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461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20:00:07

>>461
아니, 뭐, 대장님이라던가, 주인님이라던가... 그냥 스승님이 낫겠군.(빠른 단념의 지혜를 제자에게 보여주고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고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아마도, 가는 길에야 있을걸. 아니, 한 지평선 근처에 파란색이 걸리는 정도까지는 가까이 가겠지. 일부러 해안선을 우회하지 않는다면. (약간 짓궂은 표정으로 묵직한 제자의 배낭을 툭툭 친다. 아주 짧게나마 나타나는, 장난스레 골려주려는 듯한 눈빛은 거의 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욘석아, 바다 보고 싶으면 짐이나 좀 덜어라! 그 상태로 빙 우회해서 걸으면 가다 퍼질 게 눈에 선하니.

462 이름 없음 (QU3BSm7pOY)

2022-06-06 (모두 수고..) 20:12:18

>>461
아, 그럼 예비 스승님으로 하자! 줄여서 예스. 어때? (짓궂고 장난기 묻어나는 웃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진 못 하고 다시 삼켜지며 작게 울린다.) 일부러 해안선 우회하면 스승님 등에 매달릴거야. (가방을 툭툭 치니 살갑게 스승님, 스승님 하고 부르던 것 치고는 꽤나 매서운 눈길로 쳐다본다. 그래봤자 하룻강아지가 범 앞에서 이 드러내보는 것 정도는 할까.) 그렇게 걱정되면 스승님이 대신 들어주면 되잖아. 아니면 날 들어줘. 목마 태워줄래? (씨익 웃으며 이 드러내니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

463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20:21:10

>>462
노우!(가볍지만 강한 거부의 의사.) 바다 보고 싶다면서, 그보다는 덜 걷는 게 더 좋으냐? 게으른 제자로구만.(씨익 웃으면서, 하지만 매서워진 표정에는 나름대로 주의 깊게 접근한다. 머쓱해져서 배낭을 건드린 손을 올려 그대로 뒷목을 긁적거리지만, 부드러운 눈길로 달래듯이 한다.) 아서라, 존경하는 스승의 목을 꺾어놓을 셈이냐? 열심히 걸으면 하루에 2시간 정도까지는 생각해 보마.(그러다가 이내 평소와 같은 노곤한 표정으로 돌아가버린다.) 아니, 역시 목마는 힘들겠구나.(너털웃음.)

464 이름 없음 (atbzVUBM7k)

2022-06-06 (모두 수고..) 20:27:57

>>463
(누가 간지럼 태운 듯 꺄르륵 웃음 소리 낸다. 맑은게 종소리라도 딸랑딸랑 울리는 것 같은 소리다. 노우! 하는 짧고 굵은 답이 우스운갑다.) 스승님은 짐 하나 없잖아. 내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그렇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우회해도 안 매달릴게. (바다는 보고 싶지만, 일부러 돌아걷기는 싫다. 그렇다고 또 바다를 놓치자니 그건 더 싫다. 고민스러운 일이라 길 걷다 발에 채인 애꿎은 돌멩이를 걷어 차버린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길가로 데구르르 굴러 나자빠지는 돌멩이다.) 목마도 못 태워주는 스승님은 존경 안 해. (기대했더니만 그 기대한지 3초도 안 되어 풍비박산나버렸다.)

465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20:47:06

>>464
(눈을 감고, 감상하듯 웃음소리를 듯다가 미간이 살짝 찡그려지더니, 갑자기 한숨을 짧게 뱉는다.)미안하지만, 나도 덜 걷는 게 낫겠구나. 북부를 가로질러 가면 거리는 반토막나고 바다는 코빼기도 볼 일 없겠지. 목마 탈 만큼 힘들지도 않겠구나. 대신에...(차여 굴러다니는 돌맹이를 대수롭잖은 동작으로 슬쩍 집어든다.) 대륙 최대의 담수호를 끼고 돌 텐데, 바다 비슷하게 보이려면, 얼기 전에 도착해야 할 거다. 그러니까 빨리 재촉해서 기온 떨어지기 전까지 호수까지 열심히 걸으면, 나머지는 매일 다섯...(짧은 고민의 흔적이 얼굴을 확 스친다.) 음, 네 시간씩 목마를 태워 주마. 그리고... 기분이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자상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순진무구하게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표정이다. 그러나 문득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의 바깥쪽을 내다보며, 순식간에 냉각된 표정이 되어 빠르게 주변을 시선으로 훑는다. 주워든 돌맹이는 빠르게 손아귀 안에서 주억거린다.)

466 이름 없음 (oGBWW4Yxto)

2022-06-06 (모두 수고..) 21:20:26

>>465
게으른 스승님이로구만. (똑같은 말로 받아치는 당찬 목소리. 결국 바다는 고민할 이유도 없이 작별이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아서 그 경계선이 흐릿한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돌멩이를 집어드는 모습을 물끄럼 바라보다 담수호라는 단어에 눈을 빛낸다.) 스승님, 약속이야. 어기면 담수호에 빠트려 버릴거야. 얼음 스승님으로 만들테다. (담수호에, 매일 네 시간씩 목마 그리고 또 맛있는 것까지 걸렸는데 열심히 걷지 않을 이유 있을쏘냐. 입꼬리 귓가에 걸고 꾹꾹 걷는다. 힘찬 발걸음에 발자국이 좀 더 짙어진 것도 같고 걸음이 빨라진 것도 같다. 그러다 냉각된 표정을 보고 눈치 빠르게도 걸음을 다시 줄여 옆으로 돌아온다. 다만 대화는 능청맞게 이어간다.) 그래도 내가 봐줄게, 스승님. 목마는 세 시간으로.

467 이름 없음 (scQq5ibz.s)

2022-06-07 (FIRE!) 15:03:06

>>466
피차 게으르니까 사제의 연이 닿은 거다. 서로 맞지 않는 놈들끼리 존경과 자애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으냐?(농담을 지껄이며 천천히 걸음을 시작한다. 어쩐지 감당 못할 약속을 해버린 기분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감각을 보다 집중하기 위함인지, 걸음이 느릿느릿하다.) 호수가 얼어서 도착하면 어차피 국물도 없을 것을, 얼음 스승을 만들겠다는 건 약속을 지키던 말던 무조건 날 던지겠다는 말이겠구나. 이거, 꼼짝없이 애송이한테 당하겠는걸. 호수에 스승을 던질 생각이나 하고 말이지, 심보가 이렇게 되바라졌는데 내가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이다.(이런 저런 말꼬리잡기들을 하며 돌맹이를 손아귀에서 굴린다. 제자가 눈치껏 말을 이어가는 기색을 보고 기특하게 쳐다보지만, 한편으로 꼬투리는 잊지 않고 잡는다.) 좋다, 세 시간! 말이라는 것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더도 말고 덜 수는 있는 세 시간으로 하자꾸나.

이건 어떠냐?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줄 테니, 두시간 반으로... 흠흠.(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드러내듯이 날카로운 미소, 당연하지만 바깥쪽을 향해 있다.)

468 이름 없음 (vnFzC2z7m.)

2022-06-07 (FIRE!) 15:28:14

>>467
하긴 나 말고 누가 스승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쫓아다니겠어. 스승님 복 받았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 발을 맞추었다. 보폭을 좁히고 속력을 줄이되 느긋한 걸음으로 보이도록 뒷통수에 두 손을 짚는다. 가방끈 붙잡고 걷던 손에 머리를 기대고서 느지막히 걸으니 한껏 여유로워 보인다.) 얼음 스승님이 싫으면 날 업고 해안선으로 우회하면 돼. 난 스승님을 쫓아갈 뿐이니까 선택은 스승님의 몫이야? (실실 웃으며 시답잖은 대화를 잇는다. 바깥쪽에 무언가 기척이 느껴지나 귀라도 쫑긋 세워보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냄새라도 나나 코 끝에 집중 해보도 하고, 눈을 굴리기에는 들킬 위험이 있으니 그러지 않는다.) 세 시간에서 더 더는거야?!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겠다고. 스승님 양심은 벌써 담수호에 빠졌구나…. (한숨 푹푹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머리 뒤로 이고 있던 손을 내리고 다시 가방끈을 꼭 붙잡아맨다. 목소리를 낮추고 바라보는 표정이 익숙하단듯 싶다.) 스승님 화이팅~. (스승의 앞으로 빙 돌아 자리를 바꿔 안쪽으로 위치한다. 인질로 잡히는 일 없게 알아서 잘 처신하겠단 듯 퉁명한 목소리의 응원이 싱겁다.)

