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696 이름 없음 (E1HKPcpdAA)

2022-08-18 (거의 끝나감) 19:36:27

>>695 막레 아주 잘 받았어! 마지막까지 정말로 귀엽구나!
그리고 어제 그렇게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여캐주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오늘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상거리를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뭔가 뭔가 그다지 떠오르는 것이 없더라. 흑흑.
진짜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이후의 이야기를 떠올리려고 해도 일상 소재가 그렇게 막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시작을 해도 뭔가 좋게 가진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물론 여캐주의 여캐가 매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야. 진짜 너무 귀여워서 지금도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레스를 쓰는 중..이야.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그래도 아마 저 이후에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라인하트는 린에게 결국 함락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 원래 작은 바람이 스며들면 순식간에 물들어버린다고 하니 말이야. 그래서 아마 영생은 아니어도 정말로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지만 그 대신 자신에게 영혼의 한조각까지도 속하게 되는 그런 계약을 제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 드래곤식 결혼법? 대충 그런 느낌?

아무튼 어제 일댈을 얘기했지만 이렇게 얘기해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는 말 전해. 흑흑. 그래도 돌리면서 린 너무 귀여웠다..미련 뚝뚝 떨어지네..

697 이름 없음 (9kY1dsT/G.)

2022-08-18 (거의 끝나감) 19:49:47

>>696

/현실에 치이는 것도 결국 비슷하네요 :) 괜찮아요!! 그럴수 있어요!!
/결혼이라니 린이라면 눈물 펑펑 쏟으면서 기뻐할 지도 몰라요! 한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가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가족계획에 얘이름까지 상상했을지도요!!
/다시 한번 괜찮다고 말씀드릴께요!! 그만큼 요 몇일간 돌리면서 린은 행복했을테고 말씀하신대로라면 또 행복하게, 또 자기 아빠랑 결국 결자해지를 했을테니까 경사에 겹경사엮겠죠!! 고마워요!! 몇일간이나마 재밌게 돌리고 가요!! 다음번에 만난다면 다른 모습 다른 캐릭으로 만나는걸로 해요!! ;)

698 이름 없음 (E1HKPcpdAA)

2022-08-18 (거의 끝나감) 19:52:55

>>697 이해해줘서 고마워! 린이 기뻐하는 모습이 절로 머릿속으로 떠오르네. 아마 그때부터는 라인하트도 용의 모습으로 지내기보다는 인간의 모습으로 아예 고정해서 지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가족계획에 애 이름까지라니. ㅋㅋㅋㅋㅋ 진짜 너무 귀엽다. 린..으앙.
아무튼 나 역시도 돌리면서 정말로 재밌었어. 만약에 또 어딘가에서 볼 수 있다면 그땐 다른 캐릭터와 다른 이름으로 보자! 하루 잘 보내!!

699 이름 없음 (f0GOzYlYpA)

2022-08-18 (거의 끝나감) 20:11:10

>>694
(인어는 너무 순수해 보였다. 보여지는 모습은 성인인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처럼. 좋다는 말조차 아무렇지 않게 꺼내버리는 인어를 담던 여자의 눈동자가 움찔 떨리다 슬며시 아래로 내려간다.) ....그런 말도 그렇게 쉽게 하면 안되는 거예요. (한숨처럼 읊조리던 여자는 생각했다. 이것은 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당신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인어인 당신은 타고난 매력을 흘리고 있었고, 그 어떤 인간이 오더라도 다정하고 아름다운 당신을 좋아하게 되어버릴 거라고.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자, 약간 상기되었던 여자의 얼굴이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는다.) ....... (오므려진 인어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부드럽고 따스한 여자의 손과, 단단하고 차가운 인어의 손. 여자를 구해주었던 손. 맞닿은 손을 내려다 보던 여자의 붉은 눈이 천천히 인어에게로 올라온다. 인어가 붉은 별님을 불렀기에. 이제 인어가 질문하고 여자가 답할 차례였다.) 그건,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여자는 다정한 인어의 시선을 받으며 대답한다.) 그때 바닷속에서 보았던 당신을 잊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목걸이는 마치 지켜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원래의 주인에게 꼭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어가 미워하는 인간들이었다면 목걸이를 얻은 순간 비싼 값에 팔아넘기거나 더 많은 목걸이들을 빼앗으려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어는 알고 있을까. 여자도 인간이지만, 그런 인간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인어가 바라는 예쁜 별님이 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여자의 손 끝이 인어의 손등을 느리게 쓸어내려주다 서서히 멀어진다.) 당신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붉은 눈이 휘어지며 선명한 웃음을 인어에게 처음으로 보인다. 인어가 보아왔던 별님처럼,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예쁜 미소를.)

/인어주가 더 귀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미인계(?)는 여캐가 시전한다! 인어가 여캐의 심장을 홀리니 여캐도 인어의 심장을 홀린다!!

700 이름 없음 (n3D5pN2ABA)

2022-08-18 (거의 끝나감) 21:34:31

>>699
(좋다는 말도 쉽게 하면 안 된다고 여자가 말하자 인어는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기울인다. 좋아서 좋다고 말한건데. 왜 쉽게 하면 안 되는 걸까. 잘 모르겠다. 여자의 말은 어렵지만 그래도 좋다. 한결같은 인어의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였다.) 따뜻해. (여자의 손이 인어의 손을 감싸자 오므려진 손이 살짝 풀어졌다. 차가운 인어의 손에 비하면 여자의 손은 정말 따뜻했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예쁜 별님은 손도 예쁘다. 인어의 손이 덜 차갑고 딱딱하지 않았으면 저 손을 꼬옥 잡을 수 있었을까. 같은, 인간의 손이었다면.) 응. 그래도 내가, 별님에게 준 거니까, 가졌어도 좋았을 거야. (인어는 왜, 라는 물음에 여자가 해준 답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말했다. 여자가 돌려주지 않았어도, 그대로 가졌어도 좋았을 거라고. 인어는 여자의 손이 물러나는 걸 보고, 인어를 향해 지어주는 예쁜 미소를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달빛 속에서도 살며시 빛을 내는 듯한 미소는 인어도 같이 웃게 만들었다. 눈이 가늘어지도록 접히고, 입술 역시 고운 호선이 그려지며 마주 방긋 웃는다.) 별님, 웃으니까 더 예뻐. 반짝반짝, 빛나. (인어는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 여자의 손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또 조심히 들어 손만을 가까이 가져온다. 잠시 여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숙여 손등에 이마를 댄다. 차갑지만 매끈한 머리칼이 살짝 닿고 떨어지면 다른 감촉이 닿는다. 인어의 푸르스름한 입술이 여자의 손등을 스치며 지나가고, 시선을 든 인어는 여자를 바라보며 다시 웃었다.) 나도, 별님이 별님이라서, 다행이야. (인간이지만 별님이라서. 예쁜 웃음을 보여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인어는 생각했다.)

/여캐주와 여캐의 협공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반격이다! 가라 댕청인어!

701 이름 없음 (blxcW4.WSs)

2022-08-18 (거의 끝나감) 22:50:26

>>700
그러니까, 어떤 인간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더 나쁜 마음을 품고 당신을 맹목적으로 잡아가려고 하거나 해치려고 할 지도 모른다고요. 조심해야 해요. (여자는 어린 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조곤조곤히 설명한다. 광기 어린 사랑은 무서운 거에요. 사랑이라는 말조차도 붙이기 싫지만. 하지만 순수한 인어가 그것을 알고나 있을까.) 뜨겁지는 않나요? 다행이네요. (여자는 옅게 웃는다. 물 속에 사는 당신이니, 제 손이 화상이라도 입힐까봐 걱정했어요. 여자의 손이 살짝 풀어진 인어의 손을 더 부드러이 감싼다.) 그래도 저는 돌려주는 것이 더 좋아요. 당신이 다치거나, 죽거나 하지 않았으면 해요. (여자의 목소리는 나긋하게 속삭였고, 여자의 손은 천천히 물러난다. 처음으로 서로를 향한 웃음이 어스름한 달빛 아래서 빛난다.) .....네? (그러나 인어의 다정한 말과 행동은 다시 여자의 가슴이 소란스러워지게 만들어 버린다. 조심스레 감싸 잡혀 인어에게로 향하는 손. 이윽고 손등에 인어의 머리칼이 닿고 푸르스름한 입술이 닿으면, 여자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아... 저.... (다시 상기된 얼굴. 여자는 처음 인어가 그랬듯, 부끄러워 하는 소녀처럼 시선을 피한다.) ....인어는, 원래 다 그러나요? 저는 아직 당신 말고는 다른 인어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한다던가, 손등에 입을 맞춘다던가 하는 것은 정말로 소중한 사람.. 그러니까, 연인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고요. (한참을 쉽게 말을 자아내지 못하던 여자는 한숨을 섞으며 설명해준다. 인어는 별 뜻이 없을텐데도 혼자 홀려지는 것 같은 제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그러니까, 아무에게나 그러면 안 돼요. (여자는 생각했다. 당신이 저를 특별하게 여겨주는 것 같은 이 착각에 익숙해지면 안된다고.)

