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의 부탁을 받고 조만간 새로운 팀으로 근무하게 될 건물에 온 예성은 내부를 학인했다. 책상 수도 문제 없었고 의자 수는 물론이고, 모두에게 주어질 전용 제복, 거기다가 큐브 형태로 경찰청에서 온 큐브웨폰의 수도 문제가 없었다. 이 정도면 딱히 더 체크할 것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예성은 불을 끈 후에 문을 잠그고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이것저것 체크를 하다보니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진 상태였고 그 때문이지 괜히 파도소리가 더 크게 그의 귀로 들려왔다. 어린 시절부터 본 풍경이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으나 바뀐 근무지의 풍경은 괜히 낯설게 다가와 그의 입가에 미소가 잠시 흐르게 만들었다.
"익스레이버라."
익스퍼 범죄자를 전담하는 익스퍼 경찰들로만 이뤄진 팀을 만들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예성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왼쪽 뺨을 만졌다. 바람을 칼날처럼 날리는 익스퍼와 대치하다 생긴 흉터는 아직도 가끔 쓰렸다. 찢어지는 일 없이 그냥 베인 정도로 끝인게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예성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해변가나 조금 걷다가 돌아갈까."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며 예성은 바로 앞에 있는 해변가를 향해 나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예성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치우면서 아슬아슬하게 문은 물론이며 나오는 이와도 부딪치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SSR 캐릭터 애쉬 픽업 가챠 이벤트 『악역의 가장 올바른 퇴장방법』 유저 반응 : "배포로 풀어달라고~~~~(눈물)" "맛있는 갈비찜 해놨다 얼른 오렴" "마이룸 대사 실화냐고~~" #shindanmaker #당가픽 https://kr.shindanmaker.com/1049018
애조시 한정임?
"네 머리 모양에 정식 명칭을 정한다면?" 애쉬: 음..땋은 머리죠.
"자신의 이름에 대한 소감은?" 애쉬: 제 이름이요? 어떤 이름인지 모르겠네. 이 이름엔 만족하고 있어요. Amber(타다 남은 재)와 Ash(재)중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아저씨는 재가 낫지요. 머리 색도 잿빛이니까요.
"원하는 사람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면 어떤 자를 고를래?" 애쉬: 어머, 아저씨는 사람 못 죽여요..(손사래) ……아저씨가 죽이는 게 아니라면 고를 수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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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318 셋이서 8조각 피자 한 판을 나눠 먹는다면? > 본인은 두조각, 나머지 3조각씩 주기?
088 책상위에 꼭 있는 물건 > 베개..
319 지금대로 생활하면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클까요 > 아조시 맨날 누워있쟝..코어에 힘 없쟝...
피식 웃으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차에, 그녀가 맥주를 한 잔 더 시킬까 고민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한 잔 더 마실 건...? 에이, 설마. 그럴리가. 이미 그만큼 마셨으면서 더 마시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애써 부정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주량으로는 인간을 벗어난 것이겠지.
"술 더 마실 수는 있...아니 무리인가..."
그래도 나름 새 친구인데, 강한 척을 하려다가 실패하고는 그대로 카운터 위에 엎드려버린다. 지금 몸 상태로는 어쩔 수 없다. 더 마셨다가는 내일 일어나지도 못 하고 하루 종일 누워있을지도 모르니까. 어깨를 흔드는 케이시를 향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제 기억상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던 것 같은... 물론 일부러 그 말을 꺼낼 정도로 그는 눈치가 없진 않았다. 그는 조용히, 조용히 있기로 했다.
"나 좀...부축해줘..."
몸이 으슬으슬하니 이미 술병이 난 것 같은데. 강하게 흔들자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힘겹게 일어서고는, 케이시를 향해 조금 기대려고 했다.
원래 맨 처음 캐릭터를 구상했을 때 나기토 이름의 한자는 凪人였어. 나기히토(なぎひと)라고도 읽을 수 있는 이름이야. 잔잔한, 조용한, 온화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 이름...인데.... 그렇습니다 일부러 수다쟁이한테 언밸런스한 이름을 붙인 거지 ✧( ˘ω˘ ) 참고로 이 이름은 일종의 집안내력 비슷한 걸로 적용돼서 여동생 이름은 시즈카(静; 고요한, 평온한)가 되었지! 참고로 동생 성격은 기토보단 약하지만 오빠랑 대충 비슷해... :3
그랬다가 능력 정하고 나서 이것저것 뜯어고치다보니까 凪叶로 바뀌었어. 叶는 소원대로 이루어지다, 훈독하면 '생각대로 이루어지다'라는 뜻이 있다길래... 이건…… 능력 컨셉질을 위해 안 바꿀 수 없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기토씨가 되었다는 것으로 턴을 마칩니다( ⁎ ᵕᴗᵕ ⁎ )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에 소라는 살짝 움찍하며 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이어 보이는 얼굴은 그녀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야 자신이 직접 스카웃을 한 존재였으니까. 알데바란. A급 익스퍼인 그 경찰 역시 여기에 왔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경찰이라고 해서 여기서 놀지 말란 법은 없는걸요. 그리고 경품은 지금 이것만 가지고 있고요. 무엇보다 지금은 대기 기간이고 휴가중이니까 경찰로서 온 것도 아니니까 세이프 아닌가요?"
손에 쥐고 있는 돌고래 인형을 가볍게 흔든 후에, 그녀는 다시 인형을 품에 꼬옥 안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건 자신의 실력으로 따낸 것이니 반칙이라는 것은 그녀로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듯, 세이프라는 단어에 정말로 강한 힘을 주어 말한 후, 그녀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그를 바라봤다.
"아무튼 청해시에 어서 와요. 알데바란 씨. 알데바란 씨도 여기서 사격이라도 하러 왔어요? 아니면 다른 오락?"
당연하지만 이곳은 오락실. 사격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아주 많았다. 여기에 다른 오락을 하러 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고 전에 자신과 사격 내기를 했을 때처럼, 사격을 하러 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만약 사격을 하러 온 거라면 자신은 이미 했으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하라는 듯, 그녀는 살며시 옆으로 비켜 자리를 만들었다.
이것도 어쩔수 없는 버릇인지, 아니면 그냥 주변에 무언가 널부러져있는게 불편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런 행동에도 별 의미를 두진 않았다.
"음~ 그랬나? 아마 그럴거에요? 흡혈귀 나오는 만화니깐,"
정확한건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도 그 만화지 않았을까, 하고 막연한 생각 속에서 장난감 삽 안에 든 것을 입에 털어넣자 조금은 흥미가 생긴건지 살짝,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보는 당신의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이런 음식들이 꽤 많으니까. 과자로 만든 흙,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점토, 초콜릿으로 만든 돌, 그리고 사탕으로 만든 모래까지. 전부 누군가가 장난을 치기 위해 만들어낸 음식들이었다. 누군가는 먹을 것으로 장난을 치지 말라 하지만, 본래 커피와 함께 먹기로 유명한 로○스 비스킷도 가루를 내어 음식의 재료로 쓰지 않는가.
"뭐~ 취향이 극단적이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환영인 법이죠~"
가령 샌드위치는 좋아하지만 햄버거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간혹 보았기에 그녀는 당신이 크게 신경쓰지 않고 따라주는 것에 살짝 웃어보이며 먼저 발걸음을 움직였다. 어쩌면 단순히 아직 허기가 차지 않았음에 따라주는 걸지도 모르지만, 너무 세세한것까진 신경쓰지 않아도 될테니까.
"그러고보니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도 취향이 좀 나뉘던데 그런건 없으신가요? 가령 햄버거는 치킨패티만 좋아한다던지, 샌드위치는 고기조각 자체가 들어가 눅눅한게 아닌 햄을 넣어서 폭신하고 바삭한걸 좋아한다던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말과 함께 당신이 있는쪽 반대편 손에 들고 있는 양동이를 한바퀴 뱅글 돌리기도 하고, 걸을 때 움직이는 팔의 궤적을 따라 휘적이기도 하다가 다시 평범하게 들고다니는 것만 아니라면 조금은 부산스럽지 않은 분위기였을 수도 있겠다.
☆SSR 캐릭터 키라 패닝 픽업 가챠 이벤트 『언제나 당신만을 생각한다고 해도』 유저 반응 : "기다려 내 영혼의 파트너" "일러레분의 혼끼가 빛난다" "와 과거 설정 떡밥 나왔다ㅠㅠㅠ" #shindanmaker #당가픽 https://kr.shindanmaker.com/1049018
(생각도 못한 과거사 떡밥이 있음)(혼란)(혼돈)
키라 패닝: 015 sns를 한다면 어떤 것을 주로할까요? > 흐음, 안쪽별? 아마 그럴 검다. 맨날 자기의 기행을 찍은 사진을 올리는 엔조이라이프형 인간인 거시와요. 하와와.
117 화장을 한다면 어울리는 화장품 색은? > 정확한 컬러까지 다 적고 싶지만 그러면 밑도 끝도 없을거 같으니 그냥 웜톤임다.
216 본인에게 의미있는 숫자가 있다면? > 흠. 6? 평형과 조화를 상징함과 동시에 악마의 상징성(666)이라는 이유로 불완전한 숫자로 여겨지기도 함다. 하지만 이미 리볼버의 장탄 수라던가 주사위의 면 수처럼 실생활에 가장 많이 적용된 숫자이기도 함다.
하고 신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한 발짝. 그리고 문의 위치를 확인하며 두 발짝. 정갈한 동작이다. 다행이라 할지 상대편도 허둥대지는 않았다. 깔끔하게 신체 한 세포 스치지 않은 성싶은 남녀. 눈 동그랗게 뜨고 상대가 혹시 문에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사이 그쪽에서 먼저 사과의 말을 꺼냈다. 신은 눈썹을 팔자로 눕히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아이고, 하는 묘하게 구수한 추임새와 함께 말이다.
"아이고,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저는 탈 없고 거 그쪽은 괜찮으십니까? 제가 그만 한눈을 판 모양입니다..."
얼추 보아 문제는 없는 성싶으나 두 눈에 비치는 것이 언제나 전부가 아님에 항시 유의해야 한다. 물린 걸음을 마저 밟으며 신은 카페 문을 닫았다. 저는 문제가 없고 아메리카노 두 개 담긴 커피 캐리어도 문제가 없다. 그러니 상대만 문제가 없으면 그야말로 안심인데- 하고 살짝 걱정스럽게 살핀 것이었다. ...예성의 거구에도 개의치 않고? 평상시엔 이러한 사소한 문제거리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지만 다친 곳이 없느냐고 먼저 듣자니 상대편은 어떠한지가 묘하게 신경쓰였다. 가능하고 내키는 선에선 어떤 호의든 내비칠 수 있는 신에겐 이야말로 개의할 것이었고. 신은 여전히 멋쩍은 낯으로 뒷머리를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그런가? 소라의 말이 틀린 건 없기도 하고, 소라는 그 인형이 꽤 마음에 든 것 같으니 더 뭐라고 하진 않을게."
돌고래 인형을 품에 꼬옥 안은 것을 보고는 부드럽게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 모습이 어째 자신의 또래 같아서 -사실, 어느정도는 맞긴 하지만- 그랬을까. 자신을 스카웃하러 왔던 것을 보면 낮은 직급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조금 긴장이 풀어진 듯 하여 다행이었다. 세이프라는 단어에 힘을 준 것을 알아차렸는지 더이상 반칙이라는 말은 그만두고는
"원래는 오락을 위해 왔어. 오락실을 즐겨 가거든."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사격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이도 주위에 사람은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게임을 하느라 바빠보였다.
"그런데 널 만났으니 사격이 하고 싶어지네. 어울려줄래?"
요컨데 사격 내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전 일의 복수전, 이라는 의미에서였다. 그것을 소라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옆으로 비켜 자리를 만든 소라를 향해 살짝 손짓을 했다. 마치 이쪽으로 오라는 듯. 그리고 만약 소라가 다가왔다면, 그는 그 옆에 있던 또 하나의 모형 권총을 소라에게 건네주었을 것이다.
☆SSR 캐릭터 유우카 픽업 가챠 이벤트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다면』 유저 반응 : "이벤스 보고 벅차서 연성함 (외부링크)" "사랑해!!!!" "뭐지... 나... 왜 울고있냐...." #shindanmaker #당가픽 https://kr.shindanmaker.com/1049018
"벚꽃은 한 순간만을 위해 핀다고 하죠... 지는 것도, 단 한 순간만을 위해..."
유우카: 187 춤에 대한 호불호와 춤실력은? 춤은 좋아하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해요 왈츠같은걸 좋아해요 201 캐릭터가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 대왕생(大往生) 238 캐릭터의 신발을 묘사해주세요 (색상, 디자인, 닳은 정도 등) 적색의 단화에요 항상 깨끗히 유지하기 때문에 새 것같아요 어쩌면 실제로 새 것일지도 모르죠
상대는 자신의 직속 선배인 소라가 직접 스카웃한 이 중 하나였으나 아주 당연하게도 예성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카페에서 잘못해서 부딪칠뻔했던 존재. 딱 그 정도의 인식일 뿐이었다. 아무튼 자신의 사과에 역으로 사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예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보아하니 상대방도 넘어지거나 하지 않았고 혹여나 부딪칠뻔한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한 곳이 없어보였기에 그에 예성은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이쪽도 탈은 없어요. 오히려 한눈을 판 것은 제쪽이니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조금 생각을 하다가 해변가로 좀 가려고 했는데, 미처 문 쪽을 확인하지 못해서."
자연히 예성의 눈동자가 아직 영업 중인 카페로 향했다. 1층에는 카페가 있다고 들었기에 어떤 카페인가 했더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느낌이라고 예성은 생각했다. 청해 그룹에서 직접 낸 카페이고 경찰일 경우엔 20% 할인이라고 했던가. 소라가 가르쳐준 정보를 떠올리며 나중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예성은 다짐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다친 곳이 없다고 하면 다행이네요. 음료도 쏟은 것은 없는 것 같고. ...김에 묻는 건데, 저기. 맛 괜찮은가요?"
자연스럽게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담으며 예성은 방금 신이 나왔던 카페를 손으로 가리켰다. 일단 제 선배의 말로는 맛이 상당히 괜찮다고 하지만 역시 다른 이의 평도 조금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지금 막 나온 손님은 그녀 뿐이었으니 예성은 일단 그녀의 답을 기다리려는 듯 입을 다시 다물었다.
☆SSR 캐릭터 알데바란 픽업 가챠 이벤트 『모든 붉은 것을 위한 찬송가』 유저 반응 : "세상에 신은 없다 알데바란가 있으니까" "별 생각없이 보다가 통수 맞아서 눈알 잃어버림" "안나오면 회사 쳐들어가서 데이터 따옴" #shindanmaker #당가픽 https://kr.shindanmaker.com/1049018
붉은 것... 소비에트... 혁명...(???)
알데바란: 122 본인의 신체 노출은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알데바란: 안 할 건데.(단호) 알데주: 한계는 상의탈의가 아닐까... 눈갱이 안 될 선까지?
302 보고싶어하지않는 단어가 있다면 배신, 기만
006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알데바란: 남을 배신하거나 기만하거나... 알데바란: 한마디로 자신만 아는 놈
외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예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아서 그런지. 정말로 편하게 말을 이어가는 알데바란을 바라보며 소라는 흐응 소리를 작게 내면서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물론 그녀 역시 그렇게 따질 마음은 없었으나 그래도 살짝 언급을 하면서 그녀는 표정을 풀었다.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었고 너무 째째하게 대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기에 딱 그 정도로만. 말을 계속 낮춰도 그녀가 더 이상 뭐라고 언급을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격에 어울려달라는 그의 말에 그녀는 응할지, 말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다. 사실 한 번 더 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으나 많이 맞추는 사람이 이긴다는 조건이 조금 애매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전에 사격을 같이 해봐서 느낀 거지만, 그의 사격 실력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런 오락실 머신에서 많이 맞추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점수로 하는 것이 낫지 않나. 라고 생각하지만 점수는 또 약간 애매한 느낌이 있었다. 적게 맞춰도 높은 고점수만 계속 맞춰도 이기는 시스템이 아니던가. 어느 쪽이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으로 향했다.
"좋아요. 사격 한 번 더 한다고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런 도전을 피하지 않거든요. 특히 사격이라면 더욱 더. 열발 구중, 백발 구십구중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줄게요."
자신에게 붙은 별명 중 하나를 언급하며 그녀는 그가 내민 권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라인 쪽으로 간 후에 오른손을 뻗어 사격 자세를 갖췄다.
"스타트 소리가 나오면 바로 시작이에요. 동시에 하기. 그래야 공평할테니까요."
이어 스타트 소리가 나오면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사격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나, 둘, 셋. 정말로 빠르고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이 보통 능숙한 것이 아니었다.
