 지하철역에서 환승해서… 환승 시간까지 고려하면 1시간 40분 정도?”
원래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서는 시외버스가 더 빨라서 그렇게 가려고 했는데 위치가 달라지니 또 빠른 교통수단이 달라졌다. 기차역이 이곳에서 가까워서 그런걸까. 아람이 휴대폰을 보다가 이어 말했다.
“기차에서 있는 시간보다 마을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긴 것 보면 꽤나 시골에 있나봐.”
휴대폰에 집중했기 때문일까, 아람은 눈 앞에 내밀어진 손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잡았다. 그러다 뭔가 이상함에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아, 짐. 응, 어, 고마워.”
아람은 마트에서 산 과자나 음료가 잔뜩 담긴 짐을 혜성에게 쥐어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놀라서 얼굴이 조금 발갛게 달아올랐다. 여자 친구들하고는 스킨쉽이 잦은 아람이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잡았을 수도 있고, 혹은 생각보다 꽤나 혜성하고 자주 손을 잡았던 탓도 있지 않았을까. 꿈에서 손을 잡았던 것을 빼더라도 말이다.
아람은 혜성의 손을 잡았던 손을 민망함에 꼼지락거리다가 뺨을 긁적였다. 혜성이 불쾌해 보였다면 작게 “미안, 나도 모르게….”라고 덧붙였을지도 몰랐다.
‘방금 뭐야, 손하면 얹는 강아지도 아니구.’
속으로는 굉장히 민망한 실수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선물 잘 써주는구나!! 혜성이 귀여워~ 간식거리 사오면 그럴 필요 없는데~ 하고 잘 먹을 것 같아. 스트랩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아람이도 혜성이가 자주 써주면 좋아할거라구!
와아…! 혜성이가 배경화면 바꾼 거 처음 봤을 때 아람이 놀라면서도 웃음 나면서도 혜성이 귀여워서 마구 놀릴 것 같은데. 와 배경화면에 이거 누구야? 엄청 예쁘다. 혜성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하면서 자기인 것 알면서 놀리기. 아니면 배경화면으로 나 해놨어? 왜? 휴대폰 볼 때마다 나 보려구? 하면서 배시시 웃으면서 내심 좋아할 것 같은데! 특별한 관계라면 그런 모습 되게 사랑스럽잖아~
뭔가 청춘물 진행하니까 둘이 너무 풋풋하니 귀여워…. 나중에 어느정도 학생물 끝나면 성인인 채로 만나 플러팅하는 두 사람 보고 싶다…. 꽤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
짐을 달라고 했더니 자신의 손을 잡는 그녀의 모습에 혜성은 순간 당황해서 두 눈을 깜빡였다. 손 잡자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일까? 물론 자신의 행동에 그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짐을 달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 조금 늦게 말했나? 당황한 기색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혜성은 자신의 손을 뺀 그녀의 모습을 괜히 눈치 살피듯 바라봤다. 아무래도 아람 역시 상당히 놀란 것이 아닐까 싶어 혜성은 우선 내민 짐을 받아든 후에 꾹 쥐고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아. 으, 응. 이건 내가 들게."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이면 뭔가 어린애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혜성은 괜히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목소리를 가다듬었으나 그럼에도 살짝 긴장한 모습이나 당황한 목소리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그 와중에 그녀가 저런 모습을 보이니 괜히 더 부끄럽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다시 앞을 홱 바라봤다. 딱히 불쾌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조금 놀란 것은 사실이었는지 혜성의 심장은 자신의 제어도 듣지 않고 괜히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이게 다 이전에 꾼 말도 안되는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꿈 속의 아람은 자신에게 뭐라고 했던가. 자신이 아람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쓸데없이 더욱 의식하게 되는 탓에 혜성은 괜히 자신의 뺨을 가볍게 톡톡 치며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1시간 40분이면 그렇게 막 시간이 엄청 걸리진 않겠네. 물론 거리가 가까운 것은 아니겠지만...아무튼 기차역으로 가자. 시간이 언제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있다고 해도 표는 끊어야할테니까. 지금 여기서 미리 끊었다가 시간을 놓치거나 오래 기다리거나 하면 곤란하니 일단 역으로 가서 시간표를 보고 표를 사는게 나을 수도 있어."
시간 계산을 잘못하면 그냥 돈을 버리는 길이 될테고, 그렇다고 너무 넉넉하게 잡았다가 몇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또 사절이었다. 물론 그런 일이 얼마나 되겠냐만. 아무튼 혜성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에 기차역으로 가는 경로를 탐색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 것에 안심하며 그쪽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뭐, 잡고 싶으면 잡던지. 어,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 것 때문에 긴장하거나 그럴 나이는 아니잖아. ...그런걸거야!!"
