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543 이름 없음 (e9FenXmc22)

2022-07-21 (거의 끝나감) 16:56:20

>>542

(얼굴이 붉어진채 얘기하는 릴리아를 보며 에반은 몇번 웃음소리를 내고선 릴리아의 말에 대답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마물들을 다 처리하고 다니겠니. 그냥 적당적당한 녀석들이나 하나씩 처리하는거지. 한창 시끄러울때도 있으니 이렇게 조용할때도 있어야 하는법 아니겠니?
그래그래. 애초에 내가 키웠으니 올바르게 자란거지만 말이야.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한 그는 스테이크의 좋은 부분을 썰어서 자신을 주는 릴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이런거 주면 너는 먹을 곳이 없잖아. 나는 괜찮으니까 너 많이 먹어라. (릴리아가 썰어서 준 부분의 2/3 정도를 다시 썰어서 릴리아의 접시 위에 놓아준 에반은 그녀의 말에 재밌다는듯이 웃으며 말했다.)
누군지 얘기 안하는거보니 대충 내가 아는 애들 중에 있을 것 같구나. 그래도 사생활이 있으니 굳이 캐고 다니진 않으마. (대충 누구인지는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릴리아가 거절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굳이 캐고 다닐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도 축제는 안그래도 초청장이 왔었다. 황제 폐하 직인으로 온거라서 이번엔 가야할 것 같은데 ... 가고 싶어서 그러는거냐? 아마 간다면 무도회에도 초청 받을거라서 예복을 입어야하는데 말이다. (얼마전에 우편으로 온 편지를 기억하며 그는 얘기했다. 슬슬 전보가 활성화 되는 시기에 우편으로 온 것이라 무엇인가 했는데 무려 황제폐하 직인이라 조심스럽게 서랍에 넣어두고 있었다.)

544 이름 없음 (2LsOqMdZyQ)

2022-07-21 (거의 끝나감) 19:57:09

>>543
그렇죠? 역시 아저씨는 아니죠?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그런 일 절대 하면 안 돼요 아저씨!
(그녀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에반의 실력이라면 정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자신이 한 말이 사실이 되어버릴까, 그에게 미리 안된다며 못을 박았다.)
그러게요. 항상 시끄럽기만 하면 일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기는 할 것 같아요.
(그가 할 일이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다칠 일도 줄어들 거라 생각한 릴리아는 얌전히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나 아저씨가 키워줘서 이렇게 잘 자랐어요.
(릴리아는 뿌듯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저 다이어트 하는 중이라 적게 먹어야 해서 괜찮아요.
괜찮... 은데...
(대충 적당한 핑계를 말하던 릴리아는 스테이크의 일부가 돌아오자 어쩐지 불만이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접시 위에 올라온 고기를 바라보았다. 다시 그에게 스테이크를 주어야 하나 속으로 깊게 고민하던 릴리아는 결국 포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스테이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고기를 잘라서 자신의 입에 넣어버렸다. 다이어트는 정말 핑계가 맞는 것인지 그녀의 접시는 생각보다 빠르고 깔끔하게 비어갔다.)
아저씨가 알 것 같다고 하거나 찾아내겠다고 하면 정말 다 찾을 것 같아서 무서워요...!
(캐고 다니지는 않겠다는 말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에반에게 장난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속에는 숨기지 못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아저씨는 귀찮다고 안 갈 것 같아서 이번에도 안 가시는 건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런데 황제 폐하 직인이라니...
(예상하지도 못한 초청장의 출처에 그녀는 황제 폐하를 앞에 둔 것도 아니면서 괜히 긴장했다. 물론 에반과 함께 축제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에게 이야기해서 함께 갈 수 있다면 즐겁기는 하겠지만 황제 폐하가 포함된 지금만큼은 즐거움보다 편안함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저는 그날 임무를 하러 갈 것 같아서요! 잘 다녀오세요 아저씨!
(무도회라는 말에 릴리아는 앞선 고민이 무색하게 급히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포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것들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가 예복을 갖춰 입고 무도회를 즐기는 모습은 좀 보고 싶었지만 높으신 분들이 가득할 그곳을 자신 같은 사람이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고, 가도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에 그녀는 작은 미련마저도 털어내기 위해서 차라리 없던 임무를 만들어 일이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545 이름 없음 (j.tl.BlYZk)

2022-07-22 (불탄다..!) 20:20:56

>>544

이젠 그럴 힘도 없다. 그리고 조만간 대대적으로 북부 마물을 토벌할꺼라더라. 토벌이 끝나면 우리도 슬슬 다른 일을 먹고 살 준비를 해야지. (얼마전 수도에서 온 사람에게 들은 소식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반쯤 박살난 국내 경제를 열심히 부흥 시키던 황제는 슬슬 내실이 안정되자 북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반은 그 말에 코웃음을 치긴 했지만.)
다이어트는 무슨. 평소에 네가 먹는 양만 봐도 다이어트랑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네가 다이어트할 살이 어딨어? 매일 같이 뛰어다니면서. 임무를 위해선 밥도 잘 먹어야하는 법이다. (결국 자신이 준 고기를 다시 주지 못하고 입으로 넣는 릴리아를 보며 에반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가 어릴때부터 잘 먹어야한다고 가르쳤던 그였기에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맘만 먹으면 못찾을건 없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랑 알고 지내는데 몇번 찔러보기만 해도 금방 캐낼 수 있다. 네가 누군가랑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으면 진즉에 찾아냈겠지. (장난스런 표정으로 놀리듯이 얘기한 에반은 릴리아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러냐? 안가는건 네 마음이지만 ... 기왕이면 예쁜 모습도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리고 이번엔 내 동료들도 다 온단다. 거기서 네가 자란 모습을 한번쯤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니냐? (릴리아가 거절하기 힘든 발언으로 축제에 데려갈 생각인 에반은 걱정말라는듯 덧붙였다.)
황제 폐하는 어차피 나만 알현할꺼다. 알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거든. 너도 같이 알현하게 해달라고하면 가능하겠지만, 한번도 예법을 배운적이 없지? 나는 예전에 몇번 뵌적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임무에 갈래? (빙긋 웃으며 얘기한 그는 마지막 고기 조각을 입에 넣고 무릎 위에 올려둔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546 이름 없음 (/tbXKDb1dM)

2022-07-23 (파란날) 09:37:42

>>545
아니, 북부 토벌이요? 제가 아는 그 마물을 말이에요?
정말... 어... 정말 대단하네요...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 말하더니 끝에 와서는 매우 복잡한 감정이 담긴 애매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럼 저는 이제 뭘로 먹고살아야 할까요? 아저씨는 뭐든 잘하시니까 걱정 없지만, 저는 힘 쓰는 것밖에는 잘하는 게 없는데.
(장난스럽게 말하던 그녀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며 점점 힘없이 이야기했다.)
그때는 다이어트하던 때가 아니었어요! 다이어트는 그... 어제! 어제저녁부터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저 진짜 요즘 살쪘어요! 이거 봐요!
... 원래 다이어트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그런...
건데 아저씨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많이 먹을게요...
(그녀는 황급히 똑바로 고쳐 앉아 팔을 들어 보이다가 그의 미소를 보고는 멈칫하더니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 직후 다이어트할 살이 어디 있냐는 말을 뒤늦게 인식한 그녀는 당황한 듯 말끝이 늘어지더니 자연스러운 척 순순히 뜻을 굽히며 급하게 말을 끝냈다. 그녀는 머쓱함 가득한 표정으로 깨끗하게 비워진 자신의 빈 접시를 바라보았다가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릴리아는 그렇게 웃는 건 반칙이 아니냐며 에반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얼굴이 빨개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러운 듯 괜히 자신의 볼을 손등으로 한 번 쓸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아저씨, 사실대로 말해봐요. 대부분이 아니라 마을 사람 전체, 아니, 세상 사람 전체랑 알고 지내는 거죠? 맞죠?
그러니까 아저씨 말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뭐든 아저씨 몰래 하려면 마을 밖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네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앓는 소리를 내던 그녀는 에반에게 다 안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마치 이 비밀을 자기만 알고 있겠다는 사람처럼 그의 대답을 재촉하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럼 평소에는 안 예쁘다는 뜻... 네? 동료분들이요...?
(릴리아는 예쁜 모습도 보면 좋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다가 그의 동료들이 모인다는 말을 듣고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며 귀를 의심했다.)
저는 알현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예법은 당연히 배워본 적도 없죠! 여기 들어오기 전에 아저씨도 봤잖아요, 인사도 엉망인 거.
(그나마 예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이전에 마을에 잠시 머물렀던 귀족 아가씨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며 장난처럼 배우게 된 숙녀나 신사의 인사법이나 간단한 사교춤뿐이었다. 그마저도 오래 연습한 게 아니라 완벽히 몸에 익지 않아 릴리아는 자신의 인사가 매우 어설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춤은 기본 스텝 한두 개가 겨우였기에 알고 있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웠다.)
그... 러니까... 일단 집에 가면서 생각해볼게요!
(임무와 축제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던 그녀는 그가 다 먹은 것을 보고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계산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실 그의 동료들이 온다고 했을 때부터 릴리아에게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막상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두려움이 생긴 탓에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547 이름 없음 (6SMgORIDiQ)

2022-07-23 (파란날) 14:41:00

새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몸을 가볍게 풀었다. 튼튼한 4개의 다리를 쭉 뻗고 가볍게 기지개를 펴자 구름이 사방 천지로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사슴의 눈망울과 닮은 양 눈은 천지 만물을 꿰뚫어보는 듯 했으며, 용과 같은 그 머리는 강인한 의지를 표현하는 듯 했으나, 용과 같이 강인한 인상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이 사방을 둘러보자 수많은 동물들이 잠에서 깬듯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것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발을 가볍게 구른 뒤 자리를 박차고 뛰어 올랐다. 발에 달린 하얀색 갈기는 마치 구름을 흩날리며 하늘을 수 놓는 듯 했고, 온 세상에 생명력을 흩뿌리기라도 하듯이 오색창연한 몸의 빛을 내며 대지와 창천, 그 경계를 거닐기 시작하였다.

"─────!!"

휘파람 소리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창공 너머로 울려퍼지자 가벼운 산들바람이 휘몰아쳤다, 수많은 생명들을 보듬는 목소리였다.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또 저녘이 되면 다시 한번 몸을 내달려 수많은 이들에게 평안함을 안겨다 주는 것. 360여가지 털을 가진 동물들의 정점에 선 존재의 의무감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으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그 자각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이 대지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으며, 이 하늘 아래에서 자유로이, 평안함을 깨닫고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였으니까.
그렇가 한참을 내달리던 '그것'은 조심스레, 풀이 자라지 않은 땅 위에 내려 섰다. 유려한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자태 그대로, '그것'은 목을 뻗어 조심스레 물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었고, 조심스레 한 모금씩 물을 머금기 시작하였다. 이 장면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채 말이다.

