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노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 뭘까 싶어서 검색을 해봤었거든! 그래서 이 곡은 들었었어!! 이 곡도 뭔가 되게 좋더라! 일하면서도 몇 번 들은 적 있기도 하고 말이야! 아무튼 조금 더 이어볼까 했지만... 여기서 끊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으니 저것을 막레로 할게! 카페 3연속 상황이 되어버리면 아무래도 페턴이 동일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물론 혜성이는 아마 아이스크림도 사줬을거야!
나중에 집에 가면 아람이가 데려간 곳을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평이나 그런 것을 찾아봤을 것 같아. 다만 다른 곳은 몰라도 수플레 카페는 아마 다른 이와는 가지 않을 것 같고 다음에 아람이에게 권할 때나 다시 가볼 것 같네!
>>아마 다른 이와는 가지 않을 것 같고<< 이거 뭐냐고~~!!!! 넘 귀여워! 역시 츤데레...! 수플레 쿨타임 돌면 또 가줘야지!@!@!@
아이스크림 맛있겠다.... 이렇게 추운데도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어지는 기분이야 ㅋㅋㅋ 맞아 계속 카페 일상을 돌리니까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노래 좋지~~~ 뭔가 처음에 스레 의논할 때 여러가지를 찾아봤었는데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지 뭐야. 그런데 정말 두 사람이 이렇게 되어가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해! >>0레스의 힘인가?
다른 건 몰라도 아람이가 다음에 자신이랑 가자고 했었으니까! 혜성이는 그렇게 말을 했으니 자신도 응해준 것 뿐이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아이스크림..너무 맛있지. 흑흑. 지금 이 시기에는 추워서 먹기 애매하지만 말이야. 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있더라. 올해 여름에는 또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게 될지 벌써부터 계산중이야! 너무 이르지만! 음. 역시 >>0 레스의 힘은 무시할 수 없지! 물론 완전히 동일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비슷한 느낌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긍정적인 거면 다 좋은 거 아니겠어?
다음 일상은 진짜 본격적인 데이트인 워터파크가 되겠네. 아무래도 이것도 조금 길어질 삘이긴 하지만!
맞아 추운 날에는 먹기 힘들어... 하지만 지금 시점은 여름이니까! 여름! 뭔가 청춘스러운 울림이 들리는 단어가 아니겠어? ㅋㅋㅋ 맞아 완전히 동일하진 않아도 노래는 분위기라는 것도 있으니까. 비슷한 분위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
워터파크!!!! 정말 물놀이 가고싶어 죽겠네!! 부러운 아이들.... 나도 워터파크 가고싶어!!(땡깡) 만나서 들어가는 것까지 하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대충 앞부분은 설명문으로 스킵하고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와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괜히 여름이었다. 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지 않겠어? 만남의 계절, 여름이라는 말도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고 말이야! 그런만큼 여름은 분명히 뭔가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해! 특히 청춘에선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나도 워터파크 가고 싶어. 진짜 마음껏 수영해보고 싶고.. 수영이 아니더라도 물에 몸 좀 담그고 싶고 온천에서 몸 좀 녹이고 싶은데 올해도 뭔가 느낌은 어림도 없을 것 같고..(땡깡22) 아무래도 그 부분은 적당히 넘기면서 워터파크 안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만나는 것부터 하는 것이 역시 좋다고 생각해. 사실상 만남 부분은 아무래도 스킵해도 될 것 같으니 말이야!
워터파크... 스파.... 넘 가고싶다... 흐릿.... 맞아 둘이 만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게 된 이상...(흐릿) 얘네 엄청 자주 만나잖아? ㅋㅋㅋㅋ 아람이의 인스타 팔로우는 점점 늘어만 가고. 이것과 관련된 어떤 사건사고도 있을 법한 느낌이네. 아람이가 인스타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까 새로운 사람들도 유입이 많이 될 것 같고.
혜성이의 사진이 역시 원인이려나? 아무튼 팔로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상한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히 클테니까 아람이가 그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 이를테면 디엠으로 막 자신과 사진을 찍자라던가 혹은 자신과 좀 만나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을테고 학교에서도 아람이의 존재를 알고 접근하려고 하는 이들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물론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혜성이가 아무래도 그래도 아는 사이인데 자신의 사진 때문에 곤경에 처한 모습을 모른 척 할 순 없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도와주려고 할 것 같지만 말이야.
기말고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만큼 여름방학이 오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물론 마냥 쉴 수 없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삼학년이 되기 전에 그나마 쉴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혜성이 아람과 워터파크에 가기로 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날짜를 정하고 약속 시간을 정하고 만나는 것까지. 크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남성과 여성이 따로 갈라설 수밖에 없는 구간인 탈의실에서 안에 들어가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 후, 혜성은 워터파크에서 입기 위해서 구입한 진한 남색 레쉬가드를 착용했다. 오른쪽 허리 라인 부분에는 하얀색 글짜로 WATER 라는 글씨가 세로로 쓰여있었다. 말 그대로 별 의미없는 글씨에 불과했지만 배치나 색상, 그리고 크기가 나름 마음에 들었기에 구입한 신상품이었다.
자신의 상의와 하의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묘하게 좋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샤워를 하면서 묻어나온 물방울이 아래로 뚝뚝 떨어졌고 그는 그 물기를 가볍게 털어냈다. 아직 그녀는 나온 것 같지 않았기에 혜성은 적당히 탈의실 근처에서 아람을 기다렸다. 그러다 저 편에서 들려오는 신나는 웃음소리를 듣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얼핏 봐도 참으로 다양한 것이 있었다. 얕은 풀장부터 시작해서 높은 파도가 올라오는 파도풀, 그리고 참으로 다양한 워터 슬라이드,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유수풀까지. 얼핏 봐도 정말 시설이 좋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의 오른손에 차고 있는 팔찌를 바라봤다. 뭔가를 먹고 싶으면 여기에 찍으면 된다고 했던가. 들어오기 전에 충전했던 금액을 떠올리며 혜성은 나름대로 어떻게 먹을지를 계산했다. 당장 뭘 먹을 필요는 없었으나 한두시간 있다가 나갈 것도 아니니 어찌되었건 뭔가를 먹긴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일단 물에 들어가기 전에 뭘 먹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다 저 편에 있는 츄러스를 바라보며 혜성은 그곳으로 다가갔다.
"츄러스 두 개요."
하나는 그녀에게 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가 좋아할진 알 수 없었으나 전에 디저트를 먹을 때를 떠올려보면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기에 아마 싫어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주문한 후, 혜성은 팔찌를 찍어 결제했다. 그리고 그 츄러스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다시 탈의실 근처로 돌아왔다. 만약 그녀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면 혜성은 혼자 먹기도 뭐해서 샀다고 하면서 츄러스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을 것이다.
그 얼마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것이지 않는가. 그리고 그것도 무려 여름방학이었다. 하지만 그 여름방학이 이번에는 좀 싱숭생숭하게 다가왔다. 축제가 끝나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채로, 그러니까 그런 생각만 가진 채로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담임 선생님이나 진로상담 선생님에게 상담을 하기도 했었다. 꽤 긴 이야기를 했지만 담임 선생님은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공부가 아깝지 않겠냐며 만류하는 투였고, 진로 상담 선생님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과는 상의를 해봤냐는 말을 하였다. 조금 힘이 빠졌다.
아람도 알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말을 한 번 꺼내보기는 해야 한다는 걸. 하지만 아람이라도 가끔은 피하고 싶고, 무서운 것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도.
쨌든 그런 무거운 생각은 오늘은 하지 않기로 했다. 모처럼 놀러온 것이기도 했고, 굳이 괜히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이런 무거운 마음들 사이에서도 이번 약속은 바닷가에 떨어진 예쁜 조개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어 위안이 되기도 했다.
아람은 오늘은 평소에는 잘 건드리지 않는 머리카락을 꽁지로 묶었다. 물에 젖을 것이니 푸는 것은 걸리적거릴 것이라는 이유였다. 옆머리는 다 묶이지 않고 빠져나왔으나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수영복은 안에는 비키니 수영복인데, 위에 세트로 된 원피스가 같이 있는 3피스 수영복으로 준비했다. 원피스는 연한 분홍빛에 연두색의 열대 잎사귀들이 포인트로 들어가있는 바캉스 느낌의 패턴이 들어가있는 것으로, 홀터넥 디자인으로 목에서부터 시작해서 팔 아래쪽으로 내려와 등으로 이어지고 그 아래 허리를 한 번 잡아주고 옆으로 짧은 치마 부분이 퍼지는 형태였다.
아람은 탈의실 거울 앞에서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몸을 돌릴 때마다 짧은 치마가 팔랑거렸다.
“으음…”
너무 짧은가? 어깨나 팔도 너무 드러나고… 하지만 수영복이라는 건 원래 그런 것이었다. 아람은 집에서도 했었던 고민을 다시 하다가 결국에는 그 위에 안쪽이 비치는 매시 소재의 흰 로브모양의 비치웨어를 덧입었다. 안이 비치는 것은 똑같으나 그나마 한 겹 더 걸친 것이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했다.