괜히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히 강한 척을 하며 혜성은 살짝 붉어진 얼굴을 일부러 안 비치려는 듯, 앞만 쭉 바라볼 뿐이었다. 어찌되었건 기차역으로 향했을 것이고 도착하면 기차 시간표부터 확인하려고 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카메라 관련 선물이니까 더 기쁘게 잘 쓸 거야! 혜성이에게 있어서 카메라는 진짜 중요한 물건이니까. 그 관련 선물을 받았으니 안 쓸 수도 없을테고! 물론 굳이 일부러 많이 쓰고 있다는 말을 하거나 티는 내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냥 말 없이 어느 순간 바라보다보면 쓰고 있는 그런 느낌? 아무튼 잘 먹는 아람이의 모습이야말로 너무 귀여울 것 같은걸!
ㅋㅋㅋㅋㅋㅋㅋ 아람이의 짓궂음이 여기서도 나오는구나. 뭐라고 말을 해도 혜성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만 꾹 닫다가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작게 알면서 뭘 그런 것을 묻냐고 괜히 작게 투덜투덜 댈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부끄럽고 놀림당한게 분해서 그냥 사진이 예쁘게 찍힌 것 뿐이라고 변명도 해보고 말이야. 물론 어림도 없겠지만서도!
아무튼 이런 것이 청춘물의 즐거움 아닐까 싶어. 물론 썸이나 그런 것만이 청춘은 아니지만...그래도 확실히 이런 것도 청춘이니까! 둘이 잘 놀면 그걸로 된거지! 성인인채로 만나 플러팅이라. 그것을 달성시키기 위해선 학생 시절에는 절대로 이어주면 안되는 그런 것이 되는가! 물론 IF 같은 느낌으로 즐겨도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야!
아마 기차역은 조금 더 걸으면 나올 것이었다. 엄청 가까운 것은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타기에는 조금 애매한 거리라서 걷는 것이 나아보였다. 하지만 초행길이기도 하고 하니 가서 표를 끊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아람은 그 말에 동의했다.
“…잡고 싶어서 잡은 거 아니거든? 그냥, 음, 여자애들끼리는 원래 손도 잡고 다니고 팔짱도 끼고 다녀서 그래.”
아람은 괜히 툴툴거리며 혜성의 제안을 거절했다. 굳이 손을 잡아야 할 핑계거리도 없었고, 그런 말에 손을 냉큼 잡는 것도 이상했다. 혜성이 선심쓰듯이 이야기하는 것도 싫었고. 그냥 다 싫었다. 아, 몰라.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사실 민망해서 괜히 변명하는 것이었지만.
길을 걷다보니 금방 기차역에 도착했다. 다행히 기차표는 딱 적당할 정도의 시간이었다. 표를 끊고 바로 탈 수 있을 정도였다.
“시간 딱 맞춰서 왔네! 다행이다.”
아람과 혜성은 순조롭게 기차표를 사서 기차를 기다릴 것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기차에 올라탈 것이었다. 서로 옆자리로 끊었는데 아람이 머리 위 공간에 짐을 넣으려고 하면서 혜성에게 물었다.
“나 오랜만에 기차 타는 건데, 창가에 앉아도 돼?”
혜성도 창가자리를 좋아한다고 한다면 가위바위보를 제안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간을 맞춰서 중간 정도 되었을 때 자리를 바꾼다거나. 아니, 이정도면 창가자리에 진심인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었다.
/아악 투덜거리고 변명하는 혜성이 너무 귀엽잖아…! 아마 아람이도 같은 생각일 거야.(어림없다는 뜻) 성인이 되었을 때라는 뜻은 if 외전 같은 느낌으로~ 추억 루트 탔다가 어색하게 만나는 것도 재미있겠다…. 이러다 이것저것 다 섞여버리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두 캐릭터 썰 너무 맛있어…. 88 진짜 뭔들…
저 말대로 해석을 하자면 결국 자신이 잡고 싶어서 잡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야 정말로 여자애들끼리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신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그 차이를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괜히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이성들의 무언가인 것일까? 일단은 그렇게 납득하기로 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혜성은 짐이 떨어지지 않게 괜히 손을 꽉 쥐었고 앞으로 걸었다.