469 이름 없음 (7fhOkly7gg)

2022-06-07 (FIRE!) 18:36:15

>>468
그래, 복 받았다 치자고.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은 내 은사였겠지만.(뻔뻔한 태도로 그렇게 주장하며 자신의 걸음걸이에 맞추는 제자의 정수리를 장난스레 쿡쿡 찌른다.) 그런데 이 복 받은 스승님이 이대로 가면 얼음 스승이 되고, 모로 가면 또 소금 스승이 될 판 아니냐? 참 복된 스승이다, 애송아.(나름대로 집중해서 기척을 찾아보는 모습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면서, 돌멩이를 굴려대던 손은 돌연 멈춘다.) 재미있다니까? 고얀 녀석, 배우고 싶어서 스승님 스승님 하더니만 정말 가르쳐주려니 떡고물에나 관심이 있구나. 맛뵈기로 하나, 아까처럼 돌쪼가리라도 걷어차 봐.(자연스럽게 손을 펴고, 쥐고 있던 돌멩이를 그대로 바닥에 흘린다. 그게 바닥에 떨어진 순간에, 희미한 파열음과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비명인지 모를 소리, 그리고, 스승은 더 이상 당신의 곁에 없다.)

470 이름 없음 (7rFHIIQL5.)

2022-06-07 (FIRE!) 19:23:27

>>469
스승님도 제자일 때가 있었어? (그야 물론 있었겠지만, 믿기지 않는단 듯이 두 눈을 땡그랗게 뜨고서 바라본다. 땡그랗게 뜨고 있던 눈은 곧 정수리 쿡쿡 찌르는 손에 가늘게 뜨여 또 불만스럽게 스승을 바라본다.) 얼음이랑 소금 중에 고를 수 있는게 어디야, 스승님. (덕을 베풀고 은혜를 베풀고 자비를 베풀었단듯 어울리지도 않는데 제 덕분인 줄 알란듯이 과시한다. 자리를 바꾸고서도 가방끈 메고 있는 어깨가 높이 솟아 아직도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스승님이 세 시간에서 더 덜려고 했잖아, 바보야? 목마 세 시간도 지켜달라고. (투덜거리다 이내 스승이 사라져버리자 지루한 표정을 짓는다. 비명 소리가 들려오니 귀 후비적거리며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본다.) 화이팅이 아니라 살살 하라고 할 걸 그랬어. (스승이 바닥에 흘린 돌멩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걷어찰 지 말 지 고민하더니 이내 신발코 끝으로 톡 건들여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조금 겁먹은 듯이 가방끈을 두 손으로 꽉 쥐고 눈을 힘주어 감았다.)

471 이름 없음 (7fhOkly7gg)

2022-06-07 (FIRE!) 19:49:38

>>470
(용케도 데굴데굴 앞으로 굴러가는 돌멩이를, 어느 새인가 앞에 쪼그려앉아서 슬그머니 받아든다. 눈을 꼭 감은 꼴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돌연 소리를 지른다.) 왁!!

어떠냐? 놀랐는지 궁금한데.(씩 웃으며 일어나서 어께를 토닥여 보인다.)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네 스승이 아니란다. 싸우다 죽은 네 스승을 모습을 취했지만 내 진정한 정체는 바로 수백년 전 못된 제자에 의해 얼음장같은 겨울 호수에 내던져졌던 얼음스승귀신이란다.(뭐가 그리도 웃긴지, 한참 혼자 키득거리다가 피를 한 모금 뱉어낸다. 짜증스레 부연한다.) 개같은, 손 좀 쓰려고 할 때마다 혀 씹는 버릇은 고쳐지지를 않는구나. 이건 됐고, 소리를 들었겠지? 어떤 소리가 들리던? 애송아.(입꼬리가 내려간다. 사뭇 진지한 표정에, 귀를 기울이는지 눈은 살며시 감았다.)

/맥락상, 주고받던 대화의 다른 부분은 이 파트 다음에 이어져야 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뺐어.

472 이름 없음 (H.s40SIHAY)

2022-06-07 (FIRE!) 20:02:14

>>471
흐악—! (스승이 제 앞에 와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깜짝 놀라서 심장을 부여 잡는다. 새된 비명소리 내었는데 당연히 놀라지 않았겠나, 놀랐는지 궁금하다며 어깨를 토닥이는 스승의 손길을 슬쩍 피해버린다.) 스승님 유치해. (키득거리는 모습을 재미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고, 아예 팔짱까지 끼고있다가 피를 뱉는 모습에 놀란다.) 뭐야, 배에 구멍이라도 난 줄 알았네! (가방을 앞으로 돌려메고 급하게 뒤적거린다. 혀 깨문 것도 상처는 상처고, 피는 피니까 이 한짐 되는 가방 안에 치료가 가능한 것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워낙에 든게 많아 찾는데 한나절 걸릴 것 같아서 문제다.) 소리? 깨지는 소리랑 비명 소리, 혀 깨문 스승님이 분위기 잡는 소리. (무얼 하든 다친 것부터 어떻게 해두고서 해야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빈정대는 말이 붙었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 곱지가 못하다.)

/ 괜찮아, 말해줘서 고마워~. 재밌게 돌려주는 것도 고맙고.

473 이름 없음 (7fhOkly7gg)

2022-06-07 (FIRE!) 20:31:27

>>472
나는 재밌거든? 아우.(헛웃음 흘리다가 잠깐 신음하고, 짜증스러운 동작으로 입가를 소매로 훔친다.) 뭐 꺼내지 마라, 가오 상하게. 상처같은 건 원래 침 좀 발라주면 낫는 법인데, 입안에는 항상 침이 있잖아.(괜히 심려를 끼친 것 같아 약간은 무안한 모양이다. 시덥잖은 소리를 하지만서도 한숨을 흘리며 손을 내저어 만류한다.) 팔 하나쯤 떨어져도 네 목마 정도야 매일 6시간은 거뜬한 몸이다. 이래저래 걱정은... 아니, 4시간 정도라고 하자. 아무튼, 걱정할 것 없다. 한겨울 호수에 날 던질 생각이나 하던 녀석이, 괜시리 소란 떨기는.(자존심 때문인지, 알게 모르게 슬슬 복부를 문질러대고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이나 걸음걸이에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지 반듯하고 힘이 들어가 있다.) 그보다, 상당히 많이도 들었군. 앞으로는 애송이라 부르기도 이상하겠구나. 이런저런 감각이 상당히 괜찮아서.

474 이름 없음 (20MpM.a1yI)

2022-06-07 (FIRE!) 22:37:04

>>473
아우, 많이도 재밌겠다. (신음 소리를 따라하고 빈정대지만, 고개는 숙여 가방 안만 바라보는게 지금 뒤적거리고 있는 가방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무게중심 놓치고 제 몸집만한 가방과 함께 구를 것도 같고.) 스승님, 스승님 가오는 이미 다 상했어. 그러다 혀 썩어서 자른다? (가방 속에 쑥 들어가 나오질 않고 뒤적거리고만 있던 팔이 무언갈 찾은 듯 드디어 빠져나온다. 제자의 손바닥보다 작은 유리병인데 얼핏 보면 잼같기도 하다. 닫힌 뚜껑 사이로 달큰한 내도 피어오르고, 색깔도 푹 고은 것 뿐인 잼의 색이다.) 이거 피 나는데 발라. (무척 맛없고 쓰고 떫고 맵다는 경고는 생략했다.) 말로는 6시간이 뭐야, 하루 종일도 해. 난 스승님 없고 마을이 보일 때까지 뛰어갈 수 있어. (허세 좀 그만 부리라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불편해보이는 스승의 표정과 배 문질러대는 동작을 잡아낸다. 스승의 얼어붙은 표정 보고서도 눈치 빠르게 행동했었으니까.) 스승님, 한 물 갔구나…. 맞았어? 응, 이제 내가 스승님할게. 스승님이 애송이 해.

