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이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흰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잘 안 보였으니까- 라는 너의 대답은 냉철히 생각해 보자면 변명으로서 유효했다. 익숙한 구조의 공간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우리의 뇌는 그곳을 보는 것 처럼 처리하는 능력이 있고, 또 나는 충분한 암순응의 보정을 받아서 어둑하고 서늘한 거실을 꿰뚫어볼 수 있었으니까. 그에 비하여 너는 밤을 물리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눈에 감아 낮에나 띄울듯한 동공을 지닌 체였으니까. 하지만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내 입꼬리중 어딘가가 올라가는 것은 왜일까. 허벅지를 건반이라도 되는 듯 가볍게 누르고 훑는 너의 손길에 나는 별 다른 반응을 해주지 않은 체 네가 나를 위해 사왔다던 선물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 불빛은, 그렇지. 눈이 너무 부실테고 빛 아래에서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
손을 느릿하게 뻗어서 아직 포장지에 쌓여있는 인형을 살짝 만지다가 돌연 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있지. 사실 네가 무엇을 사줬는지는 조금밖에 궁금하지 않았어. 중요한건 네가 나를 생각해서 무언가를 해준다는 행위가 물질적인 증거로 남아서 나에게 온다는 점이었고, 소중한건 그 생각 자체야. 이해해? "
너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귓가에 나직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생각을 전했다. 이해란 중요하니까. 우리가 서로 같은 상상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란 것은 무엇보다도 강렬한 인상이니까. 이해하냐는 말 뒤에는 무거운 숨을 토해내고, 너에게 무너지다가, 일부러 너와 함께 쇼파에 머리를 추락시켰다. 아프지는 않을거야. 충돌거리도 시간도 짧은 그 순간의 가속도에 나는 눈을 감았고, 의심할여지 없이 네가 쇼파와 나 사이에 끼워진 모양이 되었다면 조금 더 몸을 밀착시킨체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 중요한 질문을 하기 앞서 한가지 사소한 질문을 할게. 너는 너의 감각에 과잉된 적이 있어? 세상이 너무 시끄러웠거나, 색체가 과잉되었다거나. "
이동수업이 끝나고 난 이후의 시청각실은 종종 애인들을 위한 밀회소가 되기도 하며 서희인 강세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에게는 그 가능성이 이제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밀회로서의 기능을 전혀 염두해두지 않은체로 둘만이 불이 꺼져 어두워지고 커튼이 쳐져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격리된 장소에, 학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는 동안 자리를 지켰을 뿐이지만 마지막에 나간 하나의 학생에게 꽤 그럴듯한 추측을 할 수 있을 여지만은 남겨둔 체였다.
아직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세아를 걱정해서인지, 서희인이 근처로 다가오면, 의자에서 일어나
크리스마스 때 어릴때의 강세아는 캐롤의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라든가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를 듣고서 반박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어.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기준은? 그것은 절대적으로 옳은가? 선물을 나눠주는 데에 착하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합리적인가?
>>251 전세계를 24시간만에 이동하며 생기는 각종 문제들과 백인이 시혜성으로 소수성을 지닌 어린이에게 선물을 배푸는 일이라던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판단하여 선물을 줄지 말지 결정하고 하는 일이 너무 비윤리적이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존재였기에 세아는 어렸을때부터 산타의 존재를 부정했지
맞을지도 몰라? 음. 점점 더 궁금해진다! ㅋㅋㅋㅋㅋ 아 전에 들었던 기억이 나는 거 같아. 세아는 산타를 믿냐고 물었던가? 어쩌면 인종 문제에 은근히 관심이 많은 걸까.
그리고 나 생각해왔어~ 뭐든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같은 얘기를 들은 기분이라 무척 고민되더라 ㅋㅋㅋ 즐겁긴 한데 막상 하나로 좁히려니까... 세아가 만년필 고를 때를 보고싶어. 가게에서 골랐는지, 인터넷으로 샀는지, 재질이나 형태는 뭘 보고 골랐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 아직 답레도 쓰고 싶은데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세아는 산타를 믿냐는 질문을 희인주가 했었고 내가 대답한 적이 있었지~ 그ㄸ랑 지금의 대답은 조금 다르지만~! 인종문제에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편이야 과학과 사회학은 좋은 무기지.
