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512 이름 없음 (1Cl1mkHb26)

2022-07-06 (水) 18:29:18

>>511
/아 재미있었다

첫 레스 쓸 때 캐릭터를 안 잡고 써가지고 좀 스스로 헤멨는데 어떻게 잘 마무리된듯

고마워!

513 이름 없음 (A7iVZho18.)

2022-07-07 (거의 끝나감) 14:09:12

>>512

/나도 고마웠어~ 즐상판하고 익명으로 다시 만나~

514 이름 없음 (kU5kd8z9Ks)

2022-07-08 (불탄다..!) 12:02:27

>>500

결혼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오래 알고 지냈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 오만이었던 것일까. 최근 들어 당신이 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었긴 했지만 단지 무슨 고민거리가 있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이벤트 같은 것을 꾸미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조금 느낌이 이상해서 대화를 해봐야지 했었지만…. 그렇다고 이혼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거짓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낌새도 없었고 그리고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데 거짓말 하나 알지 못할까. 나는 고개를 저은 뒤 당신을 보았다. 무감한 눈동자 속에 아픔이 비치는 것만 같았다. 이 또한 내 오만으로 인한 착각일까.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내가 뭔가 잘못했어? 응?”

눈썹이 일그러진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죄다 곱씹어 봐도 이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무언가는 있지 않았다. 아니, 행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잘 지냈었고 서로 사랑한다고 속삭이지 않았던가.

515 이름 없음 (/pHC4Iw9lU)

2022-07-09 (파란날) 20:12:06

"- 상담사 Ridia Rhelana였습니다. 늘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당신의 악마 선배는 dew처럼 맑고 lovely한 목소리로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쓸데없이 넓기만 한 office는 air conditioner도 마음대로 틀 수가 없어 푹푹 찌는 무더위였습니다.

"어이 신입. 거기 냉장고에서 얼음컵좀 가져와보십시오."

더운 숨을 삼키며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거만하게 다리를 꼰 리디아는 상냥하게 통화를 할 때와는 정반대인 고압적인 태도로 사무실 구석에 왜 있는지 모를 냉동 쇼케이스를 손가락질하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녀의 빨간 악마 꼬리가 바퀴 달린 의자 아래로 축 늘어져있습니다.


//당신의 종족은 천사 악마 인간 등등 끌리는 대로 설정해 줘도 좋아.
편하게 이어줘.

516 이름 없음 (PqZsBd4siw)

2022-07-09 (파란날) 23:06:11

>>514

이제는 지쳐서 무뎌질대로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찌푸린 얼굴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오히려 의연함을 가장하는 일은 쉬워졌다. 당신을 위해, 나를 위해 행하는 이별이다.

"당신 잘못 없어요. 그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시선을 낮게 깔았다. 차마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다. 당신이 눈물이라도 떨구는 모습을 본다면 저도 모르게 손을 뻗게 될 것 같았다.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잖아요. 익숙함과 사랑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의식적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탓에 당신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한숨처럼 속삭였다.

"……어쩌면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스스로 뱉은 말에 놀라지 않기 위해 입술을 꾹 물었다. 사랑해서 곁을 떠난다는 말을 비웃었던 한때를 후회했다.

// 미안 확인이 늦었다 ㅠㅠ!

517 이름 없음 (QQwv2982Vs)

2022-07-11 (모두 수고..) 12:59:43

>>516

거짓말…. 거짓말임이 분명했다. 아니,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제 욕심일지도 몰랐다. 거짓말이길 바라는 제 욕심일지도 몰랐다. 정말 착각을 했던 것이라면 제 옆에 있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슬픔이나 괴로움을 가져다 주었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말들이 자신의 가슴에 깨진 유리조각으로 날아와 박히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게. 사무치게 아파서 가슴이 갈래갈래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

차마 무어라 말을 뱉을 수 없었다. 아파서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밖에는. 그리고 네가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 말을 뱉자 그에 반응하듯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나는….”

가까스로 말을 뱉지만 그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는 것에 다시 입을 다문다. 소매로 거칠게 눈물을 닦고 매인 목을 헛기침으로 바로 잡은 뒤 다시 너를 본다. 너는 왜 나를 못 보고 있는지, 너도 나처럼 아픈 건지 아니면 단순히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나는, 그래도 너를…. 너를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런 말은 제발 하지마. 착각…이라고 해도 괜찮아. 그냥 익숙함이라는 것 만이라도 내 옆에 있어주면 안 돼?”

나는 너에게 한 발 더 다가가서 네 손을 찾아 쥐려고 손을 뻗었다. 충분히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속도로.

“너도 알잖아. 나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괜찮아 :D

518 이름 없음 (nVga3EByX.)

2022-07-14 (거의 끝나감) 14:18:16

/ 어장이여 위로 올라가시오!

519 이름 없음 (YE8f8qzaps)

2022-07-14 (거의 끝나감) 14:30:57

아저씨 도착~

520 이름 없음 (2RlZ7X.wZ2)

2022-07-14 (거의 끝나감) 15:11:14

>>519
/ 꼬맹이도 여기 있다! 선레를 쓰려다 보니까 참치가 생각한 시대적 배경 같은게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3 현대, 과거, 근미래, SF 같은거!

521 이름 없음 (YE8f8qzaps)

2022-07-14 (거의 끝나감) 15:51:59

>>520 일단 배경은 현실로 따지면 20세기 초반쯤의 기술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 사회적으로는 신분제가 존재하는 제국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이능력자가 존재하는 세계관인데, 그 수는 상당히 적어. 전 세계에 100명 정도? 선천적인 능력이고 유전은 되지 않아. 아저씨는 대륙을 양분하던 두 국가가 충돌했을때 동부의 국가에서 특수부대로 활약했던 전적이 있지. 그래서 서부에선 악마로 불리우는거고, 전적도 화려해! 다만 후유증으로 PTSD를 겪고 있어. 아저씨도 이능력자인데 전쟁이 끝난 이후로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꼬맹이는 아마 모르지 않을까? 사실 이능력의 수준도 막 전술병기! 이런 느낌보단 보호막을 친다거나 사람들을 약간 비틀거리게 한다거나, 그런 수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또 대륙의 북부에는 위험한 생물들이 많은데, 이 생물들에서 나오는 부산품들이 비싸게 거래 되고 있어서 아저씨는 그런 것들을 의뢰를 받아 잡아다주는걸 업으로 삼고 있어. 검술이 상당히 뛰어나거든!

522 이름 없음 (DiNBzjFFSQ)

2022-07-14 (거의 끝나감) 16:25:52

>>521
/ 세계관 일부만 들었는데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3c
참치가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능력이나 생물이 추가된 약판타지 더하기 바이올렛 에버가든 느낌의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될까? 아니면 중세 판타지 배경에 20세기 기술력이 더해진 분위기?
그럼 꼬맹이는 주변에서 이능력자 얘기 들어도 아저씨는 이능력자가 아니니까 하고 생각하겠네!
검술 뛰어난 아저씨라니 이건 심장 뿌시기 완벽한 조합이다. >:3
그럼 꼬맹이는 아저씨에게 가르침 받았으니 특수부대에 소속되어 있을까? 아저씨 뒤를 이어 들어간다고 했을 때 아저씨가 반대했으려나?

523 이름 없음 (YE8f8qzaps)

2022-07-14 (거의 끝나감) 16:47:40

>>522 바이올렛 에버가든 느낌의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세계관도 비슷한 느낌인걸~ 거기에 약간의 이능력 소재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북쪽에 사는 위험한 생물들 = 마물 같은 느낌이라 약판타지도 섞였다고 보면 되겠네.

특수부대는 전쟁이 끝나고 해체 되어서 더이상 남아있지 않을꺼야! 대신 꼬맹이는 아저씨를 따라서 북부의 마물들을 퇴치하는 임무를 띄고 있는게 어떨까?

524 이름 없음 (yBuuO2K48.)

2022-07-14 (거의 끝나감) 17:07:50

>>523
/ 무슨 느낌인지 이해! 속으로 분위기를 그려보다가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문득 떠오르더라고! ;3 게다가 약판타지가 섞였다니 마음에 쏙 든다!! >:3c
남아있지 않고 해체 되었구나! 그것도 좋지!! 그럼 아저씨와 동료들은 약간 용병같이 활동하는 건가? 마물 퇴치 전문 용병?
일할때 복장은 자유로운 쪽이야? 아님 정해진 제복이 있나?
세계관이 너무 매력이라 자꾸 궁금한게 늘어가네... 미안해! <:3c
참치는 상라랑 일반이랑 어느 쪽이 쓰기 편해?

525 이름 없음 (YE8f8qzaps)

2022-07-14 (거의 끝나감) 17:14:58

>>524

그때 동료들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지거나 죽어서 남은건 아저씨 뿐이야. 딘 씨도 같은 부대는 아니었고 아저씨가 진입하고 나면 바로 뒤따라 들어가는 부대 소속이었다고 생각하면 돼! 아저씨는 용병 같은 느낌이고~ 복장은 자유로워! 군대 느낌은 아닌 곳이니까~ 미안할 필요는 없어! 근데 이러면 그냥 일댈을 파는게 더 낫지 않나 ... 하는 생각이 드는걸! 나는 상라던 일반이던 안가리니까 참치 편할걸루 해줘~

526 이름 없음 (pbTvgWWFfo)

2022-07-14 (거의 끝나감) 17:34:11

>>525
/ 그러게... 나도 이정도로 질문이 길어질 줄은 몰랐어... 세계관 이해는 대부분 한 것 같으니까 그럼 일단 빨리 선레부터 들고올게! :3 내가 손이 좀 많이 느려서 늦어질지도 모르는데... 미리 사과부터 할게...