/인어주와 인어씨의 반격으로 여캐주와 여캐는 KO패 되었다.. 여캐도 반격하고 싶지만 여캐는 인어씨처럼 순수하지 못해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대신 인어씨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시전했다! 가라!

702 이름 없음 (n3D5pN2ABA)

2022-08-18 (거의 끝나감) 23:36:40

>>701
(인어는 여자의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여자가 인어를 걱정해준다는 것과 '나쁜 인간'이 인어에게 아픈 짓을 할 수도 있다는 건 알아들었다. 좋아하는데 어째서 나쁜 짓을 하는 걸까. 여자가 하는 말보다 더, 인간은 어렵다. 인어의 가지런한 눈썹이 살짝 쳐졌지만, 금방 원래대로 돌아온다. 뜨겁지 않냐는 물음에 도리도리 고갯짓을 한다.) 응. 이제 다치지 않아. 죽지도 않을 거야. (인어가 목걸이를 받았으니 여자의 바람대로 될 거라고 인어는 말했다. 그건 곧 인어와 여자의 시간이 어긋남을 의미하지만. 인어는 잘 몰랐다.) 별님, 얼굴도 별빛이 됐어. 예뻐. (인어의 행동에 붉어진 여자의 얼굴을 보고 붉은 별님의 색이 되었다며, 예쁘다며 웃었다. 웃는 얼굴도 좋지만 빨갛게 반짝반짝하는 얼굴도 예쁘다. 싱긋 웃고있던 인어는 여자가 입을 열자 조용히 그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소중한 사람, 연인,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해주는 것. 좋아한다는 말도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것도. 멀뚱히 머리만 기울이던 인어는 아무에게나, 라는 말에 얼른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야. 나, 너 말고 이런 적 없어. 붉은 별님한테만, 보고 있으면 이러고 싶어지니까. 좋아한다고 말도 하고 싶어지니까, 너한테만. (인어는 뜻밖에도 진지한 표정에 진지한 눈빛으로 얘기하더니, 폭탄과도 같은 발언을 참 쉽게도 내놓는다.) 나.. 별님을, 사랑, 하는 걸까? (너무 오랜 시간을 고독하게 지낸 인어는 알 수 없었다. 대답을, 해답을 구하듯 여자를 바라보는 인어의 뒤로, 저 멀리 수평선부터 빛이 떠오른다. 새벽이 옷자락을 거두고 아침이 찾아올 시간이 곧이었다.)

/인어씨 능지는 인어주도 이마를 팍팍 치게 만들었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답을 어떻게 해줄지는 여캐주에게 맡기며! 슬슬 마무리도 해보자구!

703 이름 없음 (3GUjn1cAzw)

2022-08-19 (불탄다..!) 00:13:13

>>702
다행이에요, 정말. 앞으로도 다시는 다치거나 죽으면 안 돼요. (여자의 목소리가 나긋한 속삭임을 전한다.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것은, 이제 정말로 당신과 저는 살아가는 길이 달라졌다는 뜻이겠죠. 여자는 어긋나버린 인어와 여자와의 시간을 어렴풋이 느꼈다. 하지만 말 대신 옅은 미소만을 인어에게 보여준다.) .....보지 마세요. (인어는 순수하게 보이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일테지만, 여자에게는 그것조차 큰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뒤늦게나마 여자는 고개를 돌려 머리카락으로 상기된 얼굴을 가려버린다.) .......저.. 잠시만요, 당신....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는 있나요? 여자는 묻지 못했다. 진지한 인어의 표정과 눈빛을 마주한 여자의 붉은 눈이 크게 뜨여지고, 입술은 말을 자아내지 못한다. 여자는 인어의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여자의 마음이 소란스럽다. 심장 소리가 시끄럽다. 당신이, 들어버릴 것만 같아요.) ........ (인어의 뒤로, 아침 해의 빛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둠이 천천히 걷히려 하자 인어의 말대로 별빛처럼 붉게 상기된 여자의 얼굴이 선명히 드러난다.) .....사흘 뒤. (잠시 후, 여자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꺼낸다.) 그 때까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로 생각해보도록 해요. 저희가 다시 만날 때까지. (여자는 인어의 손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나긋히 말하던 여자의 붉으스름한 입술이 인어의 손등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멀어진다.) .....이제 아침이에요. (이별의 시간. 여자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인어의 손을 따스히 감쌌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요. 당신. (몸을 기울인 여자는 인어에게 인어가 좋아하던 별님 같은 얼굴로 웃어준다. 아침이 찾아와도 잊혀지지 않을, 인어만의 붉은 별님처럼.)

/여캐주도 인어씨의 순수함과 진지함에 홀려서 이마 팍팍 치다가 여지를 남기는 대답을 했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무리도 자연스럽게! 인어주가 막레 주면 될 것 같아!

704 이름 없음 (UTUplSJPuI)

2022-08-19 (불탄다..!) 00:58:02

>>703
(여자가 보지 말라고 하고 고개를 돌려도 인어는 줄곧 바라보았다. 가리지 말고 더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예쁜데. 인어가 움직이면 보일까 싶던 여자의 얼굴은 상기된 채 눈동자를 동그랗게 띄운 모습으로 다시 보였다.) 눈도 반짝반짝해. 예쁘다. 붉은 별님아. (인어는 여자의 표정이, 그 반응이, 인어가 던진 말 때문인 줄도 몰랐다. 그저 예쁘게만 보였다. 예쁜 얼굴에 서서히 비춰오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조금은 반가울 만큼.) 응. 달이 세 번, 뜨고 지면, 다시 만나자. 다시 얘기하자. (여자는 대답을 보류, 혹은 얼버무렸지만 인어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만으로도 좋았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던 인어에게 여자가 손등에 입 맞추는 모습이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입술이 닿을 때 조금 뜨거웠다. 하지만 싫지 않다. 인어는 여자가 놓아준 손을 거둬 그 손등에 얼굴을 댔다. 여자의 온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붉은 별님도,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아. 예쁜 별님으로 다시 만나자. (인어는 여자를 바라보며 같이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성큼 다가온 햇살이 인어의 얼굴을 비춰 미소는 더욱 선명해진다. 서로 나중을 기약하고, 인사를 한 후엔, 인어도 바위에서 훌쩍 몸을 내려 물 속으로 잠겼다. 참방이는 작은 물살 아래로 은빛 비늘이 한참을 반짝거렸다. 여자가 바위를 떠나고 해변을 떠날 때까지, 언제까지고 그 자리를 맴돌다가 어느 순간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사흘 뒤를 기약하며.)

/막레 대령이오~~~~ 여캐주 정말 수고했어! 가볍게 시작했었는데 엄청 재밌었어!!!

705 이름 없음 (OueXbXHMv6)

2022-08-19 (불탄다..!) 01:00:36

야! 너 죽기 전에 연애 고수였다며. 네 조언만 믿으라며! 이게 뭐냐고, 소개팅 나온 사람 표정이 그렇게 겁에 질리는 건 난생 처음 봤다. 경찰에 신고하려던걸 간신히 막았다고. (추천 받아 산 화려한 형형색색의 하와이안 셔츠에 선글라스, 그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흉악한 얼굴로 이미 죽어 영혼만 남은 당신에게 역정을 낸다. 사실 화를 내기보다는 기운이 없어 보이지만.)

#퇴마사와 귀신! 그 외에 세세한 설정은 얼마든지 ok! 맥커터만 사절이야~

706 이름 없음 (5en.XDJs6g)

2022-08-19 (불탄다..!) 01:13:44

>>704
/고마워! 인어주도 정말 수고했어! 나도 가볍게 시작했었는데 인어주와 인어씨 덕분에 너무 재밌었어!!!
/인어주만 괜찮다면 1:1로 이야기 더 이어가보고 싶은데 인어주는 어떻게 생각해? 부담스러우면 이대로 끝내도 괜찮으니까 편히 말해줘~~

707 이름 없음 (UTUplSJPuI)

2022-08-19 (불탄다..!) 01:28:27

>>706
/응응! 같이 즐겨서 정말 기쁘구 다행이구~~ ㅎㅎㅎㅎㅎ
/일댈은 나두 살짝 생각해봤는데~ 앞으로의 돌릴거리도 애매하고 그러니 이대로 마무리하는게 제일 좋을 거 같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만큼 즐겁게 돌렸던 기억으로 남는게 더 좋기도 하구!

708 이름 없음 (QPJSSKvOsw)

2022-08-19 (불탄다..!) 01:45:49

>>707
/알았어! 인어주가 그렇다면 이대로 마무리하자~~ 인어씨의 질문도 그렇고 대답에 대한 여지가 남아서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인어씨 보면서 정말 재밌고 즐거웠어~~ ㅎㅎㅎㅎㅎ
/같이 즐겨줘서 고마워~~ 행복했어! 인어주도 좋은 밤 보내!