475 이름 없음 (1Sep.lE6r6)

2022-06-08 (水) 12:06:31

>>474 오타가 있었네, 스승님 없 X고 로 읽어줘.

476 이름 없음 (n8tZEKVuAM)

2022-06-08 (水) 19:00:32

>>474
재미있어야 할 걸, 왜냐면 너는 아직 그 깊은 크레바스와 같은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야. 다 큰 어른이 한번 삐지면 얼마나 끔찍스러운지에 대한 두려움을 말이다.(에휴, 하고 균형을 잃을 정도로 가방 속에 파고드는 제자의 뒷덜미를 붙잡아 고정시켜준다.) 내 혀가 사라지면 말을 할 수 없으니 필담을 해야겠지. 매순 날려 쓴 기나긴 줄글을 읽어야 하는 것은 네가 될 테니, 나야 크게 문제될 것도 없는 것 같구나. 그러니 그 정체 모를 약은 좀 치우지 그러냐.(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러나 성의만큼은 기쁘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살짝 새끼손가락에 찍어 입 속으로 가져간다. 어차피 부상은 구내가 아니라 사실 복부 내상이지만, 이제 와서 해명하는 건 더욱 체면 구기는 일이고...) 으, 이것때문에 혀가 썩겠다, 욘석아! 이 와중에 너는 스승 안위보다 몇시간 업히느냐가 그렇게 중요한가 보구나. 정 그렇다면야, 하루 종일이라도...(기껏 꼬이는 거수자도 족치는 겸 교육의 장으로 삼으려 했더니, 살짝 방심해서 완전히 꼬여버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가르침은 완전히 통제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은사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차라리 목마 시간으로라도 스승의 위대함을 알려줄까 하는 유혹이 고개를 들지만, 도무지 각오가 노곤함을 넘을 수는 없다.) 해줄지, 말지, 흠.(그렇게 말끝을 흐리다가, 들려오는 마지막 말에는 신경질적이면서도 장난스럽게 쏘아붙인다.) 그래라, 이 영악한 녀석아! 어차피 정식 절차도 안 밟았으니 지금부터 네가 스승, 내가 제자 하자꾸나. 듣는 법도 다 모르는 애송이 자식이 참 잘도 날 가르칠 수 있겠다. 복부에 한대 얻어맞고 온 것 가지고 아주 유세는, 내 배 한대 까볼 수 있으면 배우자도 팔아먹을 놈들이 수두룩한 판에...(심각해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하면 할수록 여러모로 더 없어보이게 툴툴거리고 있을 뿐.)

477 이름 없음 (QWZUd5hQtQ)

2022-06-08 (水) 20:33:45

>>476
와아, 재밌다~! (목소리만큼은 들떠 설레는 감정을 담아내려 노력했지만 표정까지는 꾸미지 못 했다. 표정 변화 하나도 없이 재밌다고 말하니, 스승을 놀려먹으며 말장난칠 때가 더 즐거워보인다. 뒷덜미 붙잡혀도 놀라는 기색없이 가방을 뒤진다. 스승이라서인지, 자주 잡혀봐서인지.) 제자된 바, 어떻게 스승님이 손수 글을 적는데 내가 편하게 말로 답할 수 있겠어. 나도 열심히 적어줄게, 스승님. (스승만 편하게 두지 않겠다는 이 눈웃음, 걱정되어 잼 같은 약병을 찾아낸 것과 너무 반대된다.) 왜, 그거 효과 좋아. 안 썩어, 걱정마. 먹어도 되는 재료들로 만들어졌으니까 먹어도 돼. (혀가 썩겠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병의 뚜껑을 닫고 다시 가방 안에 쑥 집어넣는다. 약병을 챙길 때 이 약을 쓰게 되면 자신이 쓸 거라고 생각했고, 안 다칠 자신이 있어서 대충 가방 아래 넣어뒀던 사실이 떠올랐다. 다음부터는 가방 위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스승님, 고민하면 가오 더 상해. 가오살게 해주겠다고 해야지. (하루 종일이라도 해주겠다 말할 것만 같길래 기대했다가, 역시 또 속아버렸단 듯이 지긋지긋한 표정을 짓는다. 장난스럽게 쏘아붙이기 시작하면 귀를 막았다.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못들은체를 대놓고 한다. 군소리 지겨워 못 살겠다고 얼굴에 써붙여 놓은 것 같더니, '복부에 한대 얻어맞고 온 것 가지고' 라고 말하면 다시 눈 땡그랗게 떠 놀란 눈 되어 바라본다.) 진짜 맞았어?! 어디 맞았는데? (걱정 반, 장난 반이 섞인 호들갑이다. 손을 쭉 뻗어 스승의 배로 가져가 더듬어보려고 한다. 꾹 눌러 아픈 곳이 있다면 그곳이겠지.)

478 이름 없음 (CREm/Xeeqk)

2022-06-09 (거의 끝나감) 15:19:24

>>477
(그만 너털웃음을 터뜨려버리고 만다. 뻣뻣하고 어수룩한 테가 나는 것을 보면 역시, 아직 어린 녀석일 뿐이다. 겨우 이런 일로 삐진 어른이 되기에는 너무 아끼고 싶은 녀석이기도 하고.)좋은 접근이다. 덕분에 혹여나 나중에라도 네가 불구가 될 일이 생긴다면 더 정성을 쏟을 마음이 샘솟는구나.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은 손가락 하나 결단날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허세를 부리며 시원하게 웃는다. 하지만 조금도 의심이라고는 없는 자기확신은 스스로에게도 조금 놀랍다. 가장 확신을 가지고 대해야 할 녀석의 앞에 있기에 그런 것인지.) 하지만 마음은 상하는 법, 7시간! 더는 말하지 마라. 그저 '존경하는 스승님, 목마를 7시간 태워주고도 땀 한방울 나지 않는다니, 역시 대단하시옵니다.'라는 말을 준비해두...(복부로 뻗어오는 손길에 당황해 말이 멎는다. 살짝이라기에는 좀 과하게 뒤로 몸을 젖히면서 손을 부드럽게 털어내고는, 가소롭다는 것처럼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주며 마저 말한다.)...면 된다. 오지랖은, 걷어차인 거라니까. 떨어져나간 사지가 하늘을 수놓는 일류들의 난전에서 겨우 발차기만 허용한 스승에게 감사하거라. 칼이라도 맞았으면 너는 빨간 스승을 8시간이고 9시간이고 끝없이 업어야 했을 테니까.(실제로 잠깐 사라졌던 동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야, 본인 외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들린 소리는 여러 명과의 싸움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479 이름 없음 (PIvLYSrE9s)

2022-06-09 (거의 끝나감) 16:04:35

>>478
(스승의 웃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지그시 바라보다가, 잠잠해지면 입을 열었다.) 스승님, 나 스승님 놀아주는 거 피곤해. (애 놀아주기 힘들다는 듯이 고개를 슬슬 좌로 우로 젓는다. 피곤한 기색이 묻어나는 건 아까와 같은 꾸민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된 것 같다.) 아니, 정성을 쏟을 마음이 샘솟는게 아니라 '귀여운 우리 제자가 그럴 일 없게 지켜줘야겠구나!' 라고 생각해달라고…. 손가락 결단날 일 없으면 뭐해, 얻어맞고 다니는데. (아예 한심하다는 듯이 불퉁스러운 표정을 짓고 가방을 여몄다. 여며진 가방을 다시 뒤로 고쳐메고 어깨를 통 튕긴다. 제대로 메어진 듯 두손으로 가방 어깨끈을 붙잡는다.) 응, 지금 스승님한테서 썩은 내 나. 마음 많이 썩었나보다. 존경하는 스승님, 이 썩은 내부터 어떻게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 내 머리! (아픈 것도 아니면서 스승에게 이마를 꾹 누르니 엄살부린다. 과하게 반응하는 걸 보아서는 정말 한 대 얻어맞긴 했구나 확신하는데, 스승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걷어차였다고 한다.) 스승님…. 얻어맞는 것도 아니고 차이고 다녀? 이러다 토끼한테도 발로 맞고 다니겠어……. (일류들의 난전이고 뭐고 하나도 믿지 않는 투다.)