548 이름 없음 (4t0cXJdvZA)

2022-07-24 (내일 월요일) 19:11:29

>>546

그래도 북부 토벌은 긴 시간 진행될 예정이다. 교활하기 짝이 없는데다 수도 만만치 않은 놈들이니까 말이야. 적어도 우리가 살아있는동안은 끝나지 않을테니 일자리 걱정은 안해도 될꺼다.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는 릴리아의 표정에 에반은 귀엽다는듯이 바라본다.) 뭐, 정말 할 일이 없어지면 내가 먹여살릴테니 걱정 말거라. (평생 데리고 살 예정인지 걱정말라며 웃어보이기까지 한다.)
어제 저녁부터 다이어트를 했다고? 그렇다기엔 내가 옆집 아주머니에게 받아온 푸딩은 정말 잘 먹던데 ... 사실 네가 활동하는 양에 비해서 적게 먹는거니까 꾸준히 잘 먹도록 해라. 한번에 많이 못먹는다면 자주 먹기라도 해줘야하니까. (마물을 만나면 정말 엄청나게 움직여야하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북부의 지형을 생각하면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마을 바깥에도 내가 아는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물론 마을보다야 적긴 하겠지만 말이다. (큭큭대며 장난을 치던 에반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도 예쁘지만 더 예쁜 모습을 보고싶다는거 아니겠니. 나한테 초청장이 온 것을 보면 다른 동료들도 분명히 왔을테니까 말이다. 직인이 찍혀있으니 거절하기도 힘들테고. (하지만 에반처럼 그나마 몸이 성한 동료들은 별로 없었기에 그도 걱정이 많았다. 대부분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축제에 가면 저번에 그 귀족 아가씨도 만날 수 있을꺼다. 이름이 ... 아스타샤, 아스타샤였지. 물론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집에 가면서 생각해본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실 그도 동료들이 몇명이나 올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 먹었으면 집에 가야지. 옆집 아주머니가 오늘은 케이크를 가져다 주셨으니까 디저트는 집에 가서 먹는게 좋을 것 같은데 ... 어때?

549 이름 없음 (QUVqN6SZxg)

2022-07-25 (모두 수고..) 12:48:52

>>548
죽을 때까지 일자리 걱정이 없다는 건 다행...
... 이겠죠?
(마물이 토벌된다면 자신이 일자리를 잃어도 안전이 높아질 것이고, 마물이 토벌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위험은 많겠지만 일자리가 지켜질 것이다. 이 외에도 마물의 부산물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큰 변화를 맞이하는 등 분명 토벌은 여러 곳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그녀는 토벌이 사람들에게 가져올 이득과 문제점을 두고 과연 어느 쪽이 더 좋은 일인지 가만히 눈을 감고 얼굴을 찌푸린 채로 고민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릴리아는 결국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의문문으로 말을 끝맺었다.)
아저씨, 그런 말은...!
('꼭 프러포즈 같잖아요'라는 뒷말은 얼굴을 가린 두 손에 의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묵음 처리되어 사라졌다. 릴리아는 잠깐의 말 몇 번에도 사람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에반을 보며 분명 심장 때문에 오래는 못 살겠다고 속으로 한탄했다.)
푸딩... 은, 그건, 그것만 먹고 다이어트 하려고 했어요... 진짠데...
네... 많이 먹고 자주 먹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닐게요.
(푸딩 얘기가 나오자 소심하게 반박해보려던 그녀는 이젠 정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여기보다는 소식이 느리겠죠! 일단 멀리 있는 마을로 가서 인적 드문 곳을 찾는다면...
(역시 아저씨는 전 세계 사람이랑 알고 있는 게 맞았다며 이야기하던 그녀는 무슨 계획이라도 꾸미는 사람처럼 장난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런 걸 전부 알려주시면 거절을 못 하는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평소에도 예쁘다는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제는 심장이 떨어지든 말든 전부 포기한 것처럼 릴리아는 그저 눈만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의 말을 모두 듣고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던 그녀는 한숨을 쉬듯 말을 내뱉었다. 그 후로도 한참을 생각하던 릴리아는 축제에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결국 대답은 끝까지 미루기로 했는지 애매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움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던데, 애정을 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에반의 말을 듣고 그의 동료들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마주했을 때 울지 않을 자신도 없었다.)
좋아요! 그럼 집에 가서 먹을래요. 옆집 아주머니께서 주신 건 안 먹을 수가 없죠!
아주머니의 케이크! 거부할 수 없는 맛!
(계산을 마친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가게 문을 열어주려 하며, 디저트 이야기로 생각을 환기시키려는 듯 그의 말에 좀 더 활발하게 대답했다. 마지막에 가서는 노래를 부르듯 말에 음정이 들어갔다.)
빨리 가요 아저씨!
(릴리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에게 빨리 오라는 듯 손짓했다.)

550 이름 없음 (oFCm7qeYRk)

2022-07-25 (모두 수고..) 14:27:34

>>549

일단 국가가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처우가 개선이 될테고 들쭉날쭉한 의뢰 보상금도 어느정도 평균화 될꺼다. 물론 그만큼 사상자가 많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국가적인 사업, 그것도 이런 류의 사업이라면 그런 것들을 전제로 깔고 가니까 말이다. (고민하며 얼굴을 찡그린 릴리아를 보고 에반은 답해주었다. 하지만 그도 그것이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는 함부로 예측할 수가 없었다.)
음? 왜 그러냐?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표정은 릴리아의 마음을 아는듯 모르는듯 오묘했다. 하지만 어쩐지 재밌다는 느낌이 나는 표정은 왠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치지 않으려면 잘 먹기부터 해야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멀리가도 소식이 느리긴 해도 나한테 닿기는 할테니까 ... 그러면 내가 직접 가야지. (장난스런 표정으로 에반은 살짝 윙크까지 하며 말했다. 하지만 반쯤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같이 가는걸로 알고 있으마. 가서 무도회 같은 것도 즐기려면 드레스도 한벌 맞춰야하니까 축제 일정보단 좀 더 일찍 출발해야해. (어차피 자신과 갈거라는걸 알고 있는 것처럼 에반은 말했다. 이미 수도에도 묵을 곳을 마련해놨고 짐만 싸서 출발만 하면 되는 상황이긴 했다.)
늦게 간다고 케이크가 어디 안도망간다. 천천히 가, 천천히. (릴리아가 열어준 문으로 나가며 에반은 감사합니다, 레이디. 라는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선 빨리 오라는 릴리아의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 막레쯤 되지 않을까 싶네~ 릴리아 너무 귀엽다 ㅠㅠㅠ 일댈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버렸어

551 이름 없음 (.GjPWc8d2U)

2022-07-26 (FIRE!) 10:02:56

>>550
처우 개선은 나쁘지 않네요! 동료들도 이것 때문에 가끔 얘기가 있었거든요.
음... 토벌이 되도록 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그의 말을 들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던 릴리아는 한숨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런...! 아니지. 방금... —...
... 아, 몰라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그의 모습과 방금 전 했던 말 모두 지적하고 싶었는지, 횡설수설하듯 말을 바꾸며 이야기하던 그녀는 결국 두 개 모두 실패하고 자포자기하듯이 말했다. 그래도 불만은 드러내고 싶은 듯 뚱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며 삐진 척을 해 보였다.)
정말요? 직접 올 거예요?
(그의 말을 알아서 해석하고 혼자 기대하며 신난 듯 하다가도, 아차 싶었는지 헛기침을 하며 그럼 잡히지 않게 도망가야겠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드레스 같은 건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데 걱정이네요...
사실 그냥 다 걱정이에요...!
(가는 걸로 알고 있겠다는 그의 말에도 부정이나 긍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으로 릴리아는 결국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녀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릴리아는 지금까지 치마나 장신구 모두 직접 사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일반적인 치마도 입어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드레스는 분명 말할 것도 없을 것이었다. 유행이고 뭐고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는 드레스를 포함해 새로운 걱정들로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준비부터 출발까지 일이 생각 이상으로 막힘없이 술술 풀리는 것 같다고 느낀 릴리아는 어쩐지 그에게 당한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제 케이크는 안 도망가도, 아저씨 케이크는 도망갈걸요?
제가 아저씨 몫까지 다 먹을 거니까요!
(그의 인사에 눈을 휘며 예쁘게 웃어 보인 릴리아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에반을 따라 나갔다. 그리고 멀찍이 달려가더니 장난스럽게 그에게 외치며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집 방향으로 뛰어갔다.)


/ 그럼 이쯤에서 막레로 할까? 수고했어!! 최대한 귀여운 릴리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다행이다! :3c 아저씨 너무 멋있어! 쿄쿄쿄 >:3c 나도 일댈 욕심이 정말로 큰데 내가 지금 일댈을 하기에는 현실의 내가 너무 바빠버렸다... 미안해... 자유 상황극에서 끝났던 것도 못다말에서 부를 수 있으면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난 나중에라도 기회가 생겼을 때 슬쩍 에반 아저씨를 불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참치가 괜찮다면 말이야!

552 이름 없음 (zahFC6Zs6o)

2022-07-26 (FIRE!) 10:11:56

>>551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줘! 돌리는거 재밌었다 ><

553 이름 없음 (BbPTCcSkiU)

2022-07-26 (FIRE!) 10:29:01

>>552
/ 고마워!! :3 나도 편지 때부터 지금까지 돌리는 거 너무 재미있었어! 아저씨랑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쿄쿄쿄 >:3c

554 이름 없음 (VCRR4zsm5k)

2022-07-28 (거의 끝나감) 16:34:28

-쿠웅!!
"후우, 후우....."

육중한 소리와 함께 회백색 머리카락의 중년 남자가 들고 있던 거검이 바닥에 꽂혀있었다. 아니 그것은 검이라고 부르지 못할 물건이었다. 날이 서있지 않아 적을 무게로 베어가른다기 보다는 패죽이거나 후려쳐 죽이는데 아주 적합한 물건..... 수많은 격전을 치루었음에도 금 한올 가지 않은 자신의 애병에 대해 남자는 숨을 고른뒤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다 죽었냐. 다 죽었냐고."

자신을 따라오던 별동대를 바라보며 조용히 뇌까린다. 20명 남짓이었지만 본대가 후퇴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자신이 고른 정예만 데리고 왔는데..... 살아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귓가로 두장 300명씩 때려잡으면 간단하지 않냐던 막내 녀석, 돌아가면 이번에는 남편이랑 제대로 여행 한번 다녀오겠다는 홍일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자신의 명령에 항명하다가 몸이 갈가리 찢어진 부장 녀석까지.... 살려가지 못한게 자신 천추의 한이었다.

"야 그래도 솔직히 진짜 잘 버티지 않았냐."

남자는 천천히 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다시 거대한 둔기를 뽑아들고 어깨에 걸친채 응시하니 숲으로 무언가 꾸물꾸물 기어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남자의 머리로 스쳐지나간다. 그래 마지막까지 춤을 춰보자꾸나, 연심도, 명예도, 꿈도, 금전욕도.... 세상만사 모든 것을 이미 하늘 너머에 두고 왔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 아니겠느냐."

동시에 남자가 뛰쳐내려간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연애 한번 못하고 죽을꺼라던 부장녀석의 말이 귓가에 울리지만, 뭐 상관 없지 않을까.

--- 어차피 죽을텐데.

남자의 둔기가 허공을 찍었다.

555 이름 없음 (76h9o1zRJs)

2022-07-31 (내일 월요일) 00:46:59

어둡고 습한 지하실은 그 안에 있는 남자와 잘 어울렸다.
곰팡내라도 날듯한 외관과 달리 크레졸과 포름알데히드액의 냄새에 쩔어있는것 까지.
남자는 책상에 앉아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책을 읽고 있다가, 당신이 오자 어두운 황록색 비늘로 덮인 손을 들어 천천히 안경을 벗고 의자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런 시간에 무슨일인가. 하긴, 의사를 찾아온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 묻는것도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네만."

그렇게 말하고선 낮게 껄껄 웃은뒤에야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늘어진 꼬리를 유려하게 저으며 당신을 맞이했다.

"늘 하는 말이네만, 의사에게는 거짓말해선 안 되네. 그랬다가 손해보는것은 분명히 자네야. 어디서, 무엇을 하다, 어떻게 다친건지 상세히 말해보게."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로 당신을 똑바로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맥커터만 아니면 다 환영!
/뱀 수인이야!

