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안될 것 같아요. 익스퍼 중 일부는 살상력을 가지고 있고 민간인들은, 아니 심지어 우리들도 어떤 익스퍼가 살상력을 가지고 있는 위험한 인물인지 어떤 익스퍼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인 지 모르죠. 무엇보다 누가 익스퍼인지 아닌 지 알 방법도 없고요. 시민들은 그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아무 준비없이 대규모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자신들 틈 속에 섞여있다. 이것 밖에 생각하지 못할거예요. 당장 저만해도 살아있는 화염방사기인걸요? 하지만 그런 생각, 시도 자체는 좋네요. 익스퍼를 상대하는 데 익스퍼가 아닌 민간인을 이용한다는 것도 말도 안되고요."
화연은 웃으며 소라의 말에 반쯤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신과 함께 연쇄 방화범을 잡을 때도 화연의 불꽃과 신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만약 그들이 아닌 무능력자인 경찰이 그를 발견했다면 그저 희생자가 늘어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능력자를 잡는 능력자, 좋은 아이디어다.
앵무새는 옷장의 손잡이를 부리로 잡고 연 후에 옷 한 벌을 들고 소라에게 날아갔다. 화연은 저 앵무새가 부리가 과연 멀쩡할까 걱정을 해주고는 소라가 든 검은색 제복을 바라보았다.
검은 색에 오른쪽 가슴 부분에 녹색 나무 모양의 마크가 달려있으며 왼쪽 가슴에는 이름표가 달려있는 평범한 제복이었다.
화연은 팀이름을 듣고 왜 우린 한국팀인데 왜 북유럽 신화 나무 이름에서 따온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굳이 초치고 싶지 않아 속으로 삼킨다.
요컨대 익스퍼로 익스퍼를 잡는다는 소리렷다. 뭐, 맞는 말이었다. 익스퍼 범죄자를 대하는 상황에 있어서 일반 경찰과 익스퍼 경찰의 효율성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제껏 숨겨 오다가 점차 드러내는 쪽으로 입장을 취한다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나름 모험적인 시도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공을 많이 들였나.
"난 찬성! 앞으로 잘 부탁해요, 경위님들?"
제 몫의 유니폼을 받으며 소라와 예성에게 윙크해 보인다. 이걸로 첫 걸음, 이라는 걸까나.
실 내부의 분위기가 변했다. 조금 더... 진지한 분위기로.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이어나가기 시작하는 두 사람. 사실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전부 전출 당시에도, 미팅때도 들었던 것니까. 하지만 지금, 다시금 이렇게 설명한다는 것은 분명...
'강조, 겠지...'
위그드라실이 새로운 시도와 과감함이 만들어 낸 특별한 팀. 그렇다는 것은 즉,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는 말. 경찰은 고된 일이다. 굳이 익스퍼가 아니라도 하루에도 눈 먼 칼을 맞고 순직하는 위인들이 몇 명이나 생긴다. 위그드라실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자신은 수천번을 고쳐죽을 수 있는 몸이라지만, 이것도 완전한 장점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세상에는 의외로 죽음보다 더 한 것들이 넘친다.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하고, 처음으로 학습한 것이 그것이었다.
"할 거에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맺어진 굳은 결심.
"그러기 위해서, 저는 여기까지 온 거에요..."
유우카의 손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복으로 뻗쳤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익스퍼가 밝혀져서 좋을 것이 있을까. 하지만 밝혀지지 않는다면 더 곤란할 수도 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지만 눈빛은 아주 차분했다. 익스퍼 중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첫 살인은 아주 두려웠다, 하지만 그 이후로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들킬까 싶은 공포는 한순간이었지만, 나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 배운 중요한 삶의 지혜다. 사람들은 내가 죽였다는 사실을 모른다..앞으로도,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는 익스퍼 범죄자를 전담하는 영광스러운 첫 팀의 일원이다. 앵무새는 보통이 아니었고, 그는 제복을 가만히 본다. 애쉬라고 적힌 명찰을 보니 픽 웃음이 나왔다.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아무래도 나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제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상반신이 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존재를 비밀로 할 수도 없잖아요? 가면 갈수록 익스퍼의 수는 늘어나고 있고 정부에서도 엄청나게 고민을 했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숨길 순 없다는 것도 알테고요. 애초에 우리들은 괴물이 아니에요. 인간이에요. 다른 이들과 다를바 없는 인간. 아무튼 각자 바라보는 방향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 방향이 무엇인진 알 수 없더라도 한 팀으로 뭉친 이상 잘 부탁할게요!"
"사이즈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에 일하던 서에 전화해서 제복 사이즈를 묻고 특별제작한거니까요."
모두의 말을 들으며 소라와 예성은 각각 질문에 대답했다. 이어 예성 역시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옷장에 있는 자신의 유니폼을 꺼내들고 챙겼다. 그리고 바로 옆의 옷장 문을 열고 그 안에서 한손에 딱 들어갈만한 크기의 검은색 육각체 모양의 큐브를 꺼내 집었다.
"여러분들에겐 경찰에게 주어지는 기본 무기도 주어지지만 이것도 주어질겁니다. 이건 큐브웨폰이라는 것으로, 일단 정부와 경찰청, 그리고 이 청해시에 뿌리를 박고 있는 대기업인 청해 그룹 소속의 연구소에서 힘을 합쳐 만들어낸 건데, 익스퍼가 아닌 이에게는 그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으나 익스퍼에게는 물리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무기에요. 그렇다고 막 몸에 외상을 내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물리적 타격을 주는 거니까 참고해주세요. 아무튼 여러분들의 익스파를 등록한 후에, 여러분들이 원하는 형태의 무기로 만들 수 있어요. 여러분들의 익스파와 연동해서 사용도 가능할테고요. 일단 사용법은..."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예성은 큐브웨폰을 들고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눈을 감았고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큐브웨폰에 갈색 빛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곧 빛이 그 큐브를 감쌌고 이내 그의 손바닥 위에 약하게 스파크가 튀고 있는 경찰봉으로 바뀌었다. 이어 그것을 다시 큐브 형태로 바꾼 후에 예성은 그것을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자신의 익스파를 집어넣는 느낌으로 집중을 하면서 이미지를 구상하면 알아서 큐브가 그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다시 큐브 형태로 바꿀 수도 있지만 한 번 무기의 모습을 등록하면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게 정해주십시오. 일단 다들 지금 무기 형태로 바꿔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말을 마친 후, 예성은 각자의 자리에 큐브를 하나씩 놓았다. 큐브웨폰을 자신 전용으로 커스텀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11시 10분까지! 여기서 정한 형태는 다시는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어요! 그리고 각자의 위키 페이지에 ???로 되어있는 큐브웨폰 란을 기록해주세요!
정 못 정하겠다 싶으면 그냥 적당히 변형시켰다 정도로 하고 나중에 형태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예요! 참고로 어디까지나 물리적 타격을 주는거지. 막 베는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런 건 아니에요! 푹 찔러도 실제 상처가 나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정도의 아픔을 느끼는 것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