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이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흰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133 츄 으흐흐흐흐흐.... 느릿느릿하개 눈 꿈뻑이다가 피식 웃고 일어날것 같네. 팔 뻗고 일으켜달라고 앙탈부리기도 할 것 같고. 끌어안아서 일으켜주는 경우에는 어깨에 충분히 기대서 침착하게 숨 들이쉬고 내쉬다가 눈 꾹 감고 떠서 부스스하게 일어날것 같고... 견과류 같은거 주면 한알 두알 먹다가 커피 타러 가거나 우유 데우러 갈 것 같애.
반대의 경우라면 1. 곤히 자고 있는 서희인을 잠시 관찰하다가 위에 누워버리기 2. 사진 찍고 나서 귓가에 이름 불러서 깨우기 3. 조금 얄미우면 여기저기 깨물거나 해서 깨우기 정도
할로윈이라는 서양 명절, 부러 챙겨본 적은 거의 없지만 너와 함께하는 날이라면 어떤 구실이든 만들어서 축하하고 싶어진다. 네 앞에 놓인 탁자에 갖가지 도구와 눈에 띄는 늙은 호박을 올려놓고 일회용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채 목소리를 띄워가며 일일 선생 노릇을 하는 이유도, 굳이 묻는다면 그래서라고 해둘까.
"자, 그래서 오늘은 잭 오 랜턴을 만들기로 했어요~."
국제 쇼핑몰 사이트에서 구입한 도구들에는 속을 긁어내는 큼지막한 스푼과 조각용 칼, 펜, 조각 도안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힘을 합해 네게 근사한 호박등을 선물해주길 바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네 옆에 붙어 앞치마를 둘러준 뒤 고운 손에 조각칼을 슬쩍 쥐여주는 것이다. 호박을 가리키고서 속닥속닥 너의 시작점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호박 꼭지 부근부터 오려내면 된대. "
하지만 네가 조각칼을 힘차게 호박에 꽂아넣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스스로의 행동이 가식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호박 꼭지를 미리 떼어내고 가짜 피를 가득 채운 뒤에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원상복구하는 번거로운 장난질을 칠 거라고 과연 네가 예상했을까.
네게 처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던 때보다 누워서 핸드폰을 매만지는 너의 모습을 더욱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새삼스레 스스로에게 일깨웠더라면 난 머릿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네게 편지를 처음 보내던 날, 손이 떨리던 기억으로 이어지게 될 테고, 지금의 한없이 잘 맞물려 돌아가는 유기적인 너에 대한 모든 상상과 그 상상속에서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아름다운 형상을 한껏 피워내고 있는 너에 대해서,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행운이라 감탄할 것이 분명했었다.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았다는 네 말이 화면에 뜬 뒤에 무척 피곤하겠다는 공감으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전하려 걱정을 담은 손가락을 놀리다가, 네 다음 메시지에 말도 없이 눈을 키웠다. 이제껏 써왔던 글이 의미도 없이 지워지고 새로운 단어가 쓰여지는데 그것이 겨우 두 단어다.
[지금 당장?]
눈이 절로 시계를 향했다. 4시를 조금 넘은 시각, 늦었다기보다는 이르다고 말하는 편이 객관적으로는 옳겠으나 잠이 안 왔다던 네게는 분명히 늦은 시간일 것이었다. 으음-, 목소리를 질질 끌며 주름잡힌 미간을 꾹 눌렀다. 잠은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네 이름을 보았을 때부터 진작에 날아갔고, 그보다 앞서 너에 대한 걱정이 송글송글 뭉쳤다. "많이 안 좋은가."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시간에 갑작스러운 요구를 해올 리가 없다. 혼잣말을 뇌고서 마저 키패드를 두드렸었다.