480 이름 없음 (SLJPa9BCus)

2022-06-09 (거의 끝나감) 17:26:04

>>479
인마!(손모양을 딱밤을 때리려는 듯 오므렸다가, 이내 머리 근처로 가서는 타격하는 대신 그냥 손을 다시 펴서 거칠게 쓰다듬고 만다.) 무례하기는, 새파랗게 어린 녀석 말동무 해주는 걸 고맙게 생각을 해야지. 그런 못된 마음을 먹고 있으니까, 애송아, 원하는 것을 못 받는 거다. 세상이라는 것이 항상 행한 만큼 돌아오는 법이니까... 그리고 누가 얻어맞았다고! 어쩌다 한번 난 일을 자꾸 강조할 테냐!(진저리를 치며 일어난다. 가진 짐이 없어서 헐렁한 옷 좀 여미면 그게 채비의 끝이다.) 정식으로 널 거둬들인 뒤에는, 언젠가 한번 투계 하는 시장판에라도 가 봐야겠구나. 닭한테 걷어차여보는 경험은 상당히 귀하지. 토끼보다는 말이다.(한숨을 흘리고, 노곤함과 의무감 사이에서 잠깐 저울질한다. 결과로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이변이 나온 것은,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일까.) 타라.(스스로의 목덜미를 가볍게 가리켜 보인다.)

481 이름 없음 (5tywfOZjBI)

2022-06-09 (거의 끝나감) 18:08:49

>>480
아. 아! 여기 사람 잡— 안 잡네. (엄살에 호들갑에 난리를 치려다가, 딱밤 대신 쓰다듬는 손길에 겨워 머쓱하게 말을 마무리했다. 올라가던 목소리 크기가 민망하게 줄어들었다. 스승의 손이 쓰다듬고 지나간 자리를 매만진다. 헝클어진 감이 있지만 대충 손으로 얼기설기 넘기고 그만두었다.) 나처럼 착한 제자가 또 어디 있다고. 난 나중에 복받겠네. (진저리 치는 소리를 귀 후비적거리며 무시한다. 앞으로도 계속 강조하고 놀려먹고 되짚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괜찮겠다.) 응, 스승님이 닭한테 걷어차이는 걸 내가 어디서 또 보겠어. 난 좋아! (닭한테 걷어차이는 주체를 스승으로 들었다. 일부러 활짝 웃는 표정이 짓궂어서 영악하다는 스승의 평이 잘 맞아떨어진다.) 뭐? 스승님 진짜 아파? 배 차일 때 명치도 맞았어? (타라는 말에 반가워 화색을 띄우다가도 이 스승님이 무슨 속셈인가 싶어 의심한다. 그래도 목마 타고 싶어 가리킨 목덜미를 바라보다가 우물쭈물 망설인다. 가방이 한 짐이라 이걸 메고서 저기 올라타도 되는지 고민하는 듯 하다.)

482 이름 없음 (8wUHj/ngDU)

2022-06-09 (거의 끝나감) 18:44:40

>>481
착한 것이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느냐? 너는 영특하기는 해도 선량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지 않겠느냐? 애송이 녀석 뒷바라지하려면 교양서라도 하나 사야겠구나.(특히나 귀 후비는 재스쳐를 더욱 뻔히 바라보면서 강조한다.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니까 관심거리 따라 자연히 잊어버리겠거니 하고, 자기변호도 슬슬 그만두기로 한다.) 큰 투계장은 닭발에 칼날도 달아 두더라. 잘도 날 보고 그런 데 차이라고 말하는구나. 이거 정말, 스승을 잡을 재목인데.(그렇지만 약간 투덜거리는 것은 그만둘 수 없는지, 여느 때와 같이 노곤함에 붙들린 표정으로 돌아가서도 몇 마디 이어붙인다.) 그래도 투계가 보고 싶기는 한 모양이지. 호수가 좋을지, 바다가 좋을지, 시장이 좋을지는 차차 생각해 봐라.

걱정 떨치고 타라. 설령-.(이래저래 말꼬리 붙잡는 피곤한 이야기들이 입안에서 근질거리지만, 웬일로 말을 줄이고 묵묵히 목을 내준다.)

483 이름 없음 (NFVlzhp1Ec)

2022-06-09 (거의 끝나감) 19:19:42

>>482
영특하기라도 한게 어디야. 스승님, 바라는게 많다. (그럼에도 교양서를 사지 말라고 하지 않는 걸 봐서는 스승이 가르친다면 배우겠고 읽으라고 한다면 책을 떼겠다. 짓궂게 장난치고 무시하는 듯 해도 쫓는 스승은 스승이기에.) 스승님은 나 차이라고 말했잖아. 제자 잡는 스승님이나 스승님 잡는 제자나 똑같거든? (닭한테 걷어차여보는 경험은 상당히 귀하다며 말한 주제가 제자였다면 이 말에 반박치 못할테고, 스승 본인이었다면 자신이 차여보겠다고 하는 이야기에 맞장구친 것뿐이니 한 소리 들을 이유가 없다. 당당한 표정 보라.) 호수는 가기로 했잖아! 바다 대신 호수 가는 거였잖아! 호수는 무조건 가야지! (말 바꾸지 말라는 듯 칭얼거린다. 곧 볼에 공기라도 채울 듯 하더니, 내준 목을 보고 눈 끔뻑거린다.) 스승님 목이 부러지지 않게 해주세요…. (조심조심 스승의 어깨에 다리 하나씩 걸며 자세를 잡아본다.)

484 이름 없음 (8wUHj/ngDU)

2022-06-09 (거의 끝나감) 20:12:46

>>483
새앙쥐가 저울 위에 올라가 자화자찬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구나. 너무 좋아하지만은 말거라. 멍청한 놈이 지나고 보면 제일 나을지도 모른단다. 조숙한 게 빨리 그릇이 찬다는 소리가 되기도 하거든.(모처럼 가라앉은 어투로 말하지만, 뒤로 갈 수록 결국에는 가벼워진다.) 욘석아, 나중에 그게 까발려지더라도 스승의 교수법을 탓하지는 말거라. 반대로 청출어람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내가 잘 가르친 덕이고.(표정이 미묘해진다. 뻔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견 무책임한 태도가 엿보이는 것 같지만, 또 어쩌면, 나름대로 부담을 덜어내기를 바라는 노파심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돌아다니고 있는지라, 제자 쪽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뭐, 누가 닭에 차이는지는 모르는 일이지. 거기서 내가 닭을 살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결국 차이게 될... 알았다고, 이 녀석아. 호수는 갈 거야. 어차피 그 근방에 용무가 있단 말이다. 겨울 바다처럼 포근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묘미가 있을 거다.(이윽고 목에 다리가 걸쳐지자 양팔로 제자의 다리와 등허리를 잡아 고정시킨 채로 대뜸 벌떡 일어난다.) 30분! 이 망할 애송이 자식아, 7시간이라니, 내가 미쳤지. 대체 가방에 뭘 넣고 다니는 거냐? 은사님 제 죄가 큽니다. 내 목뼈를 노리는 영악한 녀섭을 허우대 멀쩡한 사람으로 만들어놔야만 한다니...(다시 투덜거리기 시작하면서도 꽤나 산뜻한 걸음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485 이름 없음 (9pkgOvU1Zw)

2022-06-09 (거의 끝나감) 20:37:44

>>484
찍찍. (새앙쥐라고 했으니 대답도 쥐 울음소리로 해주겠다는 건지, 말을 하지 않고 찍찍거리며 스승의 머리 위로 팔을 괸다. 고갯짓이라도 하여 흔들리면 가방 무게에 쏠려 뒤로 홰까닥 몸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스승이 염두에 두고 있을거라고 믿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생각을 못한건지 팔을 얹어도 스승이 별 말 않고 움직임 또한 없다면 턱까지 괴려 들었다.) 무엇이 되는 내 스승은 목마 하나 태우는데 말 백 마디 하던 스승이었다 말할게. (그런 것치고는 목마 타고 있는게 재미있는지, 발을 동동 흔든다. 왼발과 오른발이 교차로 흔들리는데 스승이 그 발을 탁 잡아 가만두게 힘을 주었다면 여러번 흔들지는 못 했을 것이다.) 닭 사면 잡아먹자. 맛있겠다~. (목마를 타고 위로 올라오니 땅에 서 있을 때보다 당연하게도 시야가 높고 넓었다. 조금 더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 구경에 정신 팔렸는가 대답이 영 시원찮다.) 7시간이 30분 되면 너무 짧잖아. 빨리 호수로 가기나 해, 스승님. (정말 무거운가 싶기도 했지만 걷는 걸음걸이 산뜻하게 시원하니 그런 생각은 그만두었다.) 가방에 뭘 넣고 다니긴, 스승님 다치면 발라줄 약이랑 아프면 먹일 약만 한 바구니야. (아직까정 놀리고 있다.)