이름 모를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반응했지만 유우카는 홀로 아쉬운듯이 웅얼거렸다. 고집인걸까? 자신이 떨군 씨앗이라면, 자신이 거두어야 한다고. 마치 생명처럼. 이제 그녀가 삼키고 있었던 정체 모를 모래가 잘게 가루로 만든 사탕이란 건 알았지만, 사탕이라는 건 역시 둥글어야 한다. 익숙치 않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탕과의 첫 조우. 그 중계인인 그녀가 자신을 향해 깔깔 웃는 것에 '이, 이상해요...?' 하고 소극적으로 반문할 뿐이었다.
"아, 저는... 폭신한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햄이랑, 계란... 토마토도 반드시 있어야 돼요... 딸기도 좋아하지만... 커피랑은, 잘 안 어울려서..."
앞장서는 그녀의 발걸음에 따르며 조심히 자신의 샌드위치 취향을 피력하는 유우카. 그 클래식한 조합을 설명하는데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두 배는 걸린다. 가게로 가는 길이 긴 것이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면 그런 유우카의 말도 적당한 BGM처럼은 들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버거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자주 안 먹어봤으니까..."
하지만 버거는 문외한이었다. 이게 사람들이 샌드위치와 햄버거는 별개라고 하는 이유일지도. 일반적으로, 버거는 탄산음료와 마시지만 유우카의 경우에는 음료라면 커피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요즘의 버거점은 카페도 겸하는 모양이었지만 버거와 커피는 역시 사도 중의 사도다. 그런 이유로 유우카는 버거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근무 중 축하할 일이 있을때나, 동료나 선배가 사주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연이 없었다.
"그런데... 저기..."
말을 마친 유우카가 드물게도 다시 운을 띄웠다. 달싹 거리는 입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가 틀어막힌듯,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듯.
탈은 없다는 말에 안도한 신이 맛을 묻는 질문에 잠깐 생각하는 포즈 -턱에 손을 가져다대는 엄청난 포즈!- 를 취하더니 이내 가슴팍에 그 손을 올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니, 갑자기 웃는다고?
"하하하! 그것이야 직접 마셔보시면 알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탈은 없으시다니 그 말 믿겠고! 다행이고!"
한번 걸걸하게 웃고 나서도 웃음기는 가시지 않는다. 신은 뿔테 안경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밀어 고쳐 쓰고, 커피 캐리어에서 아메리카노를 정갈하게 뽑아 쥐었다. 커피 홀더에 끼워진 물방울 송글송글 맺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고민 한 점 없이 예성에게 내밀어졌다. 그사이에 바로 옆에 빨대도 잊지 않았다. 신은 식 웃으며 컵을 가볍게 까닥였다.
"자, 함 시식해 보자고요. 실수로 두 개 시켰던 건데 아무래도 그쪽 선물해줄 걸 알고 좀 전의 내가 선견지명을 펼친 모양입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다기보단 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에 가까웠지만. 흐응 소리를 내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던 것인지...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어쩐지 어색한 존댓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급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상대가 언급한 상황에서 예의를 안 차릴 정도로 예의가 없는 이는 아니었기도 하고.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그래도 이번엔, 저번처럼은 안 질 거에요."
그 역시 그녀만큼 자신이 있었는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저번에는 사격 실력을 잘 파악하지 못 했기도 했지만, 자신의 실력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 하지만 저번 이후로 어느정도 사격장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으니, 분명 이번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타트 신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신호가 울리자 소라와 거의 동시에 총을 집어들고는 사격을 시작한다.
"후아...."
잠시 후, 서로의 총알이 다 떨어졌을 때, 알데바란은 진이 다 빠진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벽에 기댔다. 쉽지 않은 상대였어... 하지만 이걸로, 승패는 가려졌다.
"제가 이긴 거죠?"
물론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이긴 것은 이긴 거니까. 무표정 속에 조금 짓궂음을 숨기며 소라에게 말하고는, "소원은 뭘 시킬까... 재미있는 거 없을까.." 라며 일부러 소라에게 들리게 혼잣말을 했다.
"그렇긴 한데 그 전에 평 정도는 알고 싶었거든요. 직장 직속 선배가 있는데 저 카페는 꽤 맛이 좋다고 듣긴 했지만 그 선배의 평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너무 적잖아요? 아무리 못해도 세 명. 정말 어쩔 수 없다면 두 명 정도로도 충분하지만요."
왼손으로 숫자 3, 그리고 하나를 접어 숫자 2를 표현하면서 예성은 왼손을 아래로 내렸다. 사실 제일 정확한 것은 그녀가 방금 말한대로 직접 먹어보는 것이었으나 이렇게 물을 기회가 있으니 물어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판단하며 예성은 가만히 카페 안을 유리벽 너머로 바라봤다. 사람이 꽤 있는 것을 보니 어쩌면 직속 선배인 소라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자신에게 내민 컵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이걸 왜 자신에게 내미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그녀의 말이 이어 들려왔고 그는 살짝 당황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이렇게 초면인 이에게 나눠줘도?"
아는 사람끼리 커피야 한 잔 대접하고 대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예성은 이 녹회색 장발머리 여성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결론을 내리며 그는 두 눈을 끔뻑였다. 일단 당황스러움을 살짝 가라앉히며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오른손을 뻗어 그녀가 내민 컵을 받아들였다.
"추운 겨울이라면 따뜻한 것을 먹겠지만, 지금은 가을철이니 아이스도 먹는 편이에요. 아무튼 주신다고 하니 잘 먹을게요. 허나 공짜로 받기는 조금 애매하고, 나중에 여기로 연락 한 번 주실 수 있을까요? 뭐라도 하나 대접해드리면 될 것 같은데."
이어 예성은 지갑을 꺼낸 후에 그 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명함에는 이름과 번호, 그리고 직업, 그리고 직위까지. 정말로 가벼운 정보가 적혀있었다. 물론 거절하면 그는 망설임없이 다시 명함을 지갑 속에 넣었을 것이다. 일단 대접해준 커피를 입에 담으며 그는 침묵을 지키다 고개를 끄덕였다.
"편한대로 해요. 사실 크게 따지진 않거든요. 혹시나 연하로 보는 건 아닐까 해서 말한 것 뿐이니까요."
보통 반말을 하는 경우는 연하나 혹은 동갑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그녀 역시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았다. 허나 그가 말을 높이겠다면 그 또한 나쁜 기분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다. 자신이 어려보이나라는 생각에 아주 살짝 미소를 짓긴 했으나 그 미소가 알데바란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정말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패배한 것에 소라는 괜히 표적만 가만히 바라봤다. 대체 어디서 미스를 한 거지? 너무 여유를 부렸나. 그런 생각에 그녀의 뺨이 살짝 부풀었다가 바람이 입을 통해 빠져나왔다. 조금 분하긴 했으나 진 건 진거고 마냥 분한 것은 또 아니었다. 오히려 후련하다고 느끼면서 그녀는 잠시 옆에 둔 돌고래 인형을 다시 품에 꼬옥 안으며 몸을 옆으로 돌려 알데바란을 바라봤다.
"그래요. 이겼네요. 나름대로 엄청 진지하게 쐈는데. 여기서 이런 강적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요? 괜히 스카웃했나."
물론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장난끼가 섞여있었다. 아마 손쉽게 진담이 아니라 농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무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에게 은근히 들리는 혼잣말을 가만히 들으며 소라는 다시 뚱한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그렇게 긴장하게 하려고 해도 저에겐 안 먹히거든요? 경찰이 그런 것에 당황하고 막 허둥지둥하겠어요? 빌 거 없으면 그냥 패스해도 상관없는데.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하잖아요? 묵비권처럼 말이에요."
물론 그 예시가 마냥 정확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나름 비슷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소라는 괜히 알데바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동이 트자 눈부신 해가 거미줄에 맺힌 이슬을 비췄다. 새벽에 맺힌 차가운 이슬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났고, 풀잎은 푸르렀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인만큼 하늘은 푸르고 아침부터 보이는 구름은 한폭의 명화같다. 그는 창문을 열고 근사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아침은 호밀 토스트에 무화과로 만든 잼을 발라 먹을 것이다. 어떤 멋진 일이 그를 기다릴 지 아무도 모른다. 그도 모르기 때문에 오늘도 발길 닿는대로 걸을 예정이다. 그러다보면 인연이 생길 것이고, 인연이 이어져 하나의 큰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누군가와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편이 생긴다는 막연한 만족감이 생기면 어느 순간 서로간의 신뢰가 끈끈하게 구축된다. 토스터기에 넣은 호밀빵이 튕겨져 나오자 그는 잼 나이프로 무화과 잼을 한큰술 크게 떠 빵에 펴발랐다. 지금 시간은 7시 25분이다. 15분 뒤면 그가 인연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올 것이다. 낡은 가죽 끈이 리드줄이지만 개와의 사이가 좋아 어디로 도망치는 법이 없다. 개와 보폭을 나란히 해서 걸을 것이고, 아마 지나가다 누군가 흘린 간식을 먹어치울 것이다. 그러면 이제 주인은 개에게 '맥시, 그런 건 먹는 게 아니야!' 하고 다그친 뒤 뱉어내게 할 것이다. 그 순간에 그가 나타나 지나가듯 얘기하면 된다. 오, 저런. 개가 뭘 먹었나요? 하면 사람 좋은 목소리로 '말도 마요.' 라며 장황하게 얘기를 꺼내겠지! 그리고 개에 대한 주제로 돌리다 통성명을 나누고 즐거웠다 할 것이다. 완벽한 하루의 계획이다. 그는 토스트를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이후로는 일주일 동안 또 공을 들일 생각이다. 그러면 그를 집에 초대할 것이고, 그의 원대한 계획은 영광의 첫걸음을 딛을 것이다.
살인은 처음이라 떨리지만 누구나 그렇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시체를 보는 건 익숙한 일인데 전혀 그렇지만도 않다. 이제는 시체만 봐도 그때 생각이 나서 위험하다. 그래서 안식년을 핑계로 도망치기로 했다. 한국이 좋을 것 같다. 이미 비행기 표도 예약해뒀다. 충동적인 결정이지만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다. 당분간 푹 쉴 것이다. 아무도 그를 모를 것이다. 이미 거기서 쓸 이름도 생각해뒀다. 그의 이름은 지금부터 애쉬다.
"초면이라고 나누지 말란 법 있습니까? 하하, 기냥 내 드리고 싶어 드리는 거니까요. 정 어색하면 '이 사람이 잔여 커피 처리할 곳이 없어 내한테 이래 꼼수를 치는구나~!' 생각해주심 됩니다. 응응."
실수로 두 개 주문한 것은 맞고, 처리할 곳이 없다는 건 거짓이다. 어차피 다 제 입에 집어넣을 수 있고 그 밖 호출할 지인이라도 차고 넘치니까. 마침 이렇게 연이 닿았고, 마침 이렇게 맛을 궁금해 하니 옳다구나 하고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신은 예성이 받아가자 만족스럽게 빙긋 웃었다. 그리고 저도 빨대를 꽂아 마시려 하는데, 사실 명함이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 하고 양손이 가득차 어쩌지 하는 살짝 어벙한 모습을 보인 그녀는 머지않아 깨달은 얼굴을 하고선 빈 캐리어를 쥔 손으로 명함까지 받아들었다. "대가 내노라고 쫓아가는 사람 아인데, 나." 하고 농담하며 웃은 신은 명함을 훑었다. 그리고 직위를 확인했을 때 검은 눈을 동글게 떴다. 그때 이미 예성은 커피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고 있었고, 그래서 신은 자연스럽게 마시려다 만 커피를 빨대로 빨아들이기로 했다. 맛있다. 인연이란 건 늘 신묘하고 말이다. 그래서 신은 부드럽게 미소했다. 명함과 캐리어를 쥔 손가락 끝이 커피를 톡톡 두드렸다.
"이야~ 경위님이 안목이 있으시네. 내 생각에도 꽤 괘안은데요, 여기. 자주 들러야겠습니다. 그래... 마침 새로운 직장 바로 밑에 있기도 하니 말입니다."
제 할일을 떠넘긴거 같아 아쉬운듯 웅얼거리던 당신을 보며 조금 애매한 미소를 지어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웃음에 금방 소극적이 되어버린 반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이상해요~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걸요? 음... 굳이 이상한 사람을 꼽자면 이런거 들고 다니는 어른이 더 이상하잖아요?"
어린애들이 놀이터나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만들며 가지고 놀법한 장난감을 달랑달랑 들고 다니는 어른이란, 그녀 특유의 외모가 아니었다면 곧장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만큼은 자신의 외모가 이점이었는지, 참 사람 기준은 알다가도 모를것 천지였다. 마치 그냥 먹어도 되는 사탕을 이렇게 가루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오오오? 아주 왕도적인 샌드위치네요? 사실 거기에 들어가는 계란이 일반적인 프라이인지, 스크램블일지, 매쉬일지도 취향에 따라 나뉘겠지만... 토마토도 꽤 괜찮은 선택이네요~ 게다가 음료를 곁들인다면 거기에 맞는 속재료가 또 갈리니까요~"
당신의 말대로 딸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커피와 함께 먹기엔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크림과 치즈, 딸기만 들어간 샌드위치라면 얼추 어울릴 수도 있다지만. 꽤 확고한 취향의 이야기는 느긋하게 걸어가는 지금 상황에 알맞게 어우러져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느긋한 하루도 좋겠지. 지금껏 너무 바쁘게 살아온 시절만 기억에 남다보니 결국 그녀 자신은 그대로인 채, 시간만 훌쩍 넘어가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뭐, 사람마다 취향이란게 있는 법인데 누가 뭐라 할까요~ 가령 저처럼 매일 삼시세끼중 한끼는 햄버거 두개쯤 먹어야 한다던가, 흔한 일이잖아요?"
물론 그 취향에 햄버거 두개는 좀 이질적일 수도 있었다. 요즘은 버거가게에서 커피와 맥주도 파는 모양이다만 그녀는 가급적이면 탄산음료, 그리고 평소에는 그나마도 없이 햄버거나 물 정도만 마시는게 끝이었다. 탄산음료로 입가심을 하자니 햄버거의 맛이 오래 남지 않는데다 조금은 비릿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
"음. 왁머핀처럼 재료가 재료라서 그럭저럭 커피랑 어울리는 것도 있는 모양이지만요~"
하지만 그건 햄버거라고 하기엔 어딘가 애매했다. 차라리 햄버거를 닮은 샌드위치에 더 가깝다 해야 할까,
"?"
어느새 조용해진 것 같던 당신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도 돌연 음소거한듯 다시 사그라들자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채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고민하는듯 하면서도, 채 말해내지 못하던 문장이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자 살짝 의아한 표정이었던 그녀는 바로 씩 웃어보이고선 그 물음에 천천히, 당신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차분한 속도로 대답해주었다.
"키라에요~ 키라 패닝, 앞쪽이 이름, 뒷쪽이 성. 이쁜 언니 이름은 뭔데요?"
외모만 보면 언니라고 하기엔 어딘가 좀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서 풍겨져오는 분위기와 감이 자신보다는 어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으로 와닿았다.
새로운 직장 바로 밑이라는 그 말에 예성은 가만히 천장을 바라봤다. 카페 안이 아니라 밖인만큼 그저 1층의 천장만이 보일 뿐이었다. 당연히 여기서 한 층 위로 올라가면 거기서부턴 앞으로 익스퍼 범죄자들을 전담하는 경찰들이 모이는 전용 서만 있을 뿐, 다른 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인만큼 새로운 직장 바로 밑에 있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세상은 넓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좁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군요. 당신이... 선배가 스카웃한 이 중 하나."
소라가 정말 여기저기 스카웃을 하긴 했으나, 적어도 예성은 누가 스카웃되었는지 들은 것이 전혀 없었다. 허나 그녀의 말을 토대로 그녀가 스카웃된 이 중 한명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우연이라는 것이 상당히 무섭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커피를 마시며 그 시원함으로 목구멍을 가득 채웠다. 크게 표를 내진 않았으나 크게 놀란 감정을 가라앉히기에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소개를 하는 것이 맞겠지요. 차예성 경위입니다. 당신과 같은 곳에서 근무할 예정입니다."
정말로 깔끔하고 가볍게 자신의 소개를 한 이후, 예성은 오른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일종의 악수의 표시였다.
"아직 팀이 결성된 것은 아니니 조금 이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만났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죠. 잘 부탁합니다."
/일단 신주에게 이 일상은 킵을 요청할게요! 시간도 시간이니 슬슬 자러 가야 할 것 같아요! 8ㅅ8
한국말에 존댓말을 섞어서 쓰는 것은 조금 어색한지 이상하게 존댓말을 쓰는 그였던가. 존댓말을 쓰면서도 뭐가 틀린지조차 몰랐겠지... 그것과는 별개로 제 또래처럼 보였다는 말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는 남의 호감을 사려고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뺨이 살짝 부풀어올랐다 이내 바람이 빠지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더니, 살짝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내고는
"후회하실 거에요, 이제 위그드라실 내에서 사격 1위는 내가 될 거니까."