[잠깐만, 세아야.] [너 지금 설마... 한숨도 못 잔 거야?]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기에? 기분이 풀릴 것을 요구하는 네게 특별히 원하는 게 있냐는 질문을 했지만 머지않아 더이상 1자가 사라지지 않는 화면을 마주해야만 했다. 바로 직전까지도 잠이 안 왔다고 했으니, 벌써 잠들었을 리는 없겠고. 결국 너는 했던 말 그대로 내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침대 옆의 러그에 발을 내딛으며 피식 웃고는 생각하는 것이다. 제멋대로 구는 너는 정말이지 잊을만하면 내 앞에 나타나곤 한다고.
집앞의 편의점에 들렀다가 힘껏 자전거의 바퀴를 굴렸다. 새벽이라 길이 비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지금이 나중이라서일까. 집에 있을 네게 기분을 나아지게 해줄 것을 배달해왔다고 알려줄 수 있었을 즈음에는 옷의 앞섶을 펄럭이며 과열된 몸의 온도를 낮춰야 했다.
밖에 나가지 않음에도 남들에게 보여야지만 의미가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나의 변화를 알아차릴 사람이 있기 때문이겠다. 챙이 큰 검은색 꼬깔모자에 바닥까지 끌리는 로브. 목깃은 팽팽하게 세워져서 종종 귓볼을 찌를 정도지만 나름 귀여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는 간단하게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바지니까, 모처럼 할로윈이라고 조금 더 과감한 복장을 기대한 너에게는 실망이였으려나. 단호박을 앞에 둔체로 나는 다른 한 손에 칼을 쥐었다. 네가 쥐어준 칼에, 목표는 단호박이여야 하겠지만 종종 그론 생각이 든다. 너는 나를 골리기를 좋아하고, 저번 기념일에도 나를 골린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무언가 함정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애인의 도리로서 네가 열심히 준비한 함정을 밟아줘야 하는걸까? 미심쩍은 눈초리로 너와 단호박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가 호박을 자르다니.
" 참, 혹시 세자매 농법이라고 알아? 호박하니까 생각난건데. "
알아? 하고 너의 대답을 기다렸다. 혹시나 알면 내가 구태어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너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이에 나는 호박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호박의 꼬투리를 파내기 위해 칼을 들었다. 천천히 들어가다가, 갑자기 쑥 하고 들어가는걸 보면 살이 그렇게 많지는 않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 어. "
호박에서 피가 흐르는걸 발견하기 전 까지는. 툭 하고 칼날을 놓아버렸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도마 위에서 가볍게 울렸다.
"............."
눈을 크게 뜨며 반걸음 정도 자리에서 멀어졌다. 호박? 피? 붉은 액체를 흘리는 호박과 피가 묻은 칼날에서 시선을 뗄 수가............
" ...... 아. "
호박과 너를 번갈아보고 나서야 안심이 됐는지 표정을 누그러트리고는 후 하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세아 마녀 복장 너무너무 좋아요 👍👍👍👍👍 굳은 세아... 비명 지르는 거랑은 다른 의미로 좋다 ^-^ 세 자매 농법 뒷사람은 처음 들어봐서 검색해봤는데 신기하네. 이런 것도 있었구나... 희인이는 한번쯤 들어본 적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자매 작물이 정확히 뭐였는지는 기억을 못해도...
적당한 시간에 울리는 초인종의 소리. 아 그래, 분명 와본적이 있으니 길을 헤메거나 나에게 물어보는 일 없이 바로 찾아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거운 머리를 들고 몸을 일으켜서 침대에서 몸을 떨어트렸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 마다 몸을 육중하게 차지한 고민의 부피감에 속이 울렁거린다. 시야의 테두리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것 만으로도 현기증이 나길 시작해서 금방 나가려다가 침대에 다시 풀썩 앉아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몸을 일으키고 정문까지 나가서 문을 열어줄 수가 있었다. 너를 보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나는 여러 감정이 일순간에 푸드득 거리며 머리속을 꽉 체웠고 너에게로 조금 더 다가가 네 옷자락을 꽉 쥘 수 밖에는 없었다.