>>254 지금으로서는 산타의 개념이 주는 유익성(아이들에게 선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특별한 날을 만드는 역할, 등)을 인지하고 있으니까 적당히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로 대해주지 않을까~ 어린이집 봉사활동은 안 갈것 같지만 (왜냐하면 어린 인간들의 연약함과 그에 대비되는 자신의 위치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린이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는 편)
빼빼로데이를 가장 즐기는 이들은 연인들이 아닌, 연인관계를 꿈꾸는 이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위의 들뜬 분위기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사람과 사람의 눈길이 그윽해지거나, 설레이거나, 긴장으로 가득 차는 것을 한발자국 뒤에서 바라볼수 있는 일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물며 자기 자신또한 그러한 눈빛으로 애인을 바라보고 부푼 마음을 억지로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역할놀이를 하길 바라는 것은 눈 앞에 둔 마시멜로우를 끈기있게 기다리는 자세와 엇비슷하니 정말, 특별한 날의 주인공은 연인이 아닌 자들이었다.
언제나 주인공의 자리였던 강세아는, 물론 그런 연애행위들과 상술에 휘둘리는 자아들의 외침보다는 잘 정련된 사고 아래에 태어난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에 더 관심을 가졌으나, 오늘은 작년과는 달랐다. 서희인이라는 거대한 존재감이 삶 속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고, 그 존재와 맡닿는 삶의 부분들이 전에없던 색으로 물들고 드 물듦을 나름 즐기고 있었다. 그러한 까닭으로 강세아는, 어머니와 제안한 백화점행에 기꺼이 동행했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꽤 괜찮은 선물들을 살 수 있는 코너였다. 지갑이 좋을까. 아니면 시계? 강세아는 서희인을 떠올려보며 어떤 선물을 사주는 편이 좋을지 가만히 생각을 해보며 느릿한 발걸음을 옮겼고 한번 눈에 띄었다 지나간 곳으로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았다.
" 아. "
그래. 너는 마침 필기를 자주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고, 비슷한 녀석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도 없으니 이게 좋겠다. 길쭉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만년필이었다. 또, 나름 빼빼로와 비슷하게 생겼으니 단번에 연상은 되지 않더라도 받으면 좋아하지 않을까? 한번에 먹어치우고 칼로리로 환산되다가 사라지는 녀석 보다는 차라리 손에 쥐고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게, 그리고 사용하는 모습을 선물해준 당사자가 볼 수 있는 것이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기뻐할만한 녀석이지 않을까?
그런 연유로 백화점을 빠져나오는 강세아의 코트 안주머니에는 고급스러운 포장이 되어있는 만년필이 한자루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외의 것은 전혀 사지 않았더랬다. 강세아의 어머니 되시는 분은 그녀의 딸이 무엇을 샀는지는 몰랐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애매모호한 녀석이였지만 나름의 배려를 발휘하여 더이상 묻지 않았다. 결국 그 선물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은 선물을 줄 사람과 받을 사람 둘로만 남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가사가... 으응. 어 어 어, 맞아 바로 그 느낌... 책임감이 지나치게 과도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 옛날에 내가 했던 생각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눈에 띄네. 별 생각이나 준비없이 다들 낳아서 기르니까 나도 따라서 낳아서 기르는 그런 무책임한 부모는 안될 것 같아. 조심성이 과도해도 그건 그거대로 어렵지만...
술마시고 장래 가족계획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동일합니다 (만약 희인주가 부끄러움에 읽지 못하였거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잊었더라면 / 아이는 원치 않음 - 둘이나 원하다니 결혼하게 되면 정관수술부터 해야 한다! / 물론 뒤의 부분은 머릿속에 없지만 비슷한 해결책을 바랄듯)
욕심부릴 정도는 아니야. 바라는 점은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성별은 딸을 더 선호할 것 같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 같아. 외모나 성격이나 특질은 별 생각이 없을 것 같지만... 세아를 닮은 딸이라면 어쩐지 성장 과정에서 (희인이가) 상처를 받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미안해! 길어질 것 같았는데 급하게 나가느라 저기서 끊어버렸네!
희인이는, 내가 세아에게 최고만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내 취향 같은 것들 보다는 주변에서 아내 고생 안 시킬 것 같은 남편감이라거나 진국이라거나 대체로 그런 평가를 받는 주변 사람들의 특징을 모아서 만든 캐릭터야. 그래서 사랑받고 자랐고 사랑할 줄도 알고 얄미울 정도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
아동과 청소년 사이에서 혼란한 과도기를 희인이도 겪었을지라도, 어떤 경우에도 삐뚤어지지 않았을 인간상이라,
건강하게 자라라.... 하지만 결국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의 기대는 커질것 같은데... 세아 닮은 딸이면 왜? 희인이는 어느 부분에서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사회성이 떨어지는 부분에서 아이들이 무구하게 내뱉는 말이 칼날같이 느껴지는걸까? (아빠 다른 아빠들은 다 엄마보다 돈 많이 버는데 아빠는 왜 아니야?/아빠는 왜 손가락이 없어?) 같은?
얄밉다. 부럽다. 사랑스러워.