527 이름 없음 (YE8f8qzaps)

2022-07-14 (거의 끝나감) 17:41:11

>>526 괜찮아~~ 느긋하게 돌리는거지 뭐. 여유롭게 가져와줘!

528 이름 없음 (6v7QafYdi2)

2022-07-14 (거의 끝나감) 23:11:26

>>527
(임무를 마치자마자 동료들의 술파티 권유도 마다한 채 반쯤 통보와도 같은 저녁 약속을 잡아낸 그녀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숲길을 가로질렀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산속을 망설임 없이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숲속을 자유롭게 내달리는 늑대처럼 날렵하고 안정적이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잔가지와 나뭇잎에 쓸리는 감각. 모든 것이 그녀의 심장을 뛰게 했다. 강 너머를 이어주는 긴 다리와 드문드문 들꽃이 핀 푸른 잔디밭, 병원을 지나 광장을 모두 통과해 골목으로 들어설 때까지 그녀는 그 먼 거리를 쉬지않고 달려왔음에도 신기하게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게 그와 약속했던 장소인 사거리 근처까지 짧은 시간에 도착한 릴리아는 그제서야 달리기가 걸음으로 바뀌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며 시간에 여유가 생기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약속을 잡기 전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자신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자아성찰을 해보던 그녀는 점점 스스로가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이 보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함을 느꼈다. 결국 부정적인 생각 하나가 시작되자 당연한 것처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오랜 시간 말하지 않았던 마음을 그에게 고백했다는 부끄러움까지 도달했다.)
그때 그렇게 얘기하지 말걸...!
(잠시 멈춰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웅얼거리던 릴리아는 자꾸만 머리를 채우는 걱정을 없애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길게 늘어선 가게들로 시선을 돌리려 노력했다. 빵이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와 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던 중 그녀는 이제 막 가게 앞에 진열되는 꽃들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그렇게 꽃가게 앞에 걸음이 붙어버린 릴리아는 그 많은 꽃 중에서도 유독 분홍색 장미에 눈이 고정되어 있었다.)
('마음에 드시면 한 송이 포장해 드릴까요?')
아... 네!
(점원의 질문에 홀린 듯 대답한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잘 포장된 예쁜 꽃 한 송이를 품에 안고 사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릴리아는 멍하니 품속에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이걸 받으면서 점원 언니가 해줬던 말이 뭐였더라. 분홍 장미의 꽃말은 맹세라고 했던가?
분명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렇게 연애를 하기도 전부터 정신을 못 차리다니. 그녀는 스스로가 그에게 제법 깊게 빠져있구나 하는 생각에 헛웃음을 지었다. 와중에도 그녀의 입꼬리 끝은 주어진 기회에 대한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보였다.)

/ 상라와 일반을 수없이 오가며 생각한 결과... 꼬맹이 성격에는 상라가 더 분위기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상라로 가져와 봤어!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일반 같기도 하지만...! <:3c 일단 이건 둘째치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529 이름 없음 (kx2WhRdoSI)

2022-07-15 (불탄다..!) 10:37:17

>>528

(릴리아의 밥을 먹으러 가자는 연락을 보고서 그는 아무런 말이 없이 침대에 몸을 묻었다. 실시간 연락기(Real Time Two-Way Communicator, RTCOM)를 손에 쥔채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그는 침대 옆의 서랍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더니 사진 한장을 꺼내들었다.) ... 이게 네가 원한거야? 로즈? (그 곳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포즈를 취하고 서있었는데, 사진 왼쪽에 젊을때의 그의 모습과 함께 서있는 여자의 모습도 있었다.) 여러모로 귀찮게하는구나.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사진을 다시 서랍에 넣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화장실로 향해 지저분하던 수염을 정리하고 덥수룩하던 머리도 정리를 한다. 혼자하는 것임에도 상당히 능숙해서 금세 말끔해진 그는 입고있던 옷도 말끔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천천히 집을 나섰다. 조금 거리를 걸어가니 근처에 사는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 에반, 오늘 수도라도 가는거야? ' ) 아주머니 좋은 저녁이네요. 아뇨, 오늘은 수도에 가는 날은 아니고 그냥 기분전환 삼아서. (웃으며 대답한 그는 시간에 맞추어 식당 앞으로 도착했다. 아직 릴리아는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라 그는 식당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꼬맹이, 조금 늦었구나. (그리고 저 멀리서 임무를 끝마치고 오는 릴리아가 보이자 평소와 다름없이 대충 손을 흔들며 그녀를 맞이해준다.)

530 이름 없음 (vjGuyGt58c)

2022-07-15 (불탄다..!) 21:15:54

>>529
(자기 자신도 놀란 깜짝 선물을 들고 조금을 더 걸었을까. 저 멀리에서 대충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릴리아도 인사에 답하듯 머리 위로 손을 들어 크게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그녀는 먼저 도착해 앉아 있는 에반을 보고는 걷는 속도를 다시 높여 식당 앞까지 금세 도착했다.)
아저씨, 이거... 받아요!
(릴리아는 그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늦었다고 이야기하는 그 말에 대답하기도 전, 일단 안고 있던 꽃부터 에반에게 내밀었다. 에반의 앞에 놓인 분홍색 장미 한 송이는 천과 레이스, 얇은 끈으로 잘 감싸여 있었다. 그에게 오는 동안에도 소중히 들고 있었는지 장미와 포장 모두 흐트러진 곳 없이 깔끔했다.
묘하게 뚝딱이는 릴리아의 말과 행동, 시선을 꽃에 고정한 채 눈만 깜빡이는 모습은 그녀가 조금 긴장한 듯도 보였다.)
그래도 저기에서 여기까지 이 정도면 엄청 빠르게 왔는데...!
...많이 기다렸어요?
(먼저 약속을 잡아놓고 늦게 나왔으면서도 오히려 뻔뻔하게 자신은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더니, 곧바로 태도를 바꿔 그의 눈치를 보듯 조심스레 질문하며 장난스럽게 에반을 곁눈질했다. 꽃을 주던 때와는 정반대로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의 모습은 신기하게도 방금 고백한 대상을 앞에 두었다기에는 상대를 크게 의식하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531 이름 없음 (YOkufYL8PM)

2022-07-16 (파란날) 23:22:41

>>530

응? 갑자기 왠 꽃이냐. (저 멀리서 걸어오는 릴리아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길래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그것이 꽃임을 깨달았다. 갑자기 꽃을 들고 오는게 누가 꽃이라도 주면서 고백한건가 싶었는데 그녀가 다가와 자신에게 대뜸 건네주니 그는 고개를 갸웃한다.) 설마 나 주려고 사온거냐? (잘 포장된 분홍색 장미 한 송이가 그의 손에 들려지고 평생 이런거 한번 받아본 적이 없던 그라서 꽃과 릴리아의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볼 뿐이었다.) 음 ... 뭐, 잘 간직하마. 물병에 꽂아두면 조금은 오래 가겠지. (어색하게 웃으며 릴리아의 머리를 한껏 쓰다듬은 에반은 릴리아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네가 뛰어오는 시간쯤이야 내 머릿속에 있으니 말이다. 나도 방금 도착한 참이니까 말이다. 임무도 방금 끝나서 배고플테니 얼른 들어가자. (식당 문을 열어서 릴리아가 먼저 들어가게 해주고 뒤따라 들어간 에반은 주인과 눈인사를 나누며 적당한 자리에 테이블을 잡는다. 에반의 훈장이 가진 상징성 때문인지 에반은 마을에서 꽤나 유명인사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네가 먹고싶은걸로 시킬래? (평소와 다름없이 웃는 표정이다.)

