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747 이름 없음 (g5DMcXc55k)

2022-08-23 (FIRE!) 00:29:26

>>744
네 이야기면 네가 맞으시지? (뿌리는 시늉한 걸 그대로 두 손으로 받아 당신에게 뿌린다. 둘이 무얼 하는 건지는 둘만 알겠지.) 여기랑... (때릴리야 없다. 들어올렸던 손은 네 쇄골께를 짚으려고 했고, 그 다음은 3번 갈비뼈를 찾아 손을 아래로 내리다 멈칫한다.) 명치가 낫겠는데. (고민하는 표정을 보며 아이스크림은 언제 먹으러 가냐고 불퉁한 시선을 보낸다. 외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웬 외식? 갑자기? 너 나한테 뭔 잘못했냐?

748 이름 없음 (4gHzgpYeFg)

2022-08-23 (FIRE!) 00:43:54

>>747
아, 시원해. (샴푸 광고처럼 머리카락을 한 번 털어준다. 그러고나서도 머리카락을 정돈하는 걸 잊지 않는다.) 너, 너 진짜 내 쇄골 작살내려고. (장난이 아니라 흠칫 몸을 떨며 몸을 옆으로 뺀다. 갈비뼈 쪽에 다가오는 손을 지켜보다 질린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미 한 번 부셔봤으니까? 야, 네가 부순거 잘 붙었는지 확인해봐. 아직도 비오면 쓰라려. (당신의 손목을 붙잡아 제 갈비뼈가 있을 곳을 가져다대려한다.) 오늘 내가 왜 축구 용병 뛰었겠어. (주머니에서 꺼내든 건 커플 뷔페 식사권이다. 은근한 미소.) 바리깡 잘 사오고. 동석이랑 팔짱끼고 가야겠네.

749 이름 없음 (TBF.wb46DU)

2022-08-23 (FIRE!) 00:47:36

>>743
마물? (그때, 소름끼치는 숲의 울부짖음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인간의 몸을 진동한다. 그것을 고스란히 전해받은 인간은 그 위협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러트렸다.) ...하하. ...야아, 꽤나 무서운 동물들이 사는 모양인데. (침을 꿀꺽 삼킨다.) 하지만, 아니. (안으로 굽었던 어깨를 펴고서는.)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난 나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인간은 공포따윈 잊은듯 방금 처음 보았을 때 그대로의 실없는 자신으로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게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생각도 없어. 그야 난, 댁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 거든. 그리고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제와서 왜 물러나겠어? 평생 후회하면서 잠도 못 잘 거라고. (인간의 태도는 완고하다. 하지만 완고한 것은 존재의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존재의 말대로, 관리자에게 있어서는 들어오는 인간을 보살필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말했던 것처럼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물러나기는 죽기보다도 싫다.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아니, 생각 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생각해라. 생각해!) ...하루 버티면 오래라고 했었지... (그리고 인간은, 문득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홀로 중얼거린다. 곱슬머리 아래로 입이 씩 미소짓는다. 악동같은 얼굴이 있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인간은 이렇게 말한다.) 그럼 만약 내가 이번 밤에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줘. 댁은 내가 이 숲에서 앞가림도 못하는 마을 촌뜨기같은 녀석 쯤으로 보고 있나 본데... 길게 실랑이 할 거 없이 직접 몸으로 증명해주면 되잖아? 만약 댁 말대로 내가 죽지 않고 이 숲에 뜨는 해를 맞이 한다면. 그럼 그건, 녀석들도 나를 인정했거나... 뭐 아니면, 나한테도 이 숲에서 지낼 여지가 있다는 게 되겠지.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었으나, 나름대로 말이 되는 이야기 아니련지. 존재의 말대로 이 숲이 무고한 인간을 해치는 장소라면, 그런 곳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생긴다면 존재가 틀렸거나 인간이 틀려먹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헤헤... 물론 이 제안, 받아들여주겠지? 설마 스스로 관리자라는 양반이 자기 스스로 뱉은 말을 넘겨 짚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그렇게 말했고, 의도가 뻔히 보이기에 오히려 열이 받는, 그런 퍽 짓궂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750 이름 없음 (zXB1rxiXZs)

2022-08-23 (FIRE!) 00:59:02

>>748
니 이야기 바닥에 다 떨어졌는데. (네 이야기 흐른다면서 두 손으로 받아놓고 지금은 뭐하는 거냐고 핀잔주듯하다가, 지금 상황이 우스워서 웃는다.) 손만 댔는데 부러지냐? 샤프심이야 뭐야. (몸을 빼는 걸 보고 손을 거두려고 했으나 손목이 붙잡혔다.) 부순 적 없거든? 오늘 부술 수는 있겠지만. (네가 직접 가져다대니 노크하듯이 손목을 돌려서 똑똑 두드리는 체 한다.) 뭐야. 축구 뛰면 그런 것도 줘? (뷔페 이용권에 시건이 꽂혔다. 고양이가 레이저 쫓듯이.) 나 어제 동석이로 개명했잖아. 나랑 팔짱까지 끼고 가고 싶었을 줄은 몰랐지만 친히 동행해주마.

751 이름 없음 (4gHzgpYeFg)

2022-08-23 (FIRE!) 01:20:36

>>750
됐어, 내 말 아무도 안들어줘. (마찬가지로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 실소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역시 매콤주먹이야. 근데 참아주라. 붙은 지 얼마 안됐거든. (두드리는 체를 해보이자 네, 누구세요, 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를 연기한다.) 아니, 이번만 받아온거야. 이런거 없으면 이 날씨에 굳이 축구를 왜 해. (라고 하지만, 꽤 많이 해왔을 것이다. 당신의 시선이 식사권에 꽂히자, 팔랑팔랑 좌우로 흔들어보인다.) 동석아. 동석 씨. 예쁜 이름 지어준 부모님 가슴에 대못 박지 마세요. 내 머리 바리깡으로 안밀거라고 약속하렴. 팔짱은...너 하는 거 봐서. (당신의 코 앞에서 종이를 흔들거린다.)

752 이름 없음 (CWdSRdykx2)

2022-08-23 (FIRE!) 01:35:55

>>749
마물이란다. 동물이 아니라. (그 존재- 관리자는 그가 착각하는 줄 알았는지 정정해주었다. 이 숲에, 저 안에 사는 것은 보통 동물이 아니라 마물이라고. 그럼에도 그가 위축되는 건 잠깐이었다. 또 쉴 새 없이 떠들며 뭔가를 궁리한다.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며 관리자는 또다시 기다렸다.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이었으니.) ...그건, 일리 있는 제안이구나. (그의 당당하고 무모한 궤변을 다 들은 관리자는 선뜻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리 있는 것은 분명 맞았다. 관리자는 반만 돌렸던 걸음을 완전히 돌려 그를 마주했다. 마주했다곤 하나 보이는 건 무겁게 늘어진 챙모자 밖에 없었겠지만. 검은 모자 속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기계적으로 읊었다.) 너의 제안은 분명 아귀가 들어맞는 제안이긴하나. 그것을 용인하기 전에 사실을 몇가지 확인해야겠다. 하나, 하루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적어도 1주, 못 해도 달 하나는 홀로 버텨내야 제자의 건을 진지하게 생각할까 말까다. 둘, 무엇보다 너는 당장 하루를 버틸 만한 도구는 있는가? 식량은? 물은? 이 숲의 것은 전부 인간세상과 다르다. 셋,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숲에서 나에게 마법을 배운다면, 넌 영영 이 숲을 벗어날 수 없다. 정확히는 인간의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 한다.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관리자의 말이 끝날 쯤 주변의 소란도 잦아들어 어느새 처음처럼 조용해졌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온한 정적 속에서 관리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나의 말에 거짓은 없으며 현실은 더 가혹하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을테냐?

753 이름 없음 (Y7EZnflUmY)

2022-08-23 (FIRE!) 01:36:18

>>751
왜, 동석이가 들어준대. (웃음소리 섞인 목소리는 여름 지옥을 찾던 아까와는 달리 조금 시원했다.) 보건실이라도 데려다주랴? 거짓말쟁이, 엄살은. (노크에 응답하는 목소리. 노크한 부분에 가까이 대고서 작게 소근거린다.) 네, 오늘 여기 공사하러 왔어요~ 다 부순다고 하던데.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담은 내용은 섬뜩한 내용이다.) 맨날 하드만, 이번에 처음 이겨서 받아온 거 아니고? (팔랑팔랑이는 식사권을 따라 시선도 팔랑팔랑.) 알았어, 알았어. 안 밀기로 약속! (동석이라는 이름이 중하랴, 바리깡이 중하랴, 팔짱이 중하랴. 새끼 손가락을 내밀고 흔들거리는 종이 너머로 고개를 기웃 내민다. 약속하라는 재촉.)