709 이름 없음 (UTUplSJPuI)

2022-08-19 (불탄다..!) 01:50:21

>>708
/나도 정말 정말 재밌었어! 여캐주도 좋은 밤! 그리고 매일 행복하길!

710 이름 없음 (DVq2tD3sU.)

2022-08-19 (불탄다..!) 06:56:13

>>705
엄밀히 말해서 소개팅 상대가 신고까지 하려 들 정도로 안전감을 못 느낀 걸 내 잘못이라고 하면 안되지. 그 친구가 네가 진짜 마음에 들었으면 아보카도 티셔츠에 호박바지를 입고 있었어도 개의치 않았을 걸? (하늘색 바탕에 흰 꽂무늬가 그려진 하와이안 셔츠에 청반바지를 입은 귀신이 뚱한 얼굴로 대꾸한다.) 애초에 난 내 애인과의 연애는 잘 해냈다고 했지 패션 고수란 소리는 안 했다. 생전에 패션과는 1도 상관 없이 취향껏 입고 살았던 일반인 귀신한테 뭘 바래? 어쨌거나 일 끝났으니 난 그만 성불하련다. 담당 사자 양반이 더 지체되면 못 간다고 난리라고. 그럼 간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저승사자를 따라 훌훌 간다.)

711 이름 없음 (C2XgoLWVZ.)

2022-08-21 (내일 월요일) 00:10:04

오랜 전쟁이 드디어 끝을 맺었다. 오랫동안 세계 뒤에서 혼란과 혼돈을 조장하며 그것을 즐기던 사악한 존재가 있었고 그 때문에 세계에 살아가던 수많은 종족들은 교묘하게 유도되어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다른 종족을 서로 멸하려고 했다. 자신들이 멸망할 위험에 놓였을 때, 인간족들은 오랜 전설로 내려오던 의식을 시도했고 그 의식에 따라 다른 세계에서 선택받은 존재를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내였으나 곧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는 인간족을 위해서 싸웠다.

처음에는 대립하고 못 잡아먹던 분위기였으나 이세계에서 소환된 사내의 활약으로 점점 그 오해가 풀리면서 싸움은 사그라들었고 마침내 전 종족들은 자신들을 뒤에서 교묘하게 조종하던 사악한 존재를 알게 되었다. 각자의 종족을 대표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종족에서 전해지는 시련을 극복하여 그 종족에게 이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가 내렸다고 하는 전설의 무기를 손에 넣었고, 그 무기를 이용해 마침내 사악한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 이후에 종족간의 싸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나 적어도 서로를 멸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주 먼 훗날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아예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어쨌든 종족이 하나가 되어 길고 긴, 서로를 멸하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상당히 기뻐했다.

허나 온전히 지금 이 상황을 기뻐하기 힘든 사람도 한 명 있는 법이었다.

'...일단 다 끝난 것 같긴 한데, 돌아가지 못하겠지. 난. 사고에 휘말렸다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여기로 왔고...'

보름달이 뜨는 밤 시간, 축제 소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한적한 담벼락에 사내는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봤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2개의 원이 겹쳐진 형태였기에 상당히 이질적인 것이었으나 이 세게에 온지 여러해가 지난 사내에게 있어서는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허나 그 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이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는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난 죽은 것으로 처리 되었을까. ...궁금해지네. 여러모로.'

물론 부모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내는 고아였으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어떻게든 들어갔고 학비를 모으기 위해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차량이 들이닥쳤으니까. 반사적으로 몸을 가리면서 방어자세를 취하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가 무슨 목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컴컴한 성의 지하실 안이었다. 그 이후에 이 나라의 왕에게 불려가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뭔가 이런저런 사명을 맡게 되었던가. 자신이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리며 사내는 쓴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이제 어쩌면 좋으려나.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이젠 없지 않나. 그렇다고 돌아갈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막막하네.'

/아주 흔한 이세계물로 이세계에 와버린 사내가 자신의 사명을 다 했지만 돌아가지 못하고 이세계에서 달을 보면서 생각에 빠진 그런 상황이야. 어떤 캐릭터로 이어줘도 상관없지만 뜬금없이 전쟁 분위기를 또 만들거나 막 뜬금없이 이상한 것으로 꼽을 주는 맥커터만 아니면 어떻게 이어도 오케이!

712 이름 없음 (P5rCANLTEM)

2022-08-21 (내일 월요일) 14:09:40

>>711

"어이!!"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용자가 두리번 거려봤자 아마 찾을수는 없을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저 위의 상공으로 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였으니까,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져가고 이내 목소리가 점이 되어가며 사내의 시야로 들어온다. 그것은 다름아닌 와이번 라이더, 전쟁 내내 그와 전선이 겹치지는 않았으나, 나름 인족 사이에서 인망이 두터운, 전쟁 후반에는 그의 의견에 동조해서 이야기를 끝맺는데 열심히였던 인물이었다.
각 종족 내에서 와이번 라이더들은 정말 드문 개체들이었다. 그마저도 각종 무기들을 다룰수 있고 전선 주파 능력이 뛰어났던건 인족의 와이번 라이더였던 그녀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순식간에 활강을 하며, 평범하고도 비범한 용기사는 은색 빛의 와이번을 능숙하게 조절해 유려하고도 부드럽게 바람 한점 없는 기세로 와이번을 내려 앉히고는 그대로 지상에 착지, 고생했다는 듯이 냉동보존 마법이 걸린 사슴고기 한덩어리를 와이번의 입에 물린 뒤 가만히 그에게 다가갔다.

"승리의 주역이자 종지부의 쐐기께서 왜 그렇게 죽상이야?"

만난적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마냥 기쁘게 그의 등을 토닥이면서 낄낄 웃었다. 물론 그녀도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전선에서 있다보면 온갖 소문이 들렸으니까, 그 중에는 암암리에 용사가, 지금 이 눈앞에 있는 남자가 자기들과 사는 곳이 다른 곳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같이 전장에 서서 선봉장을 맡고, 탐색과 보급을 맡았던 같은 전우로서 그저 조금 짐이 무거워 보여서 말을 걸은 것 뿐이니까. 그녀는 천천히 은색 수통을 집어 들었다. 망설이지 않고 수통을 개봉하는 순간 알싸한 알코올 내음과 함께 특유의 기포가 올라온다. 냉장 보존 마법이 걸린 수통에 물 대신 맥주를 집어 넣었다니, 전시라면 백타 걸려서 경을 칠 일이었으나, 이미 그런걸 신경쓸 상황은 멀리 날아간지 오래였다.

"마실래?"

/지역 순찰 중인 와이번 라이더 여기사라는 설정이야!! 종족 대표전에서는 선발되지 않았지만 각 전역에서 소수의 와이번 라이더들을 이끌고 사상자 한명 없이 완벽히 임무를 수행해낸 베테랑중의 베테랑 드라이버라고 보면 되!! 용사하고는 직접적인 안면 인식은 없지만, 소문이나 실제 전장상에서 보고 도중에 용사 소식을 알음알음 접해왔고 이번에는 진짜 우연히 만나게 됐다는 걸로 내용 가닥을 잡았어!

713 이름 없음 (C2XgoLWVZ.)

2022-08-21 (내일 월요일) 14:37:43

>>712

"너는?"

목소리가 난 상공을 바라보자 뭔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와이번. 아니. 정확히는 와이번에 타는 전사, 와이번 라이더의 모습이었다. 물론 딱히 안면이 있는 이는 아니었다. 물론 상당히 실력 좋은 와이번 라이더들이 있었고 그 중에 정말로 실력이 좋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인간인 와이번 라이더가 있다는 것은 사내도 들은 적이 있었기에 대충 어떤 이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름다은 은색 빛의 와이번이 고기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는 여성을 바라봤다. 자신의 등을 토닥이면서 껄껄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내는 쓴 미소를 지었다. 승리의 주역이자 종지부의 쐐기. 자신을 그렇게, 혹은 비슷하게 부르는 이를 꽤 많이 만났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었다.

"그 싸움은 내가 주역이라기보다 모두가 함께 했기에 끝낼 수 있었던 싸움이야. 그러니까 승리의 주역이라고 하면 너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름은 모르지만... 상당한 엘리트이자 베레탕인 인간 와이번 라이더 씨."

함께 생사를 같이 한 동료는 아니긴 했으나 그럼에도 한 번은 마주하고 싶었던 인물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이가 술을 권하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늘은 조금 마시고 싶었으니까. 딱히 미성년자도 아니었으니 술을 먹는다고 해도 크게 마음에 찔리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곳 술은 이곳 술대로 특유의 향과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들기도 했고.

"괜찮다면 한 잔 받아도 될까? 그것도 그런데 그렇게 죽상이었나? 혼자 조용히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말이야. 너무 못 난 표정이었다면 못 본 척 해줄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는 비밀로."

딱히 다른 이와 벽을 두고 사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아직은 모든 전쟁이 끝이 나고 세계에 평화가 온 것을 기뻐하고 축하할 시기였다. 그렇기에 사내는 자신의 사정은 아주 살짝 미뤄두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너는 여기엔 무슨 일로? 축제 거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인데."