532 이름 없음 (cVgCnYDjyI)

2022-07-17 (내일 월요일) 18:06:10

>>531
그럼요. 당연하죠! 내가 이런 걸 아저씨 아니면 누구한테 주겠어요!
(꽃과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는 에반의 모습과 어색한 웃음을 보고 그녀는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속으로는 그가 혹시 꽃을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지 기뻐 보이는 웃음 사이로 안도감이 언뜻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이제 내가 아저씨한테 줄 수 있는 게 하나 생겼으니까, 앞으로는 매일 한 송이씩 선물해 줄게요.
(릴리아는 집에 물병이 수십 개 있어도 부족할 거라면서 기대하고 있으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저씨, 머리! 나 머리 망가져요!
(그가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듯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곧바로 투덜거렸지만, 그 와중에도 실력 좋게 그의 손을 피하지는 않고 끝까지 그리고 아주 마음껏 쓰다듬을 받았다. 하지 말라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에도 짜증은 없고 즐거움만 한가득 담겨 있었다.)
네? 정말요? 그런 것도 알고 있어요?
아저씨는 정말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뛰어오는 시간을 알고 있었다는 말에 릴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네. 감사합니다, 친절하신 신사분.
(대체 언제 연습을 했는지, 그가 식당 문을 열어주자 릴리아는 금세 표정을 바꿔 우아한 미소를 흉내 내더니 있지도 않은 치맛자락을 손끝으로 잡아 올리는 시늉을 하며 무릎을 굽혀 마치 어딘가의 고아한 숙녀처럼 인사해 보였다. 아직 완벽하게 몸에 익히지는 못한 듯 다년간의 훈련으로 다져진 절도 있는 움직임을 전부 숨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그럴싸한 자세로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인사를 했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우아하던 숙녀의 모습은 다시금 금세 사라지고 평소와 똑같은 활발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릴리아는 일단 활짝 웃으며 예의 바르게 식당 주인에게 인사부터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에반을 닮은 것도 같았다.
마을의 유명인인 에반의 덕을 본 탓인지 릴리아는 마을에서 겉돌지 않고 생각보다 빠르게 잘 적응해나갈 수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아저씨가 먹고 싶은 걸로 먹을래요!
음... 어떤게 좋아요?
(먹고 싶은 걸 고르겠냐는 그의 말을 듣기는 한 걸까? 릴리아는 최대한 그가 좋아할 만한 음식이 무엇일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결국 그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렸다.)

533 이름 없음 (ykLVOsgYgA)

2022-07-17 (내일 월요일) 21:40:21

>>532

난 또 누가 너한테 고백하면서 같이 준건줄 알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꽃 같은걸 건네어주면서 고백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에반만 알고 있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됐다 됐어, 무슨 매일 한 송이냐. 이걸로도 충분하니까 매일매일 사오지는 마라. 가끔씩 사오면 내가 받아줄께.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한 그는 잔뜩 릴리아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릴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널 훈련시킨게 나인데 그 정도는 당연히 알지. 그리고 임무 다녀오는 것도 몇번 봤고 네가 임무 나가는 지역은 내가 몇번이고 다녀와본 곳이니까 그 정도 예상하는건 별 거 아니지. (먼저 들어가라며 문을 열어주었더니 우아한 미소를 짓는 릴리아를 보고 그는 살짝 멈칫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식당으로 들어갔다.) 내가 먹고싶은거라 ... 딱히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양고기를 파는 곳이니까 양갈비 정도는 먹어봐야겠지. 난 양갈비 먹고싶으니까 다른건 너가 먹고싶은거 시켜라. (메뉴를 슬쩍 보고서 양갈비로 금방 정해버린 그는 다른 메뉴들은 다시 릴리아에게 일임하고선 테이블에 식기를 세팅했다.) 그래서 오늘 임무는 할만 했니? 확인해보니까 그렇게 어려운 임무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마물을 마주칠 위험이 있으니까 말이다. (릴리아를 바라보며 물어본 에반은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나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선 잠깐 침묵했다가 입을 연다.) 릴리아, 언제부터 날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가 기다리는 시간은 어쩌면 몇년, 몇십년이 될지도 모른단다. 정말 괜찮겠어?

534 이름 없음 (To9c1SguGg)

2022-07-18 (모두 수고..) 18:15:55

>>533
에이, 그럼 제가 안 받아왔죠. 전 아저씨뿐인데!
(릴리아는 에반에게 그렇지 않냐며 능청스럽게 질문하고 웃어보였다.)
안 돼요. 사랑은 매일 표현해야 하는 거라고 했어요.
(릴리아는 자신은 아저씨에게 열심히 대시해야 하는 입장이 아니냐며 나름의 이유를 이야기했다. 매일 꽃을 선물하겠다는 결정을 취소할 생각은 없는 듯 장난 가득한 목소리로 고집을 부리며 웃었다.)
다른 동료들은 아무리 같이 다녀도 그런 건 모르던데요? 물론 저도 그런 건 잘 못하고요.
역시 아저씨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녀는 그렇게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 전부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아저씨야'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뿌듯해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조용한 것 같아서 좀 이상하긴 했지만요. 그래서 확인도 할 겸 며칠 뒤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어요.
음...! 전 이걸로 먹을래요!
(릴리아는 그의 말을 전부 듣고 대답도 착실하게 하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메뉴에 향해있었다. 그렇게 그가 식기를 세팅하는 줄도 모른 채 혼자서 열심히 메뉴들을 노려보며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양고기 스테이크를 선택하고 그대로 그의 것과 함께 주문했다. 그 후에 뒤늦게 자신과 그의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식기를 발견한 릴리아는 에반에게 고맙다며 인사하고는 손을 닦았다.)
저는...
(그의 질문에 릴리아는 장난스러움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식탁 위로 시선을 내렸다. 할 말을 고르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가만히 있던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예전에 전, 제가 아저씨에게 큰 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날이 지나고 나서도 남아버린... 마치 깨진 유리의 조각 같은 거니까 아저씨가 절 볼 때마다 힘들지는 않을까 했죠.
그래서 빨리 독립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고요.
장난이었기는 했지만... 동료들 사이에서 언제까지 결혼 못하면 그냥 우리들끼리 살자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어서 다 함께 집을 알아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어요.
(릴리아는 그때를 떠올리듯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다가 멈췄다.)
뭐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때 사춘기라도 왔었나 봐요.
전 오히려 제가 아저씨를 기다릴 수 있다면 좋은걸요? 사실 아저씨가 기다려도 된다고 했을 때 이제 죽어도 여한은 없겠다 싶었던 거 있죠?
(의외로 진지하다 싶더니 결국 마지막에 와서는 다시 말투에 장난스러움이 가득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에반을 향해있던 차분하게 빛나는 두 눈동자는 그녀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없이 작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사실 내가 정말 아저씨를 좋아해도 되는 게 맞는지, 이런 선택을 해도 되는지 지금도 가끔씩 생각해요.
말은 이렇게 해도 결국 마음을 포기하지는 못했지만요!
(장난치듯 말을 끝맺었지만 역시 죄책감을 지우지는 못했던 것일까. 릴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결국 그를 끝까지 바라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
아저씨는요? 제가 이렇게 아저씨 좋아해도 괜찮아요?
(결국 그녀가 그를 다시 바라보았을 때는 웃음기에 가려져 다른 감정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릴리아는 진지하게 그의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마치 오늘 날씨가 참 좋지 않냐는 투로 그에게 가볍게 질문했다.)

535 이름 없음 (UDnKum4AAE)

2022-07-19 (FIRE!) 13:35:41

>>534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잘도 하는구나. (릴리아의 말에 조금은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누군가에게 이런 애정표현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도 괜찮은거 아니냐? 굳이 꽃이 아니더라도 ... (사실 그도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지 딱히 기억나는건 없었다. 꽃을 받는건 좋긴했지만 나중에 치워야할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뿐이었다.)
그냥 예전의 습관이 남아있는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되는거라서. (전쟁 당시엔 시간이 생명이었기에 그의 몸에도 습관처럼 배어버린 것이었다. 이제 와선 하고 싶지 않아도 알아서 되는 것이라 그도 어쩔 수는 없었다.)
지금이 가장 조용할 시기이긴 하지만 ... 그래도 교활한 놈들이니 조심하도록 해. 위험하면 언제든지 통신기로 날 부르고. (말만 안하지 릴리아가 임무를 나갈때면 조금 초조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어서 통신기를 손에 쥐고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단언컨데 너를 그곳에서 구해왔을때부터 그렇게 생각한적이 없단다. 오히려 부대원들이 얼마나 기뻐했는데. 너를 그렇게 생각했다면 진즉 고아원에 보냈을꺼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내가 맡았지. 다른 대원들은 가정이 있거나 다른 사유가 있었으니까 말이야. (릴리아의 말에 대답한 에반은 독립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그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라면서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때리려했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건 ... 그래 나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눈치채지 못한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나쁘게 생각해본적도 없고.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는거야. 네가 나와 함께해서 행복할 수 있을지. 나는 너를 딸처럼 키우면서 너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기를 빌었으니까. (릴리아의 진지한 눈빛에 그도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자잘한 흉터가 가득한 손이 릴리아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리고 그건 아직까지도 내 삶의 유일한 목표라고도 할 수 있어. 너는 정말 나랑 함께하면서 행복했니?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할 자신이 있어?

536 이름 없음 (duqVFCAyLw)

2022-07-19 (FIRE!) 20:29:29

"너랑 사귀는 거 진짜 재미없다."

하얀 손가락은 스트로우를 갖고 음료를 이리저리 휘젓는다. 얼음과 유리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맑게 울리고, 컵에 맺힌 물방울은 아래로 흘러내려 테이블 위에 고였다.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이 늘어지고 늘어진다.

"이래도 내가 좋아?"

스트로우가 입술 사이에 물렸다. 음료가 줄어든다.

537 이름 없음 (cI1zwzlKuA)

2022-07-19 (FIRE!) 20:37:14

>>536

" 그래? 미안. "

짤그락, 하고 빈 컵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아직 음료가 남아있는 너의 컵과 다르게 나는 이미 다 마셔버리고 얼음이 녹은 물로 가끔씩 입을 적셔줄 뿐이다. 너의 그런 말에도 난 변함없이 웃으며 얘기한다.