기차역에 도착한 것은 다행히 딱 맞는 시간이었다. 괜히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는 그녀와 함께 기차표를 끊었고 도착한 기차에 탑승했다. 사람이 적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니었다. 적당한 수라고 생각하며 번호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자리에 도착한 그는 이내 들려오는 그녀의 제안에 아무런 말 없이 두 눈을 깜빡였다. 창가자리라. 딱히 자신은 별 상관이 없었기에 그는 곧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어. 창가에 앉고 싶으면 앉아. 어차피 크게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창가 풍경을 보는 것은 복도 쪽이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바로 옆 정도는 아니어도 창가 풍경을 구경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까. 일단 쥐고 있던 과자나 음료수 등이 담겨있는 짐을 적당히 두 자리 사이에 내려놓으며 혜성은 안쪽 자리인 그녀가 먼저 자리에 앉게 하고 이후에야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이어 핸드폰을 꺼내 잠시 들어온 메시지가 없는지 확인한 혜성은 다시 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딱히 들어온 메시지는 없었기에 당분간은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이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일단 그 시골집에 도착하면 방에 짐을 풀고 조금 누워있어야겠어. 나도 꽤 오랜만에 타거든. 기차.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다들 안 자려나? 보통 이렇게 어디 가고 그러면 다들 안 자려고 하잖아.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들어있고... 뭐,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기저기 소재를 찾을 생각이라서 빨리 잘 거지만."
이른 아침에만 찍을 수 있는 사진 소재들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말을 마친 후, 나름대로 머릿속 플랜을 계획했다. 어느 정도 계획을 끝낸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넌 시골에 가면 뭘 가장 하고 싶어? 뭔가 기대감이 상당히 많던 것 같던데."
/IF 외전이라! 그런 것도 재밌는 법이지! 추억 루트를 탄 후에 어색한 만남이라. ㅋㅋㅋㅋㅋ 오히려 둘 다 아닌 척 하면서도 상당히 반가워하는 거 아니야? 이것저것 섞이면 어때. 재밌으면 되는거지! 아람주 말대로 진짜 뭔들 아니겠어? 진짜 아람이와 혜성이는 뭔가 대조적인 느낌이 은근히 있기에 이런 썰도 재밌게 풀리는게 아닐까 싶어. 대조적이지만 케미도 상당히 잘 맞으니 말이야. 덧붙여서 저기서 거절당한 혜성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건가? 싶어서 아주 살짝 속으로만 시무룩한 느낌이었지만.. 아마 티는 나지 않았을거야. 내심 아쉬움+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궁금증!
아무튼 상황 전개 속도는 괜찮다고 생각해. 무작정 길을 걸어가면서 무한 잡담만 할 수도 없는 거니 말이야! 일단 이 답레를 남기고 난 자러 가야겠어!! 아람주도 좋은 밤 되길 바랄게!
아마 둘다 아닌 척 하면서 반가워하지 않을까? 아람이는 반가워할 것 같아. 굳이 나쁜 감정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 때만큼의 감정은 아니겠지만 그 감정이 다시금 살아날수도 있는 거고~ 아람이랑 혜성이 대조적이면서도 케미 잘 맞는거 신기하고 너무 둘다 잘어울리고 예뻐 흑흑 속으로 시무룩한 혜성이 ㅋㅋㅋㅋㅋ 하지만 아람이도 그렇게 혜성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남사친인 혜성이와 손을 잡는다는게 용납이 안된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 이유 없이 손을 잡을 수 있는 건 남자친구 뿐이야 하는 그런 마음...? 여러번 손을 잡기는 했지만 그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니까?
혜성주 오늘 밤도 잘 자고 내일쯤 시간 괜찮을 때 답레 올려놓을게~ 나도 슬슬 자야지.....
혜성이도 아마 아닌 척 하면서도 반가운 기색은 분명히 보일 것 같아. 물론 츤데레인만큼 아무래도 대놓고 막 좋아하진 못하고 툴툴거리면서 괜히 은근슬쩍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혹은 뭐하고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한 정보는 알아내려고 할 것 같지만 말이야! 물론 이 또한 나쁜 감정이 없을 때의 케이스겠지만 딱히 두 캐릭터 사이에 정말로 아주 크고 심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한 나쁜 감정이 그 정도로 크게 생길 것 같진 않단 말이지. 물론 이것도 일반적인 경우고 크고 심각한 일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말이야! 아무튼..ㅋㅋㅋㅋㅋ 아람이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까 짐작하긴 했지만 혜성이 입장에선 요전번에도 손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이러니 아무래도 자신이 뭘 잘못해서 화났나? 삐졌나? 아까 전에도 슬쩍 잡았잖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아. 이 녀석이 둔감한 것이 죄지!