/설정 잘 읽었어!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일단 사내 쪽에서도 그 여기사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 물론 딱히 마주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이름이 있고 유명한 여기사인 모양이니 말이야. 그렇기에 사내 쪽에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는 설정으로 잡아봤어.

714 이름 없음 (C1qop2E3jc)

2022-08-21 (내일 월요일) 14:39:12

(명찰 달린 하얀 블라우스, 에어컨은 틀어주질 않아 활짝 열린 창문들. 주인 없는 창문가 자리에 앉아 날리는 커튼을 보며 멍때린다. 입에는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있고, 머리카락 몇 가닥은 땀에 달라 붙었다.) 여름 지옥 겨울 천국... (넋 나갔나?)

715 이름 없음 (P5rCANLTEM)

2022-08-21 (내일 월요일) 15:08:06


>>713

"아아, 괜찮아 괜찮아. 그런거 이야기 할 정도로 입은 싸지 않아."

금발에 잡티없는 전형적인 고양이 상의 미인이 입가로 씨익 호선을 그린다. 얼음장 같은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털털한 성격을 자랑하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경장차림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찬합을 꺼내 술을 따라 건네었다. 조금은 미안한 것인지 그녀는 머쓱한 듯 술이 가득 담긴 찬합을 남자에게 건네며 살짝 떨떠름한 웃음을 그렸다. 뭐랄까, 다른 의미는 없이 잔을 안챙겨왔다는 그런 미안한 표정이 담긴 웃음이었다.

"예로부터 상관이 고생해야 아랫사람들이 편하다고 했어, 오늘 당직 겸 초계 근무 1~2번은 나거든. 최소한의 인원은 빼고 전부 휴식 보냈어. 경사고 오랜 기간동안 싸웠던 아이들이잖아. 좀 쉬어야지."

그렇게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이야기 해준 뒤, 수통에 입을 대고 술을 들이킨다. 과실주도 조금 섞인 탓일까, 맥주의 알싸하고 강렬한 목넘김 뒤로 사과향이 톡 쏘듯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런 밤 하늘 분위기에는 최고의 반주가 아닐까, 그녀는 살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당장 2년전만 하더라도 정말로 미친듯이 날아다녔다. 그렇게 종족 연합군으로 이뤄져서 편제에 대해 고민하고 또 각종 초계 근무까지 몸을 갈아넣는 업무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저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달려나가는, 맹목적인 달리기였다.
때로는 힘들었고 때로는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종족을 넘어서서 자신을 믿은 그들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 무장을 하고야 말았고, 그들의 단결력은 전 군의 귀감이 되어서 결국 초창기 제압당했던 제공권을 다시 찾아오는 혁혁한 공을 세움으로서 하늘 길을 열어내었고, 그들의 대장이었던 그녀는 그 공을 부하들에게 전부 돌림으로서, 자신의 이름보다는 부하들의 이름이 빛나게 하여,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내고 종전인 지금에서도 휘하 장병들의 존경이 되고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너도 참 꽉 막힌거 같아."

동류를 만났다는 듯한 그녀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경장 속에 체인메일이 입혀져 있기 때문일까? 살짝 쩔그럭 소리가 가볍게 울려퍼진다.

"막막하지 않냐. 사실 나도 그렇거든, 전쟁 끝나고 이제 뭐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그녀가 살짝 윙크를 보내며 용사, 아니 그저 평범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세간은 단합을 이뤄낸 자, 주역, 등등으로 칭송하기 바빴지만 지금 그녀가 보기에는 그저 남들과 비슷하지만, 그저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내일 뿐이었다.

/오히려 받아줘서 고마워!! 사실 엄청난 일이지, 따지자면 대령급이 지금 초계 근무를 읍읍....
/전역 직전의 군인들끼리의 대화는 남녀 상관없이 막막하다 카더라요

716 이름 없음 (C2XgoLWVZ.)

2022-08-21 (내일 월요일) 15:48:02

>>715

그녀가 내민 찬합을 받아들며 사내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쭈욱 들이켰다. 역시 자신이 원래 세계에서 먹던 맥주와는 다른 맛과 향이었다. 언제 먹어도 이쪽이 조금 더 취향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찬합을 입에서 떼어냈고 입가에 묻어있을 술을 입고 있는 옷 소매로 닦아냈다. 그러다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사내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술을 먹어도 되는 거야? 그것도 이렇게 구석진 곳에 와서 말이야.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말하진 않겠지만 조심해. 물론 나라면 적어도 요 며칠 동안은 조금 봐주고 그럴 것 같지만 윗분들 중에서는 묘하게 딱딱한 이들도 있잖아? 여기서도 말이야."

동료들과 길을 떠난 후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며 사내는 쓴 웃음소리를 냈다. 상황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좋은 결과만 가지고 오라고 달달 볶는 왕가의 사람들부터 포함해서 귀족가의 사람들까지. 모두 한때는 참으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모든 것이 끝나고 사명을 마친 지금에서는 다 지나간 추억일 뿐이었기에 그는 그저 그런 웃음소리로 넘길 수 있었다.

꽉 막혔다는 그 말에 사내는 무슨 말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봤다. 이어 들려오는 말은 막막하지 않냐는 물음이었다. 그 말에 사내는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 정도라면 여기저기서 불러주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다른 일들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치안을 지키는 기사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물론 내 쪽은 확실히 막막하지만 말이야."

다른 세계에서 소환되었고 그야말로 갈 곳 없는 처지였다. 물론 한동안은 영웅이라면서 여기저기서 혜택을 많이 주고 이런저런 특혜를 줄지도 모르나 그게 과연 얼마나 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그 모든 것이 잊혀지기 마련이었고 자신 역시 그저 갈 곳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던가.

"고향으로 돌아갈까 싶어도 돌아갈 수도 없거든."

/대령급이 초계 근무라니. 대체 얼마나 솔선수범한 지휘관인거야! 저런 지휘관이 많아져야 하는데 말이야. 물론 사내는 전역 때문에 막막한 것만은 아니지만 비슷한 처지긴 하네.

717 이름 없음 (rpkJJwj1S6)

2022-08-21 (내일 월요일) 22:28:59

>>716

"오오오오, 잘 마시네. 그래, 그래. 쭉쭉 들이켜."

생각보다 어리다고 생각해서 잘 못 마실줄 알았는데 마시는 폼이 제법이다. 다행히 초계비행이 아직 안끝난 상태라 약한 술로 가져 왔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녀도 재차 술을 한모금 들이킨다. 재차 알코올의 씁쓰름함이 다시 한번 사과향에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어내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상관 없어. 어차피 지휘관도 나고, 높으신 분들이 뭐라해도 어차피 너나 나나 공적은 많아서 이정도 땡땡이는 껌이야 껌, 게다가 다들 지금쯤이면 골아떨어졌을텐데, 안 들키면 블랙잭 19번패지 뭐. 게다가 시간 많아. 2번초까지 내 근무고, 어차피 3번초부턴 다시 당직 사령으로 들어간뒤 근무 끝나자 마자 3박 4일 휴가, 완벽한 시나리오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간 본인이 날면서 본 하늘은 검은 구름과 매캐한 연기로 가득찬 전장의 하늘뿐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올려다본 하늘은 이렇게 청아할 수 있을까, 라고 느낄 정도로 아름다웠고, 이 하늘 길을 열어낸게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일말의 뿌듯함 마저도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어지는 용사라고 불리우는 사내의 말에 그녀는 끌끌 웃으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볍게 먼지를 털어낸 다음 천천히 자신의 애룡, 은빛 여왕의 고삐를 잡아채고는 가만히 용사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 또한 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 그녀는 천천히 투구를 다시 쓰며 입을 열었다.

"그럴때, 난 가끔씩 이 아이랑 날았어. 아무리 피곤한 때라도 하늘을 날고 있는 동안에는 많은걸 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답을 알려 줄때도 많았어. 그러니까...."

그녀가 투구의 얼굴 가리개를 내리고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담아 비룡에 올라탔다.

"자, 어서 타. 같이 초계 근무나 한판 뛰자고, 아 설마.... 용사 씩이나 되서 하늘이 무서운건 아니지?"

명백한 도발이었다.

/많이 늦었다아아아아아!!

718 이름 없음 (C2XgoLWVZ.)

2022-08-21 (내일 월요일) 23:02:55

>>717

"정말로 완벽하네. 그 정도 계획은 짤 줄 알아야 지휘관을 하는구나."

물론 칭찬할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굳이 그는 세세하게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지금은 전쟁이 끝났고 모든 종족들이 하나가 되어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당장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테고 하루 정도 눈감아준다고 당장 큰일이 일어나진 않을테니까. 사악한 존재가 온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이미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했었으니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다.