괜히 스카웃했나. 라는 농담에 그 역시 가볍게 말하며 맞받아쳤다. 물론 이것 역시 농담에 가까웠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니까. 사격 1위 같은 소리를 내뱉기엔 아직 실력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을까. 그러다가 다시 뚱한 표정을 소라가 지으면, 잠시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마주보았겠지.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선 뭐든지 말해도 되는 거죠? 당황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내가 어떤 부탁을 할 줄 아시고."
생긋. 입꼬리만 미약하게 올라온 그 모습은, 확실히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알데바란이 소원을 패스하는 선택지를 고르지는 않을 거라고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부러 소라를 긴장하게 만드려는 듯이 조금 뜸을 들이더니
"그럼 나랑 친구해줄래요?"
손을 가볍게 내밀며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아니, 아까의 그 생글생글한 웃음기 있는 모습보단, 어쩐지 이 무표정으로 하는 말이 더 진심처럼 느껴졌을지도.
"전 지금 친구가 없거든요. 그래서 좀 많이 외로워.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리 쉬 것도 아니라서. 그런데 그 와중에 소라가 제 친구가 되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은데요?"
"야, 친구 하자!" 히네노 나기토: 허어억 좋아요! 먼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사실은 저도 그 말을 할까 했는데 만난지 얼마 안 된 사이라 부담스러우실까봐 참고 있었거든요~ 저희 통했네요! 그럼 친구 된 기념으로 다음에는 더 재밌게 놀아야 해요? 아~ 물론 저는 오늘 하루도 정말 즐거웠지만요! 앗, 그런데 OO씨는 제가 말투를 그대로 쓰는 게 좋으신가요 아니면(중략)
"지나가는데 일부러 발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히네노 나기토: 왜 그런 짓을 하시는 걸까요😔 사람들 다치는데! 그렇다면 저도 일부러 걸려주겠지만 안 넘어지겠어요. 그럼 무승부죠?😌(?)
"네가 극도로 행복할 때 하는 행동은?" 히네노 나기토: 아하하~ 이거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운데!☺ 말이 많아져요. 평소보다 속도도 빨라지고! 자제를 좀 하려고는 하는데 흥분하면 그게 좀 어렵더라구요~
밝고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건 예상대로였지만, 이 사람-나기토-의 페이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촬영자에서 피사체로 순식간에 신분교체(?)가 되어버린 여명이 멍-하니 요구하는 자세를 취하고 나니, 어느새 만족할 만한 사진을 건진듯한 나기토가 사진을 보여준다. 예쁘다. 잘 꾸며진 밤거리의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밤중에 난립하는 수많은 불빛 사이에서도 여명 자신의 모습은 신기할 정도로 선명하다. 도시의 조명 아래에 서 있는 백발의 앳된 청년은, 카메라 쪽을 보면서 나쁘지 않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구나, 사진 찍을 때 웃고 있었구나. 아마,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나기토와 함께한 사진 찍는 시간은 즐거웠던 모양이다. "아... 사진 진짜 잘 찍으시네요! 2장 다 보내주세요오!" 진심 100%로 말한 뒤 잠시, 메세지를 통해 사진, 그리고 놀랄 정도로 앙증맞은 이모티콘이 도착했다. 이 새로 만난 인연의 이름을 저장하고,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고, 밝게 대답한다. "네 얼마든지 연락하세요! ...그으런데 제에가 뭔가 일 있으면 답장 늦을수도 있으니까 고려해주세요오오..." 아니, 정정. 대답의 뒤로 가서는 그리 밝지는 않았던 거 같다. 뭐, 그래도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날 수 있는 거니까.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나기토 씨와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한다. '뭐, 여러모로 특별하고도 기분 좋은 외출이다아. 좋네에.' 크윽 받아줘요 나기토주 내 최후도 아니고 파문도 아닌 일상입니다!
"소원을 빌미로 말도 안되는 이상한 것을 요구할 것 같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괜히 질질 끌지 마요. 이런 것은 질질 끄는 것보다 확 말하는게 좋다는 거 알지 않아요?"
대체 뭘 말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가 싶어 소라는 괜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가장하며 그렇게 대꾸했다. 물론 긴장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소원권이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선 정말로 무시무시하게 돌아오는 법이었으니까. 막말로 첫 출근날에 바니걸을 입고 와주세요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허나 경찰로서 괜히 긴장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일부러 태연함을 더욱 가장했다.
이어 그의 입에서 소원.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이 나오자 소라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알데바란을 바라봤다. 이어 맥빠진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물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은 알았으나 그녀에게 있어선 그 진지함이 괜히 더 맥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소원권도 얻었으니 차라리 밥을 한 끼 사주세요. 같은 것도 괜찮았는데. 소원권을 써서 친구가 되어달라는 것은 처음 봤어요. 영화 같은 것에서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제가 친구가 되어준다면 기쁘다 이거죠? 어쩔까나. 친구라는 것이 소원을 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으음."
바로 대답을 하지 않으며 괜히 답을 질질 끌면서 그녀는 오른발로 땅을 잠시 긁었다. 으음. 으음. 소리를 잠시 내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작게 소리를 내어 웃어보이며 그의 손을 탁 잡으면서 오른쪽 눈을 살며시 감아 윙크를 보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물로 농담이에요! 친구가 되고 싶다면 얼마든지요. 저도 같이 일을 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그러니까요. 물론 지휘하는 입장이긴 한데, 그거야 공적인거니까 넘어가고 사적으로는 친구처럼 지내도 좋아요. 아무튼 그걸 빌었으니까 딴거로 안 바꿔줄거예요! 후회할 거예요! 소원 안 써도 전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이미 기회는 넘어갔다는 듯, 괜히 얄밉게 웃으면서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와 악수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우여곡절의 시간이 지났다. 배경이 좋고 피사체가 훌륭해서 그런지 별다른 보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꽤나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정면으로 마주본 사진 속의 시선을 향해 그도 마주 웃는다. 그는 싱글거리는 낯으로 고개를 들었다. "찍히는 사람이 멋져서 그런 거죠!"라며 맞받는 말은 가식도 아닌 듯하다. 여명이 제 연락처를 저장하려는 듯하자 소리 나지 않게 손뼉을 마주치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아, 제 이름은 히네노 나기토예요. 히네노가 성이고 이름이 나기토. 부르기 어렵다면 마음대로 부르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상대가 하는 일을 가만히 보고 있다 한 발 늦게 정신을 차린다. 하마터면 멀뚱하게 있을 뻔했네! 저도 따라서 연락처를 저장하려다 "이름이 뭐예요?" 한 마디 묻고는 남은 빈 칸을 열심히 채우는 데 열중이다.
"무리해서 답할 필요까지는 없는데요 뭘! 늦게 답 주셔도 되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연락 안 하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먼저 물어봤으면서 이렇게 말하긴 뭐한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저도 일이 없을 거라고 장담을 못하겠네요……. 그럼 서로 가능한만큼만 노력해보는 걸로, 그러면 되겠죠?"
그 역시도 처음 대답에서는 손사래를 치면서 기운차게 말했지만 중간에 가서는 시무룩해졌다…가, 마지막이 되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쌩쌩해져는 마무리가 긍정적이다. 관광객과 현지인 느낌으로 시작된 누군가와의 연이 직장까지 이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친구가 되면 그런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소원권을 쓴다 해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해주면 안 될까요?"
답을 주지 않는 모습에 괜히 불안감이 느껴졌는지, 소라를 흘긋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하는 그였다. 사실, 소라가 자신을 놀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그런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발에 고정되어있던 알데바란의 시선은 소라가 미소를 지으며 윙크하자 긴장이 탁 풀린듯 감기고 말았다. 방금 그거 농담이었구나... 하여튼 방심 할 수가 없는 사람이야. 사격에서도, 대화에서도.
"소원 안 써도 그럴 생각이었다면, 소원을 썼으니 더 친한 친구가 되어주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제 무슨 일 있어도 평생 절교 못 해요."
괜히 얄미운 느낌이 들어, 평생 절교 못 한다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버렸다. 물론 반쯤은 농담이었겠지만. 가볍게 악수를 끝마치고 난 뒤 뭔가 피곤한 기분이 들어 작은 한숨을 내쉰다. 방금 건 조금 긴장했네...
"그럼 이번엔 소원권이 아니라 친구로서 부탁해볼까요. 같이 놀지 않으실래요? 기껏 오락실에 왔는데 사격만 하다 가기도 조금 그렇고, 아니면 시내니까 다른 곳으로 가도 좋겠다 싶고. 어느 쪽이든 좋으니까요."
미약하게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말한다. 그냥 이대로 가도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지만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아쉬웠다. 기껏 생긴 두번째 친구니까 조금 더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가. 그런 점을 보면, 평소에는 무표정함 때문에 조금 냉랭해보여도 어딘가 애 같은 구석이 있었다.
//단순히 어딘가 가서 놀았다- 해주셔도 되고 정말 그런 상황으로 받아주셔도 됩니다! 캡틴 편하신대로!
아무리 소원권을 썼다고 한들, 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더 친한 친구라는 것이 어디 말로만 가능한 것이겠는가. 서로 잘 맞거나 그래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하고 소라는 생각했다. 물론 알데바란과는 사격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으니 그 관련으로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은 입에 담지 않으며 긴장한 것으로 추측되는 알데바란을 바라보며 소라는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웃어보일 뿐이었다.
이어 같이 놀자라는 그 말에 소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자신도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저야 환영이에요. 차후에 정말 바빠질텐데, 지금 이럴 때 쉬어야지. 언제 쉬겠어요? 경찰도 쉴 땐 쉬어야 나중에 정말로 위험한 순간 때 시민을 지킬 수 있고 그런 거잖아요?"
무엇보다 오늘은 경찰로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그녀는 가만히 생각했다. 어디로 가서 노는게 좋을까. 오락실에서 오락을 즐기는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곳에? 정말로 깊은 고민을 하며 소라는 가만히 오른발로 땅을 톡톡 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곧 어깨를 으쓱했다.
"어느 쪽이라도 괜찮을 것 같으니 일단 돌아다닐래요? 그러다보면 할 수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거니까."
가볍게 웃어보이면서 앞으로 세 걸음 정도 나아간 후에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가만히 손짓했다. 따라오라는 신호였다. 오락실 밖으로 나간 후에 거리라도 걷자는 듯, 그녀의 발길은 오락실 밖으로 향해 있었다.
"아, 예쁜 이름이네요! 제 이름은, 여명. 초여명이라고 해요!" 서로 정식으로 이름을 나누고, 이 엄청나게 밝은 나기토 씨에게 대답한다. "그래요오. 서로 가능한 만큼 연락하면 되는 거겠죠오오? 그러면, 이번 만남은 이만, 여기까지?" 특이한 관광객이라는 첫인상에서, 앞으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친구까지 걸린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적어도 여명의 생에서는 가장 빠른 친구화였다. 그렇게 이름까지 나누고, 슬슬 인적이 끊겨가는 밤거리에서 여명은 새 친구(아마 동갑은 아니고 연상이겠지만?)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봐요!" 조만간 한번 더 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손흔들며 인사하는 여명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직장에서(ry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가 보장해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며, 우정과 같은 부분에서도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서로 노력해준다면 분명히 가능하지 않을까. 앞으로 꽤 오랜 시간동안 함께 임무를 하거나 하며 지낼 것 같았으니. 앞으로 시간은 많다. 그 시간동안이라면, 분명 더 친해질 수 있겠지.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하하... 그래, 오늘은 경찰이 아니라 두 명의 시민이 놀러나왔을 뿐이니까. 푹 쉬어둬야 몸이 정말 필요할 때 제 컨디션을 발휘하겠지."
경찰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에, 알데바란 그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는 알겠다는 듯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더 놀릴 생각은 없었는데, 아까 그게 꽤 신경이 쓰였던 걸까.
일단 돌아다니자는 말에 그는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나선다. 오락실 바깥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을 보면, 다른 곳으로 가자는 걸까? 아무래도 좋았지만. 날씨도 좋고, 덥거나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이고. 그냥 이대로 산책을 할까 싶을 정도의 날씨였기에, 오히려 좀 걷자는 이야기는 그에게는 환영이었다.
"좋아하는 장소... 도서관에 가기는 싫겠지? 모처럼의 휴일일텐데."
그러고보니 소라는 꽤 바쁘지 않을까. 나름 높은 위치에 있었던 것 같으니까. 높은 사람일수록 일도 많다는데. 그럼 괜히 재미없는 곳은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귀한 휴일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어디가 좋을까... 말없이 잠깐 걷던 그는, 문득 좋은 곳을 발견했는지 눈을 반짝인다.
"도서관에 가고 싶어요? 그것도 좋지만 놀기에는 조금 애매하지 않겠어요? 아. 북카페라면 괜찮으려나."
정말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해야만 할 것 같은 도서관보다는 커피나 가볍게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 쪽이 조금더 낫지 않을까 생각을 이야기하며 소라는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이 근처에 북카페가 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찾아보기 위해 소라는 핸드폰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그 와중 영화관을 거론하고 해당 장소를 가리키는 그 모습에 그녀는 두 눈을 깜빡이며 영화관과 알데바란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가 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상영작이 뭐가 있는지 정도는 체크해도 괜찮겠죠? 전 흥미없는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이라서요. 히어로물 같은 것이 지금 했던가. 아니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소라는 살며시 몸을 꺾어 영화관 쪽을 바라봤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는 히어로물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것을 안 보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역시 그런 것보다는 조금 감성 영화 쪽이 많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영화관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하는 영화 있어요? 장르라던가 그런 거. 참고로 전 히어로물. 그리고 때로는 잔잔한 것도 좋아해요. 아. 애니메이션 류도 나름 괜찮고요! 너무 노리는 느낌의 그런 건 싫지만요."
서비스씬인지 뭔지 하는 것으로 범벅이 된 것만 아니면 별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자신이 지금 쓸 수 있는 돈을 떠올렸다. 물론 충분했기에 그녀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친구가 되자마자 바로 호칭 리미터를 풀어 버리는 저 쓸데없는 당당함 좀 보라지.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맥주는 단념하기로 했다. 음, 역시 오늘은 이 정도로만 즐겨야지. 적당히 기분좋을 정도로 마시는 것과 만취해서 정신줄을 놓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게다가 둘 다 취해 버리면 집은 어떻게 가라고? 그만 마셔야 할 때를 아는 것, 그게 바로 케이시 나이팅게일의 비결이었다.
"그래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라니까."
계산까지 무사히 마친 뒤 자신에게 기대 오는 상대를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 아무리 그녀가 평균 신장보다 큰 편이고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해 왔다 하더라도, 체격 차이가 제법 나는 상대를 부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가게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는 성공할 수 있었다.
"자 자, 정신 좀 차려 볼래, 자기? 집이 어딘지는 말하고 자야지."
술병이 날 정도까지 먹일 생각은 절대로 없었는데, 미안해서 이걸 어쩌지? 아무래도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해야겠다. 다행히도 택시는 금방 잡을 수 있었다. 택시에 타는 것까지 도와준 뒤에야 겨우 허리를 펼 수 있었다.
침착하게 웃으며 사태를 파악한다. 파악할 필요 없이 도출 결과 그냥 내가 쪽팔려 죽겠다는거다. 해서웨이는 소라의 핸드폰을 쓱 쳐다보고 아무렇지 않게 이게 경위님 폰 번호였어요? 아하하하 웃으며 경위님이라고 저장한다. 이름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부끄럼을 참음에 확인할 수 없었다.
" 저장했습니다. 길도 확실히 알고 있구요. 가끔 빵 사 먹어야겠습니다. "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소라에게 손사레를 쳤다.
"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위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
지었던 웃음을 무표정으로 돌리며 자신의 원래 목적인 지역지형정찰은 다 마친듯 싶으니 집으로 돌아가려 마음 먹었던 때였다.
크림치즈빵이라던가, 슈크림이라던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여러 빵 이름을 댄 소라는 이어 손을 아래로 내렸다. 과연 그가 정말로 갈지, 간다면 무엇을 사서 먹을지 나름대로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괜히 까치발을 살짝 들어 그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깝게 바라봤다. 허나 특별히 더 입을 열지 않으며 다시 발을 아래로 내리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보세요. 저는 조금 더 걸을까 싶어서요."
아직 샌드위치를 다 먹지도 않았고, 나온지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었으니 조금 더 걸을겸 그녀는 그를 스쳐지나가며 앞으로 걸었다. 그렇게 다섯 걸음 앞으로 가다 그녀는 아- 소리를 내며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뒤돌아선 후에, 그를 바라보며 오른쪽 눈을 감으며 윙크를 날리면서 이야기했다.
"다음에는 팀 소집때 봐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몸 관리 잘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고 저편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손에 쥔 샌드위치를 한 입 먹으며 저도 모르게 짓는 행복한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햄버거를 먹기로 했으니까... 버거를 먹기로 했다면, 그래야만 한다. 사실은, 평소와는 색다른 저녁이 될 것 같아 조금은 기대가 되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그녀는 별난만큼 햄버거에 관한 애정도 남다른 것처럼 보였으니. 어쩌면 햄버거에 대해서 알아갈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청해시에서 경찰 근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면 좋든 싫든 패스트푸드같은 것들을 많이 먹게될지도 모르니까.