754 이름 없음 (93G4MpLwUo)

2022-08-23 (FIRE!) 12:50:02

>>753
동석이는 여깄고. 야, 네 이름 이제 얘한테 뺏김. 새 이름 지어놔. (지나가다 보인 동석이에게 말을 걸고 지나가자, 뒤에서 뭔데, 뭐냐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평소대로 돌아온 당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낮게 웃는다.) 야야, 내 심장 겁먹어. 듣지마 저런 말. (제 가슴팍을 양손으로 조신하게 가리는 모습이 퍽 우습다.) 와, 선 넘네. 내게 1ml의 관심도 없구나 넌. (제일 듣기 힘든 말은 축구 못한다는 말인데. 충격 먹은 표정으로 바라보다 약속이라며 뻗어온 새끼손가락을 당신의 얼굴과 번갈아 쳐다본다.) 그래. 까짓거. (새끼 손가락을 걸려하며,) 근데 아이스크림은 너가 사야한다? (이젠 억지로 거는 수 밖에 없다.)

755 이름 없음 (UUDpJExYsM)

2022-08-23 (FIRE!) 13:42:36

>>754
하이~ (동석이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한다. 이름 빼앗은 범인 주제 당당하고 구김없는 웃음과 함께.) 내 이름 줄게, 가져가. (명찰이라도 떼어줄 듯이 블라우스에 달린 명찰을 잡는다.) 주인 담아서 겁쟁이에 쫄보네. (양손으로까지 가리니 소리내어 웃는다.) 그럼 이걸 더 땄었다고? 내 뷔페 다 어디로 갔냐? (수많은 (네가 축구에 이겨서 따왔을) 뷔페 식사권을 잃었을 생각에 허망해한다.) 뭐? 야, 야야야 스톱. 니가 사준다매. (그런 적 있었나? 아무튼 새끼손가락을 못 걸게 피하려고 한다.)

756 이름 없음 (xsiD/JhyG2)

2022-08-23 (FIRE!) 14:01:20

>>755
됐어, 동순이 같은 걸로 지어주면 되지. (성의없음의 극치다.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명찰을 때어주려던 당신의 손을 톡톡 두드려준다.) 우리 수학여행 때 유령의 집 들어갔을 때의 추억을 나누어볼까? (쫄보에 겁쟁이라는 말은 부정하지 않는다.) 뭔 소리야, 이런 건 가끔 있는거지. 그리고 왜 네 뷔페야. 제 뷔페겠죠. (새침하게 정정해주고는, 예상대로 피하려는 당신을 따라가며 새끼손가락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필사적인 미소.) 그런 말 한 적 없다. 빨리 걸어. 나 지갑에 돈 없음. (복도 한복판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757 이름 없음 (vSJ5kBgyn.)

2022-08-23 (FIRE!) 15:36:33

>>755
그게 뭐야, 그럼 니가 동순이 하고 니 이름 주자. (너무나 대충 지은 이름에 킥킥 작게 웃었다. 톡톡 두드려진 손은 명찰에서 손을 떼었다.)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네, 날 닮았으면 겁쟁이에 쫄보는 아니었을텐데. 그때 기억은 나냐? (얄밉게 눈 가늘게 뜨고서 약 올린다. 안쓰럽다는 뉘앙스였지만 듣는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 뭐야. 난 또 나 빼고 너 혼자 다 먹은 줄. 콩 하나라도 나눠 먹으랬어, 이짜식아. (아이스크림 혼자 다 먹은 자의 발언. 새끼손가락이 걸릴까봐 아예 주먹을 쥐고 뒷짐지어 손을 숨겨버린다.) 사준다고 했다니까? (실랑이질 하다 수업 시작하겠네. 수업 시작 종 소리보다는 둘의 웃음 소리가 더 빨랐지만.)

758 이름 없음 (5ZSvzlYBHU)

2022-08-23 (FIRE!) 15:51:15

>>743
동물이 아니라 마물...? (별거 아닌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지는 듯이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린다. 의미를 이해를 못 한 건지,) 스읍, 햇갈리는데. (...아니면 단순히 햇갈린 것 뿐인지.) 뭐 어때, 그런건 지금 당장 중요한 것도 아닌데! 어쨌든 위험한 녀석들은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사실은 똑같잖아? 그러니까 그거 말인데... (인간이, 전에 없던 표정으로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무리야. 역시 하루로 해 줘. (뻔뻔스럽다.) 문제가 많잖아. 일단 첫 번째는 내겐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굳이 이런 외지고 낯선 숲이 아니라도 아주 평범한 숲에서 한 달씩이나 살아남기는 보통 사람에겐 너무 어려운 과제라고. 그리고 두 번째. 이봐이봐... 당연히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봐봐, 난 곧바로 마을의 번화가에서부터 마음껏 놀림 당하다가 숲으로 직행한 다음, 지금은 무기 하나도 없이 그 전설의 관리자를 자칭하고 있는 댁과 대면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금 나온 것 만해도 이미 대단하다고 생각 안 해? (인간은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확인해봐도 좋다는 듯이 양 팔을 벌리고 몸을 휙휙 회전 시켜보였다.) 하지만... 댁이 중요하다고 말한 그 세 번째는 정말 아무래도 상관 없어. (깍지를 끼어 뒷통수에 놓는다. 그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편한 자세로 여겨지고 있는가보다.) 솔직히, 지금 마을 녀석들은 질릴대로 질리기도 했고. 오히려 다신 꼴도 보기 싫은게 지금 내 상태야. 뭐 확실히, 외지에서 지내다보면 가끔은 보고싶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인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을 수는 없다. 그는 과거를 천천히 짚듯 중얼거리며 말을 흐리다가.)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면 되니까!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와 함께 실없는 웃음을 보인다.) 자 그래서, 어쩔거야? 받아들여 줄거야? 억지스러운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면 내가 그냥 여기서 죽게 놔둘래? 아니, 당연히 받아주겠지! 왜냐하면 댁도 여기서 혼자 지내느라 심심했을테니까!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억측도 이런 억측이 또 없다. 하지만 그것이 타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하듯, 인간의 얼굴은 영락없이 이건 먹힌다, 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759 이름 없음 (xsiD/JhyG2)

2022-08-23 (FIRE!) 16:43:07

>>757
왜, 내 이름 싫어? 우리 친할머니가 지어주신건데. 잠깐 할머니랑 전화해봐야겠다. (휴대폰을 꺼내드는 폼이 정말로 전화를 걸 셈이다.) 그 때 귀신 튀어나올 때마다 내 옆구리 팔꿈치로 가격한 게 누군데. ...생각해보니까 나 왜 너한테 맞고만 살았지. (갑자기 생각해보니 꽤 억울한 모양인지 가늘게 뜬 눈으로 당신을 흘겨본다. 장난인 듯, 곧 웃어버렸지만.) 나만큼 너 챙겨주는 사람이 어딨다고. 다음교시 생물인데 생물이 나한테 뭐 물어보면 너한테 넘길테니까 정답 생각해둬. (뻔뻔한 말을 잘도 내뱉고는 손가락을 뒤로 숨긴 당신과 잠시 대치한다.) 하나...둘... (셋까지 세지않고 당신에게 ㄴ냅다 달려든다. 정확히는 당신이 뒤로 숨긴 새끼손가락을 노리고서.)

760 이름 없음 (lj9T8xT2vw)

2022-08-23 (FIRE!) 17:26:13

>>759
내가 언제 니 이름 싫대! (손을 뻗어서 폰을 잡으려고 한다.) 그거 귀신님일 걸? 친구들 보는 거 같다고 신나셨대.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른체한다. 흘겨보는 시선도 그렇게 무시해버렸다.) 아, 너 생물 드릅게 못하지. 그래그래, 내가 대신 답해줘야지. (뻔뻔함으로는 지지 않는다. 손을 뒷짐진 채로 네가 달려들까 싶어 대치상황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봤다 셋까지 셀 줄 알았던 숫자가 둘 밖에 세지 않으면 당황해버렸다.) 숫자 셀 줄 모르냐고! (달려드는 걸 피하진 못 했지만, 그래도 새끼손가락은 안 내어주겠다고 주먹을 있는 힘껏 쥐고 있을 것이다.)