한편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단순히 하늘을 날고 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잊을 수 있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계 자체를 넘어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자신이 알기로는 여기에 없었다. 자신이 이곳에 올 때 들려오던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면 모를까. 그 날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도발하듯이 올라타라고 하는 그 말에 사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늘이 무섭냐고? 천만에. 여기에 막 왔을 때라면 모를까. 이 세계에 와서 별별 체험을 다 했었다. 고작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 무서울리가 있을까.

"누가 무섭대? 와이번은 아니어도 하늘을 나는 다른 생명체를 탄 적도 많거든? 좋아. 할 것도 없고 지금은 축제에 끼일 기분은 아니기도 했으니까."

이내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 와이번의 뒤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그러고 보니 이거 두 명이 타도 괜찮은건가? 보통은 한 마리당 한 명만 올라타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늦게나마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와이번. 두 명이 타도 괜찮은거야? 물론 와이번이나 되었으니 갑자기 무거워하진 않겠지만..."

/괜찮다아아!

719 이름 없음 (W6/qDOeb7o)

2022-08-22 (모두 수고..) 01:07:50

>>714
악마 어서오고. (당신의 앞자리 의자를 드르륵 끌어 안고는, 타올로 감싼 얼음이 든 봉투를 볼에 가져다대준다. 머리카락이 전부 젖어있지만, 땀이 아니라 물로 한 번 씻고온 듯 하다.) 2반 애들 상대로 삼 대 떡으로 이기고 왔다. 감상은?

720 이름 없음 (W6HrmHXw8Y)

2022-08-22 (모두 수고..) 07:10:39

>>718

"오? 걱정해주는거야?"

은빛 여왕을 걱정해주는 모습에 그녀가 의외의 표정을 지어보인다. 용기사들이 타고 다니는 와이번들은 전부 그 힘이 무지막지 하기로 유명했다. 실제로도 그녀가 꾸린 용기사 편대가 중간 보급로에서 긴급한 최전방 부대까지 모든 장구류를 벗어 경량화 한 직후 2일에 걸쳐서, 한달은 족히 견뎌낼 보급품을 투하하는데까지 성공했으니까.
게다가 은빛 여왕은 그 와이번들 중에서 정점에 속해있었다.현대로 따지자면 최신예 전투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강함을 지닌게 은빛 여왕이었다. 자리를 잡은 용사의 말에 그녀는 아주 잠깐 동안 투구가리개를 벗고 믿음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아니 우리는 베테랑이야. 한번 믿어봐."

그녀가 여분 투구를 건넨다. 용기사 투구는 날카로운 곡선형 디자인이었다, 최대한 바람 저항을 견뎌내고 사용자의 안전을 생각한 디자인, 안쪽으로는 방풍마법과 보온 마법이 걸려 있어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는 필수품을 증명하고 있었다.

"너, 하늘길 열린 이후 제대로 안날아봤지? 전장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꺼야. 그러니까 네가 한걸 보러가보자."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투구 가리개를 가리고 고삐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녀의 뜻을 안 것일까, 은빛 여왕은 거세게 날개를 친다음 가벼운 목울림을 내며 순식간에 급상승을 해보인다. 찬 바람이 몸을 그대로 강타하는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고도가 올라가자 풍경이 바뀌어간다.

"꽉 잡아, 속도 올라간다."

그 말을 끝으로 은빛 여왕이 낼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하늘을 누비기 시작한다.

721 이름 없음 (2x5H6N//yE)

2022-08-22 (모두 수고..) 07:58:04

>>719
염라대왕 어서오고. (볼에 가져다대준 것이 무엇인지 확인치는 않고 그저 시원한 느낌에 기댄다.) 오~ 이겨서 기분 좋겠네. 아이스크림 사줘. (이미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숨기지도 않는다. 아니, 대놓고 한 입 물었다.)

722 이름 없음 (W6/qDOeb7o)

2022-08-22 (모두 수고..) 11:49:58

>>721
사탄아 물럿거라. (당신의 땀에 젖은 앞 머리카락 몇올을 집어 빙글빙글 꼬아본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오자 제 몸에 손부채질을 하며 의자에 등을 기댄다.) 예의 상 먹고 있는 건 좀 숨겨라. 또 배탈나서 엉엉 우려고? 유치원 때 처럼?

723 이름 없음 (TehfYNC4bk)

2022-08-22 (모두 수고..) 14:18:32

>>722
아이스크림을 제물로 바치면 물러가주마~ (몇 가닥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갖고 장난치자 흘끗 쳐다본다. 그래도 너에 비해서는 뽀송했다.) 내가 왜. 그리고 그 때 운 건 너였거든? 더위 먹었나 이게. (손부채질하는 게 안쓰러워 손을 보태준다.)

724 이름 없음 (W6/qDOeb7o)

2022-08-22 (모두 수고..) 15:51:25

>>723
항상 거짓말하잖아, 너. 저번에 사달라했던거 진짜 마지막이라고 한 거 기억안나?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말아 파마한 사람처럼 만드는 것을 반복한다.) 오케이, 인정. 근데 내가 운 이유는 너가 화장실에서 안나왔기 때문이다. (당신의 손부채질로도 감질이 나는 지, 서랍에 마음대로 손을 넣어 당신의 교과서를 꺼내 부채질을 한다.)

725 이름 없음 (FQF1oPVZjs)

2022-08-22 (모두 수고..) 16:15:53

>>724
어떻게 알았냐? 기억 안 나. (머리카락 장난질은 한두번하고 말겠거니, 시큰둥하게 바라봤는데 계속 반복하자 입을 열었다.) 야아, 그러다 엉키면 네가 곱게 빗어둬라? (인정하자마자 부정이라니, 어이가 없어 코웃음 쳤다.) 아이구, 보고 싶어서 울었어요~? (교과서를 꺼내가자 아이스크림을 마지막으로 문다. 막대만 남았다.) 교과서 대혀비는 아이흐크림으로 받겟흡니다.

726 이름 없음 (W6/qDOeb7o)

2022-08-22 (모두 수고..) 16:33:21

>>725
또, 또 거짓말. 이 입이 문제냐? (모르고 한 올 뽑아버린 머리카락으로 당신의 입술을 쿡쿡 찌른다.) 뭐 어때. 내츄럴하고 좋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슥슥 앞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해준다.) 미쳤냐? 내가 연 화장실 문으로 너가 들어갔잖아. (이쪽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신이 물고있는 막대를 뽑아 쓰레기통을 향해 던진다.) 아무래도 아이스크림 귀신이 들러붙었나보다. 언제 갈건데?

727 이름 없음 (NGl.8UzYJY)

2022-08-22 (모두 수고..) 16:52:12

>>726
아! 내 소중한 DNA! (머리카락 뽑히니 휙 쏘아본다. 네 손가락이라도 콱 깨물어버릴라 고민 중이다. 계속 해보라는 듯 눈빛이 매섭다.) 어디 너도 내츄럴 해볼래? (네 머리카락을 헝클이다 못해 헤집으려 든다.) 아닌데. 그럴리가. 너 벌써 기억력이 좀...? (입에 물고 있던 막대가 쓰레기통으로 날라갔다.) 어, 걔 내 짱친절친베프. 인사해. (진짜 귀신이라도 있는 줄.) 뭘 언제야, 당연히 지금이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728 이름 없음 (K9cCgO4J66)

2022-08-22 (모두 수고..) 17:13:15

>>727
워워, 반복되는 소리는 댕댕이를 불안하게해요. (손가락으로 찌르고 빼는 시늉을 반복한다. 이러다 물린 게 한두번이 아닌데. 자기 머리 만져지는건 죽어도 싫은 지, 얄밉게도 고개를 휙 빼버리고는 한숨을 내쉰다.) 귀신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당신을 따라 일어서는 도중, 축구공이 날아온다. 재빨리 무릎으로 막아내 드리블하고는 구석으로 차버린다.) 야, 복도에서 뽈 차지마라. (공은 운좋게도 쓰리기통 안에 골인한다.) ...저 볼 네 침 묻어서 다신 못차겠다.

729 이름 없음 (1OYkX5fV7c)

2022-08-22 (모두 수고..) 17:43:59

...이런 이런. 있어선 안 될 이가 여기 있구나. (마경이라 불리는 어느 숲 속. 인간은 절대 제 발로 들어오지 않을 그런 곳에 있는 한 인간을 보고 그 존재는 중얼거렸다. 어떤 감정도 없는 눈으로 인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말을 걸어본다.) 이름 모를 인간아. 어인 일로 예까지 들어왔더냐? 여기는 생을 마감하는 곳이 아니란다. 길을 잃은 거라면 내 친히 밖으로 내어보내주마. (망토를 단단히 두르고 모자를 푹 눌러쓴 그 존재는 나긋한 울림이 듣기 좋은,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무서운 숲 속에 사는 마녀? 마남?과 어떤 이유로 무서운 숲에 버려졌거나 스스로 들어온 인간의 조합이 급 땡겨서 올려본다!
/인간은 어린아이일지 어른일지는 이어주는 참치 자유! 맥커터는 절 대 사 절!!!