아람은 그렇게 거울을 보다가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워터파크 이용권을 받았다고 같이 가자고 한 혜성이나, 그걸 좋다고 승낙한 자신이나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워터파크에 수영복을 입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미처 그것을 생각지 못했던가. 아니, 처음부터 그냥 레시가드에 짧은 반바지를 입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들떠서 이런 형태의 수영복을 산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이건 데이트 같은데…”
그것도 연인사이에나 갈법한 그런 것이었다. 아람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얼굴의 붉은 기를 빼려고 했다. 일단 엎질러진 물이었고, 더 이상 지체했다간 혜성을 하루종일 기다리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람은 벌떡 일어서서 거울 앞에서 표정 연습을 좀 하다가 이내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커다란 물소리, 촉촉하고 습기 많은 수영장의 냄새, 화려한 열대 나무와 조형물로 꾸며진 내부에서 아람은 금새 혜성을 발견했다. 탈의실 앞쪽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혜성을 발견한 아람은 속으로 ‘거봐, 나만 들떴잖아. 나도 레쉬가드 입을걸!’ 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태연한 척 웃으며 혜성에게 총총 다가갔다. 이럴 때 먼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태연하게.
“츄러스네? 하나는 내 꺼야?”
아람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람이만 들뜬 게 아닌가봐. 나도 들떴나봐. 레스 길이 이거 뭐야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 제목 까먹었길래 내가 붙였다(두둥)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고개를 돌리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마침내 아람이 나오자 혜성은 그녀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자연히 이런 곳인만큼 수영복에 가장 먼저 눈이 향했다. 꽤 예쁜 수영복을 입었다는 것을 확인하며 혜성은 자신이 입고 있는 수영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괜히 뚱한 표정으로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이 너무 대충 입고 나온 것일까 생각한 탓이었다. 허나 남성용 수영복은 아무래도 저렇게 예쁜 것이 극히 드물었다. 그나마 이것도 트랭크스만 입고 올 수 없으니 나름대로 입은 것이긴 한데 뭔가 너무 비교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혜성은 그 상태에서 입만 열었다.
"예쁘네. 수영복. 신상품이야? 아니면... 기존에 있던 거? 그..뭐냐. ...잘 어울리는 것 같네. 개, 객관적으로!"
어떻게 이 애는 항상.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혜성은 괜히 혀를 찼다. 자신이 입은 레쉬가드가 너무 무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은 초조한 마음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하며 혜성은 츄러스를 내밀었다.
"...혼자 먹기도 뭐해서. 이런 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먹는 게 낫잖아. 어차피 가격도 별로 안 하고. 팔찌에 돈도 많이 채워뒀으니까 딱히 이런 거 하나 산다고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고."
간단하게 말해서 이건 그녀의 몫이라는 이야기. 그렇게 말을 마치며 혜성은 더 말을 하지 않고 남아있는 츄러스를 하나 입에 넣었다. 식감과 달달함이 나름 조화를 맞췄기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로는 적어도 그의 기준으로는 최고였다. 그렇게 츄러스를 조금씩 먹으며 혜성은 고개를 돌려 가만히 주변을 바라봤다. 정말 다양한 놀거리가 있었고 오늘 하루 시간을 보내기에는 딱 좋은 느낌이었다.
"어디부터 가고 싶어? 나는... 일단은 유수풀. 가볍게 물에 몸 담그면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저기는 튜브 타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흘러가잖아? 그렇게 유수풀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혜성은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제목...으아닛!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봐!! 아무튼 나도 들떴으니 쌤쌤인 것이다!! 워터파크..너무 가고 싶은 곳. 그 와중에 아람이 수영복 너무 예쁜거 아니야? 진짜..진짜..혜성이는 복 받았다...
아람이 배시시 웃으면서 혜성에게 츄러스를 받았다. 아냐, 그래도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준비한 보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츄러스 고마워. 나 츄러스 엄청 좋아하는데! 이런 데서 먹는 츄러스는 정말 맛있잖아. 사실 물놀이 하면서 먹는 건 뭐든 다 맛있지만.”
아람이 웃으면서 츄러스를 한 입 베어물었다. 바삭바삭한 겉과 쫄깃한 안이 너무 맛있고 그 겉의 설탕과 계피향은 정말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다. 워터파크는 생각보다 엄청 넓었다. 실내와 실외가 섞이며 이어져 있었는데 밖의 날씨도 물놀이하기에 매우 좋은 여름 날씨였다.
“유스풀 좋지! 유스풀로 워밍업 한다음엔 바로 저거 탈래?”
튜브나 맨몸으로 미끄럼틀 같은 긴 관을 타고 내려오는 워터파크 놀이기구였다. 아침 일찍 출발해 온 만큼 오전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시간 동안에는 얼른 놀이기구를 많이 타놔야 했다. 왜냐하면 오후가 되면 줄이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오전에 많이 타놔야 해. 오후에는 길이 어어엄청 길어질 걸? 아, 그런데 이런 거 잘 타?”
이야기를 하다가 아차 싶어서 아람의 혜성의 의향을 물었다. 놀이기구 잘 못타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ㅋㅋㅋㅋㅋ 나도 넘 가고싶어! 수영복 고심했지~~!~! 내가 생각해도 혜성이는 복받았어(아무말) 이 유스풀은 잔잔한 유수풀인가? 내가 간 곳은 막 파도가 엄청시리 세게 쳐서 파도로 사람들을 밀어버리는 유수풀이었는데 ㅋㅋㅋㅋ 점점 끝으로 가면 약해지지만. 아 너무 즐겁다. 대리만족...
"그냥 달달한 것을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 뭐. 나도 좋아하니까 나쁘다는 것은 아니야."
그냥 자신이 본 그녀는 상당히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기에 혜성은 괜히 조금 짓궂은 어투로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작게 쿡쿡 웃었다. 허나 혹시 상처받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아주 살짝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강아지, 혹은 고양이가 사고를 친 후에 주인이 들어오자 자신이 한 것이 아닌 것처럼 눈치를 살살 보는 것처럼 살살 눈치를 보이던 혜성은 곧 헛기침 소리를 하며 츄러스를 다시 뜯어먹었다. 달달함과 고소함, 그리고 식감이 정말로 맛이 좋아 나중에 하나 더 사먹을까 생각하며 혜성은 슬쩍 츄러스를 파는 가게를 바라보다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러는 와중 그녀가 가리키는 놀이기구를 바라보자 헤성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얼핏 봐도 스릴 넘치는 류의 슬라이드가 아니던가. 굳이 말하자면 혜성은 저런 것에 많이 약한 편이었다. 높은 곳이 무섭다기보다는 내려오면서 느껴지는 일종의 무중력 상태가 조금 꺼림칙한 탓이었다. 허나 여기서 어떻게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혜성의 자존심은 도저히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못 탈 이유는 뭐야. 바로 저것부터 탈 수도 있어. ...따, 딱히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가능하면 지금 당장보다는 최대한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허나 그녀가 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니 타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을 하며 혜성은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그럼 워밍업이나 하자. ...뭐, 물에 몸 좀 담그고 타면 더 시원하겠지. 그럴거야."
애써 놀이기구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혜성의 목소리는 아주 살짝 떨리는 톤이었다. 물론 아주 자세히 들어야 느껴질 정도로 미세했지만. 그러다가 그는 아람에게 넌지시 물었다.
"넌 저런 거 좋아해?"
/내가 간 곳은 잔잔한 느낌이지만 중간에 파도가 살짝 일렁이면서 앞으로 쑤욱 미는 느낌이었는데 처음부터 파도가 막 세게 몰아치는 곳도 있구나. 하기사 워터파크마다 다 다를테니 말이야! 하아. 진짜 이렇게 쓰고 나니 내가 더 가고 싶어졌어. 올해 여름에는 제발 사라져주세요. 코로나님. 벌써 2년이나 못 가게 했으니 이제는 가도 되잖아요!! 8ㅁ8
아람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혜성이 짖궂게 말한 것이 별로 타격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왠지 눈치를 보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아람도 츄러스를 냠냠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질문에 침묵이 돌자 아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괜찮아?”
분명 이 반응은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의 반응이었다. 분명 하나도 안 무섭다고 했는데 소리를… 음, 무섭다는 말을 솔직하게 하기 민망할 수도 있지. 아람은 속으로 쿡쿡 웃었다. 하지만 괜히 안 타도 된다는 듯한 약한 소리를 하면 더 발끈할 것 같아서 그저 한 번 다시 물을 뿐이었다. 분명 당연히 괜찮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그래, 그래.”
이내 츄러스는 냠냠 없어졌고 유스풀에 들어가자는 혜성을 따라 아람은 총총 걸었다. 발바닥에 닿는 까슬까슬한 축축한 인조 바닥이 워터파크의 기분을 한껏 내게 해주었다.
“나? 엄청 좋아한다기 보다는 한 번쯤 타보고 싶게 생기지 않았어? 맨몸으로 타는 워터슬라이드는 조금 무섭긴 하지만.”
뭔가 아무런 장치 없이 맨몸으로 탄다는 것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튜브라도 있는 것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랄까. 아람은 그렇게 말하며 유수풀에 들어갈 때 받는 튜브를 받았다. 커다란 튜브는 투명한 색이었는데 하늘색으로 동글동글한 원의 무늬가 기하학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아람은 튜브를 들고 얕은 곳부터 살며시 발을 담갔다. 시원한 느낌에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곳도 가봤었지! 둘다 재미있다. 나도 가고싶다 워터파크 ㅠㅠㅠㅠ 올해에는 과연…. 이제는 가게 해달라고요
"무슨 의미야? 내가 고소공포증이라도 있어서 저런 것을 못 탈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말해두는데 난 고소공포증 따위 없거든?"
정말 괜찮냐고 묻는 그녀의 물음에 혜성은 괜히 강한 어조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에겐 고소공포증이 없었으니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혜성은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무중력 상태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 아니겠는가. 단지 그 짜릿하게 뭔가가 등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싫었을 뿐이지. 절대로 높은 곳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뒤이어 괜히 찔리는지 흥- 소리를 내면서 혜성은 츄러스를 마저 먹었다.