아람이 조금 셀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대한 답은 듣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로 걸음을 걸었다.
기차를 타고 짐을 싣고, 혜성이 창가 자리를 양보하자 냉큼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여행이라는 것은 꽤 설렌다. 특히 친구들과 가면 더더욱 그렇다. 혜성이 옆자리에 앉으며 하는 말에 아람이 대답했다.
“나도 오랜만에 타는 거야. 글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일찍 자기에는 너무 아쉽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일찍 자는 편이라서 밤 새는 건 항상 어렵더라고.”
아람이 끙, 소리를 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또 꾸벅꾸벅 졸다가 그것을 보다 못한 친구들에 의해 강제로 취침당할지도 모른다. 으, 하지만 나도 놀고싶단 말이야!
혜성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고 하니 그것도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해 “나도 일찍 일어나게 되면 따라 구경가야겠다.”하면서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나는…. 거기 계곡이 있다고 하니까 계곡 근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물소리 들으면서 쉬는 거? 전에 들었는데, 너무 좋다고 들었었거든.”
아람은 조금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하더니 작게 미소지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서로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모르는 것도 많을테고 어쩔 수 없이 근황토크하게 되는 거지. 크고 심각한일…. 뭘까. 그나저나 사실 커다란 갈등 상황이 이어져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만난다 이것도 맛있지…! 혜성주가 원하면 그런 방향으로 플롯을 짤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 갈등이야 만들면 되는 것이고~ 하지만 학생 때 풋풋하게 사귀는 노멀엔딩도 맛있고. 아니면 둘다 하면 되지, 라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가 본 서사와 이프서사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뭐라 설명하지 못하고 맛있어요, 라는 말 밖에 안남을 것같아.
와아! 900레스 돌파! 항상 같이 놀아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혜성주! 이제 정말로 2판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 일상 안 잇고 썰풀이 주구장창하면 오늘이라도 2판 갈 수 있는 숫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쨌든 정말 고맙고 계속해서 이어가자~~!
"그럼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 ...괜히 무리하게 안 자고 버티다가 다음 날 골골거리지 말고. 그리고 말해두는데 안 깨울거야. ...같이 가고 싶다면 알아서 잘 일어나. 뭔가 깨우기도 애매하고 그렇잖아."
애초에 사진을 찍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개인 사적 용건이었으니 그것을 굳이 깨우는 것도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깨우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며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럼에도 그녀는 알아서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애초에 아침 일찍 나간다고 해도 지리를 잘 모르니 금방 돌아올지도 모르고 생각보다 찍을 것이 별로 없어서 그냥 산책만 하다가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든 것은 그 시골이 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생긴 일이었다.
계곡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에 혜성은 살며시 눈을 감고 계곡을 떠올렸다. 확실히 지금 시즌에는 계곡이 제철이었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었고 워터파크만큼은 아니지만 계곡 물도 보통 시원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돌 위에 앉아 발을 담그는 상상을 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두 다리를 살짝 들어올려 앞뒤로 가볍게 흔들었다.
"경치가 좋다면 사진 찍기도 좋을 것 같네. 그런 곳이 있다면 어쩌면 단체로 놀러가지고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되면 거기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지만."
혹시나 물에 젖으면 큰일이었기에 단체로 놀러가게 되면 카메라는 놔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나름대로 계획을 짰다. 그렇게 계획을 짜는 동안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물론 나는 적당히 중간에 빠져줄 생각이야. ...그 둘 사귀는 사이인데 괜히 중간에 끼이기도 애매하니 말이야. 아니. 애초에 끼일 틈조차 없이 둘만의 세계에 빠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괜히 중간에 끼여서 방해꾼 취급받고 싶진 않거든. 귀찮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거야."
그래도 아예 따로 노는 것은 아니라는 듯이, 그냥 적당히 중간에 한두번씩만 빠질 것임을 밝히면서 혜성은 크게 하품을 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좀 더 깨어있을거야? 넌? 그러면 도착할 때 깨워줄래? 잠깐 눈 좀 붙일까 해서."