486 이름 없음 (PkzLEI1PBQ)

2022-06-10 (불탄다..!) 14:14:46

>>485
울음소리는 쥐와 같고, 높은 데 대뜸 자리 펴는 것은 새와 같고, 일관성이 없구나. 그래도 기왕 축생으로 내려가려거든 새가 낫겠다. 날개가 있으니 말이다.(약간 성가셔하면서도, 별 말 없이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인다. 기왕 받아주기로 한 어리광이니까.) 그건 또 너무 평가가 후하겠구나. 다음 번에는 천 마디, 십만 마디는 칭얼거려야 내 마음이 다시 동할 것 같거든. 하지만 그쯤 말을 나누다 보면 네놈도 슬슬 혀 놀림이 무거워질 만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나지 않겠느냐?(또 장난스레 딴지를 걸어 보지만, 목마에 탄 뒤부터 제자의 말이 짧아지는 것을 느끼고 허, 하고 웃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감상을 표한다.) 벌써 혀가 무거워졌구나. 수백 마디 언쟁이 목마 한 번에 견줄 수가 없겠어.(키득거리면서 제자의 다리를 꽉 붙잡고 시원시원하게 다리를 뻗는다. 끝까지 한 마디를 보태는 것은 잊지 않는다. 어린 녀석 달고 다녀서 얻는 유일한 낙이 그것이니까.) 그래, 호수로 가자꾸나. 이대로 물가에서 허리만 앞으로 숙이면 얼음 제자를 하나 건질 수 있겠지만, 그 무겁고 불충한 배낭만 빼고 말이다.(또 실없이 웃다가, 이내 말수가 줄어든다. 조용히 더욱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슬슬 끝맺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487 이름 없음 (8P2lDI9NYg)

2022-06-10 (불탄다..!) 16:18:10

>>486
그럼 스승님이 쥐해. 스승님도 찍찍 해보자, 찍찍. (스승의 머리 위로 몸을 기대고 있으니 제법 편한가보다. 살짝 고개 숙여주는 스승의 고갯짓에 작게 웃음 소리 내기도 한다.) 마음을 넓게 쓰고 겸손할 줄을 알아야지. 안 되겠다, 스승님도 나랑 교양서 같이 읽자. (다리가 붙잡혀서 더 동동 흔들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목마 타고 있는게 좋은지 불평불만하는 소리는 없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스승과 말 꼬리를 잡고, 또 잡으며 속없기도 하고 실없기도 하지만 가끔은 뼈가 있는 대화가 오갈 뿐이다.) 그럼 목마 매일 태워줘. 나 키 안 크면 스승님 탓이야. (가방 무게에 제 몸 중심이 흔들릴 정도라면 키 안 큰다는 말이 농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야—호—! (어린 아이 같아라. 호수로 간다는 말에 신난 기분이 더 보태져 나온 소리에 메아리 치지 않는게 아쉽다. 정말 30분만 태우고 내려주더라도, 6시간 30분은 앞으로 차차 나눠 타겠다고 말하고서 얌전히 걷겠지만 아쉬운 표정을 못 감출 것 같다. 담수호를 볼 생각하며 견뎌낼 지도 모르고.)

/ 이어줘서 고마웠어, 막레로 받아줘. 제자는 스승님이랑 즐거운 여행 보낼 거 같아. 스승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지만 곤란하면 무시해줘. 아무쪼록 돌리는 동안 재밌었어 :D

488 이름 없음 (4E4r6s08YU)

2022-06-10 (불탄다..!) 18:33:52

>>487

/나도 간만에 진짜 재밌었다, 죽이 잘 맞는 사제관계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 스승님은 뒷설정에 크게 자세한 살이 붙어있는 건 아닌데 뼈대만 추려 보면, 조금 답답하고 고지식한 집단에 속해 있다가 답답해서 아무 핑계나 대고 무기한 휴가 겸 여행나온, 그러다가 제자 하나 거둬서 계속 유랑다니는 자유분방한 스테레오타입, 일종의 사내정치라던지 불미스러운 일 같은 것도 있어서 돌아가기는 싫지만 제자를 정식으로 받으려면 돌아가서 절차를 치뤄야 하니까 고민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썼어. 제자 쪽은 어떠려나? 무쟈게 귀여웠는데 ㅎㅎ 마찬가지로 곤란하면 답은 안해줘도 좋아.

489 이름 없음 (DTIQ1IbUlg)

2022-06-10 (불탄다..!) 19:04:15

>>488 재밌었다니 다행이야. 나도 제자가 어른이 될 때까지도 그 이후로도 사제관계로 길게 남으면 좋겠어, 언젠가 스승님이 제자도 누군가에게 스승 소리 듣는 거도 보고. 스승님의 이야기는 그런 느낌이었구나. 계속 절차같은 말이 나와서 길드 같은 곳에 소속 신고 같은 거를 해야하는 건가 상상했는데 얼추 맞았네. 제자는 모종의 이유로 보호자가 없는 상황 속에서 무턱대고 스승을 쫓아왔다고 생각했어. 스승이 제자를 어떻게 받아줬을지도 미지수고 제자도 뒷설정이 없지만 나이와 덩치에 비해 힘이 센 건 맞아서 힘 쓰는 일 하겠다며 쫓았을 거 같았고. 스승님도 귀여웠어 XD 한창 대륙 내에서 손에 꼽던, 이름 날리던 유명한 실력자일 거 같단 생각도 했고. 제자는 너무 어려서 모르는 이야기라거나.

490 이름 없음 (4E4r6s08YU)

2022-06-10 (불탄다..!) 19:23:02

>>489 은사님 말이 그 뜻이었구나 하는 심정을 스승 쪽에서 무지하게 적용시키고 있었는데 뜻이 통했나 보다. 제자의 뒷설정은 개인적으로는 약간 어두운 과거사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했는데, 진행하면 할수록 밝고 능청스러워서 그런 예측은 거의 잊고 받았던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짐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게 보통 완력이면 힘든 일일텐데, 전혀 힘이 센 아이라는 생각을 못했네... 다시 보니 예비 힘캐였잖아?
스승은 쓰다 보니 가벼운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뒤로 갈수록 실력에 대해서는 점점 절하하는 쪽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다만 교육이나 보호자로서는 초짜고, 제자를 가르치는 만큼 본인도 제자에게 배워 원숙해지는 캐릭터라는 느낌만은 확실히 잡고 끌어갔던 것 같아.
나중에라도 다른 어장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재밌었어~

491 이름 없음 (B61M0IZmVk)

2022-06-23 (거의 끝나감) 19:47:39

“연구원님, 연구원니임. 아, 아냐. Sam, 인가요? Tom? Nick, Chris, Mark…”

여기서 들어봤던 것 같은 이름을 전부 뇌어보아요. 하지만 연구원님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나는 바보다. 하지만 내 의사는 필요없다고 모두가 말해. 그러니까 이름을 몰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저렇게나 새하얀 가운을 입은 분들의 말씀만 잘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저를 훌륭하다고 했답니다. 갇혀 있지도 않고 자유로워요. 하지만 내가 있는 방에 고정된 체인이 발목에 걸려있어요. 내가 갈 수 있는 이동 거리는 제한적이다. 나를 제일 오래 맡은 연구원님이 수석이 되어서, 수석이 되어 제안했대요.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과 자유롭게 말한다. 나는 온순한 성향을 띄며 성공적으로 기대 결과에 가까운 진행도를 보이는 중요한 샘플입니다. 물론 돌아다녀도 재밌는 일은 없어요. 새하얀 이 곳은 매우 넓고 복잡한데 모두 새하얗습니다. 기계도 새하얗고, 응, 그러니까 David 인가요?

“오늘 저와의 약속에 3분 51초 늦으셨어요. 후후.”