하지만 곧은 것을 보면 부러트리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세아 관련된 일로도 삐뚫어지지는 않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닥쳐도?
>>278
곤충! 어릴적 세아주 별명이 곤충박사였다는 것을 꺼낼 때가 되었나.... 세아는 전혀 징그럽다는 느낌 같은거 안받아. 사회적으로 굳어진 대상을 향한 프레임 같은걸 잘 흡수 안/못 해서 위생상의 이유로 피할지언정 징그럽다고 피하지는 않은다!
건강하고 행복한 걸로. 한국 배경이니 아무래도 기대가 커질 것도 같지. 하지만 자식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더라도 자식이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는 어느 시점에서 내가 과도한 걸 바라고 있구나 하고 깨닫고 돌이키지 않을까 싶어. 굳이 하나 꼽자면 희인이는 조용하고 무탈한 걸 좋아하니까 패리스 힐튼 같은 아이라면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볼 지도 모르겠네. 세아는 아이가 생긴다면 바라는 게 있을까?
응. 그런 부분일 것 같다. 수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아의 잠재력이라면 역시 희인이가 덜 버는 쪽일 것 같네 ㅋㅋㅋㅋ 오늘 아빠가 너무 달라붙어서 성가시다든가 솔직하게 말해버릴 것 같은 이미지라서.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럽지... 위험한 취향이네! 나도 그렇지만! 세아 관련한 일로 삐뚤어질 수 있기는 해.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세아가 먼저 이승을 떠나버리거나 하면 몇 년인가 방황한다고 했던 것 같네. 희인이의 과도기가 희인이를 삐뚤어지게 하지 못할 뿐이지 다른 요인들로는 가능할 것 같아. 남편으로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듯이 그렇게 샐 수도 있겠다 싶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 거구나. 희인이가 그 방면으로 장난쳤다가는 역관광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검색해보니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일까! 멋있다! 희인이 세아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니까 전공이 갈려도 물리학 이야기를 열심히 듣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될지도 모르겠네.
패리스 힐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가 생기게 되었고 기르기까지 마음이 굳어졌다면 온전한 사회시민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원할거야.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 알기는 하는게 하한선일테고, 그것을 달성할 수 없다면 굉장히 침울해 할것 같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희인이가 일을 한다면 지지하지만 세아가 전업주부가 될지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답레를 쓰고 싶은데 진득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시간이 잘 안 난다. 세아는 물리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희인이는 철학에 관련한 이야기로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네. 저번에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이나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로 인해 생긴다는 특이한 강연을 들었는데 그런 종류의 이야기로... 더 찾아보고 싶은데 들었던 학술행사가 워낙 많아서 어디였는지 못 찾고 있어...
앗, 치사하다. 온전한 사회시민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건 희인이도 마찬가지일 걸.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허들을 한참 아래에 두기는 할 거야. 어딘가 아프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남들과 다르더라도 건강하고 행복하면 괜찮은 걸로. 세아는 어쩌면 아이에게 자신을 대입하는 걸까?
잠깐 무조건 맞벌이라는 생각을 해버렸네. 전업주부 세아라... 집에 돌아가면 맞아주는 세아가 있다... 좋다... 살 맛 나겠다... /u 역으로 희인이가 주부를 할 수도 있을 테지. 이녀석 주부가 상당히 성향에 잘 맞을 거야.
글쎄. 너무 여러가지 가능성에 따라 갈릴 부분이라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나오는 리즈의 아버지 같은 느낌을 생각하긴 했어. 좋은 남편에 다정한 아버지이지만 뒤에서는 불법 무기 밀매업자. 사실은 너무 맑기만 한 사람도 이상적인 남편은 아닐 테니까.
그런거 보면 즐겁지. 학문이 나아감에 따라 철학적으로 근원적인 질문에 답변을 하는 것 같은 일들 말이야.
세아는 아이에게 자신을 대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높은 허들을 갖지 않을까. 어떻게 되었던 세상에 내놓은건 자신이고... 아이를 좋아할지 사랑하지랑은 별개의 이야기로 많이 노력할거야. 물론 아이를 갖게 된다면의 이야기고 지금으로서는 극구 반대하는 생각밖에 없지만
주부 서희인씨 너무 에미야씨네 밥상이 생각나는데 ㅋㅋㅋㅋㅋㅋ 아마 요리 잘 하겠지. 도라지무침도 할줄 아는데 대견하고 또 대단하다. 나는 고등학생때 무슨 요리를 했더라. 보통 양식 위주로만 했던것 같아.
그런 부분이라면 세아는 조금 혼란스러워 하겠지만 결국 지지할 것 같네. 말도 안 되는 해악을 뿌리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데 희인이가 불법이나 사회악을 생산하게 되는 루트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