/음. 어느 한쪽의 행동 때문에 다른 한쪽이 진짜 심각하게 피해를 입거나 상처를 받았거나 하는 등의 행동? (갸웃) 사실 이건 혜성이의 츤데레성 성질 때문에 뭔가가 터지는 것 밖엔 생각이 안 나지만.. 이를테면 아람이가 정말로 힘들 때 분위기 파악 못하고 괜히 툴툴거리면서 말 돌린다던가. 와. 생각만 해도 진짜 나쁜거다. 이건. (흐릿) ㅋㅋㅋㅋㅋ 뭐, 나는 굳이 억지로 싸우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놀다보면 이런일 저런일 생기는 거니까! 음. 뭐 어때! 어차피 AU도 많이 쌓여있는 것으로 기억하는걸! 아무튼 나야말로 항상 놀아줘서 고마워! 정말로 멋진 파트너야! 아람주는! 썰풀이만 주구장창..ㅋㅋㅋㅋ 그러면 확실히 2판에 가지 않을까? 아니면 2판에 가까운 숫자에 갈지도 모르고 말이야!! 물론 썰풀이를 하고 싶다면 일상은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흠, 왠지 둘이 싸우는 것은 막 상상이 잘 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지. ㅋㅋㅋㅋ 굳이 싸우게 할 필요는 없고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굳이 하하호호 할 필요는 없다는 느낌이야~ 싸우면 화해하면 되는 거고 그것도 아니면 다른 엔딩으로 이어가는거고~ 쌓여있는 AU ㅋㅋㅋㅋㅋㅋㅋ 엄청나다. 정말 별 일이 없는다면 정말 오래오래 계속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을 잠시 쉬어가자는 뜻은 아니었어 ㅋㅋㅋㅋㅋ 2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지~ 오늘은 이만 자러 갈 것이므로 답레는 내일 올리도록 할게~ 혜성주도 좋은 밤 되고 내일 보자!
그 부분은 이제 흐름에 맡기는 것이 역시 제일이니까! 사실 두 사람의 의견차이가 아주 살짝씩 나는 것도 있기도 하잖아? 이를테면 손을 잡는 부분이라던가. 아람이도 뭔가 혜성이가 하는 대화 페턴에 아주 가끔은 뭔가 좀 불만족스러운 것도 있는 것 같고 말이야. 이건 각각 타인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아무튼...ㅋㅋㅋㅋㅋㅋ AU. 진짜 많잖아? 뱀파이어에 아이돌에 맨 처음에 말이 나왔던 센티넬버스였던가? 그것도 말이야!
아람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아람은 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찍기에도 좋고 휴식하기에도 좋고 물놀이 하기에도 제격일 터였다. 그리고 혜성이 중간에 종종 빠질 것이라는 말에 아람도 동의했다. 굳이 넷이 꼭 붙어 다닐 필요도 없었고 두 사람이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람의 생각이었다.
“나는 안 졸려서. 좀 자도 돼. 나중에 깨워줄게.”
아람이 편하게 있으라는 듯 웃고는 창 밖의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쌩쌩 지나가는 풍경은 꽤나 좋아하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혜성이 자신을 신경쓰지 않고 편히 잠들기를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혜성이 잠에 들었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잠든 혜성을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빤히 바라보다가 깨면 별일 아니라는 듯 “머리카락에 먼지가 앉아서. 깰까봐 보고만 있었어."라고 성의 없는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혜성은 도착할 때 까지 한 번도 깨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릴 역에 가까워진다면 “최썽~ 일어나~” 하면서 나직하게 불렀을 것이었다.
/원래 사람은 싸우기도 하는 거지~ 일단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부딪혀보는거야 뭐든~ 좋은 주말이야. 느긋하게 주말 보내는 중. 혜성주는 좋은 주말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녀의 말을 듣고서 혜성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딱히 꼭 자야한다거나 졸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긴 하지만 묘하게 기차를 타면 이렇게 눈이 감기는 것은 절대 특이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렴 어떨까. 일단 지금은 눈을 붙이기로 하며 혜성은 잠에 빠지려는 듯, 몸에 힘을 빼고 좌석 등받이에 살며시 등을 댔다. 어쩌면 아람은 혜성이 눈을 뜨지 않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나 혜성은 조금도 눈을 뜨지 않고 이내 잠에 빠진 듯, 약한 숨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며 곤하게 잠들었다.
