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환) "많다. 많다. 너무 많다. 두 개만 내놔라. 두 개만 내놔라." 열개를 다 주는 것에 조금 당황했는지 앵무새는 살짝 당황하면 퍼득퍼득 거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민철) "다음. 다음 언제? 언제? 약속, 약속이다. 기억할거다!" 다음을 기약한다는 그 말에 앵무새는 정말로 기억이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정말로 그럴진 아직 알 수 없었다.
(해서웨이) "과자 얼마 안한다. 안한다. 그게 비싸서 못 살 정도라니. 열심히 일해라. 일해라." 완전 실망한 표정으로 빠른 어투로 이야기를 하지만 이해는 하겠다는 듯이 앵무새는 굳이 더 말을 꺼내진 않았다.
(키라) "원한다. 원한다. 잘 먹을테다! 고맙다. 고맙다." 앞으로 내미는 비스킷을 받아든 후, 앵무새는 정말로 고맙다는 듯이 그 비스킷을 천천히 씹었다. 그러다가 가만히 고개를 올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 외국어 몰라. 외국어 몰라. 한국어. 한국어."
(유우카) "그럼 다음에! 다음에! 급하면 어쩔 수 없다!" 조금 실망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앵무새는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어차피 받은 비스킷이 많으니 딱히 상관없다는 듯한 어투가 정말로 특징적이었다.
(나기토) "여기 안산다. 안산다. 여기 집 아니다. 아니다." 나기토의 말에 앵무새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사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 대신 간식을 이야기하는 말에 다음에 달라는 듯 이야기를 하며 앵무새는 날개를 퍼득였다.
(신) "셀린. 셀린. 주인님이 데리고 왔다. 데리고 왔다." 이제 내놓으라는 듯이 앵무새는 앞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물론 없다고 해도 딱히 공격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름이 셀린인 것일까? 일단 각자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앵무새는 받은 비스킷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퍼득퍼득 날아오른 후에 다시 횃대에 제대로 앉으며 모두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너희들. 과자 줬다. 과자 줬다. 그러니 말한다. 말한다. 이거 다 끝나고 회식. 회식. 소고기 먹는다. 소고기 먹는다. 물론 난 안 먹는다. 안 먹는다. 과자 좋다. 과자 좋다."
나름대로 정보를 주는 것일까. 어쩌면 앞으로도 과자를 주면 뭔가 이것저것 말해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말이 진실인지는 또 별개였으니 믿거나 말거나에 가까웠다. 한편 뒤이어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동문이 열리고 보이는 것은 모두를 직접 스카웃한 소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왼쪽 뺨에 흉터 자국이 있는 사내도 함께 들어왔다. 뭔진 알 수 없었으나, 사내는 커다란 갈색 박스를 들고 있었다. 그 박스를 자신의 자리까지 가져간 후에 내리자 앵무새는 퍼득퍼득 날아오른 후에, 사내의 어깨 위에 착지했다.
"오. 다들 왔어요? 보자. 하나, 둘, 셋. 세기 귀찮으니까 다 온 것으로 칠게요! 어차피 안 오면 잘리는걸!"
"소라 선배. 그렇게 대충 하면 안되잖습니까. 나중에 제가 리스트 확인을 하겠습니다. 리스트는 소라 선배의 사무실 안에 있습니까?"
"응. 있어. 거기에. 그리고 대충 하는 거 아니야. 나중에 제대로 체크할거야. 아무튼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뒤이어 소라와 사내는 모두를 바라보며 절도 있는 경례자세를 취했다.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타이밍으로 경례를 마친 후 소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마 여기에 있는 이들은 다들 알겠지만 최소라 경위입니다! 차후, 이 팀의 지휘를 맡게 되었습니다!"
"차예성 경위입니다. 일단 오퍼레이터 쪽 일과 최소라 경위님의 보좌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말썽은 안 부렸습니까? 일단 제가 기르고 있는 앵무새 셀린입니다. 이 도시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익스파 연구로 연구로 인간 중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지게 된, 일단 익스파가 사용 가능한 동물입니다. 간간한 잔심부름 정도를 맡기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연구소에서도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해달라고 해서 이번에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잘 부탁해. 잘 부탁해."
두 명, 그리고 한 마리의 인사가 끝이 났다. 이제 자연히 각자 자신의 소개를 할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오호, 회식이라. 마법의 두 글자를 들은 케이시의 두 눈이 빛났다. 또라이 상사만 아니라면 회식만큼 즐거운 게 또 없지. 그러니 이제 곧 도착할 자신의 상사가 부디 나이는 공으로 먹은 사람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도 잠시 후 들어온 두 사람은 억지로 술을 먹이거나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해대는 부류는 아닌 듯싶었다. 오히려 제법 좋은 사람들로 보였다. 그나저나 앵무새는 차예성이라는 저 경위가 키우는 거였구나. 이름도 귀여워라. 게다가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똘똘하다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1층 카페의 비스킷을 털어 오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뉴기니아 앵무라도 영어 좀 못하면 어떠랴. 한국에서 자라고 배웠으면 한국 앵무새인 법, 그 조그만 부리에서 생각도 못한 정보가 전해지자 머리 위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던 그녀는 이내 그 자리의 진짜 주인이 이쪽으로 오자 그 두 사람에게 만세를 해보이고선 얌전히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의자의 감촉이 좋아서 한번 더 털퍽 앉아본건 비밀이 아니지만, 그나저나 앵무새가 능력도 쓸줄 알고 지능도 중학생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똑똑한 것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역시 세상은 신비한 일들로 가득인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리더격인 두명, 그리고 한마리의 인사가 끝나고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의 통성명이 시작되는듯 하자 얌전히 지켜보다 자기차례가 되었을때 벌떡 일어나선 당당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키라 패닝입니다! 앞부분이 이름이구요~ 어... 또 뭐 말해야 하나요? 나이? 음... 나이야 어차피 알게 될거고... 경찰 일은 이제 막 시작한거나 다름없지만 트랩이나 폭발물 관련은 나름 전문이라고 할수 있어요~ 음, 그리고... 아! 아무튼 앞으로도 나쁜 사람들 열심히 혼내주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