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말하며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궁금증이 이는 한편으로는 의문도 하나. 본래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흉내내기만 할 뿐, 특수한 훈련을 받지 않는 한 그 언어를 이해하여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눈앞의 앵무새는 그렇지 않은 듯한데…… 역시 이 자리에 자연스럽게 낀 것을 보면 보통 동물은 아니라는 건가?
자세한 이야기는 차근차근 알려주거나 나중에 물으면 될 일이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슬슬 자리에 앉을까 생각한 순간, 문이 열렸다. 알았던 시간은 짧지만 한결같은 소라의 모습에 반갑게 웃다, 예성이 들어오자 눈인사를 한다. 대단한 앵무새 맞았구나…… 아니, 이게 아니지. 이어지는 소개를 들으며 딴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신을 다잡는다.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던 것도 잠시, 분위기에 맞추어 저 역시 자세를 바로하고 소개를 시작했다.
"히네노 나기토라고 합니다. 능력은 언령…… 그러니까 입 밖으로 내는 말을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앗, 그리고 이전 계급은 けいぶほ였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경위 정도로 치환할 수 있겠네요."
처음 들어왔을 순간에는 그래도 평소만큼 풀어지지 않으려 했었는데, 다들 자유분방한 듯하니 결국은 그도 평소처럼 돌아오고 말았다. 특유의 손뼉치듯 마주치는 손동작을 하고 목소리도 어느덧 길게 늘어지며 말이 끝났다.
이 경우는 급하다기 보단, 내가 늦은거지만... 하지만 오늘을 계기로 출근시간을 다시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유우카는 어렴풋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위그드라실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들어온다. 분명 이름이 최소라, 차예성이었지. 얘기는 들었지만 상당히 한국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열혈과 냉철의 콤비. 예전부터 합을 맞췄는지 잘 어울리는 두 사람. 그보다 지금 경위라고... 아, 앵무새가 경위님이 아니었구나... 그제서야 유우카는 알아차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름은, 시료우 유우카... 보시다시피 일본에서 왔어요."
자기소개의 웨이브 시작이다. 유우카는 실은, 이 시간만 되면 곤란한 것이었다. 자신의 능력이란 것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상당히 기분 나쁘고 익스퍼 중에서도 드문 것이기에. 자신의 이런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부끄럽지만 아직도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발화, 강화, 둔갑, 속임수. 다들 자신의 자랑이라는 듯이 능력을 소개했지만 결국 유우카는 자기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설명 하지 못하고 끝내 자기 소개를 마무리 해버렸다.
자신을 셀린이라고 소개한 앵무새는 비스킷을 부리로 두드려 부수고 먹는다. 애쉬는 윤곽이 뚜렷한 앵무새를 힐끗 쳐다봤다. 멋들어진 녹색 몸체와 선명한 부리에서 평범한 앵무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앵무새를 키우는 사람은 많지만 저런 종류는 동물원이 아니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문이 열리자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스카우트 했던 여성과 흉터가 있는 남성이다. 전자는 알지만 후자는 모르겠다. 그래도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직한 직장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딱딱하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일하던 직장처럼 화기애애 할 것 같다. 적당히 받는 만큼만 일해야겠다.
"잘 부탁드려요."
아직 말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한 사이지만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과 일을 하는 건 과연 어떨까? 그는 한 손을 쇄골께로 올리며 사람 좋게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요, 애쉬라고 해요. 29살이에요. 미국에서 왔어요. 은퇴 직전에 스카웃 된 거라서 계급은 의미가 없네요."
짓궂게 웃으며 신은 셀린의 앞발에 보상을 내주었다. 여러 겹 겹친 비스킷...? ...처럼 보였던 무언가는 셀린이 두 번 보았을 때는 이미 억센 맵시의 둘째 손가락일 뿐이었다. 셀린이 속고 붙잡았다면 신은 친근하게 앞발을 흔들어주었을 것이다. 악수하듯이 말이다. "비스킷은 다음 기회에. 오늘은 첫인사로 만족합시다, 응?" 하는 말이 얼마간 얄미울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통성명 시간인가. 신은 손뼉을 마주쳐 분위기를 환기했다. 짝!
"반갑습니다~! 뭐 대충 후타바 신이라 하고, 일본에선 경부고, 무려 세계 최초- 대 익스퍼 팀이라길래 헐레벌떡 들어온 사람쯤 되겠습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말 까는 걸 목표 삼고 있고~... 그래~ 뭐니 뭐니 해도 익스퍼 팀이래니 거 능력은 말입니다,"
신은 별 이유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대강 이쯤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스킷 내놔." (내놔, 대목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셀린과 한 깃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둔갑한 신은 서 내를 한 바퀴 빙글 활주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점, 창문과 부딪혔다........... " ... ..."
각자의 소개를 들으며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예성은 하나하나 그 이름을 핸드폰에 기록하고 있었다. 나중에 리스트와 대조를 하려는건지, 아니면 일단 기억해두려는건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소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온 이도 있을테고, 먼 외국에서 온 이도 있을테고 일단 제가 스카웃을 하면서 한번씩 만나보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했어요! 일단 아는 사람은 알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제대로 이 팀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예성아."