556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01:49:52

>>555

이곳은 항상 그래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풍기는 약물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언제나처럼 유들유들하게 대하는 상대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벗자 묘안(고양이눈)이 미끈하다 못해 장신구 같다고 느껴지는 황녹색 비늘을 응시한다.
진청색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여인의 묘한 분위기에 발 맞춰 밤하늘을 수놓은 느낌을 연상시키는 느낌이었고, 목에 난 아가미의 흔적은 그녀가 육지생물이 아님을 표현하고 있었다. 담배를 빼어물려다가 이 곳이 어떤곳인지 떠올리고는 물었던 것을 다시 담배갑에 넣으면서,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글쎄, 이곳까지 아득바득 기어왔는데..... 싸우다가 눈먼 칼에 맞아서 물불 안가리고 뛰쳐 나왔다가, 생각 잠깐허니 당장 떠오르는 곳이 여기밖에 없더라고?"

여인이 파리하게 질린 안색으로 입꼬리를 올린다. 젊은 나이었지만 이 골목에서는 모르는 이 없는 미친 교룡, 청상아리의 그녀가 천천히 뱀을 바라본다. 포식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한입거리도 되지 않겠으나, 오늘밤을 날 수 있는지는 이 눈앞의 남자에게 달렸으리라. 아니, 오히려 자신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지.

"아재, 한두번 보는것도 아니잖수. 좀 잘 좀, 안아프게, 싸게싸게, 하룻밤만 부탁하겠수."

그녀가 천천히 입고 있던 백색의 양복을 걷어 붙인다. 겉어붙인 새하얀 속살에는, 탄탄하게 잡힌 복근 그 밑으로 꽤 깊이 난 상처가 선혈을 내뱉으며 그녀의 목숨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려버린 것일까,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아 참, 너무 아파서 그런디.... 담배도 한까치 피워두 되겠수?"

/청상아리 여성 수인이에요!
/뒷골목에서 꽤 이름 날리는 폭력배입니다! 자주 들렀다는 설정으로 잡았는데 괜찮을까요? ;)
/오지콘끼도 살짝 있어요(속닥속닥)

557 이름 없음 (XkKyKxvW06)

2022-07-31 (내일 월요일) 02:40:04

>>556

남자는 무표정으로 눈도 깜빡이지 않고서 받아내듯, 맞받아치듯. 똑같이 당신을 지긋히 응시하다가 당신이 담배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것을 보고선 흡족하다는듯 한 번 웃어보이고는 당신의 말에 대답했다.

"자네는 그게 상세한건가. 하여튼... 거짓말을 하는것보다야 훨씬 낫지마는."

끌끌대듯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당신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지고 만지 오래였다. 남자는 더 캐묻지 않고 상처입은 교룡의 모습을 건조하게 훑어보며 상태를 가늠했다. 깜빡이지 않는 뱀눈을 보면 남자쪽이 포식자라해도 그럴듯 하겠지.

"싸고 안 아픈 방법은 없다고도 한 두번 말한게 아니지 않나. 잘은 해 보겠다마는, 자네는 이름값을 금전으로 좀 표현할 필요가 있어."

돈 많이 달라는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당신이 양복을 걷어 붙이자 우물거리듯 '으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고선 상처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지식이 있는만큼, 그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였기에.

"슷, 아까 잘 해놓고 왜 그러나. 자네는 잘하는가 싶으면 꼭 그런단말일세. 인생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싶은거라면 말리지 않겠네만, 아니라면 얌전히 마취랑 수혈 준비나 하게. 내가 안경을 어디에 뒀더라..."

한참을 보다가 언짢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단골손님이구나! 어서오세요!
/헉 오지콘끼...!(두근두근)

558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07:32:13

>>556

"에이, 그러지 말고."

솔직히 지금 남은 담배 마저도 돗대라서 피운다 하더라도 회복하고 나면 언제 사다 피울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 이 눈앞의 남자, 그것도 몇년이나 자신을 뭐라고 해온 이 남자라면 조금은 피우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망상을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평소의 그녀를 생각하면 절대로 생각 못할 모습이었다. 대놓고 뒷골목에서 상대를 만나면 "이 ———야!! 죽을만큼 뭔들 못할까!!" 라는 말이 대번에 튀어나올 정도로 성격이 뭣 같다고 알려져 있었다. 괜히 광교룡(미친 교룡)이라는 이명이 붙은게 아니라고 증명하듯, 그녀는 광기와 독기, 타고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뒷골목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그래도 내가 아재 앞에서만 이래. 다른데에서는 말이야, 응? 진짜 이런 웃는 낯짝도 잘 안한다고."

그래도 매번 금전은 잘 챙겨주는 편이었다. 게다가 이곳이 그나마 안전지대인것도 어쩌면 그녀의 덕일지도 몰랐다. 금전은 비싸더라도 실력은 확실한 이 뱀수인은 뒷골목에서 상당히 위험한 위치임을 알까? 언제 적대 조직을 치료해줬다는 의미 하나만으로 잡혀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빨리 정상을 차지하려는 것도....
결국 돛대는 피우지 않기로 한다. 아픈 것 정도야 어떻게 참으면 되고, 게다가.... 솔직히 그를 보며 속을 썩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우물우물 거리면서 잠시간 고민을 했다. 솔직히 처음 만났던 2년전 부터, 의미없이 살짝 다치더라도—가령 그게 스친 정도의 아주 가벼운 상처더라도— 결국 그녀는 쫄래쫄래 이곳으로 와서 상처를 치료하고 갔다.

"야, 내가 미쳤나보다야....."

방년 24세, 한창 대학교에서 봄을 찾았을 나이였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허락되지 않았던 여성으로서의 마음. 그녀는 작게 자신의 깊은 곳,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유려하고도 부드러운, 예술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수술 준비를 하였다. 한순간이었지만 얼굴에 혈류가 모였었는지 순식간에 발그레 해졌지만 이내 그녀는 쓰게 웃으며 자리에 드러누웠다.

/아닐지도요? 그냥 오지콘에 약간의 얀끼가 있는걸지도?
/뱀수인 묘사가 ㅓㅜㅑ ㅓㅜㅑ

559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07:33:03

>>558 헛 앵커 잘못 걸었어요!!

>>557 로 앵커 수정!!

560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13:37:37

>>558이에요!

살짝 갱신해두고 갈께요 ;)

561 이름 없음 (/7zt20aDvM)

2022-07-31 (내일 월요일) 16:41:19

>>558

"끝나고, 그 다음에 실컷 피우게. 혹시 아는가, 이러면 피우고 싶어서라도 살 의지가 생길지."

당신의 웃음에 응하듯 옅게 웃음소리가 깔린 목소리였지만, 결국은 피우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그 말이 아주 헛 된 말은 아니었지만.
오늘내일 할만한 상처였으니 당신의 의지도 필요했다.

"그런것 같기는 했지. 여기서 들리는 자네 이야기를 듣다보면 밖에서는 어떤지 대강 가늠은 된다네."

이 축축한 지하로 떨어진 자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다들 거기서 거기였다. 조직다툼, 중독자, 망나니. 뒷골목에서 굴러먹는 자들. 교룡에게 물어뜯긴 자들은 물론이었다.
그들 전부 이 어두운 곳에서 뱀에게 목숨을 얻어간다.
당신만큼 뺀질나게 오는자는 거의 없었지만. 아니, 전혀 없던가. 이름을 날리는 만큼 돈이 썩어 넘치는걸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이제 알았는가 광교룡? 알았으면 늦기전에 정신을 챙기는게 좋을걸세. 자네는 아직 젊으니... 아니, 젊기 때문에 이런 꼴을 만들어 오는건가. 나는 요새 종이에 베이는것도 겁나더마는. 쯧, 정말로 자네는 자네 태생에 감사하는게 좋아."

껄껄 웃으며 농담치레를 하는가 싶더니 금세 다시 툴툴거리며 안경을 쓰고, 장갑을 끼고, 원래는 순백이었을 가운 주머니에서 주사며 약병따위를 꺼냈다. 그 사이에 당신이 발그레 해지는것을 보았을 수도 있고, 못 보았을 수도 있다. 서른 여덟. 보았더라도 못 본척 할만한 연령이었다. 괜스레 나이 이야기를 하고, 혀를 차고 상처를 만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접속을 잘 못 해서 조금 늦었다...!
/광교룡 묘사도 엄청 매력적이네요! 심지어 얀끼까지...!

562 이름 없음 (it..JGLll2)

2022-07-31 (내일 월요일) 17:55:04


>>561

"그거 횡포인거 알고 있수?"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툴툴거리면서 결국 그의 말대로 담배갑은 양복 안족 주머니로 들어갔다. 갑갑한 셔츠를 풀어헤치고 이를 살짝 갈아붙인다. 일종의 습관이었다. 담배가 떨어졌을 때나 간혹 기분이 나쁠때, 그녀는 자신의 이중으로 나있는 이빨을 살짝 갈아붙임으로서 그 기분을 진정시켰다. 물론 지금 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볼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가슴 한구석이 계속 먹먹해와서, 아니, 그 이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서 말이다. 먹먹하게 눈을 침잠시키며 그녀가 조용히 뇌까린다.

"그렇게 하면.... 아재 만날수 있잖아."

뒷말은 애써 삼킨다. 지난 2년간 가만히 지켜보면서 그녀는 자신 눈앞의 뱀을 바라보아 왔다. 물론 그 시선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자신이었지만, 다른 곳으로 시선이 향할 때, 특히, 사창가의 여인들이 이곳으로 와서 남자에게 꼬리칠 때, 그 씁쓸함은 배가 되었다. 자기도 만약 꾸미고 가꾼다면, 조금이라도 봐줄까? 아니, 나는 저런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남을 찢어발기고, 주먹을 휘둘러 굴복 시키는 것..... 결국 자신이 알고 있던건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일부러 폭력을 휘두르고 다쳐서 이곳에 오면, 그가 나를 더 봐줄테니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그거 알아? 당신은 나에 대해 전부는 몰라. 그걸 알고 있다면 나를 그런 미소로 봐주지 않을테니까. 그래도 괜찮아, 당신은 내가 아니니까, 모를꺼야.

"정말 그래....?"

젊다고 해서 좋은게 아니야, 입밖으로 낼수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는건 나이가 많고 적어도 관계가 없잖아. 그래서 더 그러는거야. 당신만 매순간을 바라 보는데 결국 그 시선의 끝엔 내가 없잖아.

- 이렇게 애달픈데.
- 이렇게 애틋한데.

말을 하지 못하는게 너무 슬퍼. 그렇게 상념이 이어질 찰나, 상처에서 통증이 재차 올라오고, 그녀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자신의 머리색과 닮은 짙푸른 비늘을 가진 매끈한, 하지만 상처투성이의 꼬리였다. 그와는 완전히 정반대 되는, 너무나도 망가진 모습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 아재, 그럼 나 한숨 잔다."

눈 떴을때,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안심하고, 나도 꿈을 꿀수 있을테니까.

/괜찮아요! 내일부턴 저도..... (먼산) 그러니까 천천히 가죠!
/컴퓨터라 픽크루를 못가져 왔네요! 대신 테마곡을 가져왔어요!
/얀에도 종류가 있다죠!!(의존형 + 자해형이라고)

563 이름 없음 (KptZALn.s.)

2022-07-31 (내일 월요일) 19:22:08

>>562

"원래 의사는 횡포를 부리는 자라네. 억울하면 다치지 말게나."