" 응, 좋은데? "

창가로 햇빛이 비쳐들어와서 블라인드를 살짝 내려준다. 한 손은 턱을 괴고 나머지 한 손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약하게 두드린다. 재촉하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맑은 하늘이 보기 좋아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538 이름 없음 (uvSstoJgKc)

2022-07-19 (FIRE!) 22:19:23

>>535
그게 제 장점이죠!
다른 방식이요? 어떤 방식이요? 알려주면 그 방법으로 표현해 드릴게요!
(릴리아는 어색한 표정의 에반을 보며 웃더니 그의 말에 오히려 역으로 질문하며 신나서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예전...
(그 예전이라는 것이 전쟁을 의미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예전 습관이라는 말을 듣고 아무런 대답도 못 한 채로 입을 꾹 다물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누군데요! 아저씨 제자예요, 제자.
항상 조심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위험할 일 없어요! 지금까지도 잘만 해왔는걸요?
(그의 제자라는 말을 하며 뿌듯하게 웃던 릴리아는 자신의 위험에 더는 그를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통신기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으로 교묘하게 그 대답만을 피했다. 그리고 태연하게 긍정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정말 단 한순간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 없었어요? 원망도, 후회한 적도 없었어요?
(에반의 말을 들으며 겉으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장난스러움 가득하던 목소리 그대로 그에게 질문했지만, 속으로는 그 당시 직접 볼 수 없었던. 정확히는 사경을 헤매며 정말로 볼 수 없었던 장면들과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단편적인 기억들을 떠올리려 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짐작하고 그의 말이 진실인지 판단하려 애썼다.
무너진 잔해와 안개처럼 자욱하던 어둠. 의식이 멀어져 가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잡았던, 아마도 그의 것이었을 손. 자신을 데려온 아저씨. 기뻐했다는 대원들. 피 냄새와 뒤섞인 약 냄새. 희미하게 들려오던 다정한 목소리. 그리고 자신을 살리며 희생한 —.
혼잡한 기억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그에게 이마를 맞자 마치 아파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가리는 척 슬그머니 얼굴을 가리며 겨우 유지하고 있던 미소를 풀고 표정을 숨겼다. 그래도 맞은 건 조금 억울했는지 손바닥 안이라는 그의 말에 '그렇긴 하지만...'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소심하게 반항했다. 잠시 후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다행히도 금방 감정을 갈무리한 듯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매우 괜찮아 보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같이 밥 먹고, 떨어져 있을 때는 서로 연락도 하고, 대화하고, 장난치고... 따지고 보면 동료들과도 하는 일이고,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전부 아저씨와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소중하고 행복한 거 있죠?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하자 릴리아는 느릿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려 하며. 그 흉터투성이인 손을 이끌어 자신의 볼에 가져가려 하며 웃었다.)
아저씨도 나도 사람이니까 언제나 행복하기만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전 아저씨랑 헤어지는 것보다 같이 있는 게 더 큰 행복이에요. 아저씨가 제 행복이니까요.
(그녀는 너무 오글거리는 말이었냐며 장난스러우면서도 얄밉지 않게 그에게 질문했다.)

539 이름 없음 (cI1zwzlKuA)

2022-07-19 (FIRE!) 22:34:57

>>538 글쎄, 아침마다 모닝 키스를 해준다던지? (신나서 놀리려는듯한 릴리아를 보고 에반은 조금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에반도 장난끼가 있는 편이긴 했다.)
딱 그때가 가장 위험할 시기니까 좀 더 조심해야해. 자신감을 가지는건 좋지만 잘못하면 화를 부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잘못되어버린 동료들을 많이 봐온 에반이었기에 릴리아가 더욱 걱정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얘기하면 잔소리로 들릴까 그는 다른 질문에 대답을 했다.)
단 한번도 그래본 적은 없다. 네가 크는걸 보는 것으로 그날 죽은 동료들에게 속죄하는거라 생각했거든. 사실 너를 구조한다고 본래 이탈했어야하는 시간보다 늦게 이탈했었다. 그래서 결국 공격을 받았지만 ... 그날 다쳐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동료들 또한 너를 원망한 적이 없단다. 옛날에 한쪽 팔이 없는 아저씨 본 적 있지? 그 아저씨도 내 동료였단다. 그때는 어릴적 친구로 소개했지만 말이야 ... 전쟁은 너무 오래 지속되었고 모두가 지쳐가고 있을때였어. 그 와중에 네 존재는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단다. (릴리아가 자신의 손을 볼로 가져가자 그는 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주며 말했다.)
조금 오글거리긴 했지만 이번엔 들을만 했다. 아 음식이 나오나보다. (볼을 만져주던 손을 거두고 테이블에 공간을 만들자 주문했던 음식들이 나왔다.)
맛있게 먹어라. 꼭꼭 씹어먹는거 잊지말고.

540 이름 없음 (0rO/7.jHxI)

2022-07-20 (水) 15:11:20

>>539
그... 그게 좋으면 내일부터 해 드릴게요! 굿나잇 키스도 해줄 수 있어요 난...!
(설마 그에게서 그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는지 방심하고 있던 릴리아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그를 놀리려고 했던 그녀는 반대로 본인이 당황해서 허둥지둥 시선을 피했다. 나름 에반에게 반격을 한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한술 더 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이미 얼굴이 붉어진 모습으로 봐서는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정말 조심, 또 조심할게요. 큰일은 없을 테니까 괜찮아요!
(그녀도 에반이 일을 위해 나가 있었다면 온종일 그를 걱정했을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던 릴리아는 나름 에반의 말을 잔소리라 불평하지 않고 잘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속죄는 아저씨가 아니라 제가 해야 하는걸요.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네, 기억해요. 그날 이후로 잊은 적이 없어요. 그때 제대로 인사도... 사과도 못 드리고.
정말 많은 걸 받았어요. 평생 갚을 수 없을 정도로요. 아저씨에게도, 그분들 모두에게도 말이에요. 감사해요.
(어릴적 친구가 아닌 아저씨의 동료였다던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던 릴리아는 기쁨이라는 에반의 표현에 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멈칫했다. 처음 보는 아이 하나 때문에 잃지 않았어도 되었을 많은 것을 잃고,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이 남았음에도 자신에게 원망 대신 사랑과 희망을 주었던 그들의 다정함과 배려가 그녀에게 가슴 아플 정도로 와닿았다. 결국 릴리아는 제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그저 그의 손에 얼굴을 묻으며 찡그리듯 웃어 보였다. 아직 모든 죄책감을 버리지는 못한 듯했지만 이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이번엔 괜찮았어요?
(그녀도 음식이 나오려 하는 것을 보고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가 들을만했다는 그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네. 아저씨도 꼭꼭 잘 드셔야 해요?
잘 먹겠습니다!
(그녀는 밥을 먹기 직전까지 그를 놀리려 하곤 버릇처럼 혼잣말에 가깝게 식전인사를 했다.)
역시 양고기는 여기가 최고인 것 같아요...!
아저씨, 이거 진짜 맛있는데 드셔 보실래요?
(릴리아는 스테이크를 조금 잘라서 먹어보더니 만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을 잘라 포크로 찍어 그에게 보여주듯 조금 들어 올리며 에반에게 맛볼 것을 권유했다.)

541 이름 없음 (B.iW8ru.O2)

2022-07-20 (水) 16:05:39

>>540

얼굴이 새빨개진게 굿나잇 키스까진 못하겠는데 그래. (자신의 장난섞인 말에 얼굴이 붉어진채로 얘기하는 릴리아를 보고 에반은 재밌다는듯이 웃으며 얘기했다. 이럴때는 영락 없는 소녀라서 세월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말하니 걱정은 좀 덜하겠구나. 그래도 요즘엔 위험한 수준의 마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사실 에반의 일이 뜸한 이유도 위험한 마물만 골라서 사냥하는 것도 있었다. 물론 릴리아에겐 철저히 비밀이었지만.)
그 누구도 속죄할 필요는 없는 일이야. 그런걸로 죄책감 같은건 가질 필요 없다. 그 전쟁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휘말린 것에 불과해. 그러니까 너는 속죄보단 더욱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릴리아의 표정에 볼을 만져주던 손을 다시 머리로 올려서 몇번 쓰다듬어준 그는 차려진 음식을 보고선 식기를 들었다.)
나야 위장이 튼튼해서 괜찮단다. 잘 먹겠습니다. (자신 몫의 양갈비를 썰어서 먹던 그는 릴리아의 말에 자신의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올려두면 알아서 먹을께. 너도 이것 좀 먹어봐라. (자신 몫의 고기를 썰어서 릴리아의 접시에 놓아준 에반은 문득 무언가 궁금한게 생겨서 씹던 고기를 넘기고선 말했다.)
근데 누가 너한테 고백했다는거냐? 내가 이 마을 남자애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 요 녀석들 티를 안내고 있었던거냐!