761 이름 없음 (CWdSRdykx2)

2022-08-23 (FIRE!) 18:16:21

>>758
너처럼 궤변을 숨 쉬듯이 내뱉는 인간은 처음... 은 아닌가. (관리자는 조건을 하나하나 궤변으로 받아치는 그를 향해 평이한 어조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궤변. 앞서 했던 제안이 그나마 일리있는 제안이었다면 지금 하는 말들은 터무니없는 궤변이자 뻔뻔스러운 변명이었다. 그가 마을에서 뭘 했고 어쩌다 여길 왔건 그런 건 관리자에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정보이며 사실이다. 그러나 그를 보고 있으니 관리자는 예전 일이 흐릿하게 떠오르는 듯 했다. 인간세계에서는 아마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오래된, 관리자에게는 그리 오래 전도 아닌 것 같은 옛 일이...) ...좋다. 정 고집을 꺾지 않겠다면, 나가지 않겠다면 기회 한 번 정도는 주겠다. 기회를 잡아 무엇이 될 지는 네 근성과 영혼에 달렸으니. (안에서 팔이라도 움직이는지 망토가 작게 흔들린다. 이내 관리자는 망토 밖으로 팔을 뻗어 한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창백한 피부의 팔과 손은 인간의 것과 다르지 않다. 살짝 움켜쥔 손은 뭔가를 쥐고 있었고 관리자는 그걸 그에게 보여주었다.) 마지막 경고이자 시험이다. 네가 앞서 했던 말들을 번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이걸 삼키거라. 삼키는 척 하는 꼼수 부릴 생각은 말아라. 나는 지금 당장 너를 마물의 둥지로 던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라. (관리자의 손이 든 건 엄지 한 마디만한 붉은 덩어리다. 덜 말린 고깃조각을 둥글게 뭉친 것 같은, 씹으면 비리고 쓴 맛과 함께 핏물이 찍 나올 것 같은 그런 모양이다. 관리자는 그걸 내민 채로 또다시 가만히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 삼킬 것인가. 끝의 끝에서야 생각을 바꿀 것인가.)

762 이름 없음 (4gHzgpYeFg)

2022-08-23 (FIRE!) 20:04:38

>>760
싫어하진 않는다는 거지? (손을 위로 높게 뻗어 닿지는 않게 하지만, 떠있는 잠금 화면만 보면 이전에 벚꽃을 보러갔을 때의 사진이다.) 그래서 그 귀신님이 너한테 붙어와서 가끔 날 때리는 거고? 그런 것 치고는 감정이 묻어나던데. (여전히 의뭉스런 시선을 던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바보, 셋까지 센다고 누가 그랬는데? 이리와. (힘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면에서 뒷짐 진 손을 피게하기 위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다보니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래도 당신의 손을 피게 만드려는 듯, 꾸욱 힘을 주며 웃는다.) 5초 안에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골라. 말한 쪽 옆구리 간지럽힐 테니까. 순순히 새끼손가락을 내놓아라.

763 이름 없음 (e2UtOtt/Wc)

2022-08-23 (FIRE!) 20:26:28

>>762
방금 말한 건 귓등으로 들었냐? (이상하게 말 꼬아서 할머니한테 전화하느니 하는게 얄미워 네 이름 못났다, 소리치고 싶지만. 다행히 폰 화면은 전화 걸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벚꽃보다 이름 예쁘십니다, 예에. (봄은 다 갔고, 겨울이 천국이지만.) 귀신님 보기에 네가 날 너~무 괴롭히는 거 같아서 복수해주셨대. (귀신님이 진짜 있기라도 한 양.) 그럼 둘 까지 센다고는 누가 그랬냐고! 너 같으면 가겠냐? (뻐팅기며 힘을 주지만 네가 손에 힘을 주는게 느껴진다.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하단걸 아는데, 손을 뿌리치지도 못 하고.) 아, 진짜. 알았어, 항복! (버티던 힘을 풀었다. 아이스크림 삥 뜯으려고 했는데 삥 뜯기게 되겠지만, 뷔페를 생각하며 참기로 한다.)

764 이름 없음 (BNpeZuEvH2)

2022-08-23 (FIRE!) 21:29:33

>>742

/야근하고 이제사 복귀...
/는 슬슬 마지막 각인데, 막레를 쓸까?!

765 이름 없음 (zTnXtE0J8E)

2022-08-23 (FIRE!) 21:32:32

>>764 음. 막레로 가도 될 것 같아! 일단 야근은 수고했어!

766 이름 없음 (BNpeZuEvH2)

2022-08-23 (FIRE!) 21:57:00

>>742

"그래, 이제 슬슬 각자의 길을 갈 시간이겠지. 답을 정하는것을 조급해 할 필요는 없어. 결국 잘 생각해보면 주머니속에 열쇠가 있는 것 처럼, 너 또한 어느 순간 답을 네 손에 쥐고 있을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순식간에 은빛 여왕이 부드럽고 우아하게 대지에 착지한다, 잔잔한 바람이 불며 먼지를 일으키지만 그녀는 가볍게 날개를 흩날리며 먼지를 밀어버렸고, 그녀는 천천히 콧방귀를 뀐 뒤 고개를 숙여 두 사람이 내리기 쉽게 만든다. 그녀는 마도구를 이용해 곧 복귀한다는 내용의 메세지를 남긴 뒤 투구를 다시 벗었다. 땀으로 가득찬 얼굴에 물기 젖은 금발이 생동감 있게 흘러 내리고, 3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외모가 밝게 빛이 난다. 그녀는 씨익 웃어보인뒤 천천히 말했다.

"만약 동부에 올 일이 있으면, 사관학교로 와, 내년부터는 내가 거기서 학부장으로 있을 예정이니까. 못해도 너한테 지낼 공간 하나쯤은 만들어줄 수 도 있어."

연애를 하는 것보다는 마치 나이 어린 동생을 걱정하는 누나의 모습이었다.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그녀는 용사 이전의 한 존재로서 사내를 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보다 어린 나이에 많은 고생을 한 동생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걱정을 해줄 나이는 지난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테니까, 그녀는 손을 뻗어 사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뒤,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자신을 믿어, 분명 아마 지금까지 받은 상처보다 더 많은 상처를 받을지도 몰라, 응, 분명 그럴꺼야. 하지만 손에 꼭 쥔 내일 만큼은 네꺼니까, 오늘을 달려나가는거야."

그렇게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그녀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다시 은빛 여왕의 등에 올라타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멀지 않은 곳에 수도 정문이 보였다.

"가, 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그리고─

"웃어보낸 언젠가도, 울었던 언젠가도 결국 아침은 밝아와. 우리가 그랬던 것 처럼."

그러니까─

"두번 다시 없을 오늘을 지내는거야, 그런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래."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더이상 뒤돌아 보지 않았다. 용사가 아차 하는 순간에 돌아봤다면, 아마 이미 저 멀리 사라져가는 은빛 여왕의 모습만 볼수 있으리라.

/고생했어!! 그간 곰손에 느린 나 참치랑 같이 보조 맞추느라 정말로!!

767 이름 없음 (zTnXtE0J8E)

2022-08-23 (FIRE!) 22:24:37

>>766 오케! 막레 잘 받았어! 멋진 기사님의 조언을 받아 아마 사내는 정말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답을 찾을 것 같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안 정했지만... 적어도 못 돌아간다고 해서 절망에 빠져서 살진 않을 것 같아.

768 이름 없음 (4gHzgpYeFg)

2022-08-23 (FIRE!) 23:39:12

>>763
여기, 여기 샌다. 어어. (아까 당했던 그대로 귀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쏟아지는 시늉을 해보인다. 열연에 가깝다.) 저 때 기억나? 사람들 벚꽃 보러 몰려서 앉을 자리 찾아서 1시간 정도 돌아다닌거. (폰을 집어넣으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기억이 생각보다 선명해서 내심 놀란다.) 귀신님이 꽤 편파적이시네. 염라대왕 앞에서는 안되지만. (되도 않는 허세.) 그건 내 마음이지. 하나만 세려던거 양보해준거야. 매너있지? (당신이 손에서 힘을 풀자, 뿌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새끼손가락을 건다. 그리고 위아래로 흔들.) 오케이, 그럼 아이스크림은 이제 내... (라고 하자마자, 수업종이 울린다. 그대로 말도 채 잇지 못하고 굳어버린다.) ...타이밍 끝내준다, 너.