당신이 이빨을 갈아붙이는걸 보고서도 뻔뻔스레 말했다. 그게 기분나쁠 때 나오는 습관이란걸 알면서도. 다치거나 죽어 오는걸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그런게 좋았다면 의사가 아니라 다른걸 하고 있었을터다.

"...그런 이유로 몸 상하게 하는걸 좋다하는 의사가 있겠나. 자네는 자네몸을 뭐라고 생각하는겐가?"

그렇기에 당신의 그런말을 듣고는 성낼 수 밖에 없었다. 갈라진 혀를 낼름거렸다. 위협적으로 보이기에 오히려 위협용으로 쓰는 행동이었다. 흡사 어른이 어린아이를 꾸중하는 모습이었다.

"새겨듣게. 자네는 중요한 부분에서 신경을 안 쓰는 면이 있어. 이런 꼴을 만들어 오는것만 봐도."

그런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눈치채려 하지 않고, 눈치채지 않는걸로 넘길 수 있다면. 그런 마음을 무의식중에 내재하고, 주사기 속 약물과 함께 밀어냈다.

"그래. 자고 일어나면 담뱃불 정도는 준비하고 있겠네."

모르는 사이 당신의 바람에 부응하며 상냥하게도 말했다.

/주말이 너무 짧아....
/엄청 강렬한 노래네요! 영상 컨셉도 그렇고 느낌이 확 와요!
/일부러 다쳐오는 걸 보면 과연....(눈물 줄줄)

564 이름 없음 (313oUiDC8M)

2022-07-31 (내일 월요일) 20:10:12

>>554

말에 탄 일단의 병사들이 쉼 없이 달렸다. 가벼운 무장을 한 그들은 빽빽한 삼림 속에서도 높은 속도를 유지하며 쉼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묘기였으나, 정작 그들 안에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는 듯, 고성이 터져나왔다.

"더 빨리!"

개중에서 선두의 남자, 혈기가 넘칠 법한 젊은 나이의 장교는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소리쳤다. 짧고 가벼운, 그러나 날카롭게 벼려진 기병도를 한껏 치켜들고서, 장교는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병들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말을 몰아갔다.

"오늘 반드시 놈들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다음은 없다!"

사력을 쏟아 겨우 얻어낸 1번의 승리, 그러나 2번의 결과를 만들 여력 따위는 없다. 이 전투의 승리는 반드시 전쟁의 승리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섬멸 뿐.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병력이 흩어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패주하는 적을 쫓아 깊숙이 적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위험천만한 임무였다. 그러나-.

"너희라면 가능하다! 내가 훈련시킨 네놈들이라면!"

장교는 이를 악물고 소리치며 나아갔다. 목소리에는 절박함 이상으로 자부심이 강하게 묻어났다. 그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할 만한 등 뒤의 병사들 또한 기꺼이 호응하며, 장교와 합을 맞춰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약간 불편한 눈으로 장교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들을 자국 제일의 정예로 만들어 준 장교는 한편으로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오늘 그가 베어야 할 상대가 고향의 군대임을 생각하면 더욱이, 그들조차도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곧 있으면 선발대와 합류해 포위진을 짤 수가......?"

그런 의심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향을 등지는 자괴감 때문인지, 더욱 악을 쓰며 병사들을 인도하던 장교는 문득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수히 늘어선 선발대의 시체,

그리고 야수의 눈을 가진 한 사내였다.

장교는 침을 삼키고 말에서 내렸다. 그의 표정은 이미 참담했지만, 손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여 앞을 경계했다.

"......오랜만입니다."

기병도는 달려드는 상대의 병기를, 호기롭게 마주했다.

565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20:15:50

>>563

그 짧은 순간에, 그녀는 꿈을 꾸었다. 솔직하게 그에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그런 내용의 꿈이었다. 그렇게 손을 내밀려는 순간 피범벅이 되어있는 손이 눈에 들어온다. 아차하는 순간 그의 눈에 어린 경멸감을 보며 소녀는 절망하고야 말았다. 이래서야 내가 꼭대기로 올라가고자 한 이유가 없는거잖아. 꼭대기로 올라간다면 그가 한번은 나를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아득바득 올라갔던 것인데.....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그 꿈의 끝에서 소녀는 깨달았다. 결국 봐주지 않는다면 나만을 돌아보게 만들자고, 징짜 끝으로 올라가서 내가 파멸을 하게 되더라도.... 그 순간 소녀는 눈앞의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수많은 피를 밟고 일어선 그녀, 정점에 도달해서 많은 이들을 보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한채 공허하게 있는 모습을 말이다.

—안돼.
—싫어.
—어째서 당신이 그런눈으로 나를 보는거야?

허우적대며 남자를 뒤에서 껴안으려 한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허상이라는 듯 남자는 여인이 된 소녀를 무시한채 더욱더 멀어져갔고, 이내 그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애처로울 정도로 울음을 터트렸다. 잘못했어요, 가지 말아주세요. 제가 전부 잘못한 거에요. 그러니까....

"아....."

수술이 마무리 지어진것일까, 더이상 배쪽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전의 꿈의 소녀의 모습이 진심이라는 듯 그녀는 눈가에 흘렀던 눈물을 느낄수 있었고, 천천히 떠듬거리며 입을 열어갔다. 아직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시선 끝에 그 유려한 모습의 뱀의 모습이 비쳐졌고,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호선을 그리고야 말았다.

"아재...."

잠깐 움직이려하자 마취가 덜풀린것에 더해 완전히는 가라 앉지 않았다는 듯 느껴지지 않던 통증이 그녀를 엄습해왔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심이라도 한 것인지 그녀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면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환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아, 아재애... 나 물좀 떠다 주라...."

/뱀수인씨 다음 나메에다가 강제 행동 하나 해도 될까요? 기분 나쁘시면 다른 방향으로....!!
/얀에도 종류가 많다구요? 숭배형이라던가.... 고립형이라던가....(먼산)
/지금은 폰이니까 픽크루 올릴께요!!
https://picrew.me/share?cd=3PYyEGR6sg
이건 얀얀얀
https://picrew.me/share?cd=bOWscHkJoR

566 이름 없음 (KptZALn.s.)

2022-07-31 (내일 월요일) 21:12:42

>>565

피범벅이된 장갑을 벗는것으로 수술을 끝내고 곤히 잠든 당신을 보았다. 남자로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대부분은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으니까. 비단 당신만이 아니더라도.
꾸덕한 습기와 어둠, 고통과 죽음에 절여진곳을 기는 뱀을 좋아할 자는 없었기에 구태여 자신을 찾아오는 당신에게 정이 붙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기는 했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이 건강하기를 바랐다. 다치지 않기를. 아프지도 않기를. 그렇게, 영영 이 저승길 문턱을 떠나기를.
너무 늦기 전에.
그런 생각에 빠져 한참을 바라보던 무렵 당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것을 보고 남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연스럽게 깨는것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깨워야 하는지, 아니면 손수건이라도 꺼내야 하는지.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안 좋은 선택인지 갈피를 잡지못해 역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무렵 당신이 눈을 떴다.

"으응, 깼는가."

침착하자. 라는 마음을 다행히 몸이 잘 따라주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마냥 대답하고 주머니 속 물건들을 만지작댔다. 손수건이든 라이터든 필요한것을 줄 수 있도록.

"불을 먼저 달라할거라 생각했는데 물이 더 급했구먼. 뭐, 몸에는 그게 더 좋다네."

아무리 그래도 정말로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찾지 않았다는것에 조금 만족하면서 적당히 미지근한 물병을 꺼내와서 당신에게 건넸다.
찬 물은 속 버린다.

/뭔지 궁금하니까 해도 된다고 할게요!! :3
/교룡씨 얀에 진심인 분이구나ㅋㅋ
/헉 픽크루 헉 역시 얀데레하면 죽은눈이죳

567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22:12:45

>>566

당신은 끝까지 저를 배려하는군요, 자신 안의 소녀는 결국 졌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의무교육이 끝나자마자 부모는 자신을 나몰라라 하고 버리고, 소녀는 그 이후 뒷골목에서 몸을 파는 행위 이외의 모든것을 해왔다. 어쩔때는 소매치기, 어쩔때는 기습으로 다른 불량배들을 때려눕혀 지갑을 강탈하고, 소녀의 도덕성과 감수성은 그렇게 메말라갔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다름아닌 조직폭력배, 그것도 이제는 행동대장격으로 다른 이들의 머리위에 서있게된 존재, 지금은 아직 행동대장이고, 돈도 많이 번다면 번다고 할수 있겠지만, 결국 이 바닥에서 남는건 정점뿐이었다. 알고 있다, 손에 앞으로 얼마나 더 피를 묻혀야 할지, 이 바닥을 떠날 수 있을지, 소녀는 남자가 내민 따스한 온기가 담긴 물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부족해.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여인이 된 소녀의 손이 강하게—평소보다는 약하지만— 남자의 팔목을 붙잡고 당긴다. 아차하는 순간에 남자의 얼굴이 여인과 근접할 정도로 가까워지지만, 여인은 괘념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눈은 아까전에 몽롱한게 거짓말이라는 듯 포식자의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아재, 그거 알고 있었지? 내가 항상 아재 보고 있었다는거?"

아니다, 포식자의 눈동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도 더 원초적인, 수컷을 원하는 암컷의 눈동자였다.

"항상 어필하고 또 기다릴만큼 기다렸어. 이제는 못기다려, 아니 안 기다려."

사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 마취의 후유증 때문에 어지러워 금방이라도 쓰러질거 같다고. 근데 여기서 도망가면 내가 뭐가 되는거야? 맨날 꼭대기로, 정점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해놓고서 결국 사랑하는 사람 하나 못 잡으면 어떻게 하란거야?

—그러니까 붙잡자. 나는 상어, 노리는 먹잇감은, 절대로 안 놓칠꺼야. 그게 사랑이건 정점이건 말이야.
"아재는, 내꺼야."

그와 동시에 여인의 입술이 그대로 남자의 입에 포개어졌다.

/받아라 상여자식 고백!
/픽크루 머리색이 짙은 청색이 아닌건 머리색을 정할수가 없어서 그래요 :(
/나름 연구 좀 했다고요?! 그리고 안데레와 메가데레는 종이 한장차이!! 그래서 지금은? 메가데레랍니다!!

568 이름 없음 (B9mviub136)

2022-07-31 (내일 월요일) 23:31:21

>>567

갑작스런 행동에 빛의 변화도 없건만 남자의 동공이 움츠러들듯 가늘어졌다. 포식자를 목전에 둔 피식자라도 된듯이.
그래서 거침없이 묻는 당신과 달리 섣불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자네..."

알게되려 하지 않았기에 반쯤은 정말로 모르고 있었던것은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부러 묻어두었던것을 끄집어내고선, 못박아버린 당신의 묘안에 원초적인 빛이 감도는것을 보고난 다음 든 생각은 상상보다도 침착한 것이었다. 결국은 사고를 쳤군, 하고 알고 있었던 부분의 마음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얼버무릴 수 있다. 마취기운도 아직 남있을테니 다시 재우던가, 아무튼ー
딱 거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입을 열 수 없게 되었다. 뱀의 독니를 신경쓰지 않는건 그녀가 상어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반사적으로 눈을 감자 당신의 열기가 느껴졌다. 뱀의 피트기관은 섬세하게 열기를 자신에게 전달하여 눈돌릴 수 없도록 했다. 눈을 감는다고 못 본걸로 만들 수 없다는듯이.
잠시 움직이지 못 했던 상황이 지나고 나서 천천히, 원래도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 없긴 했지만 그보다도 더욱 느릿하게 입술을 떨어뜨리고 그러고서도 잠시 뜸을 들인 뒤에야 남자는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내 속 썩이는게 그리 좋은가."