"아. 네."
이어 예성은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다가간 후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고 책상 서랍을 연 후에 리모콘을 꺼냈고 그것을 꾹 눌렀다. 그러자 그의 자리 앞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왔다. 거기엔 EXLABOUR 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었다.
"일단 우리 익스퍼가 여러 이유로 인해 그 존재가 비밀로 감춰져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슬슬 익스퍼의 정체를 제대로 밝히려고 하고 있어요. 정확히는 약 1년 후에요. 허나 익스퍼가 사용할 수 있는 익스파. 그것이 상당히 위험하게 보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에요. 실제로 익스퍼 중에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고, 그 범죄의 피해는 일반 범죄보다 엄청난 편이에요. 당연해요. 솔직히 칼로 위협하는 것보다 초능력이 좀 더 위협적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익스퍼들의 범죄를 과연 제대로 통제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가. 그래서 시민들이 익스퍼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정부는 익스퍼 경찰들을 모아 익스퍼 범죄자들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걸 익스레이버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팀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며 잠시 말을 끊었던 소라를 바라보며 예성은 셀린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아오른 후에, 저 편에 있는 옷장의 손잡이를 부리로 잡고 연 후에, 거기에 있는 옷 한 벌을 조심스럽게 잡아서 소라에게 날아갔다. 아무리 봐도 앵무새의 근력보다는 조금 더 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검은색 제복을 받아들은 소라는 그 제복을 제대로 펼쳤다.
전체적으로 절도 있고 깔끔한 검은색으로 덮여있었으나 오른쪽 가슴 부분에 녹색 나무 모양의 마크가 달려있었고, 왼쪽 가슴에는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물론 애쉬의 경우에는 확실하게 가명으로 달려있었다.
"우리들은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에요. 위그드라실은 신화에도 나오는 세계수고, 여러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고 해요. 익스퍼와 익스퍼가 아닌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어울리는 상징이지 않겠어요? 이거? 정말로 마지막 기회에요. 익스퍼와 익스퍼가 아닌 이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익스퍼의 범죄를 충분히 컨트롤하고 통제할 수 있고, 단순히 위협적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팀의 멤버로서 함께 하지 않을래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위험한 일이 될 거예요. 익스퍼 범죄자들의 능력은 그만큼 위험하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서 못하겠다 하시는 분은 나가셔도 좋아요. 하지만 함께 하실 분은 저 옷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달려있는 유니폼을 챙겨주세요. 현 시대의 히어로가 우리들 경찰이지만, 그렇다고 생명 수당도 함께 나오는 이 일을 강제 할 순 없으니까요."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 기회였다. 그만두고 싶은 이는 자리에서 나가면 될테고, 받아들일 이는 유니폼을 챙기면 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었다.
익스레이버... 설명은 대강 들었으니 이해는 쉽긴 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특수경찰 비스무리한 것일까, 라는 생각정도에 그쳤다. 확실히 익스퍼 범죄자들이 큰 위협이 되는 것또한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그건 일반적인 경찰선에선 쉽게 해결될수 없는 일이기에 같은 익스퍼들로 꾸려진 팀을 만들어 운용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까? 왜 이런 잠재적 위험인물들을 기용하는지, 정부는 또 무슨 이유로 익스퍼들의 존재를 이제와서 밝히려 하는건지는 알수 없었지만... 넖은 의미에서 생각해봐도 갑자기 변하는 세상에 혼란스러워할 일반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존재의 필요성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었다.
"근데 싫다고 해서 나가도 딱히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잖아요? 게다가 기왕 하는 일이 같으면 더 자극적인게 좋은건 당연한 사실이죠~"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을까, 애초에 지금 여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치고 그걸 거절할 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은 그녀였다. 위험한들 뭐 어떠랴, 그것에 의미가 있다면 뛰어드는게 이 직업의 본래 모토가 아니던가.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벗어두었던 가면을 다시 착용한다. 애초에 이 사람들과는 가면을 벗은 것보다 쓰고 있는 시간으로 함께 다닐 때가 더 많을테니까 이쪽을 적응시키는게 더 좋을거다. 이상하다고 느껴도 별 도리는 없다. 상부에서 벗으라고 지시하는게 아닌 이상 쓰고 다닐테니까.
익스레이버라는 이름의 익스퍼 전담 수사팀이라는 것 같다. 그것도 팀 이그드라실이라는 세계수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팀. 어원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살짝 미소를 지은채로 소라의 말을 경청한다. 대학을 졸업할때 이후로 드문드문 소식만 듣곤 했는데 이렇게 지휘자가 되어서 나타나다니 한때 동기였던 입장에서도 환영이다.
현재 입고있는 경찰제복을 벗어서 내 책상 위에 두고 옷장에 다가가서 내 이름이 적혀있는 유니폼을 입는다. 미리 재두기라도 한 것처럼 완벽하게 맞는 유니폼을 입고서 원래 서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익스퍼 전담 수사대라면 분명, 그 녀석도 잡을 수 있겠지. 그렇게 돌아가는 도중에 소라를 바라보고서 아무도 모르게 윙크를 한번 해본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자주 하던 제스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