"...딱히 그런 것까진 않은데. 뭐, 개인 취향이니까 존중해주겠지만 말이야."
왜 저런 것을 사람들은 타는거야?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며 혜성은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주 가끔이라면 모를까. 저런 것을 주로 타는 사람들을 혜성은 그다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반대로 그 사람들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테니 이상하게 볼 생각은 없었다. 사람마다 강하고 약한 것이 있는 법일테니까. 일단 이렇게 된 이상 마음 속 각오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발에 닿는 인조바닥의 느낌을 마음껏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다.
투명한 튜브를 받아 몸에 끼우며 혜성은 물에 살며시 들어가며 자신의 몸을 띄웠다. 튜브 덕에 자연히 힘겹지 않게 몸이 물에 떠올랐고 물의 흐름은 혜성을 둥실둥실 떠내려보냈다. 허나 혼자 떠내려갈 생각은 없다는 듯 혜성은 살며시 땅을 밟은 후 아람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녀가 들어온다면 그제서야 다시 발을 떼낸 후에 그녀와 비슷한 속도로 천천히 떠내려갔을 것이다.
"일단 묻는건데 수영을 못하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저쪽에서 구명조끼를 파는 것 같으니까 대여해도 괜찮지 않겠어? 잘한다면 상관없지만."
물론 그녀의 수영복은 가려지겠지만 이런 곳에선 수영복보다 안전이 먼저였다. 얼마든지 대여해도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그 느낌을 즐겼다. 간간히 몰아치는 파도가 점점 더 사람을 앞으로 밀었을 것이고 절로 파도타기를 즐기는 느낌이 들었기에 혜성은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작년에도 올해는 갈 수 있겠지! 라고 했던 것이 떠올라. 에잇. 이렇게 된 이상 이 데이트 일상을 마음껏 즐겨서 대리만족을 하고 말겠어! 아주 별별 것을 다 해버리고 말테다!! 개인적으로는 워터슬라이드를 탈 때 둘이서 같이 앉아서 가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흐음…” 소리를 내며 아람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말이다. 게다가 혜성의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뭐! 한 번 타보고 아니다 싶으면 더 권유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혜성이 튜브를 끼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아람도 튜브를 끼우고 물에 첨벙첨벙 들어갔다. 그리고 튜브에 몸을 기대며 혜성의 쪽으로 스르륵 물결을 타고 다가갔다. 온 몸에 닿는 시원한 물의 감촉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생존 수영은 할 줄 알아. 물에 뜬다거나 개헤엄이라거나 배영 정도?”
아람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은 튜브가 있으니 괜찮았고. 게다가 물도 엄청 깊은 것은 아니고 가슴께에 오는 수준이니까.
물속에 들어오니 입은 비치웨어 자락과 원피스 치마가 물속에 하늘하늘 풀어지듯 살랑였다. 물론 안에도 수영복이지만 역시 조금은 부끄럽다고 생각하며 아람은 튜브에 몸을 푹 기대었다. 둥실둥실 떠가는 그런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막 무중력 상태라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느낌이었고.
“너는 수영 잘해?”
아람이 혜성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었으니 어련히 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터였다.
"그래? 적어도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진 않겠네.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낫기도 하고."
워터파크에 수영을 해야만 올 수 있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수영을 못하는 것보다는 할 수는 있는 쪽이 그나마 더 안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안전요원들이 있긴 하나 그래도 혹시 모를 사태가 있지 않은가. 그런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라고 할 순 없는 만큼 혜성은 다행이라는 듯 그렇게 말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몸을 천천히 둥둥 띄웠다.
물에 젖은 레쉬가드는 그의 몸에 착 달라붙었고 그는 간간히 한 쪽 손을 풀고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을 살며시 떼어내는 행동을 반복했다. 물론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그렇게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한편, 튜브에 몸을 푹 기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아람을 바라보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나? ...뭐, 못하진 않아. 그냥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런 쪽은 별 문제 없다는 듯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혜성은 살며시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탔다. 몸이 위로 붕 떠오르다가 다시 아래로 가라앉았고 또 다시 붕 위로 떴다가 또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정도라면 나름 즐길만하다고 생각하며 살며시 튜브에 몸을 기댄 후 혜성은 살짝 발장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곧 멈추며 그녀의 앞 쪽에서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린 후에 피식 미소를 지었따.
"가르쳐줄까? 수영. ...뭐, 싫으면 말고."
/좋아좋아! 그럼 2인용 튜브로 꼭 태워보자! 역시 이런 곳에서는 그런 것도 있어야지! 끌어안은채로 내려가진 않더라도 뭔가 둘이서 함께 쓔웅 내려가는 그런 느낌 말이야! (찡긋)
“가르쳐 준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면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엄청 잘 하는 거 아냐?”
아람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발장구를 치며 움직이는 혜성의 모습은 물에 익숙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아람이 장난기가 일어 자신의 앞에 있는 혜성의 튜브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혜성의 튜브에 자신의 튜브를 붙였다. 퉁, 소리가 났다가 두 튜브가 맞닿았다. 아람이 제멋대로 튜브를 잡아당기고 있어서 두 튜브는 서로 떨어지지 않고 꼭 붙어있었다. 물론 튜브 자체가 큰 사이즈였기 때문에 엄청 가까웠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멀다고는 할 수 없는 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물안경도 없는 걸? 나는 튜브만 타도 좋아.”
아람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파도가 밀어쳐오자 튜브는 서로 맞붙은 채 조금은 회전하며 움직이며 둥실둥실 떠다녔다. 아람은 다시 파도가 밀려오자 이번에는 마음이 바뀌었는지 혜성의 튜브를 휙 밀어냈다.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 때문에 혜성이 뒤로 밀려나지는 않았지만 아람은 파도를 타고 멀찍이 떠내려갔다.
“기분 되게 좋다, 그치.”
실외의 구간을 지나는 중이라 햇볓이 아람의 머리 위와 물결 위를 반짝이며 떨어졌다. 둥실둥실,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 파도의 움직임에 몸을 맡겨 오르락 내리락 앞으로 흘러가는 그 순간이 너무 반짝였다.
"수영부 애들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거든? 그냥 가볍게 놀 수 있을 정도로 하는 것 뿐이야. 간단하게 튜브 없이 놀 수 있는 정도."
그 와중에 갑자기 자신의 튜브를 잡고 다가오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살짝 놀라 두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뭔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꽉 붙잡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빤히 바라봤으나 딱히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떨어뜨리려고 몸을 움직였다간 둘 다, 혹은 그녀가 물에 빠질 가능성이 컸으니까. 유수풀인만큼 물살이 어느정도 있었기에 튜브에서 떨어지면 잘못하면 크게 위험할 수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존재하다 급이었지만.
"...뭐, 네가 그걸로 좋다면야. 확실히 튜브를 끼고 수영하는 이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파도풀 같은 곳은 조심해. 튜브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괜히 남의 잠자리 나빠지게 하지 말고."
그가 자주 사용하는 변명 중 하나인 잠자리가 나빠진다. 그것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용하는 와중 그녀가 살짝 튜브를 밀어내자 혜성의 튜브가 살며시 흔들렸다. 깜짝 놀라 튜브를 꽉 잡고 그녀를 바라보자 어느덧 그녀의 튜브가 멀리 떠내려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볼을 살짝 부풀리던 혜성은 수영 자세로 바꾸면서 그녀를 추격하듯 뒤따라갔다.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 덕에 그녀를 따라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는 아람의 튜브를 잡아서 단번에 자신의 튜브를 붙였다.
"...뭐, 나쁘진 않네."
허나 그는 살며시 튜브를 놓아주면서 그녀의 옆에서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은 이렇게 떠내려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녀의 옆에서 떠내려가고 싶은 것인지. 괜히 물 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빼면서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떠내려가는 와중 저 편에 끝이 보였다. 유수풀은 절로 떠내려가는 곳이었기에 어느덧 빠르게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고 혜성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나중에 한 번 더 타자. ...느긋하게 물을 즐기기 딱 좋네. 뭐, 지금은 그 타고 싶다는..그거 타도 괜찮고 말이지."
말을 마치며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결국 때가 찾아온만큼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는 모양이었다.
/진짜...너무 좋지. 워터파크.. 정말 내년엔 꼭 가고 싶다! 지금부터 매일 기도하면 신이 들어주지 않을까? (안됨) 아무튼 아람주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일반 학생이 수영부에게 명함을 내밀을 정도로 잘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아람이 작게 웃었다. 튜브를 붙여 혜성의 놀란 얼굴을 보다가 물놀이 조심하라며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가 또 멀리 떨어지자 따라오는 혜성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금 튜브를 붙이는 혜성에게 말했다.
“파도풀은 조심할게. 아마도 그 때는 구명조끼를 대여해야 할 것 같아. 여기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으면 파도풀에 못 들어가게 하는데도 있거든.”
혜성이 떨어지자 아람은 손으로 물을 찰박찰박 가지고 놀면서 둥실둥실 흘러가다가 어느새 출발 지점에 도착하고 말았다. 아람이 유스풀용 튜브를 튜브 자리에 가져다 놓다가 혜성의 말을 들었다.
“그래! 그럼 저거 타자. 튜브 타고 슝- 내려오는 거.”