730 이름 없음 (SJLB36fdaA)

2022-08-22 (모두 수고..) 18:22:04

>>728
누가 댕댕이냐? 누가? (물어버리려고 했으면서 참 뻔뻔하다.) 내가 언젠가 꼭 네 머리를 삐삐로 만들어버릴테다. (고갯짓으로 피해나간 손이 어정쩡하게 멈췄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게 사냥감이라도 노리는 건가 싶고.) 귀신님은 내가 너 놀아주느라 고생 많다던데. (축구공이 저에게 날아오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 네가 막아주니 심장께 꼭 쥐고서 농담이나 한다.) 와이씨, 귀신님 만나러 갈 뻔 했네. (쓰레기통 안에 들어간 공을 보고서 네가 하는 말에...) 어, 네 물건에도 다 침 발라둘테니까 다 나 줘라. 내가 대신 써줌.

731 이름 없음 (oh5fBXAt1.)

2022-08-22 (모두 수고..) 19:51:01

>>720

"전문가가 그렇다면 믿어야지."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저렇게 자신만만하니 사내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 만약 일부러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대처법이 있기도 했으니까.아무튼 그녀가 내미는 투구를 얼굴에 쓰며 그는 나름대로 위치를 조정했다. 낯선 투구였지만 그럼에도 마냥 불편하진 않았기에 그는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전쟁 중에선 꽤 여기저기 날아다녔지만 평화가 찾아온 이후로는 없었어. 딱히 그렇게 할 이유가 없기도 했고. 그럼 기분 좋게 날아볼게."

고도가 순식간에 바뀌자 점점 땅이 멀어져갔다. 무언가에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은 역시 비행기를 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허나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그는 나름대로 균형을 잘 맞췄다. 자신의 실수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위험한 일이고, 민폐가 될 일이었으니까. 두 손으로 꽉 잡으며 그는 바뀌어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투구 덕인지 정말로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으나 그 바람이 그렇게까지 매섭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게 와이번을 타고 다니는 이들이 쓰는 무장인 것인가. 신기하다고 느끼며 그는 고개를 내려 땅을 바라봤다. 높이가 꽤 있었기에 정확하게 땅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기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정말 이 세계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이 절로 느껴지는걸. 이렇게 날아다녀도 갑자기 공격당할 일도 없는 거잖아. 있잖아. 너는 어때? 지금 이 분위기.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그리고 전쟁이 정말로 길었다고 하니까 역시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아?"

자신이 살던 세게는 정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허나 이곳은 달랐다. 자신이 이 세계에 오기 한참 전부터 전쟁이 있었고 인간족들은 멸망 직전의 상황까지 몰렸었다고 하니까. 그런만큼 지금 이 평화는 그녀에게, 그리고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그렇게 물었다.

732 이름 없음 (53176zMizg)

2022-08-22 (모두 수고..) 20:10:02

>>729 우왓. 뭐, 뭐야. 사람? 이딴 곳에...? (불쑥 상대가 말을 걸어오자 놀란 기색을 하며 뒷걸음질 친다.) 잠깐. 근데 뭐어? 생을 마감? 길을 잃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대의 말에 대해 곧바로 반박하는 것이다.) 헹, 미안하지만 둘 다 틀렸거든? 이몸은 제 발로 스스로 이곳에 걸어들어온 거란 말씀이야. 왜, 그러면 안 되나? (무슨 자랑이라도 하는 양 제 가슴을 툭툭 두드려보이면서 말한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밖으로 다시 나갈 생각따윈 요만큼도 없어. 물론 순순히 죽어줄 생각도 없네요- 어차피 이 숲은 사유지같은 것도 없는 버려진 곳이잖아? 분명 마을 녀석들은 마경이라고 했던가... 그러니까 나같은거 하나 들어온다고 해서 대체 누가 막을 수 있... ...아니지. 애초에 댁이 뭔데? (퍽 경솔한 태도이다. 그리고 상대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되물었다.) ...아, 내 이름은 일단 맥스웰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마경에서의 만남은 확실히 우연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긁적거리며 머쓱함을 표하고 있었다.)

733 이름 없음 (Rg.RtK8zuk)

2022-08-22 (모두 수고..) 20:15:13

>>731

"말이 그렇지, 아직도 우리 중에 대다수는 자다 깜짝깜짝 깬다고?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 하던가. 그런 어려운 단어는 모르겠지만, 우리중 대다수는 그걸 잊을수가 없을꺼야. 옆에 있는 친구의 목이 무참히 잘려나가고, 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름에도 나아가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압박감이 몰려오니까. 지금도 저 아래 있는 사람들은 전부 비슷한 감정일꺼야."

그 순간 옆으로 초계 근무중이던 용기사 한명이 가볍게 스쳐지나간다. 그러고보니까 복귀시간이었나. 스쳐지나가는 용이 가볍게 선회를 한다음 다시 저 멀리 사라져가는 것을 보며 그녀는 손을 가볍게 들어 경례를 대신 한 뒤 히죽 웃었다. 그녀가 순식간에 투구 가리개를 올리고 내장 고글을 쓴채 씨익 웃어보인다. 순식간에 구름을 가르고 날아간 장면은.... 바로 수도 정 한가운데, 아직도 축제가 한창인 불야성 그 자체였다.

"너 아까, 모두가 일어낸 기적이라고 했지? 모두가 주역이라고?"

은빛 여왕이 순식간에 체공을 하면서 불야성의 정경을 하나하나 비춰주기 시작한다. 전쟁중에 가득했던 매연이 사라지고, 죽었던 공기가 살아나 나타난 상쾌한 바람이 어우러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절대로 꿈을 꾸지 못하였고 희망보다는 생존 욕구를 위해서 꾸역꾸역 살아남았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것이 우리였다. 언제까지 싸워야 할까? 언제까지 이 목숨을 붙잡아야 할까? 그 고민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재차 검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용사라고 불리운 남자는 결국 그 흐름을 바꾸었다.

"네 말도 맞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왜곡된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스스로 가능성을 믿는 사람만이 가능했었고,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 그러나 너는 달랐어. 너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너라는 가능성을 얻었지."

그렇게 우리는 동료들을 얻었다. 고집불통, 혹은 맹신으로부터 벗어나 우리는 손을 잡을수 있었고, 그렇게 하나의 창이 되어서 진정으로 기억에 남을 끝을 얻어낸 것이니까. 있건 없건 우리는 다시 날개를 얻었고, 바랬으니까 이루어지도록, 그는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알려주었다. 아니, 사실 그가 한 것은, 그저 우리가 쥐려고 하지 않았던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직접 가져 갈 수 있도록 시선을 돌려준 것 뿐이 아닐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호탕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돌아가고 싶다면 스스로 찾아내! 여기 있고 싶다면 여기 남아! 너는 너라는 가능성에 대해 좀 더 믿음을 가져도 괜찮아! 왜냐면...."

그 순간 다시 한번 불야성의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도 평화롭고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네가 만든 장면을, 네가 무시하지 않을 수 없잖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믿음직스러우니까. 내가 본 너는 그런 존재야."

그렇게 그녀가 천천히 은빛 여왕의 고삐를 가볍게 틀어쥐며 나즈막히, 하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도 경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는거야. 네 안에 있는 가능성을 믿고 힘을 다하면, 길은 반드시 열려. 해야 한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하는거야. 너는 이 풍경을 만든 사람이니까."

그녀가 살짝 뒤를 돌아본다. 그것은 믿음이 담긴 미소였다.

734 이름 없음 (1OYkX5fV7c)

2022-08-22 (모두 수고..) 20:44:13

>>732
호오. 배짱 좋은 인간이로고. (그 존재는 마경 안에서 자신을 보고도 놀라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상대를 보며 흥미로운 듯이 읊조렸다. 그러나 고저가 없는 어투는 축음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기계적이다.) 스스로 들어와 나갈 생각이 없다면 일부러 내보내지는 않으마. 네 말대로 이곳은 버려진 땅이다. 인간들조차 손 댈 수 없어 버린 땅에 스스로 들어갔으니. 누가 막을까. 누군가 들어오는 널 보았다면, 넌 이미 죽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겠구나. (그 존재는 담담하게 말하고 상대를 응시하는 것 같더니 흠. 짧게 숨을 내쉬는 소리를 냈다.) 필시 네 심장은 뭇 인간보다 크기가 배는 되겠구나. 내가 무어냐 했던가. 나는 이 숲을 돌보는 관리자다. 마물이 숲 밖으로 나가지 못 하게 감시하고, 너 같은 인간들이 들어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이지. (일이라 하였지만 누구도 그 존재에게 그런 일을 맡긴 적도 부탁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 존재는 스스로를 마경이라 불리는 숲의 관리인이라 하며, 누구도 맡기지 않은 일을 해왔다. 까마득한 시간 동안.) 맥스웰이라 하는 인간아. 너는 나갈 생각이 없다 하였지. 그럼 무얼 할 것이냐. 이곳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고, 인간을 위한 자리 또한 없다. 네 가치는 좋게 쳐주어야 어린 마물의 양분 이상은 되지 않겠지. 그것 뿐인 죽음이 바깥에서의 삶보다 가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만. (그 존재는 그저 안부라도 묻듯이 상대에게 물었다. 인간은 기껏해야 먹이감이 되는게 고작인 이 숲에서 무얼 할 것이냐고.)