" ....늦었어. "
어떠한 의도로 이런 말이 나왔는지는, 말을 한 장본인조차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으니 이제 해석의 여지가 되겠다.
일단은 14번...! 희인이한테 물어보면 국토종주 자전거길 같은 거 따라서 자전거로 종단여행하고싶어했을 것 같아. 친구랑 같이나 아니면 자기 혼자서... 못 한 이유는 고등학생이 공부하면서 여유있게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라서 (며칠을 내리 쉬어야 하니까!) 수능 뒤를 노리고 있을 것 같다.
희인이가 말은 안하겠지만 옛날부터 하고싶었던 일은 친구 중 몇에게 쓴소리나 자기가 쭉 품고있던 의문을 그대로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해로운 친구관계 설정... 유효하다
전국구 먹방 좋지, 완벽하지... 몸으로 이것저것 체험하면서 추억도 만들고 사진도 찍고 싶어 할거야. 그말 희인이한테 그대로 들려주면 시무룩한 강아지 상태가 될 거야. 그래서 걱정이야... 하면서 ㅋㅋㅋㅋ 어디 도착할 때마다 메시지 보내고 매일 숙소 도착해서 전화하고 싶어할 텐데 세아가 귀찮아하면 저녁에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 애정표현+ 세아 근황 묻는 메시지나 전화 한 통만 딱 정리헤사 보내지 싶다!
세아랑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은 의외로 안 해. 아니 내심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있을텐데... 오랫동안 자전거를 탄다는 무리한 일정인데다가 세아 땀 흘리는 거 싫어하고... 잠자리 막 시골 동네회관이나 텐트 이런 데일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힘들고 땀내나고 고생시키는 여정이 될 것 같아서() 세아와 같이 간다면 나중에 캠핑카같은 거 끌고가야지 싶다!
해로운 관계... 제일 해로운 관계가 그 잘생기고 엉겨붙는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옛날 문서를 뒤질 때가 왔군요. 그 외에도 희인이한테는 해로운 관계가 꽤나 있으니까! 세아를 욕하지 않을 만큼의 의리는 있지만 행실이나 인성이 나쁜 친구도 있을 테고... 바른 소리 내심 하고싶어할 거야.
14. 왜 굳이 아무 말 안 하기인지 궁금하다. 조용함을 즐기고 싶은 거야? 아니면 뭔가 전하고 싶어서 땀 뻘뻘 흘리는 서희인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서? ㅋㅋㅋ 책 읽는 세아와 등을 맞춰 기대고 같이 책 같은 거 읽는 모습이 떠오른다. 말 걸고 싶어할 텐데... 뜨개질한다면 뭘 만드는지 굉장히 궁금해할 거야. 말 못하게 한다면 목을 가리키면서 눈을 둥글게 뜬다던가 (목도리?) 손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한다던가 (장갑?) 하겠네
희인이 잘못이 반복되어서 그런 말을 한다면 헤어질 생각보다도 반성할 걸(...) 희인이가 싫어할 헤어지자는 말은 "왜 메시지에 바로 답장 안 해? 헤어져." 같이 정말 헤어질 생각 없는데 관심 끌거나 경계하게 만들 목적으로 걸핏하면 헤어지자는 말 하는 거? 진지하게 받아들일 성격이라 들을 때마다 상처받고 싫어할 것 같다... 세아가 상대라면 최소 10번 넘어 정도.
같은 단어라도 천박하게 하는 거 싫어하는구나. 단톡방 같은 데서 천박한 단어나 이야기 나오고 있으면 소극적으로 어느정도 이야기의 흐름 맞춰주고 있거나 한 희인이 대화목록 보면 실망할까? 대체어가 있다면 희인이 본인이 그런 단어를 쓰는 일은 드물거라고 생각하는데... 궁금해.