/교룡이 멋지잖아! 과연 육식동물!(?)
/아항 그래서 보라색이었군요. 확실히 둘 다 어울리네요 고민 되겠는데요ㅋㅋ
/메가데레가 되었다니. 이게 사랑의 키스의 힘이군요(끄덕)

569 이름 없음 (8/W284NITU)

2022-08-01 (모두 수고..) 06:43:22

>>568

"푸핫...."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대충 짐작이 간듯 가벼운 신음을 내며 천천히 뒤로 넘어간다. 아까전에도 말했다시피 마취 기운과 배쪽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 거기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머리에 열이 올라온 듯 헤실헤실 웃으면서 괜찮다는 어필을 해보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도파민 과다 분비로 인해 가벼운 마약을 하기라도 한 듯 한 모습이었다.

"속 썩이다니, 나 만큼 아재 말 잘 듣는 환자도 없잖수."

환자 맞을까? 아니야, 그래도 난 그것보다는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은걸. 비록 다른 여자들에 비해 멋도 없고, 내세울거 하나 없는 몸뚱아리지만, 그래도 당신 앞에서는 누구보다 더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인걸.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내 어리광을 받아줘, 언젠간 당신이 내가 없이 살수 없게 만들때까지. 그녀는 그 속마음을 담아 천천히 손바닥을 들어올리고는 가볍게 자신의 입 언저리를 쳤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바닥으로 입을 가려 고개를 숙인뒤 천천히 손을 보여주었다.

"아재, 미안하지만 노끈좀 가져다 주라."

그런 그녀의 입에는 더이상 이빨이 하나도 없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녀의 손에는 이빨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그것도 발치하지 않아 가장 날카롭고 튼튼한 이빨들이었다. 아직 이빨을 갈때도 되지 않았는데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절대로 그녀답지 않은, 하지만 가장 그녀다운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바보같이 웃었다.

"헤헤.... 상어수인들은 말이야.... 이빨이 금방 나, 그리고 지금 가장 튼튼한 이빨로 가지고 장신구를 만들어 주면.... 그 사람은 무병장수한다나 뭐라나...."

미친 교룡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것을 안다면 모두가 놀라 자빠지겠지, 모두가 두려워 마다하지 않고, 가장 난폭하고 그에 걸맞는 무력을 가진 여인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하지만 그 앞에서는 한낱 사랑에 빠진 소녀였다는 건 모두가 부정하지 못하리라.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본래 상어의 장신구는 그러한 뜻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튼튼한 이빨로 만든 장신구를 이성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바로 구애의 뜻이 담겼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머리에 열이 오를만큼 오른 지금, 그 사리판단을 할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냉정하지 못했다.

/먼저 반하게 한게 잘못아닐까요!! :)
/그래도 청상아리니까 진청색입니다!! 다른 의견은 네버!!
/그래도 언제나 얀얀은 주의하는걸루다가 헿

570 이름 없음 (CbdSwVVgHg)

2022-08-01 (모두 수고..) 07:12:22

>>564

"요!!"

마지막 한 녀석의 머리를 부수고 나자 뒷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남자는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삶에 모두 달관하고 초연한 그 모습은 마치 은거를 눈앞에 둔 노기인의 모습이었으나,그 전신으로부터 풍겨오는 혈향과 투기는 그가 아직 불타오르는 중임을 대변하고 있었다. 천천히 둔기를 어깨에 걸쳐메고 걸어오는 그 모습은 마치 흉신악살 그 자체였고, 거리가 충분히 있음에도 심기가 약한 몇몇 병사들은 겁에 질린 듯 무기 끝이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동향 사람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그의 입가로는 걸걸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들의 목적은 달성했다.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켜 병력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역으로 적의 본진을 전부 급습한다. 그쪽에서 요청했던 1주일의 마지막 날이다. 댓가가 자신과 지금 같이 있던 별동대원들의 목숨이라면 아주 싼 것이 아닐까? 그것도 무려 6천명이다. 20명으로 6천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목적은 초과달성이다. 기분이 착잡한 것인지 그는 천천히 웃음을 지우면서, 특유의 느물느물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너희 발을 잡는 것 뿐이야, 물론 우리 작전이 들통났으면 우리 본대도 다 작살났겠지. 그러니까 제안 하나 할까 하는데 어때?"

그가 천천히 둔기를 땅에 쳐박는다. 어차피 여기서 활을 쏴도 죽고, 창을 던져도 죽는다. 하지만 그는 전혀 괘념치 않는다는 듯이 어까를 으쓱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간다.

"솔직히 너도 여기서 병사 손실 내기 뭣하고, 이제 별동대도 대장인 나 하나 뿐이다. 북방의 대전사인 내 목이면 충분히 전공의 값어치는 될거 같다만, 구미가 당기지 않나? 응? 동향이니까 이런 파격제안을 하는거지, 아니면 이런 거래? 오우, 절대 없지!!"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해는 주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둔기에 힘을 주고 있었다. 마치 마지막 생명을 전부 불살라 주겠다는 듯, 광기어린 미소가 지옥 너머로 부터 비추고 있었다.

571 이름 없음 (huw12eSPM.)

2022-08-01 (모두 수고..) 09:44:35

>>570

"......선발대를 전부, 명불허전이군요."

장교는 침착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지만, 이빨이 갈리는 불쾌한 소리 또한 또렷하게 퍼져나갔다. 그가 둔기를 어떻게 하고 있던 상관없다는 듯, 정자세로 겨눈 기병도를 조금도 치우지 않은 채로 장교는 발목 근처에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 끝이 정강이의 홀더에 걸린 순간, 장교의 손에는 두 자루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탁월하다면 탁월할 손재주였지만, 장교는 알고 있었다. 이것마저도 상대에게 훤히 읽힐, 북부의 기예라는 것을.

"미안합니다만, 나는 이미 당신의 동향인이 아닙니다. 이제 나는...... 뭣들 하고 있나!"

앞으로는 대적자의 압도적인 기백, 그러나 동시에 등 뒤로 닿는 것은 불안과 의심,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다. 도저히, 진정한 의미의 신뢰를 살 수는 없는 것인가, 암담한 기분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장교는 용수철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배후의 압박감이 거세지자 장교는, 오히려 크게 윽박질렀다.

"너희에게 여기서 발이 묶일 여유가 있느냐! 달려! 죽는 한이 있어도 본대를 따라잡아! 우리에겐 이미 뒤가 없단 말이다!"

잠깐의 정적, 너희의 의심이 내 지휘권마저도 넘어선 것인가 하는 괴로움도 잠시, 말이 달리는 소리가 재개되자 장교는 겨우 안도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누르던 압박감이 이제, 격려로 바뀐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미안하지만, 대전사님, 당신의 목으로 만족하기에 우리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그대로 앞을 경계한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모든 것을 바쳐 육성한 자신의 부대가 적의 본대를 따라잡는 동안, 이 사내의 발목을 잡을 의무는 장교, 자신에게 있었으니까.

"저와 대화를 조금...... 해 주셔야겠습니다."

572 이름 없음 (ECCHcz1c.Q)

2022-08-01 (모두 수고..) 17:38:50

>>569

"갑자기 그러는게 말을 잘 듣는겐가."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꽁하게 그런말을 했다. 아무래도 갑작스레 '넌 내꺼야!' 같은걸 당했으니 아직 당황스러움이 가시지 않은 탓도 있었다.
말 잘 듣는 환자냐 하면 그야 다짜고짜 총칼을 휘두르거나, 하지 말란것만 골라서 한 다음 책임전가를 하는 부류도 많으니 아니라곤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신의 행동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한참 벗어난 것이기에 쉬이 답을 내리지 못 하고 괜스레 이런 태도나 보이게 되는것이었다.
그래. 그게 문제였다. 차라리 자신이 저 여인을 환자로만 대했다면 훨씬 쉬운 문제였을턴데 그러지 못 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품어버린탓에 눈을 돌리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그러니까 이젠 어떻게든 매듭을 짓기위해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그 때 당신의 갑작스런 행동에 끊기고 말았다.

"노끈이 문제가 아니지 않나. 아니, 방금 수술도 한 사람이 무슨..."

상어 수인들의 이빨 구조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 비록 치아에 통달한것은 아니지만 아직 당신의 이빨이 갈이를 할 만큼 무디지는 않다는것과 당신이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 그리고 그 장신구의 의미정도 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나는 대신 허물을 주면 되는겐가?"

도대체가 그런 의미로 하는말이 맞는건지 싶어 달라는 노끈은 안 주고 그런 말을 했다. 뱀의 허물이 가진 가장 큰 상징성은 물론 영생과 재생이지만, 이성에게 건낼 때는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이 허물을 잃어버리면 저는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없어요' 어쩌구 하는 설화가 있지 않았는가. 허물을 가지고 있는자를 떠날 수 없다는. 즉, 구애의 의미를 가진것이었다.
그다지 크게 알려진 의미도 아니건만 이렇게 굳이 돌려돌려 말 하는 이유는 당신이 지금 그다지 냉정한 상태가 아니라는걸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으면 그냥 거절하려고.
이런 능구렁이 같은 기질은 분명 자신이 뱀인탓이지, 자신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뱀이 요물취급받는 동물인 이유가 있었군요...!
/역시 '청'상아리니만큼 그렇긴 하겠죠!ㅋㅋ
/그치만 거기에 넘어가버렸구ㅎ

573 이름 없음 (m6uiB54TvA)

2022-08-01 (모두 수고..) 18:22:09

>>572

"그래도 나 정도면...."

뒤에 구절들이 전부 생략 된 것은, 온갖 단어가 붙을수 있다는 반증이었다. 내가 그 여자들보다 더 이뻐, 아니면 더 몸매도 괜찮아, 등등... 어쩌면 그 모든 말에 숨어있는 것은 열등의식 일 수도 있었다. 자신도 모르니까, 자신이 한평생 가꾸는데만 살아온 여자들에 비해 투박하고, 제대로 말도 못하는 여자인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그녀는 괜찮았다. 지금만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으로도 몽롱한 정신을 붙잡고 방실방실 웃을수 있었다. 평소의 날카로움과 폭력성은 어디가고, 유순한 상어 한마리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평소 모습을 아는 이들이 전부 자신의 눈을 세척해달라 요청하지 않을까.
양손에 이빨을 한사바리 들고서 노끈을 가져다 주길 바라는 모습은 마치 목줄을 기다리는 강아지와도 같았다. 오히려 그 언밸런스한 모습 자체가 매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소의 태도와는 완전히 상반된 그녀의 모습은, 진짜 그녀가 맞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그렇게 방실방실 웃으려던 찰나, 그녀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는다.

"허물?"

갑자기 너무나도 냉담한 모습, 이성을 찾기라도 한 것일까?

"줘."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아니, 앞으로 벗을거도 줘."

..... 애시당초 차게 식었던 표정은 이성을 찾은게 아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24년, 살면서 선물 한번도 받지 못한 여인에게 있어 그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유혹 그자체였다. 하물며 그게 사랑하는 사람의 피부였다고? 상처만 아니었다면 바로 달려들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차게 식은 표정 아래로 느껴지는 감정은, 갈망, 아니 독점욕 그 자체였다. 씨익 웃어 보이는 모습은 말그대로 여지껏 받지 못했던 보상을 전부 받아내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한평생 받아낼꺼야. 응, 2년간 못받은거 그 이상으로 받아내도 되는거지?"

무슨 의미인지는 절대로 중요하지 않았다. 백년가약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그저 그냥,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자신의 손에 쥐고 싶다는 욕망뿐인, 포식자의 천성 그자체였다.