저 높은 곳에서부터 색색의 관이 이리저리 꼬이면서 내려와 어느 지점에서 튜브를 탄 사람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종종 들리는 꺄아- 하는 비명소리가 아마 저기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혜성에게 얼른 줄을 서자며 아람이 앞장섰다.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전이라서 그렇지 오후가 되면 아마 가득 줄을 서야 할 것이었다. 튜브는 들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듯 자동으로 어떤 고리 같은 것에 걸려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워터 슬라이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아람은 고민을 하다 2인용 튜브를 타는 슬라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탈까? 같이 타고 내려오는 게 더 재미있잖아.”
아람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
/튜브 들고 올라가려면 힘드니까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했어. 가봤던 곳 중 하나가 저렇게 튜브를 위로 올리더라. 훨씬 편하더라고~ 벌써 시간이…(흐릿) 내일 쉬는 날이라 더 있고 싶었지만 슬슬 눈이 감기네…
이미 각오를 다지긴 했으나 그의 얼굴엔 살짝 긴장한 색이 역력했다. 허나 딱히 떠는 모습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익숙하지 않거나 그리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헛기침 소리를 내던 혜성은 일단 그녀의 뒤를 뒤따랐다. 얼핏 봐도 꽤 빠르게, 그리고 이리저리 꼬이면서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에 어지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반. 무중력 느낌을 버텨낼 수 있을까가 반. 그렇게 복합된 감정을 품으며 혜성은 애써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것은 2인용 튜브를 타는 슬라이드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같이 내려오는 쪽이 좀 더 재밌을지도 모르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의 뺨을 톡톡 두 손으로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래. 뭐. 저걸 타고 싶다면야 얼마든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애써 자존심을 세워보며 혜성은 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애써 강제로 떨어뜨리며 줄을 섰다. 아무리 긴 줄이어도 결국엔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거기다가 지금은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점점 줄어드는 줄에 따라 점점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적어도 위로 올라가는 동안 혜성은 딱히 공포에 떠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있잖아. 어지럽거나 그렇진 않지? 그러니까 이거 타고 난 후에 혹시나 멀미를 한다거나. 아니아니. 혹시나 해서 묻는거야. 혹시나 해서. 기껏 재밌게 탔는데 네가 멀미하거나 어지럼증을 느끼면 좀 그렇잖아. 그 뿐이야."
절대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애써 그녀가 여기서 쓰러지면 노는 것이 다 끝난니 그게 싫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끝까지 변명과 핑계를 입에 담았다. 조금 구차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에 대해서 그는 애써 눈을 돌렸다.
"아. 커플끼리 같이 타시게요? 그러면 끌어안고 내려갈 수 있도록 이렇게 바로 옆에 앉는 구조도 있는데."
위의 안내요원은 두 사람이 커플이라고 착각이라도 했는지 일부러 조금 다른 튜브를 추천했다. 그 말을 들으며 혜성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커, 커플 아니거든요?! 치, 친구거든요?! 그냥 둘이서 놀러온 것 뿐이지. 커플은 아니거든요?!"
"...그게 그거 아닌가요?"
"아니거든요?!"
/보통은 위에서 튜브를 따로 줬던 것으로 기억하긴 하는데. 워터 슬라이드 안 타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차피 창작물이니까! 아무튼 어떤 튜브에 탈지는 편하게 결정해도 괜찮아!! 아무튼 저렇게 위로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뭔가 신기하네. 나는 못 본 것 같거든! 아무튼 눈이 감기면 자야 하는 신호인걸!! 푹 자고 내일도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랄게!
아람은 왠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애써 감추는 듯한 혜성을 데리고 줄을 섰다. 줄은 금새 줄어들었고 계단으로 위로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차양막이 잘 되어있어서 햇빛을 잘 피할 수 있었다.
"으응? 나는 괜찮은데."
아람은 혜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람은 놀이기구 타는 것도 잘 타고 이런 워터슬라이드도 잘 타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스릴을 즐기는 편이라고 해야할까. 엄청 이거 안 타면 안 돼, 라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워터파크에는 이것 외에도 즐길 거리는 충분히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자 슬라이드 앞에서 안내요원이 옆으로 앉을 수 있는 것을 추천해줬다. 커플이라는 말에 아람이 살짝 얼굴이 빨개졌다. 역시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 아람은 양 손바닥으로 뺨을 꾹꾹 누르다가 안내요원에게 말했다.
"앞뒤로 탈 수 있는 걸로 할게요. 괜찮지?"
아람은 혜성에게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안내요원이 튜브를 준비해주고 조심스럽게 내가 앞에 타고 혜성을 뒤에 태웠다. 뭔가 앞에 어디론가 빨려들어갈 것 같은 통로라거나 옆에서 콸콸 쏟아져나오는 물이라거나, 그런 것들이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했다. 재미있겠다, 생각하면서 아람이 뒤에 앉은 혜성에게 물었다.
"준비 됐어?"
키득키득 웃으며 혜성쪽을 돌아보기까지 했다. 혜성이 어떤 표정일지 궁금했던 탓이었다. 그리고 안전요원이 출발합니다, 라고 하니 앞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안전요원이 튜브를 밀자 튜브는 슬라이드 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갔다. 그리고 슬라이드 통로 속을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쑥 떨어지고 그리고 옆으로 휘었다가 또 반대쪽으로 휘는 등 짜릿한 속도감에 아람이 웃음 섞인 함성을 내질렀다. 꺄아ㅡ 하며 즐기다보니 어느새 거센 물결과 함께 지상으로 도착했다. 아람은 앞에 앉아서 물보라를 얼굴에 다 맞았지만 얼굴을 도리도리 털면서 웃음을 흘렸다.
튜브에서 내리며 아람은 혜성을 쳐다봤다.
/요즘은 다 그렇게 하더라고. 아래쪽에 내려간 튜브를 다시 기계로 위까지 끌어올려서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갔었을 때는 줄서는 사람이 일일이 튜브를 지고 올라갔던 기억이 나네 ㅋㅋㅋㅋ 옆으로 타는 것은 뭔지 잘 모르겠네(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에 타서 끌어안고 내려가는 거라니. 절대로 지금 상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역시 그렇게 보이는걸까? 그러면 자신이 괜히 권한 것일까? 약간의 미안함과 고민. 그리고 갈등. 복잡한 삼단계를 거치며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지금 당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혜성은 튜브에 탑승했다.
절로 느껴지는 긴장감. 이거 타면서 어지럽진 않을까. 무중력 상태가 너무 크진 않을까. 온갖 복잡한 생각을 하며 혜성은 애써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듯이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였다. 입술을 꾹 물면서 튜브를 괜히 꽉 잡는 것이 누가 봐도 살짝 긴장한 느낌은 분명했고 혜성은 이내 더더욱 손에 힘을 꽉 줬다.
이어 튜브가 밀리자 슬라이드 속을 빠르게 미끄러지며 아래로 내려가자 당연히 절로 온 몸에 무중력 상태에서 느낄 수 있다는 그 붕 뜨는 느낌이 전해졌다. 으아아아! 하는 소리를 아주 약하게 내며 혜성은 입술을 꾹 물려고 했으나 입은 절로 벌어졌고 괜히 더 튜브를 꽉 쥐면서 온 몸의 속도감을 느꼈다. 역시 이런 것은 그에게 있어서 그렇게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무서운 것은 아니었으나 이 속도감과 아찔함이 마냥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혜성은 으으 소리를 내며 속도감에 맞서려고 했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전신에 느껴지는 짜릿함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몸이 여기저기로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그는 더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시선에서 애써 눈을 돌리듯 눈을 살짝 감았다.
풍덩!
지상에 도착하자 자연히 물이 강하게 튀어 그의 얼굴과 몸에 튀었다. 아람보다는 조금 덜 튀긴 했으나 그렇다고 안 튄 것은 또 아니었다. 바로 앞에서 웃음소리를 내고 있지만 혜성은 으으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튜브에서 빠르게 내리면서 괜히 몸의 물기를 털어낸 후,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아주 살짝 표정이 풀린 상태였으나 곧 정신을 차리며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톡톡 쳤다.
"...나쁘지 않네. 넌 재밌었어?"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그렇게 흉내를 내보나 눈치가 빠른 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공포에 질렸다기보다는 으으. 하는 느낌의 표정이었으며 몸이 아주 약하게 떨리는 것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기사 요즘은 기계가 잘 발전이 되어있을테니 그렇게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겠지!! 나도 어렸을 땐 그렇게 가지고 갔던 것 같은데. 그래도 요즘은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가는 식도 많긴 하니까! 장소마다 다 다른 거 아니겠어? 아. 옆으로 타는 그건 그냥 두 사람이 왼쪽 오른쪽에 타는 식으로 해서 끌어안고 내려갈 수 있는 그런 구조의 튜브가 있었던 것을 본 것 같아서 말해봤어. 대체로 커플이나 가족들이 많이 타더라!
오늘 쉬면서 노래를 이것저것 들으면서 혜성이의 목소리와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보긴 했는데 역시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없는 것 같더라. 그나마 비슷한 것을 꼽아보자면.. 우타이테 이토카시타로의 이 곡의 이 목소리 톤에서 아주 살짝 조금 더 앳된 느낌이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에 풍덩, 도착하고 난 뒤 아람은 웃으면서 튜브에서 내렸다. 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혜성은 그렇지 않았는지 아니면 꽤나 무서웠던 건지 되게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아 더 말을 꺼내지는 않으며 배시시 웃었다.