735 이름 없음 (oh5fBXAt1.)

2022-08-22 (모두 수고..) 21:09:38

>>733

별 말 없이 사내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나하나 무게가 있는 말이었다. 역시 이름이 있는 이는 다르다고 느끼면서 사내는 아무런 말 없이 미소만 작게 지었다. 허나 역시 그에게 있어선 너무나 과찬이었다. 어쩌다보니 이 세계에 왔고 자신의 사명을 따라 행동할 뿐이었다. 물론 모든 것을 사명이라는 이름 아래에 행한 것은 아니었으나 무언가 거창한 것을 했냐고 물으면 역시 스스로는 감이 안 오는 편이었다. 어쨌건 자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함께 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돌아가고 싶어도 당장은 돌아갈 방법이 아직은 없어. 내가 살던 곳은 이 세계가 아니거든. 얼마나 먼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차원의 벽을 넘어선만큼의 거리야.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여기에 소환되었고, 그 후로 여행을 떠나고 전쟁을 하면서 틈틈히 정보를 찾아봤지만 세계를 뛰어넘는 그런 마법이나 기술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 자신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이. 어떻게 보면 이질적인 존재였다. 물론 지금이야 이 세계의 옷을 입고 있고, 이 세계의 무장을 하고 있지만 처음 왔을 때 얼마나 사람들이 저 옷은 무엇인가. 등등의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이제는 재밌는 추억이라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역시 이 세계도 나쁘지 않아. 이제는 이곳의 생활도 익숙해졌고... 살고 있는 이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거든."

평화롭고 활기넘치는 평화로운 거리와 공간.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으면서 미소를 짓다 사내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에 그 역시 미소를 방긋 지었다.

"아직 답은 못 내릴 것 같지만... 어차피 당장 돌아갈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지내면서 생각해봐야겠어. 그래. 여길 떠나 다른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이전에는 살벌하게 싸웠지만 이제는 마족과도 평화로운 분위기잖아? 그런 곳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겠네."

그렇게 해도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고 고민의 시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바람을 쐬어서 그런지, 그녀의 말이 있어서 그런지. 아까전보다는 조금 더 머리가 시원해진 것 같다고 느끼며 그는 조금 더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확실히 바람을 쐬니까 뭔가 생각이 조금은 개운해진 것 같아. 물론 답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가 살던 세계에선 여기와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 것도 있거든. 거길 보면 대체로 다들 좋은 이도 만나고 그러는데, 역시 현실은 다른지 나는 딱히 그런 이는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조금 여유를 가져야겠어."

736 이름 없음 (W6/qDOeb7o)

2022-08-22 (모두 수고..) 21:45:23

>>730
입에서 삐 소리 나오게 하지 마라. 내 머리를 만질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어정쩡하게 멈춘 손을 손가락 끝으로 슥 밀어낸다. 눈빛을 보곤 잽싸게 손가락을 빼버리지만.) 귀신님 자존심 상하겠다. 방금 건 맞아도 안죽어. 네 손이 더 매울듯? (과거를 회상하듯, 아련한 눈빛을 지어보이다 당신의 선포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인다.) 진짜 끔찍하다. 내 물건들한테 사과해. (그러고선 슬그머니 지갑을 확인한다.) 오늘 끝나고 뭐해?

737 이름 없음 (5LgQJ30JlA)

2022-08-22 (모두 수고..) 22:21:38

>>736
변발보다는 삐삐가 나을텐데. 아니면 삭발? (해맑게 방긋 웃으니 대화 소리만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라면야 무슨 즐거운 이야기를 하나 싶어보일 정도.) 그래? 맞아보고 얼마나 매운지 알려주라. 어디 맞을래? (당장이라도 때려줄 수 있단듯 손을 들었다.) 왜, 이제 내껀데 사과를 하래? (오늘 끝나고 뭐하냐고 물으니 고개를 길게 늘이며 기지개를 쭉 편다.) 바리깡 사러갈 듯?

738 이름 없음 (cHjR8V1nT2)

2022-08-22 (모두 수고..) 22:23:24

>>734
내 심장이 다른 녀석들보다 배는 되보인다고? (담담하게 들이밀어지는 말에 눈을 깜빡인다.) 음-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는.) 이래봬도 이몸은 마을에서 유명인이시거든. 그래, 대부분은 안 좋은 쪽으로 말이지... (과거를 되새기듯 중얼거리다가.) 참내, 이상한 건 그녀석들이라고. 전혀 모르고있어. 이따위 숲이나 마물같은게 대체 뭐가 무섭다는 거야? 마을 놈들은 순전 겁쟁이들이야. 삼삼오오 모여서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나 퍼트리고 앉았고. 그렇다고 특별한 뭔가를 해보려고 하지도 않는 주제에, 매일같이 그놈의 고리타분한 전통타령뿐... 그걸 깨보려고 하면 배신자같은 취급이나 해대면서. 어쩌라고? (인간은 제 뒷통수에 깍지를 꺾어 붙이는 자세로 한동안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투덜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딱히 강렬한 분노는 전해지지 않았고, 외려 자신을 몰라주는 마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에 가까웠다.) 뭐, 그래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적어도 나한테는 이 숲이 저쪽 마을보다 훨씬 괜찮은 장소처럼 보이는데. 그러니까 아마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면 아마 놈들은 더 좋아하지 않을까? 도로 돌아간들 똑같을 걸. 큭, 그런 녀석들은 내쪽에서 먼저 사양이라고. (인간은 보통의 상식을 상회하는 인물이었다. 이 숲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렇게나 안이하게 여기다니.) 그러니까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어차피 걔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나라는 녀석은 이렇게나, 떳떳히 살아있는데. 안 그래? (그런 것이 그들에 대한 복수라도 되는 것처럼 차라리 후련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흘린다. 그러나 당돌하기도 하고 살짝 머리가 이상한 것처럼 보였던 인간은, 눈 앞의 존재에게서 직접 그 실체를 전해듣자 눈동자가 급격히 커졌다.) 뭣. 잠- 지금, 관리자라고...?! (밖에서 부터 일찍이 괴짜취급을 받는 인간이었다지만 아예 위기의식이 없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는건 설마 댁이... (주춤대며 살짝 뒷걸음 치며 물러난다.) ...하, 방금 나에게 뭘 할거냐 물었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그 답은 이미 찾은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네. (인간은 다시 발걸음을 물려 앞에 섰다. 느슨한 긴장이 돌던 태도는 없고 관리자를 바라보는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 눈에서는 어떠한 결의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인간은 다음 순간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나, 댁에게 마법이라는 걸 한 번 배워보려고 하는데.

739 이름 없음 (1OYkX5fV7c)

2022-08-22 (모두 수고..) 22:59:12

>>738
(늪의 표면처럼 정적인 존재와 달리 상대는 쉴 새 없이 출렁이는 바다 같았다. 묻지 않은 말들을 장황히 늘어놓으며 야단스럽게 움직이는 상대를 그 존재는 그저 마주하고만 있었다. 아주 조용히 있지만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지켜진 것엔 의미가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그것을 무시하려 하면 배제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지를 두려워함은 인간으로서 갖는 당연한 본능이며 천성이기에. (잘 알 수는 없으나, 그 존재가 판단하기에 이 인간은 인간사회에서 어지간히도 모난 돌 취급을 받는 듯 했다. 말과 행동을 보면 자업자득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숲에 들어와서 이렇게나 태평할 수는 없을테니.) 지금이야 살아있다만. 하루 버티면 오래 버틴 셈일게다. (후련해 보이는 상대에게 무덤덤하게 현실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 존재가 숲의 관리자임을 듣고 눈에 띄게 놀라는 상대를 보고, 깊게 눌러 쓴 챙 넓은 모자가 옆으로 기울었다. 고개를 갸웃 한 것처럼. 그리고 상대가 마법을 배우고 싶다 말하고 몇 초간의 정적이 지났다.) ...프흐. (모자의 챙이 가늘게 떨리며 그 아래에서 작은 숨소리, 아니 실소가 흘러나왔다. 너무 어이 없는 말을 들어서 저도 모르게 흘린 듯이.) 여타 인간들이 너를 왜 그리 배척하고 멀리했는지 알 것도 같구나. (일순간 웃은 것이 거짓말처럼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 존재는 말했다.) 내 온 기억을 뒤집어보아도, 제자를 들이겠단 공고는 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제자 따위를 들일 생각은 없다. 꿈 같은 소리는 꿈 속에서나 하려무나. 이 숲에서 꿈을 꿀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 (그 존재는 딱 잘라 거절하고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바닥까지 늘어진 망토가 쓸리는 소리와 가벼운 발소리가 낙엽을 밟으며 돌아서 그 자리를 뜨려는 듯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740 이름 없음 (W6HrmHXw8Y)

2022-08-22 (모두 수고..) 23:10:53

>>735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저질러 버리는거야, 그럴때는."