"키라, 패닝씨...였군요. 어쩐지..."
유우카가 그 이름의 울림을 되새기려는듯 조용히 읊조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은... 아까, 고향이라고 하셔서... 혹시, 타지에서 오신건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것이 방금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던 이유일테다. 키라에게 고향에 대해서 물으려 했으나, 이름을 알지 못해 무어라 불러야 좋은지 알 수 없어 이름을 먼저 물었던 것이었다.
"예쁜 이름, 이네요... 반짝이는 패닝씨랑 잘 어울려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천리안이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희미하게 입꼬리를 휘어 웃은 유우카가 이번엔 가슴께에 제 손을 가져가 살며시 얹었다.
"제 이름은... '시료우 유우카'. 저는 뒷쪽이, 이름이에요..."
이 둘이 나중에 다시 같은 자리에서 재회하게 되는 것은, 그다지 멀지 않은 시간의 이야기였다.
일단 아직 저녁을 안 먹어서 정시 시작이 가능할진 좀 애매한데 그래도 지금부터 30분까지 일단은 스토리 출석 체크를 받아요! 스토리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출석을 해서 저에게 체크를 받아야하고, 중도 참여는 인정되나 중도 참여 역시 체크를 받으셔야 해요! 체크 없이 스토리에 참가하게 될 시에는 해당 캐릭터의 반응은 적용되지 않고 참고도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해주세요!
그리고 요 3일간 가만히 지켜봤는데 가급적이면 오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해요. 대부분 잘 지켜주는데 간혹 안 지키고 안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런 작은게 은근히 큰 편이라고 생각해요. 겨우 인사 하나 가지고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 겨우인 것을 한 번 한다고 해서 큰일날 것도 없잖아요? 일단 0번 레스에도 적혀 있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장소라면 도서관이지만... 함께 놀러 가기엔 애매하고, 무엇보다 네가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또 대화를 나눌 때도 주의해야 하니, 여러모로 제한이 많았다. 그리고 기호의 차이도 있고. 하지만 소라의 말대로 북카페라면 괜찮으려나..? 머릿속에서 꽤 많은 생각이 지나가다가, 웃음을 작게 터트리는 소라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굴 표정에서 의아함이 그대로 묻어나왔을지도.
"아무래도 계절이 바뀌면서 감성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았죠."
그러고보니 저번에 유X브에서 히어로 영화를 얼핏 봤던 것 같았을까. 일단 상영작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봐두는게 좋을 것 같아 소라를 따라 영화관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사람이 많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한적했을까.
"저는 SF나 추리 영화요. 최근에는 거의 히어로물만 봤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최근에 나온 영화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많았지만... 마X 이라던가 디X에서 하는 히어로 영화만 봤던 것 같다. 다른 영화들은 왠지 보고싶다는 기분이 안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이거 볼래요?"
잠시 고민하더니, 그는 검은 과부 영화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콕 짚었다. 히어로 영화이니 소라의 취향에도 맞을 것이고, 자신도 최근에는 히어로 영화밖에 안 봤으니까. 그 교집합 내에서 가장 좋은 선택인 듯 싶었다.
익스퍼의 범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익스퍼 범죄자들을 전담하는 경찰 팀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이자 청해시를 담당하기로 한 익스퍼 경찰로서 이뤄진 팀이 소집될 날이 어느 순간 다가왔다.
그 팀의 멤버로서 세계 각지에서 스카웃된 이들에게는 이전까지 대기기간이라는 명분으로 휴가가 주어졌고 그 휴가기간동안 각자가 어떻게 지냈는진 자기 자신밖엔 알 길이 없었다. 허나 확실한 것은 이제 그 휴가도 끝이 왔다는 점이었다. 이른 아침 시간. 모두의 핸드폰에 소라의 번호로 연락이 들어왔을 것이다.
-휴가 잘 즐기고 있었나요? 드디어 오늘이 우리들이 모이고 팀으로서 뭉치는 소집날이에요. 모이기로 한 장소는 아래 지도에 첨부할게요. 해변가 근처에 있는 건물이고 2층으로 와주세요. 1층에 카페가 있고 경찰인것을 증명하면 20% 할인 되니까 참고해주세요.
P.S - 거기 커피 맛 좋아요. 비스킷 사올 사람은 사오세요.
문자 메시지 아래에는 모여야 할 장소, 즉 건물의 위치가 지도로 첨부되어있었다. 해변가 근처에 있는 그곳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도 좋을테고, 버스, 혹은 택시, 그것도 아니면 자가용을 타고 가도 좋을 것이다.
단맛 같던 휴가도 끝인걸까. 아침부터 울린 문자에 잠에서 깬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고선 한숨을 작게 내쉰다. 경찰이 된 것도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쉰다는건 남녀노소 좋아할만한 것이니까. 조금은 길었던 것 같은 휴가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끄고 잠을 청한다. 그렇게 일어난 시간은 열두시 경, 조금 상쾌해진 몸을 이끌고서 나는 들고온 경찰 제복을 입는다. 약속 장소는 네시지만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 경찰 제복을 입고, 평소에 쓰고 다니는 가면까지 말끔하게 쓰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볼 일을 끝마치니 세시쯤이었고, 여기서 해안가까지 간다면 얼추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카페의 2층으로 올라간다.
반쯤 감은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던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기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차가 없으니 조금 걸릴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또 늦장을 부리기에는 애매했다. 늦장부리다가 길을 잘못 들거나, 사고가 생겨서 늦어버리면 안 되니까. ...1층에 카페가 있다고 했지. 일찍 도착하면 그거나 사서 시간을 때워야겠네.
잠시 뒤, 1층에서 연한 아메리카노와 자신이 먹을 초코칩 쿠키를 잔뜩 구매한 그는 2층에 올라가서 쭈욱 주위를 살펴본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가? 어찌 되었든, 그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쿠키와 커피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쿠키도 많은데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건 어떻냐고? 말을 건다면 그럴 의향이 있었지만 아니라면 굳이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길던 휴가도 이제 끝이구나. 그래, 슬슬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긴 했다. 노는 것도 좋지만, 너무 놀기만 하면 아무래도 양심에 찔리니까. 지금은 아직 이른 아침, 집합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반나절 동안은 마지막 남은 휴일을 즐기고, 그 다음부터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시간에 맞춰 건물 2층에 도착했다. 물론 손에는 그 맛있다던 커피가 들린 채였다. 근데 이 커피 진짜 맛있잖아?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던 여유는 슬슬 접어둘 때도 되었지. 이제는 일을 할 시간이려나? 해변가 근처 건물, 2층, 1층엔 카페가 있고 20% 할인... 대충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고선 밖으로 나섰다. 이미 제복은 입고있는 상황이었기에 미리 손봐두길 잘했단 생각을 하던 그녀의 발걸음이 가벼운 것 또한 어느정도는 이 일에 대한 만족감이나 사명감, 기대심리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설마하니 첫날부터 빡센 일이 생길까, 하는 아주 약간의 불안함이야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즐겁게 받아들이라 하면 그럴 요량은 얼마든지 있었으니 말이다.
"쿠키! 쿠키쿠키쿠키... 아니고 비스킷!"
제법 여유로운 시간대에 도착했기에 추신에 적힌 말대로 비스킷까지 챙겨올라가기 시작했던 그녀는 조심... 스럽긴, 당당한 표정으로 목적지인 2층을 향해 올라갔다.
째깍째깍. 초침이 시계 안을 이동하는 소리가 방 안을 조용히 누빈다. 차와 빵이 섞인 내음과, 거기에 몸을 맡긴채 그저 죽은 듯이 앉은채 잠을 청하고 있던 그녀. 아침이 햇살이 비춰와도 깨어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녀를 깨운 것은 어이없게도 메세지를 알리는 단말기의 착신음이었다. 하루 절반을 선잠으로 보내는 그녀였기에 이런 현대적 감각만은 살아있던 것이었다. 유우카는 몽롱한 눈을 가까스로 뜨고 손 끝만을 움직여 핸드폰을 조작했다.
"오늘이었구나..."
청해시 팀 위그드라실의 소집날. 도시의 풍경이 너무나 평화로운 탓이었을까. 그러고보면, 바로 이 소집날을 위해 휴가를 보내고 있던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번 소집문자가 오지 않았다면 스스로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한참 가서야 알아차렸을게 분명했다. 이렇게도 무해할 것 같은 도시인데, 이런 곳에서도 범죄가 끊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 깨지 못한 잠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그래. 차라리 빨리빨리 일 시켜서 빨리빨리 적응하게 만들어주는게 난 좋단 말이야. 말이 휴가지 긴장타고 있으라는 긴장의 집행대기시간 같잖냐. 아직 국제면허증이 안 나와서 차를 화물에 싣고 오지 못했지만 그런 의미로 택시를 타볼까 한다. 일찍 가서 핸드폰이나 담배 태우면서 기다리면 되려나. 어깨형님들은 없겠지...?
" 여기로 가주세요. "
택시 창 밖 풍경으로 보며 앞윗머리가 바람에 흩날린다. 정신차렸을땐 해변가 앞에서 내려 자동으로 담배를 물었고 이것만 피고 올라가자는 생각 뿐.
" 에이씨.. "
라이터를 안 가져와서 한참을 궁시렁 거리다가 문자의 건물로 그 2층으로 향했다.
/출처는 https://famtour.tistory.com/entry/%EA%B0%95%EB%A6%89-%EC%BB%A4%ED%94%BC%EA%B1%B0%EB%A6%AC-%EC%95%88%EB%AA%A9%ED%95%B4%EB%B3%80-%EC%B9%B4%ED%8E%98-%EA%B1%B0%EB%A6%AC-%EA%B7%B8%EB%A6%AC%EA%B3%A0-%EB%A7%9B%EC%97%86%EB%8A%94-%EA%B0%95%EB%A6%89-%EC%BB%A4%ED%94%BC%EB%B9%B5 이곳 입니다
앞으로 한 달은 쭉 이어질 것만 같았던 휴가가 모두 끝나버렸지만 아쉽지는 않다. 고대했던 새출발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은 이전보다 더욱 고될 테고,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을 알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기죽어선 안 된다. 시간을 맞추어 밖으로 나서며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죽 훑다, '비스킷 사올 사람은 사오세요.'라는 부분에서 속절없이 웃어버렸다. 이미 한 번은 만나봐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소집 문자까지 이렇게 편하게 보낼줄은 몰랐지.
출발을 이르게 했다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저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사람들을 슬며시 둘러보다 자리를 찾아 앉았다. 모르는 사람들한테 아는 척하고 싶은 마음은 일단 참는다. 공식, 첫날, 원래 앞쪽에 긴장되는 수식어 붙은 날에는 기본적인 격식은 차려야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비스킷을 사온 사람들이 더러 있는 걸 보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옆으로 고개 돌리다 눈 마주친 사람에게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독심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목소리도 들렸을 것이다.
휴가 기간이라지만 그는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집을 계약했고, 공항에서 도착한 짐을 옮겼다. 주택을 계약할까 했지만 혼자다. 나중에 위험한 상황이 오면 큰일이니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혼자 사는 사람을 향한 범죄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돈이 좀 깨졌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건물주도 친절한 사람이었고, 입주민도 제법 친절했다. 안심과 맞바꾼 돈이니 아깝지 않았다. 언젠가 좀 익숙해지면, 그때 집을 옮길 것이다. 지금껏 일하며 벌어둔 자본이 있으니 봐둔 곳이 팔리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다.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며 집중하는 동안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핸드폰이 윙 울렸다. 소집 날이다. 새 직장!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 된다. 어떤 사람이 있을까? 그는 저장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덮는다. 시간에 늦지 않게 2층으로 도착했다. 커피를 사온 뒤였다. 좋은 원두를 쓰는 건지 향이 깊다. 이런 커피라면 비스킷도 기대가 됐지만 아쉽게도 먹을 기력이 없다. 커피를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사가면 되겠거니 생각한다.
모두가 각자의 경로로, 혹은 커피를 사서 오던지, 마시면서 오던지, 비스킷을 사던지, 아니면 다른 것을 사던지. 어쨌든 건물 2층으로 올라오면 자동문이 있었을 것이고 그 안으로 들어오면 꽤 신식의 서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이름이 쓰여있는 자리가 있었을 것이고 누가 봐도 그곳이 앞으로 자신의 자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식 컴퓨터와 정말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그리고 책상까지도 정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저 편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 그리고 믹스커피까지도 확실하게 비치되어있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만큼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둘 서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고 그 안에서 인사를 나누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냥 혼자 조용히 있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정확히 오후 4시가 되자 어딘가에서 퍼득퍼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저편에 환기용인지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녹색 뉴기니아 앵무 한 마리가 서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고 모두의 자리와는 따로 위치하고 있으며 듀얼 모니터가 여러개 있는, 정말 컴퓨터를 많이 쓰는 이가 쓸법한 자리 위에 착지했다. 그 자리에는 [차예성 경위]라는 이름이 달려있었다.
앵무새는 다시 퍼덕퍼덕 날아오른 후, 책상 옆에 달려있는 마치 새가 앉을 수 있을법한 받침대 위에 착지해서 두 발로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았다.
"안녕. 안녕. 반갑다. 반갑다. 과자. 과자 사온 이 있으면 나눠주면 고맙다. 고맙다."
건물의 2층으로 가자 보인 것은 자신의 이름이 쓰여있는 책상과 여러가지 먹을 것들. 여기서는 가면을 벗어야하는 것이겠지. 주변을 확인한 후에 가면을 고정하고 있던 머리 뒤쪽의 끈을 천천히 풀어낸다. 정부가 특별히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깔끔한 서의 전경에 나는 솔직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속초에선 이렇지 않았는데. '
어딜가나 돈이 들어가면 달라진다, 라는 것을 여기에서도 여실히 느낀다. 외국에서 모셔온 경찰들도 있는 것을 보니 정부에서 국가 위신을 위해서라도 특별히 투자했겠지. 하지만 자연스레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 수가 없다. 들어온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 나는 내 책상 쪽으로 가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기로 했다. 그러다 정확하게 4시가 되자 한마리의 앵무새가 날아오더니 귀엽게 쫑알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누구 앵무새일까. 차예성 경위라는 모니터가 많은 자리에 자리를 잡은 것을 보니 이 사람이 키우는 것일까.
이게 뭔가 싶어 유추하고 있었지만 내 이름을 찾았다. 아, 자리의 주인 명함인가.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 자리에 착석하는 듯 해보였다. 의자에 앉아 등받이를 뒤로 쭉 펴면서 정말 편하게 엉덩이도 앞으로 뺀 자세로 거의 눕다싶이 자세를 유지했다가 찌뿌둥한 소리를 내며 다시 바르게 앉았다.
" 어 그래 반갑다~ "
그냥 애완용이겠지? 설마 누가 변신한거여서 상사라거나 그런 노잼예스화 전개는 없을거야 그렇고 말고.
시작부터 자동문, 게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봐도 신식인 서 내부의 모습에 그녀가 자신의 발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품고서 동동 구르고 있음을 깨닿기까진 몇초 걸리지 않았다. 어느 한 부분에도, 심지어 개개인의 자리에도 세심하게 신경쓴듯한 인테리어에 소소한 감동을 품던 그녀는 별안간 날짐승의 퍼덕임이 들려오더니 예쁜 앵무 한마리가 대에 올라 무언가를 말하자 그새 잰걸음으로 다가가선 뚫어져라 그 새를 쳐다보았다. 새조차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오오... 오오, SENSATIONAL(뽀대나는) 앵무새! 비스킷? 비스킷 원해요?"
상납을 원하면 조공을 바치는 것이 인지상정, 그녀는 바로 비스킷을 꺼내선 앞쪽으로 밀어보였다. 그 새는 마치 자리의 주인인양 당돌한 태세를 보였지만 그녀에겐 그게 알 바가 아니었다. 이런 곳에 앵무새가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우니까!
그 일련의 행동을 하고나서야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는 알던 모르던 눈에 띄는 이들마다 한껏 들어올린 손을 휘적이며 인사를 보냈다. 물론 그중엔 아는 인물도 있었지만,
예상햇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난 근무 환경에 조금 들뜬 채로 우선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인원이 이렇게나 많은 것도 놀라운데, 척 보기에 한국인이 아닌 사람도 여럿 끼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공을 많이 들인 태가 났다. 뭐,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들어갔단 소리겠지. 물론 이쪽에서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기다리길 잠시, 귀여운 앵무새의 난입에 순식간에 근무 만족도가 수직상승했다. 아, 이렇게 귀여운 앵무새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쿠키도 사 오는 건데! 지금이라도 내려가서 사 올까?