"응, 재미있었어."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놀이터같은 구조물이 있는 곳이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것 뿐 아니라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둔 곳이었다. 각종 미끄럼틀이나 흔들다리같은 것이 얕은 물 위에 연결되어있는 그런 놀이 공간이었고 겉모습은 해적선을 모티브로 만든 것 같았는데 보통의 워터파크에는 다 있는 커다란 해골바가지가 있었다. 그러니까, 물이 가득 차면 위에서 와르르 물벼락이 쏟아지는 그런 것 말이다.
"저기 가보자."
아람이 웃으면서 찰박찰박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혜성에게 제안했다.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물벼락 맞는 거 어때?"
재미있겠다는 듯 아람이 혜성을 바라봤다.
/목떡 잘들었어!! 뭔가 혜성이랑 잘 어울린다! 정확히 딱 맞는 것은 찾기 어렵지~ 비슷하다고 하니 상상해서 들어야겠네~ 목떡 찾느라 고생했겠다!!
물론 아람은 다 눈치챈 것 같았으나 혜성은 그럼에도 아닌척 하면서 시선만 살며시 회피했다. 뭔가 들킨 것 같았기에 분한건지 입술을 아주 약하게 깨물었으나 곧 표정을 풀며 그녀가 가자고 하는 곳을 그는 바라봤다. 워터파크에는 있을 법한 놀이터 느낌의 풀장이었다. 해적선을 모티브로 한 그 장소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물을 떨어뜨리는 해골바가지 장치였다. 물이 가득 들어가면 그 무게로 넘어가며 밑의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는 그 장치가 아니던가.
이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물벼락을 맞자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 저 정도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졌을 때 말 돌리지나 마. 피하지 않고 제대로 맞기다. 알았지?"
물론 딱히 자신이 맞아도 별 상관은 없었다. 워터파크에선 저런 것을 즐기는 재미로 노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 정도면 딱히 스릴감이나 아슬아슬함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태연하게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가위바위보 자세를 취했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이어 혜성은 빠르게 손을 내서 뭔가를 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그녀의 손을 확인했을 것이다.
/잘 어울린다고 하니 다행이야! 아무래도 정확히 딱 맞는 것을 만들려면 직접 녹음하는 수밖에 없지만... 직접 녹음하기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정말로 녹음한다고 해도 익명 홈페이지니 말이지. 고생까진 아니었어! 그냥 쉬면서 이것저것 들었을 뿐이니까! 아무튼 혜성이가 낸 것은 다름 아닌 이거야!
자신은 보. 그리고 아람은 가위. 그 결과는 자신의 패배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혜성은 두 손을 번갈아 바라봤다. 물론 물을 맞는 것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허나 가위바위보에서 졌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을 살짝 도피한 것 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본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자시는 보고 그녀는 가위인 것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혜성은 그녀가 가리키는 위치를 바라봤다. 정확히 중앙이기에 저기에 서면 물벼락을 제대로 맞을 것이 뻔했다.
"...이거 끝나고 한 판 더 해."
괜히 그렇게 중얼중얼거리며 혜성은 아람이 지정한 위치로 향했다. 살며시 고개를 들자 물이 점점 차오르는지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는 해골바가지의 모습이 보였다.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정리하는 와중 마침내 해골바가지가 기울어졌고 혜성의 머리 위로 물을 쏟아냈다. 갑작스럽게 후욱 하고 내려오는 수압 때문인지 혜성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머리카락이 아래로 향하고 온 몸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주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다.
"시원해서 좋네. 좋아. 아주 좋네!"
괜히 그렇게 태연한 척 이야기를 하던 혜성은 가만히 바닥을 바라봤다. 당연히 허벅지까지 올라올 정도로 물이 있었고 혜성은 피식 웃어보이면서 허리를 굽힌 후에 두 손으로 물을 떠올렸다. 그리고 단번에 아람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녀를 향해 물을 뿌리려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 한 번 안 맞고 돌아갈 생각은 아니겠지? 문아람?!"
맞았을지, 피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느 쪽 결과이건 혜성은 다시 물을 떠서 그녀를 향해 뿌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녀가 응했다면 아마 가벼운 물싸움이 되지 않았을까?
/ㅋㅋㅋㅋㅋㅋ 나도 실제로 녹음은 하지 않는다구! 그냥 예시를 든 것 뿐이지!! 아무튼 익명을 깬다고 이 스레가 닫히면 안되니 말이야. 아무튼 진짜 보면서 느껴진다. 청춘이네. 청춘이야.
아람도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해골바가지가 기울어지는 것을 보다가 이내 물이 화아아악 쏟아지며 물안개가 멀찍한 이곳까지 피어올 정도로 센 세기에 놀라기도 하고 그 아래에서 물에 젖은 생쥐가 된 혜성을 보고 또 깔깔 웃어버리고 말았다. 태연한 척 시원하다며 하는 말에 아람은 더 웃어버리고 말았고. 하지만 혜성이 물을 떠오자 피하지 못하고 물을 맞고 말았다.
"너어...!"
아람은 바로 몸을 숙여 무릎 쪽에서 찰랑거리는 물을 마구잡이로 혜성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한창을 서로 물을 뿌리고 도망치고 쫓고 또 반대로 또 도망치다가 이내 지쳐 얕은 물 위에 철퍽 앉아버렸다.
"항복, 항복. 아니, 휴전 휴전."
그러고는 화해하자는 듯 앉은 채로 혜성에게 손을 뻗어 악수를 제안했다. 잠시 쉬자는 뜻이었다. 이미 아람과 혜성은 쫄딱 젖은 채였고 아람이 우리의 모습이 웃기다는 듯 아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물을 뿌리고 그녀가 뿌리는 물을 맞는 탓에 그의 몸은 더욱 더 물에 젖고 있었다. 허나 지금 이것이 나쁘지 않다는 듯 혜성은 괜히 웃으면서 더더욱 그녀에게 물을 뿌렸다. 가벼운 물싸움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녀 쪽에서 휴전을 요청하며 손을 내밀자 혜성은 피식 웃으면서 그 손을 잡으면서 악수했다. 너무 물을 뿌리는 것도 그리 좋지 않은 법이었다. 적당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조금 쉴 생각인지 혜성은 그 상태에서 풀장 속 물에 엉덩이를 내리고 앉았다. 그리 깊지 않은 곳이었으나 그럼에도 배까지는 물이 올라왔고 두 팔을 뒤로 해서 자신의 몸을 지탱한 혜성은 그 시원함을 마음껏 느꼈다. 더운 무더위가 싹 사라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리며 메롱하는 아람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피식 웃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하지만 물벼락을 안 맞았어도 이미 흠뻑 젖었으니까 됐어. 봐주지 뭐."
물벼락을 맞는 모습을 보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이렇게 노는 것이 그로서는 상당히 즐거웠다.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이렇게 있는 것이 즐겁다고 그는 느꼈다. 몇 번이고 부정한 사실이었으나 이쯤 되니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있는 것이 즐겁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편하다는 사실을.
"...재방송 안 할 거니까 잘 들어. ...뭔가 너하고 잘 맞는 모양이야. 나. ...즐겁네. 너랑 여기 온 거 후회 안 해. 난."
예고했듯이 그는 다시 물어도 방금 한 내용을 다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 해골바가지에서 물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말을 했으니 그 말이 묻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어 혜성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고 파도풀 쪽을 바라봤다.
"저쪽에 가자. 여기까지 왔으니 파도도 좀 타야지. 조금 몸을 녹이고 싶다면 저쪽에 온천물도 있던데 거기로 가도 되고. 뭐... 피곤한데 파도 타자고 끌고 가면 뭔가 내가 악당 같잖아? 그 뿐이야."
/그러게 말이야. 너무 부럽네. 부러워. 진짜 친구랑 워터파크가 더더욱 가고 싶어졌어. 무엇보다 아람이와 노는 혜성이가 부럽다. 나도 저기 어딘가에 앉아서 흐뭇하게 구경하면서 볼수 있다면 좋겠느넫!
자신도 즐겁다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살짝 붉혔다. 분명히 별 거 아닌 말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부끄러운 탓이었다. 이런 내용에 쑥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괜히 부끄러워서 혜성은 자신의 얼굴을 살짝 물에 담궜다가 밖으로 빼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손으로 정리한 후, 혜성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파도풀장으로 가고 구명조끼를 제공받자 혜성은 바로 구명조끼를 자신의 몸에 착용했다. 물론 이런 것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으나 파도가 크게 오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약간의 불편함은 참기로 하며 혜성은 풀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마침 파도가 치고 있었기에 앞으로 가는 것이 조금 힘들기도 한 만큼 혜성은 살짝 다리에 힘을 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까지 들어오니 점점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간다는 것을 느끼며 역시 이런 곳이 가장 인기가 좋다는 것을 그는 어느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파도가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고 허벅지까지 오던 물살은 살짝 위로 솟구쳤다. 그 와중에 그녀가 손을 잡지 않겠냐는 물음을 던지자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한쪽 손을 움찔하다 그녀의 손을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잡았다.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쥐듯 잡으면서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 괜히 떨어져서 찾는다고 헤메면 시간만 버리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서 좋을 것도 없는 것도 사실이고."
괜히 명분을 중얼거리면서 혜성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고 어느새 물은 허리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이 이상 들어가면 한순간에 훅 깊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혜성은 그 상태에서 멈춰섰고 앞에서 몰려오는 커다란 파도를 바라봤다.
"안 놓긴 할 건데, 그 뭐냐. 떨어질 것 같으면 팔이라던가 붙잡아도 돼. ...아, 아까도 말했다시피 떨어지면 쓸데없이 찾는다고 시간 걸릴테니까. ...그, 그것보단 낫겠지. 뭐."