그녀가 별거 없다는 듯이 말했다. 갈팡질팡 할 때는 그게 최고라는 듯 내뱉는 말에는 확실히 뼈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20대 중반이지만 내년이면 이제 32세다. 보통이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하나 가졌을 나이지만 이제 드레스보다는 군복이, 구두보다는 차징랜스가, 화장보다는 투구가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하더라도 어린 여자들에게는 당해내지 못하니까.

"너는 아직 젊어, 네가 하고 싶은걸 하면 돼, 왜 가능성이겠어. 가능성은..... 인간이 가지고 믿을수 있는 유일한 신이야."

신성교단에서 들으면 당장 이단심문으로 끌고 갈 법한 발언이지만 이 공중은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그런 성역이었다. 오직 공중을 범할 수 있는 용기사들과 고위 마도사들의 성역 말이다. 그것이야 말로 용기사들의 자부심이었고 그들의 요람을 스스로 지키는 의미였으니까. 그녀는 저 멀리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세상은 넓어, 네가 이 세상 모두를 가본건 아니잖아? 당장 이 아이를 타고 있는 나조차도 이 세계를 다 안다고 장담할수 없으니까, 네 눈으로 보고 스스로 가능성을 열어가. 아까 말했다시피 믿고 두드리면 길은 반드시 열려."

떠난다는 말에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은빛 여왕의 고삐를 틀어쥐고 다시 한번 재차 선회를 크게 하면서 초계 근무를 마무리 지으려는 듯이 천천히 먼 곳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어차피 이제 곧 복귀 시간이기도 하고 문제될 것은 크게 없기에 그녀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리피프스 전역 때도 그랬어."

그리피프스 전역, 용사와 동료, 연합군들이 진격하고 있는 동안 공중 지역 요충지이자, 고산 지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별것 아닌 산에서 연합군은 상당수의 공중, 대공병력을 투입했는데 그것은 바로 직접적으로 연합군의 후방기지와 전방기지를 이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었고, 적들 또한 이곳을 장악해야만이 그들의 공세를 반으로 분단시킬 수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그들을 막아섰다. 2주간의 밤낮이 바뀌고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 끝에, 그녀가 적장의 목을 완전히 끊어버리고서야 끝난 것이다. 그렇게 연합군은 공중 전선 보급기지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요, 전쟁 내내 적군의 제공권을 전부 앗아가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불가능 한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러니까 뭐든 저질러 버려, 여행이건 뭐건 그냥 내키는대로 저지르는거야. 뭐 필요하면 용기서들이 네편이라는거 잊지 말고."

참으로 듬직한 미소였다.

741 이름 없음 (Pz/eqIa3n.)

2022-08-22 (모두 수고..) 23:21:16

>>739
...하? (이번엔 인간이 의문스럽게 반응을 표한다. 마치 자신은 우스운 소리는 한 적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결의를 품은 날카롭게 변한 눈매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 (하지만 현실은 현실인 것. 존재의 말을 들은 인간은 금세 단념하기로 한 것처럼 기세가 살짝 수그러든다. 인간이란 족속들은 포기가 빠르니까.) 그럼, 그 공고는 언제하는데? (하지만 그 입에서 이어지는 말은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고.) 그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지? 숲도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사실은 마을이랑 별반 다를 거 없는 건가? 흐음, 그런거라면 조금 실망인데. 아니, 그럴리는 없겠지... 왜냐하면 이 숲에는 댁 혼자 밖에 살고 있지 않는 것 같... 야, 잠깐. 어디가! (존재가 사라지려하자, 인간은 당황하면서도 그 뒤를 따랐다.) 그거라도 알려주고 가야 할 거 아냐! 사람이 물었으면 답을 해달라고! (자리를 뜨려하는 버림받은 숲의 관리자. 반쯤 달리는 걸음으로 그 존재를 끈질기게 쫓았다.) 큭... 관리자면 다라는 거냐! (인간은 놓치지 않기 위해 존재에게로 손을 뻗는다. 별 다른 일이 없다면 그 손은 늘어뜨려진 망토를 붙잡아, 자신쪽을 돌아보게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742 이름 없음 (oh5fBXAt1.)

2022-08-22 (모두 수고..) 23:25:18

>>740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라는 조언에 사내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물론 그 가능성이 반드시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물론 무슨 의식이 있었던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을 소환한 왕가에서도 자신들은 전설로부터 내려온 소환 마법을 시도한 것 뿐이지. 돌려보내는 마법은 모른다고 했으니까. 그 말이 거짓일지도 모르나 적어도 그가 봤을 때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역시 다른 종족의 정보를 찾아볼 수밖에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쓴 웃음소리를 냈다. 차라리 이 세계에서 다른 중요한 것이 생겼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정말 어중간한 것은 이래서 곤란한 법이었다.

"가능성이 있을지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당장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어느 정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때, 많은 것을 해야겠네. 유명세가 사라지고 내 존재가 자연히 잊혀지면 그땐 많은 것이 제한 될테니까."

천년 만년, 그대로 쭉 기억되는 이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자신은 일단 용사로 불리는 것 같으니 조금 더 그 유명세가 이어질지도 모르나 그것도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 수 없지 않겠는가.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려 땅을 바라보면 정말 여러 종족들이 한 곳에 뭉쳐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술을 먹는 모습들이 보였다. 자신이 이 세계에 와서 이뤄낸 것. 아니. 정확히는 자신과 동료들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정말로 뭐라도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김에, 자신을 소환한 왕가에도 인사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아. 왕가에도 찾아가야 하고, 같이 행동을 했던 동료들에게도 가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고. ...고마워. 조금은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답은 못 정했지만."

그 답은 이내 여행을 하면서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제 슬슬 내려가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근무를 서는 이의 와이번을 타고 날아다닐 수는 없었으니까.

743 이름 없음 (1OYkX5fV7c)

2022-08-22 (모두 수고..) 23:48:11

>>741
(그 존재는 거절했다 하여 상대가 단념했겠거니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일 뿐이었다. 그저 사실을 말이라는 형태로 나열하고, 갑작스레 들어온 인간의 확인이 끝났으니 자리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 사박사박. 가벼운 걸음이 착실하게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무엇이냐. 나는 분명 제자를 구한다거나 들일 일은 없을 거라고 말 했다만. (상대- 그가 뻗은 손은 망토에 닿긴 했지만 잡지는 못 했다. 마치 허상인 것처럼 손을 통과시키며 약올리듯 흔들린다. 대신 그 존재가 멈춰서 반쯤 돌아섰다. 뭐가 문제냐는 듯이.) 얼마를 기다린들 내 말을 바꾸진 않을 것이니. 무의미하게 기다릴 필요 없다. 그렇게 허비할 시간이 있거든 당장 오늘밤 보낼 생각부터 하거라. 마물에게 밤은 자유의 시간이다. (그 존재의 말을 뒷받침하듯 숲 깊숙한 곳으로부터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거대한 날개짓 같은 풍향음이 뒤를 따르고, 바위가 구르는 듯한 진동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바닥이 울린다. 그 존재는 숲 안 쪽을 보듯 모자를 위로 들었다가 다시 내리고 그에게 말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어 나가겠느냐. 바깥 세상 어딘가엔 네 말을 들어주고 너와 행동을 함께하는 곳도 있겠지. 여기서 죽느니 그곳을 찾는게 더욱 가치 있을테니. 나갈테냐. 어쩔테냐. (숲의 소란은 강렬했지만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그 속에서 무엇이 그를 덮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존재가 도와주는 건 이 숲에서 나가는 것 뿐이라는 사실은 아까부터 변함없는 태도로 보아 명백했다.)

744 이름 없음 (W6/qDOeb7o)

2022-08-22 (모두 수고..) 23:51:58

>>737
어이쿠, 내 이야기 다 흐른다 이거. (당신의 귓가에서 자신이 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 마냥, 양손으로 받아 당신 얼굴에 뿌려준다. 알 수 없는 복도 한복판의 물놀이 같다.) 개인적으로 3번 늑골이랑 쇄골이 가장 매웠습니다. 인간 하바네로. 하바네로 주먹. 작은 고추가 더 맵다. (덤덤한 깐족거림을 멈추지 않으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럼 오늘 외식은 없는걸로. 이의 없으십니까?

745 이름 없음 (qvGo9C/ZA.)

2022-08-23 (FIRE!) 00:04:13

>>743 더 이어도 될까요! 마음이 안 드시면 여기서 끊어도 됩니다....! 노파심에 여쭤봅니다!!

746 이름 없음 (CWdSRdykx2)

2022-08-23 (FIRE!) 00:13:51

>>745 앗 물론 더 이어도 괜찮지! 안 이어주면 내가 섭해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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