/요물 덩어리!! 그러니까 얀을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끝마무리를 내야할까욬ㅋㅋㅋㅋㅋ

574 이름 없음 (9yGT.HGwfs)

2022-08-01 (모두 수고..) 18:41:14

>>571

"허, 잘 키웠네 그려."

신뢰를 바탕으로 결속을 이뤄낸 병사들의 일사분란함에 그가 혀를 내두른다. 자신의 별동대와는 다른 결속의 모습에 감탄을 터트리며 병사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조용히 길을 터준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나약한 이들을 쫓는 맹수 마냥 눈앞의 사내를 무시하고 뛰쳐나갈 줄 알았는지 병사들은 의외의 상황에 자신의 상관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서둘러 진격을 이어나갔다.

"왜, 의외냐? 대화를 원하는 건 너였잖아?"

강자를 존중하는 듯한 태도였다. 여지껏 자신과 싸운 이들중에서 이 정도로 당당함을 보인 이는 없었다. 그것이 만용인지 아닌지 자신이 판가름하는 것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런건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싸우고 살아남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강해지고 또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그래서 자신이 살아 남아 온 것이다. 자신은 강자였으니까.

"아 대화를 시작하기전에 약속은 하나 해주지, 내가 이겨도, 저 녀석들 뒤는 쫒지 않도록 하마."

이 또한 배려였다. 마음속에 모든것을 내뱉으라는 의미였다. 싸우는 자에게 있어서 마음속 무거움이란 힘을 더하는 것도 있지만 과도한 부담은 힘을 내지 못하게 함이니, 그는 그렇게 모두 벗어나 던짐을 종용하였다. 앞으로의 있을 생사투에는 그런거 따위 필요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리라.

"일단 가볍게 나도 이야기를 해볼까. 아 생각해보니 망할 할망구 말이 맞잖아. 고요함 한가운데, 두마리 맹수 서로에게 이빨을 겨누니, 상처 투성이의 늙은 짐승, 대지에 몸을 눕히리라."

자신의 최후를 이야기 하는 모습은 무덤덤하다 못해 익살스러움 그 자체였다. 고요함이라 함은 이 숲 자체를 가리키고, 맹수는 지금 이 두 사람을 뜻하는 것, 그중 늙은 짐승이라는건 분명 대전사를 가리킴이고, 대지의 몸을 눕힌다는 것은....

"근데 말이야. 그게 오늘이 아닐수도 있잖아?"

그가 웃는다. 광기가 빠진 순수한 투기였다. 그래, 여지껏 나는 이것을 위해 살아온거야, 강자들과 맛부딪하고 거센 풍파를 이겨온 자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결실을 보며 살아가고 또 살아온 것!! 그러니까 내 눈앞의 너 또한 그것을 보여주면 좋겠구나!!

"자, 하고 싶은 말을 해봐, 그게 아니면....."

그가 가볍게 손짓을 한다.

575 이름 없음 (V568AqGtqw)

2022-08-01 (모두 수고..) 19:57:11

>>573

"투덜대지 말게. 내가 자네를 한 두번 봤는가."

그 생략된 구절들에 전부 대답하는 말이었다. 당신이 어떤 여자인지는 알고 있다고.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하는 말이라고.
어느정도냐 하면, 당신에게 물어뜯겼던 환자들이 지금의 유순한 당신을 본다면 아까 놨던 주사에 이상한거 섞어둔거 아니냐고 묻지 않을까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버릴 만큼.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잠시 풀려있던 정신은 당신이 냉담하게 식는것을 보고 금세 다시 돌아왔다.
역시 잡아먹히는건 자신쪽이었나보다.

"그거 다 모아서 어디다 쓰려그러나... 애초에 자네, 내 탈피 주기는 아나 모르겠구먼."

한 번 노린 먹잇감은 절대 놓지 않는 당신의 면모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허허실실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진심이겠지. 생각해보면 그런 면모에 이끌린걸지도.
그래서 노끈을 가져다주며 이렇게 대답했다.

"한 평생 하나도 안 갖다버릴 자신이 있다면야 생각해 보겠네. 그대가 달라 했으니 그 정도는 해줄테지."

그 의미도 모르고 그저 직선으로 돌진하는, 그야말로 상어 그 자체인 여인에게 제대로 물렸으니 이정도 농을 하는것정도야 괜찮을터였다.

/요물과 얀. 무서운 조합...!
/일단 마무리하기 쉽게 써보았다! 요걸 라스트로 하셔도 되고 막레를 쳐주셔도 됩니당

576 이름 없음 (8/W284NITU)

2022-08-01 (모두 수고..) 20:09:10

>>575 그럼 호의를 받들어 막레를!!

더 잇고 싶지만 그러면 진짜 1:1도 고려해봐야 할거 같고 스토리 라인까지 짜야 할테니까요 :)

577 이름 없음 (8/W284NITU)

2022-08-01 (모두 수고..) 20:23:37

>>575

"..... 이럴때만 치사해....."

지금 이순간 포식자의 그것이 풀리고 유순한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아까전의 패기는 어디 갔냐는 듯이 눈을 내리깔고 수줍은 새색시 마냥 몸을 배배 꼬며 자신의 남자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제 다 내팽개치고 그대로 그의 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가 그만두라고 했을 때 바로 조직에서 손가락 한두개 내던지고 바로 그에게 달려와 평생을 헌신하고 살 자신이 있으리라. 그녀는 무언가를 원하는 듯 병상에서 몸을 비비적거렸다. 단 한마디로 그녀의 마음을 다시 되돌린 이 장면을 본다면 모두가 그대로 기겁하고 자신의 눈을 비빌 것이다.

"저기.... 그러니까...."
-따르르르릉!!
"에이, ㅆ....[자체 검열], 어떤 놈이얏!"

전화가 울림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걸쭉한 욕설이 터져나왔다. 좋은 분위기 산통 다깼다는 것일까, 그녀의 분노는 오갈데를 모르며, 아까까지 병약한 한명의 여성은 온데 간데 없이 미친 교룡이 침대위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조작한 그녀는 그대로 귓가에 울려퍼지는 부하의 말에 그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샛꺄!!"
[누님! 다친데는....]
"너때문에 다시 도졌어! 왜그러는데!"
[아버지가 보고하라ㄱ....]
"그걸 왜 나한테 [자체 검열][일단 검열]인데!! 이 [아무튼 검열]이!! 확 [그만 검열좀....]해버릴라!!"
[히이익!!]
"끊엇!!"

부득부득, 이빨이 다 빠진 잇몸을 갈아붙이며 그녀가 숨을 고른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는지 이내 멋쩍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린, 수줍은 새색시 마냥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 이해줄꺼지?"

그녀가 숨을 고른다. 그리고 이내 개구지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흘러나온다. 정점에 오르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미소였다. 그래, 나는 내 사랑을 얻었으니까, 이걸로 만족해, 하지만 나는 아직 배고파. 그러니까....

"아ㅈ.... 아니, 당신!!"

그녀가 환자복을 벗어던지고 다시 하얀색 정장을 챙겨 입는다. 이제는 완연히 정신을 차린것일까?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겨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차 싶었는지 그대로 돌아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선뒤 그대로 아까보다 더 깊고 깊은 키스를 날렸다. 그렇게 한참을 하던 그녀는, 이내 입술을 떨어트린뒤 아직 만족 못한 듯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다음에, 알겠지?"

그와 동시에 그녀가 천천히 문밖으로 나선다. 이제는 돌아올 곳이 생긴, 기운 넘치는 발걸음이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잠깐 복귀해서 재밌게 굴리고 가요!!

578 이름 없음 (V568AqGtqw)

2022-08-01 (모두 수고..) 21:07:38

>>577
/잠깐 복귀한거였구나 그럼 1:1은 힘들겠죠 아무래도
/저도 재밌었어요! 엄청 귀엽고 멋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579 이름 없음 (8/W284NITU)

2022-08-01 (모두 수고..) 21:31:31

>>578

/언젠가는 진짜 복귀할지도 몰라요! 그때는 다른 캐릭터로 다른 모습을 하고 만나게 되겠죠!!
/그럼 그때까지 마타 아시타!

580 이름 없음 (pQEk9jBTg2)

2022-08-02 (FIRE!) 06:13:48

>>574

"당신의 교수법을 빼앗아 썼을 뿐입니다."

눈앞의 사내에게 자신의 부대에 대한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장교에게 있어 고무적인 일이었다. 고향을 배신한 이래로, 어쩌면 자신의 부대는 모든 면에서 콤플렉스의 반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장교의 자기의심을 조금은 잊을 수 있게 해주는 말을 처음으로 해준 것은, 이제 곧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르는 적군의 전설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원조에게 칭찬받는 것은 영광입니다. 그러나, 추적하지 않겠다는 그 말, 솔직히 만용임을 증명하고 싶어지는군요."

쓸데없는 오기라고 해야 할까, 어쩐지, 눈앞의 상대가 자신의 부대를 보내주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뒤늦게라도 쫓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만들고 싶었다. 자존심, 그리고 동시에 이 장소에 쓰러진 상대의 정예들에 대한 예우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의 부대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모티브로 삼았던 자들의 처참한 죽음들은, 어쩌면 선봉의 비대한 손실만큼이나 장교에게 씁쓸한 감회를 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은, 눈앞의 상대와 맞서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상처투성이지만 여전히 살아 있고, 무수한 피를 빼앗았으면서도 자신의 피를 갈망하는.

"남방의 불길을 타고 고향을 향하는 야수는, 사냥하기 위해 달리는 자신이 사냥당할 운명을 모른다. 저는 예언을 믿지는 않습니다만......"

저도 모르게 인용하는 타인의 말로 사내에게 답한다. 유황 연기른 마시고 환각을 보는 미친 사람의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꾸준히 그 말을 실현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장교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의식하지 못한 새 운명의 실에 따라간 스스로의 행적에 대한 비관일까, 어쩌면, 순수하게 탁월한 상대를 마주한 야수의 기쁨인지도 몰랐다. 자신이 사냥을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면, 사냥꾼에게는 위험한 상대일수록 트로피가 되는 법.

"그래도, 그런 허황된 말 위에서라도 당신에게 최후를 안겨줄 수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면 영광입니다. 한때 북방 사람으로서, 전사로서 당신을 동경했으니까요."

581 이름 없음 (KXfC0n53Tc)

2022-08-02 (FIRE!) 09:39:37

>>580

"만용? 크하하하하하!!"

광소가 하늘 저멀리까지 퍼져나간다. 미친듯이 한참을 웃어제끼던 그가 눈에 냉정을 찾으면서 천천히 둔기를 뽑아들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릇의 크기부터가 달랐다. 아니, 자신의 고향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면 진즉 자신의 눈에 들어왔다면 수제자가 되어 다음 대전사역을 물려줬을지도 모르는 일, 세상만사 참 알수 없다면서 그는 웃음을 그친채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귀에 걸린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마, 내가 칭찬을 꽤 아끼는 편은 아니지만 등돌린 사람에게까지 이렇게 말하는건 처음이다. 말했잖아? 이미 처음부터 질 거 감안하고 시작한 전쟁이다. 애시당초 죽을 장소 찾아다니던 놈이, 가장 좋은 것을 두고 그 아랫것을 쫒아간다는게 가당키나 하냐?"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가 있기에 지금 병단은 완성된것이다. 병사들은 소모품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 소모품이 1급품이 될지, 폐품으로 될지는 오직 장교의 여하에 달려있는 것, 그렇기에 이 사내가 대단한 것이다. 자신도 해내지 못한 전인밎답의 경지를 스스로 개척해 나간것이지 않은가, 그것이 무가 되었던, 병법이 되었던 존중 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리고 그 두가지를 모두 해낸 이는 절대로, 약자가 아닐테니까.