이내 파도는 바로 앞까지 다가왔고 혜성의 몸이 살짝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가라앉으며 출렁였다. 그러나 뒤이어 다시 큰 파도가 몰려오자 그는 그녀를 바라봤다. 괜찮은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맞아. 진짜 제 3자의 위치에서 보면 진자 너무 귀여울 것 같고..그저 흐뭇하게 웃을 것 같고...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썸타는 듯한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아람은 혜성이 손을 잡자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괜히 딴 곳을 바라봤다가 아니면 물기에 젖은 앞머리를 다른 쪽 손으로 매만지면서 딴청을 피우기도 하면서 점점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실 괜한 핑계라는 것을 알기에 더 민망한 느낌이었다. 창고에서 손을 잡아달라고 할 때는 아니었는데, 지금 이 상황은 아무래도... 으응, 좀 그렇지.
“으응, 그럴게. 막 갑자기 멀어지거나 하면 안 되니까.”
아람이 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파도가 이내 허리를 넘게 밀려왔고 그 파도에 몸이 둥실 떴다가 내려왔다. 이정도는 타격이 없었다. 아람은 조금 스릴있고 긴장되는 느낌에 혜성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보자.”
아람이 대담하게 혜성을 잡아 끌었다. 어느새 어깨까지 정도 올라오는 물속에 들어왔고 아람은 파도가 치면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혜성은 키가 좀 더 크니 다르겠지만. 이쯤 되자 구명조끼에 몸을 맡기는 것이 더 편한 지경이었다. 둥실둥실 파도에 따라 몸이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재미있었따.
-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정각이 되면 더 높은 파도가 밀려오니 주의하여 주시거나 풀장 밖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
안내음이 나오자 아람은 눈을 뎅그랗게 떴다. 그리곤 혜성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나는 재밌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누가 워터파크 가자고 했어! 혜성주야? 아주 칭찬해!!! o<-< 이 둘은 어떤 파도도 떼어놓을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정했어(아무말)
안 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말에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자신과 그녀의 키의 차이가 있었으니 너무 깊게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기준에 맞추기로 하며 혜성은 정말로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어느덧 그녀의 어깨까지 올라오는 깊이에 도달했고 혜성으로서도 거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깊이가 되었기에 그는 그곳에서 멈춰섰다. 이 이상 들어가면 자신도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조금 위험한 깊이가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 와중에도 파도는 게속 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몸이 솟았가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런 아람을 놓칠까 싶어 혜성은 물속에 잠겨있는 그녀의 손을 괜히 더 꼬옥 잡았다.
"놓지 마. ...인공호흡 해야 하는 지경이 되어서 괜히 어색히질지도 모르는 거니까."
물론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 있던 구조 요원들이 하겠지만 그럼에도 뭔가 떨떠름한 느낌이 들었기에 헤성은 괜히 자신쪽에서 손을 더 꼬옥 잡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혹시 아프지 않을까 싶어 나름 조절을 하는 것을 그는 잊지 않았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혜성은 잠시 고민했다. 이보다 더 높은 파도가 몰려오면 그녀는 괜찮은 것일까. 지금만 해도 자칫 잘못하면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니던가. 구명조끼가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허우적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웃는 얼굴을 보고 나가자고 할 순 없지 않겠는가.
"그럼 일단 한 번 정도만 타보자. 혹시나 빠질 것 같으면... 팔 잡아. ...뭐, 이번만큼은 그... 뭐냐. 긴급상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잡을 수도 있는 거니까."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앞을 바라봤다. 일단은 작은 파도의 연속이었으나 이내 정말로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건 조금 크지 않나 생각을 하는 와중, 깊은 곳에 있는만큼 파도는 아까전보다 더욱 빨리 자신 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혜성마저도 몸이 붕 떴다가 가라앉을 정도의 커다란 파도를 맞이하니 절로 몸이 뒤로 밀려나갔다.
"야! 문아람! 괜찮아?!"
그 와중에 그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황급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어. 나였나? 누군가는 이야기를 했겠지!! 누가 이야기를 했냐가 뭐가 중요하겠어! 아람주도 나도 다 동의했으니 지금 이 상황이 나오는거 아니겠어? 아. 혹시 파도가 너무 커서 잡아야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아람이로 잡아도 되니까 편하게 쓰라구! 아람 이즈 뭔들!
아람도 혜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혜성이 생각보다 걱정이 많은 편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긴급 상황이 될 지도 모르니까 잡으라는 말에 에이 설마 그러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밀려오는 파도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보다 엄청 큰데...? 라고 생각하는데 파도가 아람을 덮쳤고, 아람은 눈을 꼭 감으며 아무렇게나 혜성을 끌어당겼다. 물 속에 정수리까지 폭 담겼다가 푸하, 하고 물 밖으로 나오며 아람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눈을 깜빡깜빡 감았다 뜨니 자신이 혜성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앗,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조금 떨어졌다. 파도에 밀려서인지 발이 잘 닿는 곳이었고 아람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람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혜성에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은데! 그, 파도가 세기는 세네! 조금 나가있을까?”
아람이 방금 엄청 가까이 있었던 느낌에 부끄러워하며 혜성과 맞잡은 손을 잡아당겼다. 귀신의 집에서도 그렇고,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아람은 민망함을 느꼈다. 분명 혜성이 잡아도 된다고 했지만, 끌어안으라는 뜻은 아니었을 테니까.
/혜성주가 용기를 주어서 끌어안았다!!!!! 이만 자러 가야 할 것 같아!!@!@! 내일 보자!~
자신을 끌어당기는 아람의 행동에 혜성은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아주면서 최대한 물에 흽쓸리지 않도록 그녀를 잡았다. 역시 파도가 상당히 크긴 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몸이 완전히 물에 잠기고 혜성마저도 목을 넘어서서 턱까지 물이 올라올 정도였으니까. 확실히 이 정도면 방송으로 미리 알릴만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정말로 천천히 발을 땅에 딛으며 아주 살짝 조금 얕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그녀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깨달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는 그는 황급하게 그녀에게서 조금 멀어졌다. 그녀가 그러는 것처럼 혜성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뭔지. 왜 자신이 이래야만 하는건지. 괜히 답답함을 느끼면서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그, 그래. 뭐, 나, 나야 상관없지만... 넌 방금 보니까 그 완전히 잠겼으니까. ..괘, 괜히 사고 나면 안 좋잖아. 뭔가 내 책임 같아서... 나중에 말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어색한 느낌을 받으며 혜성은 괜히 그렇게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그의 몸은 힘없이 그녀에게 끌려갔다. 이것이 아마 두 번째 포옹이었던가. 이성과 하는 것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런 것이 익숙치 않아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반대편 손으로 물을 뜬 후에 자신의 얼굴에 뿌려 열을 낮추려고 했다.
"그, 그보다 괜찮아?! 아까 완전히 잠겼잖아! 코에 물은 안 들어갔어?! 물 먹진 않았고?!"
이어 방금 전 그 모습이 떠올라서 그는 나름대로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 겉보기로는 괜찮아보이긴 했으나 혹시 모를 일이었다.
/사실 나도 여기서 혜성이로 끌어안을 생각이었으니까! 파도가 정말로 큰일을 해줬어!! (야광봉) 아무튼 잘 자! 아람주!!
잠은 잘 자고 일은 잘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오늘 하루 좋은 일 있길 바라고.. 아람주 말대로 인어공주 꿈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확실히 워터파크를 갔다왔으니 이런 꿈을 꿨나 싶을 정도의 그런 느낌으로 딱 좋을테니 말이야. 이번에도 혜성이가 무한 이불킥을 날릴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좋은 하루 되길 바랄게!
혜성의 말이 한쪽 귀로 들어갔다가 한쪽 귀로 나갔다. 그러니까, 뭐랄까.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뜻이었다. 두근두근 거리는 것이 파도 때문이었는지 혜성 때문이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혜성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 파도 보자마자 숨 참았어서."
어느새 커다란 파도들을 피해 얕은 곳까지 빠져나왔다가, 문득 아직도 손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손을 놓았다. 그리곤 구명조끼를 벗어야 하니까 손을 놓았다는 듯이 얼른 조끼를 벗으며 조금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했다.
안전요원에게 다시 구명조끼를 반납하고는 아람은 으음, 하며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중앙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시계를 보고는 혜성에게 말했다.
"음, 벌써 점심을 먹어야 할 때네, 쉴 겸 밥 먹으러 갈까?"
아람이 혜성에게 제안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조금은 우물쭈물 말을 뱉었다.
"그리고... 물에 안 휩쓸리게 잡아줘서 고마워."
자세히 보면 귀끝이 빨갛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레스 올리고 바로 잠들었어. 아마도. 오늘 퇴근이 늦었다... 으... 싫어... 내일은 야간출근이라 늦잠자고 싶은데 운동이 예약되어있어. 슬프다... 인어공주 꿈 너무 기대되는데? 이불킥하는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지금 일상도 너무 두근두근 즐겁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냈어?
