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이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흰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너는 먼 곳에서 그것을 찾을 필요 없었다. 그것은 바로 네 옆에서 지금처럼 손을 뻗어 너를 껴안아 다시 침대에 넘어뜨릴 만큼 가까이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 탓에 매트리스가 네 무게에 맞추어 연주된다. 네 몸을 껴안는 손길은 네가 불편해하지 않을 곳을 찾던 예전보다 거침없어서, 조금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너를 품에 안고 양껏 껴안고 쓰다듬었을 것이고 이후에는 천천히 물어보았을 것이었다.
말없는 너를 쓰다듬는 것은 사뭇 즐거운 일이었다. 네 살결은 부드러웠고 머리카락은 손가락으로 가르는 족족 폭포수처럼 갈라져 쏟아져내리며 네가 숨을 마시고 내뱉는 것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으므로 나는 온 몸으로 네 존재감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네 기분에 족하게 했을 때에 상으로 이런 시간을 받아도 좋겠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쩌면 위로로 받아도 좋을 일이겠다. 어쩌면 네가 내게서 구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서 위로를 받고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행복해. 너한테 도움이 되는 것만큼 내게 있어서 자랑스러운 일은 없을 거야."
네 머릿속의 뒤엉켰던 실오라기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거나 언젠가 다시 생겨날 고질병 같은 것이라고 해도 언제든, 해결사처럼 나타나줄게.
"음. 세아는 먹고싶은 것 있어?"
다정한 눈으로 널 마주하며 그렇게 되묻는 것은 당연히 내가 요리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요리가 무리인 것이라면 주문하면 되는 것이고, 어느 쪽이든 너와 아침을 함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될 것이다. 네가 뭔가 해준다는 것은 적어도 내 상정 안에는 없는 일이었다.
세간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과할 정도의 유착관계의 애인 사이도 있다고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그러지 않았다. 특히 주간에는 주 5일 얼굴을 마주 보는 학생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더해졌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다시 등교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생기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를 왔지만 내 뒷자리에는 네가 없었다. 조금 늦게 오는가 싶은 생각도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사라졌다. 아무 기별 없이 얼굴을 보이지 않고, 아무런 연락도 없다니. 어떤 이유로 그런지 몇 가지 상황이 예상이 갔지만 역시 직접 연락하는게 좋을 것 같아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크리스마스 날,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날이 언제적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크리스마스랑 아이들과 종교인들만 즐기는 날을 넘어서 전 세계가 즐기는 축제 같은 개념으로 화해 있었다. 기념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퍽 잘된 일이었다. 11월 중순쯤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놓는 가게들이 생겼고 거리에는 순록 모형과 전구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네 가슴이 거기에 설레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네가 이 날을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그저 노력을 다하고 싶었다.
12시가 지나자 네게는 문자가 갔을 것이다.
[세아야.] [메리 크리스마스 🎄]
이런 날 공연히 가슴이 설레여 잠을 이루지 못다면 너와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잠들어 있었더라면 너는 오후쯤 직접 촬영한 영상을 함께 받아보게 되었겠지.
영상을 재생하면, 배경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먼저 들려왔을 것이다. 여러번 각도를 맞추며 다시 촬영했을 것이 분명한 영상이다. 어색하게 화면을 보면서 붉은 장갑을 낀 손을 흔드는 너의 남자친구는 산타복을 입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는 울지 않고 착하게 보냈어? ...아, 이런 거 정말 민망하다."
흐흐, 하고 웃음을 흘리고 평소처럼 카메라를 마주 대하는 나의 시선은, 그 너머에서 나를 확인할 너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었다.
"조금 정도 짓궂게 굴었다고 해도 봐줄게. 너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야. 크리스마스 선물 가지고 갈게. 빨리 보고 싶다."
그리고 초록색과 빨간색 포장지로 감싸인 상자 같은 것을 화면에 보여주고서, 리본에 매달린 산타 모자를 쓴 곰인형의 손과 내 왼손을 함께 흔들며 조금은 높은 소리로 "안녕~" 인사와 함께 영상은 종료되었을 거다.
미리 예약 주문한 슈톨렌과 그에 잘 어울린다는 와인, 그리고 커플룩으로 입어볼까 싶어 두 벌을 산 공룡이 붙어있는 어글리 스웨터-짓궂게 군 건 내 쪽일지도 모르겠다-, 너와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 산 미니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자전거를 탔을 때는 아무리 그래도 산타 복장은 민망해 평범하게 패딩을 입은 채였다. 그렇더라도 네가 선물을 들고 찾아온 붉은 옷의 산타를 보고싶어 한다면 보여주지 못할 것도 없었겠지.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음식이라... 역시 케이크인가? 슈톨렌은 세아가 처음 먹어보는 거려나? 엄청 달던데 반응이 궁금해
희인이는 세아랑 만나기 전에는 가족들이랑 케이크 먹으면서 보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세아랑 보내고 싶어하지 않을까? 세아가 가족들이랑 보내고 싶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독백 쓰면서 든 생각인데 고아원 같은 곳에 부모님이랑 같이 선물 포장해서 뭔가 대량으로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