서에는 퍼렇게 질린 안색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 이가 있다. 드물게 바쁘게 움직였기에 망정이지 버스를 타는 타이밍이 조금만 늦었어도 분명 지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려는 마음과 몸의 나약함의 밸런스가 좋았다. 이 이상으로 무리해서 움직였다면 분명 또 죽어버렸겠다고, 유우카는 직감했다. 죽어도 다시 살아 버젓이 움직일 수 있다지만 역시 길거리에서 객사하는 것은 민폐다. 그것과 그것은 별개다. 하물며 근무지에 와서 숨이 넘어간다면 서의 사람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청해시에서의 첫 죽음은 그런 식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안 돼... 더 이상 지체 하지말자...'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서 안으로 들어선다. 아마도 내가 가장 마지막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이미 좌석은 대부분이 채워진 뒤였다. 다행인 것은 아직은 무엇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놀람이 반이었다. 자신이 전에 근무하던 곳과는 확연히 달라서...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있어서. 그리고 이 앵무새. 설마 이 앵무새가 경위...님일까? 분명 일전에 신체를 변형시키거나 둔갑하는 익스퍼도 있다고 들었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급하게 오느라... 사오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유우카 특유의 느릿한 어조가 마치 사람을 대하는듯 했고, 그 본인도 이제야 애써서 찾은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아직은 손 타지 않은 컴퓨터에, 깨끗하게 정돈된 책상과 낯선 자리를 보자니 싱숭생숭해지는 기분이다. 기억 한켠에 첫 출근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는 것이…(중략)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 제 두 손을 맞잡고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간식이 있고 서랍 안에는 이런 게 있고……. 그러다 갑자기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잠시 헛숨을 삼킨다.
헉, 저런 앵무새는 TV에서나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너무도 뜬금없는 존재의 등장에 멀뚱히 그것을 쳐다보다 앵무새가 곧 꺼낸 말에 2차로 경악했다.
마음만은 주고 싶지만 안 사왔다!
혹시나 하여 주머니를 뒤져봐도 간식거리를 챙겨 다니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나오는 게 없다. 잔뜩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서는, 그는 앵무새 쪽으로 슬쩍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여기 사는 앵무새예요? 지금은 가진 게 없어서 못 주는데, 대신 다음에 간식 가져오면 받아줄래요?"
들어서니 이전 직장이 그립다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던 고민이 싹 사라졌다. 책상은 물론이고 의자까지 눈물겹도록 좋아보인다. 고작 시설일 뿐인데 벌써 돈맛을 봤으니 앞으로는 어떨까? 이직하기는 글렀다. 퇴사도 글렀다. 정년 퇴임까지 굴러먹을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다.
시간이 좀 지나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익숙한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동환을 보고 어머, 하고 놀란다.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이며 "또 보네, 학생." 하고 말하고는 눈이 마주친 분홍색 머리의 청년이 생각한 단어에 미소만 짓는다. 그가 커피를 다시 한모금 마실 적에 앵무새 한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녹색 앵무새를 본 그는 수중에 비스킷이 없단 점이 꽤 아쉬웠다. 그렇지만 과분할 정도로 비스킷을 받는 앵무새를 보니 본인이 주지 않아도 괜찮았을 법 싶다. 다시 빨대로 얼음과 헤이즐넛 시럽이 녹아든 아메리카노를 쭉 빨아마신다.
2층까지 올라온 후타바 신의 양손은 만석이었다. 한 손엔 휘핑 시럽 올라간 초코 프라푸치노가, 다른 손엔 초콜릿 세트가 있다. 빛 하나 비치지 않는 새카만 눈이 서 내부를 보자 들뜬 양을 했다. (초점 없는 눈이 어떻게 들뜬 양을 할 수 있는진 둘째 치고.) 멋들어지게 잘 마련된 새 근무처를 보고 싫어하는 경우는 잘 없다. 신은 명패 올라간 자리를 하나하나 살폈고...... 책상을 손끝으로 톡톡 쳐 나가며 끝내는 제 자리 곁에 다다랐다. 음, 깔끔하구먼. 만족스럽게 웃으며 초콜릿 세트를 내려두고 서를 다시 거시적으로 눈에 담았다. 먼저 도착한 사람, 제 뒤에 도착한 사람, 좀 기다리자 나타나는 사람... 신은 눈을 마주친 사람이 있으면 생글 웃으며 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초면 구면 가리지 않으니 허물없는 태도였다.
"한국어가 참 능란하십니다..."
앵무새에게 실없는 소리를 장난스레 던진 신은 큭큭 웃음기를 갈무리하며 그 주변을 보았다. 차예성 경위. 오야おや. 앵무새가 단순히 앉았던 것이라면 모를까 횃대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돌보는 것이 분명하다. 신은 두 손을 뒤로 감추고 산책 나가듯 가뿐히 앵무새 근처에 다다랐다.
(동환) "많다. 많다. 너무 많다. 두 개만 내놔라. 두 개만 내놔라." 열개를 다 주는 것에 조금 당황했는지 앵무새는 살짝 당황하면 퍼득퍼득 거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민철) "다음. 다음 언제? 언제? 약속, 약속이다. 기억할거다!" 다음을 기약한다는 그 말에 앵무새는 정말로 기억이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정말로 그럴진 아직 알 수 없었다.
(해서웨이) "과자 얼마 안한다. 안한다. 그게 비싸서 못 살 정도라니. 열심히 일해라. 일해라." 완전 실망한 표정으로 빠른 어투로 이야기를 하지만 이해는 하겠다는 듯이 앵무새는 굳이 더 말을 꺼내진 않았다.
(키라) "원한다. 원한다. 잘 먹을테다! 고맙다. 고맙다." 앞으로 내미는 비스킷을 받아든 후, 앵무새는 정말로 고맙다는 듯이 그 비스킷을 천천히 씹었다. 그러다가 가만히 고개를 올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 외국어 몰라. 외국어 몰라. 한국어. 한국어."
(유우카) "그럼 다음에! 다음에! 급하면 어쩔 수 없다!" 조금 실망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앵무새는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어차피 받은 비스킷이 많으니 딱히 상관없다는 듯한 어투가 정말로 특징적이었다.
(나기토) "여기 안산다. 안산다. 여기 집 아니다. 아니다." 나기토의 말에 앵무새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사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 대신 간식을 이야기하는 말에 다음에 달라는 듯 이야기를 하며 앵무새는 날개를 퍼득였다.
(신) "셀린. 셀린. 주인님이 데리고 왔다. 데리고 왔다." 이제 내놓으라는 듯이 앵무새는 앞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물론 없다고 해도 딱히 공격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름이 셀린인 것일까? 일단 각자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앵무새는 받은 비스킷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퍼득퍼득 날아오른 후에 다시 횃대에 제대로 앉으며 모두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너희들. 과자 줬다. 과자 줬다. 그러니 말한다. 말한다. 이거 다 끝나고 회식. 회식. 소고기 먹는다. 소고기 먹는다. 물론 난 안 먹는다. 안 먹는다. 과자 좋다. 과자 좋다."
나름대로 정보를 주는 것일까. 어쩌면 앞으로도 과자를 주면 뭔가 이것저것 말해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말이 진실인지는 또 별개였으니 믿거나 말거나에 가까웠다. 한편 뒤이어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동문이 열리고 보이는 것은 모두를 직접 스카웃한 소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왼쪽 뺨에 흉터 자국이 있는 사내도 함께 들어왔다. 뭔진 알 수 없었으나, 사내는 커다란 갈색 박스를 들고 있었다. 그 박스를 자신의 자리까지 가져간 후에 내리자 앵무새는 퍼득퍼득 날아오른 후에, 사내의 어깨 위에 착지했다.
"오. 다들 왔어요? 보자. 하나, 둘, 셋. 세기 귀찮으니까 다 온 것으로 칠게요! 어차피 안 오면 잘리는걸!"
"소라 선배. 그렇게 대충 하면 안되잖습니까. 나중에 제가 리스트 확인을 하겠습니다. 리스트는 소라 선배의 사무실 안에 있습니까?"
"응. 있어. 거기에. 그리고 대충 하는 거 아니야. 나중에 제대로 체크할거야. 아무튼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뒤이어 소라와 사내는 모두를 바라보며 절도 있는 경례자세를 취했다.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타이밍으로 경례를 마친 후 소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마 여기에 있는 이들은 다들 알겠지만 최소라 경위입니다! 차후, 이 팀의 지휘를 맡게 되었습니다!"
"차예성 경위입니다. 일단 오퍼레이터 쪽 일과 최소라 경위님의 보좌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말썽은 안 부렸습니까? 일단 제가 기르고 있는 앵무새 셀린입니다. 이 도시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익스파 연구로 연구로 인간 중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지게 된, 일단 익스파가 사용 가능한 동물입니다. 간간한 잔심부름 정도를 맡기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연구소에서도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해달라고 해서 이번에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잘 부탁해. 잘 부탁해."
두 명, 그리고 한 마리의 인사가 끝이 났다. 이제 자연히 각자 자신의 소개를 할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오호, 회식이라. 마법의 두 글자를 들은 케이시의 두 눈이 빛났다. 또라이 상사만 아니라면 회식만큼 즐거운 게 또 없지. 그러니 이제 곧 도착할 자신의 상사가 부디 나이는 공으로 먹은 사람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도 잠시 후 들어온 두 사람은 억지로 술을 먹이거나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해대는 부류는 아닌 듯싶었다. 오히려 제법 좋은 사람들로 보였다. 그나저나 앵무새는 차예성이라는 저 경위가 키우는 거였구나. 이름도 귀여워라. 게다가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똘똘하다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1층 카페의 비스킷을 털어 오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뉴기니아 앵무라도 영어 좀 못하면 어떠랴. 한국에서 자라고 배웠으면 한국 앵무새인 법, 그 조그만 부리에서 생각도 못한 정보가 전해지자 머리 위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던 그녀는 이내 그 자리의 진짜 주인이 이쪽으로 오자 그 두 사람에게 만세를 해보이고선 얌전히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의자의 감촉이 좋아서 한번 더 털퍽 앉아본건 비밀이 아니지만, 그나저나 앵무새가 능력도 쓸줄 알고 지능도 중학생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똑똑한 것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역시 세상은 신비한 일들로 가득인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리더격인 두명, 그리고 한마리의 인사가 끝나고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의 통성명이 시작되는듯 하자 얌전히 지켜보다 자기차례가 되었을때 벌떡 일어나선 당당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키라 패닝입니다! 앞부분이 이름이구요~ 어... 또 뭐 말해야 하나요? 나이? 음... 나이야 어차피 알게 될거고... 경찰 일은 이제 막 시작한거나 다름없지만 트랩이나 폭발물 관련은 나름 전문이라고 할수 있어요~ 음, 그리고... 아! 아무튼 앞으로도 나쁜 사람들 열심히 혼내주자구요!"
그는 말하며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궁금증이 이는 한편으로는 의문도 하나. 본래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흉내내기만 할 뿐, 특수한 훈련을 받지 않는 한 그 언어를 이해하여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눈앞의 앵무새는 그렇지 않은 듯한데…… 역시 이 자리에 자연스럽게 낀 것을 보면 보통 동물은 아니라는 건가?
자세한 이야기는 차근차근 알려주거나 나중에 물으면 될 일이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슬슬 자리에 앉을까 생각한 순간, 문이 열렸다. 알았던 시간은 짧지만 한결같은 소라의 모습에 반갑게 웃다, 예성이 들어오자 눈인사를 한다. 대단한 앵무새 맞았구나…… 아니, 이게 아니지. 이어지는 소개를 들으며 딴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신을 다잡는다.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던 것도 잠시, 분위기에 맞추어 저 역시 자세를 바로하고 소개를 시작했다.
"히네노 나기토라고 합니다. 능력은 언령…… 그러니까 입 밖으로 내는 말을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앗, 그리고 이전 계급은 けいぶほ였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경위 정도로 치환할 수 있겠네요."
처음 들어왔을 순간에는 그래도 평소만큼 풀어지지 않으려 했었는데, 다들 자유분방한 듯하니 결국은 그도 평소처럼 돌아오고 말았다. 특유의 손뼉치듯 마주치는 손동작을 하고 목소리도 어느덧 길게 늘어지며 말이 끝났다.
이 경우는 급하다기 보단, 내가 늦은거지만... 하지만 오늘을 계기로 출근시간을 다시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유우카는 어렴풋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위그드라실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들어온다. 분명 이름이 최소라, 차예성이었지. 얘기는 들었지만 상당히 한국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열혈과 냉철의 콤비. 예전부터 합을 맞췄는지 잘 어울리는 두 사람. 그보다 지금 경위라고... 아, 앵무새가 경위님이 아니었구나... 그제서야 유우카는 알아차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름은, 시료우 유우카... 보시다시피 일본에서 왔어요."
자기소개의 웨이브 시작이다. 유우카는 실은, 이 시간만 되면 곤란한 것이었다. 자신의 능력이란 것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상당히 기분 나쁘고 익스퍼 중에서도 드문 것이기에. 자신의 이런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부끄럽지만 아직도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발화, 강화, 둔갑, 속임수. 다들 자신의 자랑이라는 듯이 능력을 소개했지만 결국 유우카는 자기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설명 하지 못하고 끝내 자기 소개를 마무리 해버렸다.
자신을 셀린이라고 소개한 앵무새는 비스킷을 부리로 두드려 부수고 먹는다. 애쉬는 윤곽이 뚜렷한 앵무새를 힐끗 쳐다봤다. 멋들어진 녹색 몸체와 선명한 부리에서 평범한 앵무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앵무새를 키우는 사람은 많지만 저런 종류는 동물원이 아니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문이 열리자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스카우트 했던 여성과 흉터가 있는 남성이다. 전자는 알지만 후자는 모르겠다. 그래도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직한 직장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딱딱하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일하던 직장처럼 화기애애 할 것 같다. 적당히 받는 만큼만 일해야겠다.
"잘 부탁드려요."
아직 말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한 사이지만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과 일을 하는 건 과연 어떨까? 그는 한 손을 쇄골께로 올리며 사람 좋게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요, 애쉬라고 해요. 29살이에요. 미국에서 왔어요. 은퇴 직전에 스카웃 된 거라서 계급은 의미가 없네요."
짓궂게 웃으며 신은 셀린의 앞발에 보상을 내주었다. 여러 겹 겹친 비스킷...? ...처럼 보였던 무언가는 셀린이 두 번 보았을 때는 이미 억센 맵시의 둘째 손가락일 뿐이었다. 셀린이 속고 붙잡았다면 신은 친근하게 앞발을 흔들어주었을 것이다. 악수하듯이 말이다. "비스킷은 다음 기회에. 오늘은 첫인사로 만족합시다, 응?" 하는 말이 얼마간 얄미울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통성명 시간인가. 신은 손뼉을 마주쳐 분위기를 환기했다. 짝!
"반갑습니다~! 뭐 대충 후타바 신이라 하고, 일본에선 경부고, 무려 세계 최초- 대 익스퍼 팀이라길래 헐레벌떡 들어온 사람쯤 되겠습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말 까는 걸 목표 삼고 있고~... 그래~ 뭐니 뭐니 해도 익스퍼 팀이래니 거 능력은 말입니다,"
신은 별 이유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대강 이쯤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스킷 내놔." (내놔, 대목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셀린과 한 깃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둔갑한 신은 서 내를 한 바퀴 빙글 활주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점, 창문과 부딪혔다........... " ... ..."
각자의 소개를 들으며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예성은 하나하나 그 이름을 핸드폰에 기록하고 있었다. 나중에 리스트와 대조를 하려는건지, 아니면 일단 기억해두려는건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소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온 이도 있을테고, 먼 외국에서 온 이도 있을테고 일단 제가 스카웃을 하면서 한번씩 만나보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했어요! 일단 아는 사람은 알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제대로 이 팀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예성아."
"아. 네."
이어 예성은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다가간 후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고 책상 서랍을 연 후에 리모콘을 꺼냈고 그것을 꾹 눌렀다. 그러자 그의 자리 앞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왔다. 거기엔 EXLABOUR 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었다.
"일단 우리 익스퍼가 여러 이유로 인해 그 존재가 비밀로 감춰져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슬슬 익스퍼의 정체를 제대로 밝히려고 하고 있어요. 정확히는 약 1년 후에요. 허나 익스퍼가 사용할 수 있는 익스파. 그것이 상당히 위험하게 보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에요. 실제로 익스퍼 중에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고, 그 범죄의 피해는 일반 범죄보다 엄청난 편이에요. 당연해요. 솔직히 칼로 위협하는 것보다 초능력이 좀 더 위협적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익스퍼들의 범죄를 과연 제대로 통제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가. 그래서 시민들이 익스퍼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정부는 익스퍼 경찰들을 모아 익스퍼 범죄자들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걸 익스레이버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팀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며 잠시 말을 끊었던 소라를 바라보며 예성은 셀린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아오른 후에, 저 편에 있는 옷장의 손잡이를 부리로 잡고 연 후에, 거기에 있는 옷 한 벌을 조심스럽게 잡아서 소라에게 날아갔다. 아무리 봐도 앵무새의 근력보다는 조금 더 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검은색 제복을 받아들은 소라는 그 제복을 제대로 펼쳤다.