숨을 참았다고 한다면 적어도 코로 물이 들어갔다거나 물을 먹는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은 적을테니 혜성은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얼핏 봐도 괜찮아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으니까. 워터파크라고 해도 자잘한 사고는 일어나는 법이었다. 때로는 사람이 병원에 실려가는 기사도 뜨지 않던가. 혹은 파도에 흽쓸려서 정말로 중태에 빠진다거나. 물론 그게 자신들에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손을 놓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그녀가 조끼를 벗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역시 조끼를 벗은 후에 근처 요원에게 반납했다. 물론 또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녀가 나가는 것 같으니 자신도 나가야만 했으니까. 여기까지 와서 따로 놀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자. 노는 것도 뭘 먹어야 놀 수 있으니까. 꽤 여러가지 있긴 한데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나는 치킨만 아니면 괜찮아. ...뭔가 치킨을 먹으면 이후에는 수영하기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하지 말란 법은 없었으나 치킨을 먹으면 절로 배가 빵빵해지니 바로 물에 들어가긴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혜성은 나름대로 의사를 밝혔고 우물쭈물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살짝 시선을 회피했다. 저런 모습을 보이니 절로 자신이 한 행동이 떠오른 탓이었다.
괜히 오른발로 땅을 가볍게 긁어보이던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애초에 잡으라고 한 것은 나였잖아. 그걸 가지고 고맙다고 해도. ...뭐, 별 일 없으니까 된 거고. 그 뿐이야."
그렇게 툴툴거리는 어투로 언제나 그랬듯이 괜히 무심한 척 말을 하며 혜성은 우선 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파스타를 파는 곳도 있고 밥을 파는 곳도 있고 버거를 파는 곳도 있고 분식을 파는 곳도 있었다. 참으로 다양한 식당이 있는 것을 확인하며 혜성은 그녀를 바라보며 들어가고 싶은 곳에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자신은 정말로 치킨만 아니면 괜찮았기에.
"...아. 그리고 밥 다 먹은 후엔 온천에 한번 들어가보자. ..바로 물에 들어가서 수영하면 배 아프잖아. 그러니까 그게... 나는 그런 느낌 안 좋아해서. 그러니까 그냥..뭐, 그런거야."
/오늘 하루는 정말 나름대로 푹 쉬면서 보낸 것 같아! 사실 이번주 내내 그렇게 보낼 생각이긴 하지만! 내일도 일단 이런저런 일정이 잡혀있기도 하고! 아무튼 내일은 또 야간출근이라고 하니 정말로 푹 쉬면서 체력 회복하길 바랄게. 운동 예약... 아침에 운동 나가기 귀찮긴 하지. 그래도 하면 조금씩 개운해진다고 하니까! 물론 나도 시작하면서 꽤 개운해진 편이고!! 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 것을 기대하면 어떡해!! 하지만 나도 기대되니 어쩔 수 없다. 이건.
기름기 있는 닭고기에 튀김 조합인 치킨은 맛있긴 맛있지만 많이 먹으면 더부룩하기도 하고 하니까. 아람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혜성이 고맙다는 말에 대답하는 말에는 딱히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식당이 있는 쪽으로 가니 여러 가지 음식이 있었고 혜성은 정말 치킨만 아니면 괜찮다는 느낌이었으니 아람은 조금 고민하다가 혜성에게 말했다.
“분식 먹는 건 어때? 뭔가 따끈한 우동국물 먹구 싶구. 거기에 돈까스랑 김밥. 여러 개 시켜서 나눠먹자.”
아람이 물놀이를 하면 따뜻한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며 혜성에게 주장했다.
“온천 좋아! 밥 먹고 바로 움직이는 것도 안 좋으니까. 계속 시원한 물에서 놀았으니까 따뜻한 물도 들어가줘야지.”
아람이 히히 웃었다. 뭔가 계속계속 바뀌어가며 즐길 것들이 많으니 신나는 탓이었다.
/뭔가 정말 워터파크에서 할 것들이 많구나 싶어! 다 재미있고 좋고 ;ㅅ; 귀엽구 88 오늘 하루 푹 쉬었다니 다행이다! 이번 주 내내라니 너무 부러워!! ㅋㅋㅋㅋ 나는 이번주 내내 일을 해야 할 운명이다... 주말에도...!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어깨에 뭉친 근육이 많이 풀린 느낌이라 되게 신기해. 조금만 어깨 안마 받아도 엄청 아팠는데 지금은 세게 꾹꾹 눌러도 안 아파...!
"그럼 내가 돈까스와 김밥을 살게. 네가 우동을 사줘. 그러면 대충 금액이 맞을 듯 하니 말이야."
어차피 나눠서 먹는다면 두 사람이 분담해서 사는 것이 가장 적당한 법이었다. 거기에 순대 같은 것도 시키면 좋을지도 모르나 일단 지금은 그 정도로 하기도 하며 혜성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 차가운 물에서 놀았으니 따뜻한 것을 먹으면서 몸을 데우는 것이 좋은 법이었다. 온 몸에 묻은 물기로 살짝 추위가 느껴진만큼 지금이 딱 적기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럼 가는 거다. 아까 움직이면서 보니까 조용히 들어가서 몸 녹일만한 곳이 있더라. 얼마나 뜨거운진 모르겠지만 워터파크 안에 있는 거니까 그냥 적당히 따뜻하겠지 뭐."
아마 거기선 여유롭게 앉아서 쉬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혜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분식을 파는 곳으로 다가갔다. 워터파크인만큼 안에 다른 건물이 있는게 아니라 푸드코트처럼 주문을 한 후에 바로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구조였다. 아직 점심을 먹기보단 노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비어있는 테이블이 꽤 많았다. 그 중 한 곳에 적당히 앉으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우선 분식을 파는 가게로 다가간 후에 돈까스와 김밥 두 줄을 주문했고 자신의 팔찌로 결제했다. 이어 주문 대기표를 받은 후 혜성은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건 그렇고 지금 와서 생각해도 늦긴 했지만 말이야. 너네 반이나 우리 반 애들의 모습은 없었지?"
순간적으로 문뜩 혜성은 자신의 반 아이건, 그녀의 반 아이건. 일단 자신들이 아는 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표현했다. 물론 자신은 아무런 사적 감정 없이 그저 같이 귀신의 집을 클리어했으니 부르는 거라고.. 일단 주장을 하고 있었으나 다른 이들이 보면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보이는 순간 수많은 이들에게 추궁을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딱히 보여도 상관은 없긴 하지만 말이야. 우리 둘이 오는게 무슨 잘못인 것도 아니고. ...하지만 말이지. 뭔가 말이야. 응. 그런 거 있잖아. ...귀찮을 것 같은 예감."
/은근히 워터파크에 가면 할 것이 많더라구! 사실 풀장만 다 돌아도 시간이 꽤 흘러가더라! 거기다가 먹을 것도 틈틈히 먹으면 그냥 하루가 뚝딱이지! 아무튼 이번주 내내 일을..8ㅁ8 아니. 아람주. 이번주에 쉬는 날 없는거야?! (눈물) 아. 그런데 어깨의 근육이 많이 풀렸다고 하니 다행이야. 그게 진짜 피로감을 엄청 주는 요소잖아. 그만큼 아람주의 몸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진짜 좁은 곳만 아니면 대체로 엄청 넓은 곳이 대부분이니 말이야.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모 워터파크도 진짜 넓더라. 풀장 도는데만 해도 대체 얼마나 지나가던지. 거기서 또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놀게 되니까 몇 시간이 금방 가서 엄청 신기했었어! ㅋㅋㅋㅋ 분명 아침에 갔는데 나오니까 저녁 시간이야. 진짜...코로나가 너무 밉다. (눈물) 아무튼 그러면 하루 빨리 휴일이 오길 바랄게!!
아람도 혜성과 함께 분식을 파는 곳으로 다가가 혜성이 결제한 다음 우동을 시켜 결제했다. 벌써부터 배가 고픈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오전에 도착해서 열심히 놀았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다행히 자리는 많이 남아 있었고 그 중 한 자리에서 음식을 기다리다가 혜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봤으면 바로 알았을 것 같기는 한데,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으음, 아람의 생각에도 반 아이들이 보면 무슨 사이냐고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아람은 음... 소리를 내면서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귀찮기도 귀찮겠지만... 설명하기 난해하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단은 그 때는 그 때에 맡기기로 한다.
그럼에도 조금은 신경이 쓰이긴 했는지 혜성은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말로는 자신들이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조금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둘이서 무슨 관계냐고 묻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말들이 다 나올 것을 생각하니 괜히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그럼에도 그녀와 오는 것을 후회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참으로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괜히 머리만 긁적이며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방학이 끝난 후에 붙잡혀서 이런말 저런말을 듣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아니. 뭐, 하라면 하라지만... 말이지. 아. 몰라. 여기서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해봐야 달라질 것도 없고.. 진짜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애초에 자신이 왜 이런 것으로 고민을 해야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앞에 두고 이런 고민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 혜성은 더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뭐, 일단은 묻는건데 좋아하는 남자애라던가 그런 애는 없지? ...괜히 나 때문에 이상한 꼴이 되면 그... 뭔가 미안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물음을 던지는 와중, 슬슬 음식이 준비가 되었는지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받은 주문표의 번호가 화면에 떴다. 그것을 확인하며 그는 받아오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음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받아온 음식을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김에 가지고 온 수저도 하나하나 챙겨줬을 것이다.
/아침에 나갔다가 지금 돌아와서 쉬는 중이야! 나름 하루를 이것저것 하면서 보낸 것 같아!! 지금쯤 아람주는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겠네. 일 화이팅이야!!
아람이 키득키득 웃다가 혜성이 이어서 하는 말에 눈을 꺔빡였다가 이내 푸스스 웃어버렸다. 그리곤 직접적인 답변 보다는 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아람은 혜성이 음식을 가지러 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음식도 다 되었다는 표시가 떠 총총 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혜성의 옆에 섰다가 우동을 들고 혜성의 뒤를 따라 우동이 든 쟁반을 들고 따라갔다. 혜성과 함께 테이블에 음식을 정리하며 아람은 중앙에 음식들을 두고 나눠먹을 수 있게 세팅했고, 혜성과 자신의 앞에 가져온 앞접시도 놔 두었다.