769 이름 없음 (zZPbTKxhyQ)

2022-08-23 (FIRE!) 23:56:21

>>768
너 완전 짜증나. (이번에는 맞장구 쳐주며 따라하지는 않고, 약올라 어쩌지도 못하는 표정이다. 아이스크림 삥 뜯는데 실패해서일까.) 으, 그 때 까졌던 거 아직도 아파. (발목 뒷쪽이 따끔거리는 기분에 몸서리치듯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지. 귀신님은 나 좋아하거든. 곧 염라대왕님도 나랑 짱친할걸? (허세도 지지 않는다.) 매너는 무슨, 손 아파 죽겠는데. (엄살이다. 새끼손가락 걸려서 흔들거리는 모습과 뿌듯한 네 표정을 영 마뜩찮게 바라보다, 이내 푸스스 웃는다.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지금 둘 다 뭐하던 거람, 새삼 그렇게 생각해버려서.) 와, 행운의 여신도 타이밍의 신도 다 나 짱친. 어떡하냐, 뷔페 잘 먹을게? (걸려있는 새끼손가락을 네 새끼손가락에 일부러 더 꼬옥 감는다.)

770 이름 없음 (/1PcrPbHGA)

2022-08-24 (水) 00:47:06

>>769
그래도 싫진 않잖아. (여기서 더 놀리다간 일정 선을 넘을거라 예상했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는 더 말을 덧붙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예뻤잖아. 괜찮았어. (사진은 잘 찍지 않지만, 꽤 많은 사진을 건졌었다.) 그래그래, 내 이야기도 좀 잘해줘. 나 천국 가고싶으니까. (허세에 당해주기로 한다. 푸스스 웃는 모습에 마찬가지로 바보 같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어보이다, 다른 손으로 미간을 짚는다.) 왜 세상은 나만 미워하냐. 서러워서 못살겠다 진짜로. 이따 저녁에 시간이나 비워놔. (잔뜩 축 처진 어깨. 벗어날 수 없는 새끼 손가락을 바라보며 긴장감 어린 미소를 지어보인다.) 못이기겠네. 돌아가자. (당신이 놓아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교실로 향한다. 조금 시원해졌다 싶었는데, 다시금 더워진다.)

#청춘향 5000% 너무 즐거웠어!!!!! 짧은 호흡 티키타카 최고야ㅜㅜㅜㅜㅜ 딱히 정해둔 것도 없는데 얘들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재밌었어 இ௰இ

771 이름 없음 (przV2RSi3Y)

2022-08-24 (水) 03:20:31

>>761
헤헤, 사람을 뭘로 보고. 진작 그럴 것이지! (무를 생각 따윈 없다. 그 생각에 변함은 없는지, 더 생각 할 것도 없다고 하는 것처럼 창백한 손 위에 들려있는 덩어리를 겁도 없이 덥썩 집어온다.) 그러니까 그냥 이걸 먹으면 된다는 거잖아? 맞지? (인간은 덩어리를 대번에 삼키려한다. 그리고 입가에 넣기 전, 인간은 잠시 망설였다. 출처모를 고기를 한 데에 뭉친듯한, 미심쩍은 덩어리. 모습만으로 평하자면 사람이 먹을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짐승의 먹이나 미끼와도 같은 모양새다.) ...으으음. (아무리 여기까지 와서 큰소리 치는 인간이라도 막상 그걸 먹으려하니 주저하게 되는 걸까. 그러나 인간은, 마침내 제 입 안으로 덩어리를 털어넣었다. 그냥 삼키는 것도 아니고, 우적우적 씹는다. 새로운 음식을 음미라도 하듯이) ...음~ (그 시식이 조금 더 이어지다가.) 의외로... 먹을만한데? (꿀꺽. 고깃덩어리는 목 안으로 넘어간다. 인간은 부주의하게도 소매 끝으로 입가를 한 번 스윽 닦아낸다.) 그래서 이건 뭐였는데? 용기있는 자에게 하사하는 상같은 거?

772 이름 없음 (WqGdwtJO4E)

2022-08-24 (水) 04:13:13

>>771
(관리자는 그가 덩어리를 가져가자 손을 다시 망토 안으로 감추었다. 모자 속 감춰진 얼굴의 낮게 뜬 눈이 그의 행동을 응시한다. 그걸 먹으면 되냐는 물음에 말 대신 모자만 가볍게 끄덕였다. 이 순간 관리자의 신경은 그가 먹을 것인지 아닌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잘도 먹는구나. (끝내 생각을 바꾸지 않은 그가 덩어리를 입에 털어넣고, 야무지게 씹기까지 하자 그제서야 관리자가 한마디 중얼거렸다. 인간의 입에는 분명 맞지 않는 '고기' 였을 텐데 참 잘도 먹는다. 그가 완전히 삼키고 입가를 닦는 것까지 하자 관리자는 흠. 짧은 숨을 내쉬었다.) 이 숲에서 먹고 자란 것의 고기다. 또한 너를 이 숲에서 절대 내보내지 않을 쐐기이기도 하다. 이제 넌 살고 싶어도 이 숲에서만 살아야 하며, 죽으려 해도 이 숲에서만 죽음이 허락될 것이다. 허나 어느 것도 쉽지는 않겠지. 여기는 그런 곳이니. (담담히 말을 마친 관리자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아까처럼 혼자 가지 않고 그를 향해 말했다.) 거기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어서 따라와라. 오늘부터 당분간 자질이 있는지 내가 직접 가르치며 확인할 것이다. 그러니 잘 시간도 없이 매달려야 할 거다. 더이상 가르칠 가치가 없다 여겨지면 당장 마물에게 던져버릴테니. (관리자의 목소리가 처음보다 깐깐해진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 어쨌거나 그렇게 할 말을 마친 관리자는 그가 겨우 따라갈 수 있을 걸음걸이로 숲을 걸어간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처럼 컴컴한 숲 안 쪽, 더 깊은 곳으로.)

/막레를 해주거나 이걸로 막레 하거나 하면 될 거 같다!

773 이름 없음 (1VpfEwbTug)

2022-08-24 (水) 14:19:18

>>770
어, 아주 좋아 죽겠다. (가늘게 뜬 눈이 흘기다가 만다. 나도 널 바짝 약 올리고 싶은데 이번에도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예쁘긴 엄청 예뻤지. 내가 너 인생샷 삼백장은 건져줬잖아. (벚꽃이 피었던 풍경을 떠올려보았다. 하긴 발 까진 것도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나서 집 갈 때서야 아파서 확인해보니 발견했었다.) 어렵대. 수고. (고민의 흔적도 없는 답변. 천국은 무슨.) 못되게 살아서 그래, 밥팅아. 착하게 살아. (축 처진 어깨를 토닥토닥 쓸어주려고 하며.) 앗싸, 오늘 뷔페~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에 돌아간다.)

#나도 즐거웠어! 낭랑한 청춘도 너무 좋고 짧게 티키타카한 것도 좋았어! 재밌었어, 고마워~

774 이름 없음 (uEAB6CAICY)

2022-08-24 (水) 16:13:47

>>772 좋은 분위기로 끝나는 느낌이라 막레로 받겠습니다! 덕분에 즐겁게 이을 수 있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775 이름 없음 (WqGdwtJO4E)

2022-08-24 (水) 17:46:19

>>774 응응 나도 유쾌하게 이어줘서 재밌었다! 너참치도 수고했어~~

776 이름 없음 (KlzacdLvyk)

2022-08-25 (거의 끝나감) 23:09:34

일명 '피아노 천재' 전소영은 오늘로써 세 번째 연주를 마쳤다. 관객의 흥분 섞인 고음, 그 사실이 그를 시무룩하게 했다. 소영은 더 연주하고 싶었다. 설령 자신이 이미 연주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그 예술고의 소문의 존재로 남더라도.

'음악실의 귀신' 으로 공포만을 남기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랬다. 소영은 이미 3년 전 죽어버린 화제 속의 피아니스트로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사후 세계는 둘째치고 살았을 당시의 기억만이 또렷해서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열망만이 간절했다.