542 이름 없음 (dSjGZMkuUE)

2022-07-20 (水) 23:33:59

>>541
아, 할 수 있어요! 오늘 할 테니까 두고 봐요!
(본인도 얼굴이 빨개진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에게 직접적으로 지적당하자 릴리아는 고개를 돌려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고 이야기했다.)
마물도 아저씨처럼 움직이기가 싫은가봐요. 어떻게 아저씨가 일을 안 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그 위험하던 마물들도 보이지를 않네요.
... 설마 안 나오는 시기가 아니라 원래 마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아저씨가 다 없애버린 건 아니죠?
(그가 위험한 마물을 사냥하러 가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는 그녀는 그저 농담처럼 이야기하며 웃었다. 아마 이를 알고 있었다면 농담이 아니라 잔소리를 했을 것이었다.)
꼭... 잘 살게요. 절 살려주신 걸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말이에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릴리아는 조금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다시 그의 쓰다듬을 받게 된 그녀의 입가에는 다행히도 작은 미소가 맺혀있었다.)
감사해요, 저도 잘 먹을게요! 아저씨도 많이 드세요!
(튼튼하다는 그의 말에 소리없이 웃으면서 마저 고기를 먹던 릴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테이크를 잘라 작은 부분을 남겨두고 크고 좋은 부분을 에반의 접시에 옮겼다.)
제, 제가 그런 말을 했었나요? 기억이 안 나는데... —.
그거 제가 아니라 아저씨 아니었어요?
(그녀는 그가 준 양갈비를 잘 맛보고 있다가 고백 얘기가 나오자 움찔하더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척 괜히 물만 마시면서 시선을 피하며 어설프게 말 돌리기를 시도했다. 이제와 그의 앞에서 타인에게 고백받았다는 것을 자랑하듯 이야기하기에는 어쩐지 좀 부끄러운 탓이었다.)
그냥 그... 있어요, 걔...
그나저나 아저씨, 다음 주에 수도에서 열리는 축제 갈 거예요?
(그녀는 조금이라도 말을 아끼기 위해 얼른 고기를 먹으며 입을 다물었다.)

543 이름 없음 (e9FenXmc22)

2022-07-21 (거의 끝나감) 16:56:20

>>542

(얼굴이 붉어진채 얘기하는 릴리아를 보며 에반은 몇번 웃음소리를 내고선 릴리아의 말에 대답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마물들을 다 처리하고 다니겠니. 그냥 적당적당한 녀석들이나 하나씩 처리하는거지. 한창 시끄러울때도 있으니 이렇게 조용할때도 있어야 하는법 아니겠니?
그래그래. 애초에 내가 키웠으니 올바르게 자란거지만 말이야.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한 그는 스테이크의 좋은 부분을 썰어서 자신을 주는 릴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이런거 주면 너는 먹을 곳이 없잖아. 나는 괜찮으니까 너 많이 먹어라. (릴리아가 썰어서 준 부분의 2/3 정도를 다시 썰어서 릴리아의 접시 위에 놓아준 에반은 그녀의 말에 재밌다는듯이 웃으며 말했다.)
누군지 얘기 안하는거보니 대충 내가 아는 애들 중에 있을 것 같구나. 그래도 사생활이 있으니 굳이 캐고 다니진 않으마. (대충 누구인지는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릴리아가 거절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굳이 캐고 다닐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도 축제는 안그래도 초청장이 왔었다. 황제 폐하 직인으로 온거라서 이번엔 가야할 것 같은데 ... 가고 싶어서 그러는거냐? 아마 간다면 무도회에도 초청 받을거라서 예복을 입어야하는데 말이다. (얼마전에 우편으로 온 편지를 기억하며 그는 얘기했다. 슬슬 전보가 활성화 되는 시기에 우편으로 온 것이라 무엇인가 했는데 무려 황제폐하 직인이라 조심스럽게 서랍에 넣어두고 있었다.)

544 이름 없음 (2LsOqMdZyQ)

2022-07-21 (거의 끝나감) 19:57:09

>>543
그렇죠? 역시 아저씨는 아니죠?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그런 일 절대 하면 안 돼요 아저씨!
(그녀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에반의 실력이라면 정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자신이 한 말이 사실이 되어버릴까, 그에게 미리 안된다며 못을 박았다.)
그러게요. 항상 시끄럽기만 하면 일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기는 할 것 같아요.
(그가 할 일이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다칠 일도 줄어들 거라 생각한 릴리아는 얌전히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나 아저씨가 키워줘서 이렇게 잘 자랐어요.
(릴리아는 뿌듯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저 다이어트 하는 중이라 적게 먹어야 해서 괜찮아요.
괜찮... 은데...
(대충 적당한 핑계를 말하던 릴리아는 스테이크의 일부가 돌아오자 어쩐지 불만이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접시 위에 올라온 고기를 바라보았다. 다시 그에게 스테이크를 주어야 하나 속으로 깊게 고민하던 릴리아는 결국 포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스테이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고기를 잘라서 자신의 입에 넣어버렸다. 다이어트는 정말 핑계가 맞는 것인지 그녀의 접시는 생각보다 빠르고 깔끔하게 비어갔다.)
아저씨가 알 것 같다고 하거나 찾아내겠다고 하면 정말 다 찾을 것 같아서 무서워요...!
(캐고 다니지는 않겠다는 말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에반에게 장난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속에는 숨기지 못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아저씨는 귀찮다고 안 갈 것 같아서 이번에도 안 가시는 건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런데 황제 폐하 직인이라니...
(예상하지도 못한 초청장의 출처에 그녀는 황제 폐하를 앞에 둔 것도 아니면서 괜히 긴장했다. 물론 에반과 함께 축제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에게 이야기해서 함께 갈 수 있다면 즐겁기는 하겠지만 황제 폐하가 포함된 지금만큼은 즐거움보다 편안함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저는 그날 임무를 하러 갈 것 같아서요! 잘 다녀오세요 아저씨!
(무도회라는 말에 릴리아는 앞선 고민이 무색하게 급히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포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것들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가 예복을 갖춰 입고 무도회를 즐기는 모습은 좀 보고 싶었지만 높으신 분들이 가득할 그곳을 자신 같은 사람이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고, 가도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에 그녀는 작은 미련마저도 털어내기 위해서 차라리 없던 임무를 만들어 일이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545 이름 없음 (j.tl.BlYZk)

2022-07-22 (불탄다..!) 20:20:56

>>544

이젠 그럴 힘도 없다. 그리고 조만간 대대적으로 북부 마물을 토벌할꺼라더라. 토벌이 끝나면 우리도 슬슬 다른 일을 먹고 살 준비를 해야지. (얼마전 수도에서 온 사람에게 들은 소식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반쯤 박살난 국내 경제를 열심히 부흥 시키던 황제는 슬슬 내실이 안정되자 북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반은 그 말에 코웃음을 치긴 했지만.)
다이어트는 무슨. 평소에 네가 먹는 양만 봐도 다이어트랑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네가 다이어트할 살이 어딨어? 매일 같이 뛰어다니면서. 임무를 위해선 밥도 잘 먹어야하는 법이다. (결국 자신이 준 고기를 다시 주지 못하고 입으로 넣는 릴리아를 보며 에반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가 어릴때부터 잘 먹어야한다고 가르쳤던 그였기에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맘만 먹으면 못찾을건 없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랑 알고 지내는데 몇번 찔러보기만 해도 금방 캐낼 수 있다. 네가 누군가랑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으면 진즉에 찾아냈겠지. (장난스런 표정으로 놀리듯이 얘기한 에반은 릴리아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러냐? 안가는건 네 마음이지만 ... 기왕이면 예쁜 모습도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리고 이번엔 내 동료들도 다 온단다. 거기서 네가 자란 모습을 한번쯤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니냐? (릴리아가 거절하기 힘든 발언으로 축제에 데려갈 생각인 에반은 걱정말라는듯 덧붙였다.)
황제 폐하는 어차피 나만 알현할꺼다. 알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거든. 너도 같이 알현하게 해달라고하면 가능하겠지만, 한번도 예법을 배운적이 없지? 나는 예전에 몇번 뵌적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임무에 갈래? (빙긋 웃으며 얘기한 그는 마지막 고기 조각을 입에 넣고 무릎 위에 올려둔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546 이름 없음 (/tbXKDb1dM)