"너 덕분에 공짜로 놀러온 건데, 내가 밥을 샀어야 했는데 말이야."
아람이 히히 웃다가 대신 돈까스는 자신이 썰겠다며 나이프를 가져와 한입 크기로 돈까스를 썰어두었다. 이렇게 해둬야 둘이서 나눠 먹기에 편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아람은 바삭바삭한 돈까스를 서걱서걱 네모난 모양으로 조각내고는 돈까스 하나를 포크로 콕 집어서 입에 넣었다.
"꽤 괜찮은데? 맛있어. 아님 내가 물놀이를 해서 배가 고파서 그런가?"
보통 워터파크나 유원지에서 파는 음식들은 독과점이라 그런지 그렇게 평을 좋게 내리는 편은 아닌데 오늘 따라 꽤 맛있게 느껴졌다. 숟가락으로 우동 국물을 한입 떠 먹으니 따끈따끈함에 몸이 녹는 느낌이었다. 아마 표정도 흐물흐믈해졌을 것.
/야간 근무 마치고 돌아왔다! 오늘은 푹 쉬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오후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할 수도 있겠다.... 으....
"...뭔가 그렇게 말하면 그걸 걱정...이 아니라 괜히 신경 써줘야하는 내가 바보라는 것 같잖아. 나 참."
걱정이 아니라 신경을 쓰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어쩌면 그게 그거일지도 모르는 말을 굳이 다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그래도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조금 더 편하게 있어도 될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했다. 그야 뭐, 그렇게 되면 자신이 정말로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없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애초에 자신도 딱히 좋아하는 여성이 있냐고 하면 없다고 답할 자신이 있었고. 물론 그게 정말인진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으나 일단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답할 자신이 있었다.
아무튼 그녀도 음식을 가지고 오자 이것저것 푸짐하게 한 상이 차려졌고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급하게 먹을 건 없으니 천천히 즐기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돈까스를 그녀에게 맡겼다. 한 입 크기로 써는 모습이 꽤 섬세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를 하면서 마실 수 있는 물 두 컵을 가지고 돌아왔다.
"말해두는데 표에는 네 지분도 분명히 있거든? 귀신의 집은 나 혼자서가 아니라 둘이서 클리어한 거잖아. 나 혼자면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았을거야. ...아, 아니. 무섭다는게 아니라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잖아. 오해는 하지 말고."
물론 정말로 많이 놀라고 소리도 지르긴 했으나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괜히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며 혜성은 천천히 음식을 즐겼다. 돈까스도 우동국물도, 김밥도 대체로 맛이 좋았다. 그녀의 맛있다는 말에 그는 말 없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조금은 표정을 풀며 바로 앞에 있는 음식들을 즐겼다.
"지금 네 표정 엄청 풀린 거 알아? 하기사 이해 못할 것도 없지. 물놀이를 하면 원래 체력을 많이 쓰게 되니까. 운동 중에서 수영이 상당히 칼로리를 많이 소비한다는 말도 있잖아. 물론 나도 그냥 얼핏 들은 거라서 정말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떻냐는 듯이 말을 마치며 천천히 음식을 비워나가니 접시의 내용물이 천천히 비워졌다. 티슈를 이용해 자신의 입가를 닦기도 하고, 돈까스 소스에 김밥을 찍어서 먹기도 하며 혜성은 나름대로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그러고 보니 너. 학생회 사람들과 친하잖아. 수학여행 어디로 가는지 들은 거 있어? ...어딜 가도 자유시간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루 정말로 수고 많았어!! 오후에 잠깐 나갔다 오더라도 쉴 수는 있지 않을까? 일단 난 오늘은 백신을 맞아야 하고 운동도 조금 하고 올 생각이라서 이 답레를 쓰고 바로 외출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정말로 수학여행은 어디로 갈지 슬슬 정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놀이공원 있는 곳 근처면 좋겠다 싶을 정도야. 뭔가 그럴 때 아니면 굳이 놀이동산을 가거나 하진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 불꽃놀이 보는 것도 여름에 한 번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네. 워터파크에서 불꽃놀이 같은 거 안하겠지? 아마? 사실 써놓고 보니까 그때까지 있으면 집에서 왜 빨리 안 오냐고 할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답레를 마치고 나가볼게!
아람이 흥얼흥얼거리며 혜성을 놀리듯 이야기했다.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아람은 자신은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기로 하며 혜성에게 물을 한 잔 받아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가? 물론 나는 꽝을 뽑긴 했지만, 네가 그렇다면 굳이 거절하지는 않겠어. 지금 엄청 재미있기도 하고.”
아람이 히히 웃었다. 물놀이를 하고 난 뒤의 식사는 역시 꿀맛이었다. 우동의 따끈따끈함도 그렇고 돈까스의 기름진 맛도 그렇고, 김밥을 돈까스 소스에 찍어먹는 것도 좋았다. 역시 든든하게 먹어줘야 오후에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수영을 하면 물에 체온을 빼앗기게 되니까 더 그런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 물놀이 후에 따끈따끈한 것을 먹으면 흐물흐물해지는 게 당연하잖아.”
아람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다가 혜성이 수학여행에 대해 묻자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자세한 장소는 협의중인 것 같은데, 어느정도 자유시간은 있다고 하더라~”
/오늘 백신 맞는다니 고생하겠구나 꼭 쉬어야 해! 조심히 다녀오고!
수학여행이라니! 두근두근한데? 그런데 둘이 놀이동산을 간다고 해도 같이 다닐는지..! 나는 제주도를 생각하고 있기는 했는데… 한라산 등반에서 조난이라던가(?) 불꽃놀이 좋지! 뭔가 여름에 불꽃축제한데, 라고 해서 불꽃 보러 왔다가 불꽃놀이 사진에 담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혜성이랑 마주쳤으면 좋겠다!
"뭔 상관이야. 꽝이건 뭐건 중요한 건 나와 같이 돌파했다는 사실이지. ...아닌 것 같아도 그냥 그렇게 알아둬. 싫은 것도 아니라면."
물론 자신과 오는 것이 마음에 안 들고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녀의 말이나 오늘 행동, 그리고 표정으로 보아 그런 것은 또 아닌 것 같았기에 그는 그렇게 받아들여달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줄였다. 굳이 이런 것을 하나하나 따지는 것 자체가 바보 같기도 했고 더 따져봐야 방금 전처럼 바보라고 놀림을 받을 것 같았기에 입을 꾹 다물면서 그는 돈가스를 다시 한 점 먹었다.
그녀의 말에 동의를 하기도 하나 자신의 얼굴도 그렇게 풀려있을까 싶어 혜성은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얼굴, 특히 입 부분 쪽을 어루만졌다. 자연히 그의 표정이 다시 딱딱한 느낌이 되었을테고 이내 그는 그렇게 풀려있지 않겠거니 생각하며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풀린 표정을 보이지 말란 법은 없으나 뭔가 그녀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묘하게 부끄러웠기에.
"자유시간이라. ...그럼 카메라 가져가야겠네. 사진 찍을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테니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무인도라면 또 모를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섬으로 들어가진 않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과연 어디로 수학여행을 가게 될지 나름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추렸다. 그래도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니 조금 의미있거나 볼만한 것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하며, 혹은 말 그대로 공부의 일환으로 경주 같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어느 쪽이어도 그에게 문제는 없었다. 경주건, 볼거리가 많은 곳이건 사진을 찍을 것은 많았을테니까.
그 외 잡담을 하니 자연히 상 위의 그릇들이 하나둘 비워졌고 그는 마지막으로 물을 마시면서 입가심을 했다. 배가 든든한지 괜히 자신의 배를 오른손으로 약하게 통통 치며 혜성은 다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배부르게 잘 먹은 것 같아. 이러다가도 또 간식거리를 보면 먹겠지만 말이야. ...예를 들면 저기에 있는 에이드라던가."
이곳에서 보이진 않았으나 오면서 봤다든 듯이 혜성은 저 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오면서 수박 에이드를 봤거든. 나중에 먹던가 해야겠어."
/그리고 백신을 맞고 개인 볼일을 보고 돌아왔지! 내일은 집에서 안 나가고 쉴거야!! 백신 맞은 다음 날은 쉬는게 정석이니!
놀이동산을 가더라도 둘이서 같이 다니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방법은 여러가지 있지 않겠어? 이를테면 각자 자기들 무리끼리 가다가 우연히 같은 놀이기구에서 만나서 같이 타자라는 식으로 말이 나온다거나 혹은 시골에 데려갈 예정인 그 커플이 각각 둘을 데리고 와서 같이 다닌다거나 식으로 해서 어쩌다보니 더블데이트처럼 된다던가. 아무튼 제주도라. 제주도도 좋지. 물론 진짜 옛날에 가서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라산 정도면 나름 경사도 있고 가파른 곳도 많으니 조난을 당하기도 좋고 말이야! 거기다가 일단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곳이니 쉽게 발견도 될테고! 물론 선생님들에게 무진장 혼이야 나겠지만! 와. 그거 좋다. 혜성이라면 그런 축제가 있으면 참여를 안할리가 없을테니까. 아마 혼자서 카메라 들고 나름 명소에서 구경하려고 준비중이지 않을까 싶어. 축제인만큼 어딘가에서 팔고 있을 닭꼬치 하나 입에 물고 말이야.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