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라 경위냐는 물음에 예성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신의 손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신을 바라보며 예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행동에 웃긴 포인트가 있었던가?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을 발견하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건가? 곧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의아한 표정을 잠시 짓다가 표정을 원래대로 돌렸다.
"습관입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전 이런게 더 편해서."
자신의 여동생이나 소라가 말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살며시 쓴 미소를 지었다. 허나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듯, 그 이상 특별히 더 말은 하지 않으며 그녀의 소개를 들었다. 경부 후타바 신. 대충 외국에서 스카웃을 했다는 말도 듣긴 했지만 정말 다양하게 스카웃을 했다는 것을 인식하며 예성은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코맨트를 살며시 붙였다.
뒤이어 자신의 번호를 이야기하는 모습에, 그것도 구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빠르게 그녀의 번호를 읊었다. 이어 반대편 손을 꺼내 핸드폰을 꺼냈고 빠르게 번호를 입력했다. ■■■-■■■■-■■■■. 적어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을 가지며 일단 번호만 저장하며 그는 빠르게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뭘 감당하라는진 모르겠지만, 같은 직장동료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요청해주세요. 저보다는 선배. 그러니까 최소라 경위가 조금 더 든든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말을 마치며 그는 가만히 그녀를 눈에 담았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아니었으나 짓궂은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조금 짓궂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인식했다. 아무렴 어떠랴. 개인의 성격에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예성에겐 없었다. 그저 경찰로서 일을 열심히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답레도 다 작성하고 이제 제대로 잡담모드로!! 아무튼 쭉 읽어봤는데 애니메이션 연출이라고 말을 본 것 같은데 네! 그렇게 의도하고 있어요. 약간 진지한 소설이나 영화라기보다는 약간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컨셉을 잡고 있거든요. 그래서 예고편도 깔고 브금도 깔고 그런 느낌이에요. 그와 동시에 게임 같은 느낌을 주려고도 하고요.
다소 생소한 접근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조심스러웠을 뿐인지, 그래도 결국은 수긍하고 동의하는 의미에서 따라오는 당신쪽으로 살짝 돌아보던 그녀는 나름대로 장난끼가 덜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잠시동안 자신의 이름을 읊조리던 당신이 다시 대화를 이어 고향에 대해 물어오자 그녀는 잠깐 생각에 잠긴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더니 대략 십초도 안될법한 시간에 다시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
"음... 뭐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이 나라에서 이런 이름을 달고 어릴 때부터 버젓이 살아온 인물은 아마 없거나 적을테니까요~"
아마 이름을 물은 것도 현지인같지 않은 자신의 행색에서 무언가를 캐치해냈던 것일까? 어느쪽이던 당신의 행동은 꽤나 조심스러워보였기에 그녀 역시 과장하는 것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에이~ 뭐 그런거까지야~ 그정도 단어는 알고 있지만 딱히 반짝일만한 일은 아직 안했다구요~"
오히려 반짝인다기보단 번쩍였을까, 자신의 능력이 담긴 폭발물들이 터져나갈 때는 일순간의 섬광이 비춰질진 모르겠지만 결국 남는건 새까만 그을음과 파편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빛과는 거리가 좀 멀었을까, 그래도 당신의 말이 제 이름을 인용한 칭찬임은 확실하게 전달되었기에 약간 쑥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였을런지도 모른다.
"호오... 신기한 이름이네요~? 어떻게 쓰는지야 물론 모르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라면... 음, 역시 조금 귀여울것 같기도 한 이름이네요~"
이름의 의미가 무슨 상관이랴, 제 아무리 이상한 뜻을 지닌다 해도 듣는 이로 하여금 좋게만 와닿는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명이란건 결국 다 견해의 차이니 말이다.
특히나 술자리에선 존재감이 흐리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 설마 누군가에게 말이 걸려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유우카는 그렇게 운을 틔웠다.
"마시지 못하는 쪽, 이에요... 그런데, 연령쪽으로는 합법이니까..."
어느쪽이냐면, 그쪽이었다. 한 두잔을 마시고 바로 졸도해버리니. 이래서는 사회인 실격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스를 들고있는게 애처럼 보였을까?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듯 말해버린다. 아무렴 여기까지 온 사람 중 성인이 아닌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해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경찰이라 추리를 잘 한다는 말에 흥미롭다는 듯 소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추리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지만... 그는 추리를 잘 하지 못 했기에 대리만족으로 추리영화를 보는 것에 가까웠을까. 만약 소라가 추리를 잘 한다고 답했다면, 이전보다 더 반짝이는 부담스런 시선이 소라에게 향했을 것이다.
"너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요. 둘 다 안 본 영화가 더 재밌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까지 신경쓰진 않거든요."
누구랑 어떤 영화를 보는지 정도만 신경쓰는 정도였을까. 같이 보러 간 사람이 이미 봤는지 라던가, 2D인지 3D인지와 같은 나머지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다. 요컨데 소라가 이미 봤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럼 이거 봐요. 다른 영화는 제가 모르는 것들이고... 이 영화가 저희 취향에 가장 겹치는 느낌이니."
빠르게 결정하고는 영화표를 그 자리에서 예매하려고 했다. 위치는 영화관 중간쯤의 자리였을까. 영화 예매를 끝낸 그는, 소라에게 표 한 장을 넘겨주며 들어가자는 듯이 그녀를 이끌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