꿈 속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고밖엔 할 말이 없는 붉은 노을색으로 물들어있는 풍경이었다. 커다란 해는 산으로 천천히 저물어가고 있었고 주변은 그 영향으로 붉은빛으로 물들었으나 이내 저편에서 들어오는 어둠이 녹아내려 검게 바뀌고 있었다. 자신은 그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었다. 누구일까? 어둠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무슨 이야기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허나 이상하게도 자신은 그 누군가와 정말로 재밌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광경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참으로 특이하면서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어느덧 노을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깔렸으나, 빠르게 하늘 위에 달이 떠오르고 자신 옆에 있는 이의 얼굴을 그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람의 얼굴이었다. 허나 마냥 기쁘고 천진난만한 얼굴만은 아니었다. 조금은 어두운 모습. 우울한 표정. 그리고 마치 이번이 마지막 만남인 듯한 이상한 예감.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끌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혜성은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좀처럼 놓지 않으려는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혜성은 조금도 힘을 풀지 않았으나 아람이 아프지 않을까 우려스러워 좀처럼 강하게 잡아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잡고 있지? 네가 뭔데?
그런 물음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혜성은 그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 목소리는 집요하게 혜성을 압박하듯 귓가에서 춤췄고 점점 더 짜증이 나는지 혜성은 닫았던 입을 열었다.
"이유야 있지. 이유야. 난...."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내 눈앞의 광경이 꺼지고 천천히 바뀌어가고 있었다.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다 풀린 표정으로 헤성은 눈을 비비면서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다가 다시 올렸다.
"...어디..여기?"
잠에서 다 깨지 못한 목소리를 내며 혜성은 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꾸벅거리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잠에서 깨려는 듯, 두 뺨을 톡톡치긴 했으나 제대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물그러미 혜성은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괜찮아?"
꿈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몽롱함 속에서 혜성은 그저 그렇게 물으며 멍하니 아람을 바라볼 나름이었다. 잠에서 덜 깨어난 눈빛을 비추며.
/마찬가지로 좋은 주말이야!! 나는 잠깐 나갔다가 지금 막 들어왔는데 답레가 보여서 이렇게 막 써서 올리는 참이야!! 으아. 푹 쉬어서 좋다!! 물론 내일부터 또 일이지만..어떻게든 되겠지!! 아람주도 좋은 주말 되길 바라!
자는 혜성의 얼굴은 어떤 날카로움도 없이 무해해보였다.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은 조금 흐트러졌고 깊은 잠에 빠져 건드려도 모를 것 같았다. 그렇다고 굳이 건들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니 지난 꿈에서 물에 빠져 정신을 잃었던 혜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얼굴이었던가.
깨울 때가 되었을 때 쯤에는 왜인지 악몽을 꾸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것 같았다. 조금 끙,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자신이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 듯, 하지만 조금 몽롱하게 덜 깬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기차 안이야.”
아람이 조금 쿡쿡 웃으며 비몽사몽한 얼굴의 혜성을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을 보며 괜찮냐고 묻는 말에 아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꿈에 자신이라도 나왔던 걸까? 왜 괜찮냐고 묻는 걸까.
“...네가 보기엔 어때?”
아람은 조금 웃는 얼굴로, 잠에 덜 깬 혜성과 눈을 맞추며 물었다. 괜찮다는 말도, 괜찮지 않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돌리는 것이 가까웠다.
/밖에 나갔다 오느라 수고했어~ 역시 주말 최고야.... 나도 푹 쉬니까 너무 좋아! 그나저나 혜성이 너무 귀여워~~~
기차 안? 그 말에 그는 두 눈을 깜빡이며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내가 왜 기차에? 그보다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거지? 막 깨어난 그는 언제나처럼 바로 사고 파악을 하지 못했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조금 더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기에 아직은 정신을 차리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두 눈에 비치는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또 다시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꿈 속의 광경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는지 몽롱한 어투를 조금 더 내는 와중 기차가 가볍게 흔들렸고 혜성의 몸 역시 아주 가볍게 앞뒤로 흔들렸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와중 혜성의 눈동자에 조금씩 선명한 빛이 돌아왔다.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이어 혜성은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크게 한 후에 다시 한 번 두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톡톡 쳤다.
"......"
생기가 돌아온 두 눈동자를 깜빡이며 혜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아람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헛기침 소리를 내며 빠르게 고개를 홱 돌렸다. 이어 특유의 툴툴거리는 어투로 이야기했다.
"방금 거 노 코맨트. 노 코맨트야. 아무튼 노 코맨트야."
뭔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혜성은 으으- 소리를 내며 자신의 두 뺨을 다시 손으로 톡톡 쳤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후 혜성은 그 상태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튼 깨웠다는 거니까 도착했다는거지? 내릴 준비하자. 그럼."
/오늘 하루는 정말로 푹 쉬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가끔은 이렇게 쉬는 날도 있어줘야지!! 아무튼 기차에서 내리는 상황이 되면 슬슬 이번 상황은 마무리가 되려나? 어쩌다보니 혜성이의 무방비한 모습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내가 봐도 귀여우니까 오케이야!