2022-07-23 (파란날) 09:37:42

>>545
아니, 북부 토벌이요? 제가 아는 그 마물을 말이에요?
정말... 어... 정말 대단하네요...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 말하더니 끝에 와서는 매우 복잡한 감정이 담긴 애매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럼 저는 이제 뭘로 먹고살아야 할까요? 아저씨는 뭐든 잘하시니까 걱정 없지만, 저는 힘 쓰는 것밖에는 잘하는 게 없는데.
(장난스럽게 말하던 그녀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며 점점 힘없이 이야기했다.)
그때는 다이어트하던 때가 아니었어요! 다이어트는 그... 어제! 어제저녁부터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저 진짜 요즘 살쪘어요! 이거 봐요!
... 원래 다이어트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그런...
건데 아저씨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많이 먹을게요...
(그녀는 황급히 똑바로 고쳐 앉아 팔을 들어 보이다가 그의 미소를 보고는 멈칫하더니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 직후 다이어트할 살이 어디 있냐는 말을 뒤늦게 인식한 그녀는 당황한 듯 말끝이 늘어지더니 자연스러운 척 순순히 뜻을 굽히며 급하게 말을 끝냈다. 그녀는 머쓱함 가득한 표정으로 깨끗하게 비워진 자신의 빈 접시를 바라보았다가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릴리아는 그렇게 웃는 건 반칙이 아니냐며 에반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얼굴이 빨개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러운 듯 괜히 자신의 볼을 손등으로 한 번 쓸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아저씨, 사실대로 말해봐요. 대부분이 아니라 마을 사람 전체, 아니, 세상 사람 전체랑 알고 지내는 거죠? 맞죠?
그러니까 아저씨 말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뭐든 아저씨 몰래 하려면 마을 밖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네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앓는 소리를 내던 그녀는 에반에게 다 안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마치 이 비밀을 자기만 알고 있겠다는 사람처럼 그의 대답을 재촉하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럼 평소에는 안 예쁘다는 뜻... 네? 동료분들이요...?
(릴리아는 예쁜 모습도 보면 좋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다가 그의 동료들이 모인다는 말을 듣고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며 귀를 의심했다.)
저는 알현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예법은 당연히 배워본 적도 없죠! 여기 들어오기 전에 아저씨도 봤잖아요, 인사도 엉망인 거.
(그나마 예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이전에 마을에 잠시 머물렀던 귀족 아가씨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며 장난처럼 배우게 된 숙녀나 신사의 인사법이나 간단한 사교춤뿐이었다. 그마저도 오래 연습한 게 아니라 완벽히 몸에 익지 않아 릴리아는 자신의 인사가 매우 어설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춤은 기본 스텝 한두 개가 겨우였기에 알고 있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웠다.)
그... 러니까... 일단 집에 가면서 생각해볼게요!
(임무와 축제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던 그녀는 그가 다 먹은 것을 보고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계산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실 그의 동료들이 온다고 했을 때부터 릴리아에게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막상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두려움이 생긴 탓에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547 이름 없음 (6SMgORIDiQ)

2022-07-23 (파란날) 14:41:00

새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몸을 가볍게 풀었다. 튼튼한 4개의 다리를 쭉 뻗고 가볍게 기지개를 펴자 구름이 사방 천지로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사슴의 눈망울과 닮은 양 눈은 천지 만물을 꿰뚫어보는 듯 했으며, 용과 같은 그 머리는 강인한 의지를 표현하는 듯 했으나, 용과 같이 강인한 인상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이 사방을 둘러보자 수많은 동물들이 잠에서 깬듯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것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발을 가볍게 구른 뒤 자리를 박차고 뛰어 올랐다. 발에 달린 하얀색 갈기는 마치 구름을 흩날리며 하늘을 수 놓는 듯 했고, 온 세상에 생명력을 흩뿌리기라도 하듯이 오색창연한 몸의 빛을 내며 대지와 창천, 그 경계를 거닐기 시작하였다.

"─────!!"

휘파람 소리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창공 너머로 울려퍼지자 가벼운 산들바람이 휘몰아쳤다, 수많은 생명들을 보듬는 목소리였다.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또 저녘이 되면 다시 한번 몸을 내달려 수많은 이들에게 평안함을 안겨다 주는 것. 360여가지 털을 가진 동물들의 정점에 선 존재의 의무감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으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그 자각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이 대지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으며, 이 하늘 아래에서 자유로이, 평안함을 깨닫고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였으니까.
그렇가 한참을 내달리던 '그것'은 조심스레, 풀이 자라지 않은 땅 위에 내려 섰다. 유려한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자태 그대로, '그것'은 목을 뻗어 조심스레 물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었고, 조심스레 한 모금씩 물을 머금기 시작하였다. 이 장면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채 말이다.

548 이름 없음 (4t0cXJdvZA)

2022-07-24 (내일 월요일) 19:11:29

>>546

그래도 북부 토벌은 긴 시간 진행될 예정이다. 교활하기 짝이 없는데다 수도 만만치 않은 놈들이니까 말이야. 적어도 우리가 살아있는동안은 끝나지 않을테니 일자리 걱정은 안해도 될꺼다.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는 릴리아의 표정에 에반은 귀엽다는듯이 바라본다.) 뭐, 정말 할 일이 없어지면 내가 먹여살릴테니 걱정 말거라. (평생 데리고 살 예정인지 걱정말라며 웃어보이기까지 한다.)
어제 저녁부터 다이어트를 했다고? 그렇다기엔 내가 옆집 아주머니에게 받아온 푸딩은 정말 잘 먹던데 ... 사실 네가 활동하는 양에 비해서 적게 먹는거니까 꾸준히 잘 먹도록 해라. 한번에 많이 못먹는다면 자주 먹기라도 해줘야하니까. (마물을 만나면 정말 엄청나게 움직여야하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북부의 지형을 생각하면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마을 바깥에도 내가 아는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물론 마을보다야 적긴 하겠지만 말이다. (큭큭대며 장난을 치던 에반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도 예쁘지만 더 예쁜 모습을 보고싶다는거 아니겠니. 나한테 초청장이 온 것을 보면 다른 동료들도 분명히 왔을테니까 말이다. 직인이 찍혀있으니 거절하기도 힘들테고. (하지만 에반처럼 그나마 몸이 성한 동료들은 별로 없었기에 그도 걱정이 많았다. 대부분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축제에 가면 저번에 그 귀족 아가씨도 만날 수 있을꺼다. 이름이 ... 아스타샤, 아스타샤였지. 물론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집에 가면서 생각해본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실 그도 동료들이 몇명이나 올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 먹었으면 집에 가야지. 옆집 아주머니가 오늘은 케이크를 가져다 주셨으니까 디저트는 집에 가서 먹는게 좋을 것 같은데 ... 어때?

549 이름 없음 (QUVqN6SZxg)

2022-07-25 (모두 수고..) 12:48:52

>>548
죽을 때까지 일자리 걱정이 없다는 건 다행...
... 이겠죠?
(마물이 토벌된다면 자신이 일자리를 잃어도 안전이 높아질 것이고, 마물이 토벌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위험은 많겠지만 일자리가 지켜질 것이다. 이 외에도 마물의 부산물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큰 변화를 맞이하는 등 분명 토벌은 여러 곳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그녀는 토벌이 사람들에게 가져올 이득과 문제점을 두고 과연 어느 쪽이 더 좋은 일인지 가만히 눈을 감고 얼굴을 찌푸린 채로 고민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릴리아는 결국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의문문으로 말을 끝맺었다.)
아저씨, 그런 말은...!
('꼭 프러포즈 같잖아요'라는 뒷말은 얼굴을 가린 두 손에 의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묵음 처리되어 사라졌다. 릴리아는 잠깐의 말 몇 번에도 사람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에반을 보며 분명 심장 때문에 오래는 못 살겠다고 속으로 한탄했다.)
푸딩... 은, 그건, 그것만 먹고 다이어트 하려고 했어요... 진짠데...
네... 많이 먹고 자주 먹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닐게요.
(푸딩 얘기가 나오자 소심하게 반박해보려던 그녀는 이젠 정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여기보다는 소식이 느리겠죠! 일단 멀리 있는 마을로 가서 인적 드문 곳을 찾는다면...
(역시 아저씨는 전 세계 사람이랑 알고 있는 게 맞았다며 이야기하던 그녀는 무슨 계획이라도 꾸미는 사람처럼 장난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런 걸 전부 알려주시면 거절을 못 하는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평소에도 예쁘다는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제는 심장이 떨어지든 말든 전부 포기한 것처럼 릴리아는 그저 눈만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의 말을 모두 듣고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던 그녀는 한숨을 쉬듯 말을 내뱉었다. 그 후로도 한참을 생각하던 릴리아는 축제에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결국 대답은 끝까지 미루기로 했는지 애매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움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던데, 애정을 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에반의 말을 듣고 그의 동료들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마주했을 때 울지 않을 자신도 없었다.)
좋아요! 그럼 집에 가서 먹을래요. 옆집 아주머니께서 주신 건 안 먹을 수가 없죠!
아주머니의 케이크! 거부할 수 없는 맛!
(계산을 마친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가게 문을 열어주려 하며, 디저트 이야기로 생각을 환기시키려는 듯 그의 말에 좀 더 활발하게 대답했다. 마지막에 가서는 노래를 부르듯 말에 음정이 들어갔다.)
빨리 가요 아저씨!
(릴리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에게 빨리 오라는 듯 손짓했다.)