사진 정말 셔터가 닳을 정도로 찍어대지 싶다 ㅋㅋㅋ 삼십분에 한통... 마음같아서는 하고 싶어할지도 몰라(...) 여정이나 이런저런 거 고려하면 그정도로는 못하겠지만! 대자로 반대시위하는 강세아도 보고싶은걸 ㅋㅋㅋㅋ 김밥 마냥 돌돌 말아주고 싶기도 하고. 캠핑은 의외로 되게 귀찮은 놀이이니까... 세아한테는 캠핑 뺀 차박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깊은 뜻이 있었구나. 목도리같은 건 나름 간단한데 스웨터는 난이도가 있지... 옷 위에다 세아가 만들다 만 스웨터 껴입는 희인이가 생각난다. 스케베니트를 옷 위에 껴입은 느낌과 푸대자루를 입은 느낌 사이 그 어딘가일까... 바디랭귀지에도 응해주지 않는다니 희인이 영문 몰라서 어리둥절할거야. 결국 침묵이 익숙해지긴 하겠지만 세아랑 같이 있는 시간을 이것저것 풍성하게 보낼 수 있는데 굳이 침묵으로 보내야 할까? 라는 의문이 있을 것 같네.
>>169 함께 가자고 한다면 반대시위 할거지만 혼자 간다고 하면 시위까지는...! 야외활동 싫어하고 운동 싫어하고 불결한것도 싫고 돈도 체력도 시간도 많이 드는 여정에 나를 동참하려 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그대는 그대의 연인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칭얼거리며 하루만에 야심찬 계획을 파괴할 목적이 있는 것인가? 혼자 가라. 혼자 가는것을 반대한적은 없다. 뭐 이런 식으로.. ㅋㅋㅋㅋㅋㅋ
스케베니트 하니까 만들고 나서 입어주는거야 하는 눈으로 세아 보는 희인이 생각나네. 서브컬쳐적인 의미로 입지는 않을거고 아마 만들어도 희인이걸 만들겠지만 하루만에 만들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팔 뜨다가 목도리로 변경할지도 몰라. 침묵만으로 막, 서로 숨쉬는 소리만 내면서 가만히 같이 있어보는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 참 묘한 취향이지만 😚
물어볼 필요도 없듯, 네가 나보다 더 자세히 알고있을 것이다. 빼빼로데이나, 조금 이국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포키의 날. 한번 꼬아서 농업인의 날이나 농민의 날, 혹은 가래떡의 날이라 대답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네 대답을 기다렸다. 뒷자리에 있는 너를 보기 위해서는 상체를 살짝 비틀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을 일이지.
교실 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빼빼로를 주러 다니는 학생들과, 앉아서 먹는 아이들. 못 받았다고 하소연을 하거나 아직 건네줄 눈치를 살피는 아이들. 어찌 되었건 학생으로서 챙길수 있는 탈일상적 경험을 만끽하느라 교실 내에는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년이라면 이 분위기의 경박함을 책망하며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활자로 주의를 돌리거나, 아니면 종종 찾아와주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끝냈겠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요소, 내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온 너라는 존재가 내 뒤에서 뚜렷히 현현하고 있지 않은가.
" 자. "
너의 반응을 기대하며, 깔끔한 흰색 종이로 포장된 종이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내용물은 당연히 '그거'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네가 열어보기 전 까지는 모를 일이다. 반응이 기대되네. 눈이 시원하게 호선을 그은것은 그 때문이었다.
>>171 이거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희인이가 억지로 세아 데리고 가려 하는 귀찮은 성격이었다면 꽤 재밌는 그림이 연출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고. 같이 말 안하고 같이 있기도 새로워서 재밌을 것 같아. 그러다 보면 대롱이나 다른 반려동물처럼 세아를 그런 생물로서 느낄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조금 추상적인가 싶지만. 스케베니트는 세아가 입어주면 좋지만 희인이가 입게될 확률이(물론 셔츠 위에) 어쩐지 높을 것 같네 ㅋㅋㅋ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세아한테 휘말려서 잘 입고 다니는 희인이도 생각나고. 오늘은 오랜만에 한숨 돌리는 중... 내일이나 모레나 조만간 답레를 시도해 오겠습니다 😊
쉬다 보니 시간이 진짜 금방 지나가네. 이틀 후면 오늘부터구나. 혹시 이번 수험 치지는 않지? 호구조사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냥 치러간다면 응원해주고 싶어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주 들러주면 나는 좋다...!