그리고 그런 소영이 가장 열망하는 것은...

"딱 한 번이라도 협주곡을 연주해봤으면 좋겠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이 목소리가 되어 새어 나왔다. 귀신의 목소리 따위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냐마는, 소영은 간절한 바램으로 귀신 소동으로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는 음악실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라, 눈이 마주쳤다.

777 이름 없음 (Wd9roE2OxE)

2022-08-26 (불탄다..!) 00:05:51

>>776

그래. 눈이 마주치는건 이상한 일도 아니겠지. 나는 골동품 점에나 볼법한 곰방대의 연기를 머금고는 그대로 음악실의 문을 세게 열어젖히고는 그 연기가 폐 속을 지독히도 더럽힐 무렵에, 마주쳤던 망령에게 다가가 독한 연기를 입 밖으로 내뱉고는 말했다.

"이리 오너라."

분명 그 말은 다가오라는 의미는 아니였다. 사극에서 양반이 하인에게 문을 열라 시키는 그런 부류의 말투.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무척이나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하고는 했다. 하기사 저승사자나 입을 법한 검은 두루마기를 한복 위에 걸치고 곰방대를 푹푹 피워대는 모습을 보자면 이게 현대 사람이 맞냐 라던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왔냐는 말을 자주 듣기는 했다.

"네 한(恨)은 무엇이냐. 무엇이기에 죽었음에도 구천을 떠도느냐."

귀신을 보고 마주쳐도 놀라지 않고 되려 말까지 나누는게 이상하지 않은 나는 소위말하는 영매, 무당 혹은 퇴마사. 그런 부류에 속했다.
세간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것으로 돈을 벌어먹는 사기꾼 여자 라는 소리도 종종 듣기도 했지만 나 유서희는죽었음에도 현세를 떠돌고 있는 망령들의 한을 풀고 성불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778 이름 없음 (6WbZHdMR4A)

2022-08-26 (불탄다..!) 00:55:29

>>777
전소영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제가 잘못 본 것인가 싶었으니까. 대뜸 눈이 마주친 사람, 그것도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자신에게 '오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발음 그대로의 의미는 아님은 소영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황당한 기분은 매한가지여서 소영은 두 번 더 눈을 깜박이다가 가까스로 말문을 열었다.

"나... 나? 내가 보여? 근데..."

안 무서워? 그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내뱉지는 못했다. 다음 순간, 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으니까.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근데 내 소원은... 그거, 이룰 수 있겠냐고. 순간 소영은 울컥해져서 울상을 지었다. 당최 협주곡 연주가 가능한 귀신이 어디에 떼거지로 있겠냐고. 사람이면 더 불가능하지 않냐며, 생각을 거듭한 끝에 소영은 슬픈 얼굴로 답했다.

"소원은 없어... 그야, 이룰 수 없으니까."

779 이름 없음 (DRa9U7QJgo)

2022-08-26 (불탄다..!) 01:21:55

>>778

되려 망령 쪽이 놀란 모양이다. 귀신보는 인간이 흔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말을 걸고 응시하고 있으니 황당할 일이긴 했다. 이런 일을 하고 다니면 자주보는 광경이기에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렇기에 질렸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고 연기를 들이마셨다 내뱉고 답해준다.

"보이니 묻지 않겠느냐. 더군다나 사람을 해하지도 않는 망령이 무섭겠나. 자고로 망령이란 것은 한을 다들 가지고 있으나 대개는 생전의 미련이 대부분이지. 그렇지 아니한가?"

십중팔구는 자신이 무섭지 않은가를 물어보려 하기에 족집개마냥 말하지도 않은 사실을 읽어낸 적이 없음에도 감으로 추론하듯 덧붙였다.

"자고로 이룰 수 없다는 편견은 동의할 수 없다네. 그대가 망령으로서 존재함은 성불할 이유도 존재한다는 것이며,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야만 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내가 그대를 조우한 이상 나는 일어나지 않을 일도 일어나게 만드는게 일이라네."

780 이름 없음 (DRa9U7QJgo)

2022-08-26 (불탄다..!) 01:23:14

이제 잘거라 이어갈거라면 일어나서.

781 이름 없음 (0eNMH1YTJg)

2022-08-26 (불탄다..!) 18:17:09

>>779
만약 살아있는 전소영이었다면 분명 일련의 말들에 황당함이라도 비칠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리고 황당하지만 바로 그 지푸라기가 눈 앞에 두루마기 입은 기인(奇人)인 것이다. 때문에 소영은 머뭇거리긴 했으나, 나서서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저 말 없이 긍정하고는 긴장한 기색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럼 말해두겠지만, 나는 분명히 어려울 거라고 얘기했어."

소영은 양 옆으로 묶은 머리끝을 메만지며 엄포를 놓았다. 만약 기분만 떠보고 가버린다면 귀신으로써 저주라도 해 주리라 생각했다. 피아노 연주를, 그것도 수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이 소원을 어떻게 이뤄줄 수 있는 지 두고 보자며, 소영은 검은 눈을 번뜩였다.

"나는... 협주곡이 연주하고 싶어. 아주 큰 무대에서 수 많은 연주자가 함께하는 그런 협주곡."

그 직후 소영은 긴장한 나머지 침을 삼켰다. 아무리 뭐라고 해봐야, 저는 죽은 사람이라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협박 따위 될 리 없었다. 그랬기에 간절함이 묻어나는 눈으로 눈 앞의 살아서라면 말도 걸지 않았을 괴짜를 바라봤다.

782 이름 없음 (Wd9roE2OxE)

2022-08-26 (불탄다..!) 18:47:26

>>781

"어렵다라. 그것 참 주관적인 말이라네."

하기사 다짜고짜 찾아온 괴짜의 능력을 못믿는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였다. 못마땅한 인간이 얼마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역량 자체가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다. 세상이 자신을 사기꾼이라 부르기도 한다지만, 그건 믿지않는 부류에서의 비난이고, 수많은 영을 명부로 돌려보내는 일을 처리한 나에게 있어서 어지간한 일은,

"의뢰 금액의 두 배는 받아야 하겠군.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장소를 정하는 것은 인맥의 일이니."

의뢰한 자들 이라는 인맥을 끌어모으면 불가능 하지 않았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기꾼이라 불리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의뢰금은 딱 먹고 살정도로. 그 정도로만 받는다. 지금과 같이 인맥을 끌어다 쓰는 일이 아니라면. 반대로 인맥을 끌어다 쓰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두 배를 받는다. 영적인 현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그것에서 풀려남에 따라서, 해결한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입장이 된다. 설사 의뢰금을 이미 받았더라도 그 액수는 적었고, 두 배가 늘어난다고 해도 한달 아르바이트 값의 두 배정도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렇게 인맥을 끌어다가 쓰는 행위가 항간에 보이기에는 의뢰했던 이들의 고혈을 빨아먹은 사기꾼이라 보여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3년전 사망자인 피아니스트가 맞았군. 미리 맞을 경우와 아닌 경우에 대한 의뢰금을 이야기해놓길 잘했어. 그래서 이름은?"

이 의뢰에 대한 내력정도는 조사해보았기에, 눈 앞의 망령에 대하여 이름까지도 알고 있지만서도 예의차 묻는다. 제 아무리 망령이라고 하더라도 사고하는 존재에 대해 인륜적이지 않은 조치는 무례한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나는 해한사(解恨士, 한을 풀어주는 사람). 유서희라고 하네."

한쪽 눈은 초점을 가지고 응시하지만 현세외의 것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눈앞에 망령이 있음에도.
한쪽 눈은 초점이 없는 채로 현세의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오직 영체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게 내가 해한사가 된 증거이며, 살아서 삼도천을 건너본 자의 대가였다.

783 이름 없음 (6WbZHdMR4A)

2022-08-26 (불탄다..!) 22:57:43

>>782
소영의 머릿속에서 셈해지던 암산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눈 앞의 기인의 말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 괴짜는 마치 아주 손쉬운 일이라는 듯이 무리한 요구를 일축했으니까. 그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뇌가 과부하로 부작용을 일으켰다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소영은 그 대답이 황당해서인지 잠시간 말을 멈추고 침묵했다. 그리고 조금 뒤에야 겨우 말문을 뗄 수 있었다.

