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퍼의 범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익스퍼 범죄자들을 전담하는 경찰 팀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이자 청해시를 담당하기로 한 익스퍼 경찰로서 이뤄진 팀이 소집될 날이 어느 순간 다가왔다.
그 팀의 멤버로서 세계 각지에서 스카웃된 이들에게는 이전까지 대기기간이라는 명분으로 휴가가 주어졌고 그 휴가기간동안 각자가 어떻게 지냈는진 자기 자신밖엔 알 길이 없었다. 허나 확실한 것은 이제 그 휴가도 끝이 왔다는 점이었다. 이른 아침 시간. 모두의 핸드폰에 소라의 번호로 연락이 들어왔을 것이다.
-휴가 잘 즐기고 있었나요? 드디어 오늘이 우리들이 모이고 팀으로서 뭉치는 소집날이에요. 모이기로 한 장소는 아래 지도에 첨부할게요. 해변가 근처에 있는 건물이고 2층으로 와주세요. 1층에 카페가 있고 경찰인것을 증명하면 20% 할인 되니까 참고해주세요.
P.S - 거기 커피 맛 좋아요. 비스킷 사올 사람은 사오세요.
문자 메시지 아래에는 모여야 할 장소, 즉 건물의 위치가 지도로 첨부되어있었다. 해변가 근처에 있는 그곳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도 좋을테고, 버스, 혹은 택시, 그것도 아니면 자가용을 타고 가도 좋을 것이다.
단맛 같던 휴가도 끝인걸까. 아침부터 울린 문자에 잠에서 깬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고선 한숨을 작게 내쉰다. 경찰이 된 것도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쉰다는건 남녀노소 좋아할만한 것이니까. 조금은 길었던 것 같은 휴가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끄고 잠을 청한다. 그렇게 일어난 시간은 열두시 경, 조금 상쾌해진 몸을 이끌고서 나는 들고온 경찰 제복을 입는다. 약속 장소는 네시지만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 경찰 제복을 입고, 평소에 쓰고 다니는 가면까지 말끔하게 쓰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볼 일을 끝마치니 세시쯤이었고, 여기서 해안가까지 간다면 얼추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카페의 2층으로 올라간다.
반쯤 감은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던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기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차가 없으니 조금 걸릴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또 늦장을 부리기에는 애매했다. 늦장부리다가 길을 잘못 들거나, 사고가 생겨서 늦어버리면 안 되니까. ...1층에 카페가 있다고 했지. 일찍 도착하면 그거나 사서 시간을 때워야겠네.
잠시 뒤, 1층에서 연한 아메리카노와 자신이 먹을 초코칩 쿠키를 잔뜩 구매한 그는 2층에 올라가서 쭈욱 주위를 살펴본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가? 어찌 되었든, 그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쿠키와 커피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쿠키도 많은데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건 어떻냐고? 말을 건다면 그럴 의향이 있었지만 아니라면 굳이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길던 휴가도 이제 끝이구나. 그래, 슬슬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긴 했다. 노는 것도 좋지만, 너무 놀기만 하면 아무래도 양심에 찔리니까. 지금은 아직 이른 아침, 집합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반나절 동안은 마지막 남은 휴일을 즐기고, 그 다음부터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시간에 맞춰 건물 2층에 도착했다. 물론 손에는 그 맛있다던 커피가 들린 채였다. 근데 이 커피 진짜 맛있잖아?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던 여유는 슬슬 접어둘 때도 되었지. 이제는 일을 할 시간이려나? 해변가 근처 건물, 2층, 1층엔 카페가 있고 20% 할인... 대충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고선 밖으로 나섰다. 이미 제복은 입고있는 상황이었기에 미리 손봐두길 잘했단 생각을 하던 그녀의 발걸음이 가벼운 것 또한 어느정도는 이 일에 대한 만족감이나 사명감, 기대심리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설마하니 첫날부터 빡센 일이 생길까, 하는 아주 약간의 불안함이야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즐겁게 받아들이라 하면 그럴 요량은 얼마든지 있었으니 말이다.
"쿠키! 쿠키쿠키쿠키... 아니고 비스킷!"
제법 여유로운 시간대에 도착했기에 추신에 적힌 말대로 비스킷까지 챙겨올라가기 시작했던 그녀는 조심... 스럽긴, 당당한 표정으로 목적지인 2층을 향해 올라갔다.