전체적으로 절도 있고 깔끔한 검은색으로 덮여있었으나 오른쪽 가슴 부분에 녹색 나무 모양의 마크가 달려있었고, 왼쪽 가슴에는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물론 애쉬의 경우에는 확실하게 가명으로 달려있었다.
"우리들은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에요. 위그드라실은 신화에도 나오는 세계수고, 여러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고 해요. 익스퍼와 익스퍼가 아닌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어울리는 상징이지 않겠어요? 이거? 정말로 마지막 기회에요. 익스퍼와 익스퍼가 아닌 이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익스퍼의 범죄를 충분히 컨트롤하고 통제할 수 있고, 단순히 위협적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팀의 멤버로서 함께 하지 않을래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위험한 일이 될 거예요. 익스퍼 범죄자들의 능력은 그만큼 위험하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서 못하겠다 하시는 분은 나가셔도 좋아요. 하지만 함께 하실 분은 저 옷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달려있는 유니폼을 챙겨주세요. 현 시대의 히어로가 우리들 경찰이지만, 그렇다고 생명 수당도 함께 나오는 이 일을 강제 할 순 없으니까요."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 기회였다. 그만두고 싶은 이는 자리에서 나가면 될테고, 받아들일 이는 유니폼을 챙기면 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었다.
익스레이버... 설명은 대강 들었으니 이해는 쉽긴 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특수경찰 비스무리한 것일까, 라는 생각정도에 그쳤다. 확실히 익스퍼 범죄자들이 큰 위협이 되는 것또한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그건 일반적인 경찰선에선 쉽게 해결될수 없는 일이기에 같은 익스퍼들로 꾸려진 팀을 만들어 운용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까? 왜 이런 잠재적 위험인물들을 기용하는지, 정부는 또 무슨 이유로 익스퍼들의 존재를 이제와서 밝히려 하는건지는 알수 없었지만... 넖은 의미에서 생각해봐도 갑자기 변하는 세상에 혼란스러워할 일반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존재의 필요성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었다.
"근데 싫다고 해서 나가도 딱히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잖아요? 게다가 기왕 하는 일이 같으면 더 자극적인게 좋은건 당연한 사실이죠~"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을까, 애초에 지금 여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치고 그걸 거절할 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은 그녀였다. 위험한들 뭐 어떠랴, 그것에 의미가 있다면 뛰어드는게 이 직업의 본래 모토가 아니던가.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벗어두었던 가면을 다시 착용한다. 애초에 이 사람들과는 가면을 벗은 것보다 쓰고 있는 시간으로 함께 다닐 때가 더 많을테니까 이쪽을 적응시키는게 더 좋을거다. 이상하다고 느껴도 별 도리는 없다. 상부에서 벗으라고 지시하는게 아닌 이상 쓰고 다닐테니까.
익스레이버라는 이름의 익스퍼 전담 수사팀이라는 것 같다. 그것도 팀 이그드라실이라는 세계수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팀. 어원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살짝 미소를 지은채로 소라의 말을 경청한다. 대학을 졸업할때 이후로 드문드문 소식만 듣곤 했는데 이렇게 지휘자가 되어서 나타나다니 한때 동기였던 입장에서도 환영이다.
현재 입고있는 경찰제복을 벗어서 내 책상 위에 두고 옷장에 다가가서 내 이름이 적혀있는 유니폼을 입는다. 미리 재두기라도 한 것처럼 완벽하게 맞는 유니폼을 입고서 원래 서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익스퍼 전담 수사대라면 분명, 그 녀석도 잡을 수 있겠지. 그렇게 돌아가는 도중에 소라를 바라보고서 아무도 모르게 윙크를 한번 해본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자주 하던 제스처다.
"아마 안될 것 같아요. 익스퍼 중 일부는 살상력을 가지고 있고 민간인들은, 아니 심지어 우리들도 어떤 익스퍼가 살상력을 가지고 있는 위험한 인물인지 어떤 익스퍼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인 지 모르죠. 무엇보다 누가 익스퍼인지 아닌 지 알 방법도 없고요. 시민들은 그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아무 준비없이 대규모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자신들 틈 속에 섞여있다. 이것 밖에 생각하지 못할거예요. 당장 저만해도 살아있는 화염방사기인걸요? 하지만 그런 생각, 시도 자체는 좋네요. 익스퍼를 상대하는 데 익스퍼가 아닌 민간인을 이용한다는 것도 말도 안되고요."
화연은 웃으며 소라의 말에 반쯤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신과 함께 연쇄 방화범을 잡을 때도 화연의 불꽃과 신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만약 그들이 아닌 무능력자인 경찰이 그를 발견했다면 그저 희생자가 늘어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능력자를 잡는 능력자, 좋은 아이디어다.
앵무새는 옷장의 손잡이를 부리로 잡고 연 후에 옷 한 벌을 들고 소라에게 날아갔다. 화연은 저 앵무새가 부리가 과연 멀쩡할까 걱정을 해주고는 소라가 든 검은색 제복을 바라보았다.
검은 색에 오른쪽 가슴 부분에 녹색 나무 모양의 마크가 달려있으며 왼쪽 가슴에는 이름표가 달려있는 평범한 제복이었다.
화연은 팀이름을 듣고 왜 우린 한국팀인데 왜 북유럽 신화 나무 이름에서 따온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굳이 초치고 싶지 않아 속으로 삼킨다.
요컨대 익스퍼로 익스퍼를 잡는다는 소리렷다. 뭐, 맞는 말이었다. 익스퍼 범죄자를 대하는 상황에 있어서 일반 경찰과 익스퍼 경찰의 효율성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제껏 숨겨 오다가 점차 드러내는 쪽으로 입장을 취한다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나름 모험적인 시도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공을 많이 들였나.
"난 찬성! 앞으로 잘 부탁해요, 경위님들?"
제 몫의 유니폼을 받으며 소라와 예성에게 윙크해 보인다. 이걸로 첫 걸음, 이라는 걸까나.
실 내부의 분위기가 변했다. 조금 더... 진지한 분위기로.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이어나가기 시작하는 두 사람. 사실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전부 전출 당시에도, 미팅때도 들었던 것니까. 하지만 지금, 다시금 이렇게 설명한다는 것은 분명...
'강조, 겠지...'
위그드라실이 새로운 시도와 과감함이 만들어 낸 특별한 팀. 그렇다는 것은 즉,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는 말. 경찰은 고된 일이다. 굳이 익스퍼가 아니라도 하루에도 눈 먼 칼을 맞고 순직하는 위인들이 몇 명이나 생긴다. 위그드라실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자신은 수천번을 고쳐죽을 수 있는 몸이라지만, 이것도 완전한 장점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세상에는 의외로 죽음보다 더 한 것들이 넘친다.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하고, 처음으로 학습한 것이 그것이었다.
"할 거에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맺어진 굳은 결심.
"그러기 위해서, 저는 여기까지 온 거에요..."
유우카의 손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복으로 뻗쳤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익스퍼가 밝혀져서 좋을 것이 있을까. 하지만 밝혀지지 않는다면 더 곤란할 수도 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지만 눈빛은 아주 차분했다. 익스퍼 중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첫 살인은 아주 두려웠다, 하지만 그 이후로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들킬까 싶은 공포는 한순간이었지만, 나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 배운 중요한 삶의 지혜다. 사람들은 내가 죽였다는 사실을 모른다..앞으로도,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는 익스퍼 범죄자를 전담하는 영광스러운 첫 팀의 일원이다. 앵무새는 보통이 아니었고, 그는 제복을 가만히 본다. 애쉬라고 적힌 명찰을 보니 픽 웃음이 나왔다.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아무래도 나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제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상반신이 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존재를 비밀로 할 수도 없잖아요? 가면 갈수록 익스퍼의 수는 늘어나고 있고 정부에서도 엄청나게 고민을 했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숨길 순 없다는 것도 알테고요. 애초에 우리들은 괴물이 아니에요. 인간이에요. 다른 이들과 다를바 없는 인간. 아무튼 각자 바라보는 방향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 방향이 무엇인진 알 수 없더라도 한 팀으로 뭉친 이상 잘 부탁할게요!"
"사이즈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에 일하던 서에 전화해서 제복 사이즈를 묻고 특별제작한거니까요."
모두의 말을 들으며 소라와 예성은 각각 질문에 대답했다. 이어 예성 역시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옷장에 있는 자신의 유니폼을 꺼내들고 챙겼다. 그리고 바로 옆의 옷장 문을 열고 그 안에서 한손에 딱 들어갈만한 크기의 검은색 육각체 모양의 큐브를 꺼내 집었다.
"여러분들에겐 경찰에게 주어지는 기본 무기도 주어지지만 이것도 주어질겁니다. 이건 큐브웨폰이라는 것으로, 일단 정부와 경찰청, 그리고 이 청해시에 뿌리를 박고 있는 대기업인 청해 그룹 소속의 연구소에서 힘을 합쳐 만들어낸 건데, 익스퍼가 아닌 이에게는 그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으나 익스퍼에게는 물리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무기에요. 그렇다고 막 몸에 외상을 내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물리적 타격을 주는 거니까 참고해주세요. 아무튼 여러분들의 익스파를 등록한 후에, 여러분들이 원하는 형태의 무기로 만들 수 있어요. 여러분들의 익스파와 연동해서 사용도 가능할테고요. 일단 사용법은..."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예성은 큐브웨폰을 들고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눈을 감았고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큐브웨폰에 갈색 빛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곧 빛이 그 큐브를 감쌌고 이내 그의 손바닥 위에 약하게 스파크가 튀고 있는 경찰봉으로 바뀌었다. 이어 그것을 다시 큐브 형태로 바꾼 후에 예성은 그것을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자신의 익스파를 집어넣는 느낌으로 집중을 하면서 이미지를 구상하면 알아서 큐브가 그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다시 큐브 형태로 바꿀 수도 있지만 한 번 무기의 모습을 등록하면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게 정해주십시오. 일단 다들 지금 무기 형태로 바꿔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말을 마친 후, 예성은 각자의 자리에 큐브를 하나씩 놓았다. 큐브웨폰을 자신 전용으로 커스텀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11시 10분까지! 여기서 정한 형태는 다시는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어요! 그리고 각자의 위키 페이지에 ???로 되어있는 큐브웨폰 란을 기록해주세요!
정 못 정하겠다 싶으면 그냥 적당히 변형시켰다 정도로 하고 나중에 형태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예요! 참고로 어디까지나 물리적 타격을 주는거지. 막 베는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런 건 아니에요! 푹 찔러도 실제 상처가 나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정도의 아픔을 느끼는 것 뿐이에요!
괴물이 아니고 인간이라. 확실히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그렇게 생각해줄지는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서 익스퍼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고 있는거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익스퍼를 이용한 범죄자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정보의 유출을 막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경찰의 형태로 익스퍼들의 존재를 공개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게 아닐까. 하지만 적어도 나는 우리가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을 경청하고 있으니 큐브 웨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무기가 등장했다. 우리가 기존에 지급받는 무기가 아닌 대 익스퍼용 무기라는 것 같다. 지금은 큐브 웨폰이지만 차예성 경위가 시연하는 것을 보니 무기의 형태로 돌아갔다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간다. 무슨 성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자리로 돌아가 큐브를 손에 쥐었다. 여기에 내 익스파를 넣으면서 모양을 상상하면 된다 .. 뭐 그런건가?
그렇게 익스파의 힘을 집중하면서 원하는 무기의 형태를 상상하자 큐브 웨폰은 내가 원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물건이란 말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게 맞는건가 싶었지만 이미 성능 테스트는 다 끝냈을테니까 외형만 잠깐 확인하고서 원래의 큐브 형태로 되돌린다. 살면서 이런걸 다 받아보고 경찰하길 잘했나 싶기도 하다.
딱 이 생각을 했다. 경찰의 주 된 무기이자 보호수단이며 어차피 외상을 입힐 수 없는 데미지뿐인 공격이라면 손쉽게 사용 가능한 총으로 상대하는게 낫지 않겠나, 근데 이제 파괴력을 곁들인.
바로 이 레이징 불 매그넘 리볼버.
자신의 큐브를 손에 쥐고 익스파를 쓰던 느낌 그대로 허나 강도는 약하게 슬며시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듯한 느낌으로 흘려넣기 시작했다. 빨간 번갯불이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렁이다 그것은 본인이 생각한 매그넘 리볼버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큐브로 변하기도 리볼버로 변하기도 두어번을 반복하다가 큐브를 아까의 유니폼에 집어넣었다.
눈 앞에서 자그마한 큐브가 하나의 무기로 변하는 것을 본 유우카의 동공이 확장된다. 어렴풋이 들은 적은 있지만, 정말 이런 기술까지 나왔을 줄은... 정부가 정말로 익스퍼의 일반화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처음 죽고 살아나서 익스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익스퍼라고 하는 능력을 마치 만화나 게임같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무기까지 손에 넣는 상황에 오게 되니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드는 유우카였다. 그러는 사이에 사방에서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형태의 무기로 형태를 바꾸는 동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그러다보니 괜스레 가만히 있는 것이 조바심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사실 유우카가 이것이다 하고 정한 형태는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악에 대한 근절. 그걸 위한 강함. 무심하고 올곧은 판결. 그리고 왜일까, 도장의 사범을 하고있던 할아버지가 수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에서 무념의 경지로 우직하게 칼을 휘두르던 모습을 줄곧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마음을 대변하듯, 큐브는 유우카의 손이 닿자 자연스럽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친 탁한 눈에 빛이 번지고 나타난 것은, 길고 긴 도신을 가진 일본도. 유우카의 키 정도는 훌쩍 넘길법한 용모의 우람한 태도(太刀)였다.
"으응...! 차..."
힘겨운 기합과 함께 양 손으로 쥔 그것을 천장을 뚫을듯 일자로 들어올려본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상당한 힘이 들었다. 그럼에도 무기가 잘 못 나왔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지, 이걸 휘두르려면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것보다, 벌써 그런 부분까지 인수인계가 되었다니, 정말 이 직업은 언제 생각해도 참 무서울 정도로 철두철미했다. 하긴, 나름 중직업인만큼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게 옷을 받아들고서 잠깐 생각을 하던 사이, 또 무언가 지급되는게 있는 모양이었다.
큐브웨폰?
"꽤 재밌는 장난감이네요?"
물론 진짜 장난감인건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외상을 주는 것이 아닌 타격만 주는 거라면 어느정도 수지가 맞는 대응책이었다. 경찰이라고 무조건 범죄자를 처단하란 법은 아무리 이런 세상이라도 없을테니까, 한손으로 얼추 잡을 수 있을만한 크기의 육면체를 들고서 잠깐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당장 떠오르는 무언가의 형태를 그대로 구현해냈다. 설마 진짜 될거라곤 생각 못했지만, 애초에 특이한 능력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이런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닐테지. 그래도 엄청난 기술력이란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쪼록 이런걸 꺼낼만한 일이 많지는 않길 바래야 하나요~?"
라고 해도, 분명 앞으로 그럴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그녀가 있는 팀의 존재 의의 자체가 자신들과 똑같은 능력자들과의 대치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니까.
괴물이 아니라 인간. 과연 인간이라고 불러도 될 익스퍼 범죄자가 존재할까?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정 하에 범죄자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비관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이 부분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는 살인범을 여럿 만나봤고, 근본적으로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 그가 잠시 시간을 확인하듯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는 들리지만 분침과 시침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의미 없는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닫듯 손을 내린다. 제복이 맞으면 되는 일이다.
"어머. 신기해라."
익스퍼에게는 물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과학의 발전이 비약적이다! 그는 예성의 시범을 보고는 큐브를 집어든다. 이 조막만한 것이 뭔가로 바뀐다니. 신기하다. 그렇지만 어떤 무기가 좋을까? 그가 아는 무기의 종류는 아주 적었다. 그냥 아무거나 적당히 어울리는 걸로 변했으면 좋겠다. 그는 큐브를 쥐고 익스파를 불어넣는다는 감각으로 사용해보기로 한다.
"맙소사, 아저씨는 오리엔탈리즘에 찌든 레이시스트가 아니에요. 믿어줘요."
대침大針이 그의 손을 카드처럼 훑고 넓게 펴졌다. 그는 지금부터 애쉬가 아니라 화타다. 빠르게 큐브로 바꾼 그는 본인은 비록 창파오를 입지만 오리엔탈리즘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손사래를 쳤다.
큐브 웨폰이라. 이런 것도 만들어지다니, 요즘 기술이 참 좋아졌구나 새삼스레 의식하게 되었다. 생각만 하면 그대로 무기가 된다니, 엄청 편리한 거 아냐 이거? 물론 한 번 정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게 아쉽긴 했다. 나중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어도 다시 바꾸지는 못 한다는 거겠지, 아마.
하지만 자신의 능력은 어느 모로 보나 공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문제였다. 상대를 과도하게 치유해서 무력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차라리 이런 방식은 어떨까?