소리내서 웃습니다. 이 곳의 모두는 웃지 않아요. 나는 웃을 줄 아는데, 내가 바보라니 저들도 바보다. 즐거움을 향유하며 노래하고 춤출 줄 아는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지금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지만 연구원님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해요. 소근소근 거래를 제안합니다.

“3분 51초나 늦으셨으니까 다음에 푸딩을 주세요.”

492 이름 없음 (WTwPiFeHQc)

2022-06-23 (거의 끝나감) 22:25:02

“Ston. 더 이상 내 이름을 늘리지 말아주었으면 해, V-58. 푸딩 건은 고려해보지. 빨간 푸딩? 보라색 푸딩?”

생체 반응 확인. 당신의 동공 위아래를 집게손가락으로 붙잡고 늘려 소형 라이트로 빛을 쐰다. 너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를 두고서 동공을 들여다보고는 금새 놓아준다. 그리고 당신의 손목을 붙잡아 맥박 체크. 연구 시설치고는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신과 근접한 전자 기계들이 종종 이상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당신의 맥박을 느끼며, 불온한 기분을 느낀다. ‘동조’되기 전에 손을 뗀다. 자신을 향해 자칭하기는 좀 그러나, 베테랑이 아니면 접촉 역시 일체 금지되어있다.

“그렇게 늦었나? 미안해, 생일파티가 있었어. 근데 너도 알잖아, 여기 통신이 안좋은거. 와이파이가 쓰레기나 다름없어.”

의자 뒷편의 비가시 라이트를 조절한다. 여차할 때의 당신을 제압할 때 필요한 장비다. 그리고 라운드 안경을 고쳐쓰고는,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다.

“반가워, V-58. 인사는 내가 빨랐으니까 먼저 질문할게. 기분은?”

질문을 하나씩 주고받는다. 그것이 관례다.

493 이름 없음 (YuPVlUciDI)

2022-06-23 (거의 끝나감) 23:19:29

>>493

“오, Ston, 맞아요, 제가 stone 이라고 썼었지요.”

하지만 나는 또 까먹을 거에요. 잊을 겁니다. 나를 보러 오는 사람은 너무나 많고, 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손톱 끝 하얀 반달은 나를 인간이라고 비춥니까, 적빛 핏방울이 인간임을 시사합니까. 나는 안다. 내가 이들에게 애정을 가지는 것과 이들이 나에게 가지는 애정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나는 당신들을 사람으로 봐요. 그러니 정이라는 것은 사치스럽다. 나도 이름이 있었을까요?

“하얀 푸딩이 좋아요.”

하얀 푸딩은 우유로 만들어졌대요. 나는 내 눈꺼풀이 타의로 인해 억지로 열리고 갑작스레 빛을 쐬어도 익숙해서 내 할 말을 늘어놓는다. 동공은 빛으로 인해 수축했다. 나의 홍채는 빛을 쐬면 어떤 색으로 반짝이는 지도 기록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쓸모없는 정보이니 그런 것은 기록되지 않겠지요. 손목 피부 아래로 흐르는 혈은 건강하게 뛰었다. 나는 건강합니다. 내 몸이니까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외상, 질병, 스트레스, 무엇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누가 허락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어요. 나는 허락한 것 같은데 이상해.

“즐거운 파티라서 저를 잊으셨나요? 통신 탓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Ston. 저는 언제나 여기 있으니까 잊어도 사라지지 않는답니다. 아시잖아요.”

방긋 웃습니다. 나는 이 허물같은 대화를 좋아해요. 질문을 하나씩 주고 받을 뿐인데 달갑다.

“늘 같은 대답이지만, 늘 같은 걸요. 오늘도 어김없이 기분 좋은 날이에요. 비록 당신이 3분 51초 늦었다고 하더라도요.”

손목시계 없는 내 손목을 쳐다보았습니다. 나를 찾아오는 연구원들은 손목시계를 좋아한다. 나는 무슨 질문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고, 생각보다 금방 오늘의 질문을 정했습니다.

“생일파티의 주인공에게 무엇을 선물하셨나요?”

494 이름 없음 (C9tHBcDO/.)

2022-07-01 (불탄다..!) 21:16:19

"또 무승부."

손아귀가 아프다. 몸이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충격이 아니다. 허용범위를 통증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경련에 가까운 반응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색할 수는 없다. 몸이 불편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저 녀석에게 들키기 싫다. 그래서 하얗게 질린 손을 애써 꽉 쥐었다. 미치도록 아프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용케 찢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될 정도다.

내 가슴에 경련이 올 것만 같다.

한참 뒤로 날아가 꽂힌 칼을 향해 눈길을 주지만, 차마 회수하러 갈 수는 없다. 터덜 터덜 뒤로 걸어가 떨어진 무기를 줍는 패배자같은 꼴의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어째서 이러고 있는지 솔직히 나 자신도 모르겠다. 이렇게 승리에 연연하고, 갈망했던 적이 이제껏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나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마지막에 내가 보였던 모든 공격들은 억지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칼을 다룰 줄 아는 자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수들이었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무조건 진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지금 녀석을 직시하면, 표정을 관리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495 이름 없음 (2gAaN6Y7MQ)

2022-07-02 (파란날) 12:47:32

>>494

“후….”

숨을 내뱉는다. 빈 손을 잠시 쥐었다 폈다. 상대의 공격에 맞춰 방어를 하면서 억지로 검을 쳐냈다. 그러면서 제 검도 놓쳐버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으로 인해 승부는 오늘도 역시 무승부가 되었다.

앞에 있는 이와 이런 소모적인 승부를 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사실 속마음으로는 굳이 이런 승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자신을 저런 열망어린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자신은 인간적으로 이 앞에 있는 사람이 좋았으나,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내 능력만 바라볼 뿐 나 자신을 봐주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자.”

고개를 떨군 채 바닥을 보는 너에게 나는 한숨어린 말을 내뱉는다. 이제는 자신도 지쳤다. 검을 사용하여 단련하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이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너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너 또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내 검을 주워 검집에 넣었다. 네 검은 저 뒤로 날아갔으나 그것까지 내가 주워줄 필요는 없을 터였다.

496 이름 없음 (b6Zf8Om5sA)

2022-07-02 (파란날) 16:50:58

>>495

"너......"

저도 모르게 앞을 흘끗거리지만, 곧바로 후회하고 만다. 역시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것을 바로 체감했으니까.

직감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이 저쪽에 있다는 것을. 승부의 선이든, 도리의 선이든,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그것이 승패보다 괴롭다. 가슴 속의 뜨거운 것이 부당함을 인정하는 것.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대상에게서 어떤 잘못된 면도 찾을 수 없고, 어떤 적개심도 반사되어 오지 않는 것을 안다면, 결국 스스로가 이유 없는 미움에 사로잡힌 추한 존재임을 자각할 수밖에 없다.

"아니, 아직이야."

주먹을 꽉 쥔다. 이대로 달려들어서 한대 치고 싶다는 본능을 억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게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를 알기 때문이 아니다. 공격을 성공시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품위도, 우정도 빠르게 잃어가는 모양이다.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승부는 아직 끝나지...... 끝나......"

애써 격양을 숨기려 평정심을 가장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어지럽다. 피가 머리로 쏠린다. 흥분 때문인가? 아니다. 몸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 쓰러지면, 추하게 쓰러지면 나는, 다시 너를 볼 낮이 있을까. 제발, 한번만 말 좀 들어라. 온갖 발악과 바람이 무색하게도 몸이 앞으로 기운다. 어떤 고된 부하도 받아내고 움직여 왔던 몸, 단련의 표상이, 허영에 눌려서 무너진다.

너를 죽이고 싶어. 내가 병신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아. 그런데 생각을 통제할 수가 없어.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497 이름 없음 (2gAaN6Y7MQ)

2022-07-02 (파란날) 19:07:41

>>496

앞에 있는 이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차고 넘치는 편이었다. 자신도 엄청 지친 상태였다. 손끝이 저리고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고.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은 자신도 나름 앞의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기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너는 아직이라며, 말을 하지만 딱 보기에도 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나는 조금 지친다는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다가 네가 몸을 비틀거리다가 쓰러질 것 같자 나 또한 걸음을 옮겨 너를 붙잡으려고 한다.

“윽….”

하지만 내 몸도 부하를 이기지 못했는지 너의 몸을 잡기는 했지만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같이 쓰러지고 말았다.

