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자신의 직속 선배인 소라가 직접 스카웃한 이 중 하나였으나 아주 당연하게도 예성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카페에서 잘못해서 부딪칠뻔했던 존재. 딱 그 정도의 인식일 뿐이었다. 아무튼 자신의 사과에 역으로 사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예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보아하니 상대방도 넘어지거나 하지 않았고 혹여나 부딪칠뻔한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한 곳이 없어보였기에 그에 예성은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이쪽도 탈은 없어요. 오히려 한눈을 판 것은 제쪽이니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조금 생각을 하다가 해변가로 좀 가려고 했는데, 미처 문 쪽을 확인하지 못해서."
자연히 예성의 눈동자가 아직 영업 중인 카페로 향했다. 1층에는 카페가 있다고 들었기에 어떤 카페인가 했더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느낌이라고 예성은 생각했다. 청해 그룹에서 직접 낸 카페이고 경찰일 경우엔 20% 할인이라고 했던가. 소라가 가르쳐준 정보를 떠올리며 나중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예성은 다짐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다친 곳이 없다고 하면 다행이네요. 음료도 쏟은 것은 없는 것 같고. ...김에 묻는 건데, 저기. 맛 괜찮은가요?"
자연스럽게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담으며 예성은 방금 신이 나왔던 카페를 손으로 가리켰다. 일단 제 선배의 말로는 맛이 상당히 괜찮다고 하지만 역시 다른 이의 평도 조금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지금 막 나온 손님은 그녀 뿐이었으니 예성은 일단 그녀의 답을 기다리려는 듯 입을 다시 다물었다.
☆SSR 캐릭터 알데바란 픽업 가챠 이벤트 『모든 붉은 것을 위한 찬송가』 유저 반응 : "세상에 신은 없다 알데바란가 있으니까" "별 생각없이 보다가 통수 맞아서 눈알 잃어버림" "안나오면 회사 쳐들어가서 데이터 따옴" #shindanmaker #당가픽 https://kr.shindanmaker.com/1049018
붉은 것... 소비에트... 혁명...(???)
알데바란: 122 본인의 신체 노출은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알데바란: 안 할 건데.(단호) 알데주: 한계는 상의탈의가 아닐까... 눈갱이 안 될 선까지?
302 보고싶어하지않는 단어가 있다면 배신, 기만
006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알데바란: 남을 배신하거나 기만하거나... 알데바란: 한마디로 자신만 아는 놈
외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예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아서 그런지. 정말로 편하게 말을 이어가는 알데바란을 바라보며 소라는 흐응 소리를 작게 내면서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물론 그녀 역시 그렇게 따질 마음은 없었으나 그래도 살짝 언급을 하면서 그녀는 표정을 풀었다.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었고 너무 째째하게 대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기에 딱 그 정도로만. 말을 계속 낮춰도 그녀가 더 이상 뭐라고 언급을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격에 어울려달라는 그의 말에 그녀는 응할지, 말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다. 사실 한 번 더 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으나 많이 맞추는 사람이 이긴다는 조건이 조금 애매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전에 사격을 같이 해봐서 느낀 거지만, 그의 사격 실력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런 오락실 머신에서 많이 맞추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점수로 하는 것이 낫지 않나. 라고 생각하지만 점수는 또 약간 애매한 느낌이 있었다. 적게 맞춰도 높은 고점수만 계속 맞춰도 이기는 시스템이 아니던가. 어느 쪽이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으로 향했다.
"좋아요. 사격 한 번 더 한다고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런 도전을 피하지 않거든요. 특히 사격이라면 더욱 더. 열발 구중, 백발 구십구중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줄게요."
자신에게 붙은 별명 중 하나를 언급하며 그녀는 그가 내민 권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라인 쪽으로 간 후에 오른손을 뻗어 사격 자세를 갖췄다.
"스타트 소리가 나오면 바로 시작이에요. 동시에 하기. 그래야 공평할테니까요."