550 이름 없음 (oFCm7qeYRk)

2022-07-25 (모두 수고..) 14:27:34

>>549

일단 국가가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처우가 개선이 될테고 들쭉날쭉한 의뢰 보상금도 어느정도 평균화 될꺼다. 물론 그만큼 사상자가 많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국가적인 사업, 그것도 이런 류의 사업이라면 그런 것들을 전제로 깔고 가니까 말이다. (고민하며 얼굴을 찡그린 릴리아를 보고 에반은 답해주었다. 하지만 그도 그것이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는 함부로 예측할 수가 없었다.)
음? 왜 그러냐?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표정은 릴리아의 마음을 아는듯 모르는듯 오묘했다. 하지만 어쩐지 재밌다는 느낌이 나는 표정은 왠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치지 않으려면 잘 먹기부터 해야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멀리가도 소식이 느리긴 해도 나한테 닿기는 할테니까 ... 그러면 내가 직접 가야지. (장난스런 표정으로 에반은 살짝 윙크까지 하며 말했다. 하지만 반쯤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같이 가는걸로 알고 있으마. 가서 무도회 같은 것도 즐기려면 드레스도 한벌 맞춰야하니까 축제 일정보단 좀 더 일찍 출발해야해. (어차피 자신과 갈거라는걸 알고 있는 것처럼 에반은 말했다. 이미 수도에도 묵을 곳을 마련해놨고 짐만 싸서 출발만 하면 되는 상황이긴 했다.)
늦게 간다고 케이크가 어디 안도망간다. 천천히 가, 천천히. (릴리아가 열어준 문으로 나가며 에반은 감사합니다, 레이디. 라는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선 빨리 오라는 릴리아의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 막레쯤 되지 않을까 싶네~ 릴리아 너무 귀엽다 ㅠㅠㅠ 일댈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버렸어

551 이름 없음 (.GjPWc8d2U)

2022-07-26 (FIRE!) 10:02:56

>>550
처우 개선은 나쁘지 않네요! 동료들도 이것 때문에 가끔 얘기가 있었거든요.
음... 토벌이 되도록 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그의 말을 들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던 릴리아는 한숨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런...! 아니지. 방금... —...
... 아, 몰라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그의 모습과 방금 전 했던 말 모두 지적하고 싶었는지, 횡설수설하듯 말을 바꾸며 이야기하던 그녀는 결국 두 개 모두 실패하고 자포자기하듯이 말했다. 그래도 불만은 드러내고 싶은 듯 뚱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며 삐진 척을 해 보였다.)
정말요? 직접 올 거예요?
(그의 말을 알아서 해석하고 혼자 기대하며 신난 듯 하다가도, 아차 싶었는지 헛기침을 하며 그럼 잡히지 않게 도망가야겠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드레스 같은 건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데 걱정이네요...
사실 그냥 다 걱정이에요...!
(가는 걸로 알고 있겠다는 그의 말에도 부정이나 긍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으로 릴리아는 결국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녀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릴리아는 지금까지 치마나 장신구 모두 직접 사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일반적인 치마도 입어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드레스는 분명 말할 것도 없을 것이었다. 유행이고 뭐고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는 드레스를 포함해 새로운 걱정들로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준비부터 출발까지 일이 생각 이상으로 막힘없이 술술 풀리는 것 같다고 느낀 릴리아는 어쩐지 그에게 당한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제 케이크는 안 도망가도, 아저씨 케이크는 도망갈걸요?
제가 아저씨 몫까지 다 먹을 거니까요!
(그의 인사에 눈을 휘며 예쁘게 웃어 보인 릴리아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에반을 따라 나갔다. 그리고 멀찍이 달려가더니 장난스럽게 그에게 외치며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집 방향으로 뛰어갔다.)


/ 그럼 이쯤에서 막레로 할까? 수고했어!! 최대한 귀여운 릴리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다행이다! :3c 아저씨 너무 멋있어! 쿄쿄쿄 >:3c 나도 일댈 욕심이 정말로 큰데 내가 지금 일댈을 하기에는 현실의 내가 너무 바빠버렸다... 미안해... 자유 상황극에서 끝났던 것도 못다말에서 부를 수 있으면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난 나중에라도 기회가 생겼을 때 슬쩍 에반 아저씨를 불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참치가 괜찮다면 말이야!

552 이름 없음 (zahFC6Zs6o)

2022-07-26 (FIRE!) 10:11:56

>>551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줘! 돌리는거 재밌었다 ><

553 이름 없음 (BbPTCcSkiU)

2022-07-26 (FIRE!) 10:29:01

>>552
/ 고마워!! :3 나도 편지 때부터 지금까지 돌리는 거 너무 재미있었어! 아저씨랑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쿄쿄쿄 >:3c

554 이름 없음 (VCRR4zsm5k)

2022-07-28 (거의 끝나감) 16:34:28

-쿠웅!!
"후우, 후우....."

육중한 소리와 함께 회백색 머리카락의 중년 남자가 들고 있던 거검이 바닥에 꽂혀있었다. 아니 그것은 검이라고 부르지 못할 물건이었다. 날이 서있지 않아 적을 무게로 베어가른다기 보다는 패죽이거나 후려쳐 죽이는데 아주 적합한 물건..... 수많은 격전을 치루었음에도 금 한올 가지 않은 자신의 애병에 대해 남자는 숨을 고른뒤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다 죽었냐. 다 죽었냐고."

자신을 따라오던 별동대를 바라보며 조용히 뇌까린다. 20명 남짓이었지만 본대가 후퇴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자신이 고른 정예만 데리고 왔는데..... 살아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귓가로 두장 300명씩 때려잡으면 간단하지 않냐던 막내 녀석, 돌아가면 이번에는 남편이랑 제대로 여행 한번 다녀오겠다는 홍일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자신의 명령에 항명하다가 몸이 갈가리 찢어진 부장 녀석까지.... 살려가지 못한게 자신 천추의 한이었다.

"야 그래도 솔직히 진짜 잘 버티지 않았냐."

남자는 천천히 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다시 거대한 둔기를 뽑아들고 어깨에 걸친채 응시하니 숲으로 무언가 꾸물꾸물 기어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남자의 머리로 스쳐지나간다. 그래 마지막까지 춤을 춰보자꾸나, 연심도, 명예도, 꿈도, 금전욕도.... 세상만사 모든 것을 이미 하늘 너머에 두고 왔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 아니겠느냐."

동시에 남자가 뛰쳐내려간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연애 한번 못하고 죽을꺼라던 부장녀석의 말이 귓가에 울리지만, 뭐 상관 없지 않을까.

--- 어차피 죽을텐데.

남자의 둔기가 허공을 찍었다.

555 이름 없음 (76h9o1zRJs)

2022-07-31 (내일 월요일) 00:46:59

어둡고 습한 지하실은 그 안에 있는 남자와 잘 어울렸다.
곰팡내라도 날듯한 외관과 달리 크레졸과 포름알데히드액의 냄새에 쩔어있는것 까지.
남자는 책상에 앉아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책을 읽고 있다가, 당신이 오자 어두운 황록색 비늘로 덮인 손을 들어 천천히 안경을 벗고 의자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런 시간에 무슨일인가. 하긴, 의사를 찾아온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 묻는것도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네만."

그렇게 말하고선 낮게 껄껄 웃은뒤에야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늘어진 꼬리를 유려하게 저으며 당신을 맞이했다.

"늘 하는 말이네만, 의사에게는 거짓말해선 안 되네. 그랬다가 손해보는것은 분명히 자네야. 어디서, 무엇을 하다, 어떻게 다친건지 상세히 말해보게."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로 당신을 똑바로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맥커터만 아니면 다 환영!
/뱀 수인이야!

556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01:49:52

>>555

이곳은 항상 그래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풍기는 약물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언제나처럼 유들유들하게 대하는 상대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벗자 묘안(고양이눈)이 미끈하다 못해 장신구 같다고 느껴지는 황녹색 비늘을 응시한다.
진청색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여인의 묘한 분위기에 발 맞춰 밤하늘을 수놓은 느낌을 연상시키는 느낌이었고, 목에 난 아가미의 흔적은 그녀가 육지생물이 아님을 표현하고 있었다. 담배를 빼어물려다가 이 곳이 어떤곳인지 떠올리고는 물었던 것을 다시 담배갑에 넣으면서,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글쎄, 이곳까지 아득바득 기어왔는데..... 싸우다가 눈먼 칼에 맞아서 물불 안가리고 뛰쳐 나왔다가, 생각 잠깐허니 당장 떠오르는 곳이 여기밖에 없더라고?"

여인이 파리하게 질린 안색으로 입꼬리를 올린다. 젊은 나이었지만 이 골목에서는 모르는 이 없는 미친 교룡, 청상아리의 그녀가 천천히 뱀을 바라본다. 포식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한입거리도 되지 않겠으나, 오늘밤을 날 수 있는지는 이 눈앞의 남자에게 달렸으리라. 아니, 오히려 자신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지.

"아재, 한두번 보는것도 아니잖수. 좀 잘 좀, 안아프게, 싸게싸게, 하룻밤만 부탁하겠수."

그녀가 천천히 입고 있던 백색의 양복을 걷어 붙인다. 겉어붙인 새하얀 속살에는, 탄탄하게 잡힌 복근 그 밑으로 꽤 깊이 난 상처가 선혈을 내뱉으며 그녀의 목숨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려버린 것일까,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아 참, 너무 아파서 그런디.... 담배도 한까치 피워두 되겠수?"

/청상아리 여성 수인이에요!
/뒷골목에서 꽤 이름 날리는 폭력배입니다! 자주 들렀다는 설정으로 잡았는데 괜찮을까요? ;)
/오지콘끼도 살짝 있어요(속닥속닥)

557 이름 없음 (XkKyKxvW06)

2022-07-31 (내일 월요일) 02:40:04

>>556

남자는 무표정으로 눈도 깜빡이지 않고서 받아내듯, 맞받아치듯. 똑같이 당신을 지긋히 응시하다가 당신이 담배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것을 보고선 흡족하다는듯 한 번 웃어보이고는 당신의 말에 대답했다.