아람은 혜성의 말에 눈만 깜빡였다. 걱정해주고 있구나.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차마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그리곤 조금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혜성이 점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바라봤다. 그러다 서로 눈을 빤히 보다가 눈을 돌려버리는 혜성의 모습에,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말에 푸스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니, 왜에~ 왜 노코멘트인데.”
아람이 웃음 어린,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혜성을 계속 쳐다봤다.
“아직 조금 남았어. 내릴 준비할 게 많은 것도 아니잖아. 그나저나, 호 해준다며~”
아람이 혜성과의 사이에 내려와 있는 팔걸이에 오른쪽 팔을 기대며 혜성에게 조금 가까이 거리를 좁혔다. 친근한 사이에 그렇듯이 조금 퍼스널 스페이스를 조금 침범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기차에서 내리면 먼저 도착한 일행이 할아버지의 봉고차를 타고 마중나와있지 않을까 싶어~ 민박도 하는 집이니까 손님들을 위해 픽업 서비스도 할 것 같고~ 그렇다면 기차에서 내려서 한 번 끊고, 시골집에 도착한 이후로 다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자신을 놀리는 어투에 혜성은 두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잠에서 막 깨어난 후 한 말이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그냥 묻어버리고 싶었는지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안 들려. 안 들려. 그렇게 계속 반복하면서 반대편에 있는 창문을 확인하며 아직 좀 더 가야한다는 것을, 방금 그녀의 말까지 포함해서 혜성은 인지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아주 살짝 눈빛을 돌리자 어느 순간 자신과 거리를 좁힌 그녀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괜히 속으로 끙 소리를 내던 혜성은 다시 아람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진짜 한다! 정말로 한다!"
이러면 오히려 역으로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그렇게 반격하듯 이야기하며 혜성은 빤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물론 정말로 할 수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하면서 조금은 반격하고 싶은, 사춘기의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녀가 그러하듯 혜성 역시 아주 살짝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듯,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지만 특별히 뭔가 더 행동을 하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던 혜성은 이내 홱 고개를 다시 돌려버리며 중얼거리듯이 얘기했다.
"...역시 취소. ...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 아니니까 착각은 하지 말고. 그, 그냥... 널 어린애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러는 것 뿐이야!"
/완전 좋은 서비스잖아! 나는 민박집 갔을 때 내가 알아서 찾아갔어야 했었는데! 픽업이라니! 할아버지 분 너무 좋으신 분이다. 그런 곳에서 보내는 저 둘도 너무 부럽고!! 아무튼 그럼 상황은 그렇게 가면 될 것 같아!! 이 여름 상황도 뭔가 정말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는게 다시 한 번 느껴지네! 시골 장면이 끝난다고 해도 불꽃축제라던가 그런 것도 있으니 말이야!
아람은 키득키득 웃다가 도리어 가까이 다가오면서 눈을 마주치는 혜성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웃으면서 해보라는 듯이 기다렸지만 아무런 행동 없이 혜성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고 아람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호, 하는 것 정도는 부끄러울 것도 없잖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혜성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게다가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면 부끄러울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어린애 취급 받는 거 좋아하는데. 챙김 받는 것도 좋아하고.”
아람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달라는 뜻은 아니라는 듯 다시금 몸을 등받이로 기댔다. 방금의 모습이 조금 웃기기는 했는지 아직 키득키득한 웃음이 남아있기는 했다.
어느 새 기차는 천천히 속력을 줄였고, 기차는 이제 목적지에 도착했다. 설레는 여행의 시작점이었다.
/슬금슬금 막레이려나~~~ 여름은 여름이니까! 청춘의 상징이기도 하고! 아닌ㄱ ㅏ 청춘은 봄인건가~ 하지만 여름이 더 어울리는 걸~~
제대로 반격을 가하진 못하고 소극적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에게 있어선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몸을 등받이로 기대며 자세를 원래대로 돌렸다. 물론 그럼에도 얄밉게 웃는 모습이 보였으나 그에 대해서 혜성은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입을 열어봐야 자신이 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녀에게 도저히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처량하게 느껴졌는지 혜성은 괜히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렇다고 상대를 꼭 이기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창밖 풍경을 조금 더 구경하는 와중, 기차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고 있었다. 자신의 짐을 먼저 챙긴 후, 위에 올려둔 그녀의 짐을 아래로 내려준 후에 혜성은 앞장서듯 천천히 걸었다.