이어 스타트 소리가 나오면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사격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나, 둘, 셋. 정말로 빠르고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이 보통 능숙한 것이 아니었다.
이름 모를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반응했지만 유우카는 홀로 아쉬운듯이 웅얼거렸다. 고집인걸까? 자신이 떨군 씨앗이라면, 자신이 거두어야 한다고. 마치 생명처럼. 이제 그녀가 삼키고 있었던 정체 모를 모래가 잘게 가루로 만든 사탕이란 건 알았지만, 사탕이라는 건 역시 둥글어야 한다. 익숙치 않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탕과의 첫 조우. 그 중계인인 그녀가 자신을 향해 깔깔 웃는 것에 '이, 이상해요...?' 하고 소극적으로 반문할 뿐이었다.
"아, 저는... 폭신한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햄이랑, 계란... 토마토도 반드시 있어야 돼요... 딸기도 좋아하지만... 커피랑은, 잘 안 어울려서..."
앞장서는 그녀의 발걸음에 따르며 조심히 자신의 샌드위치 취향을 피력하는 유우카. 그 클래식한 조합을 설명하는데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두 배는 걸린다. 가게로 가는 길이 긴 것이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면 그런 유우카의 말도 적당한 BGM처럼은 들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버거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자주 안 먹어봤으니까..."
하지만 버거는 문외한이었다. 이게 사람들이 샌드위치와 햄버거는 별개라고 하는 이유일지도. 일반적으로, 버거는 탄산음료와 마시지만 유우카의 경우에는 음료라면 커피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요즘의 버거점은 카페도 겸하는 모양이었지만 버거와 커피는 역시 사도 중의 사도다. 그런 이유로 유우카는 버거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근무 중 축하할 일이 있을때나, 동료나 선배가 사주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연이 없었다.
"그런데... 저기..."
말을 마친 유우카가 드물게도 다시 운을 띄웠다. 달싹 거리는 입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가 틀어막힌듯,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듯.
탈은 없다는 말에 안도한 신이 맛을 묻는 질문에 잠깐 생각하는 포즈 -턱에 손을 가져다대는 엄청난 포즈!- 를 취하더니 이내 가슴팍에 그 손을 올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니, 갑자기 웃는다고?
"하하하! 그것이야 직접 마셔보시면 알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탈은 없으시다니 그 말 믿겠고! 다행이고!"
한번 걸걸하게 웃고 나서도 웃음기는 가시지 않는다. 신은 뿔테 안경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밀어 고쳐 쓰고, 커피 캐리어에서 아메리카노를 정갈하게 뽑아 쥐었다. 커피 홀더에 끼워진 물방울 송글송글 맺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고민 한 점 없이 예성에게 내밀어졌다. 그사이에 바로 옆에 빨대도 잊지 않았다. 신은 식 웃으며 컵을 가볍게 까닥였다.
"자, 함 시식해 보자고요. 실수로 두 개 시켰던 건데 아무래도 그쪽 선물해줄 걸 알고 좀 전의 내가 선견지명을 펼친 모양입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다기보단 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에 가까웠지만. 흐응 소리를 내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던 것인지...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어쩐지 어색한 존댓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급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상대가 언급한 상황에서 예의를 안 차릴 정도로 예의가 없는 이는 아니었기도 하고.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그래도 이번엔, 저번처럼은 안 질 거에요."
그 역시 그녀만큼 자신이 있었는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저번에는 사격 실력을 잘 파악하지 못 했기도 했지만, 자신의 실력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 하지만 저번 이후로 어느정도 사격장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으니, 분명 이번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타트 신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신호가 울리자 소라와 거의 동시에 총을 집어들고는 사격을 시작한다.
"후아...."
잠시 후, 서로의 총알이 다 떨어졌을 때, 알데바란은 진이 다 빠진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벽에 기댔다. 쉽지 않은 상대였어... 하지만 이걸로, 승패는 가려졌다.
"제가 이긴 거죠?"