"자네는 그게 상세한건가. 하여튼... 거짓말을 하는것보다야 훨씬 낫지마는."

끌끌대듯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당신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지고 만지 오래였다. 남자는 더 캐묻지 않고 상처입은 교룡의 모습을 건조하게 훑어보며 상태를 가늠했다. 깜빡이지 않는 뱀눈을 보면 남자쪽이 포식자라해도 그럴듯 하겠지.

"싸고 안 아픈 방법은 없다고도 한 두번 말한게 아니지 않나. 잘은 해 보겠다마는, 자네는 이름값을 금전으로 좀 표현할 필요가 있어."

돈 많이 달라는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당신이 양복을 걷어 붙이자 우물거리듯 '으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고선 상처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지식이 있는만큼, 그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였기에.

"슷, 아까 잘 해놓고 왜 그러나. 자네는 잘하는가 싶으면 꼭 그런단말일세. 인생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싶은거라면 말리지 않겠네만, 아니라면 얌전히 마취랑 수혈 준비나 하게. 내가 안경을 어디에 뒀더라..."

한참을 보다가 언짢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단골손님이구나! 어서오세요!
/헉 오지콘끼...!(두근두근)

558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07:32:13

>>556

"에이, 그러지 말고."

솔직히 지금 남은 담배 마저도 돗대라서 피운다 하더라도 회복하고 나면 언제 사다 피울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 이 눈앞의 남자, 그것도 몇년이나 자신을 뭐라고 해온 이 남자라면 조금은 피우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망상을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평소의 그녀를 생각하면 절대로 생각 못할 모습이었다. 대놓고 뒷골목에서 상대를 만나면 "이 ———야!! 죽을만큼 뭔들 못할까!!" 라는 말이 대번에 튀어나올 정도로 성격이 뭣 같다고 알려져 있었다. 괜히 광교룡(미친 교룡)이라는 이명이 붙은게 아니라고 증명하듯, 그녀는 광기와 독기, 타고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뒷골목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그래도 내가 아재 앞에서만 이래. 다른데에서는 말이야, 응? 진짜 이런 웃는 낯짝도 잘 안한다고."

그래도 매번 금전은 잘 챙겨주는 편이었다. 게다가 이곳이 그나마 안전지대인것도 어쩌면 그녀의 덕일지도 몰랐다. 금전은 비싸더라도 실력은 확실한 이 뱀수인은 뒷골목에서 상당히 위험한 위치임을 알까? 언제 적대 조직을 치료해줬다는 의미 하나만으로 잡혀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빨리 정상을 차지하려는 것도....
결국 돛대는 피우지 않기로 한다. 아픈 것 정도야 어떻게 참으면 되고, 게다가.... 솔직히 그를 보며 속을 썩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우물우물 거리면서 잠시간 고민을 했다. 솔직히 처음 만났던 2년전 부터, 의미없이 살짝 다치더라도—가령 그게 스친 정도의 아주 가벼운 상처더라도— 결국 그녀는 쫄래쫄래 이곳으로 와서 상처를 치료하고 갔다.

"야, 내가 미쳤나보다야....."

방년 24세, 한창 대학교에서 봄을 찾았을 나이였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허락되지 않았던 여성으로서의 마음. 그녀는 작게 자신의 깊은 곳,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유려하고도 부드러운, 예술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수술 준비를 하였다. 한순간이었지만 얼굴에 혈류가 모였었는지 순식간에 발그레 해졌지만 이내 그녀는 쓰게 웃으며 자리에 드러누웠다.

/아닐지도요? 그냥 오지콘에 약간의 얀끼가 있는걸지도?
/뱀수인 묘사가 ㅓㅜㅑ ㅓㅜㅑ

559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07:33:03

>>558 헛 앵커 잘못 걸었어요!!

>>557 로 앵커 수정!!

560 이름 없음 (LwGroFpkSw)

2022-07-31 (내일 월요일) 13:37:37

>>558이에요!

살짝 갱신해두고 갈께요 ;)

561 이름 없음 (/7zt20aDvM)

2022-07-31 (내일 월요일) 16:41:19

>>558

"끝나고, 그 다음에 실컷 피우게. 혹시 아는가, 이러면 피우고 싶어서라도 살 의지가 생길지."

당신의 웃음에 응하듯 옅게 웃음소리가 깔린 목소리였지만, 결국은 피우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그 말이 아주 헛 된 말은 아니었지만.
오늘내일 할만한 상처였으니 당신의 의지도 필요했다.

"그런것 같기는 했지. 여기서 들리는 자네 이야기를 듣다보면 밖에서는 어떤지 대강 가늠은 된다네."

이 축축한 지하로 떨어진 자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다들 거기서 거기였다. 조직다툼, 중독자, 망나니. 뒷골목에서 굴러먹는 자들. 교룡에게 물어뜯긴 자들은 물론이었다.
그들 전부 이 어두운 곳에서 뱀에게 목숨을 얻어간다.
당신만큼 뺀질나게 오는자는 거의 없었지만. 아니, 전혀 없던가. 이름을 날리는 만큼 돈이 썩어 넘치는걸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이제 알았는가 광교룡? 알았으면 늦기전에 정신을 챙기는게 좋을걸세. 자네는 아직 젊으니... 아니, 젊기 때문에 이런 꼴을 만들어 오는건가. 나는 요새 종이에 베이는것도 겁나더마는. 쯧, 정말로 자네는 자네 태생에 감사하는게 좋아."

껄껄 웃으며 농담치레를 하는가 싶더니 금세 다시 툴툴거리며 안경을 쓰고, 장갑을 끼고, 원래는 순백이었을 가운 주머니에서 주사며 약병따위를 꺼냈다. 그 사이에 당신이 발그레 해지는것을 보았을 수도 있고, 못 보았을 수도 있다. 서른 여덟. 보았더라도 못 본척 할만한 연령이었다. 괜스레 나이 이야기를 하고, 혀를 차고 상처를 만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접속을 잘 못 해서 조금 늦었다...!
/광교룡 묘사도 엄청 매력적이네요! 심지어 얀끼까지...!

562 이름 없음 (it..JGLll2)

2022-07-31 (내일 월요일) 17:55:04


>>561

"그거 횡포인거 알고 있수?"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툴툴거리면서 결국 그의 말대로 담배갑은 양복 안족 주머니로 들어갔다. 갑갑한 셔츠를 풀어헤치고 이를 살짝 갈아붙인다. 일종의 습관이었다. 담배가 떨어졌을 때나 간혹 기분이 나쁠때, 그녀는 자신의 이중으로 나있는 이빨을 살짝 갈아붙임으로서 그 기분을 진정시켰다. 물론 지금 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볼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가슴 한구석이 계속 먹먹해와서, 아니, 그 이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서 말이다. 먹먹하게 눈을 침잠시키며 그녀가 조용히 뇌까린다.

"그렇게 하면.... 아재 만날수 있잖아."

뒷말은 애써 삼킨다. 지난 2년간 가만히 지켜보면서 그녀는 자신 눈앞의 뱀을 바라보아 왔다. 물론 그 시선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자신이었지만, 다른 곳으로 시선이 향할 때, 특히, 사창가의 여인들이 이곳으로 와서 남자에게 꼬리칠 때, 그 씁쓸함은 배가 되었다. 자기도 만약 꾸미고 가꾼다면, 조금이라도 봐줄까? 아니, 나는 저런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남을 찢어발기고, 주먹을 휘둘러 굴복 시키는 것..... 결국 자신이 알고 있던건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일부러 폭력을 휘두르고 다쳐서 이곳에 오면, 그가 나를 더 봐줄테니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그거 알아? 당신은 나에 대해 전부는 몰라. 그걸 알고 있다면 나를 그런 미소로 봐주지 않을테니까. 그래도 괜찮아, 당신은 내가 아니니까, 모를꺼야.

"정말 그래....?"

젊다고 해서 좋은게 아니야, 입밖으로 낼수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는건 나이가 많고 적어도 관계가 없잖아. 그래서 더 그러는거야. 당신만 매순간을 바라 보는데 결국 그 시선의 끝엔 내가 없잖아.

- 이렇게 애달픈데.
- 이렇게 애틋한데.

말을 하지 못하는게 너무 슬퍼. 그렇게 상념이 이어질 찰나, 상처에서 통증이 재차 올라오고, 그녀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자신의 머리색과 닮은 짙푸른 비늘을 가진 매끈한, 하지만 상처투성이의 꼬리였다. 그와는 완전히 정반대 되는, 너무나도 망가진 모습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 아재, 그럼 나 한숨 잔다."

눈 떴을때,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안심하고, 나도 꿈을 꿀수 있을테니까.

/괜찮아요! 내일부턴 저도..... (먼산) 그러니까 천천히 가죠!
/컴퓨터라 픽크루를 못가져 왔네요! 대신 테마곡을 가져왔어요!
/얀에도 종류가 있다죠!!(의존형 + 자해형이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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