"서론이 길었구만, 시작하자꾸나. 선공을 양보하마."

스승의 어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려지는 모습은 만 백수의 우두머리로서 대지를 지배하는 백수의 황제, 베히모스의 모습이었다. 전 대륙을 들어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이, 일주일간의 밤낮없는 게릴라 전을 펼쳐 20명의 병사로 6천명을 묶은 역발산기개세..... 그가 둔기를 뽑아들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582 이름 없음 (44BK5MBnwc)

2022-08-02 (FIRE!) 10:50:10

>>581

장교는 기병도를 쥔 손을 주억거렸다.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자를 앞에 두고 살짝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투지의 발로다. 이 떨림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찢어발겨지는 한이 있어도 칼을 들이밀기를 바라는 투쟁심의 반응이다.

"당신의 부곡이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과 같은 색의 갑옷을 입은 무수한 시신들, 6천명이다. 이 남자가 저지한 6천명의 목숨값을 짊어진 싸움이다. 불비불명, 뜻을 품은 자는 때를 기다리는 법, 그러나 그 뜻을 알아주는 자가 없다면 날개를 펼칠 수 없다.

자신의 가치를 찾아 준 나라는 이쪽이기에, 장교는 남방의 사람으로서 전의를 다졌다. 호승심 이상의 복수심을 끌어올렸다. 이 사내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고 싶다는 정신무장으로 장교는 전투의 태세를 갖췄다.

"각오하시길."

장교의 준비자세는 북부의 방식, 북부의 대전사인 상대에게는 너무나 쉽게 읽힐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잔재주는 소용없다는 판단으로, 장교는 뻔히 드러나보일지언정 최선의 수를 펼쳐 보였다. 오른손을 가볍게 떨친 순간, 두 자루의 단검 중 하나가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그리고 사냥꾼의 자세로, 기병도를 들고 앞으로 찔러들어갔다. 유사 이래 사냥당한 적 없는 지고의 야수에게 올가미를 걸기 위해서.

/전투 쪽으로 전개되면, 결과가 어떻게 나왔으면 좋겠어?

583 이름 없음 (KXfC0n53Tc)

2022-08-02 (FIRE!) 11:18:48

>>582

/미리 말해둘께!!

대전사가 졌다고 할꺼야!! 어차피 대전사 본인은 살 의지도 없고, 그냥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전사로 살다 죽은거에 만족할테니까 나중에 적당한 선에서 심장에 칼 꽂히는 해도 될까?

지금은 잇기 힘드네 미안..... ㅠ

584 이름 없음 (44BK5MBnwc)

2022-08-02 (FIRE!) 12:00:47

>>583

/괜찮아, 잇고 싶을 때 느긋하게 이어 줘
그 전개로 생각하고 있을게, 사실 예상이랑은 반대네 ㅋㅋㅋ 워낙 압도적인 느낌의 캐릭터라서 어떻게 압도당할까를 생각중이었어

585 이름 없음 (qv2zJQRM.M)

2022-08-02 (FIRE!) 12:04:31

>>584

/기동무투전 g건담을 안봤다면 동방불패 최후의 전투 장면을 보면 될꺼야!! 그런 느낌으로 가려고!!
/말이 그렇지, 1주일간 잠도 안자고 20명을 이끌면서 6천명의 병사를 막아세웠어, 피로감과 누적된 피해는 상상이상이라고? 아마 꼴딱꼴딱 이전이니까, 천천히 즐겨! 마지막 수업이라는 느낌도 괜찮을꺼야!

586 이름 없음 (44BK5MBnwc)

2022-08-02 (FIRE!) 12:37:58

>>585

/g건담 전체를 본 건 아니지만 그 부분은 봤지... 이해했어, 기대하고 있을게~

587 이름 없음 (Ap2RnT3eWg)

2022-08-02 (FIRE!) 17:33:12

너, 아까 나같은 양아치 싫다면서. 근데 나 양아치 아니다? 얼마나 순진무구한 학생인데. (당신의 앞자리에 앉아 아예 뒤를 돌아본 채로 앉아 싱글벙글 웃는다.) 뒷담 걸렸으니 벌칙 하나. 같이 야자 째자.

588 이름 없음 (KXfC0n53Tc)

2022-08-02 (FIRE!) 18:52:44

>>582

백수의 황제에게 용감히 달려드는 용자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형상이었다. 그것은 만용을 논하기 이전, 뛰어들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것이었다. 죽기위해 달려드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 이기기 위해 달려드는 것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그의 손에 쥐어진 애병이 방패가 되어준다. 넓은 면, 대검과 같은 형상이지만 날이 없는 둔기는 충분히 방패를 역할이 되어주기엔 충분했고, 그는 망설임없이 둔기로 찌르기를 막은채 입을 열었다.

"북부는 그 설정에 걸맞게 흉폭하고 약육강식에 맞춰서 발전해왔다. 그에 반해 남부는 사람과 사람이 싸우기에 절제되고, 또 기교가 크게 발전해왔지. 그 반증이 바로 접근전의 차이다."

마치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한 말투, 하지만 그 말투에는 여전히 강렬한 투기가 서려있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북부의 전투기술과 남부의 무예를 모두 익혀냈고 그 성과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지금 남자의 한순간의 찌르기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북부의 강맹한 공격을 남부의 기예로 덮어서 자신조차도 한순간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줬으니까.
지난 일주일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 피드백되어 온다. 축적된 피로는 육체가 불만을 토로하게 하기에 충분했고, 격전을 거치는 동안 누적된 피해는 이젠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 하지만 충분한 패널티였다. 다음대 대전사역을 이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시련으로 거듭나 이 눈앞의 남자가 이겨나가기엔 매우 적절한 패널티였다! 대전사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고 둔기를 거세게 휘둘러 단검을 밀쳐냄과 동시에, 둔기를 횡으로 두번 휘두른다.

[제 1식, 산들바람.]
"너는 지금 그 두가지를 모두 손에 쥐었지, 그럼 어찌해야되겠는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길이 없었다. 눈썰미가 좋다면 분명히 그 틈을 파고들순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그가 노리는 바, 산들거리는 바람 그 사이로 순식간에 물보라를 한순간 일으킬 강렬한 기세로 올려베어간다.

[제 6식, 된바람.]
"답은 간단하다, 네가 이미 한 것처럼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든다. 양손에 쥔 것 중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네 경지가 그를 허할 리가 없으니."

동시에 한 순간, 올려베는 기세 그대로 그가 허공에 아주 잠시간 떠올랐다. 대전사만의 연계기, 남자또한 눈에 익을 정도로 유명한 일격이었다. 산들바람에서 이어져 된바람으로 올려 베고, 다시 강맹한 내려찍기 그자체인 9식, 큰센바람은 가장 효율적이고 그이기에 가능한 공격이었으니, 하지만 대전사는 오히려 한손으로 둔기를 붙잡은채, 있는 힘껏 둔기를 사내에게 집어던졌다. 놀라우리만치 강한 완력에 둔기의 무게가 더해져, 대포환이 던져진거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제 9식 - 큰센바람, 변형 - 황소바람]
"상대방의 큰 힘에 현혹되지 말고 흐르는 듯이 들어가라, 큰 힘에 휘둘러지는 갈대는 전혀 꺾이지 않고, 그 흐름에 발맞춰 멈추지 않음이니."

/완료형이 많지만, 그만큼 틈이 많아! 전부 피할수 있고 실제로도 많이 피곤하고 아픈 상태니까 그 헛점을 파고 드는 묘사면 충분해!
/사진의 발바토스 루프스는 대전사의 무기가 어떤건지 표현만 해주는거니까 이런 무기구나! 생각하면 편할꺼야!!

589 이름 없음 (pQEk9jBTg2)

2022-08-02 (FIRE!) 21:13:08

>>588

'이거 불공평하군.' 입을 열어 말할 새는 없었다. 상대의 병기에 직격당하면 죽는다는 아주 직관적인 압박이 장교를 돌려세우려 들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찌르기가 적중하기 직전에 마음 속으로 망설임을 상정했기에 반격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 뿐이다.

'그래, 양손에 하나씩 쥐고 있으니까, 남는 손이 없군.' 회피를 위한 망설임은 곧바로 다음 순간을 위한 위치선정으로 이어진다. 직선으로 사내에게 쇄도하고 있었음에도 단번에 직각으로 진행방향을 틀어 장교는 사내의 공격범위에서 사선으로 벗어났다. 특유의 걸음걸이로 기민하게, 동시에 쉼 없이 적절한 포제션을 탐구한 끝에 그 위치를 택했다. 다만, 이어지는 사내의 동작에 대응하기에 좋은 위치만은 아니다. 날아드는 제 2격도 횡적인 베기, 종적인 후퇴를 가져가야만 회피에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교는 물러나지 않았다. 간격에 대한 특유의 판단력으로, 그는 위험을 감수할지언정 이 이상 상대가 무기를 휘두를 거리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빌어먹을, 잘도 지껄이는데, 하지만-.' 객기의 대가는 위험천만했다. 장교는 이를 악물고 물러나는 대신 자세를 낮추고 살짝 허리를 틀었다. 몸통으로 닿는 서늘한 바람은 그에게 한 뼘 이하의 차이로 즉사를 면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공격에 유리한 위치를 지켰음을 확신시킨다. 장교는 교묘한 발동작으로 빠르게 한 걸음 나아가며 기병도를 뻗고자 했다. 리치가 짧다는 것은 가까이 붙을수록 이점이 생가다는 뜻, 또한 상대의 무기에 중량이 있기에, 무기를 휘두르고 회수하는 기본적인 공격동작의 속도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설사 그것이 상대가 지치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이점이라고 해도, 놓칠 수는 없었다.

'북방과 남방, 야성과 기교, 본성과 이성? 합치라고? 어쩌면......' 그러나 기껏 획득한 유리한 간격을 순식간에 무색하게 만드는 상대의 도약에 장교는 이를 악물고 새로운 회피동작을 준비했다. 여전히 예상보다는 조금씩 앞서나가는 동작의 빠르기였기에, 올려베기에서 시작하는 예의 움직임을 익히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금이라면 사내가 다음 공세를 취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차단할 수도 없다. 고스란히 후속타에 노출된 상황, 장교는 빠르게 판단했다.

'춤추는 쇳덩어리 앞에서는 점점 구분이 어렵군.' 그야말로 본능의 발로, 동시에 정교한 예비동작을 통해 장교는 뒤로 몸을 젖혔다. 기병도를 쥔 왼팔로 배후의 땅을 가볍게 짚어 겨우 안정적인 브릿지의 자세로 만든다. 또 한번,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흘려낸다. 동시에 오른발을 거세게 차올린다. 보지 않고 하는 공격, 상대에게 맞을 리가 없지만, 발목의 홀더에는 아직 단검이 하나 남아 있다. 허공으로 비산하는 그 칼날이 기립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갈대 휘어지는 기교도 선천적인 것이라면,본능과 기교에는 차이가 없겠지.' 이윽고 장교는, 차올렸던 발을 크게 굴리며 번개처럼 몸을 일으킨다. 기병도는 여전히 왼손, 간격은 양호, '알면서도 저지할 수 없었다, 당신의 공격, 그러니까......' 한쪽 발을 뒤로 살짝 미끄러뜨려서, 자세를 빠르게 낮춘다. 동시에 반댓발을 축으로, 공격경로를 빠르게 뒤튼다. 모든 동작이, 생각이라는 과정을 건너뛰며 천변만화한다.