잠시 후 큐브가 취한 형태는... 놀랍게도 장총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용 마취총. 방아쇠를 당기면 나가는 것은 총알이 아닌 투창이다. 하지만 투창이 주사하는 건 마취제가 아니었다. 약간의 변형이 들어간, 이른바 나이팅게일 에디션이랄까.
만약 그녀가 생각한 대로 구현이 되었다면, 이 총에 맞았을 때 대상은 '얼마간의'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을 나름대로 커버하기 위한 결론이었다. 비록 실전에서 얼마나 유용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그 이전에 이렇게 부피가 큰 총을 다루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사격에는 나름 자신이 있고 언제든지 큐브 형태로 바꿀 수 있다니 괜찮겠지.
큐브웨폰을 각자가 사용할만한 전용 무기로서 바꾸는 것을 확인한 후, 소라는 주목하라는 듯이 가볍게 두 손으로 손뼉을 짝짝 쳤다.
"일단 큐브웨폰의 사용법은 잘 알았죠? 혹시나 작전 중에 부서진다고 해도 다시 큐브 형태로 바꾸면 부서진 것이 복구 되니까 기억해두세요. 그 외에 작전때 필요한 것들은 나중에 하나하나 챙겨줄게요. 예성아. 무전기하고, 이어셋하고, 탐지기하고..또 있었어?"
"아니요. 당장은 없어요."
"그렇지? 아무튼 남은 것들은 다음에 챙겨드릴게요. 자. 일단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이렇게 모였는데 회식이라도 해야죠?"
이어 소라는 예성을 바라봤고 예성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금 전 들고 온 상자를 오픈했고 그 안에서 불판과 맥주, 소주, 술을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탄산, 그리고 소고기 가득을 꺼냈다. 이어 소라는 웃으면서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냐면 경찰청장님이 직접 준 활동비가 담긴 카드에요. 여기에서 오버하는 수준으로만 안 쓰면 되는데, 일단 이번에는 처음으로 소집되었으니 맛있게 먹자고요! 그리고 내일부터 제대로 출근해서 경찰 일도 보고, 익스파가 엮인 사건이 발생하면 출동해서 조사도 하고, 범인도 잡고. 알았죠?"
"저기, 실례할게요."
이어 갑자기 닫혀있던 자동문이 드륵 열렸다. 1층의 카페에 가 본 이라면 지금 막 들어온 이가 카페에서 일하고 있던 점원 여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 역시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소라에게 내밀었다.
"경찰 분들이 앞으로 여기서 일하는거죠? 그래서 앞으로 힘내달라는 의미로 카페의 디저트. 그러니가 도넛이라던가 케이크를 몇개 좀 챙겨왔어요. 여러분들도 앞으로 1층의 저희 카페 많이 이용해주세요. 20% 할인 꼭 해줄테니까요. 그러면 다시 내려가볼게요."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꾸벅 인사를 한 후, 다시 문 밖으로 나간 후에 내려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라는 미소를 지어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1층 카페 커피 괜찮죠? 먹어본 사람은 괜찮은거 잘 알테니까 꼭 드세요! 아. 맞아. 다들 요원 알죠? 익스퍼 보안 관리부에서 일하는 이들. 다들 익스퍼에 대해서 요원들에게 교육 받았을테니까. 그 요원들 중 한 명도 협력해줄 거예요. 코드명 프로키온. 일단 정체는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해서 아마 여러분들 앞에 나서진 않겠지만, 조만간에 연락 정도는 들어올 거예요. 이번에도 인사 정도는 하는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경찰들이 모이는 자리에 자신이 연락을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그런 이가 있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럼..."
이어 소라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민 후, 엄지를 위로 치켜세웠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익스레이버!"
그렇게 익스퍼 범죄자 전담 팀인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 결성되었다. 허나 이것은 모든 것의 시작에 불과한 일이었다. 익스레이버의 결성을 시작으로 운명의 시계바늘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이 일은 모든 것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Prelude Fin.
/오늘자 스토리는 여기까지에요! 반응레스를 쓰셔도 좋고 넘기셔도 좋아요! 그리고 10월 1일까지 지금의 회식 상황으로 일상을 돌릴 수도 있고 그냥 평범한 일상을 돌릴 수도 있어요! 참고해주세요!! 다들 첫 스토리 수고하셨어요!
다시 큐브형태로 되돌리면 자체수복도 가능하다니, 이정도로 편한 무기가 또 어딨을까. 그녀는 만족스러움 반, 납득 반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회식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시 그냥 한말이 아니었는지, 차근차근 준비되어가는 모습에 나지막한 감탄사를 내비추었을까?
게다가 갑자기 찾아온 인물은 분명 이 밑에 있는 카페의 점원... 여러방면으로 생각해봐도 오늘은 비교적 무난한 하루가 될수 있을것 같았기에 그녀 역시 오늘만큼은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든 쉬운 일이든, 고된 일이든 일어나는건 나중일이니. 물론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 그저 즐기면 그만이었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 사기충전하는 정도로만 생각해둘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을까?
"촌스러운 이름이로군. 뭐, 좋아. 정부가 경찰 팀을 만드니 마니 하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오늘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일단 이름 정도는 기억해두지."
어딘지 모를 장소. 소파에 앉아있는 누군가는 핸드폰을 통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남자의 목소리였을까? 여자의 목소리였을까? 아니. 애초에 전화를 받고 있는 이는 남자였을까? 여자였을까? 그 모든 것을 하늘에 뜬 어둠은 숨기고 있었다.
어둠 속 실루엣 속의 누군가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귀찮은 목소리고 넘겨버렸다. 애초에 관심사는 그쪽이 아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 것일까.
"그런 경찰 팀이 있건 말건 우리들은 우리들의 계획을 진행하면 돼. 그래. '폰'은 확보되었나?"
-네. 확보했습니다. 조금 떡밥을 던져주니까 바로 덥썩 무는 것이 참으로 웃기더라고요.
"그래? 그럼 나중에 '퀸'에게 정보를 알려주도록. 그럼 넘은 것은 '퀸'이 알아서 진행할테니까. '룩'. 너는 계속해서 '폰'으로 움직일 수 있는 녀석을 확보해두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김에 묻는건데 전에 만들었다는 그것을 투입할 생각인가요?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실전테스트는 몇 번 필요하니까 퀸을 통해서 전달할 예정이야. 뭐, 미완성이라고는 해도 나쁘지 않은 위력일거야. 물론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다르겠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폰은 자신의 힘을 넘어서 더 높은 단계로 오르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면 결국 폰일 뿐이지."
피식 웃는 웃음소리가 상당히 비릿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그것조차도 어둠 속에 파묻어버린 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아래. 사람들이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길바닥을 가만히 바라봤다.
"...위그드라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라타토스크를 칭해보도록 할까?"
-경찰들에게 우리들의 존재를 알릴 생각입니까?
"차후를 지켜보고 생각해보지. 이번에 바로 붕괴할 녀석들이라면 굳이 손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차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전화 통화는 끊어졌고, 마스터라고 불린 이는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이어 그 존재는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냈고 달빛에 광기로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평화라는 것은 어느 순간 뒤집히기 마련이지.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니. 다시 시작이다."
......발뺌용으로 일부러 애매하게 말했는데 추측이 들어 맞아서 천만다행이다. (예성의 명함에 근무지가 기재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하는 서술.) 대놓고 야 너두? 했다가 '아뇨, 저는 잠깐 들렀을 뿐인 다른 서 소속입니다만...' 했으면 얼마나 무안했겠는가. 신은 안도의 의미 20% 담아, 그리고 반가움의 의미 80% 담아 아하하, 하고 밝게 웃었다. "선배라면 역시 최소라 경위님?" 지나가듯 물음을 얹은 신은 예성의 내민 오른손을 보고 그만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하하하!
"악수... 악수 요청하시는 겁니까? 설마하는데... 아뇨, 별로 이상하단 건 아니고..." 신은 커피를 쥔 손으로 입가를 꾹 눌렀다. 웃음을 가라앉혀보는 것이다. "...악수는 흔했어도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한 인사는 이런 때에 받는 게 어쩐지 처음 같아서."
사석에서 직장 동료를 미리 만나면 '어이쿠,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가볍게 손 흔드는 것이 전부였지 이렇게까지... 상관이라도 대하듯이 정확하게 인사 받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라서. 설마 이 분이 제 계급이라도 알고 의식하는 것은 아닐 테고, 성격이 그러한 편인가- 하고 한 단계 추측해볼 따름이다. 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하고 커피는 캐리어에 도로 맡기고 오른손을 맞잡았다.
"경부 후타바 신입니다. 바다 바로 건너편서 왔습니다."
그리고 허물없이 웃으며 손 흔들기 신공!
"이것 참 인연입니다, 그죠? 저야말로 모쪼록 잘 부탁드리고, 저를 부디 감당하시고(?), 커피는 인연값으로 퉁친 셈 편히 생각해주세요. 나 정말 그런 것 신경쓰지 않아요, 특히 내 사람 상대라면 말입니다."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하고 마무리한 신은 절도 있게 악수에 힘을 주었다. 악수를 풀기 전 거치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좋은 행동이다. 악수를 풀려 하더니 신은 아차, 하며 예성을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그래, 그쪽만 번호 알려주면 이거 불공평하죠? 하아- 이것 내가 미리미리 명함을 만들어뒀어야 했는데 그라질 못했십니다, 구어로 알려드릴 테니 거 똑똑히 기억해주세요, 그러니까 ■■■-■■■■-■■■■......... 하고, 정말 그녀를 '감당해야만 하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었다. 단순히 폰에 찍어두면 편할 것을 왜 이러는가 하면 그녀의 얼굴을 보라. 짓궂음 한가득 들었으니 아무래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호락호락 보내주지는 않을 성싶었다. 나쁜 사람!
//무조건 헤어짐만이 막레는 아니라는 저에 지론의 따라...... 대충 막레처럼 보이게 가져왔답니다😎 막레로 해주셔도 좋고 막레를 주셔도 좋답니다. 미리 수고 많으셨습니다.
>>729 술은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는 못하는 편이라, 주스를 들었다. 좋아하지만 마시지는 못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불성설이다. 역시 한 번 죽었던 그 날, 무언가 있었던것이 분명하다고 유우카는 생각했다. 반드시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치얼스..."
텐션 높은 해서웨이의 건배에 동조하듯 잔을 높게 슬그머니 올리고는 입술에 조심히 가져다 대었다.
"SF와 추리 영화라. SF는 그다지 취향은 아니지만 추리 영화도 좋아해요. 경찰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추리를 잘 하느냐라고 하면 조금 애매할지도 모른다고 소라는 생각했다. 물론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은 경찰이긴 하나, 정말로 명탐정 수준이냐고 물으면 양심이 찔려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알데바란이 가리킨 영화를 바라보며 소라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전에도 봐서 제가 또 보면 N차 관람이 되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또 봐도 상관없지만, 가끔 영화를 보면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둘 다 안 본 영화가 조금 더 재밌다. 그런 이들이요."
아주 당연하지만 해당 영화를 소라는 이미 봤었다. 히어로 영화를 놓칠래야 놓칠 수 있을까. 괜히 뿌듯하게 웃긴 하나 아주 살짝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녀는 일단 대답을 기다리려는 듯, 가만히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다양한 영화가 있었고 그 중에는 꽤 취향적인 영화들도 있었다.
"아. 참고로 저는 정말로 히어로 영화라면 N차가 아니라 NN차도 가능하니까 부담 가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는 히어로를 좋아하거든요."
싱긋 웃어보이며 그의 생각을 물으면서 그녀는 다시 영화 포스터를 눈으로 훑었다. 나중에 DVD가 나오면 꼭 구매하리라 다짐하며 그녀는 정말로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하필이면 히어로 영화를! 당연하지만 소라는 거의 무조건 빠르게 챙겨본답니다! 이어 신주 일상의 막레를 바로 작성해서 오겠어요!
최소라 경위냐는 물음에 예성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신의 손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신을 바라보며 예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행동에 웃긴 포인트가 있었던가?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을 발견하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건가? 곧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의아한 표정을 잠시 짓다가 표정을 원래대로 돌렸다.
"습관입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전 이런게 더 편해서."
자신의 여동생이나 소라가 말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살며시 쓴 미소를 지었다. 허나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듯, 그 이상 특별히 더 말은 하지 않으며 그녀의 소개를 들었다. 경부 후타바 신. 대충 외국에서 스카웃을 했다는 말도 듣긴 했지만 정말 다양하게 스카웃을 했다는 것을 인식하며 예성은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코맨트를 살며시 붙였다.
뒤이어 자신의 번호를 이야기하는 모습에, 그것도 구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빠르게 그녀의 번호를 읊었다. 이어 반대편 손을 꺼내 핸드폰을 꺼냈고 빠르게 번호를 입력했다. ■■■-■■■■-■■■■. 적어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을 가지며 일단 번호만 저장하며 그는 빠르게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뭘 감당하라는진 모르겠지만, 같은 직장동료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요청해주세요. 저보다는 선배. 그러니까 최소라 경위가 조금 더 든든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말을 마치며 그는 가만히 그녀를 눈에 담았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아니었으나 짓궂은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조금 짓궂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인식했다. 아무렴 어떠랴. 개인의 성격에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예성에겐 없었다. 그저 경찰로서 일을 열심히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답레도 다 작성하고 이제 제대로 잡담모드로!! 아무튼 쭉 읽어봤는데 애니메이션 연출이라고 말을 본 것 같은데 네! 그렇게 의도하고 있어요. 약간 진지한 소설이나 영화라기보다는 약간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컨셉을 잡고 있거든요. 그래서 예고편도 깔고 브금도 깔고 그런 느낌이에요. 그와 동시에 게임 같은 느낌을 주려고도 하고요.
다소 생소한 접근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조심스러웠을 뿐인지, 그래도 결국은 수긍하고 동의하는 의미에서 따라오는 당신쪽으로 살짝 돌아보던 그녀는 나름대로 장난끼가 덜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잠시동안 자신의 이름을 읊조리던 당신이 다시 대화를 이어 고향에 대해 물어오자 그녀는 잠깐 생각에 잠긴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더니 대략 십초도 안될법한 시간에 다시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
"음... 뭐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이 나라에서 이런 이름을 달고 어릴 때부터 버젓이 살아온 인물은 아마 없거나 적을테니까요~"
아마 이름을 물은 것도 현지인같지 않은 자신의 행색에서 무언가를 캐치해냈던 것일까? 어느쪽이던 당신의 행동은 꽤나 조심스러워보였기에 그녀 역시 과장하는 것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에이~ 뭐 그런거까지야~ 그정도 단어는 알고 있지만 딱히 반짝일만한 일은 아직 안했다구요~"
오히려 반짝인다기보단 번쩍였을까, 자신의 능력이 담긴 폭발물들이 터져나갈 때는 일순간의 섬광이 비춰질진 모르겠지만 결국 남는건 새까만 그을음과 파편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빛과는 거리가 좀 멀었을까, 그래도 당신의 말이 제 이름을 인용한 칭찬임은 확실하게 전달되었기에 약간 쑥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였을런지도 모른다.
"호오... 신기한 이름이네요~? 어떻게 쓰는지야 물론 모르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라면... 음, 역시 조금 귀여울것 같기도 한 이름이네요~"
이름의 의미가 무슨 상관이랴, 제 아무리 이상한 뜻을 지닌다 해도 듣는 이로 하여금 좋게만 와닿는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명이란건 결국 다 견해의 차이니 말이다.
특히나 술자리에선 존재감이 흐리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 설마 누군가에게 말이 걸려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유우카는 그렇게 운을 틔웠다.
"마시지 못하는 쪽, 이에요... 그런데, 연령쪽으로는 합법이니까..."
어느쪽이냐면, 그쪽이었다. 한 두잔을 마시고 바로 졸도해버리니. 이래서는 사회인 실격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스를 들고있는게 애처럼 보였을까?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듯 말해버린다. 아무렴 여기까지 온 사람 중 성인이 아닌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해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경찰이라 추리를 잘 한다는 말에 흥미롭다는 듯 소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추리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지만... 그는 추리를 잘 하지 못 했기에 대리만족으로 추리영화를 보는 것에 가까웠을까. 만약 소라가 추리를 잘 한다고 답했다면, 이전보다 더 반짝이는 부담스런 시선이 소라에게 향했을 것이다.
"너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요. 둘 다 안 본 영화가 더 재밌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까지 신경쓰진 않거든요."
누구랑 어떤 영화를 보는지 정도만 신경쓰는 정도였을까. 같이 보러 간 사람이 이미 봤는지 라던가, 2D인지 3D인지와 같은 나머지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다. 요컨데 소라가 이미 봤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럼 이거 봐요. 다른 영화는 제가 모르는 것들이고... 이 영화가 저희 취향에 가장 겹치는 느낌이니."