“아, 씨….”

쪽팔리게.

그래도 바닥에 누워버리니 훨씬 마음은 가볍다. 일어나기가 더 귀찮아져버린다. 눈 앞으로 보이는 하늘은 파랬다. 아주 맑고 맑은 하늘이었다.

“…도대체 넌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짜증나.”

짜증나서 짜증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그 감정이 제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 뿐. 그러니까 왜 나는 매번 네가 싸우자는 것을 받아주고, 네 승부하자는 말 대신 그냥 인간적인 안부를 묻고 답하고 싶은 건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늘 매번 이런 식인 건지.

진짜 그만둬야지. 다음엔 승부하자고 해도 안 받아 줄 거다. 진짜.

라고 지난 번 승부 때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

498 이름 없음 (CB6jIuc/A2)

2022-07-02 (파란날) 21:06:44

오늘도 오셨군요. (여자는 당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당신은 기척 따위 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일정한 시간마다 찾아오는 당신을 보면 모를 수도 없겠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 저에게 계속 찾아오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여자는 커피 포트에 물을 담아 끓이는 일을 계속하며 혼잣말을 하듯이 당신에게 물었다.) 아, 커피 한 잔 드시겠어요? 마침 믹스커피를 선물로 받았는데. 비스킷도 있고. (너무 익숙하게 당신을 맞이하며 이미 여자는 잔 두 개를 꺼내고 있었다. 당신이 먹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긴 했지만.)

# 맥커터 사절 ~ 상대방은 대충 저승사자나 악마나 천사나........ 뭐 그런 인외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썼어 ~

499 이름 없음 (b6Zf8Om5sA)

2022-07-02 (파란날) 22:58:31

>>497

흙먼지가 시야를 엄습한다.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부축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볼품없이 흙바닥에 뻗은 꼴이다.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혼자서 험한 꼴을 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도 모르게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심각하기는 한 것 같다. 넘어뜨렸다, 공격이 통했다, 이길 수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비약의 징검다리를 밟고 생각은 뻗어나간다. 역시 집어치워야 한다. 기껏 손을 뻗어 준 사람을 상대로 이딴 희열을 찾을 정도로 정신이 썩어버린 건 아니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실성한 듯 바닥에 얼굴을 묻고 계속 웃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격양된 감정을 조금이라도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피로에 젖은 폐가 아우성을 쳐도 멈출 수가 없다. 아니, 그 아우성이 웃음으로 발하는 것만 같았다.

"왜 그러냐, 고?"

허, 웃기는 녀석이다. 아니, 불행히도 웃기는 상대를 만난 녀석이다. 절대로 나만은 대답할 수 없는 질문, 나이기에 영원히 답을 알 수 없는 공허한 물음에 나는 입으로 들어온 모래들을 퉤 뱉어내고 반문한다.

"글쎄, 알려줘. 왜 나는 이러고 있어?"

확실한 것은,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너이기에 미워하리라는 것, 그리고 이 억지가 기약 없이 반복되리라는 것, 자기화할 수 있는 설명은 오직 이것 뿐.

"......네가 바보같고, 재수없고, 불쾌해서?"

그리고 내게 할 수 있는 설명을 타인에게 해주기 위해서 또 깎아내리면, 이런 꼴이 되고 만다.

500 이름 없음 (h4ax45Qlws)

2022-07-03 (내일 월요일) 19:50:30

"…우리 이혼했으면 해요."

또 다시 돌아왔다는 걸 알아챈 뒤부터 거리를 두긴 했어도 당황스러운 말일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옆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사랑을 말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끝을 고하는 셈이니. 하지만 계속 당신 옆에 있기엔 너무 지친 상태였다. 몇 번이고 당신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이나 그 모든 죽음을 기억한 채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오는 것은.
처음 몇 번은 쓰러질 정도로 울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은 당신 몸을 끌어안고 멍하니 눈만 깜빡일 뿐. 그 때문에 내가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제는 그게 소문인지도 의문스럽다. 내가 하지 않은 건 당신 심장에 직접 칼을 꽂지 않은 것뿐, 내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당신이 죽은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결국 당신을 죽인 건 내가 맞지 않나.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다면,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할까요."

건조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501 이름 없음 (8XJSixtGAo)

2022-07-04 (모두 수고..) 06:04:14

>>499

네가 웃음을 터트리자 나는 짜증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영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어디에서 웃음이 나올 포인트가 있다는 건지.

"미친 놈."

왜 그러냐는 질문에 도리어 자신이 왜 이러느냐는 질문을 되물어오는 것에 나는 영 할 말이 없다. 아무래도 나와 같이 쓰러져 있는 이는 실성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해버린다.

게다가 그나마 나온 말이라는 것이 내가 싫어서라니 영 듣고 싶지 않다. 그럼 그렇지. 하하호호하는 사이 좋은 사이는 아니니까.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바닥에 앉고는 너를 내려다봤다가 이내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 이제 이것도 끝이니까."

후, 한숨을 내쉰다.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날 거야. 그러니까 너하고도 이게 마지막이고."

이후에 별 일이 없다면 영영 만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굳이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겠으나 노력을 해서 만날 정도로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502 이름 없음 (gQDsvkIok.)

2022-07-04 (모두 수고..) 15:19:54

>>501

"정확해, 바보치고는."

확실히 미친 것 같다. 그러나 갑자기 미쳐버리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서야 자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내 앞의 네녀석은 정말 재수가 없는 놈이라고 다시금 생각한다. 한 번 문 것은 절대 놓지 않는 미친 놈에게 물려버렸으니.

시원하게 한참을 웃으니 조금이나마 몸의 피로감이 가시는 것 같다.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 아직 싸울 수 있다. 사지가 멀쩡하고 생각이 몸을 통제할 수 있는 한 내게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아집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끝은 없어. 회수하지 않는 한."

내 목, 승자의 권리, 그걸 취해가지 않는다면, 절대 끝은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불은 꺼지지 않는 이상 계속 태워야 한다. 내 집념, 열등감, 칩착, 열정...... 어쩌면 인연까지도, 무뎌지기에는 너무 날카롭고, 매번 맹렬하게 갈려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언젠가 정말 내가 패배하더라도, 넌 가져가지 않을 것 같군. 아마도 그것 때문에 널 싫어하는 것 아닐까.

싫어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떠나?"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바닥을 더듬고, 콜록거리며 기어간다. 마치 날 부르는 것처럼, 그것이 그 방향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 끝내 손끝에 뜨거운 금속의 감각이 걸려서, 곧장 내 칼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수백 번 격렬하게 부딫히며 달궈진 뜨거운 날은, 주인의 마음을 닮은 듯 위험하다.

"마음대로 해, 따라갈 테니."

503 이름 없음 (B98COdA15.)

2022-07-05 (FIRE!) 18:23:50

>>502

“회수? 뭘 회수한다는 건데? 회수는 돌려받는다는 건데, 나는 네 것을 가져간 것이 없고 너 또한 마찬가진데.”

나는 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뭘까. 나에게서 이기는 것? 나한테 이겨서 무얼 얻고 싶은 걸까. 나를 죽이기까지 하려는 걸까. 알 수가 없다.

떠난다는 말에 너는 기다시피 하여 칼을 손에 든다.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지켜보다가 나 또한 무릎을 세워 앉고 검집의 목을 쥔 손으로 코등이를 밀어올려 언제든 발도 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한 번 더 하자는 거야?”

놓았던 긴장을 다시 당겨 쥔다. 과연 네가 다시금 달려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남아있는지, 내가 너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남아있는지는 차치해두자. 늘 방심은 금물인 것이었다.

504 이름 없음 (8wO1csCRrk)

2022-07-06 (水) 09:40:05

>>503

"알려주지 않을 거야. 널 미워해야 하니까."

겨우 겨우 칼을 세워서, 수직으로 땅에 꽂는다. 손잡이에 턱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안정된 자세를 찾는다. 주저앉아 칼에 기댄 자세, 지금의 상태로 이보다 최상의 태세는 가져갈 수 없다.

어느 새 준비의 자세를 취하는 상대를 지긋이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암담하다. 나 역시 일어나야만 했다. 우리는 비긴 거니까. 아직은 지지 않았으니까, 여력에서 밀리고 싶지는 않아. 살짝 버둥거리다가 애써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아 누르며 허리를 일으킨다. 아직 너에게는 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상관없잖아."