"인맥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내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거니? 그렇지만,"

왜? 라는 의문이 머리속을 몽글몽글 떠돌아 다녔다. 귀신인 자신을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이 돕겠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때문에 소영은 대답 대신 입술을 씹으면서 답을 망설였는데, 순간 그의 질문에 경직된 기색이 얼굴을 스쳤다.

"내가 피아니스트 였다는 걸 어떻게... 너는 대체 누구야?"

경직된 얼굴이 얼핏 귀신보다 섬짓한 눈을 마주 보았다. 소영은 그 눈동자에 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이 상황 때문인지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 직후 떠오른 것은 그에 대한 궁금증이나 두려움 보다도,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소원을 해소하러 사람을 보냈을 지 모른다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에 대한 희망. 전소영은 죽을 당시를 떠올려 보면 너무 어린 나이였다. 한창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은 시간의 무게가 달랐다. 비록 이 학교의 고등학생들이 곧 성인이 될 시점의 나잇대라 해도, 그 나이에 삶이 끝난다고 하면 무척 짧게 느껴지는 시기인 것 처럼 말이다. 그런 소영이었기에 이런 순간 품는 생각은 너무도 철이 없었다. 순진했다고 할 수 있겠다.

"혹시 나를... 알려 준 사람이 따로 있니? 아직, 누군가 나를 기억해?"

3년, 지극히 길고도 짧은 기간. 한 사람이 성인이 되기까지 남은 기간임과 동시에, 잊혀지기엔 너무도 쉬운 시간이다. 소영도 무의식적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다시금 계기가 찾아오니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에 대해서. 전직 최연소 피아니스트, 17세에 꽃 피운 음악계의 전설. 모두에게 기억될 뻔 했으나, 너무 쉽게 져버린 한 송이 꽃. 아쉬울 법도 했다. 다만 그저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자신의 죽음이 아픔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음직 하나, 소영은 아직 잊혀지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전소영을... 아직 기억한대?"

784 이름 없음 (Wd9roE2OxE)

2022-08-26 (불탄다..!) 23:36:32

>>783

"그건 간단한 이야기라네. 자네같은 망령은 꽤 이 세상에 존재하니까. 내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금액을 받고 빚을 세우는거지. 그렇게 쌓은 인맥의 망이 내 일을 또 돕는 일을 하게하지. 의뢰자는 적은 돈에 확실한 효과를 보았기에 그것을 은혜로 생각하게끔 하는게 내 능력이고. 악단과 악단이 활동할 무대. 두 가지가 필요하군. 그렇지 않나?"

그래서 인맥으로는 가능하다. 지금 바라고자하는 소원은 대규모의 인맥을 동원하기는 하지만 힘든 부분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법적으로 오고가야 하는 일에 원한이 들린 원귀를 상대하고자 한다면 그쪽이 가장 까다롭다. 그 부분에 있어선 유사 탐정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일을 받으면 거기에 얽힌 내력을 조사하는건 내 특기일세. 곧바로 만나서 위험한 망령인지는 판단할 필요가 있으니까. 물론 이 경우에 있어서는 그대가 나에게 질문하는 대로, 의뢰자가 그대를 기억하는 쪽에 속하니 많은 정보를 내 발품없이도 꽤 알아냈지만 말이네."

요는 이 의뢰의 내용은 '음악실의 귀신을 성불해달라'가 아니라 '음악실의 유령이 만약 전소영이라면 그 한을 풀어달라' 였다. 그러니까 의뢰자는 눈 앞의 망령인 소영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다. 아직까지도 기억하며 그리워하고 이야기를 꺼낼때 슬퍼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까.

"그대를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 아직도 기억하기에 이 의뢰를 맡겼다. 여기까지만 말하지."

의뢰자와 소영의 관계는 내가 관여할 사항도 아니고, 관여할 이유도 없다.

"자 그럼, 남의 몸을 쓰는 경험은 싫은가?"

의뢰를 달성하려면 내 몸을 빌려써야만 했다.

--
의뢰자에 대해서는 정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정하기는 그러니..

785 이름 없음 (63Xe5OByPM)

2022-08-27 (파란날) 00:16:58

>>784
청산유수 흘러나오는 서희의 대답에 소영은 오히려 어물거리며 말하는 것을 망설였다. 살아서도 겪지 않았던 귀신에 관한 일들에 이렇게 까지 자연스럽게 다가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라니 솔직한 심정으로 적응이 안됐다. 소영은 그렇게 서희의 말에 어물쩍 휘둘리는 듯 하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지만, 날 돕고 싶다는 이야기네? 근데 돈도 많이 안 받고..."

소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근 3년 간을 음악실의 귀신으로 공포의 대상 취급 받으며 지내온 시간을 떠올려 보면 이건 분명 기쁜 일이었는데도, 소영은 그리 흔쾌히 기뻐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3년 간 귀신이었음에도 소영은 여전히 살아 있던 시절의 기억과 상식으로 세상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여전히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귀신 보는 사람은 비정상에 속했고, 정상 삶에 포함되었던 과거의 지식으로 볼 때, 이런 이상한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영은 망설임 어린 태도로 우물거리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그건... 네게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 나는 죽었지만, 그렇다고 남을 고생시키면서 까지 소원을 이루고 싶지는 않아. 서희라고 했지? 서희 네가 나를 돕고 싶다고 해도 너무 적은 돈을 받고서 일을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아."

소영은 이윽고 작게 웃었다. 마치 햇살이 내려앉듯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서희의 어쩐지 두려움을 갖게 하는 눈을 마주 보았다. 소영에게 친절이란, 살아 있을적에 가졌던 상식과 품위 만큼이나 당연한 결을 지녔다. 잃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소영은 사람으로써 남지 못하게 될 것이라 믿을 정도로 그 마음 씀씀이를 가진것으로 스스로가 사람이라는 반증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서희의 손을 꼭 잡고 다정한 것들을 내뱉었다. 설령 그 손 너머에서 온기도 감촉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러니까 서희야, 네게 부탁한 사람한테 가서 다시 말해보자. 이런 힘들고 자질구레한 일을 하면서 입에 풀칠밖에 못한다니,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 네가 하는 일은 좀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소영은 자신의 소원은 안중에 없는듯이 그 사소한 일에 자꾸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소영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죽은 사람이 연주하고 싶다는 소원 따위 보다는, 산 사람이 남 부럽지 않게 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터였다. 때문에 소영은 조금은 감사하고 조금은 동정하는 기색을 가림없이 드러내며 서희를 바라봤다.

"서희는 나를 돕고 싶은 좋은 사람인거지? 나는 그런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

그러다 곧 서희의 아리송한 답에도 금세 알아차렸는지, 소영의 표정이 조금은 굳혀졌다. 아마 누가 서희를 보낸 것인지 짐작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소영은 그 곤란하다는 시선으로 서희를 보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의뢰했다는 사람... 이름, 내가 맞다면 장우현이 맞지?"

그는 오래 전 자신의 첫사랑이며, 라이벌이었던 한 남자를 떠올렸다. 가장 보고 싶은 친구였으며 누구보다 궁금했던 그 사람은 소영을 죽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사람이었다. 비단 그것이 사고였다 하더라도,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었다.

786 이름 없음 (G7u1Rn.V42)

2022-08-27 (파란날) 00:43:00

"돕는다니, 내게 있어서는 그게 일이고 사명일 뿐이다."

생활에 있어서는 편의를 봐주는 사람도 있고 더군다나 성불할 대상인 소영이 그걸 신경쓸 필요는 없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본디 태어날 때 죽을 명부가 잘못 씌어진 보상책과도 같다. 달리 말하면 이 일을 하지않고서는 나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죽은 자가 현세의 미련을 끊고 명부로 돌아가는 대가로 살아갈 내일의 시간을 버는게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동시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내 일은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벌기 위한 일이라네."

그건 동정할 필요도 없고 동정받아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불행한 것은 아니였다. 비록 삶과 죽음을 확실하게 할 수있는 인간들이 부럽기는 했으나, 나는 내가 살아가기 위해 그만한 대가와 사명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좋은 일이라고 한다면 그대가 한을 풀고 성불하는 일 뿐이네."

살아있는 운명도 죽어있는 운명도 어딘가 적혀있다고 한다면, 나는 살아있는 운명이 적힌 순간에 죽어있는 운명도 동시에 적혀있었다.
해한사로서 지금의 사명을 얻지 못했다면 그대로 없어질 운명이었다. 지금의 삶이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했다.