"어찌되었건 여기까지 왔으니까 알찬 시간 보내자. ...외박 허락까지 받아서 오기도 했고... 개학하고 나서 겨울이 되면 그때부턴 너나 나나 바빠질테니 말이야."
고 삼. 아직은 멀지만 그래도 아득한 곳은 아닌 곳에 위치한 그 곳을 떠올리며 애써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던 혜성은 기차에서 완전히 내린 후, 플랫폼에 서서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 다시 아람을 바라봤다.
"내키면 같이 놀자.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내키면의 일이지만."
괜히 그렇게 권해보며 혜성은 에스컬레이트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그녀가 따라올 수 있도록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해주면서.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로 갈게! 이후는 집으로 갔다고 하면 될테니까! 아무튼 여름도 청춘의 상징같은 계절이 아닐까? 사실 계절이 뭐가 중요하겠어! 그 계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청춘이면 그게 또 청춘인거지! 사실상 둘이서만 기차 타고 왔으니까 이것도 청춘은 청춘이다!! 라고 주장해보는 누군가의 모습이야.
음. 시골집에 도착한 이후로 다시 상황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그게 어떤 시점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각자 자유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혹은 저녁이나 밤에 서로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일 수도 있고 조금 시간을 돌려서 다음 날 아침이 될 수도 있을테고 혹은 계곡에 가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야! 개인적으로는 저녁이나 밤에 과자 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거나 4명이 모여있으니 진실게임이나 그런 것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긴 한데 아람주는 어떤 시점이 좋을 것 같아?
아하. 나는 시골집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을 바로 서술할 줄 알았지~ 흠, 일단 나는 아침 일찍 나와서 점심쯤에 시골집에 도착했다고 생각했어서 오후 일정이 있다면 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지. 그런데 오후에는 인사드리고 주변 둘러보고 하느라 시간 다 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혜성주 의견에 찬성찬성이요~ 그럼 그 다음날에는 오전에 자유시간 보냈다가 물놀이도 하고 하면 좋을 것 같고! 그럼 저녁 먹고 난 뒤 과자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장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그것도 점프하고 바로 밤중으로 가는 게 좋으려나?(고민)
오후 일정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아마 혜성이는 딱히 하는 거 없이 일단 방에서 누워서 혹은 앉아서 폰을 보거나 하면서 쉴 것 같거든. 일단은 말이야! 피곤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일단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탐사(?)를 하게 될테니 그때를 위한 체력 비축?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물론 그런 조용한 시간 속에서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아! 원래 귀요미 두 명이 앉아서 대화하는게 제일 귀엽댔어! 아무튼 나도 다음 날 오전에 자유시간 보냈다가 물놀이를 하고 밤에 반딧불을 보러 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거든! 그런데 써놓고 보니 뭔가 저녁 시간에 과자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잡담으로는 딱 좋을 것 같기도 하네. 그럼 일단은 두 캐릭터만 앉아서 이런저런 잡담을 떠는 상황으로 가볼까? 특별히 뭘 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뭔가 티키타카는 나올 것 같으니까!
그 전개로 가면 확실히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 같아! 음. 사실 나도 그래! 하지만 고등학생들도 한다면 할테니까! 그리고 그 나잇대 애들도... 하는 것은 별반 차이 없지 않을까? 사랑 이야기라던가 혹은 흑역사 이야기라던가 그런 것들? 혹은 김에 궁금한 거 있으면 캐는 것도 좋을테고 말이야. 문뜩 대학시절에 내 짝사랑에게 고백했던 것에 대한 결말을 물어본 모 친구가 떠올랐어. 친구로 지내자를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만 했던 씁쓸함. (시선회피) 아무튼 그렇다면 선레는 내가 쓰는 것으로 할게! 뭔가 혜성이가 굳이 아람이를 먼저 찾아가진 않을 것 같으니. 아직은 말이야.
좋아~ 그럼 벌칙은 뭘로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네 흠 쨌든 일단 해보면 알겠지~! 선레 부탁할게~ 사실 졸려서 오늘 답레는 못 줄 것 같기도하고.... 흐으으음.... 그나저나 흑역사를 강제로 캐냄 당한 일이 있었구나 혜성주 ㅋㅋㅋ 진실게임에 많이 참여 안해봐서 감이 잘 안잡히는군. 손병호게임도 괜찮을 것 같기도하고 고등학생 때 마피아게임이나 아이엠그라운드나 그런 게임 햇던 기억이 난다 카드게임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