이유는 집어치우라고. 포기가 느린 녀석아.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만 알면 돼. 그래도 이유가 필요하다면야.

"묻고 싶은 게 있어."

칼을 짚고 서 있기도 힘든데, 몸을 지탱하고 있는 칼에서 애써 다시 양손을 떨어뜨렸다. 적의가 없음을 드러내기 위해 손바닥을 펴서 네게 보여주고, 숨을 훅 내뱉은 다음 남은 호흡으로 겨우 중얼거렸다. 너무 작은 소리지만, 들렸기를 바라.

"왜 이 기예를...... 칼 쓰는 법을 배운 거지?"

말을 건네는 내 목소리가, 어쩐지 자기의심으로 흔들린다.

505 이름 없음 (TpP1/2u/46)

2022-07-06 (水) 10:12:22

>>504

상대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숨을 내쉬고 가까스로 일어나는 너를 본다. 그러다 한 번 더 하지는 않을 듯 손을 펴서 보여주는 너를 보고 그제야 긴장을 다시 누그러뜨린다. 검을 쥔다는 것은 늘 외줄을 타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다칠 수 있고 언제든 죽을 수 있는 길을 걷는다는 것.

하지만 이 길을 가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다른 이들에게는 굳이 하지 않았던 말을 너에게 처음으로 꺼낸다. 뭐, 아니 다른 이들은 묻지도 않았던 것이었지만.

"지켜야 할 사람이 있어."

살짝 눈을 내려깔고는 잠시 회상에 잠긴다.

"어릴 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서, 지금은 생사도 알 수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약속했거든. 내가 지켜주기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이후로 자신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왔고.

"떠난다는 것도 그 애를 찾으려고 가는 거야."

찾지 못 할 수도 있다. 이 험한 세상에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내 한 몸 지킬 수 있고, 어쩌면 다른 이도 지킬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고 생각이 드니까. 그 애를 찾으려는 시도만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너는 어떤데."

작게 한숨같은 웃음을 뱉으며 너를 본다.

506 이름 없음 (8wO1csCRrk)

2022-07-06 (水) 11:37:56

>>505

싸우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한 것은 이쪽이지만, 긴장을 풀고 태세가 느슨해진 상대를 보니 공세를 취할 기회가 눈에 들어오고, 자연히 충동이 다시 고개를 든다. 고단함에 눌려 뇌의 의사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던 주제에, 손가락 끝이 손잡이를 다시 붙잡고 싶어서 꿈틀거린다.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숨을 쉬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역시 불리한 것은 여전히 이쪽이다. 몸의 충동에 따라갈 이유가 없다. 그냥 이대로, 상대의 말을 들을 따름이다.

"부럽군."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나 역시 그렇게 배웠다. 상처를 주고, 파괴하는 기예이기에 더욱이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균형의 문제였다. 스스로까지 해롭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통제와 보호의 미덕을 쫓아야 했다.

그런데, 네놈과 검을 나눈 직후부터 그게 흐려졌다.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스스로가 왜 칼을 들고 있는지를 잊어버렸다. 내지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애초부터 몰랐던 것을 부정하고 있었음을.

다만 지금은, 너를 이기고 싶을 뿐이다.

"대답할 말이 없다. 줄곧 말했듯이, 아무 것도 모르겠어. 지금은."

"그래서 너를 필요로 해."

507 이름 없음 (TpP1/2u/46)

2022-07-06 (水) 13:35:07

>>506

"글쎄...."

부럽다는 말에 답할 말이 없다. 처음부터 그런 일을 겪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보호자 없이 보호막 없이 살아왔다는 건 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는 뜻이었다. 가족 같았던 이와 찢기듯 헤어져야만 했던 것도 끔찍하게 마음아픈 일이었다. 차라리 아무런 일도 겪지 못해서 검을 드는 마음 같은 거 몰랐을 것이 나았을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해."

물음이었다.

"네가 이기게 되면 만족할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관찰하듯 너를 물끄럼히 바라본다. 무의미한 싸움을 계속 하는 것도 지칠 따름이다. 인간적인 호의로 계속하여 대련을 해왔지만 정도를 넘는 공격들에 대응하는 건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계속 이곳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508 이름 없음 (8wO1csCRrk)

2022-07-06 (水) 15:10:24

>>507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

스스로도 표현하기 어려워서, 볼을 긁으며 애매하게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분명 내 자존심이 허락하는 선 안에서는 간을 드러내고 쓸개를 끄집어내듯이 하는 말이었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도와줄까'나 '잘 해봐'같은 말은 도저히 하지 못하겠다. 너에게 느껴야 하는 감정은 어디까지나 호승심, 그리고 적대감. 싸우기에 가장 용이한 감정만 남겨놓을 뿐이다. 싸움이 끝나면 드러내는, 그래서 내게 혼란을 남겨 버리는 인간적인 호감 따위, 내 입으로는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 검으로 날 지켜 봐. 나랑 싸워서. 도망쳐서 날 고사시키는 건 용납할 수 없어."

509 이름 없음 (TpP1/2u/46)

2022-07-06 (水) 15:39:01

>>508

나는 너의 말을 묵묵히 들으며 그 진의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쓸모있는 정보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저 그 말이 진심처럼 느껴졌다는 것 뿐.

결국 나는 푹,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너한테는 남들보다 더 관대해지고 마는지.

"따라오고 싶다는 거지?"

머리를 쓸어넘기며 너를 바라본다.

"단, 조건이 있어. 매번 너와 검을 맞댈 순 없어. 횟수는 한 달에 한 번, 방식은 정정당당한 대련의 형식으로 할 것."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흙먼지가 묻은 옷을 툴툴 털었다. 힘을 다 써버린 몸이 무겁다.

"그걸 지킨다면 최대한 노력해 볼테니까, 그 지킨다는 거."

한숨같은 말이었으나 엄연한 승낙의 말이었다.

510 이름 없음 (8wO1csCRrk)

2022-07-06 (水) 17:17:34

>>509

윽, 화가 치밀어오른다. 그런 태도.

"누가 같이 다니고 싶대? 잘 때 암살해버릴까보다."

이 순간 내 목소리가 어린아이의 철없는 억지와도 같이 들렸음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병신이겠지. 왜 자꾸 이렇게 되는 걸까. 열등감 때문인지.

그렇지만 내심, 튀어나온 목소리에 기쁨이 섞여 있었다는 것만큼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결투는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할 거야. 그래, 한 달에 한 번이면 족하지만......"

이젠 나도 모르겠다. 긍정을 하는 것인지, 부정을 하는 것인지. 그냥 어느 쪽이던 내 의지를 조금 더 부연하고 싶어서, 바닥에 꽂혀 있던 칼을 힘차게 뽑아 겨눈다. 솔직히 '힘차게'라는 표현에는 많이 어폐가 있어서, 겨눈 칼끝도 허공에서 힘에 부쳐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지만, 지금의 몸으로는 이게 최선이다.

"필요하다면, 도와주지. 말마따나, 네 녀석은 바보고, 재수없고, 불쾌하니까. 분명 힘이 부칠 일이 있을테니까."

이렇게 또 한번, 패배감과 자조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불쾌하고, 재수없는, 바보에게 언제까지고 밑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511 이름 없음 (TpP1/2u/46)

2022-07-06 (水) 17:54:44

>>510

나는 너의 말을 듣다가 도와준다는 말에 결국 작은 웃음을 뱉고 만다. 내가 살다가 너한테서 도와준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고, 또 그 말이 기꺼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도와줘. 분명 힘에 부칠 일이 있을 테니까."

못나고 이런저런 부족한 점도 많은 자신이었으니까. 게다가 내 목적지에 다달았을 때 만난 진실이 그 아이의 죽음이라면 아마 과연 혼자서 두 다리로 서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조금 흐린 얼굴로 바닥 구석진 곳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일주일 뒤 동이 트자마자 출발할거니까. 그 전까지 인사나 마무리해야할 것들은 마무리해두고. 정문 앞에서 보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몸을 돌렸다. 그 입가엔 아마 작은 미소가 걸려있을지도.


/재미있었어. 막레 느낌으로 썼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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