"의뢰자를 잘 알고있군. 어찌되었건 일을 받은 이상 일을 행하고 그대는 한을 푼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787 이름 없음 (G7u1Rn.V42)

2022-08-27 (파란날) 00:45:12

오늘은 여기까지만. 어쩌다보니 동양풍 사후세계 판타지가 엮인거같네.

788 이름 없음 (63Xe5OByPM)

2022-08-27 (파란날) 09:02:06

>>786
사명, 그 단어를 말하는 서희가 소영은 기계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알던, 사람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느끼던 친애와 공감을 표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서희는 너무도 무감정함에 가까웠다. 그 사실이 기이하게 다가왔던지, 우습게도 귀신인 소영은 사람다움을 찾고 있었다. 때문에 서희의 답에 괜시리 어색해진 소영이 서희의 손을 잡은 채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희야, 서희는... 그런 식으로 사는 삶이 즐거워? 나는 귀신으로 남아있던 3년간, 너무 괴로웠거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던 시절이 내겐 행복했으니까. 그런데... 너는, 정말 그걸로 괜찮아?"

서희의 삶을 그가 보기에는 목숨만 붙어 있는 삶이라고 여겨졌다. 꿈도 없고, 이렇다 할 즐거움도 없이 산다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삶. 마치 근 3년 간의 귀신으로써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때문에 소영은 잠시 고민하듯 바닥을 보더니, 억지 웃음을 지었다. 죽은 주제에, 서희가 안타까워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소원 안 이뤄도 돼. 고작 피아노 치는 게 대수라고. 그보다는 네가 더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 하나뿐인 삶이잖아..."

하나뿐인 삶, 그것이 소영과 서희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올까? 분명 둘은 누구보다 생의 무게를 잘 아는 입장이었지만 가치관은 달랐다. 서희와 소영은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다정함을 사랑하고 쉽게 즐거워하며 그것이 가까운 행복이었던 소영은... 어쩌면 영원히 서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 않던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추측하고 이해하려 들 뿐이다. 서로간의 간극을 가늠하며 비로소 이 사람과는 다르다고 깨닫는 과정일 뿐이다. 다만 그런 의미에서 소영은 어렸다. 아직 상대와 자신이 다르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에 죽어버렸다. 그는 영원히 열일곱이다.

소영은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아이 같은 태도로 애써 동정을 감췄다. 복잡한 심경과 함께 자신의 소원도 미뤄두고는 아닌 척 애써 웃었다.

"한 같은 건 없어. 그러니까 죽은 나보다도 중요한 일을 하지 않을래? 내가 서희에게 좋아했던 걸 알려주면 어떨까? 너도 즐거워 할 거라고 생각해!"

789 이름 없음 (WBHr8N729U)

2022-08-27 (파란날) 11:05:42

소영이랑 서희 결코 뚫리지 않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는 창 같다...

790 이름 없음 (G7u1Rn.V42)

2022-08-27 (파란날) 12:01:21

"죽은 자가 현세를 떠돌면 현세에 미련이 남는건 당연하네. 다만-."

나는 혀를 쯧하고 차며 곰방대를 한참동안 뻑뻑 피워댔다. 이런 부류의 동정 혹은 연민을 죽은 자에게서 듣는 것은 정말로 스트레스가 받는 일이었다. 삶의 즐거움을 어째서 죽은 자가 논하고 있는가. 살지도 죽지도 않은 애매한 경계를 자기의 감정에 이입해 보고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로 필요없는 감정이었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한 길이네. 태어나면서 동시에 죽었어야 할 운명을 빗겨난 대가니까. 자네가 이입할 이유도 동정할 이유도 연민할 이유도 없네. 심하게 말하자면 죽은 자가 산 자의 삶을 해결하고자 하는가? 그야말로 헛짓거리다."

물론 나는 산 자의 삶을 살지만 성불을 통해 살아갈 시간을 벌지 못하면 소멸한다. 다시 돌아갈 육도윤회의 환생도 존재하지 않는다. 속세의 삶에 있어서 달관한듯 한 이 태도 인간으로서의 삶으로서는 이미 어긋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상대는 나를 비슷한 또래의 사람처럼 보아 말을 놓고 있는 거겠지만, 난쟁이 똥자루같은 체격에서 자라나지 못한 것 뿐이고. 기이하게 나이를 먹지않고 있다. 인간으로서는 확실히 나는 어긋나 있었다.

"삶에 있어서 미련이 남으면 죽은 영이 현세를 떠돈다. 작금에 상황에 현세의 인간을 연민하여 그저 필요없다고 미뤄두려는 속셈이 아닌가. 그건 죽은 3년전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대가인가."

내 일은 내 뜻이다. 그쪽이 신경쓸 필요는 없다.

"중요한건 그대가 성불하는 일 뿐이네."

//오늘 좀 현생 챙겨야해서 답레 못달수도..

791 이름 없음 (TS1InXmzBE)

2022-08-27 (파란날) 19:03:56

"미련이라, 나는 잘 모르겠어.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건 살았을 때도 변함 없었는걸. 그건 그냥 삶을 살았던 모든 사람의 공통점 같은 거라고 생각해.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

소영은 웃음 지으며 말했다. 서희의 질책에 민망해진 것도 있겠으나, 거절하려 에두르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소영은 서희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서희의 방식과 삶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 받으면서까지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다. 소영은 서희의 말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길 바라는 것 만큼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현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죽기 전의 케케묵은 감정이 그의 마음을 거리끼게 만들던 것이다.

"네 삶이 네가 선택한 것이듯 이건 내 선택이야. 죽어서 이렇게 남아있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 적어도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해결할 문제는 아냐."

죽은 사람은 결국 산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건 서희 역시도 같지 않을까. 한 번 죽었기에 산자와 죽은자를 모두 볼 수 있게 되었지민, 반대로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죽음 이후의 그는 잠시 말이 없이 웃음 짓다가 말을 꺼냈다.

"미련이라는 말로 전부 정리될 수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아. 그건 내 삶이 가벼웠다는 뜻이잖아. 너는 생각한 적 없어? 죽음 이후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 지. 나는... 그게 너무 두려워."

그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슬퍼하고 있었다. 삶에 있어 한 가지 염원을 남기고 떠나지 못한 영혼을 미련이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영이 떠날 각오를 만들어주는 일종의 한풀이에 지나지 않은 게 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소영에게는 미련이 없었다. 그건 방황하는 마음처럼 실체가 없는 두려움이었으며 구체적인 방향성이 없는 마음이었다. 소영은 아직 떠날 생각이 없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말이다.

"그래, 나는 네가 너무 불쌍해. 하지만 그게 도망치는 이유라는 건 심한 억지야. 나는, 내가 이루고 싶은 건 그냥 소원 하나가 아니야. 진짜 이룰 수 있겠어?"

웃고 있으면서 사람이 슬퍼할 수 있을까. 소영의 미소는 퍽 슬퍼 보였다. 참 신기하게도.

792 이름 없음 (wu3XYMHjr2)

2022-08-28 (내일 월요일) 19:05:37

>>790인데 오늘도 답레 힘들거같음.. 미안해 지금 진행중인일 마감좀하는대로 답레줄게 월-화까지 힘들듯?

793 이름 없음 (wu3XYMHjr2)

2022-08-28 (내일 월요일) 19:06:13

중간에 달시간있으면 한번 들려서 갱신은할게

794 이름 없음 (.F6uz835MM)

2022-08-29 (모두 수고..) 00:16:25

드디어 용사는 이 세계를 어둠으로 뒤덮으려고 하는 사악한 마왕을 무찌르고 마족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날 것이다. 허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 이어졌고 그건 용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 세상을 구한 이니 수많은 이들의 찬양을 받고 왕가에선 사위를 삼으려고도 하고 부와 명예를 약속했으나 용사는 그 모든 것을 거절하고 동료들에게 가벼운 작별인사만 하고 원래 살던 작은 시골 마을로 돌아왔다. 용사는 원래 이곳에서 매섭고 위험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살아가던 사냥꾼이었다. 한 손에는 검 한 자루, 그리고 등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에게 발사하는 활과 화살을 차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나 어느 날, 그가 살던 마을이 본격적으로 마족의 침략을 받은 것을 계기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냥꾼은 마을을 떠나 여행길에 올랐다.