하긴 초반이면 세아가 밀어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아무도 못 입는 옷이 되어버리면 그거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대롱이 이불로 쓰일지도 몰라! 희인이라면 어쩐지 실용적인 쓰임새 찾아낼 것 같고...
견고함이라 표현한 건강함은 희인이의 특징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거다! 정주행을 아직까지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점이 정말 미안하네... ㅇ<-< 그 부분은 좀 고민이 된다... 일단 내 생각엔 시간축을 널뛰면서 놀면 헷갈릴거 같아. 이 일이 이 일 이전에 있었나? 이 일이 이 후에 있었나? 같은 부분 헷갈릴 것 같아서 말이야. 둘 중에서라면 사자에상 시공이 낫지 않을까!
낯선 듯 조금은 눈에 익기 시작한 문 안에서 응당 나와야 할 사람이 나타났는데 처음 느끼는 것 같은 반가움과 만족감이 가슴 깊이 부풀어오른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었다는, 좋지 않은 표정의 너에게는 미안할 일이다. 이런 건, 네게는 말하지 못하겠지. 남몰래 죄악감에 취한 채 옷자락을 움켜쥐는 네 손의 부피감을 감각한다.
"더 빨리 오지 못해서, 미안해."
남자들이 흔히들 '하고 보는' 식의 사과라 보일 여지가 충분하지만 진정 네가 날 필요로 하기 전부터 널 찾아오지 못한 것이 죄라 생각되는데 큰일인 걸까. 네 작은 끌어당김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서희인의 법칙에 따라 널 끌어안는 나의 움직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대신에 기분 풀어줄 것 확실히 가져왔으니까 봐 줄래?"
널 내려다보며 손에 쥔 봉투를 흔들어보인다. 그리고 내심 고민하다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서 메인은 이쪽이라며 소극적인 자기어필을 해보는 거지.
웬일인지 네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먼저 물어오기에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랬던 적이 달리 있었던가? 날이면 날마다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기에 슬쩍 기대를 품거나 호기심을 쏟아버릴 가치가 있을 터이다. 턱을 괴고서 장난스런 톤의 목소리를 네게 흘린다.
"글쎄, 무슨 날인데?"
그래, 내가 너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책상 밑에 네게 줄 과자 봉투를 숨기고 있는 나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부러 모른척을 해 보지만 진짜 몰라서 하는 되물음이 아니란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겠다. 먼저 얘기를 꺼내고서 역으로 빼빼로와 같은 것을 요구해와도 이상할 거 하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
네가 내민 종이상자에는 티끌 하나 없다. 어떤 부분에선 너다운 장식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음 순간 감동의 눈물을 쏟으며 기뻐하는 대신 입가가 가늘게 떨렸지만 그야 사소한 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어떤 움직임일 뿐이다.
"......나, 열심히 살게."
어제만 해도 사실 수능 전날에 세계멸망 같은 걸 조금 생각했었지만 말이야. 다시는 그런 생각 하지도 않을게. 구구절절히 늘어놓고서 어쩐지 공손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네가 내미는 종이상자를 받아본다.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던 덕에 종이상자가 시판되는 것과 다르게 지나치게 희다던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겠지.
"여기서 열어봐도 괜찮은 거지?"
그야 평범한 빼빼로라면 어디서 확인하나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평소의 너답잖게 알록달록한 하트가 잔뜩 그려진 편지지라든가 하는 것들이 있으면 (물론 정말 그런 것이 있다면 무진 감동받겠지만) 남들 앞에서 확인하는 것은 달갑잖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확인차 물어보며 종이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