[남방의 불-북방의 춤, 찌르기.]
'내 나름의 청출어람이라면, 모르기에 저지할 수 없는 공격을.' 장교는 그대로 기병도를 내찔렀다.

590 이름 없음 (CilI5hytLw)

2022-08-02 (FIRE!) 22:13:52


>>589

-콰앙!!
"으음....!!"

둔기가 내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폭음과 함께 그가 눈살을 찡그린다. 다른건 다 괜찮았지만 북방에서 터트릴때와 다르게 여기는 흙먼지가 비산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스승의 눈길로 상대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었다. 아까전의 회피의 판단, 무기의 중량에서 차이나는 상황과 관성까지 모든것을 판단해서 그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하였다. 거기에 아까전의 브릿지는 충분히 남방에서만 배울수 있는, 절대로 북부인들이 행하지 못하는 회피기동이었다. 그들이라면 그렇게 피할지언정 힘으로 맞부딪혔겠고,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렇게 피했을테니까.
거기에 마지막 상황에서 던져진 칼날, 빠르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정확히 미간에 박혔을 것이다. 그 완벽한 빈틈을 포착, 자신에게 갖춰진 그 빈틈을 확실하게 캐치하는 것까지 아주 완벽했다. 누군가 그랬었다. 연습이야 말로 완벽한 스승이라고, 지금 그 사실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 이 눈앞의 남자는 자신을 교보재 삼아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훌륭한 재능이 아닌가?

"훌륭하군. 그래, 네 안에 있는것을 모두 끄집어 내는 것이다. 네가 기억하는 것이건, 아니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건, 그 모든 잠재력이 지금 그 자신을 빛나게 해주고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생각 하는 것 이상으로 그의 칼날이 빛나는 것을 보았다. 흙먼지 사이를 뚫고, 자신을 향해 뛰어 나오는 것을 보며 그는 쾌감어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해보니까 되지 않느냐. 그것이야 말로 지금 네가 해낸 경지다. 너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 움직임을 잘 따라오고 있어. 그렇다면 이렇게 했을때는 어떤 상황일지 볼까? 그 순간 대전사의 허리가 굽혀진다. 찌르기의 최대 약점, 그것은 찌르는 행동 그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가장 힘을 낼수 있는 것은 바로 찌르기가 맞았다. 실제로도 사람의 공격 행위 중에서 제일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주먹이었고, 칼에서 주먹을 내지르는 것은 바로 찌르기였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그 틈새도 매우 클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그 순간 칼이 날아오는 궤도를 앞질러 그의 손이 펼쳐진다.

─푸우욱!!

파육음이 들림과 동시에 그의 왼손바닥에서 저릿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찌르기가 그의 손바닥 정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갔음이니까, 하지만 고통은 익숙하다, 그는 기병도가 꿰뚫으려는 궤도를 따라 자신의 손바닥을 휘둘렀고 그 결과 오히려 손 하나를 희생해서 그와 영거리를 만드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무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영거리인 상황에 아직 오른손이 남아 있는 상황, 그는 그와 완전히 대면한 상황에서 입을 열었다.

"너와 나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그 순간 그의 왼손이 결국 끝에 도달해 기병도의 손잡이를 움켜쥐는데 성공하고, 그는 있는 힘껏 왼손에 힘을 주고 칼을 뺏으려 함과 동시에 오른손에 온 정신을 집중, 그대로 강타를 휘둘렀다. 어떠한 형식도, 기교도 없는 아주 순수한 힘이 담긴 일격, 영거리인 시점에서 휘두른 상황이라 피한다해도 어느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남자의 다음 행동에 더욱 기대를 할 뿐이었다.

"탁월함, 그것은 절대로 예술이 아니지, 반복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해야할까, 그저 습관처럼 반복하다보면 예술이 되는 것이지."

실제로도 그랬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가 배워나간 남부의 기예는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경험의 유산이었고, 자신이 쓰는 북방의 전투기술 또하 수백년에 걸쳐 그들이 만들어낸 많은 예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그들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지금 이 눈앞에 남자는 그 수백년을 넘어서, 새로운 길을 창조해내고 있음을.

591 이름 없음 (JohdJWCzio)

2022-08-03 (水) 07:28:14

>>590

"큭... 영감탱이가."

야성이 살아나는 것 같다. 말은 험악해졌지만 장교의 눈망울은 경외감으로 빛났다. 적수공권으로 회심의 일격을 잘도 막아낸 사내에 대한 그 나름의 경의였다. 그러나 동시에, 제 2격을 만들어내기 위한 변수가 없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기습적으로 상황을 흔들 단검은 이제 한 자루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곤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쓸 수단이 사라질수록, 감각은 맑아진다. 더 노골적으로, 본능에 접목하는 동작으로 이어진다.

기병도를 잡은 손아귀는 찢어질 듯이 아파왔지만, 이제껏 내본 가장 강한 악력으로 어떻게든 칼을 붙들고자 했다. 끌려가지 않고자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반대쪽에서 접근하는 지극히 야성적인 일격,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동시에 반응하여 턱을 쇄골 근처로 붙인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안정적인 자세로 머리를 고정한다. 뇌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정신을 잃지만 않는다면 한 번의 직격까지는 용인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너무 무른 생각이었는지도 몰랐다. 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고, 장교는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간신히 의식을 붙들고 있게 해준 유일한 힘은 오로지 오기 뿐이었다. 이빨이 몇 개나 나갔는지, 피가 흐르기 시작한 입을 빠르게 훔쳐내고서 장교는 재빨리 비어있던 손을 뻗었다. 절박하게 휘두른다. 사내가 주먹을 거두기 전에 모든 동작은 이루어져야 했다.

"어울려드리죠. 당신의 방식에!"

금나수, 남방에서도 지극히 여리고 심약한 기술로 여겨지는, 그러나 장교의 손에서 발한 순간 손톱을 휘두르는 야수처럼 맹렬한 수로 탈바꿈된 기예가 펼쳐졌다. 누구라도 쓸 수 있는 평범한 주먹질이 상대의 손에서 불세출의 절기가 되었듯이, 금나수 또한 장교의 손에서 사납고도 광포한 반격의 수가 된다. 목표는 사내의 오른손, 낚아채서 꽉 맞잡으려 한다. 성공한다면, 서로의 양손을 결박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 반복의 예술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라도, 도망치지 않겠소. 남방의 판단으로도, 북방의 본성으로도!"

592 이름 없음 (UC6RvxhPxM)

2022-08-03 (水) 13:36:42

>>591

"영감.... 맞구나?"

생각해보니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은 커녕 연애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그였다. 사실 그런거에 관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그런건 너무나도 하찮게까지 느껴지는 귀찮음의 산물이라고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부관—에게 맨날 면박이나 듣고 다녔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이, 신분, 소속, 그 모든것을 뛰어넘은 남자의 싸움이 바로 지금 이 눈앞에서, 스스로 당사자가 되어 싸우고 있다. 이것에 비견할만한 즐거움이 어디있겠는가? 백수의 황제와, 지금 막 용이 되려는 남자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대 대전사는 말하였다. 남자라면 언젠가는 목숨을 걸만한 가치를 지킬 때가 생긴다고,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지금이었다.

"헛!!"

나이에 맞게 생각이 많아지고, 그간 중첩된 피로가 안좋은 시너지를 내며 그를 압박해온다. 평소라면 힘으로 충분히 뚫었을 만한 사내의 금나수, 하지만 대전사장은 왼손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더불어, 상정하지 못한 상황에 어설프게 풀어내려던 오른손이 움직인 탓에 순식간에 오른손의 자유를 속박당할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억지로 떨쳐내려던 것이 악수가 된 것일까? 순식간에 남자의 손은 그대로 대전사의 어깨를 옭아매는데 성공하고, 대전사는 당황스러움을 집어 던진채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훌륭하구나, 너는 지금, 네 생각보다 훨씬 스스로가 강하다는것을 알고 있겠지."

그래, 너는 지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단련되었다. 지금의 너라면 나를 쓰러트리는 것도 꿈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나는 네가 좀더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짧은 대치 순간에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허나, 본능을 완전히 이끌어내지는 못했구나."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이자, 가장 위험한 부분을 꼽으라면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 백에 백은 머리라고 답할 것이다. 지금도 그랬다. 이런 대치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리를 휘둘러 차는 것은 각도도, 힘도 안받는다. 그렇다면 오직 답은 하나.

"왜 북부의 무예가 아닌, 전투기술인지 깨닫거라."

그 순간, 대전사의 머리가 그대로 도끼마냥, 남자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남을 존중하고 단련함이 목적이 아닌, 살아남고 이겨내기 위한 기술..... 그것이 그가 말하는 전투기술이리라.

/늦었기에 어떻게든 빠져나와 나메 쓴닷!!

593 이름 없음 (Dd0Y7WEg36)

2022-08-03 (水) 14:47:07

>>592

빠르게 짓쳐들어오는 박치기에 장교는 기겁을 하며 뒤로 몸을 젖혔다. 그러나 클린치 상태, 물러나는 만큼 자신의 힘으로 상대를 끌어들이고 만다. 그나마 턱을 위로 치켜들며 가슴팍을 내밀었기에, 박치기는 흉부에 꽂힌다. 소름끼치는 파열음, 흉근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끊어지는 소리들, 귀그대로 입으로는 선혈을 토하며, 추락하는 연처럼 뒤로 날아간다. 양팔의 결박을 유지하고 있어 어떻게든 사내를 끌어들이지만, 이대로 뒤로 넘어지면 끌어들여도 마운트를 내줄 뿐이다. 그러나 본능도, 판단도 도저히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의식이 빠르게 멀어진다. 이대로-.

쾅! 둔탁한 충격이 등으로 엄습한다. 어느 새 마치 벽에 몸을 기댄 듯 더는 넘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꺼지기 직전이었던 장교의 정신을 간신히 회생시킨다. 자신의 몸이 기대고 있는 뜨거운 금속의 감촉,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장교는 신음 속에서 간신히 한 마디를 쥐어짜낸다.

"니미럴......"

아까 머리 위로 흘려내서 배후로 떨어진, 그래서 주인의 적을 묵묵히 받아낸 사내의 둔기는 어떤 대답도 보내주지 않는다. 장교 또한, 막상 적의 무기에 구원받은 상황에 대한 수치는 느끼기 어렵다. 감회가 새롭다. 증오하지 않는다, 실망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지만 사실, 미움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 대한 미움, 자신을 발견해주지 못한 땅을 증오하고 있었기에, 눈앞의 사내도 사실은 쳐부수고 싶었다. 증오로.

그러나 사실은, 인정받고 싶었다. 몸의 일부가 될 정도로 익힌 북방의 전투기술을 무의식중에 체화하지 못할 정도로. 감추고 있었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감정, 그런 것에 목말라 있었기에 남방의 기예와 체질이 맞았는지도 몰랐다.

그게 지금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치매에 주의하실...... 나이로 보이는데."

박치기 한 방에 뇌병변이 따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상대도 자신 못지않고 의식이 아득하리라는 확신으로 장교는 다시 움직인다. 왼팔을 휘둘러, 거세게 아래로 내리친다. 그에 딸려오는 것은 당연히도 금나수에 잡혔던 사내의 오른팔, 목표는 둔기의 손잡이, 애병에 내리쳐서 손목을 부숴주마, 장교의 눈이 이글거렸다.

/어느 순간부터 손의 좌우가 바뀐 것 같은데, 일단 이대로 갈게. 현재 장교의 오른손(사내의 왼손)에 기병도가 있어.
끝.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