그 사이의 많은 이들이 있었으나 그것을 다 설명할 순 없었다. 아무튼 마을이 침략받았을 때 자신을 도와준 마법사와 기사를 따라 여행길에 올랐던 사내는 용사가 되어 다시 마을로 돌아와 이전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마족과의 전쟁이 끝이 났다고 해서 몬스터가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전처럼 그런 몬스터를 사냥해서 돈을 벌거나, 혹은 위험한 몬스터를 퇴치해주고 그 보상을 받거나 하는 등으로 용사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소소한 삶을 사는 사내의 모습은 그야말로 행복해보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사내는 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파란 지붕에 하얀색 벽돌로 쌓은 집 안은 제법 넓이가 있었다. 원래라면 가족이 같이 살고 있었으나 마을이 불바다가 되었을 때 자신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하나뿐인 남동생마저도 목숨을 잃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집 뒤에 만든 묘지는 아직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사내는 창가로 그 무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똑똑

한편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님이 온 것일까. 누군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사내는 자신이 안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

"네. 누구신가요?"

뒤이어 사내는 아마 천천히 닫혀있던 문을 열고 문을 노크한 이를 대면하려고 했을 것이다.

/엔딩 이후의 이야기라는 느낌으로 용사가 왕가에서 제안하는 사위 자리라던가 부와 명예라던가 그런 것들을 다 거절하고 동료들과는 작별인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누가 집으로 찾아와서 막 문을 여는 상황이야.
맥커터는 사절할게. 뜬금없이 사내를 푹 찔러서 죽였다라는 전개만 아니면 누가 왔건 어떤 상황이건 뭐든 오케이!

795 이름 없음 (mhokiRmCV2)

2022-08-29 (모두 수고..) 01:26:06

>>794

수없이 입술을 짓씹고,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주저하고 주저했지만 결국 이 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한탄스러웠다. 난세에 태어난 것이 그녀의 유일한 죄였다. 손목에 족쇄도 없는데 들어올리는 팔이 무거웠다.

"반가워 용사.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지?"

똑똑. 문 뒤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사신의 것처럼 들렸다. 두꺼운 후드 로브에 짓눌린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그의 발걸음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것만 보아도 충분했다. 그녀는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강철 지팡이를 자신도 모르게 더 꼭 끌어안았다.

그것은 그녀보다 크고 용사와 높이가 비슷했다. 위쪽은 횃대처럼 수평으로 되어있었으며 아래쪽은 송곳처럼 뾰족했다. 어쩌면 용사가 알아볼지도 모를 유형의 물건이었다. 대전쟁의 한 부분이었던 조인하피들의 송곳 횃대. 그러니까, 마족의 무기. 거기에 새겨진 문양이나 묶여 있는 장신구까지 알아본다면 그 사실까지도 어렵잖게 알 것이다.

"당신을 찾느라 많이 힘들었어. 이젠 마음대로 돌아다닐 처지도 못 되거든."

저주받은 마왕의 군세를 불러모으는 갈색 깃털의 길잡이. 한밤 속에 스며드는 악마의 전령조. 부엉이 하피 소피게네이아의 지팡이임을. 그러나 후드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그녀의 눈에서는 예전의 비수같은 날카로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귀깃은 축 쳐진데다 로브 아래 깃털에도 윤기가 없는 것이 명백히 보였으니까.

용사에 의해 마왕 및 핵심 수뇌부들이 몰살당한 마족들은 그대로 사분오열되었고, 그 여세를 몰아 왕국군이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진공하였다. 어떤 마족들은 최후의 최후까지 항전하다 아예 멸절되었다. 어떤 마족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알 수 없는 먼 땅으로 도망하였다. 죽을수도 도망칠수도 없던 마족들에게 남은 길은 인간들에게 무릎을 꿇고 복속되는 것 뿐이었으니. 소피게네이아는 세 번째 유형이었다. 강자를 따르는 것이 마족의 미덕. 더 강한 인간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일지. 생존을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내린 결단이었을지. 그건 당사자들의 머리를 열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왕국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를 자축할 전리품들이었다.

"나를 싫어하는 건 알아. 하지만....조금만 시간을 써주겠어? 어찌됐건 당신이 승리했고, 당신이 더 강하잖아."

"승자와 강자의 아량을 베풀어서라도 제발.....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어..."

796 이름 없음 (.F6uz835MM)

2022-08-29 (모두 수고..) 01:48:24

>>795
문 뒤에 있는 이의 얼굴은 바로 보이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 자가 누구인지 사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 저 자가 끌어안고 있는 강철 지팡이의 형태와 문양. 그리고 묶여있는 장신구. 모두 마족의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마족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테니 살아있는 이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허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땅에 마족이 다시 발을 들이밀었고 그것도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자연히 사내의 시선이 차갑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넌..."

당연히 그 목소리도 마냥 고울 순 없었다. 어쩌겠는가. 이 마을은 한 번 마족의 침공에 의해 불탔고 자신은 그 마족들에게 가족을 잃었다. 물론 눈앞의 이 마족이 자신의 가족을 죽이거나 마을을 불태운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사내가 미처 몰랐을 뿐이지. 이 마족도 그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조금만 시간을 쓰고 자신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는 것에 사내는 잠시 생각을 하다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전쟁은 이미 끝났어. 이 마을을 불태우고 침공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피를 튀길 이유도 없어. 그래서 여기엔 왜 온 거지? 내가 알야아 할 사실이 뭐지?"

여기까지 온 이유가 필시 있을테고 어떻게 할지는 그 이유를 듣고 결정해도 나쁠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시간을 쓰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 정확히는 자신이 용사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찾아왔다는 것이니까. 그 이유 정도는 들어서 나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일단 안으로 들어와.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이 마을 사람들은 과거 마족에 의해서 마을이 불타고 가족이 죽은 것들 때문에 마족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마을 사람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널 죽이겠다고 달려들 이도 적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야기는 안에서 시작하자."

이어 그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그녀가 들어왔다면 아마 문을 바로 닫았고 그녀를 바라보며 용건을 이야기하라는 듯, 조금은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자기 전에 이어준 것이 보여서 잇고 바로 자러 가볼게! 이어주면 내일 시간 되면 바로 이을게!

797 이름 없음 (5Ofg2HIPDU)

2022-08-29 (모두 수고..) 16:12:14

>>796
소피게네이아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 낫처럼 푸른 맹금의 발톱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빗방울이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지나간 바닥에는 긁힌 자국, 파인 자국이 없었다. 그녀는 단신으로 이 마을의 모두를 죽이고도 더 죽일 수 있다. 여기서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용사뿐이다.

전쟁 후 인간들에겐 그런 소피게네이아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그녀의 목에는 예속의 주문이 감겨 따라다닌다. 하지만 주문이 불규칙적으로 점멸하는 것이 척 보아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모종의 방법으로 주문을 무력화한 것이리라. 시간 제한이 있겠지. 하루에 허락된 시간 얼마. 그 시간이 끝나면 주문이 돌아오고, 펑. 그녀는 목이 답답한지 표정을 찡그리며 발톱으로 벅벅 긁었다.

"시간이 없어. 짧게 할게."

"두 번째 전쟁이야. 이번에는 인간과 인간. 너랑 왕국."

부와 명예 그리고 사위. 받아들여야 했어. 마족이 와해되었으니 그 다음가는 왕실의 위협은 바로 용사 당신이야. 소피게네이아는 말했다. 그의 무력, 인망, 카리스마.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무력하게 유린당하기만 하던 왕실, 실추된 권위. 왕실이 뭘 했냐고 수군대는 사람들.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던 셈이었다.

"그들이 곧장 군대를 보내지는 않아. 그렇지만 이미 왕실은 내부적으로 숙청을 결의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굳이 물어보진 마. 소위 높으신 분들께서 애완동물로 들인 마족이 한둘이 아니거든?"

나까지 포함해서...라는 말은 자존심 때문에 하지 못했다. 그나마 명성이 있던 마족들이 애완동물 취급이라도 받지. 그것도 못한 하급 마족들은 한낱 자원이 되고 말았다. 노동력, 재료 등등.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고 벌벌 떨면서도 끊임없이 말했다. 어쩌면 예전의 그 만월같던 눈빛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을지도.

"당신도 알아야겠지, 이 사실을. 궁금한 게 있으면 아는 선에서는 말해줄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신도 모르게 지팡이를 쓰다듬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큰 전투 같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곤 했다. 그래, 큰 일을 앞두고 있긴 하지. 소피게네이아는 매캐한 미소를 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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