째깍째깍. 초침이 시계 안을 이동하는 소리가 방 안을 조용히 누빈다. 차와 빵이 섞인 내음과, 거기에 몸을 맡긴채 그저 죽은 듯이 앉은채 잠을 청하고 있던 그녀. 아침이 햇살이 비춰와도 깨어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녀를 깨운 것은 어이없게도 메세지를 알리는 단말기의 착신음이었다. 하루 절반을 선잠으로 보내는 그녀였기에 이런 현대적 감각만은 살아있던 것이었다. 유우카는 몽롱한 눈을 가까스로 뜨고 손 끝만을 움직여 핸드폰을 조작했다.
"오늘이었구나..."
청해시 팀 위그드라실의 소집날. 도시의 풍경이 너무나 평화로운 탓이었을까. 그러고보면, 바로 이 소집날을 위해 휴가를 보내고 있던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번 소집문자가 오지 않았다면 스스로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한참 가서야 알아차렸을게 분명했다. 이렇게도 무해할 것 같은 도시인데, 이런 곳에서도 범죄가 끊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 깨지 못한 잠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그래. 차라리 빨리빨리 일 시켜서 빨리빨리 적응하게 만들어주는게 난 좋단 말이야. 말이 휴가지 긴장타고 있으라는 긴장의 집행대기시간 같잖냐. 아직 국제면허증이 안 나와서 차를 화물에 싣고 오지 못했지만 그런 의미로 택시를 타볼까 한다. 일찍 가서 핸드폰이나 담배 태우면서 기다리면 되려나. 어깨형님들은 없겠지...?
" 여기로 가주세요. "
택시 창 밖 풍경으로 보며 앞윗머리가 바람에 흩날린다. 정신차렸을땐 해변가 앞에서 내려 자동으로 담배를 물었고 이것만 피고 올라가자는 생각 뿐.
" 에이씨.. "
라이터를 안 가져와서 한참을 궁시렁 거리다가 문자의 건물로 그 2층으로 향했다.
/출처는 https://famtour.tistory.com/entry/%EA%B0%95%EB%A6%89-%EC%BB%A4%ED%94%BC%EA%B1%B0%EB%A6%AC-%EC%95%88%EB%AA%A9%ED%95%B4%EB%B3%80-%EC%B9%B4%ED%8E%98-%EA%B1%B0%EB%A6%AC-%EA%B7%B8%EB%A6%AC%EA%B3%A0-%EB%A7%9B%EC%97%86%EB%8A%94-%EA%B0%95%EB%A6%89-%EC%BB%A4%ED%94%BC%EB%B9%B5 이곳 입니다
앞으로 한 달은 쭉 이어질 것만 같았던 휴가가 모두 끝나버렸지만 아쉽지는 않다. 고대했던 새출발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은 이전보다 더욱 고될 테고,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을 알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기죽어선 안 된다. 시간을 맞추어 밖으로 나서며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죽 훑다, '비스킷 사올 사람은 사오세요.'라는 부분에서 속절없이 웃어버렸다. 이미 한 번은 만나봐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소집 문자까지 이렇게 편하게 보낼줄은 몰랐지.
출발을 이르게 했다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저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사람들을 슬며시 둘러보다 자리를 찾아 앉았다. 모르는 사람들한테 아는 척하고 싶은 마음은 일단 참는다. 공식, 첫날, 원래 앞쪽에 긴장되는 수식어 붙은 날에는 기본적인 격식은 차려야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비스킷을 사온 사람들이 더러 있는 걸 보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옆으로 고개 돌리다 눈 마주친 사람에게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독심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목소리도 들렸을 것이다.
휴가 기간이라지만 그는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집을 계약했고, 공항에서 도착한 짐을 옮겼다. 주택을 계약할까 했지만 혼자다. 나중에 위험한 상황이 오면 큰일이니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혼자 사는 사람을 향한 범죄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돈이 좀 깨졌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건물주도 친절한 사람이었고, 입주민도 제법 친절했다. 안심과 맞바꾼 돈이니 아깝지 않았다. 언젠가 좀 익숙해지면, 그때 집을 옮길 것이다. 지금껏 일하며 벌어둔 자본이 있으니 봐둔 곳이 팔리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다.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며 집중하는 동안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핸드폰이 윙 울렸다. 소집 날이다. 새 직장!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 된다. 어떤 사람이 있을까? 그는 저장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덮는다. 시간에 늦지 않게 2층으로 도착했다. 커피를 사온 뒤였다. 좋은 원두를 쓰는 건지 향이 깊다. 이런 커피라면 비스킷도 기대가 됐지만 아쉽게도 먹을 기력이 없다. 커피를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사가면 되겠거니 생각한다.