물론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이긴 것은 이긴 거니까. 무표정 속에 조금 짓궂음을 숨기며 소라에게 말하고는, "소원은 뭘 시킬까... 재미있는 거 없을까.." 라며 일부러 소라에게 들리게 혼잣말을 했다.
"그렇긴 한데 그 전에 평 정도는 알고 싶었거든요. 직장 직속 선배가 있는데 저 카페는 꽤 맛이 좋다고 듣긴 했지만 그 선배의 평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너무 적잖아요? 아무리 못해도 세 명. 정말 어쩔 수 없다면 두 명 정도로도 충분하지만요."
왼손으로 숫자 3, 그리고 하나를 접어 숫자 2를 표현하면서 예성은 왼손을 아래로 내렸다. 사실 제일 정확한 것은 그녀가 방금 말한대로 직접 먹어보는 것이었으나 이렇게 물을 기회가 있으니 물어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판단하며 예성은 가만히 카페 안을 유리벽 너머로 바라봤다. 사람이 꽤 있는 것을 보니 어쩌면 직속 선배인 소라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자신에게 내민 컵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이걸 왜 자신에게 내미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그녀의 말이 이어 들려왔고 그는 살짝 당황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이렇게 초면인 이에게 나눠줘도?"
아는 사람끼리 커피야 한 잔 대접하고 대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예성은 이 녹회색 장발머리 여성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결론을 내리며 그는 두 눈을 끔뻑였다. 일단 당황스러움을 살짝 가라앉히며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오른손을 뻗어 그녀가 내민 컵을 받아들였다.
"추운 겨울이라면 따뜻한 것을 먹겠지만, 지금은 가을철이니 아이스도 먹는 편이에요. 아무튼 주신다고 하니 잘 먹을게요. 허나 공짜로 받기는 조금 애매하고, 나중에 여기로 연락 한 번 주실 수 있을까요? 뭐라도 하나 대접해드리면 될 것 같은데."
이어 예성은 지갑을 꺼낸 후에 그 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명함에는 이름과 번호, 그리고 직업, 그리고 직위까지. 정말로 가벼운 정보가 적혀있었다. 물론 거절하면 그는 망설임없이 다시 명함을 지갑 속에 넣었을 것이다. 일단 대접해준 커피를 입에 담으며 그는 침묵을 지키다 고개를 끄덕였다.
"편한대로 해요. 사실 크게 따지진 않거든요. 혹시나 연하로 보는 건 아닐까 해서 말한 것 뿐이니까요."
보통 반말을 하는 경우는 연하나 혹은 동갑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그녀 역시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았다. 허나 그가 말을 높이겠다면 그 또한 나쁜 기분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다. 자신이 어려보이나라는 생각에 아주 살짝 미소를 짓긴 했으나 그 미소가 알데바란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정말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패배한 것에 소라는 괜히 표적만 가만히 바라봤다. 대체 어디서 미스를 한 거지? 너무 여유를 부렸나. 그런 생각에 그녀의 뺨이 살짝 부풀었다가 바람이 입을 통해 빠져나왔다. 조금 분하긴 했으나 진 건 진거고 마냥 분한 것은 또 아니었다. 오히려 후련하다고 느끼면서 그녀는 잠시 옆에 둔 돌고래 인형을 다시 품에 꼬옥 안으며 몸을 옆으로 돌려 알데바란을 바라봤다.
"그래요. 이겼네요. 나름대로 엄청 진지하게 쐈는데. 여기서 이런 강적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요? 괜히 스카웃했나."
물론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장난끼가 섞여있었다. 아마 손쉽게 진담이 아니라 농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무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에게 은근히 들리는 혼잣말을 가만히 들으며 소라는 다시 뚱한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그렇게 긴장하게 하려고 해도 저에겐 안 먹히거든요? 경찰이 그런 것에 당황하고 막 허둥지둥하겠어요? 빌 거 없으면 그냥 패스해도 상관없는데.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하잖아요? 묵비권처럼 말이에요."
물론 그 예시가 마냥 정확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나름 비슷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소라는 괜히 알데바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