빠르게 결정하고는 영화표를 그 자리에서 예매하려고 했다. 위치는 영화관 중간쯤의 자리였을까. 영화 예매를 끝낸 그는, 소라에게 표 한 장을 넘겨주며 들어가자는 듯이 그녀를 이끌려고 했다.
어디까지나 수사를 할 때 필요한 정도급만 아니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소라는 정말 가볍게 대답했다. 애초에 자신이 수사를 하면서 추리영화나 추리만화에 나올법한 트릭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이후는 다를지도 모른다. 익스퍼들은 초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런 초능력 자체가 트릭으로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차후 어떻게 될지 아주 약간의 불안감이 솟아올랐으나 그녀는 애써 거기서 눈을 돌렸다.
"좋아요. 그러면. 나중에 딴 거 볼 걸 하고 후회하기 없기에요. 아. 걱정 마요. 스포일러는 안할테니까요."
상대가 괜찮다고 하니 자신이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자신은 히어로 영화를 좋아했으니 손해보는 일은 없었다. 자신을 이끌려고 하는 그의 행동에 맞춰주듯 그녀는 발을 옮겼다. 팝콘과 콜라를 사는게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팝콘과 콜라 필요해요? 저는 콜라면 충분하긴 한데."
오히려 팝콘은 잘 안 먹는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만약 대답을 한다면 아마 이번엔 자신이 계산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영화표는 이미 그가 계산을 했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친구로서의 사이는 딱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취향이 맞다면 정말로 재밌을 거예요! 아. 영화 다 끝나고 영화 이야기 조금 하는것이 예의인건 알죠?"
장난스럽게 윙크를 보내면서 그녀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아마 시작 시간이 되면 입장하려고 했을 것이다.
/영화내용까지 다 묘사할 순 없으니 스킵해도 좋고 이미 시간대가 스토리 이후가 되었으니 영화 잘 보고 헤어졌습니다 하고 막레 처리하셔도 되고 그래요! 그 부분은 자율에 맡길게요!
주스를 들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의 외관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을까. 사실, 사실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본인이 성인이라고 하는데 못 믿을 이유는 없기도 하고... 성인이 아니었다면 아마 소라가 스카웃하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유우카구나. 반가워."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캔과 잔이 부딪히고는, 캔 안의 맥주를 한 모금 넘겼다.
"그러고보니 아까 네 큐브웨폰... 내가 맞게 본 거라면, 아마 네가 휘두르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맞아?"
아까 큐브웨폰을 보급받을 때 보니, 유우카의 무기는 다름아닌 태도였다. 그것도 그녀의 몸의 절반을 넘는 크기의. 아무리 봐도 저 가녀린 팔과 작은 체구로 그것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웠을까.
유우카가 고개를 가로로 휘휘 저으며 반박했다. 자신의 머리칼에 비하면 한참 반짝반짝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염색에 의해 변색한 것이라면 꾸미기라도 했을텐데. 어느샌가 머리칼에 번져버린 착잡한 자색은, 남이 볼때는 어떨지 몰라도 자신에겐 죽음에 한없이 가까운 색으로밖에 비춰져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 앞에 있는 그녀, 키라는- 그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비록 서구권의 이름이지만.
"그런... 그런, 감상은 처음들어요..."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서 이름이 귀엽다는 말을 들었을때, 그 창백한 뺨에 조금은 붉은 기가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쑥스러움이 아니라, 정말로 23년 내내 타인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였다. 물론 흔한 이름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지만, 귀엽다는 어감과는 한참 엇나가 있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화려한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아무리 빈말이라도 고맙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드물게도 조금 들떠서 '알려드릴까요... 제 이름, 쓰는 법...?' 하고 말해보기도 한 것이다. 한자라는걸 쓸 일이 없는 사람인데도.
"그러네요..."
한국에 왔을때 가장 놀란 점이라면, 도로가 반대라는 사실이었다. 버스가 역주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이렇게나 가까운 나라인데도 다르다니... 하고 가장 처음 놀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오히려 비슷한 부분이 많아 실수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건배사 이후로 순식간에 건물 내부는 왁자지껄 해졌다. 예열된 불판 위로 고기가 올라가 맛있게 익는 소리가 났다. 어느새 근사한 냄새가 가득 찼고, 너나 할것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도 별 다를바가 없었지만 제일 나중에 고기를 집었다. 애쉬는 고기를 바싹 익혀먹지 않는 타입으로, 겉면만 적당히 익힌 고기는 혀위에서 춤췄다. 바베큐 파티는 여러번 열었지만 이렇게 먹어본 기억은 손에 꼽는다. 보통 야외에서 먹거나, 이렇게 먹기 위해서는 한식당에 직접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제로콜라로 입가심을 할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메일이 온 모양이다. 그는 핸드폰을 흘끔 내려다 본다. 연락하는 건 동생 뿐이다.
제목: 존경하는 형님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일 때문에 지금 NY에 있어요. 조만간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에요. 그때 뺨을 때렸던 건 죄송해요. 저도 그땐 경황이 없었어요.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더보기)
그는 핸드폰 상단에 뜬 알림을 손가락으로 스와이프 해서 넘겨버리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는다. 아무래도 술을 마셔야겠다. 그는 잔에 무작정 소주를 따라내려다, 빈 잔을 발견하고는 사람 좋게 미소를 지었다. 취했다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르니 주변에서 같이 친해지고 제지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는 소주병을 들고 옆사람을 톡톡,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려 했다.
챙- 유우카의 조용한 꾸지람에 뒤이어 잔과 잔이 부딪혔다. 조금은 꿍한 표정같기는 했지만 -애초에 표정 변화가 적다- 그렇게 상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유우카에겐 새로운 사람을 10명 만난다면 7명에게는 당연히 듣는 소리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맞아요... 아, 보셨..어요..."
변형 당시 능숙히 다루지도 못했고, 자신에 비해선 무지막지한 크기라... 그걸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졌다. 괜스레 애꿎은 잔 속의 주스만 들이키게 된다. 그래도 원샷은 무리였다고 한다. 유우카는 이어서 말했다.
"큐브 웨폰은... 사용자가 원하는 무기로도 변하지만, 사용자의 내면을 형상화 한 무기라고도 들었어요... 제가 큐브를 쥐었을 때, 큐브는 그런 검으로 변했죠..."
한 숨 쉬고, 유우카의 손가락이 탁상 위에서 원을 그렸다.
"저는, 그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지금은 디루기 힘들지만... 무엇이든, 처음에는..."
처음에는 힘든 법. 설령 총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제대로 다룰 것 같지는 않았다. 미니건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소총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매그넘 리볼버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시끌시끌한 회식 자리는 아직까지 큰 문제 없이 화기애애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고기가 지글거리며 구워지는 소리와 더불어 다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케이시는 자리에 훌륭하게 섞여 들어가 있었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비교도 안 되게 많았지만, 그녀에게 그런 사소한 점은 문제거리도 되지 않았다. 새로 만난 사람과 안면을 트고, 대화를 하며 친해지다 보니 어느새 불판 위에 놓인 고기는 맛있게 구워져 있었고 앞에는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던 그녀는 자신을 톡톡 건드리는 손길에 옆을 돌아보았다.
"그럼 나야 고맙죠."
미소지으며 빈 잔을 내밀었다. 잿빛 머리칼의 남자는 오늘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그녀는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애쉬, 맞죠? 아까 자기소개 할 때 들었어요."
전 케이시예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렇게 말하며 빈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뜻이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악당, [케이시]. 눈물로 온통 눈가가 짓무른 그 자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기로 했습니다. 오직 바라는 것만이 이루어지지 않고. https://kr.shindanmaker.com/chart/1008910-81726a8db9461f45439144c3ec26247afb8c591e #shindanmaker #악당이_되었다 https://kr.shindanmaker.com/1008910
모든 이들의 악몽과도 같은 악당, [나기토]. 황홀한 표정의 그 자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기로 했습니다. 용서받고 싶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잖아요. https://kr.shindanmaker.com/chart/1008910-0ed1e1d6b148c7cf1e8d487a2a397131bc2c1940 #shindanmaker #악당이_되었다 https://kr.shindanmaker.com/1008910
가장 죄 많은 악당, [초여명 ]. 인륜에서 벗어난 지 오래인 그 자는, 단 하나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https://kr.shindanmaker.com/chart/1008910-45a9b1a0812b51b9a98bd878d00eda1ce56b8662 #shindanmaker #악당이_되었다 https://kr.shindanmaker.com/1008910
정신력 행동력 엄청 강하고 요령은 없는 악당 여명... 첫 걸음부터 잘못 나간 if일려나요.
당연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질순 없기에, 그리고 자신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캐치해낼 수도 있기에,
"음... 그정도면... 납득 가능할지도? 아마도?"
그렇대도 반짝인다는 당신의 말에 어렴풋이 납득을 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머리카락의 색상정도라면 부정할 이유는 없으니, 그런 생각으로 당신에게 향한 시선을 좀 더 집중하다보면 보랏빛의 머리카락이 다시금 눈에 띄었을까?
우아함의 파란색과 강함의 빨간색이 서로 섞인 것, 직관성... 고상함... 신비로운 매력... 그런 분위기를 풍기기에 딱 맞지만 대개 파랑보다도 더한 우울함이나 지역에 따라선 침묵, 죽음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을까? 정적인 모습도, 생기 없는 피부처럼 차가운 감촉까지도 얼추 맞아서 당신의 조심스럽고 차분한 분위기에 대해서 얼추 납득할만 했다.
"그런가요? 흐음~ 이상하네? 그럼, 앞으로도 그런 말 자주 해드려야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 이미지로 와닿는 보라색임에도 사람들이 항상 이끌리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설령 당신이 모른다 해도, 인지하지 못했다 해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 알려주시는 건가요? 뭐 이참에 여러가지 언어를 배워가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요~ 게다가... 알아두는게 좋을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이처럼 정적인 사람이 무언가를 권유하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그녀는 그 말을 제대로 포착한 이상 어떻게든 듣고말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다소 부담스러운 행색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이쁜 언니도 같이 힘 내보자구요~ 음~ 역시 나중에라도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가령... 지금처럼 끼니를 같이 때운다던가 말이죠? 이건 너무 경우의 수가 적은가...?"
그가 오늘 친해질 사람은 케이시 나이팅게일으로,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을 가졌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경장이다. 거절 없이 매력적인 쾌활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아마 그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그는 녹색 소주병을 기울여 잔에 댄다. 투명한 액체가 좋은 소리를 내며 채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주병은 원래대로 병 주둥이가 천장을 향하게 세워진다. 그는 술을 좋아했고, 덕분에 소주도 많이 마셔봤다. 그래서인지 어느정도가 평균인지 알았고,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소주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그는 빈 손을 장갑 낀 손으로 맞잡았다. 장갑을 끼긴 했지만 그의 손가락이 마디가 단단했다.
"맞아요. 케이시 맞죠?"
다행히 이름을 틀리는 불상사는 없었다.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든 뒤 놓고는 사람 좋게 부스스 미소를 흘렸다. "편하게 애쉬라고 불러줘요. 나도 잘 부탁해요." 하고는 그의 몫인 잔을 쥐었다. 장난스러운 어조로 그가 묻는다.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큐브웨폰은 익스파 관련 기능 살짝 붙은 확성기로 해야지~ ^q^ 아니 마이크는 사실??? 진짜로 드립이었는데 어느새 찐이 되어버렸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얘는 총 쥐여주는 것보다 능력보완 쪽이 더 나을 것 같고 일반권총도 이미 지급됐고... 목소리 범위라는 약점을 보완하려면 역시 확성기밖에 없다는 결론이... 힢마 드립만 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웃기지 않았을 텐데(스불재)
더 자주 말해준다니, 그 말에 유우카가 작게나마 움찔한다. 확실히 그런 말에 그다지 내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자신과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라서. 애초에 연관이 없다고 생각해서인 까닭이다. '시료우 유우카'라고 하는 이름도, 자국에선 그다지 좋은 어감도 아니고... 그럼에도 키라씨는 자주 말해주겠다고 했다. 이건 신종 괴롭힘? 아니면...
'훈련...일까...?'
이걸로 내성이 생긴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문득 손을 가져가 키라의 손목을 잡으려하였다. 그 움직임이 느릿하면서도 묘한게 꼭 유령같았다.
"그럼, 알려드릴게요..."
종이가 없으니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유우카는 키라의 손바닥을 종잇장으로 대신하여 그 위에 제 이름을 써보이려 하는 것이었다. 핸드폰을 사용하면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은 오늘 밤 귀가하여 침대에 누워서야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먼저, 시(次)...는 이렇게 쓰는거에요... 영어로는, Next... 하지만 버금, 이란 의미도 있어요. 이 경우는 Keep...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다음은... 료우(涼). 아, 이 경우는 더 알기 쉬워요... 키라씨네 말로 Cold, Chill에 해당하는 한자에요... Lonely, 라는 뜻도 있기는 하지만..."
유우카의 찬 손가락이 키라의 손바닥 위에서 스치며 온기를 살짝씩 앗아가는 것만 같았다. 문자 그대로 양(涼)이었다.
"다음은 제 이름인 유우카(幽香)... Perfume...이란 뜻이에요. 하지만 유의 경우는..."
Ghost. 유우카는 키라를 마주보며 말을 뱉었다. 아니, 뱉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달싹일뿐 소리내지 않고 단어를 말해보였다. 마치 유령이 말하는 것처럼. 그것을 마지막으로 잡고있던 손을 내려놓는다.
"저희 한자에는 많은 읽는 법이 있어요... 보통은 이렇게 읽지 않아서... 귀엽다기 보다는, 재밌는 이름 취급을 받아서요..."
둘이 거닐던 풍경은 어느샌가 해를 넘기고 어둑해져 있었다. 가로등이 빛이 둘을 내려쬐고 멀리서는 바다의 파도소리가 조용히 밀려온다. 썰물의 바람이 몰아친다. 너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새차게 유우카의 머리칼을 해집고 지나간다.
>>887 짖궂은 사람이다... 유우카는 단박에 느꼈다.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고 있지만 필시 다시 놀려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이다. 23세 신장 146cm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감... 그 인생의 깨달음이라고도 할까.
"그 말대로...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기도 했고..."
말은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긴 칼이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 자신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음과 몸은 별개다. 그것은 유우카가 스스로도 잘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알데바란의 정확한 지적에도 다시 몸을 움츠린다.
"훈련...?"
그러고보니, 이 사람... 알데바란의 무기는 건틀렛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화기로의 변경을 희망한만큼 근거리 무기는 드문 선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그 제안은 팀으로서, 동료로서 흥미가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 운동은... 무리에요..."
이내 그 사실을 떠올려내고 조용히 얘기를 꺼내었다. 알데바란의 훈련을 체력단련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것은 뭐라고할까. 깨진 독에 물붓기라고 해야할까...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깨져버리는 독이 바로 자신이었다. 자가수복이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긴 하지만, 깨진 독은 애초에 쓸모가 없다.
뭔가 움찔하는 느낌이 든것 같긴 한데, 단순히 기분탓이었을 뿐일까? 만약 자신이 제대로 본게 맞다 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그저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다행인 정도일까,
하지만 사람이란게 때로는 좋은 의미로 말해도 정작 상대방은 그렇지 못한 일들 천지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런것에 일일히 목매다는 편은 아니었지만 대화의 주체가 적을수록 묘한 긴장감이 도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당신 역시 그 이름을 제대로 알려주려는듯 느릿하게 뻗어와 자신의 손목을 잡고선 천천히 손바닥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모양도, 자국도 남지 않는 손바닥 메모장이었지만 촉각이 무딘편은 아닌 그녀였기에 손에 남겨지는 획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흐음... 그래도 그렇게까지 빼곡한 한자는 아니어서 얼추 외울 수 있을거 같은데요?"
무엇보다 자신을 생각해 친절하게 영어로까지 적절한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또한 당신의 이름을 좀 더 확실하게 외우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그 의미가 썩 좋은 단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단어라고 할수 있는것 또한 아니었다. 확실히 사람의 이름에 붙이기엔 터부시될만한 철자임엔 분명했지만, 세상엔 의외로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다들 마냥 우중충한 삶만 사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냉기를 머금은 당신의 손가락으로부터 자신의 온기가 흘러나가는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것에까지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어차피 시원한건 좋은 것이고 오히려 자신은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온기를 품고 있었으니까, 좀 빠져나간다 한들 문제될게 없었다.
그리고 이름, 분명 영단어로는 별 이상한게 없을테지만 적히는 한자의 궤적은 어딘가 익숙했다. 그중 한 문자가 어디에 주로 붙어다니는지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었으니,
"딱히 귀엽지 않을 이유도 없거든요?"
되려 반문하며 살짝 고개를 기울여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그리고 그것에 맞추어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었다.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름대로만 살아간다면 그것만큼 안쓰러운 것도 없거든요~ 가령 뭐 DQN이라던지..."
머리카락은 흩날릴지언정 들려오는 정적인 목소리엔 어떤 떨림도 없었다. 차분함 그 자체인 당신의 목소리에 그녀 또한 평소의 텐션대로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