모두가 각자의 경로로, 혹은 커피를 사서 오던지, 마시면서 오던지, 비스킷을 사던지, 아니면 다른 것을 사던지. 어쨌든 건물 2층으로 올라오면 자동문이 있었을 것이고 그 안으로 들어오면 꽤 신식의 서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이름이 쓰여있는 자리가 있었을 것이고 누가 봐도 그곳이 앞으로 자신의 자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식 컴퓨터와 정말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그리고 책상까지도 정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저 편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 그리고 믹스커피까지도 확실하게 비치되어있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만큼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둘 서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고 그 안에서 인사를 나누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냥 혼자 조용히 있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정확히 오후 4시가 되자 어딘가에서 퍼득퍼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저편에 환기용인지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녹색 뉴기니아 앵무 한 마리가 서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고 모두의 자리와는 따로 위치하고 있으며 듀얼 모니터가 여러개 있는, 정말 컴퓨터를 많이 쓰는 이가 쓸법한 자리 위에 착지했다. 그 자리에는 [차예성 경위]라는 이름이 달려있었다.
앵무새는 다시 퍼덕퍼덕 날아오른 후, 책상 옆에 달려있는 마치 새가 앉을 수 있을법한 받침대 위에 착지해서 두 발로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았다.
"안녕. 안녕. 반갑다. 반갑다. 과자. 과자 사온 이 있으면 나눠주면 고맙다. 고맙다."
건물의 2층으로 가자 보인 것은 자신의 이름이 쓰여있는 책상과 여러가지 먹을 것들. 여기서는 가면을 벗어야하는 것이겠지. 주변을 확인한 후에 가면을 고정하고 있던 머리 뒤쪽의 끈을 천천히 풀어낸다. 정부가 특별히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깔끔한 서의 전경에 나는 솔직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속초에선 이렇지 않았는데. '
어딜가나 돈이 들어가면 달라진다, 라는 것을 여기에서도 여실히 느낀다. 외국에서 모셔온 경찰들도 있는 것을 보니 정부에서 국가 위신을 위해서라도 특별히 투자했겠지. 하지만 자연스레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 수가 없다. 들어온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 나는 내 책상 쪽으로 가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기로 했다. 그러다 정확하게 4시가 되자 한마리의 앵무새가 날아오더니 귀엽게 쫑알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누구 앵무새일까. 차예성 경위라는 모니터가 많은 자리에 자리를 잡은 것을 보니 이 사람이 키우는 것일까.
이게 뭔가 싶어 유추하고 있었지만 내 이름을 찾았다. 아, 자리의 주인 명함인가.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 자리에 착석하는 듯 해보였다. 의자에 앉아 등받이를 뒤로 쭉 펴면서 정말 편하게 엉덩이도 앞으로 뺀 자세로 거의 눕다싶이 자세를 유지했다가 찌뿌둥한 소리를 내며 다시 바르게 앉았다.
" 어 그래 반갑다~ "
그냥 애완용이겠지? 설마 누가 변신한거여서 상사라거나 그런 노잼예스화 전개는 없을거야 그렇고 말고.
시작부터 자동문, 게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봐도 신식인 서 내부의 모습에 그녀가 자신의 발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품고서 동동 구르고 있음을 깨닿기까진 몇초 걸리지 않았다. 어느 한 부분에도, 심지어 개개인의 자리에도 세심하게 신경쓴듯한 인테리어에 소소한 감동을 품던 그녀는 별안간 날짐승의 퍼덕임이 들려오더니 예쁜 앵무 한마리가 대에 올라 무언가를 말하자 그새 잰걸음으로 다가가선 뚫어져라 그 새를 쳐다보았다. 새조차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오오... 오오, SENSATIONAL(뽀대나는) 앵무새! 비스킷? 비스킷 원해요?"
상납을 원하면 조공을 바치는 것이 인지상정, 그녀는 바로 비스킷을 꺼내선 앞쪽으로 밀어보였다. 그 새는 마치 자리의 주인인양 당돌한 태세를 보였지만 그녀에겐 그게 알 바가 아니었다. 이런 곳에 앵무새가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우니까!
그 일련의 행동을 하고나서야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는 알던 모르던 눈에 띄는 이들마다 한껏 들어올린 손을 휘적이며 인사를 보냈다. 물론 그중엔 아는 인물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